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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를 꿈꾸며(개정)2 - 7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6:31 967회 0건
윤주와 토루 이들 예비 부부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는날이 다가왔다. 공항까지 마중온 정욱과 정미는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를 그들을 바라보며 섭섭한 마음을 달랬다.

"이제 들어가봐요. 오빠."
"가는 거 보고......."

어서 돌아가라는 윤주의 말에는 왠지 모를 섭섭함이 배어있었다. 이제 곧 결혼을 하고 새로이 출발을 할것이지만은 그래도 그간 정이 들었던 정욱과 정미인지라 돌아서기가 쉽지 않았다.

"저기 오네요."

정미가 건너편에서 달려오는 토루를 발견하곤 한마디하였다. 토루는 비행기표를 끊으러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가 오는 것을 보자 정미는 이제 작별이라는 생각에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였다.

"윤주 너 잘 살아야 해."
"고마워."

토루가 도착하자 윤주는 짐가방을 들도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 이걸로 이별이군요"

그 말에 토루는 무슨 당치도 않는 소리를 하느냐며 반문하였다.

"이별이라니? 두 번 다시 못볼 사람처럼..... 한국엔 자주 오긴 힘들지만은, 그쪽이 언제든지 일본에 들일 일이 있으면은 찾아와봐. 내 집이라고 생각을 하고..."
"고맙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됐다며 서둘러 탑승하라는 안내원의 말에 윤주와 토루는 발걸음을 옮겼다.
떠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배웅을 하는 정욱과 정미, 그러다가 둘의 시선이 의아해진다. 돌연 윤주가 짐가방을 놔두고 돌아서서 정욱에게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왜그래?"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변화에 당황하는 정욱을 윤주는 덥석 끌어안았다. 그리고 정욱의 귓가에 대고 나직하게 말하였다.

"언젠가 꼭 와주시는 거예요"
"...... 알았어. 반드시 갈게."
"기다릴께요"

그리고는 정욱을 끌어안았던 팔을 풀면서 정욱과 시선이 교차하자 윤주는 정욱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순간 정욱은 난감하였다. 남들이 보는 곳에서 이렇게 보란 듯이 하는 것 자체가 낯뜨거운데다가 저 앞에는 이 여자의 남편될 사람이 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은 저 앞에서 보고 있는 토루의 모습은 아무렇지 않은 듯 따스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낯뜨거운 표정을 짓는 것은 정욱과 그 둘을 지켜보고있는 정미뿐이었다.
그렇게 짧은 키스를 끝내고 윤주는 정욱에게 떨어져 나오고는 한걸음 두 걸음 뒤로 가더니 이내 돌아서며 토루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곧 둘은 정미와 정욱을 향해서 손을 흔들더니 탑승객들 사이에 파묻혀 이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두사람, 나오자 마자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잡혔다.
그 비행기가 윤주랑 토루가 탄 일본행 비행기인지 아니면은 다른건지 알수는 없지만은 한동안 둘은 그 비행기를 주시하였다.

"이제 안녕이네"
"그래요. 잘 살아야 할텐데...."

정미는 아직도 윤주가 토루와 결혼을 하는 것 자체가 영 맘에 내키지 않은거 같았다.
아버지뻘에 가까운 중년과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스무살도 않된 친구가 맺어진 것은 아무리 생각을해도 영 아니올시다였다.

"자, 그럼 이만 가봐야겠네."
"그래요. 그만 가봐요"

정욱의 말에 정미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며 근처의 택시를 잡아탔다. 자신도 근처에 대기중인 택시를 골라타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왜그래?"

택시를 막 잡아타려는 그녀를 보았다. 뭔가 난처하면서 망설이더니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같은 방향이라면은.... 타세요"
"..... 그래도...... 알았어."

그녀가 제안을 하자 정욱은 잠시 망설이더니 흔쾌히 응하였다. 사실 그렇게 망설일것까지야 없지만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저 정미라는 여자가 걸핏하면은 짜증을 불러일으키게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따로따로 가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은 지금 그녀쪽에서 그렇게 제안을 하자 정욱은 나쁠거 없다는 판단에 같이 동승한 것이다.
둘이 탄 택시는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왔다.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저기....."
"응? 말해"

정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택시비... 대신 내주면은 않돼요?"
"?!!"

어이없어 하는 정욱의 표정을 애써 외면하며 정미는 말을 이었다.

"공항올때는 몰랐는데..... 나올 때 보니까... 집까지 갈려면은 아무래도......"

공항으로 올때는 토루가 대절을 한 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주머니에 얼마가 있는지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려고 차를 타려고 보니까 텅 비어있다는 게다.
그래서 할수 없이 정욱에게 동승을 요청한 것이다. 대신 차비 내줄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러면은 그렇지."

순수한 호의나 배려가 아닌 그런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서 자신에게 동승을 요구하였다는 것을 알고는 정욱은 속으로 비웃었다.

"뭐, 그렇게 하죠."

정욱이 그렇게 승낙을 하자 정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고 이것을 가지고 치사하게 잔소리하거나 나몰라라 하면은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였는데........
일단 그렇게 고비 하나를 넘기자 정미는 불쑥 자존심 문제가 거론되는지 정색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나중에 갚을께요. 이번에 신세 진거....."
"큭큭......"
"??!!"

정욱이 별안간 웃음을 보이자 정미의 표정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 자식 왜저래"

하지만은 정욱은 정미는 그 순간 안중에 없는 듯이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애를 섰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미는 정욱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은 운전하는 기사의 눈치도 있고 해서 그냥 참기로 했다. 행선지에 다다르면은 그때가서 해결을 하기로 하고.........

"아까 왜 웃었어요?"

집에 도착을 하자 정미는 차에서 내리면서 정욱을 바라보며 질문하였다. 정욱은 아직도 웃음이 가시지 않았는지 큭큭 거리고 있었다. 그런 정욱을 보면서 정미의 눈꼬리가 위로 치켜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그쪽을 비웃은 것은 아니야. 단지...."
"단지....?"
"나중에 갚는 다는 말을 들으니까 생각 나는 것이 있어서...."
"뭐가 생각이 났기에......"
"그쪽에다가 빚 받으로 온 그 자식들 말이야"

정욱이 그렇게 웃어댄 것은 나중에 갚는 다는 정미의 말에 순간 그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수만달러를 빌렸는데도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에서 단 1달러도 갚지않고 한국으로 튄 이 여자를 ?으러 왔다가 물먹고 허탈하게 돌아가던 그들 말이다.
나중에 갚겠다는 정미의 말에 정욱은 과연 그게 가능할지 자신도 얼마 않되는 택시비 때문에 이 여자에게 물 먹고 비참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 그 자식들.... 그 예기 그쪽에다가 했다 그말이에요?"

