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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6:23 1,298회 0건

24-부 동 굴 속으로… !?

대장 … !
또 다시 지겨운 하루가 시작 된 거야.
요즈음 와서는 비상사태(非常事態)가 자주 발령되고 있었어.
그러기 때문에 나는 더욱 지겨워하고 있는 거야.
무어가 되던지 밖으로 끌고 나가서 일이라도 시켜 주었으면 좋겠지만 …
놈들이 만들어 주는 주먹밥도 점점 작아지고 있었어.
엊그제부터는 대낮에도 국방군(國防軍)과 미국(美國)놈 들 정찰비행기와 잠자리비행기가 미처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암자(庵子)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거야.
이곳에 우리가 잡혀온 이래 두 번째 닥쳐온 비상사태 인 거지.

한 열흘쯤 전에도 이런 비상사태가 있었는데 그때도 우리는 어지간히 고생했었지…
이번에는 낮에는 물론 밤중에도 비행기를 띄우면서 무슨 조명탄(照明彈)이라는 걸 터뜨려서 밤이 마치 낮이나 된 것처럼 만들어놓고『빨치산』들 토벌에 눈들이 뒤집혀 있는 거야.
무슨 놈의 횃불이 그리도 밝은지 … !
하늘 높은 곳에서 조명탄(照明彈)이 터지면 붉은 색과 분홍색이 섞인 환한 빛줄기가 뻗치는 불덩어리가 공중에 오래 동안 떠 있으면서 주위 사방 몇 십리 이내의 산 전체가 대낮보다 더 밝게 환해지면서 땅바닥의 개미새끼 기어가는 것까지 다 볼 수 있다는 거래.
먼저 번 비상사태 때에는 밤에는 불빛만 잘 가리면 부엌에서 불을 때며 밥을 지을 수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놈의 조명탄 때문에 밤에도 불을 땔 때 나오는 연기가 발각되기 쉽다는 거래… 그래서 밤에도 우리는 아무때나 불을 때서 밥을 지을 수가 없게 된 거야. 밥짖는것이 가장 문제가 되기도 한거지...
그 뿐 아니라 밤에도 사람들이 움직이면 대낮이나 다름없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거야.
그래서 이 암자(庵子)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체 움직이지 못하는 절대 부동(不動)의 일급 비상령(非常令)이 발부 된 거야.
가장 어렵고 혹독한『비상사태』라고 모두들 괴로워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날 밤도 엄마는 거의 자정이 넘어서 까지「인민군」놈의 방에서 무슨 회의인가 때문에 돌아오질 않고 있었어.
아마 엄마도 놈들의 무슨 작전회의에 참여하시고 있는 모양이었어.
「삼식이」란 놈은 아까부터 우리들 방에 아예 들어와서 큰 대자(大)로 누어서 엄마를 기다리며 잠이 들어 있는 거야. 놈은 나한테는 말을 걸지는 않고 있었지만 어쩐지 내 비위를 맞추어주려는 듯이 나에게 몸에 밴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어 …
그러나 나는 녀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
그거야 당연한 일인 것이 … 나도 내 엄마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가슴이 맺혀져있는 중이니까 … 내가 제 놈을 좋아할 리가 없는 거지만 … !?
놈이 우리 방에 들어와서 엄마를 기다리는 목적이 무어라는 걸 서로가 말을 안 해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인 거지 … 그렇지만 지금의 내 능력으로써는 내가 내 사랑을 혼자서만 지키기에는 너무나 무력한 거지… !

