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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의 남매 - 18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5:53 710회 0건
09년 9월 24일 목요일 저녁 8시

“승혜는 좀 어때...?”

“자요 이제... 피곤한가봐요..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뚱하니 있다가..”

“그래? 피곤하겠지.. ”

“뭔일 있는건 아니죠..? 제가 모르는...”

“아냐.. 그런거.... 괜찮아 질꺼야..”

“.............”

혜정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승혜의 방문을 쳐다본다. 2층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던 승기가 승혜에게 손을 뻗는다. 혜정은 그 손을 잡고 승기의 어깨로 포개져 안기며 앉는다. 향긋한 냄새가 난다. 상큼한 샴푸향... 승기는 혜정을 안으며 소파 깊숙이 몸을 묻는다. 혜정의 가슴이 브라를 거쳐 승기의 옆구리 쪽으로 느껴진다. 혜정은 승기의 가슴을 베고 승기의 드레스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린다. 승기의 눈에 혜정의 등에서 엉덩이로.. 엉덩이에서 교복 스커트를 지나 왠만한 남자 손목만한 발목으로 떨어지는 숨 막히는 라인이 들어온다. 적당히 짧은 스커트가 엉덩이를 조금 뒤로 빼고 안겨있는 자연스런 S라인에 맞춰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다. 스타킹조차 신고 있지 않은 혜정의 허벅지의 피부는 너무나 깨끗하고 말끔해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다. 승기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볼에 뽀뽀를 한다. 말캉한 혜정의 뺨은 적당히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게 승기의 입술을 자극한다. 눈을 살며시 아래로 내려 뜨며 미소짓는 혜정의 옆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승기는 미칠듯이 행복함을 느낀다.

승기의 입술이 혜정의 뺨에 한참을 머물다 조금씩 귀쪽으로 이동을 한다. 혜정은 간지러운듯이 얼굴을 빼려고 하지만 승기에게 잡혀 있는 팔 때문에 그리 멀리 가지 못한다. 승기의 입술은 많이 간지러워하는 귀를 건너 띠고 목선을 타고 내려온다. 솜털이 아직까지 보송하게 남아 있는 그녀의 뒷목을 머리카락을 헤치며 파고들자 혜정의 몸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입을 살짝 벌렸다 아랫입술을 다물며 입술로 목을 ?자 혜정의 반팔 교복 셔츠 아래로 나와 있는 얇지만 적당히 탄력 있는 두께의 팔에서.. 작은 돌기들조차 없이 매끈한 그녀의 팔이 긴장하며 소름이 돋아 오른다. 승기가 그녀의 반대쪽 팔을 손끝으로 쓰다듬는다. 손끝으로도 소름이 느껴진다. 그녀는 등 쪽으로 전류가 흐르는듯 몸을 곧게 피며 승기의 입술이 자신의 목 주변 주변에 닿을 수 있도록 목을 길게 뺀다.

혜정의 뒷목에서 선을 타고 넘어와 그녀의 작은 목젖을 지나 다시 뺨으로 올라와 그녀의 작은 얼굴에 아직은 젖살이 붙어있는 부드러운 뺨을 간질인다. 길게 뽑았던 그녀의 목은 다시 움츠러들며 고개를 한쪽으로 꺾인다. 꺾여있는 고개를 입술로 훑고 지나가며 혜정의 입술을 찾는다. 그녀의 입술이 부드럽게 열리며 승기의 키스를 받아들인다. 두 남녀의 입술이 포개지며 동물적이지 않은 느릿한 키스가 오래도록 지속된다. 그녀의 혀는 부끄러운 듯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승기의 혀에 맞춰 부드럽게 움직였다. 승기가 잡고 있는 그녀의 매끈한 팔에는 여전히 소름이 돋아있다. 승기는 키스를 하며 혜정에게 몸을 천천히 돌리며 허리를 끌어안는다. 그들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반대쪽으로 돌아가며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자세를 수정한다. 승기는 혜정을 천천히 소파에 누이며 자신의 몸을 위로 올린다. 아무런 방항 없이 승기의 팔에 의지해 소파로 몸을 누인 혜정의 두 긴 다리는 여전히 소파의 아래쪽에 남아 있다. 승기는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천천히 올려 혜정의 가슴으로 가져간다. 엘리베이터에서 장난스럽게 쓰다듬었을 때처럼 여전히 풍만하고 봉긋한 가슴은 부드럽게 승기의 손을 받아들인다. 그녀의 타이트하게 딱맞는 교복 아래로 그녀의 가슴과 속옷의 느낌이 고스란이 느껴지며 키스에 환장한 두 남녀 처럼 그들의 입술은 전혀 떨어 지지 않고 수분 동안이나 지속된다. 구석구석 그녀의 입 안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혜정의 혀와 맞붙어 있던 승기의 혀가 천천히 빠져나오며 눈을 써 혜정의 얼굴을 바라본다.

