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의 탄생 #####
- 이번에는 자, 자... 아버님께서 아이를 안으세요. 그리고 넌, 이거 가져다 놓고...!
- 옙..!
작가의 빠른 손놀림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젊고 어린 어시스턴트는 작가의 지시를 따라 바쁘게 봉제 인형들을 아기의 앞에 가져다 놓는다. 난생 처음 해보는 스튜디오 촬영에 우리 예쁜 딸 시은이가 약간 얼떨떨하다. 정신이 없기는 이런 사진을 처음 찍어보는 나나 아내 도연이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백일밖에 되지 않은 우리 딸은... 엄마 도연이를 닮아 너무도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가진 아기이다. 내 평생에 본 어떤 아기보다도 사랑스럽다.
- 아기가 아빠를 꼭 빼어 닮아서 눈이 정말 예뻐요. 자, 우리 아기 여기보고..!
작가의 칭찬에 아내 도연이 정신 없는 와중에도 나를 보고 웃는다. 나도 시은이를 안고 카메라 앞에 함께 앉은 도연이의 어깨를 감싸안아준다. 시은이를 낳고 처음 찍는, 아니 우리가 이렇게 세 가족이 되어 찍은 처음 가족 사진이다. 눈 앞에서 터지는 플래시 앞에 나는 왠지 잠시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마 도연이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증오했던 사람이지만, 나에게 도연이를 아내로 이끌어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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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살을 했다. 언제나 그랬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야, 우리 집은 우리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버지가 물려준 것은 엄청난 양의 빚더미였다. 어떻게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빚을 지고 죽을 수가 있단 말인가...! 아버지는 고3 수험생이던 내가 수능을 두 달 앞둔 초가을에 자신의 연구실에서 목을 맨 채로 자신의 박사학생이었던 내 엄마에게 발견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의붓 엄마 도연에게 발견되었다.
경찰에 몇 번을 불려다니고, 경황도 없이 장례를 치렀다. 엄마는 아버지가 죽은 것을 인정하지 못했고 한 동안 거의 넋을 놓은 사람이었다. 넋이 나간 새엄마를 보면서 나는 끝까지 냉혹하고 냉정했던 내 아버지를 저주했다.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의 사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아버지가 대학 교수일과 함께 야심차게 운영하던 벤처에서 완전히 파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당초 공부하는 사람이 그런 사업을 하는게 아니라고 새엄마도 말렸고 나도 말렸지만, 아버지는 그런 우리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것이다.
한 번도 우리에게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알려주지 않았던 아버지의 벤처는 처음 정부의 지원과 소위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아 야심차게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가면서 아버지와 동업을 했던 같은 대학 공학과 교수가 가진 기술력이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이 들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미 늘여놓은 설비는 모두가 명목 좋은 투자라는 이름의 빚으로 가능한 것이었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을 알게 되었던 시점에서 동업했던 교수는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던 아버지는,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았던 것이고. 결국 그는 자살을 택했다.
아버지에게 물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에야, 나는 새엄마가 아버지와 법적으로 혼인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봄에, 아버지는 지금 새엄마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그때부터 그를 엄마라고 부르라고만 했다.
새엄마는 아버지와 같이 살기에는 너무도 젊은 사람이었다. 새엄마는 아버지의 대학원 학생이었고 조교였다. 새엄마는 그때 다른 사람들보다는 늦게 공부를 시작했던 학생이었고, 내 집에 들어와서 내 엄마가 되었을 때 나이가 스물 여덟이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열 일곱이나 많은 남자를, 그것도 중학생 아들까지 하나 딸려 있던 아버지를 새엄마는 결혼신고도 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남편으로 섬기며 살았다. 섬기고 살았다는 것은 조금도 과장이 아닌 말 그대로 섬김이었다. 아내라고 데리고 들어와서 살면서 아버지는 한번도 새엄마를 아내로 여기고 산 것 같지 않았다. 그건 아들인 내가 봐도 분명했다. 아버지에게 엄마는 언제나 자신에게 배우고 복종해야 하는 학생에 불과했고, 나는 철닥서니 없는 사춘기 아들래미에 불과했었다.
그랬던 아버지가 죽고 우리 둘에게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졸지에 부모 없는 고아가 되었고, 새엄마는 졸지에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큰 아들을 떠맡은 과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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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엄마는 엄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앳되고 어린 사람이었다. 열 다섯의 내가 이제 스물 여덟밖에 되지 않은 누나를 엄마라고 부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버지가 제대로 엄마라고 부르라고 윽박질렀기 때문에 엄마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나는 젊디 젊은 여자가 아들인 내가 봐도 아무런 매력이 없는 내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한 번은 내가 새엄마에게 노골적으로 물은 적이 있었다.
- 난 솔직히 이해가 안되요.
- 뭐가?
- 어, 엄마는 어디가 모자라서 아버지 같은 사람하고 같이 사는거에요?
- 응? 아버지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 아.. 알잖아요. 조금도 다른 것보다 냉정하고, 한번도 따뜻한 말을 해주는 법이 없고...
- ...
나의 젊은 새엄마는 나의 그런 불만에 그냥 가만히 웃었다. 내 말이 맞고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 시우야.
- 예?
- 네 아버지 좋은 분이셔.
- 좋기는 무슨...
- 아냐, 네가 사춘기여서 그냥 아버지가 마음에 안들고 그래서 그런거지... 그런 분 없으셔.
하긴... 저 젊은 여자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결혼 생활 결심한 것은 다 눈에 뭐가 단단히 씌여서 그런 것이기는 하겠다 싶었지만... 새엄마는 정말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원해서 아버지의 아내가 되기로 했다고 했다. 나같은 다 큰 아들이 있어도, 아버지의 아들이기때문에 자신의 아들처럼 키울 수 있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새엄마는 정말 나에게 친엄마같이 잘 해주었다.
아버지와 진작에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해서 떠나가버린 친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무한 나로선, 어린 시절 내내 엄마가 그리운 자리였다. 그런 나에게 새엄마는 정말 내가 이전에 받지 못했던 모정을 주었던 사람이다. 그랬기 때문에, 연구와 사업을 핑계로 늘 연구실이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는 아버지보다 엄마가 나에게 더 부모 같은 사람이 되었다. 엄마라고 부르기엔 차라리 이모나 누나 같던 젊은 새엄마를 나는 생각보다 빨리 엄마로 받아들였으니까. 새엄마는 아버지가 나에게 가족으로서 가져다 준 유일하게 좋은 것 딱 한 가지여였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새엄마가 고아출신이라는 것을 안 것은 내가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였다. 조금이라도 더 시근이 들고 난 다음에서야 나는 내 새엄마가 자신의 가족이라고 소개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제서야, 새엄마가 아버지를 스승으로 만났다가, 남자로, 그리고 남편으로 그렇게 쉽게 받아들였던 이유를 어렴풋이 남아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도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없는 집안에서 엄마와 나는 서로에게 모자랐던 것을 채우는 가족이 되었었고... 엄마는 나의 힘든 수험 생활에서 친엄마도 해줄 수 없을 만큼 나를 보살펴줬다. 그리고 어쩌면 친모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발짝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면서 나를 오히려 더 이해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죽고 나서, 그리고 아버지의 빚때문에 상속을 정리하는 과정에서야, 나는 아버지가 새엄마와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엄마에게 갈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잘 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끝까지 잔혹했던 남자와 어떤 남은 끈도 없는 것이 젊은 새엄마에게는 차라리 나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남긴 것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수능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것때문에 나는 새엄마와 처음으로 심하게 다퉜다.
- 그러지마, 시우야. 일단 수능은 치자, 응...?
- 몇번을 말해요. 싫다구요. 안쳐요.
- 왜 이러니... 너까지... 나두 너무 힘들다...
- 그러니까... 힘든거 신경쓰지 말란 말이에요!
