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104부]...
기주는 차돌 이를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차돌 이와 마주앉은 학자풍의 노신사를 소개시킨다.
[내가 오늘 자네를 보자 한 것은 이분 박사님을 소개하기 위함이라네.
이분은 미국에서 쭉 활동하신분이라네 그렇지만 고명은 널리 알려진 분이라네.
자네 사업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 여겼기에 내가 특별히 초청하였다네.]
기주가 노신사를 소개하면서 이분이 어떠한 분이라는 걸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는 것을 듣는다.
마치 어려운 사람을 모셔온 것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듯이....
차돌 이는 기주의 선처가 너무나 돌발적이라 잠시 당황했지만 그 배려가 너무나 커 얼굴 가득 기쁨을 나타낸다.
그리고 만면에 반갑고 영광이라는 표정을 담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감사인사를 올린다.
그리고 노신사에게 허리를 굽히며 자기소개를 한다.
[손 차돌이라 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를 바랍니다.]
[무슨 말씀을.....이분 박 회장님에게 댁의 칭찬을 너무 들어 긴가, 민가 했는데 과연
범상하지 않는 젊은이라 여겨집니다.
제 이름은 남궁 덕이라 하오.]
박사도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는 마주잡은 손을 두어 번 흔들고는 놓아준다.
두 사람이 악수를 끝내고 자리에 앉자 기주가 차돌 이를 오게 한 이유를 말한다.
[자네가 바쁜 걸음을 이리로 옮기게 한 목적을 먼저 말해주겠네....
먼저 이분은 자네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꼭 필요한 분이네.
어차피 자네는 사람을 구해야할 것이고 자네보다는 내가 보다 손쉽게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여기기에 건방지게 나섰네.
기분이 언 잖 아도 내 사심 없는 행동이니 이해하시게.
난 자네가 하는 사업에서 돈을 벌려는 욕심 따윈 없네.
어차피 사람은 죽어 빈손으로 갈 것인데 돈도 벌을 만큼 벌어보았고 지금도 그
방면에선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네.
조금 건방진 것 같지만 어렵게 모은 재산을 어떻게 사회에 보람 있게 골고루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이었네. 그런데 그 와중에 자네의 계획을 들었고
그 아름다운 마음에 내가 동참하고자 나선 것이라 생각해주게.
그리고 자네는 지금 연구만 하고 있었으니 그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공장 설비랑
인력은 어떻게 얼마나 동원해야 하는가는 아직 미지수일 것이네.
그래서 난 자네에게 공장설비와 연구에 필요한 인적을 동원하고자 한 것이고 자넨
내 뜻을 받아줄 것이라 여겼기에 허락 없이 일을 진행했다네.
기분이 나쁘다면 용서하시게.]
그랬다,
기주는 차돌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앞당겨 이루어주고자 애를 쓰는 것이다.
기주가 자기를 도울 것이란 생각을 아니 가져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던 차돌 이는 도리어 기주의 빠른 행보에 혹 다른 마음이 있나 궁금증이 든다.
[아니, 회장님 그렇게 신경을 쓰 주시다니..저로서는 대만족이지만.....
필경 다른 사유도 있을법한데 ..제 말이 틀렸습니까.]
차돌 이는 속에 궁금증을 솔직히 털어놓고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아무리 나의 뜻에 동참하여 하는 행동이라기엔 너무나 지나친 면이 있었다.
분명 다른 속셈이 있지 않고는 이렇게 발 벗고 나설 이유가 없는 일이다.
필경 이유가 있을 그 무엇이 알고 싶었다.
[하하하.....자네를 속이지 못하겠네.
난 자네와 며칠 전 집에서 한 이야기를 확실히 해주길 바라며 또한 우리 집에 망나니를
자네회사에 취직시켜 어떻게 일하는 게 보람된 일인가를 가르치고도 싶어서라네.
아니, 내 가족을 자네회사에 취직시키고자 술수라 여겨도 좋네. 하하하.....
어째, 이정도 이유라면 모자라나...하하하....]
기주는 어떻게 하던 차돌 이와 엮어지고 싶었다.
자기가 알아본 차돌 이는 경쟁그룹에서도 흑자를 보고 있는 대외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던가.
도대체 젊은 차돌이의 능력이 어디이기에 상대그룹에서도 신주단지 하듯 하고 있으니...
그런데 요즈음 상대그룹과 무슨 일인가로 묘하게 틀어져 소원한 사이란 걸 알았다.
