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은은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평소처럼 5시에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는데 어제까지 느꼈던 근육통이 없다. 이제 몸이 다 나은 모양이다. 대신 어깨의 통증은 남아있다. 아침이라 더 뻐근하게 느껴지지만, 이제 곧 몸이 풀리고 나면 그나마 괜찮을 것이다. 알람시계를 끄고 기지개를 켰다. 컨디션이 좋다. 잠을 제대로 잤는지 머리가 맑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다보면 잠이 덜 깨는 기분을 항상 느끼곤 하는데, 오늘은 가볍게 눈을 떴다.
“으응, 운하야.”
“깼어?”
“으응.”
누나가 졸린 눈으로 몸을 일으킨다. 평소 같으면 눈을 떴다가도 다시 자는 누나인데, 오늘은 어쩐 일일까. 그러나, 몸을 일으킨 누나가 반대로 엎드린다. 발이 있던 곳에 머리가 가있다. 아침에 잠이 덜 깬 누나는 가끔 자그만 동물 같은 기분이 든다. 쓰다듬어주고 싶다. 침대에 걸터앉아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체구만큼 작은 머리. 거의 한 손에 잡힐 듯하다. 머릿결은 부드럽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누나가 이불을 껴안고 또 한 바퀴 구른다. 벽에 가서 붙는다. 평소처럼 그냥 안 일어날 듯싶다. 방에서 나왔다.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시작했다. 어제 목욕을 해서 세수하고 머리를 감기만 하려고 했는데, 자면서 땀을 흘린 것 같아서 샤워를 하기로 했다. 사실 주된 이유는 지은이에게 더러운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여자 친구는 사람을 더욱 청결하게 만들기도 하는구나.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오늘은 조금 더운 것 같아서 찬물로 샤워를 했다. 수건으로 몸을 말리면서, 부엌으로 갔다. 오늘 아침은 무엇으로 할지 고민 중이다. 돼지고기찜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시간도 조금 오래 걸릴 것 같고, 아침부터 매운 음식을 먹으면 위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아, 불고기가 남아있던가. 그걸로 하자.
요리를 결정하고 나서는 내 방으로 가서 옷을 입었다. 팬티와 런닝셔츠만 입었다. 교복을 챙겨 입는 것은 아침식사를 하고 난 다음이다.
“누드다.”
“누나 깼어?”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누나가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자고 있는 줄 알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간 건데, 혹시 다 봤나?
“다 봤어?”
“옷 입은 것만 봤어.”
다행이다. 아무리 누나라도 알몸을 보이는 것은 부끄럽다. 누나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운하 너는 너무 말랐어.”
그렇게 말했다.
“나도 살 좀 찌고 싶어.”
“부럽다.”
누나는 부럽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 왜소한 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뱃살을 늘리고 싶진 않다. 지방만 늘어나느니 차라리 지금 상태가 낫다.
방을 나와서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그동안 누나는 일어나서 누나 방으로 들어갔다. 누나도 씻을 생각인가보다. 후라이팬으로 불고기를 볶는다. 오늘 아침식사를 끝으로 불고기는 다 떨어질 것 같다.
아침식사 준비가 끝났다. 식탁에 나와 누나 몫의 밥그릇을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누나가 방에서 젖은 머리를 하고 나왔다.
“준비 다 됐네?”
“응. 얼른 먹어.”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누나가 젓가락을 드는 것을 보고 나도 식사를 시작했다. 누나가 가장 먼저 젓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불고기다. 나는 불고기보다는 그냥 양념 없이 구워먹는 고기가 좋다. 뭐, 그래봤자, 좋아하는 것과 더 좋아하는 것의 차이다.
아, 이따가 그냥 앞다리살을 구워먹을까. 돼지고기의 앞다리살은 구워먹는 것도 맛있다. 고기에 기름기도 별로 없고 비계도 많지 않아서 나는 삼겹살보다 좋아한다. 구이용으로 잘라놓은 것을 사기를 잘했다. 구이용으로 잘라놓으면 구워도 되고 찌개에 넣어도 괜찮다. 그래서 늘 고기를 살 때 일단 구이용으로 사고는 한다.
“내일 그럼 시내로 나가는 거야?”
“응, 그러자.”
“영화 보고 싶다 했지? 요즘 보고 싶은 영화 있어?”
“응 많아.”
여러 가지 영화 제목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러브나 사랑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다들 로맨스 영화인 것 같다.
