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 못했던 지선의 여동생인 지영이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지영은 은행여직원으로 인천에서 살고 있었다. 현관문을 여니 생기가 돋보이는 지영이 정장을 한 캐리우먼의 모습으로 들어왔다. 지선은 활기찬 표정으로 들어오는 지영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니 지영이가 웬일이니? 넌, 시집도 안 가고.......?”
“시집은 무슨! 서울 본사에 들렸다가 시간이 나기에.”
“남자 사귀는 모양이다. 화장을 다하고.”
“아직 남자는 거추장스러워! 서울 출장 오느라고 찍어 발랐지.”
지선과 지영은 소파에 마주앉았다. 지선의 가슴에 안긴 송이를 보고 팔을 벌리는 지영의 눈가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지영이 지선에게서 송이를 받아 안고 뺨에 입맞춤을 했다.
“애구! 우리 송이 예쁘게 많이 컸네.”
“예쁘니?”
“그럼, 내 조카인데. 언니도 더 예뻐졌네. 형부가 잘해 주는 모양이네.”
“잘해주기는? 살기 바쁜 걸........”
지영은 언니의 고달픈 가정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으면서 물어 본 것이었다. 지선의 씁쓸한 표정을 보고 안쓰럽게 생각했다. 지영이 들고 들어온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거 오다가 송이 생각나서 산거야.”
“뭔데, 너도 힘들면서 이런 걸 사오니.”
지영이 쇼핑백을 열어 포장지를 뜯었다. 포장지 속에 들어있는 것은 예쁜 여자아기의 옷이었다. 지선이 옷을 받아들고 환한 웃음을 흘렸다.
“너무 예쁘다. 고마워.”
“고맙기는! 내가 자주 못 와봐서 미안해, 언니!”
상민의 방문이 열렸다. 지영의 시선이 방문으로 향하지만, 상민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지선은 송이의 옷에 관심을 갖는다. 거실로 나온 상민은 예기치 않은 손님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언젠가 보았던 외숙모의 동생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상민이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지영에게 고개를 꾸벅여 인사를 대신하고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상민의 뒷모습을 보던 지영이 물었다.
“언니, 저 남자 누구지?”
“시누이 아들. 너 모르니?”
“아! 결혼식장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어렸었는데 멀쑥한 남자가 됐네.”
“대학입시 공부하느라고 와 있어.”
“언니도 힘든데. 그럼, 생활비 내 놓는 거야?”
“송이아빠 사채와 은행이자를 시누이가 값아 주고 있어.”
“그래도 그렇지. 언니가 힘들잖아?”
“형부가 오라고 했어.”
지영은 언니가 시누이의 아들의 시중을 들고 있다는 말에 안타까웠다. 다시 세면장 문이 열리고 상민이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유심히 살피던 지영이 희죽 웃으며 지선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지선에게 귓속말을 했다.
“듬직하고, 잘 생겼는데! 젊은 청년과 있으면 언니도 젊어지겠는데. 호호호.......”
“얘는.......!?”
그녀들은 상민에게 들릴 것 같아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지영의 장난스러운 말에 지선은 공연히 뜨끔하였다. 여자들 사이에는 남자와 다른 직감이 있다. 지선은 혹시나 상민과의 관계를 동생이 눈치 채지나 않을까하여 공연히 두려웠다. 정색을 한 지선은 화제를 돌려 물었다.
“어머니한테는 자주 가보니?”
“응. 한 달에 두 번씩은 내려가. 엄마가 언니 걱정 많이 하더라. 하지 말라는 결혼을 해서 고생한다고.”
“누가 알았니?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언젠가 고생한 보람이 있겠지.”
“언니 성격은 너무 착해서 큰일이야.”
그녀들은 지나간 이야기들과 집안 얘기를 한 동안 나누었다. 그녀들의 이따금 목소리를 낮추어 하는 얘기는 방안에서 청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민에게도 들렷다. 그녀들은 웃기도하고 때로는 한숨을 내쉬기도 하며 오랜 시간을 소곤거렸다.
그녀들의 대화 소재는 화장품과 패션에 관한 것들로 바뀌고 있었다. 여자가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은 단순히 자기의 자태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 목적은 남자에게 어떻게 보여질까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요즘 패션에 관한 지영의 얘기를 듣는 지선은 문득 남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지 되돌아 봤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남자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잊고 살았던 지선이었다. 특히 그녀는 남편이 자신에게 무관심한 이유와 아울러 상민의 그윽한 눈빛을 떠 올렸다. 지영과 대화를 하면서도 지선은 이따금 상민의 방을 힐끔거렸다.
두서없는 대화를 하던 지영이 가야한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이 바로 간다는 말에 서운한 지선이 저녁식사를 하고 가라고 했다. 그러나 지영은 지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면서 집을 나갔다. 동생이 다녀가고 나니 지선은 쓸쓸하고 집안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지영이 돌아가고 상민이 하품을 하며 거실로 나왔다. 송이를 안고 있던 지선은 가까이 다가와 앉는 상민을 의도적으로 피해 일어났다. 남편이 돌아 올 시간이 가까워지면 지선은 더욱 예민하게 상민을 외면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그녀는 남편에게 부부애를 느끼거나 위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집을 나가고 나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상민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넘어 설 수없는 벽을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지선은 상민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상민을 피하면서도 그가 도서관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나가면 지선은 현관문을 주시하는 자신을 의식하곤 했다. 그녀가 그를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욕망이 아니라, 남편에게 느낄 수 없는 애정이었다.
상민에 대한 지선의 두려움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점점 사라졌다. 아무리 외면을 하려고 해도 상민의 그윽한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아니 도리어 공부를 하는 틈틈이 집안일을 돕거나 송이를 돌보아 주는 상민을 그녀의 시선이 뒤쫓고 있었다. 그리고 지선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상민이 장난을 걸면서 애정 표시를 하려고 하였다. 변명인지 몰라도 결국 개그맨 흉내를 내는 상민의 묘한 표정에 지선은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정색을 하려는 외숙모의 웃는 표정을 보고 싶었던 상민이었다. 여자가 가장 즐기는 것은 남자의 기만성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여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남자는 실제로 여성의 실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정욕으로 말미암아 자기기만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눈웃음이 가득한 표정에 상민은 안심이 되었다.
결국 자신의 웃음으로 어색했던 분위기를 떨쳐 버릴 수 있었지만, 지선은 알 수 없는 혼돈의 늪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 늪은 기분을 전환시키는 구심점이 되어 그녀를 하루하루 활기 넘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선은 자신도 모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상민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관심이 깊어져갔다.
