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자 정욱은 간만에 아버지랑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아무렇지 않아하면서도 병윤은 정욱의 얼굴을 무심코 흘겨보았다. 정욱의 모습은 얼굴이 붓기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았지만은 그런데로 양호하였다.
다들 아무말 없이 아침을 같이 먹고 있지만은 그 무거운 적막감이 맴도는 것은 여전하였다.
정선은 정욱을 바라보았다. 정욱은 아무에게도 눈길 하나 않주고 그냥 먹기만 할뿐이었다.
옆에서 간혹가다가 병윤이 아들에게 시선을 던지긴 하지만은 정욱은 아는지 모르는 지 그냥 식사만 할뿐이었다.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며 시작한 아침식사를 마감한후 얼마있지 않아서였다. 똑똑....... 정욱이 안방문에 노크를 하자 안에서 누군가 말하였다.
"누구냐?"
"접니다. 아버지."
"들어오너라."
문을 열자 마침 새어머니 정선과 병윤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정욱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정선이 말하였다.
"어서와라. 참, 너도 차 한잔 할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정욱은 정선의 호의를 거절을 하고는 병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병윤이 입을 열었다.
"앉거라."
"예."
정욱이 아버지랑 자리를 마주하게 되었고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이만 내려가볼까 합니다."
"그래? 그려냐. 그럼 가봐라."
"예."
이렇게 간단하게 몇마디 주고 받고는 대화는 끝이었다. 그리고 정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선이 나섰다. 아무래도 이렇게 삭막한 부자간의 모습을 보자니 답답했기에 나서지 않을수가 없었다.
"잠깐.... 간만에 집에 왔는데 그냥 갈거니?"
"갑자기 불려왔잖아요. 저도 할 일 많아요."
"그래도......"
"그렇게 붙잡지 않아도 돼. 그런다고해서 더 눌러지낼거 같지도 않은데....."
정욱을 붙잡으려는 정선에게 병윤이 한마디하였다.
"그럼 이만......"
"아!! 잠깐...."
방을 나서려는 정욱을 순간 정욱이 불러 제지를 하였다. 정욱은 돌아서면서 의아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
"깜빡 했는데......... 첫째가 너한테 그런 소리를 한거 말인데......"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런 일로 아버지에게 심려 끼치는 일 없을겁니다."
아무래도 그때 한판 벌인 일을 가지고 언질을 줄려는 듯 하였기에 정욱은 굽신거리면서 먼저 선수를 쳤다. 하지만은 이번의 아버지의 대답은 정욱의 예상 밖이었다.
"단단히 주의 주마. 다시는 그런 말 입에 담지 않게 말이다. 그녀석이 그렇게 계념없이 굴다니."
그러자 정욱의 뜻밖이라는 듯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정선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된거지?"
남편의 입에서 나올 예기치고는 너무나도 뜻밖인 내용이기에 정선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않을수 없었다. 어젯밤 그렇게 막내 아들을 두들길땐 언제이고 이제 와서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을하며 사과에 가까운 언질을 주니 말이다. 하지만은 주변에서 부인과 아들의 반응은 아랑곳 않고 병윤은 딱딱한 어조로 재차 말을 이었다.
"그렇게 알고...... 그만 가봐라."
"예."
그리고는 정욱은 방문을 나섰다. 정욱이 현관문을 나서려는 순간 정선이 다가왔다.
"몸조심 하고..... 그리고 뭔 일이 있으면은 연락을 해. 그리고....."
"이모일이라면은 걱정 마세요. 심려 끼치는 일 없을겁니다."
재빨리 정욱이 중간에 정선의 말을 끊으며 대답하였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사실 그녀가 제일 걱정할 만한 일이 그것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정욱이 자신의 속을 꿰뚫어보는 듯 말을 꺼내자 정선은 덜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그렇게 말해주니.... 그럼 믿고 있을께."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그렇게 정욱은 집을 나섰다. 창가에서 정욱이 정원을 가로지르며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한동안 지켜본후 정선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정욱이 갔어요."
"알고 있어."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딱딱한 어조로 대꾸하는 병윤...... 그러자 정선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말문을 열었다.
"저기..... 여보.... 제가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은....... 그래도 않할 수가 없어요?"
"사모님!!"
갑작스레 정선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에 정선은 고개를 돌렸다. 서재의 문이 열리고는 진희가 나왔다. 실오라기 하나 않걸친 알몸으로 말이다. 조금전까지 그런 알몸으로 이방과 서재를 오고가며 서류 정리를 하며 병윤에게 보고를 하던 중에 정욱이 들어오자 재빨리 서재쪽으로 몸을 숨긴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정선이 뭘 말하려는 순간 나선것이다.
"어젯밤 무리를 하셔서 회장님 좀 쉬셔야 합니다. 이만 물러나세요."
단호한 어조로 정선에게 요구를 하는 진희, 하지만은 정선은 잘 안다. 진희가 주제도 모르고 쓸데 없이 정부인인 자신에게 강압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대로 그 말 꺼내지 마세요."
진희의 눈이랑 마주치자 정선은 그녀의 시선에서 그것을 읽을수가 있었다. 이 여자는 자신이 뭘 말하려는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막으려고 한것이라는 것을.......
"윤비서 말대로 해. 나 그렇게까지 기운이 남아 돌지않아."
쓸데 없이 자신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된 시선과 언질을 정선에게 주며 병윤이 진희의 말에 동조를 하였다. 그런 진희랑 남편을 번갈아 바라보며 정선은 허탈감을 감출수 없었다.
"왜 않된다는 거지?"
정선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을 하고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시작도 하기 전에 원천 봉쇄를 하는 이들을 말이다. 정욱의 생모에 대해서 뭔가 알아낼려고 한 정선의 의도는 그렇게 시작도 못해보고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어제 정욱이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으며 울고 불고 하는 상황에서도 어머니를 그리며 찾던 모습,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파오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였다.
그렇기에 정선은 어떻게 해서든 정욱의 생모에 대해서 알아내고싶었고 그래서 이렇게 용기를 내어가며 말을 꺼내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아예 시작도 못해보고 그렇게 물러나야 하는 이 상황이 말이다. 기가 막힌 정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방문을 나섰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며 뒤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한마디 던졌다.
"그럼 이건 어때요? 이거면은 물어봐도 괜찮을거 같은데......"
"말해봐."
"정욱이 당신 아들 맞기나 한거예요?"
그러자 병윤의 낯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런것도 잠시 이내 침착한 이전 표정으로 되돌아 가더니 부인의 물음에 답하였다.
"난 자선 사업가가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병윤은 옆에 있는 진희를 끌어 않고는 바닥에 또慧? 그리고 그녀의 유방과 엉덩이를 주물르며 애무하기 시작하였다. 진희는 그런 병윤을 침착하고 능숙하게 리드를 하며 이끌어나갔다. 그런 남편과 남편의 애인을 뒤로 하고는 정선은 밖으로 나왔다.
"자선 사업가가 아니라고? 저 사람 아들은 분명하다 그말인데......."
일단 건진 것은 이것 하나뿐이다. 하지만은 그것만 가지고는 더 이상 추적할 단서나 꼬투리를 잡을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정선은 한숨만 내쉬었다.
"미안하구나. 내 힘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인거 같아"
이 자리에는 없는 정욱을 떠올리고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모자 지간이라고 하긴 약간 어색하지만은 그래도 최대한 노력을 해보려는 정선이기에 안타까움만 더해갔다.
"사모님"
"예. 아줌마."
"문밖에서 누가 사모님 동생이라면서 문열어 달라고 하는데요."
그 말에 정선은 인터컴으로 향하였다. 화면에 드러나 있는 얼굴은 정미였다. 정선은 갑작스런 동생의 방문이 의아한 듯 수화기에 대고 외쳤다.
"너? 여긴 어쩐 일이니?"
"아버지가 찾아가보라고 하셔서........ 언제까지 이렇게 세워 둘거야?"
"알았어."
정선은 문을 열어준뒤 돌아서서 의성댁에게 정미에게 대접할 다과를 준비하라고 말한후 안방으로 향하였다.
"여보."
"응."
병윤은 아내가 들어왔는데도 시선하나 주지 않고 진희의 알몸을 부둥켜 안고는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진희는 병윤의 진한 애무에 성감이 고조되었는지 음부에서 애액들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 동생이 찾아왔어요"
"동생? 가만..... 유학갔다가 잠적하였다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며 병윤이 말하자 정선이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적하였다면서?"
"얼마전에 제가 찾아냈어요"
"후훗..... 그렇다면은 한동안 외출 금지 시켜야 하는거 아냐"
"그럴수가 없으니까 그렇죠."
정선의 대답이 맘에 않드는지 병윤은 혀를 끌끌 찼다. 그러다가 뭔 생각이 들었는지 진희에게서 떨어지고는 말하였다.
"얼마나 성깔이 있기에 그러는지.... 일단 왔다니까 한번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좋겠지. 윤비서는 하던 일 마저 하고 이만 쉬어."
"예. 회장님."
병윤이 떨어져 나가자 진희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서재로 향하였다.
정미는 화려한 집안 내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며 멍하니 있다가 언니가 왠 노인한명과 같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정선은 병윤에게 동생을 소개하였다.
"제 동생이에요. 여보. 정미 너 인사 드려야지."
"처음 뵙겠습니다. 이정미라고 해요. 혀엉..부...."
처음 보는 처제라는 여자가 칭해주는 형부라는 어조가 약간 이상하긴 하지만은 병윤은 개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엄청난 나이 차이가 있는 만큼 아무래도 형부라는 소리가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을거라고 느끼기에..... 하지만은그건 어디까지 병윤의 생각일뿐 정미가 그런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오빠 아버지를 보고 이렇게 불러야 하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정미는 허탈해하였다. 감정상으로는 시아버지 혹은 예비 시아버지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정미였다. 그렇기에 속에서 튀어나오는 아버님이라는 소리를 애써 억누르고 형부라고 칭하였는데 그게 왠지 이상하게 왜곡된 것이다.
"듣던대로 상당히 성깔이 있게 생겼군 처제. 그래 이렇게 간만에 만났는데 차라도 한잔 할까. 당신은 어때."
"좋지요. 아줌마한테 준비하라고 했어요."
"자, 이리로 앉지. 물어 볼 것도 많은데.."
"예."
간만에 찾아온 동생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정선은 예기꽃을 피웠다. 병윤도 자리를 함께 해보고 예기를 나눠보니까 처제가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패기가 넘치고 혈기 왕성한 타입인것에 흡족해 하였다. 병윤이 제일 좋아하는 인간형이 바로 그런 타입이기때문이다.
"한국으로 오기 전에 경찰이랑 추격전을 벌였다고?"
"예. 형부. 그만 실수로 세워둔 경찰차 들이 받아 가지고......"
"그래서?"
어느세 병윤은 정미의 예기에 귀를 귀울였다. 마치 영화속의 내용과 같은 경험담이 튀어나왔기에 당연한 반응일것이다.
"전속력을 다 해서 도망쳐 나왔죠. 고속도로를 전 속력으로 달리는데..... 그때가 제일 짜릿하였어요. 나중에 경찰차 간신히 따돌리고 보니까 타이어는 거의 철사가 드러나 있었고 엔진은 완전 과열되어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짐작이 가는군. 나도 그런 식으로 차 몰아봤으면은 좋겠군."
"한번 해보세요. 형부."
하지만은 병윤은 웃음띤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한국의 도로 여건상 자동차들이 그렇게 전속력으로 달리고 제 성능을 발휘하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좁아터진 나라인데다가 대부분의 국토가 산길이나 계곡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그것들을 깍아서 만든 도로인 만큼 자동차 경주를 벌일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차를 한번 몰아 볼려고 외국까지 갈수도 없고......
"이 나이에 그런거 해서 뭣하게....... 한 30년 정도만 젊으면은 한번 해볼만 하겠지만은..."
불현 듯 자신의 나이를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띄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정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뉴스나 언론에서 보니까 유학생들 중에서 탈선하는 애들이 많다고 하던데..... 정말로 그런가?"
"100% 다 그런건 아니지만은 그런 애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제 주변에도 사고 치거나 사고 칠만한 애들이 많거든요"
"사고 칠만한 애들?"
"제가 아는 애들중에 서준이라는 애가 있는데 그 녀석 요즘 총기 소지증 딸려고 혈안이 되어 있거든요. 그 애 볼때마다 얼마나 불안하던지......"
그러자 병윤의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으며 예기를 계속 하였다.
"총기 소지증이라? 위험한데...... 그래. 그 애는 어떤 애인데 그러나?"
"저랑 같은 유학생인데...... 저보다 5살 어려요.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고 안면이 좀 있는 사이인데..... 언젠가 나이트 갔다가 경찰이랑 갱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자신도 총기 소지 할려고 불철주야 노력을 하는 중이지요. 하지만은 그게 쉽지 않데요. 14살에다가 유학생이 총기 소지하는 것이 쉽진 않잖아요."
"그렇겠지."
"제가 떠나올때까진 공식적인 방법에 몰두한거 같은데..... 얼마전에 소식 들으니까 뭔가 일낼거 같더라니까요"
"일?"
"큰돈 들여서 베레타 자동 권총을 은밀한 경로로 통해서 입수했데요 글쎄.... 물론 공식적으로 갖고 다니지 않고 은밀하게 소장을 하고 있다고 그러데요."
"베레타?"
"이탈리아제인데 사거리가 짧은 것이 흠이지만은 안정성 명중률이 우수한 총으로 유명하죠."