- 뭐...? 아들을 신경쓰지 않으면 뭘 신경쓰란 말이니, 지금..?
- 아들은 무슨...
-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얼른...!
- ...
- 이 나쁜 놈아.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 사실이잖아요! 사실 엄마는 무슨 엄마야. 피도 한방울 안 섞였고, 아버지하고 결혼하고 산 것도 아니잖아!!!
나는 결국 하지 말아야 했던 말을 내뱉고 말았고... 남편을 잃고 경황이 없는 새엄마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장본인이 되어 버렸다. 그길로 나는 집을 나와버렸다. 두 번 다시 수능을 치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나는 수능이 끝날 때까지 철저하게 집밖으로 돌았다. 수능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다음에야... 내가 숙식을 제공받아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지내던 경기도 변두리의 조그만한 호프집에 새엄마가 찾아 왔었다. 우리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 울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다시 가족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안 일이지만, 우리에게 돌아갈 집이란게 없었다. 모든 것은 은행으로 넘어간 다음이었다. 새엄마는 혼자서 아버지가 남긴 모든 빚들을 다 정리했던 것이다. 돌아와서 내가 할 일이라곤, 상속 포기에 관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받을 것이 빚밖에 없는 나로선... 그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나마 그것도 새엄마가 나를 찾아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고스란히 다 내 빚이 되고 말았던 것일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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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해 나는 지방의 작은 대학 한의학과로 진학했다. 새엄마와 나는 내가 대학을 다니게 된 지방 소도시로 이사를 했다. 새엄마도 조금만 더 공부를 하면 박사 학위를 마칠 수 있었지만... 포기해야 했다. 지도교수와 살림을 차리고 살다가, 그 지도교수가 그렇게 가버리고 나니... 새엄마의 학업이라는 것이 사실상 무용한 것이 되어버린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더라도, 어떡하든 마치려고 하면 마칠 수 있던 공부를 새엄마는 순전히 나를 위해서 포기했다. 재수를 하는 동안, 새엄마는 학원 강사로 일해서 나를 부양했다.
서울에서 우리는 변두리의 작은 단칸방을 하나 얻어서 살아야 했다. 원룸도 흔하던 시기에 우리가 살아야 했던 곳은 정말 말 그대로 단칸방이었다. 그 작은 방에서 이제 갓 서른 중반이었던 내 새엄마와 스무살이 되었던 나는 함께 살아야 했다. 엄마와 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기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남이었던 것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사는 동안에, 사실 우리는 같은 건물에 사는 주인집에게서도 눈총 아닌 눈총과 오해를 받고 살아야 했다. 남들에게 같은 식구라고 말하기에는 새엄마와 나는 닮은 구석이 하나 없는 그저 젊은 여자와 어린 남자였기 때문이다. 새엄마도 나도 의연하려고 노력했지만 남들이 뭐라고 하는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제서야 내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고시원에 나가서 살겠다고 하는 것을... 엄마를 극구 만류했다. 서로 엄마와 아들로 만났던 것이 새엄마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를 아들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엄마에게서 나는 몇 번이고 아버지의 그늘을 봤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 동안에도 그랬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엄마는 나를 붙드는 것을 통해서 죽은 아버지와의 못다한 사랑을 이어가려는 것만 같다는 생각도 했었으니까.
단칸방을 함께 살면서... 나는 나의 엄마이려고 노력하는 이 엄마가, 그저 엄마이기 이전에... 가녀린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에서 자는 엄마는... 자주 가위에 눌리고, 헛소리에 가까운 잠꼬대를 했다. 나에게 엄마의 모습으로 지지자가 되려는 노력을 하는 새엄마가... 얼마나 우리의 그 처참하던 시절 속에 외롭웠던지를 그때 알게 되었다. 힘겹게 일어난 아침에 새엄마는 밤새 자신이 얼마나 앓다시피한 밤을 보낸 지를 잘 알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새엄마가 안쓰럽고... 고마웠다. 그래서, 엄마가 잠꼬대에서 아버지를 부르면... 가만히 엄마를 다독여주고 위로해줬었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조금이라도 좋은 방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었지만,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방은 겨우 월세를 면한 방 하나의 16평 소형 아파트 전세가 고작이었다. 새엄마는 거기서도 과외와 학원 선생을 하며 지냈고, 나도 이따금 새엄마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 학업을 이어갔다. 힘겹게 아르바이트하면서 휴학을 밥먹 듯이 하면서 대학을 다녔던 새엄마는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절대 반대했기 때문에, 나는 새엄마 몰래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 나와 새엄마가 다시 행복을 찾아가는 때가 아마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상속포기로 떨어버린 빚 뒤에 우리는 그저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됐었다.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의 자살 뒤의 충격도 조금씩 사라져갔고... 나는 하는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새엄마는... 솔직히 새엄마는 나를 부양하고 돌봐준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그 행복에 사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새엄마가 나와 함께 있을 이유가 하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새엄마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고 믿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그냥 그렇게 가족으로 함께 살았다. 그러나, 그러던 우리 두 사람의 생활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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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무살이던 때, 새엄마의 나이는 이제 겨우 서른 셋이었다. 아버지와 정확히 만 4년을 살았을 뿐... 새엄마는 여전히 젊은 여자였던 것을... 나는 대학을 가고 나서, 그리고 둘만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되었다. 단칸방에 살 던 시절, 우리는 정말 옛날 집에 딸린 부억에 고무다라이에 이틀에 한 번씩 뜨거운 물을 받아서 씻어야 했다. 이미 다 자라버린 나도, 여전히 젊은 새엄마도... 그렇게 살던 시절이 불편할 수 밖에 없던 것이 그것이다. 넒은 아파트에서 서로 다른 방을 쓰면서... 아버지와 함께 방을 쓰던 시절의 새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이... 부정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어리고 혈기가 넘치던 내게는... 늘 뇌리 속에 박히기 시작했었다.
솔직히 그때부터 나는 새엄마의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사람이 그냥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의 특징으로 사람이 보이는 것말이다. 그것은,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같은 학교 여자아이들의 몸을 힐끔 볼 때의 느낌과 비슷했고, 여름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앞에 앉은 여자의 옷섭 안으로 보이는 속옷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제서야 인식하기 시작한 내 새엄마는... 내 아버지와 살았다는 것말고는... 내가 거리에서 보면서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여자들 중의 하나인 여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스스로 나에게 엄마가 되어주기를 원했던 새엄마도... 다 자란 남자로서의 내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와 아들이라면 자연스러울 수 있던 상황도, 사실상 내가 스무살이 청년이고 자신이 서른 중반의 여인이었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 분명히 있었고, 그 불편함이...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뭐라고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묘한 것이 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내가 그렇게 느끼던 시절부터, 새엄마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둘만 사는 공간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약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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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방에서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살 때, 나는 거실에 내 방을 꾸렸고, 새엄마는 하나 있던 방을 썼다. 그렇게 그나마 공간을 얻으면서 우리는 단칸방을 살던 1년 동안의 불편함을 잊고 지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한 달에 한 두 번씩 찾아오는 새엄마의 가위눌림때문이었다.
한 번씩 가위에 눌릴 때의 새엄마는... 너무도 가엽고 불쌍한 그저 작은 여자가 되었었다. 갑자기 터지는 울음과 괴성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새엄마를 끌어 안아 주는 것밖에 없었다. 가위 눌림에 새엄마가 찾는 사람은 언제나 죽은 아버지였다. 가위에 눌릴 때 새엄마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는고, 달래는 데까지 보통 삼십 분은 걸렸었다. 내가 끌어안아서 달래면... 언제나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내 품안에서 너무도 불쌍하게 흐느끼면서 다시 잠이 들었었다.
