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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6:00 1,021회 0건
너무 뜸했죠? 죄송합니다.
살아가면서 마지막 사랑은 언제쯤일까요?
앞으로 또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별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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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 계셔?”
“전에... 대학교 다닐 때 알고 지내셨던 할머니가 계셔서...”

“안전해?”
“대학교 바로 앞 주택가에 있어... 괜찮은 거 같아.”

“몸은?”
“겉보기엔... 그럭저럭...”

“충격 먹었던?”
“그것도 그럭저럭... 근데 그건 유진이가 더해.”

“왜?”
“보지 않아야 될 꼴을 봤거든...”

“괜찮아 보이는데? 쟤는 뭐 본 정도로는 끄떡없어.”
“글쎄다... 얘가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처음 본 날처럼 말야. 내버려 두면 무슨 일 저지를 것 같기도 하고...”

성수가 멀리 연병장 위에 서서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새기고 있는 유진이를 바라보았다.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는 부대 전체가 하얀 눈에 덮여 있었다. 내가 성수에게 그 간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는 동안, 유진은 연병장에 덩그러니 서있는 축구 골대를 빙빙 돌고 있었다. 잠깐 딴 데가 있으라는 성수의 말을 따르기는 했지만, 딱히 어디 앉을 수 있는 데가 없어 그러고 있는 것이었다.

“너한테 항상 신세만 진다...”
“그래, 씨바야. 제대하면 다 갚아! 이자까지...”

겨울 날씨보다 더 썰렁한 내 농담에 성수는 호응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이젠 내가 알아서 할게. 괜히 너까지 우리 가족 문제에 끼어들게 미안하다.”
“아니... 내 실수가 커. 너네 아버지 사무실 위치 알아내려고, 어머니한테 강요했거든... 아무래도 그게 발단 아닌가 싶어.”

성수가 벤치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날씨 덕분에 내무반이고, PX고 면회객들이 바글거려서 우리만 밖의 벤치에 나와 있었다. 부대가 조그마해서 그런지 면회소도 없는 데다, 지랄맞은 규정 때문에 주말에만 면회를 허용하기 때문에 실내라는 실내는 시장통처럼 붐비고 시끌벅적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비밀을 발설한 자에 대한 보복? 후후. 그것도 이유는 되겠다만 그 정도 가지고 방침을 바꿀만한 멍청한 조직은 아냐. 다른 이유가 있겠지.”
“나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이지?”

“아이고, 조폭 영화는 많이 봐가지고... 영화 같으면 너는 벌써 저세상이다. 쯔쯔.”
“조폭 맞던데... 뭘.”

“그냥 회사야. 입퇴사와 출퇴근이 자유롭지 못하기는 해도...”
“내일 몇 시에 나오냐?”

“아홉 시쯤... 내일 나랑 같이 가려고?”
“응, 같이 가자.”

“혹시 내가 휴가 나가서 멋모르고 설쳐 댈까봐 미리 왔구나?”
“오, 군대밥 먹더니 더 샤프해졌네. 그 깊은 뜻을 알아채다니...”

“그럼 오늘은 여기서 자고?”
“응. 근방에 모텔 같은 거 있겠지, 뭐.”

“유진이하고 둘이?”
“당연하지.”

“요놈 보게?... 내 동생 꿀꺽 하려고?”
“뭐... 주면 한 번 먹고.”

“음......”
“왜? 안 돼?”

“아니, 유진이한테 꼭 증거 사진 남기라고 할려고... 나중에 엉겨 붙을라면... 흐흐흐.”
“하여튼 독한 남매야.”

“너는! 씨바야. 오빠한테 와서 오늘 밤에 니 동생이랑 잘란다... 하는 놈이 세상에 너 말고 또 있대?”
“흐흐흐흐...”

“전번에 와서는 ‘니 엄마랑 잤다!’ 그러더니... 하여튼 국방에 도움 안 되는 중생이야.”
“푸하하하!”

