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아직 월급날까진 p일이 남았는데..........젠장"
사는게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조그만 봉제공장에서 아이롱(다림질)사로 일해서 타는 월급은 언제나 모자란다.
물론 나의 계획적이지 못한 삶때문이다.
나이 서른에 이제는 이 세상에 혈혈단신 나 혼잔데 이렇게 생각없이 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나는 언제나 생각뿐이다.
갑자기 가슴 한 켠이 횡해지면서 얼굴도 생사도 모르는 누이가 떠 올랐다.
"젠장 김밥이나 한 줄로 저녁을 떼워야겠다."
집 앞 분식점에서 김밥 한 줄을 사서 털래 털래 집으로 들어 오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시발아......뭐하냐?...........-
"어........태수냐?..........퇴근한다."
-언능 튀어 와라.........한 잔 하자..............-
"돈 없다..........."
-시발아.........그냥 와..........-
태수가 말한 호프집은 걸어가도 될 만큼 가까웠다.
김밥보다는 치킨에 호프 한 잔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순간 초라해졌다.
"이번달에 월급타면 쫌 아껴쓰고 살아야지.............젠장"
호프집은 제법 컸다.
한 구석에 태수놈이 보이는데 어떤 여자하고 나란히 붙어 사발을 풀고 있는 듯 했다.
테이블앞에 서자 태수가 고개를 들더니 반갑게 맞았다.
여자에게 고개를 끗떡여 인사를 하고는 앞자리에 앉았다.
나보다 서너살 많아 보였는데 그런데로 봐줄만 했다.
"인사해라 우리집 앞에서 미용실하는 애경씨다."
"안녕하세요"
그 여자가 수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배가 고파 오백 한 잔을 거의 단 숨에 들이켰다.
"술 잘 드시나봐요?..........."
"예..............배가 고파서.............."
"호호.............."
안주로 나온 치킨 p조각을 먹고 나자 정신이 돌아왔다.
난 사람을 만나면 많은 말을 하지는 않치만 한마디 한마디가 재미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분위기는 금방 좋아졌다.
"애경아........니 친구 있으면 불러라.........."
"시벌넘 지보다 서너살은 많아 보이는데 반말 찍찍하는거 보니 벌써 자빠트렸구만.........."
"친구?..........글쎄 부를만한 애가 있을라나.................."
이쯤에서 내가 한마디 해줘야 한다.
"전..............치마만 둘르면 됩니다..........."
"호호호..........하나 있기는 한데.............."
"왜?.............얼굴이 메롱이야?.............."
"아니.............그게 아니고 너무 잘 나서 탈이지.............."
"전 너무 잘 난 여자는 부담됩니다..............."
쥐뿔도 없는데 여자는 무슨 여자인가...........
그냥 분위기 좀 맞추다 보니 진짜 불러낼 생각인 것 같았다.
애경인가 뭐신가 하는 여자가 일어나 전화를 하는 듯 밖으로 나갔다.
"어떤 사이냐?.........."
"어?.........그냥 한 달에 한 두번 만나 배꼽이나 맞추는 사이지 뭐..........."
"재주도 좋다........시발놈..........."
"너도 오늘 잘 해봐라..............외로움에 발버둥치는 여자들이다......키키.........."
그나마 친한 친구는 이놈밖에 없는데 내가 봐도 한심한 놈이다.
나는 덕유산 산자락에서 태어나 살았던 완전 시골뜨기 촌놈이고 태수놈은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란 완전히 겉과 속이 같은 서울 얍샙이였다.
생긴 건 별로지만 어릴때부터 발랑 뒤집어져서 놀돈 가락이 있던 놈이라 왠만한 여자는
말 p마디로 후리는 내가 봐도 부러운 혓바닥을 가진 놈이다.
물론 그 혓바닥을 잘못 놀려서 나에게 죽도록 맞고 세대 더 맞고는 친구가 된 놈이다.
잠시 후 그 여자가 들어와 기분 좋게 웃더니 친구가 금방 나온다고 했다.
