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및 용어 정리
─본 글은 근친과 병적인 집착, 정신 분열, 비정상적인 애정 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글 특성상 잔혹한 장면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비위가 비교적 약하신 분이나 이러한 스플레터물에 항마력이 없으신 분은 여기서 글 읽기를 중단해주세요.
얀데레(ヤンデレ)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강력한 애정을 가지고 이를 표현합니다.
표현에 대한 보답이 자신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게 이루어지기를 원하지만, 대상으로부터의 보답이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 경우,
사회상 인정 가능한 애정표현의 수준을 벗어난 행위 및 병적인 행위
...를 수반하여 자신의 강력한 애정을 표현해 대상으로부터 자신의 기준에 알맞은 보답을 이루어내려는 성격 유형이라고 하면 됩니다
정신적으로 병이 들었으면서 좋아하는 대상 앞에서는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병들다"(病む 야무[*])와 "부끄러워하다"(でれでれ 데레데레[*])를 합쳐서 "얀데레"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내 여동생은 얀데레입니다.
第一章: 광애(狂愛)라는 거미줄
“……다녀올게.”
보통이라면 다녀오겠습니다. 가 맞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 집에는 부모님이 계시질 않는다. 두분은 IT관련 사업 때문에 인도에 나가 계신다. 최근 그쪽이 IT계열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집에 혼자 사는 건 아니다.
“오빠. 넥타이. 제대로 매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삐뚤어진 내 넥타이를 다시 둘러매주는 소녀는 마치 내 아내처럼 행동한다. 뽀얗고 하얀 피부가 아침햇살을 받아 매력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소녀는 내 동생, 세윤이었다.
동생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은근슬쩍 내 뒷덜미를 매만진다. 그 행동은 뱀이 꿈틀거리는 것 같아, 애무를 하는 동작과 비슷하다.
“으…… 웃…….”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곤, 최대한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옅은 신음을 참는 일 뿐이다. 그 모습에 동생은 여우같이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분홍색 입술을 달싹인다.
더 밀착한 그녀의 몸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너무 달라붙은 탓인지, 동생의 꽤 큰 가슴이 부드럽게 뭉개졌다. 게다가 세윤이는 평소에 집에선 얇은 티에 속옷만 걸치고 다녀서, 부드러운 육체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런, 이대로 가다간 흥분할텐데…….
“후훗~ 오빠, 이렇게 신음 참는 모습도 귀여운데?”
분명 나보다 체구도 작고 약한, 그저 귀여운 여자아이에 불과한 세윤이지만, 만약 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간, 다음날 철저히 조교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더 달라붙어, 내 목을 어루만지던 세윤이는, 나를 또렷하게 응시하며 그대로 서 있었다. 그대로 한참동안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세윤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키스해줘.”
“아아……?”
내가 바들바들 떨면서 동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세윤이는 살짝 웃으며 중얼거렸다.
“뭐야, 한번쯤은 오빠가 먼저 해줘.”
그렇게 말을 하니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동생의 입을 맞출 수 있는 기회인데. 내가 그대로 홀린 것처럼 동생의 입에 입을 맞추자, 그녀는 희번득하게 웃으며 내 목을 돌연 휘어감았다. 원래 짧게 입술만 부딪치고 끝내려 했으나, 동생 덕에 혀를 집어넣고 서로의 혀를 빨거나 돌리는 음란한 키스가 되어버렸다.
추잡하게 섞이는 타액과 음란한 소리가 현관을 채웠다. 동생은 볼을 붉게 물들이는 기색도 없이, 그저 여우처럼 남자를 홀리는 색기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의 키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생과 오빠라는 관계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였다. 그 굴레를 먼저 벗어던지고, 내게 다가온건…… 물론 동생이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비록 동생이 모델급으로 예쁘다지만, 여전히 근친상간에 대한 부담감은 존재했다. 그러나 동생의 간곡한 설득과 집요하게 달라붙는 관심과 유혹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나야, 내세울건 그나마 봐줄 수 있을 만큼 반반한 얼굴과 키보드만 잡으면 열혈 워리어로 변하는 근성이랄까.
선을 넘은 건 이미 오래전 얘기. 그리고 이런 요구는 일상이었다. 거부한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잘하면 피를 볼 수도 있다. 다만, 신체에 심각한 상해나 목숨에 위협이 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 내 동생은 얀데레다.
그녀의 나에 대한 집착은 광기를 넘어섰고, 내가 여자들과 대화를 하기라도 하면, 당장에라도 칼을 들고 달려가 찢어죽일 기세다.
……그렇게 긴 키스가 끝나고 동생은 히죽 웃으며 물었다. 어깨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흑발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오늘은 야자하지말고, 일찍 와야돼. 알겠지?”
