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소희는 한 감독을 받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찬규의 사랑만은 전혀 배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서 정신적인 것은 물론 육체적으로도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몽롱한 눈빛으로 하는 말을 듣고 있는 찬규의 손가락은 그녀의 보지 구멍 속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이 한군데로 몰려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아 하! 자기야. 난 어떡해........하 음.”
“어쨌든 소희가 행복하길 바래. 나의 여인아!”
“아! 뜨겁게 안아줘.”
“소희는 불꽃같은 장미야!”
찬규는 소희가 진정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녀의 입술과 볼에 입맞춤을 한 그의 혀끝이 그녀의 귓불과 턱밑, 그리고 목덜미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 그녀는 확확 달아오르는 열기를 참지 못하고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던 그의 혀가 그녀의 젖꼭지를 휘감고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보듬어 안고 감탄했다.
“아! 자기야, 너무 좋아. 이대로.......이대로.......”
“그래! 아무 생각하지 마.”
찬규가 하던 애무를 멈추고 상체를 일으켜 소희를 내려다보았다. 침대 등불에 비친 발가벗은 그녀의 우유 빛 피부, 날씬한 몸매이면서도 선정적인 이미지, 아담한 둔부와 관능적으로 꿈틀거리는 골반의 굴곡은 찬규를 극도의 흥분으로 이끌었다. 밑을 내려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황홀한 눈빛으로 갈구한다. 어쩌면 받아드리기 두려울 정도로 거대한 남성이 흉물스럽게 발기되어 있었다. 순간 그녀는 골반이 뻐근할 정도로 몸속을 저미는 압박감에 젖어 숨을 멈추었다.
“아 흐 으! 사, 사랑 해.........”
“헉! 나의 뜨거운 사랑.”
찬규는 우람하게 솟은 페니스를 소희의 보지 속에 밀어 넣으며 피가 머리끝으로 몰리는 것만 같았다. 페니스가 분화구 속을 헤집고 들어가는 느낌을 참느라고 그는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껴안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젖꼭지를 혀끝으로 돌돌 말아 빨아 당기며 하복부를 짓눌렀다. 몸속이 터지는 희열에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눈동자는 몽환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허벅지를 조이며 탄성을 흘렸다.
“하 아! 조, 좋아요........”
“나도 미치겠어.......”
찬규는 입속으로 빨아 당기던 소희의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구슬처럼 굴리기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진퇴 운동을 시켰다. 그의 페니스가 보지 깊숙이 밀려들어갈 때마다 그녀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몸속 구석구석을 채우는 포만감!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그의 등을 붙들고 매달렸다. 그는 천천히 해풍이 되어 그녀를 파도처럼 너울거리게 했다. 갈매기의 울음처럼 흘러나오는 그녀의 신음소리가 습기를 먹었다.
“하 아, 아 흐, 하 음, 하 앙........”
“흐음, 허 으. 흡........”
발가벗은 그들은 하나가 되어 습기어린 숨결로 침대위에서 흔들렸다. 육체의 행위로 희열에 젖은 그들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사랑을 확인한다. 이따금 찬규는 소희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었다. 사랑의 행위가 길게 이어지고 그녀는 감탄하는 멜로디를 서슴지 않고 흘리며 장난스럽게 그의 젖꼭지를 깨물기도 했다.
“나만 사랑할 거지?”
“난 소희 외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
소희는 이따금 페니스가 자궁 속까지 압박하고 들어오는 충격에 급히 숨을 들이키며 신음을 흘렸다. 순간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한 용우와의 정사 순간을 떠올렸다. 사랑의 척도가 성욕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찬규 못지않게 용우도 그녀에게 성적인 희열을 느끼게 해준 남자였다.
찬규는 우람한 페니스만큼이나 불같은 정열과 폭풍 같은 남자였다. 반면에 용우는 섬세한 기교로 여자의 성감을 극도로 끌어 올려주는 남자였다. 그녀가 뒤늦게 성욕의 황홀함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두 남자 모두 그녀의 행복과 사랑을 일깨워 준 남자임은 분명하고 소중했다.
“핫! 하 앗, 아음, 하아, 하 우, 미, 치, 겠, 어.......하 응........”
“흡, 으흡, 하아........”