마음 한 구석으로 약간의 기대가 들면서도 내 처지를 떠 올리고는 그냥 체념을 해 버렸다.
"내 주제에 여자는 무신 여자냐..............젠장"
그러고 보니 여자 살냄새를 맏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앞에 앉아 있는 여자처럼 적당히 색기가 흐르면 한 번 찔러나 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마음을 비웠다.
다시 오백 한 잔을 다 마실 즈음 애경이라는 여자가 입구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고개를 돌려 저만치서 두리번 거리는 여자를 본 순간 실망이 밀려 왔다.
얼굴은 자세하게 안보여도 옷차림은 내가 생각했던 쉬운 여자들이 입는 타입이 아니였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주부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하고는 걸어오는 발걸음이 반듯한게 그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엉거주춤 일어나서 자리를 내주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조심스럽게 내옆에 앉았다.
숨이 막혔다.
바로 앞에서 보니 상당한 미인이였다.
그냥 막연하게 맘속으로 동경하던 어떤 여자가 떠 올랐다.
수수한 옷차림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아니 어떤 옷을 입던 이 여자의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 것 처럼 보였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태수놈도 말없이 여자만 보는게 그 놈도 느꼈다는 걸 알았다.
약간 긴 단발머리를 뒤로 넘겨 핀을 꽂았고 화장끼 없이 뚜렷한 이목구비에 여자치고는
짙은 눈썹이 인상적이였다.
언제나 시장 같은데서 볼 수 있는 스타일이었지만 얼굴이나 몸 짓에서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함부로 할 수 없는 어떤 도도함마저 느껴졌다.
"빨리 왔네.........."
"니가 빨리 나오라고 난리를 쳤잖아..............."
"인사해.........이쪽은 내가 말한 태수씨고 그 쪽분은 태수씨 친구................
이쪽은 내 친구 정 애란이예요.........."
"안녕하세요.......박 태숩니다........."
"반갑습니다.........조 철봉이라고 합니다............"
내 이름을 말하자 애경이라는 여자가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아무래도 태수놈한테 무슨 얘기를 들은 듯 했다.
태수놈은 항상 내 이름 가지고 장난을 쳤는데 좃이 철봉이라고 놀려 대곤 했었다.
아마 그 얘기를 애경이라는 여자에게 한 듯 했다.
태수넘의 혓바닥이 다시 춤을 추면서 썰을 풀어내자 분위기는 다시 좋아졌고
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술과 안주를 퍼 입으로 날랐다.
애란이라는 여자는 내가 가끔씩 한마디 할때마다 웃는데 그 웃음을 보면
식욕이 사라질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태수넘의 얘기 주제가 애란이라는 여자에게 넘어 오자 애경이라는 여자는
은근히 견제를 하면서 나하고 엮어 줄려는 의도를 다분히 내보였다.
"태수씨..........애란이하고 철봉씨하고 좀 닮지 않았어?............."
"뭐가 닮았냐?.............완전 미녀와 야수구만..........."
하긴 태수놈 말이 맞다.
애란이라는 여자는 누가 봐도 미인이고 난.................야수가 맞다.
십년전 신검 받을때 재본 키가 185였고 얼마전에 사우나에서 달아 본 몸무게가 95키로였다.
야수...............맞다.
태수놈의 말에 애란이라는 여자가 처음으로 소리내서 웃었다.
꿈이 저만치 달아나는게 내 눈에도 보였다.
"아냐........눈썹하고 눈매가 닮았어.............."
"하긴 둘다 눈썹은 짙은게 그건 닮았네.........."
태수놈이 못마땅하게 맞짱구를 쳤다.
젠장 눈 코도 아니고 눈썹이 뭔가?
그게 닮으면 얼마나 닮는다고 애경이라는 여자가 억지를 부리는 듯 했다.
애란이라는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다.
왠지 어색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 오르는게 슬쩍 눈을 피해 버렸다.
잠시 스치면서 마주친 그녀의 눈빛에 뭔가 울컥하면서 가슴속에서 넘어 왔다.