사람들은 이성과 감성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밝은 낮이면 경쟁의 사회에서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둠이 내리면 감성에 예민해진다. 애정을 느끼는 남자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이 여자의 심리이다. 해가 저물고 상민이 돌아올 시간이 되어 지선은 처녀시절에 입던 핫팬티를 걸쳤다. 학원에 갔던 상민이 해가 저물고 칙칙한 어둠이 내릴 무렵에 집으로 돌아왔다. 상민을 의도적으로 피했던 그녀의 마음은 진심이 아니었다. 상민의 나이에 어울리는 어린 여자로 보이고 싶은 지선의 심정이었다.
며칠 동안 외숙모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식하는 상민은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온통 그녀에게 쏠려 있었다. 건성으로 신문을 들고 있는 상민은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선을 힐끔 쳐다봤다.
다른 날과 다르게 핫팬티를 걸치고 싱크대에서 돌아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상민은 깜찍해 보였다. 잘록한 허리에 그녀의 탐스런 엉덩이가 앙증맞고, 선정적으로 들어난 허벅지의 각선미가 상민의 시선을 끌었다. 별안간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나고 지선이 짧은 외마디를 질렀다.
“앗~!”
“왜 그래요?”
신문을 던진 상민이 벌떡 일어났다. 깨진 접시 조각이 산산조각이 나서 뒹구는 바닥에 지선이 넘어져 있었다. 울상이 된 지선은 발목을 붙잡고 엎드려 있었다. 설거지를 하던 지선이 의자에 걸려 넘어지면서 접시를 떨어트린 것이다. 상민이 다가가서 지선을 안아서 가볍게 번쩍 들었다. 지선은 발목을 다친 아픔보다 상민의 가슴에 안기는 것이 더 두려웠다.
“왜, 왜 이래........?”
“기다려요.”
명령하듯이 말한 상민은 지선을 식탁위에 걸터앉혔다. 그리고 세면장으로 들어간 상민은 세숫대야를 들고 나와서 식탁 밑에 놓고 지선의 발목을 잡고 당기며 응급처치를 한다. 응급 조치원 자격증을 획득한 상민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있는 지선은 아픔을 호소한다. 지선을 올려다 본 상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표정은 엄살을 하는 소녀처럼 앙증맞았다.
“하하~! 애들 같이 귀여워요.”
“정말, 아프단 말이야.”
무심코 지선은 뽀로통하게 입술을 내밀면서 어린소녀처럼 응석을 하는 말투를 흘렸다. 상민의 말에 그녀는 스스로가 어린 소녀가 된 기분이다. 그녀는 상민의 눈빛에서 애정이 가득한 정감을 느낀다. 상민의 응급조치를 받고나니 그녀는 통증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만족감에 미소를 흘렸다.
그녀의 표정이 귀엽다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상민이 냉장고에서 얼음과 냉수를 꺼내 세숫대야에 붓는다. 상민은 우악스럽게 지선의 발목을 잡아 세숫대야에 담근다. 미간을 찌푸린 지선이 어깨를 움츠리며 상민의 어깨를 쳤다.
“못 됐어! 너무 차가워........”
“하하하~! 이래야 아프지 않은 걸. 정말 애들 같아........미치겠네.”
“말도 안하고 넣으니까, 그렇지........! 뭐를 미쳐?”
“하는 모습이........”
샐쭉해진 지선이 곱게 눈을 흘겼다. 상민이 망설이더니 지선의 발등에 입맞춤을 한다. 입술이 닿는 짜릿함에 지선은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지선은 말없이 상민의 등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럴수록 그녀가 귀여워 보여 빙그레 미소를 띤 상민은 발목을 주무르며 얼음찜질을 해준다.
피부에 닿은 상민의 손길에서 따뜻한 촉감을 느끼는 지선은 알 수 없는 기쁨과 짜릿함에 젖었다. 한동안 얼음물속에 담근 지선의 발목을 주무르던 상민이 방으로 들어가 약품 상자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발목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상민은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떨어진 접시조각을 청소했다.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지선은 청소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가는 상민의 뒷모습을 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왠지 서운함을 느낀다. 의도적으로 경계를 하는 그녀도 자존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프지 않느냐고 다시 물어 보지 않는 상민이 공연히 얄밉기도 했다.
식탁을 마주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그들은 곁눈질로 눈치만 살폈다. 어떻게든지 분위기를 살리려는 상민이 싱겁게 웃음을 흘렸다. 나이보다 앳되어 보였던 그녀의 뽀로통했던 귀여운 표정이 떠올라서였다. 상민은 식사를 마치고 우물쭈물하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기분이 좋아진 지선은 즐겨듣던 팝송 멜로디를 떠올리며 설거지를 하는데 누군가 등 뒤로 다가오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등 뒤에는 어느 틈엔가 상민이 다가와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지선이 흠칫하는데 대뜸 성민이 대담하게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을 포갰다.
“이! 이러지 마.........?”
그녀의 목소리는 상민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양손에 고무장갑을 낀 채 눈동자를 크게 뜨고 놀라던 지선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의도적으로 상민의 접근을 피하던 그녀였다. 그녀는 사르르 눈을 감고 상민의 가슴에 안겨 못 이기는 척 입술을 받아들였다.
입술과 입술이, 그리고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열기를 느꼈다. 어쩌면 지선은 상민이 적극적이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현실에서 벗어난 남녀가 되어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현관문의 차임벨이 울렸다. 깜짝 놀란 지선은 상민을 밀어내고 차임벨이 울린 액정화면을 들여다봤다. 얼굴빛이 하얗게 된 그녀는 당황하여 상민을 바라봤다. 상민이 액정화면을 보니 술에 취한 외삼촌의 얼굴이었다. 웬일로 외삼촌이 일찍 돌아온 것인가. 슬그머니 상민이 방으로 들어가고 표정이 굳어진 지선은 액정화면에 붙은 현관문 스위치를 누르고 싱크대로 돌아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경호는 평상시나 마찬가지로 상의를 벗어 소파에 던졌다. 넥타이를 풀면서 경호는 주방에 있는 아내를 바라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핫팬티를 걸친 아내의 뒷모습은 결혼 초에나 보았던 모습이다, 경호는 대뜸 볼멘 목소리를 높여 투덜거렸다.
“뭐야? 애들처럼 그 옷 꼬락서니가........”
“저녁식사 했어요?”