아침식사 시간 동안 토요일에 할 일을 결정했다. 누나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이 많았나보다.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확실히 누나와 외출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에는 주말에는 늘 집에서만 있었다. 들뜨는 것도 당연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양치를 하고 교복을 입었다. 그리곤 책가방을 챙겼다. 어제 깜빡하고 책가방 챙겨놓는 것을 잊었다. 딱히 해야 할 숙제라든가 가져갈 준비물이 없다. 오늘은 가방이 가벼운 날이다. 어깨에 부담이 없어서 잘됐다.
벌써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오늘 누나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꽤나 길었나보다. 평소에는 교실에 도착하면 7시인데. 뭐, 어차피 할 일이 없어서 학교에 일찍 가는 거니까 상관없다. 누나는 오늘 1234교시로 비교적 이른 시간에 수업을 마친다고 한다. 금요일에는 휴일이 코앞이다 보니 집중이 안 되고, 학교에 오래 있고 싶지도 않아서 일부러 시간표를 그렇게 짰다고 한다. 평소에는 수업을 다 마쳐도 5, 6시까지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누나이지만, 금요일에는 일찍 오는 경우가 많다.
“다녀올게.”
“응. 이제 나도 학교에 갈 준비 해야겠다.”
누나가 현관까지 나를 배웅해주었다. 현관을 나서기 전에 누나에게 모닝키스를 해주었다. 누나는 별로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쩌면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밖을 나오니 햇빛이 생각보다 강렬하다. 아침부터 이런 햇살은 조금 곤란하다.
외출게이지라는 것이 있다. 집에서 지내다 보면 이 외출게이지가 찬다. 그러다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외출게이지가 닳기 시작한다. 특히 오늘처럼 햇빛이 강렬한 날은 더 많이 닳는다. 학교 수업이 고되어도 많이 닳는다. 체육시간에 교실 밖으로 나갈 때도 많이 닳는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이유로 체육시간이 사실상 자습시간이 되어서 다행이다. 어쨌든 나는 한 번의 외출만으로도 그날 하루의 외출게이지를 거의 다 쓴다. 그래서 학교에 갔다 오면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오늘은 외출게이지가 거의 바닥까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벌써부터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다.
외출게이지가 벌써부터 절반을 닳아버린 느낌을 받으며 학교에 도착했다. 시간은 7시 20분. 교실에 들어서니 지은이가 반갑게 손을 흔든다.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
“응, 어쩌다 보니 늦었어.”
“기다렸는데.”
“미안.”
“아니야, 괜찮아.”
자리에 앉았다. 지은이도 내 옆에 앉았다. 내 짝꿍인 은미는 오늘도 늦는 모양이다.
“토요일에 누나랑 놀러 가기로 했어.”
“그래? 어디서 놀 건데?”
“그냥 시내에서 영화보고, 식사하려고.”
“재미있겠다.”
지은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우리도 가족끼리 외식하고 싶다.”하고 말한다. 그래, 그렇겠지. 나와 누나가 함께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 가족과 화기애애하게 외출을 하는 것이다. 만약 지은이가 사실을 알고 있다면, 절대로 지금처럼 말하지 못하겠지.
지금의 상황은 절대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한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지금의 이 순간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나는 계속해서 도망치고 있다.
지은이와 대화를 하는 동안 어느새 수업시간이 다가왔다. 은미가 수업시간이 다가오도록 안 와서 지금까지 지은이와 계속 대화를 나눴다. 지은이가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공부 준비를 시작했다. 여자 친구가 생겨서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부에도 적성이란 게 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식성이 다른 것과 같다. 가만히 앉아서 주구장창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한 자리에 앉아서 10분을 앉아 있는 것이 힘든 사람이 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주구장창 공부를 할 수 있다. 그것도 집중해서. 현대의 젊은이로서는 최고의 적성이다. 이 적성을 최대한 살려서 무엇이든지 가능한 지적 능력을 쌓는 것이 현재 내 최고의 목표다.
내가 게임에 취미가 없는 것이 다행이다. 한때는 나도 게임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낭비해본 적이 있다. 게임하는 것 자체를 쓸데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식히고 휴식을 취하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에 파고드는 것은 프로게이머가 장래희망이 아닌 이상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게임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면 좋겠지만, 일단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 일주일 동안 게임을 하면서 한번 시간 체크를 해보아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에 놀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게임을 하는 시간을 빼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난다.
이전에는 게임을 하는 시간 대신 공부를 한다는 기분으로 지내왔다. 그래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여자 친구가 있다. 휴식을 취하던 시간에 여자 친구와 지내고 있다. 자칫하면 공부를 소흘히 할 수도 있다. 방심하지 말고 연애와 공부를 둘 다 열심히 해야겠다.
머릿속으로 각오를 단단히 잡았다. 목표를 이뤄야하니까.