면회를 마치고 유진이와 부대를 나섰다. 그 다음날까지 성수가 그 기발한 머리로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 냈으면 하는 바램이 굴뚝이었다. 단 한 번 봤던 다혜네 할머니에게 새엄마를 맡겨두긴 했지만, 언제까지 그 상태로 살 수는 없을 테니까... 지나가는 면회객의 차를 얻어 타고 대광리역 근방까지 나오는 동안 이미 해가 떨어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역사 내로 직행하는 나를 유진이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따라왔다.

“서울 가려고, 오빠? 자고 내일 간다며?”
“너는 먼저 가. 나는 내일 성수랑 같이 갈게.”

“어머, 뭐야! 나도 여기서 자고 같이 갈 거야, 체!”
“안 돼. 먼저 가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싫어! 안 가! 갈려면 오빠나 가.”
“말 안 들을래, 너?”

“오빠가 무슨 내 보호자라도 돼? 오빠는 오빠대로 알아서 해. 나는 내가 알아서 잘 거니까!”
“야, 임마! 임 유진! 일루 안 와?”

종종 걸음으로 유진이 역사를 탈출하고 말았다. 어휴~ 저거...! 하는 수 없이 나도 유진을 따라 나갔다.

“모텔에 가려고?”
“흥! 안 그럼 길바닥에서 자라고? 그건 왜 물어봐?”

“나도 니 방 가서 껴서 잘라고...”

마을에 모텔이 딱 하나! 그 모텔에 방을 잡았다.
당구장도 하나... 편의점도 하나... 피시방도 하나... 하다못해 치킨집도 딱 하나! 저녁을 먹고 그 치킨 집에 앉아 유진과 생맥주를 마셨다. 유진을 만난 지 겨우 반년이 지났을 뿐인데, 처음엔 말라깽이 비행 소녀였던 그 얘가 이미 성숙한 티를 물씬 풍기고 얼굴도 적당히 살이 올라서인지 훨씬 예뻐져 있었다. 치킨 집에 있던 그 동네 남정네들이 힐끗힐끗 쳐다볼 만큼...

“호호호!”
“왜 웃어? 갑자기.”

“우리 참 멋지게 해냈지?”
“그게 웃을 일이야?”

“지나고 보니까 그래...... 나중에 그런 거 하면서 살구 싶다.”
“너네 오빠 제대하면 하나 차려라. ‘성수와 유진’ 사립탐정 사무소! 사람 구출 전문! 이렇게...”

“수호와 유진 사립탐정 사무소! 이게 더 나은 거 같아. 아니면, 호호... 부부 사립탐정 사무소...하던가.”
“꿈도 야무져라... 말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너 이제 함부로 밤에 쏘다니지 마. 이제 누가 봐도 처녀다.”

“오빠 이거 봐.”

유진이 갑자기 상체를 앞으로 쑤욱 내밀었다. 폴라 티에 둘러싸인 가슴이 불룩하게 앞으로 튀어 나왔다. 저게 언제 저렇게 커졌지?

“탐스럽지? 히히히.”
“너 무슨 말을 하면... 진지하게 들어라, 좀. 얼른 못 집어넣어?”

“아이... 무드 없기는... 그럴거면 방은 왜 하나만 잡았어?”
“너 혼자 재우면 또 사고 칠까봐 그랬다. 그러니까 못된 상상 하지 마.”

“오빠 나 원래 잠버릇이... 다 벗구 자야 잠이 드는데... 오빠 참을 수 있을까?”
“뭘 참아?”

“한 침대에서 섹~시한 여자가 알몸으로 자는데...”
“풋! 섹~시한 여자가 어디 있다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사람을 찾는 척했다.

“저기... 오빠 못 참겠으면... 음... 나는 괜찮은데... 큭큭.”
“꿈 깨시고요, 자기 전에 양치질이나 잘 하세요~~. 구석구석! 발도 꼭 씻고! 알았어?”

