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대하여-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침대의 주위에는 방금 끝낸 섹스의 흔적들이 널려져 있었고, 찢어진 콘돔껍질 하며, 아내의 공알을 집중적으로 애무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동 딜도가 부르르 떠는 채로, 구석에 쳐 박혀 있었고….아내는 조용히 그런 모든 것들을 치워가면서도, 팬티를 먼저 챙겨 입기에 바빴다. 욕실에서 대강 아랫도리만 닦고, 방안에 들어오는 그 시간 까지도, 아내의 정리작업은 계속되고 있었고, 침대에 구부리고 앉아서 떨어진 꼬시랭이며, 이리저리 흩어진 분비물 들을 치우는 그 꼼꼼함…. 나는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저 스스로의 일에 몰두하는 와중에 아내의 늘어진 젖을 다시 쥐어 본다. 처녀 때처럼 몽실한 그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흥분의 발현을 위해, 젖을 주무르는 것과는 다르게, 손 안에서 그냥 들렁대는 그 흔들림을 자세히 느낄 사이도 없이, 아내는 손아귀로부터 몸을 빼고서 나의 뒤를 이어, 욕실로 몸을 돌렸다. 아내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지만, 나는 안다.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섹스라면 한가락 하는 사람임을, 평소의 자랑으로 삼아 왔지만, 어쩐 일인지, 아내의 흥분은 나의 손아귀에서 조절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신혼 초에는 아내의 그런 무덤덤함을 빌미로, 많은 시간을 싸워도 봤다. 내가 기술이 모자라서 인지, 아니면, 보다 특별한 비법을 섹스에 필요로 하는 것인지, 나는 끊임없이 아내의 만족을 위해서 방법을 모색했지만, 아내조차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답답함은 더 이상의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세월의 흐름 속에 갇혀,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흘러갈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의 행보를 돌아본다면, 섹스 일변도로, 아내의 오르가즘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인물처럼 보이고 있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끊임없이, 섹스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약이든, 기구든, 자료건 간에 사 모으고 시도하기에 바빴고, 혹시라도 내가 섹스 중에 놓칠 수 있는, 감정적인 실마리는 없는가 하고, 시간만 나면 아내와 상의를 하기 바빴다. 아내도 나의 열의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불감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부 클리닉에 같이 참여하기도 했었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여자의 성적 만족과 흥분 고조를 위한 조언들을 모아놓은 자료들을, 거의 책을 한 권 쓸 수 있을 정도로, 모으기까지 했음에도, 쉽사리 아내의 섹스는 자리를 틀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아내가 그렇다고 섹스 하는 도중에, 멀뚱멀뚱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섹스 후에 느낄 수 있는 만족감, 혹은 오르가즘을 획득했다고 여겨지는, 성취감 같은 것이 도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되는, 불안과 위기 의식이 나날이 자라나고 있음을, 나에게까지 고백할 정도이고 보면, 우리 둘 사이가 그다지 드라이 한 것 만은 아니었다. 오감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어떤 분의 조언에 의해, 섹스의 흥분을 고조시킨다는 선별된 음악을 틀어 보기도 하고, 여성의 성기에 가장 자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딜도는, 가격에 구애 받질 않고 구입했음도 물론 이다. 나에 대한 불만족이 있을까 싶어, 정력제와 발기유지를 위한 약도 불법임을 알고, 서슴지 않고 구입해서, 피임약 먹듯이, 자셔 왔건만, 도무지 아내의 오르가즘은 끌어낼 방도가 묘연한 것이, 이제까지의 과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아내와의 섹스는 준비되어야 할 많은 요소와 상황설정들로 인해, 피곤한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었다. 그러니, 나 또한 섹스의 흥미를 놓치기 일 쑤 였고, 그에 따른 아내의 미안함도, 피부로 느끼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서로가 서로에게 열심이면서도, 궁극적인 섹스의 말미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 안타까움은, 점차 무덤덤하게 일상적 과제를 처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나나 아내나 인정하고 있는 처지였다.
‘다음 주면 당신 생일이네?’
‘벌써? 세월도 참 빨라요. 근데, 나이를 먹어가니까 생일 챙겨 먹는 것도 쫌 그렇다, 그치?’
‘자기는 그렇다 쳐도, 여자들 생각, 해 본적 있어? 자식이나 남편이나 간에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이는 건, 아무런 거리낌이 없지만, 여자들, 지가 지 생일 이라고 미역국 끓인다는 게 얼마나 찝찝한데, 마누라가 차려 주는 생일상 받는 사람이, 복에 겨운 소리하고 있어요, 글쎄….’
‘그건 또 그렇네……생일 날, 뭐 할까?’
‘뭐 하긴, 예전이랑 똑같지 뭐, 다를 건 또 뭐래? 환갑, 진갑 같은 행사도 아니고…..’
나는 그런 얘기를 나눈 저녁, 가까운 근교에서 화원을 하고 계시는 장인어른의 전화를 받았다.
‘윤서방인가? 미리 땡겨서 생일 축하 험세!’
‘아니, 장인 어른께서 어떻게 제 생일을 다 아시고……저야 윤아 에미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부 전화도 제때 드리질 못하는 인간이데…..건강은 어떠세요?’
‘나야 뭐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윤아 에미가 오늘 낮에 전화 왔었어…..나라고 별 수 있나? 기억력도 거의 무지랭이에 가까운데….언간새 자네도 40줄이네 그랴……’
‘좋은 시절 종 쳤죠. 어구 참, 어르신 앞에서 이런 얘기 하는 게 아닌데…. 제가 이렇습니다. 아직 인간이 덜 됐나 봐요.’
‘뭘, 난, 그 나이 때에 벌써, 할마시 보내 버리고, 3년인가 더 됐을 땐데… 참, 세월 금방이네……’
‘그렇네요, 지금도 궁금한데, 장인 어른은 언제, 돌아가신 장모님이랑 혼인 하셨드랬습니까?’
‘글쎄, 어디 보자, 내 나이, 40 이었을 때라………., 윤아 에미가 15살 이었지 아마? 내가 스물에 결혼해서 한동안 아이가 없다가, 백일 치성을 드리고 얻은 게, 윤아 에미 였거든. 내 나이, 서른 일곱 해에 할마시가 세상을 뜨고……. 정말 긴 세월 이긴 허네만… 이젠 할마시 얼굴도 잘 생각이 안 나는 구만….. 늙긴 늙은 모양이야.’
‘근데, 돌아가신 장모님은 지병이 있으셨드랬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것이…..’
‘급성 췌장암 이었지. 약도 없다, 수술도 안 된다 하며, 병원에서 돌려 보내서리… 집에서 임종을 했지 뭔가!…… 끝내, 윤아 에미 한테는 보여 주고 싶지 않았는데……학교 다니던 갸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잘해 주게….. 나야 윤서방, 믿네만……..언제 시간 나면, 이번 주에 좀 들리려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장인 어른 모시고, 술시중 한번 드릴 랍니다. 워낙 두문불출 하시고, 화원에 묻혀 사시니, 저희가 매번 나오시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거의 은둔에 가깝도록 딸네 집, 서울 나들이 조차 피하시면서, 근교의 외진 곳에서 조용히 화원을 이끌어 가시는 장인 어른은, 근골이 장대하신 것이, 시쳇말로, 소싯적, 한가락 했겠다 싶은 몸을 갖고 계셨다. 그런 분이 영판 다르게도, 꽃을 다루시는 일을 하고 계셔서, 고개가 갸우뚱 할 때도 많았지만, 워낙 품성이 조용하시고, 번잡한 것을 싫어하시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하시는 일에 비토를 걸지는 않았다. 그런 타입이라면, 예전이라 할지라도, 선을 다시 보자, 사람을 붙여보자, 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이 재혼을 성사 시켰을 법도 한데, 장인 어른은 굳건하게, 딸 하나만을 애지중지, 키워 오시면서 남은 생애를 보내고 계셨던 것….그래서 그런지, 남달리 결혼식 때에는 눈물을 많이도 보이셨었다. 젊은 사람들 사는 와중에, 방해하기 싫으시다고, 구지, 아내가 졸랐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화원에 남으시겠다며, 봉양을 마다하신 것은, 우리 시댁의 눈치도 안 볼 수 없다고 하시는, 장인 어른의 말씀 때문 이기도 했다. 장모가 없다 보니, 에미 없이 자란 자식이 별 수 있겠냐는 얘기를 듣지 않게 하려고, 될 수 있으면, 모든 대소사를 시댁 위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엄하게 강권하신 것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가깝기는 해도, 시내가 아닌 관계로, 명절이다, 뭐다 해서, 시댁 대소사에 참석하다 보면, 장인 어른을 찾아가 뵈어야 할 시간은, 언제나 촉박한 채로, 뒤로 밀려져 있었고, 그나마, 가기 전에 전화라도 한 통 올리면, 다음 날 출근하는 사람 붙들고, 술이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겠냐 시면서, 부득불, 우리가 내려오는 것을 막으셨다. 장인 어른은 그런 분이셨다.
‘주말에 장인어른 이랑, 술이나 한잔 할까 해.’
‘아니, 당신이 부슨 바람이 불어서?’
‘때 맞춰 자주 찾아 뵈지도 못하고, 사위 하나 있는 게, 이렇게 무대까리 에다, 주변머리가 없어서리, 세상 살 맛이나 있으시겠어? 이번 기회에 내려가, 하룻밤 자면서, 느긋하게 말 벗이나 해드리고 올까 해서 말이지. 당신도 같이 가야지?’
‘그럼요……요즈음 날씨가 추워서 고생이 말이 아니실 텐데…’
아내의 목소리가 잦아 들었다. 나는 아내의 등을 토닥 이며, 꺽꺽 대며, 목이 메어가는 아내를 그렇게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장인 어른, 저 왔습니다.’
‘자네 왔는가? 윤아 에미도 왔네? 윤아는 안 따라 왔냐?’