“으…… 응.”
보면 볼수록 무서워지는 녀석이다. 아니, 애초에 나 따위는 말빨로 상대할 수 있는 레벨도 아니니, 대화를 섞는 것 자체도 두렵다.
그리고 현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그것은 흡사 광인의 미소였다.
“……딴곳으로 새면……. 죽여버릴지도 몰라?♡”
쾅─!
구역질이 치밀어오른다. 현관문을 있는 힘껏 세게 닫고서, 달린다. 엘리베이터 버튼도 누르지 않고 그대로 계단으로 내려갔다. 현기증이 나, 눈물이 날것만 같다. 어지럽다. 모든 것이 미쳐버렸다. 세상도, 나도, 동생도. 이 모든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결국 4층까지 내려왔을때, 나는 난간 구석에 토사물을 쏟고 말았다. 아침에 동생이 차려줬던 미역국과 김치, 계란말이마저. 모두. 그렇게 한참 배를 개워냈을때, 누군가 내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저 주면서,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 호의에 감사하다는 제스처를 간단히 취하고, 손수건을 받았다.
그리고 입가를 닦은 후,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오빠, 많이 늦었네? 그냥 오늘은 천천히 같이 갈래?”
빙긋 웃으며 서 있는 동생이 있었다.
……
……
……누가 나좀 살려줘!!!
「copyright in Belesahr@2011 allright reserved.」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듣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나는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는 지금 살아있는 시체인가? 생명 유지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약간의 산소와 대량의 질소,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혼합물을 마시면서, 현재 내가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구역질이 치밀어올랐다.
“은유야! 임마, 또 자는 기가?! 야! 이은유! 이 검마 시키야!”
과학 선생님의 구수한 사투리가 내 고막을 때리자, 비로소 나가있던 영혼이 다시 육체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자, 모든 반 학생들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었다.
“게참, 이빠이─ 아파보이는데? 보건실 좀 가보지 그러냐?”
하지만 나는 그저 손을 네저어보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잠시후, 나는 또 치밀어오르는 현기증과 당장에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결국 보건실로 향하고 말았다. 그리고 거기에 가서 거울을 봤을때, 비로소 내 처참한 몰골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충혈된 눈. 너무 창백해서, 시체처럼 하얘진 내 얼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손과 바싹 마른 입술. 양호 선생님도 내게 병원을 가보라며 조퇴를 권했지만, 그냥 한시간 쉬었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확인증을 받고서 양호실 침대에 누웠다. 언제나 느끼지만, 양호실 침대는 편하다. 아주 깊게 푹 잘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왜냐고? ‘녀석’이 없으니까.
잠시 현실에서 도피하는 거야……. 꿈 속에서라도…… 자유롭게…….
하지만 내 단잠도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내 품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의 뒤척임에 잠이 확 가셨다. 그리고 이불 위로 빼꼼 머리를 내미는 청순하면서, 묘하게 색기있는 얼굴.
히죽─.
“뭐야, 오빠. 여기 있었어?”
가까이서 봐도 예쁘다. 약간은 짙은 눈썹과 꽤 큰 눈망울. 투명한 피부까지. 완벽한 조건을 가졌음에도, 어째서인지 나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나의 동생.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짤막하게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러자 빙긋 웃으며 남자 몇은 쓰러트릴 위력을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세윤이.
“나도 아픈데? 후후.”
“너 미쳤어?! 여기까지 들어와도 돼냐고! 여기 양호 선생님도 있고, 다른 녀석들도 있는데……!”
하지만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입을 막고 오묘하게 웃어보이는 그녀.
“양호 선생님은 잠시 효과좋은 수면제를 탄 커피 한 잔 대접해드렸고, 나머지 녀석들은 내가 억지로 약을 먹여서 재웠지. 그리고 양호실 문도 잠가놓았으니까, 방해 받을 일은 없을 거야.”
왠지 모르게, 세윤이의 미소가 섬뜩해보인다. 살짝 풀린 동공이 위험 신호다. 제길, 단잠은 일단 물 건너 갔고,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야…….
“헤에? 어딜 가려고 그래? 오빠는 나랑 있는게 그렇게 싫어?”
내 가슴팍을 두 손으로 잡아 누르면서 내 위로 은근슬쩍 올라타는 세윤이. 나는 식은 땀만 뻘뻘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후후. 그렇지? 자아……. 그럼 오빠, 소소한 상을 줄게.”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몸을 내 몸 위로 내려앉는 그녀. 세윤이의 키는 나보다 작지만, 어떻게든 위치를 맞췄던지, 내 바지 벨트 위로 세윤이의 팬티가 내려앉았다.
