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이 들어오자 한영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목례를 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정욱이 집무실로 들어가자 한영혜도 따라 들어갔다. 그의 손에는 보고할 서류철을 휴대하고서.....
"오늘 일정은......."
말하려다 말고 정욱이 손짓으로 그녀를 제지하였다. 한영혜는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다 보았다.
"회장님??!!"
갑자기 자신의 앞에서 무릅을 꿇는 그를 보면서 한영혜는 그를 만류하였다.
"왜 그러세요? 갑자기....."
"용서를 빌지 않으면은...... 않되겠기에......"
그 말에 한영혜는 이 사람이 왜 그러는지 대충 감이 잡혔다. 그와 동시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정욱을 붙들었다.
"이러지 마세요. 회장님. 저희들 사이엔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러니....."
"그런다고 해서 제가 한 일이 없어지는 거 아니예요. 그리고 한비서를 욕보인거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어요."
"저에게 그런거 단지 욕보이실려고 그러셨던거예요?"
"............"
그 말에 정욱은 고개를 들며 한영혜를 바라보았다. 한영혜의 표정은 실망과 분노가 교차하는 듯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정욱을 바라보며 울먹이며 말하였다.
"회장님 가시고 나서..... 깊히 생각해봤는데..... 그럴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그런데...... 정말로 그럴 생각으로 그러셨다면은..... 저 회장님 절대 용서 못해요."
"한비서?"
"정말로...... 정말로.... 저를 욕보이신거예요? 그런거예요."
한영혜는 서글픈 표정으로 정욱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자 정욱은 처음에는 마주하지 않으려다가 이내 다시 그녀랑 눈을 마주쳤다.
"그럴려고..... 그랬던건 아니에요. 다만....."
"다만?"
한영혜가 재차 되묻자 정욱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곁에 있어주는거 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그때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되었으면은 했고요. 그래서...... 그래서 당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만..... 저도 모르게..... 절대로 한비서를 욕보일려고 그랬던건 아니에요. 맹세해요."
그 말을 듣던 한영혜는 정욱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면은...... 됐어요. 용서해 드릴께요. 그러면은 돼죠?"
"한비서"
자신을 용서한다는 말에 정욱은 믿어지지 않은지 일어서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영혜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실은.... 저도 그때 회장님 심정과 같았어요.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줬으면은 하고..... 바랬는데... 그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도 꺼내기 전에 회장님께서 먼저....."
그리고는 한영혜는 더는 말을 잇기 민망한지 그 자리를 떴다. 그녀가 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정욱은 방금전까지 그의 얼굴에 가득하였던 미안함과 죄책감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다시 일상적인 업무를 보기 시작하였다. 마치방금전에 그런 일 자체가 없었던 듯이 순식간에 벌어진 표정 변화였다.
그렇게 정욱은 일을 시작하였고 문밖의 한영혜는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하였다.
"음.... 콤플렉스가 좀 심하긴 심한가 보네. 아무래도 단시일내에는 그게 불가능하겠어. 하여간에 좀처럼 보기 드문 타입이란 말이야"
방금전의 정욱의 행동에서 한영혜는 상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과 언제든지 넘어 올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을 할수 있었다. 문제는 그 넘어 올수 있는 시기이지만은...... 자라난 환경 때문에 그런 욕구 충족과 같은 본능적인 부분에서는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니까 말이다. 이 부분이 한영혜로써는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자유분방한 연예를 추구하는 그녀로써는 언제든지 상대에게 맘만 있으면은 섹스를 즐기는 타입인데.......
이번에 만난 저 상관은 그 부분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지 않은가.
"아이고..... 그렇다면은 그때까지 난 수절과부처럼 지내야 한다는 얘기 아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영혜는 마음이 울적해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잠시 자신과 놀아날만한 다른 상대를 물색을 할까도 생각을 해봤지만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다가 일이 잘못 틀어지기라도 하면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었다.
"이래 저래 쉽군. 하긴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어"
성공한 커리우먼으로 가는 길은 정말로 험난함 그 자체라는 것을 여실히 깨닫고 실감하는 한영혜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오자 한영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하였다.
"한 비서... 점심 같이 하지 않을래요."
"죄송해요. 회장님 저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서....."
그러자 정욱은 그녀의 전신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 정도면은 훌륭한데.... 더 빼면은 않좋을 텐데...."
"어머!! 회장님도....."
"이거 성희롱 아니에요. 그럼....."
정욱이 나가자 한영혜도 자리를 떴다. 정욱이 점심 같이 하자는 것을 거절한데는 나름데로 이유가 있었다. 그가 먹는 점심이래봤자 회사에서 좀 떨어진 분식집에서 라면과 공기밥 시켜 먹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우아한 상류층 생활에 서서히 접어들고 있는 한영혜로써는 그런 너저분한 곳에서 식사를 하긴 그렇다. 그렇기에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정욱과의 점심 약속을 거절한것이었다.
"명색이 회장이라는 사람이 그런데서 밥을 먹어? 정말로 한심해서...... 원"
권위의식이라던가 격식같은 부분에서는 아직 윗사람으로써 많은 면에서 부족하고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한영혜였다.
"잠시 합석을 해도 될까요?"
늘 다니던 분식집에서 라면이랑 밥을 시켜서 먹던 정욱은 자신의 곁에 와서 합석을 요구하는 상대에 시선이 갔다.
"그러세요. 거기 앉으세요."
한창 점심 시간이라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발딛일 틈도 없이 북적대었다. 그러니 혼자서 앉아 있는 자신에게 와서 합석을 청하는 거야 이상할게 없기에 정욱은 그러려니 하였다.
"당신 도데체 뭐하는 사람이야?"
정욱의 맞은 편에 자리를 잡은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직한 어조로 정욱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뭔 소리예요?"
뜬금없이 이렇게 말하는 상대를 보자 정욱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자리가 없엇 큰맘 먹고 선심 써가며 합석을 시켜줬는데 뭔가 따지는 식으로 나오니까 말이다.
"나한테 사업상의 일로 만나자고 해 놓고는 한번 바람맞히고.... 그 다음부터는 오리무중이고.... 기억 않나시나 보죠!!"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욱을 보며 상대는 이를 갈며 그렇게 답하였다. 그러자 정욱은 처음엔 뭔 소리인가 싶더니 이내 뭔가가 뇌리속에 떠올랐다.
"가만..... 당신이....... 회계사 그 뭐라는 사람....."
"이제야 기억 나시나 보죠!!"
"희구의 형이라는 분...... 맞죠?"
이번에는 대답대신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표정으로 보아 하니 아무래도 뭔가 터질것만 같은 분위기가 역력하였다.
자신의 짐작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자 정욱은 그제서야 뭐가 뭔지 알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 이후로 아예 신경도 않썼잖아."
새어머니 정선의 옛 애인의 직업이 회계사라고 해서 사업상의 일로 상의하자며 그를 불러다가 우연을 가장해서 새어머니와 만나게 해줬지 않았던가.
그러고 난 이후에 정욱은 그 회계사에게 연락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그 일을 가지고 따지러 온거 같았다. 일거리 준답시고 불러 놓고는 다음으로 약속을 미룬후 그걸로 함흥 차사가되었으니까 화가 잔뜩 난거 같았다.
"이, 이거 미안하게 됐네요. 이제사 생각이 나서 말이죠."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데체 뭐요?"
"뭔 소리예요."
"아!! 질문이 잘못되었네. 뭔 생각으로 나를 거기에 끌어들이려고 하는지 대답해 주었으면은 하는데......."
"??!!"
비장한 표정과 함께 다시 주변을 둘러본후 더욱 나직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당신이 이 이사를 매장시킬려고 하는거 척 보면은 알수 있어요. 나도 이준기라는 인간에 대해서 알건 다 아니까 말이야."
"저어? 도데체 뭔 소리예요?"
"그렇게 시치미 떼지 않아도 돼요. 저는 이준기쪽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에요."
상대가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듯하자 정욱은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말하였다.
"왜 제가 이준기 이사를 매장시킬려고 생각을 하는거죠?"
상대가 이준기 사람이 아니라고 하여도 그래도 자신의 동지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은 한은 방심은 금물...... 그렇기에 정욱은 상대를 슬몃 떠보았다.
"당신이 이준기 이사 측근들 이래 저래 여러 자리에 배치시키는 것을 보면은 금방......"
"저어....... 쉿!!"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정욱은 사색이 된 나머지 상대의 말을 중단시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정욱의 모습이 재미난 듯 상대는 여유있는어조로 말을이었다.
"걱정할거 없어요. 여기 오기 전에 세심히 살펴봤으니까 말이죠. 여기까진 그 인간 감시조는 오지 않은게 확실하거든요. 자..... 묻는 말에나 대답을 해요. 나란 존재는 당신 일에 끌어 들이려고 했으면서 왜 그렇게 감감 무소식이었는지...."
"내가 왜 당신을 그 일에 끌어 들이려고 했다는 거예요?"
더욱 모르는 소리만 하는 상대를 정욱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 그런 정욱을 보자 상대는 황당해 하며 말을 이었다.
"이준기 그 사람의 행적을 캐기 위해서 나를 부른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 말에 정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지난번 희구랑 나눴던 예기들을 떠올렸다.
처음 새어머니 정선과 눈앞의 상대랑 장래를 약속한 사이인데 뭔가 업무상의 일로 인해서 이준기와 사이가 틀어졌고 결국 두 사람의 결별로 이어졌다던 그 말들을 말이다. 방금 이사람의 말과 종합한다면은 이준기와 이 사람이 틀어진데는 뭔가 그럴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저기..... 저의 예기를 들어봐요. 당신이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아는 거 같은데......."
상대가 뭘 오해를 하는지 어느정도 감 잡은 정욱은 찬찬히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된거예요."
"나랑...... 선이랑 다시 이어줄려고?"
정욱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는 정욱을 바라보던 시선이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하였다.
"희구한테 우연히 당신이랑 어머니랑 이전에 연인지간이었다는 걸 들었죠. 그리고 정미, 아니 이모한테서도 아직도 이전 연인을 잊지 못할거라는 말이랑 지난번의 결별로 인해서 어쩌면은 저희 아버지와의 결혼이라는 무리수를 선택한걸거다라는 말도 들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한번 기회를 마련해줄려고..... 그렇게 한거죠"
"그렇다면은...... 그 이후로 왜 연락을 끊은거죠?"
제일 의아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자 정욱은 느긋한 표정으로 밥을 마저 먹으면서 천천히 대답하였다.
"더는 나설 필요는 없을거 같아서요. 앞에서 말했지만은 그때는 업무상의 일이라기 보단 새어머니랑 당신이랑 어떻게 해줄려고 그런거죠. 일단은 그렇게 만나게 해줬으니까 나중에는 둘이 알아서 잘 해나갈거라는 생각에서 말이에요. 타오르던 식던간에 그건 어디까지나 두사람만의 문제..... 저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생각에서..... 이해가 되시나요?"
그 말에 상대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런 남녀간의 문제는 누군가가 일일이 간섭을 하고 각본을 짜주지 않아도 잘 알아서 진행되지 않은가. 잘되던 않되던 간에 말이다.
"그럼.... 만일에 내가 선이랑 잘 않된다면은......"
"당연히 다른 상대를 어떻게든 물색을 해봐야죠. 세상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더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아주 단호하게 그러면서 단순하게 대답하는 정욱을 보자 상대는 왠지 허탈감이 생기는 듯하였다.
"잘도 시원스럽게 말하는군."
회장이라는 사람과 만나서 어떻게 그간 품어온 의문들을 해소한것까지는 좋지만은, 자신과 정선을 이어줄려고 하는 그 호의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을 하지만은, 언제든지 자신을 도마뱀 꼬리 자르듯 내칠수도 있다는 그 말을 듣자니 영 아리송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동지라고 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은 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묵묵부답인 상대를 바라보던 정욱은 나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런 저런 상대를 물색을 해서 어머니에게 잔머리 굴려가며 이어줄려는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게끔 당신이 분발을 해야 하겠죠. 잘해봐요. 알겠죠."
"당신 뜻이 그렇다면은 고맙게 받아들이죠. 이렇게 선이랑 다시 만나게 해준거 정말로 고맙소. 아! 그리고 내 동생 취직자리까지 챙겨준 것도 감사드립니다."
"고마워 할 것 없어요.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것뿐이니까요."
희준은 상대가 그렇게 맘에 드는 타입은 아니지만은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정선과 이어주기 위해서 이렇게 분발하려는 호의를 알수가 있었기에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였다. 정욱이 식사를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잘들 해봐요. 만일에 결과가 좋으면은 추가적인 조치도 내가 해드리죠"
"추가적인 조치라뇨?"
"두사람 맺어지게끔 이준기 이사에게 잘 말한다던가......."
