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금요일이 지나간다. 뭐 딱히 주말에 약속도 없다. 그렇다고 집에 그냥 들어가기에는 주말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뜬금없이 후배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네 이민기 입니다”
“형~ 저에요~”
“응? 누구?”
“저 성태…”
“나참~ 너 안 죽었구나?”
“하하~ 형은 여전 하네요~ 혹시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약속?”
잠시 망설여진다. 지난 직장에서는 꾀나 친하게 지내 한동안 몰려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분탕질을 하던 사이였지만 나와 녀석 모두 이직을 한 이 후로는 연락이 뜸해 이제는 좀 서먹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슨 일 있냐?”
“네? 그건 아니고~ 그냥 형한테 상의 할 것도 좀 있고요~”
오랜만에 쉽지 않은 전화를 해서는 고민상담이라… 뭐 주말에 할 일도 업지 않은가??
“그래~ 어디서 볼까?”
“제가 형 있는 곳으로 갈께요~”
“아냐~ 나도 차 가져와서~ 그냥 예전에 맨날 가던 그 Bar 있지? 거기서 보자”
저녁을 먹고 다시 회사로 들어오면서 ‘정말 다시 들어가기 싫다’라고 생각하던 차라서 내심 반갑기도 했다. 얼른 들어가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나와 차를 몰았다.
상의 할게 있다던 최이사를 등지고 나와서 그런지 좀 씁쓸하긴 했지만 황금 같은 주말을 최이사 딱까리를 하면서 지내고 싶지는 않다.
녀석보다 먼저 도착할거라고 생각 했는데 녀석이 먼저 왔는지 전화가 온다.
“형~ 여기 문 닫았는데?”
“어? 그래?”
“응~ 칼국수 집으로 바뀌었나봐~”
왠지 실소가 난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서울은 단골이 점점 없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다른 가게가 생기고 하루가 다르게 업종이 바뀐다.
“거의 다 왔다. 너도 차 가져왔지?”
“네”
“그럼 나 따라와라”
조금 후 녀석을 지나면서 차창을 열어 손짓을 하고는 근처에 새로 오픈 했다는 선배의 술집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면서 주차요원에게 주차 증을 받는데 녀석이 곧바로 따라왔다.
“형~ 오랜만이에요~”
“하하 그러게~ 그나저나 어쩐 일이냐? 너처럼 낙천적인 새끼가 고민 상담을 다 청하고~”
“사는게 그렇죠 뭐~ 여긴 어디에요?”
“엉~ 나 아는 형이 새로 오픈했다고 해서~ 너도 보고~ 얼굴 도장도 찍구~ 겸사겸사~ 괜찮지?”
“예~ 뭐 저야~ 시끄러운데에요?”
“야~ 니가 심각하게 고민 있다는데 시끄러운데 왔겠냐~ 혹시 시끄러우면 딴데 가자~”
녀석을 끌고 엘리베이터를 탓다. 9층을 누르고 그 동안 어떻게 살았냐고 하니 녀석이 씨익 웃기만 하고 말이 없다. 수다스럽지는 않지만 언제나 밝고, 낙천적이라 항상 웃는 얼굴이었는데 그 동안 느낌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고민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엘리베이터에 내리니 입구에서 종업원이 인사를 한다.
“예약 하셨어요?”
“아니요~ 혹시 여기 사장님 계신가요?”
“아~ 사장님이요? 잠시만요~”
꾀나 예쁜 얼굴이다. 순간 살짝 웃어주는 치아 사이로 내 것을 처박아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아 씨발 내가 왜 이러지?’
평상시 아무리 예쁜 여자를 봐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이상하다… 꾀나 예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묘한 매력이 있는 아가씨다.
곧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형이 호들갑을 떤다. 아마 새로 오픈 했는데 지인이 와서 직원들이 보라고 그러는 모양이다. 술장사 하는 놈들이 아무튼 가오는 더 세운다.
“이야~ 이사장~ 이 새끼~ 지금 오냐?”
“원래 주인공은 나중에 오는 거야~”
“아무튼 말은~”
턱 짓으로 누구냐고 묻는 통에 나도 되돌아 보았지만 녀석이 등을 돌리고 있다. 오늘 좀 이상하다.
“야 인사해라~ 형님이다”
그제서야 조금 몸을 틀어 꾸벅 인사를 하는데 뭔가 눈치가 이상하다. 상황도 이상하다.
“아 형~ 인사는 자리에 가서 하자~”
형을 떠밀면서 가게로 들어가니 가게는 생각보다 크다. 일부러 이런 구조를 했겠지만 좁은 골목같은 곳을 지나자 앉을 수 있는 Bar가 있고 Bar를 지나자 탁 트인 구조에 동그랗게 테이블마다 테두리를 하고 얇은 커튼을 쳐 놓았다. 조금은 특이한 구조다.
자리로 안내해주더니 내 옆자리로 형이 찰싹 달라 붙는다.
“야~ 씨발 어떻게 된거야~ 연락도 뜸하구~”
“원래 무소식, 희소식! 몰라?”
“그래~ 일은 잘 되냐?”
“뭐 그래요~”
“야 요새 뭐 좋은 건수 없냐?”
“뭔 건수?”
“야~ 나 요새 이거 때문에 돈 쪼들려서 죽겠다. 어떻게 단타로 재미 좀 보자~”
“나도 그지야~ 그런 건수 있으면 내가 하겠수~”
올 초에 하도 안달을 해서 거래처 사장님으로부터 받은 고급 정보를 좀 줬더니 그 뒤로 나를 볼 적마다 떼를 쓴다. 내가 조금만 하라고 했지만 왕창 넣었다가 그 때에 재미를 좀 본 모양이다.
“아~ 이새끼~”
“야~ 너 인사 똑바루해~ 형님이다”
성태 놈이 그제서야 일어서서 인사를 하면서 언제 손에 들고 있었는지 명함을 건넨다.
“박성탭니다. 입구에서는 경황이 없어서…”
“아~ 네~ 최영철이에요~ 반가워요~ 야 임마 너는 사람 무안하게~”
“아니야~ 인사 잘해서 손해 안 봐~”
“아~ 새끼~ 술 뭐 줄까?”
“형이 아무거나 줘요~ 우리끼리~ 주문은 무슨~”
내가 분위기를 좀 만들었더니 영철이 형이 얼른 내뺀다.
“야~ 너 왜 그래?”
“아~ 형~ 나가자~”
“왜?”
“아까 입구에서~”
“응~ 입구 뭐~”
“그 여자애~”
“아 씨발 빨랑 말해~ 뭐~”
“아 쪽팔려 씨발~ 걔가 처제야~ 아~ 저녁에 알바 한다고 하길래 내가 예상은 했는데 여기서 딱 마주치네~”
“푸하하하하하하하”
“아 형 웃지마요~”
“씨발 니네 집두 존나 웃긴다… 뭐 어때~”
“아 형 나가요~”
“야~ 피하는게 상책이냐?”
“아마 형 보냐고 나는 못 알아 봤을거야~ 나가자~”
“그래? 그래~ 가자~ 아 씨발 존나 웃기네~”
일어서려는데 챙반을 들고 성태의 처제가 우리 테이블로 오고 있다. 일어서려다가 얼른 성태가 자리에 앉으면서 얼굴을 돌린다.
“저 죄송한테도 저희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해서요~ 이건 도로 가져가시고 사장님 좀 불러 주실래요?”
“어머~ 안가셔도 되요~ 형부~ 저 때문에 그래요?”
당돌하다. 나도 성태도 눈이 커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 천연덕스럽게 테이블에 안주며 술잔을 놓으면서 웃는다.
“언니한테 비밀로 하면 되죠~ 킥킥”
“어? 어~”
얼른 테이블을 세팅하더니 곧 쟁반을 들고 사라진다.
