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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과(善惡果) - 4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2:57 830회 0건

목소리에 적대감이 묻어났다.

[택시기사인데요. 여기 핸드폰 주인분이 술에 취하셔서...]

"예?"

택시 기사?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듬과 동시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 여자가 얼마나 무리해서 마셨으면 나에게 전화하는것도 잊을까. 그리고 지금 집엔 아무도 없는데.

"택시는 자기가 잡아서 탔나요?"

[아뇨. 왠 젊은 남자분께서 태워주셨습니다만.]

남자. 후우. 나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나왔다. 욕이 나오려는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일단 누나를 택시에 태운채로 방관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그럼 여기로 와주실래요? 위치는..."

근처에 찾기 쉬울만한 위치를 불러준 뒤 통화를 끊었다. 지금부터 걸어서 오분걸릴 거리. 집에서는 택시를 탄다면 오분 약간넘게 걸릴 거리였다. 지금 바로 출발하지 않으면 어긋날것이기에 나는 아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다.

"서희야. 나 가봐야 할것같아."

"응? 어디에?"

나는 멋쩍은듯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누나가 술먹고 뻗었나봐. 택시를 타긴 했는데 내가 없으니까... 짐 나르러 가야지."

짐으로 치부해버리는 내 말이 우스웠는지 그녀가 풋 하고 웃었다.

"누나한데 짐이뭐야 짐이."

"넌 몰라. 얼마나 귀찮은데."

내 심정을 토로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었다.

"음.. 가봐야 겠네 그러면?"

서희가 아쉬운 눈치를 보이는것은 내 착각일까?

"애들한덴 내가 말해놓을께."

"아. 그래줄래?"

"뭐. 어렵지 않으니까. 지금 바로 가야해?"

"응. 시간이 없다. 미안해."

"아니. 미안할건 없잖아? 음. 인하야."

뭔가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모습. 머뭇거리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늘 고마웠어. 그리고 되게 재밌었어. 친하게 지내고싶어."

화끈! 두근두근!

"아..아..."

뭔가 대답을 해야하는데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겨우 억지로 목소리를 짜내 대답했다.

"나도.. 재밌었어. 즐거웠고. 지금 가는게 아쉬울만큼."

그녀의 표정이 눈에띄게 환해지는것을 잠시 볼 수 있었다.

"인하야. 핸드폰 번호좀 줄래?"

"음? 아아.. 그런건 남자가 물어야지. 내가 눈치가 없어."

핸드폰을 내 밀자 서희는 만지작 거리며 자기번호를 찍어주었다.

"다른애들한데 번호주면 안된다?"

당부하는 설희의 모습을 보니 몇번 데여본듯 보였다. 워낙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보니 남자애들이 서희 친구를 통해 찝쩍거리는것 같았다. 남자애들 심리야 남자인 내가 잘 알고있으니.

"당연하지. 큼큼. 연락할께. 번호저장해."

"응. 잘가. 다음에 보자."

아쉬움을 달래며 편의점을 먼저 빠져나온 나는 택시를 부른 곳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놀렸다.

걸으면서 카카오톡 친구 동기화를 했다. 동기화를 하니 서희가 친구등록 되어있었다.

프로필 사진을 보니 정말 예쁘긴 예뻤다. 보정하나 없는 셀카사진. 이런애와 잘되가고 있다니 뿌듯한 심정마저 들었다.

대화를 걸어 내 번호를 찍어 전송하자 서희가 곧바로 확인했다. 5초. 아니 3초의 찰나의 시간이였다.

내 연락때문에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나? 그런 상상을 하니 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동시에 한숨이 세어나왔다.

"하아.."

누나 때문에 연애사업을 방해받게 되다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꾹꾹 눌러담았다. 그래도 누나를 방치해둘 수는 없지.

택시기사와 얘기가 되어있던 장소에 도착했다. 아직 보이지 않는걸로 봐서는 내가 먼저 도착한것 같다. 그곳에서 서서 도로를 두리번 거리며 택시를 기다렸다.

쉬이익 하고 바람이 뼛속까지 훑고 지나갔다. 아 겁나게 춥네. 콧물이 나오는 것을 삼키며 삼분쯤 기다리니 택시 한대가 이곳으로 미끄러져왔다. 택시는 내 앞에서 멈춰섰고 나는 창문을 툭툭 두들겼다.