그러자 희준의 표정이 급변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벌레씹은 양 그렇게.... 그것을 보자 정욱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은..... 어디 조용한데나 해외에다 두분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린다던가.... 하여간 그런거 말하는 거예요."
"당신을 오늘 처음 보는 나 한테 그렇게까지 해준다니..... 이해하기 힘드네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를 위해서죠. 이름뿐이긴 하지만은 이날이때까지 제가 어머니라고 부를수 있는 유일한 분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드리는게 도리라 싶어서..... 난 이만 가보죠."
그렇게 정욱은 희준을 뒤로 하고 분식집을 나왔다.
"제법 머리가 잘 돌아가는 쪽인거 같네. 내 속을 그렇게 꿰뚫어 보다니?"
조금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언급을 하면서 뭘 알고 있다는 암시를 주던 희준이라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반 도주 말고는 방법이 없나?"
조금전에 희준과 나눴던 얘기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이준기에게 잘말해줘서 결혼에 이르게 하게 해준다고 언급을 했을 때 벌레씹은 표정을 짓던 그를 떠올리면서 정욱은 후자로 방향전환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하였다.
"그나저나 그 자식은 뭘 생각을 하는건지.... 앞날 창창한 여식 수절 과부 만들려고 작정했나. 내가 이렇게 나서는데 애비란 놈은 뭐하는 거야!!"
길가던중 그렇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정욱을 처다봤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회사로 향하였다.
똑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정욱은 진희라고 여기며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항상 이 시간대쯤에 차나 과일을 가져다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였다.
"지금 바빠?"
진희로 짐작하던 그 목소리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정욱은 놀라서 뒤로 돌아다 보았다.
"정미.... 니가 왠일이야?"
상대가 정미라는 것을 알아본 정욱은 놀라서 되물었다. 그런 정욱을 정미는 야속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답하였다.
"나는.... 여기 오면은 않돼?"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그나저나 참 오빠는 열심히야"
정미는 정욱에게 다가서 어깨를 붙잡으면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남들 하는만큼 하려다 보니까......."
"그래도 요즘 들어서 무리하는거 아냐? 오빠랑 단둘이 오붓하게 지낸게 언제인지도 기억도 않나."
그렇게 말하고 정미는 정욱의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정욱은 서서히 정미가 뭔 의도로 이렇게 찾아왔는지 심각하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품안에 안겨서 천천히 몸을 맞대며 교태를 부리는 것을 보니까 뭔가 딴 생각이 있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정미야. 너....."
"오빠한테 위안을 주고 싶어. 힘들어 한다거나 어디에 의지하고 싶어 할때.... 내가.... 정미가 오빠를 위해서 뭐든지 내줄수 있게....."
거기까지 말을 하고 정미의 말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아울러 정욱도 마찬가지였다. 곧 정욱은 자신의 입술을 덮치는 촉촉한 그녀의 입술을 느낄수가 있었다.
처음엔 정욱은 그녀를 뿌리칠까 생각을 하였지만은 여긴 자신의 방이고 두사람만 있는 공간이니 만큼 정미의 행동을 애써 뿌리치려는 것을 생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촉촉한 입술이 맞대고 나자 곧 정미는 더욱 적극적으로 격렬하게 정욱과의 입술을 맞대며 뭉개기 시작하였다. 한걸음 물러서며 그 유혹을 조금 받아들이자 정욱은 더욱더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하였다.
곧 정욱의 두 손이 자신의 등을 껴 않자 정미도 정욱을 격렬하게 껴 앉았다. 서로의 두 손이 등을 쓰다듬으며 더욱 압력을 가해서 껴 앉았다.
이윽고 입술을 맞대는 것으로 성이 않차는지 정미가 먼저 입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정욱의 혀가 정미의 입속을 파고들어왔다. 서로의 혀가 서로의 입안을 오고가며 그렇게 타액을 나눠마시기를 여러차례, 그러다가 정욱은 정미를 껴않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미, 미안해!!"
둘이 그렇게 쓰러지자 정욱이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고 곧 정미에게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은 정욱은 곧 정미의 제지를 받았다. 정미가 정욱의 팔을 붇들고는 놔주지 않았다.
"정미..... 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은 좋겠어"
자신의 몸위에 올라탄 자세를 하고 있는 정욱을 바라보며 정미가 말하였다. 그리고는 정미는 정욱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정욱이 얼른 손을 떼네었다.
"왜 그래 뭐 어때서......?"
자신과 정욱이 이렇게 스킨을 주고 받은 것이 세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이렇게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을 보자니 정미는 의아함과 더불어 너무나도 서운하였다.
"그만..... 나가봐. 나 할 일이 많거든."
그리고는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다가갔다. 그런 정욱을 보자니 정미는 더욱 참기 어려운지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그 여자가 해주는 것은 좋고..... 내가 하는 것은 싫고 그런거야!! 오빠!!"
그 말을 듣던 정욱은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이었다.
"알고 있었구나!"
자신과 진희와의 일들을 정미가 언급을 하자 정욱은 순간 참담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은 바랬는데 -알더라도 모른척 하고 있기를 바랬는데- 이렇게 눈치를 채고 그것을 언급을 하니 꼭 죄 지은 사람 마냥 어디론가 숨고만 싶은 기분이었다.
"알고 있었어?"
그러자 정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아무래도 입으로 대답을 하자니 복장 터질것만 같았기에.......
"돌아가신 오빠 아버지 아이 가진 여자잖아.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어. 욕을 하건 따귀라도 때리건 맘대로 해."
정욱이 자포자기한 듯한 태도로 나오자 정미는 더욱 기가막혔다. 이럴 경우 보통 사람은 입막음을 하려고 별의 별 짓을 다 한다거나 죄책감에 의해서 찍 소리도 못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욕하고 따귀때리고 나면은.... 그만 둘거야. 그 여자랑......"
정미의 질책에 정욱은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을 하더니 이내 말을 하였다.
"나는 진희씨한테 약속을 했어. 그 사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뱃속의 아기한테도.... 나는 반드시 그것을 행할거고 지키고 싶어."
"그, 그러니까...... 매일밤 진희씨 데리고 자는게 진희씨랑 아기를 위하는 거다 그말이야. 그런거야!!"
가면 갈수록 더욱 과관인 정욱의 말에 정미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언성을 높혀가며 따지고 들었다. 정미가 격한 어조로 따지자 정욱은 어쩔수 없다는 듯 자신도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은..... 진희씨도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었으면 한다고 해서 그렇게 시작한거야. 강제로 한건 절대 아냐. 그리고......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들이 내 곁에서 잠들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도 그러는 것이 너무 좋았어. 넌.... 이런 기분을 잘 알지 못해."
방안에는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러면은..... 그러면은..... 왜 나한테 그래달라고 하지 않았어. 응?"
왜 진희에게 그런 것을 원했고 그것을 찾게 되었는지.... 그것이 이해가 않돼었다. 자신에게 그것을 말했으면은 간절하게 청하였으면은...... 정미는 기꺼이 정욱의 빈 자리를 허전함을 채우는데 모든 것을 내던져가며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나도 진희씨가 해주는 것처럼 오빠 빈자리 채워주고 싶어."
정미는 정욱의 곁에 다가갔고 그의 허리를 끌어 않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지마."
다시 뒤로 물러서며 자신이 다가가기를 거부하는 정욱을 보노라니 정미는 너무나도 야속하기만 하였다.
"너무해!!"
원망스런 감정을 뒤로하고 정미는 방에서 나왔다. 정미가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미는 어떻게 하지? 어머니처럼 이전에 애인이 있었다면은 어떻게 해보겠는데......"
정미와는 상당히 오래지내왔기 때문에 정욱은 그녀의 신상에 대해서 잘 안다. 이전에 사귀던 남자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정미쪽을 어떻게 신경을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흑흑....."
정미는 하염없이 울었다. 답답함에 갈증이라도 해결을 해 볼려고 부엌에 와서 물 한모금 들이켰다. 하지만은 그러고 나자 왠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고 곧 그대로 주저 앉아서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나도.... 나도 오빠 사랑해. 그런데..... 흑흑"
그 명목상의 이모랑 조카지간이라는 사슬에 얽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마냥 참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은 그래도 그건 견딜수 있을거 같았다. 그런데 자신 못지 않은 그 진희라는 여자는 그런 이런 저런 현실적인 제약들을 극복을 해가며 정욱과 희희낙락하지 않은가. 그러니 정미로써는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만 들어가셔서 주무세요. 그렇게 지내시면은 몸에 않좋아요"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여자 목소리에 정미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제 속이 풀리세요?"
"진희씨?"
상대를 알아본 정미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가의 눈물들을 소매로 훑으며 태연한 어조로 답하였다.
"신경쓰지 말고 당신이나 들어가서 자요."
그리고는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조금전에 두분 하는 얘기 엿들었습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은......"
그 말에 정미는 놀라서 진희를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시선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듯 하였다.
"제가 불쌍해 보이나요?"
"그런건 아닙니다."
"그렇지 않으면은 지금 그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얘요. 오빠가 애지중지 해줘서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신경질을 팍팍 피우고는 정미는 진희를 쏘아보았다. 마치 가질거 다 가진 자의 오만함의 시선을 보내는 듯한 진희의 모습에 깊은 반감을 가지며......
"정말로 회장님 아니면은 않돼겠나요?"
"그건....... 왜 물어봐요?"
느닷없는 진희의 물음에 정미는 상대를 경계하면서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진희는 정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지금 정미씨한테 필요한건 아마도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라고 봐요. 회장님에 대한 마음을 거듭 확인하세요. 그런후에 다시 도전을 해보시고요."
"도전하라고요?"
"예. 그러면은 언젠가는 회장님도 정미씨의 마음을 받아들일 날이 오겠죠."
"그럼. 진희씨, 당신은..... 지금 오빠 맘을 차지한 것은 당신 아닌가요? 그런데..... 어째서...."
"회장님 맘을 차지한 것은 뱃속의 아기이지 제가 아니에요. 전번에 진희씨가 본 그장면들은 이 아기로 인해서 제가 누릴수 있는 뭐랄까 행복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리곤 진희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분 곁에서 지내는 것 그거 하나뿐이에요. 회장님도 그렇게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저랑 아기가 행복해질수 있게끔..... 그 이상은 바라는 것은 없어요."
"진희씨........."
"지금 회장님은 내색을 하진 않아도 많이 외롭고 힘들어 하고 계세요. 이전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보다 더 힘들고 괴로워 하시죠. 저는 그것을 느낄수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그분 곁에 있어 드려야 합니다. 그렇게 해주실순 있죠. 정미씨"
그 말에 정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이제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해보세요. 그러면은 언젠가는 회장님도 정미씨 필요로 하게 될테고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그렇게 말하고는 진희는 돌아섰다. 돌아서는 진희를 보던 정미는 상대에게 왠지 모를 동정심을 느꼈다.
"당신도..... 저 못지 않게 오빠를..... 그런거군요. 진희씨"
처음 진희와 정욱이 한 침대위에서 뒹구는 장면을 보았을 때 정미는 정욱이 진희에게 흑심을 품어서 불장난을 친거거나 아니면은 진희가 행실이 부정해서 정욱을 유혹해서 그런 것으로 지레짐작을 하였다. 하지만은 방금전에 나눴던 대화로 정미는 알수가 있었다.
진희가 정욱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을 얼마나 원하는가를 알수가 있었다.
"회장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욱은 눈을 떴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보니 한영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 일이에요. 한비서"
"저기..... 회장님을 뵙고자 하는 분이 계시는데......."
"누군데요?"
그러자 한영혜가 잠시 뜸을 들이며 망설이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정욱은 의아해 하면서 재차 물었다.
"말해요. 어서...."
"강서진 실장님이세요."
"작은형이? 알았어요. 들여 보내요."
"예. 회장님"
한영혜가 나가자 정욱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고 애를 먹었다. 서진이 이렇게 회사까지 찾아온 이유가 뭘까 하고 말이다. 정욱으로써는 집안 사람들을 대할때마다 왠지 모를 두려움을 먼저 느끼기까지 하였다.
"이전에는 않그랬는데..... 요즘 들어서 항상 그렇다니까."
유산 상속에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정욱은 그렇게 짐작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승리를 하긴 하였지만은 지금에 와서 그 승리는 어디까지나 상처뿐인 영광일뿐이다.
문이 열리고 서진이 들어왔다. 정욱은 애써 태연하게 굴면서 형을 맞이하였다.
"어서와요. 한비서. 차좀 내와요."
"예. 회장님."
"이리로 앉으세요."
"응"
정욱이 권하자 서진은 자리에 앉았다. 한동안 정욱을 바라보던 서진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너도...... 이젠 일이 손에 잡히나 보지"
"아직 한참 멀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회사엔 왠일이세요?"
