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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29 923회 0건
계절과 계절 사이에는 비가 내린다. 시간이 갈수록 우울해지는 동민은 술로 모든 것을 잊으려한다. 동민이 캠퍼스 동아리 친구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날도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우산도 없이 골목을 돌아 집 앞으로 다가서던 동민이 멈칫하였다. 누군가 비를 맞고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술기운에 동민은 눈을 부비고 쳐다봤다.

“경미........!?”

어둠 속에서 동민을 바라보는 눈동자. 동민이 그렇게도 통화를 시도했던 경미가 아닌가. 동민은 벅찬 기쁨으로 쭈그리고 앉은 경미에게 다가갔다. 부스스 일어나는 경미의 눈빛이 가로등 불빛에 반짝인다. 동민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동민을 올려다보는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한 그녀가 울먹인다.

“오빠........”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왜 여기 있어?”
“나.......! 엄마하고 싸우고, 집 나왔어.”
“전화 했었는데, 안 받던데.........!?”

동민은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맹목적으로 자신에게 순결을 받친 경미를 보호해야할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른다. 눈동자에 맺혔던 눈물이 양 볼 위로 주르르 흘러내리는 경미를 보는 동민은 감정이 격해졌다. 경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다.

“엄마가........! 전화 뺐어갔어.”
“하여튼 들어가자.”

동민은 울먹이는 경미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퇴근해 있던 지성국이 식사를 하고 거실로 나오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민과 경미를 보고 멈추어 선다. 눈살을 찌푸리는 지성국과 동민의 시선이 마주쳤다. 지성국의 날카로운 눈빛을 의식한 경미가 동민의 등 뒤에 몸을 숨긴다. 지성국이 경미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제는 왜 온 거야?”
“제가 데리고 왔어요. 오면 안돼요?”

동민이 당당하게 되물으며 아버지를 노려본다. 언제나 모범적이던 아들의 반기에 지성국은 어처구니없었다. 그에게는 유일한 가족이고 미래의 희망을 걸고 있는 아들이었다. 명희와의 이혼 문제만으로도 고통스러웠던 지성국은 울화가 치밀었다. 급히 숨을 들이마신 지성국은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가슴에 손을 얹은 지성국이 언성을 높였다.

“그 아이를 뭐 하러 데리고 들어왔어? 당장 내보내.”
“아뇨! 경미는 우리 집에서 있을 겁니다. 내가 사랑하니까요.”
“사랑한다고!? 저 아이는 안 돼. 네가 사랑이 뭔지 알아?”
“아버지보다는 잘 알아요.”
“뭐라고.......!?”

충격을 받은 지성국이 한 걸음 다가서다가 휘청거리며 소파 등받이를 붙잡았다. 동민은 아버지의 음모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이 깊은 아버지에게 할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듯이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저는 아버지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지는 않아요.”
“무슨 말이야?”
“저는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잘 알아요. 설사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나 비열한 짓이었던가를 아직도 모르세요?”
“네가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제 입으로 아버지의 가면을 벗기기를 원치 않겠지요?”
“음.........!?”

침대 등받이를 붙들고 있는 지성국이 비틀거렸다. 한동안 지성국과 동민의 시선이 마주친 상태에서 침묵이 흘렀다. 지성국은 발가벗겨지는 심정이었다. 어쩌면 그가 저지른 욕망으로 일어난 인과응보였다. 지성국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동민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짐작했다. 그는 격한 감정으로 바라보는 아들과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길게 한 숨을 내쉰 지성국은 최소한의 변명이라도 하려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동민은 경미가 사용하던 이층 방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주눅이 들은 경미는 예전의 발랄하고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들은 그녀에게 충격이었다. 이사를 하고나서 명희의 태도는 돌변했다. 경미를 자식으로 보기보다는 인생에 걸림돌처럼 여겼다. 명희는 밖으로만 나돌았고 경미는 어린 시절처럼 다시 혼자만의 공간에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동민의 집으로 돌아오고 보니 왠지 모든 것이 낯설어 보였다.