처음엔 뭔 소리인지 몰라하다가 정미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경악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갈게. 잘있어."

그리고는 정욱이 타던 택시는 사라졌다.

"망할 자식들..... 그냥 꺼지면 되는 걸 가지고 왜 그딴 예기를 여기저기 떠벌이고 다녀."

정미는 이 자리에 없는 채권자들을 상기하며 신경질적인 어조로 외쳤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정미는 서둘러서 자신의 집으로 갔다.

"저 인간 그럼 어디까지 아는 거야?"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정미는 기분이 영 아니었다.
집에 도착을 하자 정미는 목욕을 하고 잠시 눈을 부치기 위해 안방에 드러누웠다.

"이제 나 혼자구나"

자신의 룸메이트인 윤주는 일본으로 떠났다. 윤주랑 같이 지낸 것은 거의 1년 정도....
자신보단 1살 아래지만은 한사코 언니 혹은 존댓말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며 야자 하던 그 친구가 이젠 없다. 주변을 둘러보자 정미는 오늘따라 방안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도 그런데..... 쇼핑이나 해볼까? 가만!!"

문득 뭔가 떠오르는지 정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는 이내 울상이 된다.

"아휴, 나 이젠 어떻게 해."

쇼핑을 할까 망설이다가 정미는 곧 달랑달랑한 통장의 잔고를 떠올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앞으로 자신이 부담해야 할 방세가 늘어난다는 것. 처음 이 집에 살던 윤주로부터 방세를 나누어서 분담하기로 하고 같이 기거하였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이 집에 살진 않는다. 분담해줄 상대는 없으니 당연히 그 비용을 전부 자신이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미는 핸드백을 꺼내서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다.

"기집애. 뭐가 그렇게 급해서 벌써 결혼을 해."

일본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며 정미는 소리질렀다. 그 친구가 그리운건지 아니면은 그녀의 공백이 너무 커서 암담한건지 알수는 없지만은....

"학생 전화 받어"
"누군데요?"
"나이는 좀 들어보이는 목소리인데 여자야. 어머니 같은데....학생 바꿔달래."

갑자기 자신을 바꿔달라는 주인 할머니의 말에 정욱은 누구일까 하는 의구심에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하지만은 정욱에게 어머니라고 불릴 여자는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목소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23살, 정욱또래이니 만큼 젊고 활달한 음성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정욱으로써는 누구 전화일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도련님이세요?"

이 목소리, 그렇게 귀에 익진 않지만은 대충 감이 잡히는 음성이었다.

"큰 형수님이세요?"
"예. 저예요."

큰 형수인 김미혜였다. 그녀임을 알고 정욱은 의아해하였다. 큰형수가 자신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었기에.....

"안녕하셨어요. 그런데 어쩐일로...."
"저 지금 충청도에 와 있거든요. 그이랑 같이요 "
"그러세요?"
"도련님 혹시 오늘 시간되세요?"
"왜요?"
"시간 되면은 저희들이랑 식사라도 하는 거 어때요?"
"그게......"
"그 이도 도련님이랑 자리 함께 했으면은 하는데......"
"뭐, 그렇게 하죠. 어디로 언제까지 가면 되나요?"
"00호텔 잘 아시죠."

형수가 말한곳은 정욱도 잘 아는 곳이다.

"잘 알죠. 아버지 계열사 중 하나인데......"
"거기에서 뵙도록 하죠. 저녁 6시에 어때요?"
"그렇게 할께요. 그럼 그때 찾아뵐께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정욱은 저녁 약속을 준비하면서 이래 저래 머리를 굴렸다.

"무슨 일이지"

큰형수 혼자 자신을 보자는 것도 아니고 큰형이랑 같이 자신을 만나고자 한다? 도데체 뭔 이유로.... 그저 형제간의 일상적인 친선 친목 차원에서의 저녁식사 약속? 아니다. 절대로..... 우선은 그 대상이 정욱 자신이라는데서 말이 되지 않았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정욱은 형, 형수, 누나, 매형 그 누구랑도 그런 식의 만남이나 자리를 주선받은적 없었다.
그런데 오늘 큰 형수의 이 제의는 뭘까?

"큰형이랑 형수가 나한테 뭔 볼일이라도 있는 건가?"

단순한 가족 혹은 형제들간의 모임이라면은 다른 분들도 참석을 해야 할 것 아닐까. 그런데 정욱만 불러 내다니....

"가 보면은 알게 되겠지."

그렇게 의구심들을 애써 털어버리고는 정욱은 서둘러 약속장소에 어울리는 깔끔한 옷들을 찾으며 분주하였다.
간만에 큰형 내외랑 식사를 같이하는 자리니 만큼 좋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형수랑 만나기로 한 호텔에 도착을 한 정욱은 그곳에서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형내외가 있는 곳을 향했다.

"바로 이곳입니다."

정욱을 깍듯이 존대하는 나이살 제법 들어보이는 지배인의 태도에 정욱은 씁쓸한 표정이 가지시 않았다.

"아버지가 온것도 아닌데.... 왜 저러는 건지."

이곳은 아버지 계열회사중에 하나, 그룹 총수의 일가를 대하는데 아무래도 소홀히 할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은 저렇게까지 초긴장 상태로 자신을 맞이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런 실권도 없는 새파란 새내기 한테.....
그런 씁쓸함을 애써 감추며 정욱은 지배인이 안내한 곳에 들어갔다.

"오셨군요"
"어서와라."
"큰형, 형수님 다들 안녕하셨어요"

자신을 맞이하는 큰형 내외를 보면서 정욱은 최대한 정중한 어조로 그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인사를 하는 와중에 정욱은 그들 내외를 보면서 약간 미심쩍은 부분 있었다.
형수는 미소를 짓지만은 어딘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였고 큰형은 무덤덤한 표정이긴 하지만은 어딘지 모르게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렇지만은 정욱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큰 형 내외의 경우 자신과의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난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은 부자지간이라고 오해해도 될 정도의 연령차이다. 그렇기에 정욱은 어릴때부터 항상 형, 누나들을 대할때마다 주눅이 들 정도였다.

"학교 생활은 어떻니."
"그저 그렇죠. 그런데로 지낼만 해요."
"예기는 식사하면서 하기로 하고..... 먼저 주문부터 할까요"
"그러죠."

