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앞가슴을 더듬던 은지의 고사리 같은 손이 연주의 브래지어 속으로 들어왔다. 큰 병이 아니었기에 다행이라고 여기는 연주는 침대에 눕힌 은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은지는 잠결에도 먹을 것을 찾는지 입술을 오물거리며 젖가슴을 더듬었다. 은지의 손이 젖꼭지를 조몰락거리는 순간, 연주는 뒤에서 형부가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얼굴을 붉힌 연주는 얼른 은지의 손을 빼내고 일어섰다.
한발자국 다가서던 지훈은 은지를 눕히고 일어나 돌아서는 처제와 마주쳤다.
“고마워! 처제.”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마침, 형부가 와서 다행에요.”
“처제가........! 은지 엄마 같아.”
“형부는.......!?”
연주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어쩌면 다정한 연인 같은 형부의 말에 연주는 마음이 설다. 한편으로는 형부에게 안겨 짜릿했던 순간이 떠오르며 부끄러웠다. 안방을 나서려는데 형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당겨 돌아서게 했다. 마주친 형부는 그녀를 간절히 원하는 눈빛이었다.
언니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했던 연주의 행동이 시초가 된 것이다. 연주는 형부의 손을 뿌리치고 방을 나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이미 형부를 받아 드려 여자로서 처음으로 강렬한 오르가즘을 느꼈던 그녀였다. 강렬한 성(SEX)의 경험은 여성에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충격이며 변화이다. 연주가 감정을 정리할 사이도 없이 지훈이 그녀를 끌어 당겨 안았다. 연주는 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언니를 사랑하지 않아요?”
“사실 언니와 사랑을 나눈 지도 오래됐지만.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연주는 형부를 이해할 것 같았다. 형부의 가슴에 안기는 순간 형부를 경계하던 연주의 마음은 허물어지고 있었다. 아니 언니의 진면목이 들어났을 때 형부를 가슴에 담아두고 있던 연주의 감정이 열린 것이다. 연주는 자신의 마음이 연민인지 사랑인지는 몰라도 형부를 남자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졌다. 짜릿함에 젖었던 연주의 마음이 할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형부!”
“처제가 아름다워.”
지훈은 연주를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강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아내에 비하면 천사 같은 마음씨를 가진 처제가 아름다웠다. 아내는 가공된 조각 같은 미모지만, 처제는 자연미 그대로의 청초한 여자였다. 처제에게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들꽃 같은 여성스러움이 있었다. 지훈의 혀가 연주의 입술을 벌리고 들어갔다.
형부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 연주는 신경세포들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여 욕정에 이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욕정이 없는 사랑은 사실이 아니라 공상이라고 하였다. 갈증을 느끼듯이 혀와 혀가 엉키며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셨다. 티셔츠와 러닝셔츠를 한꺼번에 벗고 상체를 들어낸 지훈의 손길이 연주의 블라우스를 벗겨냈다.
연주의 탄력 있게 솟아오르는 젖가슴과 지훈의 다부진 앞가슴이 잇닿았다. 뜨거운 열기 속에 연주는 지훈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매달렸다. 그녀의 혀를 빨아 당기면서 지훈은 허겁지겁 자신의 바지를 벗어던졌다. 팬티차림이 된 지훈은 연주의 스커트 호크를 풀어 내렸다. 날씬한 연주의 허리에 매달렸던 스커트가 주르르 발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팬티 차림의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입술을 탐닉했다.
숨결이 거칠어지는 지훈이 연주를 안아서 침대위에 눕혔다. 현기증을 느끼는 연주는 눈을 감고 젖가슴을 파고드는 형부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두 젖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쥔 형부의 입술이 젖꼭지를 핥고 다니고, 연주는 신경세포들이 돌기를 일으키는 짜릿함에 젖었다. 젖꼭지가 형부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그녀는 몸서리치는 쾌감을 느꼈다.
“혀, 형부! 하 으~!”
“하 아! 어쩌지!? 처제가 좋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젖꼭지를 유린하던 지훈의 혀끝이 숨겨진 감각의 돌기들을 불러일으키며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지훈의 입술과 손가락이 악기를 다루듯이 연주의 몸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지훈의 손가락이 닿는 곳마다 연주의 살갗은 예민한 반응을 일으켰다. 지훈의 손바닥이 연주의 팬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음모를 쓰다듬으며 항문 근처까지 보듬었다. 지훈의 손바닥에 음순이 스칠 때마다 연주는 허리를 비틀며 흠칫흠칫 놀랬다. 순간 연주는 음부로 불어오는 열기에 자신도 모르게 지훈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하 아~! 난 몰라.”
치가 떨리는 감촉에 상체를 들어 올린 연주의 까만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팬티를 밀어 내린 형부의 머리가 허벅지 사이에 묻혀 있었다. 까만 음모에 뜨거운 숨결을 뿜어내는 형부의 혓바닥이 보지 입구를 핥고 있었다. 말초 신경이 한 곳으로 몰리는 순간, 연주는 자지러지는 쾌감을 견디지 못해 둔부를 들어 올렸다.
“하 잉! 어떡해.”
“사, 사랑해.”
지훈의 혀끝이 연주의 보지 속을 치밀고 들어 온 것이다. 그러나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둔부를 들어 올리며 허벅지 사이로 집어넣을 것처럼 형부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속에서는 맑은 샘물이 흘러나와 있었다. 연주는 촉촉하게 젖은 보지 속으로 형부의 혀끝이 넘나드는 것을 느끼고 자지러질 것만 같았다.
“아, 안 돼. 난 몰라.”
“하 아! 처제.”
자신의 팬티를 벗어던진 지훈이 연주의 무릎에 걸린 팬티를 끌어 내렸다. 연주는 형부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떠서 허전해진 하복부를 내려다보았다. 형부의 하복부에는 우람하게 발기된 남성이 핏줄까지 돋아나 치솟아 있었다. 발가벗은 지훈과 연주의 시선이 마주쳤다. 연주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형부! 우리 이래도 되는 거예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난 지금 처제를 사랑할 뿐이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려다 본 지훈이 연주의 허벅지를 벌렸다. 샘물로 적셔진 음부가 불빛에 윤기를 발하고 있었다. 벌어진 보지의 연홍빛 속살이 들어나 연체동물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연주는 모든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지훈은 용솟음치는 남성을 연주의 보지 입구에 대고 지그시 밀어 넣었다. 연주는 골반이 터지도록 밀려들어오는 뜨거운 불기둥을 느끼고 치를 떨었다.
“엄마 얏~!, 하 앗.”
