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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6:00 1,020회 0건
서정의 고개는 책 쪽으로 수그러지고, 내 고개는 정면을 향했다. 좁은 교단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뭔가 열심히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시선을 두 눈으로 감시하면서, 손가락 끝으로 서정의 치골 아래 말랑말랑한 부위를 덮은 얇은 헝겊을 마사지를 하듯 문질러댔다. 여전히 내 사타구니 위에 올려진 서정의 손목을 꽉 움켜쥔 채였다. 어느 순간, 무의미한 방어를 위해 꼭 붙은 채 경직되어 있던 서정의 허벅지가 힘이 풀리면서 벌어졌다. 정복욕의 충족에 의한 짜릿함... 그저 순간적일 뿐이었다.

팬티의 옆쪽을 들추는 나를 서정은 제지하지 않았다. 내 손가락이 독사처럼 그녀의 팬티 아래로 파고 들어, 수풀이 까칠까칠하게 만져지는 둔덕을 점령했다. 그리고, 그런 자세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극렬한 공격을 감행했다. 손가락 끝이 음핵에 도착했을 때, 서정은 허벅지를 오므리지도, 허리를 굽혀 침입을 막지도 않았다. 오히려, 허리를 세워 등받이에 상반신을 기대더니, 하체를 앞으로 내밀어왔다. 그리고, 마음대로 하라는 듯 활짝 열리는 허벅지... 내 사타구니에 얹힌 그녀의 손이 내 기둥의 윤곽을 쥐어왔다.

뭔가.......

팽팽하던 튜브에 바람이 빠지는 것 같았다. 의욕이 없어진 내 손가락은 이제는 전혀 성적 감흥을 주지 못하는, 그저 유전에 의해 살이 자라나고 줄어들어 이루어진 구조물을 무의미하게 헤집고 다녔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자지는 여자의 주기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치 뼈가 빠져버린 듯 물렁거리기 시작했다. 힐끗 쳐다본 서정의 얼굴에는 수치심이나 분노가 보이지 않았다.


부글부글 끓던 물이 식는 것처럼 격정이 서서히 사그라들면서, 익숙한 자괴감이 심장을 찔러오기 시작했다. 그토록 하고 싶지 않았던 실수를 또 한 번 한 것이다. 마치 선미 누나의 입을 막기 위해 그녀를 겁탈한 것처럼...

왜, 선미 누나와 유미 누나에게는 없는 못된 경솔함이 내게만 있는 것일까?

못난 놈...! 서정의 팬티에서 슬며시 손을 빼고,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는 나는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모든 악당 중, 가장 비열한 놈이었다. 자괴감에 시달리는 내 심장에 서정의 한 줄이 비수를 꽂았다.

[만족했어?]

의자 한 줄을 빙 돌아 문 밖으로 나오는 동안, 강의하시는 교수님에 대해 죄송함 같은 걸 가질 여유가 없었다. 강의실에서 비겁하게 도망치는 내 뒷모습을 보며, 서정이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네 기억 속에서 날 지워줘.’

눈은 떴지만, 움직이기가 싫어 그냥 누워 있었다. 잡초가 뒤섞인 잔디 끝이 얇은 셔츠를 뚫고 등을 깔깔하게 찔렀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시야에 가득 찼다. 그 하늘만이 김 유미와 나를 연결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누나... 나 오늘 또 해버렸다. 멍청한 짓...

일부러 그런 건 아냐... 나 원래 그런가 봐...

지우개로 싹 지울 수 있으면 좋은데...


누나 부탁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직 몇 달 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언젠가는 꼭 지울게... 누나 얼굴도... 김유미라는 이름도 지울게...

혹시...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 사이에 누나 마음 변하면... 다 지우기 전에 꼭 말해 줘.

누나도 나처럼 견디기 힘들면... 더 힘들 필요 없잖아...