돌아서서 일을 하는 지선은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식사준비를 할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핫팬티를 입었던 것이 아니다. 어차피 남편이 오기 전에 벗으려고 했던 것이 공교롭게도 남편이 일찍 들어 온 것이었다. 아내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던 경호는 세면장으로 들어가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저녁은 먹고 들어오는 거 알면서.......”
항상 조용하기는 했지만 남편만 들어오면 집안이 쥐 죽은 듯이 적막해진다고 지선은 생각한다. 침묵의 연속이었다. 남편이 잠을 자려고 방에 들어가 것을 보고 지선은 거실에서 TV를 본다. 별로 흥미 없는 연속극을 보다가 지선은 깜박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보니 TV속의 아나운서 혼자 떠들고 있고 벽시계는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다.
소파에서 일어난 지선은 노곤함을 느끼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침대에서 잠든 송이에게 모포를 덮어준다. 침대에서 등을 돌리고 자는 남편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던 그녀는 잠옷으로 갈아입으며 전등 스위치를 내린다. 남편을 위해서 엷은 잠옷을 입는 것이 아니고, 그녀는 편하게 잠들고 싶은 습관일 뿐이었다.
벽을 향해 자고 있는 남편의 뒤에 지선은 등을 돌리고 누웠다. 흐린 침대등불이 그녀는 오늘따라 서글퍼 보였다. 남편의 규칙적인 숨소리, 벽시계의 뚝딱거리는 초침소리마저도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는 밤이다. 눈을 감고 있던 지선은 흠칫 놀랬다.
“왜.......이래요?”
잠든 줄 알았던 남편이 그녀를 끌어안은 것이다. 지선은 남편이 자신을 여자로 대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도 모른다. 상민의 가슴에 안겼던 탓인지. 아니면 죄책감에서인지, 그녀는 남편의 손길에 이질감과 함께 역겹게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지선은 남편의 손을 거부했다.
“주무세요.......”
오래간만에 아내를 안아보려던 경호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도 남자였지만 콤플렉스가 있었다. 아내와 결혼 전에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해본 경험이 몇 번 있지만 여자를 애무하는 순간 발기했던 페니스가 움츠러든다. 그렇기에 페니스가 발기되면 시간 끌지 말고 페니스를 삽입하여 관계를 끝내야 했다. 자신의 손길을 밀친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경호는 발끈해서 일어나 앉았다.
“왜!? 이제 남편이 남자 같지가 않아. 그러면서 탈선한 애들처럼 핫팬티를 걸친 이유는 뭐야?”
“이유 없어요. 그냥 피곤해서 그러니 주무세요.”
“남편을 거부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싫어.”
“미안해요. 그냥 주무세요.”
“집안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낮에는 치장하고 다른 남자 만나러 돌아다니는 거 아냐?”
“무슨 말 하세요?”
“그렇다면 흥분이 안 되서 그래? 다른 남자처럼 애무해주기를 바라는 거지.”
경호는 옆으로 누운 아내를 우격다짐으로 반듯이 눕혀 깔고 앉는다. 양쪽 손목을 잡고 내려다보는 남편과 시선이 마주친 지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의외로 거친 남편의 행동에 지선은 모멸감을 느꼈다. 시간이 갈수록 말은 거칠어져도 평소에 하지 않던 남편의 난폭함이었다.
“왜 이래요?”
“왜 이러냐고? 부부 잠자리를 하는데, 왜 이러냐는 건 뭐야?”
“이렇게는 싫어요.”
“싫기는! 너는 내 여자고, 내 아내라는 걸 잊었어.”
경호는 아내 지선의 잠옷을 거칠게 벗겨냈다. 브래지어가 벗겨나가고 팬티차림이 된 지선은 황당하기도 하고 어의가 없었다. 아내로서의 의무를 하라는 말인가. 한 밤중에 더 이상 남편과 다투기 싫은 그녀는 나무기둥처럼 꼿꼿하게 누어서 눈을 감았다. 젖가슴을 움켜쥐는 남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흥분이 되기는커녕 그녀는 통증을 느꼈다. 그녀의 찌푸린 표정을 내려다보고 경호는 희죽 웃었다.
“이렇게 해주는 게 좋은 거지?”
“..........”
굳이 아내의 대답을 듣고 싶은 경호는 아니었다. 이미 흥분한 욕구를 만족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존심을 느낀 그는 아내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어쩌면 그는 남편에게 복종하는 아내가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우악스럽게 쥔 젖가슴에 돋아난 젖꼭지를 입속으로 강하게 빨아 당긴다. 그리고 이빨로 잘근거리며 젖꼭지를 깨물었다. 경호는 통증으로 입술을 깨무는 아내의 표정이 흥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거칠게 젖꼭지를 농락하며 경호는 아내의 팬티를 벗겨냈다. 음모가 돋아난 둔덕을 문지르며 항문까지 더듬는다. 그리고 스스로 도취된 그는 둔덕에 돋아난 음모를 쓸어 올려 잡아당긴다. 통증으로 지선이 입술을 깨물자, 경호는 만족스런 미소를 흘렸다. 지선의 허벅지를 벌리고 보지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예고도 없이 몸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는 저돌적인 행동에 지선은 놀라서 둔부를 파르르 떨었다.
아무리 거친 행위이지만 통증과 함께 지선은 강렬한 성감을 느꼈다. 아내의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느낀 경호는 남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어쩌면 아내를 정복했다는 쾌감이기도 했다. 경호는 두 손가락을 아내의 음부 속으로 쑤셔 넣고 빠르게 움직였다. 지선은 몸속의 돌기를 일으킨 피부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치욕감과 함께 치열한 쾌감이기도 했다.
“하 앗~! 다, 당신 너무해........”
“뭐, 좋으면서........”
아내의 표정을 살피던 경호는 하복부의 페니스를 붙들고 습기로 젖은 살갗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질감을 느낀 지선은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를 조였다. 아내의 몸을 정복하려던 경호는 원망스러웠다. 그의 성적인 콤플렉스로 인해 발기했던 페니스가 왜소하기도 하지만 이미 축 늘어져 있었다. 경호는 시들해가는 페니스를 잡고 안간힘을 쓴다. 진땀을 흘리던 경호는 아내의 몸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며 중얼거린다.
“에이 씨! 당신이 분위기를 안 맞추니 그렇잖아.........”
“............”
