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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을 넘은 것은 누나 쪽이었다 - 2부4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07 762회 0건
집으로 돌아오자, 6시 40분이 되어있었다. 하늘엔 붉게 노을이 졌다. 한 달 전만 해도 지금 시간이면 해가 거의 다 졌는데, 이제 여름이 다 되었다는 증거겠지.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놓인 누나의 신발이 보인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했지만, 대답이 없다.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누나 방 쪽을 보니, 문이 닫혀있다. 열어보았다. 누나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보인다. 등을 보이며 옆으로 누워있다. 가까이 다가갔다. 침대에 걸터앉아 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누나, 자?”
“…….”

누나에게 좀 더 다가가 얼굴을 확인했다. 눈을 감고 있다. 하지만 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누나는 자고 있을 때 훨씬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감긴 눈이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깨어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누나, 저녁 먹었어?”
“…….”
“누나,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

사실은 누나가 어째서 화가 났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누나가 왔을 때 지은이에 대한 것을 숨긴 것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나가 화를 낼만큼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역시 모르겠다. 누나는 왜 화를 내고 있는 거지.

“누나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조금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하다. 아무런 대답도 없이 화만 내고 있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마음이라도 읽고 사과를 해야 하나? 나에게 그런 능력은 없다. 누나도 그걸 알고 있다. 이건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라도 좀 알자! 왜 화 내는 거야?”

생각해보면 나는 누나에게 화를 낸 적이 없다. 일단 내가 기억하고 있는 바로는 한 번도 없다. 투닥거리며 다툰 적은 있지만, 그것은 장난 같은 것이었고, 지금처럼 감정이 격해져서 진심으로 싸워본 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는 사이가 좋았다. 한번 화를 터뜨리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누나 맘대로 해!”

방을 나오면서 문을 강하게 닫았다. 생각보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매우 컸다. 방금 문을 심하게 닫는다는 경솔한 행위를 바로 후회했다. 가끔 행동의 여파가 생각보다 커서 후회할 때가 있다. 지금도 그렇다. 무척 화가 나긴 했지만, 나라면 좀 더 조용히 화를 삭이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누나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은 진짜 이유가 아니다. 내가 화를 내면 누나가 상처를 입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누나가 상처 입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가끔 내가 무척 잔인한 사람이란 것을 느낀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잘못한 일이다. 그런 내 모습을 경멸하는 한편, 누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하고 있는 내가 있다. 누나는 과연 여기서 어떻게 나올까. 화를 내며 나와 싸우려고 할까? 아니면, 그저 조용히 울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방식의 반응을 보여줄까.

내 속마음을 알게 된다면, 누나는 어느 때보다 심하게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나를 경명할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가 너무나 더러운 느낌이 들어, 만약에 누군가 내 마음을 읽지 않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공포를 느낀 적이 있다. 만약에 내 마음을 읽는 사람이 누나라면, 나는 분명 누나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고, 나는 어느 때보다 더 큰 절망감에 빠져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누나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내 모습이 있다. 나에겐 계산이 있다. 이렇게 되어도 누나와 평상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있다. 나는 누나를 사랑하고, 누나도 나를 사랑하니까. 그것을 이용하고 있는 내가 싫다.

그때 문이 열렸다. 누나가 나왔다. 누나의 얼굴은 눈물로 가득 차 있다.

“누나.”
“미안해.”
“누나?”
“미안해. 운하야. 미안.”

누나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대처가 늦었다. 괜히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어설프게 중심을 잡으려다 다리가 꼬여 등부터 넘어졌다. 등에 묵직한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뒤통수도 바닥에 부딪혔다. 머리는 그리 세게 부딪히지 않았지만, 문제는 왼쪽 등 상단이다. 통증이 장난이 아니었다. 사람 한 명분의 무게를 짊어진 채 바닥에 엎어졌으니 멀쩡할 리가 없다. 특히 육체적 활동이라곤 등하교 시간에 걷는 것 말고는 없는 인도어파인 내가 바닥에 넘어져도 가벼운 상처만 입고 끝 날 만큼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을 리도 없다. 하지만 그런 통증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미안해, 운하야. 흑흑.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누나…….”
“흑흑흑흑, 운하야. 미안.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해.”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실감했다. 조금이라도 누나가 상처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다. 조금 화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되돌릴 수 없는 죄를 지어버렸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5분 전으로만 돌아가길 빌겠다.

“미안해. 흑흑흑. 용서해줘. 잘못했어.”
“누나, 괜찮아. 나 화 안 났으니까.”
“흑흑, 미안해. 미안…….”