"보고 있으니까.........철봉씨 잘 생겼다..............."
"그럼 니가 한 번 꼬셔 봐라...........저 넘 힘은 좋다........."
"ㅋㅋ........말안해도 딱 보면 알겠다.............."
썅.........언제나 처럼 내가 안주가 되는구나.
그러고 보니 태수넘이 나한테 맞은지가 너무 오래 된 듯 했다.
조만간에 타작을 한 번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는 술 잔을 드는데 애란이라는 여자가
얼른 자기잔을 들더니 내 잔에 부딪히며 건배를 했다.
그 한 번의 건배가 태수놈을 살렸다.
그럭 저럭 배를 채우고 호프집을 나서는데 애경이라는 여자가 노래방을 가자고 난리다.
"난 안돼 그만 들어가서 애들 재워야되..............."
"니 신랑보고 재우라고 해..................."
"안돼........오늘 애들 아빠 늦는다고 그랬어.................난 들어 갈께.............."
"어휴........기집애........도움이 안된다..............."
그녀가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걸어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가슴 한 켠이 허전해졌다.
여태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어떤 아쉬움이 밀려 왔다.
미용실 아줌마가 노래방가자고 잡는 걸 뿌리치고 집으로 와 버렸다.
그녀가 가버리고 나자 나도 태수도 맥이 빠져 더 이상 놀 기분이 아니였다.
눈치 없는 애경이라는 여자는 끝끝내 태수를 물고 늘어져 둘은 노래방을 갔다.
집에 들어 와 대충 씻고 누워 눈을 감자 애란이라는 여자가 눈 앞에 선하게 떠 올랐다.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잠깐의 첫 만남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 여자를 만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마 남들이 말하는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이 아마 이런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연락처도 모르고 더구나 남편과 애들이 있는 유부녀라 내가 어찌해볼 그런 여건은 아니였다.
그냥 그녀를 생각하는 그 순간을 즐길 뿐이였다.
꿈을 꾸고 싶었다.
꿈속에서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아직 월급날까진 p일이 남았는데..........젠장"
사는게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조그만 봉제공장에서 아이롱(다림질)사로 일해서 타는 월급은 언제나 모자란다.
물론 나의 계획적이지 못한 삶때문이다.
나이 서른에 이제는 이 세상에 혈혈단신 나 혼잔데 이렇게 생각없이 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나는 언제나 생각뿐이다.
갑자기 가슴 한 켠이 횡해지면서 얼굴도 생사도 모르는 누이가 떠 올랐다.
"젠장 김밥이나 한 줄로 저녁을 떼워야겠다."
집 앞 분식점에서 김밥 한 줄을 사서 털래 털래 집으로 들어 오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시발아......뭐하냐?...........-
"어........태수냐?..........퇴근한다."
-언능 튀어 와라.........한 잔 하자..............-
"돈 없다..........."
-시발아.........그냥 와..........-
태수가 말한 호프집은 걸어가도 될 만큼 가까웠다.
김밥보다는 치킨에 호프 한 잔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순간 초라해졌다.
"이번달에 월급타면 쫌 아껴쓰고 살아야지.............젠장"
호프집은 제법 컸다.
한 구석에 태수놈이 보이는데 어떤 여자하고 나란히 붙어 사발을 풀고 있는 듯 했다.
테이블앞에 서자 태수가 고개를 들더니 반갑게 맞았다.
여자에게 고개를 끗떡여 인사를 하고는 앞자리에 앉았다.
나보다 서너살 많아 보였는데 그런데로 봐줄만 했다.
"인사해라 우리집 앞에서 미용실하는 애경씨다."
"안녕하세요"
그 여자가 수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배가 고파 오백 한 잔을 거의 단 숨에 들이켰다.
"술 잘 드시나봐요?..........."
"예..............배가 고파서.............."
"호호.............."
안주로 나온 치킨 p조각을 먹고 나자 정신이 돌아왔다.
난 사람을 만나면 많은 말을 하지는 않치만 한마디 한마디가 재미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분위기는 금방 좋아졌다.