파란 하늘이 흔들거렸다. 나 우는 건가, 지금? 쯧쯧... 눈물 방울이 또르르 뺨을 굴렀지만, 훔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누가?

야산에서 끄트머리쯤에 걸친 그 장소는 사람들의 동선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낮 동안에도 대부분 음침한 그늘이 져 있어, 캠퍼스 내에서 가장 인적이 뜸한 장소였다. 풀섭을 밟는 발자욱 소리를 들었지만, 그냥 지나가겠거니...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나를 향해 다가오고, 흐릿한 시야의 구석에 깻잎머리가 떠올랐다.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외면했지만, 서정은 내 머리맡의 잔디를 깔고 주저앉았다.

“오늘 강의는 다 끝났어.”

한 동안 나뭇잎에 스치는 바람소리만 듣고 있었다.

“나한테 사과 한마디 쯤 해야 하는 거 아냐?”
“...미안해...”

“나도.”
“.......”

“내가 수호 씨 괴롭힌 건... 안타까워서야. 딴 애들이 수호 씨 비웃는 게, 기분 나빠서 그랬어.”
“......”

“나, 수호 씨 좋아한다고 했잖아.”
“서정아.”

“응?”
“경민이가 너 좋아해.”

“알아...”
“네가 내 가까이 오지 않으면 좋겠어.”

“......”
“누군가 사귈 엄두가 나지 않아. 미안해, 그것도.”

서정이 일어섰다.

“수호 씨가 다가오지 말라면... 그렇게 할게. 여기서 당장 옷을 벗으라고 해도... 그렇게 할게. 다른 사람 사귀라고 하면... 그러는 척 할게.”
“......”

“내가 수호 씨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기억해 줘.”


서정이 나를 미워하는 것 하고, 나를 좋아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나쁠까? 누군가 새로 만나서 서로 알아가는 절차는 힘겨운데...

내 모습이 그저 일시적인 방황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김 수호로 변해가는 과정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다만,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유진 만큼은 내 방황이 당연하고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토요일엔 유진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야간에 개장한 놀이 공원에 갔다. 유진의 과외는 그만둔 상태였지만, 유진이 만나자고 하면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나 오늘 어때, 오빠?”
“그렇게 입고 뭐 타려고?”

“다리는 꼭 오므리고 있을게, 히히히.”

천진난만한 성격은 그대로지만 몸은 이미 누가 봐도 고등학생이 아니었다. 게다가 옷차림은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를 핑계로 갈수록 가벼워졌다. 둘이 만나면, 나는 사람이 없는 곳을 선호했고, 유진은 북적거리는 쪽을 주장했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유진이 원하는 장소에 가곤 했다. 자신의 몸을 훑는 뭇 사내들의 시선을 유진은 즐겼다.

“너 그렇게 입고 다니다, 누가 덮치면 어떡할래?”
“오빠가 있잖아.”

“나 없을 때 말야.”
“그럼 뭐 그냥 당하고... 얼굴이나 기억해 둬야지. 혹시 나중에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나중에 보복하게?”
“고추를 잘라버릴 거야.”

“말 좀 예쁘게 해라.”
“고추가 뭐 어때서 그래? 고추... 아름다운 우리말.”

“으이그.”
“오빠는 봐 줄게. 언제든 덮쳐도 돼, 히히.”

“쯧쯧, 커서 뭐가 될래?”
“아참, 나 진로 정했어, 오빠.”

“오! 그래? 어느 대학 가려고?”
“처음엔 오빠 다니는 의대 갈까 했는데... 히히... 공부가 아주 쪼금 부족한 거 같아서... 연극영화과 가려구.”

“가겠다면 그냥 받아준대?”
“안되면 내년에 또 하지, 뭐. 나 학원도 등록했어. 원장님이 내게 끼가 있대.”

“학원 몇 개월만 다니면 대충 되는 거야?”
“열심히 해야지, 나 맘 먹으면 얼마나 독한 년인지 알잖아, 오빠. 글구, 아빠한테 개인지도 선생님 구해 달라고 떼썼어.”