동민은 경미의 우울한 표정을 보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말을 해도 웅크리고 앉아 대화를 기피했다. 동민은 너무나 많은 환경변화에 그녀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안타깝게 여기는 동민은 핼쑥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경미를 위로하느라고 노력하였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안에만 틀어박혀있는 경미의 생활은 며칠간 지속되었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지성국은 아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경미를 집에 머물게 허락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책감에 동민의 행동을 방관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성국은 자식을 자신의 인생 속으로 끌어 들일수도 없고 자신의 인생 속에 자신이 들어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암울한 시간들 속에 비에 젖은 낙엽이 가로수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캠퍼스에서 나오는 동민에게 친구들이 미팅을 가자고 요구를 했다. 쓴웃음을 지은 동민의 머릿속에는 경미의 우울한 눈빛이 떠올랐다. 친구의 요구를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 동민은 이층의 경미 방부터 들어가 본다. 여전히 침대위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경미의 모습이다.

“경미야! 식사했어?”
“.......!”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
“마음먹기 달렸어, 누구나 고통을 당할 수 있어. 새싹이 트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듯이 살아가는 길이 평탄치 못하지만 즐겁고 아름다운 것을 생각해야지. 그게 행복이야.”
“.........”
“난 여전히 경미를 사랑해. 그런데 엄마가 경미 안 찾아?”

동민이 등을 지고 누운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겨 안았다. 빤히 올려다보는 경미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동민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때야 경미가 입을 열었다.

“엄마, 이민 간데........오빠! 나 어떡해?”
“경미가 마음 하고 싶은 대로 해. 경미도 가고 싶어?”
“아니! 난 싫어. 사랑하지도 않는 엄마와 살기도 싫고.......”
“그럼 아무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살아. 내가 지켜줄게.”

동민이 껴안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동민의 어깨에 두른 그녀의 팔이 파르르 떨렸다. 가슴에 안긴 그녀에게서 전해오는 심장소리와 온기만으로도 동민은 살아 있다는 즐거움을 느낀다. 동민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일으켜 앉혔다.

“식사도 안했잖아? 우리 같이 내려가서 식사하자.”
“.........”

동민은 일으켜 세운 경미를 데리고 이층을 내려왔다. 조심스럽게 층계를 내려온 경미와 동민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식사준비를 하는 전주댁이 힐끔 그들을 쳐다본다. 동민이 전주댁에게 환한 웃음을 보인다.

“아줌마! 배고파요. 밤 좀 주세요.”
“아! 경미도 내려왔네. 어디 아픈 줄 알았는데.”
“이제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이제부터 경미가 다시 여기서 다시 살 거니까, 잘 부탁드려요.”
“그래.......!? 나야 심심하지 않고 좋지.”

전주댁은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뜬다. 그렇지만 예전에도 경미는 전주댁에게 살갑게 대했었다. 전주댁도 발랄한 경미를 딸같이 여겨 식구들 중에 가장 친근감을 느꼈었다. 식사를 마친 경미는 팔을 걷고 전주댁을 도와 주방 일을 거든다. 동민은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일을 하는 그녀들은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 대화를 나눈다. 경미가 설거지 한 그릇을 들고 전주댁에게 물었다.

“아줌마! 이거 어디다 놔요?”
“음! 그냥 건조대에 넣어 둬. 내가 정리 할게. 어디로 이사 간 거니?”
“아파트요.”
“경미는 나이가 어려도 깔끔하네.”

“여기 와서 안했지만, 원래 어려서부터 주방일은 내가 했어요.”
“엄마는?”
“엄마는 원래 주방에 신경 안 썼어요.”
“그럼 엄마는 뭐하고?”
“모르겠어요. 항상 늦게 들어왔다가 아침 일찍 나갔으니까요.”