“아! 증말~”

모텔로 돌아와 한 방에 들어가니, 아무리 그냥 아는 동생이라고는 해도 기분이 좀 묘했다. 욕실에서 타월을 감고 나오는 유진은 몸은 이제 완전한 여자였다. 자신도 그렇게 느꼈는지, 평소답지 않게 수줍어하는 표정... 아무래도... 방을 따로 잡았어야 했나? 나도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동안 유진은 침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파란 원피스 트렁크 아래로 가늘고 긴 다리가 하얗게 빛났다. 그 다리를 조금 벌리기만 해도 속옷이 다 드러날 터... 위험해... 담요를 들고 침대 옆 소파로 갔다.

“오빠 거기서 잘라구?”
“응.”

“호호, 안 그런 줄 았았더니... 의식하는 구나, 오빠.”
“의식은 무슨... 네가 또 더듬을까봐 그래.”

“우리 둘이 남녀가 바뀐 거 알아?”
“알아. 네가 무서워. 늑대로 변할까 봐, 하하하.”

“오빠...!”
“응?”

“그냥 안아주기만 하면 안 돼? 내 말은... 그러니까... 그냥 오빠 옆에 좋아서 그래... 그 때는... 안아 줬잖아.”

그 말만은 그 얘의 진심이었다. 그래... 그러자. 아무 말 없이 침대로 올라가 모로 눕자, 유진이 내 팔 위에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올리고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리모콘을 눌러 TV를 끄자, 어둠과 함께 정적이 밀려왔다. 그리고 유진의 성숙한 체취도... 사타구니가 뻣뻣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딴 욕심이 생길 만큼은 아니었다. 유진의 어깨를 당겨 내 몸에 바짝 붙이고, 척추 마디가 느껴지는 등줄기를 쓰다듬어 주었다.

“니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닌 거 알지?”
“알아...”

“잘 자...”
“오빠도...”

유미 누나에 대한 배신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유진이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도 아니었고...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를 이성으로 느끼고 있는 유진의 감정이 더 이상 발전하는 게 곤란했을 뿐이었다. 아니, 더 큰 이유는... 점점 더 그 얘가 여자로 여겨지는 내 자신의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음 날 성수와 함께 서울로 돌아와 그와 새엄마 사이의 눈물 없는(?) 상봉을 보고 집을 향했다. 오랜만에 마음이 홀가분했다. 일이 잘못 처리되면, 나와 주철식, 그리고 어쩌면 유진까지도 패널티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런 일에 있어 나보다는 성수가 훨씬 고수일 테니 그를 믿는 수 밖에 없었다.

그간 제대로 관심 가져 주지 못한 유미 누나에게 오늘은 뭔가 해줘야지... 아름다운 상상을 하며 집에 돌아갔더니, 소파에 엄마, 유미 누나와 함께 선미 누나가 앉아 있었다.

“김 수호! 내가 없으니까 외박을 밥 먹듯 하는구나.”
“어쩐 일이야, 누나? 출근 안 했어?”

“매형이 출장이라 내일까지 연가 냈어. 오랜만에 밀린 효도 좀 하려고... 예쁜 동생들도 좀 보고.”
“누나 시집가더니 진짜 기특해졌다. 그렇잖아도 엄마가 누나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는데...”

“얘 좀 봐? 내가 언제?”
“에이, 눈물도 찔끔찔끔 흘리셨잖아요.”

“수호 넌 나 안 보고 싶었어?”
“임자 있는 여자는 별루라...”

“어머, 그러셔?”

아니 이 여자가...! 엄마 듣는 앞에서... 나도 모르게 다른 가족의 얼굴로 시선이 향했다. 아무 것도 모르시는 엄마는 그저 싱글벙글... 하지만 유미 누나는 표정이 곱지 못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두 모여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고,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선미 누나가 결혼 전에 쓰던 방에서 자고 있어서, 오랜만에 유미 누나에 진한 애정 공세를 퍼붓고 싶던 내 욕심은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냥 자기는 좀 그래서...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 살금살금 유미 누나의 방으로 향했다. 굿나잇 키스라도 해 줘야지...

‘어디 갔지?’