그러자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지배인과 직원들이 와서 메뉴판을 대령하였다.
세사람이 각자 메뉴를 지정하자 직원들은 그것을 메모지에 기록을 하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곧 이어 음식들이 나오자 이들은 식사를 하였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고가며..... 극히 드문일이긴 하지만은 그래도 이런 자리가 나쁘지 않기에 정욱도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었다. 항상 아주 딱딱하고 상대하기 껄끄럽기만 하던 큰형 서윤이기 때문에 오늘의 이 자리가 어느때보다 유난히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큰형하고 작은형, 매형들은 회사 일은 어때요?"

이런 저런 예기가 오고 갔다. 대부분은 큰형 서윤과 형수 김미혜가 정욱의 학교생활이나 요즘 근황에 대한 질문을 하고 정욱은 답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정욱이 이번에는 서윤의 요즘 행적에 대해 물은 것이다. 하지만은 이때부터 분위기는 반전된다.

"다들 잘 해내고 있지. 나나 모두들 아버지 밑에서 다들 열심히야."
"뭐 별일 있겠어요. 다들 잘해 나갈거예요."
"하지만은... 아무래도 너 따라갈려면은 멀은거 같아."
"??!!"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따라갈려면은 멀었다는 서윤의 말에 정욱은 의아해하였다. 하지만은 그 의아함에 대한 질문을 꺼낼수 없었다. 질문을 하려는 순간 정욱은 서윤과 형수 미혜가 차갑게 자신을 쏘아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의식하였다.

"넌 학교 졸업하면은 뭘 할거니?"
"아직........"

갑자기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해 묻자 정욱은 말끝을 흐리며 얼버무렸다. 진로를 정하지 않아서 그렇다기 보단 이들이 단순히 자신의 진로에 관심을 가져서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불쑥 들어서 더욱 그러하였다.

"두말할 것도 없이 아버지 회사로 들어와야지. 너 아니면은 누가 아버지 자리를 이어 받을수 있다고...."
"뭔 소리....예요? 제가 어떻게...."

아버지 자리를 이어받는다? 정욱으로써는 완전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나 다름없다.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그렇게 곱게 봐주진 않는 분이 자신의 아버지이다. 현재 회사를 운영하는 실세들이 그 자식들이긴 하지만은 그 누구도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진 않은 상태이다. 아버지가 아직 건재해서 이기도 하지만은 아버지의 눈에 들 정도로 완벽한 대상에 자신의 자식들 사위들은 포함이 되지 않아서였다. 그렇기에 현재 아들 자식, 사위 자식들은 피나는 노력을 해서 다음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상태였다. 설령 자신이 회사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아버지 나이를 생각을 한다면은 그 기간동안 잘보여서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은 토끼머리에 뿔날 가능성만큼이나 전무하다.
그런데 서윤의 이 말은 도데체 뭔 소리일까? 이제 20살 학교 다니는 중이고 회사일에 대해서는 완전 백치나 다름없는 자신을 두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정욱이 말도 않된다는 소리에 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비꼬는 어조로 대꾸하였다.

"어떻게긴 어떻게야. 이 이사가 뒤에 있겠다. 머리에 피도 않마른 새파란 계모까지 든든한 빽이 되어 줄텐데..."

정선과 이준기... 이 두사람이랑 그런데로 무난하게 지내는 자신을 빈정대는 것이다. 그들에 대해서 서윤이 좋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은 자신이 그들이랑 결탁했느니 뒷거래가 있니 어쩌니 하는 식으로 말하니 정욱으로써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하지만은 상대는 자신의 형, 그리고 형수까지 있는 상태이다. 정욱은 이성적으로 애써 자신의 노기를 가라앉혔다. 그러면서도 정욱은 지금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어떻게해서든 표출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이살 꽤나 먹었으면서 그따위로 밖에 말 못하겠어요."
"도련님!!"
"당신은 가만 있어. 나이살 꽤나 먹었으니까 지금 이럴수 있는거야. 않그랬다면은...."

순간 서윤의 눈빛이 번쩍였다. 뭔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애써 억누르는 사람처럼 그러면서도 터트리고 싶어 미칠거 같은 광기어린 얼굴로 말이다.
서서히 정욱은 오늘의 이 자리가 단순히 형제간의 의례적인 만남에 의해서 이루어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처음 이 자리를 형수가 제의했을때부터 의심을 했어야 하는 건데....... 생전 격어보지 못했던 큰형 내외의 호의인지라 아무 생각없이 참석을 한 것이 문제였다.

"그러면은 그렇지."

큰형 내외의 얼굴을 처다보며 정욱은 허탈한 심정을 금할수 없었다. 뭔가 감정이 있다는 듯 곱지 않은 그들의 시선, 여태껏 봐왔던 자신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던 차갑고 무겁기만 하던 그들의 모습에서 거기서 거기였다.

"않그랬다면은 어땠을건데요!!"

서서히 상념에서 벗어난 정욱이 이를 악물며 겨우 입을 열었다. 조금전 서윤의 한말의 이어지지 않은 부분을 걸고 넘어지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정욱을 보며 서윤은 왠지 가소롭다는 듯 대답하였다.

"말보단 행동이 먼저였겠지. 뭔 뜻인지 이해해."

주먹이 먼저 날아왔을 것이다 그말이다. 서윤의 말에 정욱도 답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예. 이해해요. 그런데 하나 질문할까요?"
"뭔데....."
"그 행동이 먼저한다면은 말이지요. 저한테만 그럴까요. 아니면은 다른 사람들도 다 포함이 될까 그것이 궁금하네요"

서윤의 미간이 약간 일그러지고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난 그렇게까지 편파적이진 않아."
"아~~ 그러세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런다 그말이군요. 하하하"

정욱이 웃음섞인 대답에 서윤과 미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렇게 기분좋은 듯 호쾌하게 웃어댈까 하면서........ 하지만은 그들의 그런 어리둥절한 모습은 정욱의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 한마디에 곧 분노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은 형수님한테도 그렇겠군요. 가장으로써의 위엄과 기품을 지키는 아버지가 바라는 완벽한 이상형을 갖춘 그런..."
"도련님!!"