엊그제 새벽 내가 엄마에게 크게 죄를 지을 뻔했었던 때 이후… 놈은 엄마에게 더욱 다정하게 대해주며 진정한 사랑을 바치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제 놈이 이곳에서 내 엄마를 몇 번 상대를 하고 있는 동안 놈은 새삼스럽게「조규정(趙奎貞)」이라는 여인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모양 이었어 …
녀석이 우리 방에 들어와서 비록 말은 나에게 걸지 않고 있지만 놈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으로 보아 느끼는 점이 어쩐지 나에게 아첨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놈의 기분을 나는 읽을 수가 있었어 …

또 한편 엄마도 그 언젠가「삼식」이에게 몸을 열어주신 이후… 시간이 갈수록…
또 녀석에게 몸을 열어주시는 횟수가 거듭되면서 엄마의 마음이 지금까지와는 너무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읽을 수가 있었어 …
그 무어라고 할까 … ?
지금까지는 단순히 그를 이용해서 이 어려운 난국을 수습하기 위하여 그를 이용하려고 하시는 듯 했지만… !?
이제는 아니…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놈을 바라보시는 눈빛이 달라져가고 있는 것을 나는 느낄 수가 있었어… !!
아무리 어린 나의 눈이라고는 하더라도 엄마의 눈빛에서는 놈에게 향하는 마음이 달라지고 있음을 읽을 수가 있는 거지… !? 하기야 엄마는 평생에 남자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해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을 테니까 …
이러한 척박하고 위태로운 상태에서라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고차원적인 심리상태를 이해하기에는 나는 그때까지 너무도 어렸던 거야…

또 한편 엄마는 지금까지 너무나 무심하게 생각하고 있던 아들 녀석이 이제는 벌써 어린아이가 아니라 다 큰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더더욱 내 앞에서 조심하려고 노력하시는 것이 내 눈에도 역력했어.
아니 어른도 보통의 어른이 아니라 무언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이제는 나한테다 조심정도가 아니라 아주 두려운 존재로까지 느껴지고 있는 모양 같았어… !!??
확실하게 확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
그날 잠깐 자기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녀석의 남성(?)은 지금까지 자기가 생각해오고 있던어린 아이의『고추』가 아니라 아주 어른 것들 중에서도… !?
좀처럼 볼 수 없는 엄청나게 굵고 기다란『무기』라는 사실을 아시게 된 거지…

이처럼 서로가 나를 두고 심리적으로 갈등하고 있는 것은 최소한 내 앞에서 만이라도 체면을 차리려고 애쓰는 엄마와 또 그런 엄마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놈의 교활한 계책이 맞아떨어지는 과정에서 남녀 간의 사랑은 생길 수도 있는 모양인 가봐… !?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능한 한 놈이 우리 방에 들어오는 때는 언제나 잠이든 척 하거나 핑계를 대어서 방밖으로 피해주려고 노력을 해야만 했었어.

그날도 나는 놈과 함께 누워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나 역시 나는 아직 어렸었나봐… !?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만 것이지… !!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또 누군가가 내 머리통과 얼굴을 발로 마구 문지르고 비벼대는 바람에 어렴풋이 잠이 깨었어.
- 어 헉… ! 으-흑… ! 아 학… 아-압… 으-읍… !! -
- 으-윽… 으-흑… 으-음… 나… 나 말이야… !!?? 나오려고 해요… !! -
잠결에 들려오는 첫소리는 엄마가『오르가즘』에 오르고 난 뒤 그 관능의 절규를 참다못해 숨죽이며 지르는 비명소리인 것이 틀림없었고… !!??
나중에 나오는 소리는 놈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마지막 단말마(斷末魔)의 외침 소리였어.