“그렇게 해 주신다던?”
“대한민국 최고의 선생님을 구해주겠대, 호호호.”

유진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성수야. 우리보다 훨씬 현명하게 살아가니까... 인생을 엉뚱한 데 소비하고 있는 너나 나보다는...

폐장 시간까지 아주 어린애들이 타는 놀이기구마저 섭렵한 유진을 집에 데려다 주었다.

“오빠, 맥주 오백하고 치킨. 오케이?”
“다음에 하자. 나 더 늦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해.”

“에이~ 나하고 있었다고 하면, 아버님이 이해해 주실 거야.”
“안 돼. 지금도 늦었어.”

“우리 지금 남녀가 바뀐 거 알아?”
“알아.”

“체~~! 오빠 나 이렇게 박대하다 나중에 유명해지면 국물도 없어.”
“그 때 후회할게, 얼른 들어가.”

“오빠, 참!”
“응?”

“시간 날 때 가끔 엄마 보러 가면 안 돼?”
“엄마?”

“응. 오빠 보고 싶어 하는 눈치야.”
“알았어.”




“좋아보이세요.”

가로등 불빛이 시원찮았지만, 그래도 성수 새엄마가 배시시 웃는 걸 알 수 있었다. 감금되어 있던 연수원에서 탈출할 때만 해도 삶의 의욕이라고는 흔적도 없을 만큼 피폐해져 있던 그녀는 마치 말라 있던 화초에 물을 부은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파릇파릇 생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갑자기 올 줄 몰랐어요.”

성수가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간 그녀를 찾지 않았던 건 내 나태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할 때는, 그녀가 잊고 싶어 하는 과거에 내 자신마저 한꺼번에 묻혀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도요.”

딱히 화제가 떠오르지 않았다. 다혜 네 집에 도착하는 동안, 그리고 성수 새엄마를 깨워 그녀의 모교 캠퍼스까지 함께 걸어오는 동안, 시간이 철철 넘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만나 무슨 말을 할 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였다. 이혼 소송은 잘 되어 가느냐... 그런 것 따위는 묻고 싶지도 않았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유진의 말은 들었지만, 그녀가 왜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유진을 집에 들여보내고 바로 성수 새엄마를 보러 온 건, 그저 충동이었을 뿐이지, 딱히 별다른 목적이 없었다. 한동안 둘 다 아무 말 없이 어두운 캠퍼스 이곳저곳을 눈으로 훑었다. 항상 대화에는 수동적이었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혜 엄마를 찾았어요.”
“정말이예요?”

“네. 동생한테 부탁해서...”
“어디 있어요?”

“부산에 있어요. 근데... 다혜를 만나게 해 줄 수가 없어요.”
“왜요?”

“에이즈래요. 무슨 암 비슷한 게 걸려있는데, 그게 에이즈 말기에 생기는 암이래요.”
“저런!...”

“그 여자도 그렇지만, 다혜가 정말 불쌍해요.”
“어머니가 잘해 주세요. 다혜도 시간이 지나면 잊겠죠.”

“할머니한테 말씀드렸더니, 펑펑 우셨어요. 나이가 많은데, 본인이 죽으면 다혜가 고아가 될 게 두려우신가 봐요.”
“그렇겠네요. 맘 편히 눈 감기 어려우시겠어요.”

“그래서요... 만약 제 일처리가 잘 되면, 다혜를 입양하겠다고 했어요.”
“정말 잘 하셨어요. 할머니 좋아하셨겠네요?”

“조금 두려워요. 제가 걔를 맡았다가 또 상처를 주면 어떡하죠? 수호 씨, 알다시피 제 상태가 좀 그래서...”
“아니, 할 수 있어요. 다혜 좋아하시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꼭 수호 씨가 어른이고 제가 아이 같아요. 호호호!”
“큭, 어찌 그렇게 되었네요. 어줍잖게...”