‘그것도 자기가 뭐 틴 에이져 라나요? 친구 집에 모여서, 누구 콘서트에 갔다가, 같이 자면서 놀기로 했다나 그런대나 봐요.’
‘그렇게 혼자 내깔려 놔도, 별 일, 없는가?’
‘그 집 부모도 저희가 잘 아는 사람이에요. 확인 전화도 다 했구요. 별일 없을 거에요.’
장인어른의 성격을 아는 아내가, 안심시켜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는지, 곧바로 스토리들을 주어 섬겼다. 서울로 향하는 한 트럭의 꽃 무더기가 실려 나가고, 화원은 일꾼들도 하나, 둘 빠져 나가고, 조용해지고 있었다. 아내가 부엌이며, 집안을 들 쑤시고 다니고,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 놓으면서, 혼자 지내시는 장인 어른을 나무라는 것을 그냥 웃고만 계셨다.
‘쟈가 집에서도 저렇게 깔끔을 떠나?’
‘아휴, 장인 어른, 말도 마세요. 저는 무슨 결벽증인가 싶었지 뭡니까? 이제야 조금 누그러 들었는가 싶어도, 가끔 저렇게 튀어 나오 든데요…. 그 덕이야 제가 보고 살지만요.. 헤헤…’
‘살림 하나는 누가 가리키질 않았어도 똑 소리 날 껄세. 어려서부터 엄마 없이, 집안 살림이며, 내 뒷바라지를 해 왔으니 말이야. 해도 너무 한다 싶은 생각, 나도 했었네… 우리끼리 얘기지만 말이야…. 허허허….’
아내는 장인어른의 속내의를 온통 끄잡아 내서 들통에다 때려 넣고, 푹푹 삶아대기까지 하고 있었으며, 결국엔 일일이 옷의 냄새를 맡아가며, 가뜩이나 홀아비 냄새에, 노인네 냄새까지 배면, 살고 싶은 할마시가 있어도, 지풀에 도망 튕길 거라면서, 몽조리 옷들을 꺼내서는 차에다 싣고, 속성 드라이 클리닝을 해준다는 세탁소로 나가 버렸다.
‘허이구, 자네, 저 성질을 다 받아 주고 사는 걸 보니, 도리어 내가 감사해야 되겠네.’
‘아닙니다. 윤아 에미 같은 사람 없어요. 살림 잘해, 애랑, 제 뒷바라지에 물불 안 가리고, 애써….. 사실 요즈음 저런 여자,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어요. 그리고, 요즈음, 애들, 남편, 다 버리고 놀아 재끼는, 정신 나간 여편네들, 극성인 거, 아시죠? 거기에 비하면 윤아 에미야, 천사죠, 천사…..’
‘그런가? 참,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지?’
‘제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이번 주말에 집에서 작업하면 될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뭐, 별로 소용이야 있겠나?’
그런 저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 밖에서 아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좀 나와 봐, 너무 무거워 들 수가 없네!’
아내는 무슨 이삿짐 보따리 만한 분량을 드라이 크리닝을 해 온 것이었다. 여남은 무더기나 되는 걸 보면, 비용도 엄청 났을 듯, 싶었지만, 아내는 일일이 옷장 안에 옷이랑, 내의를 다시 정리해 넣으면서, 보란 듯이 흐뭇해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부엌의 식기와 냄비를 온통 들어 내서는, 묵은 때가 보통이 아니라며, 이런 그릇으로 밥 먹었다가는, 산 사람도 곧장 돌아가실 판이라고, 장인어른을 큰소리로 나무라는 것이었다. 보기에는 화난 사람처럼 씩씩대며, 그릇들을 왠통 닦고 있었지만, 아내의 얼굴은 오랜만에 활기가 가득했다. 화원을 일찌감치 닫아걸고, 들어선 집안은 그야말로, 아내의 지적대로, 아까 들어설 때와 다르게, 번쩍번쩍 광이 나고 있었고……오랜만에 사람 사는 집 같다며, 장인 어른도 좋아 하시는 것이, 그 동안 내가 너무 무심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마저도 들게 하는 것이었다. 바쁜 와중에서도, 아내는 어느새 장을 보아 왔는지, 얼큰한 생태 찌게와 함께, 술상을 보아서는, 나와 장인 어른에게 안겨 놓고, 저 나름대로의 밀린 일들을 하느라, 집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나와 장인 어른은 마치, 부산한 선술집에 들어온 냥, 돌아다니는 아내를 애써 무시해 가며, 지풀에 바삐 돌아가는 주모를 대하는 것처럼, 바쁜 아내의 뒤꼭지에다 대고, 뭘 달라, 뭐가 떨어졌네 하는 주문을 서슴없이 해대면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장인어른은 체구만큼이나 술이 세기로 유명했다. 내가 한 잔을 들이킬 때, 서너 잔을 거푸 앞서 가시며, 들이 키셨어도, 안색 하나 바뀌질 않았다. 나는 안주 발이 강한 관계로, 술 들이키기 무섭게, 냅다 음식이네, 국물이네를 집어 삼키다 보니, 술 보다 다른 것으로 배가 먼저 불러와, 얼마 먹지도 못하고, 씩씩 대기가 일 쑤 였지만, 그야말로 장인 어른은 안주도 챙겨 드시는 법이 없이, 깡으로 드신다는 말이 맞았다.
‘아빠, 그렇게 술만 드시지 말구요…’
‘알았다. 알았어… 내 옆에 앉아서 잔소리 하기 시작하는 걸 보니, 할 일이 없어진 모양이구나.’
‘한참을 치웠네…. 어쩜 그렇게 늙은 티를 내고 사세요? 그러니 저희가 모신다고 안 해요? 시댁에서도 별 말씀, 없으시구만…..’
‘그래도 윤아 에미야, 그런 게 아니란다. 사돈께서 너그러우셔서 그렇지, 장인, 장모 모시고 사는 사위가, 어디 그리 흔키나 하냐? 괜시리 욕 들을 짓 사서 하지 말고, 너그 들이나 똘똘 뭉쳐서 잘 살면 돼.’
‘누가 모시든 모시면 돼지, 아빠는 꼭 무얼 가리고 그래?’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또다시 안주로 떠오른 봉양의 문제…. 그렇지만, 장인 어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밤이 이슥하도록, 술자리는 계속 되었고, 나나, 장인 어른이나 간에, 취기가 단단히 올라, 혀가 조금씩 틀어지고 있기는 매한가지 였다.
‘꺼윽,, 어, 취한다. 윤서방이랑 술을 먹으니, 잘 들어가네 그랴…..이게 얼마만이야?’
‘끅…끄윽… 장인 어른, 게으른 이 못난 사우, 용서 하십시…꺽!...끄윽… 앞으로는 자주 찾아 뵈옵…끅! 끄윽….겠㎢求?.’
‘으이그, 취해서 혀 튕기는 소리 쫌 보지? 당신,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우?’
‘나 증말, 오랜 만에 많이 먹었다…. 이대로 자다가 오바이트 라도…꺽…끄윽… 나올까 겁나넹….. 나 소파에서 좀 잘란당….’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서 술을 먹다가 취기를 이기지 못해, 소파 위로 기어 올라가, 대번에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나 풀어진 마음에다가, 오랜만에 장인과 술자리를 같이 한 덕에 조심성이 무너져 내린 모양이었다. 나는 소파에 엎어져서, 홍야홍야, 정신 없이 술에 취해 잠이 들었고, 한동안 미동도 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갈증으로 입맛을 쩝쩝 다시는 와중에, 나는 거실의 불이 모두 꺼지고, 소파에 누워 있는 내 위에는 이불이 덮여 있는 것을 알았다. 아내가 나를 생각해서 인지, 소파 옆 탁자에 자리끼를 떠다 놓은 것도 보이고, 나는 정신도 차릴 사이가 없이 벌컥벌컥 그 물을 들이켰다. 그 때였다.
‘쨍그렁!’
나는 잠결에 잘 못 들은 줄 알고 있었지만, 그건 분명히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분명했다. 이불을 걷어 내고, 더듬더듬, 불을 켜고, 일어섰을 때, 소파 반대편 거실 구석의 서재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비척대는 걸음으로 서재의 문을 열었다. 서재 안에는 장인 어른께서 잠옷가운 차림으로 바닥에 쭈그리시고 앉은 채로, 와장창 박살이 난 거울 조각을 살펴보고 있었고, 아내도 그 옆에서 망연한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다가, 방에 들어선 나를 동시에 올려다 보았다.
‘무슨 일이래요?’
‘응…. 별거 아니야… 내가 술이 너무 취해서 자러 들어가려고 걸어 가다가 벽에 걸린 저 거울 귀퉁이를 좀 건드렸드만, 힘없이 그냥 떨어지질 않았겠나? 그 소리에 놀라서 깬 모양 이구만, 하여튼 나이가 들면 조심성이 없어져서 큰 일이야. 윤아 에미야, 내가 또 이 한밤중에 일 만들었으니 어쩜 좋으냐? 하루 종일 쉬지도 못했는데……’
아내와 장인 어른은 내가 잠이 든 사이에, 서재에 마주 앉아, 그간 못 나눈 얘기를 하다가,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장인 어른께서, 방으로 자러 들어 가시려다가, 그예, 실수를 하신 모양 이었다. 아내는 손 다치기 쉬우니,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는, 이내 그 거울 조각을 치워 버렸다. 아내는 장인 어른에게 먼저 주무시라고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이미 잠이 깨 버린 나와 장인 어른은, 거실에 다시 앉아, 담배를 피우기로 했다.
‘아무래도 자네, 그건 쫌 무리가 아닐까 싶네.’
‘왜요? 무슨 얘기 해 보셨어요?’
‘윤아 에미가 펄쩍 뛰더라니깐! 거울을 갖고 가라고 그렇게 얘기 했는데, 그것만큼은 싫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데, 뭐라고 다음 말을 할 수가 있어야지. 거울 마저도 저렇게 역성을 드는데, 다른 거야, 더 말할 나위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 자네의 간곡한 부탁만 아니었어도 어떻게 설득해 보련만, 이제 세월이 흘러버려서 나도 그때의 내가 아니라네.’