그리곤 주위가 다시금 한동안 조용해지는 거지.
언제 들어오셨는지 내가 잠이 깨었을 때는 이미 엄마와「삼식이」는 또 한바탕의 몸부림을 치고 난 후의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있던 중이었나 봐… !!??
그 다음 …
두 사람은 항시 하던 것처럼 완전히 포개어진 채 입술과 입술… 가슴과 가슴… 그리고 배와 배가 서로 붙어 있었고 또 구렁이 두 마리가 뒤엉킨 듯 두 사람의 팔다리는 휘감긴 채 소곤거리고 있었어.
- … !? … ! 소곤소곤… ! -
- 아이… !! 그럼 어떡해요… ? 회의가 길어지는데… ! -
아마도 엄마가 너무 늦게 까지「인민군」놈 대장의 방에서 오래 있다 나온 것을 놈이 탓하고 있는 모양이었어.
앗 차차… !!??
나는 내가 너무나 잠이 많았던 걸 이렇게 까지 후회하고 있었던 적도 없었어… 나는 처음 엄마가 이방으로 들어왔을 때에 엄마와 놈이 하는 행동을 꼭 보고 싶었는데… !!??

그리고… 그날 밤도 놈은 엄마를 여러 차례 괴롭혔고… 또 엄마도 놈이 하자는 대로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고 있었던 거야.
마지못해서인지… ?? 아니면 엄마도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 여기서도 나는 그동안 의 엄마와 또 달라진 태도를 발견할 수가 있는 거야… !!
그런데… !!??
오늘은 엄마는 내가 깨어 있는 걸 빤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응해주고 있는 거야… 그리고 또… 놈은 내가 깨어있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

결과적으로… 놈은 놈대로 내가 깨어 있다는 걸 자기만 아는 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또 엄마는 엄마대로 내가 깨어 있으면서도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고 잠이 든 체 해주고 있는 것이 고맙게 생각하시고 있는 셈이 된 거지.
어찌되었던지 간에 세상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희안한 관계의 섹스행위가 이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지… !!!
아침이 되면 놈은 언제 가버렸는지 모르게 나가버리고 말 것이고 엄마는 또 언제나 와 같이 옆으로 웅크리신 채 내 옆에서 잠이 들어 있을 것이고… !!??
그리고 또… !!??
나는 그런 엄마를 뒤에서 끌어안고 엄마의 하초에서 나오는 암컷의 냄새에 취해서 부르르 떨기만 하고 있을 것이겠지… !?

요즘 와서는 놈들의 전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모양이었어.
한번 출동 나갔다가 돌아올 때면 의레 건 몇 명씩 안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또 어떤 때는 여러 명의 포로들을 끌고 오기도 하는 거야.
그리고는 어찌나 그 포로들을 심하게 고문하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지… !!??
그런 날이면 초저녁부터 암자 전체와 골짜기 내에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요란했어.
또 지휘관인「인민군」대장이라는 놈의 눈동자는 갈수록 빨갛게 충혈 되어 가며 인성(人性)을 잃어 가고 있는 것 같았어.
때로는 놈들이 사람을 죽일 때 총으로 간단히 쏘아 죽이질 않고 대창이나 돌덩이 칼등을 사용하는 수도 있었어.
그런 날이면 더더욱 비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
어찌나 잔인하게 보이는지… !!
우리들의 운명도 언제 어떻게 될는지 한치 앞도 장담 할 수 없게끔 상황은 급변해가고 가고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풀려난 다던가 도망을 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아예 상상도 못하고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인 거야.
또 요즘은 저「인민군」대장 놈이 정말로 다급해 졌는지 아니면 엄마에 대한 마음이 변했는지는 몰라도 엄마를 잘 부르지도 않는 거야… !!??
엄마나 나는 또 그 점이 불안해지기도 해진 거야.
최소한 놈이 엄마한테 애욕에 빠져 있는 한 나에 대한 안전은 보장이 되는 것인데…
놈은 요즘 들어 며칠 째 엄마를 찾질 않고 전투준비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또 직접 출동하는 횟수도 늘어가고 있는 거야.
그 전 같았으면 놈이 출동했다가 돌아올 때 면 꼭 엄마에게 줄 선물들을 어떻게 하던지 구해오곤 했었는데… !!??
지금 엄마가 입고 계신 고운 비단 한복도 그렇게 해서 구해 다 준 것이었지.
그런 날은 놈은 엄마와 함께 밤새도록 놈의 방안에서 놓아주질 않고 즐기며 밤을 지새우곤 했었는데 요즈음은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질 않는 거야.

