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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35 931회 0건
손에 우산을 든 남자가 연희와 나란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경이가 먼 발치에서도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며칠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고 피한 것이다. 나경은 연희가 아버지와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만나고 있는 두 사람과 직접 마주치게 되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빗방울이 떨어져 후드득하고 제과점 유리창을 두들긴다. 나경아버지가 들고 있던 우산을 펴들고 연희를 끌어 잡아당긴다. 우산 속에서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왔다. 나경은 자신의 모습이 노출될 것 같아 돌아섰다. 두 사람이 제과점 앞을 스쳐 지나갔다. 잠시 심호흡을 한 나경이 제과점을 나와 두 사람을 뒤쫓기 시작했다.

십 여분가량 걸어가던 그들이 5층 건물의 모텔 앞에서 멈추어 서서 무슨 말인가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텔 입구로 들어갔다. 모텔을 올려다보는 나경은 마구 심장이 뛰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모텔로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본 나경은 텔레비전에서 본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을 떠올렸다. 당장이라도 모텔로 들어가 아버지와 연희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경은 에이도록 아픈 가슴을 잡고 비를 맞으며 발길을 돌렸다.

연희는 샤워꼭지를 틀고 쏟아지는 물줄기 밑에 섰다. 한손으로는 타원형의 오렌지색 비누를 움켜쥐고 젖은 타월에 문질러 거품을 일구었다. 하얀 거품이 일어난 타월로 배꼽 아래쪽의 허벅지 사이를 문질렀다. 배꼽아래의 음모가 거품을 뒤집어썼다가 물줄기에 씻겨 까맣게 윤기를 들어냈다.

샤워를 끝낸 후 연희는 큰 타월로 몸을 감싸고 욕실 문을 열고 나섰다. 욕실 밖의 룸 안에는 가운 차림의 나경아버지가 침대위에 비스듬히 누워 신문을 펼쳐들고 있었다. 거의 반 년 만에 나경아버지가 그녀를 찾아 온 것이다. 욕실 문 열리는 소리를 들은 나경아버지가 보고 있던 신문을 침대 옆의 작은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이리로 와.”

연희는 무덤덤하게 침대로 다가갔다. 나경아버지는 연희의 허리를 감아서 침대위로 끌어 올렸다. 나경아버지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언제나 연희를 끌어안고 관계부터 하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경아버지는 연희를 자신의 욕구를 배설하는 대상물로 취급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연희도 나경아버지와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야기 주제도 없었다. 말보다는 육체의 언어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희는 나경아버지의 가슴에 안겨 배설물을 받는 것으로 인간관계의 의무를 하는 것이 습관 되어있다.

“허! 냄새가 좋은데.”

나경아버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 연희를 끌어안았다. 나경아버지와의 관계로 임신 경험이 있었지만 연희는 걱정하지 않았다. 나경아버지가 나이도 들었지만, 연희를 안심시키려는지 같이 병원에 가서 정관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희의 몸에 감겨있는 대형타월이 거치적거리는지 타월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자. 타월은 치워야지.”

타월이 미끄러져 나가고 나경아버지는 발가벗겨진 연희를 침대위에 눕혔다. 나경아버지의 두툼한 손길이 연희의 허벅지 사이를 건드렸다. 나경아버지가 자신이 걸치고 있던 가운과 팬티를 급하게 벗어 던졌다. 알몸이 된 나경아버지는 발가벗겨진 연희 몸을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그냥 의무라고 생각하면서도 연희는 온몸의 신경세포가 살아나 흥분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그녀의 몸은 나경아버지의 손길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경아버지의 약간 두툼한 입술이 젖가슴을 물었다. 그는 연희를 안고 젖꼭지부터 무는 버릇은 여전하였다. 연희는 나경아버지가 처음 몸을 범했을 때 다른 부위보다는 유독 젖꼭지에 집념하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젖가슴이 더 풍만해진 것 같아. 애기 아빠에게 사랑 받나봐.”