뭐, 오랜만에 만난 언니랑 이야기나 하나 보지... 별다른 생각 없이 다시 방에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식사 후, 옷을 사주겠다는 선미 누나를 따라 집을 나섰다.

백화점에 가서 스웨터며 바지 같은 걸 몇 벌 쇼핑한 후,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나 오늘 과용했는데, 입 싹 씻으려구?”
“뭐 해줄까?”

혹시나... 사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선미 누나가 육체관계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지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선미 누나의 육감적인 몸이 눈에 어른거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유미 누나가 특히 싫어하는 그 육체관계는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의 요구...

“잠깐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 네가 사.”

카페에 앉아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느니, 눈도 별로 오지 않는다는니 하는 허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쓸데없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카페에 죽치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따위의 행동은 선미 누나의 사전에는 없다는 걸... 역시... 분위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는지 그녀가 본론을 꺼냈다.

“집에 올 때... 정말 설다. 수호 너 본다는 생각에...”
“......”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아마 너한테 안겨 있겠지?”
“잘 된 거야.”

“그래... 그렇게 여기는 게 정상이지.”

누나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뜸을 들이는 동안, 나는 인내력을 가지고 참았다.

“그런데, 어젯밤에 유미랑 이런저런 이야기 참 많이 했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유미 누나가 선미 누나에게 별 이야기 했을까? 선미 누나의 눈이 내 눈을 향했다. 고뇌의 끝에서 오는 씁쓸함 같은 것이 묻어 있는 표정으로...

“너하고 한 불장난에 대해 알고 있더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걔한테 부끄러웠어. 나도 그런 내 행동이 용납받기 어려운 거라는 걸 항상 걸려 했는데... 정곡을 콕 찌르더라. 그리고... 엄청 아프더라.”

잠시 동안 머리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유미 누나가 이야기했구나. 나쁜 짓 하지 말라고... 그런데 유미 누나와 나도 그런 관계라는 걸 선미 누나도 알 텐데...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변명했을까? 다... 이야기 한 걸까?

“난 그래도 웃었어. 누나 둘이서 남동생 때문에 티격태격 하는 것이, 진짜 우습기도 해서... 그런데 유미 그러더라. 자기는 깨끗하다고...”

내가 겪은 어떤 곤란한 상황에서도 그렇게 심장이 두근거렸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이제는 유미 누나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그녀의 입을 통해 선미 누나에게 전달되었다는 걸 의심할 수 없었다.

“우리한테 이모가 한 명 있었대. 엄마하고는 배다른 이모라더라. 그리고 걔가 그랬어. 자기는 그 이모 딸이라고... 하하... 그래서 괜찮대. 법적으로도 팔촌부터는 결혼해도 된다고... 유미가 알아 봤대.”
“......”

선미 누나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꿀꺽, 할 말 없는 나도 한 모금 꿀꺽.

“나 궁금한 게 있어, 수호야. 너 왜... 그 때... 내가 니들 관계 추궁했을 때... 나한테 그런 짓 했어? 그냥 말하지 않구...”
“......”

“나쁜 새끼야. 그냥 말하지... 너도 알고 있었다면서... 응? 유미 사랑한다고, 서로 부모가 달라 법적으로 하자도 없다고... 나중에 호적 고쳐서 결혼할 거라고 왜 말하지 않았어? 너 갚은 거지?... 그걸 핑계로... 그 동안 나한테 당한 거 다 갚을라구 그런 거지?... 흑~!”

아니... 절대 그건 아냐, 누나. 사실은 유미 누나가 잘 모르고 있어서 그래. 엄마는 달라도 아빠가 같은데... 유미 누나가 그건 모르거든...

뭔가 문제가 커지고 있었다. 내가 유미 누나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사이에, 왜곡된 사실이 점점 뿌리를 넓히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나는 변명 밖에는 할 게 없었다.

“그건 절대 아냐! 누나한테 절대 유감 같은 거 가지고 있지 않아.”
“근데... 근데 왜 그랬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너한테 매달리는 거 보니까 기분 좋니? 김 선미가 파괴되는 거 보니까 만족해?.. 흐흑!...흑!...”