- 엄마… ! 왜 오늘도 그 방에 안가… ? 웬일이야… ? 혹시 엄마가 저 인민군 아저씨한테 무어 잘못 한 거 있어… ? -
나는 참다못해서 엄마에게 물어보는 것이지… !!
- 아니… ! 엄마는 우리 꾼-짱 하고 있는 게 더 좋아서 그래… ! -
말씀으로는 그렇게 하시지만 속으로는 엄마도 걱정이 되시는지 불안해하시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어.
불안과 초조한마음으로 놈의 눈치만 보시고 있는 엄마가 너무 너무나 애처로웠어.
마치 옛날에 대궐에 입궐해 있는 궁녀가 임금님으로부터 사랑을 받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임금님의 발길이 뜸해지자 못내 불안해하는 것과 비교가 될까… !!??
어쩌다가 그토록 당당하시고 도도하시던 엄마가 이처럼 비참해 지셨는지… !!??

이 모든 일은 바로 엄마의『혹』처럼 따라다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인『나』… !!
바로 이「전동훈」때문인 거지… !
그렇게 하는 동안에도「삼식」이는 이틀에 한번 꼴로 밤이면 꼭 찾아오곤 했었어.
하기야「삼식이」라도 밤에 찾아오니까 그나마 놈들의 동향을 알 수가 있어서 궁금증을 면할 수가 있었을 뿐 아니라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할 수가 있었던 거지.
이제는 놈과 엄마의 대화에서도 완전히 부부가 된 것처럼 해왔고 나도 어느 사이에 그 점을 인정하는 사이가 되어버리고 말았어 …
심지어는 밝은 대낮인데도 놈은 짬을 보아가며 우리 방으로 들어와서는 엄마에게 수작을 걸기가 일수였고 그럴 때면 나는 또 슬그머니 방밖으로 나가주는 것이지… !!

이제 나는 내 엄마가「삼식이」란 놈과 그 짓(?)을 한다는 생각보다 내 아내가 다른 사내놈과 내 방에서 그 짓(?)을 할 때 내가 자리를 피해주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다는 착각에 빠지기까지 하는 거야.
내 엄마가 비참해진다 기 보다 내 자신이 너무나 비참해지는 것을 참고 있는 거야.
아마도 이때에 느낀 내 감정의 상처가 훗날의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성격적(性格的)으로나 정서적(情緖的)으로 파탄과 영향을 주었는지 그때에는 미쳐 모르고 지내고 있었지.

어느 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다 저녁때였어.
「삼식이」가 우리들 방으로 급하게 들어왔어… ??
나는 또 여느 때 하던 대로 놈에게 자리를 비켜주려고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있었지…
그러나 그날은 여느 때와 달리 놈의 표정에서 무언가 무척이나 긴장해 있는 걸 느끼고 나는 도로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어.
방에 들어오자 놈은 ( 쉬 - ㅅ… ! ) 하고 손가락을 입에다 갖다 대며 바깥의 동정을 살피는 거였어… !!??
그날따라 인민군 놈은 어딘 가로 출동을 하는지 새벽부터 소란을 떨었던 걸 나도 알고 있었지… !!
이곳을 지키는 보초병들의 신경도 몹시 날카로워 졌는지 그날따라 또 주위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는 거야.

