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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40 857회 0건
10. 버려짐. 배신. 차였음.

누나는 하늘이를 일행으로 편입 시킨 후. 잠깐 성당 앞 도로에서 기다리라고 말하곤 텍시를 타고 집으로 가 버리고 10분 정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예배당에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1주일이 지난 일인데다 난 1주일 동안 결석을 한 덕에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저번 토요일에 미팅을 하던 하늘이와 마주쳤던 것이 순간 떠올라 어색해져 버렸다. 이런 기분이 들 필요가 그냥 친구사이면 없을 건데. 참 남녀 사이란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이도 둘만 남겨지자 그 때 일을 떠올렸는지 나에게 말을 전혀 걸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침묵이 너무 길어졌고 이 침묵이 거북하게 느껴질 때쯤 그러니까 나 역시 이 침묵을 깨야 한다고 여길 때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팅. 있잖아.”
“어?”
“하은이가 같이 갈 친구가 펑크 냈다고 자리만 지켜 달라고 해서. 그러니까.”
하늘이가 우물쭈물 하며 말을 잊지 못하다 한숨을 한번 쉬곤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남자랑 만나려고 간 거 아니야.”
도대체 이럴 때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이 상처를 안 받을까. 고민스러워 난 말을 바로 하지 못하다 한참 만에 입을 때었다.
“음. 알겠어.”
오해가 풀렸다고 생각 했는지 밝아지는 하늘의 표정. 난 그 표정을 보며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이 너무나 순진한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면 스스로에겐 물론이고 수애에게 엄청난 질책을 받아야 할 것이니 말이다.

“근데. 언니는 언제 봐도 멋지지.”
“그렇지”
난 누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 반응에 토를 달았다.
“보통 남매들은 티격태격 하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가.”
“수애는 자기 오빠랑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고.”
아마 수애 같은 성격이면 완벽한 오빠가 아닌 이상 비수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될 것이고 그 때문에 싸우는 것은 당연 할 것이다.
“은은는 동생이랑 자주 싸우나 보더라.”
“응~”
“그에 비하면 가희 언니랑 넌 눈에 보일 정도로 친하잖아.”
“그래 보여.”
“응.”
하늘이가 설마 우리 사이를 의심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왼지 뜨끔했다. 누나와 지속 적으로 섹스 하는 나이지만 우리 사이가 세상에 알려지면 큰일 난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수애는 언니가 진이 엄마 같다고 하던 걸.”
“에?”
하늘이가 말한 수애의 말은 아마 짧은 말일 것이다. ‘브라더 콤플렉스’ 또는 ‘브라콤’으로 정신병자 취급하는 말이라 하늘이가 순화해 저렇게 이야기 하는 것 일거다.
“나도 질투가 나는 걸.”
그렇게 말한 후 얼굴을 붉히는 하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이런 말을 하기는 그 성격에 힘들었을 건데. 자기가 나를 아직 좋아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구지 저렇게 말한다니 그녀가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녀와 난 늘 그렇듯 책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저기 언니 왔다.”
하늘이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근데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누나는 보이지 않고 왼 외제 승용차가 보였다.
“어디?”
“저 차 뒷좌석에.”
나는 다시 그 차를 보았고 뒷좌석에 앉아 앞에 운전자와 이야기를 하는 누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구래.”
“처음 보는 차인데.”
“언니 애인 있어.”
“없어!”
나도 모르게 순간 언성이 올라갔나 보다. 하늘이의 눈동자가 놀라서 커져있었고 더 이상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사과해야 갰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선 저 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난 차로 다가갔고 먼저 유리창 너머로 운전자를 확인했다.
멋을 잔득 부린 정장 착용한 20대 초반의 남자로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지고 있고 얼굴엔 자신만만함과 오만이 넘치는 정형적인 부잣집 아들 인상을 잔득 풍기고 있었다.
난 그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쾌감이 잔득 담긴 얼굴로 남자의 농담에 웃음 짓는 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나. 이분은?”
다행이 난 누나에게 창피를 주지 않기 위해 목소리엔 감정을 최대한 억제했고 차안의 두 명은 나의 지금 심기를 알지 못한 상태로 인사를 건넸다.
“오빠 제 동생 진이예요.”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창을 내리고 나를 처다 보며 미소 지었다. 심기가 편하지 못한 나로선 그 미소만큼 기분 나쁜 것도 없었지만 참았다.
“난 백태현 이라고 해.”
“안녕하세요. 성진입니다.”
“와~~ 가희 어머니가 영화배우 출신 이라는 건 알았지만 가족이 모조리 미남미녀구나.”
누나는 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예의상 부인을 했다. 남자는 따라 웃은 후 나를 다시 보며 입을 열었다.
“놀러 간다며 잘 놀아. 안내해 주고 싶지만 오늘 지방에 내려가야 해서. 시간이 없네.”
“아뇨.”
“태워다줘서 고마워요.”
“그럼 잘 놀아라.”
누나가 그렇게 말한 후 내렸다. 누나는 한손에 예쁘게 생긴 바구니를 들고 다른 손엔 검은색의 작은 가죽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난 누나의 바구니를 달라고 해서 내가 들고 백태현이라는 남자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진이 그럼 또 봐.”
“네. 조심해서 가세요.”
그의 외제차는 출발했고 난 누나에게 약간 감정이 썩힌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야.”
“아버지회사 중역 아들이야. 어릴 적 몇 번 만난 적 있거든.”
중역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일까. 이사. 부사장. 아버지 회사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나로선 그 남자가 어느 위치의 후계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그 남자의 신원이 아니었다.
“왜 저차 타고 왔어.”
“아버지한테 들렸다 왔거든 거기 있더라. 왜 그래?”
“그냥”
난 내가 질투 했다는 것을 들키기 싫었다. 난 퉁명스럽게 짧게 말한 후 하늘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내가 정색했던 일 때문인지 잠깐 머뭇거리다 우리 쪽으로 내려왔다. 난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누나에게 말을 복잡하게 해야 할 까봐서 바로 이야기 하지는 못했다.