동민은 오순도순 대화를 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온 동민은 망설이다가 며칠간 들여다보지 않았던 컴퓨터를 켰다. 각방에 설치된 카메라 화면은 정지 상태였다. 동민은 이제 필요치 않은 카메라들을 철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동민은 모니터 화면에서 퇴근해서 돌아온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실로 들어온 동민의 아버지가 주방 일을 마치고 나온 경미와 마주친다. 잠시 주춤하던 지성국이 안방으로 들어간다. 거실에 서있던 경미가 현관에 벗어놓은 지성국의 구두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지성국이 경미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하는 전주댁에게 지성국이 밖에서 먹고 왔다고 하며 세면장으로 들어간다.

신발들을 정리한 경미가 주춤거리더니 무슨 생각인지 안방으로 들어간다. 안방으로 들어간 경미가 지성국이 벗어 놓은 옷을 옷걸이에 걸고 안방을 정리한다. 세면장에서 나온 지성국이 안방으로 들어간다. 침대를 정리하다가 뒤돌아보는 경미와 지성국의 시선이 마주친다. 고개를 숙인 경미가 안방에서 나와 이층으로 올라간다. 모니터 회면을 주시하는 동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경미의 변화되어가는 모습에 동민은 안도감을 느낀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뿌듯함에 동민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리포트를 작성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이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전등불을 끄고 누우니 커트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포근하기만 하다. 그동안 누구도 열고 들어오지 않던 방문이 사르르 열린다.

“오빠.......!”

동민이 얼마 만에 듣는 정겨운 목소리인가. 하얀 잠옷차림으로 들어온 경미의 모습은 달빛을 받아 요정처럼 보인다. 경미는 두 팔을 벌리는 동민의 가슴속으로 뛰어든다. 동민은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체취에 취할 것만 같다. 첫날밤을 마지 하듯이 그녀를 가슴에 안는 동민의 마음이 벅차오른다. 예전의 싱그러움뿐만 아니라 여인의 향기마저 느끼게 한다. 그녀를 눕힌 동민은 얼굴을 감싸고 키스를 한다.

“사랑해!”
“난, 오빠 여자야.”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한 키스가 이어진다. 혀와 혀가 엉키며 부르르 떨고 그녀의 양팔이 동민의 목을 감고 매달린다. 동민은 껍질을 벗기듯이 정성스럽게 그녀의 걸친 옷을 하나씩 벗겨낸다. 달빛에 들어난 경미의 매끄러운 알몸이 은어처럼 윤기를 뿜어낸다. 서로를 단련시키고 사육되었던 그들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동민이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쓰다듬는다. 촉촉해진 보지 입구를 쓰다듬으며 손바닥에 스치는 음순의 돌기를 일으킨다. 하얀 달빛에 조각처럼 들어난 그녀의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있다. 거친 숨을 토하는 동민이 그녀의 보지 속으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 이미 동민을 통해 오르가즘의 희열을 느꼈던 그녀는 암사슴처럼 매달리며 가쁜 숨을 흘린다.

“하 아! 오빠........”

자지가 보지 속으로 빠듯하게 밀려들어가는 촉감은 어떤 표현이 어울릴지 모른다.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은어의 생동감인가. 쫄깃하고 보드라운 나락에 파묻히는 촉감. 동민은 끝없는 구름위로 떠오른다. 경미 또한 어느 때보다도 안락한 황홀감, 보지속이 터질 것 같은 포만감, 예민한 속살을 태워버릴 것 같은 뜨거움, 처음으로 느껴 보았던 오르가즘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다.

“미칠 것 같아. 하 으! 오빠는 내 남자야.......”
“그래! 경미는 나의 요정이야.”