“푸하하하~ 야 너랑 나랑 한방 먹었는데? 어떻할래? 갈래?”
“아~ 씨발 아 나도 몰라~ 이렇게 된거 그냥 마시죠~”
“그래~ 씨발 나도 존나 재밌다 상황~”
왠지 모를 은근한 기대가 되어 나도 나가기는 싫었다. 곧 영철이 형이 온다.
“어떻게 언니들 앉혀줘야지?”
“아니 근데 여긴 뭐 토킹바야?”
“응~ 애들이 돌아가면서 분위기 맞춰 줄거야~ 뭐 단둘이 할 얘기 있으면 좀 있다가 앉히고~”
“애들은 좀 있다가 앉힐 테니 일단 형 좀 일루 와봐”
팔을 잡아 끌어 내 옆에 앉혔다.
“형~ 좀 전에 여기 술가져온 아가씨 말이야~”
“아~ 이 새끼~ 걔는 그냥 서빙하는 애야~ 너 씨발 작업걸면 안되~ 갑자기 안나오면 씨발 내가 너부터 조질꺼야~”
“에이~ 나이도 어려 보이던데 내가 무슨~”
“웃기구 자빠졌네~ 암튼 내가 이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할 테니 그리 알아라~”
“하하하하하~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 아가씨 프로필 좀 읊어봐~”
“그냥 대학생이야~ 커피 마시러 갔다가 하도 예뻐서 입구에 좀 세울려고 한달을 졸라서 겨우 한달만 알바 해주기로 한 애니까 너는 신경 꺼라~”
“그래? 이쁘면 아가씨로 쓰지 왜~”
“야 절대 안 한단다~ 나도 아가씨로 꼬셔볼랬더니 씨도 안 먹히더라”
“에효! 암튼 나 잠시만 이 새끼랑 얘기 좀 할 테니까 좀 있다가 형도 와서 한잔 해요~ 얘 고민 있다니까 킥킥”
“그래~ 알았어~ 불러라~ 나도 너한테 할 얘기 있다”
영철이 형이 사라지고 성태를 보니 벌써 저 혼자 몇 잔을 들이킨다.
“야~ 씨발 뭐 이상한 알바도 아니네~”
“그러게요~ 그건 다행이네요~”
“근데 너 고민은 먼데? 얼렁 까봐~”
“한잔 하세요~”
그제서야 술병을 들면서 잔을 채워 준다. 녀석의 이야기를 한 30분은 들은 것 같다. 인상을 구기고 다닐 만도 했다.
성태는 1년 전에 부산이 고향인 아가씨와 결혼을 했다. 나는 해외 출장으로 성태의 결혼식에 참석을 못했지만 주변사람들로부터 성태가 꾀나 예쁜 색시를 얻었다고들 부러워했었다. 한잔 쭉 들이킨 성태가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한달 전쯤에 제 처가 식구들과 장인어른 생신 때문에 제주도로 여행을 갔었단다. 장인과 장모, 그리고 처남, 처남댁, 처제 또 막내 이모와 이모부가 붙어 꾀나 비용이 들었었단다.
“아 근데 다들 짝이 있는데 처제만 짝이 없잖아요~ 그래서 처제를 우리 방에 재웠는데~”
이야기가 점점 흥미진진하다.
“근데~ 아 씨발 재밌겠다~”
“근데 처제랑 제 마누라랑 침대에서 재우고 바닥에서 잘려니 잠이 안 오더라구요~”
살짝 실망이 된다. 녀석이 방금 술을 가져온 처제를 따먹었다면 나도 어떻게 해볼 수도 있겠다 싶었었는데…
“아 씨발 본론만 말해~”
“근데 이모부도 잠이 안 왔는지 콘도 일층에서 담배 피우다가 마주친거에요~”
“아 새끼 그래서~ 본론만 하자~ 길다~”
“아 들어보세요~ 이모부가 술한잔 하겠냐고 해서 체가 차를 몰아서 회를 떠와서 이모부방에서 술을 먹다가…”
하고는 말을 흐린다. 이 새끼… 이 새끼… 제 처의 이모를 따먹었군… 싶었다.
“먹다가~”
“이모부가 장인까지 깨워서 술판이 벌어졌는데… 아침에 깨보니까 장인은 혼자 있고, 이모부랑 장모랑 떡을 친거에요~”
“뭐? 푸하하하하하하”
뭐 이런 콩가루가… 재미있다. 어디 싸구려 주간지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아 형…”
“그래 그래 미안~ 근데 그걸 니가 왜 고민해~”
“근데 저도 그날 이모님을…”
역시나…
“야 이모가 몇살인데?”
“마흔 셋이요”
“왜 이렇게 젊어~”
“막내 이모라서… 장모님도 뭐 아직 55밖에 안됐어요 제 와이프가 25밖에 안됐거든요~”
“야~ 씨발 어떻게 하냐~”
“아직 와이프도 장인도 모르거든요~ 다행히 제가 젤 먼저 일어나서 이모 깨우고 나왔더니 장인 혼자 소파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이상해서 장모방에 들어갔더니 이모부랑 둘이 다 벗고 누워 있더라고요~ 나참~”
“야~ 씨발 존나 흥미진진하다아~”
“이모 몰래 장모랑 이모부 깨워서 지금은 조용한데 아~ 씨발”
“그럼 됐네~ 그냥 너만 입다물고 있으면 없던 일 되겠구만~”
“그게요~ 자꾸 이모가 만나자고~ 하구~ 이모부도 그렇구~ 장모두 노심초사 하면서 모두들 먼저 말은 안 꺼내는데… 불편해 죽을거 같아요~”
“아하하하하~ 야 씨발 이모가 더 해달래?”
“이모가 자꾸~ 술 마시자구~”
“이모 상태가 어떤데?”
“예?”
“상태~ 이뻐?”
“아~ 뭐 그 나이로는 안 보여요~ 아 내가 미쳤지~ 술 먹어서 그런지 솔직히 기억도 하나도 안나고~”
“푸하하하하하 씨발 니네 처가 존나 골때린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이에 영철이 형이 언니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야 뭔 얘기가 그렇게 재밌어~”
고개를 돌려 영철이 형이 데리고 온 언니들을 보았는데 성태 처제가 방긋 웃고 있었다. 나는 내 옆자리에 앉을 언니에게 당연히 시선이 쏠렸고, 성태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 있었다.
상당히 미인이다. 당연히 그 언니가 내 옆자리에 앉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
“앉으세요~”
그런데 성태 처제가 내 옆자리에 먼저 앉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도 성태도 또 놀랐다. 나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얼른 자리를 일어나 영철이형을 데리고 잠시 바에 앉았다.
“형~ 뭐야~ 쟤는 서빙만 한데메~”
“그러게~ 갑자기 나한테 와서는 자기 오늘만 저 테이블에서 술마시면 안되냐고 그러더라? 다른 테이블에는 싫고 니네 테이블에만 앉아서 술 마시고 싶데~ 지가~ 야~ 씨발 넌 입구에서 그 잠깐 사이에 애한테 뭐라고 뻥을 쳤길래 지가 먼저 저러냐?”
“아~ 나 미치겠네~ 그게 아니구 형~ 아 참~~ 이거 말해야 하나? 아니 어차피 형도 알아야겠다~”
“뭐~ 뭔데~”
“형 오늘 같이 온 후배~ 저 아가시가 저새끼 처제래~ 그래서 그런거 같은데?”
“뭐? 진짜?”
“크크크크 존나 웃기지? 암튼 그래서 그런거 같은데 오늘만 일 시키구 아마 성태가 일 못하게 할거야~ 형이 좀 이해해~”
“나 참~ 씨발~ 세상 참 좁네~ 일단 알았다~ 집에 보내야겠지?”
“응~ 형 미안해~”
“됐다~ 이게 니가 미안할 일이냐? 씨발~ 아~ 알바 또 어디가서 구하냐? 근데 시발 졸라 웃기긴 웃긴다~”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니 자리 상태가 그대로다.