‘그곳’의 살은 특히 부드럽고, 기분이 좋아서, 그저 살이 비벼진다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만 같다. 어떻게든, 동생의 몸에 욕정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외우지도 않은, 그리고 알지도 모르는, 그냥 막지어낸 주기도문을 중얼거리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헷. 겁쟁이 오빠 같으니. 동생한테 욕정하는게, 그렇게 부끄러운거야? 응, 응?”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면서 은근슬쩍 끈적한 숨을 불어넣는 세윤이. 내 귀를 타고 내려가 목덜미를 열심히 핥고 있는 세윤이의 농밀한 애무에 이미 내 물건에는 잔뜩 피가 몰려있었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는 걸까. 아니면, 인간도 동물의 범주에 속하기에, 자식 번성의 욕구가 있다는건가. 슬픈 본능이다.
“쿡쿡. 이거 봐, 행동이나 말은 꺼리고 있다지만, 몸은 솔직하잖아. 응─? 동생한테 발정하는 음란한 오빠.”
야야! 원래 그런건 남자가 여자 능욕할때 쓰는 대사류 아니었냐? ……뭔가 빗나간 것 같지만. 어쨌든 그녀는 천천히 엉덩이를 내려 바지 위로 잔뜩 서버린 물건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물건이 눌리면서, 바지가 찢어지거나, 아니면 내 그것이 부러질 기세였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세윤의 능숙한 움직임에 흡사 열락과도 같은 쾌락이 내 뇌리를 강타한다. 그것은 쓰나미와도 같아서, 내 뇌부터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전신을 강타하는 충격과 전율! 동생에게 발정하고 있어. 동생이 해주는 것을 모두 받아주고 있어. 그런데 이래도 되는 거야? 그저 혼란스럽다. 하지만 내 표정을 즐기기라도 하듯, 동생은 계속 웃으면서 내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볼에 닿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나는 최대한 참으면서, 사정만큼은 참으려고 했다.
그러나 세윤이가 입술에 살짝 키스하자, 힘이 갑자기 풀린 나머지, 순간 아랫도리가 울컥하면서, 뜨거운 정액을 쏟아냈다. 그 끈적한 느낌이 고환을 타고, 팬티를 흠뻑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사정했다.
“쿡쿡쿡. 오빠, 그렇게 급했어? 팬티도 안 벗고 사정했네? 이대로 수업하면 냄새날텐데~”
너 때문이잖아!! ……라고 따지고 싶지만, 그렇게 덤빌 수도 없다. 그래, 나 비참한 인생이다. 동생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리 준비해온 티슈와 속옷을 꺼낸다.
“그럼 나 먼저 가볼게. 수업 종 쳤네. 빨리 속옷부터 갈아입고, 젖은 속옷은 가방 안에 넣어둬. 그리고 누가 들어오진 않을 테니까. 그럼, 이따가 집에서 봐~”
그리고서 동생은 유유히 양호실 문 쪽으로 향했다. 끝까지 방심의 끈을 놓지 않고서, 나는 그저 망연자실한 상태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녀는 문을 열고서, 멈칫하더니 뒤로 돌아, 나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집에 가서 나머지 이어서 할게.”
드르륵─. 탁.
……신이시여, 당신은 어찌하여 여자를 창조하였습니까. 남자의 갈비뼈를 떼어 만든 여자가, 이미 뱀에게 속아넘어가기 전부터, 금단의 과실을 노리고 있는 여자를, 요즘 들어서 속속 나타나는 여자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재능을 지니고 있는 여자는.
저에겐 다른 이름으로 디아블(diable)로 불리운답니다. 혹은 앙쥬(Ange)로도 불리우지요.
과연, 어느 쪽이 참모습일까요? 그것은 저도, 당신도, 모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잠시 흐르고서, 멍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한참동안 멍하니 동생이 나갔던 문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 모습을 확인하고서 나는 급히 얼굴을 붉히며 바지를 추스렸다. 그리고 양호 선생님이 움찔하는 것을 보고서 화들짝 놀라며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점점 저 녀석 대담해져간다.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괴롭히는 것에 재미가 들린 것 같았다. 마치 「악마」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나같은 놈에게 집착하는 걸까? 역시 동생은 내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도, 가장 먼 사람인것 같다.
다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는 거.
나는 저 녀석의 거미줄에 걸려든 한 마리 추한 「먹이」에 불과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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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엎드린 채로, 수업을 휘적휘적 넘기다보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었다. 아아. 오전 수업은 무사히 패스했군. 이제 남은 건 오후 수업 뿐이다.