연주의 몸속을 빈틈없이 채운 남성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주의 보지 속으로 들어온 남성이 깊이 밀고 들어왔다가 회전을 하며 빠져 나갔다. 연주는 안타까움에 매달리며 형부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점점 거칠어지는 남성이 보지 속에 숨겨진 살갗들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남자의 무게를 느낄 수도 없이 연주는 점점 엑스터시의 회오리 속에 빠져 들었다.
“형, 형부. 사랑해요.”
“처제는 내 여자야.”
지훈은 환희의 표정으로 입술을 깨무는 연주의 모습에 무한한 감각의 회오리 속에 파묻혔다. 보지 속을 헤집던 남성이 빠져나가 다시 좌우로 회전을 하며 깊이 들어오기를 반복할 때마다 연주는 깊은 수렁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엑스터시를 느꼈다.
연주가 활처럼 허리를 들어 올리면 지훈은 우람한 팔뚝으로 끌어안으며 그녀의 턱과 목덜미를 핥았다.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감추려고 침대쿠션을 잡아 당겼다. 몸속으로 치밀고 들어온 남성이 뼈끝까지 잇닿으며 옅은 통증과 함께 진절머리가 쳐지는 쾌감을 느끼게 했다.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으나 참을 수 없는 엑스터시에 저절로 신음소리가 스며 나왔다.
“하 으! 형, 형부! 나, 어떡해! 아 항........”
지훈은 성감에 달아오른 처제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여자의 보지 속은 수 만개의 돌기들이 남자의 성기를 에워싸고 꿈틀거리는 듯했다. 한꺼번에 살아난 연체동물이 끈끈하게 들러붙었다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다. 지훈은 그녀의 둔부를 들어 올리며 더 깊은 곳까지 점령하려고 하였다. 그녀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남녀의 달아오른 욕정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서로 으르렁대며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가도 떨어지면 안타까움에 매달렸다.
“허 윽! 처, 처제는 하늘이 준 보물이야.”
처제의 몸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지훈은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돌기를 일으킨 젖꼭지를 힘껏 빨았다. 지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 젖꼭지가 돌기를 일으켜 깨물려지고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녀는 하늘로 치솟다가 낭떠러지의 끝에서 금방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에 바들바들 떨었다. 지극히 강렬한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녀는 둔부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형부! 하 앗~! 아 항.......”
연주는 파르르 떨면서 자궁 깊은 곳에서 희열의 눈물을 쏟아냈다. 온 몸에 땀줄기가 내비칠 정도로 힘껏 짓눌러대던 남자의 가슴께서는 축축한 땀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연주는 ‘이제 그만’ 외치고 싶으면서도 형부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리며 안간힘을 쓰다가 지쳐 축 늘어졌다. 연주는 그치지 않고 밀려오는 오르가즘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다.
“형부! 사랑해요.”
“허 윽! 처제를 사랑해도 괜찮아?”
“네........! 하 아~! 주, 죽겠어요.”
연주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졌다. 형부의 하복부와 잇닿은 사타구니는 늪처럼 흥건해져 있었다. 어디선가 끈적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같았다. 여자의 일부와 남자가 서로 맞물린 허벅지 사이에어 물결치는 소리가 났다. 꽃망울이 가늘게 터지는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것도 같고, 세포들이 살아나 기지개를 켜는 소리 같았다. 일제히 열린 세포들이 아수성치고 있다. 형부가 치받는 데로 연주는 위로 또는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하 아! 미치겠어.”
더 이상 감당할 수없는 지훈은 별안간 체제의 알몸을 부둥켜안고 경직되었다. 그는 온 몽의 피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황홀함에 젖었다. 자궁 속 깊은 곳으로 뜨거운 용액이 분수처럼 흘러 들어오는 또 다른 희열을 느낀 연주는 파닥거리며 형부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생명을 잉태하는 영혼의 씨앗이었다. 연주는 모닥불에 올려진 뱀처럼 몸을 비틀면서 혀 짧은 소리를 냈다.
“아 으~! 형. 형부!”
그들은 서로의 몸을 부서트릴 듯이 움켜쥐었다. 생명을 잉태하는 암수의 정자가 만나는 순간, 시간은 정지되어 있었다. 지극한 감정의 두 영혼과 육체가 만나 함께 결합되는 섹스일수록 한층 더 격렬하고 감미로울 수밖에 없다. 침묵 속에 심장이 터질 것같이 거치어진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황홀함과 아울러 막연한 두려움에 젖은 연주가 촉촉한 목소리를 흘렸다.
“형부! 형부가 좋아지는데. 어떡해요?”
“난, 처제가 가슴 아파 할 것이 두려워.”
“형부가 미워요.”
“내가 모든 것을 달게 받아야지.”
세상의 모든 소리에서 벗어났던 연주의 귓가에 벽시계의 분침 돌아가는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다른 세상을 떠돌다가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인생은 어쩌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고 생각됐다. 영원한 행복도 없고 영원한 불행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주는 언니가 곧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언니가 올 것 같아요.”
“그냥 처제와 같이 있고 싶어.”
“형부! 정말 언니 사랑해요?”
“사랑하도록 노력하고 있었지.”
연주는 형부의 말이 진심이라고 느껴졌다. 아직도 형부의 남성이 몸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연주는 느끼고 있었다. 형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젖꼭지를 물고 늘어졌다. 또 다른 엑스터시를 젖은 그녀는 허벅지를 조였다. 보지 속에 갇힌 남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토록 참을 수 없는 욕정을 느끼게 하는 형부가 밉살스럽기까지 했다. 그녀도 형부에게 안겨서 자고 싶으나 또 다른 불행이 닥치는 것은 두려웠다.
“주무세요. 언니 오기 전에 갈게요.”
“처제, 미안해.”
연주는 대답대신 쓴웃음을 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훈은 낙심하는 표정으로 누워서 처제의 매끈한 알몸을 바라봤다. 흩어져 있는 옷가지를 주섬주섬 움켜쥔 연주는 형부의 시선을 의식하며 안방을 나왔다. 연주는 샤워기를 틀어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강렬한 정사 탓인지 허벅지와 골반이 뻐근하였다.