"애경아........니 친구 있으면 불러라.........."
"시벌넘 지보다 서너살은 많아 보이는데 반말 찍찍하는거 보니 벌써 자빠트렸구만.........."
"친구?..........글쎄 부를만한 애가 있을라나.................."
이쯤에서 내가 한마디 해줘야 한다.
"전..............치마만 둘르면 됩니다..........."
"호호호..........하나 있기는 한데.............."
"왜?.............얼굴이 메롱이야?.............."
"아니.............그게 아니고 너무 잘 나서 탈이지.............."
"전 너무 잘 난 여자는 부담됩니다..............."
쥐뿔도 없는데 여자는 무슨 여자인가...........
그냥 분위기 좀 맞추다 보니 진짜 불러낼 생각인 것 같았다.
애경인가 뭐신가 하는 여자가 일어나 전화를 하는 듯 밖으로 나갔다.
"어떤 사이냐?.........."
"어?.........그냥 한 달에 한 두번 만나 배꼽이나 맞추는 사이지 뭐..........."
"재주도 좋다........시발놈..........."
"너도 오늘 잘 해봐라..............외로움에 발버둥치는 여자들이다......키키.........."
그나마 친한 친구는 이놈밖에 없는데 내가 봐도 한심한 놈이다.
나는 덕유산 산자락에서 태어나 살았던 완전 시골뜨기 촌놈이고 태수놈은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란 완전히 겉과 속이 같은 서울 얍샙이였다.
생긴 건 별로지만 어릴때부터 발랑 뒤집어져서 놀돈 가락이 있던 놈이라 왠만한 여자는
말 p마디로 후리는 내가 봐도 부러운 혓바닥을 가진 놈이다.
물론 그 혓바닥을 잘못 놀려서 나에게 죽도록 맞고 세대 더 맞고는 친구가 된 놈이다.
잠시 후 그 여자가 들어와 기분 좋게 웃더니 친구가 금방 나온다고 했다.
마음 한 구석으로 약간의 기대가 들면서도 내 처지를 떠 올리고는 그냥 체념을 해 버렸다.
"내 주제에 여자는 무신 여자냐..............젠장"
그러고 보니 여자 살냄새를 맏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앞에 앉아 있는 여자처럼 적당히 색기가 흐르면 한 번 찔러나 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마음을 비웠다.
다시 오백 한 잔을 다 마실 즈음 애경이라는 여자가 입구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고개를 돌려 저만치서 두리번 거리는 여자를 본 순간 실망이 밀려 왔다.
얼굴은 자세하게 안보여도 옷차림은 내가 생각했던 쉬운 여자들이 입는 타입이 아니였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주부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하고는 걸어오는 발걸음이 반듯한게 그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엉거주춤 일어나서 자리를 내주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조심스럽게 내옆에 앉았다.
숨이 막혔다.
바로 앞에서 보니 상당한 미인이였다.
그냥 막연하게 맘속으로 동경하던 어떤 여자가 떠 올랐다.
수수한 옷차림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아니 어떤 옷을 입던 이 여자의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 것 처럼 보였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태수놈도 말없이 여자만 보는게 그 놈도 느꼈다는 걸 알았다.
약간 긴 단발머리를 뒤로 넘겨 핀을 꽂았고 화장끼 없이 뚜렷한 이목구비에 여자치고는
짙은 눈썹이 인상적이였다.
언제나 시장 같은데서 볼 수 있는 스타일이었지만 얼굴이나 몸 짓에서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함부로 할 수 없는 어떤 도도함마저 느껴졌다.
"빨리 왔네.........."
"니가 빨리 나오라고 난리를 쳤잖아..............."
"인사해.........이쪽은 내가 말한 태수씨고 그 쪽분은 태수씨 친구................
이쪽은 내 친구 정 애란이예요.........."
"안녕하세요.......박 태숩니다........."
"반갑습니다.........조 철봉이라고 합니다............"