요즘의 심경을 모르는 말에 연희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경아버지는 젖가슴을 만진 흔적이라도 찾으려는지, 젖가슴을 쓸어 올렸다가 눌러 보기도 했다. 연희는 나경아버지의 손놀림에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과는 다르게 나경아버지는 언제나 유리그릇을 다루듯이 그녀의 온 몸을 샅샅이 더듬고 다녔다. 그의 손길에 흥분되던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

너무 억세게 젖가슴을 움켜쥐기에 연희가 아파서 신음소리를 낸 것인데, 나경아버지는 교성을 흘린 줄 알고 더욱 젖가슴을 주물렀다. 젖꼭지가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연희는 온 몸이 딸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의 혀가 배꼽을 훑으며 내려가는 감촉에 몸을 뒤틀었다.

“하 으.......!”

연희가 몸을 뒤튼 것은 쾌감뿐만 아니라, 간지럼을 느끼는 반응이었다. 연희는 나경아버지가 처음 안았을 때도 간지럼을 먼저 느꼈다.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끼고 세밀하게 비비는 그의 혀끝이 그녀의 알몸 위를 뱀처럼 기어 다녔다.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는 연희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나경아버지의 입술이 음순의 돌기를 물었을 때 연희는 깜짝 놀란 듯이 둔부를 흔들었다.

“아 으! 음~!”

연희의 허벅지 사이에는 촉촉한 샘물이 흘러 윤기가 흘렀다. 연희가 성(SEX)를 알기 시작하고부터 나경아버지는 그녀가 흥분하는 표정을 즐겼다. 나경 아버지의 한 개, 두 개의 손가락이 여인의 계곡을 따라 탐험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연희의 보지 속으로 들어간 손가락이 예민한 살갗들을 마찰하였다. 연희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입술을 깨물었다.

“아 하~! 이제 그만. 그만요.”

연희의 목소리에는 간절한 애원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나경아버지는 멈추지 않고 잔인하게도 그녀의 보지입구에 뜨거운 혀끝을 가져다댔다. 연희는 눈을 부릅뜨고 올려다보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 연희의 손이 남자의 얼굴을, 머리를 붙들고 위로 끌어당기지만 나경 아버지는 사명감에 젖은 것처럼 헐떡이는 열기를 그녀의 하복부에 흘렸다.

“음, 그만 안 돼. 나몰라.”

그의 돌돌말린 혀끝이 보지 속으로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이 들어갈 때마다 상체를 들어 올리는 연희의 머리채가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목구멍으로부터 끌어 오르는 호흡을 흘리며 허우적거렸다. 은밀한 계곡의 주름진 살갗마다 혀끝으로 파고드는 남자의 정성은 지극했다.

“아 응! 그만, 미 치 겠.......어........요.”
“넌, 세월이 갈수록........아름다워.......”

연희의 허벅지 사이의 연홍색 살갗이 살아 움직이는 여자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연희는 모든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서야 나경아버지는 머리를 들고 연희의 달아오른 표정을 살피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발기된 남성을 연희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았고 남자의 뿌리가 여인의 늪 속 깊이 파고들었다.

“아 항.........핫!”

연희는 나경아버지의 몸을 받아들이는 신체의 생리적인 현상들이 애무에 어쩔 수없이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경아버지의 남성이 보지 속을 점령할 때마다 패배감 같은 것을 느껴야만 했다. 나경아버지는 오히려 승리감을 느끼는지 말을 타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처럼 연희의 몸을 깔고 앉아 흔들었다.

마네킹처럼 굳어진 자세로 있으면 몸이 폭발할 것 같아서 연희는 엉겁결에 남자의 등판을 손톱이 박히도록 끌어안았다. 끓어오르는 엑스터시를 참기 어려웠다. 그런데 나경아버지는 그녀를 부둥켜안으며 경직되었다. 연희는 나경아버지가 배설하는 욕망의 찌꺼기들이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안타까움에 젖는다.

“아, 안 돼.”
“허 억~! 미, 미안해.”

나경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조루 증세를 보이고 있다. 연희는 나경아버지와 관계에서 끈끈한 오르가즘을 느껴본 시간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 부은 나경아버지가 미끄러지듯이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왔다. 나경아버지는 습관처럼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연희는 남자들이 사정을 하고 담배를 피울 적마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뿌연 담배연기가 정액의 빛깔을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입으로 정액을 뿜어내는 괴상한 짐승같이 여겨지기도 했다. 반쯤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나경아버지가 마른 음성을 뱉어냈다.

“요즘 나경이 만나나?”
“가끔요.”
“나경이한테는 여전히 비밀로 하고 있지?”
“그야, 당연한 일 아닌가요?”