폭풍으로 변한 찬규의 페니스가 소희의 보지 속을 빠르게 헤집기 시작했다. 그들의 호흡도 점점 뜨겁고 거칠어지고 그녀는 쾌감을 참지 못해 거센 파도로 일렁거렸다. 그녀는 찬규의 거센 바람에 휘말려 희열의 바위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이루고 부서져 나간다. 그녀는 난파선이 되어 파도 높이 솟구쳤다가 추락할수록 몸부림치며 진절머리를 쳤다.
여성의 성욕은 혈관 내에서 생기는 하나의 규율이고 생리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여자는 생리적인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욕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목표로 생각한다. 남자에게 자존심과 정조를 내세우는 여자의 마음은 단지 유혹하는 수단인지도 모른다. 거친 숨소리를 내뿜으며 몰아치는 찬규의 가슴 아래 깔린 소희는 격렬한 엑스터시에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하 윽! 자, 자기야! 사, 사랑해. 미치겠어. 하 아 윽~!”
“소, 소희! 나도.......”
소희는 찬규의 허벅지를 다리로 감아올리며 버둥거렸다. 찬규는 등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톱이 피부를 파고드는 것 같았다. 페니스를 감싸고 있는 보지의 속살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꺼져가는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활처럼 휘며 머리를 침대에 파묻었다.
“나, 나, 난 몰라. 하 악~! 주, 죽겠어.........끄윽!”
“소희, 소희가 너무 뜨거워........허 억~!”
찬규는 소희의 보지 속 근육이 페니스를 옥죄이는 강렬한 쾌감에 정신을 잃을 정도이었다. 허우적거리던 그녀가 숨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찬규는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뜨거움이 페니스를 휘감는 감각으로 아찔하였다. 그녀가 극한 희열에 젖은 진액으로 흘려낸 보지 속을 페니스가 휘젓고 다녔다. 그녀는 온 몸이 불길에 휩싸이는 충격에 바들바들 떨며 흐느끼는 신음을 터트렸다.
“하 윽~! 어, 떡, 해........어 맛!”
“헉~! 소, 소희.......!”
찬규는 소희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경직되었다. 그녀는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남자의 정액을 느끼며 혼절하다시피 나른함에 젖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두 사람의 정액으로 흥건한 보지 속에서 우람한 페니스가 좌우로 회전을 거듭하며 돌진하고 그녀는 다시 엑스터시의 등선에서 추락하기를 거듭 했다. 그녀는 한 용우와 육체관계를 갖고 나서도 다시 찬규의 육체적인 사랑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소희는 고통대신에 여자로서 익숙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여자의 성기가 단지 성적인 희열을 느끼는 도구일 뿐이고 어떤 남자의 성기였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자로서는 남자를 선택하는 자유의 권리였다. 다만 성욕은 생명을 잉태하려는 본능이고, 현실은 그녀에게 정신적인 감정에서 일어나는 행복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 것이었다.
소희의 정신적인 변화를 모르는 찬규는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그녀의 사랑을 의심치 않았다. 다만 오히려 그녀가 정열적으로 변화할수록 불안함을 느낄 뿐이었다. 그녀가 동생 상욱과 이혼을 한다고 해도 그가 주위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녀를 가까이 하기에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질타와 가족에게서 배척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찬규는 소희와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받아 드릴 심정이었다. 그만큼 그는 소희를 진실하게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행복할 수 있다면 설사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감수 할 수 있다는 그의 감정이었다. 그런데 그가 일면에 불안했던 일이 벌어졌다.
찬규는 승용차를 몰고 서울 외곽의 남한산성 기슭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박 태환 회장이 찬규를 호출한 것이다. 찬규는 모르고 있었지만 상욱이 아버지에게 소희와 이혼해야겠다는 승낙을 받는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민지 보모 연경이 전해 준 사실을 말한 것이다. 아무리 남녀 간의 도덕적인 윤리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박 태환도 혈연간의 스캔들로 그룹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만은 용납할 수가 없어 분노하였다.
아버지가 호출한 사유를 모르는 찬규는 아버지의 저택에 도착해서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천 평이 넘는 저택 주변에는 봄을 알리는 수목들이 잘 정리 되어 있었다. 그는 동생 상욱의 승용차가 주차 되어 있는 것을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천천히 거실로 들어갔다. 그의 어머니 임 정희가 그를 마지 하였다.
“요즘 왜 소식도 없었니? 어디 아프니?”
“아뇨! 이것저것 바빠서요. 아버님은요?”