촉촉이 젖은 그녀의 입술은 살짝 벌어져 앙증맞은 하얀 이가 드려다 보이고 그녀의 뽀얀 뺨과 오똑한 콧날에는 피지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자는 듯이 감고 있는 두 눈에 붙어 있는 길다란 속눈썹은 바르르 떨리며 짙은 속눈썹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승기는 그녀의 두 뺨과 두 눈에 번갈아 가며 키스 한다. 혜정의 코에서 나오는 숨은 아찔할 정도로 따듯하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이 여자가.. 내 여자다. 이렇게 아름답고 우월한 여자가.. 나에 키스를 받아 주고.. 나에게 의지하며 내게 몸을 맡긴다는 사실이.. 한 번의 사정보다 몇 만배는 더 큰 쾌감을 준다. 승기는 혜정의 얼굴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구석구석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살핀다. 그러자 혜정의 눈이 떠지며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미소.. 심장이 멈춰 버릴 듯하다. 승기는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뽀송하고 매끄러운 그녀의 피부에 승기의 손가락들이 힘없이 그녀의 가슴위로 미끌어진다. 그녀의 온몸이 마치 심장인 듯 두근거린다. 혜정은 승기의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며 가만히 승기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맑고 깨끗하고 선명한 그녀의 눈동자와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투명하기 까지한 흰자가 승기를 바라본다. 조금씩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바짝 붙이고 있는 승기의 얼굴을 간질인다.

순간 승혜의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둘은 급하게 일어나 앉으며 옷 매무새를 다듬는다. 승혜가 창백하고 핼쑥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목이 말랐는지 소파에 적당히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혜정과 승기를 힐긋 보고는 부엌으로 내려간다. 혜정이 안쓰러운 듯 따라 내려간다.

“괜찮아...? 아직 많이 아파...? 약은...?”

혜정이 냉장고 문을 열고 오렌지 쥬스를 마시는 승혜에의 옆에 서서 묻는다. 승혜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 승혜를 혜정이 아무런 말없이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본다.

“이제 그냥 괜찮아... 그만 가... 늦었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어.. 그래.. 가봐야지...”

혜정은 대답하며 2층쪽을 쳐다본다. 승혜는 그런 혜정이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자신이 걱정되서가 아니라.. 오빠를 보러 온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오빠한테.. 대려다 달라고 해... 늦었다... 나 그냥 좀 더 잘게...”

“어.. 그래.. 자...”

혜정이 승혜의 오렌지 쥬스를 냉장고에 넣으려고 받으려고 하자.. 승혜는 그 손을 피해 자신이 냉장고 안에 집어 넣는다. 혜정은 그 손이 부끄러운지 멈칫거리다 이내 손을 떨군다.

“오빠.....”

승혜가 한층더 힘없는 목소리로 승기를 부른다.

“어~! 왜!”

2층에서 승기가 대답하며 뛰어내려온다. 승기가 부엌의 아일랜드 스타일의 조리대에 엉덩이를 걸치며 승혜를 바라본다.

“오빠.. 혜정이 좀 대려다 줘.. 그리고 좀 빨리.. 와줄래...? 나 너무 힘들어서.... 집에 아무도 없는게 싫어...”