“성태야~ 니가 여기 앉을래?”
“네?”
당황한 성태가 머뭇거린다.
“어머~ 제가 싫으세요?”
처제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본다. 씨발년 구멍을 후벼 파버리고 싶다. 왠지 가학을 하고 싶은 얼굴이다.
자리에 앉아 처제에게 잠시 귓말을 한다고 제스처를 하고는 귓속말로 말했다.
“저 성태 처제라면서요~”
“어머~ 형부가 말해요?”
“네~ 근데 제 옆자리”
“아~ 저는 형부 옆자리는 싫고 또 형부 얼굴 볼려고~ 재밌잖아요~ 킥킥 근데 제가 싫으시면 다른분 오시라고 할께요~”
“아 그건 아니고~ 뭐 여기가 이상한데도 아니고~ 그냥 앉아서 술만 마시는건데~ 전 상관 없어요~”
“그럼 저 여기 있어도 되죠?”
조금 웃어주는 그녀의 고른 치아가 다시 보인다. 따먹고 싶다. 성태가 없었다면 정말 작업을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이 어린 그녀에게 지분대는 아저씨소리나 듣고 말았겠지만…
“언니~ 우리 형부야~”
나도 성태도 성태 옆자리에 앉은 이쁜이도 모두 놀랐다.
“정말? 킥킥킥 야 나 니네 언니한테 머리 다 뜯기는 거 아냐? 호호호”
이럴 때 보면 여자들이 훨씬 대담하다. 나도 그럴 테지만 성태의 표정도 그렇다. 대담한 언니들에게 지고 싶지는 않다.
“자자~ 잠시 처제, 형부는 접고… 우리 처제도 성태 너도 무덤까지 가는 비밀로 하고 오늘은 그냥 재미있게 술이나 마시죠~”
까발리고 나니까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다. 처제의 이름은 진희, 성태 옆자리 언니는 소연이었다. 진희는 본명인 것 같았다. 소연이는 검은색 짧은 레이스 원피스를 입었는데 다리가 참 착한 언니였고 진희는 줄무늬 플레어에 티셔츠를 입어 평범해 보였지만 은근히 볼륨이 있어 보였다.
소연이는 상황이 재미있었는지 자꾸 질문을 해댔다. 너희 언니는 어떠냐~ 내가 예쁘냐 너희 언니가 예쁘냐~ 로 시작해서 벌써 모두들 그들 부부를 잘 아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저 원래 다른 테이블도 돌아야 하거든요~”
“아~ 그러세요~”
성태가 말하니 소연이가 조금 서운해 한다.
“어머~ 근데 저 오늘은 여기 너무 재미 있어서 그냥 여기만 있을거라고 할려고 했더니… 진희야 니네 언니가 나보다 예쁜가보다~”
“아니 그게 아니구요~ 곤란하실까봐~”
진희랑 나는 재미있다. 성태 녀석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럼 오빠 나 여기 계속 있을까?”
“아~ 그럼요~ 저야 좋죠~”
“그래 언니~ 다른 언니 오면 오빠들 또 말 없어져~ 그냥 우리 여기서만 놀자~”
“그럴까? 그러다 나 니네 형부랑 바람나면 어떻게 해~”
“어머~”
“오빠 나 어때? 나랑 바람 피울까?”
소연이가 성태에 목에 팔을 둘러 엉겨 붙는다.
“언니~ 우리 형부 장난 아니야~ 언니가 조심해야 할걸?”
“어머~ 오빠 선수야?”
“처제~ 내가 뭘~”
“어머~ 형부~ 순진한 척 하는 거에요? 우리 언니 놔두고~ 에이~ 아니에요~”
순간 성태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내가… 언제 바람 피웠다구 구래~ 처제도 참…”
“어머~ 저 발뺌하는 것 봐~”
성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야~ 니네 처제 무섭다~ 뭐 약점 잡혔나본데~ 너 용돈 좀 뜯기겠다? 하하”
쓸데없는 농을 던지면서 화제를 바꾸려는데 진희가 성태 눈을 똑바로 보고 있다. 소연이도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함께 화재를 돌린다.
“그럼 나 오빠랑 바람 펴도 되겠다~”
하면서 성태 볼에 뽀뽀를 한다.
“어머~ 언니~ 우리 형부 건들지마~”
역시 프로인가? 분위기가 바뀐다. 다들 웃으면서 농을 꺼냈고 웃고 떠들다가 자연스레 취기가 돌자 성태는 소연이랑 들리지도 않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나는 내심 궁금해서 진희에게 귀엣말을 했다.
“진희씨 성태가 바람 피우는 현장을 목격했어?”
“네? 그게…”
조금 전과는 다르게 당황한다.
“바람 피우는 걸 봤다며~”
흘깃 성태를 보더니 다시 나를 본다. 술이 조금 들어가서 그런지 볼이 조금 달아 올랐다. 귀엽다.
“아니에요~”
“에이~ 뭔데~”
조금 더 추궁해 보았다.
“저 오빠만 알고 있을 수 있어요? 형부한테도 이야기 하면 안되고~”
“당연하지~”
“그게요…”
역시 비밀은 없는 법인가? 성태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희가 제주도에서 일을 알고 있었다. 다만 성태가 자기 이모랑 바람을 피웠다고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성태 저 미친놈 어쩌려구~”
“아니요~ 형부가 문제가 아니라 이모가 꼬리쳐서 그랬을 걸요~”
“그걸 어떻게 알아?”
“저희 이모가 좀 전력이 있어요~ 킥킥 그래도 이모가 돈이 많아서 그런지 이모부가 다 봐주면서 살죠~”
“그렇구나~ 그나저나 어쩌냐~”
“뭐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죠~”
“뭐? 푸하하하하하하”
진희… 재미있는 아이다. 눈빛에 장난기도 많고 순진해 보이기만 하지 순진하지 않다.
“절대 형부한테는 제가 알고 있다고 말하지 마요~”
부탁을 해오니 장난기가 돈다.
“진희 하는 거 봐서~”
“어머~ 진짜~ 말하라고 꼬실 때는 언제고~”
“안 넘어 왔어야지~”
“어머~ 이 오빠 웃긴다~ 그런게 어딧어요~ 안돼요~ 저 아는 거 알면~”
인상이 구겨진다. 얘가 성태를 좋아하나? 하긴 성태 놈이 잘생기고, 키도 크고, 호남형이라 여자들이 쉽게 좋아할 타입이긴 하다. 조금 자존심이 상한다. 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럼 있다가 성태 안볼 때 뽀뽀해주면 약속지킬께~”
술을 마시려던 그녀에게 조그맣게 이야기 하니 술을 마시면서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다 마시고 나서도 한참이나 물끄러미 본다.
‘아 괜히 장난 친 건가? 양아치 같았나?’
괜한 자격지심이 생긴다. 아마도 진희가 어려서 그런가 보다.
갑자기 진희가 돌아 앉더니 팔을 뻗어 내 목을 감고는 키스를 해온다. 그리고는 혀를 넣는다. 정말 진한 키스~ 아마도 이 가게에 누구라도 봤다면 놀랐을 거다. 그렇게 한참이나 키스를 했다. 일분도 넘게 한 것 같다. 입술을 떼고 성태를 보니 성태도 소연이도 입이 떡 벌어져서는 말을 못하고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를 앞으로 고쳐 앉는 진희 귀에 말했다.
“진희 입술 맛있는데?”
진희가 다시 내 쪽으로 비틀어 앉더니 다시 키스를 해온다. 이번에는 더 길다. 성태도 소연이도 아무 말이 없다.
진희가 입술을 떼더니 내 얼굴을 잡아 끌어 가져가더니 귀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오빠 입술은 별론데?”