그러자 가만 듣고만 있던 정선이 나섰다.
"많이도 아네. 넌 공부는 않하고 그런것에만 신경 썼구나."
그러자 정미가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병윤이 그런 정미를 보며 유쾌해 하며 말하였다.
"그래 처제는 어느 곳에서 지냈지? LA?"
"워싱턴에서요. 아버지가 인종 분쟁이나 분규가 위험이 높은 로스엔젤레스 말고 워싱턴으로 보내줬거든요"
"워싱턴이라? 좋은곳이지."
"하지만은 그렇게 좋다고만 볼수 없어요. 외국이란게 다 그렇죠. 그 나라 사람이아니면은 왠만하면은 적응하기 어려운곳이니까요. 그런 문제 때문에 언론에서 말하는 탈선이라는 것이 발생하죠."
"듣고 보니 그렇구만."
"그러고 보면은 총 수집에 환장한 서준이도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어서 대리 만족차원에서 그러는 걸거예요. 그나저나 지금쯤은 실탄 몇발 구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자 병윤이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은 직접 집에다가 그 예기를 해주는 게 어떨까. 집안에서 그 일을 알게 되면은 해결되지 않을까."
그러자 정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도 안된다는 듯 외쳤다.
"총가진 애한테 그런 식으로 집적댔다가 뭔 일 벌어지게요. 그리고 그 애 하는 태도를 보니까 집안에서 너무나도 오냐오냐 해줘서 그런지 안하무인이더라고요. 집에다가 전화 할때라던가 편지 보낼때는 그야말로 성인군자처럼 행동한다고 하더군요. 그렇지 않을때는 개판이지만은...... 그런 상황에서 제가 집에다가 연락하면은 쉽게 믿어줄거 같아요? 천만에요. 자기 자식 험담한다고 해꼬지 한다고 혼이나 나지않는다면은 모를까."
"처제 예기들으니까 아주 심각한거 같은데...... 거 잘하면은 사고 꽤나 치겠군. 서준이라? 성이 서씨인가?."
"아니요. 성은 강씨 강서준이에요."
"워싱턴 스미소니언의 00중학교에 재학중 머리는 빨강색이랑 노랑색으로 염색을 하고 다니고...."
"예. 잘아시네요. 가만?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병윤의 물음에 별 생각없이 대답을 하던 정미는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고 여기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리고는 형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뭔가를 애써 삭히며 참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렇기에 정미는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뭐가 문제였는지 골몰히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은 정미의 반응에 상관없이 병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정미를 향해서 말하였다.
"그 녀석 따끔하게 혼좀 내주지. 그래도 않되면은 그 놈이 구입했다는 베레.... 뭐라는 총으로 끝장을 내주던가. 이 녀석 오냐 오냐 해줬더니......!!"
정미는 뭐가 뭔지 몰랐다. 갑자기 튀어나온 형부의 아리송한 말들..... 하지만은 그보다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 말을 하는 순간 너무나도 무섭게 변하는 형부의 표정이었다. 병윤은 자신을 보고 놀라는 정미를 보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상냥한 어조로 말하였다.
"처제 난 잠시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겠군. 언니랑 재미있게 놀면서 지내봐. 그럼."
"당신 어디로 가세요?"
오늘은 쉬는 날이고 일정이 없다는 것을 정선은 잘 안다. 만일에 예정에 없던 일이 생긴다면은 진희를 통해서 통보되거나 알게 되는데 갑작스런 남편말에 의아해하지 않을수 없었다.
"큰애 집에 가봐야 겠어.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수 없어서......"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는 병윤은 그렇게 자리를 떴다. 잠시후 병윤이 탄 차가 집을 나서자 정미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형부 왜 저러신데......?"
"글세...... 니가 뭘 잘못한 것 같진 않은데......? 아까 그 예기에 뭐가 잘못된게 있나?"
정선과 정미가 의아해하며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안방에서 진희가 나왔다. 일하다가 나왔는지 서류철을 들고 있었다.
"회장님은 어디 계세요. 사모님?"
"그사람 일이 있다면서 나갔어요."
그 말에 진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일이라니요? 오늘은 아무런 일정도 없으신데....."
"강전무 집에 간다고 그러시데요.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뭔 일이기에.....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서려는 윤비서를 정선은 황급히 붙들었다. 아무래도 저 여자에게 말한다면은 뭔가 알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자신보다 더 오랫동안 이 집에서 지냈고 남편을 모신 여자니까 뭔가 통하지 않겠는가.
"윤비서....."
"왜요? 사모님..."
"저기...... 실은 뭐가 뭔지 몰라서 그러는데.......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선은 조금전 자신의 동생이랑 남편이 나누었던 예기를 전부 들려주었다. 그리고 남편의 아리송한 태도들도 같이 말이다.
"......이렇게 된거예요. 그리고는 갑자기 큰 아들 내외 집에 일이 있다면서 나갔죠."
"잠시만요."
심각한 표정을 짓던 진희가 안방으로 가더니 잠시후 뭔가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정미에게 내밀면서 말하였다.
"여기에 아는 얼굴 있진 않은지 한번 봐주세요."
진희가 정미에게 내민 것은 사진 몇장이었다. 정미는 진희가 내민 사진을 하나 하나 살펴보더니 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
"이 애는...... 서준이 비슷한..... 아니 그 애예요. 분명히....."
"뭐 진짜..... 확실해. 분명해."
"응 언니."
정미의 말에 정선은 경악을 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보고는 진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회장님 손자 되십니다. 강서윤 전무님의 아드님 되시죠. 지금 미국 워싱턴에 유학중이지요."
"헉!!"
진희의 말에 정선은 그제서야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 있었다. 정미가 말하던 문제아가 바로 남편의 손자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의 동생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채 전부 떠벌인 셈이라는 것을......
"너, 주둥이 함부로 놀려....."
"아악...... 내가 뭘...... 왜그래."
"이러지 마시고..... 안으로 들어가시죠. 두분......"
진희는 뼈가 있는 어조로 특히 정선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하였다. 그리고는 부엌쪽으로 시선을 주면서........
"그래. 저 아줌마가 있었지. 이런....!!"
그제서야 정선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자신의 동생이 멋모르고 손자녀석의 탈선 사실을 막 말하였다는 것은 둘째치고 그랬다는 사실을 저 의성댁 아줌마가 옆에서 들었고 곧 큰아들 내외에게 일러바칠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선은 정미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진희도 이들의 뒤를 따랐다.
"이거 이러다가 큰일 나는거 아냐!!"
안방으로 들어오고 문을 잠그면서 정선은 조금전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불안해하였다.
"언니? 도데체 왜그래?"
정미는 언니의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멋모르고 한 말이라곤 하지만은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잘못한일은 아니지 않은가. 거기다가 왜 저렇게까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기까지 할까.
"아마도 사모님 동생분의 말을 듣고 뭔가 짚히는 것이 있어서 회장님이 유도 심문을 하신거 같네요. 동생분께서는 거기에 걸려들었고 멋모르게 다 예기한거고..... 결국 손자분의 비행을 알게 되신거고요."
"왜 일이 이렇게 꼬이지."
간만에 동생이 와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그러다가 그만 길이 어긋나서 분란으로 이어지니 참담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선은 아무래가 가만 있을수 없었다. 아무래도 남편의 성격상 큰아들 내외랑 뭔가 크게 한판 할거 같은데...... 어떻게 되던 간에 차후 큰아들 내외랑 자신이랑 어떻게 붙게 될지 알수가 없었기에 직접 나서기로 하였다.
"윤비서..... 강전무 집 잘 알죠."
"예. 사모님."
"그렇다면은 나를 거기까지 안내해 줄래요."
그러자 진희가 고개를 저었다.
"않가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가봤자 험한 꼴이나 당하지 않으면은 다행이고요."
"윤비서!!"
진희의 말에 정선이 발끈해하며 언성을 높혔다. 하지만은 진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일관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강전무님을 막내 도련님이랑 똑같이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 말에 정선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말이다.
"이왕 이렇게 벌어진 일.. 의연하게 구세요. 따지고 보면은 잘못하신건 없잖아요. 않그래요."
정선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는 것이 좋겠지. 아무래도....."
그런 정선을 뒤로 하며 진희는 방을 나서면서 정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생분도 오셨는데...... 그렇게 우울해 하지마세요. 이왕 오셨는데 재미있게 놀다 가세요."
그리고는 진희는 말없이 방을 나갔다. 진희가 나가자 정선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멍하니 있었다.
정미는 얼마후 언니로부터 예기를 듣고 그제서야 언니의 현실을 알수 있었다.
"그럼..... 내가..... 실수한거네."
자신이 조금전에 주절거린 예기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깨닫고는 언니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는 것에 알게된 정미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언니의 결혼이 단순히 형부와의 나이차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다른 식구들과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되는 그런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역학구도에 정미는 몸서리 쳐지는 듯 하였다.
"실수라고 할수도 없지. 언젠가는 터질 일이니까. 그런데...... 그게 나로 인해서 도화선에 불을 당기는 셈이랄까."
"미안해 언니."
"미안해 할거 없어. 뭘 잘못했다고..... 아까 화내서 미안해."
아무렇지 않은 듯 애써 태연해 하는 정선을 보며 정미는 눈시울이 적시는 듯하였다. 보기보단 너무나도 힘겨워하는 언니의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까.
잠시후 정선은 정미를 데리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예기를 나누며 그렇게 지내다 정미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정선은 진희로부터 뜻밖의 예기를 들었다.
"지금 미국에 가 계시다고요?"
"예. 사모님. 강전무님 내외분이랑 같이 말입니다. 지금 비행기 안이고 얼마 있으면은 워싱턴에 도착을 한다더군요."
진희의 예기에 의하면은 남편은 서윤의 집에 불시에 방문을 한후 얼마동안 예기를 나눈후 아들 내외랑 같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갑자기 잡아탔다는 것이다.
"갑자기 거기에는 왜......."
"잘은 모르겠지만은 곧 알게 될겁니다. 기다려 보세요."
그리고는 나직한 어조로 정선에게 덧붙여 말하였다.
"조금전에 의성댁 아줌마가 전화하는 거 봤는데..... 전화 통화가 않돼서 무척 애를 먹고 있는 듯 하더군요. 아마도..... 아직은 회장님 외에는 구체적인 내막을 모르는거 같습니다."
"그래요?"
가장 우려하던 것이 감시역을 하는 저 아줌마인데 아직 큰아들 내외의 귀에 오늘 있었던 일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니 일단 안심이었다. 이틀후 병윤은 집으로 돌아왔다. 큰아들 내외랑 함께 말이다. 하지만은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병윤의 불호령이 연신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설마..... 애가 그 정도까지....."
"다 제 불찰이에요"
강서윤과 김미혜 둘은 연신 병윤에게 쩔쩔매며 사죄를 하였다. 하지만은 병윤의 노여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외국에 보내는 것도 모자라서...... 달라는데로 막 퍼주니까 그렇게 엉망 진창이지. 도데체 너희들 자식 교육이 왜 그모양이냐!!"
".............."
병윤의 질책에 둘은 아무말도 못하였다.
"두말 하지 않을테니까 그녀석 개판인 정신머리 다시 뜯어 고치도록 해."
장시간에 걸친 호된 질책도 어느덧 종지부를 찍었고 서윤 내외는 집으로 돌아갔다. 정선은 병윤으로부터 어떻게 되었는지 그간의 일들을 물었다.
"처제 말을 듣고 혹시나 했었는데...... 설마 그 정도까지야!!"
"어떻게 된일인데 그러세요?"
아직도 좀처럼 분을 삭히지 못하는 남편을 보며 정선이 채근하였다. 한동안 씩씩거린뒤에야 어느정도 화를 가라앉힌 병윤은 그간의 일들을 정선에게 말하였다. 서윤의 집에 방문한 병윤은 다짜고짜 아들 내외랑 같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가보니까 그 녀석 완전 개판이더군. 담배 피우는건 기본이고..... 새까만 년이랑 엉겨 있질 않나."
"저런......!!"
불시에 손자가 기거하는 아파트에 들이닥쳤을 때 병윤이 본 것은 그야 말로 난장판이었다. 머리는 노랑색이랑 빨간색으로 덕지 덕지 물들인 녀석이 담배를 피워물고 친구들로 보이는 외국인들이랑 파티를 벌이고 있었고 그리고 남들이 버젓이보는 앞에서 서준은 흑인 여성 하나랑 엉겨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 장면을 본 병윤은 노기를 터트렸고 그들을 다 ?아내고 나서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정미가 말한대로 베레타 소총 한자루랑 실탄 50발을 찾아내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기는...... 그 총이랑 실탄은 경찰에 넘겨줬고 그 녀석은 지금 어떻게 그걸 입수했는지 조사 받고 있는 중이야."
"그렇게까지..... 경찰서에까지 데리고가는 건 좀...."
"아아!! 자수해서 갖고 있는 무기 신고한거니까 처벌은 경미할거야. 그 녀석 나이도 나이인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런가요?"
한동안 남편이랑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예기를 하던 정선은 밖으로 나왔다. 듣고만 있자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였기에....
"아줌마 거기서 뭣하세요?"
저 멀리 건너편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의성댁의 모습이 눈에 잡혔다. 척보니까 뭐하는 건지 알아 볼수 있엇지만은 정선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태연히 다가갔다.
"사, 사모님이세요? 잠깐 안에 있기 뭣해서....."
"그럴만도 하네요. 저 사람 화가 날때엔 옆에 가긴 뭣하겠죠. 아줌마도 여간 고생이 심한게 아니네요."
