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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메랑 * - 1부8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5:22 787회 0건
소희의 등 뒤에 멈추어선 상욱은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리는 스커트 자락 위로 아담하고 탐스런 둔부가 그를 자극시켰다.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서슴지 않고 끌어안았던 아내의 뒷모습이기에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요즘에 와서 계획한 일들이 자꾸만 꼬이고 있어 상욱은 분통이 터져 술을 마신 것이었다. 술에 취해 무작정 불쑥 집에 들어왔던 그는 오래간만에 보는 소희의 모습에 성적인 충동을 느꼈다. 얼굴이 상기된 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그녀에게 손을 뻗쳤다.

소희는 한 동안 보이지 않던 남편이 집에 들어온 이유를 모르기에 긴장하면서도 무관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짙은 술 냄새를 느끼고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허리를 껴안는 상욱의 눈빛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당황한 그녀가 남편의 손을 뿌리쳤다.

“왜 이래!? 이거 놔!”
“넌 아직 내 여자야. 그리고 대영그룹의 며느리야. 그런데 허락도 없이 영화배우를 하겠다고!? 우리 집안에 먹칠을 할 셈이야?”
“이거 놔! 무슨 권리로 참견해. 나를 언제 아내로! 며느리로 취급했어? 더러운 인간들.”

그렇지 않아도 긴장을 하고 있던 소희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행동에 분노했다. 그러나 뿌리치려고 해도 허리를 껴안은 남편의 손은 더욱 그녀의 허리를 조였다. 그녀는 남편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얼굴이 벌겋게 변한 상욱이 씨근덕거렸다.

“그래! 정말 더러운 꼴 보여줄까? 넌, 그래도 섹스를 좋아했잖아.”
“뭐라고!? 짐승만도 못한 것들.”

상욱은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그녀의 목을 조였다. 힘이 부친 소희는 목을 조이는 남편의 손을 물어뜯었다. 그녀에게 물어뜯긴 상욱의 손등에 이빨자국과 함께 피가 맺혔다. 화가 치민 상욱은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채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번쩍 들었다. 그녀는 짐승처럼 변한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에 공포를 느꼈다. 그녀가 발버둥치는 바람에 싱크대위의 그릇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몸부림쳐도 그녀는 남자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거친 숨을 뿜어내는 상욱은 막무가내로 젖가슴을 주무르며 소희를 눌러서 식탁위에 엎드리게 했다. 반항하는 그녀의 발에 채인 의자가 냉장고에 부딪쳤다. 사력을 다해 남편의 손을 부리치려는 소희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솟았다. 한동안 승강이를 하던 소희는 기진맥진하여 식탁위에 엎어지며 악을 썼다.

“더러운 인간! 넌, 개만도 못한 인간이야.”
“그래! 넌, 개만도 못한 놈의 여자야.”

마치 광분하는 야수처럼 흥분한 상욱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스커트가 들어 올려진 소희의 뽀얀 허벅지와 탐스러운 둔부가 들어났다. 그녀의 팬티가 그의 손에 의해 무릎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녀의 목과 등을 누른 상욱은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 내렸다. 그녀의 선정적인 엉덩이를 눈앞에 바라보는 상욱의 입에서 씨근덕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넌 나한테 벗어나지 못해.”
“악마! 어떻게.......!? 네 애비보다도 비열한 악마야!”

뒤를 돌아보는 소희의 눈빛은 남편을 저주하는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녀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좌절감에 젖은 소희의 시야에는 어느새 발기된 남성이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팔을 뒤로 꺾어 누른 상욱이 희소를 흘렸다.

“넌, 내꺼야!”
“개자식! 네 맘대로 해봐라. 내가 당하는 만큼 저주 받을 거야.”

상욱은 발기된 페니스를 움켜쥐고 소희의 엉덩이 밑으로 밀어 넣었다. 소희는 거칠게 몸속을 뚫고 들어오는 이질감의 충격에 급히 숨을 들이켰다. 남편을 저주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득했다.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정신적인 자괴감으로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남편에게 성적인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녀의 몸속에는 본능적인 감각들이 꿈틀거렸다.