승기는 승혜가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져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걱정스런 얼굴로 승혜를 바라본다. 승혜는 고개를 떨구며 2층으로 올라간다.

“어.. 갈게.. 쉬어~”

혜정은 뒤도 안돌아 보며 올라가는 승혜의 뒷 모습에 대고 인사를 한다. 승기가 그 모습이에 왠지 미안함이 느껴지지만 모른척 하며 혜정의 가방 쪽을 쳐다본다. 자신이 지난번에 만났을 때 사줬던 가방과 첼로의 활을 담아둔 케이스 가방.. 아기자기한 이쁜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승기가 혜정의 소지품을 들어서 건내자 혜정은 말없이 받아 든다.


승기의 차가 도시화 고속도로의 잘 닦여진 길 위로 미끌어진다. 두 사람은 아까부터 왠지 말이 없다. 승기의 머릿속에는 승혜의 쌀쌀맞음이.. 그리고 승혜의 걱정이 가득차 있다. 혜정의 옆 얼굴을 흘긋 쳐다본다. 혜정은 말없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정면을 응시한다. 스테레오로 재즈가 흐른다. 부드러운 선율이 흐르고 있지만.. 차안은 왠지 모를 긴장감이 기분 나쁘게 가득 차있다. 승기가 항상 혜정을 내려주는 포인트에 다다르자 혜정은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승기를 바라본다.

“오빠... 갈꺼에요?”

“어...? 어... 승혜를 혼자 두기가 좀.. 그래서.. 왜? 차 한잔 하고 갈래?”

“아..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그럼....”

그제사 혜정이 승기의 차문 손잡이를 잡는다. 승기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혜정의 팔목을 잡는다. 혜정은 그저 가만히 창문쪽을 바라보며 멈춰 선다.

“기분이 왜그래... 너까지 어디 아픈건 아니지?”

승기는 왜 기분이 안좋은지.. 알 것 도 같지만 그 부분을 직접적으로 얘기 하지 않는다.

“아프긴요.. 그냥.. 승혜 걱정이 돼서요... 빨리 가보세요.. 승혜 겁이 많아서.. 큰 집에 혼자 있는거 좀 불편할 거에요... 제가 그냥 버스 타고 왔어야 하는데.. 오빠랑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어서... 저 나쁘죠...”

승기는 그냥 말없이 고개를 흔든다. 고개 숙인 혜정의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겨주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나쁘긴.. 혜정이 만큼 착한 애가 없어... 오빠가 왠지 미안하네...”

“아니에요.. 저 갈께요 오빠...”

“우리.. 차 한잔만 하고 가자. 근처에 탐탐이나 스타 벅스 있지?”

승기는 바로 차를 출발 한다. 근처를 돌다 작은 카페에 멈춰선다. 혜정도 아무말없이 따라 내린다. 아메리카노 2잔을 시키고 흡연실로 들어간다. 교복을 입고 있는 혜정과 외제차를 모는 여자보다 한참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엔 충분하지만, 혜정의 예쁜 얼굴과 몸매는 더더욱 그 작은 공간의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평소에는 으쓱하게 만들던 그 시선들이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진다.

“오빠... 빨리 안가봐도 되겠어요? 승혜가....”

“머.. 괜찮아.... 어쩔꺼야 지가.... 자고 있을껄? 가보면...”

“그래도.. 아플때 혼자 있는거 정말 섭섭하단 말이에요...”

“괜찮다니까.... 그나저나.. 혜정아.. 여기 담배 냄새가 심하네...? 금연실 쪽으로 갈까?”

뽀얀 담배연기가 가득 차 있는 흡연실에 앉은 게 미안한지 승기가 커피 쟁반을 들고 일어나려 하자 혜정은 승기의 손을 잡으며 만류한다.

“괜찮아요 오빠.. 그냥 오빠 담배 피세요... 그렇게 심하지도 않은데요 멀...”