"예 그럼요. 회장님 저러실때에는 좀......"
않그래도 어떻게 핑계를 댈까 머리를 굴리는데 자신이 정원에 나와 있는 핑계거리를 이 철없는 영감의 후처가 다 알아서 나불거리자 의성댁은 얼씨구나 하며 동조하였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렇죠. 뭐. 그래도 그렇게 모진 분이 아니잖아요. 아줌마가 이해해주세요."
"예. 사모님."
정선은 잠시 의성댁이랑 정원에서 예기를 주고받다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창가 유리창을 통해서 잠시 정원을 엿봤다. 의성댁은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군. 조만간에 따지러 올거 같아"
이번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들이 알게 되면은 절대 얌전히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재주는 자신이 부리고 명성은 정욱이 챙겼던 그 일로 인해서 결국 충돌까지 했던 서윤이 아닌가. 그렇기에 정선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리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정선의 우려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현실로 드러났다.
"사모님. 저어.... 큰댁 사모님이 오셨어요?"
의성댁은 갑작스레 방문한 김미혜를 정선에게 어떻게 호칭을해서 소개할지 잠시 망설이더니 그냥 큰댁 사모님으로 칭하며 정선에게 말하였다.
"그래요? 이 시간에 왠일이지? 알앗어요. 아줌마 마실것좀 준비해주세요."
"예."
의성댁이 나가자 정선은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고치고는 비장한 각오를 하며 큰며느리?랑 대면할 준비를 한다. 현재는 남편은 집안에 없다. 그가 없는 상황에서 큰 며느리가 등장한다는 것은 뭔가 속내가 있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속내가 뭔지 정선은 대강 감이 잡혔다.
"어서 와요. 근데 이를 어쩌나. 그분은 지금 집에 않계신데..."
"아버님 뵈러... 온 것은 아니....예요. 백화점에서 살이 오른 굴비가 좀 보이길래 아버님 드릴려고 온것뿐...이에요. 아버님을 뵙긴 그렇고 해서.... 이렇게.... 끼니때 드리세...요."
김미혜는 필사?적으로 웃음띤 표정으로 정선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며 극존칭을 남발?하였다. 하지만은 그런 큰며느리?의 호의?가 정선은 그렇게까지 감격적이지 못한 듯 하였다.
"그래. 죽어도 시어머니 소리는 못한다 이거지"
김미혜는 이제 41살된 중년, 이정선은 23살된 파릇파릇한 청춘..... 그런 나이차가 있는데 시어머니란 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쉽지 않다는 것을 정선은 잘안다. 하지만은 상대의 모습을 보자니 그런 정상참작?을 할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언제쯤 한판 붙어야 할지 꼬투리를 잡아야 할지 궁리하는 모습을 보란 듯이 드러내놓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어머... 고마워요. 않그래도 그분 요즘 입맛 없으신거 같던데..... "
"저도 아버님 생각을 할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파..요. 나날이 늙어가시는데 저렇게 불철주야 쉴세 없이 몸을 움직이시는게..... 이제 자식들한테 모든 것을 맏기고 푹 쉬시는것도 좋을텐데...."
"그래도 아직은 물러날때가 아니라고 계속 고집을 피워요. 정욱이가 회사일을 배우고 어느정도 기반이 잡하시기 전까지는....."
그러자 김미혜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런 큰며느리?의 표정 변화가 너무나도 재미있는지 정선은 계속 빙빙 돌리며 그녀를 조롱하였다.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의 일은 어떻게 됐나요? 예기를 들으니까 경찰서에까지 갔다고 하던데....."
"그, 그게... 압류당할 것은 압류 당하고.....벌금 물고.... 몇 번 더 조사를 받은후에 귀가 조치될거래....요. 아직은 조사중이라서...."
갑자기 미국에서의 일을 정선이 꺼내자 김미혜는 덜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지못해 대답하였다.
"아직 어리니까 뭔 일이야 있겠어요. 그런데 듣자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뭔 일인데 그러세...요? 뭔가 할 말이라도..."
정선이 말을 하다 중간에 끊으며 얼버무리자 김미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정선은 마지 못해 말하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그 분이 그러시던데..... 새까만 애랑 같이 엉켜 있었다고...... 그러던데...... 혹시 속도 위반하거나 하진 않았는가 해서요"
"저어!!"
아픈데를 건드리는 정선의 지적에 미혜는 서서히 열이 받히는지 경고성 어조를 내뱉었다. 그런 미혜의 모습에 정선은 아랑곳않고 계속 물고 늘어진다.
"이 나이에 할머니 소리 듣는 것은 그런데로 감당할수 있지만은 증조할머니 소리까지 듣는 것은 좀....... 그리고 그런식으로 만들어진 아이는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잖아요. 않그래요. 아마도 정욱이 보다 더 비참하고 괴롭워하며 애물단지가 되진 않을는지...."
김미혜의 눈에 독기가 잔뜩 어렸다. 않그래도 아들 녀석의 탈선으로 인해서 속이 뒤집혀 지는데 이 머리에 피도 않마른 시어머니란 여자는 아픈데만 찔러대니 말이다.
미혜는 미국에서의 일들을 떠올리자니 몸서리까지 쳐진다. 시아버지랑 같이 아들이 기숙사를 방문하였을때의 그 난장판...... 새까만 깜둥이랑 뒷치기를 하며 극에 치닫던 14살된 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은 그정도는 기본이고 곧 들이닥친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에 놀란 서준은 급히 깜둥이 계집에게서 떨어져 나갔고 그와 동시에 서준의 좆에서는 하얀 액들이 분출되었고 그중에 일부가 할아버지랑 어머니의 옷이랑 머리카락에 떨궈지기까지 하였다. 그래봤자 몇방울씩 그렇게까지 많은 양이 아니지만은 할아버지는 손자 녀석의 좆물 세례를.... 아버지랑 어머니는 아들 녀석의 좆물 세례를 그렇게 받은 것이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 난 이후에 미혜는 놀란 가슴 진정을 시키고는 뒷정리를 하며 분주해하던 중 아들이랑 뒹굴던 깜둥이가 임신중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서준의 아이냐고 물으니까 그녀도 잘 모르겠다고 갸우둥 거렸다.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낳기 전에는 애 아버지가 누군지 알수 없다나 어쨌데나..... 기가 막혔지만은 미혜는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이제 14살된 아들이 만들어낸 사생아.... 그것도 혼혈... 그냥 방관만 할순 없다.
물론 누구 자식인지 부정확하지만은 그것을 알자고 낳게 할수도 없고..... 결국 팔자에도 없는 아들이랑 놀아난 깜둥이의 낙태 수술까지 주도해야 했다. 그런 일을 격은 미혜이기에 정선의 빈정댐에 약이 오르지 않는다면은 사람도 아닐것이다. 사실 정선이 명목상 시어머니만 아니었더라도 진희랑 같은 시아버지의 애인에만 머물렀더라도 당장 머리채 잡아당기고 결전을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은 그럴수 없기에 미혜는 정선을 비꼬는 어조로 그녀의 심기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뭐.....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걸 잘 알면서..... 아이를 가지려고 하시다니... 나이에 걸맞게 생각없는 행동한다고 여기진 않는가요?"
"정욱이도 동생 하나 생겼으면은 한다고 그러더군요. 물론 정욱이 자라난 환경으로 볼 때 내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은 관점을 달리하면은 안심이 되거든요."
"??"
뭔 소리인가 싶어서 미혜가 의아한 듯 정선을 바라보았다. 이때 정선의 회심의 일격이 가해진다.
"정욱이를 옆에서 보아와서 잘 알아요. 결코 자신이 당했던 그 모진 시련을 저나 윤비서가 낳을 아이를 대상으로 화풀이 할 애가 아니라고 말이지요. 배다르다거나 수십년 터울이라는 것은 정욱이한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거예요. 않그래요."
은근히 서윤과 정욱과의 불화를 끄집어 내며 정선이 조롱하자 미혜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듣자하니까 너무......하시....네요. 이렇게 무안을 줘도 ...... 정도가 있지."
"너무할거 뭐가 있을까요? 우리가 언제 서로를 그렇게 배려를 하고 존중했다고..."
미혜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동안 정선은 노려보더니 말없이 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섰다. 더 있었다가는 복장이 무너질것만 같기에.........
"싸가지 없는 여자 같으니...."
저 멀리 멀어져가는 남편의 큰 며느리를 바라보며 정선은 홀로 중얼거렸다.
"아줌마."
"예 사모님."
의성댁이 정선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며 다가왔다.
"갖다 놓은 굴비 손질해서 오늘 저녁때 먹을수 있게 해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미혜가 갖다 놓은 굴비를 손질을 하러 의성댁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정선은 중얼거렸다.
"아줌마는 내가 요리해두죠."
정선의 얼굴에 살기 어린 미소가 어렸다.
"아아... 덥네. 이거 그냥 자긴 찝찝해서...."
"그럼 우리 샤워할까요?"
진희의 제안에 정선이 고개를 끄덕이자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났다. 옆에는 조금전에 격렬하게 정사를 치른 병윤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둘은 살며시 자신들을 감싼 병윤의 팔을 풀면서 병윤이 깨지 않게 조심스레 욕실로 향하였다.
"아아!! 시원해."
"사모님. 목마르시죠? 뭐 마실거 좀 가져 올까요?"
"그래 줄래요 윤비서."
"예. 서재에 계세요. 금방 만들어가지고 갈께요."
대충 몸의 물기를 닦은 진희는 목욕 수건 하나 걸치고는 부엌으로 향하였다. 정선도 목욕 수건 하나 걸치고 안방으로 들어가 옆에 연결된 서재로 들어갔다. 곧 진희가 들어왔다.
"많이 기다리셨죠. 사모님."
"아니. 기다리긴요. 고마워요."
정선은 진희가 건낸 홍차를 한모금 들이켰다. 늦은 시간이지만은 그래도 한남자를 모시는 두 여자들의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는 자리는 정겨웠다. 언제부터인진 몰라도 정선과 진희는 이때만큼은 서로 처첩간이라기 보단 친구이자 자매지간처럼 행동하였다.
"강전무님 사모님이랑 얼마전에 만나셨다고요?"
"어떻게 알았어요? 윤비서?"
정선이 놀랍다는 듯 자신을 처다보자 진희는 태연하게 대꾸하였다.
"다 아는 수가 있죠. 사모님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 저도 많은 소식을 듣거든요."
"그 싸가지 없는 여자 잠시 약을 올렸어요."
그녀를 떠올리자 정선은 감정이 북받히는지 여과없이 그녀를 욕하였다.
"약올리는 정도로 끝낼건가요? 아니면은..... 끝장을 내실건가요?"
그러자 정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마지막말에 뼈가 있는 것을 느꼈기에.....
"뭔 소리인가요? 윤비서?"
"제가 너무 속을 들여다 봐서 기분나쁘신거 같은데...... 저 이래뵈도 보고 배운 것이 많아요. 지금 사모님이 뭘 생각을 하고 앞을 내다 보고 계신것쯤은 파악을 해두고 있어요."
그러자 정선은 잠시 망설였다. 지금 진희가 말하는 것이 뭔뜻일지.....
"나를 떠보는 걸까? 아니면은 ...... 뭔가 거래를?"
자신을 자극을 해서 감춰진 속내를 드러내게 한다?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은 그렇게 해서 뭘 할려고.... 이때까지 정선이 보아온 진희라는 여자는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여자이고 집안에서는 남편이랑 살을 맞대는 연인일뿐이다.
남편의 자식들 중에 누구의 끄나풀도 앞잡이도 아니다.
그렇다면은 아버지랑 자신의 의도를 알고 그에 편승을 해서 한다리 걸치려고 얻어내려는 것은 아닐까? 그럴수도 있지만은 가능성은 낮다. 지금 자신이 바라보는 진희라는 여자는 소유욕같은 것을 찾아볼수 없었다. 뭘 바라는 듯한 인상 자체를 느낄수 없으니까.
"그 말을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뭔가요? 윤비서"
상대의 의중을 알기 위해서 정선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일이 추진되고 목적을 이룬다 하셔도...... 막내 도련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아셨으면은 합니다."
그러자 정선은 당황한 나머지 상대를 탐색할려는 의도를 접어두고 본색을 드러냈다.
"그렇지 않아요!! 나랑 아버지는 정욱이를 위해서....."
"그건 어디까지나 사모님 생각일뿐입니다. 이 이사님에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뿐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막내 도련님은 알맞은 도구일뿐입니다."
진희의 말에 정선은 아무런 반박도 할수 없었다. 사실 생각을 하고 보면은 자신과 아버지가 계획하고 있는 일은 정욱의 의도랑 전혀 상관없이 추진중인 일이 아닌가.
"그럼......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 있겠나요?"
우려하던 일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남편의 최측근인 진희가 그정도까지 자신과 아버지랑 계획하던 일을 파악을 하고 있다면은 바로 귀에 들어갔다는 예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회장님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은 집안이 흔들릴 일은 없다고 자부하고 계신 분입니다. 사실이 그렇고요. 사모님이랑 이 이사님의 계획은 저분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할 것들 아닌가요?"
자신의 물음의 핵심을 비켜가는 진희의 말에 정선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해석을 하자면은 말 않했다는 것 같기도 하고..... 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 아리송함은 오래가지 않고 정선은 한가지 의문에 빠졌다.
"이 여자가 원하는 건 도데체 뭘까?"