말없이「삼식이」는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엄마에게 옷가지 몇 벌과 그 나름대로 필요한 엄마의 일용품들… 그리고 내 옷 보퉁이 등등을 손수 싸라고 하고는 우리들에게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하는 것이었어.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이쯤 되어서는 엄마와 나는 무조건 놈이 하자는 대로 따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
아무리 그런 상황에서라도… 엄마입장에서 쓰던 옷가지나 소품들은 꽤 되었어… !!
어찌어찌 하다 보니… 보퉁이가 꽤나 크고 무거운 거야… !
친절하게도 삼식이가 그 무거운 보따리를 들어주는 거야… !
어딘지는 몰라도 꽤나 먼곳으로 가야하는줄 알았었지...
방밖으로 나갈 때도 놈은 잔뜩 긴장을 해 가지고 여기저기 동정을 살피며 우리들을 데리고 암자(庵子)의 부엌 뒷문 쪽으로 돌아 나가는 거였어.
그곳은 암자 후면으로 가는 길인데 부엌문 뒤쪽부터는 아주 좁은 통로로 되어 있기 때문에 평상시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고 있는 아주 후미진 장소인 거지.
더구나 그 통로 왼쪽 편으로는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이 있어서 깜깜한 밤에는 그곳으로 다니기가 아주 위험한 길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쪽으로는 가질 않는 거야…
그쪽으로 돌아서 간신히 지나니까 옛날사람들이 불상을 조각해놓고 치성을 드렸음직한 커다란 바위와 제단처럼 생긴 넓적한 또 하나의 바위가 나타나는 거야.
나는 여태 여기에 살면서도 이런 장소가 있는 줄도 몰랐었지… !?
그 제단 옆으로 해서 사람하나가 겨우 비집고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틈이 또 나타났어.
「삼식이」는 말없이 또 그 틈을 비집고 빠져나가는 거야… !!
우리들도 그의 뒤를 따라서 틈을 비집고 나가다 보니까 바로 발밑에 천연적으로 생겼을법한 푹 파여진 바위굴이 또 나타나는 거야.
설마 이런 곳에 이런 굴이 있으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었던 거지.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며 주위가 어두워지려고 하고 있었어.
그리고 또 우리가 잡혀 온지 세 번째 돌아오는 열사흘 째 되는 날의 달빛이 희미한 빛을 발하며 솟아 오르고 있었어.
우리는 그 달빛을 의지해서 한사람씩 천천히 머리부터 드려 밀며 기어가다시피 굴 안으로 들어간 거야.
그곳은 가마니 한 장 뜯어서 펴놓기에도 비좁을 정도의 작은 공간의 동굴이었어.
동굴 안은 바위굴이기 때문에 주로 바위로 이루어졌는데 큰 바위가 한 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두 개의 바위가 포개져서 굴처럼 생긴 것인데 오래되다보니까 바위가 포개진 사이에 끼어있던 흙더미들이 바위처럼 굳어져서 아주 단단한 구들장처럼 바닥이 평평했어.
오래 전 옛날에는 무슨 짐승이 살았음직한 동굴이기도 한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마치 난방이 잘된 안방처럼 따뜻해서 이곳에서는 겨울에도 옷을 벗고 살아도 될 정도로 아주 온화한 장소인 거지.
더구나 이 굴을 형성하고 있는 바위 저쪽 편으로 암자의 부엌에서 때는 불 아궁이의 굴뚝이 지나가기 때문에 그 열로 인해 더할 수 없이 난방이 잘되고 있는 거였어.
이런 사실을 그 당시에는 몰랐었지만…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은신처(隱身處)였어.
아마도 전쟁 전 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이곳에다 음식물을 저장하기도 했었는지… 여기저기에 항아리 나 바가지 따위들 깨진 파편들이 굴러다니고 있었어.

우연히「삼식이」가 발견했다는 거야.
바닥에는 이미「삼식이」가 가마니를 한 두 장 구 해다 가 겹겹으로 깔아놓았어.
약간 비스듬한 윗 쪽에도「삼식이」가 가져다 놓았음직한 조그마한 항아리가 몇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어.
굴의 윗 쪽 천정(天頂)은 어른이 손을 들어 올려도 닿지 않을 정도로 높았지만 넓이는 겨우 가마니 한 장 펴놓을 정도로 좁았어.
엄마와 내가 누우면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좁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앉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지.
마침 바위와 바위 사이 틈 안쪽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곳에 천연 지하수가 똘똘 거리고 흘러서 그쪽 밑으로 해서 흘러내려가고 있는 거야.
그 물이 암자 부엌 뒤 샘물로 다시 솟아오르는 걸 사람들은 받아서 일상의 음 용수(飮 用水)로 쓰고 있는 거야.