오기가 생긴다. 이번에는 내가 다가가 키스를 했다. 길게 했다. 5분은 한 것 같다. 입술을 떼면서 진희 얼굴을 잡아 끌면서 귀엣말을 했다.
“맛만 좋구만~”
키득거리면서 웃는다. 웃으면서 내 얼굴을 잡아 귀엣말을 한다.
“첫 맛하고 다르네? 킥킥 오빠두 맛있어~”
귀엽다. 정말 귀엽다.
돌아보니 아직도 망부석처럼 놀란 토끼 눈으로 보고 있다. 진희가 웃으면서 분위기를 전환한다.
“아 뭐야~ 뽀뽀 첨 봐? 킥킥”
“처제~ 그게 그래도~”
“오빠 유부남이야?”
진희가 날 보면서 묻는다.
“응? 아니!!”
“처제~ 취했나 보다~ 일어나 집에 가자!!”
성태가 기분이 상했나 보다. 하긴… 성태가 이해된다.
“형부~ 형부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있어요?”
나도, 성태도, 소연이도 모두 정지 상태가 되었다. 진희와 성태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하다.
다행히 영철이 형이 좀 취해서는 자리로 끼어든다.
“민기야~ 나랑 얘기 좀 하자~”
하면서 나와 진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 덕에 소연이랑 진희가 잠시 자리를 피한다. 다행이다. 성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얼굴이 상당히 구겨져 있다. 역시나 영철이 형은 소스를 달라고 볶아댄다.
“형~ 미안한데 내가 진짜 다음에 연락 해 줄게~ 지금은 나도 소스 없어~ 그리고 나 성태랑 좀 할 얘기가 있어~ 미안해 형~”
영철이 형이 알았다면서 사라지고 나니 성태랑 나만 남은 술자리가 어색해진다.
“성태야~ 저 형이 실수한 것 같다. 처제 데리고 집에 얼른 들어가라~ 진짜 미안하다”
“아~ 저 쪼끄만 년이~ 아니에요~ 형이 뭘~ 저년이 달려들던데~ 아 근데 저년이 약을 처먹었나 왜 저러지? 아 씨발 짜증나~”
하더니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나도 하는 수가 없다.
“야~ 니네 처제가 제주도일 알던데?”
성태 눈이 그렇게 커지는 것은 처음 봤다. 입도 벌어져 있다.
“아까 내가 살살 꼬셔봤더니 그렇게 얘기 하더라~”
“진짜요? 아 미치겠네~”
“야 근데 다행히 니 장모랑 이모부 일은 모르는 것 같던데?”
“그래요? 아 그건 다행인데~ 아 씨발 어떻게 하지? 저게 지 언니한테 다 말할텐데~”
“야 한달이나 됐는데 아직 얘기 안한건 앞으로도 그럴거란 얘기 아니냐?”
“그런가? 아 씨발~”
계속 씨발이라는 욕을 되뇐다.
“그리구~ 나만 그렇게 느끼는진 몰라두~ 진희가 너 좋아하는거 아니냐? 난 그런거 같던데~”
“네? 아~ 형두 설마요~”
“그런가?”
“솔직히 체제랑 친하지도 않고, 얼굴도 몇 번 본적도 없는데”
‘내 느낌이 틀린 것인가?’
“야 얼른 처제 데리고 들어가~”
“잠깐만요~ 아 씨발 어떻게 하죠? 같이 가다가는 그 얘기 꺼낼 기세고~ 지 언니한테 얘기하면…”
“야 진희가 그러는데 지네 이모가 전력이 있다더만~ 너 솔직히 기억도 안 난다며~ 내가 보기엔 씨발 니가 따인거 같은데?”
“네? 처제가 그래요?”
“그래~ 가면서 살살 달래봐~ 넌 기억도 안 나고… 술먹고 일어나니까 그렇게 되었었다고~ 그럼 지네 이모 탓을 하겠지~ 그러면서 살살 달래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진희랑 소연이가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저희들 근무 끝나서요~ 인사 드리고 갈려고~”
소연이가 말을 꺼내자 진희가 제 형부 옆으로 간다.
“형부~ 집에 갈꺼에요?”
“응? 응~ 가야지~”
조금 전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누그러지자 진희가 눈치를 챘는지 나를 째려본다.
“그래~ 우리 다 취했으니까 이제 그만 마시고 일어나자~”
얼른 일어나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는데 또 성태랑 진희가 티격태격하면서 온다.
“아 난 저 오빠랑 한잔 더하고 간다고요~ 형부만 들어가요~”
“처제~ 그냥 가자~ 응?”
성태가 사정을 한다. 나 역시 이런데 이용 당하고 싶지는 않다. 실랑이를 하면서 어쩌다 보니 소연이까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언니~ 난 이 오빠랑 한잔 더 할건데 언니도 가자~”
“응? 나두?”
의외의 전개다. 소연이도 또 가고 싶어하는 눈치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성태가 화가 났는지 성을 부리면서 제 차로 간다.
“그래~ 알아서 해~”
잠시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차 키를 진희에게 주고 성태를 따라갔다.
“야 임마~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하냐~ 야 일단 한잔 더하러 갔다가 니네 처제 니가 데리고 가라~ 나도 불편하다”
담배를 피워 물더니 한참을 생각한다. 나도 왠지 복잡한 마음이 들어 담배를 피웠다. 성태가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밟아 끄면서 뭔가를 결심한 눈으로 나를 본다.
“형!!”
“응~”
내가 왜 이렇게 녀석에게 미안해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녀석의 눈치를 보게 된다. 나도 조금은 짜증이 난다.
“형!! 나 부탁 하나 합시다”
“어~ 그래~ 뭔데~”
또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말을 꺼낸다.
“형!! 술 더 먹으러 갑시다. 가서 술 더 마시고 진희를 형이 데리고 자라~”
“뭐?”
무슨 소리를? 의아하다.
“아니~ 나도 약점 잡아야지~ 씨발 어린 년한테 당하는 것도 그렇고~ 시발 그리고 형 말대로라면 내가 뭐 잘못한게 있어~ 나도 씨발 당한거지~ 저 어린년이~ 씨발~”
어지간히 취했나 보다.
“야~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
“형~!! 아까 형도 실수라고 인정 했으니 마무리 지읍시다~”
성태가 쐬기를 박는다.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괜히 둘 사이에서 나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야 임마~ 그게 형한테 할 소리냐? 그리구 니네 처제랑 내가 하긴 뭘해~ 얼른 집에 가라~ 아 씨발 나도 몰라~ 니네끼리 알아서 해~ 나 혼자 그냥 집에 갈란다”
돌아서서 내 차로 돌아와 그녀들을 내리라고 하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성태가 그제서야 미안했는지 차 앞을 가로 막는다.
그런데 진희는 더 가관이다. 차문을 열어 앞자리에 타고는 팔짱을 낀다.
“오빠~ 한잔 더 하자~”
화가 난다.
“무슨 오빠는~ 내가 나이가 몇인 줄 알아~? 내려~ 니네 집안 일은 니네끼리 알아서 해!!”
순간 당황했는지 발을 빼고 나를 본다. 앞만 보던 나는 옆 통수가 뜨겁다.
“오빠!! 나랑 오늘 술 한잔 해주면 오늘 오빠랑 자 줄께”
황당하다. 황당해서 진희를 보았다. 생글거리면서 웃고 있다.
성태도 데리고 자리고 한다. 진희도 준다고 한다. 내가 언제 21살 어린 육체를 탐할 수 있겠는가?
‘그래~ 씨발 모르겠다… 성태랑 뭐 존나 친한 것도 아니고~ 씨발 이런 기회가 있겠어?’
“너 약속 지켜라~”
진희 눈을 보고 이야기 하고는 차에서 내려서 주차요원에게 대리를 불렀다. 그리고 우리는 넷이 그 근처의 가라오케를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냥 어린 여자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볍게 생각했었다. 성태나 내가 앞으로 격을 일은 까맣게 모르는 체…
“네 이민기 입니다”
“형~ 저에요~”
“응? 누구?”