“이층 서재에 계신다. 상욱이도 와 있는데, 무슨 일이 있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화장기도 없는 민낯으로 임 정희가 찬규의 손을 얼싸안고 보듬었다. 정희는 시골 부유한 농가의 맏딸로 태어나 박 태환에게 시집 온 후로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오직 남편만을 뒷바라지하다가 늙은 여인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찬규의 성격이 어머니의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을 닮았다고 했다. 박 태환도 그렇지만 정희의 아들 찬규에 대한 애정은 극진하였다. 어머니의 환대를 받은 그는 별 생각 없이 이층 서재로 들어갔다.
찬규가 들어서는 것을 쳐다본 보고 상욱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박 태환은 찬규가 들어오는 기척에도 시선을 유리창 밖을 향해 있었다. 조금은 냉랭한 분위기에도 찬규는 담담하게 소파에 가서 앉으며 박 태환에게 인사를 했다.
“건강은 좋아 보이시네요! 담배 끊으시라고 주치의가 말하지 않았나요?”
“..........”
찬규의 걱정스러운 말에 박 태환은 반응 없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박 태환은 심근경색이 있어 정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시선도 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 찬규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도자기를 손으로 돌리며 상욱에게 물었다.
“넌 언제 왔니?”
“조금 전에.......”
상욱은 짧게 대답하고 박 태환의 눈치를 살폈다. 잔뜩 화가 치밀었던 박 회장은 막상 큰 아들 찬규를 대하고 보니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며느리 소희와 큰 아들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는 상욱을 통해 들은 것 밖에 없기에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집안에서 손녀 민지를 보살피고 있는 보모의 말이라면 어느 정도 확실한 것이기에 박 회장은 더 이상 스캔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게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회장이 파이프 담배를 털어내며 찬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넌 재혼 안하냐? 너를 쫓아다니던 정 교수 딸도 참하던데.”
“아직 생각이 없어요.”
찬규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정 혜영의 아버지 정 진만이 대학교수였고 박 회장은 이따금 정 교수와 골프를 같이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찬규는 아버지가 재혼 문제로 자신을 호출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욱이나 재혼 문제로 동생 상욱까지 부를 리가 없었다.
녹차가 든 찻잔을 집어든 박 회장이 상욱을 쳐다보았다. 며느리와 찬규의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었다. 시선이 마주친 상욱이 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박 회장이 다시 찬규에게 말했다.
“정 교수 딸 이름이, 혜영이었던가? 그 아인 요즘 안 만나냐?”
“서로 바쁘니까요. 별로........”
“그럼 다른 여자 말고, 그 아이를 만나!”
“네........!?”
찬규는 자식들의 혼담을 자신의 주관대로 강제적으로 밀어 붙이는 아버지가 항상 언짢았다. 그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쓴 웃음을 짓는 찬규를 보고 박 회장이 그때서야 발끈했다.
“괜히 엉뚱한 여자 가까이 해서 그룹 이미지 먹칠 하지 말라는 말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세상에 여자가 그렇게 없어. 네 동생 아내 아냐!”
“.........!?”
갑자기 찬규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 소희와의 관계를 어떻게 아버지가 알았단 말인가! 그는 동생 상욱을 힐끔 바라봤다. 상욱이 한 숨을 내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면 상욱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단 말이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찬규는 문득 언젠가 작업실에서 소희를 포옹하는 순간 보고 있던 민지 보모 연경의 눈빛을 떠 올렸다.
찬규는 민지 보모 연경이 어머니의 같은 고향이며 식구들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는 소리 없이 신음을 흘렸다. 그가 염려하던 문제가 들어나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그는 염연한 사실을 변명한들 구차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또한 그는 동생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어차피 닥칠 일이기에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순간 박 회장은 소희를 상욱과 결혼시키지 전에 찬규를 재혼 시키려던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찬규가 또 다른 여자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며 거절하던 말을 떠 올렸다. 그렇다면 찬규가 소희를 거절한 본심이 무엇인가? 박 회장은 순간적으로 찬규의 다정다감하며 인간적인 성격을 다시 떠올렸다. 냉혈한 같은 박 회장도 찬규의 애틋함을 알 수 있었다. 갈증을 느끼는 박 회장이 천천히 마시던 녹차 찻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 아이가 그렇게 좋더냐?”
“너무 불쌍하지 않아요? 아버지의 잘못도 있습니다.”