벽시계에서 자정을 울린 후 연희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유치원 운영을 하느라고 늦었지만 도둑질을 하다가 들어온 것처럼 발소리를 죽이며 거실로 들어왔다. 어둠에 쌓인 집안은 적막하기만 했다. 연주도 잠들어 있고 남편과 은지도 잠들어 그녀를 맞이하는 사람은 없었다. 연희는 왠지 이방인 같은 심정이 들었다.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 잠시 머물렀다가 가고 추워지더니 바로 첫눈이 내렸다. 연희는 집과 유치원을 오락가락하는 무덤덤한 생활이 연속되었다. 남편과 연주도 각자의 생활 속에 살아가지만 날씨만큼 차갑고 가라앉은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연희는 두 달 가까이 남편이 다섯 번 가량이나 관계를 요구했지만 거절하였다. 정민과는 다르게 마치 강간을 당하듯이 남편에게 해부를 당해서 비밀스러운 시간들이 들어나 보일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생명과 같은 은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지만, 역시 연희가 안주할 곳은 유치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아무런 조건 없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민에게 깊은 정을 느끼고 있었다. 몇 차례 육체관계를 했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부담 없이 편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남편과는 다르게 정민에게는 열등의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득 문득 남편이 없다면 정민과 가정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남편은 어쩌다가 무슨 비밀이라도 캐내려는 듯이 불쑥 유치원을 들리기도 했다. 오늘도 남편은 유치원에 들려서 손님처럼 기웃거리다가 IT 중소기업을 인수한다면서 서울에 다녀온다면서 나갔다. 연희는 남편의 말을 한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남편이 유치원에 신경 쓰지 않는 만큼 연희도 남편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직원들이 유치원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원장실로 들어왔다. 먼저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나가고 방학동안 일자리를 구하는 대학생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동네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희는 복지과를 다닌다는 대학생의 이력서를 보고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출근할 것을 약속 받았다.
아르바이트생이 나가고 전화벨이 울렸다. 요즘은 아르바이트 지망생이나 유치원생의 보호자에게서 걸려오는 전화가 많았다. 연희는 유치원생들의 신상기록부를 펼치며 수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수화기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소리 같은 음산한 소리에 연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보세요. 천사 유치원인데, 말씀하세요.”
“혼자 있는 모양이군.”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 이쪽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연희는 공연히 불안하여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누구세요?”
“잊으셨나본데,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연희는 문득 강간을 했던 남자가 두 명이라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힘을 주어 악을 쓰듯이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전화 잘못거신 거 아네요?”
“박민욱 친구입니다.”
천만 원이라는 돈을 입금시켰던 예금주 이름을 연희가 잊을 수는 없었다. 이맛살을 찌푸린 연희는 욕지거리가 나오는 것을 참았다.
“그 일이라면 이미 끝나서 전화 받을 이유가 없는데요.”
“나로서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내 말은 민욱이는 민욱이고,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는데요.”
“이 일을 단일 사건으로 알고 있다는 말인데, 하지만 주제가 다른 두 사람의 사건입니다.”
남자는 사건 운운하며 법률적인 상식으로 물고 늘어지려고 하였다. 강간을 당한 것도 치욕적이어서 연희는 속이 울렁거렸다. 정민이 사다가 책상위에 놓은 활명수를 이빨로 따서 반쯤 마시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숨소리가 상대가 들으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어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여보세요. 그건 민욱이라는 친구 분에게 말씀하세요. 두 사람이 나누어 갖던 말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까요.”
“나누어 갖는다고요. 우린 지성인입니다. 한건해서 나누어 갖는 불량배가 아니라고요.”
연희는 뱃속에 들은 오물이 목구멍으로 기어 나와 구역질을 하다가 토해냈다. 급하게 책사위에 놓인 호장지로 전화기에 묻은 오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바닥에 흘린 오물은 화장지로 덮어 놓고 하이힐로 밟았다. 대답이 없자 남자가 초조했는지 다시 확인을 했다.
“여보세요. 내 말 듣고 있습니까?”
“더 들을 말 없으니 끊겠어요.”
연희는 감정적으로 대하면 상대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두려웠다. 그러나 상대 말에 이끌려 가면 어떤 요구를 해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자존심이 상했다. 연희는 더 이상 상대가 전화를 걸어오는 것을 받고 싶지 않아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화장지로 바닥의 오물을 닦고 다시 봉걸레로 닦아냈다. 오물을 닦은 화장지들을 쓰레기통에 넣으면서 남자들을 휴지통에 처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사무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유치원생들의 보호자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도 많았기 때문이다. 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수화기를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얼마가지 않아서 전화벨이 또 울렸다. 아마도 수화기를 내려놓은 동안 전화를 했었는지 수화기를 들자마자 남자의 성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꽤 통화를 길게 하시는 군요. 혹시 경찰서에 연락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죠? 저도 시간이 없으니 인생 상담 같은 얘기는 하지 않고 요점만 말하겠습니다. 은행 구좌번호를 알려줄테니 이틀안으로 민욱이에게 보냈던 동일 금액을 입금시키십시오.”
연희는 ‘이놈들아! 뭐하는 짓거리야!’ 리고 고함을 지르려다가 꿀떡 삼켜버렸다. 흥분하면 도리혀 상대에게 약점을 잡힐 것 같았다. 차라리 상대가 흥분해서 약점이 들어나는 것을 기다리고 싶었다. 연희는 일단 시간을 두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런 협박에 동요할 사람도 아닙니다.”
“하하~! 모른다고. 내가 연희씨를 강간한 사람이라고 밝혀야 알겠소? 그때 당신 몸속에 들어갔던 남자인데, 모르다니. 그렇게 많이 남자들에게 몸을 주었나!”
“뭐야!? 이 더러운 새끼야! 이 새끼가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 너희 두 놈 모두 교수대로 보낼 테니 기다려!”
연희는 자신의 고함소리에 스스로 놀랬다. 발악하듯이 소리를 지르고 수화기를 소리 나도록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전화기 위가 아니고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남자가 다급하게 다시 다이얼을 누를 것이고 통화중 신호음만 들릴 것이다. 악이 받친 연희는 이제 두려워 할 것이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어떤 낙관이 닥쳐도 놈들의 요구는 받아 드리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다.
손님들도 없는 텅 빈 다방에 안경을 걸친 형준과 민욱이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탁자위에는 커피와 녹차, 그리고 야한 여자의 상반신이 노출된 잡지책이 놓여 있었다. 씁쓸한 표정을 지은 형준이 녹차를 들이 마시며 푸념을 했다.
“그 여자가 말이야. 전화를 끊더니만 수화기를 내려놓은 모양이야. 게속 전화를 걸어도 통화중이네. 어제도 하루 종일 그랬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네.”
“그러니까, 내가 말조심하라고 그랬잖아. 협박을 해도 조였다가 풀었다가 해야지. 나하고 통화 할때는 그여자 그러지 않았어.”
“그여자가 모른다고 잡아 때길래, 욱박지르려고 강간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건 내 잘못야. 일단 다시 만나자고 해서 요리해야겠어.”