차돌이도 그 그룹에 적을 둘 사람도 아니었고 자기 그룹에 있게 하고 싶어도 올 아이가 아니었기에 이번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어 보다 돈 톡 한 정을 맺고 싶었다.
또 한 내가 갖지 못하는 것은 남도 가지지 못하게 하려는 묘한 경쟁심리가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야 모두가 좋은 조건입니다.
그러나 분명 후회 하실 겁니다.
난 욕심이 너무 많아..달다고 여겨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으니....
아마 회장님은 그 점을 염두에 두셔야할 것입니다.]
차돌 이는 기주가 자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자기의 직계가족을 자기근처에 두려하는 것이 염려되어 하는 말이다.
즉 차돌 이는 자기가 여자를 유혹하지 않는데도 자기에게 호감을 가지는 여자들은 점점 자기에게 빠지고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또한 자기는 변태인데 누가 좋으면 그 옆의 것까지 갖고 싶어지는 이상한 욕구에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원하였고 상대는 피치 못하였던 아니던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쌀 한 섬을 가진 사람은 그 쌀을 나눠먹기 쉽지만 아흔아홉 석을 가진 사람은 한 섬을 더 보태면 백 섬이라는 욕심 때문에 쉽게 나누어 먹는데 인색한 법이다.
자기 주위에 여자가 많고 또 접근하는 여자를 마다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런 심리가 깔려 있었으리라
해서 지금도 일화와 미지가 그러하듯 자기 앞에서는 모녀가 아닌 자매로 불러지길 원하는 이상한 도착증세가 있지 않는가..
아무리 거부하려해도 그러면 그럴수록 그렇게 하고픈 마음이 더욱 강하게 일어나는 반대욕구에 스스로도 그 짓을 행하고 놀라지 않았던가.
자기는 점점 그런 재미에 익숙해져갔고 더욱 새롭고 변화된 욕구를 원하고 시도하는 재미에 일반적인 관계로는 정액만 사출할 뿐이지 쾌락은 가져다주지 못하는 상태까지 와버린 몸이 아닌가.
혹 이런 일이 계기로 하여 앞으로 엄청난 일이 엮어질 것 같은 생각에 사전에 기주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기주는 그럴 테면 해보라는 식의 배짱 있는 태도로 일관하지 않는가.
차돌 이는 속으로 부아도 올랐다.
꼭 그렇게 만들고 싶은 음흉한 생각마저 일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기주에게 말한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면 그의 말대로 따르겠다는 의사였다.
[하하하....전에도 말했네.....
사나이는 욕심이 없으면 진정한 사나이가 아니라고....
설령 내가 후회할일이 생겨도 자네 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니 그 점은 염두에
두지 마시게.
사실 나도 자네 못잖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사탕까지
먼저 빼앗아 먹고 있으니........]
기주는 자기의 욕심도 대단함을 스스로 밝힌다.
나도 그러하니 설령 내가 후회할일이 생겨도 마음에 두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말이다.
차돌이의 속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는 기주가 진정 차돌이가 생각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도 태연할 수 있을 런지..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호기롭게 말한다.
[하하하...그렇다면 좋습니다.
사실 전 공장설립에 어찌해야하나 하고 매우 난감한 곤경에 처해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나서 주셨습니다.
회장님의 도움을 고맙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이왕 도와주신 김에 끝까지 도와주길 간청 드립니다.]
차돌 이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제 끝까지 손을 떼지 말고 도와달라며 떼를 쓴다.
[하하하.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났네.
난 자네가 손을 떼라 해도 물밑으로 도와주리라 했는데 자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나 고맙네, 내 그렇게 하겠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바는 이루었고 이제 자네가 연구했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연구를 이분 박사님과 의논하시게.
그러면 박사님이 모든 공장시설을 지시할 것이고 그에 따른 모든 물자를 내가 즉시
제공하도록 하겠네.
그래서 우리 세계에서 제일 멋진 제품을 한번 만들어 보세나. 하.......하 하...]
기주가 호탕하게 웃는다.
자기의 뜻이 관철되어 기뻤고 무엇보다 차돌 이와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하하하.............................허허허..........]
모두가 기분 좋은 웃음으로 일이 순조롭게 성사됨을 축하한다.
그리고 세 사람은 다시 한참을 이야기를 나눈다.
박사는 차돌이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 편이었다.