“저 성태…”
“나참~ 너 안 죽었구나?”
“하하~ 형은 여전 하네요~ 혹시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약속?”
잠시 망설여진다. 지난 직장에서는 꾀나 친하게 지내 한동안 몰려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분탕질을 하던 사이였지만 나와 녀석 모두 이직을 한 이 후로는 연락이 뜸해 이제는 좀 서먹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슨 일 있냐?”
“네? 그건 아니고~ 그냥 형한테 상의 할 것도 좀 있고요~”
오랜만에 쉽지 않은 전화를 해서는 고민상담이라… 뭐 주말에 할 일도 업지 않은가??
“그래~ 어디서 볼까?”
“제가 형 있는 곳으로 갈께요~”
“아냐~ 나도 차 가져와서~ 그냥 예전에 맨날 가던 그 Bar 있지? 거기서 보자”
저녁을 먹고 다시 회사로 들어오면서 ‘정말 다시 들어가기 싫다’라고 생각하던 차라서 내심 반갑기도 했다. 얼른 들어가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나와 차를 몰았다.
상의 할게 있다던 최이사를 등지고 나와서 그런지 좀 씁쓸하긴 했지만 황금 같은 주말을 최이사 딱까리를 하면서 지내고 싶지는 않다.
녀석보다 먼저 도착할거라고 생각 했는데 녀석이 먼저 왔는지 전화가 온다.
“형~ 여기 문 닫았는데?”
“어? 그래?”
“응~ 칼국수 집으로 바뀌었나봐~”
왠지 실소가 난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서울은 단골이 점점 없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다른 가게가 생기고 하루가 다르게 업종이 바뀐다.
“거의 다 왔다. 너도 차 가져왔지?”
“네”
“그럼 나 따라와라”
조금 후 녀석을 지나면서 차창을 열어 손짓을 하고는 근처에 새로 오픈 했다는 선배의 술집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면서 주차요원에게 주차 증을 받는데 녀석이 곧바로 따라왔다.
“형~ 오랜만이에요~”
“하하 그러게~ 그나저나 어쩐 일이냐? 너처럼 낙천적인 새끼가 고민 상담을 다 청하고~”
“사는게 그렇죠 뭐~ 여긴 어디에요?”
“엉~ 나 아는 형이 새로 오픈했다고 해서~ 너도 보고~ 얼굴 도장도 찍구~ 겸사겸사~ 괜찮지?”
“예~ 뭐 저야~ 시끄러운데에요?”
“야~ 니가 심각하게 고민 있다는데 시끄러운데 왔겠냐~ 혹시 시끄러우면 딴데 가자~”
녀석을 끌고 엘리베이터를 탓다. 9층을 누르고 그 동안 어떻게 살았냐고 하니 녀석이 씨익 웃기만 하고 말이 없다. 수다스럽지는 않지만 언제나 밝고, 낙천적이라 항상 웃는 얼굴이었는데 그 동안 느낌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고민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엘리베이터에 내리니 입구에서 종업원이 인사를 한다.
“예약 하셨어요?”
“아니요~ 혹시 여기 사장님 계신가요?”
“아~ 사장님이요? 잠시만요~”
꾀나 예쁜 얼굴이다. 순간 살짝 웃어주는 치아 사이로 내 것을 처박아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아 씨발 내가 왜 이러지?’
평상시 아무리 예쁜 여자를 봐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이상하다… 꾀나 예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묘한 매력이 있는 아가씨다.
곧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형이 호들갑을 떤다. 아마 새로 오픈 했는데 지인이 와서 직원들이 보라고 그러는 모양이다. 술장사 하는 놈들이 아무튼 가오는 더 세운다.
“이야~ 이사장~ 이 새끼~ 지금 오냐?”
“원래 주인공은 나중에 오는 거야~”
“아무튼 말은~”
턱 짓으로 누구냐고 묻는 통에 나도 되돌아 보았지만 녀석이 등을 돌리고 있다. 오늘 좀 이상하다.
“야 인사해라~ 형님이다”
그제서야 조금 몸을 틀어 꾸벅 인사를 하는데 뭔가 눈치가 이상하다. 상황도 이상하다.
“아 형~ 인사는 자리에 가서 하자~”
형을 떠밀면서 가게로 들어가니 가게는 생각보다 크다. 일부러 이런 구조를 했겠지만 좁은 골목같은 곳을 지나자 앉을 수 있는 Bar가 있고 Bar를 지나자 탁 트인 구조에 동그랗게 테이블마다 테두리를 하고 얇은 커튼을 쳐 놓았다. 조금은 특이한 구조다.
자리로 안내해주더니 내 옆자리로 형이 찰싹 달라 붙는다.
“야~ 씨발 어떻게 된거야~ 연락도 뜸하구~”
“원래 무소식, 희소식! 몰라?”
“그래~ 일은 잘 되냐?”
“뭐 그래요~”
“야 요새 뭐 좋은 건수 없냐?”
“뭔 건수?”
“야~ 나 요새 이거 때문에 돈 쪼들려서 죽겠다. 어떻게 단타로 재미 좀 보자~”
“나도 그지야~ 그런 건수 있으면 내가 하겠수~”
올 초에 하도 안달을 해서 거래처 사장님으로부터 받은 고급 정보를 좀 줬더니 그 뒤로 나를 볼 적마다 떼를 쓴다. 내가 조금만 하라고 했지만 왕창 넣었다가 그 때에 재미를 좀 본 모양이다.
“아~ 이새끼~”
“야~ 너 인사 똑바루해~ 형님이다”
성태 놈이 그제서야 일어서서 인사를 하면서 언제 손에 들고 있었는지 명함을 건넨다.
“박성탭니다. 입구에서는 경황이 없어서…”
“아~ 네~ 최영철이에요~ 반가워요~ 야 임마 너는 사람 무안하게~”
“아니야~ 인사 잘해서 손해 안 봐~”
“아~ 새끼~ 술 뭐 줄까?”
“형이 아무거나 줘요~ 우리끼리~ 주문은 무슨~”
내가 분위기를 좀 만들었더니 영철이 형이 얼른 내뺀다.
“야~ 너 왜 그래?”
“아~ 형~ 나가자~”
“왜?”
“아까 입구에서~”
“응~ 입구 뭐~”
“그 여자애~”
“아 씨발 빨랑 말해~ 뭐~”
“아 쪽팔려 씨발~ 걔가 처제야~ 아~ 저녁에 알바 한다고 하길래 내가 예상은 했는데 여기서 딱 마주치네~”
“푸하하하하하하하”
“아 형 웃지마요~”
“씨발 니네 집두 존나 웃긴다… 뭐 어때~”
“아 형 나가요~”
“야~ 피하는게 상책이냐?”
“아마 형 보냐고 나는 못 알아 봤을거야~ 나가자~”
“그래? 그래~ 가자~ 아 씨발 존나 웃기네~”
일어서려는데 챙반을 들고 성태의 처제가 우리 테이블로 오고 있다. 일어서려다가 얼른 성태가 자리에 앉으면서 얼굴을 돌린다.
“저 죄송한테도 저희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해서요~ 이건 도로 가져가시고 사장님 좀 불러 주실래요?”
“어머~ 안가셔도 되요~ 형부~ 저 때문에 그래요?”
당돌하다. 나도 성태도 눈이 커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 천연덕스럽게 테이블에 안주며 술잔을 놓으면서 웃는다.
“언니한테 비밀로 하면 되죠~ 킥킥”
“어? 어~”
얼른 테이블을 세팅하더니 곧 쟁반을 들고 사라진다.
“푸하하하~ 야 너랑 나랑 한방 먹었는데? 어떻할래? 갈래?”