남편의 성기가 몸속을 치밀 때마다 힘없이 흔들리는 그녀는 저절로 흘러나오려는 신음을 삼켰다. 그녀는 남편에게 순결을 받쳤고 남편의 거친 육체관계가 남녀 간의 애정행위라고 자연스럽게 받아 들였었다. 그런데 이토록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몰랐던 그녀는 치욕적인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그녀의 보지 속으로 빠르게 페니스를 진퇴시키는 상욱이 헐떡거렸다.

“허 읍! 여, 역시 네 보지는 쫀득해.”
“아, 안 돼~! 넌 인간이 아냐.”

어떻게든지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소희는 식탁 모서리를 붙들고 당겼다. 그녀의 몸이 앞으로 당겨지고 보지 속을 헤집던 상욱의 페니스가 빠져 나왔다. 남편에게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치지만 그녀의 보지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진액으로 번들거리는 페니스, 식탁위에서 꿈틀거리는 그녀의 둔부를 내려다보는 핏발이 선 그의 눈동자. 그녀가 몸부림칠수록 남자의 욕정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할 뿐이었다.

“그래! 반항하는 맛이 있어야지.”
“주, 죽여 버릴 거야.........”

씨근덕거리는 상욱은 식탁 모서리를 붙들고 앞으로 나가려는 그녀의 허리를 붙들고 당겼다. 앞으로 허우적거리며 나가던 그녀의 몸이 상욱의 손에 끌려 주르륵 당겨졌다. 그는 다시 그녀의 엉덩이 밑으로 페니스를 박아 넣었다.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가 빠듯하게 밀려들어갔다. 보지 속의 숨겨진 살갗들이 일그러지는 통증에 그녀는 외마디를 질렀다.

“하 윽! 안 돼.........”
“흡~! 아, 아무리 그래도.......너도 좋은 건....... 어쩔 수........ 없나보군..........”

헐떡거리는 상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술을 깨무는 소희는 보지 속을 저돌적으로 헤집는 충격에 허우적거렸다. 좌절감에 빠진 그녀는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민감해지는 쾌감의 불씨가 그녀를 괴롭게 했다. 상욱이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빠르게 허리를 흔들고 식탁이 삐걱거렸다.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쾌감을 참으려고 깨무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 으! 이러지, 마. 허 읏, 하 아.........”
“허 억~! 네 보지는........최........고........야.......”

거친 숨과 함께 중얼거리는 상욱은 페니스가 옥죄이며 빨려 들어가는 쾌감에 부르르 떨었다. 아내와 이별만을 남겨둔 그가 아쉬운 것이 있었다. 장 애리를 상대하기 이전에도 많은 여자와 육체관계를 해봤어도 아내만큼 그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주는 여자는 없었다. 물론 불꽃같은 정열이 담긴 그녀의 미모도 그가 아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변명이기도 했다.

"하.........아, 영원히...... 저주......하, 으읍...... 할 거야. 으음........"
"헉~! 역시...... 네 껏은 일품.......이야 .........흐 하........."

상욱은 거친 호흡을 터트리며 소희의 허리를 붙들고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를 진퇴시켰다. 한 동안 발버둥치며 남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그녀는 탁자위에 축늘어졌다. 반항하기도 지친 소희는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단지 본의 아닌 쾌감의 늪에 빠진 그녀는 짐승의 먹잇감처럼 흔들릴 뿐이었다. 삐꺽거리는 식탁과 함께 흔들릴 때마다 숨을 들이키던 그녀는 문득 인기척을 느꼈다. 현관 입구로 시선을 옮긴 그녀는 경악하였다.

“음......!?”

순간 소희는 다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거실 벽 사이로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것인가. 분명히 안타까워하는 아주버니의 눈빛이라 것을 느낀 그녀는 자멸감이 들었다. 소희의 등 뒤에 있는 상욱은 벽에 가려 찬규를 볼 수 없었다. 찬규가 바라보고 있는 것도 모르는 상욱은 헐떡거리며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헉, 헉, 하.........."
"아 안 돼........."