한가지 확신을 할수 있는 것은 진희란 존재는 적도 아군도 아닌 제 3의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은 아직 희망이 있다. 잘만 하면은 자신의 편으로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남편의 최측근인 만큼 자신이 계획하던 일을 실행하는데 수월하게 해줄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윤비서는 어떻게 할건가요? 저분..... 돌아가시면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겨날 처지인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은근히 그때가 오면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암시하며 그녀의 심중을 자극을 하였다. 하지만은 진희의 반응은 정선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자제분들이 아닌 회장님이 당장 저를 ?아낸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아요. 애초에 미련둘만한게 이 집에 연연해 할 어떤것도 저에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죠. 사모님."
"그래도...... 미래를 생각해요. 윤비서는 앞날이 창창해요. 만일에 만일에...... 나하고..... 어떤가요? 적어도..... 손해볼일은 아니라고 봐요. 설령 손해를 봐도 윤비서에게 해가 되지 않게 할 자신이 있어요."
정선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잔뜩 배여 있었다. 진희라는 여자의 이용가치를 떠나서 그간 한 이불속에서 남편을 모셔온 여자라는데에 따른 동질감에 의해서 이 여자랑 적대시하고싶은 마음이없었다. 그렇기에 정선은 그녀에게 간절히 매달리는 것이다. 하지만은 진희의 말에 정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렇게 걱정을 해주신다니 몸둘봐를 모르겠네요. 하지만은 저 보다는 도련님이 입을 해를 걱정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사모님. 그래도 아들이잖아요."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정선은 뒤로 하고 진희는 다 마신 찻잔을 들고 서재를 나섰다. 서재를 나오면서 진희는 뒤도 않 돌아보고 정선에게 말하였다.
"사실 이러는 저도..... 도련님을 위하는 일이 어떤건지.... 확신할수 없어요. 이 집안에서의 저나 사모님 앞날 못지 않게 그분 장래도 불확실한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는 진희는 서둘러 나왔다. 서재에 홀로 남겨진 정선은 방금전에 진희가 한 말들을 되뇌이며 생각을 정리를 하였다.
"정욱이가 마음을 먹으면은...... 날 도와 주겠다 이건가?"
뒤집어 해석을 하면은 그렇다. 그렇게 해석이 되자 정선은 가슴 한구석에서 약간의 희망이 싹트는 듯 하였다. 얼마후 정선은 서재를 나왔다. 안방에 들어가니 이미 진희는 병윤의 품에 안겨서 깊히 잠들어 있었다.
정선도 남편이 품안에 파고들며 잠을 청했다. 그러다가 문득 잠든 진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감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일상적인 그녀의 모습
"그러고 보니까 당신의 웃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
생각을 해보니까 그렇다. 그녀랑 오랫동안 지내면서 느낀것이지만은 활짝 웃는 모습을 본일이 거의 없는거 같았다. 이 방에서 셋이서 알몸으로 애교를 부리며 남편의 애욕을 자극을 하며 즐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능숙하게 남편을 다루고 리드를 하였지만은 그렇게까지 즐긴다거나 쾌락의 들뜬 적은 없는거 같았다. 막말로 말하자면은 섹스 머신이라고 해야 할까.
"하긴......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니까 저렇게 반응하는게 아니겠어."
14살때부터 19살인 지금 이날까지 꿈도 많고 활기 넘친 10대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병윤의 성 노리개 역할을 해왔으니까 어쩌면은 당연하다면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사람의 성격이나 인성이 형성되는데는 자라나는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지 않던가. 잠든 진희의 모습을 바라보며 정선은 잠시 정욱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곧 잠을 청하였다. 어느덧 정선은 생존을 위한 미래를 위한 몸부림을 치며 서서히 발버둥 치기 시작하였다.
"야!! 저 애들 어떻냐."
"끝내주는데..... 어때 정욱아. 한번 꼬셔보자."
나이트 와서 한참 취기가 오를 무렵 동료들이 옆에서 원대한 부킹과 관련된 일들을 모의를 하고 있지만은 정욱은 그런거 안중에도 없었다.
"집적댈려면은 너희들이나 해."
"이 녀석은 술못마시다가 죽은 귀신이 씌였나? 아까부터 계속 술만 퍼마시고......"
"야야!! 저애들이 우리한테 손 흔들어.... 맘에 있나봐."
그러자 석민이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그녀들이 있는 자리로 향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뭔가 예기를 나누고 손짓을 하더니 이쪽에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윙크를 하였다.
"정욱아. 그만 마시고 저리가자. 간만에 이 형님의 부킹 성적을 감상하도록 해봐."
"난, 싫어. 그냥 이대로 둬."
"왜그러는데....... 자꾸 술만 마시고..... 기분이 영 아닌건 잘알지만은 여기 온 것은 그런거 풀려고 온거 아냐?"
이렇게 친구들이랑 정욱이랑 옥신각신하는 동안 결국 기다리다 못한 그녀들이 다가왔다.
"부킹하자고 해놓고는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매너가 꽝이네요"
"아, 아니.... 이 녀석이 자꾸 똥고집을 피워대는 통에......"
"거기.... 축늘어진 오빠.... 저 어때요?"
자신을 부르는 것 같자 정욱은 고개를 든다. 술에 취했긴 하였지만은 그렇게 과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를 보는데는 지장은 없었다. 미니 스커트에 타이트한 짝 달라붙는 나시티를 입은 섹시한 여자였다.
"음...... 생긴데로 잘나가게 생겼네."
"그거 말고...."
"그럼 뭐......?"
그러자 석민이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다그쳤다.
"자식.....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저러는거 아냐. 그렇게 눈치도 없냐."
"술 그만마시고..... 저랑 춤춰요. 춤 출줄 알죠? 실력이 제 기대 이상이면은.... 오늘밤 제가 오빠 책임질께요."
"책임 질 필요 없어."
그러고는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틀비틀 거리며 클럽을 나갔다. 남은 사람들 특히 정욱에게 관심을 보인 그녀는 황당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뭐 저런게 다 있어. 야. 가자. 이거 완전 기분 잡쳤네"
"아, 그게...... 저기.... 그러지들 마시고...."
부킹하기로 한 여자들은 방금전에 정욱에게 무안을 당한 여자를 주도로 그 자리를 떠났다.남은 사람들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누군가를 욕해댔다.
"다시는 그 녀석 여기에 데리고 오지마. 이 놈 기껏 생각을 해줘서 분위기 띄울려고 했더니...."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저런 애들 구하는거 그렇게 쉽지 않은데......."
석민은 멀어져가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워하였다.
몇시간째 정미는 그가 지내는 하숙집 골목 가로등 아래서 서성거렸다.
"왜 이렇게 않오는 거지?"
정미는 손목 시계를 연신 처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날 갑자기 그 사람에게 자신은 이모가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는 정미는 한동안 그를 찾아갈수 없었고 그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은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자꾸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고 결국 이렇게 자신이 찾아온 것이다. 학교에 가봤지만은 휴강이었다. 그래서 하숙집에 와 봤지만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안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러 들어가 볼수도 없었다.
"어?"
저 멀리서 누군가가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미는 달려갔다. 먼 거리이지만은 그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오빠"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하자 정욱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정욱의 눈이 커진다.
"저, 정미.....너?"
"응, 오빠. 오랜만이야. 그간 잘 지냈어."
간만에 본 정미를 보자 정욱의 안색이 밝아졌다. 술이 깬 듯이 얼굴이 활짝 피었다. 하지만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딱딱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이모"
이모라는 말이 나오자 정미의 안색이 찌뿌려졌다. 처음 서로 대면하였을 때 기뻐하던 이들 사이에는 싸늘한 냉기가 맴돌았다.
"그렇지. 난 이모였지."
세삼 정욱의 말을 듣고 다시 자각을 하는 정미였다. 당연한 존칭인데..... 틀린말이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고 뻥 뚤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냥.... 지나다가...... 생각이 나서..... 우연히, 아주 우연히 보게 된거야."
"밤도 이만 늦었는데..... 들어가 보시죠. 원래는 커피라도 대접을 해야 하겠지만은..... 하숙집이다 보니까 남들 눈이란게 있어서......"
아주 짧막한 만남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정욱의 말에 정미는 원망의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그러기야?"
"내가 뭘......"
애써 시선을 피하려는 정욱에게 정미는 다가와서는 똑바로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날 보고 말해봐"
"자, 이렇게 보고 있잖아요."
찰삭......따귀를 후려갈기는 소리가 골목안에 울려퍼졌다. 거듭되는 존댓말에 정미는 참기 힘든 듯 정욱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는 한동안 그렇게 바라본후 정욱의 곁을 떠났다. 남겨진 정욱은 땅과 허공을 번갈아 바라만 보다 이내 정미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잠깐...."
얼마 않가서 막 자신의 차에 타려는 정미를 보며 정욱이 불러 제지를 하였다. 정욱이 자신을 부르자 정미는 잠시 고개를 그 방향으로 돌렸지만은 모르는 척 하며 차를 탔다. 정미가 시동을 걸려는 순간 막 도착한 정욱은 재빨리 차에 탔다.
"뭔 일인데........"
"잠시..... 이대로 예기 좀 했으면은 하는데....."
"무슨 예기?"
"그냥 이것 저것......."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이란 말에 정욱은 정미를 처다보았다.
"어떤 조건?"
"단둘이 같이 있을때는 그런 족보 따지지 않기로 해. 그럴수 있지."
그리고는 정미는 애절한 눈길로 정욱과 마주하였다.
"그렇게 해줄수 있지?"
그녀의 눈빛은 그걸 말하고 있었다. 정욱은 한동안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본후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정미는 정욱의 품안에 와락 안겼다.
"나, 오빠 얼마나 보고 싶었는줄 알아."
감춰왔던 속의 말들을 꺼내며 두 사람은 이전으로 돌아갔다.
"나도...... 너 얼마나 걱정이 됐는지 몰라."
"피이, 그러면서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수 있어?."
"나도 좀 그동안 좀 복잡했거든..... 그리고 너 걱정되긴 했지만은 설마 뭔일이야 있을까 했지. 내가 봐도 그분은 그렇게 모진 분은 아니거든."
그 분이라는 말에 정미는 처음에는 뭔 소리인지 모르는 듯 하더니 이내 뭔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자신의 언니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거야?"
자신의 언니가 설마 자신에 대해서 모질게 대하지 않았을거라는 짐작에서 아무런 걱정않고 있었다는 말에 정미는 기가찬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되물었다.
"왜? 내가 잘못 알고 있던거야? 그런거야?"
"그, 그게......"
그 물음에 정미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면은 자신의 언니를 욕되게 하는 짓이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미는 화제를 돌렸다.
"나, 얼마전에 오빠 집에서 사고쳤다"
"사고라니?"
정욱이 의아해하며 되묻자 정미는 이전의일들을 설명하였다. 그 예기를 듣던 정욱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렇게 됐어."
"서준이 그 녀석 일 저지르는 것은 언젠가는 예상되었던 일들이고..... 그런데 그게 왜 하필이면은....."
정미 아니 새어머니 집안쪽에서 예기가 흘러나와서 결국 큰형 집안에 불똥이 튀었다는 사실에 정욱은 우려를 감출수가 없었다. 잘하면은 대판 싸울지도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미안해. 오빠."
암담한 표정을 짓는 정욱을 보고 정미는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며 미안해하였다. 그런 정미를 보며 정욱은 달랬다.
"너 한테 뭔 잘못이 있다고..... 아버지 유도심문에 넘어가서 그렇게 된것뿐이야."
정미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만큼 그것을 탓할수 없다. 그렇기에 정욱은 아무렇지 않아 할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걱정되네. 큰형 집안이랑 어머니랑 정말로 이러다가 뭔 일 일어나는 건 아닌지..."
지금 이순간에도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정욱은 정선이 걱정이 되었다.
"정미 너 자주 방문해서 위로라도 해 드려. 알았지."
"내 걱정 하지 말고 오빠가 먼저 챙겨드리는 거 어때."
그 말에 정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사실이 그러니까 말이다. 정선이 적지 않게 힘들거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은 자신은 그분 곁에서 도와드리지 못한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서였다. 형들이랑 충돌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용기도 배짱도 없기에 이렇게 현실 도피하는 것이니까.
"알았어. 됐지."
"응"
그렇게 집안 예기를 마무리짓고 나자 정욱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런 늦었네. 너 이만 들어가봐."
그러자 정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밤도 늦었잖아. 그리고.............."
"나, 이렇게 그냥 보낼거야?"
"??"
그 말에 정욱은 뭔뜻인지 모르는 듯 의아해하였다. 그런 정욱을 보며 정미는 말을 계속 이었다.
"우리 오늘 외박해."
"뭔 소리야!!"
외박이라는 소리에 정욱은 놀라 펄쩍뛰며 외쳤다.
"그냥 이렇게 혼자 들어가기 싫어."
"그래도......."
그러자 정미가 중간에 정욱의 말을 끊으면서 외쳤다. 뭔 소리가 나올려는지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 있는 듯.
"족보 예긴 그만 꺼내. 이렇게 단둘이 있을땐 거론도 하지 말랬잖아."
"............."
자신의 속을 정미가 꿰뚫어 보고 있는 듯 단호하게 말하자 정욱도 더는 뭐라고 말을 못하였다. 그런 정욱에게 정미는 다시 간절하게 말하였다.
"나, 같이 있고 싶어. 오빠랑..... 그렇게 해줘."
"정말로 그러고 싶어?"