"이준기 이사에 관한 일이야. 너 정말로 어떻게 할거야.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
"여기는 회사에요."
단호한 어조로 정욱은 중간에 서진의 말을 끊었다. 물론 정욱으로써는 회사 내의 다른 눈과 귀를 의식을 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은 서진은 그런 정욱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나도 그거 잘 알고 있어. 하지만은 그냥 바라만 볼수 없기에 이렇게 온거야. 이준기가 너 이 자리에 앉혀준거 잘 알지만은....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 상태로 있을거라고 생각을 해."
그때 문이 열리고 한영혜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한영혜가 차를 놓고 나서자 두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나를 이 자리에 앉힌 것은 아버지에요. 이 이사가 그런거 아니에요. 잠시 거들어준거 뿐이지."
"너!!"
계속 얘기가 헛돌고 빈정거리는 듯한 정욱의 대답에 서진은 기가 막혔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아무래도 정욱은 자신의 말을 들은 생각이 없는 듯 하였다. 물론 그것을 처음부터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은 이렇게까지 말을 않들을 기미가 않보이니 답답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너 큰형 소식 들었어?"
회사 일은 접어두기로 하고 서진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큰형 서윤의 얘기가 나오자 정욱이 순간 솔깃해 하는 거 같았다.
"얼마전에 큰형수가 찾아와서 한마디 하긴 했는데..... 뭐 큰형 일이아니라 회사 인사 문제였어요."
그러자 서진의 안색이 찌뿌려졌다. 형수 김미혜가 뭔 일로 찾아왔는지는 않봐도 않들어도 짐작 가능하니까 말이다. 최근에 준기에 의해서 김미혜의 친정 식구들은 대부분 걸러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아마도 그것을 따지고자 찾아온것일게다.
"나도 만나지 않은지 꽤 됐는데...... 얼마전에 보니까 사람이 많이 달라진거 같았어. 이전의 형이랑 사뭇 다른 모습이야."
그말에 정욱도 귀가 솔깃한 모양이다. 서윤이 많이 달라졌다면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정욱이 니 생각을 많이 하는거 같더라."
"당연하겠죠, 새파란 놈에게 모든 것을 다 빼앗겼는데...... 오죽이나 할까요."
"그, 그게 아니라....."
"그만 좀 해요. 더는 볼일 없으면은 그만 가보세요. 나도 할 일이 많으니까요. 회장직이라는 것이 그냥 자리만 지키면 되는 그런게 아니거든요."
그리고는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류더미가 쌓인 자신의 책상 의자로 향하였다. 한동안 정욱을 바라보던 서진은 이내 체념한 듯 돌아섰다. 회장실을 나오는 서진을 보고 비서 한영혜가 인사를 하였다. 그녀를 보자 서진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런.... 저년 얘기도 하는 것을 깜빡했네. 이거...."
오늘 온 목적중의 하나가 바로 한영혜때문이었는데 준기와 회사일 때문에 얘기가 빙빙 돌며 헛걸음치던중에 그녀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이 빠졌다.
예전에 자신의 부하직원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난잡한 사생활이 어느정도인지 너무나도 잘 안다. 자신의 부하직원들중에 사내놈들은 기혼 미혼 가리지 않고 저 여자랑 뒹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라니 뭔 할말이 있을까. 이전에 일하던 부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두달에 한번꼴로 처녀막 재생 수술을 받고 1년에 3번꼴로 정도 낙태 수술을 받는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니 말이다.
지난번 술집에 들렀을 때 자신의 동생을 업고 나오는 그녀를 보고 처음에는 거기까지 생각을 미치지 못하였는데 나중에 가만 생각을 해보니 걱정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아마도 저 난잡한 여자는 자신의 동생을 이번에 꼬셔서 단단히 재미를 볼려고 작정한거 같았다. 큰일이 벌어지기 이전에 정욱에게 그녀에 대한 언질을 주며 조심하라고 할려고 했는데 그것을 지나쳤으니......
잠시 그녀를 물그러미 바라보던 서진은 이내 사라졌다. 서진이 사라지자 한영혜는 불안해졌다. 이전에 자신이 일하던 부서의 상관인데다가 자신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 만큼 혹시 그에 대해서 회장에게 뭔가 언질을 주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잠시 서류를 펴 보던 한영혜는 정욱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이제 곧 있으면은 회의 시간입니다."
"알았어요. 한비서."
늘 그랬듯이 한영혜를 대하는 정욱의 태도랑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달라진점이 있다면은 왠지 침울해 있는 것을 느낄수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런 정욱을 보자 한영혜는 안심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자신의 의도대로 정욱과 잘 나간다면은 이 사람의 형인 서진과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이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 어느정도 감 잡은 사람이니 만큼 앞으로 자신의 계획에 얼마나 걸림돌이 될지 알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여간에 세상에 쉬운일 없다더니 정말이네"
늦은 밤 공원 한구석에서 정욱은 저 멀리 맞은 편을 몇시간째 계속 바라다 보고 있었다.
"않보는 사이에 많이 늙은거 같네요. 큰형"
공원을 이래저래 배회하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형을 보면서 정욱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저녁때 집을 나온후부터 계속 공원을 배회하던 서윤은 왠일인지 아직도 집에 들어가지 않는 중이었다. 뭔가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은 할 일 없어 그냥 산책이나 하며 시간만 때우는지 잘 모르겠지만은...... 멀리서 지켜보던 정욱은 오늘 작은 형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않보던 사이에 많이 변했다는 말을......
지금 정욱이 직접 서윤을 보니 정말로 그러한거 같았다.
"실직하면은 다 저렇게 되는 건가?"
회사에서 ?겨나다 시피 하였으니까 그로 인해서 받은 심리적인 상처가 어느정도 였을지 짐작이 갔다. 이 날이때까지 죽기 살기로 모든 것을 바쳐왔던 일터인데...... 그것을 떠올리니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는 정욱이었다. 하지만은 애써 냉정하게 마음 가라 않혔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돌아서면서 정욱은 그렇게 나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저도 따라 가면은 않될까요?"
"않돼요. 진희씨. 그러다가 아기한테 무리가 가면은 않돼잖아요."
섭섭해 하는 진희를 정욱은 다독거리면서 그녀의 배를 스다듬었다. 그러는 정욱에게 섭섭하였지만은 진희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얼마 후에 있을 정욱의 휴가를 놓고 어떻게 보낼지를 놓고 이렇게 예기를 하는데 정욱은 혼자서 어디론가 배낭 여행 형식을 빌려서 가겠다고 하니 진희로써는 이만 저만 서운한게 아니었다.
"그럼.... 왜 혼자 가려고만 하세요? 다른 누군가와 동행을 하지 않으시고......."
"조용히 혼자 지내고 싶어서요. 머리도 식힐겸......."
그렇게 말하는 정욱의 표정이 왠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자 진희는 화제를 다른데로 돌렸다.
"오늘.... 병원에 갔어요."
"그래..... 별 이상은 없었고요?"
"예. 저랑 아기 둘다 건강하다고 해요. 이대로면은 별다른 문제 없이 순산이 가능하다고 의사가 그랬어요."
"다행이군요."
그렇게 말하는 정욱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이 만연하였다. 항상 이러하였다. 아무리 기분 나쁘고 우울하여 보여도 아기 얘기를 거론하면은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반전하는 이사람이다.
"저기...... 회장님."
"예. 말해봐요 진희씨."
"정미씨 말인데요?"
그러자 정욱은 진희의 배를 스다듬는 것을 중지하고 시선을 돌렸다.
"정미가..... 진희씨한테 뭐라고 그래요?"
아무래도 정미가 뭔 일이라도 저지른 것이 아닌가 싶었기에 정욱은 놀라는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다 보았다.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에요. 단지... 정미씨가 회장님을 깊히 생각을 하는거 같아서......"
"그 얘긴 그만 하도록 해요. 쓸데없이 이런 저런 일로 신경을 막쓰면은 아기한테 해로우니까요."
"정미씨한테도 신경 써주시면은 않될까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진희의 의도가 뭔지 알수가 없는 듯 정욱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미씨가 혼자서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을 봤거든요. 그래서..... 회장님께서 어떻게....."
"그건....... 그건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죠. 진희씨는 그런데 신경 꺼요."
"예. 회장님."
그리고는 정욱은 진희는 또?놓고는 그녀의 몸위에 올라탔다. 양손은 그녀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이제 배가 조금씩 불러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3개월도 않된 상태이지만은 가녀린 그녀의 체구로 인해서 조금만 주의 깊게 본다면은 금방 알아 볼수 있다.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 정욱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진희는 따스한 정욱의 시선과 마주치자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았다. 아기를 가진 것을 알았을 때 진희는 정말로 앞날이 막막하였다. 아기 아버지는 이미 죽은후였고 자신은 이렇다 할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였기에 예상치 못한 임신에 적지 않은 충격과 좌절을 격어야만 하였다.
하지만은 자신은 그런 것을 극복을 할수 있었다. 극복할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 사람 때문이다. 이 사람이 옆에서 지켜봐주고 격려해주었기에 지금 자신은 행복이란 것을 누릴수 있었고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수 있었다.
"차라리 이 아이가 회장님 아이였으면은......"
근래에 들어서 진희는 그런 생각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죽은 병윤은 진희의 임신 사실조차 몰랐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은 이 뱃속의 아이를 정욱은 내색을 하지 않지만은 깊게 애지중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정욱을 보면서 진희는 속으로 그렇게 희망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은 애써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아무래도 이 사람을 욕보이고 뱃속이 아이한테까지 욕되게 하는 거 같았기에....
정욱이 진희의 상의를 걷어 올리자 진희는 그에 응하며 자신의 옷을 벗으려고 하였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였다.
진희가 의아해하며 정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은 곧 그 이유를 알수가 있었다.
정욱이 자신의 상의를 걷어 올린 것은 진한 스킨을 원하거나 알몸을 감상하기위해서가 아닌 단지 자신의 배를 보기를 원해서라는 것을.......
상의를 반쯤 걷어 올리고 나서 정욱은 진희의 배에 두손을 어루만지며 뺨에 비벼대기 시작하였다. 반쯤 눈을 감은채 진희의 뱃살과 마찰을 일으키는 정욱의 모습은 뭔가 황홀한 꿈을 꾸는 거 같았다. 그런 정욱을 보자 진희는 대충 지금 이사람의 심정을 알수가 있었다.
아마도 이 세상에 나오기 이전 어머니 뱃속에서 10달 가까운 시간동안 지냈던 그때를 회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요. 당신한테도...... 그런 때가 있었을테죠."
이 사람이 지금 품고 있는 그 누군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외로움들이 자신에게도 전해져 오는 거 같았다.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는 양 진희는 그렇게 정욱의 머리를 감싸 않으며 다독거렸다.
"우리 이렇게 지내니까 꼭 옛날로 돌아온거 같아 그치?"
"예. 그렇네요."
딱딱한 어조와 건성으로 대답하는 정선의 무성의에 희준은 마음이 아팠다. 정선과 이렇게 만났고 여러차례 자주 자리를 함께 하였지만은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로 어려웠다.
"내가 아주 맘에 없는거 아닐까"
항상 희준은 그런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은 애써 그 생각을 부정을 하였다. 아예 맘에 없었다면은 이렇게 만남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희준은 화제를 돌렸다.
"내가 집에 없을때는 보일러나 전기 같은거 다 끄고 다니거든. 불편하면은 보일러 켤까?"
"아니..... 이대로 괜찮아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말하는 정선은 방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무렇게나 어질러 있는 주변 정리가 않된 방안, 남자 혼자 사는 집이 다 그렇겠지만은 그래도 정선에겐 감회가 왠지 새로웠다.
"선이 너 그때가 생각이 나는 구나."
대충 정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확신이 가는 희준이기에 자신의 의도대로 되어가는 것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몇 년전 자신이 회계사 시험 볼때였다. 빈번히 떨어지며 낙방의 낙방을 거듭하던 초라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추파를 던진 것이 정선이었다.
대학 강사로 지내던 선배의 소개로 우연한 기회에 그녀와 만났고 그것이 인연이었다. 당시 갓 신입생이었던 정선은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희준에게 깊은 호감을 가졌고 갖은 핑계를 다 대가며 그의 집에 들락거렸다. 처음에 희준은 정선이란 존재가 성가셨지만은 자청해서 살림에 빨래까지 공짜로 해주는 그녀의 성의로 인해서 둘은 알게 모르게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둘이 결정적으로 더욱 가까워진 것은 어느 겨울날이었다. 정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희준의 집에 와서 연탄불을 갈아주었는데 그만 부엌 아궁이 근처에 놔뒀던 희준의 비상금이 실수로 화로속으로 떨어져서 돈이 다 타버리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알게된 희준은 정선을 심하게 질책하였다. 그 돈은 자신이 겨울동안 지낼 때 소요되는 난방비들이었다고...... 가뜩이나 집에다가 돈 달라고 하기 어려운데 그 많은 돈들 다 어디서 다시 융통하느냐며 갖은 신경질을 다 부렸다. 정선은 좋아하는 오빠의 꾸중에 연신 눈물을 삼키며 울먹였다.
