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교시 후의 쉬는 시간.
“기분 나빠 보이네.”
“알면 말 걸지 마.”
“너무 차가운데.”
“알면 말 걸지 마.”
“그래그래.”
지금껏 내 대인관계를 좁히는 데 일조를 해온 차가운 말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치는 녀석은 최성진. 내 얼마 안 되는 대화상대 중 하나이다. 정말로 넉살이 좋아서 이 녀석을 만나는 사람의 99%가 이 녀석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녀석이다. 게다가 용모단정에 성적우수. 당연히 인기도 만점. 드라마나 만화에 나올 것 같은 녀석이 어디에 있는가, 라고 묻는 다면, 여기에 있다, 라고 대답해도 무리가 없는 녀석이다.
“고민 있어?”
“없어.”
“에이, 고민 있으면 말해봐. 능력 내에서 뭐든지 도와줄게.”
이 녀석은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마음 깊은 곳까지는 파고들지 않는다. 일정한 경계를 두고 치밀하게 움직인다. 그것이 계산 된 행동인지 천성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천성인 것 같다) 녀석의 그런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모양이다. 간단히 말하면, ‘아, 이 사람은 나의 고민을 털어놔도 되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놈이란 거다.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나는 이 녀석이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얼굴이 잘 생긴 것보다 그러한 능력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재주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녀석을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물론 대단하다고 느끼는 거지, 부럽다는 것은 아니다. 녀석처럼 이사람 저사람 신경 쓰는 건 너무 피곤하니까.
“내 고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해.”
“그래? 알았어.”
성진이 녀석은 물러날 때를 안다. 여기까지가 한계, 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말이 길어질 필요가 없어서 편하긴 하지만 가끔 속을 읽히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쁠 때가 있다.
그렇게 쉬는 시간을 보내고, 수업시간을 보내고, 쉬는 시간을 보내고 수업시간을 보냈다.
“후우.”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한 일은 잡생각이다. 오늘 저녁은 누나가 당번이네, 라든가 시간이 잘 안가네, 라든가. 고민하는 척 무게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고민도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는데, 무언가 잊어버린 듯한. 무언가 깜빡한 듯한 그런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같이 밥 먹을래?”
“됐어.”
성진이 녀석이 밥을 먹자고 했지만, 식욕이 없어서 점심을 건너뛰기로 했다. 그리고 괜히 성진이 녀석 일행에 껴봤자 거북하기만 할 뿐이다.
성진이 녀석도 가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급식실로 향했다. 교실에 남아 있는 것은 나, 그리고 급식 신청을 안 한 녀석 한 명, 그리고 다른 볼일이 있는 몇몇. 총 4명.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 심심해진 나는 연습장과 수학 문제집을 꺼냈다. 시간을 때우는 데는 수학 문제 풀기가 좋다. 물론 그림 퍼즐 맞추기가 훨씬 좋긴 하지만 집에 있으니까.
처음에는 잡생각 때문에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점 집중이 되면서 문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수학은 하나의 그림 퍼즐 맞추기와 같다. 지금껏 배운 증명과 공식을 이용하여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이다. 그리고 퍼즐을 완성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이 즐겁다. 물론, 그저 시간 때우기에 적당할 만큼 적당히 재미있는 정도다.
문제를 집중한지 30분이 되었을까. 슬슬 맛없는 급식을 처리한 녀석들이 하나둘 모여 소음공해가 시작되는 시간. 연습장 위를 움직이던 샤프잡은 손을 멈췄다. 물론, 이 정도 소음에 집중이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 내 책상 앞에 서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에 집중했었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니 아까 전부터 서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누군가 서있는 걸 깨달았는데 계속 무시하는 것은 실례 같아서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하기로 했다.
일단 정면으로 보이는 것은 여자용 교복.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남자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대인관계가 좁은 나에겐 얼마 없는 일인데 하물며 여자?
고개를 들자 거기엔 모르는 여학생이 서있었다.
“무슨 일?”
“…….”
무슨 용무인지 물었지만 무시당했다.
이 여학생의 이름은 정지은. 같은 반의 여학생이다. 180에 가까운 큰 키에 모델 같은 늘씬한 몸매. 그리고 어른스러운 몸매와는 달리 어린 티가 남아있는 얼굴.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확실하지는 않지만 성적은 보통.
내가 ‘모르는’이라는 표현을 쓴 까닭은 이 애와 같은 반이 된지 1학기가 다 지나도록 말한 번 나누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더욱 의아스러웠다. 한 번도 접점이 없었던 상대가 무슨 용무로 말을 걸어왔을까.
“무슨 일이야?”
“음…….”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저기.”