- 별당… ! 내가 별당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건 이것이 전부요… ! 저 항아리 속에는 두 사람이 한 달은 지낼 수 있는 쌀과 곡식들이 들어 있소… ! 아까 아침나절에 대장이 출동하기 직전「조」군관한테 오늘 중으로 별당을 데리고「지리산(智異山)」본부로 출발하라는 명령을 내리는걸 보고 나는 결심 한 것이오 … ! 이제는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게 된 거지요… ! -
- 그리고 저 동훈 이는「정읍」에 있는『제3 부대』로 배치하라는 명령도 내렸던 거지요… ! -
- … !? … !? -
- 그러니… !? 지금 당장 어디 다른 곳으로 피해서 갈 곳도 없고… !? -
- … !? -
- 또 놈들 모르게 산을 내려간다는 건 더더욱 상상 할 수도 없는 것 이지요… !!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 같아서 진작부터 이곳을 준비해두고 있었던 거지요… !
우선은 이곳에서 참고 있어보시오… ! 우리들은 앞으로 며칠 못 가서 아마 전멸을 당할지도 몰라요… ! 그러니 그 후에는 알아서 피하시오… ! 내… 일간 눈치를 보아가며 다시 한 번 들르리다… ! -

그 말 뿐이었어… !!??
그리고 밖으로 기어 나가더니 나무 한 단을 들어다가 굴 문 입구를 콱 막아버렸어.
밖에서 보면 이런 곳에 이런 동굴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 할 수 없는 교묘한 은신처(隱身處)였어.
무엇보다도「삼식이」가 한말은 정말 등골이 오싹하는 무서운 소리였어.
자칫 잘못했으면 정말 나는 귀신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서 죽고 마는 신세가 될 뻔 했 던 거야 … !!!
그가 나가고 난 뒤에도 한참동안을 엄마와 나는 어두운 굴속에서 머-ㅇ 하니 앉아만 있 을 수밖에 없었어.
우리들 두 사람은 누구도 서로 말을 걸 수도 없는 것이고… 도대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쉬운 대로 인간이 사는 방안에서 잠을 잘 수 있었고… !!
또 주먹밥이나마 익은 음식을 먹어 왔었는데… 지금부터는 들짐승들처럼 동굴 속에서 잠도 자고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고 더구나 생쌀로 끼니를 연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더욱 현실 같지가 않았어… !!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갑자기 나는 배가 고파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거야.
그러면서도 또 한편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
이대로 엄마와 함께 사는 날 까지 살다가 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하고 정말 철없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 놈인 거지 …
이제는「대전」에 계신 아빠나「신도안」의식구들 생각도 나지 않았어.
다만 엄마와 헤어지지 않게 된 것만을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한심한 놈인 거지… 그리고 또 언제까지 살 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이지… !!??
나뭇단을 얽어서 막아놓은 입구의 틈 사이로 희미하나마 열사흘 달빛이 스며 들어와서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어…

나는 또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듯이 얌전한 아들이 되어서 넋을 잃고 앉아 계신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어서 눈을 감으며 잠을 청하고 있었어.
엄마도 별수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자 중얼거리시는 거지.
- 꾼-짱 아… ! 니는 죽으면 안 된데 이… ! -
차라리 엄마의 경상도 사투리가 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 같았어… !! 엄마는 평시에도 우리 식구끼리만 있으면「경상도」사투리를 유난히 심하게 쓰시는 거야.