그러자 정미가 가슴 한구석에 희망이 솟아 오르는지 기대에 찬 시선을 정욱에게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욱은 난감해 하며 망설였고 그 틈에 정
다들 아무말 없이 아침을 같이 먹고 있지만은 그 무거운 적막감이 맴도는 것은 여전하였다.
정선은 정욱을 바라보았다. 정욱은 아무에게도 눈길 하나 않주고 그냥 먹기만 할뿐이었다.
옆에서 간혹가다가 병윤이 아들에게 시선을 던지긴 하지만은 정욱은 아는지 모르는 지 그냥 식사만 할뿐이었다.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며 시작한 아침식사를 마감한후 얼마있지 않아서였다. 똑똑....... 정욱이 안방문에 노크를 하자 안에서 누군가 말하였다.
"누구냐?"
"접니다. 아버지."
"들어오너라."
문을 열자 마침 새어머니 정선과 병윤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정욱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정선이 말하였다.
"어서와라. 참, 너도 차 한잔 할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정욱은 정선의 호의를 거절을 하고는 병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병윤이 입을 열었다.
"앉거라."
"예."
정욱이 아버지랑 자리를 마주하게 되었고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이만 내려가볼까 합니다."
"그래? 그려냐. 그럼 가봐라."
"예."
이렇게 간단하게 몇마디 주고 받고는 대화는 끝이었다. 그리고 정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선이 나섰다. 아무래도 이렇게 삭막한 부자간의 모습을 보자니 답답했기에 나서지 않을수가 없었다.
"잠깐.... 간만에 집에 왔는데 그냥 갈거니?"
"갑자기 불려왔잖아요. 저도 할 일 많아요."
"그래도......"
"그렇게 붙잡지 않아도 돼. 그런다고해서 더 눌러지낼거 같지도 않은데....."
정욱을 붙잡으려는 정선에게 병윤이 한마디하였다.
"그럼 이만......"
"아!! 잠깐...."
방을 나서려는 정욱을 순간 정욱이 불러 제지를 하였다. 정욱은 돌아서면서 의아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
"깜빡 했는데......... 첫째가 너한테 그런 소리를 한거 말인데......"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런 일로 아버지에게 심려 끼치는 일 없을겁니다."
아무래도 그때 한판 벌인 일을 가지고 언질을 줄려는 듯 하였기에 정욱은 굽신거리면서 먼저 선수를 쳤다. 하지만은 이번의 아버지의 대답은 정욱의 예상 밖이었다.
"단단히 주의 주마. 다시는 그런 말 입에 담지 않게 말이다. 그녀석이 그렇게 계념없이 굴다니."
그러자 정욱의 뜻밖이라는 듯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정선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된거지?"
남편의 입에서 나올 예기치고는 너무나도 뜻밖인 내용이기에 정선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않을수 없었다. 어젯밤 그렇게 막내 아들을 두들길땐 언제이고 이제 와서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을하며 사과에 가까운 언질을 주니 말이다. 하지만은 주변에서 부인과 아들의 반응은 아랑곳 않고 병윤은 딱딱한 어조로 재차 말을 이었다.
"그렇게 알고...... 그만 가봐라."
"예."
그리고는 정욱은 방문을 나섰다. 정욱이 현관문을 나서려는 순간 정선이 다가왔다.
"몸조심 하고..... 그리고 뭔 일이 있으면은 연락을 해. 그리고....."
"이모일이라면은 걱정 마세요. 심려 끼치는 일 없을겁니다."
재빨리 정욱이 중간에 정선의 말을 끊으며 대답하였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사실 그녀가 제일 걱정할 만한 일이 그것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정욱이 자신의 속을 꿰뚫어보는 듯 말을 꺼내자 정선은 덜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그렇게 말해주니.... 그럼 믿고 있을께."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그렇게 정욱은 집을 나섰다. 창가에서 정욱이 정원을 가로지르며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한동안 지켜본후 정선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정욱이 갔어요."
"알고 있어."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딱딱한 어조로 대꾸하는 병윤...... 그러자 정선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말문을 열었다.
"저기..... 여보.... 제가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은....... 그래도 않할 수가 없어요?"
"사모님!!"
갑작스레 정선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에 정선은 고개를 돌렸다. 서재의 문이 열리고는 진희가 나왔다. 실오라기 하나 않걸친 알몸으로 말이다. 조금전까지 그런 알몸으로 이방과 서재를 오고가며 서류 정리를 하며 병윤에게 보고를 하던 중에 정욱이 들어오자 재빨리 서재쪽으로 몸을 숨긴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정선이 뭘 말하려는 순간 나선것이다.
"어젯밤 무리를 하셔서 회장님 좀 쉬셔야 합니다. 이만 물러나세요."
단호한 어조로 정선에게 요구를 하는 진희, 하지만은 정선은 잘 안다. 진희가 주제도 모르고 쓸데 없이 정부인인 자신에게 강압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대로 그 말 꺼내지 마세요."
진희의 눈이랑 마주치자 정선은 그녀의 시선에서 그것을 읽을수가 있었다. 이 여자는 자신이 뭘 말하려는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막으려고 한것이라는 것을.......
"윤비서 말대로 해. 나 그렇게까지 기운이 남아 돌지않아."
쓸데 없이 자신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된 시선과 언질을 정선에게 주며 병윤이 진희의 말에 동조를 하였다. 그런 진희랑 남편을 번갈아 바라보며 정선은 허탈감을 감출수 없었다.
"왜 않된다는 거지?"
정선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을 하고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시작도 하기 전에 원천 봉쇄를 하는 이들을 말이다. 정욱의 생모에 대해서 뭔가 알아낼려고 한 정선의 의도는 그렇게 시작도 못해보고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어제 정욱이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으며 울고 불고 하는 상황에서도 어머니를 그리며 찾던 모습,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파오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였다.
그렇기에 정선은 어떻게 해서든 정욱의 생모에 대해서 알아내고싶었고 그래서 이렇게 용기를 내어가며 말을 꺼내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아예 시작도 못해보고 그렇게 물러나야 하는 이 상황이 말이다. 기가 막힌 정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방문을 나섰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며 뒤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한마디 던졌다.
"그럼 이건 어때요? 이거면은 물어봐도 괜찮을거 같은데......"
"말해봐."
"정욱이 당신 아들 맞기나 한거예요?"
그러자 병윤의 낯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런것도 잠시 이내 침착한 이전 표정으로 되돌아 가더니 부인의 물음에 답하였다.
"난 자선 사업가가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병윤은 옆에 있는 진희를 끌어 않고는 바닥에 또慧? 그리고 그녀의 유방과 엉덩이를 주물르며 애무하기 시작하였다. 진희는 그런 병윤을 침착하고 능숙하게 리드를 하며 이끌어나갔다. 그런 남편과 남편의 애인을 뒤로 하고는 정선은 밖으로 나왔다.
"자선 사업가가 아니라고? 저 사람 아들은 분명하다 그말인데......."
일단 건진 것은 이것 하나뿐이다. 하지만은 그것만 가지고는 더 이상 추적할 단서나 꼬투리를 잡을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정선은 한숨만 내쉬었다.
"미안하구나. 내 힘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인거 같아"
이 자리에는 없는 정욱을 떠올리고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모자 지간이라고 하긴 약간 어색하지만은 그래도 최대한 노력을 해보려는 정선이기에 안타까움만 더해갔다.
"사모님"
"예. 아줌마."
"문밖에서 누가 사모님 동생이라면서 문열어 달라고 하는데요."
그 말에 정선은 인터컴으로 향하였다. 화면에 드러나 있는 얼굴은 정미였다. 정선은 갑작스런 동생의 방문이 의아한 듯 수화기에 대고 외쳤다.
"너? 여긴 어쩐 일이니?"
"아버지가 찾아가보라고 하셔서........ 언제까지 이렇게 세워 둘거야?"
"알았어."
정선은 문을 열어준뒤 돌아서서 의성댁에게 정미에게 대접할 다과를 준비하라고 말한후 안방으로 향하였다.
"여보."
"응."
병윤은 아내가 들어왔는데도 시선하나 주지 않고 진희의 알몸을 부둥켜 안고는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진희는 병윤의 진한 애무에 성감이 고조되었는지 음부에서 애액들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 동생이 찾아왔어요"
"동생? 가만..... 유학갔다가 잠적하였다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며 병윤이 말하자 정선이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적하였다면서?"
"얼마전에 제가 찾아냈어요"
"후훗..... 그렇다면은 한동안 외출 금지 시켜야 하는거 아냐"
"그럴수가 없으니까 그렇죠."
정선의 대답이 맘에 않드는지 병윤은 혀를 끌끌 찼다. 그러다가 뭔 생각이 들었는지 진희에게서 떨어지고는 말하였다.
"얼마나 성깔이 있기에 그러는지.... 일단 왔다니까 한번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좋겠지. 윤비서는 하던 일 마저 하고 이만 쉬어."
"예. 회장님."
병윤이 떨어져 나가자 진희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서재로 향하였다.
정미는 화려한 집안 내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며 멍하니 있다가 언니가 왠 노인한명과 같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정선은 병윤에게 동생을 소개하였다.
"제 동생이에요. 여보. 정미 너 인사 드려야지."
"처음 뵙겠습니다. 이정미라고 해요. 혀엉..부...."
처음 보는 처제라는 여자가 칭해주는 형부라는 어조가 약간 이상하긴 하지만은 병윤은 개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엄청난 나이 차이가 있는 만큼 아무래도 형부라는 소리가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을거라고 느끼기에..... 하지만은그건 어디까지 병윤의 생각일뿐 정미가 그런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오빠 아버지를 보고 이렇게 불러야 하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정미는 허탈해하였다. 감정상으로는 시아버지 혹은 예비 시아버지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정미였다. 그렇기에 속에서 튀어나오는 아버님이라는 소리를 애써 억누르고 형부라고 칭하였는데 그게 왠지 이상하게 왜곡된 것이다.
"듣던대로 상당히 성깔이 있게 생겼군 처제. 그래 이렇게 간만에 만났는데 차라도 한잔 할까. 당신은 어때."
"좋지요. 아줌마한테 준비하라고 했어요."
"자, 이리로 앉지. 물어 볼 것도 많은데.."
"예."
간만에 찾아온 동생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정선은 예기꽃을 피웠다. 병윤도 자리를 함께 해보고 예기를 나눠보니까 처제가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패기가 넘치고 혈기 왕성한 타입인것에 흡족해 하였다. 병윤이 제일 좋아하는 인간형이 바로 그런 타입이기때문이다.
"한국으로 오기 전에 경찰이랑 추격전을 벌였다고?"
"예. 형부. 그만 실수로 세워둔 경찰차 들이 받아 가지고......"
"그래서?"
어느세 병윤은 정미의 예기에 귀를 귀울였다. 마치 영화속의 내용과 같은 경험담이 튀어나왔기에 당연한 반응일것이다.
"전속력을 다 해서 도망쳐 나왔죠. 고속도로를 전 속력으로 달리는데..... 그때가 제일 짜릿하였어요. 나중에 경찰차 간신히 따돌리고 보니까 타이어는 거의 철사가 드러나 있었고 엔진은 완전 과열되어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짐작이 가는군. 나도 그런 식으로 차 몰아봤으면은 좋겠군."
"한번 해보세요. 형부."
하지만은 병윤은 웃음띤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한국의 도로 여건상 자동차들이 그렇게 전속력으로 달리고 제 성능을 발휘하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좁아터진 나라인데다가 대부분의 국토가 산길이나 계곡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그것들을 깍아서 만든 도로인 만큼 자동차 경주를 벌일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차를 한번 몰아 볼려고 외국까지 갈수도 없고......
"이 나이에 그런거 해서 뭣하게....... 한 30년 정도만 젊으면은 한번 해볼만 하겠지만은..."
불현 듯 자신의 나이를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띄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정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뉴스나 언론에서 보니까 유학생들 중에서 탈선하는 애들이 많다고 하던데..... 정말로 그런가?"
"100% 다 그런건 아니지만은 그런 애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제 주변에도 사고 치거나 사고 칠만한 애들이 많거든요"
"사고 칠만한 애들?"
"제가 아는 애들중에 서준이라는 애가 있는데 그 녀석 요즘 총기 소지증 딸려고 혈안이 되어 있거든요. 그 애 볼때마다 얼마나 불안하던지......"
그러자 병윤의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으며 예기를 계속 하였다.
"총기 소지증이라? 위험한데...... 그래. 그 애는 어떤 애인데 그러나?"
"저랑 같은 유학생인데...... 저보다 5살 어려요.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고 안면이 좀 있는 사이인데..... 언젠가 나이트 갔다가 경찰이랑 갱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자신도 총기 소지 할려고 불철주야 노력을 하는 중이지요. 하지만은 그게 쉽지 않데요. 14살에다가 유학생이 총기 소지하는 것이 쉽진 않잖아요."
"그렇겠지."
"제가 떠나올때까진 공식적인 방법에 몰두한거 같은데..... 얼마전에 소식 들으니까 뭔가 일낼거 같더라니까요"
"일?"
"큰돈 들여서 베레타 자동 권총을 은밀한 경로로 통해서 입수했데요 글쎄.... 물론 공식적으로 갖고 다니지 않고 은밀하게 소장을 하고 있다고 그러데요."
"베레타?"
"이탈리아제인데 사거리가 짧은 것이 흠이지만은 안정성 명중률이 우수한 총으로 유명하죠."
그러자 가만 듣고만 있던 정선이 나섰다.
"많이도 아네. 넌 공부는 않하고 그런것에만 신경 썼구나."