수업시간에는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지은이와 함께 했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어느새 마지막 교시도 끝났다. 오늘은 공부에 집중도 잘 돼서 꽤나 만족스럽다.
“지은아, 가자.”
“응.”
지은이와 함께 하교를 했다.
“지은아, 평소에 몇 시에 일어나?”
“글쎄. 한 6시 반쯤?”
“몇 시쯤에 출발해?”
“7시 15분 정도에 출발해.”
45분 정도 준비를 한 다음 출발하는 구나. 그런데, 여자니까 준비하는 데만 최소 30분은 걸릴 텐데 아침은 안 먹는 걸까.
“아침은 안 먹어?”
“잘 안 먹어. 아침에는 식욕이 별로 없어서. 시간도 별로 없고. 아, 가끔 6시나 그 전에 일어나게 되면 먹어.”
“그렇구나.”
나와 누나는 어릴 때부터 아침을 먹어 왔다. 그래서 아침을 먹지 않으면 어쩐지 허전하고, 무엇보다 배가 많이 고프다. 나는 그나마 식욕이 많지 않은 편이라 괜찮지만, 누나는 정말 아침을 먹지 않으면 기운이 많이 없어진다.
“그러면, 아침에 같이 등교 할래? 내가 너네 집까지 갈게.”
“정말? 근데 힘들지 않을까? 내가 가도 괜찮은데.”
“아니야. 난 보통 7시에 학교에 도착하잖아. 그리고 운동 부족이니까 좀 걸을 필요도 있고.”
“그렇게 해주면 좋지.”
지은이가 기쁜 듯이 미소를 짓는다.
“내일부터 7시 15분까지 아파트 앞까지 갈게.”
“응.”
지은이네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뭐랄까, 자연스럽게 지은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게 되었다.
“우리 집에 들렀다 갈래?”
“응.”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은이네 집에 들렀다가게 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은이네 집의 냄새가 온몸을 휘감아 온다. 어제보다 냄새가 흐릿하다. 코가 냄새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얼마 안 가서 냄새를 의식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쿠키 먹을래?”
“응. 아, 그리고 우유로.”
사실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지은이 동생이 만든 쿠키. 단 것보다 짠 것을 좋아해왔지만, 요즘 저 쿠키 덕에 단 것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은이 너희 어머니는 무슨 일 하셔?”
그러고 보면 지은이의 어머니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지은이네 가족사항을 어느 정도 파악해둬야 한다는 생각에 질문했다.
“우리 엄마는 미술학원에서 그림 가르치고 계셔.”
“그렇구나.”
지은이의 어머니는 대학교 때 미술을 전공하셨다고 한다. 집안도 꽤나 부유하고, 미술 실력도 뛰어나서 촉망받는 인재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운이 없었는지 대학을 졸업하고도 그다지 이름을 날리지 못하고 반실업자로 지내다가 지금의 지은이의 아버지를 만났다고 한다. 뭐, 대충 이러저러 해서 지은이네 가정이 탄생했다.
그래도 여전히 계속 그림을 그리셔서, 그래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미술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부모님은 대학동기였대. 20살 때부터 사귀어서 대학 졸업한 다음에 결혼하셨대. 서로 첫사랑이었다나봐.”
“멋지다. 나도 그러고 싶어.”
나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까.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대부분 사람들의 첫사랑 시기가 어릴 때이기 때문이다. 철이 없는 시기이기도 하고,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연인 사이에서는 하지 말아야할 실수도 하곤 한다. 만약 좀 더 성숙한 사람이 첫사랑과 연애를 한다면 비교적 그 사랑이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모레면 일요일이네.”
“응.”
“벌써 모레면 데이트 날이야.”
“응.”
지은이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표정을 보면, 내가 정말로 지은이와 사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에게 한없는 호의를 담고 있는 미소.
연인이 있는 것은 신기하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극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소와 다를 것이 없기도 하다. 평소와 다른 것은 별로 없는데, 연인이 있다. 평소처럼 생각하고 평소처럼 행동하다가 돌이켜보면, 그전과는 달리 연인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훨씬 좋은 방향으로 무언가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연인이 생긴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그런 실감을 지은이의 미소를 볼 때마다 느낀다. 지은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뽀뽀해도 돼?”
대답은 없었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지은이가 눈을 감았다. 나도 눈을 감았다. 오늘은 지은이 동생이 일찍 오거나 하지는 않겠지, 만약에 일찍 오면 그냥 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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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쓰고 싶어하는 장면을 미리 써놓은 다음,
그 장면에 어울리는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식으로 글을 씁니다
그래서 엔딩도 미리 틀을 잡아 놓았지요.
얼른 제가 써놓은 장면을 다 쓰고 싶네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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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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