“요리를 한다고? 하여튼 네가 알아서 해. 정 안되면 그여자에게서 받는 돈 팔십프로를 나한테 주면 도와주지. 넌 삽입해서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사정했잖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돈보다도 제대로 그 여자와 해보고 싶어.”
“하하~! 네 마누라보다 좋으냐?”
“미치겠더라. 그 야들야들한 살결과 예쁜 얼굴이 꿈에도 나와서.”
“넌 그 여자한테 단단히 꼴렸구나. 그런데 어떻게 여태까지 참았어.”
상반신을 뒤로 젖혀 여유를 부리는 민욱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뿜어져 나간 담배연기가 여인내의 머리채 모양 허공으로 올라가 흩어졌다. 그때 카운터 안쪽에 서 있던 다방 아가씨가 하이힐 소리를 딸깍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시선이 짧은 스커트아래 들어난 다방아가씨의 희멀건 허벅지를 향했다.
연희는 전화가 고장 난 셈치고 며칠간 아예 전화기 코드를 뽑아 놓았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유치원생들 보호자와 대화를 하기가 당분간 아쉽기는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익숙한 전화번호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휴대폰으로 중요 연락처에는 전화가 고장 났다는 설명을 했다.
요즈음 신문에서는 강간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기사가 사회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화성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14세의 정박아 어자아이가 흙더미 속에 목졸려 살해 된 것을 발견하였다는 기사였다. 국과수 수사결과 소녀의 시신에서는 강제로 성폭행 당한 증거로 남자의 정액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60대 할머니가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사건을 합치면 벌써 여섯 번째의 연쇄 살인 사건이다. 연희는 문득 그렇게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은 살인범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혼잡한 현실에서 법은 멀리 있다고 생각한 연희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오랜 시간을 지켜주던 나경아버지도 죽었고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연희는 흥륜사에서 만났던 남자의 게슴츠레한 눈빛이 떠올랐다. 협박을 하며 돈을 요구하고 있지만, 남자의 눈빛은 분명히 욕구를 채우고 싶은 눈빛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남자도 약점을 노리고 다시 욕구를 채우고 싶을 것이라고 연희는 생각했다. 연희의 머릿속에는 모종의 드라마가 필름처럼 지나갔다.
전화를 걸어올 남자만 만나서 유혹을 하면 쉽게 따라 올 것이다. 강간을 당하더라도 놈을 살해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설령 현장에서 체포되어도 정당방위라는 법적인 보호가 있어 남편이라도 믿을 것이다. 가공된 드라마를 떠올린 연희는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에게 벗어나기 위한 연희로서는 완벽한 각본이었다.
피해망상으로 떠올린 단순한 생각이 아니고, 적극적인 공격은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뛰어난 방어였다. 어차피 남편에게 알려져도 불행이고, 나아가서 놈들이 어린 딸 은지나 순결한 여동생 연주에게까지 손길을 뻗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연희는 상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남자의 목소리를 떠올린 연희는 그날 밤 뒤숭숭한 꿈을 꾸었다. 어둠 속에서 동생 연주가 놈들에게 쫓겨 질주하고 있었다. 놈들은 미친 듯이 연주를 쫓아오는 공포의 분위기였다. 연희는 가슴을 조이며 나무 뒤에 숨어서 어둠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은 연주가 놈들에게 붙잡혀 땅바닥에 팽개쳤다. 놈들은 음침한 미소를 띠며 연주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젖가슴이 들어나 연주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나무 뒤에 숨어 연희를 가리켰다. 놈들이 연주를 놓아두고 연희에게 다가왔다. 놈들은 무자비하게 연희를 폭행하였다. 놈들은 실신한 연희의 옷을 남김없이 벗겨냈다. 연희의 허벅지를 벌리고 놈들이 다가섰다. 그리고 흉물스런 남성을 연희의 허벅지 사이로 집어넣었다. 희미하게 정신이 든 연희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연희는 있는 힘을 다하여 남자의 가슴을 밀치며 벌떡 일어났다. 어두운 숲속이 아니라, 침대등불이 희미하게 비치는 방안이었다. 침대위에 일어나 앉은 그녀의 몸에서는 식은 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현실이 아니고 꿈이었다. 옆에서 잠들었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물었다.
“당신,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녜요. 요즘 몸이 허약한지. 꿈을 꿨어요.”
“그럼, 보약이라도 지어 먹어야겠군.”
“피곤해서 그렇겠지요.”
“내일 병원에라도 가 보지 그래.”
선잠을 깬 남편은 이내 누워서 잠이 들었다. 악몽을 꾼 연희는 더욱 강하게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닥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망설이던 연희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집을 나섰다.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블라우스에 무릎위로 찰랑거리는 스커트를 걸친 선정적인 옷차림을 하였다. 철물점에 들려 등산용 나이프를 구입하고 유치원으로 나갔다.
유치원 앞의 도로에서는 일찍부터 출근한 정민이 학원차를 세차하고 있었다. 연희는 정민에게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계단을 올라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원장실에서 그녀가 원생들의 명단을 체크하고 있는데 세차를 끝낸 정민이 들어왔다.
“오늘 새로운 원생이 들어 올 거야.”
“응, 그래! 어느 동네 아이인데?”
“어제 왕조동에 갔다가 서울에서 살다 이사 온 집이 있기에 방문했지. 홍보전단을 주고 권유했더니 온다고 하던데.”
“수고했어. 고마워! 그리고 정민아. 이것 좀 부탁해.”
“뭔데........!?”
연희는 손가방을 열고 철물점에서 구입한 나이프를 꺼냈다.
“이거 과도로 쓰면 좋을 것 같아. 갈아다 줄래?”
“그러지 뭐.”
정민은 별다른 생각 없이 나이프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유리벽을 넘겨다보면서 밖의 동태를 살핀 정민이 연희의 허리를 껴안았다. 연희는 갑작스런 정민의 태도에 눈동자를 크게 뜨고 바라봤다. 연희를 끌어안은 정민이 연희의 입술을 찾았다. 가볍게 입술을 받아준 연희가 눈을 흘겼다.
“못 됐어.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오늘따라 더 아름답네. 어제 저녁에는 너 안고 싶어서 잠을 못 잤어.”
“그렇게 내가 좋아?”
“지금이라도 하고 싶어.”
“애구~! 너 때문에 미치겠다.”