찬규는 영화음악 작곡과 소희가 촬영해야할 홍보 영상 제작 문제로 한 용우를 만나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드디어 그녀가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찬규는 소희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할지 생각하면서 계단을 걸어 올라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빠금히 열려진 현관 문사이로 들리는 목소리에 그는 무심코 들어왔던 것이다. 거실로 들어서려던 그는 뜻밖의 광경에 놀라서 몸을 숨긴 것이다.

욕정의 늪에 빠진 상욱은 소희의 양손을 뒤로 잡아 당겨 풀어 헤쳐진 블라우스를 벗겨냈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밀어 올린 그의 손아귀에 그녀의 젖가슴이 움켜쥐어졌다. 그의 하복부가 앞뒤로 진퇴할 때마다 부딪치는 그녀의 둔부가 출렁거렸다. 브래지어를 목에 걸친 그녀는 고통스러움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아주버니가 보는 앞에서 치욕감을 주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악마! 죽을 때까지 저주할거야.........”
“하, 헉, 넌, 요부야....... 네 보지는 모든 남자를 유혹하는 악마가 들어 있어.”

벽 뒤에 숨을 죽이며 보고 있던 찬규는 동생의 저질스런 말에 화가 치밀었다. 강제적인 동생의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어도 그는 엄연히 부부간의 육체관계이기에 참견 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둔부사이로 드나드는 남자의 성기, 반사적으로 튕기는 여자의 둔부, 남자의 손에 움켜쥔 탐스런 젖가슴을 바라보는 찬규의 가슴에는 분노의 불꽃이 타올랐다.

찬규는 자신을 바라보는 소희의 눈빛을 의식했다. 순간순간 일그러지는 그녀의 눈빛 속에는 고통스러움이 가득했다. 어쩌면 그 눈빛은 쾌감을 견디지 못하는 고통이기도 했다. 찬규는 그녀의 눈빛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아니 치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못하는 찬규를 원망하는 눈빛이었다.

“..........!”

소희의 눈빛을 바라보는 찬규의 심정은 애틋하기만 했다.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구둣발에 짓이겨지는 장미였다. 어쩌면 관능적이기도 하고 선정적인 모습을 들어 낸 그녀의 표정에 그는 심장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쉰 찬규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돌아섰다.

층계를 오르는 찬규는 그녀를 대신한 치욕감에 젖었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그는 동생을 짓밟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새삼스럽게 소희가 동생의 아내라는 것을 떠올리고 침통 할 뿐이었다. 오늘 뿐만 아니라, 그녀는 동생의 아내였었고 동생과 결혼생활을 하며 부부관계를 가졌던 여자였다. 어차피 그녀는 사랑할 수 없는 동생의 여자라는 생각에 찬규는 더욱 낙심했다.

찬규의 눈동자가 사라지고, 소희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심정이었다. 그녀의 처참해진 심정을 모르고 상욱은 깊고 빠르게, 때로는 좌우로 그녀의 보지 속을 헤집었다. 술에 취한 탓인지 그는 오랜 시간동안 아내를 유린했다. 거친 숨소리, 흔들리는 식탁, 둔부와 허벅지가 부딪는 소리, 끈적거리는 땀방울과 정액의 마찰음이 주방에 가득했다.

"헉, 헉........!"
"삐거덕, 비꺽. 찌 걱. 탁 탁........"

과연 성적인 만족감을 아는 여자가 강간을 당했다는 것이 인정이 되는지 모르겠다. 소희는 남편의 강압적인 행위에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육체는 본능적으로 잠시 달아올랐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버니 찬규의 시선을 느끼고 나서 차갑게 식어있었다. 마네킹처럼 흔들리는 그녀는 남편이었던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다는 생각에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헐떡거리던 상욱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며 깊이 숨을 들이켰다.