그말에 제일먼저 발끈한것인 큰형수 미혜였다. 그리고 그녀와 더불어 덩달아서 발끈한 것은 서윤이었고......
서윤의 결점중의 하나가 형수 미혜한테 완전 잡혀 산다는 것이다.
형수의 입김에 의해서 서윤은 처가 식구들을 자신의 힘이 닿는 선에서 회사 요직에 두루 앉혀 놓은 상태이다. 그것으로 인해서 서윤은 아버지 병윤에게 적지 않은 질책을 받고 있다. 하지만은 그런 질책을 받으면서도 개선되거나 수정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그만큼 부인에게 잡혀 산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일로 인해서 서윤은 업무실적이나 일처리능력에서 여러모로 재능을 인정받지만은 전체적인 조직을 이끌어나가는데 리더쉽 부족, 집안문제를 회사에까지 끌어들이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하지 못하는 점으로 인해서 더 이상의 후한 점수를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런 서윤의 결점을 정욱이 물고 늘어지며 드러내놓고 비웃자 더는 치솟는 노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테이블위에 올라온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욱은 형수 김미혜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자신의 치부를 이 새파란 시동생이 들추어낸것에 대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런 형 내외를 바라보며 정욱은 그들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아버지가 아시면은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아니 기뻐하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당장 은퇴하고 큰형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네요. 처가 식구 단속은커녕 처 한테 기죽어 지내기만 하던 큰아들이 결국 해냈으니까요."
"이 세끼가...... 어디서 굴러먹던 종자인지 알수도 없는 것이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다시 말해봐. 뭐가 어째!!"

서윤과 정욱의 노성이 홀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이들이 지내던 홀안에는 뭔가 부서지며 깨지는 부딧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차 한 대가 00호텔 앞에 멈춰섰다. 더 진입하여 주차장안으로 들어가야 하겠지만은 이상하게 더는 그러지 않았다. 그 차안에서 한 여자가 망설이는 듯 손가락을 핸들을 두들기면서 밖을 바라보며 두리번 거린다. 그러다가 그녀의 시선이 어느 한군데로 모아지더니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왠일이지?"

차창 밖에 진희가 목격한 것은 한 대의 고급 승용차 안에서 나오는 두사람이었다.
그들이 누군지 진희는 잘알고 있었다. 병윤의 둘째 아들 내외였다. 강서진, 정유민 이 두사람.
그들이 여기 올것이라는 소리를 들은적이 없었던 진희로써는 의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하지만은 그런 의문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이 차에서 내리자 지배인으로 보이는 복장을 한 중년의 사내가 황급히 달려와서는 이들에게 몇마디 하더니 모두들 당황해하면서 안으로 급하게 뛰어들어갔다.
둘째내외의 모습에 진희도 차에서 내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뭐...뭔 일이야?"

서진의 이 말에 대답을 해주는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아니 대답을 해줄 필요 자체가 없었으니까. 중년의 사내랑 젊은이가 서로를 붙잡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고 그들은 서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뭐라러 물어봐야 할까.

"아, 아주버님. 도와줘요. 이러다 큰일 나겠어요"

서진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상대는 형수인 김미혜였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방금 막 들어온 서진과 동서인 정유민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과연 큰일 나게 생겼다. 보아하니 식사를 같이 하였던거 같은데 테이블이랑 각종 식기들은 다 바닥에서 흩어져서 깨어진 상태이고 의자들은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 중이다.

"이 새끼... 죽어!!"

퍽퍽....이리 저리 옥신각신하며 바닥을 뒹굴다가 그제서야 찬스를 잡은 서윤이 정욱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얼굴로 향해서 날렸다. 억센 서윤의 주먹에 정욱은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쪽도 죽어 주셔야지."
"이 놈이.....!!"

몇 대 정욱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후 잠시 숨을 돌리는 서윤에게 정욱이 한마디 하였다. 그렇게 두들겼는데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에 서윤은 기가 막혔다. 하지만은 그 기가 막힌 것은 더 이상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악......"
"이번엔 내 차례야. 각오해!!"

잠시 뜸을 들이는 서윤에게 정욱의 발끝이 서윤의 종아리에 조인트를 깠다. 그런데 얼마나 세게 찼는지 서윤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로 인해서 정욱의 멱살을 잡던 그의 손이 풀렸고 그 틈에 정욱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아주 격렬한, 방금전에 말한것처럼 자신의 차례이며 결코 여유따윈 주지 않고 당신을 손봐주겠노라는 강인한 의지가 담긴 어조로.... 그 순간 정욱의 다리가 올려지고는 세차게 대기를 가르기 시작하였다. 퍽, 퍽퍽.. 빠악...

"아아!! 아악.... 크윽"
"죽어, 죽어 죽엇!!!"

정욱의 발길이 서윤의 몸을 철저히 다지기 시작하였다. 세찬 발길질에 서윤은 비명을 질러댔고 바닥엔 조금전 정욱과 함께 먹었던 음식물들과 약간의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차마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이들의 싸움을 제일 가까이서 지켜보는 김미혜 역시 생전 처음보는 시동생의 악의에 찬 모습에 극도로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남편이 저렇게 두들겨 맞고 있는 것에 화가나고 속도 상하지만은 그 보단 정욱에게 느껴지는 공포심이 그것들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떠한 행동도 제동을 걸게 만들었고......
이런 격렬한 난전에 처음 제동을 건 것은 서진이었다. 정욱의 저런 모습 생전 보지 못했기에 어찌할봐를 몰라하며 머릿속이 혼란스러m지만은 형의 비명소리랑 바닥에 쏟아지는 피랑 오물을 보자니 잘하면은 큰일이 일어나갔구나 하는 생각에 결국 나서게 된 것이다.

"그, 그만해. 그만하라니까.!!"

서윤에게 달려드는 자신을 가로막는 서진의 모습을 보자 정욱은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자신을 가로막는데에 대한 분풀이를 그 자리에서 표출하였다.

"저리 비켜!!"

퍽....... 정욱을 만류하기 위해서 달려든 서진, 하지만은 그 역시 정욱의 한방에 바닥에 나뒹굴었다.

"으윽....."

강펀치, 아니 팔꿈치로 면상을 가격당한 상태라 서진도 눈앞에 불이 한동안 번쩍거려서 몸도 가눌수 없었다. 그런 정신없어하는 서진의 귀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정도로 살기가 잔뜩 배여 있었다.

"큰놈에 이어서 작은놈 등장이네. 둘이서 협공을 하시겠다? 해봐. 기꺼이 상대해줄테니까. 그 잘난 매형이라는 작자들도 끌고 오지 그래."
"너, 너.....!!"
"난 볼일이 있어서.... 저 아저씨 정신좀 차리게 해줘야 하겠거든. 이번에도 방해하면은 그쪽도 각오해."

이제야 아픔이 가라앉자 서진은 상대를 바라볼수 있었다.
자신에게 돌아서면서 아직도 바닥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서윤을 향해서 가는 정욱의 모습을 그리고 그의 발이 들어 올려지면서 서윤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는 모습도...

"으윽!! 아악, 제발.... 그마아안"

구두 뒷꿈치에 자신의 뒤통수를 가격당하자 서윤의 비명이 홀 안을 가득 매웠다.
그리고 서윤의 비명과 더불어서 정욱의 울분에 찬 목소리도 함께 울려퍼졌다.