그러자 정미가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병윤이 그런 정미를 보며 유쾌해 하며 말하였다.
"그래 처제는 어느 곳에서 지냈지? LA?"
"워싱턴에서요. 아버지가 인종 분쟁이나 분규가 위험이 높은 로스엔젤레스 말고 워싱턴으로 보내줬거든요"
"워싱턴이라? 좋은곳이지."
"하지만은 그렇게 좋다고만 볼수 없어요. 외국이란게 다 그렇죠. 그 나라 사람이아니면은 왠만하면은 적응하기 어려운곳이니까요. 그런 문제 때문에 언론에서 말하는 탈선이라는 것이 발생하죠."
"듣고 보니 그렇구만."
"그러고 보면은 총 수집에 환장한 서준이도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어서 대리 만족차원에서 그러는 걸거예요. 그나저나 지금쯤은 실탄 몇발 구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자 병윤이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은 직접 집에다가 그 예기를 해주는 게 어떨까. 집안에서 그 일을 알게 되면은 해결되지 않을까."
그러자 정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도 안된다는 듯 외쳤다.
"총가진 애한테 그런 식으로 집적댔다가 뭔 일 벌어지게요. 그리고 그 애 하는 태도를 보니까 집안에서 너무나도 오냐오냐 해줘서 그런지 안하무인이더라고요. 집에다가 전화 할때라던가 편지 보낼때는 그야말로 성인군자처럼 행동한다고 하더군요. 그렇지 않을때는 개판이지만은...... 그런 상황에서 제가 집에다가 연락하면은 쉽게 믿어줄거 같아요? 천만에요. 자기 자식 험담한다고 해꼬지 한다고 혼이나 나지않는다면은 모를까."
"처제 예기들으니까 아주 심각한거 같은데...... 거 잘하면은 사고 꽤나 치겠군. 서준이라? 성이 서씨인가?."
"아니요. 성은 강씨 강서준이에요."
"워싱턴 스미소니언의 00중학교에 재학중 머리는 빨강색이랑 노랑색으로 염색을 하고 다니고...."
"예. 잘아시네요. 가만?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병윤의 물음에 별 생각없이 대답을 하던 정미는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고 여기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리고는 형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뭔가를 애써 삭히며 참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렇기에 정미는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뭐가 문제였는지 골몰히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은 정미의 반응에 상관없이 병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정미를 향해서 말하였다.
"그 녀석 따끔하게 혼좀 내주지. 그래도 않되면은 그 놈이 구입했다는 베레.... 뭐라는 총으로 끝장을 내주던가. 이 녀석 오냐 오냐 해줬더니......!!"
정미는 뭐가 뭔지 몰랐다. 갑자기 튀어나온 형부의 아리송한 말들..... 하지만은 그보다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 말을 하는 순간 너무나도 무섭게 변하는 형부의 표정이었다. 병윤은 자신을 보고 놀라는 정미를 보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상냥한 어조로 말하였다.
"처제 난 잠시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겠군. 언니랑 재미있게 놀면서 지내봐. 그럼."
"당신 어디로 가세요?"
오늘은 쉬는 날이고 일정이 없다는 것을 정선은 잘 안다. 만일에 예정에 없던 일이 생긴다면은 진희를 통해서 통보되거나 알게 되는데 갑작스런 남편말에 의아해하지 않을수 없었다.
"큰애 집에 가봐야 겠어.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수 없어서......"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는 병윤은 그렇게 자리를 떴다. 잠시후 병윤이 탄 차가 집을 나서자 정미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형부 왜 저러신데......?"
"글세...... 니가 뭘 잘못한 것 같진 않은데......? 아까 그 예기에 뭐가 잘못된게 있나?"
정선과 정미가 의아해하며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안방에서 진희가 나왔다. 일하다가 나왔는지 서류철을 들고 있었다.
"회장님은 어디 계세요. 사모님?"
"그사람 일이 있다면서 나갔어요."
그 말에 진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일이라니요? 오늘은 아무런 일정도 없으신데....."
"강전무 집에 간다고 그러시데요.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뭔 일이기에.....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서려는 윤비서를 정선은 황급히 붙들었다. 아무래도 저 여자에게 말한다면은 뭔가 알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자신보다 더 오랫동안 이 집에서 지냈고 남편을 모신 여자니까 뭔가 통하지 않겠는가.
"윤비서....."
"왜요? 사모님..."
"저기...... 실은 뭐가 뭔지 몰라서 그러는데.......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선은 조금전 자신의 동생이랑 남편이 나누었던 예기를 전부 들려주었다. 그리고 남편의 아리송한 태도들도 같이 말이다.
"......이렇게 된거예요. 그리고는 갑자기 큰 아들 내외 집에 일이 있다면서 나갔죠."
"잠시만요."
심각한 표정을 짓던 진희가 안방으로 가더니 잠시후 뭔가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정미에게 내밀면서 말하였다.
"여기에 아는 얼굴 있진 않은지 한번 봐주세요."
진희가 정미에게 내민 것은 사진 몇장이었다. 정미는 진희가 내민 사진을 하나 하나 살펴보더니 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
"이 애는...... 서준이 비슷한..... 아니 그 애예요. 분명히....."
"뭐 진짜..... 확실해. 분명해."
"응 언니."
정미의 말에 정선은 경악을 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보고는 진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회장님 손자 되십니다. 강서윤 전무님의 아드님 되시죠. 지금 미국 워싱턴에 유학중이지요."
"헉!!"
진희의 말에 정선은 그제서야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 있었다. 정미가 말하던 문제아가 바로 남편의 손자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의 동생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채 전부 떠벌인 셈이라는 것을......
"너, 주둥이 함부로 놀려....."
"아악...... 내가 뭘...... 왜그래."
"이러지 마시고..... 안으로 들어가시죠. 두분......"
진희는 뼈가 있는 어조로 특히 정선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하였다. 그리고는 부엌쪽으로 시선을 주면서........
"그래. 저 아줌마가 있었지. 이런....!!"
그제서야 정선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자신의 동생이 멋모르고 손자녀석의 탈선 사실을 막 말하였다는 것은 둘째치고 그랬다는 사실을 저 의성댁 아줌마가 옆에서 들었고 곧 큰아들 내외에게 일러바칠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선은 정미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진희도 이들의 뒤를 따랐다.
"이거 이러다가 큰일 나는거 아냐!!"
안방으로 들어오고 문을 잠그면서 정선은 조금전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불안해하였다.
"언니? 도데체 왜그래?"
정미는 언니의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멋모르고 한 말이라곤 하지만은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잘못한일은 아니지 않은가. 거기다가 왜 저렇게까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기까지 할까.
"아마도 사모님 동생분의 말을 듣고 뭔가 짚히는 것이 있어서 회장님이 유도 심문을 하신거 같네요. 동생분께서는 거기에 걸려들었고 멋모르게 다 예기한거고..... 결국 손자분의 비행을 알게 되신거고요."
"왜 일이 이렇게 꼬이지."
간만에 동생이 와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그러다가 그만 길이 어긋나서 분란으로 이어지니 참담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선은 아무래가 가만 있을수 없었다. 아무래도 남편의 성격상 큰아들 내외랑 뭔가 크게 한판 할거 같은데...... 어떻게 되던 간에 차후 큰아들 내외랑 자신이랑 어떻게 붙게 될지 알수가 없었기에 직접 나서기로 하였다.
"윤비서..... 강전무 집 잘 알죠."
"예. 사모님."
"그렇다면은 나를 거기까지 안내해 줄래요."
그러자 진희가 고개를 저었다.
"않가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가봤자 험한 꼴이나 당하지 않으면은 다행이고요."
"윤비서!!"
진희의 말에 정선이 발끈해하며 언성을 높혔다. 하지만은 진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일관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강전무님을 막내 도련님이랑 똑같이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 말에 정선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말이다.
"이왕 이렇게 벌어진 일.. 의연하게 구세요. 따지고 보면은 잘못하신건 없잖아요. 않그래요."
정선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는 것이 좋겠지. 아무래도....."
그런 정선을 뒤로 하며 진희는 방을 나서면서 정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생분도 오셨는데...... 그렇게 우울해 하지마세요. 이왕 오셨는데 재미있게 놀다 가세요."
그리고는 진희는 말없이 방을 나갔다. 진희가 나가자 정선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멍하니 있었다.
정미는 얼마후 언니로부터 예기를 듣고 그제서야 언니의 현실을 알수 있었다.
"그럼..... 내가..... 실수한거네."
자신이 조금전에 주절거린 예기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깨닫고는 언니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는 것에 알게된 정미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언니의 결혼이 단순히 형부와의 나이차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다른 식구들과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되는 그런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역학구도에 정미는 몸서리 쳐지는 듯 하였다.
"실수라고 할수도 없지. 언젠가는 터질 일이니까. 그런데...... 그게 나로 인해서 도화선에 불을 당기는 셈이랄까."
"미안해 언니."
"미안해 할거 없어. 뭘 잘못했다고..... 아까 화내서 미안해."
아무렇지 않은 듯 애써 태연해 하는 정선을 보며 정미는 눈시울이 적시는 듯하였다. 보기보단 너무나도 힘겨워하는 언니의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까.
잠시후 정선은 정미를 데리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예기를 나누며 그렇게 지내다 정미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정선은 진희로부터 뜻밖의 예기를 들었다.
"지금 미국에 가 계시다고요?"
"예. 사모님. 강전무님 내외분이랑 같이 말입니다. 지금 비행기 안이고 얼마 있으면은 워싱턴에 도착을 한다더군요."
진희의 예기에 의하면은 남편은 서윤의 집에 불시에 방문을 한후 얼마동안 예기를 나눈후 아들 내외랑 같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갑자기 잡아탔다는 것이다.
"갑자기 거기에는 왜......."
"잘은 모르겠지만은 곧 알게 될겁니다. 기다려 보세요."
그리고는 나직한 어조로 정선에게 덧붙여 말하였다.
"조금전에 의성댁 아줌마가 전화하는 거 봤는데..... 전화 통화가 않돼서 무척 애를 먹고 있는 듯 하더군요. 아마도..... 아직은 회장님 외에는 구체적인 내막을 모르는거 같습니다."
"그래요?"
가장 우려하던 것이 감시역을 하는 저 아줌마인데 아직 큰아들 내외의 귀에 오늘 있었던 일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니 일단 안심이었다. 이틀후 병윤은 집으로 돌아왔다. 큰아들 내외랑 함께 말이다. 하지만은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병윤의 불호령이 연신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설마..... 애가 그 정도까지....."
"다 제 불찰이에요"
강서윤과 김미혜 둘은 연신 병윤에게 쩔쩔매며 사죄를 하였다. 하지만은 병윤의 노여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외국에 보내는 것도 모자라서...... 달라는데로 막 퍼주니까 그렇게 엉망 진창이지. 도데체 너희들 자식 교육이 왜 그모양이냐!!"
".............."
병윤의 질책에 둘은 아무말도 못하였다.
"두말 하지 않을테니까 그녀석 개판인 정신머리 다시 뜯어 고치도록 해."
장시간에 걸친 호된 질책도 어느덧 종지부를 찍었고 서윤 내외는 집으로 돌아갔다. 정선은 병윤으로부터 어떻게 되었는지 그간의 일들을 물었다.
"처제 말을 듣고 혹시나 했었는데...... 설마 그 정도까지야!!"
"어떻게 된일인데 그러세요?"
아직도 좀처럼 분을 삭히지 못하는 남편을 보며 정선이 채근하였다. 한동안 씩씩거린뒤에야 어느정도 화를 가라앉힌 병윤은 그간의 일들을 정선에게 말하였다. 서윤의 집에 방문한 병윤은 다짜고짜 아들 내외랑 같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가보니까 그 녀석 완전 개판이더군. 담배 피우는건 기본이고..... 새까만 년이랑 엉겨 있질 않나."
"저런......!!"
불시에 손자가 기거하는 아파트에 들이닥쳤을 때 병윤이 본 것은 그야 말로 난장판이었다. 머리는 노랑색이랑 빨간색으로 덕지 덕지 물들인 녀석이 담배를 피워물고 친구들로 보이는 외국인들이랑 파티를 벌이고 있었고 그리고 남들이 버젓이보는 앞에서 서준은 흑인 여성 하나랑 엉겨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 장면을 본 병윤은 노기를 터트렸고 그들을 다 ?아내고 나서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정미가 말한대로 베레타 소총 한자루랑 실탄 50발을 찾아내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기는...... 그 총이랑 실탄은 경찰에 넘겨줬고 그 녀석은 지금 어떻게 그걸 입수했는지 조사 받고 있는 중이야."
"그렇게까지..... 경찰서에까지 데리고가는 건 좀...."
"아아!! 자수해서 갖고 있는 무기 신고한거니까 처벌은 경미할거야. 그 녀석 나이도 나이인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런가요?"
한동안 남편이랑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예기를 하던 정선은 밖으로 나왔다. 듣고만 있자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였기에....
"아줌마 거기서 뭣하세요?"
저 멀리 건너편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의성댁의 모습이 눈에 잡혔다. 척보니까 뭐하는 건지 알아 볼수 있엇지만은 정선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태연히 다가갔다.
"사, 사모님이세요? 잠깐 안에 있기 뭣해서....."
"그럴만도 하네요. 저 사람 화가 날때엔 옆에 가긴 뭣하겠죠. 아줌마도 여간 고생이 심한게 아니네요."
"예 그럼요. 회장님 저러실때에는 좀......"