연희의 눈웃음치는 모습을 본 정민은 희죽거리는 웃음을 흘리고 원장실을 나갔다. 연희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처럼 하루의 일과를 분주하게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하루를 시작하는 유치원 안에는 하나 둘씩 모여드는 유치원생들의 목소리가 높아갔다. 연희의 머릿속에는 남자를 만나서 해야 할 일들의 목록들이 떠 올려지고 있었다.-------------[다음]
한발자국 다가서던 지훈은 은지를 눕히고 일어나 돌아서는 처제와 마주쳤다.
“고마워! 처제.”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마침, 형부가 와서 다행에요.”
“처제가........! 은지 엄마 같아.”
“형부는.......!?”
연주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어쩌면 다정한 연인 같은 형부의 말에 연주는 마음이 설다. 한편으로는 형부에게 안겨 짜릿했던 순간이 떠오르며 부끄러웠다. 안방을 나서려는데 형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당겨 돌아서게 했다. 마주친 형부는 그녀를 간절히 원하는 눈빛이었다.
언니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했던 연주의 행동이 시초가 된 것이다. 연주는 형부의 손을 뿌리치고 방을 나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이미 형부를 받아 드려 여자로서 처음으로 강렬한 오르가즘을 느꼈던 그녀였다. 강렬한 성(SEX)의 경험은 여성에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충격이며 변화이다. 연주가 감정을 정리할 사이도 없이 지훈이 그녀를 끌어 당겨 안았다. 연주는 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언니를 사랑하지 않아요?”
“사실 언니와 사랑을 나눈 지도 오래됐지만.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연주는 형부를 이해할 것 같았다. 형부의 가슴에 안기는 순간 형부를 경계하던 연주의 마음은 허물어지고 있었다. 아니 언니의 진면목이 들어났을 때 형부를 가슴에 담아두고 있던 연주의 감정이 열린 것이다. 연주는 자신의 마음이 연민인지 사랑인지는 몰라도 형부를 남자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졌다. 짜릿함에 젖었던 연주의 마음이 할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형부!”
“처제가 아름다워.”
지훈은 연주를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강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아내에 비하면 천사 같은 마음씨를 가진 처제가 아름다웠다. 아내는 가공된 조각 같은 미모지만, 처제는 자연미 그대로의 청초한 여자였다. 처제에게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들꽃 같은 여성스러움이 있었다. 지훈의 혀가 연주의 입술을 벌리고 들어갔다.
형부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 연주는 신경세포들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여 욕정에 이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욕정이 없는 사랑은 사실이 아니라 공상이라고 하였다. 갈증을 느끼듯이 혀와 혀가 엉키며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셨다. 티셔츠와 러닝셔츠를 한꺼번에 벗고 상체를 들어낸 지훈의 손길이 연주의 블라우스를 벗겨냈다.
연주의 탄력 있게 솟아오르는 젖가슴과 지훈의 다부진 앞가슴이 잇닿았다. 뜨거운 열기 속에 연주는 지훈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매달렸다. 그녀의 혀를 빨아 당기면서 지훈은 허겁지겁 자신의 바지를 벗어던졌다. 팬티차림이 된 지훈은 연주의 스커트 호크를 풀어 내렸다. 날씬한 연주의 허리에 매달렸던 스커트가 주르르 발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팬티 차림의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입술을 탐닉했다.
숨결이 거칠어지는 지훈이 연주를 안아서 침대위에 눕혔다. 현기증을 느끼는 연주는 눈을 감고 젖가슴을 파고드는 형부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두 젖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쥔 형부의 입술이 젖꼭지를 핥고 다니고, 연주는 신경세포들이 돌기를 일으키는 짜릿함에 젖었다. 젖꼭지가 형부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그녀는 몸서리치는 쾌감을 느꼈다.
“혀, 형부! 하 으~!”
“하 아! 어쩌지!? 처제가 좋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젖꼭지를 유린하던 지훈의 혀끝이 숨겨진 감각의 돌기들을 불러일으키며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지훈의 입술과 손가락이 악기를 다루듯이 연주의 몸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지훈의 손가락이 닿는 곳마다 연주의 살갗은 예민한 반응을 일으켰다. 지훈의 손바닥이 연주의 팬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음모를 쓰다듬으며 항문 근처까지 보듬었다. 지훈의 손바닥에 음순이 스칠 때마다 연주는 허리를 비틀며 흠칫흠칫 놀랬다. 순간 연주는 음부로 불어오는 열기에 자신도 모르게 지훈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하 아~! 난 몰라.”
치가 떨리는 감촉에 상체를 들어 올린 연주의 까만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팬티를 밀어 내린 형부의 머리가 허벅지 사이에 묻혀 있었다. 까만 음모에 뜨거운 숨결을 뿜어내는 형부의 혓바닥이 보지 입구를 핥고 있었다. 말초 신경이 한 곳으로 몰리는 순간, 연주는 자지러지는 쾌감을 견디지 못해 둔부를 들어 올렸다.
“하 잉! 어떡해.”
“사, 사랑해.”
지훈의 혀끝이 연주의 보지 속을 치밀고 들어 온 것이다. 그러나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둔부를 들어 올리며 허벅지 사이로 집어넣을 것처럼 형부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속에서는 맑은 샘물이 흘러나와 있었다. 연주는 촉촉하게 젖은 보지 속으로 형부의 혀끝이 넘나드는 것을 느끼고 자지러질 것만 같았다.
“아, 안 돼. 난 몰라.”
“하 아! 처제.”
자신의 팬티를 벗어던진 지훈이 연주의 무릎에 걸린 팬티를 끌어 내렸다. 연주는 형부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떠서 허전해진 하복부를 내려다보았다. 형부의 하복부에는 우람하게 발기된 남성이 핏줄까지 돋아나 치솟아 있었다. 발가벗은 지훈과 연주의 시선이 마주쳤다. 연주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형부! 우리 이래도 되는 거예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난 지금 처제를 사랑할 뿐이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려다 본 지훈이 연주의 허벅지를 벌렸다. 샘물로 적셔진 음부가 불빛에 윤기를 발하고 있었다. 벌어진 보지의 연홍빛 속살이 들어나 연체동물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연주는 모든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지훈은 용솟음치는 남성을 연주의 보지 입구에 대고 지그시 밀어 넣었다. 연주는 골반이 터지도록 밀려들어오는 뜨거운 불기둥을 느끼고 치를 떨었다.
“엄마 얏~!, 하 앗.”
연주의 몸속을 빈틈없이 채운 남성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주의 보지 속으로 들어온 남성이 깊이 밀고 들어왔다가 회전을 하며 빠져 나갔다. 연주는 안타까움에 매달리며 형부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점점 거칠어지는 남성이 보지 속에 숨겨진 살갗들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남자의 무게를 느낄 수도 없이 연주는 점점 엑스터시의 회오리 속에 빠져 들었다.