불필요한 짐은 절대 지려하지 않던 그녀가 다른 여자의 아이를 입양할 생각까지 하는 것 보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그 동안 그녀를 가두었던 새장에서 이미 벗어나 있었다.

“수호 씨.”
“네?”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
“쑥스럽네요.”

“수호 씨.”
“네?”

“그 동안 왜 저 찾아오지 않았어요?”
“.......”

“두려웠어요. 그 날 저 그러는 거 본 후부터, 수호 씨가 저를 다른 눈으로 보는 것 같아서...”

공연장처럼 꾸며진 연수원의 방에서 그녀가 사내들에게 유린당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하긴... 그런 꼴을 보여주고, 부끄럽지 않은 여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피해자일 뿐이었어도...

“오늘 와준 게 저한테는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잘 모르죠?”
“......”

“수호 씨가 절 예전처럼 대해주면 좋겠어요.”

예전이라면 어떤 예전을 말할까? 그녀와 함께 그녀의 모교에서 데이트했던 때를 말할까? 아니면, 가학적인 섹스를 나누며, 욕구를 충족하던 그 때일까?

“과거가 싫지 않으세요?”
“끔찍해요... 하지만, 수호 씨하고는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어머니를 미미라고 부르던 때도요?”
“그 때가 제일 좋았어요.”

머리가 화석화되어 있었지만, 그녀가 나와 섹스하고 싶어 한다는 걸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길들여진 욕구라고 해도, 벗어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마치, 술이나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처럼... 그녀가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면, 역시 고를 수 있는 상대는 아마 나 뿐이었을 것이다. 안심할 수 있고... 그녀를 잘 알고 있고... 그리고, 어쩌면... 나를 단지 쾌락을 나누는 파트너보다는 좀 더 큰 의미로 여기고 있을 수도...

나는 주저했다. 그녀와의 섹스는 그녀 뿐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뭔가 개운치 않은 과거로 회귀하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성수 새엄마는 적극적이었다. 그녀가 벤치에서 일어서더니 잡초가 돋아난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판단할 시간이 필요한데... 하지만, 내 바지 벨트를 푸는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을 제지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크까지 내린 그녀가 바지춤을 쥐고, 내게 도와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쳐다보는 두 눈은 예전에 미미였던 그 눈이었다.

‘이럴 수 있었는데, 오기 전에 생각해 두었어야지....’

허리를 펴서 엉덩이를 벤치에서 띄웠다. 그녀의 손에 의해 바지와 팬티가 허벅지 중간쯤까지 내려가고, 엉거주춤하게 일어서 있는 자지가 드러났다.

‘이 여자를 성수가 사랑하는데... 그건 상관없다. 감정과 섹스는 별개라 생각하는 녀석이니까... 이 여자가 내게 특별한 감정이 있어 이러는 건 아니고...’

그녀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기둥을 감싸고, 위 아래로 훑어가기 시작했다. 기둥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다.

‘나와 섹스 한다고 해서, 이 여자가 다시 새장 속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나는... 우유부단한 그 김 수호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참 나!... 뭘로 돌아가든 지금보다는 낫다... 여기서 더 나빠질 리가 있겠어?’

그녀의 고개가 숙여지고, 귀두를 뜨뜻하고 부드러운 뭔가가 감쌌다. 여자의 입 속을 느껴본 지 오래되어서인지, 유난히 황홀한 감촉이 번졌다.

‘에잇! 이 여자도 원하고, 나도 원하는 것일 뿐이다... 모든 걸 떠나... 지금 당장 이 여자를 말려 실망시킬 용기가 없잖은가?’

