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이미 시간은 새벽 1시를 훌쩍 넘었다.
고민...또 고민을 하는 중이지만
누나를 미행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을 써서 알아볼 수도 없는 일이니...
생각할 수록 오히려 귀찮기만 하고 서서히 발끈했던 기분도 가라앉아있었다.
다시 예전처럼 그냥 무시하고 살자..하는 생각에 이르러서 결국은
포기하고 pc앞에 앉아 부팅을 시켰다.
촤르르르......삑...... pc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부팅 부저가 울린다.
괜히 쓸데없는 일로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에 허탈하기 까지 하다.
그사이 새로키우기 시작한 도적으로 카라잔을 갔으면 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눈물이 앞을 가린다....ㅠ.ㅠ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pc를 부팅을 기다리는 시간은 어찌 이리도 긴지....
그때!!!!!!
갑자기 눈에 띈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인터넷 공유기!!!!!
우리집은 인터넷 연결 선이 내방에서 나와서
공유기를 통해 내방과 누나방에 연결이 되어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그 공유기에서 누나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포트의 램프가
미친듯이 깜빡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포트의 램프가 미친듯이 깜빡거린다는건 통신중이라는 상태.....
즉 이미 자고 있는줄 알았던 누나가 pc를 통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야심한 새벽 2시에...내일 출근할 사람이 잠안자고 대체...
순간 내얼굴엔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누나 노트북....
그 속의 하드만 확보하면 누나에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사람들은 자신의 pc속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숨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바로 그 정보들을 내손에 넣어야했다.
뜻밖의 큰 것을 알아낸 나는 마냥 기뻤다. 다시금 의욕이 불타올랐다.
(음...일단 내일 누나가 출근하고 난뒤에 노트북을 뒤져보고
누나방을 탐험해봐야겠군.. 그러고보니 몇번 들어가본적도 없네.....훗...)
"정호야 엄마 약속있어서 나간다~ 밥잘 챙겨먹고!!!! 집에 있을거야??"
"........."
"준비하는거 있다면서 몇시까지 자는거야~ "
"........"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정호 엄마 진희은 아직도 자고 있는 아들방 문에 대고 별 의미 없는 말들을 던지고는
대답을 애초에 기대도 안했는지 연신 거울을 보면서
화장과 옷매무새를 꼼꼼히 살피는 중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정호....미동도 하지 않고 있지만
진작 깨어있었다.
단지 엄마와 마주치면 이래저래 피곤하기 때문에 자는척 하고있을뿐...
아침부터 집에 찾아와서 엄마옆에 붙어 쫑알쫑알 거리는 이부장네 아줌마도
여간 껄끄러운게 아니다.
"사모님~~~~이과장네가 지금 요아래 도착했다고 연락왔네요"
"아~~ 그래요? 그럼 내려가죠. 그리고 정호 일어나면 먹게 쥬스 한잔 정호책상에 올려줄래요?""
진희는 박부장네 와이프인 이지은에게 말을 던지고는 거울앞에서 한바퀴 돌아보며 마지막 점검중이다.
이제 40후반을 향해 가는 나이에 비해 꽤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것이 꽤나 흡족한 모양이다.
"네~ 사모님~ 어머..어머..원피스가 너무 잘어울리신다~~~"
"이게~ 이번에 전무님 옷좀 보러갔는데 내가 그렇게 괜찮다고 했는데...하나 하라고해서 산건데 어때 잘어울리는거 같아??"
"너무 잘어울리세요 사모님~~ 전무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미인이신 사모님 때문에요 이번 출장 때 같이 나가시는거죠?"
"난 가기 싫은데~ 자꾸 같이 가자고 하네~ 어.. 거기 바나나도 몇개 같이 가져다둬요~"
"네~ 사모님~"
똑똑똑...
"정호학생~~ "
저 형식적인 노크소리...
노크 하자마자 문을 열어 재끼는 아줌마다.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탁....
...........
(?????????)
...........
(?????????)
............
(뭐지...나가는 소리가 안들린다...제길.. 이불좀 덮고 있을걸)
갑자기 코도 간지럽고 등도 가려운지 미칠지경이었다. 꼭 자는척할때면괜찮던 곳이 심하게 가렵다.
게다가 이부장네 아줌마가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것이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아씨.. 이아줌마 뭐하는거지..??)