않그래도 어떻게 핑계를 댈까 머리를 굴리는데 자신이 정원에 나와 있는 핑계거리를 이 철없는 영감의 후처가 다 알아서 나불거리자 의성댁은 얼씨구나 하며 동조하였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렇죠. 뭐. 그래도 그렇게 모진 분이 아니잖아요. 아줌마가 이해해주세요."
"예. 사모님."
정선은 잠시 의성댁이랑 정원에서 예기를 주고받다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창가 유리창을 통해서 잠시 정원을 엿봤다. 의성댁은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군. 조만간에 따지러 올거 같아"
이번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들이 알게 되면은 절대 얌전히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재주는 자신이 부리고 명성은 정욱이 챙겼던 그 일로 인해서 결국 충돌까지 했던 서윤이 아닌가. 그렇기에 정선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리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정선의 우려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현실로 드러났다.
"사모님. 저어.... 큰댁 사모님이 오셨어요?"
의성댁은 갑작스레 방문한 김미혜를 정선에게 어떻게 호칭을해서 소개할지 잠시 망설이더니 그냥 큰댁 사모님으로 칭하며 정선에게 말하였다.
"그래요? 이 시간에 왠일이지? 알앗어요. 아줌마 마실것좀 준비해주세요."
"예."
의성댁이 나가자 정선은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고치고는 비장한 각오를 하며 큰며느리?랑 대면할 준비를 한다. 현재는 남편은 집안에 없다. 그가 없는 상황에서 큰 며느리가 등장한다는 것은 뭔가 속내가 있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속내가 뭔지 정선은 대강 감이 잡혔다.
"어서 와요. 근데 이를 어쩌나. 그분은 지금 집에 않계신데..."
"아버님 뵈러... 온 것은 아니....예요. 백화점에서 살이 오른 굴비가 좀 보이길래 아버님 드릴려고 온것뿐...이에요. 아버님을 뵙긴 그렇고 해서.... 이렇게.... 끼니때 드리세...요."
김미혜는 필사?적으로 웃음띤 표정으로 정선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며 극존칭을 남발?하였다. 하지만은 그런 큰며느리?의 호의?가 정선은 그렇게까지 감격적이지 못한 듯 하였다.
"그래. 죽어도 시어머니 소리는 못한다 이거지"
김미혜는 이제 41살된 중년, 이정선은 23살된 파릇파릇한 청춘..... 그런 나이차가 있는데 시어머니란 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쉽지 않다는 것을 정선은 잘안다. 하지만은 상대의 모습을 보자니 그런 정상참작?을 할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언제쯤 한판 붙어야 할지 꼬투리를 잡아야 할지 궁리하는 모습을 보란 듯이 드러내놓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어머... 고마워요. 않그래도 그분 요즘 입맛 없으신거 같던데..... "
"저도 아버님 생각을 할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파..요. 나날이 늙어가시는데 저렇게 불철주야 쉴세 없이 몸을 움직이시는게..... 이제 자식들한테 모든 것을 맏기고 푹 쉬시는것도 좋을텐데...."
"그래도 아직은 물러날때가 아니라고 계속 고집을 피워요. 정욱이가 회사일을 배우고 어느정도 기반이 잡하시기 전까지는....."
그러자 김미혜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런 큰며느리?의 표정 변화가 너무나도 재미있는지 정선은 계속 빙빙 돌리며 그녀를 조롱하였다.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의 일은 어떻게 됐나요? 예기를 들으니까 경찰서에까지 갔다고 하던데....."
"그, 그게... 압류당할 것은 압류 당하고.....벌금 물고.... 몇 번 더 조사를 받은후에 귀가 조치될거래....요. 아직은 조사중이라서...."
갑자기 미국에서의 일을 정선이 꺼내자 김미혜는 덜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지못해 대답하였다.
"아직 어리니까 뭔 일이야 있겠어요. 그런데 듣자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뭔 일인데 그러세...요? 뭔가 할 말이라도..."
정선이 말을 하다 중간에 끊으며 얼버무리자 김미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정선은 마지 못해 말하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그 분이 그러시던데..... 새까만 애랑 같이 엉켜 있었다고...... 그러던데...... 혹시 속도 위반하거나 하진 않았는가 해서요"
"저어!!"
아픈데를 건드리는 정선의 지적에 미혜는 서서히 열이 받히는지 경고성 어조를 내뱉었다. 그런 미혜의 모습에 정선은 아랑곳않고 계속 물고 늘어진다.
"이 나이에 할머니 소리 듣는 것은 그런데로 감당할수 있지만은 증조할머니 소리까지 듣는 것은 좀....... 그리고 그런식으로 만들어진 아이는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잖아요. 않그래요. 아마도 정욱이 보다 더 비참하고 괴롭워하며 애물단지가 되진 않을는지...."
김미혜의 눈에 독기가 잔뜩 어렸다. 않그래도 아들 녀석의 탈선으로 인해서 속이 뒤집혀 지는데 이 머리에 피도 않마른 시어머니란 여자는 아픈데만 찔러대니 말이다.
미혜는 미국에서의 일들을 떠올리자니 몸서리까지 쳐진다. 시아버지랑 같이 아들이 기숙사를 방문하였을때의 그 난장판...... 새까만 깜둥이랑 뒷치기를 하며 극에 치닫던 14살된 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은 그정도는 기본이고 곧 들이닥친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에 놀란 서준은 급히 깜둥이 계집에게서 떨어져 나갔고 그와 동시에 서준의 좆에서는 하얀 액들이 분출되었고 그중에 일부가 할아버지랑 어머니의 옷이랑 머리카락에 떨궈지기까지 하였다. 그래봤자 몇방울씩 그렇게까지 많은 양이 아니지만은 할아버지는 손자 녀석의 좆물 세례를.... 아버지랑 어머니는 아들 녀석의 좆물 세례를 그렇게 받은 것이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 난 이후에 미혜는 놀란 가슴 진정을 시키고는 뒷정리를 하며 분주해하던 중 아들이랑 뒹굴던 깜둥이가 임신중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서준의 아이냐고 물으니까 그녀도 잘 모르겠다고 갸우둥 거렸다.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낳기 전에는 애 아버지가 누군지 알수 없다나 어쨌데나..... 기가 막혔지만은 미혜는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이제 14살된 아들이 만들어낸 사생아.... 그것도 혼혈... 그냥 방관만 할순 없다.
물론 누구 자식인지 부정확하지만은 그것을 알자고 낳게 할수도 없고..... 결국 팔자에도 없는 아들이랑 놀아난 깜둥이의 낙태 수술까지 주도해야 했다. 그런 일을 격은 미혜이기에 정선의 빈정댐에 약이 오르지 않는다면은 사람도 아닐것이다. 사실 정선이 명목상 시어머니만 아니었더라도 진희랑 같은 시아버지의 애인에만 머물렀더라도 당장 머리채 잡아당기고 결전을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은 그럴수 없기에 미혜는 정선을 비꼬는 어조로 그녀의 심기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뭐.....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걸 잘 알면서..... 아이를 가지려고 하시다니... 나이에 걸맞게 생각없는 행동한다고 여기진 않는가요?"
"정욱이도 동생 하나 생겼으면은 한다고 그러더군요. 물론 정욱이 자라난 환경으로 볼 때 내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은 관점을 달리하면은 안심이 되거든요."
"??"
뭔 소리인가 싶어서 미혜가 의아한 듯 정선을 바라보았다. 이때 정선의 회심의 일격이 가해진다.
"정욱이를 옆에서 보아와서 잘 알아요. 결코 자신이 당했던 그 모진 시련을 저나 윤비서가 낳을 아이를 대상으로 화풀이 할 애가 아니라고 말이지요. 배다르다거나 수십년 터울이라는 것은 정욱이한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거예요. 않그래요."
은근히 서윤과 정욱과의 불화를 끄집어 내며 정선이 조롱하자 미혜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듣자하니까 너무......하시....네요. 이렇게 무안을 줘도 ...... 정도가 있지."
"너무할거 뭐가 있을까요? 우리가 언제 서로를 그렇게 배려를 하고 존중했다고..."
미혜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동안 정선은 노려보더니 말없이 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섰다. 더 있었다가는 복장이 무너질것만 같기에.........
"싸가지 없는 여자 같으니...."
저 멀리 멀어져가는 남편의 큰 며느리를 바라보며 정선은 홀로 중얼거렸다.
"아줌마."
"예 사모님."
의성댁이 정선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며 다가왔다.
"갖다 놓은 굴비 손질해서 오늘 저녁때 먹을수 있게 해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미혜가 갖다 놓은 굴비를 손질을 하러 의성댁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정선은 중얼거렸다.
"아줌마는 내가 요리해두죠."
정선의 얼굴에 살기 어린 미소가 어렸다.
"아아... 덥네. 이거 그냥 자긴 찝찝해서...."
"그럼 우리 샤워할까요?"
진희의 제안에 정선이 고개를 끄덕이자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났다. 옆에는 조금전에 격렬하게 정사를 치른 병윤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둘은 살며시 자신들을 감싼 병윤의 팔을 풀면서 병윤이 깨지 않게 조심스레 욕실로 향하였다.
"아아!! 시원해."
"사모님. 목마르시죠? 뭐 마실거 좀 가져 올까요?"
"그래 줄래요 윤비서."
"예. 서재에 계세요. 금방 만들어가지고 갈께요."
대충 몸의 물기를 닦은 진희는 목욕 수건 하나 걸치고는 부엌으로 향하였다. 정선도 목욕 수건 하나 걸치고 안방으로 들어가 옆에 연결된 서재로 들어갔다. 곧 진희가 들어왔다.
"많이 기다리셨죠. 사모님."
"아니. 기다리긴요. 고마워요."
정선은 진희가 건낸 홍차를 한모금 들이켰다. 늦은 시간이지만은 그래도 한남자를 모시는 두 여자들의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는 자리는 정겨웠다. 언제부터인진 몰라도 정선과 진희는 이때만큼은 서로 처첩간이라기 보단 친구이자 자매지간처럼 행동하였다.
"강전무님 사모님이랑 얼마전에 만나셨다고요?"
"어떻게 알았어요? 윤비서?"
정선이 놀랍다는 듯 자신을 처다보자 진희는 태연하게 대꾸하였다.
"다 아는 수가 있죠. 사모님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 저도 많은 소식을 듣거든요."
"그 싸가지 없는 여자 잠시 약을 올렸어요."
그녀를 떠올리자 정선은 감정이 북받히는지 여과없이 그녀를 욕하였다.
"약올리는 정도로 끝낼건가요? 아니면은..... 끝장을 내실건가요?"
그러자 정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마지막말에 뼈가 있는 것을 느꼈기에.....
"뭔 소리인가요? 윤비서?"
"제가 너무 속을 들여다 봐서 기분나쁘신거 같은데...... 저 이래뵈도 보고 배운 것이 많아요. 지금 사모님이 뭘 생각을 하고 앞을 내다 보고 계신것쯤은 파악을 해두고 있어요."
그러자 정선은 잠시 망설였다. 지금 진희가 말하는 것이 뭔뜻일지.....
"나를 떠보는 걸까? 아니면은 ...... 뭔가 거래를?"
자신을 자극을 해서 감춰진 속내를 드러내게 한다?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은 그렇게 해서 뭘 할려고.... 이때까지 정선이 보아온 진희라는 여자는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여자이고 집안에서는 남편이랑 살을 맞대는 연인일뿐이다.
남편의 자식들 중에 누구의 끄나풀도 앞잡이도 아니다.
그렇다면은 아버지랑 자신의 의도를 알고 그에 편승을 해서 한다리 걸치려고 얻어내려는 것은 아닐까? 그럴수도 있지만은 가능성은 낮다. 지금 자신이 바라보는 진희라는 여자는 소유욕같은 것을 찾아볼수 없었다. 뭘 바라는 듯한 인상 자체를 느낄수 없으니까.
"그 말을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뭔가요? 윤비서"
상대의 의중을 알기 위해서 정선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일이 추진되고 목적을 이룬다 하셔도...... 막내 도련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아셨으면은 합니다."
그러자 정선은 당황한 나머지 상대를 탐색할려는 의도를 접어두고 본색을 드러냈다.
"그렇지 않아요!! 나랑 아버지는 정욱이를 위해서....."
"그건 어디까지나 사모님 생각일뿐입니다. 이 이사님에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뿐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막내 도련님은 알맞은 도구일뿐입니다."
진희의 말에 정선은 아무런 반박도 할수 없었다. 사실 생각을 하고 보면은 자신과 아버지가 계획하고 있는 일은 정욱의 의도랑 전혀 상관없이 추진중인 일이 아닌가.
"그럼......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 있겠나요?"
우려하던 일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남편의 최측근인 진희가 그정도까지 자신과 아버지랑 계획하던 일을 파악을 하고 있다면은 바로 귀에 들어갔다는 예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회장님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은 집안이 흔들릴 일은 없다고 자부하고 계신 분입니다. 사실이 그렇고요. 사모님이랑 이 이사님의 계획은 저분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할 것들 아닌가요?"
자신의 물음의 핵심을 비켜가는 진희의 말에 정선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해석을 하자면은 말 않했다는 것 같기도 하고..... 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 아리송함은 오래가지 않고 정선은 한가지 의문에 빠졌다.
"이 여자가 원하는 건 도데체 뭘까?"