“형, 형부. 사랑해요.”
“처제는 내 여자야.”
지훈은 환희의 표정으로 입술을 깨무는 연주의 모습에 무한한 감각의 회오리 속에 파묻혔다. 보지 속을 헤집던 남성이 빠져나가 다시 좌우로 회전을 하며 깊이 들어오기를 반복할 때마다 연주는 깊은 수렁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엑스터시를 느꼈다.
연주가 활처럼 허리를 들어 올리면 지훈은 우람한 팔뚝으로 끌어안으며 그녀의 턱과 목덜미를 핥았다.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감추려고 침대쿠션을 잡아 당겼다. 몸속으로 치밀고 들어온 남성이 뼈끝까지 잇닿으며 옅은 통증과 함께 진절머리가 쳐지는 쾌감을 느끼게 했다.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으나 참을 수 없는 엑스터시에 저절로 신음소리가 스며 나왔다.
“하 으! 형, 형부! 나, 어떡해! 아 항........”
지훈은 성감에 달아오른 처제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여자의 보지 속은 수 만개의 돌기들이 남자의 성기를 에워싸고 꿈틀거리는 듯했다. 한꺼번에 살아난 연체동물이 끈끈하게 들러붙었다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다. 지훈은 그녀의 둔부를 들어 올리며 더 깊은 곳까지 점령하려고 하였다. 그녀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남녀의 달아오른 욕정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서로 으르렁대며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가도 떨어지면 안타까움에 매달렸다.
“허 윽! 처, 처제는 하늘이 준 보물이야.”
처제의 몸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지훈은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돌기를 일으킨 젖꼭지를 힘껏 빨았다. 지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 젖꼭지가 돌기를 일으켜 깨물려지고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녀는 하늘로 치솟다가 낭떠러지의 끝에서 금방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에 바들바들 떨었다. 지극히 강렬한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녀는 둔부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형부! 하 앗~! 아 항.......”
연주는 파르르 떨면서 자궁 깊은 곳에서 희열의 눈물을 쏟아냈다. 온 몸에 땀줄기가 내비칠 정도로 힘껏 짓눌러대던 남자의 가슴께서는 축축한 땀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연주는 ‘이제 그만’ 외치고 싶으면서도 형부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리며 안간힘을 쓰다가 지쳐 축 늘어졌다. 연주는 그치지 않고 밀려오는 오르가즘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다.
“형부! 사랑해요.”
“허 윽! 처제를 사랑해도 괜찮아?”
“네........! 하 아~! 주, 죽겠어요.”
연주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졌다. 형부의 하복부와 잇닿은 사타구니는 늪처럼 흥건해져 있었다. 어디선가 끈적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같았다. 여자의 일부와 남자가 서로 맞물린 허벅지 사이에어 물결치는 소리가 났다. 꽃망울이 가늘게 터지는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것도 같고, 세포들이 살아나 기지개를 켜는 소리 같았다. 일제히 열린 세포들이 아수성치고 있다. 형부가 치받는 데로 연주는 위로 또는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하 아! 미치겠어.”
더 이상 감당할 수없는 지훈은 별안간 체제의 알몸을 부둥켜안고 경직되었다. 그는 온 몽의 피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황홀함에 젖었다. 자궁 속 깊은 곳으로 뜨거운 용액이 분수처럼 흘러 들어오는 또 다른 희열을 느낀 연주는 파닥거리며 형부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생명을 잉태하는 영혼의 씨앗이었다. 연주는 모닥불에 올려진 뱀처럼 몸을 비틀면서 혀 짧은 소리를 냈다.
“아 으~! 형. 형부!”
그들은 서로의 몸을 부서트릴 듯이 움켜쥐었다. 생명을 잉태하는 암수의 정자가 만나는 순간, 시간은 정지되어 있었다. 지극한 감정의 두 영혼과 육체가 만나 함께 결합되는 섹스일수록 한층 더 격렬하고 감미로울 수밖에 없다. 침묵 속에 심장이 터질 것같이 거치어진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황홀함과 아울러 막연한 두려움에 젖은 연주가 촉촉한 목소리를 흘렸다.
“형부! 형부가 좋아지는데. 어떡해요?”
“난, 처제가 가슴 아파 할 것이 두려워.”
“형부가 미워요.”
“내가 모든 것을 달게 받아야지.”
세상의 모든 소리에서 벗어났던 연주의 귓가에 벽시계의 분침 돌아가는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다른 세상을 떠돌다가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인생은 어쩌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고 생각됐다. 영원한 행복도 없고 영원한 불행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주는 언니가 곧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언니가 올 것 같아요.”
“그냥 처제와 같이 있고 싶어.”
“형부! 정말 언니 사랑해요?”
“사랑하도록 노력하고 있었지.”
연주는 형부의 말이 진심이라고 느껴졌다. 아직도 형부의 남성이 몸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연주는 느끼고 있었다. 형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젖꼭지를 물고 늘어졌다. 또 다른 엑스터시를 젖은 그녀는 허벅지를 조였다. 보지 속에 갇힌 남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토록 참을 수 없는 욕정을 느끼게 하는 형부가 밉살스럽기까지 했다. 그녀도 형부에게 안겨서 자고 싶으나 또 다른 불행이 닥치는 것은 두려웠다.
“주무세요. 언니 오기 전에 갈게요.”
“처제, 미안해.”
연주는 대답대신 쓴웃음을 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훈은 낙심하는 표정으로 누워서 처제의 매끈한 알몸을 바라봤다. 흩어져 있는 옷가지를 주섬주섬 움켜쥔 연주는 형부의 시선을 의식하며 안방을 나왔다. 연주는 샤워기를 틀어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강렬한 정사 탓인지 허벅지와 골반이 뻐근하였다.