승기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담배를 입에 문다. 연기가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조금더 맑아져서 입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승기는 손가락 사이에 껴져 있는 담배를 바라보며 말을 잊는다.

“오빠가.. 원래 담배를 오른 손으로 폈어... 운전 할때만 빼고.. 근데.. 널 만난 이후로 왼손으로 피거든.... 아무래도.. 오른손으로 널 만지고.. 손잡고 하니까... 요즘은 의식적으로 왼손으로만 담배를 펴....”

“..............”

혜정이 왠지 찡해지는게 느껴져 말을 잊지 않는다. 오빠는 정말.. 말도 못 할 정도로 다정하다. 승혜가 걱정도 될텐데... 승혜 생각이 나자.. 자동으로 아까 승혜가 말없이 계단을 올라가던 뒷모습이 떠오른다. 여지것 단 한번도 자신을 그런식으로 남겨 두고 올라간 적 없다. 아무리 힘들고 아프더라도.. 승혜는 자신보다 더욱 혜정을 아꼈었다.. 혹시.. 오빠와 사귀게 된게 마음에 들지 않는걸까..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오빠의 손이 부드럽게 내 손을 쓰다듬는다. 이 남자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여지것 자신에게 대쉬해오던 남자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과의 스킨쉽 보다 혜정 자신을 더 챙기고 아껴주는 느낌이 든다. 어른스럽고 성숙하다. 전에 자신을 따라다니던 현악 강사... 나이는 승기보다 훨 많았지만 하는 짓은 오빠가 훨씬더 어른스럽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감을 강하게 표시하는 거며.. 나중에 듣게 되었지만 외제차치고는 싼 편에 속한다던 2인승 스포츠카.. 큰 키와 섬세하게 생긴 외모.. 10살도 넘게 차이나는 나이에서 오는 안정감... 다른 친구들에게도 재밌고 따듯하게 대해주던 그였지만 혜정에게는 더더욱 자상하게 느껴졌다. 물론 어느정도의 흑심과 호감에서 온거겠지만, 어머니가 쓰러지시고 난 직후, 극도의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그의 언행과 배려는 혜정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처음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을 한잔 하면서 불러낸 강사는 너무나 순수하게 아이들을 감싸고 학생이 술을 마신다는 것에 대해 혼낸다기 보다 이해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쿨하게 다가왔다.