“믿어 줘, 누나. 절대 누나가 미워 그런 거 아냐. 변명도 아니라... 다른 사정이 있었어.”
“그게 뭔데?”

말 할 수 없어, 지금은.

“난 사실... 네가 그날 나 그렇게 했을 때... 유미도 너하구 그랬으니까... 아주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유미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얘니까... 그런 걔가 너랑 그랬으니까... 근데 이게 뭐니? 너 정말... 너무했어! 그냥 날 죽도록 때리고 말지... 왜 가지고 놀아?”
“......”

“흐흑...흑...흑...”
“미안해, 누나.”

아무리 터진 주둥이지만 그걸 말이라고 하냐, 김 수호. 미안하다니... 세상에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냐? 선미 누나가 팔을 탁자에 괸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그녀의 턱에서는 맑은 물이 탁자에 뚝뚝 떨어졌다. 선미 누나가 운다. 태어나 처음 본 것 같다. 사람은 그렇구나... 사지가 다 멀쩡해도... 저렇게 울 이유가 생기는 구나.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선미 누나를 미워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심한 추행까지 결심했을까?

“나... 너무 비참해... 한 주먹 거리도 안되는 동생한테 농락당해서... 근데 그보다 더 절망스러운 게 뭔지 알아?”
“......”

“너한테 안기지 않고는 못살 거 같은 게... 그게 너무 힘들어.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게... 너 정말 잘했어... 성공했어...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나 이제 어떻게 살아? 흐흐흑!”

끔찍한 그 상황을 나도 벗어나고 싶었지만, 선미 누나도 더 이상 내 앞에 앉아 있지 못했다. 누나가 나간 후 한참 동안 나는 그 자리에 못박혀 있었다. 아이... 그냥 내버려 둬야 자연스러운 거였다. 흐르는 물 막지 않았어야 했다. 거기 돌맹이 하나 가져다 놔도 막을 수가 없는 거구나. 오히려 물살만 거세지고... 근데 참...! 외롭다.

누나가 사준 옷가방들을 들고 터덜터덜 거리를 헤맸다. 내게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형편없이 헝클어져 버린 실타래를 풀어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게 조언을 해줄 누군가 필요했다. 아니 조언 같은 건 못해주더라도 내 실수와 그 실수 때문에 발생한 모든 문제를 속시원히 들어줄만한 누구... 성수? 아니, 지금은 제 앞가림하기도 바쁜 놈이니까.

[도련님, 웬일? 나한테 전화도 다 하고?]
[비행 없어요?]

[사흘 쉬어요.]
[오늘 시간 돼요?]

[우리 집으로 올래요? 내가 저녁 해 줄게.]
[작은 아빠는요?]

[없는 게 나아요? 아니면 있는 게?]
[안 계시는 게 더 좋겠어요.]

[호호호, 출장 갔어요.]

정성껏 준비해 놓은 요리에 소극적인 내 자세가 숙모를 실망시켰겠지만, 역시 음식보다는 술에 먼저 손이 갔다. 상담역으로 숙모를 선택한 거지만 아무래도 선뜻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아서 애꿎은 술잔만 계속해서 탐했고, 항상 그렇듯 숙모는 내게 무슨 사정이 있어 그러려니 짐작하면서도 내가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내가 혼자서 마시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가끔씩 잔을 부딪쳐 줄 뿐...

“헤어지기로 하신 건, 아직 유효하세요?”
“지금 진행 중이예요, 도련님. 어른들에겐 다 끝나고 말씀드리려구요.”

“지금 얘기 드리면 훼방 놓을까 봐요?”
“호호호, 네. 어차피 끝낼 거 괜한 염려 드리고 싶지 않아서요.”

“섭섭하지는 않으세요?”
“사실은...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해요. 하지만, 저도, 작은 아빠도 오랫동안 생각한 거예요. 그런 결정 누가 쉽게 하겠어요?”