잠시 후 우린.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가서 중심가에 내렸다. 그리고 3분 정도 걸어서 테마파크에 도착했다.
누나가 표를 내고 놀이기구를 무한으로 탈 수 있는 이용권을 사는 동안. 아까부터 화려고 했던 말을 하늘이에게 꺼내 놓았다.
“아까 미안. 놀랐어.”
하늘이는 입만 미소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하지만 하늘이의 표정은 여전히 시무룩했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별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자연스럽게 풀리기를 바라며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자.”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카드를 받았지만 우린 많이 타지 못했다. 제일 처음 타본 것이 바이킹 인데. 나와 누나는 무서워도 그럭저럭 타고 즐겼지만 하늘이는 이런 놀이기구에 쥐약인지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친데다. 나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애쓰긴 했지만 오줌까지 지려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누나와 하늘이가 속옷과 하의를 산다고 테마파크 앞에 있는 옷가게에 다녀오는 동안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청바지가 아니라 밀리터리룩 바지를 입고 등장한 하늘이가 놀이기구는 절대사절이라고 말해서 누나랑 나만 몇 번 타고 나서 그만두게 되었다. 하늘이를 내버려둘 수도 없어서 한 선택이었지만 더 타고 싶어 입이 삐죽 나올 것 같았다.

놀이기구 타기를 그만 둔 시점에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당 구역에 있는 수많은 식탁중 하나를 골라잡아서 둘러앉았고 누나가 싸가지고 왔던 바구니를 식탁에 놀려 놓고 내용물을 풀어 놓았다. 내용물은 김밥과 유부초밥 그리고 주먹밥과 미리 손질해 놓은 키위, 사과, 배, 바나나 그리고 단무지와 피클로 아버지가 급부상한 기업의 대표인 것이 의심이 갈 정도의 조촐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래감 만에 맛보는 누나가 만들어준 제대로 된 음식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하늘이는 보기보다는 잘 먹는 편이었다. 젓가락질을 이상하게 하고 있는 것만 제외하면 그녀의 먹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말이 많지 않는 평소에 비하면 유달리 말이 많고 입에 무언가를 넘기는 모습이 몹시 즐거워 보였다.
“가희 언니 요리 잘 하시네요.”
“아니 별로. 못하는 편일걸.”
하늘 반해서 누나의 먹는 모습은 맛없는 것을 억지로 먹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누나의 혈색이 평소와는 미세하게 달랐다. 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의문을 느꼈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난 그 점을 넘어가 버렸다.
“그만하면 잘하는 편이지.”
“그래”
평소보다 짧은 대답. 뭐가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 난리를 친. 저번 주 토요일부터 나에게 말을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좀 심하게 느껴진다.