몇일간 계속 되던 문자와 밤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전화통화만이 어머니의 빈자리를 매꾸고.. 가난이라는 비참함에서 자신을 구제해줬다. 어느날 밤 늦게 술에 취한 목소리로 자신을 불러내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계속해서 되네이던 선생님을 따라 누추한 동네 모텔에서 받쳤었던 첫 경험은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이 남자를... 다른 친구들의 선망이던 이 남자를 이제 완벽하게 내 것이 된다는 기쁨에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 뒤에 술이 깬 남자가 당황해 하며 내뱉은 말은 아까의 사랑 고백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용서 해 달라는.. 없던 일로 해 달라는 변명이었고, 둘의 관계가 선생과 학생사이임을 계속해서 주지시키며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는 남자에게 마음따위 주지 않을거라..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 흘리지 않던 눈물을 밤새 흘리며 다짐 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설까.. 아빠는 매일 같이 술을 마셨고, 어린 동생들은 급식비가 없어 밥을 굶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고 버틴다는 걸 동생의 담임선생에게 전화를 통해 전해 들었을때.. 혜정은 다시한번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에게 울며 매달려 정신 차리라고, 내가 술집이라도 나가야 겠냐며 매달리면서.. 절대로 이 가난에서 빠져나가리라 다짐 했었다. 몇 일 뒤부터 노골적으로.. 변명을 하며 선을 그을때완 다르게 자신에게 구애를 하던 그를 친구들은 영문도 모르고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고, 교장과 이사장 앞에서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 선생님을 혜정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첫 경험의 끔찍한 고통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그의 행동이 그를 증오하게 만들었다. 이사장에게 그가 보냈던 문자며, 전화로 했던 구애를 마치 일방적이었다는 듯이.. 전달했다. 물론 자신과의 성관계를 그 자신이 밝히지 못할 거라는 확신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학교에서 잘렸고, 이사장이 건낸 흰 봉투 속의 수표들을 건내 받았을땐 동생의 급식비를 지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이 가득 차 기쁘기 까지 했다. 자신 때문에 자기들이 좋아했던, 친하게 지냈던 강사 하나가 짤렸 다며 기분 나뿐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지만 승혜나 몇몇 친하던 친구들과 자신에게 호감을 보내던 남자 친구들은 자신을 따스하게 보살펴 줬다. 몇일 후 자신의 처녀성이 단돈 몇 백에 팔려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또다시 그녀의 숨통을 조르며 괴롭게 했었지만, 그런 비참한 감정따윈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모든게 조금씩 잊혀져 가기 시작할 때.. 혜정의 오빠가 눈앞에 다가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경험자라며 자신을 챙겨주고 강사와의 문제가 터졌을 때도 완전히 내 편에 서서 경멸의 눈초리를 그 강사와 강사를 좋아하던 다른 학생들에게 보내며, 자기를 욕하는 소리를 들으면 싸움도 못하는게 눈물을 그렁이며 소리 지르고 덤비던 승혜의 오빠가... 자신에게 다가왔다. 너무나 자상하고.. 서두르지 않으며, 따듯하게 자신의 겉모습이 아닌 자기의 모든 걸.. 좋아해 주며 다가선다. 그의 경재력은 자신을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충분했으며, 그의 자상함은 자신이 안고 있는 모든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주기 충분했다. 오빠의 눈빛에선 누가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신에 대한 애착과 성숙한 사랑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누군가와 남들 눈을 피해했던 데이트에서 보였던 그 남자의 주변을 살피던 시선과 행동에선 절대 느낄 수 없었던 당당함이 오빠에게서 베어 나왔다. 그의 말투는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자상했다. 이 남자를 노칠 수 없다. 이 남자만이 자신을 이 구덩이에서 구해 줄 수 있다. 이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 근데..... 뭔지 모르게 불안하다.


혜정은 벽시계를 보고는 서둘러 일어난다. 승혜가.. 혼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빠를 집으로 보내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며 승기에게 문자를 남긴다.



오빠.... 저.. 진짜
이제 오빠 사랑해
요.. 왜이렇게 마
음이 찡해지죠?사
랑해요..진심이에요.
만일 이게 다 꿈
이라면.. 죽을때
까지 깨지 않았으
면 좋겠어요..



운전을 하고 있을 텐데 금방 답문이 온다.


나도 그래.. 너가 아
니면 이제 안될 것
같다. 내가 다 책임
질게. 마음 무거워
하지마.. 내가다해결
해줄게..사랑해.




혜정은 코끝이 시큰해지는걸 느끼며 다시 문자를 남긴다.



고마워요..사랑해
요.. 오빠.. 운전
하면서 문자 보내
지말고 집에 가서
전화 주세요. 저처
럼 모자르고 부족
한애.. 사랑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말을 안듣고 또 답장을 하는 승기가 걱정스럽지만 설레이며 확인을 한다.


무슨소리야..바보
!! 너 나한테 차고
넘쳐서 너무 아까
울 정도야.. 너랑
함께 있으면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일
정돈데.. 사랑해..
그런생각절대 하
지마.. 알겠지!?




혜정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해서 사랑한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왠지 운전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꾹 참는다. 혜정의 발걸음이 도곡동의 휘황찬란한 가로등 길을 지나 어둑한 아파트 단지를 지난다.




승기는 생각보다 집에 늦게 들어와 승혜의 방문을 살핀다. 승기가 슬쩍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 방이 비어 있다. 깜짝 놀라 핸드폰을 열며 서재로 들어오는데 승혜가 자신의 서재 책상에 앉아 있다. 두 눈은 퉁퉁 부어올라 있다. 승혜가 원망스런 눈빛을 보내며 자신을 바라본다.