“헉~!”

오르가즘의 절정에서 상욱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소희는 몸속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분비물을 의식하고 축 늘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낯선 남자의 욕정으로 더렵혀지는 좌절감에 젖었다. 그의 가슴에서 흘린 땀방울이 인형처럼 누워있는 그녀의 등 위를 적시고 있었다. 잠시 등에 엎드려 있던 남편이 보지 속에 틀어박힌 남성을 빼내고 일어섰다.

“오래간만에 하니 좋지?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군.”
“.........”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남편의 목소리가 소희에게는 악마의 울부짖음처럼 들렸다. 아니 먹잇감을 포식한 포만감에 젖은 짐승의 포효였다. 상욱은 자신의 욕망으로 흥건하게 적셔놓은 그녀의 둔부 사이를 내려다며 입가에 희소를 흘렀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숨소리조차 없이 엎드려 있는 그녀의 등위에 블라우스를 집어 던져 덮었다.

거친 숨소리와 끈적이는 습한 열기가 흐르던 집안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엎드려있는 소희는 남편이 옷을 입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옷을 걸친 상욱은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벌컥 거리며 들이켰다. 냉장고 문을 닫고 돌아선 상욱이 퉁명스런 목소리를 흘렸다.

“갈게!”
“...........”

소희는 마치 전쟁에 승리한 군인처럼 내뱉는 남편의 말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한마디를 던져놓고 상욱은 집을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에 이어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욕망의 배설물을 받아내는 도구 같아서 허탈감에 젖었다. 현실에서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외로움이 엄습하는 소희는 꼼짝하기도 싫었다. 다만 그녀의 촉각만 예민해 질뿐이었다. 멀리서부터 119 구급차의 비상사이렌 소리가 다가와서 사라졌다.

구급차의 비상 사이렌! 눈물을 흘리는 소희는 더렵혀진 자신을 구급차에 실려 어디론가 보내고 싶었다. 그녀는 짐승에게 온 몸이 난도질당한 심정이었다. 몸속이 영혼마저 더렵혀질 불순물로 가득한 것 같아서 역겨움을 느낀 그녀는 탁자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짐승의 목걸이처럼 목에 걸린 브래지어를 벗어 팽개친 그녀는 발가벗은 알몸이 되어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로 앞으로 다가선 그녀는 수도꼭지를 끝까지 틀었다. 그녀는 쏟아지는 물줄기 밑에 서서 바디샴푸를 타월에 흠뻑 적셨다. 타월로 몸을 박박 문질러 거품을 일으키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결혼 생활동안 사랑을 한다는 남편의 육체관계는 모두 거짓이었다. 몸속에 남겨진 남편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지만, 닦아 낼수록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 북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한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남편의 야만적인 행동으로 회한의 늪에 빠진 소희는 집안에만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민지의 모습이 아른거렸으나 아주버니를 대면하기 민망하여 위층으로 갈수가 없었다. 암고양이처럼 소파에 웅크리고 앉은 그녀는 햇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닥쳐있는 난관들을 돌파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과연 연기를 해야 하는지,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 그녀는 번민을 거듭했다.

번민을 거듭할수록 소희는 얼음같이 차가운 고독 속으로 빠져 들었다. 어둠속을 응시하던 소희는 문득 자신에게 깊은 관심을 보여준 한 용우 감독을 떠올렸다. 한 감독의 눈빛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감독이 그녀의 결단을 언제까지 기다려 줄지, 그녀는 무엇보다도 남편과의 정사장면을 보았던 아주버니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걱정되었다.

물론 소희도 예상치 못하고 남편에게 강제로 당한일이지만, 아주버니의 침울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소희의 그녀의 고독을 따뜻하게 끌어안아 줄 사람은 찬규뿐이었다. 그녀에게 그는 정신적인 지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가 충격으로 애정이 식을 것이 두려웠다.