하늘이는 학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애로 시작해서 수애로 끝나는 지루하지 않은 모험활극 그 이야기의 희생양은 대부분 나이고 영웅은 하늘로 엑스트라로 창세와 지석이가 등장하고 관중으로 헤인이와 하은이가 등장한다.
크게 웃긴 이야기도 아니고 크게 재미없지도 않는 그런 평범한 일상적인 이야기였다. 누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서’ ‘응’ ‘좋았겠네.‘ ’너무했다.‘ 같은 말을 덧붙여 줄 뿐 자기의견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그것이 평소 그녀의 말투이기도 했지만 의문을 느끼고 있던 나에겐 그것마저 이상하게 보였다.

하지만 난 그 의문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점심을 먹고 셋이서 테마파크에 딸려있는 영화관에 갔고 거기서 공포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 마다 혼이 쑥 빠진 것 같은 하늘이의 매달리기에 난처해져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영화를 보고 나오자 누나가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다고 가버리는 바람에 질문은 공중에 떠버렸다.

둘만 남은 나머지시간. 우린 하늘이의 제의로 독서카페에서 향이 커피 좋은 얼그레이와 헤이즐넛을 시켜서 마시며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하지만 난 그윽한 향과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 누나를 만나서 단순한 의문에서 불안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이것을 풀고 싶었다.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1주일 동안 우린 대화다운 대화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은 없지만 섹스 횟수를 줄이겠다는 다짐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이가 따라 붙고 초면인 남자를 만나고 아버지 때문에 먼저 가버리는 바람에 오늘 기회를 모두 놓쳐 버렸다. 오늘 하루가 엉망이 된 것 같아서 불쾌했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인해 독서엔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다시 보고 다시 보고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난 점점 짜증이 났고 결국 책을 덮어서 제자리에 꽃아 넣으며 하늘이에게 말했다.
“미안 하지만 그만 집에 가자.”
“으. 응.”
하늘이는 한창 빠져있던 책에서 손을 때기 싫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일어섰다. 그녀는 월래 입고 있던 바지가 든 종이가방을 팔목에 끼고 책을 꽂고 나를 따라 나왔다.

땅거미가 길게 늘어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거리를 걸으며 우린 말이 없었다. 나는 누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고민 중이고 하늘이는 심통한 표정으로 내 옆을 지키며 걷고만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하늘이집 앞에 올 때 까지도 우린 말을 하지 않았다. 하늘이는 차가운 바람만큼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난 그 표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해 날씨가 더욱더 춥게만 느껴지는지 몸을 떨었다.
“춥지. 어서 들어가.”
“응. 고마워 에스코트”
“내일 보자.”
“잠깐만 추운데 들어갔다 갈래.”
“응?”
하늘이는 자신이 사는 6층의 단층 맨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님 여행 가셨거든 집에 나 뿐이야.”
그녀의 뜻이 무엇일까. 나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냥 집에 갈래. 누나가 빨리 오라고 했거든.”
“으 응! 그래.”
그녀는 울 것 같은 얼굴에 애써 웃음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 후 고개를 돌려 맨션으로 뛰어 들어갔다. 미안한 마음에 그녀의 등을 지켜보고 그녀가 계단으로 사라졌을 때 황량함만이 숨 쉬는 계단을 한참 바라보았다.
만일 누나에게 이런 알 수 없는 감정을 품지 않았다면 아마 난 하늘이를 좋아 했을 거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한없이 순순하고 연약한 심성을 가진 예쁜 아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데 그 누가 마다할까. 한없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늘이가 사는 곳을 뒤로 하고 집에 왔을 땐. 집엔 어둠만이 존재했다. 난 그 어둠속에 빛을 찾아 해매는 모험가가 되어 배전반을 찾고 뒤늦게 휴대폰을 꺼내서 누전차단기를 올렸다.
어둠이 순식간에 문틈, 소파 뒤 등으로 숨어버리고 나에게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몇 달 동안 이지만 나에겐 파라다이스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장소 나의 누나의 집 행복한 미소가 항상 가득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렇게 만들고자 했고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장 큰 존재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아까부터 들고 있던 휴대폰을 열고 0번을 길게 눌렀다. 누나의 예쁜 미소가 찍혀있는 사진이 보이고 통화대기 상태를 알리는 컬러링 음악소리가 들렸다. 계속된 통화대기 중 그리고 이어지는 음성사서함. 누나는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이 머릿속을 순간 매웠지만 머리를 흔들어 애써 털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한참 통화대기 상태가 지속되었다. 짜증이 났고 평소의 시간감각이 엉망진창이 되어 길게 느껴지는 통화대기 시간이 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음성사서함. 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너무 추웠기 때문에 전화를 끊고 전기히터를 커고 소파에 앉았다.