경호는 공연히 아내 탓을 했다. 등을 돌리고 돌아누운 지선은 왠지 눈물이 흘렀다. 마치 역겨운 술 냄새를 풍기는 남편에게 추행당한 심정이었다. 한편으로 거칠지만 애무를 당하여 흥분할 수밖에 없는 그녀였다. 몸속에서는 욕구를 채우지 못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성욕의 불씨를 피워놓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남편이 잠들고 지선은 전쟁을 치른 사람처럼 길게 한 숨을 내쉰다.
왠지 서럽고 고독해지는 지선은 활활 타오르는 성욕의 불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욕구로 그녀는 뒤척였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상민의 포근한 가슴이었다. 시간은 자꾸만 새벽으로 향하고 벽시계의 시침소리를 따라 지선의 심장은 멈추지 않고 고동쳤다.
부스스 일어난 그녀는 침대등불을 반사하는 거울 앞에 섰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고 방을 나온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냉수를 들이키며 열기를 식힌다. 어둠 속을 바라보던 지선은 흠칫하였다. 어두운 거실 한쪽의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흐릿한 불빛에 들어난 사람은 상민이었다.
그림자처럼 서 있는 상민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쳤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상민의 눈빛을 보는 지선은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상민의 내민 손바닥에 손을 올리고 한발자국 옮긴다. 상민이 그녀의 손을 천천히 잡아당겨 방안으로 이끌었다. 상민을 의도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던 지선의 벽은 하물어지고 있었다. 지선은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았고 상민이 안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그윽한 눈빛으로 상민은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 자존심을 느낀 지선은 벽으로 등을 돌리고 누웠다. 아니 그녀 자신이 피했으면서도 며칠 동안 그녀를 방치한 상민에게 도도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자는 세상을 정복하고 싶지만 여자는 세상을 정복하는 남자의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침대위로 올라온 상민이 벽을 보고 누운 그녀의 어깨를 당겨 반듯이 눕혔다.
“외삼촌 목소리가 들리던데. 싸웠어요?”
“몰라! 묻지 마........”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왔어.”
“묻지 말라고........”
지선은 샐쭉하게 토라진 표정을 한다. 그들의 말투는 점점 가족관계를 떠나 연인으로 변하고 있다. 성욕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지선은 남편의 난폭한 행위를 말할 수는 없었다. 상민은 창문으로 스며드는 불빛에 들어나는 외숙모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잠옷 속으로 들어나는 은어 같은 살갗과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아담하고도 농익은 젖가슴, 탐스러운 둔부와 잘록한 허리의 곡선미가 조각 같았다.
상민은 외숙모의 몸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걸친 옷을 벗었다. 실눈을 뜨고 올려다보는 지선은 달빛에 들어나는 남자의 균형 잡힌 나신과 근육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상민은 음미하듯이 그녀의 잠옷과 팬티를 벗겨냈다. 입술을 가볍게 포개는 상민의 손이 그녀의 나신을 더듬는다. 피부를 스치는 남자의 손길에 성욕의 불꽃이 식어지지 않는 지선은 가늘게 떨었다.
입술을 받아드린 지선은 상민의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치는 소리에 이어 벌어진 지선의 입술사이로 상민의 혀가 들어간다. 뜨거운 열기를 느끼는 지선은 입속으로 들어온 상민의 혀를 입술로 물고 진절머리를 친다.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민감한 돌기들을 일으켜 세운다.
욕망의 갈증을 느끼는 그들은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셨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그리고 서로를 끌어안고 강렬하게 타액을 들이 마시는 소리가 멜로디처럼 들린다. 지선의 혀를 빨아 당기던 상민의 혀가 그녀의 귓바퀴에 열기를 뿜어냈다. 혀끝이 지선의 목덜미에서 그리고 젖가슴으로 내려가며 타액을 적셨다. 젖가슴이 상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지선의 몸속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아~! 사, 상민........”
“정말 사랑스러워........”
젖꼭지가 상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 혀끝에서 농락을 당하고 지선은 신경세포들이 녹아내리는 황홀함에 젖었다. 상민의 손끝이 음부를 더듬고 지선은 둔부를 들썩거렸다. 남편의 거친 행위로 촉촉했던 지선의 음부가 흥건하게 적어 있었다. 샘물을 적신 상민의 손가락이 부드럽고 촉촉한 살갗을 어루만지며 헤집고 들어갔다. 지선의 허리가 꿈틀거렸다.
“으 으.......! 난 몰라........”
“사랑하는 내 여자야........”
지선은 머릿속에 남았던 남편의 내 여자라는 거친 목소리가 지워지는 것 같았다. 허벅지 사이로 들어간 상민의 손가락이 숨겨진 살갗들을 마찰 했다. 지선은 온 몸이 마비되는 쾌감에 젖었다. 더 깊은 자극을 원하는 지선은 둔부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상민이 손가락을 빼내고 젖꼭지의 돌기를 돌돌 말아서 마찰한다. 상민의 머리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묻혔다. 뜨거운 불덩이가 몸속의 살갗을 헤집는 처절한 쾌감에 지선은 몸부림 쳤다.
“하 앗! 그, 그만..........못 참겠어.”
“모두 다 아름답고........달콤해........”
상민의 혀가 여자의 비역 안에 숨겨진 살갗들을 밀고 당겼다. 참을 수 없는 쾌감에 지선은 상민의 머리를 붙들고 허우적거렸다. 그녀는 이미 남편으로 인해 성욕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또 다시 상민의 애무로 불길 속에 휘말려 허덕이고 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몸속에 남성을 삽입하여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태워 주었으면 하는 욕구뿐이었다. 남편의 아내도 외숙모라는 것도 망각한 지선은 오직 상민이라는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의 여자일 뿐이었다.
“사랑해 줘........”
“사, 사랑 해.......”
흥분을 참지 못한 상민은 헐떡이는 숨을 토하며 더듬거리는 말을 흘렸다. 지선의 음부를 타액으로 적신 상민은 벌어진 허벅지 사이의 꿈틀거리는 살갗을 내려다 봤다. 그의 하복부에 용솟음치는 페니스는 돌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페니스를 움켜쥐고 이슬을 머금은 꽃잎처럼 벌어진 살갗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 윽~! 어떡해........”
“허 억!”
손톱으로 등을 후벼 파듯이 매달리는 지선의 신음 소리와 거친 숨을 들이마시는 상민의 신음이 동시에 흘러 나왔다. 그들은 서로의 나신을 부둥켜안고 잠시 석고상처럼 경직되었다. 멈출 것 같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지선은 상민의 허벅지를 다리로 감고 허리를 비틀었다.