나경아버지는 항상 똑같은 나경 아버지의 질문에 연희는 짧게 대꾸하고 일어났다. 그 말은 질문이라기보다 일종의 위협일수도 있고, 연희의 마음을 시험하는 말이기도 했다. 처음에 연희는 두려워했지만, 어느 때인가부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점검한다는 뜻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침대에서 내려온 연희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꼭지를 틀었다. 다시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샤워를 하여 씻어 내렸다. 몸속에 흘러나왔던 샘물과 혼합된 남자의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렸다. 연희는 그가 아름다워진다고 말하던 몸매를 거울에 비춰보았다. 과연 풍만하고 팽팽하게 솟아오르는 젖가슴과 곡선을 이룬 허리, 아담하면서도 탄력 있는 엉덩이, 미끈한 허벅지가 처녀시절 못지않았다.

연희는 갑자기 자신의 나이가 얼마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손가락을 꼽아보고 스물일곱의 생리적으로도 한창 물이 오른 나이임을 확인한다. 남편과의 관계보다도 많은 시간을 나경아버지의 여자로서 살아왔을 것이다. 지난세월 동안 나경아버지의 여자로 살아오면서 아름다운 몸매가 된 것인지 아니면 더 매력적인 몸매가 될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연희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나경아버지는 이미 잠 속에 빠져 있었다. 연희는 벗어놓은 옷들을 주섬주섬 입었다. 침대모포를 제대로 덮지 않아 그의 알몸이 침대위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와 요동치던 남성이 전의를 상실하고 허벅지 사이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연희는 그 흉물스런 물건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오랜 시간 점령당해 왔다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졌다.

“사, 사랑한다고!”

자고 있던 나경아버지가 버럭 고함을 지르는 잠꼬대에 연희는 깜짝 놀랐다. 침대모서리에 걸터앉았던 그녀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꿈을 꾸고 있기에 사랑한다고 했는지 아리송했다. 잠꼬대를 하면서 손을 휘젓던 그는 스스로의 동작에 놀라 일어나 앉았다.

“아직도 내가 여기서 자고 있었나! 날 깨우지 않고.”

그는 침대위에서 내려서면서 혼잣말을 흘렸다. 소파에 걸쳐있는 팬티를 집어 허겁지겁 두 다리에 끼워 넣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연희가 쓴웃음을 흘렸다.

“거꾸로 입는 거 아녜요?”
“아참, 정신이 없네.”

그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팬티를 바로 돌려 입었다. 연희는 바지를 집어주면서 빈정거리는 말투를 던졌다.

“거꾸로 입으면 겁날 사람 있나보죠?”
“그런 사람 없어도 바로 입어야지.”
“언제까지 우리 만나야 돼요?”
“왜, 내가 싫어졌어?”
“네........!? 참 나......”

연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치 연희가 나경아버지를 좋아하는 까닭에 만난다는 말투였다. 어이가 없는 연희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농담 같은 말을 뱉어놓고 빙그레 미소를 띠는 나경아버지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연희는 들고 있던 바지를 바닥에 팽개치고 뽀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통통거리는 발걸음으로 먼저 룸의 출입구로 걸어갔다. 나경 아버지가 그녀를 뒤에서 부둥켜안더니 블라우스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연희 골난 표정이 귀여워서 해본 말이야.”

블라우스 속으로 들어온 나경아버지의 손이 브래지어를 밀고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걸린 젖꼭지가 돌기를 일으켰다. 연희는 목덜미로 불어오는 습한 열기를 느꼈다. 남자의 체취는 오르가즘을 향해 솟아오르다가 불만족스러웠던 그녀의 성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리가 휘청거리는 연희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룸을 나왔다. 뒤이어 황급하게 옷을 걸치고 룸을 나온 나경아버지가 그녀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멈추어 선 엘리베이터가 그들의 모습을 시간 속에 감추고 공간으로 이동했다.

나경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들기고 있었다. 쇼팽의 애튀드를 연주하고 있는데 두드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분노를 삼키고 있었다. 나경의 머릿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저주가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가 연희가 은밀하게 만나는 장면을 또 다시 목격하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나경은 꼭 아버지를 만나서 어떤 결과를 얻던지 담판을 짓고 싶었다. 그런데 연희와 만난 이후로 아버지는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를 기다린 지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과연 두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버지와 친구라는 의미나 나이 차이를 벗어나서 아내와 남편이 있는 사람들이다. 설령 두 사람이 독신이라고 해도 나이 차이를 벗어나서 사랑이라는 이유로 만난다는 것은 당치도 않다.