우람하게 발기된 자지가 보지를 가득 채우고 골반이 뻐근해지는 느낌에 경미는 쾌락의 회오리에 빠져든다. 동민이 힘찬 숨을 흘리고 보지 속으로 들어온 자지가 깊고 빠르게 율동을 한다. 동민은 거친 들짐승이 되어 암내를 풍기는 사슴을 몰아친다. 달빛에 들어나 발가벗은 알몸으로 하나가 된 그들의 모습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격렬한 엑스터시를 느끼며 남성을 받아드리는 그녀의 자궁 속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진한 샘물이 봇물처럼 흘러나온다.

“오, 오빠. 미칠 것 같아. 하 이! 난 몰라.”

격한 흥분의 불길 속에 빠진 동민은 헐떡거리며 거친 태풍으로 그녀를 몰아친다. 깊고 빠르게 진퇴를 하던 자지가 때로는 좌우로 회전을 하며 보지 속의 살갗들을 마찰한다. 보지 속을 유린하는 자지가 광란할수록 경미의 작은 알몸이 꼼틀거리며 흔들린다. 보지 속에 박힌 자지가 반복적으로 진퇴를 할 때마다 경미의 신음소리가 흐느끼듯이 반사적으로 흘러나온다.

“하 으. 아 하. 으 으. 아하........”

풍랑에 휘말려 부서지는 조각배처럼 흔들리는 경미의 팔이 동민의 허리를 붙들고 허우적거린다. 동민이 그녀의 허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보지 속으로 자지를 깊이 박아 넣었다. 치골까지 잇닿는 아찔함에 경미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녀는 또 다시 절정의 능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 아! 난 몰라. 어떡해.......”

하얀 달빛은 차갑게 비추고 있지만 끈적끈적하고 습한 열기가 방안에 가득했다. 멎을 것 같은 호흡, 살갗이 마찰하는 소리, 보지 속에 흘러나온 샘물의 끈적인, 그들은 영혼까지 불태울 듯이 희열의 늪 속을 헤맨다. 지칠 줄 모르고 보지 속을 헤집는 동민의 행위, 사랑의 절정을 이루는 능선을 넘어서는 경미의 흐느낌, 순간 경미는 상체를 들어 올리며 안간힘을 쓴다.

“하 윽! 오, 오빠.........사랑해.”
“경, 경미야. 사랑해.”

침대에 머리를 묻고 허리를 들어 올리는 경미의 보지 속에서 오르가즘에 도달한 뜨거움이 흘러나와 자지를 감쌌다. 동민도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엑스터시를 느끼고 멎을 것 같은 숨을 급히 들이킨다. 경미는 보지 속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뜨거움으로 또 다른 쾌감에 젖어든다. 동민의 등을 움켜쥔 경미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든다.

“하 아! 어마 얏........”

동민의 허벅지를 감싼 경미의 다리가 바동거린다. 길고 뜨거운 섹스였다. 순결한 두 영혼과 육체가 만나 함께 결합하는 섹스일수록 한층 더 격렬하고 감미롭다고 했던가. 그들은 한동안 한 몸이 되어 석고상처럼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서로를 감동시키는 섹스는 더욱 서로의 감정과 마음을 하나로 만든다. 동민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당돌하게 맹목적으로 동민의 스킨십을 받아 왔던 경미는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니 부끄러웠다. 시선이 마주친 그녀가 수줍은 듯 눈을 흘긴다.

“보지 마! 창피하게.”
“왜! 난 가슴에 안긴 경미가 황홀한 눈빛을 할 때 행복한데.”
“피 잇! 정말.......!?”
“아직도 내 마음 몰라?”
“알아!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두려워.”
“왜?”

달빛에 들어난 경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동민은 그녀가 행복에 대한 진리를 터득해 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만큼 애착심이 생겨 불안하기도 하지만 행복은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고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입술을 쫑긋거리던 경미가 동민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진실을 알아 갈수록 놓치기 싫어서.”
“걱정 마. 나는 언제나 경미와 함께 있을 테니까.”

동민의 말에 경미는 자잘한 미소를 띠었다.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온 동민이 그녀를 가슴 깊이 껴안았다. 동민의 가슴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경미는 포근한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동민은 경미와의 인연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에서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낀다. 각자 생각에 잠겨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을 바라본다. 경미가 동민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만지며 물었다.