"왜 허구헌날 나만 갖고 그래. 내가 뭔 잘못을 했어. 이날이때까지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게 상대도 않해줬잖아. 그런데 뭔 원수진일이 있다고 가만있는 사람 불러내서 비참하게 만들어 엉!!!:"

퍽퍽퍽...... 정욱의 노성과 함께 그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서윤은 더 이상 비명지를 힘이 없는지 그냥 대책없이 맞고만 있다.

"그만하세요. 도련님!!"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홀안을 가득매웠다. 그러자 정욱도 그 목소리가 들려온쪽을 향해서 시선을 돌렸다. 정욱뿐만이 아닌 서진을 비롯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갑작스런 누군가의 출현을 확인하러 같이 고개를 돌렸다.
진희였다. 얼마나 뛰어서 달려왔는지 그녀 역시 숨이 차오른 상태였다. 하지만은 힘겹게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보단 여기의 펼쳐진 광경이 기가막혀 하는 것 같았다.

"그만 않하면은 어쩔건데요?!!"

갑작스런 진희의 출연에 정욱은 당황하였지만은 그래도 조금전과 같은 살기를 계속 품고 있었다. 이미 정욱으로써는 참고 참았던 감정의 응어리가 터질데로 터진 만큼 상대가 누구던 간에 기분이 획하면은 어떤 행동이든 표출할 기세였다.
그런 정욱을 바라보며 진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은 정욱을 바라보는 진희의 표정은 무덤덤하기만 하였다.

"회장님한테 보고를 아니, 이리로 모셔 올겁니다."

그 말은 즉시 효과를 발휘하였다. 그만두지 않으면은 아버지를 모셔오겠다는 소리.
아버지를 떠올리는 순간 정욱의 주먹에 힘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서윤을 향해서 가격을 하기 위해 준비해뒀던 다리에도 힘이 풀렸고.....

"성공이군"

서서히 정욱의 얼굴에서 노기와 분노가 가라앉는 조짐이 보이자 진희는 자신의 의도대로 되어가는 것에 안심을 하였다. 아무리 화가 나고 형들따윈 안중에 없는 상태라곤 하지만은 그래도 아버지인 회장을 상대로 그렇게까지 할 위인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며 그렇게 나온 것이다. 결국 진희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물론 상대가 아버지랑 한판 할수 있느니 마느니 하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고령의 부친을 앞에두고 저렇게까지 살기 등등하게 나올수 없다는 정욱의 착한 내면을 꿰W어 보며 말한것이다.
털석.... 정욱이 주저앉았다. 이제 어느정도 이성을 회복하였기에 자신이 벌려놓은 일에 대해서 암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욱 역시 적지 않게 두들겨 맞은데다가 사력을 다해서 서윤을 두들겨 팼기에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가서 몸조리나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까요?"

주저앉은 정욱을 향해서 진희가 말을 걸었다. 정욱은 진희를 처다보았다. 하지만은 진희는 정욱이랑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다른데로 돌렸다.
진희가 바라보는 쪽으로 자신도 고개를 돌린 정욱, 그리고 보았다. 호텔 직원들이 몰려와서 자신이 벌려놓은 난장판을 보고 웅성웅성 거리는 모습을.......
순간 정욱은 몸에 힘을 주며 간신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비틀 비틀 거리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입구를 가로막던 호텔 직원들은 정욱이 걸어나오자 길을 터주었다.

"제가 모셔다 드리..... 악!!"

힘겹게 걸어나오는 정욱을 부축하려던 진희를 정욱은 뿌리쳤다. 그리고는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홀을 빠져나갔다.
착잡한 심정으로 그가 걸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희는 곧 주변 관객들의 시선을 의식을 하고는 돌아서서 아직도 뻗어 있는 서윤과 서진에게 다가갔다.

"실장님께 여길 부탁 드릴께요. 직원들 입단속 부탁합니다."
"??!!!"

실장이라고 지목을 받은 사람은 서진이었다. 서진은 기가막혔다. 자신을 손아랫사람으로 대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그것도 직급이나 나이로 보나 비교가 않되는 어린 것이.......

"너 도데체 날 뭘로 보는 거야."

아마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진 않을까 추정되는 눈빛이었다. 그런 그의 표정을 애써 외면하며 진희는 아무런 내색을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회장님 귀에 않들어가게끔 뒷 마무리 부탁 드립니다."
"으, 아.... 알았어요. 윤비서. 여긴 내가 맡.....지요"

앞전과 달라질 것 없는 진희의 말에 서진은 분통이 터지기 직전이었지만은 아버지 예기가 나오자 일단 불편한 심기를 거두기로 하였다. 이번일이 자신의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은 좋을거 하나 없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보고 있는 이 많은 호텔 직원들의 시선또한 지나칠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 말이 나옴과 동시에 눈앞의 이 새파란 어린 것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인지를 하였기 때문이다.
서진이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이자 진희는 미련없이 정욱이 걸어나간 방향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진희는 한쪽 구석 멍하니 있는 한 여인을 바라보았다.

"왜 저러지?"

서진의 부인인 정유민이었다. 한쪽 벽에 기대서서는 멍하니 서 있는 것이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핸드백을 잡고 있는 두손은 약간 부들 부들 떨렸다.

"꽤나 겁이 났었나 보네"

조금전 격렬한 싸움을 벌인 시동생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게 아닐까. 지렁이도 밟으면은 꿈틀한다는 진리를 자신의 눈으로 목격한데 대한 부작용일거라고 진희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애써 외면은 하며 홀을 빠져나왔다. 멍하니 있는 것이 석연치 않지만은 남편이 알아서 챙겨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나쳤다.

"가만?"

그 순간 진희의 머릿속에는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여보 괜찮아요. 않아파요?"

저 멀리 서윤을 붙잡고 울분을 삼키는 김미혜의 모습이 보였다. 남편이 잘도 다져진 상태인 것을 보고 그녀는 많이 마음아파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만든 시동생을 생각을 하며 이를 가는 거 같았다.
미혜의 모습을 보다가 다시 정유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일까."

단순히 조금전의 난장판을 목격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김미혜랑 비교하여서 볼 때 사뭇 달랐다. 방금 벌어진 일이 그녀에게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일이진 않을건데.....
하지만은 진희의 그 생각은 더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였다. 자신은 지금 해야 할 일이 따로 있기에........