내 이름을 말하자 애경이라는 여자가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아무래도 태수놈한테 무슨 얘기를 들은 듯 했다.
태수놈은 항상 내 이름 가지고 장난을 쳤는데 좃이 철봉이라고 놀려 대곤 했었다.
아마 그 얘기를 애경이라는 여자에게 한 듯 했다.
태수넘의 혓바닥이 다시 춤을 추면서 썰을 풀어내자 분위기는 다시 좋아졌고
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술과 안주를 퍼 입으로 날랐다.
애란이라는 여자는 내가 가끔씩 한마디 할때마다 웃는데 그 웃음을 보면
식욕이 사라질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태수넘의 얘기 주제가 애란이라는 여자에게 넘어 오자 애경이라는 여자는
은근히 견제를 하면서 나하고 엮어 줄려는 의도를 다분히 내보였다.
"태수씨..........애란이하고 철봉씨하고 좀 닮지 않았어?............."
"뭐가 닮았냐?.............완전 미녀와 야수구만..........."
하긴 태수놈 말이 맞다.
애란이라는 여자는 누가 봐도 미인이고 난.................야수가 맞다.
십년전 신검 받을때 재본 키가 185였고 얼마전에 사우나에서 달아 본 몸무게가 95키로였다.
야수...............맞다.
태수놈의 말에 애란이라는 여자가 처음으로 소리내서 웃었다.
꿈이 저만치 달아나는게 내 눈에도 보였다.
"아냐........눈썹하고 눈매가 닮았어.............."
"하긴 둘다 눈썹은 짙은게 그건 닮았네.........."
태수놈이 못마땅하게 맞짱구를 쳤다.
젠장 눈 코도 아니고 눈썹이 뭔가?
그게 닮으면 얼마나 닮는다고 애경이라는 여자가 억지를 부리는 듯 했다.
애란이라는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다.
왠지 어색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 오르는게 슬쩍 눈을 피해 버렸다.
잠시 스치면서 마주친 그녀의 눈빛에 뭔가 울컥하면서 가슴속에서 넘어 왔다.
"보고 있으니까.........철봉씨 잘 생겼다..............."
"그럼 니가 한 번 꼬셔 봐라...........저 넘 힘은 좋다........."
"ㅋㅋ........말안해도 딱 보면 알겠다.............."
썅.........언제나 처럼 내가 안주가 되는구나.
그러고 보니 태수넘이 나한테 맞은지가 너무 오래 된 듯 했다.
조만간에 타작을 한 번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는 술 잔을 드는데 애란이라는 여자가
얼른 자기잔을 들더니 내 잔에 부딪히며 건배를 했다.
그 한 번의 건배가 태수놈을 살렸다.
그럭 저럭 배를 채우고 호프집을 나서는데 애경이라는 여자가 노래방을 가자고 난리다.
"난 안돼 그만 들어가서 애들 재워야되..............."
"니 신랑보고 재우라고 해..................."
"안돼........오늘 애들 아빠 늦는다고 그랬어.................난 들어 갈께.............."
"어휴........기집애........도움이 안된다..............."
그녀가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걸어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가슴 한 켠이 허전해졌다.
여태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어떤 아쉬움이 밀려 왔다.
미용실 아줌마가 노래방가자고 잡는 걸 뿌리치고 집으로 와 버렸다.
그녀가 가버리고 나자 나도 태수도 맥이 빠져 더 이상 놀 기분이 아니였다.
눈치 없는 애경이라는 여자는 끝끝내 태수를 물고 늘어져 둘은 노래방을 갔다.
집에 들어 와 대충 씻고 누워 눈을 감자 애란이라는 여자가 눈 앞에 선하게 떠 올랐다.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잠깐의 첫 만남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 여자를 만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마 남들이 말하는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이 아마 이런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연락처도 모르고 더구나 남편과 애들이 있는 유부녀라 내가 어찌해볼 그런 여건은 아니였다.
그냥 그녀를 생각하는 그 순간을 즐길 뿐이였다.
꿈을 꾸고 싶었다.
꿈속에서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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