나경은 두 사람 모두 죽이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연희가 전혀 잘못이 없다고 하지는 못하지만 어쩔 수없는 피해자이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도의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아버지는 지성과 이성을 벗어나 욕구의 재물이 되어 집착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어린여자에게 집착하는 롤리타신드롬에 빠졌고, 평소에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하던 연희는 엘렉트라콤플렉스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철학자 뷔리당의 이론적으로 상상한 당나귀가 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데 귀리와 물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죽는다는 당나귀를 말한다. 아버지를 방관 할 수도 없고 해결할 방법도 없는 나경은 부화가 끓어오르고 속이 터져서 죽을 지경이다. 미친 듯이 건반을 두드리던 나경은 한꺼번에 건반을 내리치고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나경은 차라리 현실을 도피해서 달아나고 싶은 심정으로 귀가하였다. 그러나 홀로 있는 어머니를 봐서는 그녀마저 곁에 없으면 어머니는 생명을 잃은 허수아비가 될 것 같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여전히 아버지의 도움 없이도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어머니 혼자는 감당하기 어려워 외삼촌이 직원이 되어 도움을 주고 있다. 집으로 향하던 나경은 어머니를 보려고 정육점에 들렸다. 정육점 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외삼촌만 보였다.

“삼촌! 어머니는요?”
“조금 전에 네 아버지 와서 같이 들어갔는데.”

아버지 왔다는 말에 나경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몸의 열기가 머리끝으로 치받는 것 같았다. 부지런히 걸어서 집으로 향해 갔다. 그녀의 집은 한옥구조의 개인주택이었다. 대문을 지나 작은 화단이 있는 마당에 들어섰는데 어머니와 아버지가 무슨 일인지 언성을 높이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황급히 들어갔는지 신발들이 나뒹굴어 있었다. 거실 안에는 소파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향해 어머니가 흥분한 모습으로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뭐있는데? 죽어도 돈 못줘.”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나도 갖은 돈 있지만 모자라서 그래. 되팔기만 하면 도루 돌려줄게.”
“그렇게는 못해. 당신을 뭐로 믿어?”
“내가 집에 있는 돈 축낸 적 있어? 당신 갖은 돈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졌나. 정육점도 내가 돈 들여서 만든 건데,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난 못 믿어. 내가 고생해서 만든 돈이니까. 내 돈이야.”

어머니가 이렇도록 흥분하는 모습을 나경은 처음 보았다. 항상 아버지 말이라면 다소곳한 순한 양 같았다. 아마도 아버지가 사업자금에 필요하니 빌려달라는 말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쌓였던 울분이 폭발한 것 같았다. 기가 막힌다는 듯이 바라보던 아버지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마지못해 데리고 사니까.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려고 하네.”
“날 데리고 산다고!? 그럼 이혼하면 되잖아. 이혼해.”

어머니는 조금도 지지 않고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마치 배수진을 치고 방어하는 전사 같았다. 화가 난 아버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소파에서 일어난 아버지가 현관 문 앞에선 나경을 힐끔 쳐다보고 어머니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지금 막나가자는 거야!?”
“내가 못할 말 했어.”
“내가 이혼을 겁내는 줄 알아? 결혼 전부터 남의 남자를 껴안고 뒹굴던 것이! 쯔쯧.......!”
“뭐라고? 말 다 했어?”

아버지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바라보고 있는 나경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말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경을 힐끔힐끔 바라 본 어머니가 악을 썼다.

“넌 뭐 잘한 게 있어? 개만도 못한 놈!”
“뭐라고! 어디다가 욕을 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어머니의 뺨을 후려쳤다. 나경이가 말릴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경이 후다닥 아버지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러나 이미 뺨을 얻어맞고 쓰러진 어머니는 아버지의 발에 짓밟히고 있었다.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엉클어져 덮은 얼굴의 입술에서는 피가 터져 흘렀다.

“아버지 왜 그래요? 어머니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아버지를 증오해요.”
“허~! 나를 증오한다고.......!? 남의 자식이라, 네년도 한패냐?”