‘그래도 가능성은?’
‘글쎄, 자네를 인사 시킨다면서 데려온 그 날, 나는 어쩌면 그렇게도 젊었을 적 나를 빼다 막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였는데,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오늘 보니깐 두루, 40줄에 주변 머리 양쪽으로 허옇게 머리 새는 것 까지, 어찌 그리 그때의 나를 닮았던지….’
‘그야, 아직 적응이 되질 않아서 겠죠.’
‘아니, 내 자식은 내가 더 잘 알지. 아마, 윤아 에미는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있는 모양이야. 그렇질 않고서야, 그리도 화를 낼 수가 없잖은가 말이야.’
‘아니, 장인 어른, 춥지도 않으세요? 가운 안에 아무 것도 입질 않으셨네!… 고뿔이라도 들리면 어쩌시려구…. 어서 주무 세요….. 방법 이야….. 제가 한번 찾아 보죠, 뭐.’
‘미안 허이, 딸내미 하나, 설득할 재주도 없이, 부탁도 제대로 못 들어 줘서…’
다음 날, 서울로 올라 오기 전까지, 아내는 가지가지 종류의 밑반찬과 김치를 새벽부터 만들어, 냉장고에 담는 동안에도 말 한마디 없었다. 장인 어른은 일년은 넘게, 반찬 걱정 하질 않아도 되겠다며, 고마워 하셨고, 나는 빈말이라 할지라도 자주 찾아 뵙겠다는 인사와 함께 화원을 떠나왔다. 입을 다문, 아내의 심정도 있고 해서, 생일 전날까지, 나는 내 생일이 다가왔네 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생일날 아침, 아내는 당연히 미역국을 끓였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윤아가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말해 주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서도 구지, 나이 사십 줄이나 쳐먹은 생일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어도, 윤아도 없는 집에서, 오랜만에 집사람이랑 섹스나 실컷 해야 되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여보, 해피버스데이!’
현관을 열고 들어서니, 아내가 꽃 단장을 하고 서 있었다. 나는 저렇게 차리고 있으면, 굳이 어디를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부담감이 생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단지 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저런 차림을 했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기도 했다. 안방으로 들어가 윗도리를 벗으려는데, 옷을 받아 드는 아내가,
‘여보, 저 거울 어때요? 오늘 낮에 사서 걸었는데…..’
거울은 공교롭게도 우리 침대를 내려다 보는 것처럼 걸려 있었다. 언뜻 느끼기에, 저 각도의 거울이라면, 우리가 벌거벗고 뒤엉킨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일날 조차, 머릿속에 그 생각뿐이냐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지, 나는 그냥 보기 좋다는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아내가 안방에서 나를 불렀다.
‘왜, 여보……엥?’
안방에는 언제 준비 했는지, 아내가 생일 케이크를 받쳐들고 있었고, 케이크 에는 정확히 긴 초 네 개가 꼽혀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완전한 나체로, 아까 보던 것보다 더 야시시한 화장을 하고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이, 그것 이었다.
‘케이크에 더하여 당신의 알몸까지, 생일 선물로? 이게 왠 떡? 아니, 왠 케이크?’
‘아잉, 그 전에 당신이 해줄 게 하나 있다구. 이제 당신 나이가 사십 아니우? 그러니, 그걸 기념하는 의미에서, 내 부탁을 들어주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뭔 부탁?’
‘촛불 끄고, 소원이나 우선 빌고…..’
나는 선 채로 눈을 감은 채, 소원을 빌고 후하고 촛불을 불어서 껐다.
‘됐어. 그럼 이리 와 봐요.’
아내는 나를 이끌어 침대에 앉히더니만, 천천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니, 초저녁 인데?’
‘초저녁이면 또 어떠우? 우리 둘 뿐인데…….’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선물은, 섹스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아내가 그걸 이미 간파했다는 것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내 옷을 모두 벗기고, 침대에 기대 앉게 하고는, 침대위로 냉큼 뛰어 올라 왔다.
‘자, 이제부터 당신의 40세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시작하는 거야.’
아내가 혀를 주욱 내밀더니, 내 좇을 밑동부터 귀두까지 쓰윽 훑어 올렸다.
‘캬! 이 맛이야. 잊을 수 없는 그 맛…… 웬일로 당신이 내 마음을 이렇게나……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아내는 불알을 입안에 넣고 돌돌 굴려 보기도 하고, 귀두 주변을 소금 찍어 먹듯이, 톡톡 건드리기도 하면서, 나의 발기가 한계에 이를 때까지 사까시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 아내는 갑자기 좇을 빨던 모든 동작을 중지 하고서, 침대 반대편으로 몸을 옮겨 버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것도 유분수지…. 이런!
‘자, 당신, 이제부터가 나의 간절한 부탁 이라구…… 나 살아 오면서, 당신과 섹스할 때, 만족 못했던 것, 당신도 알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 방법이 어떨까 하고, 나, 내내 고민해 왔었거든…. 날 위해서 거기 기대서, 자위를 해 줘. 충분히 일어섰으니, 별 무리 없겠지?’
그리고는 나에게 등을 보이며, 획 돌아 가랭이를 벌리고, 좇을 붙들고 있는 내 앞에 누워 버리는 것이었다.
‘여보, 뭘 그렇게 딴 짓하고 있어? 어서 저 벽에 걸린 거울 보면서, 자위 하라니깐?’
나는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했더니, 거울로 비쳐진 침대 위의 모습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아내는 누워서 침대를 내려다 보는 각도로 비스듬하게 부착된 거울 속으로, 내가 옷을 벗고, 자위를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 주면서, 동시에 자신도 누워서 영화를 보듯이, 가랭이를 벌리고, 손가락으로 공알을 주무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갑자기 아내의 입에서 트림 하듯이 터져 나오는, 그 요상한 비명…. 그것은 이제까지 수많은 섹스를 해오면서도 들을 수 없었던, 아내의 특이한 교성이었다. 내가 천천히 발기된 내 좇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위아래로 쓰다듬자, 아내는 또 하나의 부탁을 한다.
‘여보…. 흑흑….. 억억…. 내 이름을 불러 줘….. 자위 하면서, 내 이름을…..’
나는 아내의 요구대로 이름을 불러가며, 좇을 쓰다듬었다. 곧이어 더 굵고, 이상하게 찢어져 나오는 아내의 비명…… 아래 쪽을 내려다 보니, 아내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빨갛게 상기되어 있으면서, 이마에는 땀이 송글 송글 맺혀있기도 했다. 이른바,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남편의 자위 모습에, 지극히 흥분하고 있는 한 마리 암캐가, 광란의 음욕에 휩싸여, 맛이 가고 있는 장면이, 눈에 가득 차고 있었던 것이다.
‘희수, 우리 희수.. 아! 희수야…. 나 어떻하면 좋으니…희수야… 아!아!.....희수야…….내 새끼….내새끼 희수!....응응….. 내 좇이 이렇게 성나서 어쩌면 좋니? 희수야, 우리 불쌍한 내새끼…….’
신음에, 교성에, 섹스보다 더한 흥분에 휩싸였던 아내가 자위를 하면서 아내의 요구대로 주절대는 것을 듣자 마자, 갑자기 뻘떡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아…니…. 당신….. 그냥…. 내 이름만 부르랬지….. 어떻게 그런 말들을…… 혹시?’
‘그래, 우리 희수,……. 불쌍한 내 새끼!...’
나는 아무 말 없이 발기되어 사정을 앞둔 좇대가리를 덜렁대면서도 구지 침대에서 일어나, 장롱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장롱 깊숙이 있던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뭐야……?’
‘이거? 내가 지난 주말에 밤새 작업하던 거……’
나는 방안의 TV를 켰다. 그리고 DVD 플레이어에, 꺼낸 디스크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눈에 익은 실내, 그때까지 멀쩡히 달려 있던 거울, 그리고, 거울에 비친 한 노인, 카메라로 찍은 듯한 그 광경은 문 틈 사이로 방안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방안의 인물을 마주보며 정면으로 비추면서 걸려 있는 거울을 문틈 사이로 카메라가 등을 돌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거울 통해 잡아내고 있었고….그건 옷을 벗고, 나와 같은 자세로 의자에 앉아 침잠한 표정으로, 나이와 걸맞지 않게 우람한 좇대를 거머쥐고, 자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장인 어른은 계속해서 좇대를 위아래로 쓸어대면서, 쥐고 흔들었다. 눈은 울고 있었지만, 좇대는 즐거워 헐떡이고 있었고, 문틈 사이로 누군가 보고 있는 것을 뻔히 아는 것처럼 거울을 향해 외치는 것이었다.
‘희수, 우리 희수.. 아! 희수야…. 나 어떻하면 좋으니…희수야… 아!아!.....희수야…….내 새끼….내새끼 희수!....응응….. 내 좇이 이렇게 성나서 어쩌면 좋니? 희수야, 우리 불쌍한 내새끼…….’
장인 어른의 좇물이 허공으로 분수처럼 솟아 흩뿌려 지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그 화면이, 계속해서 연속으로 보여지고 있었고, 아내는 더 이상 화면을 쳐다보질 못했다. 내가 아내의 옆에 살며시 앉아, 어깨에 손을 내 둘렀다. 울먹이는 아내가 나의 가슴에 살며시 안겨왔다.
‘당신…… 다 알고 있으면서…….’
‘아니, 나도 이 즈음까지 머리를 굴린 건, 얼마 안돼. 당신에게 얘긴 안 했지만, 우리 회사 창립 기념일, 화환 주문을 장인 어른께 했었거덩, 그때 손수 싣고 오셨더라구… 그 날 저녁, 시내에서 내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당신과 요즈음 부부생활이 진전도 안되고, 지지부지 하다고 하니까, 너무 괴롭다는 듯이 한숨을 쉬시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물었지. 왜 그러시느냐구. 그랬더니만, 다 그게 당신 잘못 이라구 하시는 거야.’