그날 밤 그만 돌아가라는 희준의 말에 정선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오빠.... 이렇게 추운데.... 앞으로 어떻게 지내실려고요."
"어떻게 되겠지."
"이렇게 하면은 어때요?"
"................??"
"매일 밤.... 제가 오빠 곁에 있어 드리면은...... 따뜻하게 지낼수 있겠죠?"
그 말 한마디에 두 사람 사이는 크게 반전하였다. 그 순간 희준은 철부지 어린애로만 보였던 정선을 여자로 보았고 그간 느끼지 못했던 이성적인 충동이 급격하게 온몸에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같이 보냈다. 아니 그날 밤만이 아닌 그해 겨울 내내 둘은 희준의 자취방에서 지냈다. 불도 때지 않은채...... 난방비는 태워 먹었지만은 희준은 정말로 따뜻한 겨울을 날수 있었다.
그때를 상기하며 희준은 정선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희준이 그런것도 모르고 정선은 계속 상념에 젖어 있었다. 그녀에게서도 그때가 잊혀지지 않은 생애 아름다운 순간들중의 하나였기에......
그러다가 뭔가가 자신을 껴 앉는 것을 느끼고는 정선은 정신이 들었다.
"어머!!"
희준이 자신을 등뒤에서 껴 않는 것을 안 정선은 놀라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정선이 놀라자 희준은 당황하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이럴려고 일부러 보일러 틀지 않은거 같은데..... 제 짐작이 틀렸나요?"
정선이 정확히 그것을 지적하자 희준은 순간 할말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너무 속보이는 행동인거 같기에 할수 없이 인정하였다.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 다음은 뭐예요?. 저한테 달려들어서 썸씽을 만들고.....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렇게 말할거예요. 오빠"
"선이야. 너......."
가시 돋힌 어조의 그녀의 질책에 희준은 순간 공들여 지은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에 대한 않좋은 감정이 그대로라는 것을 느꼈기에.....
"그래..... 너랑 어떻게 해서든.....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그래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오빠?"
그 말에 희준은 도저히 못참겠는지 한마디 하기 시작하였다.
"나도 잘한거 없다는 거 인정해!!. 하지만은.... 너희 아버지 하는 짓을 보니 참을수가 있어야지.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래도..... 정말로 제 생각을 했다면은 저를 봐서라도......"
"나도 그럴려고 그랬어. 그런데...... 너 아버지에게 뭔소리를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지만은 너희 아버지 해도 너무하시더구나. 나보고 그딴짓을 하라는데 어떻게 참아!!"
"참을 수가 없으셨다. 그래서 끝내고 싶었다 이거내요. 나랑 아...."
거기까지 말하고는 정선은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더 말을 하자니 아무래도 솟구치는 울분을 참기 어려웠는지 고개를 숙이며 이를 악물며 울음을 삼키며 있다가 그대로 희준의 집을 나섰다.
"선이야!!"
정선의 뒤를 ?아서 희준도 따라갔지만은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정선이 탄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던 희준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섰다.
"그래. 내가 정말로 원망스러웠겠지. 죽이도록 말이야"
난방비를 날려먹은 것을 인연으로 해서 둘은 극도로 가까워지고 결국 동거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두 사람은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고 결국 정선이 먼저 희준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소개를 하려고 자리를 주선하게 되었다. 하지만은 그것이 결정적인 화근이 될줄이야.
자신이 회계사 시험을 준비중인 몸이라는 것에 대해서 정선의 아버지 이준기는 깊은 관심을 보였고 그것을 기회로 잦은 만남을 가졌다. 처음엔 자신의 진로문제에 대해 그쪽에서 호감을 가지는 것으로 여겼지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해박한 세무 회계 관련 지식을 이용을 해서 이준기는 좋지 못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았다. 주식/채권 투자때 부과되는 각종 세금 어떻게 하면은 않낼수 있는지 그런 쪽으로 자신의 창의력을 창출을 한다던가 자신이 갖고 있는 비자금 조성 장부들 정리하는데 도와 달라는 식으로 희준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해왔다.
처음에는 정선과의 관계도 그렇고 해서 왠만하면은 그저 그러려니 하며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은 시간이 지나면은 지날수록 자신을 그런 떳떳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는 도구로만 여기는 것 같았기에 희준은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하였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된 이준기의 탈세 내역, 비자금 조성과 같은 검은 뒷거래 내역들을 직접 보게 되자 희준은 인내심이 서서히 바닥이 나기 시작하였다. 이런 잡다한 일을 대타로 처리하기 위해서 그 어려운 회계사 공부를 하는 자신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그 일을가지고 희준은 이준기에게 대들며 따졌고 그것으로 해서 자신과 정선의 사이에도 금이 갔다.
앙심을 품은 이준기는 희준과 정선의 결혼을 반대를 하였고 희준도 그렇게까지 매달려가며 계속 정선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진 않았다. 결국 둘은 결별을 하게 되었다. 결별 선언은 희준쪽에서 먼저 한것이었다. 이준기에 대한 악감정이 결국 정선에게까지 이어져 매몰차게 그녀를 내친것이었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참고 지냈더라면은......."
희준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별하고 난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희준은 정선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정선이 유산을 하였다는 소식을 말이다. 헤어지기 직전 그녀는 임신중이었던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희준은 정선을 만나려 했지만은 만날수가 없었다. 한참동안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 뒤로 희준은 정선을 더는 만나지 못하였다. 소식도 듣지 못하였고.....
한동안 회계사 시험 치르기 위해서 분주하게 지내다가 결국 합격하게 되고 자그마한 사무실을 차려 놓고 지내던 중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70을 바라보는 노친네랑 1년 정도 살다가 상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을 하며 다시 재결합을 기원하는 희준, 하지만은 오늘 이렇게 만난 자리에서는 그간 쌓이고 쌓인 감정이 얼마만큼 컸는지 확인하는 정도로 머물렀다.
"앞으로 어떻게 한다?"
오늘 정선을 보자니 희준으로써는 그에 따른 대책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이전과 다를봐 없다고 스스로 확신하였다.
하지만은..... 그녀가 품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감정은..... 이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설령 서로가 맘이 통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에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그녀의 아버지 이준기였다. 이전에 그 껄끄러운 일로 인해서 자신을 결코 용납 못할 사람이니까 말이다. 자신이 스스로 굽혀가며 그에게 매달린다면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자신이 절대 용납 못한다. 정선을 원한다고는 하지만은 그렇게까지 비굴하게 굴어가며 그 사람에게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자존심이란게 있으니까 말이다.
-"어디 조용한데나 해외에다 두분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린다던가"-
얼마전에 만난 형식상 정선의 아들이라는 사람이랑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자신과 정선이 잘되면은 추가적인 조치까지 해주겠노라고 했던 그 새파란 회장이라는 사람이 한말을....
"일단은 맘부터 돌려 놓고 나중에 뒷일을 생각하면은 돼겠군. 그러면 되겠어."
희준은 그렇게 결심을 하였다. 먼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선을 달래야 한다는 것과 다시 이전의 관계를 회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이후의 일들은 든든한 스폰서와 상의를 해서 결정을 하는 것으로 그렇게 가닥을 잡았다.
"않자고 뭘하는 거니?"
자다 말고 정선은 목이 말라 부엌으로 가려다가 거실 의자에 앉아 있는 정욱을 보고 한마디 하였다. 정욱은 정선의 물음에 놀래며 시선을 돌렸다.
"아직 않주무셨어요?"
"응, 목이 말라서......"
그리고는 정선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후 다시 거실로 나오고는 정욱의 옆 자리에 앉았다.
"뭔 일이 잘 않풀리는거 아냐?"
"아니..... 그런건 아니에요. 여러 가지로 생각할게 많아서요."
그 말에 정선은 정욱을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제 21살, 대기업 회장의 자리에 앉아서 모든 일을 총괄을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고된 육체 노동 못지 않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막중한 작업이니까 말이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그렇게 일하는데 중압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죠."
건성으로 대충 대답을 하는 정욱을 보면서 아무래도 정선은 자신이 지금 나서서 뭐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고 여기며 자리를 뜨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자리에 앉고는 정욱에게 말을 걸었다.
"정욱이 너...... 어떻게 할거니?"
"뭘요?"
"진희씨 말이야"
진희 얘기가 나오자 정욱은 정선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전번에..... 말씀 드렸을텐데요? 아기 낳고 나면은 그때 가서 생각을....."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아기 낳고 나면은 너 어떻게 할거냐고....."
"그, 그게......"
정선의 물음에 정욱은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 정욱을 보며 정선은 계속 말을 이었다.
"쉽게 대답을 할수 없겠지. 이전이라면은 몰라도 지금에는 그럴 수밖에 없을테니까 말이야."
"뭔 소리예요?"
"진희씨 맘에 두고 있지? 그렇지?"
그 말에 정욱은 입을 다물었다. 정욱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자 정선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직감하였다.
진희가 아기를 가진 것을 알았을때의 정욱의 진희에 대한 태도는 아버지를 모시던 여자에 대한 깊은 예우와 그녀 뱃속의 아기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 이것이었다.
하지만은 요 근래에 정욱이 진희에게 대하는 태도는 그 정도를 넘어선것이었다. 매일밤 한 방에서 둘이 같이 엉켜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두 사람 아니 정욱이 진희란 존재에게 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선이 아니었다.
"나도......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한참이 지나자 겨우 정욱이 한말은 잘 모르겠다 이거였다. 아버지의 여자를 최근에 품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도 어떻게 봐야 할지 깜깜하니까 말이다. 섹스까진 이르진 않았지만은 그에 준하는 관계이지 않은가.
"그거 질책하려는 건 아니야. 너랑 진희씨 사이정리하라는 말도 그만 두라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단지?"
"아기가 태어나기 이전에 모든 일을 분명히 매듭지었으면은 한다 이거야. 너랑 진희씨가 후회하지 않게끔 가급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그래야 돼겠지요. 당연히..... 하지만은...... 하지만은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그 말에 정선은 답을 하지 못하였다. 자신도 거기까지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해답을 찾던 정선은 결국 답을 못찾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도 이렇다 할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지못하면서 남보고 그것을 찾아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행동인지를 생각을 하면서....... 그러다가 몇걸음 옮기더니 멈추면서 돌아보지도 않고 정욱에게 한마디 하였다.
"너 라면은...... 해낼수 있을거야. 얼마든지......."
그리고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할수 있을거라고?"
새어머니 정선이 한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은 쓴 웃음이 새어나왔다. 왠지 지금의 자신에게는 않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을 하면서......
이전과 같으면은 혈기만 믿고 일만 벌린후 깡으로 밀어 붙이면은 될 것이다. 하지만은 지금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 얼마 않되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이런 저런 잡다한 것들을 의식을 해가며 행동 대처하여야만 하는 복잡한 세상에 어느새 찌들어 있지 않은가.
그런 정욱이기에 모든 일에 섣불리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한동안 이래 저래 생각을 하던 정욱은 방으로 들어갔다.
"니가 태어날때에는 축복을 받으면서 나와야 하겠지"
잠든 진희 곁에 앉으면서 정욱은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나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 녀석 봐라?"
방금 자신이 한 말에 화답을 하듯 자신이 만지고 있는 부분에 뭔가 미세한 진동이 전해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뱃속의 아기가 발로 걷어차는 그것이 아닐까.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 구나. 그렇지"
정욱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잠결에 진희가 정욱의 품에 파고 들어왔다. 정욱은 그녀를 살며시 끌어 않으며 자신도 잠을 청하였다.
"할려는 얘기가 도데체 뭐냐!!"
간만에 찾아온 작은 딸을 보며 준기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재차 쏘아봤다. 큰딸이라면은 몰라도 작은 딸은 자신에게 그리 순종적이지 못한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니 언제까지 저렇게 놔둘 생각이세요. 상처한지 얼마되지 않았다고해도....."
"어른들 일에 나서지 마라. 애비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 생각이라는게 도데체 뭐냐고요?"
"너..... 자꾸 애비 성가시게 굴래. 이게 어디서 꼬박 꼬박 말대답이야!!"
그렇게까지 말하고 준기는 잠시 정미의 시선을 바라본 후 애써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작은 딸의 고집으로 봐서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거 같지 않기에 이쯤에서 한발 물러서기로 하면서.......