어둠 속을 응시하며 곰곰 생각해보니까「삼식이」가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었어.
어쨌거나 놈이 이번처럼 우리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속절없이 저「정읍」근처의 산골에 있다는 어느 빨치산 부대의 소년병으로 끌려가서 죽을 것이고… 또 엄마는「지리산」의「빨치산」본부로 끌려가서 종말이 없는『들병이』같은 인생의 고생길로 접어들 뻔했을 것 아닌가 … !
그 동안 내가 놈을 그토록 이나 미워하고… 놈이 엄마와 그 짓(?)을 하는 동안 질투를 했었던 것이 얼마나 미안하게 생각이 들었는지 몰랐어… !!??
차라리 놈이 엄마와 더 많은 그 짓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살아야만 했어… !!
정말로「삼식이」는 내 생명의 은인인 거지.
사람의 마음이 왜 이토록 이나 간사스러운 건지… ??
지금 생각해보니까 놈이 내 엄마와 함께 나를 제쳐두고 그 짓(?)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또 다행스럽다는 생각까지 들고 있는 거야… !!
엄마도 말씀은 안 하시더라도「삼식이」에게 무척이나 고맙다고 느끼시는 것 같았어.
말끝마다 ( 종기네 삼촌… ! 종기네 삼촌… ! ) 하시며 놈의 안전을 기원하시는 걱정을 해주시는 거야.

아마도 엄마도 놈에게 정이 드실 대로 들었던 모양이었어…
미우니 고우니 해도 놈과 함께 몸을 섞으며 한 몸이 되신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왜 정인들 들지 않았겠어… !?
이제부터 우리가 그곳에서 할 일이란 잠자는 일 밖에는 없었어.

그러구러 또 몇 시간이 지나는 동안 당황했던 마음이 그런 대로 가라않고 진정이 되자 이 천 하에 둘도 없을 정도로 몹쓸 놈의 아들 녀석은 또 엄마의 무릎 밑에서 나오는『암컷』의 냄새에 대한 자극을 음미하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며칠 전에 뜻을 이루지 못 했던 아쉬운 장면을 또다시 되씹고 있는 거야 …
( 그때에 엄마가 무어라고 야단을 치셨어도 안 뺐어야 했었는데… !? )
또 그렇게 까지 미 끌 거리 던 엄마의『보지』속에 있던 그 많은 세포들… !!
순간적으로 느꼈었지만 너무나 세게 내『거대』전체를 빨아들이던 그 강한 흡인력… !!
바짝 웅크린 엄마의 두 허벅지가 모아지는『가랑이』사이에 열대림처럼 무성하게 우거진 비경지대의 보드라운 수풀들… !!
등등의 회상(回想)은 내 몸의 일부 즉 내『하초(下焦)』에서 잠들어 있던『숫 컷』을 다시 한 번 후끈거리도록 만들어 주고 있었어.
나는 내 회상(回想)과 몽상(夢想)속에서 내 자신이「삼식이」가 되어있는 거야.
그날 아침에 잠깐 들어가서 음미 해 보고 난 뒤 너무나 아쉽게 빼내야만 했던… 엄마『보지』속의 그 수많은 속살들의 쫄깃쫄깃한 맛을 내 상상 속에서「삼식이」가 맛보고 있는 것처럼 그 황홀한 기분을 나는 직접 맛보고 있는 거지… !!!
평소에 그토록 이나 욕심을 내면서도 감히 범접 할 수 없었던「별당」마님의 몸… !
그 몸의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범 할 수 있게 된 이런 시국을 더없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만약에 그날 아침처럼 다시 한 번 엄마의 몸속엘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무리 뺨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엄마 몸 위에서 절대로 안 내려 올 꺼야… !
절대로 그 『구멍』 속에서 내 『거대』를 안 빼고 끝까지 버틸 꺼야.
나는 또다시 내 자신으로 돌아와서 그날아침의 일들을 되씹고 있었어.