‘아빠 잘못이 아니야. 다 내 호기심이 불러 일으킨 사단이지……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언제나 방에서 주무시는 적이 없었어. 서재에서 술에 취해 울다가 주무시는 것을, 내가 몇 번이고 깨워도 막무가내 셨지. 점점 몰골이 흉측해져 가는 걸 보다 못해서, 내가 지난 주말에 가서 깨트려 버린, 그 큰 거울을 아빠 생일 선물로 그 서재에 걸어 드렸던 거야. 제발 거울에 비친 아빠 모습을 조금 이라도 보게 된다면, 본인 스스로 추스릴 수 있질 않을까 해서……..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걸린 위치가 방문을 바라보는 벽이었고, 언제나 의자에 파묻혀, 문 쪽을 향해 등을 돌리고 계시는 아빠의 모습이, 정면으로 비추어지는 각도였어. 당연히 내가 문을 삐꼼히 열고 안을 보면, 굳이 방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등을 돌리고 의자에 파묻혀 계신 아빠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지.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빠가 또 우시는 것 같아, 발걸음 소리를 죽여가며, 방 앞으로 다가갔는데,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지. 열린 문틈 사이로 나는 못 볼 걸, 보고 만 거야. 단지 아빠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 하면서, 성적인 욕망을 푸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돌아서려는데,……’
‘장인 어른의 성적인 욕구의 대상이, 돌아가신 장모님에게서 당신에게로 옮겨 있었다는 거지?’
‘응……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 믿고 존경하는 아빠가 어떻게 딸을 상대로 음란한 성적 상상을 저렇게 천연덕 스럽게 할 수 있는지, 그 당시 나이로서는 감히 용납할 수 없는 거였어.’
‘근데, 난 장인 어른도, 당신도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는데, 왜 아직까지, 그때 한번 본 그 일로 여적 고생하고, 서로의 몸들을 붙들어 매고 있느냐 이거지...내 말은…단지, 장인 어른의 얘기에 의하면, 당신의 그 당시 나이로 봐서, 충격은 격심했을 테고, 그로 인해 한창 뻗어나가야 했을 당신의 섹스에 대한 기대감이 산산히 부셔져서, 스스로 그 나이를 기점으로, 출구를 닫아버렸고, 당신은 그 안에서 다람쥐 챗바퀴 도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질 못했을 거라고만 하셨는데, …. 아니야?’
‘근데, 사실은….. 한번으로 끝난 일이 아니라서………맨 처음에는 그 소리를 듣는 다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문은 평소보다 조금씩 크게 열려 있기 시작했고, 나는 몽유병자 처럼, 아빠의 신음 소리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 들리면, 그 방문 앞에 서서, 거울 속에 비친 아빠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있는, 가상의 나 자신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거였어…. 거부할…… 수 가 없었어. 자석처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나이에, 40살 이라고는 하지만 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빠의 벗은 몸과 우람한 성기에 나는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가봐. 이윽고, 나는 어느 사이엔가, 방안으로 들어가는 날들이 자주 이어졌고, 급기야, 아빠는 내가 보는 앞에서 언제나 지금까지도 꿈속에서조차, 선명하게 보이던 그 좇을 흔들면서, 그것도 내 앞에서 내 이름을 처절하게 부르시면서, 눈물 같은 좇물을 허공으로 뿌리셨지. 그 날이 바로 내가 열 다섯이 되던 해 였어. 나는 그 모습이, 나를 향한 욕망의 갈증을 드러낸 짐승의 출현이라고 믿기 보다, 아빠가 갖고 있는 자신의 이중성에 대한 혐오스런 절규라고 느꼈었던 가봐. 그 시간이, 그 자리에서 정지 된 듯, 나는 아빠의 외로움을 달래 드리기 위해, 언제나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아빠의 앞에 서서, 아빠가 울면서 지쳐, 의자에 파묻혀 잠드실 때까지 있다가, 여기저기 흩뿌려진 아빠의 눈물 같은 좇물을 다 닦아내고, 이불을 덮어 드리고서야 방을 나올 수 있었어. 지금까지도 아빠는 단 한군데도 내 몸에 손을 대신 일은 없었구……..’
나는 그제서야, 장인 어른의 설명에서 빠져 있던 부분을, 퍼즐처럼 맞출 수가 있었다. 장인과 아내는 서로 넘어서는 안될 선을 앞에 두고, 세월도, 부끄러움도, 기억조차 잊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내 생일을 기점으로 거울을 산거야?’
‘나도 고민하고 있었어, 여보, 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난 나의 문제가 무언지 밖으로 발설 하지는 않았지만 정확히 알고 있었다구.’
‘그게 뭔데?’
‘미워하면서 정든다는 말처럼, 그 당시 치가 떨리도록 징그럽던 아빠의 그 모습을 저주하면서도, 못내 안타까운 연민으로 인해, 나중에는……. 나중에는…… 그 모습을 사랑하게 된 거야. 나 정말 나쁜 년이야. 이렇게 얘기 하면서도, 끝끝내 숨기려고 했던 것이 있다는 걸, 당신, 상상이나 할 수 있어? 나 그냥 서있기만 한 거 아냐. 당신과 한 침대에서 거울을 보며, 자위했던 것처럼, 난 아빠를 위로하기 시작했지. 아빠, 괜찮아요.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 해도, 뭐라 해도, 난 내 몸에 손조차 댈 수 없는 아빠를, 이해해요 라고 하면서, 아빠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언제부턴가 아빠가 좇대를 붙들고 신음하기 시작하면, 그 앞에서 옷을 모두 벗고, 보지도 잔뜩 벌려서 씹살 안을 샅샅이 보여 주기도 하고 책상에 걸터 앉아 가랭이를 있는 대로 벌린 채, 손가락을 쑤셔 넣으면서, 마구 외치기도 했어. 아빠, 나도 이렇게 더러운 년이에요. 착한 딸이 아니라구요. 아빠의 좇대를 열씸히 그리워하면서 이 손가락이 아빠의 좇인 것처럼 느끼고 헐떡이는 음탕한 년 이라구요. 그러니 아빠, 죄책감 갖지 마시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좇물 덩어리, 공중으로 훨훨 날려 보내세요 라고 말이에요. 흑흑… 나 정말 더럽고 흉측한 년이지?...... 그렇게 살아가다가, 아빠의 젊었을 적 모습을 빼다 박은 듯한 당신을 본 순간, 가슴이 멍해지는 거였어. 정말 못된 년은 나였지. 당신을 보는 순간, 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던 그 음란함을 마음껏 숨긴 채, 내 눈 앞에 마술처럼 나타난 싱싱한 제 2의 아빠인 당신을, 기어이 내 품에 안고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면, 당신, 이해하겠어? 그리고, 나의 마음 속에서는, 그 치욕스럽다고 내팽개쳐 둔 기억으로 인해, 섹스에 마음껏 빠지질 못하는 나 자신의 문제를, 어서 빨리 풀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뒤따랐고….그래서 해결 방안을 나대로 알아보고 다녔어. 충격으로 닫혀진 나의 욕구를 푸는 길은, 바로 당신이 나의 본능 저편, 열 다섯살의 욕망 속에 꿈꾸어 오던 사십 살의 아빠로 설정되어, 현실 속에서 진정한 섹스를 해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거야. 그 전에 나 자신에게 암시를 주고, 어쩌고 해도, 내 눈앞에 젊디 젊은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당신을 보면, 아빠라는 연상이 들다가도 바로 사라져 버리는 묘한 경험을 쭉 겪어왔어. 그러다, 이제서야 사십이 된 당신, 열 다섯살에 보았던 그 모습처럼, 머리 양쪽이 희끗희끗하게 변해가는, 정말이지, 아빠다운 아빠를, 내 손에 쥐게 되었다고, 난 내심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그로 인해 열리게 될, 나의 녹슨 과거의 덧문들…….기억을 지우고 싶어서, 다시 옛날의 행위를 재현해야 하는 괴로움을, 애써 감추고 싶었는데…. 이젠 안되겠지?...........’
‘안되긴 왜 안돼? 저 장인의 영상을 통해, 나도 비슷한 해결 방법을 찾아 보려고, 내가 당신에게 말하지 않고, 장인어른의 자위장면을 찍어 둔 건데…… 그날, 당신이 내가 술에 취해 자는 도중에, 또 다시 장인 어른이 자위를 하는 그 방에 들어가, 보지도 벌려서 보여주고, 같이 자위를 했던 거, 나 다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이제 장인도 나이가 드셨는지, 당신의 그 열다섯 기억 속의 인물로 연상되기에 늙어버렸다는 사실을, 내가 미처 짐작 못한 거라구. 거울을 가져가라고 장인 어른을 시켜, 당신에게 부탁했는데, 당신이 거절하고 바닥으로 그걸 내 던졌지? 내가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나에겐 미움이 없지만, 장인 어른에게는 미움과 증오와 사랑, 연민이 복합적으로 머물러 있는 인물인데, 그 인물의 기억이 치밀어 오르는 거울을 가져가라고 시킨 나의 방법이, 무리가 있었다는 걸 말이야.’
나는 울고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계속해서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반복해서 자위하는 모습이 되돌아 가고 있는 TV를 꺼 버렸다. 그리고 침대로 돌아와, 아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희수야, 내 생일인데, 아빠 좇쫌 실컷 빨아주련? 그럼 내가 희수, 우리 불쌍한 자슥, 음탕한씹구녕 피나게 찢어지도록, 좇나 쑤셔 줄께, 어때? 우리 희수, 우리 딸, 착하지, 응?’
그 날, 나와 아내는 서로의 몸뚱아리가 갈갈이 파열되는 것 같은, 오르가즘의 폭풍으로 인해, 둘 다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조차 없었다. 세 사람은 과연 이런 밤을 위해서 그 오랜 세월을 기다린 걸까? 잠든 아내의 입에서 잠꼬대를 통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아빠라는 단어에, 나는 길게 한숨이 나오는 것을 어쩌지는 못했다.