지이익. 창문이 내려가고 40대의 택시기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분 동생이십니까?"

"아, 예. 다시 집으로 가주세요."

대답을 한 나는 뒷자석에 탑승했다. 어휴 저기 머리를 창문에다가 꼬라박고 기절해 있는건 뉘집 딸래미래? 쯧쯧.

고개를 저으며 누나를 흔들어봤다.

"누나 일어나."

"...."

반응이 없군. 감탄이 나올정도로 완벽한 기절이다.

창문에 고개를 박고있는걸 반대로 돌려 내 어깨쪽으로 기대게 했다. 그 모습을 본 택시기사가 "보기 좋네요." 하고 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억지로 웃을 뿐이였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오늘 이 누나 상태가 좀 이상했다. 평소같으면 데리러 오라고 전화라도 할텐데. 설마 나가기 전에 데리러 오라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한건 아니겠지? 그런거 신경쓸 성격도 아니고 말이야.

외간 남자랑 술마실 때는 항상 나를 불렀던 누나. 하지만 오늘은 날 부르지 않았다. 택시를 잡아준 남자가 사귀는 사이라도 된단말인가? 아니.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이는 아닐거다. 아침부터 그렇게 느껴졌으니. 아무튼간에 그런 관계라면 당연히 집까지 데려다 줘야하는게 아닌가? 세상이 어느땐데 이렇게 택시만 달랑 잡아 보낸단 말이지?

하여간 만나는 남자까지 맘에 안들어요. 진짜 이 여자를 어떡하지?

볼을 꼬집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벌좀 받아라 이 여자야. 스물다섯살 주제에 피부 좋은것좀 봐. 이게 내 노동력 착취의 결과물이라 이거지?

누나의 하얀피부는 십대의 그것 이상이였다. 평소에 화장품 부터 들이는 돈이 장난아닌데다가 외모에 민감하다 보니 미용쪽으로 쏟아붙는돈이 어마어마했다. 우리집이 잘살아서 망정이지 아니였으면 누나 미용때문에 집안은 풍비박살이 났을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휴 일어나면 속 쓰릴텐데 어떡하지? 아, 집 앞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약이나 사가야겠다.

"아저씨 저기 편의점 앞에 내려주세요."

편의점 앞에 내린 나는 어마어마한 택시비를 지불했다. 으으 속쓰리다. 내 돈!

진짜 이 여자 여러모로 민폐다. 반드시 이 대가를 응징하리라 다짐했다. 응징은 응징이고 우선 이 여자를 들처업고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남자알바생이 어서오세요. 라고 인사하지만 받아줄 여유가 없다. 얼굴을 힐끔보니 누나에게 시선이 닿은모양이다. 음흉한 상상을 하는게 빤히 보이는구나. 그런 상상을 나래를 펼쳐서 불쾌하지만 절대로 그런일은 벌어질 수 없단다. 우린 남매거든.

숙취음료를 하나 들고 어쩌어찌 계산을 했다. 숙취음료를 옷속에 쑤셔박고 편의점을 나가는데 출입구의 유리창에 비친 알바놈의 표정이 가관이다. "콘돔은 안사가? 생으로 하냐? 부러운놈." 이러한 표정이라고 해야할까. 나에게 음란마귀가 씌여서 착각하는거라고 믿고싶다.

누나를 업은 상태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성인여자를 들쳐업고 걷는다는것은 굉장히 힘들다. 차라리 아까 택시기사한데 기다려 달라고 하고 아파트 동까지 타고갈껄 그랬나.

추운 겨울날씨인데도 땀이 뻘뻘 세어나왔다. 아 겁나 찝찝하네.

"으으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아. 드디어 깼나?

"인하야?"

"어 나야."

나란 사실에 안심한것일까. 얼굴을 부비부비 등에 대고 비빈다. 하지마! 화장품 묻어! 라고 화내고 싶지만 이러한 어리광쯤은 받아줘도 괜찮겠지.

"우리동생... 등이 이렇게 넓었구나."

"몰랐어? 누나동생 어깨넓은거. 술깼으면 내려오지 않을래?"