"나도..... 큰애 재혼시키는거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하지만은 그렇게 생각처럼 감정대로 일사천
정욱이 집무실로 들어가자 한영혜도 따라 들어갔다. 그의 손에는 보고할 서류철을 휴대하고서.....
"오늘 일정은......."
말하려다 말고 정욱이 손짓으로 그녀를 제지하였다. 한영혜는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다 보았다.
"회장님??!!"
갑자기 자신의 앞에서 무릅을 꿇는 그를 보면서 한영혜는 그를 만류하였다.
"왜 그러세요? 갑자기....."
"용서를 빌지 않으면은...... 않되겠기에......"
그 말에 한영혜는 이 사람이 왜 그러는지 대충 감이 잡혔다. 그와 동시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정욱을 붙들었다.
"이러지 마세요. 회장님. 저희들 사이엔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러니....."
"그런다고 해서 제가 한 일이 없어지는 거 아니예요. 그리고 한비서를 욕보인거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어요."
"저에게 그런거 단지 욕보이실려고 그러셨던거예요?"
"............"
그 말에 정욱은 고개를 들며 한영혜를 바라보았다. 한영혜의 표정은 실망과 분노가 교차하는 듯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정욱을 바라보며 울먹이며 말하였다.
"회장님 가시고 나서..... 깊히 생각해봤는데..... 그럴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그런데...... 정말로 그럴 생각으로 그러셨다면은..... 저 회장님 절대 용서 못해요."
"한비서?"
"정말로...... 정말로.... 저를 욕보이신거예요? 그런거예요."
한영혜는 서글픈 표정으로 정욱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자 정욱은 처음에는 마주하지 않으려다가 이내 다시 그녀랑 눈을 마주쳤다.
"그럴려고..... 그랬던건 아니에요. 다만....."
"다만?"
한영혜가 재차 되묻자 정욱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곁에 있어주는거 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그때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되었으면은 했고요. 그래서...... 그래서 당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만..... 저도 모르게..... 절대로 한비서를 욕보일려고 그랬던건 아니에요. 맹세해요."
그 말을 듣던 한영혜는 정욱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면은...... 됐어요. 용서해 드릴께요. 그러면은 돼죠?"
"한비서"
자신을 용서한다는 말에 정욱은 믿어지지 않은지 일어서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영혜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실은.... 저도 그때 회장님 심정과 같았어요.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줬으면은 하고..... 바랬는데... 그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도 꺼내기 전에 회장님께서 먼저....."
그리고는 한영혜는 더는 말을 잇기 민망한지 그 자리를 떴다. 그녀가 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정욱은 방금전까지 그의 얼굴에 가득하였던 미안함과 죄책감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다시 일상적인 업무를 보기 시작하였다. 마치방금전에 그런 일 자체가 없었던 듯이 순식간에 벌어진 표정 변화였다.
그렇게 정욱은 일을 시작하였고 문밖의 한영혜는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하였다.
"음.... 콤플렉스가 좀 심하긴 심한가 보네. 아무래도 단시일내에는 그게 불가능하겠어. 하여간에 좀처럼 보기 드문 타입이란 말이야"
방금전의 정욱의 행동에서 한영혜는 상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과 언제든지 넘어 올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을 할수 있었다. 문제는 그 넘어 올수 있는 시기이지만은...... 자라난 환경 때문에 그런 욕구 충족과 같은 본능적인 부분에서는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니까 말이다. 이 부분이 한영혜로써는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자유분방한 연예를 추구하는 그녀로써는 언제든지 상대에게 맘만 있으면은 섹스를 즐기는 타입인데.......
이번에 만난 저 상관은 그 부분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지 않은가.
"아이고..... 그렇다면은 그때까지 난 수절과부처럼 지내야 한다는 얘기 아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영혜는 마음이 울적해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잠시 자신과 놀아날만한 다른 상대를 물색을 할까도 생각을 해봤지만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다가 일이 잘못 틀어지기라도 하면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었다.
"이래 저래 쉽군. 하긴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어"
성공한 커리우먼으로 가는 길은 정말로 험난함 그 자체라는 것을 여실히 깨닫고 실감하는 한영혜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오자 한영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하였다.
"한 비서... 점심 같이 하지 않을래요."
"죄송해요. 회장님 저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서....."
그러자 정욱은 그녀의 전신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 정도면은 훌륭한데.... 더 빼면은 않좋을 텐데...."
"어머!! 회장님도....."
"이거 성희롱 아니에요. 그럼....."
정욱이 나가자 한영혜도 자리를 떴다. 정욱이 점심 같이 하자는 것을 거절한데는 나름데로 이유가 있었다. 그가 먹는 점심이래봤자 회사에서 좀 떨어진 분식집에서 라면과 공기밥 시켜 먹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우아한 상류층 생활에 서서히 접어들고 있는 한영혜로써는 그런 너저분한 곳에서 식사를 하긴 그렇다. 그렇기에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정욱과의 점심 약속을 거절한것이었다.
"명색이 회장이라는 사람이 그런데서 밥을 먹어? 정말로 한심해서...... 원"
권위의식이라던가 격식같은 부분에서는 아직 윗사람으로써 많은 면에서 부족하고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한영혜였다.
"잠시 합석을 해도 될까요?"
늘 다니던 분식집에서 라면이랑 밥을 시켜서 먹던 정욱은 자신의 곁에 와서 합석을 요구하는 상대에 시선이 갔다.
"그러세요. 거기 앉으세요."
한창 점심 시간이라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발딛일 틈도 없이 북적대었다. 그러니 혼자서 앉아 있는 자신에게 와서 합석을 청하는 거야 이상할게 없기에 정욱은 그러려니 하였다.
"당신 도데체 뭐하는 사람이야?"
정욱의 맞은 편에 자리를 잡은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직한 어조로 정욱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뭔 소리예요?"
뜬금없이 이렇게 말하는 상대를 보자 정욱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자리가 없엇 큰맘 먹고 선심 써가며 합석을 시켜줬는데 뭔가 따지는 식으로 나오니까 말이다.
"나한테 사업상의 일로 만나자고 해 놓고는 한번 바람맞히고.... 그 다음부터는 오리무중이고.... 기억 않나시나 보죠!!"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욱을 보며 상대는 이를 갈며 그렇게 답하였다. 그러자 정욱은 처음엔 뭔 소리인가 싶더니 이내 뭔가가 뇌리속에 떠올랐다.
"가만..... 당신이....... 회계사 그 뭐라는 사람....."
"이제야 기억 나시나 보죠!!"
"희구의 형이라는 분...... 맞죠?"
이번에는 대답대신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표정으로 보아 하니 아무래도 뭔가 터질것만 같은 분위기가 역력하였다.
자신의 짐작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자 정욱은 그제서야 뭐가 뭔지 알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 이후로 아예 신경도 않썼잖아."
새어머니 정선의 옛 애인의 직업이 회계사라고 해서 사업상의 일로 상의하자며 그를 불러다가 우연을 가장해서 새어머니와 만나게 해줬지 않았던가.
그러고 난 이후에 정욱은 그 회계사에게 연락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그 일을 가지고 따지러 온거 같았다. 일거리 준답시고 불러 놓고는 다음으로 약속을 미룬후 그걸로 함흥 차사가되었으니까 화가 잔뜩 난거 같았다.
"이, 이거 미안하게 됐네요. 이제사 생각이 나서 말이죠."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데체 뭐요?"
"뭔 소리예요."
"아!! 질문이 잘못되었네. 뭔 생각으로 나를 거기에 끌어들이려고 하는지 대답해 주었으면은 하는데......."
"??!!"
비장한 표정과 함께 다시 주변을 둘러본후 더욱 나직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당신이 이 이사를 매장시킬려고 하는거 척 보면은 알수 있어요. 나도 이준기라는 인간에 대해서 알건 다 아니까 말이야."
"저어? 도데체 뭔 소리예요?"
"그렇게 시치미 떼지 않아도 돼요. 저는 이준기쪽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에요."
상대가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듯하자 정욱은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말하였다.
"왜 제가 이준기 이사를 매장시킬려고 생각을 하는거죠?"
상대가 이준기 사람이 아니라고 하여도 그래도 자신의 동지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은 한은 방심은 금물...... 그렇기에 정욱은 상대를 슬몃 떠보았다.
"당신이 이준기 이사 측근들 이래 저래 여러 자리에 배치시키는 것을 보면은 금방......"
"저어....... 쉿!!"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정욱은 사색이 된 나머지 상대의 말을 중단시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정욱의 모습이 재미난 듯 상대는 여유있는어조로 말을이었다.
"걱정할거 없어요. 여기 오기 전에 세심히 살펴봤으니까 말이죠. 여기까진 그 인간 감시조는 오지 않은게 확실하거든요. 자..... 묻는 말에나 대답을 해요. 나란 존재는 당신 일에 끌어 들이려고 했으면서 왜 그렇게 감감 무소식이었는지...."
"내가 왜 당신을 그 일에 끌어 들이려고 했다는 거예요?"
더욱 모르는 소리만 하는 상대를 정욱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 그런 정욱을 보자 상대는 황당해 하며 말을 이었다.
"이준기 그 사람의 행적을 캐기 위해서 나를 부른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 말에 정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지난번 희구랑 나눴던 예기들을 떠올렸다.
처음 새어머니 정선과 눈앞의 상대랑 장래를 약속한 사이인데 뭔가 업무상의 일로 인해서 이준기와 사이가 틀어졌고 결국 두 사람의 결별로 이어졌다던 그 말들을 말이다. 방금 이사람의 말과 종합한다면은 이준기와 이 사람이 틀어진데는 뭔가 그럴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저기..... 저의 예기를 들어봐요. 당신이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아는 거 같은데......."
상대가 뭘 오해를 하는지 어느정도 감 잡은 정욱은 찬찬히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된거예요."
"나랑...... 선이랑 다시 이어줄려고?"
정욱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는 정욱을 바라보던 시선이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하였다.
"희구한테 우연히 당신이랑 어머니랑 이전에 연인지간이었다는 걸 들었죠. 그리고 정미, 아니 이모한테서도 아직도 이전 연인을 잊지 못할거라는 말이랑 지난번의 결별로 인해서 어쩌면은 저희 아버지와의 결혼이라는 무리수를 선택한걸거다라는 말도 들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한번 기회를 마련해줄려고..... 그렇게 한거죠"
"그렇다면은...... 그 이후로 왜 연락을 끊은거죠?"
제일 의아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자 정욱은 느긋한 표정으로 밥을 마저 먹으면서 천천히 대답하였다.
"더는 나설 필요는 없을거 같아서요. 앞에서 말했지만은 그때는 업무상의 일이라기 보단 새어머니랑 당신이랑 어떻게 해줄려고 그런거죠. 일단은 그렇게 만나게 해줬으니까 나중에는 둘이 알아서 잘 해나갈거라는 생각에서 말이에요. 타오르던 식던간에 그건 어디까지나 두사람만의 문제..... 저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생각에서..... 이해가 되시나요?"
그 말에 상대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런 남녀간의 문제는 누군가가 일일이 간섭을 하고 각본을 짜주지 않아도 잘 알아서 진행되지 않은가. 잘되던 않되던 간에 말이다.
"그럼.... 만일에 내가 선이랑 잘 않된다면은......"
"당연히 다른 상대를 어떻게든 물색을 해봐야죠. 세상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더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아주 단호하게 그러면서 단순하게 대답하는 정욱을 보자 상대는 왠지 허탈감이 생기는 듯하였다.
"잘도 시원스럽게 말하는군."
회장이라는 사람과 만나서 어떻게 그간 품어온 의문들을 해소한것까지는 좋지만은, 자신과 정선을 이어줄려고 하는 그 호의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을 하지만은, 언제든지 자신을 도마뱀 꼬리 자르듯 내칠수도 있다는 그 말을 듣자니 영 아리송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동지라고 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은 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묵묵부답인 상대를 바라보던 정욱은 나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런 저런 상대를 물색을 해서 어머니에게 잔머리 굴려가며 이어줄려는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게끔 당신이 분발을 해야 하겠죠. 잘해봐요. 알겠죠."
"당신 뜻이 그렇다면은 고맙게 받아들이죠. 이렇게 선이랑 다시 만나게 해준거 정말로 고맙소. 아! 그리고 내 동생 취직자리까지 챙겨준 것도 감사드립니다."
"고마워 할 것 없어요.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것뿐이니까요."
희준은 상대가 그렇게 맘에 드는 타입은 아니지만은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정선과 이어주기 위해서 이렇게 분발하려는 호의를 알수가 있었기에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였다. 정욱이 식사를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잘들 해봐요. 만일에 결과가 좋으면은 추가적인 조치도 내가 해드리죠"
"추가적인 조치라뇨?"
"두사람 맺어지게끔 이준기 이사에게 잘 말한다던가......."