-끝-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침대의 주위에는 방금 끝낸 섹스의 흔적들이 널려져 있었고, 찢어진 콘돔껍질 하며, 아내의 공알을 집중적으로 애무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동 딜도가 부르르 떠는 채로, 구석에 쳐 박혀 있었고….아내는 조용히 그런 모든 것들을 치워가면서도, 팬티를 먼저 챙겨 입기에 바빴다. 욕실에서 대강 아랫도리만 닦고, 방안에 들어오는 그 시간 까지도, 아내의 정리작업은 계속되고 있었고, 침대에 구부리고 앉아서 떨어진 꼬시랭이며, 이리저리 흩어진 분비물 들을 치우는 그 꼼꼼함…. 나는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저 스스로의 일에 몰두하는 와중에 아내의 늘어진 젖을 다시 쥐어 본다. 처녀 때처럼 몽실한 그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흥분의 발현을 위해, 젖을 주무르는 것과는 다르게, 손 안에서 그냥 들렁대는 그 흔들림을 자세히 느낄 사이도 없이, 아내는 손아귀로부터 몸을 빼고서 나의 뒤를 이어, 욕실로 몸을 돌렸다. 아내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지만, 나는 안다.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섹스라면 한가락 하는 사람임을, 평소의 자랑으로 삼아 왔지만, 어쩐 일인지, 아내의 흥분은 나의 손아귀에서 조절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신혼 초에는 아내의 그런 무덤덤함을 빌미로, 많은 시간을 싸워도 봤다. 내가 기술이 모자라서 인지, 아니면, 보다 특별한 비법을 섹스에 필요로 하는 것인지, 나는 끊임없이 아내의 만족을 위해서 방법을 모색했지만, 아내조차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답답함은 더 이상의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세월의 흐름 속에 갇혀,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흘러갈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의 행보를 돌아본다면, 섹스 일변도로, 아내의 오르가즘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인물처럼 보이고 있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끊임없이, 섹스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약이든, 기구든, 자료건 간에 사 모으고 시도하기에 바빴고, 혹시라도 내가 섹스 중에 놓칠 수 있는, 감정적인 실마리는 없는가 하고, 시간만 나면 아내와 상의를 하기 바빴다. 아내도 나의 열의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불감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부 클리닉에 같이 참여하기도 했었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여자의 성적 만족과 흥분 고조를 위한 조언들을 모아놓은 자료들을, 거의 책을 한 권 쓸 수 있을 정도로, 모으기까지 했음에도, 쉽사리 아내의 섹스는 자리를 틀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아내가 그렇다고 섹스 하는 도중에, 멀뚱멀뚱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섹스 후에 느낄 수 있는 만족감, 혹은 오르가즘을 획득했다고 여겨지는, 성취감 같은 것이 도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되는, 불안과 위기 의식이 나날이 자라나고 있음을, 나에게까지 고백할 정도이고 보면, 우리 둘 사이가 그다지 드라이 한 것 만은 아니었다. 오감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어떤 분의 조언에 의해, 섹스의 흥분을 고조시킨다는 선별된 음악을 틀어 보기도 하고, 여성의 성기에 가장 자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딜도는, 가격에 구애 받질 않고 구입했음도 물론 이다. 나에 대한 불만족이 있을까 싶어, 정력제와 발기유지를 위한 약도 불법임을 알고, 서슴지 않고 구입해서, 피임약 먹듯이, 자셔 왔건만, 도무지 아내의 오르가즘은 끌어낼 방도가 묘연한 것이, 이제까지의 과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아내와의 섹스는 준비되어야 할 많은 요소와 상황설정들로 인해, 피곤한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었다. 그러니, 나 또한 섹스의 흥미를 놓치기 일 쑤 였고, 그에 따른 아내의 미안함도, 피부로 느끼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서로가 서로에게 열심이면서도, 궁극적인 섹스의 말미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 안타까움은, 점차 무덤덤하게 일상적 과제를 처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나나 아내나 인정하고 있는 처지였다.
‘다음 주면 당신 생일이네?’
‘벌써? 세월도 참 빨라요. 근데, 나이를 먹어가니까 생일 챙겨 먹는 것도 쫌 그렇다, 그치?’
‘자기는 그렇다 쳐도, 여자들 생각, 해 본적 있어? 자식이나 남편이나 간에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이는 건, 아무런 거리낌이 없지만, 여자들, 지가 지 생일 이라고 미역국 끓인다는 게 얼마나 찝찝한데, 마누라가 차려 주는 생일상 받는 사람이, 복에 겨운 소리하고 있어요, 글쎄….’
‘그건 또 그렇네……생일 날, 뭐 할까?’
‘뭐 하긴, 예전이랑 똑같지 뭐, 다를 건 또 뭐래? 환갑, 진갑 같은 행사도 아니고…..’
나는 그런 얘기를 나눈 저녁, 가까운 근교에서 화원을 하고 계시는 장인어른의 전화를 받았다.
‘윤서방인가? 미리 땡겨서 생일 축하 험세!’
‘아니, 장인 어른께서 어떻게 제 생일을 다 아시고……저야 윤아 에미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부 전화도 제때 드리질 못하는 인간이데…..건강은 어떠세요?’
‘나야 뭐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윤아 에미가 오늘 낮에 전화 왔었어…..나라고 별 수 있나? 기억력도 거의 무지랭이에 가까운데….언간새 자네도 40줄이네 그랴……’
‘좋은 시절 종 쳤죠. 어구 참, 어르신 앞에서 이런 얘기 하는 게 아닌데…. 제가 이렇습니다. 아직 인간이 덜 됐나 봐요.’
‘뭘, 난, 그 나이 때에 벌써, 할마시 보내 버리고, 3년인가 더 됐을 땐데… 참, 세월 금방이네……’
‘그렇네요, 지금도 궁금한데, 장인 어른은 언제, 돌아가신 장모님이랑 혼인 하셨드랬습니까?’
‘글쎄, 어디 보자, 내 나이, 40 이었을 때라………., 윤아 에미가 15살 이었지 아마? 내가 스물에 결혼해서 한동안 아이가 없다가, 백일 치성을 드리고 얻은 게, 윤아 에미 였거든. 내 나이, 서른 일곱 해에 할마시가 세상을 뜨고……. 정말 긴 세월 이긴 허네만… 이젠 할마시 얼굴도 잘 생각이 안 나는 구만….. 늙긴 늙은 모양이야.’
‘근데, 돌아가신 장모님은 지병이 있으셨드랬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것이…..’
‘급성 췌장암 이었지. 약도 없다, 수술도 안 된다 하며, 병원에서 돌려 보내서리… 집에서 임종을 했지 뭔가!…… 끝내, 윤아 에미 한테는 보여 주고 싶지 않았는데……학교 다니던 갸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잘해 주게….. 나야 윤서방, 믿네만……..언제 시간 나면, 이번 주에 좀 들리려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장인 어른 모시고, 술시중 한번 드릴 랍니다. 워낙 두문불출 하시고, 화원에 묻혀 사시니, 저희가 매번 나오시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거의 은둔에 가깝도록 딸네 집, 서울 나들이 조차 피하시면서, 근교의 외진 곳에서 조용히 화원을 이끌어 가시는 장인 어른은, 근골이 장대하신 것이, 시쳇말로, 소싯적, 한가락 했겠다 싶은 몸을 갖고 계셨다. 그런 분이 영판 다르게도, 꽃을 다루시는 일을 하고 계셔서, 고개가 갸우뚱 할 때도 많았지만, 워낙 품성이 조용하시고, 번잡한 것을 싫어하시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하시는 일에 비토를 걸지는 않았다. 그런 타입이라면, 예전이라 할지라도, 선을 다시 보자, 사람을 붙여보자, 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이 재혼을 성사 시켰을 법도 한데, 장인 어른은 굳건하게, 딸 하나만을 애지중지, 키워 오시면서 남은 생애를 보내고 계셨던 것….그래서 그런지, 남달리 결혼식 때에는 눈물을 많이도 보이셨었다. 젊은 사람들 사는 와중에, 방해하기 싫으시다고, 구지, 아내가 졸랐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화원에 남으시겠다며, 봉양을 마다하신 것은, 우리 시댁의 눈치도 안 볼 수 없다고 하시는, 장인 어른의 말씀 때문 이기도 했다. 장모가 없다 보니, 에미 없이 자란 자식이 별 수 있겠냐는 얘기를 듣지 않게 하려고, 될 수 있으면, 모든 대소사를 시댁 위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엄하게 강권하신 것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가깝기는 해도, 시내가 아닌 관계로, 명절이다, 뭐다 해서, 시댁 대소사에 참석하다 보면, 장인 어른을 찾아가 뵈어야 할 시간은, 언제나 촉박한 채로, 뒤로 밀려져 있었고, 그나마, 가기 전에 전화라도 한 통 올리면, 다음 날 출근하는 사람 붙들고, 술이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겠냐 시면서, 부득불, 우리가 내려오는 것을 막으셨다. 장인 어른은 그런 분이셨다.
‘주말에 장인어른 이랑, 술이나 한잔 할까 해.’
‘아니, 당신이 부슨 바람이 불어서?’
‘때 맞춰 자주 찾아 뵈지도 못하고, 사위 하나 있는 게, 이렇게 무대까리 에다, 주변머리가 없어서리, 세상 살 맛이나 있으시겠어? 이번 기회에 내려가, 하룻밤 자면서, 느긋하게 말 벗이나 해드리고 올까 해서 말이지. 당신도 같이 가야지?’
‘그럼요……요즈음 날씨가 추워서 고생이 말이 아니실 텐데…’
아내의 목소리가 잦아 들었다. 나는 아내의 등을 토닥 이며, 꺽꺽 대며, 목이 메어가는 아내를 그렇게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장인 어른, 저 왔습니다.’
‘자네 왔는가? 윤아 에미도 왔네? 윤아는 안 따라 왔냐?’