상민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만 같았다. 첫 번의 관계에서도 느꼈지만 페니스를 감싸고 있는 질 내의 근육이 옥죄이는 감각에 몸서리쳤다.------
“아니 지영이가 웬일이니? 넌, 시집도 안 가고.......?”
“시집은 무슨! 서울 본사에 들렸다가 시간이 나기에.”
“남자 사귀는 모양이다. 화장을 다하고.”
“아직 남자는 거추장스러워! 서울 출장 오느라고 찍어 발랐지.”
지선과 지영은 소파에 마주앉았다. 지선의 가슴에 안긴 송이를 보고 팔을 벌리는 지영의 눈가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지영이 지선에게서 송이를 받아 안고 뺨에 입맞춤을 했다.
“애구! 우리 송이 예쁘게 많이 컸네.”
“예쁘니?”
“그럼, 내 조카인데. 언니도 더 예뻐졌네. 형부가 잘해 주는 모양이네.”
“잘해주기는? 살기 바쁜 걸........”
지영은 언니의 고달픈 가정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으면서 물어 본 것이었다. 지선의 씁쓸한 표정을 보고 안쓰럽게 생각했다. 지영이 들고 들어온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거 오다가 송이 생각나서 산거야.”
“뭔데, 너도 힘들면서 이런 걸 사오니.”
지영이 쇼핑백을 열어 포장지를 뜯었다. 포장지 속에 들어있는 것은 예쁜 여자아기의 옷이었다. 지선이 옷을 받아들고 환한 웃음을 흘렸다.
“너무 예쁘다. 고마워.”
“고맙기는! 내가 자주 못 와봐서 미안해, 언니!”
상민의 방문이 열렸다. 지영의 시선이 방문으로 향하지만, 상민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지선은 송이의 옷에 관심을 갖는다. 거실로 나온 상민은 예기치 않은 손님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언젠가 보았던 외숙모의 동생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상민이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지영에게 고개를 꾸벅여 인사를 대신하고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상민의 뒷모습을 보던 지영이 물었다.
“언니, 저 남자 누구지?”
“시누이 아들. 너 모르니?”
“아! 결혼식장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어렸었는데 멀쑥한 남자가 됐네.”
“대학입시 공부하느라고 와 있어.”
“언니도 힘든데. 그럼, 생활비 내 놓는 거야?”
“송이아빠 사채와 은행이자를 시누이가 값아 주고 있어.”
“그래도 그렇지. 언니가 힘들잖아?”
“형부가 오라고 했어.”
지영은 언니가 시누이의 아들의 시중을 들고 있다는 말에 안타까웠다. 다시 세면장 문이 열리고 상민이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유심히 살피던 지영이 희죽 웃으며 지선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지선에게 귓속말을 했다.
“듬직하고, 잘 생겼는데! 젊은 청년과 있으면 언니도 젊어지겠는데. 호호호.......”
“얘는.......!?”
그녀들은 상민에게 들릴 것 같아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지영의 장난스러운 말에 지선은 공연히 뜨끔하였다. 여자들 사이에는 남자와 다른 직감이 있다. 지선은 혹시나 상민과의 관계를 동생이 눈치 채지나 않을까하여 공연히 두려웠다. 정색을 한 지선은 화제를 돌려 물었다.
“어머니한테는 자주 가보니?”
“응. 한 달에 두 번씩은 내려가. 엄마가 언니 걱정 많이 하더라. 하지 말라는 결혼을 해서 고생한다고.”
“누가 알았니?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언젠가 고생한 보람이 있겠지.”
“언니 성격은 너무 착해서 큰일이야.”
그녀들은 지나간 이야기들과 집안 얘기를 한 동안 나누었다. 그녀들의 이따금 목소리를 낮추어 하는 얘기는 방안에서 청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민에게도 들렷다. 그녀들은 웃기도하고 때로는 한숨을 내쉬기도 하며 오랜 시간을 소곤거렸다.
그녀들의 대화 소재는 화장품과 패션에 관한 것들로 바뀌고 있었다. 여자가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은 단순히 자기의 자태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 목적은 남자에게 어떻게 보여질까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요즘 패션에 관한 지영의 얘기를 듣는 지선은 문득 남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지 되돌아 봤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남자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잊고 살았던 지선이었다. 특히 그녀는 남편이 자신에게 무관심한 이유와 아울러 상민의 그윽한 눈빛을 떠 올렸다. 지영과 대화를 하면서도 지선은 이따금 상민의 방을 힐끔거렸다.
두서없는 대화를 하던 지영이 가야한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이 바로 간다는 말에 서운한 지선이 저녁식사를 하고 가라고 했다. 그러나 지영은 지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면서 집을 나갔다. 동생이 다녀가고 나니 지선은 쓸쓸하고 집안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지영이 돌아가고 상민이 하품을 하며 거실로 나왔다. 송이를 안고 있던 지선은 가까이 다가와 앉는 상민을 의도적으로 피해 일어났다. 남편이 돌아 올 시간이 가까워지면 지선은 더욱 예민하게 상민을 외면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그녀는 남편에게 부부애를 느끼거나 위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집을 나가고 나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상민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넘어 설 수없는 벽을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지선은 상민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상민을 피하면서도 그가 도서관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나가면 지선은 현관문을 주시하는 자신을 의식하곤 했다. 그녀가 그를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욕망이 아니라, 남편에게 느낄 수 없는 애정이었다.
상민에 대한 지선의 두려움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점점 사라졌다. 아무리 외면을 하려고 해도 상민의 그윽한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아니 도리어 공부를 하는 틈틈이 집안일을 돕거나 송이를 돌보아 주는 상민을 그녀의 시선이 뒤쫓고 있었다. 그리고 지선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상민이 장난을 걸면서 애정 표시를 하려고 하였다. 변명인지 몰라도 결국 개그맨 흉내를 내는 상민의 묘한 표정에 지선은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정색을 하려는 외숙모의 웃는 표정을 보고 싶었던 상민이었다. 여자가 가장 즐기는 것은 남자의 기만성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여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남자는 실제로 여성의 실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정욕으로 말미암아 자기기만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눈웃음이 가득한 표정에 상민은 안심이 되었다.
결국 자신의 웃음으로 어색했던 분위기를 떨쳐 버릴 수 있었지만, 지선은 알 수 없는 혼돈의 늪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 늪은 기분을 전환시키는 구심점이 되어 그녀를 하루하루 활기 넘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선은 자신도 모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상민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관심이 깊어져갔다.