아직도 술기운에 헤롱거리는 목소리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싫어.. 후우.. 따뜻해. 우리동생.... 힘들지? 땀나는것좀 봐.. 누나가 미안해."

이 누나가 오늘 왜이럴까. 그리고 미안하면 내려오세요.

"내 동생... 나만의 동생..."

뭐라는거야?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아, 그게 나라는거야? 거 참 쑥쓰럽게구네 참. 하긴. 나도 의지할만한 사람이 누나밖에 없다. 부모님은 모두 외국에 나가있으니 실질적인 가족이라고는 누나 하나가 전부다.

아버지는 외국 유명 호텔에서 일하고 계신다. 일단 어머니를 만난것 자체가 외국에서 만났다. 땅부자인 외할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엄마는 스물한살 철없는 나이에 단신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왜 철이 없었냐 하면 유럽 특급호텔에서 만난 한국인인 아버지와 눈이 맞았고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철없는 부모란 말인가.

그 때 태어난 것이 우리누나고. 스물한살의 나이에 스물여덟이던 아버지와 결혼하게 된다. 아버지는 결혼한 뒤에도 계속 호텔에서 일을했다. 덕분에 나는 어린나이에 해외와 한국을 오고가며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누나가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어머니는 그대로 아버지에게 휙 하고 날라가버린 것이다.

참 한심하다면 한심할 수 있는 가정사를 떠올리며 어느새 도착해버린 엘레베이터를 눌렀다. 우리집 층수인 12층을 누르고 올라가는데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하야."

어느정도 술이 깬듯 이제 제법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응."

대답을 했더니 또 날 부른다.

"인하야."

"왜 또 불러."

약간 짜증을 내버렸다.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땀나는거 안느껴지나? 내 짜증 때문인지 누나가 약간 멈칫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 오늘 느꼈다?"

자칫 들으면 제법 위험한 대사군.

"뭘?"

"내 동생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상상도 못할걸."

큼큼. 이렇게 나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민망하지만 나도 받아줘야지. 안그러면 누나가 뻘줌할테니까.

"나도 누나 사랑해. 하나밖에 없는 누나잖아. 내 가족을 사랑 안하면 누굴 사랑할까."

말하고 나서.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아, 내가 무슨말을 했지?

아! 창피해! 젠장할! 그냥 하지말걸! 내 얼굴이 다 뜨거워지네. 아마도 누나가 내 얼굴을 봤다면. 분명히 놀렸을거야.

"후후..."

힘빠진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가 왜이렇게 서글피 들리는지. 아무래도 내 착각인것 같다.

"기분좋다. 그게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더라도."

"...."

띵! 하느 소라와 함께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후우. 드디어 집이구나. 여기가 천국이지 어디가 천국일까. 터덜터덜 걸어 도어락을 풀었다. 현관물을 열자 어둠에 잔뜩 깔린 거실이 시야에 들어왔다. 손으로 누나의 구두를 벗기고 내 신발을 꾸깃꾸깃 벗은뒤에 누나방으로 형했다.

"내린다."

"...."

누나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앉힌 뒤 허벅지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며 누나를 눕혔다. 술기운 때문인지 볼을 발그레 붉히고 있다.

그대로 지친몸을 일으키려는데 누나가 내 몸을 감싸더니 그대로 휙 하니 침대로 넘겨버렸다.

으억!

비명소리는 내 입에서 세어나오지 못했다. 세어나오긴 커녕. 다른 이물질이 내 입안에 들어왔다.

그 것이 무엇인지 인지한 순간, 내 가슴이 덜컹 하고 내려앉았다.



-

진행이 느리다... 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 이 글을 출판할것도 아닐텐데 왜 이렇게 썼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장르소설을 쓰던 버릇이 남아있어서 그런가봅니다.

스피디 하게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독자분들이 답답하게 여기실만 한것같군요.

제가 쓴 글은 약 35kb쯤 됩니다. 요즘 나오는 장르책의 1/9 수준입니다. 종이책으로 치면 35쪽 분량인데 아직 하루가 안지난 셈이니...

독자분들이 알려주지 않으셨더라면 몰랐을겁니다. 그만큼 독자님들 관심이 제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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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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