그리고 남궁박사는 차돌이가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까지 가서 인체와 기의 연구까지 했다는 지난 이야기에 호감과 놀라움을 표시했고 확실히 다른 젊은이와 다름을 알았다.
또 그가 연구한 결과가 예상외의 진척에 깜짝 놀랐다.
그 정도 연구가 이루어졌다면 약간의 기술적인 문제만 정돈하면 제품이 만들어질 정도로 가히 놀랄만한 연구 성과에 눈이 휘둥그레지기까지 했다.
박사인 자기도 감히 그러한 생각을 못했고 그러한 도전을 하기 어려운데 이 젊은이는 풀 한포기 그런 쓸데없는 잡초까지 인체에 이로운 물질이 있음을 알고 그걸 사람에게 응용하여 건강한 삶을 살길 바라지 않는가.
그의 지난 연구에 남궁박사는 온통 경악에 쌓인다.
옆에서 그렇게 놀라 있는 박사를 지켜보던 기주도 차돌이의 성과가 어떠하단 것을 박사의 표정으로 보고 짐작하며 역시하는 흐뭇한 표정을 내내 지우지 않았다.
그렇게 자기가 연구한 성과를 박사에게 이야기해준 차돌 이는 그 모든 것을 기록한 문서는 나중에 공장이 설립되고 연구실이 만들어지면 제공하겠다고 했고 박사는 차돌이의 연구과제가 무엇인지 알고는 내일부터 당장 공장설립과 더불어 연구실부터 먼저 짓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연구원을 구해 하루빨리 차돌이의 연구 과제의 결과를 이루어 보고 싶다는 노골적인 언사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차돌이의 걱정중 하나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나와 그래도 뭔가 하나는 해야겠다고 스스로 맹세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자신을 세상에 알리는 게 아니고 그저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린 나날이었던가.
아무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그간의 노력이 하나도 헛되지
않았다.
세상에 일가친지 하나 없는 오로지 누나와 둘이라는 서러움,
바깥 것들에 흘려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얼마나 인고했는가...............
자신을 잃지 않으려 항상 마음을 깨워두었고 혹시라도 그 마음을 도둑맞을까 한순간도 마음을 비워두지 않았다.
그 마음이 모든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고 오늘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차돌 이는 뿌듯했다.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속으로 마구 사자후를 터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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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구슬이 엄청 달린 상드리제불빛아래 양주를 놓고 마시는 두 사람이 있다.
기주와 차돌이다.
기주는 이야기가 끝나고 헤어지려는 차돌 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남궁박사를 보내고 기주가 차돌 이를 끌다시피 하여 온 곳은 XX호텔 양식 룸이었다.
두 사람은 계속 싱거운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다.
차돌 이는 기주의 잔에 술을 부어주며 분명 기주가 조용히 자기와 이런 곳에 있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고 기주가 입을 열지 앉자 슬며시 물어본다.
[회장님, 솔직히 털어놓으시죠,
제게 분명 다른 할 말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만........]
[허허허...분명 자네에게 꼭 청할 것이 있는데...허허..이거 원 민망해서....]
기주가 여간 쑥스러워 하지 않는다.
아마 말하기가 무척 힘든 것을 꺼내려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하하하...회장님, 딸까지 선뜻 나에게 줄 정도로 호기롭던 분이 왜 이러십니까,
제게 숨길 것이라면 여기로 오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탁 터놓고 말씀해보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을 테니, 어서 털어보십시오. 하하...]
이젠 차돌이도 궁금했다.
도대체 기주가 이렇게 뜸을 들인다면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허허.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것인데 숨기지 않겠네.
실은 자네가 옛날에 개발했다는 그 약을 조금 썼으면 해서이네.]
기주가 어렵게 말문을 꺼낸다.
말을 하고도 민망한지 연거푸 양주를 홀짝거린다.
[아.....그 약...... 그런데 회장님이 그런 약을 원하시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아까 말씀엔 남의 입에 들어가는 사탕까지 빼앗아 먹는다고 들었는데....]
차돌 이는 기주가 그런 약을 찾는다면 필시 여자를 갖기 위한 것임을 알았다.
도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기주가 손에 넣지 못해 약까지 동원하려는 것인지 아무것도 모른 척 얼굴에 의혹을 가득 담고 물어본다.
[후후. 이왕 말까지 나왔는데 더 이상 자네를 숨기면 뭐하겠나,
내 솔직히 털어놓지.
정말 꼭 가지고 싶은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도와주겠나.........]