어둠 뒤이어 태양이 다시 떠올랐다. 밝아지는 베란다를 응시하던 소희는 고개를 저어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아주버니가 정사장면을 봤다고 해서 달라 진 것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주버니가 본 것은 다른 남자도 아닌 남편과의 정사장면이라고 그녀는 자신을 위로했다. 그것도 강압적인 폭력에 의해 유린당한 것이었다.

소희는 아주버니가 당연히 알고 있던 동생 부부의 육체관계를 눈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위안의 한숨을 내쉰 소희는 부스스 소파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혼란한 번민들을 떨쳐 버리듯이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굶주렸던 허기짐을 채우려는 것처럼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그녀는 태양이 떠오른 베란다 창가로 다가섰다.

날씨는 추워져도 도시의 높은 빌딩 사이를 누비는 인파의 물결은 흥청거렸다. 찬규는 한 용우와 충무로의 일식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제법 큰 음식점 안에는 꽤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한 용우는 술이 제법 거나하게 취했으나 평상시나 다름없이 자신감이 넘쳤고 도전적이었다.

"찬규, 너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GS가 아무리 거대한 자금으로 대결해도 이번 영화는 승산이 있어. 대박 터트릴 거야. 내 성격 알지?”
“그래! 잘 되기 바래. 아니 대박 날거야.”

“그런데 제작비가 문제야! 생각만큼 기업에서 투자한다는 자금이 넉넉지 못해.”
“그럼, 어쩌려고........?”
“배급 받을 회사와 콘텐츠 관련 업체를 확보해야지. 찬규, 너도 투자해 볼 생각 없어? 하하.......!”
“난 요즘 아버지 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있어서........! 아까 말대로 우리 제수씨, 캐스팅하는 건 확실해?”

“사실 소희 씨를 만나서 확정졌어. 소희 씨한테 못 들었어?”
“들어서 알고 있지만.........”
“강 준식도 그렇지만, 소희 씨는 이번 영화 콘텐츠에 안성맞춤이야. 그런데, 내가 소희 씨를 캐스팅하려는 것을 네 동생이 알고 있는데, 브레이크 거는 건 아닌가?”
“아마, 그런 일은 없겠지........하지만.”

대답을 하는 찬규도 장담은 할 수 없었다. 동생 상욱은 돌발적이기도 하고 독선적인 성격이기 때문이었다. 찬규는 소희가 동생에게 성적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떠 올렸다. 이미 이별을 앞둔 상태에서도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동생이 어떤 일을 저지를는지는 찬규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 감독은 소희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들어내 보이지 않고 싶었다. 그렇기에 소희를 만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찬규가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한편으로 그는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찬규가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이 궁금했다. 그는 머뭇거리는 찬규의 말을 듣고 싶어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말했다.

“아마라니........! 이제부터 네가 책임져야 돼. 만약 계획이 틀어지면 곤란하다는 걸 잘 알잖아?”
“알았어! 노력 할게. 하지만 너한테 아직 말 안했는데......., 지금 동생과 제수가 안 좋은 상황이라서.......”
“안 좋은 상황이라니........!? 그건 무슨 말이지?”

한 감독이 의아스런 눈빛으로 찬규를 쳐다봤다. 찬규는 동생 상욱의 폭력에 의해 성관계를 당하는 장면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부부간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잊으려고 해도 그녀의 눈빛은 찬규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녀의 일그러진 눈동자를 잊으려고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만약을 생각해서 찬규는 동생 부부 간의 갈등을 한 감독에게 말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이해시켜야할지 망설이며 찬규는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소주를 꿀꺽 삼켰다. 빤히 바라보던 한 용우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재차 물었다.

“한성이 무너지고 나니....... 혹시, 소희 씨가 팽 당한 거야? 애초에 상욱 이와 소희 씨가 정략결혼........?”
“음.........”

찬규는 자신이 대답해야할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만큼 기업 간의 혼인은 그리 순탄치는 않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눈치 빠른 한 감독이 모를 리 없었다. 어쩌면 소희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다행으로 생각하는 한 감독도 갈증을 풀어내듯이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 한 감독이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안 됐군.......! 그러나 어쩌면 소희 씨 개인적으로는 잘된 일인지도.......!? 무슨 일을 하던, 누구를 만나던........”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지........”