“아~ 씨발 아 나도 몰라~ 이렇게 된거 그냥 마시죠~”
“그래~ 씨발 나도 존나 재밌다 상황~”
왠지 모를 은근한 기대가 되어 나도 나가기는 싫었다. 곧 영철이 형이 온다.
“어떻게 언니들 앉혀줘야지?”
“아니 근데 여긴 뭐 토킹바야?”
“응~ 애들이 돌아가면서 분위기 맞춰 줄거야~ 뭐 단둘이 할 얘기 있으면 좀 있다가 앉히고~”
“애들은 좀 있다가 앉힐 테니 일단 형 좀 일루 와봐”
팔을 잡아 끌어 내 옆에 앉혔다.
“형~ 좀 전에 여기 술가져온 아가씨 말이야~”
“아~ 이 새끼~ 걔는 그냥 서빙하는 애야~ 너 씨발 작업걸면 안되~ 갑자기 안나오면 씨발 내가 너부터 조질꺼야~”
“에이~ 나이도 어려 보이던데 내가 무슨~”
“웃기구 자빠졌네~ 암튼 내가 이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할 테니 그리 알아라~”
“하하하하하~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 아가씨 프로필 좀 읊어봐~”
“그냥 대학생이야~ 커피 마시러 갔다가 하도 예뻐서 입구에 좀 세울려고 한달을 졸라서 겨우 한달만 알바 해주기로 한 애니까 너는 신경 꺼라~”
“그래? 이쁘면 아가씨로 쓰지 왜~”
“야 절대 안 한단다~ 나도 아가씨로 꼬셔볼랬더니 씨도 안 먹히더라”
“에효! 암튼 나 잠시만 이 새끼랑 얘기 좀 할 테니까 좀 있다가 형도 와서 한잔 해요~ 얘 고민 있다니까 킥킥”
“그래~ 알았어~ 불러라~ 나도 너한테 할 얘기 있다”
영철이 형이 사라지고 성태를 보니 벌써 저 혼자 몇 잔을 들이킨다.
“야~ 씨발 뭐 이상한 알바도 아니네~”
“그러게요~ 그건 다행이네요~”
“근데 너 고민은 먼데? 얼렁 까봐~”
“한잔 하세요~”
그제서야 술병을 들면서 잔을 채워 준다. 녀석의 이야기를 한 30분은 들은 것 같다. 인상을 구기고 다닐 만도 했다.
성태는 1년 전에 부산이 고향인 아가씨와 결혼을 했다. 나는 해외 출장으로 성태의 결혼식에 참석을 못했지만 주변사람들로부터 성태가 꾀나 예쁜 색시를 얻었다고들 부러워했었다. 한잔 쭉 들이킨 성태가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한달 전쯤에 제 처가 식구들과 장인어른 생신 때문에 제주도로 여행을 갔었단다. 장인과 장모, 그리고 처남, 처남댁, 처제 또 막내 이모와 이모부가 붙어 꾀나 비용이 들었었단다.
“아 근데 다들 짝이 있는데 처제만 짝이 없잖아요~ 그래서 처제를 우리 방에 재웠는데~”
이야기가 점점 흥미진진하다.
“근데~ 아 씨발 재밌겠다~”
“근데 처제랑 제 마누라랑 침대에서 재우고 바닥에서 잘려니 잠이 안 오더라구요~”
살짝 실망이 된다. 녀석이 방금 술을 가져온 처제를 따먹었다면 나도 어떻게 해볼 수도 있겠다 싶었었는데…
“아 씨발 본론만 말해~”
“근데 이모부도 잠이 안 왔는지 콘도 일층에서 담배 피우다가 마주친거에요~”
“아 새끼 그래서~ 본론만 하자~ 길다~”
“아 들어보세요~ 이모부가 술한잔 하겠냐고 해서 체가 차를 몰아서 회를 떠와서 이모부방에서 술을 먹다가…”
하고는 말을 흐린다. 이 새끼… 이 새끼… 제 처의 이모를 따먹었군… 싶었다.
“먹다가~”
“이모부가 장인까지 깨워서 술판이 벌어졌는데… 아침에 깨보니까 장인은 혼자 있고, 이모부랑 장모랑 떡을 친거에요~”
“뭐? 푸하하하하하하”
뭐 이런 콩가루가… 재미있다. 어디 싸구려 주간지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아 형…”
“그래 그래 미안~ 근데 그걸 니가 왜 고민해~”
“근데 저도 그날 이모님을…”
역시나…
“야 이모가 몇살인데?”
“마흔 셋이요”
“왜 이렇게 젊어~”
“막내 이모라서… 장모님도 뭐 아직 55밖에 안됐어요 제 와이프가 25밖에 안됐거든요~”
“야~ 씨발 어떻게 하냐~”
“아직 와이프도 장인도 모르거든요~ 다행히 제가 젤 먼저 일어나서 이모 깨우고 나왔더니 장인 혼자 소파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이상해서 장모방에 들어갔더니 이모부랑 둘이 다 벗고 누워 있더라고요~ 나참~”
“야~ 씨발 존나 흥미진진하다아~”
“이모 몰래 장모랑 이모부 깨워서 지금은 조용한데 아~ 씨발”
“그럼 됐네~ 그냥 너만 입다물고 있으면 없던 일 되겠구만~”
“그게요~ 자꾸 이모가 만나자고~ 하구~ 이모부도 그렇구~ 장모두 노심초사 하면서 모두들 먼저 말은 안 꺼내는데… 불편해 죽을거 같아요~”
“아하하하하~ 야 씨발 이모가 더 해달래?”
“이모가 자꾸~ 술 마시자구~”
“이모 상태가 어떤데?”
“예?”
“상태~ 이뻐?”
“아~ 뭐 그 나이로는 안 보여요~ 아 내가 미쳤지~ 술 먹어서 그런지 솔직히 기억도 하나도 안나고~”
“푸하하하하하 씨발 니네 처가 존나 골때린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이에 영철이 형이 언니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야 뭔 얘기가 그렇게 재밌어~”
고개를 돌려 영철이 형이 데리고 온 언니들을 보았는데 성태 처제가 방긋 웃고 있었다. 나는 내 옆자리에 앉을 언니에게 당연히 시선이 쏠렸고, 성태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 있었다.
상당히 미인이다. 당연히 그 언니가 내 옆자리에 앉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
“앉으세요~”
그런데 성태 처제가 내 옆자리에 먼저 앉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도 성태도 또 놀랐다. 나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얼른 자리를 일어나 영철이형을 데리고 잠시 바에 앉았다.
“형~ 뭐야~ 쟤는 서빙만 한데메~”
“그러게~ 갑자기 나한테 와서는 자기 오늘만 저 테이블에서 술마시면 안되냐고 그러더라? 다른 테이블에는 싫고 니네 테이블에만 앉아서 술 마시고 싶데~ 지가~ 야~ 씨발 넌 입구에서 그 잠깐 사이에 애한테 뭐라고 뻥을 쳤길래 지가 먼저 저러냐?”
“아~ 나 미치겠네~ 그게 아니구 형~ 아 참~~ 이거 말해야 하나? 아니 어차피 형도 알아야겠다~”
“뭐~ 뭔데~”
“형 오늘 같이 온 후배~ 저 아가시가 저새끼 처제래~ 그래서 그런거 같은데?”
“뭐? 진짜?”
“크크크크 존나 웃기지? 암튼 그래서 그런거 같은데 오늘만 일 시키구 아마 성태가 일 못하게 할거야~ 형이 좀 이해해~”
“나 참~ 씨발~ 세상 참 좁네~ 일단 알았다~ 집에 보내야겠지?”
“응~ 형 미안해~”
“됐다~ 이게 니가 미안할 일이냐? 씨발~ 아~ 알바 또 어디가서 구하냐? 근데 시발 졸라 웃기긴 웃긴다~”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니 자리 상태가 그대로다.