좆 기둥이 그녀 목구멍 깊은 곳까지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손가락과 입술, 그리고 혀의 움직임이 흠잡을 수 없을 만큼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움직여, 녹아드는 듯한 쾌감을 뭉텅뭉텅 만들어냈다. 성수 새엄마보다 그걸 더 잘하는 여자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펠라치오에도 레벨이 있다면, 그녀는 당연히 톱 클래스에 속했다. 쾌감을 만드는 기술 뿐 아니라, 남자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 까지... 그녀는 내 바지를 발목까지 벗겨내 버리고, 허벅지를 밀어 활짝 벌린 다음, 무방비로 노출된 허벅지 안쪽까지 무자비한 애무를 가하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어떡해?... 하는 것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하는 염려인 듯 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노출될 위험 같은 건 아랑곳없다는 듯, 전혀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오랜만에 느껴보는 거리낌 없는 쾌감이 좋았다. 행위의 주도권을 그녀에게 백 퍼센트 내 주고, 나는 목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은 채, 머리 속의 다른 잡념을 밀어내 버렸다. 자지를 쥐어짜고, 빨아대며 욕심을 차리던 그녀가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치마 밑에서 팬티가 돌돌 말려 내려가는 것을 구경했다. 마치, 남자를 받아들이겠다며 스스로 문을 여는 것처럼... 기대감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가 딱딱한 벤치의 바닥에 맨 무릎을 대고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예전처럼 자극적인 향수 냄새 대신 은은한 체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자신의 침으로 매끈거리는 내 자지를 쥐어 고정한 채, 엉덩이를 슬며시 내려 사타구니를 덮는 그녀...

“음....”
“아....”

좆 기둥이 이미 축축히 젖어 있는 그녀의 입구를 뚫고 몸 속 깊숙이 박혔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스커트 아래로 손을 집어 넣어, 풍성한 엉덩이 살을 움켜쥐었다.

“주인님이라 불러도 돼요?”
“네...”

“반말로...”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섹스할 때만... 응?”

간청하는 그녀의 표정은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색정적이면서도 귀여웠다. 그런 얼굴을 보며 세상 ‘아니요’하고 말할 수는 있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저런 것도 배운 것일까? 내가 느낀 것보다 그녀는 훨씬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적극적인 행위부터, 반말을 강요하는 것까지...

“그래...”
“고마워요, 주인님.”

그녀가 서서히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여 치골에 음핵을 비벼왔다. 그녀의 몸속에서 줏대를 잃은 자지가 이리저리 기울었다. 밀가루 반죽 같은 엉덩이 살을 주무르며 훼방을 놓아도, 오랜만에 남자를 가진 그녀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마치 열병에 걸린 것 같은 신음 소리가 반쯤 벌어진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흐응~~ 흐응~~ 흐응~~ 흐응~~ 주인님~~”

자지에서 몽실몽실 올라오는 쾌감과 그녀의 신음 소리가 머리끝까지 가득 채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작은 세상 속에 갇힌 것 같았다. 그녀의 움직임이 현란하게 변하고, 나도 본능적으로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를 쳐올려 갔다. 있는 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지만, 한계가 다가오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곧... 그런데 벽에 난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이질적인 소리...

“아악!”

잘못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젊은 여자의 뾰족한 비명이 갑작스럽게 신경을 빼앗았지만, 다시 사타구니에서 올라오는 쾌감에 집중하려 애썼다.

“어엉!”

조금 후에 다시 한 번 비위를 긁는 낮게 울부짖는 소리... 어떤 여자가 어떤 형태든 위기에 처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애써 듣지 못한 척 했다. 불필요한 참견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젠. 그 동안 경험하지 않았던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주제 넘는 참견과 경솔함이 지금 나를 바닥까지 주저앉힌 것 아닌가?

하지만, 성수 새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던 신음 소리도 사라지고, 뱀처럼 비틀리던 허리도 멈췄다. 눈을 떴다. 한 동안 둘이서 숨을 헐떡거리며, 마주 보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내가 참기 어려운 지, 그녀가 입을 열었다.

“도와줘야 할 것 같지 않아요?”