“그럼, 소희 씨한테도 다른 문제가.........!? 아직 아기도 없잖아. 아니면 다른 남자라도.......”
“이 사람은! 무슨 소리를..........”

강하게 부정하는 찬규는 한 감독이 제수를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이는 것만 같았다. 한 감독은 얼떨결에 물어 본 말이 실수라는 것을 느꼈다. 한 감독은 나름대로 소희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품고 있어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찬규는 불확실한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소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동생의 아내라는 벽이 가로막혀 있어도 찬규는 그녀를 여자로서 행복하게 해줘야할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찬규의 핀잔에 한 용우는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아니, 난 소희 씨가 안타까워서.......어느 남자가 봐도 사랑스럽잖아. 하하~!”
“사랑스럽다고........!?”

한 감독의 사랑스럽다는 말에 찬규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사랑! 죽은 아내 외에는 어느 여자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그였다. 그의 눈빛이 예리하게 변했다. 그는 그녀가 혼자가 된다면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느 남자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그의 소희에 대한 감정은 동정이나 의무감만은 아니었다. 그는 가슴속에 타오르고 있는 그녀에 대한 열정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술을 마셨어도 찬규는 다른 날과는 다르게 심각한 표정이었다. 한 감독은 민 소희에 대한 얘기에 안색이 굳어지는 찬규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의아스러워 하는 한 감독의 눈빛. 혹시 그가 제수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인가? 독신인 한 감독도 소희에 대한 은밀한 감정이 불씨처럼 살아났다.

한 감독이 배우자를 선택하고자 했으면 얼마든지 많았다. 배우를 지망하는 여자들의 유혹에 의미 없는 육체관계도 경험한 한 감독이었다. 그의 남다른 이성관과 영화감독으로서의 열망을 채워 줄 여자를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소희를 보는 순간 그의 심장은 덜컹거렸다. 더욱이나 그녀가 이혼할지도 모른다는 예감! 몰론 그가 결혼에 실패하는 그녀를 위로해야하지만, 갑자기 그녀에 대한 관심이 불타올랐다.

“하하~! 내가 소희 씨를 만났더라면.........”

소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찬규는 농담 같은 한 감독의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인가, 문득 찬규는 그녀를 변명하고 싶어졌다. 보지 말아야할 그녀의 정사장면을 보았다고 침울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소희는 동생의 아내였고 변한 것은 없었다. 남편에 대한 원망과 고독함에 젖은 소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옹졸함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어 벌컥 마시고 일어섰다.

“나, 그만 갈게.”
“간다고!? 대리 운전 불러.”

“아니, 이 정도는 괜찮아.”
“요즘 단속이 심한데, 난, 대리운전 불러서 갈게.”

일어서던 찬규가 휘청거렸다. 의자에 몸을 지탱한 찬규는 생각보다 취한 것을 느꼈다. 멋쩍은 미소를 지은 그는 한 감독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한 감독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했다.

“괜찮겠어?”
“염려 마. 조금 취했을 뿐이야.”

“그럼 먼저 가. 내가 소희 씨한테 연락할게. 데이트도 할 겸. 하하......”
“응..........!”

찬규는 등 뒤에서 들리는 한 감독의 말에 무심코 대답했다. 그리고 몇 발자국 옮기면서 그는 한 감독의 말을 되 새겼다. 데이트라고........!? 그리고 농담을 잘하는 한 감독의 말이기에 찬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았다. 고개를 흔들어 술기운을 떨쳐 버리는 그는 빠른 걸음으로 일식집을 나왔다.