벽시계에서 자정을 울린 후 연희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유치원 운영을 하느라고 늦었지만 도둑질을 하다가 들어온 것처럼 발소리를 죽이며 거실로 들어왔다. 어둠에 쌓인 집안은 적막하기만 했다. 연주도 잠들어 있고 남편과 은지도 잠들어 그녀를 맞이하는 사람은 없었다. 연희는 왠지 이방인 같은 심정이 들었다.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 잠시 머물렀다가 가고 추워지더니 바로 첫눈이 내렸다. 연희는 집과 유치원을 오락가락하는 무덤덤한 생활이 연속되었다. 남편과 연주도 각자의 생활 속에 살아가지만 날씨만큼 차갑고 가라앉은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연희는 두 달 가까이 남편이 다섯 번 가량이나 관계를 요구했지만 거절하였다. 정민과는 다르게 마치 강간을 당하듯이 남편에게 해부를 당해서 비밀스러운 시간들이 들어나 보일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생명과 같은 은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지만, 역시 연희가 안주할 곳은 유치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아무런 조건 없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민에게 깊은 정을 느끼고 있었다. 몇 차례 육체관계를 했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부담 없이 편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남편과는 다르게 정민에게는 열등의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득 문득 남편이 없다면 정민과 가정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남편은 어쩌다가 무슨 비밀이라도 캐내려는 듯이 불쑥 유치원을 들리기도 했다. 오늘도 남편은 유치원에 들려서 손님처럼 기웃거리다가 IT 중소기업을 인수한다면서 서울에 다녀온다면서 나갔다. 연희는 남편의 말을 한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남편이 유치원에 신경 쓰지 않는 만큼 연희도 남편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직원들이 유치원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원장실로 들어왔다. 먼저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나가고 방학동안 일자리를 구하는 대학생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동네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희는 복지과를 다닌다는 대학생의 이력서를 보고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출근할 것을 약속 받았다.
아르바이트생이 나가고 전화벨이 울렸다. 요즘은 아르바이트 지망생이나 유치원생의 보호자에게서 걸려오는 전화가 많았다. 연희는 유치원생들의 신상기록부를 펼치며 수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수화기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소리 같은 음산한 소리에 연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보세요. 천사 유치원인데, 말씀하세요.”
“혼자 있는 모양이군.”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 이쪽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연희는 공연히 불안하여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누구세요?”
“잊으셨나본데,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연희는 문득 강간을 했던 남자가 두 명이라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힘을 주어 악을 쓰듯이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전화 잘못거신 거 아네요?”
“박민욱 친구입니다.”
천만 원이라는 돈을 입금시켰던 예금주 이름을 연희가 잊을 수는 없었다. 이맛살을 찌푸린 연희는 욕지거리가 나오는 것을 참았다.
“그 일이라면 이미 끝나서 전화 받을 이유가 없는데요.”
“나로서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내 말은 민욱이는 민욱이고,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는데요.”
“이 일을 단일 사건으로 알고 있다는 말인데, 하지만 주제가 다른 두 사람의 사건입니다.”
남자는 사건 운운하며 법률적인 상식으로 물고 늘어지려고 하였다. 강간을 당한 것도 치욕적이어서 연희는 속이 울렁거렸다. 정민이 사다가 책상위에 놓은 활명수를 이빨로 따서 반쯤 마시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숨소리가 상대가 들으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어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여보세요. 그건 민욱이라는 친구 분에게 말씀하세요. 두 사람이 나누어 갖던 말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까요.”
“나누어 갖는다고요. 우린 지성인입니다. 한건해서 나누어 갖는 불량배가 아니라고요.”
연희는 뱃속에 들은 오물이 목구멍으로 기어 나와 구역질을 하다가 토해냈다. 급하게 책사위에 놓인 호장지로 전화기에 묻은 오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바닥에 흘린 오물은 화장지로 덮어 놓고 하이힐로 밟았다. 대답이 없자 남자가 초조했는지 다시 확인을 했다.
“여보세요. 내 말 듣고 있습니까?”
“더 들을 말 없으니 끊겠어요.”
연희는 감정적으로 대하면 상대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두려웠다. 그러나 상대 말에 이끌려 가면 어떤 요구를 해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자존심이 상했다. 연희는 더 이상 상대가 전화를 걸어오는 것을 받고 싶지 않아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화장지로 바닥의 오물을 닦고 다시 봉걸레로 닦아냈다. 오물을 닦은 화장지들을 쓰레기통에 넣으면서 남자들을 휴지통에 처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사무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유치원생들의 보호자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도 많았기 때문이다. 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수화기를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얼마가지 않아서 전화벨이 또 울렸다. 아마도 수화기를 내려놓은 동안 전화를 했었는지 수화기를 들자마자 남자의 성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꽤 통화를 길게 하시는 군요. 혹시 경찰서에 연락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죠? 저도 시간이 없으니 인생 상담 같은 얘기는 하지 않고 요점만 말하겠습니다. 은행 구좌번호를 알려줄테니 이틀안으로 민욱이에게 보냈던 동일 금액을 입금시키십시오.”
연희는 ‘이놈들아! 뭐하는 짓거리야!’ 리고 고함을 지르려다가 꿀떡 삼켜버렸다. 흥분하면 도리혀 상대에게 약점을 잡힐 것 같았다. 차라리 상대가 흥분해서 약점이 들어나는 것을 기다리고 싶었다. 연희는 일단 시간을 두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런 협박에 동요할 사람도 아닙니다.”
“하하~! 모른다고. 내가 연희씨를 강간한 사람이라고 밝혀야 알겠소? 그때 당신 몸속에 들어갔던 남자인데, 모르다니. 그렇게 많이 남자들에게 몸을 주었나!”
“뭐야!? 이 더러운 새끼야! 이 새끼가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 너희 두 놈 모두 교수대로 보낼 테니 기다려!”
연희는 자신의 고함소리에 스스로 놀랬다. 발악하듯이 소리를 지르고 수화기를 소리 나도록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전화기 위가 아니고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남자가 다급하게 다시 다이얼을 누를 것이고 통화중 신호음만 들릴 것이다. 악이 받친 연희는 이제 두려워 할 것이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어떤 낙관이 닥쳐도 놈들의 요구는 받아 드리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다.
손님들도 없는 텅 빈 다방에 안경을 걸친 형준과 민욱이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탁자위에는 커피와 녹차, 그리고 야한 여자의 상반신이 노출된 잡지책이 놓여 있었다. 씁쓸한 표정을 지은 형준이 녹차를 들이 마시며 푸념을 했다.
“그 여자가 말이야. 전화를 끊더니만 수화기를 내려놓은 모양이야. 게속 전화를 걸어도 통화중이네. 어제도 하루 종일 그랬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네.”
“그러니까, 내가 말조심하라고 그랬잖아. 협박을 해도 조였다가 풀었다가 해야지. 나하고 통화 할때는 그여자 그러지 않았어.”
“그여자가 모른다고 잡아 때길래, 욱박지르려고 강간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건 내 잘못야. 일단 다시 만나자고 해서 요리해야겠어.”
“요리를 한다고? 하여튼 네가 알아서 해. 정 안되면 그여자에게서 받는 돈 팔십프로를 나한테 주면 도와주지. 넌 삽입해서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사정했잖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돈보다도 제대로 그 여자와 해보고 싶어.”