찬규의 말은 박 회장은 물론 상욱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소희를 사랑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반항이기도 했다. 상욱의 일그러진 눈빛이 찬규의 안면에 머물러 이글거렸다. 차라리 변명을 했으면 나름대로 상욱에게는 위안이 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찬규의 말을 들은 박 회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렷다. 인과응보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박 회장이 찬규의 재혼 상대로 소희를 선택한 것이나 상욱과 결혼을 서두른 것은 민 회장의 한성 그룹을 염두에 둔 야망이었다. 오직 욕망에 가득한 그의 양심을 일깨워 주는 것은 큰 아들 찬규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큰 아들을 미워 할 수도, 배척할 수도 없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 박 회장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렸다.
“아버님!?”
“아버지........”
찻잔 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찬규가 벌떡 일어나 박 회장의 급히 다가섰다. 분노를 참지 못해 나름대로 생각에 잠겨 있던 상욱도 일어나 다가섰다. 가슴을 쥐고 심한 고통을 느끼며 심호흡을 하던 박 회장이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아무튼 난 너희들....... 형제간 우애로.......대영을 잘 지켜 주기를 바란다.”
“...........”
찬규와 상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찬규가 떨어진 찻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가정부를 불렀다. 그러나 그마저도 박 회장이 손을 저으며 말렸다.
“아무도 부르지 마. 앉아 있어. 어쩌면 이런 결과는 내 탓이기도 해. 나는 언제 가는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었어. 어쨌든 너희들은 새 시대의 젊은이야. 나 같은 전철은 밟지 마.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지 대영에 대한 내 꿈은 이뤄야 돼.”
“............”
찬규와 상욱은 마치 유언 같은 아버지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박 회장이 안정을 찾는 얼굴색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소파에 앉았다. 잠시 진정을 한 박 회장이 한숨을 쉬고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찬규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혜영일 며느리로 받아 드리고 싶구나! 그룹을 위해서도 아니고 네 행복을 위한 진심이라는 것을 너는 알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불행은 누구인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찬규의 말은 엄연하게 박 회장의 말을 거부하는 의미였다. 상욱에게 형의 말은 소희에 대한 집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상욱은 이미 타인이 될 아내이지만 그녀와 정을 나누고 있는 형을 저주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정말 형과 아내가 어느 정도 깊은 관계가 된 것인지, 상욱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미 가족으로서는 넘어서 안 될 상황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상욱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러나 아내를 버린 상황인데 아버지 앞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그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들은 각자의 회한에 쌓이는 서재 안은 침묵으로 쌓였다. 찬규의 고지식한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박 회장이지만 상욱의 아픔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렇다고 소희와 찬규를 묵과할 수는 없었다. 찬규는 아버지와 동생의 심정과 소희에 대한 사랑의 갈등으로 번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상욱은 아내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도 크지만 그룹의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야망에 불타올랐다.
며칠 후 상욱은 비서실을 통해 이혼 결정에 대한 상황을 소희에게 전달했다. 그는 그녀가 제시한 위자료를 아버지에게 승낙 받았고, 한 감독과 경합된 마인드의 영화도 제작을 포기하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그가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려고 야심차게 시나리오를 공모한 홍보가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목적으로 공모한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할 상금과 포상이었다.
상욱의 연락을 받은 소희는 다시 한 번 상처의 아픔을 느끼면서도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홀가분함에 젖었다. 그 홀가분함은 허전함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영화에 투자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계획을 듣고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할 한 용우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찬규는 소희를 통해서도 그녀가 이혼을 결심한 것을 알았지만, 아버지의 저택에서 모든 결과를 알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와 동생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지만 새장에 갇혔던 그녀가 자유롭게 행복을 향해 꿈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런데 큰 아들 찬규를 걱정하는 박 태환의 마음은 끔찍했다. 박 회장은 정진만 교수를 만나서 혜영과 찬규의 혼인을 주선하였다.
혜영은 아버지 정교수의 말을 듣고 반갑기도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했다. 물론 그녀는 찬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부모들이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고 본인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그녀는 평상시처럼 무심코 연락을 한 것처럼 찬규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식사를 사달라고 졸랐다. 찬규는 한 용우의 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혜영의 전화를 받았다.