진희가 정욱을 따라잡는데는 그렇게 오래걸리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고급 호텔에서 반쯤 박살이 난 누군가가 비틀비틀 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많은 사람들의 목격담을 통해서 추적이 가능하였고 곧 근처 공원에서 주저앉은 그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병원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진희의 제안에 정욱은 처다보지도 않고 쌀쌀하게 뿌리쳤다. 하지만은 진희는 느낄수 있었다. 무뚝뚝한 음성이지만은 약간 울음을 삼키는 듯 미세하게 떨리는 그러면서도 사력을 다해서 참고 참는 그의 심정을........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그 말에 정욱은 고개를 그녀쪽으로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정욱과 얼굴을 마주하자 진희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모습에 가슴이 내려않는거 같았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요? 그러면은 이렇게 될줄 알고 있었다는 말로 해석되는데......"

정욱과의 시선을 외면하며 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예측한건 아니지만은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불안했었습니다."
"뭐 때문에 이렇게 된건지 말해줄래요"

서서히 목소리에 힘이 빠져가는 듯 가늘어지는 그의 음성에 진희는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먼저 병원에 가서 몸 돌보신뒤에 대답해드리는 것으로 하면은 않될까요?"

진희의 말에 정욱은 피식 웃었다. 아니 웃었다기 보단 약간 뺨을 실룩거렸다고 해야 할까.

"고마워요. 윤비서. 억!!"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극심한 통증에 정욱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괜찮으세요."

황급히 그에게로 다가와서 부축을 하는 진희. 하지만은 정욱은 그 상태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며 두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흑흑..... 흐흐읍, 흑..... 흡흡"

그렇게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진희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상태로 그대로 지켜만 볼뿐이었다.

"읍읍..... 흡흑.... 흑흑..... 엄마...... 엄마."

터져나오는 울음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자신의 손으로 틀어막는데도 완전히 막을수 없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그의 흐느끼는 소리만으로도 진희는 그의 심기를 알수가 있었다.

"미안해요. 정말로......"

속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그에게 해댔다. 사실 자신이 미안할 것은 별로 없지만은 진희는 그렇게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대처했으면은 오늘의 난장판을 미연에 방지를 할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였기에.......

실컷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저렇게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터트리는 모습에 진희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 몸을 일으키고는 정욱이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저렇게 실컷 울게 내버려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진희가 그렇게 자리를 옮기자 정욱은 참던 울음을 결국은 터트리고 말았다.

"엉엉, 흐어엉, 흐으흐으..... 흑"
"실컷 우세요. 그렇게 해서 오늘 있었던 일 지울수 있겠거든 그렇게 하세요"

멀리 떨어진채 정욱을 바라보며 진희는 그렇게 속으로 외쳤다.
정욱의 울음 소리는 갈수록 커졌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엔 간혹가다가 엄마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였다.

정욱은 진희의 차에 탄후 근처의 병원에 도착하여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도 어딘가 부러졌다거나 심각한 내상을 입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리저리 상한데가 많은데다가 퉁퉁 부어버린 얼굴 및 사지의 근육으로 인해서 얼마동안 거동하는데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어느정도 치료가 끝나자 정욱은 병원 바깥의 공원에 자리를 잡고 진희로부터 예기를 듣게 되었다.

"강원도 리조트 건설 백지화된거 때문이라고....."
"예. 전무님이 앞장서서 밀어붙이고 지원을 하던 것인데.... 그것이 회장님이 못하게 막으셨거든요."

진희의 말에 정욱은 이해가 않간다는 듯 재차 물었다.

"아버지가 못하게 막았는데 왜 나한테 저러는 건데....?"
"도련님이 얼마전에 그거 못하게 회장님에게 말씀드린거 그분 귀에 들어간거 같습니다."
"그렇긴 하였지만은...... 설마 큰형이 내 말 몇마디에 아버지가 사업 취소하라고 압력을 행사하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거야?"

도저히 이해가 않가는지 정욱으로써는 황당하기만 하였다.
아버지가 자신의 말 몇마디에 그렇게 흔쾌히 응해줄 분이 아니라는 것은 자신이 잘 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큰형도 모르고 있진 않을텐데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책임을 물으며 시비를 걸줄이야.

"그리고..... 또 하나 있습니다."

정욱의 눈치를 살피며 진희는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또? 뭐가 있기에....."

다른 뭔가가 있다는 말에 정욱은 진희에게 대답을 재촉하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가 큰형의 일에 걸림돌이 되거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행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욱의 호기심은 극에 달하였다.

"도련님께서는 미이케 재단 이사장님이랑 잘 아시는 사이신가요?"
"미이케 재단?"

한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업체 이름이기에 정욱은 의아해하였다. 그런 정욱을 보면서 진희는 설명을 계속하였다.

"미이케 재단은 일본 금융계의 무시할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펀드 그룹입니다. 이번에 일본 현지에 진출하였다가 사업 부진 때문에 철수하던 저희 자회사 펀드를 그 쪽에서 인수를하게되었습니다."
"그런데.....?"

도통 뭔 소리인지 모르는 전문적인 경영관련 예기인지라 정욱으로써는 답답하기만 하였다. 그래도 문제의 핵심이 어떤것인지는 알아야 하겠기에 대충 넘어가고 진희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들과 협상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진 않았습니다. 그 일을 강서윤 전무님께서 맏으셨는데....."

결국 우여곡절 끝에 서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쪽으로 일본 지점 매각 협상을 해결을 하였다. 계약이 이루어진 그날 자축연을 열었고 회장과 중역들까지 다 참석을 해서 경축하기까지 하였다.
경영부진으로 해외지점 철수 시키는 것이지만은 그래도 별다른 손실없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가면서 조속히 마무리 지어진 것이기에 이런 자리까지 마련되었다.
그 자리엔 물론 인수 계약을 한 일본의 00재단측 인사까지 참석을 하였다.

"수고 많으셨소. 어려운 발걸음을 해서 서로가 만족할수 있게 일을 끝내주시다니...."

회장 병윤의 치하에 미이케 재단에서 나온 간부도 답하였다.

"저희 이사장님의 지시를 따른 것 뿐입니다."
"어쨌거나 이쪽에서 넘긴 지점을 잘 꾸려나가 주시오. 비록 그쪽에다가 넘기긴 하였지만은 한때 다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니까 말이오."
"회장님의 그 말씀 이사장님에게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사장님이 회장님에게 꼭 전해드리라던 말씀이 있었는데......"
"무슨 말을?"

느닷없는 자신에게 전하는 미이케 재단 이사장의 예기라고 하자 병윤은 무슨 예기일까 하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상대의 말을 기다렸다.

"이번에 이사장님께서 사적인 일로 인해서 한국에 들렸다가 급하게 귀국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사장님께서는 한국 청년 하나를 알게 되었는데 꽤나 맘에 드셨나 봅니다."
"그래서요?"
"그런데 그 청년이...... 알아보니 회장님의 막내 아들이었더군요. 강정욱씨가 아드님 맞죠?"
"?!!"