“왜이렇게 늦었어... 아프다고.. 빨리 들어오라고 했잖아!”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미안함이 스며든다.

“어.. 길이 막혀서.. 내려주고 오는데 좀 걸렸어.. 울었어? 눈이 왜그래....?”

“오빤.. 혜정이 때문에 내가 아프던 말던 상관이 없는거야? 빨리 오라고 그랬잖아.. 아프다구!!!”

승혜의 목소리가 메어온다. 승기는 가만히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승혜가 신경질 적으로 승기의 손을 피한다.

“건드리지마.. 오빠 어짜피.. 나 건드리고 싶지 않자나. 나 만지기 싫자나!”

“아니야 그런거.... 왜그래 너... 승혜야.. 좀 자자... 너 너무 힘들어서 그래..”

승혜는 드디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햐얀 얼굴에 두눈은 퉁퉁부어 붉어져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아무리 두 눈이 부어 있고 붉어 져 있어도 사랑스럽다. 승기는 승혜의 얼굴을 자신의 배쪽으로 끌어다 붙인다. 셔츠가 금세 젖어 눅눅해진다. 승혜는 너무나도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오..빠.. 흑... 혜정이.. 흑..흑... 오빠.. 돈 때문에 만나는거야.... 아까.. 화장실에서.. 흑...”

“그런거 아니야.... 그런 소리 하지마.... 승혜야.. 나중에 얘기하자..”

오늘 처음으로 혜정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었다... 아무리 동생이지만 오늘 혜정의 험담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돈이 혜정이 자신을 사랑하게된 동기중 중요한 부분이라고 승기도 모르지 않았다. 또.. 혜정은 승혜의 둘도 없는 친구이지 않은가.... 승혜의 입에서 친구를 험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흑... 아까.. 아까 내가 들었단 말이야!!!”

“..............”

“오빠 나이 많지만 돈 많으니까.. 돈 많으니까 나도 그렇고 오빠도 만나는 거라고 혜정이 말했단 말이야....”

“누구한테.. 너한테?”

“아니..... 미정이한테..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담배 피러 들어와서 하는 얘기 들었단 말이야...”

승혜는 조금 과장해서 말을 했다. 말을 하면서도 조금은 찔리지만 계속해서 입을 통해 거짓말들이 흐른다. 솔직히 말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지 않는가... 승기는 두눈을 슬며시 감는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아닐것이다. 거짓말일 것이다. 그럴리 없다.

“진짜야.. 거짓말 하는거 아니라구!!!! 이 바보 멍청아!!!!!”

“그래.. 그래.. 알았어.. 울지마... 오빠가 혜정이 만나지 말까?”

“...............”

오빠의 입에서 그 소리가 나오자.. 잠시 망설여 진다. 조금은 둘한테 미안한 감정이 든다. 말을 잊지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한다. 흥분해서 잠시 멈췄던 울음이 계속 쏟아져 나와 말을 잊지 못한다. 승기는 그런 승혜를 다시 배 쪽으로 바짝 끌어안는다. 승혜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 이걸 혜정에게 말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승혜의 울음이 그치길 기다릴 뿐이다. 머리를 쓸어 주며 눈물이 멈추길 기다린다. 승혜의 격하게 움직이던 어깨가 점차 사그러든다. 승기는 승혜의 얼굴을 위로 올리며 입을 맞춘다. 승혜는 가만히 받아 들인다. 그녀의 눈물에 젖은 입술이 짭짜름하게 승기의 혀를 통해 느껴진다. 승기의 혀가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가자 승혜의 혀는 승기의 혀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몸을 부딪쳐 온다. 짧은 키스를 마치고 승기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자.. 이제.. 오늘은 그만 자자.. 너도 힘들었겠다.. 놀랐겠네... 불쌍한것....”

승기는 승혜를 일으켜 방으로 대리고간다. 승혜를 침대에 누이고 일어나 나온다. 왜.. 키스를 했을까... 승혜의 울음을 빨리 멈추게 하려고....? 아니다.. 그저 안쓰럽고.. 왠지 승혜가 지금 자신과의 키스를 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키스를 했다. 승혜는 지금 외로운 것 같다. 자신이 혜정을 맞이해 자신을 멀리 할꺼라는 어리숙한 생각이 승혜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불쌍한 승혜... 승기는 서재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선지 머리가 어질하다.