“잠시 할 말이 있어. 따라와 봐.”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몸을 돌려 교실 밖으로 향하기 시작하는 정지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교실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 잠시 멈춰서 있던 지은이 내 모습을 확인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지은은 계단을 올랐다. 나도 따라 올랐다. 우리 교실이 3층에 있으니 지금 올라온 곳은 4층이다. 지은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따라 올랐다. 4층 다음은 옥상이다. 목적지는 옥상인 건가.
지은의 목적지를 확인하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누군가가 이 애를 시켜 옥상으로 불러내는 건가. 집단 폭행이나 금품 갈취 같은 것을 노리는 건가. 아니면,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녀석이 지은 본인이라던가.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무서워졌다.
지은의 아버지가 격투기 출신 체육관 관장으로, 어릴 적부터 훈련을 받아왔다고 다른 녀석들이 떠드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물론 단지 그런 이야기만으로 무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한번 지은과 말싸움이 났던 남학생이 다짜고짜로 손찌검을 하려고 하자, 지은이 스트레이트 한방으로 상대방을 기절시킨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후에 의외로 남학생 쪽이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과를 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 여학생이 만약 정말로 나를 노리고 있다면, 그건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란 거다.
한심한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지은이 발걸음을 멈췄다. 지은이 멈춘 곳은 옥상문이 굳게 닫혀 있는 창고처럼 이용되는 공간. 필요 없는 책상들이 먼지가 쌓인 채 놓여져 있는 곳이다. 흡연학생들의 흡연 장소이기도 해서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기, 할 말이란 게 뭐야?”
얼른 말해줘. 내 생각이 맞을까봐 무섭단 말이다. 그러나, 지은은 대답이 없다. 아직까지 나에게 등을 보인 채 서있다.
“…….”
“…….”
이름을 부르고 싶지만, 이제 처음 대화를 나누는 사람에게 “지은아.”하고 이름을 부르기가 좀 그렇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대략 30초간의 침묵.
그때 갑자기 지은이 몸을 돌렸다. 입을 굳게 다문 얼굴.
설마 정말로 때리고 싶어서?
지은이 한발을 내딛어 성큼 내 앞에 다가왔다. 나는 순간 뒷걸음질 칠 뻔했지만, 가만히 서서 지은을 올려다보았다. 지은이 나보다 키가 커서 올려다보는 수밖에 없다.
“무슨 일?”
“음, 그게, 저기. 운하야.”
“어?”
“그…….”
지은은 무언가 망설이는 듯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려 다시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말했다.
“좋아해! 나랑 사귀자!”
2교시 후의 쉬는 시간.
“기분 나빠 보이네.”
“알면 말 걸지 마.”
“너무 차가운데.”
“알면 말 걸지 마.”
“그래그래.”
지금껏 내 대인관계를 좁히는 데 일조를 해온 차가운 말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치는 녀석은 최성진. 내 얼마 안 되는 대화상대 중 하나이다. 정말로 넉살이 좋아서 이 녀석을 만나는 사람의 99%가 이 녀석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녀석이다. 게다가 용모단정에 성적우수. 당연히 인기도 만점. 드라마나 만화에 나올 것 같은 녀석이 어디에 있는가, 라고 묻는 다면, 여기에 있다, 라고 대답해도 무리가 없는 녀석이다.
“고민 있어?”
“없어.”
“에이, 고민 있으면 말해봐. 능력 내에서 뭐든지 도와줄게.”
이 녀석은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마음 깊은 곳까지는 파고들지 않는다. 일정한 경계를 두고 치밀하게 움직인다. 그것이 계산 된 행동인지 천성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천성인 것 같다) 녀석의 그런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모양이다. 간단히 말하면, ‘아, 이 사람은 나의 고민을 털어놔도 되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놈이란 거다.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나는 이 녀석이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얼굴이 잘 생긴 것보다 그러한 능력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재주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녀석을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물론 대단하다고 느끼는 거지, 부럽다는 것은 아니다. 녀석처럼 이사람 저사람 신경 쓰는 건 너무 피곤하니까.
“내 고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해.”
“그래? 알았어.”
성진이 녀석은 물러날 때를 안다. 여기까지가 한계, 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말이 길어질 필요가 없어서 편하긴 하지만 가끔 속을 읽히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쁠 때가 있다.
그렇게 쉬는 시간을 보내고, 수업시간을 보내고, 쉬는 시간을 보내고 수업시간을 보냈다.
“후우.”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한 일은 잡생각이다. 오늘 저녁은 누나가 당번이네, 라든가 시간이 잘 안가네, 라든가. 고민하는 척 무게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고민도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는데, 무언가 잊어버린 듯한. 무언가 깜빡한 듯한 그런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같이 밥 먹을래?”
“됐어.”
성진이 녀석이 밥을 먹자고 했지만, 식욕이 없어서 점심을 건너뛰기로 했다. 그리고 괜히 성진이 녀석 일행에 껴봤자 거북하기만 할 뿐이다.