다행히도 야간 자율 학습은 받지 않는다. 나도, 그 녀석도. 성적은 그래도 꽤나 우등하다고 자부한다. 그래봤자 그렇게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으윽.”
뻐근한 허리를 움직이자, 두두둑-. 거리는 소리가 주변에 다 들릴 정도로 크게 울린다. 몇몇 지나가던 여자애들이 나를 흘낏 보고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이런, 컴퓨터 좀 줄일 걸 그랬나. 크윽.
아니, 생각해보면 이건 그거랑 상관없는 것 같았다. 컴퓨터 의자 위에 앉으면 내 무릎 위에 올라와 목을 핥거나, 시도 때도 없이 달라붙는 세윤이 때문에 바짝 긴장을 하면서, 살얼음판, 혹은 송곳 위를 걸어가는 심정이었으니, 몸이 오죽하겠는가. 당연히 상태는 최악이다.
“야야, 그러게 내가 컴퓨터 좀 줄이라고 했잖아!”
팡!!
“크악!!”
“헤에~ 등이 아주 찰진데에?”
위험하다, 너. 등이 찰지다니! 그런! 살은 그다지 없는 편인데만. 가뜩이나 뼈 밖에 없는 등짝을 정통으로 맞아서 그런지, 얼얼하다. 인상을 잔뜩 쓰며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귀여운, 뭔가 상큼해보이는 인상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벌써 고등학교 2년 내내 같은 반이자, 중학교때부터 잘 알고 지내왔던 여자아이, 김시유이다.
머리는 약간 염색을 했는지, 밝은 갈색을 띠고 있었고, 그 머리는 약간 어깨 위로 올라와있는, 짧다고 보기에는 조금 그렇고, 길다고 보기에는 조금 그런, 애매한 머리 길이였지만, 그럭저럭 어울리는 편이었다.
“……시비냐?”
“……시비걸 목적이었으면, 일단 죽빵부터 때리고 맞짱까야지~ 응응, 안 그래?♬”
그런 밝은 표정으로 해맑게 웃으면서 그딴 말 하지 말란 말이다. 은근히 매력있는 웃음이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상당히 험악하기 다름없다.
“어쨌든…….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라.”
그러면서 내가 다시 책상에 엎드리자, 걔는 내 뒷목을 잡아당기며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베드민턴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부끄럽지만……. 나보다 힘이 세다. 팔뚝도 더 두껍다지?
“밥은 먹고 댕기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시유은 그 특유의 맑은 연갈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를 교실 밖으로 떠밀었다.
“야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에에~ 이러지 말구! 자, 밥 먹으러 가자─!♪”
푸흡, 야! 나 죽겠다! 헤드락 걸으면서 콧노래 부르지마! 아니, 그렇게 지나가면서 선생님들에게 인사하지 말란 말이야! 오해받잖아!
“옷~!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과학 선생님이 슬쩍 나와 시유를 바라보더니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가는 투로 중얼거렸다.
“이야, 시유 대단한데? 벌써 하나(?) 잡은 기가?”
그러자 히죽 웃으며 대꾸하는 시유.
“옙, 물론이죠! 후후! 지금부터 아주 꽉 잡으려고요!”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은 하지마! 그리고 대체 그 다크한 미소는 뭐냐고?! 켁, 말은 하고 싶지만 가까스로 숨을 껄떡껄떡 넘기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바둥거리는 것 뿐이었다.
“큭큭, 그래. 잘 해보그라잉!”
……아. 제길.
“푸하! 야!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내 의사는 듣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는 태도는 뭐야!”
겨우 풀린 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자, 시유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모습을 하더니,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응─? 왜? 맘에 들지 않는 거야?”
“그, 그야…… 이렇게 하고 다니면, 왠지 학교에 우리가 사귄다던지…… 그런 이상한 소문이 돌 것 같고……. 과학 선생님 입 싼건 소문 났잖아!”
내가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기타 안좋은 점이라던가, 놀림거리가 될 거라던가, 그런 얘기를 늘어놓자, 걔는 내게 꿀밤을 한대 정통으로 먹이며 쾌활하게 외쳤다.
“그럼, 사귄다고 하지 뭐!! 뭐가 어때서 그래!”
퍽!
아, 정정해야겠다. 꿀밤이 아니라, 스트레이트 훅이다.
“아오, 좀 작작 때리지?!”
어느새 투닥거리다 보니, 식당까지 다다렀다. 그렇게 서로에게 장난을 치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나의 시선이 식당 입구에서 서 있는 누군가에게 이르렀다.
“야야! 그만, 그만해! 항…… 복…….”
“에? 왜 그래?”