갑자기 자신의 막내 아들의 이름이 여기서 나오자 병윤은 의아해하였다.

"그, 그렇습니다만은...."
"시간이 없어서 짧은 만남으로 끝냈지만은 다시 언젠가 한국으로 방문할 기회가 온다면은 아드님을 뵙고 의형제를 맺었으면은 한다고 아버님이신 회장님에게 그렇게 전해달라고 이사장님께서 부탁하셨습니다."
"그런가요?"
"처음에 아드님에게 제안을 하려고 하였지만은 이사장님 나이가 나이니 만큼 형님 아우 하기에는 너무 나이차가 많아서 말을 꺼내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알아보니까 막내 아드님에게 여러 형들과 누나들이 있더군요. 그분들이랑 나이차이가 제법 나기에 그런 제안을 해도 이상할거 없겠다 싶어서 결국 저를 통해서 전해달라고 하셧습니다."
"호~ 그 녀석이 그렇게 맘에 들었단 말인가요?"

뜬금없이 튀어나온 정욱의 이름이지만은 그 말을 듣는 병윤의 얼굴엔 미소가 어렸다.
본적도 없는 일본 미이케 재단 이사장이라는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아들의 칭찬을 전해들으니 오죽할까. 그리고 이 사람의 배경 자체가 무시할수 없을 정도로 굵직굵직한 인사인데 그로부터 자신의 아들이랑 의형제를 맺었으면은 한다니....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그런 제안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지 않은가.
도데체 정욱이 어떻게 행동하였기에 이렇게까지 나오는 걸까. 병윤은 흐뭇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저희 짐작입니다만은...... 이번 협상건은 귀사에서 요구한 사안을 전부 수용을 하라는 이사장님의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진겁니다. 잘은 몰라도 아드님이랑 연관이 있진 않을는지...."
"그, 그런가요?"

상대의 말에 병윤의 얼굴이 크게 벌어진다. 그리고 이들의 대화에 주목을 하던 주변 사람들도 놀라워하였다.

"그 녀석 발한번 넓군."
"어떻게 알게 됐길래 이렇게 한거지?"

여러 중역들이 한마디씩 하였고 곧 병윤에게 잘난 아들을 뒀다며 장래가 기대된다는 식의 축언을 건냈다.


"이렇게 된겁니다."

진희의 예기가 끝나자마자 정욱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내 이름이 나오긴 나온건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

아직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한듯하자 진희의 부수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실은 앞전의 리조트 건 백지화 그렇게 단순하게 이뤄진거 아닙니다. 회사내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고 결국 취소가 된거죠. 그 일로 인해서 강서윤 전무님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죠."
"............"

아무말없이 듣기만 하는 정욱의 눈치를 힐끗 살피며 진희의 다음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앞서 강원도 리조트 건 일에 대해 만회할 목적으로 일본 지점 매각에 그렇게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어렵사리 자신들쪽으로 유리하게끔 성사시켰고 계약까지 체결을 하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까지 열었고 모든 것이 서윤에게 순탄한 행보였다.
그런데 축하연의 자리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그룹 중역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미이케 재단 이사장과 정욱과의 예기가 나오고 정욱을 봐서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해서 계약을 체결을 하였단 말이 나오자 상황은 역전되었다.
서윤이 어렵사리 성사시킨 일본 지점 철수 매각건에 대한 공은 그렇게 어이없이 정욱에게로 돌아간 것이다.
재주는 서윤이 부리고 돈은 정욱이 챙겼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미이케 재단 이사장이라는 사람 어떻게 나를 안다는 거야?"

한동안 시름에 잠겨있던 정욱이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

"정말로 모르세요? 도련님을 잘알고 있던거 같던데......"
"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내가 상대할일이 있어야지. 가만!! 일본에 있는 펀드 재단이라고?"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정욱이 묻자 진희가 대답을 한다.

"예."
"그렇다면은 일본인?"

이번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한번 정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사장이라는 사람 이름이 뭔지 윤비서 혹시 알고 있어?"
"그게.... 일본인이라서 이름이 잘...... 이마....뭐라던가 토오..."

진희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이름의 일부를 거론하였다. 하지만은 진희가 부분적으로 거론한 것만으로 정욱의 기억을 살리는데 충분하였다.

"이마니시 토루"
"아!! 그 이름이었던거 같습니다."

진희의 확정적인 말에 정욱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높은데 있는 사람이었나"

그때 윤주와의 일로 여러모로 복잡하였기에 그 사람에 대한 신상이라던가 기타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물어보거나 알 방법이 없었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줄이야.
아마도 토루는 자신과 윤주랑 이어준데 대해서 뭔가 보답을 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중대한 협상을 치르는 기업의 총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한발 양보를 한 것이 아닐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랬어요"

이 자리에 없는 토루를 떠올리며 원망 섞인 외침을 속으로 질러댔다.
단순한 호의 차원에서 그가 자신에게 배푼 배려임에는 분명한데 그 결과가 참으로 요상하지 않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형의 일거리를 빼앗았고 공을 가로챈 격이 되지 않았으니 난감할 노릇이다.

"윤비서가 보기에도 내가 잘못한걸로 보여?"
"예??"

갑작스런 정욱의 물음에 진희는 어리둥절하였다.

"그, 그게.....!!"

도저히 정욱의 물음에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정욱과 미이케 재단 이사장이라는 사람이랑 어떤 관계인진 잘 모르지만은 아직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시작하는 단계도 아닌 단순한 학생에 불과한데 그런 굵직한 사안을 가로채서 자신의 공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억지지 않은가.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하긴 더욱 그렇다. 동분서주하며 노력을 하였던 서윤의 고생이 단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으니까. 회사에서 서윤이 노력을 해서 미이케 재단측에 일본 현지 법인 매각을 성공리에 성사시킨 것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떠올리지 않는다.
오직 정욱의 이름이 거론되었고 그로 인해서 성사된 것 하나만 화제가 될뿐이다.

"아니, 질문이 잘못됐네. 아냐 아냐..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잖아."

그리고는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돌아보지도 않고 진희에게 말을 하였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윤비서."
"고맙다니요. 당치도 않은... 제가 너무 늦게..."

진희의 말을 정욱이 중간에 가로막고 끊었다.