너무나 조용해서 냉장고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위층 캐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내 귀에 전달되었다.
“아저씨 우리도 다음 주에 놀러가요.”
“왜 갑자기 테마파크. 너 전에 같이 가자고 하니까. ‘이젠 저도 다 컸어요.’ 하면서 절대 안 간다고 말하지 않았나.”
“선생... 저... 싶...”
“그... 다... 우...”
다른 두 사람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를 잠시 엿듣다가 졸음이 왔고 소파에 앉아 잠이 들었다.

귀에 익은 음악이 반복되어 울리고 있었다. 그저 경쾌해서 좋다고 누나가 넣어준 대중가요인데 난 그저 누나랑 같은 것을 사용한다는 것에 의의를 둘뿐 좋은지 나쁜지는 알지 못했다. 근데 오늘은 왼지 그 음악이 듣기 싫었다.
난 기분이 나빠져 일어났고 휴대폰을 들었다. 누나였다.
“왜 진아.”
누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아무감정이 없는 목소리 난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생각 하다가 간단하게 말했다.
“언제와”
“응. 10시 전엔 갈 것 같아.”
“택시타고 와. 도착 할 때쯤 전화하고.”
“응. 밥은.”
“아직.”
“먼저 먹어.”
“응.”
“그래.”
누나가 전화를 끊었다. 대화를 하고 있으니 누나가 보여주었던 알 수 없는 변화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나쁜 기분이 조금씩 희석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식욕이 일어났고 난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 몇 일전 하늘이와 삼인조가 병문안 선물이라며 사온 케이크를 꺼내서 먹고 이것저것 군것질 거리들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TV를 켜고 관심도 없는 음악채널을 틀어놓고 시간을 때웠다.
대중 가요가수들의 현란한 춤과 노래. 빠른 화면전환과 현란한 색감들이 내 눈을 어지렵히고 있었다. 대부분의 노래는 러브송이며 여자가수들의 가장 많은 컨셉이 섹시이며 남자들은 대부분 여린 얼굴 생김새를 가진 미남으로 한참을 보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눈이 피곤해 안경을 벗고 눈을 매 만졌다. 그리고 안경을 다시 쓰지 않고 화장실로 가서 간단하게 씻고 식당으로 가서 다시 간식거리를 꺼내서 들고 소파로 갔다. 도시락을 싸고 남은 유부초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았다. 10:50 제법 시간이 지나 있었다. 난 휴대폰을 다시 들었고 이번엔 전원이 꺼졌단 자동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연락두절 상태로 20분 지날 때쯤 난 걱정으로 도무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그만 두었다. 나의 머릿속엔 5월 달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그것에 더해 많은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불행한 것들로 골라서 말이다.

차갑고 메마른 바람이 부는 어둠의 거리를 걸으며 나의 용기 없음을 질책했다. 아버지에게 물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지만 그동안 그가 나에게 보여준 냉정하고 적대적인 모습이 나에게 공포로 다가와서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파고드는 겨울의 찬바람이 나의 나약함을 위로하여 증폭시키며 나의 마음을 점점 여울 속으로 이끌고 어둠이 안경을 끼지 않는 나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었다. 병원 앞은 평소보다 멀게 느껴졌으며 그 모습마저 역겹게 변해 있었다.

좁은 길을 빠져 나오니 상냥함을 상실한 더욱더 매서운 바람이 나를 에워쌌다. 난 입고 나온 외투를 여미며 저항을 해보지만 자연의 심술에 희롱당할 뿐 만족스런 결과는 얻지 못했다. 체온은 계속 떨어졌으며 난 그 참을 수 없는 떨림에 굴복당해 좋은 자리를 잡고 있는 상술의 극대화를 보여주는 편의점의 벌려진 입속으로 스스로 들어가야 했다.