격렬하게 저항하던 내가 이내 움직임을 멈추며 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자, 시유도 장난을 멈추고서 내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본 글은 근친과 병적인 집착, 정신 분열, 비정상적인 애정 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글 특성상 잔혹한 장면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비위가 비교적 약하신 분이나 이러한 스플레터물에 항마력이 없으신 분은 여기서 글 읽기를 중단해주세요.
얀데레(ヤンデレ)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강력한 애정을 가지고 이를 표현합니다.
표현에 대한 보답이 자신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게 이루어지기를 원하지만, 대상으로부터의 보답이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 경우,
사회상 인정 가능한 애정표현의 수준을 벗어난 행위 및 병적인 행위
...를 수반하여 자신의 강력한 애정을 표현해 대상으로부터 자신의 기준에 알맞은 보답을 이루어내려는 성격 유형이라고 하면 됩니다
정신적으로 병이 들었으면서 좋아하는 대상 앞에서는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병들다"(病む 야무[*])와 "부끄러워하다"(でれでれ 데레데레[*])를 합쳐서 "얀데레"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내 여동생은 얀데레입니다.
第一章: 광애(狂愛)라는 거미줄
“……다녀올게.”
보통이라면 다녀오겠습니다. 가 맞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 집에는 부모님이 계시질 않는다. 두분은 IT관련 사업 때문에 인도에 나가 계신다. 최근 그쪽이 IT계열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집에 혼자 사는 건 아니다.
“오빠. 넥타이. 제대로 매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삐뚤어진 내 넥타이를 다시 둘러매주는 소녀는 마치 내 아내처럼 행동한다. 뽀얗고 하얀 피부가 아침햇살을 받아 매력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소녀는 내 동생, 세윤이었다.
동생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은근슬쩍 내 뒷덜미를 매만진다. 그 행동은 뱀이 꿈틀거리는 것 같아, 애무를 하는 동작과 비슷하다.
“으…… 웃…….”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곤, 최대한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옅은 신음을 참는 일 뿐이다. 그 모습에 동생은 여우같이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분홍색 입술을 달싹인다.
더 밀착한 그녀의 몸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너무 달라붙은 탓인지, 동생의 꽤 큰 가슴이 부드럽게 뭉개졌다. 게다가 세윤이는 평소에 집에선 얇은 티에 속옷만 걸치고 다녀서, 부드러운 육체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런, 이대로 가다간 흥분할텐데…….
“후훗~ 오빠, 이렇게 신음 참는 모습도 귀여운데?”
분명 나보다 체구도 작고 약한, 그저 귀여운 여자아이에 불과한 세윤이지만, 만약 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간, 다음날 철저히 조교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더 달라붙어, 내 목을 어루만지던 세윤이는, 나를 또렷하게 응시하며 그대로 서 있었다. 그대로 한참동안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세윤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키스해줘.”
“아아……?”
내가 바들바들 떨면서 동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세윤이는 살짝 웃으며 중얼거렸다.
“뭐야, 한번쯤은 오빠가 먼저 해줘.”
그렇게 말을 하니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동생의 입을 맞출 수 있는 기회인데. 내가 그대로 홀린 것처럼 동생의 입에 입을 맞추자, 그녀는 희번득하게 웃으며 내 목을 돌연 휘어감았다. 원래 짧게 입술만 부딪치고 끝내려 했으나, 동생 덕에 혀를 집어넣고 서로의 혀를 빨거나 돌리는 음란한 키스가 되어버렸다.
추잡하게 섞이는 타액과 음란한 소리가 현관을 채웠다. 동생은 볼을 붉게 물들이는 기색도 없이, 그저 여우처럼 남자를 홀리는 색기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의 키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생과 오빠라는 관계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였다. 그 굴레를 먼저 벗어던지고, 내게 다가온건…… 물론 동생이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비록 동생이 모델급으로 예쁘다지만, 여전히 근친상간에 대한 부담감은 존재했다. 그러나 동생의 간곡한 설득과 집요하게 달라붙는 관심과 유혹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나야, 내세울건 그나마 봐줄 수 있을 만큼 반반한 얼굴과 키보드만 잡으면 열혈 워리어로 변하는 근성이랄까.
선을 넘은 건 이미 오래전 얘기. 그리고 이런 요구는 일상이었다. 거부한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잘하면 피를 볼 수도 있다. 다만, 신체에 심각한 상해나 목숨에 위협이 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 내 동생은 얀데레다.
그녀의 나에 대한 집착은 광기를 넘어섰고, 내가 여자들과 대화를 하기라도 하면, 당장에라도 칼을 들고 달려가 찢어죽일 기세다.