“저도 좀 더 나이가 들면 그렇게 신중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그렇게 되죠. 근데 도련님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팔짝팔짝 어디로 뛸 줄 모르는 게 매력이예요, 도련님은...”

“매력이라구요? 하하하... 저는 그런 제가 미워요.”

‘말해 봐요, 도련님. 나한테 전화한 이유가 있잖아?’하는 그녀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혼이라는 건, 살아가는 동안 몇 번 닥치지 않는 위기 중의 하나일 텐데, 어쩌면 저렇게 담담하게 해낼 수 있을까? 최소한... 겉보기에는...

“오늘 저한테 들으신 건, 내일 아침 이전에 다 잊는다고 약속하시면 할께요.”

술기운에 경계심이 야간은 허물어져 있었지만, 마치 자백을 하듯 모든 걸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숙모라면 내 철없는 도발이나, 짖굳은 행동이나, 아니면 밖으로 내보이기 어려운 부끄러운 내면이라도 스펀지처럼 수용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한다면 남매 사이라도 육체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요?”
“아마... 못하게 하고 있죠?”

“아니... 세상 사람들 의견 말고... 작은 엄마 의견을 여쭙는 거예요.”
“글쎄요... 어렵네. 제 생각엔 육체관계보다는 그 감정이 더 문제겠어요. 육체적인거야... 뭐... 별 의미 있나요? 아잇, 대답하고 보니까 이상하네.”

“사실은...”

그녀에게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걸 이야기 했다.

처음 유미 누나의 친모가 엄마에게 보낸 편지를 우연히 보게 된 것...

유미 누나의 출생의 진실... 그녀와 내가 아버지가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와 관계한 것...

그리고 그 진실을 작은 아빠를 통해 알고자 했던 유미 누나를 막은 것...

나와 유미 누나의 관계를 눈치챈 선미 누나를 강제로 추행한 것... 그리고 이어진 선미 누나와의 관계...

선미 누나와 내 관계를 유미 누나가 알아낸 것...

결국 유미 누나가 나에 대한 감정을 포기하지 못한 것...

광식 군의 죽음...

아직도 나를 남으로 알고 있는 유미 누나...

그리고 그녀가 당당하게 선미 누나에게 나와의 관계 중단을 요구한 것...


충격적이었을 내 말을 숙모는 끝가지 그저 담담히 듣고 있었고, 말을 마친 나는 테이블 위의 술잔을 멀거니 쳐다봤다. 차마 숙모의 얼굴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천하에 못된 녀석’이라는 핀잔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숙모는 고백할 대상으로 그녀를 선택한 내 판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었다.

“힘들겠다, 도련님.”

나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몸을 혹사한 것도 아닌데,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숙모가 거실로 걸어가더니,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을 열었다. 후덥지근했던 실내가 순식간에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찼다. 그녀가 열려진 창문 옆에 기대서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를 사랑해? 도련님?”
“아마...”

“확실히 얘기해요!”
“네... 사랑해요.”

“그럼 이것저것 가릴 이유 없잖아.”
“무슨...?”

“언제까지 유미 눈을 가리고 있으려고? 그게 도련님 식 사랑인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실을 알게 해 줘야지.”
“그러다 만약...”

“감당하는 건 누나와 도련님 스스로의 몫이예요. 처음엔 그렇게 대범하게 해 놓고, 왜 정작 지금 망설이고 있을까?”
“......”

“지금이 제일 용감해야 할 때인 것 같은데... 더 지나면... 도련님이 얘기할 기회마저 없어질 거야.”

그래... 그래야겠지...


가슴의 융기 맨 위에 달린 조그마한 돌기에 키스한 후 다시 얼굴로 시선을 돌리자, 어둠 속에서 유미 누나가 수줍은 듯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짓는 게 희미하게 보였다. 가늘게 변한 두 눈이 위쪽으로 볼록한 초승달을 만들었다. 저렇게 해맑고 귀여운 미소를 보지 못하게 된다면... 입을 가린 손을 강제로 치우고 대신 내 입술을 가져다 붙였다. 내 입속으로 쳐들어오는 누나의 혀를 빙 돌아가며 탐색하면서, 그 느낌을 하나하나 머리 속에 새겼다.