편의점 창을 통해 보이는 겨울의 황량한 모습 속에서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누나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시간이 5분이 지나고 10분 지나고 15분 지나고 20분 지났지만 현 최우선과제는 도무지 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그 후 걱정으로 타 들어가는 시간은 정확히 11:55에 끝을 매졌다. 누나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난 두 손으로 감싸서 마시고 있던 따듯한 캔커피를 아무렇게 편의점 테이블에 놔둔 채로 뛰었다.
하지만 누나가 나를 알아볼 정도로 나는 그곳으로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멈추었다. 그녀가 타고 온 차는 택시가 아니라 성당 앞에서 보았던 그 외제차였다.

그 남자는 백태현이라고 자기를 소개 했던 남자가 차에서 내린 누나 곁에 있었다. 그는 바람사이로 무언가 그녀에게 귓속말로 이야기 했고 난 그 모습에 분기했다. 당장 달려가 한 대 갈겨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끓어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누나에게 창피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그것을 억제시켰고 난 조용히 거리를 유지하고 보고만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남자는 누나의 짐을 들어준다는 핑계를 댔는지 바구니와 종이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누나를 따랐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의 뒤를 조용하게 발밭다.

빌라 앞에 왔을 때. 그 둘은 짧은 인사를 건네고 서로 돌아섰다. 남자는 안경을 안쓴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 가고 난 그의 얼굴이 웃고 있다는 이유로 누나에게 화가나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되어 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집안으로 정숙하지 못한 발걸음으로 들어가 눈으로 누나를 찾았다. 그녀는 외투를 벗어서 소파에 걸치고 소파에 앉아 그 매끄러운 다리사이에서 타이즈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 섹시함에 매료되었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따지고 싶었다.
“왜 이렇게 늦어!”
“미안”
“걱정했잖아.”
“미안”
그녀의 목소리는 날씨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난 그 목소리를 참을 수 없었다. 바로 아버지와 같은 목소리였기에.
“백태현 그 사람이 왜 또 누나를 데려왔어.”
“아버지 집에 있었거든.”
난 도무지 참지 못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난 하고 싶지도 않은 질문을 충동적으로 입으로 내었다.
“그 남자랑 만나고 온 건 아니고!”
나의 말이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향하게 했다. 그녀는 약간 커지고 피곤함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한참 동안 침묵했다. 난 그 침묵도 참을 수 없었다.
“아니라고 해줘!”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나를 별세계로 몰아내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뭐!”
높아진 언성의 나와 여전히 차가운 말투의 누나. 둘의 상이한 대화는 계속 이어지지 않고 서로의 시선을 교환할 뿐이었다. 나의 분기한 눈동자와 누나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은 눈동자가 서로의 의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말하고 있었다.

“진아. 이제 이런 생활 그만두자.”
한참의 침묵을 깨고 누나가 대치되어 있던 시선을 거두고 여전히 차갑지만 약하게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누나와의 둘 만의 시간이 이후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것을 울 것 같은 목소리에 담아 표현했다.
“싫어.”
“가족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사이야. 때문에 서로 짝을 만드는 거야 우린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 거고 그건 불행할 뿐이야.”
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볼을 타고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렸다. 맑고 투명한 눈물이 누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지 다음 이어진 목소리가 몹시 불안정했다.
“그래서. 그래서. 있지 나 외국 유학 가기로 했어.”
“안돼!”
난 고개를 떨구고 울먹이며 말했다.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동정을 유도하고 싶었던 것일 것이지만 누나는 그에 동조해 주지 않았다.
“아니 가야해. 그게 너와 나의 답이야. 다른 답은 없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동정하기 위해 손을 빌려주지 않고 타이즈와 외투를 손에 들고 천천히 나에게서 떨어져나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한 시간이라 들리는 잠금 소리.