기주가 당당하게 차돌 이를 주시한다.
이젠 입 밖에 나온 말이고 계속 민망한 표정을 짓자니 체면도 서지 않고 차라리 당당하게 나서고 싶은 것이다.
차돌 이는 기주가 지금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절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돌 이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회장님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그 약은 사람의 체질에 맞게 써야 합니다.
그래야 여자를 영원히 회장님의 것이 될 수 있게도 하고 약이 과하면 몸을 상하게 하고 도리어 자기 몸을 상하게 한 복수심도 일어나게 만들죠.]
차돌 이는 짧은 순간에 묘한 계책이 떠올랐다.
이래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쩜 이일이 기주의 약점을 잡아둘 수 있는 일이라 여겼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뭔가가 되리라 여겼다.
물론 자기가 계획하지 않아도 도 희와 수경 이는 이미 자기손 안에 든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혹 불가피하게 벌여질지도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고 싶은 생각이 불연 듯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주가 원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알고 싶었다.
그 약의 성분은 자기가 잘 알고 있다.
물론 한 알을 먹으나 두 알을 먹으나 효력은 매한가지다.
다만 그 약을 먹고 난 뒤에는 약을 만든 나의 체향을 맡으면 나의 명을 좀체 그슬 리지 못한다는 것을 여러 번 실험을 통해서 알았고 어쩌면 그 여자도 제압하여 둘 필요가 있다 여기기에 얕은수를 쓴 것이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역시 기주는 말려든다.
기주가 저렇게 안달할 정도의 여자라면 분명 유명한 여자이거나 이름깨나 알려진 여자임이 분명한 것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저를 회장님이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소개시키고 잠시만 동석하시게 하면 됩니다.
물론 서로 인사할 때 악수하는 건 기본이므로 그때 그 여자의 체질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야 양을 조절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회장님이 알아 두어야할 것은 상대여자는 앞으로 회장님뿐 아니라 제게도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 그 자리를 벗어나겠고 앞으로도 그 여자를 찾지 않겠지만 제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그 여자는 언제든 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건 안 밝혀도 되지만 회장님에게까지 속일 수 없다 여기기에 솔직히
말해드리는 것입니다.
그만큼 그 약은 강렬한 자극도 있지만 약을 만든 나의 체향을 맡으면 마치 나를 자기
주인인 것처럼 느끼게 되니까요.
물론 회장님이 그걸 싫어하신다면 제가 해독해드릴 것이고 그러면 처음상태로
돌아간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래도 좋으시다면 그 여자 말고도 회장님이 원하시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언제든
몇 번이고 도와 드리겠습니다.
차돌 이는 약의 성분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고 그래도 응하겠다면 이번만이 아니고 앞으로도 원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자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지는 기주였다.
[뭣이 정말인가. 앞으로도 도와주겠다는 것이............
그리고 그런 건 신경 안 쓰네.......
난 내가 갖고 싶은 걸 갖는 게 목적이지 독점하고픈 마음은 없네....
자네가 그 여자를 욕심내어도 난 절대 상관 않겠네....
자넨 알지 않는가.......
난 지금 어떤 말도 행동도 보여줄 수가 없어.
그렇지만 분명한 건 남녀 간의 섹스엔 무척이나 대범한 편이야.
언젠가 자네에게 내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네.........]
기주가 기쁜 표정을 얼굴 가득 띠우고 차돌 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자기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갖지 않으며 더군다나 차돌이라면 자기의 여자까지 가져도 좋다는 뜻으로 말한다.
언제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기회가 오겠는가.
나도 사람이고 남자이다.
남들처럼 행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사회적인 위상이 모든 것에 철책을 치고 있었다.
이제 그런 구속을 단 한사람이지만 풀 수 있었고 자기의 공상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동지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기분이 좋아 하늘을 날 것 같았다.
남에게 말 못할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았고 그러므로 그와 야릇한 행위마저 공유할 수 있다는 꿈같은 상황에 미칠 것만 같았다.
악수를 할 때는 먼저 손을 내밀어라했다.
상대방보다 먼저 내밀고 잡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고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기주는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만큼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네, 그럼 알겠습니다.
언제든 회장님이 준비 되는대로 연락주시면 만사 제쳐놓고 뛰어 오겠습니다.
회장님이 저를 이만큼 도와주셨고 더군다나 딸까지 주시려하는데. 제가 어찌 회장님께 그만한 부탁을 나쁜 일이라 하여 돕지 않을 수 있습니까...