“하하~! 네 마누라보다 좋으냐?”
“미치겠더라. 그 야들야들한 살결과 예쁜 얼굴이 꿈에도 나와서.”
“넌 그 여자한테 단단히 꼴렸구나. 그런데 어떻게 여태까지 참았어.”
상반신을 뒤로 젖혀 여유를 부리는 민욱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뿜어져 나간 담배연기가 여인내의 머리채 모양 허공으로 올라가 흩어졌다. 그때 카운터 안쪽에 서 있던 다방 아가씨가 하이힐 소리를 딸깍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시선이 짧은 스커트아래 들어난 다방아가씨의 희멀건 허벅지를 향했다.
연희는 전화가 고장 난 셈치고 며칠간 아예 전화기 코드를 뽑아 놓았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유치원생들 보호자와 대화를 하기가 당분간 아쉽기는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익숙한 전화번호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휴대폰으로 중요 연락처에는 전화가 고장 났다는 설명을 했다.
요즈음 신문에서는 강간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기사가 사회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화성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14세의 정박아 어자아이가 흙더미 속에 목졸려 살해 된 것을 발견하였다는 기사였다. 국과수 수사결과 소녀의 시신에서는 강제로 성폭행 당한 증거로 남자의 정액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60대 할머니가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사건을 합치면 벌써 여섯 번째의 연쇄 살인 사건이다. 연희는 문득 그렇게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은 살인범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혼잡한 현실에서 법은 멀리 있다고 생각한 연희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오랜 시간을 지켜주던 나경아버지도 죽었고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연희는 흥륜사에서 만났던 남자의 게슴츠레한 눈빛이 떠올랐다. 협박을 하며 돈을 요구하고 있지만, 남자의 눈빛은 분명히 욕구를 채우고 싶은 눈빛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남자도 약점을 노리고 다시 욕구를 채우고 싶을 것이라고 연희는 생각했다. 연희의 머릿속에는 모종의 드라마가 필름처럼 지나갔다.
전화를 걸어올 남자만 만나서 유혹을 하면 쉽게 따라 올 것이다. 강간을 당하더라도 놈을 살해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설령 현장에서 체포되어도 정당방위라는 법적인 보호가 있어 남편이라도 믿을 것이다. 가공된 드라마를 떠올린 연희는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에게 벗어나기 위한 연희로서는 완벽한 각본이었다.
피해망상으로 떠올린 단순한 생각이 아니고, 적극적인 공격은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뛰어난 방어였다. 어차피 남편에게 알려져도 불행이고, 나아가서 놈들이 어린 딸 은지나 순결한 여동생 연주에게까지 손길을 뻗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연희는 상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남자의 목소리를 떠올린 연희는 그날 밤 뒤숭숭한 꿈을 꾸었다. 어둠 속에서 동생 연주가 놈들에게 쫓겨 질주하고 있었다. 놈들은 미친 듯이 연주를 쫓아오는 공포의 분위기였다. 연희는 가슴을 조이며 나무 뒤에 숨어서 어둠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은 연주가 놈들에게 붙잡혀 땅바닥에 팽개쳤다. 놈들은 음침한 미소를 띠며 연주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젖가슴이 들어나 연주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나무 뒤에 숨어 연희를 가리켰다. 놈들이 연주를 놓아두고 연희에게 다가왔다. 놈들은 무자비하게 연희를 폭행하였다. 놈들은 실신한 연희의 옷을 남김없이 벗겨냈다. 연희의 허벅지를 벌리고 놈들이 다가섰다. 그리고 흉물스런 남성을 연희의 허벅지 사이로 집어넣었다. 희미하게 정신이 든 연희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연희는 있는 힘을 다하여 남자의 가슴을 밀치며 벌떡 일어났다. 어두운 숲속이 아니라, 침대등불이 희미하게 비치는 방안이었다. 침대위에 일어나 앉은 그녀의 몸에서는 식은 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현실이 아니고 꿈이었다. 옆에서 잠들었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물었다.
“당신,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녜요. 요즘 몸이 허약한지. 꿈을 꿨어요.”
“그럼, 보약이라도 지어 먹어야겠군.”
“피곤해서 그렇겠지요.”
“내일 병원에라도 가 보지 그래.”
선잠을 깬 남편은 이내 누워서 잠이 들었다. 악몽을 꾼 연희는 더욱 강하게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닥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망설이던 연희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집을 나섰다.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블라우스에 무릎위로 찰랑거리는 스커트를 걸친 선정적인 옷차림을 하였다. 철물점에 들려 등산용 나이프를 구입하고 유치원으로 나갔다.
유치원 앞의 도로에서는 일찍부터 출근한 정민이 학원차를 세차하고 있었다. 연희는 정민에게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계단을 올라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원장실에서 그녀가 원생들의 명단을 체크하고 있는데 세차를 끝낸 정민이 들어왔다.
“오늘 새로운 원생이 들어 올 거야.”
“응, 그래! 어느 동네 아이인데?”
“어제 왕조동에 갔다가 서울에서 살다 이사 온 집이 있기에 방문했지. 홍보전단을 주고 권유했더니 온다고 하던데.”
“수고했어. 고마워! 그리고 정민아. 이것 좀 부탁해.”
“뭔데........!?”
연희는 손가방을 열고 철물점에서 구입한 나이프를 꺼냈다.
“이거 과도로 쓰면 좋을 것 같아. 갈아다 줄래?”
“그러지 뭐.”
정민은 별다른 생각 없이 나이프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유리벽을 넘겨다보면서 밖의 동태를 살핀 정민이 연희의 허리를 껴안았다. 연희는 갑작스런 정민의 태도에 눈동자를 크게 뜨고 바라봤다. 연희를 끌어안은 정민이 연희의 입술을 찾았다. 가볍게 입술을 받아준 연희가 눈을 흘겼다.
“못 됐어.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오늘따라 더 아름답네. 어제 저녁에는 너 안고 싶어서 잠을 못 잤어.”
“그렇게 내가 좋아?”
“지금이라도 하고 싶어.”
“애구~! 너 때문에 미치겠다.”
연희의 눈웃음치는 모습을 본 정민은 희죽거리는 웃음을 흘리고 원장실을 나갔다. 연희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처럼 하루의 일과를 분주하게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하루를 시작하는 유치원 안에는 하나 둘씩 모여드는 유치원생들의 목소리가 높아갔다. 연희의 머릿속에는 남자를 만나서 해야 할 일들의 목록들이 떠 올려지고 있었다.-------------[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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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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