‘그것도 자기가 뭐 틴 에이져 라나요? 친구 집에 모여서, 누구 콘서트에 갔다가, 같이 자면서 놀기로 했다나 그런대나 봐요.’
‘그렇게 혼자 내깔려 놔도, 별 일, 없는가?’
‘그 집 부모도 저희가 잘 아는 사람이에요. 확인 전화도 다 했구요. 별일 없을 거에요.’
장인어른의 성격을 아는 아내가, 안심시켜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는지, 곧바로 스토리들을 주어 섬겼다. 서울로 향하는 한 트럭의 꽃 무더기가 실려 나가고, 화원은 일꾼들도 하나, 둘 빠져 나가고, 조용해지고 있었다. 아내가 부엌이며, 집안을 들 쑤시고 다니고,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 놓으면서, 혼자 지내시는 장인 어른을 나무라는 것을 그냥 웃고만 계셨다.
‘쟈가 집에서도 저렇게 깔끔을 떠나?’
‘아휴, 장인 어른, 말도 마세요. 저는 무슨 결벽증인가 싶었지 뭡니까? 이제야 조금 누그러 들었는가 싶어도, 가끔 저렇게 튀어 나오 든데요…. 그 덕이야 제가 보고 살지만요.. 헤헤…’
‘살림 하나는 누가 가리키질 않았어도 똑 소리 날 껄세. 어려서부터 엄마 없이, 집안 살림이며, 내 뒷바라지를 해 왔으니 말이야. 해도 너무 한다 싶은 생각, 나도 했었네… 우리끼리 얘기지만 말이야…. 허허허….’
아내는 장인어른의 속내의를 온통 끄잡아 내서 들통에다 때려 넣고, 푹푹 삶아대기까지 하고 있었으며, 결국엔 일일이 옷의 냄새를 맡아가며, 가뜩이나 홀아비 냄새에, 노인네 냄새까지 배면, 살고 싶은 할마시가 있어도, 지풀에 도망 튕길 거라면서, 몽조리 옷들을 꺼내서는 차에다 싣고, 속성 드라이 클리닝을 해준다는 세탁소로 나가 버렸다.
‘허이구, 자네, 저 성질을 다 받아 주고 사는 걸 보니, 도리어 내가 감사해야 되겠네.’
‘아닙니다. 윤아 에미 같은 사람 없어요. 살림 잘해, 애랑, 제 뒷바라지에 물불 안 가리고, 애써….. 사실 요즈음 저런 여자,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어요. 그리고, 요즈음, 애들, 남편, 다 버리고 놀아 재끼는, 정신 나간 여편네들, 극성인 거, 아시죠? 거기에 비하면 윤아 에미야, 천사죠, 천사…..’
‘그런가? 참,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지?’
‘제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이번 주말에 집에서 작업하면 될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뭐, 별로 소용이야 있겠나?’
그런 저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 밖에서 아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좀 나와 봐, 너무 무거워 들 수가 없네!’
아내는 무슨 이삿짐 보따리 만한 분량을 드라이 크리닝을 해 온 것이었다. 여남은 무더기나 되는 걸 보면, 비용도 엄청 났을 듯, 싶었지만, 아내는 일일이 옷장 안에 옷이랑, 내의를 다시 정리해 넣으면서, 보란 듯이 흐뭇해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부엌의 식기와 냄비를 온통 들어 내서는, 묵은 때가 보통이 아니라며, 이런 그릇으로 밥 먹었다가는, 산 사람도 곧장 돌아가실 판이라고, 장인어른을 큰소리로 나무라는 것이었다. 보기에는 화난 사람처럼 씩씩대며, 그릇들을 왠통 닦고 있었지만, 아내의 얼굴은 오랜만에 활기가 가득했다. 화원을 일찌감치 닫아걸고, 들어선 집안은 그야말로, 아내의 지적대로, 아까 들어설 때와 다르게, 번쩍번쩍 광이 나고 있었고……오랜만에 사람 사는 집 같다며, 장인 어른도 좋아 하시는 것이, 그 동안 내가 너무 무심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마저도 들게 하는 것이었다. 바쁜 와중에서도, 아내는 어느새 장을 보아 왔는지, 얼큰한 생태 찌게와 함께, 술상을 보아서는, 나와 장인 어른에게 안겨 놓고, 저 나름대로의 밀린 일들을 하느라, 집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나와 장인 어른은 마치, 부산한 선술집에 들어온 냥, 돌아다니는 아내를 애써 무시해 가며, 지풀에 바삐 돌아가는 주모를 대하는 것처럼, 바쁜 아내의 뒤꼭지에다 대고, 뭘 달라, 뭐가 떨어졌네 하는 주문을 서슴없이 해대면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장인어른은 체구만큼이나 술이 세기로 유명했다. 내가 한 잔을 들이킬 때, 서너 잔을 거푸 앞서 가시며, 들이 키셨어도, 안색 하나 바뀌질 않았다. 나는 안주 발이 강한 관계로, 술 들이키기 무섭게, 냅다 음식이네, 국물이네를 집어 삼키다 보니, 술 보다 다른 것으로 배가 먼저 불러와, 얼마 먹지도 못하고, 씩씩 대기가 일 쑤 였지만, 그야말로 장인 어른은 안주도 챙겨 드시는 법이 없이, 깡으로 드신다는 말이 맞았다.
‘아빠, 그렇게 술만 드시지 말구요…’
‘알았다. 알았어… 내 옆에 앉아서 잔소리 하기 시작하는 걸 보니, 할 일이 없어진 모양이구나.’
‘한참을 치웠네…. 어쩜 그렇게 늙은 티를 내고 사세요? 그러니 저희가 모신다고 안 해요? 시댁에서도 별 말씀, 없으시구만…..’
‘그래도 윤아 에미야, 그런 게 아니란다. 사돈께서 너그러우셔서 그렇지, 장인, 장모 모시고 사는 사위가, 어디 그리 흔키나 하냐? 괜시리 욕 들을 짓 사서 하지 말고, 너그 들이나 똘똘 뭉쳐서 잘 살면 돼.’
‘누가 모시든 모시면 돼지, 아빠는 꼭 무얼 가리고 그래?’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또다시 안주로 떠오른 봉양의 문제…. 그렇지만, 장인 어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밤이 이슥하도록, 술자리는 계속 되었고, 나나, 장인 어른이나 간에, 취기가 단단히 올라, 혀가 조금씩 틀어지고 있기는 매한가지 였다.
‘꺼윽,, 어, 취한다. 윤서방이랑 술을 먹으니, 잘 들어가네 그랴…..이게 얼마만이야?’
‘끅…끄윽… 장인 어른, 게으른 이 못난 사우, 용서 하십시…꺽!...끄윽… 앞으로는 자주 찾아 뵈옵…끅! 끄윽….겠㎢求?.’
‘으이그, 취해서 혀 튕기는 소리 쫌 보지? 당신,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우?’
‘나 증말, 오랜 만에 많이 먹었다…. 이대로 자다가 오바이트 라도…꺽…끄윽… 나올까 겁나넹….. 나 소파에서 좀 잘란당….’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서 술을 먹다가 취기를 이기지 못해, 소파 위로 기어 올라가, 대번에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나 풀어진 마음에다가, 오랜만에 장인과 술자리를 같이 한 덕에 조심성이 무너져 내린 모양이었다. 나는 소파에 엎어져서, 홍야홍야, 정신 없이 술에 취해 잠이 들었고, 한동안 미동도 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갈증으로 입맛을 쩝쩝 다시는 와중에, 나는 거실의 불이 모두 꺼지고, 소파에 누워 있는 내 위에는 이불이 덮여 있는 것을 알았다. 아내가 나를 생각해서 인지, 소파 옆 탁자에 자리끼를 떠다 놓은 것도 보이고, 나는 정신도 차릴 사이가 없이 벌컥벌컥 그 물을 들이켰다. 그 때였다.
‘쨍그렁!’
나는 잠결에 잘 못 들은 줄 알고 있었지만, 그건 분명히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분명했다. 이불을 걷어 내고, 더듬더듬, 불을 켜고, 일어섰을 때, 소파 반대편 거실 구석의 서재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비척대는 걸음으로 서재의 문을 열었다. 서재 안에는 장인 어른께서 잠옷가운 차림으로 바닥에 쭈그리시고 앉은 채로, 와장창 박살이 난 거울 조각을 살펴보고 있었고, 아내도 그 옆에서 망연한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다가, 방에 들어선 나를 동시에 올려다 보았다.
‘무슨 일이래요?’
‘응…. 별거 아니야… 내가 술이 너무 취해서 자러 들어가려고 걸어 가다가 벽에 걸린 저 거울 귀퉁이를 좀 건드렸드만, 힘없이 그냥 떨어지질 않았겠나? 그 소리에 놀라서 깬 모양 이구만, 하여튼 나이가 들면 조심성이 없어져서 큰 일이야. 윤아 에미야, 내가 또 이 한밤중에 일 만들었으니 어쩜 좋으냐? 하루 종일 쉬지도 못했는데……’
아내와 장인 어른은 내가 잠이 든 사이에, 서재에 마주 앉아, 그간 못 나눈 얘기를 하다가,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장인 어른께서, 방으로 자러 들어 가시려다가, 그예, 실수를 하신 모양 이었다. 아내는 손 다치기 쉬우니,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는, 이내 그 거울 조각을 치워 버렸다. 아내는 장인 어른에게 먼저 주무시라고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이미 잠이 깨 버린 나와 장인 어른은, 거실에 다시 앉아, 담배를 피우기로 했다.
‘아무래도 자네, 그건 쫌 무리가 아닐까 싶네.’
‘왜요? 무슨 얘기 해 보셨어요?’
‘윤아 에미가 펄쩍 뛰더라니깐! 거울을 갖고 가라고 그렇게 얘기 했는데, 그것만큼은 싫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데, 뭐라고 다음 말을 할 수가 있어야지. 거울 마저도 저렇게 역성을 드는데, 다른 거야, 더 말할 나위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 자네의 간곡한 부탁만 아니었어도 어떻게 설득해 보련만, 이제 세월이 흘러버려서 나도 그때의 내가 아니라네.’