성진이 녀석도 가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급식실로 향했다. 교실에 남아 있는 것은 나, 그리고 급식 신청을 안 한 녀석 한 명, 그리고 다른 볼일이 있는 몇몇. 총 4명.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 심심해진 나는 연습장과 수학 문제집을 꺼냈다. 시간을 때우는 데는 수학 문제 풀기가 좋다. 물론 그림 퍼즐 맞추기가 훨씬 좋긴 하지만 집에 있으니까.
처음에는 잡생각 때문에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점 집중이 되면서 문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수학은 하나의 그림 퍼즐 맞추기와 같다. 지금껏 배운 증명과 공식을 이용하여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이다. 그리고 퍼즐을 완성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이 즐겁다. 물론, 그저 시간 때우기에 적당할 만큼 적당히 재미있는 정도다.
문제를 집중한지 30분이 되었을까. 슬슬 맛없는 급식을 처리한 녀석들이 하나둘 모여 소음공해가 시작되는 시간. 연습장 위를 움직이던 샤프잡은 손을 멈췄다. 물론, 이 정도 소음에 집중이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 내 책상 앞에 서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에 집중했었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니 아까 전부터 서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누군가 서있는 걸 깨달았는데 계속 무시하는 것은 실례 같아서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하기로 했다.
일단 정면으로 보이는 것은 여자용 교복.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남자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대인관계가 좁은 나에겐 얼마 없는 일인데 하물며 여자?
고개를 들자 거기엔 모르는 여학생이 서있었다.
“무슨 일?”
“…….”
무슨 용무인지 물었지만 무시당했다.
이 여학생의 이름은 정지은. 같은 반의 여학생이다. 180에 가까운 큰 키에 모델 같은 늘씬한 몸매. 그리고 어른스러운 몸매와는 달리 어린 티가 남아있는 얼굴.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확실하지는 않지만 성적은 보통.
내가 ‘모르는’이라는 표현을 쓴 까닭은 이 애와 같은 반이 된지 1학기가 다 지나도록 말한 번 나누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더욱 의아스러웠다. 한 번도 접점이 없었던 상대가 무슨 용무로 말을 걸어왔을까.
“무슨 일이야?”
“음…….”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저기.”
“잠시 할 말이 있어. 따라와 봐.”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몸을 돌려 교실 밖으로 향하기 시작하는 정지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교실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 잠시 멈춰서 있던 지은이 내 모습을 확인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지은은 계단을 올랐다. 나도 따라 올랐다. 우리 교실이 3층에 있으니 지금 올라온 곳은 4층이다. 지은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따라 올랐다. 4층 다음은 옥상이다. 목적지는 옥상인 건가.
지은의 목적지를 확인하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누군가가 이 애를 시켜 옥상으로 불러내는 건가. 집단 폭행이나 금품 갈취 같은 것을 노리는 건가. 아니면,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녀석이 지은 본인이라던가.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무서워졌다.
지은의 아버지가 격투기 출신 체육관 관장으로, 어릴 적부터 훈련을 받아왔다고 다른 녀석들이 떠드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물론 단지 그런 이야기만으로 무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한번 지은과 말싸움이 났던 남학생이 다짜고짜로 손찌검을 하려고 하자, 지은이 스트레이트 한방으로 상대방을 기절시킨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후에 의외로 남학생 쪽이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과를 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 여학생이 만약 정말로 나를 노리고 있다면, 그건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란 거다.
한심한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지은이 발걸음을 멈췄다. 지은이 멈춘 곳은 옥상문이 굳게 닫혀 있는 창고처럼 이용되는 공간. 필요 없는 책상들이 먼지가 쌓인 채 놓여져 있는 곳이다. 흡연학생들의 흡연 장소이기도 해서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기, 할 말이란 게 뭐야?”
얼른 말해줘. 내 생각이 맞을까봐 무섭단 말이다. 그러나, 지은은 대답이 없다. 아직까지 나에게 등을 보인 채 서있다.
“…….”
“…….”
이름을 부르고 싶지만, 이제 처음 대화를 나누는 사람에게 “지은아.”하고 이름을 부르기가 좀 그렇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대략 30초간의 침묵.
그때 갑자기 지은이 몸을 돌렸다. 입을 굳게 다문 얼굴.
설마 정말로 때리고 싶어서?
지은이 한발을 내딛어 성큼 내 앞에 다가왔다. 나는 순간 뒷걸음질 칠 뻔했지만, 가만히 서서 지은을 올려다보았다. 지은이 나보다 키가 커서 올려다보는 수밖에 없다.
“무슨 일?”
“음, 그게, 저기. 운하야.”
“어?”
“그…….”
지은은 무언가 망설이는 듯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려 다시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말했다.
“좋아해! 나랑 사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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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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