나도 모르게 한 숨이 흘러 나왔다. 저럴 때는 가서 도와주는 게 보편적이긴 해... 하지만, 어떻게든 내 견해를 관철하고 싶어,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늘어놓았다.

“당한다고 죽지는 않잖아요.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 수 있잖아요.”
“그건... 수호 씨가 당해보지 않아서 그래요.”

성수 새엄마의 눈은 나를 탓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다시 울부짖는 소리... 벌떡 일어나 달려가야 하는 타이밍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저는... 두려워요.”
“뭐가요? 칼이라도 맞을까봐?”

“그런 게 아니라...”
“......”

“제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 봐... 아무 데나 끼어들고 나서 후회할까 봐 그래요.”
“방관하고 나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
“수호 씨, 그 동안 잘했잖아요. 유진이 한테나... 저한테나...”

그녀가 내 몸에서 일어났다. 나도 부스스 의자에서 일어서서, 바지를 추켜올려 늘어진 자지를 감췄다.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이려니... 하고 내버려 두려면, 절에 가야 한다. 산 속에 박혀서 세상 일에 관심 끊고 불경 같은 거 중얼거리며 살 작정이면 머리를 깎았어야지. 어정쩡하게라도 세상에서 살려면 역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럴 때는 가서 참견해야 하고... 선거 때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처럼...

비명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가로등이 없어 나무의 형체만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을 한참 걸어 올라갔다. 얕게 패인 널따란 구덩이에서 끙끙거리는 여자의 소리와 여자를 어르는 남자의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이것들이... 분명 신성한 새벽의 영역에 속하는 이 시간에...

“조용히 좀 놀아라! 씨발 새끼들아!”

토닥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살려주세...악!”

“조용히 해, 십8년아.”

‘한 명 뿐이야.’하는 작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드러났다. 하나, 둘, 셋... 한 놈은 여자 곁에 붙어 있을 테니 다 합쳐서 넷. 셋이 흩어져 나를 포위해 왔다.

“형씨, 그냥 가. 객기 부리지 말고...”
“여자 내 놔. 그럼 갈게.”

“하여튼 이런 맹한 새끼가 꼭 하나씩 있어.”
“얼른 한 판 뜨자. 나도 시간 없다.”

“뭐 믿고 지랄이야, 씹새!”

운동을 쉰 지 한참 되었기 때문에, 몸이 제대로 움직여 줄 지 확신도 없었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좋은 위치 잡느라 잔머리 굴리기도 귀찮았다. 그냥 몇 대 맞으면서 대충 때려 눕혀놓고 여자만 데려갈 작정이었다.

“여자 하나에 네 놈이나 달라붙으면 되겠냐? 불알 떼버려라, 촌놈의 새끼들...”
“어유, 미친 새끼. 야! 얼른 끝내자.”

셋이서 한꺼번에 달려들자,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역시 내리막은 불리했다. 셋을 일렬로 세우기 전에 이미 나를 향해 팔을 내밀고 있었다. 나도 닥치는 대로 주먹을 뻗었다. 그런데...

“윽!”

어깨에 불로 데이는 듯한, 통증을 느끼자마자 칼로 베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상했어야지, 멍청아. 순식간에 촉각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다행히 움직임에는 지장이 없는 듯...

“이 새끼들이...”
“크크크, 정신이 좀 드냐? 그러게 진작 꺼졌어야지, 이 썅!”

반원을 빙 돌아 위쪽으로 향했다. 셋 다 연장이 있으면 장난이 아닌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부의 털은 모조리 일어서는 것 같았다. 분명 피를 줄줄 흘리며 땅에 쓰러질 걸 각오해야 하는데... 묘한 흥분이 짜릿하게 몸을 맴돌았다. 마치 내가 바닥난 건전지를 새 건전지로 바꿔 끼운 장난감 로봇 같았다. 그리고, 머리가 마치 기름을 새로 칠한 것처럼 돌아갔다. 이럴 때 맨주먹은 바보 짓이다...