“오빠! 내일 뭐해.”
“왜?”
“나 집에 가서 책하고 소지품들을 가져오고 싶은데.”
“내가 도와줄게. 엄마 집에 없어?”
“집에 잘 없어.”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데?”
“몰라 나도. 이민 갈 준비를 한다는 것 밖에.”

경미가 명희 울타리를 떠나서 집으로 온다는 것은 즐거움만이 아니다. 어쨌든 경미를 낳아준 어머니 일 수밖에 없기에 미련과 아픔이 동반할 것이다. 동민도 그녀의 마음을 알고도 남는다. 그러나 동민에게 어느새 경미는 삶의 목표와 활력소가 되고 있다. 황량해가는 집안에서 경미마저 없다는 것은 동민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경미에게 동민은 순결을 바친 첫 남자이고 행복함을 주는 보호자이다. 경미는 그날 밤 동민의 가슴에 안겨 잠이 들었고 살아온 지난 시간 중에서 가장 행복한 밤을 보냈다. 동민이 눈을 떴을 때는 경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동민이 거실로 나가니 경미는 아버지의 구두를 닦고 있었다. 동민을 발견한 경미는 배시시 웃더니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전주댁을 도와 아침 식사준비를 한다.

남자는 자신의 식사준비를 하는 여자의 모습에서 감동받는다고 했던가. 세면을 하고 나온 동민은 안방에서 나온 아버지 와 마주쳤다. 주방에 있던 경미가 부지런히 쫓아 나와 받쳐 들고 지성국에게 다가간다. 경미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지성국에게 타월을 건네준다.

“새 수건으로 쓰세요.”
“........!”

세면장으로 들어가려던 지성국이 멈칫하고 경미를 바라본다.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오래간만에 지성국과 동민, 그리고 경미가 식탁을 마주했다.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차가운 분위기는 아니고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분위기였다. 동민은 오전 강의를 듣고 경미를 도와주기 위해 먼저 일찍 집을 나섰다.

동민이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정오가 지나고 있을 때였다. 그는 경미를 위해 옷을 몇 벌 사들고 들어왔다. 동민의 선물을 받아든 경미는 무척 기뻐하며 봉투를 하나 꺼내서 보였다. 동민은 빙긋이 미소를 지며 그녀가 들고 있는 봉투를 의아스럽게 여겼다. 봉투를 받아서 열어보니 꽤 많은 수표와 현금이었다.

“이게 뭔데.......!?”
“아버지가 줬어.”
“아버지가 왜.......!?”
“아줌마한테도 줬는데, 나더러 옷 사 입고 용돈으로 쓰래.”

동민은 아버지가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을 느껴 감격하였다. 전주댁이 빤히 보고 있어도 동민은 경미를 끌어안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전주댁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경미는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동민은 경미를 학교에 데려다 줄 자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동민의 생활은 즐거움을 가득해졌다. 동민에게 경미는 혈육보다 진한 감정을 느끼는 여자일 수밖에 없었다.

경미도 또한 동민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생활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렸던 동민이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경미는 식사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 동민은 서슴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슴을 파고드는 경미를 안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명희는 정말 이민을 갔는지 명희와의 소식은 끊어졌다.

동민은 정희에게 한 번 전화 연락은 받았다. 생활이 안정되면 다시 연락한다는 전화였다. 동민의 머릿속에서 멀어져가는 정희와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다. 다만 동민이 미래를 꿈꾸며 사랑하는 여자는 경미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나 예전부터 지성국이 새로 건축하는 저택이 완공이 됐고 이사를 할 계획이다. 사랑은 비열한 욕망의 배반보다는 진솔한 신뢰를 본질로 한다. 신이 존재하느냐 않느냐는 아무래도 좋다. 믿으니까 믿는 것이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것이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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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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