영화의 테마 음악에 작곡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한 용우가 전화를 받더니 급한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일어서고 찬규는 이혼을 하게 된 소희를 위로하려고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한 용우는 소희의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주차장으로 같이 나온 한 용우는 공연히 찬규의 눈치를 살피며 쑥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승용차에 올라타려던 찬규는 혜영의 전화를 받고 망설였다. 소희를 떠올리는 찬규는 혜영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답을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가 망설이는 동안 휴대폰에서는 혜영이 투정을 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빠! 뭐야? 대답을 안 해? 저녁 한 끼 사달라는데........”
“.........음! 알았어. 어딘데?”
“오빠는 어딘데? 나, 지금 명동 입구에 있어.”
“아! 그럼 근처에 있네. XX호텔 레스토랑으로 올수 있어?”
“알았어. 금방 갈게.”
통화를 끝낸 찬규는 이혼에 대한 결과를 통보받고 우울해졌던 소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몰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혼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과거의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찬규는 생각했다. 그는 마지못해 혜영과 약속한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혜영은 오늘따라 봄소식을 알리는 복장을 하고 나왔다. 찬규와 마주 앉은 그녀는 앞가슴이 깊게 파인 블라우스에 허벅지가 들어나 보이는 짧은 스커트를 걸치고 있었다. 조금은 선정적이면서도 몸매를 들어내 보이는 모습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그녀는 찬규 가까이 반찬들을 끌어다 놓아주며 깊은 애정을 표시했다. 그리고 뽀로통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오빤 내가 여자로 안보여?”
“왜? 혜영이가 여자가 아니고 남잔가!”
“내가 안 예뻐?”
“예쁘지.”
“피 잇~! 무슨 말이 그렇게 시큰둥해. 오빠 마음속에는 내가 들어갈 틈이 안보여.”
혜영은 지나간 과거의 얘기들을 꺼내 찬규의 환심을 끌려고 했다. 찬규가 조금이나마 그녀에게 애정을 갖고 있던 시절의 얘기였다. 간단하게 칵테일을 마시고 혜영의 집요한 공세에 무표정하던 찬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잠시 소희에 대한 생각을 잊은 찬규는 혜영의 손을 잡고 토닥거리며 장난을 하기도 했다.
그 시간에 한 용우는 근처의 일식집에서 소희와 만나고 있었다. 이미 깊은 육체관계를 맺은 그들은 서슴없이 애정의 눈빛을 교환했다. 용우는 식사를 하면서도 소희를 향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그녀에 대해 사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희는 왠지 집을 나와 찬규에 대한 사랑을 잊고 한 감독의 애정이 가득한 눈빛에 묘한 행복을 느꼈다.
소희는 영화 제작비로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아끼고 있었다. 그 말로 한 감독이 얼마나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 감독의 더욱 사랑하는 눈빛을 받을 생각으로 그녀는 가슴이 설다. 한 동안 촬영 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그녀가 결국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이혼하기로 합의 봤어요.”
“이혼.......!”
소희의 말을 듣고 한 용우는 멈칫하였다. 그녀가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환영할 말이었다. 하지만 그가 축하를 할 수도 없고 위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다만 그녀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소희는 눈빛만으로도 그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용우가 갑자기 앞에 놓인 와인 잔을 들어 남김없이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내가 받은 위자료로 영화제작비로 내놓을게요.”
“소희를 희생해서 받은 보상인데, 난 원하고 싶지 않아.”
“이건 나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고, 나에게 미래를 안겨주는 용우 씨에게 거는 투자예요.”
“소희.......!?”
감동을 한 용우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소희를 일방적으로 사랑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마음까지 느끼게 하는 사랑의 표현이었다. 다시 와인 잔을 채워 마신 그가 소희 옆으로 건너와 앉았다. 그는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둘러보고는 소희의 허리를 껴안았다.
“난 소희 씨로 인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야. 정말 사랑해. 소희 씨는 내 삶의 초석이야!”
“정말 나를 사랑하세요? 아니면 그냥 여자를 대하는 용우 씨의 매너인가요?”
“난 정말 소희에게 모든 것을 받칠 거야. 내 마음을 믿어 줘.”
“난 남자 말을 못 믿겠어요.”
“지금 이 순간부터 소희가 하라는 대로 할게. 매일 발을 씻겨달라고 해도 좋고, 업고 다니라고 해도 할 수 있어.”
“호 홋~! 정말이세요?”
“아~! 미치겠네. 속을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오늘은 나하고 있을 수 있지?”