사람들은 이성과 감성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밝은 낮이면 경쟁의 사회에서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둠이 내리면 감성에 예민해진다. 애정을 느끼는 남자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이 여자의 심리이다. 해가 저물고 상민이 돌아올 시간이 되어 지선은 처녀시절에 입던 핫팬티를 걸쳤다. 학원에 갔던 상민이 해가 저물고 칙칙한 어둠이 내릴 무렵에 집으로 돌아왔다. 상민을 의도적으로 피했던 그녀의 마음은 진심이 아니었다. 상민의 나이에 어울리는 어린 여자로 보이고 싶은 지선의 심정이었다.
며칠 동안 외숙모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식하는 상민은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온통 그녀에게 쏠려 있었다. 건성으로 신문을 들고 있는 상민은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선을 힐끔 쳐다봤다.
다른 날과 다르게 핫팬티를 걸치고 싱크대에서 돌아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상민은 깜찍해 보였다. 잘록한 허리에 그녀의 탐스런 엉덩이가 앙증맞고, 선정적으로 들어난 허벅지의 각선미가 상민의 시선을 끌었다. 별안간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나고 지선이 짧은 외마디를 질렀다.
“앗~!”
“왜 그래요?”
신문을 던진 상민이 벌떡 일어났다. 깨진 접시 조각이 산산조각이 나서 뒹구는 바닥에 지선이 넘어져 있었다. 울상이 된 지선은 발목을 붙잡고 엎드려 있었다. 설거지를 하던 지선이 의자에 걸려 넘어지면서 접시를 떨어트린 것이다. 상민이 다가가서 지선을 안아서 가볍게 번쩍 들었다. 지선은 발목을 다친 아픔보다 상민의 가슴에 안기는 것이 더 두려웠다.
“왜, 왜 이래........?”
“기다려요.”
명령하듯이 말한 상민은 지선을 식탁위에 걸터앉혔다. 그리고 세면장으로 들어간 상민은 세숫대야를 들고 나와서 식탁 밑에 놓고 지선의 발목을 잡고 당기며 응급처치를 한다. 응급 조치원 자격증을 획득한 상민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있는 지선은 아픔을 호소한다. 지선을 올려다 본 상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표정은 엄살을 하는 소녀처럼 앙증맞았다.
“하하~! 애들 같이 귀여워요.”
“정말, 아프단 말이야.”
무심코 지선은 뽀로통하게 입술을 내밀면서 어린소녀처럼 응석을 하는 말투를 흘렸다. 상민의 말에 그녀는 스스로가 어린 소녀가 된 기분이다. 그녀는 상민의 눈빛에서 애정이 가득한 정감을 느낀다. 상민의 응급조치를 받고나니 그녀는 통증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만족감에 미소를 흘렸다.
그녀의 표정이 귀엽다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상민이 냉장고에서 얼음과 냉수를 꺼내 세숫대야에 붓는다. 상민은 우악스럽게 지선의 발목을 잡아 세숫대야에 담근다. 미간을 찌푸린 지선이 어깨를 움츠리며 상민의 어깨를 쳤다.
“못 됐어! 너무 차가워........”
“하하하~! 이래야 아프지 않은 걸. 정말 애들 같아........미치겠네.”
“말도 안하고 넣으니까, 그렇지........! 뭐를 미쳐?”
“하는 모습이........”
샐쭉해진 지선이 곱게 눈을 흘겼다. 상민이 망설이더니 지선의 발등에 입맞춤을 한다. 입술이 닿는 짜릿함에 지선은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지선은 말없이 상민의 등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럴수록 그녀가 귀여워 보여 빙그레 미소를 띤 상민은 발목을 주무르며 얼음찜질을 해준다.
피부에 닿은 상민의 손길에서 따뜻한 촉감을 느끼는 지선은 알 수 없는 기쁨과 짜릿함에 젖었다. 한동안 얼음물속에 담근 지선의 발목을 주무르던 상민이 방으로 들어가 약품 상자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발목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상민은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떨어진 접시조각을 청소했다.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지선은 청소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가는 상민의 뒷모습을 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왠지 서운함을 느낀다. 의도적으로 경계를 하는 그녀도 자존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프지 않느냐고 다시 물어 보지 않는 상민이 공연히 얄밉기도 했다.
식탁을 마주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그들은 곁눈질로 눈치만 살폈다. 어떻게든지 분위기를 살리려는 상민이 싱겁게 웃음을 흘렸다. 나이보다 앳되어 보였던 그녀의 뽀로통했던 귀여운 표정이 떠올라서였다. 상민은 식사를 마치고 우물쭈물하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기분이 좋아진 지선은 즐겨듣던 팝송 멜로디를 떠올리며 설거지를 하는데 누군가 등 뒤로 다가오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등 뒤에는 어느 틈엔가 상민이 다가와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지선이 흠칫하는데 대뜸 성민이 대담하게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을 포갰다.
“이! 이러지 마.........?”
그녀의 목소리는 상민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양손에 고무장갑을 낀 채 눈동자를 크게 뜨고 놀라던 지선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의도적으로 상민의 접근을 피하던 그녀였다. 그녀는 사르르 눈을 감고 상민의 가슴에 안겨 못 이기는 척 입술을 받아들였다.
입술과 입술이, 그리고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열기를 느꼈다. 어쩌면 지선은 상민이 적극적이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현실에서 벗어난 남녀가 되어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현관문의 차임벨이 울렸다. 깜짝 놀란 지선은 상민을 밀어내고 차임벨이 울린 액정화면을 들여다봤다. 얼굴빛이 하얗게 된 그녀는 당황하여 상민을 바라봤다. 상민이 액정화면을 보니 술에 취한 외삼촌의 얼굴이었다. 웬일로 외삼촌이 일찍 돌아온 것인가. 슬그머니 상민이 방으로 들어가고 표정이 굳어진 지선은 액정화면에 붙은 현관문 스위치를 누르고 싱크대로 돌아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경호는 평상시나 마찬가지로 상의를 벗어 소파에 던졌다. 넥타이를 풀면서 경호는 주방에 있는 아내를 바라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핫팬티를 걸친 아내의 뒷모습은 결혼 초에나 보았던 모습이다, 경호는 대뜸 볼멘 목소리를 높여 투덜거렸다.
“뭐야? 애들처럼 그 옷 꼬락서니가........”
“저녁식사 했어요?”