“성태야~ 니가 여기 앉을래?”
“네?”
당황한 성태가 머뭇거린다.
“어머~ 제가 싫으세요?”
처제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본다. 씨발년 구멍을 후벼 파버리고 싶다. 왠지 가학을 하고 싶은 얼굴이다.
자리에 앉아 처제에게 잠시 귓말을 한다고 제스처를 하고는 귓속말로 말했다.
“저 성태 처제라면서요~”
“어머~ 형부가 말해요?”
“네~ 근데 제 옆자리”
“아~ 저는 형부 옆자리는 싫고 또 형부 얼굴 볼려고~ 재밌잖아요~ 킥킥 근데 제가 싫으시면 다른분 오시라고 할께요~”
“아 그건 아니고~ 뭐 여기가 이상한데도 아니고~ 그냥 앉아서 술만 마시는건데~ 전 상관 없어요~”
“그럼 저 여기 있어도 되죠?”
조금 웃어주는 그녀의 고른 치아가 다시 보인다. 따먹고 싶다. 성태가 없었다면 정말 작업을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이 어린 그녀에게 지분대는 아저씨소리나 듣고 말았겠지만…
“언니~ 우리 형부야~”
나도 성태도 성태 옆자리에 앉은 이쁜이도 모두 놀랐다.
“정말? 킥킥킥 야 나 니네 언니한테 머리 다 뜯기는 거 아냐? 호호호”
이럴 때 보면 여자들이 훨씬 대담하다. 나도 그럴 테지만 성태의 표정도 그렇다. 대담한 언니들에게 지고 싶지는 않다.
“자자~ 잠시 처제, 형부는 접고… 우리 처제도 성태 너도 무덤까지 가는 비밀로 하고 오늘은 그냥 재미있게 술이나 마시죠~”
까발리고 나니까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다. 처제의 이름은 진희, 성태 옆자리 언니는 소연이었다. 진희는 본명인 것 같았다. 소연이는 검은색 짧은 레이스 원피스를 입었는데 다리가 참 착한 언니였고 진희는 줄무늬 플레어에 티셔츠를 입어 평범해 보였지만 은근히 볼륨이 있어 보였다.
소연이는 상황이 재미있었는지 자꾸 질문을 해댔다. 너희 언니는 어떠냐~ 내가 예쁘냐 너희 언니가 예쁘냐~ 로 시작해서 벌써 모두들 그들 부부를 잘 아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저 원래 다른 테이블도 돌아야 하거든요~”
“아~ 그러세요~”
성태가 말하니 소연이가 조금 서운해 한다.
“어머~ 근데 저 오늘은 여기 너무 재미 있어서 그냥 여기만 있을거라고 할려고 했더니… 진희야 니네 언니가 나보다 예쁜가보다~”
“아니 그게 아니구요~ 곤란하실까봐~”
진희랑 나는 재미있다. 성태 녀석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럼 오빠 나 여기 계속 있을까?”
“아~ 그럼요~ 저야 좋죠~”
“그래 언니~ 다른 언니 오면 오빠들 또 말 없어져~ 그냥 우리 여기서만 놀자~”
“그럴까? 그러다 나 니네 형부랑 바람나면 어떻게 해~”
“어머~”
“오빠 나 어때? 나랑 바람 피울까?”
소연이가 성태에 목에 팔을 둘러 엉겨 붙는다.
“언니~ 우리 형부 장난 아니야~ 언니가 조심해야 할걸?”
“어머~ 오빠 선수야?”
“처제~ 내가 뭘~”
“어머~ 형부~ 순진한 척 하는 거에요? 우리 언니 놔두고~ 에이~ 아니에요~”
순간 성태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내가… 언제 바람 피웠다구 구래~ 처제도 참…”
“어머~ 저 발뺌하는 것 봐~”
성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야~ 니네 처제 무섭다~ 뭐 약점 잡혔나본데~ 너 용돈 좀 뜯기겠다? 하하”
쓸데없는 농을 던지면서 화제를 바꾸려는데 진희가 성태 눈을 똑바로 보고 있다. 소연이도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함께 화재를 돌린다.
“그럼 나 오빠랑 바람 펴도 되겠다~”
하면서 성태 볼에 뽀뽀를 한다.
“어머~ 언니~ 우리 형부 건들지마~”
역시 프로인가? 분위기가 바뀐다. 다들 웃으면서 농을 꺼냈고 웃고 떠들다가 자연스레 취기가 돌자 성태는 소연이랑 들리지도 않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나는 내심 궁금해서 진희에게 귀엣말을 했다.
“진희씨 성태가 바람 피우는 현장을 목격했어?”
“네? 그게…”
조금 전과는 다르게 당황한다.
“바람 피우는 걸 봤다며~”
흘깃 성태를 보더니 다시 나를 본다. 술이 조금 들어가서 그런지 볼이 조금 달아 올랐다. 귀엽다.
“아니에요~”
“에이~ 뭔데~”
조금 더 추궁해 보았다.
“저 오빠만 알고 있을 수 있어요? 형부한테도 이야기 하면 안되고~”
“당연하지~”
“그게요…”
역시 비밀은 없는 법인가? 성태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희가 제주도에서 일을 알고 있었다. 다만 성태가 자기 이모랑 바람을 피웠다고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성태 저 미친놈 어쩌려구~”
“아니요~ 형부가 문제가 아니라 이모가 꼬리쳐서 그랬을 걸요~”
“그걸 어떻게 알아?”
“저희 이모가 좀 전력이 있어요~ 킥킥 그래도 이모가 돈이 많아서 그런지 이모부가 다 봐주면서 살죠~”
“그렇구나~ 그나저나 어쩌냐~”
“뭐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죠~”
“뭐? 푸하하하하하하”
진희… 재미있는 아이다. 눈빛에 장난기도 많고 순진해 보이기만 하지 순진하지 않다.
“절대 형부한테는 제가 알고 있다고 말하지 마요~”
부탁을 해오니 장난기가 돈다.
“진희 하는 거 봐서~”
“어머~ 진짜~ 말하라고 꼬실 때는 언제고~”
“안 넘어 왔어야지~”
“어머~ 이 오빠 웃긴다~ 그런게 어딧어요~ 안돼요~ 저 아는 거 알면~”
인상이 구겨진다. 얘가 성태를 좋아하나? 하긴 성태 놈이 잘생기고, 키도 크고, 호남형이라 여자들이 쉽게 좋아할 타입이긴 하다. 조금 자존심이 상한다. 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럼 있다가 성태 안볼 때 뽀뽀해주면 약속지킬께~”
술을 마시려던 그녀에게 조그맣게 이야기 하니 술을 마시면서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다 마시고 나서도 한참이나 물끄러미 본다.
‘아 괜히 장난 친 건가? 양아치 같았나?’
괜한 자격지심이 생긴다. 아마도 진희가 어려서 그런가 보다.
갑자기 진희가 돌아 앉더니 팔을 뻗어 내 목을 감고는 키스를 해온다. 그리고는 혀를 넣는다. 정말 진한 키스~ 아마도 이 가게에 누구라도 봤다면 놀랐을 거다. 그렇게 한참이나 키스를 했다. 일분도 넘게 한 것 같다. 입술을 떼고 성태를 보니 성태도 소연이도 입이 떡 벌어져서는 말을 못하고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를 앞으로 고쳐 앉는 진희 귀에 말했다.
“진희 입술 맛있는데?”
진희가 다시 내 쪽으로 비틀어 앉더니 다시 키스를 해온다. 이번에는 더 길다. 성태도 소연이도 아무 말이 없다.
진희가 입술을 떼더니 내 얼굴을 잡아 끌어 가져가더니 귀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오빠 입술은 별론데?”
오기가 생긴다. 이번에는 내가 다가가 키스를 했다. 길게 했다. 5분은 한 것 같다. 입술을 떼면서 진희 얼굴을 잡아 끌면서 귀엣말을 했다.