그러자 희준의 표정이 급변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벌레씹은 양 그렇게.... 그것을 보자 정욱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은..... 어디 조용한데나 해외에다 두분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린다던가.... 하여간 그런거 말하는 거예요."
"당신을 오늘 처음 보는 나 한테 그렇게까지 해준다니..... 이해하기 힘드네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를 위해서죠. 이름뿐이긴 하지만은 이날이때까지 제가 어머니라고 부를수 있는 유일한 분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드리는게 도리라 싶어서..... 난 이만 가보죠."
그렇게 정욱은 희준을 뒤로 하고 분식집을 나왔다.
"제법 머리가 잘 돌아가는 쪽인거 같네. 내 속을 그렇게 꿰뚫어 보다니?"
조금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언급을 하면서 뭘 알고 있다는 암시를 주던 희준이라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반 도주 말고는 방법이 없나?"
조금전에 희준과 나눴던 얘기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이준기에게 잘말해줘서 결혼에 이르게 하게 해준다고 언급을 했을 때 벌레씹은 표정을 짓던 그를 떠올리면서 정욱은 후자로 방향전환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하였다.
"그나저나 그 자식은 뭘 생각을 하는건지.... 앞날 창창한 여식 수절 과부 만들려고 작정했나. 내가 이렇게 나서는데 애비란 놈은 뭐하는 거야!!"
길가던중 그렇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정욱을 처다봤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회사로 향하였다.
똑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정욱은 진희라고 여기며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항상 이 시간대쯤에 차나 과일을 가져다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였다.
"지금 바빠?"
진희로 짐작하던 그 목소리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정욱은 놀라서 뒤로 돌아다 보았다.
"정미.... 니가 왠일이야?"
상대가 정미라는 것을 알아본 정욱은 놀라서 되물었다. 그런 정욱을 정미는 야속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답하였다.
"나는.... 여기 오면은 않돼?"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그나저나 참 오빠는 열심히야"
정미는 정욱에게 다가서 어깨를 붙잡으면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남들 하는만큼 하려다 보니까......."
"그래도 요즘 들어서 무리하는거 아냐? 오빠랑 단둘이 오붓하게 지낸게 언제인지도 기억도 않나."
그렇게 말하고 정미는 정욱의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정욱은 서서히 정미가 뭔 의도로 이렇게 찾아왔는지 심각하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품안에 안겨서 천천히 몸을 맞대며 교태를 부리는 것을 보니까 뭔가 딴 생각이 있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정미야. 너....."
"오빠한테 위안을 주고 싶어. 힘들어 한다거나 어디에 의지하고 싶어 할때.... 내가.... 정미가 오빠를 위해서 뭐든지 내줄수 있게....."
거기까지 말을 하고 정미의 말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아울러 정욱도 마찬가지였다. 곧 정욱은 자신의 입술을 덮치는 촉촉한 그녀의 입술을 느낄수가 있었다.
처음엔 정욱은 그녀를 뿌리칠까 생각을 하였지만은 여긴 자신의 방이고 두사람만 있는 공간이니 만큼 정미의 행동을 애써 뿌리치려는 것을 생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촉촉한 입술이 맞대고 나자 곧 정미는 더욱 적극적으로 격렬하게 정욱과의 입술을 맞대며 뭉개기 시작하였다. 한걸음 물러서며 그 유혹을 조금 받아들이자 정욱은 더욱더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하였다.
곧 정욱의 두 손이 자신의 등을 껴 않자 정미도 정욱을 격렬하게 껴 앉았다. 서로의 두 손이 등을 쓰다듬으며 더욱 압력을 가해서 껴 앉았다.
이윽고 입술을 맞대는 것으로 성이 않차는지 정미가 먼저 입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정욱의 혀가 정미의 입속을 파고들어왔다. 서로의 혀가 서로의 입안을 오고가며 그렇게 타액을 나눠마시기를 여러차례, 그러다가 정욱은 정미를 껴않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미, 미안해!!"
둘이 그렇게 쓰러지자 정욱이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고 곧 정미에게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은 정욱은 곧 정미의 제지를 받았다. 정미가 정욱의 팔을 붇들고는 놔주지 않았다.
"정미..... 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은 좋겠어"
자신의 몸위에 올라탄 자세를 하고 있는 정욱을 바라보며 정미가 말하였다. 그리고는 정미는 정욱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정욱이 얼른 손을 떼네었다.
"왜 그래 뭐 어때서......?"
자신과 정욱이 이렇게 스킨을 주고 받은 것이 세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이렇게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을 보자니 정미는 의아함과 더불어 너무나도 서운하였다.
"그만..... 나가봐. 나 할 일이 많거든."
그리고는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다가갔다. 그런 정욱을 보자니 정미는 더욱 참기 어려운지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그 여자가 해주는 것은 좋고..... 내가 하는 것은 싫고 그런거야!! 오빠!!"
그 말을 듣던 정욱은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이었다.
"알고 있었구나!"
자신과 진희와의 일들을 정미가 언급을 하자 정욱은 순간 참담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은 바랬는데 -알더라도 모른척 하고 있기를 바랬는데- 이렇게 눈치를 채고 그것을 언급을 하니 꼭 죄 지은 사람 마냥 어디론가 숨고만 싶은 기분이었다.
"알고 있었어?"
그러자 정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아무래도 입으로 대답을 하자니 복장 터질것만 같았기에.......
"돌아가신 오빠 아버지 아이 가진 여자잖아.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어. 욕을 하건 따귀라도 때리건 맘대로 해."
정욱이 자포자기한 듯한 태도로 나오자 정미는 더욱 기가막혔다. 이럴 경우 보통 사람은 입막음을 하려고 별의 별 짓을 다 한다거나 죄책감에 의해서 찍 소리도 못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욕하고 따귀때리고 나면은.... 그만 둘거야. 그 여자랑......"
정미의 질책에 정욱은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을 하더니 이내 말을 하였다.
"나는 진희씨한테 약속을 했어. 그 사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뱃속의 아기한테도.... 나는 반드시 그것을 행할거고 지키고 싶어."
"그, 그러니까...... 매일밤 진희씨 데리고 자는게 진희씨랑 아기를 위하는 거다 그말이야. 그런거야!!"
가면 갈수록 더욱 과관인 정욱의 말에 정미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언성을 높혀가며 따지고 들었다. 정미가 격한 어조로 따지자 정욱은 어쩔수 없다는 듯 자신도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은..... 진희씨도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었으면 한다고 해서 그렇게 시작한거야. 강제로 한건 절대 아냐. 그리고......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들이 내 곁에서 잠들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도 그러는 것이 너무 좋았어. 넌.... 이런 기분을 잘 알지 못해."
방안에는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러면은..... 그러면은..... 왜 나한테 그래달라고 하지 않았어. 응?"
왜 진희에게 그런 것을 원했고 그것을 찾게 되었는지.... 그것이 이해가 않돼었다. 자신에게 그것을 말했으면은 간절하게 청하였으면은...... 정미는 기꺼이 정욱의 빈 자리를 허전함을 채우는데 모든 것을 내던져가며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나도 진희씨가 해주는 것처럼 오빠 빈자리 채워주고 싶어."
정미는 정욱의 곁에 다가갔고 그의 허리를 끌어 않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지마."
다시 뒤로 물러서며 자신이 다가가기를 거부하는 정욱을 보노라니 정미는 너무나도 야속하기만 하였다.
"너무해!!"
원망스런 감정을 뒤로하고 정미는 방에서 나왔다. 정미가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미는 어떻게 하지? 어머니처럼 이전에 애인이 있었다면은 어떻게 해보겠는데......"
정미와는 상당히 오래지내왔기 때문에 정욱은 그녀의 신상에 대해서 잘 안다. 이전에 사귀던 남자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정미쪽을 어떻게 신경을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흑흑....."
정미는 하염없이 울었다. 답답함에 갈증이라도 해결을 해 볼려고 부엌에 와서 물 한모금 들이켰다. 하지만은 그러고 나자 왠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고 곧 그대로 주저 앉아서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나도.... 나도 오빠 사랑해. 그런데..... 흑흑"
그 명목상의 이모랑 조카지간이라는 사슬에 얽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마냥 참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은 그래도 그건 견딜수 있을거 같았다. 그런데 자신 못지 않은 그 진희라는 여자는 그런 이런 저런 현실적인 제약들을 극복을 해가며 정욱과 희희낙락하지 않은가. 그러니 정미로써는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만 들어가셔서 주무세요. 그렇게 지내시면은 몸에 않좋아요"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여자 목소리에 정미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제 속이 풀리세요?"
"진희씨?"
상대를 알아본 정미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가의 눈물들을 소매로 훑으며 태연한 어조로 답하였다.
"신경쓰지 말고 당신이나 들어가서 자요."
그리고는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조금전에 두분 하는 얘기 엿들었습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은......"
그 말에 정미는 놀라서 진희를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시선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듯 하였다.
"제가 불쌍해 보이나요?"
"그런건 아닙니다."
"그렇지 않으면은 지금 그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얘요. 오빠가 애지중지 해줘서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신경질을 팍팍 피우고는 정미는 진희를 쏘아보았다. 마치 가질거 다 가진 자의 오만함의 시선을 보내는 듯한 진희의 모습에 깊은 반감을 가지며......
"정말로 회장님 아니면은 않돼겠나요?"
"그건....... 왜 물어봐요?"
느닷없는 진희의 물음에 정미는 상대를 경계하면서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진희는 정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지금 정미씨한테 필요한건 아마도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라고 봐요. 회장님에 대한 마음을 거듭 확인하세요. 그런후에 다시 도전을 해보시고요."
"도전하라고요?"
"예. 그러면은 언젠가는 회장님도 정미씨의 마음을 받아들일 날이 오겠죠."
"그럼. 진희씨, 당신은..... 지금 오빠 맘을 차지한 것은 당신 아닌가요? 그런데..... 어째서...."
"회장님 맘을 차지한 것은 뱃속의 아기이지 제가 아니에요. 전번에 진희씨가 본 그장면들은 이 아기로 인해서 제가 누릴수 있는 뭐랄까 행복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리곤 진희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분 곁에서 지내는 것 그거 하나뿐이에요. 회장님도 그렇게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저랑 아기가 행복해질수 있게끔..... 그 이상은 바라는 것은 없어요."
"진희씨........."
"지금 회장님은 내색을 하진 않아도 많이 외롭고 힘들어 하고 계세요. 이전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보다 더 힘들고 괴로워 하시죠. 저는 그것을 느낄수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그분 곁에 있어 드려야 합니다. 그렇게 해주실순 있죠. 정미씨"
그 말에 정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이제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해보세요. 그러면은 언젠가는 회장님도 정미씨 필요로 하게 될테고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그렇게 말하고는 진희는 돌아섰다. 돌아서는 진희를 보던 정미는 상대에게 왠지 모를 동정심을 느꼈다.
"당신도..... 저 못지 않게 오빠를..... 그런거군요. 진희씨"
처음 진희와 정욱이 한 침대위에서 뒹구는 장면을 보았을 때 정미는 정욱이 진희에게 흑심을 품어서 불장난을 친거거나 아니면은 진희가 행실이 부정해서 정욱을 유혹해서 그런 것으로 지레짐작을 하였다. 하지만은 방금전에 나눴던 대화로 정미는 알수가 있었다.
진희가 정욱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을 얼마나 원하는가를 알수가 있었다.
"회장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욱은 눈을 떴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보니 한영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 일이에요. 한비서"
"저기..... 회장님을 뵙고자 하는 분이 계시는데......."
"누군데요?"
그러자 한영혜가 잠시 뜸을 들이며 망설이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정욱은 의아해 하면서 재차 물었다.
"말해요. 어서...."
"강서진 실장님이세요."
"작은형이? 알았어요. 들여 보내요."
"예. 회장님"
한영혜가 나가자 정욱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고 애를 먹었다. 서진이 이렇게 회사까지 찾아온 이유가 뭘까 하고 말이다. 정욱으로써는 집안 사람들을 대할때마다 왠지 모를 두려움을 먼저 느끼기까지 하였다.
"이전에는 않그랬는데..... 요즘 들어서 항상 그렇다니까."
유산 상속에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정욱은 그렇게 짐작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승리를 하긴 하였지만은 지금에 와서 그 승리는 어디까지나 상처뿐인 영광일뿐이다.
문이 열리고 서진이 들어왔다. 정욱은 애써 태연하게 굴면서 형을 맞이하였다.
"어서와요. 한비서. 차좀 내와요."
"예. 회장님."
"이리로 앉으세요."
"응"
정욱이 권하자 서진은 자리에 앉았다. 한동안 정욱을 바라보던 서진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너도...... 이젠 일이 손에 잡히나 보지"
"아직 한참 멀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회사엔 왠일이세요?"