‘그래도 가능성은?’
‘글쎄, 자네를 인사 시킨다면서 데려온 그 날, 나는 어쩌면 그렇게도 젊었을 적 나를 빼다 막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였는데,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오늘 보니깐 두루, 40줄에 주변 머리 양쪽으로 허옇게 머리 새는 것 까지, 어찌 그리 그때의 나를 닮았던지….’
‘그야, 아직 적응이 되질 않아서 겠죠.’
‘아니, 내 자식은 내가 더 잘 알지. 아마, 윤아 에미는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있는 모양이야. 그렇질 않고서야, 그리도 화를 낼 수가 없잖은가 말이야.’
‘아니, 장인 어른, 춥지도 않으세요? 가운 안에 아무 것도 입질 않으셨네!… 고뿔이라도 들리면 어쩌시려구…. 어서 주무 세요….. 방법 이야….. 제가 한번 찾아 보죠, 뭐.’
‘미안 허이, 딸내미 하나, 설득할 재주도 없이, 부탁도 제대로 못 들어 줘서…’
다음 날, 서울로 올라 오기 전까지, 아내는 가지가지 종류의 밑반찬과 김치를 새벽부터 만들어, 냉장고에 담는 동안에도 말 한마디 없었다. 장인 어른은 일년은 넘게, 반찬 걱정 하질 않아도 되겠다며, 고마워 하셨고, 나는 빈말이라 할지라도 자주 찾아 뵙겠다는 인사와 함께 화원을 떠나왔다. 입을 다문, 아내의 심정도 있고 해서, 생일 전날까지, 나는 내 생일이 다가왔네 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생일날 아침, 아내는 당연히 미역국을 끓였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윤아가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말해 주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서도 구지, 나이 사십 줄이나 쳐먹은 생일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어도, 윤아도 없는 집에서, 오랜만에 집사람이랑 섹스나 실컷 해야 되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여보, 해피버스데이!’
현관을 열고 들어서니, 아내가 꽃 단장을 하고 서 있었다. 나는 저렇게 차리고 있으면, 굳이 어디를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부담감이 생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단지 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저런 차림을 했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기도 했다. 안방으로 들어가 윗도리를 벗으려는데, 옷을 받아 드는 아내가,
‘여보, 저 거울 어때요? 오늘 낮에 사서 걸었는데…..’
거울은 공교롭게도 우리 침대를 내려다 보는 것처럼 걸려 있었다. 언뜻 느끼기에, 저 각도의 거울이라면, 우리가 벌거벗고 뒤엉킨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일날 조차, 머릿속에 그 생각뿐이냐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지, 나는 그냥 보기 좋다는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아내가 안방에서 나를 불렀다.
‘왜, 여보……엥?’
안방에는 언제 준비 했는지, 아내가 생일 케이크를 받쳐들고 있었고, 케이크 에는 정확히 긴 초 네 개가 꼽혀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완전한 나체로, 아까 보던 것보다 더 야시시한 화장을 하고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이, 그것 이었다.
‘케이크에 더하여 당신의 알몸까지, 생일 선물로? 이게 왠 떡? 아니, 왠 케이크?’
‘아잉, 그 전에 당신이 해줄 게 하나 있다구. 이제 당신 나이가 사십 아니우? 그러니, 그걸 기념하는 의미에서, 내 부탁을 들어주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뭔 부탁?’
‘촛불 끄고, 소원이나 우선 빌고…..’
나는 선 채로 눈을 감은 채, 소원을 빌고 후하고 촛불을 불어서 껐다.
‘됐어. 그럼 이리 와 봐요.’
아내는 나를 이끌어 침대에 앉히더니만, 천천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니, 초저녁 인데?’
‘초저녁이면 또 어떠우? 우리 둘 뿐인데…….’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선물은, 섹스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아내가 그걸 이미 간파했다는 것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내 옷을 모두 벗기고, 침대에 기대 앉게 하고는, 침대위로 냉큼 뛰어 올라 왔다.
‘자, 이제부터 당신의 40세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시작하는 거야.’
아내가 혀를 주욱 내밀더니, 내 좇을 밑동부터 귀두까지 쓰윽 훑어 올렸다.
‘캬! 이 맛이야. 잊을 수 없는 그 맛…… 웬일로 당신이 내 마음을 이렇게나……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아내는 불알을 입안에 넣고 돌돌 굴려 보기도 하고, 귀두 주변을 소금 찍어 먹듯이, 톡톡 건드리기도 하면서, 나의 발기가 한계에 이를 때까지 사까시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 아내는 갑자기 좇을 빨던 모든 동작을 중지 하고서, 침대 반대편으로 몸을 옮겨 버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것도 유분수지…. 이런!
‘자, 당신, 이제부터가 나의 간절한 부탁 이라구…… 나 살아 오면서, 당신과 섹스할 때, 만족 못했던 것, 당신도 알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 방법이 어떨까 하고, 나, 내내 고민해 왔었거든…. 날 위해서 거기 기대서, 자위를 해 줘. 충분히 일어섰으니, 별 무리 없겠지?’
그리고는 나에게 등을 보이며, 획 돌아 가랭이를 벌리고, 좇을 붙들고 있는 내 앞에 누워 버리는 것이었다.
‘여보, 뭘 그렇게 딴 짓하고 있어? 어서 저 벽에 걸린 거울 보면서, 자위 하라니깐?’
나는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했더니, 거울로 비쳐진 침대 위의 모습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아내는 누워서 침대를 내려다 보는 각도로 비스듬하게 부착된 거울 속으로, 내가 옷을 벗고, 자위를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 주면서, 동시에 자신도 누워서 영화를 보듯이, 가랭이를 벌리고, 손가락으로 공알을 주무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갑자기 아내의 입에서 트림 하듯이 터져 나오는, 그 요상한 비명…. 그것은 이제까지 수많은 섹스를 해오면서도 들을 수 없었던, 아내의 특이한 교성이었다. 내가 천천히 발기된 내 좇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위아래로 쓰다듬자, 아내는 또 하나의 부탁을 한다.
‘여보…. 흑흑….. 억억…. 내 이름을 불러 줘….. 자위 하면서, 내 이름을…..’
나는 아내의 요구대로 이름을 불러가며, 좇을 쓰다듬었다. 곧이어 더 굵고, 이상하게 찢어져 나오는 아내의 비명…… 아래 쪽을 내려다 보니, 아내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빨갛게 상기되어 있으면서, 이마에는 땀이 송글 송글 맺혀있기도 했다. 이른바,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남편의 자위 모습에, 지극히 흥분하고 있는 한 마리 암캐가, 광란의 음욕에 휩싸여, 맛이 가고 있는 장면이, 눈에 가득 차고 있었던 것이다.
‘희수, 우리 희수.. 아! 희수야…. 나 어떻하면 좋으니…희수야… 아!아!.....희수야…….내 새끼….내새끼 희수!....응응….. 내 좇이 이렇게 성나서 어쩌면 좋니? 희수야, 우리 불쌍한 내새끼…….’
신음에, 교성에, 섹스보다 더한 흥분에 휩싸였던 아내가 자위를 하면서 아내의 요구대로 주절대는 것을 듣자 마자, 갑자기 뻘떡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아…니…. 당신….. 그냥…. 내 이름만 부르랬지….. 어떻게 그런 말들을…… 혹시?’
‘그래, 우리 희수,……. 불쌍한 내 새끼!...’
나는 아무 말 없이 발기되어 사정을 앞둔 좇대가리를 덜렁대면서도 구지 침대에서 일어나, 장롱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장롱 깊숙이 있던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뭐야……?’
‘이거? 내가 지난 주말에 밤새 작업하던 거……’
나는 방안의 TV를 켰다. 그리고 DVD 플레이어에, 꺼낸 디스크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눈에 익은 실내, 그때까지 멀쩡히 달려 있던 거울, 그리고, 거울에 비친 한 노인, 카메라로 찍은 듯한 그 광경은 문 틈 사이로 방안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방안의 인물을 마주보며 정면으로 비추면서 걸려 있는 거울을 문틈 사이로 카메라가 등을 돌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거울 통해 잡아내고 있었고….그건 옷을 벗고, 나와 같은 자세로 의자에 앉아 침잠한 표정으로, 나이와 걸맞지 않게 우람한 좇대를 거머쥐고, 자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장인 어른은 계속해서 좇대를 위아래로 쓸어대면서, 쥐고 흔들었다. 눈은 울고 있었지만, 좇대는 즐거워 헐떡이고 있었고, 문틈 사이로 누군가 보고 있는 것을 뻔히 아는 것처럼 거울을 향해 외치는 것이었다.
‘희수, 우리 희수.. 아! 희수야…. 나 어떻하면 좋으니…희수야… 아!아!.....희수야…….내 새끼….내새끼 희수!....응응….. 내 좇이 이렇게 성나서 어쩌면 좋니? 희수야, 우리 불쌍한 내새끼…….’
장인 어른의 좇물이 허공으로 분수처럼 솟아 흩뿌려 지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그 화면이, 계속해서 연속으로 보여지고 있었고, 아내는 더 이상 화면을 쳐다보질 못했다. 내가 아내의 옆에 살며시 앉아, 어깨에 손을 내 둘렀다. 울먹이는 아내가 나의 가슴에 살며시 안겨왔다.
‘당신…… 다 알고 있으면서…….’
‘아니, 나도 이 즈음까지 머리를 굴린 건, 얼마 안돼. 당신에게 얘긴 안 했지만, 우리 회사 창립 기념일, 화환 주문을 장인 어른께 했었거덩, 그때 손수 싣고 오셨더라구… 그 날 저녁, 시내에서 내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당신과 요즈음 부부생활이 진전도 안되고, 지지부지 하다고 하니까, 너무 괴롭다는 듯이 한숨을 쉬시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물었지. 왜 그러시느냐구. 그랬더니만, 다 그게 당신 잘못 이라구 하시는 거야.’