……그렇게 긴 키스가 끝나고 동생은 히죽 웃으며 물었다. 어깨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흑발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오늘은 야자하지말고, 일찍 와야돼. 알겠지?”
“으…… 응.”
보면 볼수록 무서워지는 녀석이다. 아니, 애초에 나 따위는 말빨로 상대할 수 있는 레벨도 아니니, 대화를 섞는 것 자체도 두렵다.
그리고 현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그것은 흡사 광인의 미소였다.
“……딴곳으로 새면……. 죽여버릴지도 몰라?♡”
쾅─!
구역질이 치밀어오른다. 현관문을 있는 힘껏 세게 닫고서, 달린다. 엘리베이터 버튼도 누르지 않고 그대로 계단으로 내려갔다. 현기증이 나, 눈물이 날것만 같다. 어지럽다. 모든 것이 미쳐버렸다. 세상도, 나도, 동생도. 이 모든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결국 4층까지 내려왔을때, 나는 난간 구석에 토사물을 쏟고 말았다. 아침에 동생이 차려줬던 미역국과 김치, 계란말이마저. 모두. 그렇게 한참 배를 개워냈을때, 누군가 내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저 주면서,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 호의에 감사하다는 제스처를 간단히 취하고, 손수건을 받았다.
그리고 입가를 닦은 후,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오빠, 많이 늦었네? 그냥 오늘은 천천히 같이 갈래?”
빙긋 웃으며 서 있는 동생이 있었다.
……
……
……누가 나좀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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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듣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나는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는 지금 살아있는 시체인가? 생명 유지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약간의 산소와 대량의 질소,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혼합물을 마시면서, 현재 내가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구역질이 치밀어올랐다.
“은유야! 임마, 또 자는 기가?! 야! 이은유! 이 검마 시키야!”
과학 선생님의 구수한 사투리가 내 고막을 때리자, 비로소 나가있던 영혼이 다시 육체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자, 모든 반 학생들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었다.
“게참, 이빠이─ 아파보이는데? 보건실 좀 가보지 그러냐?”
하지만 나는 그저 손을 네저어보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잠시후, 나는 또 치밀어오르는 현기증과 당장에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결국 보건실로 향하고 말았다. 그리고 거기에 가서 거울을 봤을때, 비로소 내 처참한 몰골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충혈된 눈. 너무 창백해서, 시체처럼 하얘진 내 얼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손과 바싹 마른 입술. 양호 선생님도 내게 병원을 가보라며 조퇴를 권했지만, 그냥 한시간 쉬었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확인증을 받고서 양호실 침대에 누웠다. 언제나 느끼지만, 양호실 침대는 편하다. 아주 깊게 푹 잘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왜냐고? ‘녀석’이 없으니까.
잠시 현실에서 도피하는 거야……. 꿈 속에서라도…… 자유롭게…….
하지만 내 단잠도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내 품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의 뒤척임에 잠이 확 가셨다. 그리고 이불 위로 빼꼼 머리를 내미는 청순하면서, 묘하게 색기있는 얼굴.
히죽─.
“뭐야, 오빠. 여기 있었어?”
가까이서 봐도 예쁘다. 약간은 짙은 눈썹과 꽤 큰 눈망울. 투명한 피부까지. 완벽한 조건을 가졌음에도, 어째서인지 나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나의 동생.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짤막하게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러자 빙긋 웃으며 남자 몇은 쓰러트릴 위력을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세윤이.
“나도 아픈데? 후후.”
“너 미쳤어?! 여기까지 들어와도 돼냐고! 여기 양호 선생님도 있고, 다른 녀석들도 있는데……!”
하지만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입을 막고 오묘하게 웃어보이는 그녀.
“양호 선생님은 잠시 효과좋은 수면제를 탄 커피 한 잔 대접해드렸고, 나머지 녀석들은 내가 억지로 약을 먹여서 재웠지. 그리고 양호실 문도 잠가놓았으니까, 방해 받을 일은 없을 거야.”
왠지 모르게, 세윤이의 미소가 섬뜩해보인다. 살짝 풀린 동공이 위험 신호다. 제길, 단잠은 일단 물 건너 갔고,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야…….
“헤에? 어딜 가려고 그래? 오빠는 나랑 있는게 그렇게 싫어?”
내 가슴팍을 두 손으로 잡아 누르면서 내 위로 은근슬쩍 올라타는 세윤이. 나는 식은 땀만 뻘뻘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후후. 그렇지? 자아……. 그럼 오빠, 소소한 상을 줄게.”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몸을 내 몸 위로 내려앉는 그녀. 세윤이의 키는 나보다 작지만, 어떻게든 위치를 맞췄던지, 내 바지 벨트 위로 세윤이의 팬티가 내려앉았다.