한가지 확신을 할수 있는 것은 진희란 존재는 적도 아군도 아닌 제 3의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은 아직 희망이 있다. 잘만 하면은 자신의 편으로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남편의 최측근인 만큼 자신이 계획하던 일을 실행하는데 수월하게 해줄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윤비서는 어떻게 할건가요? 저분..... 돌아가시면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겨날 처지인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은근히 그때가 오면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암시하며 그녀의 심중을 자극을 하였다. 하지만은 진희의 반응은 정선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자제분들이 아닌 회장님이 당장 저를 ?아낸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아요. 애초에 미련둘만한게 이 집에 연연해 할 어떤것도 저에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죠. 사모님."
"그래도...... 미래를 생각해요. 윤비서는 앞날이 창창해요. 만일에 만일에...... 나하고..... 어떤가요? 적어도..... 손해볼일은 아니라고 봐요. 설령 손해를 봐도 윤비서에게 해가 되지 않게 할 자신이 있어요."
정선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잔뜩 배여 있었다. 진희라는 여자의 이용가치를 떠나서 그간 한 이불속에서 남편을 모셔온 여자라는데에 따른 동질감에 의해서 이 여자랑 적대시하고싶은 마음이없었다. 그렇기에 정선은 그녀에게 간절히 매달리는 것이다. 하지만은 진희의 말에 정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렇게 걱정을 해주신다니 몸둘봐를 모르겠네요. 하지만은 저 보다는 도련님이 입을 해를 걱정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사모님. 그래도 아들이잖아요."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정선은 뒤로 하고 진희는 다 마신 찻잔을 들고 서재를 나섰다. 서재를 나오면서 진희는 뒤도 않 돌아보고 정선에게 말하였다.
"사실 이러는 저도..... 도련님을 위하는 일이 어떤건지.... 확신할수 없어요. 이 집안에서의 저나 사모님 앞날 못지 않게 그분 장래도 불확실한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는 진희는 서둘러 나왔다. 서재에 홀로 남겨진 정선은 방금전에 진희가 한 말들을 되뇌이며 생각을 정리를 하였다.
"정욱이가 마음을 먹으면은...... 날 도와 주겠다 이건가?"
뒤집어 해석을 하면은 그렇다. 그렇게 해석이 되자 정선은 가슴 한구석에서 약간의 희망이 싹트는 듯 하였다. 얼마후 정선은 서재를 나왔다. 안방에 들어가니 이미 진희는 병윤의 품에 안겨서 깊히 잠들어 있었다.
정선도 남편이 품안에 파고들며 잠을 청했다. 그러다가 문득 잠든 진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감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일상적인 그녀의 모습
"그러고 보니까 당신의 웃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
생각을 해보니까 그렇다. 그녀랑 오랫동안 지내면서 느낀것이지만은 활짝 웃는 모습을 본일이 거의 없는거 같았다. 이 방에서 셋이서 알몸으로 애교를 부리며 남편의 애욕을 자극을 하며 즐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능숙하게 남편을 다루고 리드를 하였지만은 그렇게까지 즐긴다거나 쾌락의 들뜬 적은 없는거 같았다. 막말로 말하자면은 섹스 머신이라고 해야 할까.
"하긴......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니까 저렇게 반응하는게 아니겠어."
14살때부터 19살인 지금 이날까지 꿈도 많고 활기 넘친 10대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병윤의 성 노리개 역할을 해왔으니까 어쩌면은 당연하다면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사람의 성격이나 인성이 형성되는데는 자라나는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지 않던가. 잠든 진희의 모습을 바라보며 정선은 잠시 정욱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곧 잠을 청하였다. 어느덧 정선은 생존을 위한 미래를 위한 몸부림을 치며 서서히 발버둥 치기 시작하였다.
"야!! 저 애들 어떻냐."
"끝내주는데..... 어때 정욱아. 한번 꼬셔보자."
나이트 와서 한참 취기가 오를 무렵 동료들이 옆에서 원대한 부킹과 관련된 일들을 모의를 하고 있지만은 정욱은 그런거 안중에도 없었다.
"집적댈려면은 너희들이나 해."
"이 녀석은 술못마시다가 죽은 귀신이 씌였나? 아까부터 계속 술만 퍼마시고......"
"야야!! 저애들이 우리한테 손 흔들어.... 맘에 있나봐."
그러자 석민이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그녀들이 있는 자리로 향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뭔가 예기를 나누고 손짓을 하더니 이쪽에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윙크를 하였다.
"정욱아. 그만 마시고 저리가자. 간만에 이 형님의 부킹 성적을 감상하도록 해봐."
"난, 싫어. 그냥 이대로 둬."
"왜그러는데....... 자꾸 술만 마시고..... 기분이 영 아닌건 잘알지만은 여기 온 것은 그런거 풀려고 온거 아냐?"
이렇게 친구들이랑 정욱이랑 옥신각신하는 동안 결국 기다리다 못한 그녀들이 다가왔다.
"부킹하자고 해놓고는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매너가 꽝이네요"
"아, 아니.... 이 녀석이 자꾸 똥고집을 피워대는 통에......"
"거기.... 축늘어진 오빠.... 저 어때요?"
자신을 부르는 것 같자 정욱은 고개를 든다. 술에 취했긴 하였지만은 그렇게 과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를 보는데는 지장은 없었다. 미니 스커트에 타이트한 짝 달라붙는 나시티를 입은 섹시한 여자였다.
"음...... 생긴데로 잘나가게 생겼네."
"그거 말고...."
"그럼 뭐......?"
그러자 석민이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다그쳤다.
"자식.....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저러는거 아냐. 그렇게 눈치도 없냐."
"술 그만마시고..... 저랑 춤춰요. 춤 출줄 알죠? 실력이 제 기대 이상이면은.... 오늘밤 제가 오빠 책임질께요."
"책임 질 필요 없어."
그러고는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틀비틀 거리며 클럽을 나갔다. 남은 사람들 특히 정욱에게 관심을 보인 그녀는 황당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뭐 저런게 다 있어. 야. 가자. 이거 완전 기분 잡쳤네"
"아, 그게...... 저기.... 그러지들 마시고...."
부킹하기로 한 여자들은 방금전에 정욱에게 무안을 당한 여자를 주도로 그 자리를 떠났다.남은 사람들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누군가를 욕해댔다.
"다시는 그 녀석 여기에 데리고 오지마. 이 놈 기껏 생각을 해줘서 분위기 띄울려고 했더니...."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저런 애들 구하는거 그렇게 쉽지 않은데......."
석민은 멀어져가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워하였다.
몇시간째 정미는 그가 지내는 하숙집 골목 가로등 아래서 서성거렸다.
"왜 이렇게 않오는 거지?"
정미는 손목 시계를 연신 처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날 갑자기 그 사람에게 자신은 이모가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는 정미는 한동안 그를 찾아갈수 없었고 그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은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자꾸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고 결국 이렇게 자신이 찾아온 것이다. 학교에 가봤지만은 휴강이었다. 그래서 하숙집에 와 봤지만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안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러 들어가 볼수도 없었다.
"어?"
저 멀리서 누군가가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미는 달려갔다. 먼 거리이지만은 그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오빠"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하자 정욱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정욱의 눈이 커진다.
"저, 정미.....너?"
"응, 오빠. 오랜만이야. 그간 잘 지냈어."
간만에 본 정미를 보자 정욱의 안색이 밝아졌다. 술이 깬 듯이 얼굴이 활짝 피었다. 하지만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딱딱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이모"
이모라는 말이 나오자 정미의 안색이 찌뿌려졌다. 처음 서로 대면하였을 때 기뻐하던 이들 사이에는 싸늘한 냉기가 맴돌았다.
"그렇지. 난 이모였지."
세삼 정욱의 말을 듣고 다시 자각을 하는 정미였다. 당연한 존칭인데..... 틀린말이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고 뻥 뚤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냥.... 지나다가...... 생각이 나서..... 우연히, 아주 우연히 보게 된거야."
"밤도 이만 늦었는데..... 들어가 보시죠. 원래는 커피라도 대접을 해야 하겠지만은..... 하숙집이다 보니까 남들 눈이란게 있어서......"
아주 짧막한 만남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정욱의 말에 정미는 원망의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그러기야?"
"내가 뭘......"
애써 시선을 피하려는 정욱에게 정미는 다가와서는 똑바로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날 보고 말해봐"
"자, 이렇게 보고 있잖아요."
찰삭......따귀를 후려갈기는 소리가 골목안에 울려퍼졌다. 거듭되는 존댓말에 정미는 참기 힘든 듯 정욱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는 한동안 그렇게 바라본후 정욱의 곁을 떠났다. 남겨진 정욱은 땅과 허공을 번갈아 바라만 보다 이내 정미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잠깐...."
얼마 않가서 막 자신의 차에 타려는 정미를 보며 정욱이 불러 제지를 하였다. 정욱이 자신을 부르자 정미는 잠시 고개를 그 방향으로 돌렸지만은 모르는 척 하며 차를 탔다. 정미가 시동을 걸려는 순간 막 도착한 정욱은 재빨리 차에 탔다.
"뭔 일인데........"
"잠시..... 이대로 예기 좀 했으면은 하는데....."
"무슨 예기?"
"그냥 이것 저것......."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이란 말에 정욱은 정미를 처다보았다.
"어떤 조건?"
"단둘이 같이 있을때는 그런 족보 따지지 않기로 해. 그럴수 있지."
그리고는 정미는 애절한 눈길로 정욱과 마주하였다.
"그렇게 해줄수 있지?"
그녀의 눈빛은 그걸 말하고 있었다. 정욱은 한동안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본후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정미는 정욱의 품안에 와락 안겼다.
"나, 오빠 얼마나 보고 싶었는줄 알아."
감춰왔던 속의 말들을 꺼내며 두 사람은 이전으로 돌아갔다.
"나도...... 너 얼마나 걱정이 됐는지 몰라."
"피이, 그러면서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수 있어?."
"나도 좀 그동안 좀 복잡했거든..... 그리고 너 걱정되긴 했지만은 설마 뭔일이야 있을까 했지. 내가 봐도 그분은 그렇게 모진 분은 아니거든."
그 분이라는 말에 정미는 처음에는 뭔 소리인지 모르는 듯 하더니 이내 뭔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자신의 언니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거야?"
자신의 언니가 설마 자신에 대해서 모질게 대하지 않았을거라는 짐작에서 아무런 걱정않고 있었다는 말에 정미는 기가찬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되물었다.
"왜? 내가 잘못 알고 있던거야? 그런거야?"
"그, 그게......"
그 물음에 정미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면은 자신의 언니를 욕되게 하는 짓이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미는 화제를 돌렸다.
"나, 얼마전에 오빠 집에서 사고쳤다"
"사고라니?"
정욱이 의아해하며 되묻자 정미는 이전의일들을 설명하였다. 그 예기를 듣던 정욱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렇게 됐어."
"서준이 그 녀석 일 저지르는 것은 언젠가는 예상되었던 일들이고..... 그런데 그게 왜 하필이면은....."
정미 아니 새어머니 집안쪽에서 예기가 흘러나와서 결국 큰형 집안에 불똥이 튀었다는 사실에 정욱은 우려를 감출수가 없었다. 잘하면은 대판 싸울지도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미안해. 오빠."
암담한 표정을 짓는 정욱을 보고 정미는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며 미안해하였다. 그런 정미를 보며 정욱은 달랬다.
"너 한테 뭔 잘못이 있다고..... 아버지 유도심문에 넘어가서 그렇게 된것뿐이야."
정미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만큼 그것을 탓할수 없다. 그렇기에 정욱은 아무렇지 않아 할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걱정되네. 큰형 집안이랑 어머니랑 정말로 이러다가 뭔 일 일어나는 건 아닌지..."
지금 이순간에도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정욱은 정선이 걱정이 되었다.
"정미 너 자주 방문해서 위로라도 해 드려. 알았지."
"내 걱정 하지 말고 오빠가 먼저 챙겨드리는 거 어때."
그 말에 정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사실이 그러니까 말이다. 정선이 적지 않게 힘들거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은 자신은 그분 곁에서 도와드리지 못한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서였다. 형들이랑 충돌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용기도 배짱도 없기에 이렇게 현실 도피하는 것이니까.
"알았어. 됐지."
"응"
그렇게 집안 예기를 마무리짓고 나자 정욱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런 늦었네. 너 이만 들어가봐."
그러자 정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밤도 늦었잖아. 그리고.............."
"나, 이렇게 그냥 보낼거야?"
"??"
그 말에 정욱은 뭔뜻인지 모르는 듯 의아해하였다. 그런 정욱을 보며 정미는 말을 계속 이었다.
"우리 오늘 외박해."
"뭔 소리야!!"
외박이라는 소리에 정욱은 놀라 펄쩍뛰며 외쳤다.
"그냥 이렇게 혼자 들어가기 싫어."
"그래도......."
그러자 정미가 중간에 정욱의 말을 끊으면서 외쳤다. 뭔 소리가 나올려는지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 있는 듯.
"족보 예긴 그만 꺼내. 이렇게 단둘이 있을땐 거론도 하지 말랬잖아."
"............."
자신의 속을 정미가 꿰뚫어 보고 있는 듯 단호하게 말하자 정욱도 더는 뭐라고 말을 못하였다. 그런 정욱에게 정미는 다시 간절하게 말하였다.
"나, 같이 있고 싶어. 오빠랑..... 그렇게 해줘."
"정말로 그러고 싶어?"
그러자 정미가 가슴 한구석에 희망이 솟아 오르는지 기대에 찬 시선을 정욱에게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욱은 난감해 하며 망설였고 그 틈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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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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