돌아서서 일을 하는 지선은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식사준비를 할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핫팬티를 입었던 것이 아니다. 어차피 남편이 오기 전에 벗으려고 했던 것이 공교롭게도 남편이 일찍 들어 온 것이었다. 아내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던 경호는 세면장으로 들어가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저녁은 먹고 들어오는 거 알면서.......”
항상 조용하기는 했지만 남편만 들어오면 집안이 쥐 죽은 듯이 적막해진다고 지선은 생각한다. 침묵의 연속이었다. 남편이 잠을 자려고 방에 들어가 것을 보고 지선은 거실에서 TV를 본다. 별로 흥미 없는 연속극을 보다가 지선은 깜박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보니 TV속의 아나운서 혼자 떠들고 있고 벽시계는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다.
소파에서 일어난 지선은 노곤함을 느끼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침대에서 잠든 송이에게 모포를 덮어준다. 침대에서 등을 돌리고 자는 남편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던 그녀는 잠옷으로 갈아입으며 전등 스위치를 내린다. 남편을 위해서 엷은 잠옷을 입는 것이 아니고, 그녀는 편하게 잠들고 싶은 습관일 뿐이었다.
벽을 향해 자고 있는 남편의 뒤에 지선은 등을 돌리고 누웠다. 흐린 침대등불이 그녀는 오늘따라 서글퍼 보였다. 남편의 규칙적인 숨소리, 벽시계의 뚝딱거리는 초침소리마저도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는 밤이다. 눈을 감고 있던 지선은 흠칫 놀랬다.
“왜.......이래요?”
잠든 줄 알았던 남편이 그녀를 끌어안은 것이다. 지선은 남편이 자신을 여자로 대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도 모른다. 상민의 가슴에 안겼던 탓인지. 아니면 죄책감에서인지, 그녀는 남편의 손길에 이질감과 함께 역겹게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지선은 남편의 손을 거부했다.
“주무세요.......”
오래간만에 아내를 안아보려던 경호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도 남자였지만 콤플렉스가 있었다. 아내와 결혼 전에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해본 경험이 몇 번 있지만 여자를 애무하는 순간 발기했던 페니스가 움츠러든다. 그렇기에 페니스가 발기되면 시간 끌지 말고 페니스를 삽입하여 관계를 끝내야 했다. 자신의 손길을 밀친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경호는 발끈해서 일어나 앉았다.
“왜!? 이제 남편이 남자 같지가 않아. 그러면서 탈선한 애들처럼 핫팬티를 걸친 이유는 뭐야?”
“이유 없어요. 그냥 피곤해서 그러니 주무세요.”
“남편을 거부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싫어.”
“미안해요. 그냥 주무세요.”
“집안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낮에는 치장하고 다른 남자 만나러 돌아다니는 거 아냐?”
“무슨 말 하세요?”
“그렇다면 흥분이 안 되서 그래? 다른 남자처럼 애무해주기를 바라는 거지.”
경호는 옆으로 누운 아내를 우격다짐으로 반듯이 눕혀 깔고 앉는다. 양쪽 손목을 잡고 내려다보는 남편과 시선이 마주친 지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의외로 거친 남편의 행동에 지선은 모멸감을 느꼈다. 시간이 갈수록 말은 거칠어져도 평소에 하지 않던 남편의 난폭함이었다.
“왜 이래요?”
“왜 이러냐고? 부부 잠자리를 하는데, 왜 이러냐는 건 뭐야?”
“이렇게는 싫어요.”
“싫기는! 너는 내 여자고, 내 아내라는 걸 잊었어.”
경호는 아내 지선의 잠옷을 거칠게 벗겨냈다. 브래지어가 벗겨나가고 팬티차림이 된 지선은 황당하기도 하고 어의가 없었다. 아내로서의 의무를 하라는 말인가. 한 밤중에 더 이상 남편과 다투기 싫은 그녀는 나무기둥처럼 꼿꼿하게 누어서 눈을 감았다. 젖가슴을 움켜쥐는 남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흥분이 되기는커녕 그녀는 통증을 느꼈다. 그녀의 찌푸린 표정을 내려다보고 경호는 희죽 웃었다.
“이렇게 해주는 게 좋은 거지?”
“..........”
굳이 아내의 대답을 듣고 싶은 경호는 아니었다. 이미 흥분한 욕구를 만족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존심을 느낀 그는 아내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어쩌면 그는 남편에게 복종하는 아내가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우악스럽게 쥔 젖가슴에 돋아난 젖꼭지를 입속으로 강하게 빨아 당긴다. 그리고 이빨로 잘근거리며 젖꼭지를 깨물었다. 경호는 통증으로 입술을 깨무는 아내의 표정이 흥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거칠게 젖꼭지를 농락하며 경호는 아내의 팬티를 벗겨냈다. 음모가 돋아난 둔덕을 문지르며 항문까지 더듬는다. 그리고 스스로 도취된 그는 둔덕에 돋아난 음모를 쓸어 올려 잡아당긴다. 통증으로 지선이 입술을 깨물자, 경호는 만족스런 미소를 흘렸다. 지선의 허벅지를 벌리고 보지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예고도 없이 몸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는 저돌적인 행동에 지선은 놀라서 둔부를 파르르 떨었다.
아무리 거친 행위이지만 통증과 함께 지선은 강렬한 성감을 느꼈다. 아내의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느낀 경호는 남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어쩌면 아내를 정복했다는 쾌감이기도 했다. 경호는 두 손가락을 아내의 음부 속으로 쑤셔 넣고 빠르게 움직였다. 지선은 몸속의 돌기를 일으킨 피부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치욕감과 함께 치열한 쾌감이기도 했다.
“하 앗~! 다, 당신 너무해........”
“뭐, 좋으면서........”
아내의 표정을 살피던 경호는 하복부의 페니스를 붙들고 습기로 젖은 살갗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질감을 느낀 지선은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를 조였다. 아내의 몸을 정복하려던 경호는 원망스러웠다. 그의 성적인 콤플렉스로 인해 발기했던 페니스가 왜소하기도 하지만 이미 축 늘어져 있었다. 경호는 시들해가는 페니스를 잡고 안간힘을 쓴다. 진땀을 흘리던 경호는 아내의 몸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며 중얼거린다.
“에이 씨! 당신이 분위기를 안 맞추니 그렇잖아.........”
“............”
경호는 공연히 아내 탓을 했다. 등을 돌리고 돌아누운 지선은 왠지 눈물이 흘렀다. 마치 역겨운 술 냄새를 풍기는 남편에게 추행당한 심정이었다. 한편으로 거칠지만 애무를 당하여 흥분할 수밖에 없는 그녀였다. 몸속에서는 욕구를 채우지 못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성욕의 불씨를 피워놓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남편이 잠들고 지선은 전쟁을 치른 사람처럼 길게 한 숨을 내쉰다.