난 흐느끼며 한참동안 자세를 고치지 않았고 다리가 아파오는 것도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격고 있었다. 장시간 그러고 있으니 정신이 흐릿해지고 힘이 빠져나갔다. 일순간 상당히 편리한 병이란 생각을 하며 정신을 완전히 놓은 것은 대충 2시간 후일 것이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난 누나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핑크색과 하얀색의 슬립차림으로 아까의 것들은 모조리 연기였을 뿐이라고 말하듯이 다정스럽고 슬픈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그 시선을 애써 피했고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은은한 스탠드의 조명아래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내 눈에 들어왔었지만 지금의 심정을 대변해 평소처럼 서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부드러운 감촉이 이불속 내 바지 앞섬을 매만져 오자 자지는 서서히 힘을 받아가고 있었다. 야릇한 기분이 내 불쾌감과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지퍼가 열리고 허리띠가 풀리고 바지가 아래로 내려왔다.
고기막대가 위용을 자랑하며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여전히 누나를 보지 않았고 누나가 다음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 침대가 조금 흔들리고 이불이 바닥으로 흘러 내려갔다. 그리고 한기가 감돌았지만 잠시뿐 난 따듯한 체온을 내 거기로 느낄 수 있었다. 입속이나 보단 메마르고 보지속 보단 압력이 덜하지만 에로틱한 모습을 가진 곳이 나의 그것을 감싸고 있었다.
난 새로운 느낌에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보았다. 누나는 슬립 어깨 끈을 풀어서 젖가슴 아래로 내려놓고 풍만한 유방을 돌출시킨 다음 양손으로 잡고 계곡 사이에 나의 자지를 끼웠다. 그리고 상체와 손을 움직여 마찰을 일으켜 주었다.
“아. 하. 아. 하~~ 아~~ 하.~~”
누나의 표정은 섹시 그 자체였고 난 그 황홀함에 모든 것을 잊어 버렸다. 처음엔 그렇게 빨리 갈 것 같지 않던 평안한 압박으로 오르가즘이 오르는 속도 더뎠지만 속도가 빨라지고 양손으로 눌러지는 가슴의 압력이 강해지고 또 입을 통한 귀두공격이 시작되자 난 오래 참을 수가 없었다.
“야. 하~~ 누나~~ 나~~ ”
그래서 급격한 쾌감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예고도 없이 분출을 해 버렸다. 누나는 분출 직전 입을 때었고 정액들은 공중을 날아서 누나의 얼굴과 가슴에 튀어 버렸다.