전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차돌 이는 명만 내리라는 말로 기주를 편안하게 그리고 기쁘게 만든다.
물론 차돌이의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 줄은 모르지만 호탕하게 주저 없이 말하는 차돌 이를 보고 기주는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하하하,,,,정말 고맙네......고마워........
하하하....그렇다면 수일 내로 내가 연락할 테니 어떤가. 시간 만들어야 하네. 하하.....]
기주는 급했다.
기주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빠른 시일 안에 시간을 만들 테니 준비하라고 이른다.
얼마나 마음에 들은 여자이기에 기주가 안달하는지 차돌이도 궁금해진다.
기주정도에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없는 여자이고 약까지 사용해야 할 정도면 보통여자는 아닐 것이라 짐작만 갈뿐이다.
허나 차돌 이는 영리했다.
태풍이 불어 풍랑이 심하면 바다에 배를 띄우지 않는 법이다.
태풍이 끝나기를 기다려 배를 띄우는 게 바다를 길들이는 방법이다.
수레를 뒤집어엎는 사나운 말을 길들여 순한 말이 되게 하려면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에 어쩌면 그는 거친 바다도 될 수 있고 사나운 야생마처럼 될 수 있다.
인생은 사나운 것이며 쓸모없는 것은 환영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배척하고 내동댕이쳐 버린다.
태풍을 잠재우려면 내가 태풍처럼 되지 말아야하고 사나운 야생마를 길들이려면 내가 먼저 순한 말이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나를 길들이듯 부지런히 그를 보듬어야한다.
그가 스스로 나를 숭배하고 존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차돌이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퍼진다.
[언제든 약속장소만 알려주십시오.
주저 없이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절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 주셔야 약을 먹일 수 있다는 걸 아셔야합니다.]
차돌이도 주저 없이 기주의 뜻에 따라주겠다고 밝히며 주의할 점도 미리 알려준다.
[알았네, 알았어..하하...수일 내로 연락을 하겠네....
흐흐...고 어린것, 이제 내입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어.. 흐흐흐.........]
기주는 연신 싱글 벙 글이다.
차돌 이는 기주가 좋아 싱글거리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아직 나이가 어린 처자임을 알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운다.
그렇게 두 사람만의 어두운 밀약이 만들어지고 있는 밤은 천천히 익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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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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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이의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저 멀리 대문이 보이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고 정차해있다.
어두운 차안에 검은 그림자가 실루엣처럼 움직인다.
둘은 켜 안고 한참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여자는 얼굴이 홍시가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고 남자는 의기양양해서 여자를 쳐다보며 징그러운 미소를 흘리고 있다.
[무랑이, 제법인데...........나, 너무 놀랐어...후후후...........]
차돌이가 만면에 웃음을 달고 두 눈을 크게 뜬 체 무랑을 본다.
[.......................................]
무랑인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후후후. 잘 배웠어. 진짜 내 혀가 빨려 뽑히는 줄 알았어.............후후.......]
차돌이가 놀리는 듯 음흉하게 말한다.
무랑의 키스솜씨를 칭찬하는지 놀리는지 하여간 어눌한 목소리로 능글거리고 있다.
분명 남자랑 입을 맞대는 것이 처음일 것인데 너무나 능숙하고 정열적이라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
여전히 무랑 이는 아무른 말도 못하고 있다.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점점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기습적으로 당한 키스에 자기도 모르게 언니들에게 배운 키스를 답습했을 뿐인데 그는 그것을 화두로 계속 놀리자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오늘. 무랑이 처녀 떨어지는 걸 모든 사람에게 구경시켜야겠어.
그래도 괜찮겠어............후후.............]
차돌 이는 무랑이가 부끄러워 더욱 몸을 사리자 재미가 나는 듯 더욱 놀려댄다.
[으........안 돼........ 오빠....싫어..................]
그제 서야 무랑인 고개를 숙인 체 조그맣지만 급하게 답변한다.
지금 처음해본 키스에도 부끄러워 몸 둘 곳을 모르겠는데,.... 그리고 아직 남자를 모르는 몸이고 그것도 어찌 자기의 정사를 구경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언니들이랑 동등한 입장에 서고 싶은 마음에.......... 또 그의 마음에 영원히 자리 잡히게 하고 싶은 마음에 잘라 거절하지도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직은 남이 하는걸 보아도 쑥스러웠고 이제 자기가 그런 일을 오늘 당한다고 생각하니 진즉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처녀의 반항인지 많은 사람 앞에 벌거벗고 가랑이를 벌리며 남자를 맞이하기가 썩 내키지가 않는 모양이다.