"이준기 이사에 관한 일이야. 너 정말로 어떻게 할거야.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
"여기는 회사에요."
단호한 어조로 정욱은 중간에 서진의 말을 끊었다. 물론 정욱으로써는 회사 내의 다른 눈과 귀를 의식을 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은 서진은 그런 정욱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나도 그거 잘 알고 있어. 하지만은 그냥 바라만 볼수 없기에 이렇게 온거야. 이준기가 너 이 자리에 앉혀준거 잘 알지만은....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 상태로 있을거라고 생각을 해."
그때 문이 열리고 한영혜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한영혜가 차를 놓고 나서자 두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나를 이 자리에 앉힌 것은 아버지에요. 이 이사가 그런거 아니에요. 잠시 거들어준거 뿐이지."
"너!!"
계속 얘기가 헛돌고 빈정거리는 듯한 정욱의 대답에 서진은 기가 막혔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아무래도 정욱은 자신의 말을 들은 생각이 없는 듯 하였다. 물론 그것을 처음부터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은 이렇게까지 말을 않들을 기미가 않보이니 답답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너 큰형 소식 들었어?"
회사 일은 접어두기로 하고 서진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큰형 서윤의 얘기가 나오자 정욱이 순간 솔깃해 하는 거 같았다.
"얼마전에 큰형수가 찾아와서 한마디 하긴 했는데..... 뭐 큰형 일이아니라 회사 인사 문제였어요."
그러자 서진의 안색이 찌뿌려졌다. 형수 김미혜가 뭔 일로 찾아왔는지는 않봐도 않들어도 짐작 가능하니까 말이다. 최근에 준기에 의해서 김미혜의 친정 식구들은 대부분 걸러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아마도 그것을 따지고자 찾아온것일게다.
"나도 만나지 않은지 꽤 됐는데...... 얼마전에 보니까 사람이 많이 달라진거 같았어. 이전의 형이랑 사뭇 다른 모습이야."
그말에 정욱도 귀가 솔깃한 모양이다. 서윤이 많이 달라졌다면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정욱이 니 생각을 많이 하는거 같더라."
"당연하겠죠, 새파란 놈에게 모든 것을 다 빼앗겼는데...... 오죽이나 할까요."
"그, 그게 아니라....."
"그만 좀 해요. 더는 볼일 없으면은 그만 가보세요. 나도 할 일이 많으니까요. 회장직이라는 것이 그냥 자리만 지키면 되는 그런게 아니거든요."
그리고는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류더미가 쌓인 자신의 책상 의자로 향하였다. 한동안 정욱을 바라보던 서진은 이내 체념한 듯 돌아섰다. 회장실을 나오는 서진을 보고 비서 한영혜가 인사를 하였다. 그녀를 보자 서진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런.... 저년 얘기도 하는 것을 깜빡했네. 이거...."
오늘 온 목적중의 하나가 바로 한영혜때문이었는데 준기와 회사일 때문에 얘기가 빙빙 돌며 헛걸음치던중에 그녀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이 빠졌다.
예전에 자신의 부하직원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난잡한 사생활이 어느정도인지 너무나도 잘 안다. 자신의 부하직원들중에 사내놈들은 기혼 미혼 가리지 않고 저 여자랑 뒹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라니 뭔 할말이 있을까. 이전에 일하던 부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두달에 한번꼴로 처녀막 재생 수술을 받고 1년에 3번꼴로 정도 낙태 수술을 받는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니 말이다.
지난번 술집에 들렀을 때 자신의 동생을 업고 나오는 그녀를 보고 처음에는 거기까지 생각을 미치지 못하였는데 나중에 가만 생각을 해보니 걱정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아마도 저 난잡한 여자는 자신의 동생을 이번에 꼬셔서 단단히 재미를 볼려고 작정한거 같았다. 큰일이 벌어지기 이전에 정욱에게 그녀에 대한 언질을 주며 조심하라고 할려고 했는데 그것을 지나쳤으니......
잠시 그녀를 물그러미 바라보던 서진은 이내 사라졌다. 서진이 사라지자 한영혜는 불안해졌다. 이전에 자신이 일하던 부서의 상관인데다가 자신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 만큼 혹시 그에 대해서 회장에게 뭔가 언질을 주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잠시 서류를 펴 보던 한영혜는 정욱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이제 곧 있으면은 회의 시간입니다."
"알았어요. 한비서."
늘 그랬듯이 한영혜를 대하는 정욱의 태도랑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달라진점이 있다면은 왠지 침울해 있는 것을 느낄수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런 정욱을 보자 한영혜는 안심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자신의 의도대로 정욱과 잘 나간다면은 이 사람의 형인 서진과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이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 어느정도 감 잡은 사람이니 만큼 앞으로 자신의 계획에 얼마나 걸림돌이 될지 알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여간에 세상에 쉬운일 없다더니 정말이네"
늦은 밤 공원 한구석에서 정욱은 저 멀리 맞은 편을 몇시간째 계속 바라다 보고 있었다.
"않보는 사이에 많이 늙은거 같네요. 큰형"
공원을 이래저래 배회하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형을 보면서 정욱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저녁때 집을 나온후부터 계속 공원을 배회하던 서윤은 왠일인지 아직도 집에 들어가지 않는 중이었다. 뭔가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은 할 일 없어 그냥 산책이나 하며 시간만 때우는지 잘 모르겠지만은...... 멀리서 지켜보던 정욱은 오늘 작은 형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않보던 사이에 많이 변했다는 말을......
지금 정욱이 직접 서윤을 보니 정말로 그러한거 같았다.
"실직하면은 다 저렇게 되는 건가?"
회사에서 ?겨나다 시피 하였으니까 그로 인해서 받은 심리적인 상처가 어느정도 였을지 짐작이 갔다. 이 날이때까지 죽기 살기로 모든 것을 바쳐왔던 일터인데...... 그것을 떠올리니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는 정욱이었다. 하지만은 애써 냉정하게 마음 가라 않혔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돌아서면서 정욱은 그렇게 나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저도 따라 가면은 않될까요?"
"않돼요. 진희씨. 그러다가 아기한테 무리가 가면은 않돼잖아요."
섭섭해 하는 진희를 정욱은 다독거리면서 그녀의 배를 스다듬었다. 그러는 정욱에게 섭섭하였지만은 진희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얼마 후에 있을 정욱의 휴가를 놓고 어떻게 보낼지를 놓고 이렇게 예기를 하는데 정욱은 혼자서 어디론가 배낭 여행 형식을 빌려서 가겠다고 하니 진희로써는 이만 저만 서운한게 아니었다.
"그럼.... 왜 혼자 가려고만 하세요? 다른 누군가와 동행을 하지 않으시고......."
"조용히 혼자 지내고 싶어서요. 머리도 식힐겸......."
그렇게 말하는 정욱의 표정이 왠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자 진희는 화제를 다른데로 돌렸다.
"오늘.... 병원에 갔어요."
"그래..... 별 이상은 없었고요?"
"예. 저랑 아기 둘다 건강하다고 해요. 이대로면은 별다른 문제 없이 순산이 가능하다고 의사가 그랬어요."
"다행이군요."
그렇게 말하는 정욱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이 만연하였다. 항상 이러하였다. 아무리 기분 나쁘고 우울하여 보여도 아기 얘기를 거론하면은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반전하는 이사람이다.
"저기...... 회장님."
"예. 말해봐요 진희씨."
"정미씨 말인데요?"
그러자 정욱은 진희의 배를 스다듬는 것을 중지하고 시선을 돌렸다.
"정미가..... 진희씨한테 뭐라고 그래요?"
아무래도 정미가 뭔 일이라도 저지른 것이 아닌가 싶었기에 정욱은 놀라는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다 보았다.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에요. 단지... 정미씨가 회장님을 깊히 생각을 하는거 같아서......"
"그 얘긴 그만 하도록 해요. 쓸데없이 이런 저런 일로 신경을 막쓰면은 아기한테 해로우니까요."
"정미씨한테도 신경 써주시면은 않될까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진희의 의도가 뭔지 알수가 없는 듯 정욱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미씨가 혼자서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을 봤거든요. 그래서..... 회장님께서 어떻게....."
"그건....... 그건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죠. 진희씨는 그런데 신경 꺼요."
"예. 회장님."
그리고는 정욱은 진희는 또?놓고는 그녀의 몸위에 올라탔다. 양손은 그녀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이제 배가 조금씩 불러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3개월도 않된 상태이지만은 가녀린 그녀의 체구로 인해서 조금만 주의 깊게 본다면은 금방 알아 볼수 있다.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 정욱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진희는 따스한 정욱의 시선과 마주치자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았다. 아기를 가진 것을 알았을 때 진희는 정말로 앞날이 막막하였다. 아기 아버지는 이미 죽은후였고 자신은 이렇다 할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였기에 예상치 못한 임신에 적지 않은 충격과 좌절을 격어야만 하였다.
하지만은 자신은 그런 것을 극복을 할수 있었다. 극복할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 사람 때문이다. 이 사람이 옆에서 지켜봐주고 격려해주었기에 지금 자신은 행복이란 것을 누릴수 있었고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수 있었다.
"차라리 이 아이가 회장님 아이였으면은......"
근래에 들어서 진희는 그런 생각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죽은 병윤은 진희의 임신 사실조차 몰랐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은 이 뱃속의 아이를 정욱은 내색을 하지 않지만은 깊게 애지중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정욱을 보면서 진희는 속으로 그렇게 희망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은 애써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아무래도 이 사람을 욕보이고 뱃속이 아이한테까지 욕되게 하는 거 같았기에....
정욱이 진희의 상의를 걷어 올리자 진희는 그에 응하며 자신의 옷을 벗으려고 하였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였다.
진희가 의아해하며 정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은 곧 그 이유를 알수가 있었다.
정욱이 자신의 상의를 걷어 올린 것은 진한 스킨을 원하거나 알몸을 감상하기위해서가 아닌 단지 자신의 배를 보기를 원해서라는 것을.......
상의를 반쯤 걷어 올리고 나서 정욱은 진희의 배에 두손을 어루만지며 뺨에 비벼대기 시작하였다. 반쯤 눈을 감은채 진희의 뱃살과 마찰을 일으키는 정욱의 모습은 뭔가 황홀한 꿈을 꾸는 거 같았다. 그런 정욱을 보자 진희는 대충 지금 이사람의 심정을 알수가 있었다.
아마도 이 세상에 나오기 이전 어머니 뱃속에서 10달 가까운 시간동안 지냈던 그때를 회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요. 당신한테도...... 그런 때가 있었을테죠."
이 사람이 지금 품고 있는 그 누군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외로움들이 자신에게도 전해져 오는 거 같았다.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는 양 진희는 그렇게 정욱의 머리를 감싸 않으며 다독거렸다.
"우리 이렇게 지내니까 꼭 옛날로 돌아온거 같아 그치?"
"예. 그렇네요."
딱딱한 어조와 건성으로 대답하는 정선의 무성의에 희준은 마음이 아팠다. 정선과 이렇게 만났고 여러차례 자주 자리를 함께 하였지만은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로 어려웠다.
"내가 아주 맘에 없는거 아닐까"
항상 희준은 그런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은 애써 그 생각을 부정을 하였다. 아예 맘에 없었다면은 이렇게 만남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희준은 화제를 돌렸다.
"내가 집에 없을때는 보일러나 전기 같은거 다 끄고 다니거든. 불편하면은 보일러 켤까?"
"아니..... 이대로 괜찮아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말하는 정선은 방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무렇게나 어질러 있는 주변 정리가 않된 방안, 남자 혼자 사는 집이 다 그렇겠지만은 그래도 정선에겐 감회가 왠지 새로웠다.
"선이 너 그때가 생각이 나는 구나."
대충 정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확신이 가는 희준이기에 자신의 의도대로 되어가는 것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몇 년전 자신이 회계사 시험 볼때였다. 빈번히 떨어지며 낙방의 낙방을 거듭하던 초라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추파를 던진 것이 정선이었다.
대학 강사로 지내던 선배의 소개로 우연한 기회에 그녀와 만났고 그것이 인연이었다. 당시 갓 신입생이었던 정선은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희준에게 깊은 호감을 가졌고 갖은 핑계를 다 대가며 그의 집에 들락거렸다. 처음에 희준은 정선이란 존재가 성가셨지만은 자청해서 살림에 빨래까지 공짜로 해주는 그녀의 성의로 인해서 둘은 알게 모르게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둘이 결정적으로 더욱 가까워진 것은 어느 겨울날이었다. 정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희준의 집에 와서 연탄불을 갈아주었는데 그만 부엌 아궁이 근처에 놔뒀던 희준의 비상금이 실수로 화로속으로 떨어져서 돈이 다 타버리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알게된 희준은 정선을 심하게 질책하였다. 그 돈은 자신이 겨울동안 지낼 때 소요되는 난방비들이었다고...... 가뜩이나 집에다가 돈 달라고 하기 어려운데 그 많은 돈들 다 어디서 다시 융통하느냐며 갖은 신경질을 다 부렸다. 정선은 좋아하는 오빠의 꾸중에 연신 눈물을 삼키며 울먹였다.