어떻게 말을 꺼내는 게 좋을까? 처음에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까?

누나의 입속에 침입한 내 혀가 입 속 구석구석의 감촉을 확인하면 돌아다녔다. 내 욕심을 차린 후 그걸 빼내려 하자, 누나가 턱을 치들어 올리며 따라왔다. ‘그래... 마음 껏...’ 누나가 내 혀를 질릴 만큼 탐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손바닥으로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누나가 내 혀를 놔주고, 대신 가슴의 감촉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았다.

“나 사랑해?”

항상 그걸 확인하고 싶어 하는구나. 평소대로 ‘응!’하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목숨보다 더... 누나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해.”
“킥킥... 너무 과장하니까 진실성이 없어 보여.”

“누나.”
“응?”

“유미야.”
“...어...”

“항상 잊지 않아야 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 그렇게 말하니까 좀 무서워지려고 해.”

눈물이 누나 가슴에 떨어지는 걸 들킬까 봐 일부러 넓게 침을 발랐다. 그리고 푹신한 가슴살에 내 얼굴을 묻고 비볐다. 오늘은 안지 않았어야 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알고 있었다. 설렘이 가득찬 표정으로 내 방의 문을 슬며시 열고 들어오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오늘은 안 돼’하고 거부할 수 있는 매정함이 내게는 없다는 것...

어쩌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나서도 누나가 이렇게 말해 줄지도 몰라. ‘그래도 널 사랑해... 널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그 다음은 어떡하지? 시간이 흘러 누나와 나의 감정이 식어서, 그저 철모르던 시절에 있었던 추억 정도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둘 다 평생 배우자를 만나지 않은 채, 아무도 모르는 둘 만의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건... 행복한 걸까?

입술이 배꼽 언저리를 지날 때쯤엔 항상 그랬듯 누가의 허리가 뒤틀리며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 경직은 내 입술이 음핵에 도착할 때 쯤엔 풀리곤 했다. 손가락으로 살 아래 단단하게 느껴지는 장골능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장골능과 치골을 잇는 고랑... 아랫배와 허벅지를 나누는 그 경계에 혀를 가져다 댔다. 그곳은 무척 예민해서 누나의 긴장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날엔, 간지러움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그 날 누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건 아마 대화의 힘이려니... 치골 위의 부푼 둔덕에 혀를 대고 까칠한 수풀을 쓸어주는 동안 누나의 허벅지에 힘이 빠지며, 무기력하게 양쪽으로 벌어졌다.

본격적인 공세를 위해 누나의 다리 사이에 파고들었다. 누나의 호흡음이 잠깐 끊기더니, 침을 삼키는 미세한 소리가 들리고, 다시 거친 호흡음이 이어졌다. 불을 켜고 있었으면 누나의 알몸 구석구석의 생김새도 기억해 둘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러면, 눈물이 글썽거리는 내 눈도 그녀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지금이라도 누나가 내 뺨을 만지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액체의 정체를 궁금해 할 것이었다. 그래서 서둘러 그녀의 삼각지에 머리를 묻었다.

“으흑.....”

혀가 음핵을 위쪽으로 쓸어 올릴 때마다 지방 속 깊숙한 곳에서 엉덩이 근육이 단단해졌다가 다시 풀렸다. 손가락으로 뜨거운 샘의 입구를 건드려 보자, 그간의 자극 때문에 고여 있던 샘물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 나와 주변을 매끄럽게 적시기 시작했다. 빠진 곳이 없도록 정성껏 애무를 해 주었다. 샘물과 침 그리고 눈물이 섞인 액체가 사타구니 전체를 흥건하게 적시는 동안, 누나는 허리를 비틀며 자극을 견뎌내고 있었다.

“하아.... 하아....”