내가 내 품에 안겨서 흐느끼면서 잠드는 새엄마에게서 여자를 느끼는 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품안에 안긴 새엄마는 그저 작고 아담하고 따뜻한 체온을 가진 여자였다. 새엄마는 언제나 잠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자는 사람이었다. 다 자란 아들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와서 살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아버지가 죽기 전을 생각해보면 나는 새엄마의 몸을 만져본 일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둘만이 남은 다음... 그렇게 처절하게 가위에 눌리는 새엄마를 돌봐줄 사람은 오직 나만이 남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가위에 눌린 새엄마는 나를 죽은 아버지로 생각하면서 내 품에 안겨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가위에 눌려 울부짖을 때, 내가 달려가면... 나를 그렇게 간절하게 끌어안았었다. 처음의 나는 그저 엄마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죽은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새엄마가 측은했고, 그리고... 이제 나를 지켜주는 엄마라기 보다는 오히려 내가 위로하고 품어줘야 하는 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작고 약해지는 새엄마에게서... 나는 어느 순간 여자를 느끼기 시작했고... 죽은 아버지를 시기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 품에 안겨서 내 아버지를 부르는 새엄마에게 이상한 욕심이 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위에 눌린 엄마를 안고 잠이 든 날은 언제나 새엄마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왜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었는지를 굳이 묻거나 하지 않았다. 나도 그런 것을 따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엄마는 자신이 가위에 눌린 순간을 그다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조금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엄마의 모습을 유지하기를 원했던 것 같고... 나도 그런 그의 의지를 굳이 무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도 자신의 그런 나약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전남편의 아들을 힘겹게 부양하는...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여자인 것이 사실이었고... 의지와는 달리, 무의식 속에서 잠결에 그 나약함과 외로움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아버지가 죽고 두 번의 제사를 지내고 나서야, 나는 새엄마에게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서 물었고, 가위 눌림에 대해서 물었던 같다.
- 아직도 아버지가 그렇게 그리워요...?
- ... 왜? 왜 물어...?
- 아니... 한 번씩... 심하게 가위에 눌릴 때... 아버지만 찾아서...
- ...
새엄마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써 눈물을 참아 삼키고 나를 바라보면서, 그냥 가볍게 한 번 웃고 만다. 그런 새엄마를 보면서...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아닌, 약간은 달라진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너두 그냥 음복 한 잔 할래...?
새엄마는 대답 대신에 제주인 나에게 술을 한 잔 권했고, 자신도 한 잔 아주 천천히 잔을 비웠다.
- 아니... 미워. 증오해...
- ...
- 이젠 니 아버지 얼굴도 잘 안나는거 같아.
나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그냥... 아버지가 죽고 2 년을 정신없이 힘겹게 살았던 것밖에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렇게 제사를 지내는 것 말고는, 그 사람이 내 아버지였는지 어땠는지를 알지도 못할 지경이다. 새엄마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눈에 눈물이 맺히면서 이야기한다.
- 그런데... 널 보면, 선생님이 생각이 나고는 해.
새엄마는 언제나 아버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 가위에 눌릴 때... 난 선생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거 같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때의 선생님 모습...
- ...
- 그런데... 선생님 그렇게 가셨던 날, 그 전날밤때문에... 그렇게 가버린 선생님이 더 미워지거든.
새엄마가 다시 한 번 눈물을 삼키면서... 말을 이어간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그리고 너랑 다 함께 행복하게 살거라고 다짐했던 선생님의 모습때문에...
- ...
- 시우야...
- 예...?
- 고마워...
- 뭐가요..?
- 네가 나 진정시켜주는 거 말이야...
- 아...
- 내가 옆에 있어줄 때, 그밤의 선생님이 돌아온 것 같아서... 위로가 많이 돼, 나...
그날 새엄마는 처음으로 내가 의지가 된다는 말을 입밖으로 냈던 것 같다. 비록 새엄마가 나에게서 죽은 아버지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도... 나는 내가 새엄마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왠지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엄마가 가위에 눌리는 그 밤에 자신을 안아서 위로해 주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새엄마에게 왠지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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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두 번째 기일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새엄마는 다시 가위에 눌렸고... 나는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심한 악몽에 시달리는 새엄마를 위로했다. 내 품에서 안정을 취하는 새엄마는 한번도 눈을 뜨거나 잠에서 완전히 깬 적이 없다. 그 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새엄마 내 품안에서 가엽게 떨고 있었고... 나는 그런 새엄마를 한쪽 팔로 안아서 다른 발로 여느 때처럼 등을 다독여줬다. 그 밤은 늦은 가을 밤이었고, 새엄마가 쓰는 안방의 베란다 쪽으로 난 창 밖으로 달빛이 그윽했던 것 같다.
나는 새엄마에게 그 순간만이라도 아들이 아닌 그렇게 그리워하는 남편이 되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밤에 새엄마는 다른 때보다 조금더 빨리 안정을 얻는 것 같았고... 내 품안으로 조금더 들어와서 안기었었다. 언제부턴가 느낀 것이지만... 새엄마에게서는.... 좋은 향이 난다. 그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의 특유한 살냄새와 비슷한 것인데... 내가 새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엄마 곁으로 왔을 때부터 알게 된 엄마만의 향이다. 머릿결에서... 그리고 살에서, 입고 있는 잠옷에서... 새엄마의 향이 난다. 그밤은 그 향이 달빛과 함께 몹시도 짙었던 것 같다...
- 선생님...
새엄마는 그밤도 내 품에 안겨서 아버지를 찾았다. 내 품에서 죽은 남편을 찾는 새엄마가 가엽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사랑스럽기도 했다. 그건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마음인데...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여자로서의 새엄마가 그밤에 나는 몹시도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새엄마를 달빛으로 내려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새엄마가 조금더 내 품으로 들어와서 안겼고... 나는 새엄마의 가슴이 내 가슴에 와서 닿는 것을 느꼈다. 새엄마의 가슴이 맨살이라는 것이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 그 밤은 내 가슴에 와서 닿은 새엄마의 가슴에서 엄마의 가슴이 아닌, 여자의 가슴을 느낀 것만 같다.
내가 등을 다독여 주던 손으로 새엄마의 머릿결을 쓸어주었을때... 나는 다른때보다 더... 새엄마가 엄마가 아닌, 내가 지켜줘야하는 여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어떻게 그밤에 내 머리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은 아마도 언제나 내 가슴속에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밤에 내 속에서 조금 더 뚜렷해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머릿결을 쓸어주면서 내려다 보는 새엄마의 얼굴이... 너무도 예뻐보였다... 내 가슴이 진정할 수 없을만큼 뛰기 시작한 것은 그 얼굴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부터였다... 새엄마의 눈썹, 감은 눈, 그리고 속눈썹... 콧날... 그리고 달빛에 더 붉어보이는 입술이... 다 예뻤다. 그 기분에 한참 취했을 때... 나는 이미 새엄마의 입술을 빨고 있었다...!
나를 아버지로 생각했기 때문인지 새엄마는 나의 키스를 꿈결에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나와 키스를 나누는 새엄마의 표정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고 말하면 핑계 같이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비록 꿈결이었다고 할지라도... 새엄마는 내 품에서 너무도 행복한 것 같았다. 새엄마는 정말 엄마가 아닌 여자처럼 내 품에 더 안겨들어왔고... 내가 새엄마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을 때 즈음에 내 목을 감고 안았다... 그 순간 얼핏 새엄마가 눈을 약간 뜨는 것 같았다 싶었지만... 새엄마는 나와 키스를 나누는 내내 꿈 속에 있었던 것 같았다...
- 아, 선생님...
새엄마가 아버지를 부르면서 내 몸에 더 가깝게 와서 감겼다. 내 품에서 새엄마는 남편의 품안에 안겨서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새엄마가 나를 조금더 세게 안는 것 같았다...
- 선생님... 나 불러주세요...
- ...
- 얼른요... 언제나처럼... 도연아 하고 불러주세요..