“혜정아.. 승혜가.. 좀 이상해.. 너 뭐 아는거 없어? 얘가 사춘기를 타는지.... 이상하게 헛소리까지 하네...”

“............. 뭐..라고 그래요...?”

혜정이 뭔가 아는게 있는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묻는다.

“아니.. 뭐라 딱히 하는건 아닌데.. 계속 울고.. 미치겠다 야... 아웅....”

“잘 모르겠는데.. 걔 생리할 때.. 좀 아파 하긴 했는데.. 이렇게 심한건 처음이거든요.... 너무 걱정은 하지마세요.. 오빠...”

“그래.... 넌 안자? 안 피곤해? 피곤하지....”

“아뇨.. 괜찮아요.. 뭘 한게 있다고...”

“혜정아....”

“네?”

“혜정이는 이 오빠가 왜 좋아...? 오빤... 몸도 안좋고... 키도 그냥 그렇고... 잘생기지도 못했는데... 왜 좋아....?”

“음.. 글쎄요.. 근데.. 왜요?”

의외로.. 혜정은 담담하게 말을 잊는다.

“음.. 글쎄.. 왜 좋지? 흐흣... 모르겠어요.. 그냥.. 그냥 다 좋아요..”

“너가.. 귀신이 씬거구나.. ”

“그럼.. 오빤 제가 왜 좋아요?”

“음.. 이뻐서?”

“아~ 머에요~ 오빠.. 그게 다에요?”

“음.. 몸매도 좋으니까....”

“아~ 진짜!!!! 저 정말 삐질꺼에욧!! 삐졌어!!!”

“무슨 소리야... 혜정아.. 여자는 무조건 이뻐야해!!! 몰라? 남자는 강해야 하구!!!”

“아 그래두요~ 내 겉 모습만 좋다는게 어딨어요!!”

“물론.. 혜정이 착하고.. 배려 깊구.. 그런것도 좋지.. 근데... 그거 이전에 여자는 아름 다워야 한다고 생각해...”

“............”

“남자가 강하다는건.. 옛날에는 싸움이고... 그런거였겠지만... 지금은 돈이지..”

“.............”

“니네 나이때는 좋은 학교.. 학벌일거고.. 근데.. 조금 지나면... 그게 다 돈으로 연결되거든...”

“근데요....”

혜정의 목소리가 조금 화나있는 것처럼.. 당황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느껴진다.

“난 처음에 혜정이가 너무 착하고 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너 좋았어... 다 좋은거자나.. 이제 부터는 니 작은 행동 작은 사정.. 모든걸 사랑할 거야... 그니까.. 너도.. 오빠 사랑할 때.. 뭣 때문에 사랑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오빠 전체를 사랑해야돼... 알겠지?”

“지금도 그래요....”

혜정의 목소리가 조금 안도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오빤 돈도 많자나! 크크크크크!!”

“아~ 왜또 그렇게 되요! 언제 제가 오빠 돈 보고 좋아 한다고 그런적 있어요? 왜그래요~진짜~”

“아.. 그런게 아니고... 돈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

승기는 혜정이 자신의 경제력을 보고 자신을 사랑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앞으로 자신의 모든걸 사랑하게 되면 그런것 따위 상관 없다고.. 계속해서 혜정을 설득 한다.

“돈 같은거 없어도 되요....”

“아니야.. 돈은 있으면 편하지 머... ”

“지금도 없는데요.. 멀...”

“그러니까 앞으로는 많아야지...”

“그럼 오빤 제가 오빠 돈 때문에 사랑하는거였으면 좋겠어요?”

“아.. 그런건 아니지... 그래도 상관 없다는거야... 앞으로 내 모든걸 사랑하게 된다면...”

“..............”