[그래, 그럼, 넌 오빠랑은 안 되겠어. 오빠가 포기할게.........]
차돌이가 큰 인심쓰는척하며 자세를 바로하며 근엄하게 말한다.
실은 무랑 이를 약 올리려 하는 소리지만 무랑이의 반응도 보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론 그런 처녀를 상실하는 모습을 모든 사람 앞에 보여주며 하고 싶은 이상한 욕구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냐. 오빠. 치 이.........내 마음 알면서.......난 오빠만 있으면 돼.........
오빠만 내 옆에 있는 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치이............그렇지만 오빠 미워........]
무랑 이는 차돌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받아 항변한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리고 언니들이 하는걸 보아왔지만 모두의 앞에서 옷을 벗기도 부끄러웠는데 이제 차돌 이와 몸을 섞어 진정한 님 의 여자로 태어나고 싶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왜 그렇게 이는지 모를 일이다.
모두가 사랑하고 좋아하며 하는 일인데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이렇게 되고 싶었는가.
막상 그 순간이 왔는데 무엇이 나를 움츠리게 만들고 떨리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왕 닥칠 일이고 그렇다면 오빠를 위해 정말 사랑스런 모습으로 웃으며 맞아드리고 싶은데 자꾸만 얼굴이 붉어지고 쑥스러운 몸짓이 왜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인지.........
무랑인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차돌 이를 올려다보며 생긋이 미소 짓는다.
[오빠...........나. 오빠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게..........
아니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니......내가 두려워해도 절대 오빠는 멈추면 안 돼.......
제일 큰언니처럼 날 그렇게 해주길 바라지만 둘째언니처럼 날 아무렇게나 해도 난 정말 행복할거야.....
오빠, 내 맘 알지............]
무랑인 모든 걸 포기한다.
오직 차돌 이를 자기 옆에 붙들어 놓는 방법은 차돌 이를 기쁘게 해 주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용기로 자기로서는 무척 긴말로 차돌 이에게 사랑을 전한다.
무랑인 부끄러움조차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허긴 사랑이 가슴에 넘치는데 진실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사랑의 감정을 가슴 넘치도록 품고 있는데 그 무엇 하나 정인과 같이하는 것이라면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무랑인 마음속으로 그 어떤 어려움도 기쁨으로 받아들일 것이니 이 사람과 영원히 사랑하며 살게 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빌고 빈다.
[후후후. 녀석, 아무려면......
그러나 오늘 무척 고통스러울 거야.
넌 내게 보석 같은 존재이고 사실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갖고 싶었던 여자이기도 해....
넌 많이, 예쁘지도 않지만 오로지 나만을 위하는 여자 아닌가.........
난 내게 나 아니면 안 되게 만들고 말거야.............정말이야.............
넌 며칠 일어나지도 못하게 아주 혼 줄을 내고 싶어 미치겠단 말이야....
네게 그러면 안 되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하고 싶어.]
차돌 이는 마치 무랑 이를 산산이 부수고 싶다며 겁을 준다.
이렇게 순진한 아가씨를 산산이 부수면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이며 그러고도 날 좋아하는지...
아니 이 순간 그는 정말 처절하게 밟아주어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런 무랑이가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걸 사실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오빠. 해....마음대로 해..........
설마 오빠가 날 죽이지는 않을 것 아냐..........
날 오빠밖에 모르는 여자로 만들어줘. 정말이야...제발 그렇게 만들어줘.....]
무랑이기 갑자기 용감해진 것일까.
차돌 이를 직시하며 당돌하게 그렇게 해달라고 말한다.
차돌 이는 그런 무랑이가 진실로 사랑스러워 다시 품안에 안고 세차게 켜 안아 준다.
[그래. 꼭 그렇게 할 거야. 암 그렇게 하고말고...........무랑아.
자. 이제 집으로 가자, 우리가 여기 차 세워 놓고 있는 줄 모두가 알거야............]
차돌 이는 무랑이의 이마에 살짝 입술을 대어주고는 안고 있던 몸을 풀어준다.
무랑인 그런 차돌 이를 보며 해맑은 웃음으로 답해주고는 시동을 걸고 집으로 차를 몬다.
앞으로 다가올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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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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