죽은 아버지는 새엄마를 언제나 이름을 불렀었다. 원래 자신의 제자였던 여자를 이름 말고 다르게 부르는 것도 사실 이상했었기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아버지는 내 앞에서 새엄마를 언제나 도연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었다. 나는 새엄마가 원하는대로... 이름으로 엄마를 불렀다.
- 도연아...
- 아, 선생님...
내가 이름을 불러줬을 때, 새엄마가 한 쪽 다리를 들어서 내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 나를 더 폭 끌어안았고... 드디어 자신의 혀를 내 입 안으로 넣는 깊은 키스를 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죽은 아버지 행세를 하면서 새엄마를 안고 있다는 사실에 갑작스런 두려움이 들었다. 그렇지만, 순간 온몸으로 퍼지는 공포는 아주 잠시였던 것 같았다... 새엄마와의 키스에 깊이 젖어들어간 나는 이미 한 손으로 새엄마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교차했었다. 나를 아버지로 알고 나를 안는 새엄마 앞에서 나는 내가 아버지가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럴수록 새엄마가 나를, 아니 자신의 남편을 간절히 원하는 것만 같고... 그 남편은 사실 두 번 다시는 새엄마를 안아 줄 수 없는 죽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내 안에 더 깊이 안겨들어오는 새엄마를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벌써부터... 내 속에 쌓여왔던 새엄마를 향한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내 마음이... 새 엄마를 몸으로 안고 있는 이 상황을 더 끌어안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 속에 안겨오는 새엄마는... 정말 그냥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에 다름 아니었다. 그밤 이미 오래전부터 새엄마를 여자로 갈구했왔는지도 모르는 내 속의 깊은 욕구를... 꿈결에, 잠결에... 나에게 안겨들어오는 새엄마를 핑계로... 드디어 터뜨려 버렸던 것이 아닌가 싶다. 새엄마에게는... 연민이 있었다. 아들인 내가 봐도 냉혹한이었던 아버지의 여자였던 새엄마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고, 여리고 작은 여자의 몸으로 나를 가족으로 끌어안으려고 했던 시간들에서 나는 새엄마 속에서 나를 봤는지도 모르고, 새엄마도 내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라봤는지도 모른다... 이런 모든 생각이 다 부질없다... 나는 어떤 핑계로도 상관없이... 새엄마를 지금 이 순간에, 나에게 안겨들어오고 있는 이 순간에 여자로 안고 싶다는 것이 분명했고... 그것이 그순간 새엄마에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래 기다렸던 남편에게 안기는 여자를 남편이 되어서 품는 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나는 너무도 쉽게 새엄마의 속옷을 벗길 수 있었다. 키스를 나누면서 나는 새엄마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새엄마의 보지털을 스치듯 느끼면서... 나는 새엄마의 보지에 손을 가져다 넣었다... 새엄마는 벌써부터 충분히 젖어 있었다. 새엄마와 키스를 나누면서... 나는 힘겹게 내 아랫도리를 다 벗었다. 한 손으로 힘겹게 팬티를 벗길 때, 이미 사기가 충천한 내 자지가 팬티 밖으로 튕겨지 듯이 나왔다. 나는 새엄마를 내 아래에 바로 뗄눗?.. 두 손으로 새엄마의 허벅지를 한껀 연 다음... 내 자지를 새엄마의 보지에 가만히 가져다 했다... 그 순간 내 가슴은 정말 터질 것만 같았다. 내 안의 욕구만큼이나 나를 미치게 제어하는 이성을 마지막으로 맞서 싸울 때... 새엄마의 두손이 내 허리를 감쌌고... 나는 그대로 내 자지를 새엄마의 보지속으로 깊숙히 밀어넣었다. 새엄마가 아주 낮은 소리로 탄성을 냈다.
차마 새엄마의 보지속으로 깊게 찔러 넣은 내 자지를 내려다 볼 수가 없어서... 나는 그대로 몸을 낮춰서 다시 새엄마를 끌어안았다. 새엄마가 내 목을 다시 끌어안았고... 우리는 다시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 내 몸을 일으켜 두손으로 몸을 지탱시키고 새엄마를 내려봤을 때... 새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윽고, 눈물이 흘러내리던 감긴 두 눈이 열렸고... 내 자지를 꽂아 넣은 새엄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 어, 엄마...
새엄마는 나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한 손으로 내 가슴을 부드럽게 만지면서... 내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새엄마의 보지에 약간의 힘이 들어가면서 내 자지가 새엄마의 보지 속으로 조금더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순간... 새엄마는 이순간만큼은 내가 아들이 아닌, 자신의 남편이었던 아버지로 남아주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새엄마를 이름으로 불러보았다...
- 도연아...!
내가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준 그 순간... 꿈에서 남편을 만나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던 새엄마는 실제로도 원했던 그 사람이 자신과 섹스를 나누고 있다고 느끼는 것만 같았다. 분명히 자신의 보짓속에 꽂혀 있는 자지가 죽은 남편의 것이 아닌, 남편의 아들의 것임을 이제 알고 있지만... 새엄마는... 그 아는 것보다 바라는 것에 더욱 간절했던 것이다.
- 내 이름 불러줘요...!
새엄마가 한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 도연아!
- 아... 한 번 더...!
- 도연아...!
나는 새엄마를 부르면서... 내 자지를 새엄마의 보지속에 조금이라도 더 깊숙히 찔러 넣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새엄마의 보지 깊숙히... 물을 한껏 쏟어 넣어주었다... 그게, 새엄마와 내가 나눈,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련한 우리의 첫섹스였다...
* * * * * * * * * *
그렇게 한때 내 아버지의 여자였던 사람이 이제는 내 여자가 되어 버렸다. 새엄마라고 불렀던 사람을 나는 이제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이름으로 부른다. 첫섹스 이후, 나는 새엄마, 아니 도연이와 같이 사는 것은 끝이구나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 얼마간 우리는 그밤의 섹스에 대하여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다.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일은 쉬웠던 것 같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새엄마, 아니 도연이가 나에게 그 일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지냈던 것이다. 한동안 우리는 서로를 이전 호칭으로 부르지도 못했고... 도연이도... 나를 아이 대하듯이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 일때문에 그래도 가족이었던 우리 둘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만은... 무언으로 서로 확인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새엄마와 의붓아들이 아닌... 남자와 여자가 되어갔다. 더이상 방을 따로 쓰는 일이 없어졌고, 나는 도연이와 같은 방을 나누기 시작했고... 나는 더이상 아버지의 환영이 아닌... 도연이의 남자로서의 내가 되어 갔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나와 도연이 사이에서... 쉽게 이루어졌던 것 같다.
그렇게 함께 도연이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삼 년을 남자와 여자로 살았다. 그게 가능했다. 살수록... 나는 도연이를 여자로 사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 년에 접어들었을 때, 도연이가 더 늦기 전에 먼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괜찮겠냐고 되물었을 때... 도연이는 오랜만에 죽은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도연이가 아버지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는 정관수술을 해버렸었다고 했다. 더이상의 자식을 원하지 않았던 아버지 때문에, 도연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마음을 접어야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그냥 나와 헤어질 수도 있었던 일을... 굳이 그렇게 나를 붙들고 살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러지만... 이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기꺼이 도연이가 원하는대로 아이를 가지기로 했고... 그렇게 마음을 먹은 지 두 달만에 아이가 생겼다. 도연이를 닮은 예쁜 딸아이를 낳은 우리는 아이의 이름을... 내 이름의 시우의 "시"자를 따서 시은이라고 지었다. 도연이에게 시은이는 원래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얻지 못한 아이를 사랑했던 사람의 아들을 통해서 얻은 아기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도연이와 살 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덕분에, 나는 도연이와 혼인신고를 하고 우리의 예쁜 딸 시은이를 도연이와 나 사이의 딸로 올릴 수가 있었다. 이따금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시은이의 동생을 가지자는 말을 하기도 한다.
<끝>
- 이번에는 자, 자... 아버님께서 아이를 안으세요. 그리고 넌, 이거 가져다 놓고...!