도시의 밤을 밝히는 건물의 네온사인들이 차갑게 느껴진다. 베란다에 서서 어둠 속을 바라보고 있는 소희는 으스스한 한기를 느꼈다. 적막함에 젖은 그녀는 외로움을 뿜어내듯이 유리창에 하얀 입김을 불어넣었다. 입김이 서린 유리창위에 하트를 그려 넣은 그녀는 어떤 글자를 넣을 건지 생각한다. 지금순간의 마음, 아니면 희망사항, 아니면 가고 싶은 곳, 망설이는 소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둠 속으로 헤드라이트 불빛을 밝힌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건물 앞의 주차장으로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꺼지고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검은 그림자가 내려섰다. 가로등 밑에 모습을 드러낸 그림자를 보고 소희는 유리창에 그린 하트 안에 글씨를 썼다.

‘박 찬규!’

마치 소희의 하트 속으로 들어오듯이 찬규가 나타난 것이다. 찬규의 걸음이 조금은 비틀거려 보였다. 술을 마셨나!? 소희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다른 날 같으면 그녀가 나가서 그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아주버니 앞에 나설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가만히 서서 청각을 곤두세웠다.

희미하게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는 소리, 움직이는 기계의 진동, 그리고 위층에서 정지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여닫히는 소리, 이어서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아주버니가 식사는 하고 들어 왔는지, 아니면 술에 취해 잠든 것은 아닌지, 민지가 깨어나서 울고 있지 않는지. 위층을 향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은 갈팡질팡한다.

공연한 걱정이라고 생각한 소희는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십여 분간이나 뒤척이던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집을 나선 그녀는 까치발로 층계를 오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라 발자국 소리가 공간에 메아리쳤다. 도독고양이처럼 위층에 도착한 그녀는 현관문의 번호 키를 눌렀다. 어둠에 쌓인 복도를 살핀 그녀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비상등만 켜진 집안은 고요했다. 거실을 둘러 본 소희는 민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민지는 옷을 입은 채로 침대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민지를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모포를 덮어 주었다. 민지의 뺨에 입맞춤을 한 그녀는 다시 거실로 나왔다. 그녀의 시야에는 아주버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관으로 나가려던 그녀의 시선이 작곡 작업실로 향했다. 전등이 꺼진 유리벽 안의 어두운 작업실은 컴퓨터의 모니터 불빛이 흐르고 있었다. 등받이가 젖혀진 회전의자위에 누워 잠든 아주버니 찬규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주춤거리던 그녀는 천천히 거실을 지나 작업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작업실 안은 스토브가 켜져 있는 상태였다. 책상위에는 작업하던 오선지와 노트들이 흩어져 있었다. 소희는 모니터 불빛에 들어난 찬규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포근하게 감싸주는 성격의 그는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남자였다. 연기자 못지않게 뚜렷한 윤곽과 야성적인 정열이 넘치는 그의 모습은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녀는 잠이 든 그에게 덮어줄 모포를 가져오려고 돌아섰다. 뒤돌아서려던 그녀는 기겁을 했다.

“어머! 아, 아주버니.......!”
“그냥 있어 줘.”

소희가 잠든 줄 알았던 찬규는 문 여닫는 소리에 깨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찬규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깨닫고 그녀를 만나러 집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어떤 방법이로 자신의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하는지 그는 고민하다가 잠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소희의 체취를 느끼는 찬규의 심장은 고장 난 모터처럼 덜컹거렸다.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그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움켜 쥔 것이었다.

손목이 잡혀 당황한 소희는 놀랄 사이도 없이 끌려가서 쓰러졌다. 의자에 누워있는 찬규의 가슴위에 쓰러진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바로 그녀의 코앞에서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깊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 갈 것만 같았다. 그녀가 일어나야한다고 생각도 하기 전에 찬규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당겼다.

“아주버니........”
“아무 말도 하지 마.”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찬규의 손이 소희의 뺨을 감쌌다. 그녀는 넓은 남자의 가슴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아! 어떡하지!? 다가오는 찬규의 입술에 소희의 가슴은 두방망이질 했다. 망설일 사이도 없이 그녀의 입술위에 그의 입술이 포개졌다. 이미 익숙한 스킨십이었다. 눈을 감고 입술을 허락하는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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