감정이 격해진 아버지의 손바닥이 허공을 날랐다. 나경은 눈앞이 번쩍하였다. 뺨을 얻어맞은 나경은 현기증을 느끼며 뒷걸음질 치다가 주방 앞에 쓰러졌다. 귀가 멍멍해지면서 남의 자식이라는 말이 동굴 속에서 들리는 악마의 음성처럼 들렸다. 어머니를 버리다시피 한 아버지는 이제 딸까지 버린다는 말인가. 그녀가 바라보는 앞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의 머리채를 붙잡고 주먹을 휘두르며 마구 짓밟았다.

“더러운 년! 네년하고 사는 동안 내 심장은 썩어버렸어. 네년은 알거야.”
“하 악~! 그래, 차라리 날 죽여. 죽여라.”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어머니는 처참한 몰골로 악을 썼다. 나경은 전쟁터를 바라보는 것만 같고 손이 떨리고 아래윗니가 딱딱 마주쳤다. 뒤를 돌아다 본 그녀의 시야에 싱크대 위에 놓인 식칼이 보였다. 그녀는 연희와 처참한 어머니의 모습뿐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가 미친 짐승처럼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식칼을 움켜 쥔 나경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성난 마녀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양손으로 식칼을 높이 들어 올려 어머니를 구타하고 있는 아버지의 등을 내리찍었다. 눈알을 부라리고 뒤돌아 본 아버지가 천천히 앞으로 무너져 갔다. 아버지의 등에서 분수처럼 쏟아진 붉은 피가 나경의 얼굴과 몸에 뿜어졌다.

“나경아! 안 돼.......! 그러면 안 돼.”

절규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나경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쉬지 않고 아버지를 식칼로 내리찍었다. 그리고 피가 떨어지는 식칼을 들고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피를 뒤집어 쓴 나경의 눈동자는 동공이 없는 흡혈귀 같았다. 그녀는 별안간 식칼을 던지고 어머니 앞에 털썩 주저앉으며 와락 울음을 터트렸다.

“흐 으 흑~! 엉 엉! 엄마! 무슨 말이야? 남의 자식이라니........”
“으 흑.......! 미안하다! 나경아. 다, 내 잘못이다.”
“무슨 말이냐고~!?”
“흐 으 흑! 어미 잘못이야.”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나경은 악을 쓰며 어머니를 흔들었다. 그녀의 집으로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고 들어오는 동네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서 현관 앞에 가득해졌다. 나경 어머니는 실신을 해서 쓰러졌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며 악을 쓰던 나경은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모여든 동네사람들은 선혈이 낭자한 거실 안을 들여다보며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하며 웅성거렸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순간이었다.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은 외삼촌이 들어와서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비상사이렌을 울리며 구급차와 경찰차가 골목 안으로 들이닥쳤다.

간식 바구니를 보고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간식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미끄럼틀에 매달린 아이도 있고, 어질러 놓은 장남감에 열중인 아이도 있었다. 욕심이 많은 아이는 이미 받은 간식을 뒤로 감추고 연희를 빤히 올려다본다. 미스 송이 떠드는 아이들을 향해 목청을 높인다.

“선생님이 음식 먹을 때, 어떻게 하라고 그랬지?”
“조용히 앉아서 먹으라고요.”

몇몇의 여자이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했다. 연희는 빈 바구니를 들고 원장실로 향해 갔다. 위장으로부터 쓴 물이 올라와 연희는 이맛살을 찡그렸다. 어제부터 속이 쓰리고 소화가 되지 않았다. 원장실 문이 열리고 학원차를 운전하는 하정민이 들어왔다.

“이거 먹어봐. 병원에 안가도 되겠어?”
“가끔 그래. 괜찮아.”
“어제 저녁부터 아무 것도 안 먹었다면서 슈퍼에서 사온 건데 죽이라도 먹어.”
“고마워.”

부스럭거리며 비닐봉지에서 꺼낸 일회용 잣죽을 정민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플라스틱 용기를 양손으로 감싼 연희는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연희는 언제나 세심한 배려를 하는 정민이 어린 시절보다 더욱 다정함을 느껴 자잘한 미소를 흘린다. 고지식한 남편보다도 고맙고 의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연희야! 너, 나경이와 친하지?”
“응.”
“나경이가 경찰에 붙잡혀 갔데.”
“뭐라고!? 왜?”
“모르고 있었구나! 벌써 삼 일전부터 시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는데. 자기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거야.”
“무슨 말이야! 내가 아프다니까, 놀래려고 하는 소리지?”
“아니 정말야. 슈퍼에서 나올 때 뉴스에도 나오던데.”
“뉴스! 그럴 리가.......!”