- 옙..!
작가의 빠른 손놀림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젊고 어린 어시스턴트는 작가의 지시를 따라 바쁘게 봉제 인형들을 아기의 앞에 가져다 놓는다. 난생 처음 해보는 스튜디오 촬영에 우리 예쁜 딸 시은이가 약간 얼떨떨하다. 정신이 없기는 이런 사진을 처음 찍어보는 나나 아내 도연이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백일밖에 되지 않은 우리 딸은... 엄마 도연이를 닮아 너무도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가진 아기이다. 내 평생에 본 어떤 아기보다도 사랑스럽다.
- 아기가 아빠를 꼭 빼어 닮아서 눈이 정말 예뻐요. 자, 우리 아기 여기보고..!
작가의 칭찬에 아내 도연이 정신 없는 와중에도 나를 보고 웃는다. 나도 시은이를 안고 카메라 앞에 함께 앉은 도연이의 어깨를 감싸안아준다. 시은이를 낳고 처음 찍는, 아니 우리가 이렇게 세 가족이 되어 찍은 처음 가족 사진이다. 눈 앞에서 터지는 플래시 앞에 나는 왠지 잠시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마 도연이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증오했던 사람이지만, 나에게 도연이를 아내로 이끌어준 사람...
* * * * * * * * * *
아버지가 죽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살을 했다. 언제나 그랬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야, 우리 집은 우리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버지가 물려준 것은 엄청난 양의 빚더미였다. 어떻게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빚을 지고 죽을 수가 있단 말인가...! 아버지는 고3 수험생이던 내가 수능을 두 달 앞둔 초가을에 자신의 연구실에서 목을 맨 채로 자신의 박사학생이었던 내 엄마에게 발견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의붓 엄마 도연에게 발견되었다.
경찰에 몇 번을 불려다니고, 경황도 없이 장례를 치렀다. 엄마는 아버지가 죽은 것을 인정하지 못했고 한 동안 거의 넋을 놓은 사람이었다. 넋이 나간 새엄마를 보면서 나는 끝까지 냉혹하고 냉정했던 내 아버지를 저주했다.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의 사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아버지가 대학 교수일과 함께 야심차게 운영하던 벤처에서 완전히 파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당초 공부하는 사람이 그런 사업을 하는게 아니라고 새엄마도 말렸고 나도 말렸지만, 아버지는 그런 우리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것이다.
한 번도 우리에게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알려주지 않았던 아버지의 벤처는 처음 정부의 지원과 소위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아 야심차게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가면서 아버지와 동업을 했던 같은 대학 공학과 교수가 가진 기술력이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이 들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미 늘여놓은 설비는 모두가 명목 좋은 투자라는 이름의 빚으로 가능한 것이었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을 알게 되었던 시점에서 동업했던 교수는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던 아버지는,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았던 것이고. 결국 그는 자살을 택했다.
아버지에게 물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에야, 나는 새엄마가 아버지와 법적으로 혼인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봄에, 아버지는 지금 새엄마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그때부터 그를 엄마라고 부르라고만 했다.
새엄마는 아버지와 같이 살기에는 너무도 젊은 사람이었다. 새엄마는 아버지의 대학원 학생이었고 조교였다. 새엄마는 그때 다른 사람들보다는 늦게 공부를 시작했던 학생이었고, 내 집에 들어와서 내 엄마가 되었을 때 나이가 스물 여덟이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열 일곱이나 많은 남자를, 그것도 중학생 아들까지 하나 딸려 있던 아버지를 새엄마는 결혼신고도 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남편으로 섬기며 살았다. 섬기고 살았다는 것은 조금도 과장이 아닌 말 그대로 섬김이었다. 아내라고 데리고 들어와서 살면서 아버지는 한번도 새엄마를 아내로 여기고 산 것 같지 않았다. 그건 아들인 내가 봐도 분명했다. 아버지에게 엄마는 언제나 자신에게 배우고 복종해야 하는 학생에 불과했고, 나는 철닥서니 없는 사춘기 아들래미에 불과했었다.
그랬던 아버지가 죽고 우리 둘에게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졸지에 부모 없는 고아가 되었고, 새엄마는 졸지에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큰 아들을 떠맡은 과부가 되고 말았다.
* * * * * * * * * *
내 새엄마는 엄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앳되고 어린 사람이었다. 열 다섯의 내가 이제 스물 여덟밖에 되지 않은 누나를 엄마라고 부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버지가 제대로 엄마라고 부르라고 윽박질렀기 때문에 엄마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나는 젊디 젊은 여자가 아들인 내가 봐도 아무런 매력이 없는 내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한 번은 내가 새엄마에게 노골적으로 물은 적이 있었다.
- 난 솔직히 이해가 안되요.
- 뭐가?
- 어, 엄마는 어디가 모자라서 아버지 같은 사람하고 같이 사는거에요?
- 응? 아버지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 아.. 알잖아요. 조금도 다른 것보다 냉정하고, 한번도 따뜻한 말을 해주는 법이 없고...
- ...
나의 젊은 새엄마는 나의 그런 불만에 그냥 가만히 웃었다. 내 말이 맞고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 시우야.
- 예?
- 네 아버지 좋은 분이셔.
- 좋기는 무슨...
- 아냐, 네가 사춘기여서 그냥 아버지가 마음에 안들고 그래서 그런거지... 그런 분 없으셔.
하긴... 저 젊은 여자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결혼 생활 결심한 것은 다 눈에 뭐가 단단히 씌여서 그런 것이기는 하겠다 싶었지만... 새엄마는 정말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원해서 아버지의 아내가 되기로 했다고 했다. 나같은 다 큰 아들이 있어도, 아버지의 아들이기때문에 자신의 아들처럼 키울 수 있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새엄마는 정말 나에게 친엄마같이 잘 해주었다.
아버지와 진작에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해서 떠나가버린 친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무한 나로선, 어린 시절 내내 엄마가 그리운 자리였다. 그런 나에게 새엄마는 정말 내가 이전에 받지 못했던 모정을 주었던 사람이다. 그랬기 때문에, 연구와 사업을 핑계로 늘 연구실이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는 아버지보다 엄마가 나에게 더 부모 같은 사람이 되었다. 엄마라고 부르기엔 차라리 이모나 누나 같던 젊은 새엄마를 나는 생각보다 빨리 엄마로 받아들였으니까. 새엄마는 아버지가 나에게 가족으로서 가져다 준 유일하게 좋은 것 딱 한 가지여였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새엄마가 고아출신이라는 것을 안 것은 내가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였다. 조금이라도 더 시근이 들고 난 다음에서야 나는 내 새엄마가 자신의 가족이라고 소개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제서야, 새엄마가 아버지를 스승으로 만났다가, 남자로, 그리고 남편으로 그렇게 쉽게 받아들였던 이유를 어렴풋이 남아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도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없는 집안에서 엄마와 나는 서로에게 모자랐던 것을 채우는 가족이 되었었고... 엄마는 나의 힘든 수험 생활에서 친엄마도 해줄 수 없을 만큼 나를 보살펴줬다. 그리고 어쩌면 친모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발짝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면서 나를 오히려 더 이해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죽고 나서, 그리고 아버지의 빚때문에 상속을 정리하는 과정에서야, 나는 아버지가 새엄마와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엄마에게 갈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잘 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끝까지 잔혹했던 남자와 어떤 남은 끈도 없는 것이 젊은 새엄마에게는 차라리 나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남긴 것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수능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것때문에 나는 새엄마와 처음으로 심하게 다퉜다.
- 그러지마, 시우야. 일단 수능은 치자, 응...?
- 몇번을 말해요. 싫다구요. 안쳐요.
- 왜 이러니... 너까지... 나두 너무 힘들다...
- 그러니까... 힘든거 신경쓰지 말란 말이에요!