‘아빠 잘못이 아니야. 다 내 호기심이 불러 일으킨 사단이지……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언제나 방에서 주무시는 적이 없었어. 서재에서 술에 취해 울다가 주무시는 것을, 내가 몇 번이고 깨워도 막무가내 셨지. 점점 몰골이 흉측해져 가는 걸 보다 못해서, 내가 지난 주말에 가서 깨트려 버린, 그 큰 거울을 아빠 생일 선물로 그 서재에 걸어 드렸던 거야. 제발 거울에 비친 아빠 모습을 조금 이라도 보게 된다면, 본인 스스로 추스릴 수 있질 않을까 해서……..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걸린 위치가 방문을 바라보는 벽이었고, 언제나 의자에 파묻혀, 문 쪽을 향해 등을 돌리고 계시는 아빠의 모습이, 정면으로 비추어지는 각도였어. 당연히 내가 문을 삐꼼히 열고 안을 보면, 굳이 방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등을 돌리고 의자에 파묻혀 계신 아빠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지.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빠가 또 우시는 것 같아, 발걸음 소리를 죽여가며, 방 앞으로 다가갔는데,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지. 열린 문틈 사이로 나는 못 볼 걸, 보고 만 거야. 단지 아빠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 하면서, 성적인 욕망을 푸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돌아서려는데,……’
‘장인 어른의 성적인 욕구의 대상이, 돌아가신 장모님에게서 당신에게로 옮겨 있었다는 거지?’
‘응……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 믿고 존경하는 아빠가 어떻게 딸을 상대로 음란한 성적 상상을 저렇게 천연덕 스럽게 할 수 있는지, 그 당시 나이로서는 감히 용납할 수 없는 거였어.’
‘근데, 난 장인 어른도, 당신도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는데, 왜 아직까지, 그때 한번 본 그 일로 여적 고생하고, 서로의 몸들을 붙들어 매고 있느냐 이거지...내 말은…단지, 장인 어른의 얘기에 의하면, 당신의 그 당시 나이로 봐서, 충격은 격심했을 테고, 그로 인해 한창 뻗어나가야 했을 당신의 섹스에 대한 기대감이 산산히 부셔져서, 스스로 그 나이를 기점으로, 출구를 닫아버렸고, 당신은 그 안에서 다람쥐 챗바퀴 도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질 못했을 거라고만 하셨는데, …. 아니야?’
‘근데, 사실은….. 한번으로 끝난 일이 아니라서………맨 처음에는 그 소리를 듣는 다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문은 평소보다 조금씩 크게 열려 있기 시작했고, 나는 몽유병자 처럼, 아빠의 신음 소리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 들리면, 그 방문 앞에 서서, 거울 속에 비친 아빠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있는, 가상의 나 자신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거였어…. 거부할…… 수 가 없었어. 자석처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나이에, 40살 이라고는 하지만 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빠의 벗은 몸과 우람한 성기에 나는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가봐. 이윽고, 나는 어느 사이엔가, 방안으로 들어가는 날들이 자주 이어졌고, 급기야, 아빠는 내가 보는 앞에서 언제나 지금까지도 꿈속에서조차, 선명하게 보이던 그 좇을 흔들면서, 그것도 내 앞에서 내 이름을 처절하게 부르시면서, 눈물 같은 좇물을 허공으로 뿌리셨지. 그 날이 바로 내가 열 다섯이 되던 해 였어. 나는 그 모습이, 나를 향한 욕망의 갈증을 드러낸 짐승의 출현이라고 믿기 보다, 아빠가 갖고 있는 자신의 이중성에 대한 혐오스런 절규라고 느꼈었던 가봐. 그 시간이, 그 자리에서 정지 된 듯, 나는 아빠의 외로움을 달래 드리기 위해, 언제나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아빠의 앞에 서서, 아빠가 울면서 지쳐, 의자에 파묻혀 잠드실 때까지 있다가, 여기저기 흩뿌려진 아빠의 눈물 같은 좇물을 다 닦아내고, 이불을 덮어 드리고서야 방을 나올 수 있었어. 지금까지도 아빠는 단 한군데도 내 몸에 손을 대신 일은 없었구……..’
나는 그제서야, 장인 어른의 설명에서 빠져 있던 부분을, 퍼즐처럼 맞출 수가 있었다. 장인과 아내는 서로 넘어서는 안될 선을 앞에 두고, 세월도, 부끄러움도, 기억조차 잊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내 생일을 기점으로 거울을 산거야?’
‘나도 고민하고 있었어, 여보, 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난 나의 문제가 무언지 밖으로 발설 하지는 않았지만 정확히 알고 있었다구.’
‘그게 뭔데?’
‘미워하면서 정든다는 말처럼, 그 당시 치가 떨리도록 징그럽던 아빠의 그 모습을 저주하면서도, 못내 안타까운 연민으로 인해, 나중에는……. 나중에는…… 그 모습을 사랑하게 된 거야. 나 정말 나쁜 년이야. 이렇게 얘기 하면서도, 끝끝내 숨기려고 했던 것이 있다는 걸, 당신, 상상이나 할 수 있어? 나 그냥 서있기만 한 거 아냐. 당신과 한 침대에서 거울을 보며, 자위했던 것처럼, 난 아빠를 위로하기 시작했지. 아빠, 괜찮아요.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 해도, 뭐라 해도, 난 내 몸에 손조차 댈 수 없는 아빠를, 이해해요 라고 하면서, 아빠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언제부턴가 아빠가 좇대를 붙들고 신음하기 시작하면, 그 앞에서 옷을 모두 벗고, 보지도 잔뜩 벌려서 씹살 안을 샅샅이 보여 주기도 하고 책상에 걸터 앉아 가랭이를 있는 대로 벌린 채, 손가락을 쑤셔 넣으면서, 마구 외치기도 했어. 아빠, 나도 이렇게 더러운 년이에요. 착한 딸이 아니라구요. 아빠의 좇대를 열씸히 그리워하면서 이 손가락이 아빠의 좇인 것처럼 느끼고 헐떡이는 음탕한 년 이라구요. 그러니 아빠, 죄책감 갖지 마시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좇물 덩어리, 공중으로 훨훨 날려 보내세요 라고 말이에요. 흑흑… 나 정말 더럽고 흉측한 년이지?...... 그렇게 살아가다가, 아빠의 젊었을 적 모습을 빼다 박은 듯한 당신을 본 순간, 가슴이 멍해지는 거였어. 정말 못된 년은 나였지. 당신을 보는 순간, 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던 그 음란함을 마음껏 숨긴 채, 내 눈 앞에 마술처럼 나타난 싱싱한 제 2의 아빠인 당신을, 기어이 내 품에 안고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면, 당신, 이해하겠어? 그리고, 나의 마음 속에서는, 그 치욕스럽다고 내팽개쳐 둔 기억으로 인해, 섹스에 마음껏 빠지질 못하는 나 자신의 문제를, 어서 빨리 풀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뒤따랐고….그래서 해결 방안을 나대로 알아보고 다녔어. 충격으로 닫혀진 나의 욕구를 푸는 길은, 바로 당신이 나의 본능 저편, 열 다섯살의 욕망 속에 꿈꾸어 오던 사십 살의 아빠로 설정되어, 현실 속에서 진정한 섹스를 해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거야. 그 전에 나 자신에게 암시를 주고, 어쩌고 해도, 내 눈앞에 젊디 젊은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당신을 보면, 아빠라는 연상이 들다가도 바로 사라져 버리는 묘한 경험을 쭉 겪어왔어. 그러다, 이제서야 사십이 된 당신, 열 다섯살에 보았던 그 모습처럼, 머리 양쪽이 희끗희끗하게 변해가는, 정말이지, 아빠다운 아빠를, 내 손에 쥐게 되었다고, 난 내심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그로 인해 열리게 될, 나의 녹슨 과거의 덧문들…….기억을 지우고 싶어서, 다시 옛날의 행위를 재현해야 하는 괴로움을, 애써 감추고 싶었는데…. 이젠 안되겠지?...........’
‘안되긴 왜 안돼? 저 장인의 영상을 통해, 나도 비슷한 해결 방법을 찾아 보려고, 내가 당신에게 말하지 않고, 장인어른의 자위장면을 찍어 둔 건데…… 그날, 당신이 내가 술에 취해 자는 도중에, 또 다시 장인 어른이 자위를 하는 그 방에 들어가, 보지도 벌려서 보여주고, 같이 자위를 했던 거, 나 다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이제 장인도 나이가 드셨는지, 당신의 그 열다섯 기억 속의 인물로 연상되기에 늙어버렸다는 사실을, 내가 미처 짐작 못한 거라구. 거울을 가져가라고 장인 어른을 시켜, 당신에게 부탁했는데, 당신이 거절하고 바닥으로 그걸 내 던졌지? 내가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나에겐 미움이 없지만, 장인 어른에게는 미움과 증오와 사랑, 연민이 복합적으로 머물러 있는 인물인데, 그 인물의 기억이 치밀어 오르는 거울을 가져가라고 시킨 나의 방법이, 무리가 있었다는 걸 말이야.’
나는 울고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계속해서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반복해서 자위하는 모습이 되돌아 가고 있는 TV를 꺼 버렸다. 그리고 침대로 돌아와, 아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희수야, 내 생일인데, 아빠 좇쫌 실컷 빨아주련? 그럼 내가 희수, 우리 불쌍한 자슥, 음탕한씹구녕 피나게 찢어지도록, 좇나 쑤셔 줄께, 어때? 우리 희수, 우리 딸, 착하지, 응?’
그 날, 나와 아내는 서로의 몸뚱아리가 갈갈이 파열되는 것 같은, 오르가즘의 폭풍으로 인해, 둘 다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조차 없었다. 세 사람은 과연 이런 밤을 위해서 그 오랜 세월을 기다린 걸까? 잠든 아내의 입에서 잠꼬대를 통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아빠라는 단어에, 나는 길게 한숨이 나오는 것을 어쩌지는 못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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