연희는 갑자기 망치로 얻어맞은 듯 머리가 띵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후다닥 리모컨을 잡아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에 나온 채널에서는 뉴스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는데 수갑을 찬 나경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면에 ‘친부 살해’라는 자막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잘못 된 뉴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희는 다른 채널을 돌렸다. 아나운서의 침통한 말이 흘러 나왔다.

“친 아버지를 살해한 용의자로 현장에서 검거된 정나경은 자백을 하고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정나경이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는 것을 보다 못해 저지른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다양해지는 시회구조 현실에서 안타깝고 처참한 일입니다. 정나경의 살해동기에 대해 과연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만.........”

연희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현기증을 느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깊은 동굴 속으로 메아리치며 사라지고 있었다. 속이 매스껍고 토할 것만 같았다. 연희는 책상 모서리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왜, 그래!?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냐?”
“괜찮아.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질 거야.”

안쓰러운 표정을 지은 정민이 연희를 부촉하며 끌어안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연희는 휘청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멍하니 바라보는 정민을 뒤로하고 연희는 화장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변기 뚜껑을 열고 주저앉았다. 내장까지도 토해 내야만 시원할 것 같았다. 먹은 것이 없어서 뿌연 물만 토했다.

위장에 남은 마지막 찌꺼기까지 토하고 나니 식은땀이 흘렀다. 나경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아버지를 살해까지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연희에게는 충격이었다. 나경아버지의 죽은 모습이 떠올려진다. 그래도 순결을 주고 오랜 시간동안 몸을 주었던 남자였다. 화장실 밖에서는 그녀를 걱정하는 정민이 서 있었다.

“연희야! 괜찮아?”
“응! 좀 있다가 나갈게. 가서 일 봐.”

잠시 동태를 살피던 정민의 구둣발 소리가 멀어져 갔다. 원망도 많이 했지만 자신을 여자로 사랑했다면서 안았던 남자였다. 나경아버지의 죽음에 연희는 잡고 있던 연줄을 놓친 것 같았다. 목구멍 속에서 터져 나온 흐느낌이 꺼억! 꺼억 거리며 흘러나왔다. 눈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물이 냇물처럼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흐느끼는 소리를 죽이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변기 스위치를 잡아 당겨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에 씻겨 내렸다.

연희는 넋을 놓고 앉아 연주에게 안긴 은지를 바라봤다. 유치장 면회 대기실에서 연희는 나경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경이를 면회하려고 나경이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었다. 나경이가 은지를 보고 싶어 한다고 했고, 어린 시절부터 나경을 잘 알고 있는 연주도 원하기에 같이 면회 온 것이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푸른 죄수복을 입은 나경이 수갑을 차고 들어왔다. 석고상처럼 굳어진 표정의 나경과 연희가 유리 칸막이 사이에 마주 앉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연희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뺨 위에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나경이가 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지가 점점 더 예뻐지는구나!”
“아픈데 는 없니?”

콧물을 훌쩍거리며 연희가 되물었다. 대답대신 나경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 침묵이 이어지고 연희가 길게 한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나경에게 물었다.

“왜 그랬니?”
“내 운명인 게지. 저주스러운 인간이었으니까.”

묵묵히 은지를 안고 있던 연주는 자신이 살해한 아버지를 저주스럽다고 말하는 나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뇌까리는 나경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연주의 가슴에 안긴 은지가 칭얼거렸다. 답답해서 그런 것 같아서 연주는 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침묵이 이어지지만 연주는 곧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침묵 속에 면회 사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문득 나경이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지를 사랑했니?”
“........”

나경의 질문에 연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흠칫 놀랬다. 그리고 나경을 바라보며 연주에게 눈동자를 돌려보였다. 연주가 듣고 있다는 것을 잊었던 나경이 쓴 웃음을 흘렸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연주는 나경의 질문을 들었기에 당황하였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곰곰이 되새기고 있었다. 언니가 나경아버지를 사랑했다고! 참으로 낮도깨비 같은 말이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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