"윤비서 잘못 아니에요. 설령 미리 알려줬다고 해도 오늘 같은 일은 피하지 못했을걸요. 어떤식으로든 간에 벌어질 일이었죠. 이만 가볼께요"
"저기....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됐어요. 바쁠텐데 들어가봐요. 아버지가 많이 기다리시겠네요"

순간 진희의 미간이 찌뿌려진다. 아버지가 많이 기다리시겠다니.........
병윤과 진희의 관계를 가지고 비아냥 거리는 것으로 들렸다.
하지만은 불쾌한 기분도 잠시 힘없이 걸음을 옮기는 정욱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희의 맘은 착잡하기만 하였다.

"미안해요. 정말로......"

들어줄 사람은 없지만은 진희는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하였다.
미이케 재단측과 매각 협상이 있은후 회사에서 보게되는 강서윤 전무는 그야말로 우거지상이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의 공이 전부 회사일과 연관이 전혀없는 동생에게 돌아갔으니 오죽할까. 그리고 자신이 추진하였고 노력한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에 서윤의 심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그래서 진희는 남몰래 그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서윤의 불편한 심기가 어떤 식으로든 간에 표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그리고 그 대상이 정욱이 될 수도 있기에 불미스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예의주시하였다.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서윤이 모든 일정을 취소를 하고 이곳에 내려갔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뭔 일 때문에 간것인진 알수는 없지만은 앞전의 일도 있고 해서 행여나 하는 맘에 진희도 남몰래 뒤를 따르게 되었다.
00호텔에서 부부동반으로 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은 정욱을 초대를 하였다. 정욱이 들어가는 것을 목격을 한후 진희는 호텔 밖에서 서성거리기만 하였다.
설마하니 이런 고급호텔에서 뭔 일이 생기기야 하겠느냐는 자신의 우려가 기우였을거란 생각으로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둘째 내외가 급하게 그곳에 방문하는 것을 목격을 한 진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들이 이곳에 올 이유가 없었고 극도로 당황한 표정을 하며 뛰어가는 것이 진희는 못내 수상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뒤를 따라들어갔고....... 설마 설마하던 일들이 결국에는 현실로 드러났다.

"정말로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걸까"

자신의 차를 주차시킨 곳으로 맥이 빠진 모습으로 걸어가는 진희는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을 때 이상한 방향으로 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일이 형제들끼리 격렬하게 몸싸움까지 벌여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또 뭐가 있다고.....
삐리리리~~~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리자 진희는 전화를 받았다.

"예. 아!! 회장님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있어 가지고..... "

병윤의 전화였다. 아무말도 없이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에 대해 질책을 하는 것이다.

"곧 들어가겠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늦더라도 빨리 들어오길 바란다는 회장의 당부였다. 진희는 수화기를 끊고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사모님은 언제쯤 제 공백을 매워 주실수 있죠?"

부인인 정선만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정선이 진희만큼 능숙하지 못하고 자신을 잘 리드해주지 못하기에 병윤은 진희를 선호하는 것은 여전한 것이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진희는 병원을 빠져나왔다.

"이 세끼가...... 어디서 굴러먹던 종자인지 알수도 없는 것이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오늘 서윤이 자신에게 내뱉었던 예기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떠올렸다.

"그래 난 근본도 알수 없는 종자야."

이 앞에 존재하지 않지만은 형, 누나, 형수 매형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한탄조로 말하였다.
항상 집안에서의 자신의 존재는 요지부동이었다. 좋게 말하면은 배다른 동생이고 나쁘게 말하면은 근본도 알수 없는 사생아에 후레자식이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하였다.

"그래도...... 난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않그래요?"

하지만은 그 말에 동조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욱의 근처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대답을 해 줄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라고......
그렇지만은 정욱에겐 지금 그들이 이 자리에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은 이런 말을 그들앞에서 해봐야 그들이 존재하지 않은 지금 상황이랑 전혀 다를봐 없을테니까.
그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오늘날까지 정욱이라는 존재는 애물단지에 불과하였다.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정욱의 시선에 포장마차 하나가 잡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의 지갑에 손을 대었다.

"충분하겠네."

그리고는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술을 마실지 모르는 정욱이지만은 그래도 지금 이순간엔 뭔가를 마시고 싶었고 속을 풀고 싶었다.

"아응, 완전 그림의 떡이 따로 없네."

상가에 진열되어 있는 눈에 띄는 옷들을 바라보며 정미는 한숨을 내쉬며 맥빠진 소리를 해댔다.
사지 않으면은 않될 만큼 자신을 사로잡는 색다른 옷들......
하지만은 주머니의 지갑을 열어보면은 그런 생각들이 사라지고 만다.
윤주가 없는 지금 지출할 돈이 대폭 늘어났지만은 반면 수입은 재자리 걸음인 상황인지라 이런 불균형에 의해서 예전의 왕성한 소비욕구와 본의아니게 매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었다.

"들어와보세요. 싸게 해드릴께요"

뚫어지게 바라보기만하는 정미를 보던 매장 직원이 달라붙었다. 하지만은 정미는 뒷걸음치며 물러났다.

"됐어요. 이정도면은 볼거 다 봤어요."

그리고는 하염없이 돌아선다. 그날의 아이쇼핑은 이걸로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나도 룸메이트 구한다는 광고 내볼까."

이전에 자신도 윤주가 내건 광고를 보고 찾아가서 결국 그렇게 동거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은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여유가 생길테고.... 이렇게 쪼들리진 않을텐데....
하지만은 고개를 젖는다.
원룸이나 투룸과 같은 격이 갖추어진 곳이라면은 모를까 그렇게 하꼬방 수준의 후진 곳에 누가 찾아와서 자신과 룸메이트가 되어줄까.
이전의 자신의 경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그게 가능하였지만은 자신과 동거할 상대들이 전부다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여간에 돈 날데는 없고....... 들어가는데는 늘어만 가고..... 힘들다 힘들어."

집에 도착하면은 가계부 정리를 할 것을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났다. 아무리 이리저리 아끼고 아껴도 적자를 벗어날 방법 자체가 없었다.

"엄마, 엄마..... 흑흑"

한동안 상념에 젖어 있던 정미의 귀에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근처 가로수 나무를 붙잡고 누군가가 고개를 숙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마실려면은 곱게 마실것이지. 그리고 엄마가 뭐야. 엄마가...."

보아하니 나잇살을 어느정도 먹어보이는 사내가 저런 추태를 부리니 한심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냥 지나칠려는 찰나 정미의 귀에는 상대의 울부짖음이 또한번 들려왔다.

"저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 어디 계세요. 흐윽....."

뭔지 모르지만은 속에 단단히 응어리같은 것이 생긴게 아닌가 싶었다. 취중진담이라고 했던가 정미는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이보세요. 정신 차리시고... 집이...??!!"

다가가서 말을 거는 순간 정미는 움찔하였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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