손가락으로 누나의 몸 속을 더듬었다. 오돌토돌한 돌기가 만져지는 아래쪽 벽부터, 요도의 구릉 때문에 갈라지는 위쪽 벽까지... 그리고, 질을 향해 돌출되어 있는 자궁 입구의 탄력까지... 누나가 가끔 힘을 주어 손가락을 조여 왔다.

“해 줘...”

삽입을 원하는 그녀의 요구대로 몸을 타고 올라가 가슴과 가슴을 밀착시켰다. 뜨거운 누나의 몸에서 묘한 암내가 풍겼다. 단단해진 기둥을 쥐고 입구를 찾는 내 작업을 수월히 해주기 위해 그녀가 무릎을 세우고 허벅지를 열어 주었다.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눈을 감은 누나의 표정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언제 우리가 이런 사이가 되었을까. 어차피 끝내야 할 관계였다면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천천히 가까워질걸. 몇 년이 걸리더라도 그냥 자연스럽게 가까워질걸 그랬어. 섹스 같은 거 하지 않더라도...

“흐읍~~!”

누나가 허벅지를 내 허리에 두르고 발목을 교차해 단단하게 감았다. 내 공격이 참기 어려우면, 누나는 허벅지로 허리를 조여 움직임을 억누르곤 했다. 팔뚝 안쪽에 누나의 머리를 가두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기둥을 조여 오는 질의 감촉을 음미했다. 허리를 밀 때 의식적으로 아랫배로 음핵을 압박하는 건, 그간 누나와의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었다. 아직도 물기가 남아 있는 내 뺨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누나의 뺨과 목을 입술로 애무해 주었다. 커져 가는 누나의 신음 소리에 따라 내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누나는 허벅지를 조이면서 두 손으로는 내 등짝의 살을 한옹큼씩 움켜 쥐었다.

“엎드려 봐.”

역하트 모양의 엉덩이 중심에 좆 끝을 맞추고 서서히 밀어 넣었다.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있자, 누나가 엉덩이를 스스로 움직여 마찰을 일으켰다. 섹스에서도, 사랑을 쟁취하는 것에서도 예전의 누나에 비하면 무척이나 적극적으로 변해 있었다. 설마 선미 누나에게 관계 중단을 요구할 줄은 몰랐는데... 그녀를 돕기 위해 허리를 움직여 주었다. 철썩, 철썩 소리와 함께 누나의 엉덩이가 농구공처럼 튕겨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하아... 하아... 음... 음...”

한 번이라도 둘만의 여행을 다녀왔으면 좋을 텐데... 저렇게 신음 소리를 억누르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섹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걸... 그럴까? 여행이 아니더라도 내일 한 번만 더 데이트를 하자. 그리고 밤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누나를 안아 주자. 모텔이든 호텔이든... 신음 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곳에서...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하루쯤 더 늦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을 테니...

그 밤에 누나에게 모든 걸 고백하려던 계획을 바꾸자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몸을 구부려 누나의 등을 감싸고, 흔들리고 있는 유방을 쥐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밀쳐 올리기 시작했다.

“흐응... 흥.... 아.... 아...”
“안에 해도 돼?”

“으응! 아... 아...”
“으읏!”

한동안 절정의 여운을 즐긴 후, 누나를 풀어 주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녀가 평소에 하던 대로 욕실에 가서 물수건을 들고 오더니, 아직도 힘이 남아 있는 내 사타구니 언저리를 닦기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어지럼움증을 앓던 이후로 누나에게 생긴 버릇이었다. 아마 그러면서 나를 돌보고 있다는 뿌듯한 뭔가를 느끼는 듯...

“샤워하면 되는데...”
“난 이게 좋아.”

“누나 내일 시간 있어?”
“왜?”

“나하고 데이트하자.”
“데이트?”

“응. 교외에도 좀 나가고... 밤엔 모텔도 한 번 가보고...”
“모텔? 히힛!”

어둠 속에서도 누나의 이가 하얗게 빛났다.

“괜찮지?”
“근데 오전엔 학교 가야 해. 교수님 뵈러...”

“그럼 오후에 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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