이 여자는 내꺼 라는 증표를 새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 걱정이 내 머릿속에서 모두 자리를 잃어버렸고 내 정액을 뒤집어 쓴 그 에로틱하고 사랑스런 모습에 매료되어 몸을 일으키고 정액이 묻은 누나의 입술을 빼앗다.
“음. 읍. 음. 아.”
“하. 음~ 읍.”
혀와 혀가 오가고 타액이 교환되며 서로의 치아가 상대방의 혀에 의해 확인되었다. 그 황홀경에 빠져 난 한손은 허리를 잡고 한손을 한쪽 유방을 주무르며 강하게 끌어안았다. 너무나 달콤한 맛이 나는 누나의 입속을 한참동안 느끼고 나서 난 누나의 시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홍조 띤 얼굴엔 섹시함과 사랑스러움만이 남아 있었다.
난 그 사랑스러움에 슬픈 미소를 지으며 누나를 끌어 않았다.
“가지마. 누나 가지마.”
대답은 없었다. 대신 그녀는 나를 밀었다 난 두 손을 뒤로 해서 완전히 눕지는 않았고 그녀는 다시 새롭게 그 위용을 자랑하기 시작한 정액 묻은 자지를 손으로 몇 번 쓸어주고 일어났다.
그리고 나에게 보라는 듯이 슬립을 아래쪽을 들어 올리고 물이 흐르고 있는 보지를 보여주었다. 여전히 깨끗하고 예쁜 핑크색의 보지가 너무나도 탐스러워 그 보지를 입으로 빨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누나는 나가 서려고 하자 손을 들어 나를 제지했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보지를 스스로 손가락으로 몇 번 만져 준 후. 천천히 내 자지 위로 내려왔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내 자지를 끼운 상태로 허리를 새우는 것이 아니라 허리 휘고 팔을 뒤로 돌려 몸을 약간 든 상태로 지탱하고 무릎을 새웠다.
누나와 나의 자세는 서로 대칭되는 자세가 되어 있었고 둘의 시선은 마주쳐 있었다. 난 이 상소한 체위를 어떻게 해야 삽입이 이루어지는 알지 못했지만 누나는 휘었던 허리를 바로 펴며 그 방법을 알려 주었다.
허리를 퍼져 자지가 스르륵 빠져 나갔다. 허리를 휘자 자지가 보지 속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하. 아. 야.”
“음~ 아~”
쾌감이 우리에게 엄습해 올라오고 있었다. 누나는 허리를 계속 움직였고 난 누나의 움직임에 증대되는 쾌감에 신음을 흘리며 황홀해 했다.
“음~ 아~ 햐~ 좋아.”
“하. 아~ 햐~”
한참을 그 자세로 움직여지고 어느 순간 누나의 이마에 땀방울이 매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땀방울은 온 몸에서 흘러 내렸고 난 그녀가 힘들어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허리를 새우고 그녀의 몸을 끌어 당겼다.
난 가랑이 약간 벌린 상태로 무릎을 꿇었고 누난 자지를 끼우고 두 다리와 두 팔을 내 몸에 둘러 싼 상태로 내 위에 앉은 자세가 되었다. 우린 달뜬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고 서로 한번 고개를 교체해서 끌어안고 다음은 입을 다시 맞췄다.
“음. 읍.~ 하.”
“햐. 읍~ 음~”
서로를 전부 빨아먹을 듯. 키스를 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밀착되었다. 누나는 두 다리로 내 허리를 압박했고 난 누나의 등과 머리를 잡아 끌어당겼다.
“햐~ 읍~ 음~”
“햐~ 읍~ 햐~ 음~”
그리고 떨어졌을 달콤한 키스의 증거인 실이 누나와 나의 입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누나가 세상에서 젤 좋아.”
누나는 항상 내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난 목소리도 듣고 싶었지만 그런 건 천천히 들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누나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눕혀진 미육의 다리를 잡고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기대하는 달뜬 표정으로 나의 시선에 똑바로 응시를 해주고 있었다.
난 자연스럽게 잠시 빠졌던 나의 커다란 자지를 보지에 대고 한 번에 끝까지 집어넣었다.
“학~ 아~ 아~”
따듯한 보지속은 나의 자지를 환영하듯이 내 자지를 압박해 주고 있었다. 난 처음엔 천천히 그리고 점점 강하고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햐. 악~ 하~ 진아~ 진아~ 진아~”
누나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난 그 사랑스러운 부름에 응답해 내가 세상에서 젤 좋아 하는 여자. 아니 존재를 불렀다.
“누나~ 아~ 누나~ 하”
누나는 어느 순간부터 인지 모르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나도 그것에 동조에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허리 운동은 멈출 줄을 몰랐고 그녀와 나의 신음소리를 방안을 채워나갔다.
“하~ 진아~ 진아~ 아~ 진아~”
“헉. 아~ 누나~ 누나~ 아 누나~”
그리고 절정의 쾌감이 우리 둘에게 동시에 찾아왔다. 내 뜨거운 정액은 멈추지 않을 것처럼 누나의 자궁 속으로 분출을 해 되었고 누나도 쾌감에 겨워 두 다리를 내 허리에 감싸며 기분 좋은 사정을 하고 있었다. 난 사정이 끝남과 동시에 누워 있는 누나의 위로 넘어져 입술을 다시 찾았고 가볍게 키스를 나누웠다. 그리고 서로 떨어져 행복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누나는 없었다. 난 당황해서 집안을 뒤지고 다녔고 어디에도 누나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대신 누나의 옷가지 중 많은 양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은 09:00 등교시간 따위는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둘러 옷만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고 택시를 불러서 아버지 집을 향했다.

벨을 눌렀다. 지금 이 순간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직 누나가 떠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왜 왔냐.”
예의 그 냉정한 목소리. 그는 카메라로 나를 확인 하고 인터폰을 통해 내게 말했다.
“누나는요”
“공항에 갔다.”
순간 난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신을 놓을 수는 없었다. 난 내 지갑에 얼마가 들었는지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급히 택시를 잡아서 타서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누나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고 난 카운터에서 ‘성가희님이 타신 비행기는 10:10에 출발 했다는 말을 듣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카운터에선 누나가 어디로 가는 것 까지는 고객 정보 보호 차원에서 알려 줄 수 없다며 단호하게 대처를 했고 난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 말고 그 어떠한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눈물이 나고 신음 소리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경비들은 나의 상태를 심상치 않다고 생각 했는지 보호소 쪽으로 데려갔고 난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을 흘러내리게 놔둔 채로 있었다. 나의 머릿속은 오직 누나가 돌아오지 않을 거란 절망감과 배신감뿐이었다. 그 어떤 것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소라를 제외한 이모 식구들이 공항의 연락을 받고 왔을 때도 난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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