- 뭐...? 아들을 신경쓰지 않으면 뭘 신경쓰란 말이니, 지금..?
- 아들은 무슨...
-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얼른...!
- ...
- 이 나쁜 놈아.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 사실이잖아요! 사실 엄마는 무슨 엄마야. 피도 한방울 안 섞였고, 아버지하고 결혼하고 산 것도 아니잖아!!!
나는 결국 하지 말아야 했던 말을 내뱉고 말았고... 남편을 잃고 경황이 없는 새엄마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장본인이 되어 버렸다. 그길로 나는 집을 나와버렸다. 두 번 다시 수능을 치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나는 수능이 끝날 때까지 철저하게 집밖으로 돌았다. 수능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다음에야... 내가 숙식을 제공받아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지내던 경기도 변두리의 조그만한 호프집에 새엄마가 찾아 왔었다. 우리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 울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다시 가족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안 일이지만, 우리에게 돌아갈 집이란게 없었다. 모든 것은 은행으로 넘어간 다음이었다. 새엄마는 혼자서 아버지가 남긴 모든 빚들을 다 정리했던 것이다. 돌아와서 내가 할 일이라곤, 상속 포기에 관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받을 것이 빚밖에 없는 나로선... 그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나마 그것도 새엄마가 나를 찾아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고스란히 다 내 빚이 되고 말았던 것일 뻔 했다.
* * * * * * * * * *
그 다음해 나는 지방의 작은 대학 한의학과로 진학했다. 새엄마와 나는 내가 대학을 다니게 된 지방 소도시로 이사를 했다. 새엄마도 조금만 더 공부를 하면 박사 학위를 마칠 수 있었지만... 포기해야 했다. 지도교수와 살림을 차리고 살다가, 그 지도교수가 그렇게 가버리고 나니... 새엄마의 학업이라는 것이 사실상 무용한 것이 되어버린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더라도, 어떡하든 마치려고 하면 마칠 수 있던 공부를 새엄마는 순전히 나를 위해서 포기했다. 재수를 하는 동안, 새엄마는 학원 강사로 일해서 나를 부양했다.
서울에서 우리는 변두리의 작은 단칸방을 하나 얻어서 살아야 했다. 원룸도 흔하던 시기에 우리가 살아야 했던 곳은 정말 말 그대로 단칸방이었다. 그 작은 방에서 이제 갓 서른 중반이었던 내 새엄마와 스무살이 되었던 나는 함께 살아야 했다. 엄마와 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기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남이었던 것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사는 동안에, 사실 우리는 같은 건물에 사는 주인집에게서도 눈총 아닌 눈총과 오해를 받고 살아야 했다. 남들에게 같은 식구라고 말하기에는 새엄마와 나는 닮은 구석이 하나 없는 그저 젊은 여자와 어린 남자였기 때문이다. 새엄마도 나도 의연하려고 노력했지만 남들이 뭐라고 하는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제서야 내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고시원에 나가서 살겠다고 하는 것을... 엄마를 극구 만류했다. 서로 엄마와 아들로 만났던 것이 새엄마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를 아들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엄마에게서 나는 몇 번이고 아버지의 그늘을 봤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 동안에도 그랬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엄마는 나를 붙드는 것을 통해서 죽은 아버지와의 못다한 사랑을 이어가려는 것만 같다는 생각도 했었으니까.
단칸방을 함께 살면서... 나는 나의 엄마이려고 노력하는 이 엄마가, 그저 엄마이기 이전에... 가녀린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에서 자는 엄마는... 자주 가위에 눌리고, 헛소리에 가까운 잠꼬대를 했다. 나에게 엄마의 모습으로 지지자가 되려는 노력을 하는 새엄마가... 얼마나 우리의 그 처참하던 시절 속에 외롭웠던지를 그때 알게 되었다. 힘겹게 일어난 아침에 새엄마는 밤새 자신이 얼마나 앓다시피한 밤을 보낸 지를 잘 알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새엄마가 안쓰럽고... 고마웠다. 그래서, 엄마가 잠꼬대에서 아버지를 부르면... 가만히 엄마를 다독여주고 위로해줬었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조금이라도 좋은 방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었지만,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방은 겨우 월세를 면한 방 하나의 16평 소형 아파트 전세가 고작이었다. 새엄마는 거기서도 과외와 학원 선생을 하며 지냈고, 나도 이따금 새엄마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 학업을 이어갔다. 힘겹게 아르바이트하면서 휴학을 밥먹 듯이 하면서 대학을 다녔던 새엄마는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절대 반대했기 때문에, 나는 새엄마 몰래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 나와 새엄마가 다시 행복을 찾아가는 때가 아마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상속포기로 떨어버린 빚 뒤에 우리는 그저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됐었다.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의 자살 뒤의 충격도 조금씩 사라져갔고... 나는 하는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새엄마는... 솔직히 새엄마는 나를 부양하고 돌봐준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그 행복에 사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새엄마가 나와 함께 있을 이유가 하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새엄마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고 믿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그냥 그렇게 가족으로 함께 살았다. 그러나, 그러던 우리 두 사람의 생활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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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무살이던 때, 새엄마의 나이는 이제 겨우 서른 셋이었다. 아버지와 정확히 만 4년을 살았을 뿐... 새엄마는 여전히 젊은 여자였던 것을... 나는 대학을 가고 나서, 그리고 둘만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되었다. 단칸방에 살 던 시절, 우리는 정말 옛날 집에 딸린 부억에 고무다라이에 이틀에 한 번씩 뜨거운 물을 받아서 씻어야 했다. 이미 다 자라버린 나도, 여전히 젊은 새엄마도... 그렇게 살던 시절이 불편할 수 밖에 없던 것이 그것이다. 넒은 아파트에서 서로 다른 방을 쓰면서... 아버지와 함께 방을 쓰던 시절의 새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이... 부정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어리고 혈기가 넘치던 내게는... 늘 뇌리 속에 박히기 시작했었다.
솔직히 그때부터 나는 새엄마의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사람이 그냥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의 특징으로 사람이 보이는 것말이다. 그것은,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같은 학교 여자아이들의 몸을 힐끔 볼 때의 느낌과 비슷했고, 여름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앞에 앉은 여자의 옷섭 안으로 보이는 속옷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제서야 인식하기 시작한 내 새엄마는... 내 아버지와 살았다는 것말고는... 내가 거리에서 보면서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여자들 중의 하나인 여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스스로 나에게 엄마가 되어주기를 원했던 새엄마도... 다 자란 남자로서의 내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와 아들이라면 자연스러울 수 있던 상황도, 사실상 내가 스무살이 청년이고 자신이 서른 중반의 여인이었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 분명히 있었고, 그 불편함이...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뭐라고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묘한 것이 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내가 그렇게 느끼던 시절부터, 새엄마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둘만 사는 공간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약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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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방에서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살 때, 나는 거실에 내 방을 꾸렸고, 새엄마는 하나 있던 방을 썼다. 그렇게 그나마 공간을 얻으면서 우리는 단칸방을 살던 1년 동안의 불편함을 잊고 지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한 달에 한 두 번씩 찾아오는 새엄마의 가위눌림때문이었다.
한 번씩 가위에 눌릴 때의 새엄마는... 너무도 가엽고 불쌍한 그저 작은 여자가 되었었다. 갑자기 터지는 울음과 괴성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새엄마를 끌어 안아 주는 것밖에 없었다. 가위 눌림에 새엄마가 찾는 사람은 언제나 죽은 아버지였다. 가위에 눌릴 때 새엄마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는고, 달래는 데까지 보통 삼십 분은 걸렸었다. 내가 끌어안아서 달래면... 언제나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내 품안에서 너무도 불쌍하게 흐느끼면서 다시 잠이 들었었다.