어두운 바닥을 눈으로 훑어 적당한 나뭇가지를 손에 쥐자마자 몸을 돌려 있는 힘껏 스윙을 날렸다. ‘딱!’ 성행위와는 다른 성격의 절정으로 몸이 짜르르 저려왔다.

“으윽!”

불의의 일격을 당한 녀석이 언덕을 떼굴떼굴 굴렀다. 뒤쫓아오던 다른 두 놈이 멈칫하며, 제자리에 섰다.

“흐흐흐흐!”
“조또...”

“한 번 놀아 보자!”

막대기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아무나 가까이 있는 놈에게 달려갔다. 이걸 잊고 있었구나...! 이 팽팽한 긴장감... 이글거리는 분노...

‘퍽! 퍽!’

“윽!”

아직 매맛을 보지 않은 남은 녀석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하긴, 이렇게 보이지도 않는데서 누가 막대기를 휘둘러대면 나도 당황하긴 하겠네.

“이리 안 와?”
“이... 씨바...”

내가 ?아가자 녀석이 도망쳤다. ‘튀어!’ 소리와 함께, 그 동안 구덩이에서 웅크리고 있던 녀석마저,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긴장이 풀리자 어깨가 쑤셔 왔다.

“나와요.”
“네?...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구덩이에서 비틀거리며 걸어나왔다.

“다... 갔어요?”
“모르죠. 저 밑에서 진 치고 기다리고 있을 지...”

“저 떠... 떨려서 못 걷겠어요...”
“갑시다.”

주저앉으려는 여자를 간신히 부축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린 여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흑...흑...흑...”
“그만 울어요. 꼭 내가 무슨 일 저지른 것 같잖아요.”

“흑...흑... 네... 흑...”
“당했어요?”

“아... 아니요... 흑...”
“근데 왜 울어요? 그만 뚝!”

“모... 몰라요... 눈물이 나는 데 어떡해요...흑... 흑...”

성수 새엄마가 그녀를 다독거리는 동안, 나는 모처럼의 긴장의 여운을 되새기고 있었다. 흥분 뒤에 오는 허탈함과, 어깨의 상처에서 오는 쓰라린 통증... 그게 싫기 보다는, 내가 살아있다는 게 실감나게 느껴졌다. 여자를 보낸 성수 새엄마가 다가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쳤어요?”
“조금... 벌어졌어요.”

“병원 가야 하잖아요?”
“괜찮아요. 그 정도는 아니예요.”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아니, 좋았어요. 고맙다는 말 하려고 했어요.”

“좋다뇨?”
“이리 와 봐요.”

“어머!”

성욕이 무럭무럭 솟았다. 풀밭에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 치마를 걷어 올렸다. 팬티를 입지 않은 펑퍼짐한 엉덩이가 달빛에 하얗게 빛났다. 보지의 위치를 더듬어 찾은 다음 손가락을 길이 방향으로 눕히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주인님이라고 해 봐. 미미!”
“주인님!”

묘한 쾌감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음부가 매끈거리는 걸 확인하고, 서둘러 바지를 벗었다. 다시 빳빳하게 일어선 자지를 그녀의 입구에 대고 밀어넣었다.

“으응~!”
“주인님이라고 해.”

“주인님... 아... 주인님!”
“좋아?”

“네... 주인님...”
“귀여워! 내 강아지!”

좁은 구멍에 격렬하게 좆기둥을 쑤셔 넣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농구공처럼 펑펑 튀며, 출렁거리고 질컥거리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퍼졌다. 그녀가 풀섭을 움켜쥐며 신음을 흘리기 시작해고, 나는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무기력한 척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게 내게 무슨 위로가 되나... 내가 나를 괴롭힐 이유도 없다...
언젠가 유미 누나 앞에 서고 만다. 그 때... 무기력하게 망가진 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

“힘 줘! 미미!”
“하아~~ 하아~~ 아윽~~ 아으윽~~”

“으읏! 읏! 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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