누나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늘 실수를 한다.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마찬가지겠지만,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다 못해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실수라는 것은 정말 신경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방 잊어버리를 수 있는 사소한 실수가 아니다. 평생토록 후회할 실수를 해버렸다.

나는 정말 무슨 짓을 해버린 걸까. 누나를 상처 입혀서 그 다음에 무엇을 할 생각이었지?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누나에게 말을 걸 생각이었나? 정말로 난 그런 건가? 그건 정말로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나는 도를 넘어서버렸다.

“미안해. 운하야. 다시는 안 그럴게. 용서해줘. 흑흑흑!”
“누나 난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흑흑, 미안해…….”

누나는 계속 운다. 나는 누나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부서져버릴 것 같은 섬세한 물건을 만지듯이.

“미안해. 흑흑…….”
“알았어. 용서할게.”
“정말?”
“응. 전부 다 용서할게.”

용서한다는 말을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용서한단 말인가. 오히려 내 쪽이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용서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하지만, 이대로라면 누나가 진정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누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 잘못한 건 나니까.”
“아니야. 내가 나빴어. 내 멋대로 화내고. 내 멋대로 행동하고.”
“이제 우리 화해한 거 맞지?”
“응.”

누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체만 일으킨 채로 내 위에서 내려오지는 않았다.

“누나, 이제 괜찮아?”
“응. 기분이 많이 나아졌어.”
“그럼 이제 내려오면 안 될까?”
“싫어.”

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내 양팔을 잡더니 내리눌렀다. 장난스러운 동작이기에, 굳이 반항하지 않았다. 등이 다시금 아파왔지만, 참을만해져서 내색하지는 않았다. 누나가 배시시 웃고 있다.

“왜 그래, 누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뭔데?”
“어제 그 여자 누구야?”
“…….”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냥 친구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여자 친구라고 사실대로 이야기해야 할까.

“누구야? 그 여자.”

처음에는 웃고 있어서 장난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누나는 생각보다 진지해보였다.

“응? 누구냐니까?

누나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말해주면 안 돼?”
“…….”
“제발.”
“여자 친구야.”

어쩐지 말하는 것을 망설여 버렸다.

“그래?”

누나가 웃었다. 하지만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누나, 나 이제 일어날게. 비켜줘.”

누나가 여전히 내 팔과 몸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힘을 줘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남아 있는 등의 통증과 어제 생긴 전신의 근육통 때문에 힘이 꽤 들었다. 하지만 몸을 채 일으키기도 전에 누나가 다시 나를 바닥으로 눌렀다.

“누나 왜 이래?”
“좋아해.”
“응, 나도 좋아해.”
“그게 아니야!”

누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한단 말이야! 모르겠어?”
“누나.”
“정말로 좋아한단 말이야.”

윤리, 도덕이란, 말하자면 사람에게 한정된 공통의 기준선이다. 사람들이 서로 기준선을 정해둔 뒤 그 뒤에 서 있다가 누군가 기준선을 넘었을 때, ‘처벌을 가한다’ 또는 ‘처벌을 받는다’라는 의식을 약속해 둔 것이다. 지금 누나는 기준선을 하나 넘어버렸다. 그건 누구에게도 용납 받지 못할 일이다.

“누나, 이러지 마.”
“왜 난 안 되지? 누구보다 더 좋아하는데,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는데, 누나라는 이유만으로 안 되는 거야? 말해봐!”
“누나…….”
“날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누나.”
“제발 그만해.”

말없이 누나를 안아주었다. 꼬옥 안겨오는 누나. 과연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최근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신이란 게 정말로 있을까. 신이란 존재가 정말로 있어서 그가 나에게 이런 일을 겪도록 만든 거라면, 꼭 만나서 묻고 싶다. 나에게 뭘 바라는 거냐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이란 건, 바꿔 말하면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밥을 무엇으로 먹을까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같은 인생이 달린 선택까지 다양한 선택이 존재한다. 이 모든 선택은 선택된 것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것과 같다.

나는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운하야, 좋아해. 날 버리지 마. 다른 사람 만나지 마. 나를 봐줘.”

누나가 더 안겨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누나가 나에게 이런 감정을 품어왔다는 사실이 싫지 않다. 분명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다지 좋은 눈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상관없다 누군가 우리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본다고 해도. 언제 내가 남의 시선 끌면서 산 것도 아니고. 그건 누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누나가 좋아.”

당연하다. 이 세상에 하나 남은 유일한 혈육. 그리고 그걸 제하더라도 나는 누나가 소중하다.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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