내가 내 품에 안겨서 흐느끼면서 잠드는 새엄마에게서 여자를 느끼는 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품안에 안긴 새엄마는 그저 작고 아담하고 따뜻한 체온을 가진 여자였다. 새엄마는 언제나 잠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자는 사람이었다. 다 자란 아들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와서 살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아버지가 죽기 전을 생각해보면 나는 새엄마의 몸을 만져본 일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둘만이 남은 다음... 그렇게 처절하게 가위에 눌리는 새엄마를 돌봐줄 사람은 오직 나만이 남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가위에 눌린 새엄마는 나를 죽은 아버지로 생각하면서 내 품에 안겨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가위에 눌려 울부짖을 때, 내가 달려가면... 나를 그렇게 간절하게 끌어안았었다. 처음의 나는 그저 엄마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죽은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새엄마가 측은했고, 그리고... 이제 나를 지켜주는 엄마라기 보다는 오히려 내가 위로하고 품어줘야 하는 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작고 약해지는 새엄마에게서... 나는 어느 순간 여자를 느끼기 시작했고... 죽은 아버지를 시기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 품에 안겨서 내 아버지를 부르는 새엄마에게 이상한 욕심이 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위에 눌린 엄마를 안고 잠이 든 날은 언제나 새엄마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왜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었는지를 굳이 묻거나 하지 않았다. 나도 그런 것을 따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엄마는 자신이 가위에 눌린 순간을 그다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조금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엄마의 모습을 유지하기를 원했던 것 같고... 나도 그런 그의 의지를 굳이 무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도 자신의 그런 나약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전남편의 아들을 힘겹게 부양하는...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여자인 것이 사실이었고... 의지와는 달리, 무의식 속에서 잠결에 그 나약함과 외로움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아버지가 죽고 두 번의 제사를 지내고 나서야, 나는 새엄마에게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서 물었고, 가위 눌림에 대해서 물었던 같다.
- 아직도 아버지가 그렇게 그리워요...?
- ... 왜? 왜 물어...?
- 아니... 한 번씩... 심하게 가위에 눌릴 때... 아버지만 찾아서...
- ...
새엄마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써 눈물을 참아 삼키고 나를 바라보면서, 그냥 가볍게 한 번 웃고 만다. 그런 새엄마를 보면서...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아닌, 약간은 달라진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너두 그냥 음복 한 잔 할래...?
새엄마는 대답 대신에 제주인 나에게 술을 한 잔 권했고, 자신도 한 잔 아주 천천히 잔을 비웠다.
- 아니... 미워. 증오해...
- ...
- 이젠 니 아버지 얼굴도 잘 안나는거 같아.
나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그냥... 아버지가 죽고 2 년을 정신없이 힘겹게 살았던 것밖에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렇게 제사를 지내는 것 말고는, 그 사람이 내 아버지였는지 어땠는지를 알지도 못할 지경이다. 새엄마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눈에 눈물이 맺히면서 이야기한다.
- 그런데... 널 보면, 선생님이 생각이 나고는 해.
새엄마는 언제나 아버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 가위에 눌릴 때... 난 선생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거 같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때의 선생님 모습...
- ...
- 그런데... 선생님 그렇게 가셨던 날, 그 전날밤때문에... 그렇게 가버린 선생님이 더 미워지거든.
새엄마가 다시 한 번 눈물을 삼키면서... 말을 이어간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그리고 너랑 다 함께 행복하게 살거라고 다짐했던 선생님의 모습때문에...
- ...
- 시우야...
- 예...?
- 고마워...
- 뭐가요..?
- 네가 나 진정시켜주는 거 말이야...
- 아...
- 내가 옆에 있어줄 때, 그밤의 선생님이 돌아온 것 같아서... 위로가 많이 돼, 나...
그날 새엄마는 처음으로 내가 의지가 된다는 말을 입밖으로 냈던 것 같다. 비록 새엄마가 나에게서 죽은 아버지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도... 나는 내가 새엄마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왠지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엄마가 가위에 눌리는 그 밤에 자신을 안아서 위로해 주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새엄마에게 왠지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 * * * * *
아버지의 두 번째 기일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새엄마는 다시 가위에 눌렸고... 나는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심한 악몽에 시달리는 새엄마를 위로했다. 내 품에서 안정을 취하는 새엄마는 한번도 눈을 뜨거나 잠에서 완전히 깬 적이 없다. 그 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새엄마 내 품안에서 가엽게 떨고 있었고... 나는 그런 새엄마를 한쪽 팔로 안아서 다른 발로 여느 때처럼 등을 다독여줬다. 그 밤은 늦은 가을 밤이었고, 새엄마가 쓰는 안방의 베란다 쪽으로 난 창 밖으로 달빛이 그윽했던 것 같다.
나는 새엄마에게 그 순간만이라도 아들이 아닌 그렇게 그리워하는 남편이 되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밤에 새엄마는 다른 때보다 조금더 빨리 안정을 얻는 것 같았고... 내 품안으로 조금더 들어와서 안기었었다. 언제부턴가 느낀 것이지만... 새엄마에게서는.... 좋은 향이 난다. 그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의 특유한 살냄새와 비슷한 것인데... 내가 새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엄마 곁으로 왔을 때부터 알게 된 엄마만의 향이다. 머릿결에서... 그리고 살에서, 입고 있는 잠옷에서... 새엄마의 향이 난다. 그밤은 그 향이 달빛과 함께 몹시도 짙었던 것 같다...
- 선생님...
새엄마는 그밤도 내 품에 안겨서 아버지를 찾았다. 내 품에서 죽은 남편을 찾는 새엄마가 가엽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사랑스럽기도 했다. 그건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마음인데...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여자로서의 새엄마가 그밤에 나는 몹시도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새엄마를 달빛으로 내려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새엄마가 조금더 내 품으로 들어와서 안겼고... 나는 새엄마의 가슴이 내 가슴에 와서 닿는 것을 느꼈다. 새엄마의 가슴이 맨살이라는 것이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 그 밤은 내 가슴에 와서 닿은 새엄마의 가슴에서 엄마의 가슴이 아닌, 여자의 가슴을 느낀 것만 같다.
내가 등을 다독여 주던 손으로 새엄마의 머릿결을 쓸어주었을때... 나는 다른때보다 더... 새엄마가 엄마가 아닌, 내가 지켜줘야하는 여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어떻게 그밤에 내 머리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은 아마도 언제나 내 가슴속에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밤에 내 속에서 조금 더 뚜렷해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머릿결을 쓸어주면서 내려다 보는 새엄마의 얼굴이... 너무도 예뻐보였다... 내 가슴이 진정할 수 없을만큼 뛰기 시작한 것은 그 얼굴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부터였다... 새엄마의 눈썹, 감은 눈, 그리고 속눈썹... 콧날... 그리고 달빛에 더 붉어보이는 입술이... 다 예뻤다. 그 기분에 한참 취했을 때... 나는 이미 새엄마의 입술을 빨고 있었다...!
나를 아버지로 생각했기 때문인지 새엄마는 나의 키스를 꿈결에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나와 키스를 나누는 새엄마의 표정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고 말하면 핑계 같이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비록 꿈결이었다고 할지라도... 새엄마는 내 품에서 너무도 행복한 것 같았다. 새엄마는 정말 엄마가 아닌 여자처럼 내 품에 더 안겨들어왔고... 내가 새엄마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을 때 즈음에 내 목을 감고 안았다... 그 순간 얼핏 새엄마가 눈을 약간 뜨는 것 같았다 싶었지만... 새엄마는 나와 키스를 나누는 내내 꿈 속에 있었던 것 같았다...
- 아, 선생님...
새엄마가 아버지를 부르면서 내 몸에 더 가깝게 와서 감겼다. 내 품에서 새엄마는 남편의 품안에 안겨서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새엄마가 나를 조금더 세게 안는 것 같았다...
- 선생님... 나 불러주세요...
- ...
- 얼른요... 언제나처럼... 도연아 하고 불러주세요..