“나도 처음엔.. 니 몸매며.. 니 얼굴이 이뻐서 너한테 호감이 간거잖아.. 근데 지금은 니가 갖은 목소리며... 너가 말할 때 짓는 표정이며, 니가 내뿜는 이산화탄소까지 사랑한 거거든...”

“오빠 좀 실망인데요!”

“뭐가!! 장난해? 앞보다 뒤가 더 중요해!”

“...........”

“왜 삐지고 난리임? 난 니 모든걸 사랑한다는데?”

“그럼 제가 팔이 하나 없어도 사랑할꺼에요?”

“어!”

“그럼 제가 뚱뚱해져도 사랑할꺼에요?”

“음... 다시 빼면 되지!”

“아~ 진짜!!! 그럼 제가 문둥병에 걸려도 사랑할거에요?”

“뚱뚱하고 문둥병? 음.. 그건 좀 곤란하다. 둘 중 하나면 몰라도.. 계속 좋은 친구 오빠로는 남아 줄게!!!!”

“아~!!! 진짜 오빠 미워!!!! 아까 사랑한다고 했던거 취소할래요!”

“크크크.. 왜~ 좀 너무 하잖냐.. 오빠처럼 돈많고 괜찮은 남자가 뚱뚱한 문둥병 환자랑 사는건.... 양심이 있어야지!”

“아~ 진짜 오빠 미워!!!!”

“난 사랑해....”

“됐어요!!! 거짓말 하지 말아요!”

“진짜야.. 사랑해...”

“..........”

“사랑해.....”

“..........”

“사랑한다구.....”

“저두요...”

“너두 머..”

“사랑해요...”

“니 모든걸 다 사랑해...”

“저두요.. ”

“너두 머..”

“오빠 모든걸... 다... 아 진짜.. 창피하게...”

“너두 머....”

“오빠의 모든걸 다 사랑해요.... 됐어요?”

“응....”

“진짜 사랑해요...”

“우리 한테... 앞으로 힘든일도 생길지도 몰라...그래도.. 오빤 절대 너 포기 안해... 그러니까.. 너도 하지마...”

“무슨 힘든일요?”

“모르지 그건... 그러니까.. 너도 오빠 포기 하지마... 죽을때 까지..”

“네... 오빠나 잘하삼~”

“난 잘해.. 니가 문제지...”

“아.. 끝까지 진짜...”

“크크크큭....”

“저 잘래요 오빠...”

“그래...”

“오빠도 안녕히 주무세요...”

“어.. 너도 오빠꿈 꾸고..”

“악몽을 꾸라는거죠...”

“그게 왜 악몽이야..”

“악몽이죠!!!! 오빠가 덥치는 꿈 꿀지도 몰라...”

“그게 악몽이야? 난 제일 기분 좋은 꿈일 텐데.. 그게 너한텐 악몽이구나!”

“아~ 진짜.. 말은 잘해... 잘 께요~”

“말로 이길라믄 10년은 더 있어야해~ 그니까.. 그냥 네네~ 만 해!!!”

“알았어요! 주무세요~ 오빠...”

“그래....”

“그럼 내일 전화 걸께요...”

“혜정아...”

“네....”

“사랑해....”

“저두요...”

“너두 머...”

“사랑한다구요~아~ 저 진짜 자야한다구욧~”

“크크.. 그래.. 잘 자....”

혜정이 자신의 의도를 파악했을까.... 승기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자신의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과거 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앞으로.. 자신의 모든걸 사랑하고 좋아해 준다면.. 자신을 좋아하게 된 동기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승기는 조금씩 깨닿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자신을 좋아 해준.. 많은 여자들과 혜정이 다르지 않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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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쉬니... 몸은 한결 가볍네요~

13화부터는 추천수가 100을 항상 넘기네요~ 기분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ㅋ

이런 삼류 맞춤법 모르는 제가 쓰는 소설을 좋아 해주신다니.. ㅠㅠ

몸둘바를 보르겠어요.. 크핫...

열심히 하겠습니다. 계속 꾸중해 주세요!!! 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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