소희는 대답대신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용우는 당장이라도 껴안을 표정이었다.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던 그의 손길이 둔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안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눈빛으로 이글거렸다. 소희는 한 남자의 사랑을 정복했다는 만족감에 젖어 들었다. 그것은 그녀가 남편에게 배반당한 아픔을 달래주는 희열이기도 했다. 문득 그녀는 스스로 사랑해달라고 안겼던 찬규의 눈빛을 떠올렸다.
결혼이라는 울안에 벗어나 해방감에 들뜬 소희의 마음을 모르는 찬규는 혜영과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혜영의 끊임없는 애정표현에 닫았던 찬규의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달려가지만 여자의 웃음에 약한 것이 남자였다. 혜영은 앞가슴이 들어나 보이는 것도 무시하고 찬규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아니 그녀는 고의적으로 찬규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었다. 벌어진 블라우스 속으로 들어난 그녀의 앞가슴을 바라본 찬규는 심호흡을 하고 일어섰다.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네. 이제 가자.”
“피 잇! 나하고 있는 것이 즐겁지 않지?”
“그런 게 아니고, 정말 피곤해.”
“오빠! 우리 집에 가서 자!”
“안 돼! 민지가 기다려.”
찬규는 혜영의 유혹하는 눈빛을 외면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토라진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라 레스토랑을 나왔다. 레스토랑을 나와 호텔 정문을 나서려던 찬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섰다. 뒤따라오던 혜영도 걸음을 멈추어 섰다. 찬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기다리고 서있는 두 남녀의 모습에 찬규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리 봐도 한 용우와 소희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소희가........!?”
“상욱 씨, 부인 아닌가?”
중얼거리는 찬규의 말에 혜영이 한마디 했다. 찬규는 온 몸의 피가 밑으로 쏟아지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와 한감독이 자신을 배반하고 은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한 풍격이었다. 사랑해달라면서 뜨거웠던 그녀의 마음을 찬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혜영은 언젠가 한 감독과 소희가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한 것을 떠올렸다.
“상욱 씨! 이혼했다면서?”
“그걸 어떻게 알았어?”
“벌써 소문이 퍼졌어요. 그러니까 들어 내놓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모앙이네. 언젠가도 한감독과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봤는데.”
“언제........!?”
“그러니까! 한 달가량 됐나!? 내가 한 감독의 영화를 취재하려고.........”
찬규는 혜영이 말하는 날짜를 더듬어보니 소희가 보충 촬영을 하려고 인천에 다녀오던 날이었다.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에 배신감! 찬규는 주먹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엘리베이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층수를 알리는 형광판을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그들이 식사를 하러 라운지로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그의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분명히 7층에서 멈추었다가 다시 내려왔다. 소희를 믿고 싶던 그의 마지막 희망이 와르르 무너졌다.
혜영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찬규는 위스키를 꺼내 들이켰다. 그리고 도리어 그녀의 배반에 힘들어 하는 자신을 자책했다. 어떤 희생을 하더라도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만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가. 어둠속을 바라보는 찬규는 더 이상 그녀에 대한 집념을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결과적으로 자신도 소희도 동생 상욱까지도 피해자 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소희를 단념한 상욱도 내심으로는 괴로웠다. 단념한 것이 아니고 아내가 스스로 물러나기를 기다렸지만 질투인지 몰라도 형 찬규와 깊은 정을 가졌을 그녀를 저주하고 싶었다. 여자의 마음은 뜬 구름 같다. 어떻게 한 형제 사이를 오가는 여자가 될 수 있는지 상욱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더욱이나 소희가 한 용우감독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루머가 언론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상욱이 들어내지 못하던 소희에 대한 불만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 벌어졌다. 한 용우 감독이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은 상욱은 새로운 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기존에 GS기획으로 들어온 배우들로는 부족하여 새로운 오디션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상욱은 간부들이 하는 오디션 현장을 살피러 갔다.
GS 기획 사무실은 오디션을 하기에 장소가 협소해서 한성그룹 본사 강당에서 치러지고 있었다. 본사 건물 주위는 오디션 지망생으로 혼잡했다. 강당으로 올라가려던 상욱은 걸음을 멈추고 한 곳에 시선을 집중했다. 소희를 닮았지만 앙증맞은 미모를 가진 지망생과 시선이 마주쳤다. 짧은 스커트와 레이스 달린 티셔츠를 걸쳤지만 앳되어 보이는 모습은 여고생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몇 번인가 보았던 소희의 여동생 소영을 떠올렸다. 그는 천천히 소영에게 걸어갔다. 그는 고개를 숙여 외면하는 소영의 팔을 잡았다.