그날 밤 그만 돌아가라는 희준의 말에 정선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오빠.... 이렇게 추운데.... 앞으로 어떻게 지내실려고요."
"어떻게 되겠지."
"이렇게 하면은 어때요?"
"................??"
"매일 밤.... 제가 오빠 곁에 있어 드리면은...... 따뜻하게 지낼수 있겠죠?"
그 말 한마디에 두 사람 사이는 크게 반전하였다. 그 순간 희준은 철부지 어린애로만 보였던 정선을 여자로 보았고 그간 느끼지 못했던 이성적인 충동이 급격하게 온몸에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같이 보냈다. 아니 그날 밤만이 아닌 그해 겨울 내내 둘은 희준의 자취방에서 지냈다. 불도 때지 않은채...... 난방비는 태워 먹었지만은 희준은 정말로 따뜻한 겨울을 날수 있었다.
그때를 상기하며 희준은 정선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희준이 그런것도 모르고 정선은 계속 상념에 젖어 있었다. 그녀에게서도 그때가 잊혀지지 않은 생애 아름다운 순간들중의 하나였기에......
그러다가 뭔가가 자신을 껴 앉는 것을 느끼고는 정선은 정신이 들었다.
"어머!!"
희준이 자신을 등뒤에서 껴 않는 것을 안 정선은 놀라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정선이 놀라자 희준은 당황하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이럴려고 일부러 보일러 틀지 않은거 같은데..... 제 짐작이 틀렸나요?"
정선이 정확히 그것을 지적하자 희준은 순간 할말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너무 속보이는 행동인거 같기에 할수 없이 인정하였다.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 다음은 뭐예요?. 저한테 달려들어서 썸씽을 만들고.....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렇게 말할거예요. 오빠"
"선이야. 너......."
가시 돋힌 어조의 그녀의 질책에 희준은 순간 공들여 지은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에 대한 않좋은 감정이 그대로라는 것을 느꼈기에.....
"그래..... 너랑 어떻게 해서든.....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그래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오빠?"
그 말에 희준은 도저히 못참겠는지 한마디 하기 시작하였다.
"나도 잘한거 없다는 거 인정해!!. 하지만은.... 너희 아버지 하는 짓을 보니 참을수가 있어야지.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래도..... 정말로 제 생각을 했다면은 저를 봐서라도......"
"나도 그럴려고 그랬어. 그런데...... 너 아버지에게 뭔소리를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지만은 너희 아버지 해도 너무하시더구나. 나보고 그딴짓을 하라는데 어떻게 참아!!"
"참을 수가 없으셨다. 그래서 끝내고 싶었다 이거내요. 나랑 아...."
거기까지 말하고는 정선은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더 말을 하자니 아무래도 솟구치는 울분을 참기 어려웠는지 고개를 숙이며 이를 악물며 울음을 삼키며 있다가 그대로 희준의 집을 나섰다.
"선이야!!"
정선의 뒤를 ?아서 희준도 따라갔지만은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정선이 탄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던 희준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섰다.
"그래. 내가 정말로 원망스러웠겠지. 죽이도록 말이야"
난방비를 날려먹은 것을 인연으로 해서 둘은 극도로 가까워지고 결국 동거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두 사람은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고 결국 정선이 먼저 희준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소개를 하려고 자리를 주선하게 되었다. 하지만은 그것이 결정적인 화근이 될줄이야.
자신이 회계사 시험을 준비중인 몸이라는 것에 대해서 정선의 아버지 이준기는 깊은 관심을 보였고 그것을 기회로 잦은 만남을 가졌다. 처음엔 자신의 진로문제에 대해 그쪽에서 호감을 가지는 것으로 여겼지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해박한 세무 회계 관련 지식을 이용을 해서 이준기는 좋지 못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았다. 주식/채권 투자때 부과되는 각종 세금 어떻게 하면은 않낼수 있는지 그런 쪽으로 자신의 창의력을 창출을 한다던가 자신이 갖고 있는 비자금 조성 장부들 정리하는데 도와 달라는 식으로 희준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해왔다.
처음에는 정선과의 관계도 그렇고 해서 왠만하면은 그저 그러려니 하며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은 시간이 지나면은 지날수록 자신을 그런 떳떳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는 도구로만 여기는 것 같았기에 희준은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하였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된 이준기의 탈세 내역, 비자금 조성과 같은 검은 뒷거래 내역들을 직접 보게 되자 희준은 인내심이 서서히 바닥이 나기 시작하였다. 이런 잡다한 일을 대타로 처리하기 위해서 그 어려운 회계사 공부를 하는 자신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그 일을가지고 희준은 이준기에게 대들며 따졌고 그것으로 해서 자신과 정선의 사이에도 금이 갔다.
앙심을 품은 이준기는 희준과 정선의 결혼을 반대를 하였고 희준도 그렇게까지 매달려가며 계속 정선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진 않았다. 결국 둘은 결별을 하게 되었다. 결별 선언은 희준쪽에서 먼저 한것이었다. 이준기에 대한 악감정이 결국 정선에게까지 이어져 매몰차게 그녀를 내친것이었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참고 지냈더라면은......."
희준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별하고 난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희준은 정선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정선이 유산을 하였다는 소식을 말이다. 헤어지기 직전 그녀는 임신중이었던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희준은 정선을 만나려 했지만은 만날수가 없었다. 한참동안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 뒤로 희준은 정선을 더는 만나지 못하였다. 소식도 듣지 못하였고.....
한동안 회계사 시험 치르기 위해서 분주하게 지내다가 결국 합격하게 되고 자그마한 사무실을 차려 놓고 지내던 중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70을 바라보는 노친네랑 1년 정도 살다가 상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을 하며 다시 재결합을 기원하는 희준, 하지만은 오늘 이렇게 만난 자리에서는 그간 쌓이고 쌓인 감정이 얼마만큼 컸는지 확인하는 정도로 머물렀다.
"앞으로 어떻게 한다?"
오늘 정선을 보자니 희준으로써는 그에 따른 대책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이전과 다를봐 없다고 스스로 확신하였다.
하지만은..... 그녀가 품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감정은..... 이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설령 서로가 맘이 통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에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그녀의 아버지 이준기였다. 이전에 그 껄끄러운 일로 인해서 자신을 결코 용납 못할 사람이니까 말이다. 자신이 스스로 굽혀가며 그에게 매달린다면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자신이 절대 용납 못한다. 정선을 원한다고는 하지만은 그렇게까지 비굴하게 굴어가며 그 사람에게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자존심이란게 있으니까 말이다.
-"어디 조용한데나 해외에다 두분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린다던가"-
얼마전에 만난 형식상 정선의 아들이라는 사람이랑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자신과 정선이 잘되면은 추가적인 조치까지 해주겠노라고 했던 그 새파란 회장이라는 사람이 한말을....
"일단은 맘부터 돌려 놓고 나중에 뒷일을 생각하면은 돼겠군. 그러면 되겠어."
희준은 그렇게 결심을 하였다. 먼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선을 달래야 한다는 것과 다시 이전의 관계를 회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이후의 일들은 든든한 스폰서와 상의를 해서 결정을 하는 것으로 그렇게 가닥을 잡았다.
"않자고 뭘하는 거니?"
자다 말고 정선은 목이 말라 부엌으로 가려다가 거실 의자에 앉아 있는 정욱을 보고 한마디 하였다. 정욱은 정선의 물음에 놀래며 시선을 돌렸다.
"아직 않주무셨어요?"
"응, 목이 말라서......"
그리고는 정선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후 다시 거실로 나오고는 정욱의 옆 자리에 앉았다.
"뭔 일이 잘 않풀리는거 아냐?"
"아니..... 그런건 아니에요. 여러 가지로 생각할게 많아서요."
그 말에 정선은 정욱을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제 21살, 대기업 회장의 자리에 앉아서 모든 일을 총괄을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고된 육체 노동 못지 않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막중한 작업이니까 말이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그렇게 일하는데 중압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죠."
건성으로 대충 대답을 하는 정욱을 보면서 아무래도 정선은 자신이 지금 나서서 뭐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고 여기며 자리를 뜨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자리에 앉고는 정욱에게 말을 걸었다.
"정욱이 너...... 어떻게 할거니?"
"뭘요?"
"진희씨 말이야"
진희 얘기가 나오자 정욱은 정선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전번에..... 말씀 드렸을텐데요? 아기 낳고 나면은 그때 가서 생각을....."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아기 낳고 나면은 너 어떻게 할거냐고....."
"그, 그게......"
정선의 물음에 정욱은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 정욱을 보며 정선은 계속 말을 이었다.
"쉽게 대답을 할수 없겠지. 이전이라면은 몰라도 지금에는 그럴 수밖에 없을테니까 말이야."
"뭔 소리예요?"
"진희씨 맘에 두고 있지? 그렇지?"
그 말에 정욱은 입을 다물었다. 정욱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자 정선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직감하였다.
진희가 아기를 가진 것을 알았을때의 정욱의 진희에 대한 태도는 아버지를 모시던 여자에 대한 깊은 예우와 그녀 뱃속의 아기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 이것이었다.
하지만은 요 근래에 정욱이 진희에게 대하는 태도는 그 정도를 넘어선것이었다. 매일밤 한 방에서 둘이 같이 엉켜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두 사람 아니 정욱이 진희란 존재에게 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선이 아니었다.
"나도......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한참이 지나자 겨우 정욱이 한말은 잘 모르겠다 이거였다. 아버지의 여자를 최근에 품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도 어떻게 봐야 할지 깜깜하니까 말이다. 섹스까진 이르진 않았지만은 그에 준하는 관계이지 않은가.
"그거 질책하려는 건 아니야. 너랑 진희씨 사이정리하라는 말도 그만 두라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단지?"
"아기가 태어나기 이전에 모든 일을 분명히 매듭지었으면은 한다 이거야. 너랑 진희씨가 후회하지 않게끔 가급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그래야 돼겠지요. 당연히..... 하지만은...... 하지만은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그 말에 정선은 답을 하지 못하였다. 자신도 거기까지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해답을 찾던 정선은 결국 답을 못찾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도 이렇다 할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지못하면서 남보고 그것을 찾아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행동인지를 생각을 하면서....... 그러다가 몇걸음 옮기더니 멈추면서 돌아보지도 않고 정욱에게 한마디 하였다.
"너 라면은...... 해낼수 있을거야. 얼마든지......."
그리고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할수 있을거라고?"
새어머니 정선이 한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은 쓴 웃음이 새어나왔다. 왠지 지금의 자신에게는 않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을 하면서......
이전과 같으면은 혈기만 믿고 일만 벌린후 깡으로 밀어 붙이면은 될 것이다. 하지만은 지금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 얼마 않되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이런 저런 잡다한 것들을 의식을 해가며 행동 대처하여야만 하는 복잡한 세상에 어느새 찌들어 있지 않은가.
그런 정욱이기에 모든 일에 섣불리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한동안 이래 저래 생각을 하던 정욱은 방으로 들어갔다.
"니가 태어날때에는 축복을 받으면서 나와야 하겠지"
잠든 진희 곁에 앉으면서 정욱은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나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 녀석 봐라?"
방금 자신이 한 말에 화답을 하듯 자신이 만지고 있는 부분에 뭔가 미세한 진동이 전해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뱃속의 아기가 발로 걷어차는 그것이 아닐까.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 구나. 그렇지"
정욱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잠결에 진희가 정욱의 품에 파고 들어왔다. 정욱은 그녀를 살며시 끌어 않으며 자신도 잠을 청하였다.
"할려는 얘기가 도데체 뭐냐!!"
간만에 찾아온 작은 딸을 보며 준기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재차 쏘아봤다. 큰딸이라면은 몰라도 작은 딸은 자신에게 그리 순종적이지 못한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니 언제까지 저렇게 놔둘 생각이세요. 상처한지 얼마되지 않았다고해도....."
"어른들 일에 나서지 마라. 애비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 생각이라는게 도데체 뭐냐고요?"
"너..... 자꾸 애비 성가시게 굴래. 이게 어디서 꼬박 꼬박 말대답이야!!"
그렇게까지 말하고 준기는 잠시 정미의 시선을 바라본 후 애써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작은 딸의 고집으로 봐서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거 같지 않기에 이쯤에서 한발 물러서기로 하면서.......
"나도..... 큰애 재혼시키는거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하지만은 그렇게 생각처럼 감정대로 일사천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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