‘그곳’의 살은 특히 부드럽고, 기분이 좋아서, 그저 살이 비벼진다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만 같다. 어떻게든, 동생의 몸에 욕정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외우지도 않은, 그리고 알지도 모르는, 그냥 막지어낸 주기도문을 중얼거리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헷. 겁쟁이 오빠 같으니. 동생한테 욕정하는게, 그렇게 부끄러운거야? 응, 응?”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면서 은근슬쩍 끈적한 숨을 불어넣는 세윤이. 내 귀를 타고 내려가 목덜미를 열심히 핥고 있는 세윤이의 농밀한 애무에 이미 내 물건에는 잔뜩 피가 몰려있었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는 걸까. 아니면, 인간도 동물의 범주에 속하기에, 자식 번성의 욕구가 있다는건가. 슬픈 본능이다.
“쿡쿡. 이거 봐, 행동이나 말은 꺼리고 있다지만, 몸은 솔직하잖아. 응─? 동생한테 발정하는 음란한 오빠.”
야야! 원래 그런건 남자가 여자 능욕할때 쓰는 대사류 아니었냐? ……뭔가 빗나간 것 같지만. 어쨌든 그녀는 천천히 엉덩이를 내려 바지 위로 잔뜩 서버린 물건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물건이 눌리면서, 바지가 찢어지거나, 아니면 내 그것이 부러질 기세였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세윤의 능숙한 움직임에 흡사 열락과도 같은 쾌락이 내 뇌리를 강타한다. 그것은 쓰나미와도 같아서, 내 뇌부터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전신을 강타하는 충격과 전율! 동생에게 발정하고 있어. 동생이 해주는 것을 모두 받아주고 있어. 그런데 이래도 되는 거야? 그저 혼란스럽다. 하지만 내 표정을 즐기기라도 하듯, 동생은 계속 웃으면서 내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볼에 닿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나는 최대한 참으면서, 사정만큼은 참으려고 했다.
그러나 세윤이가 입술에 살짝 키스하자, 힘이 갑자기 풀린 나머지, 순간 아랫도리가 울컥하면서, 뜨거운 정액을 쏟아냈다. 그 끈적한 느낌이 고환을 타고, 팬티를 흠뻑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사정했다.
“쿡쿡쿡. 오빠, 그렇게 급했어? 팬티도 안 벗고 사정했네? 이대로 수업하면 냄새날텐데~”
너 때문이잖아!! ……라고 따지고 싶지만, 그렇게 덤빌 수도 없다. 그래, 나 비참한 인생이다. 동생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리 준비해온 티슈와 속옷을 꺼낸다.
“그럼 나 먼저 가볼게. 수업 종 쳤네. 빨리 속옷부터 갈아입고, 젖은 속옷은 가방 안에 넣어둬. 그리고 누가 들어오진 않을 테니까. 그럼, 이따가 집에서 봐~”
그리고서 동생은 유유히 양호실 문 쪽으로 향했다. 끝까지 방심의 끈을 놓지 않고서, 나는 그저 망연자실한 상태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녀는 문을 열고서, 멈칫하더니 뒤로 돌아, 나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집에 가서 나머지 이어서 할게.”
드르륵─. 탁.
……신이시여, 당신은 어찌하여 여자를 창조하였습니까. 남자의 갈비뼈를 떼어 만든 여자가, 이미 뱀에게 속아넘어가기 전부터, 금단의 과실을 노리고 있는 여자를, 요즘 들어서 속속 나타나는 여자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재능을 지니고 있는 여자는.
저에겐 다른 이름으로 디아블(diable)로 불리운답니다. 혹은 앙쥬(Ange)로도 불리우지요.
과연, 어느 쪽이 참모습일까요? 그것은 저도, 당신도, 모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잠시 흐르고서, 멍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한참동안 멍하니 동생이 나갔던 문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 모습을 확인하고서 나는 급히 얼굴을 붉히며 바지를 추스렸다. 그리고 양호 선생님이 움찔하는 것을 보고서 화들짝 놀라며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점점 저 녀석 대담해져간다.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괴롭히는 것에 재미가 들린 것 같았다. 마치 「악마」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나같은 놈에게 집착하는 걸까? 역시 동생은 내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도, 가장 먼 사람인것 같다.
다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는 거.
나는 저 녀석의 거미줄에 걸려든 한 마리 추한 「먹이」에 불과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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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엎드린 채로, 수업을 휘적휘적 넘기다보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었다. 아아. 오전 수업은 무사히 패스했군. 이제 남은 건 오후 수업 뿐이다.