“처제! 여기는 웬일이야?”
“내가 왜 처제에요?”
“하하~! 그래도 한 번 처제는 영원한 처제지. 하여튼 반가운데 잠간 차 한 잔 하지.”
“.........”
여고 졸업반이 된 소영은 언니처럼 연기자가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보려고 지망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오디션을 실시하는 회사 GS가 대영그룹 자회사이고 대표가 예전의 형부였던 박 상욱이라는 것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언니를 생각할 수록 원망스러운 상욱을 따라 나설 수가 없었다.--------
“아 하! 자기야. 난 어떡해........하 음.”
“어쨌든 소희가 행복하길 바래. 나의 여인아!”
“아! 뜨겁게 안아줘.”
“소희는 불꽃같은 장미야!”
찬규는 소희가 진정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녀의 입술과 볼에 입맞춤을 한 그의 혀끝이 그녀의 귓불과 턱밑, 그리고 목덜미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 그녀는 확확 달아오르는 열기를 참지 못하고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던 그의 혀가 그녀의 젖꼭지를 휘감고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보듬어 안고 감탄했다.
“아! 자기야, 너무 좋아. 이대로.......이대로.......”
“그래! 아무 생각하지 마.”
찬규가 하던 애무를 멈추고 상체를 일으켜 소희를 내려다보았다. 침대 등불에 비친 발가벗은 그녀의 우유 빛 피부, 날씬한 몸매이면서도 선정적인 이미지, 아담한 둔부와 관능적으로 꿈틀거리는 골반의 굴곡은 찬규를 극도의 흥분으로 이끌었다. 밑을 내려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황홀한 눈빛으로 갈구한다. 어쩌면 받아드리기 두려울 정도로 거대한 남성이 흉물스럽게 발기되어 있었다. 순간 그녀는 골반이 뻐근할 정도로 몸속을 저미는 압박감에 젖어 숨을 멈추었다.
“아 흐 으! 사, 사랑 해.........”
“헉! 나의 뜨거운 사랑.”
찬규는 우람하게 솟은 페니스를 소희의 보지 속에 밀어 넣으며 피가 머리끝으로 몰리는 것만 같았다. 페니스가 분화구 속을 헤집고 들어가는 느낌을 참느라고 그는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껴안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젖꼭지를 혀끝으로 돌돌 말아 빨아 당기며 하복부를 짓눌렀다. 몸속이 터지는 희열에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눈동자는 몽환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허벅지를 조이며 탄성을 흘렸다.
“하 아! 조, 좋아요........”
“나도 미치겠어.......”
찬규는 입속으로 빨아 당기던 소희의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구슬처럼 굴리기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진퇴 운동을 시켰다. 그의 페니스가 보지 깊숙이 밀려들어갈 때마다 그녀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몸속 구석구석을 채우는 포만감!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그의 등을 붙들고 매달렸다. 그는 천천히 해풍이 되어 그녀를 파도처럼 너울거리게 했다. 갈매기의 울음처럼 흘러나오는 그녀의 신음소리가 습기를 먹었다.
“하 아, 아 흐, 하 음, 하 앙........”
“흐음, 허 으. 흡........”
발가벗은 그들은 하나가 되어 습기어린 숨결로 침대위에서 흔들렸다. 육체의 행위로 희열에 젖은 그들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사랑을 확인한다. 이따금 찬규는 소희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었다. 사랑의 행위가 길게 이어지고 그녀는 감탄하는 멜로디를 서슴지 않고 흘리며 장난스럽게 그의 젖꼭지를 깨물기도 했다.
“나만 사랑할 거지?”
“난 소희 외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
소희는 이따금 페니스가 자궁 속까지 압박하고 들어오는 충격에 급히 숨을 들이키며 신음을 흘렸다. 순간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한 용우와의 정사 순간을 떠올렸다. 사랑의 척도가 성욕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찬규 못지않게 용우도 그녀에게 성적인 희열을 느끼게 해준 남자였다.
찬규는 우람한 페니스만큼이나 불같은 정열과 폭풍 같은 남자였다. 반면에 용우는 섬세한 기교로 여자의 성감을 극도로 끌어 올려주는 남자였다. 그녀가 뒤늦게 성욕의 황홀함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두 남자 모두 그녀의 행복과 사랑을 일깨워 준 남자임은 분명하고 소중했다.