"지은씨 가요~ "
"앗.. 네~~~~ 사모님~"
딸깍.
(휴....)
"정호는...??"
"아직 자네요 사모님~ 사모님은 참 든든하시겠어요~ "
"에이~그래도 난 박부장네 처럼 딸많은집도 부럽더라~ 딸들이랑 같이 쇼핑도 다니고~친구처럼 지내니 얼마나 좋아~"
(어서좀 나가지....한시간째 저러고 있네....)
잠에서 깬척하면서 그냥 일어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나 어색할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계속...쭉....누워있는 정호는
슬슬 짜증이 난다...
쾅! 삐삐삐삑....철컥..
"아놔....이아줌마들 진짜......"
정호는 책상위에 있는 쥬스 컵을 들고는 거실로 나갔다
책상위 모니터 옆에 얌전히 올려져 어제 새벽의 일을 알려주는 휴지덩어리...는 보지 못한채....
바로 누나방으로 향하는 정호
차안..
앞자리 보조석에 앉아있는 지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말 없이 새끼 손가락을 살짝 물고는 촛점없는 눈빛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아침일찍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다소 피곤해 보이지만 청순해 보이는 긴 생머리에 눈썹 위까지 자른 앞머리로 인해
나이에 비해 어려보였고 살짝 찌푸리고 있는 표정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옆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여자는 이미연.... 이민수과장의 와이프로 부인회의 막내다.
텔런트 진재영을 빼다 박은듯한 외모에 갓 서른 넘어 눈빛에서도 색기가 흘러 넘치는 여자로
아까부터 한껏 콧소리를 내면서 진희에게 조잘조잘 떠들어댄다.
"이번에 아마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을거라고 어제 전무님이 말하시더라~"
"어머어머,,,, 정말이에요? 사모님?"
"그래~ 그렇다니까~ 이과장네는 승진한지 얼마 안됐지?"
"네~ 사모님이 신경많이 써주셔서 지금 해외사업팀에서 승진했어요~"
"박부장네는 이번기회에 주말부부 청산 할 수도 있겠어~"
진희가 지은에게 말을 던봐嗤?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지은은 못들었나보다.
몇초간 적막이 흐르고....당황한 미연이가 급하게 말을 받으며 지은의 허벅지를 꼬집는다
"그...그..그러게요....호호호 부장님 제주지사에 계신지 벌써 2년이나 되셨네요~
이번에 본사로 다시 들어오셔야죠~ 호호호"
"아...네..네...사모님 제가 잠깐 졸았나봐요~ 죄송해요"
"에이그...우리사이에 죄송은 무슨...그러게 아침에 안와도 된다니까~ 요즘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야~?"
"무리는요..남편 지방 보낸 여자가 뭐 무리할게 있나요~ ㅎㅎㅎ"
"이번 인사이동때 구조조정도 있을건가봐 근데 뭐 이과장이랑 박부장님이랑은 전무님이 워낙 챙기시니까.."
"저희야 언제나 감사드릴뿐이죠~ 호호~ "
"이과장은 곧 해외로 나가지? 해외지사 근무가 2년인가?"
"네~ 과장달고 바로 갔어야했는데 대리때 진행했던게 몇개가 걸려있어서 이번에 나가게 됐어요~"
"잘 챙겨줘~ 요즘처럼 경기가 안좋을때는 해외지사 가 있는것도 좋은 경력이 되니까. 근데 애들이랑 같이 안가는거야?"
"애기들이 너무 어려서요~ 기간도 2년이라 애매해서 그냥 남편만 가기로했어요~"
"그래... 미연씨 좀 외롭겠네~~ ㅎㅎ. 그나저나 우리 박부장님은 본사쪽에 생각하고 계신 곳이 있으신가..?"
"아니에요 사모님~ 그이가 언제 자리 찾아 다녔었나요~ 다만 전무님께 힘좀 실어드릴 수 있는 곳이라면 더 바랄게 없겠죠~ "
"호호...그래... 지은씨는 언제나 그렇게 얘기하면서 은근히 압박하더라~안그래 미연씨?"
"그러게요 사모님~"
미연이는 대답을 하면서 슬쩍 지은이를 봤다. 대화에 참여는 하고 있지만 정신은 다른곳에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누나방 손잡이를 잡은 정호.
표정이 굳는다
(ㅅㅂ)
잠겨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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