“맛만 좋구만~”
키득거리면서 웃는다. 웃으면서 내 얼굴을 잡아 귀엣말을 한다.
“첫 맛하고 다르네? 킥킥 오빠두 맛있어~”
귀엽다. 정말 귀엽다.
돌아보니 아직도 망부석처럼 놀란 토끼 눈으로 보고 있다. 진희가 웃으면서 분위기를 전환한다.
“아 뭐야~ 뽀뽀 첨 봐? 킥킥”
“처제~ 그게 그래도~”
“오빠 유부남이야?”
진희가 날 보면서 묻는다.
“응? 아니!!”
“처제~ 취했나 보다~ 일어나 집에 가자!!”
성태가 기분이 상했나 보다. 하긴… 성태가 이해된다.
“형부~ 형부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있어요?”
나도, 성태도, 소연이도 모두 정지 상태가 되었다. 진희와 성태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하다.
다행히 영철이 형이 좀 취해서는 자리로 끼어든다.
“민기야~ 나랑 얘기 좀 하자~”
하면서 나와 진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 덕에 소연이랑 진희가 잠시 자리를 피한다. 다행이다. 성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얼굴이 상당히 구겨져 있다. 역시나 영철이 형은 소스를 달라고 볶아댄다.
“형~ 미안한데 내가 진짜 다음에 연락 해 줄게~ 지금은 나도 소스 없어~ 그리고 나 성태랑 좀 할 얘기가 있어~ 미안해 형~”
영철이 형이 알았다면서 사라지고 나니 성태랑 나만 남은 술자리가 어색해진다.
“성태야~ 저 형이 실수한 것 같다. 처제 데리고 집에 얼른 들어가라~ 진짜 미안하다”
“아~ 저 쪼끄만 년이~ 아니에요~ 형이 뭘~ 저년이 달려들던데~ 아 근데 저년이 약을 처먹었나 왜 저러지? 아 씨발 짜증나~”
하더니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나도 하는 수가 없다.
“야~ 니네 처제가 제주도일 알던데?”
성태 눈이 그렇게 커지는 것은 처음 봤다. 입도 벌어져 있다.
“아까 내가 살살 꼬셔봤더니 그렇게 얘기 하더라~”
“진짜요? 아 미치겠네~”
“야 근데 다행히 니 장모랑 이모부 일은 모르는 것 같던데?”
“그래요? 아 그건 다행인데~ 아 씨발 어떻게 하지? 저게 지 언니한테 다 말할텐데~”
“야 한달이나 됐는데 아직 얘기 안한건 앞으로도 그럴거란 얘기 아니냐?”
“그런가? 아 씨발~”
계속 씨발이라는 욕을 되뇐다.
“그리구~ 나만 그렇게 느끼는진 몰라두~ 진희가 너 좋아하는거 아니냐? 난 그런거 같던데~”
“네? 아~ 형두 설마요~”
“그런가?”
“솔직히 체제랑 친하지도 않고, 얼굴도 몇 번 본적도 없는데”
‘내 느낌이 틀린 것인가?’
“야 얼른 처제 데리고 들어가~”
“잠깐만요~ 아 씨발 어떻게 하죠? 같이 가다가는 그 얘기 꺼낼 기세고~ 지 언니한테 얘기하면…”
“야 진희가 그러는데 지네 이모가 전력이 있다더만~ 너 솔직히 기억도 안 난다며~ 내가 보기엔 씨발 니가 따인거 같은데?”
“네? 처제가 그래요?”
“그래~ 가면서 살살 달래봐~ 넌 기억도 안 나고… 술먹고 일어나니까 그렇게 되었었다고~ 그럼 지네 이모 탓을 하겠지~ 그러면서 살살 달래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진희랑 소연이가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저희들 근무 끝나서요~ 인사 드리고 갈려고~”
소연이가 말을 꺼내자 진희가 제 형부 옆으로 간다.
“형부~ 집에 갈꺼에요?”
“응? 응~ 가야지~”
조금 전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누그러지자 진희가 눈치를 챘는지 나를 째려본다.
“그래~ 우리 다 취했으니까 이제 그만 마시고 일어나자~”
얼른 일어나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는데 또 성태랑 진희가 티격태격하면서 온다.
“아 난 저 오빠랑 한잔 더하고 간다고요~ 형부만 들어가요~”
“처제~ 그냥 가자~ 응?”
성태가 사정을 한다. 나 역시 이런데 이용 당하고 싶지는 않다. 실랑이를 하면서 어쩌다 보니 소연이까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언니~ 난 이 오빠랑 한잔 더 할건데 언니도 가자~”
“응? 나두?”
의외의 전개다. 소연이도 또 가고 싶어하는 눈치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성태가 화가 났는지 성을 부리면서 제 차로 간다.
“그래~ 알아서 해~”
잠시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차 키를 진희에게 주고 성태를 따라갔다.
“야 임마~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하냐~ 야 일단 한잔 더하러 갔다가 니네 처제 니가 데리고 가라~ 나도 불편하다”
담배를 피워 물더니 한참을 생각한다. 나도 왠지 복잡한 마음이 들어 담배를 피웠다. 성태가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밟아 끄면서 뭔가를 결심한 눈으로 나를 본다.
“형!!”
“응~”
내가 왜 이렇게 녀석에게 미안해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녀석의 눈치를 보게 된다. 나도 조금은 짜증이 난다.
“형!! 나 부탁 하나 합시다”
“어~ 그래~ 뭔데~”
또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말을 꺼낸다.
“형!! 술 더 먹으러 갑시다. 가서 술 더 마시고 진희를 형이 데리고 자라~”
“뭐?”
무슨 소리를? 의아하다.
“아니~ 나도 약점 잡아야지~ 씨발 어린 년한테 당하는 것도 그렇고~ 시발 그리고 형 말대로라면 내가 뭐 잘못한게 있어~ 나도 씨발 당한거지~ 저 어린년이~ 씨발~”
어지간히 취했나 보다.
“야~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
“형~!! 아까 형도 실수라고 인정 했으니 마무리 지읍시다~”
성태가 쐬기를 박는다.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괜히 둘 사이에서 나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야 임마~ 그게 형한테 할 소리냐? 그리구 니네 처제랑 내가 하긴 뭘해~ 얼른 집에 가라~ 아 씨발 나도 몰라~ 니네끼리 알아서 해~ 나 혼자 그냥 집에 갈란다”
돌아서서 내 차로 돌아와 그녀들을 내리라고 하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성태가 그제서야 미안했는지 차 앞을 가로 막는다.
그런데 진희는 더 가관이다. 차문을 열어 앞자리에 타고는 팔짱을 낀다.
“오빠~ 한잔 더 하자~”
화가 난다.
“무슨 오빠는~ 내가 나이가 몇인 줄 알아~? 내려~ 니네 집안 일은 니네끼리 알아서 해!!”
순간 당황했는지 발을 빼고 나를 본다. 앞만 보던 나는 옆 통수가 뜨겁다.
“오빠!! 나랑 오늘 술 한잔 해주면 오늘 오빠랑 자 줄께”
황당하다. 황당해서 진희를 보았다. 생글거리면서 웃고 있다.
성태도 데리고 자리고 한다. 진희도 준다고 한다. 내가 언제 21살 어린 육체를 탐할 수 있겠는가?
‘그래~ 씨발 모르겠다… 성태랑 뭐 존나 친한 것도 아니고~ 씨발 이런 기회가 있겠어?’
“너 약속 지켜라~”
진희 눈을 보고 이야기 하고는 차에서 내려서 주차요원에게 대리를 불렀다. 그리고 우리는 넷이 그 근처의 가라오케를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냥 어린 여자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볍게 생각했었다. 성태나 내가 앞으로 격을 일은 까맣게 모르는 체…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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