바위 굴속은 정말 좁았어.
가마니 한 장을 뜯어서 깔아놓은 것이 양쪽 가장자리는 조금접어야 할 정도로 좁았어.
길이는 약간 길었지만…
그런 곳에서 두 사람이 생활한다는 것이 여간 불편 한 게 아니었어.
아무리 어두워도 불을 켤 수가 없었어… 아니 아예 불씨 자체가 없는 거야.
캄캄한 속에서 엄마와 나는 손으로 더듬거리며 자리에 누웠어.
두 사람이 반듯하게 나란히 눕기에도 비좁은 거지 …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옆으로 모로 누워야 했어.
그래야만 다리를 펼 수가 있는 거지.
밑에 깔린 가마니는 석 장이나 되도록 두터웠어.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굴 안이 좁긴 하지 만 너무나 아늑하고 어느 한구석이라도 밖의 찬바람이 들어올 수 없도록 천연적으로 방한이 잘되어 있는 거야.

벌써 십이월인데도 그해의 날씨가 유난히 포근해서 그런지 아무 것도 덮지 않고 있는데도 별로 춥다는 느낌이 안 드는 거야.
내 마음속에 열이 뻗쳐서 그런가… ??
나는 엄마 옆에 모로 누어서 한쪽다리를 들어서 엄마 배 위에다 터-ㄱ하니 걸치듯 올려놓고 한 손은 또 엄마의 가슴 위를 쓰다듬으며 잠이 들었어.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계절은 계절인지라 새벽녘이 되면서 우리는 선뜻한 한기를 느끼고 밑에 깔고 있던 가마니 한 장을 걷어서 덮어야만 하였어.
가마니때기를 덮고 자는 거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어 …
엄마와 나는 꼭 끌어안고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덮이며 밤을 지새운 거야.
밤이 늦도록 밖에서는 누군가의 고함소리 또 누군가를 질책하는 소리와 함께 여러 사람들이 몰려서 뛰어 다니는 소리 등등이 멀리서 또는 가까이 에서 아주 시끄럽게 들리고 있어서 우리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잠 한 숨 잘 수가 없었어.

아마도 갑자기 없어진 우리들을 찾느라고 그「인민군」대장 놈이 악을 쓰며 부하들을 달달 볶아 대고 있는 것 같았어.
새벽녘이 되어 겨우 잠이 들었는데 엄마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나는 눈을 떴어.
나뭇단 틈 사이를 뚫고 밖으로부터 빛이 들어와서 지금이 낮이라는 걸 그런 대로 알 수가 있었고 굴속의 윤곽도 대충 살필 수가 있었어.

엄마는 어제 아침나절부터 아무 것도 못 먹고 허기져 있는 나에게 바가지에 담은 물을 마시라고 내밀어 주셨어.
그리고 다른 그릇에다 물에 담가서 불린 보리 등 잡곡 쌀 한 줌을 내 놓으시며 씹어 보라고 하시더군 …
나는 목이 메어서 도저히 씹을 수가 없었지만… 엄마가 슬퍼하실 까 봐 몇 알을 씹어 보았어… 정말 맛도 없고 떫어서 씹혀지지가 않는 거야.
할 수 없이 씹지를 않고 물에 타서 훌훌 마셔 벼렸어.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섞이어 곡기가 되어서 영양분이 될 테니까 …

우리들이 굴 안에서 할 일이란 아무 것도 없었어.
밖에서 들리는 놈들의 고함소리만으로 밖의 사정을 추리해보는 일과 엄마와 내가 서로 끌어안고 서로를 위로하며 사랑한다는 말밖에는 할 일이 없었어…
또 우리는 마음 놓고 서로 간에 말을 할 때도 소리를 내어서 할 수가 없었어.
자칫 잘못 소리를 내었다가 그 소리를 밖에 있는 놈들에게 들킬 수도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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