죽은 아버지는 새엄마를 언제나 이름을 불렀었다. 원래 자신의 제자였던 여자를 이름 말고 다르게 부르는 것도 사실 이상했었기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아버지는 내 앞에서 새엄마를 언제나 도연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었다. 나는 새엄마가 원하는대로... 이름으로 엄마를 불렀다.
- 도연아...
- 아, 선생님...
내가 이름을 불러줬을 때, 새엄마가 한 쪽 다리를 들어서 내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 나를 더 폭 끌어안았고... 드디어 자신의 혀를 내 입 안으로 넣는 깊은 키스를 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죽은 아버지 행세를 하면서 새엄마를 안고 있다는 사실에 갑작스런 두려움이 들었다. 그렇지만, 순간 온몸으로 퍼지는 공포는 아주 잠시였던 것 같았다... 새엄마와의 키스에 깊이 젖어들어간 나는 이미 한 손으로 새엄마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교차했었다. 나를 아버지로 알고 나를 안는 새엄마 앞에서 나는 내가 아버지가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럴수록 새엄마가 나를, 아니 자신의 남편을 간절히 원하는 것만 같고... 그 남편은 사실 두 번 다시는 새엄마를 안아 줄 수 없는 죽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내 안에 더 깊이 안겨들어오는 새엄마를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벌써부터... 내 속에 쌓여왔던 새엄마를 향한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내 마음이... 새 엄마를 몸으로 안고 있는 이 상황을 더 끌어안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 속에 안겨오는 새엄마는... 정말 그냥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에 다름 아니었다. 그밤 이미 오래전부터 새엄마를 여자로 갈구했왔는지도 모르는 내 속의 깊은 욕구를... 꿈결에, 잠결에... 나에게 안겨들어오는 새엄마를 핑계로... 드디어 터뜨려 버렸던 것이 아닌가 싶다. 새엄마에게는... 연민이 있었다. 아들인 내가 봐도 냉혹한이었던 아버지의 여자였던 새엄마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고, 여리고 작은 여자의 몸으로 나를 가족으로 끌어안으려고 했던 시간들에서 나는 새엄마 속에서 나를 봤는지도 모르고, 새엄마도 내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라봤는지도 모른다... 이런 모든 생각이 다 부질없다... 나는 어떤 핑계로도 상관없이... 새엄마를 지금 이 순간에, 나에게 안겨들어오고 있는 이 순간에 여자로 안고 싶다는 것이 분명했고... 그것이 그순간 새엄마에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래 기다렸던 남편에게 안기는 여자를 남편이 되어서 품는 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나는 너무도 쉽게 새엄마의 속옷을 벗길 수 있었다. 키스를 나누면서 나는 새엄마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새엄마의 보지털을 스치듯 느끼면서... 나는 새엄마의 보지에 손을 가져다 넣었다... 새엄마는 벌써부터 충분히 젖어 있었다. 새엄마와 키스를 나누면서... 나는 힘겹게 내 아랫도리를 다 벗었다. 한 손으로 힘겹게 팬티를 벗길 때, 이미 사기가 충천한 내 자지가 팬티 밖으로 튕겨지 듯이 나왔다. 나는 새엄마를 내 아래에 바로 뗄눗?.. 두 손으로 새엄마의 허벅지를 한껀 연 다음... 내 자지를 새엄마의 보지에 가만히 가져다 했다... 그 순간 내 가슴은 정말 터질 것만 같았다. 내 안의 욕구만큼이나 나를 미치게 제어하는 이성을 마지막으로 맞서 싸울 때... 새엄마의 두손이 내 허리를 감쌌고... 나는 그대로 내 자지를 새엄마의 보지속으로 깊숙히 밀어넣었다. 새엄마가 아주 낮은 소리로 탄성을 냈다.
차마 새엄마의 보지속으로 깊게 찔러 넣은 내 자지를 내려다 볼 수가 없어서... 나는 그대로 몸을 낮춰서 다시 새엄마를 끌어안았다. 새엄마가 내 목을 다시 끌어안았고... 우리는 다시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 내 몸을 일으켜 두손으로 몸을 지탱시키고 새엄마를 내려봤을 때... 새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윽고, 눈물이 흘러내리던 감긴 두 눈이 열렸고... 내 자지를 꽂아 넣은 새엄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 어, 엄마...
새엄마는 나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한 손으로 내 가슴을 부드럽게 만지면서... 내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새엄마의 보지에 약간의 힘이 들어가면서 내 자지가 새엄마의 보지 속으로 조금더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순간... 새엄마는 이순간만큼은 내가 아들이 아닌, 자신의 남편이었던 아버지로 남아주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새엄마를 이름으로 불러보았다...
- 도연아...!
내가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준 그 순간... 꿈에서 남편을 만나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던 새엄마는 실제로도 원했던 그 사람이 자신과 섹스를 나누고 있다고 느끼는 것만 같았다. 분명히 자신의 보짓속에 꽂혀 있는 자지가 죽은 남편의 것이 아닌, 남편의 아들의 것임을 이제 알고 있지만... 새엄마는... 그 아는 것보다 바라는 것에 더욱 간절했던 것이다.
- 내 이름 불러줘요...!
새엄마가 한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 도연아!
- 아... 한 번 더...!
- 도연아...!
나는 새엄마를 부르면서... 내 자지를 새엄마의 보지속에 조금이라도 더 깊숙히 찔러 넣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새엄마의 보지 깊숙히... 물을 한껏 쏟어 넣어주었다... 그게, 새엄마와 내가 나눈,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련한 우리의 첫섹스였다...
* * * * * * * * * *
그렇게 한때 내 아버지의 여자였던 사람이 이제는 내 여자가 되어 버렸다. 새엄마라고 불렀던 사람을 나는 이제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이름으로 부른다. 첫섹스 이후, 나는 새엄마, 아니 도연이와 같이 사는 것은 끝이구나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 얼마간 우리는 그밤의 섹스에 대하여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다.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일은 쉬웠던 것 같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새엄마, 아니 도연이가 나에게 그 일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지냈던 것이다. 한동안 우리는 서로를 이전 호칭으로 부르지도 못했고... 도연이도... 나를 아이 대하듯이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 일때문에 그래도 가족이었던 우리 둘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만은... 무언으로 서로 확인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새엄마와 의붓아들이 아닌... 남자와 여자가 되어갔다. 더이상 방을 따로 쓰는 일이 없어졌고, 나는 도연이와 같은 방을 나누기 시작했고... 나는 더이상 아버지의 환영이 아닌... 도연이의 남자로서의 내가 되어 갔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나와 도연이 사이에서... 쉽게 이루어졌던 것 같다.
그렇게 함께 도연이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삼 년을 남자와 여자로 살았다. 그게 가능했다. 살수록... 나는 도연이를 여자로 사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 년에 접어들었을 때, 도연이가 더 늦기 전에 먼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괜찮겠냐고 되물었을 때... 도연이는 오랜만에 죽은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도연이가 아버지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는 정관수술을 해버렸었다고 했다. 더이상의 자식을 원하지 않았던 아버지 때문에, 도연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마음을 접어야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그냥 나와 헤어질 수도 있었던 일을... 굳이 그렇게 나를 붙들고 살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러지만... 이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기꺼이 도연이가 원하는대로 아이를 가지기로 했고... 그렇게 마음을 먹은 지 두 달만에 아이가 생겼다. 도연이를 닮은 예쁜 딸아이를 낳은 우리는 아이의 이름을... 내 이름의 시우의 "시"자를 따서 시은이라고 지었다. 도연이에게 시은이는 원래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얻지 못한 아이를 사랑했던 사람의 아들을 통해서 얻은 아기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도연이와 살 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덕분에, 나는 도연이와 혼인신고를 하고 우리의 예쁜 딸 시은이를 도연이와 나 사이의 딸로 올릴 수가 있었다. 이따금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시은이의 동생을 가지자는 말을 하기도 한다.
<끝>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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