다행히도 야간 자율 학습은 받지 않는다. 나도, 그 녀석도. 성적은 그래도 꽤나 우등하다고 자부한다. 그래봤자 그렇게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으윽.”
뻐근한 허리를 움직이자, 두두둑-. 거리는 소리가 주변에 다 들릴 정도로 크게 울린다. 몇몇 지나가던 여자애들이 나를 흘낏 보고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이런, 컴퓨터 좀 줄일 걸 그랬나. 크윽.
아니, 생각해보면 이건 그거랑 상관없는 것 같았다. 컴퓨터 의자 위에 앉으면 내 무릎 위에 올라와 목을 핥거나, 시도 때도 없이 달라붙는 세윤이 때문에 바짝 긴장을 하면서, 살얼음판, 혹은 송곳 위를 걸어가는 심정이었으니, 몸이 오죽하겠는가. 당연히 상태는 최악이다.
“야야, 그러게 내가 컴퓨터 좀 줄이라고 했잖아!”
팡!!
“크악!!”
“헤에~ 등이 아주 찰진데에?”
위험하다, 너. 등이 찰지다니! 그런! 살은 그다지 없는 편인데만. 가뜩이나 뼈 밖에 없는 등짝을 정통으로 맞아서 그런지, 얼얼하다. 인상을 잔뜩 쓰며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귀여운, 뭔가 상큼해보이는 인상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벌써 고등학교 2년 내내 같은 반이자, 중학교때부터 잘 알고 지내왔던 여자아이, 김시유이다.
머리는 약간 염색을 했는지, 밝은 갈색을 띠고 있었고, 그 머리는 약간 어깨 위로 올라와있는, 짧다고 보기에는 조금 그렇고, 길다고 보기에는 조금 그런, 애매한 머리 길이였지만, 그럭저럭 어울리는 편이었다.
“……시비냐?”
“……시비걸 목적이었으면, 일단 죽빵부터 때리고 맞짱까야지~ 응응, 안 그래?♬”
그런 밝은 표정으로 해맑게 웃으면서 그딴 말 하지 말란 말이다. 은근히 매력있는 웃음이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상당히 험악하기 다름없다.
“어쨌든…….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라.”
그러면서 내가 다시 책상에 엎드리자, 걔는 내 뒷목을 잡아당기며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베드민턴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부끄럽지만……. 나보다 힘이 세다. 팔뚝도 더 두껍다지?
“밥은 먹고 댕기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시유은 그 특유의 맑은 연갈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를 교실 밖으로 떠밀었다.
“야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에에~ 이러지 말구! 자, 밥 먹으러 가자─!♪”
푸흡, 야! 나 죽겠다! 헤드락 걸으면서 콧노래 부르지마! 아니, 그렇게 지나가면서 선생님들에게 인사하지 말란 말이야! 오해받잖아!
“옷~!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과학 선생님이 슬쩍 나와 시유를 바라보더니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가는 투로 중얼거렸다.
“이야, 시유 대단한데? 벌써 하나(?) 잡은 기가?”
그러자 히죽 웃으며 대꾸하는 시유.
“옙, 물론이죠! 후후! 지금부터 아주 꽉 잡으려고요!”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은 하지마! 그리고 대체 그 다크한 미소는 뭐냐고?! 켁, 말은 하고 싶지만 가까스로 숨을 껄떡껄떡 넘기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바둥거리는 것 뿐이었다.
“큭큭, 그래. 잘 해보그라잉!”
……아. 제길.
“푸하! 야!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내 의사는 듣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는 태도는 뭐야!”
겨우 풀린 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자, 시유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모습을 하더니,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응─? 왜? 맘에 들지 않는 거야?”
“그, 그야…… 이렇게 하고 다니면, 왠지 학교에 우리가 사귄다던지…… 그런 이상한 소문이 돌 것 같고……. 과학 선생님 입 싼건 소문 났잖아!”
내가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기타 안좋은 점이라던가, 놀림거리가 될 거라던가, 그런 얘기를 늘어놓자, 걔는 내게 꿀밤을 한대 정통으로 먹이며 쾌활하게 외쳤다.
“그럼, 사귄다고 하지 뭐!! 뭐가 어때서 그래!”
퍽!
아, 정정해야겠다. 꿀밤이 아니라, 스트레이트 훅이다.
“아오, 좀 작작 때리지?!”
어느새 투닥거리다 보니, 식당까지 다다렀다. 그렇게 서로에게 장난을 치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나의 시선이 식당 입구에서 서 있는 누군가에게 이르렀다.
“야야! 그만, 그만해! 항…… 복…….”
“에? 왜 그래?”
격렬하게 저항하던 내가 이내 움직임을 멈추며 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자, 시유도 장난을 멈추고서 내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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