왠지 서럽고 고독해지는 지선은 활활 타오르는 성욕의 불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욕구로 그녀는 뒤척였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상민의 포근한 가슴이었다. 시간은 자꾸만 새벽으로 향하고 벽시계의 시침소리를 따라 지선의 심장은 멈추지 않고 고동쳤다.
부스스 일어난 그녀는 침대등불을 반사하는 거울 앞에 섰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고 방을 나온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냉수를 들이키며 열기를 식힌다. 어둠 속을 바라보던 지선은 흠칫하였다. 어두운 거실 한쪽의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흐릿한 불빛에 들어난 사람은 상민이었다.
그림자처럼 서 있는 상민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쳤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상민의 눈빛을 보는 지선은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상민의 내민 손바닥에 손을 올리고 한발자국 옮긴다. 상민이 그녀의 손을 천천히 잡아당겨 방안으로 이끌었다. 상민을 의도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던 지선의 벽은 하물어지고 있었다. 지선은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았고 상민이 안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그윽한 눈빛으로 상민은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 자존심을 느낀 지선은 벽으로 등을 돌리고 누웠다. 아니 그녀 자신이 피했으면서도 며칠 동안 그녀를 방치한 상민에게 도도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자는 세상을 정복하고 싶지만 여자는 세상을 정복하는 남자의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침대위로 올라온 상민이 벽을 보고 누운 그녀의 어깨를 당겨 반듯이 눕혔다.
“외삼촌 목소리가 들리던데. 싸웠어요?”
“몰라! 묻지 마........”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왔어.”
“묻지 말라고........”
지선은 샐쭉하게 토라진 표정을 한다. 그들의 말투는 점점 가족관계를 떠나 연인으로 변하고 있다. 성욕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지선은 남편의 난폭한 행위를 말할 수는 없었다. 상민은 창문으로 스며드는 불빛에 들어나는 외숙모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잠옷 속으로 들어나는 은어 같은 살갗과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아담하고도 농익은 젖가슴, 탐스러운 둔부와 잘록한 허리의 곡선미가 조각 같았다.
상민은 외숙모의 몸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걸친 옷을 벗었다. 실눈을 뜨고 올려다보는 지선은 달빛에 들어나는 남자의 균형 잡힌 나신과 근육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상민은 음미하듯이 그녀의 잠옷과 팬티를 벗겨냈다. 입술을 가볍게 포개는 상민의 손이 그녀의 나신을 더듬는다. 피부를 스치는 남자의 손길에 성욕의 불꽃이 식어지지 않는 지선은 가늘게 떨었다.
입술을 받아드린 지선은 상민의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치는 소리에 이어 벌어진 지선의 입술사이로 상민의 혀가 들어간다. 뜨거운 열기를 느끼는 지선은 입속으로 들어온 상민의 혀를 입술로 물고 진절머리를 친다.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민감한 돌기들을 일으켜 세운다.
욕망의 갈증을 느끼는 그들은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셨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그리고 서로를 끌어안고 강렬하게 타액을 들이 마시는 소리가 멜로디처럼 들린다. 지선의 혀를 빨아 당기던 상민의 혀가 그녀의 귓바퀴에 열기를 뿜어냈다. 혀끝이 지선의 목덜미에서 그리고 젖가슴으로 내려가며 타액을 적셨다. 젖가슴이 상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지선의 몸속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아~! 사, 상민........”
“정말 사랑스러워........”
젖꼭지가 상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 혀끝에서 농락을 당하고 지선은 신경세포들이 녹아내리는 황홀함에 젖었다. 상민의 손끝이 음부를 더듬고 지선은 둔부를 들썩거렸다. 남편의 거친 행위로 촉촉했던 지선의 음부가 흥건하게 적어 있었다. 샘물을 적신 상민의 손가락이 부드럽고 촉촉한 살갗을 어루만지며 헤집고 들어갔다. 지선의 허리가 꿈틀거렸다.
“으 으.......! 난 몰라........”
“사랑하는 내 여자야........”
지선은 머릿속에 남았던 남편의 내 여자라는 거친 목소리가 지워지는 것 같았다. 허벅지 사이로 들어간 상민의 손가락이 숨겨진 살갗들을 마찰 했다. 지선은 온 몸이 마비되는 쾌감에 젖었다. 더 깊은 자극을 원하는 지선은 둔부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상민이 손가락을 빼내고 젖꼭지의 돌기를 돌돌 말아서 마찰한다. 상민의 머리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묻혔다. 뜨거운 불덩이가 몸속의 살갗을 헤집는 처절한 쾌감에 지선은 몸부림 쳤다.
“하 앗! 그, 그만..........못 참겠어.”
“모두 다 아름답고........달콤해........”
상민의 혀가 여자의 비역 안에 숨겨진 살갗들을 밀고 당겼다. 참을 수 없는 쾌감에 지선은 상민의 머리를 붙들고 허우적거렸다. 그녀는 이미 남편으로 인해 성욕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또 다시 상민의 애무로 불길 속에 휘말려 허덕이고 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몸속에 남성을 삽입하여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태워 주었으면 하는 욕구뿐이었다. 남편의 아내도 외숙모라는 것도 망각한 지선은 오직 상민이라는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의 여자일 뿐이었다.
“사랑해 줘........”
“사, 사랑 해.......”
흥분을 참지 못한 상민은 헐떡이는 숨을 토하며 더듬거리는 말을 흘렸다. 지선의 음부를 타액으로 적신 상민은 벌어진 허벅지 사이의 꿈틀거리는 살갗을 내려다 봤다. 그의 하복부에 용솟음치는 페니스는 돌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페니스를 움켜쥐고 이슬을 머금은 꽃잎처럼 벌어진 살갗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 윽~! 어떡해........”
“허 억!”
손톱으로 등을 후벼 파듯이 매달리는 지선의 신음 소리와 거친 숨을 들이마시는 상민의 신음이 동시에 흘러 나왔다. 그들은 서로의 나신을 부둥켜안고 잠시 석고상처럼 경직되었다. 멈출 것 같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지선은 상민의 허벅지를 다리로 감고 허리를 비틀었다.
상민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만 같았다. 첫 번의 관계에서도 느꼈지만 페니스를 감싸고 있는 질 내의 근육이 옥죄이는 감각에 몸서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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