“핫! 하 앗, 아음, 하아, 하 우, 미, 치, 겠, 어.......하 응........”
“흡, 으흡, 하아........”
폭풍으로 변한 찬규의 페니스가 소희의 보지 속을 빠르게 헤집기 시작했다. 그들의 호흡도 점점 뜨겁고 거칠어지고 그녀는 쾌감을 참지 못해 거센 파도로 일렁거렸다. 그녀는 찬규의 거센 바람에 휘말려 희열의 바위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이루고 부서져 나간다. 그녀는 난파선이 되어 파도 높이 솟구쳤다가 추락할수록 몸부림치며 진절머리를 쳤다.
여성의 성욕은 혈관 내에서 생기는 하나의 규율이고 생리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여자는 생리적인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욕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목표로 생각한다. 남자에게 자존심과 정조를 내세우는 여자의 마음은 단지 유혹하는 수단인지도 모른다. 거친 숨소리를 내뿜으며 몰아치는 찬규의 가슴 아래 깔린 소희는 격렬한 엑스터시에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하 윽! 자, 자기야! 사, 사랑해. 미치겠어. 하 아 윽~!”
“소, 소희! 나도.......”
소희는 찬규의 허벅지를 다리로 감아올리며 버둥거렸다. 찬규는 등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톱이 피부를 파고드는 것 같았다. 페니스를 감싸고 있는 보지의 속살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꺼져가는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활처럼 휘며 머리를 침대에 파묻었다.
“나, 나, 난 몰라. 하 악~! 주, 죽겠어.........끄윽!”
“소희, 소희가 너무 뜨거워........허 억~!”
찬규는 소희의 보지 속 근육이 페니스를 옥죄이는 강렬한 쾌감에 정신을 잃을 정도이었다. 허우적거리던 그녀가 숨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찬규는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뜨거움이 페니스를 휘감는 감각으로 아찔하였다. 그녀가 극한 희열에 젖은 진액으로 흘려낸 보지 속을 페니스가 휘젓고 다녔다. 그녀는 온 몸이 불길에 휩싸이는 충격에 바들바들 떨며 흐느끼는 신음을 터트렸다.
“하 윽~! 어, 떡, 해........어 맛!”
“헉~! 소, 소희.......!”
찬규는 소희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경직되었다. 그녀는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남자의 정액을 느끼며 혼절하다시피 나른함에 젖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두 사람의 정액으로 흥건한 보지 속에서 우람한 페니스가 좌우로 회전을 거듭하며 돌진하고 그녀는 다시 엑스터시의 등선에서 추락하기를 거듭 했다. 그녀는 한 용우와 육체관계를 갖고 나서도 다시 찬규의 육체적인 사랑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소희는 고통대신에 여자로서 익숙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여자의 성기가 단지 성적인 희열을 느끼는 도구일 뿐이고 어떤 남자의 성기였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자로서는 남자를 선택하는 자유의 권리였다. 다만 성욕은 생명을 잉태하려는 본능이고, 현실은 그녀에게 정신적인 감정에서 일어나는 행복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 것이었다.
소희의 정신적인 변화를 모르는 찬규는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그녀의 사랑을 의심치 않았다. 다만 오히려 그녀가 정열적으로 변화할수록 불안함을 느낄 뿐이었다. 그녀가 동생 상욱과 이혼을 한다고 해도 그가 주위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녀를 가까이 하기에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질타와 가족에게서 배척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찬규는 소희와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받아 드릴 심정이었다. 그만큼 그는 소희를 진실하게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행복할 수 있다면 설사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감수 할 수 있다는 그의 감정이었다. 그런데 그가 일면에 불안했던 일이 벌어졌다.
찬규는 승용차를 몰고 서울 외곽의 남한산성 기슭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박 태환 회장이 찬규를 호출한 것이다. 찬규는 모르고 있었지만 상욱이 아버지에게 소희와 이혼해야겠다는 승낙을 받는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민지 보모 연경이 전해 준 사실을 말한 것이다. 아무리 남녀 간의 도덕적인 윤리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박 태환도 혈연간의 스캔들로 그룹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만은 용납할 수가 없어 분노하였다.
아버지가 호출한 사유를 모르는 찬규는 아버지의 저택에 도착해서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천 평이 넘는 저택 주변에는 봄을 알리는 수목들이 잘 정리 되어 있었다. 그는 동생 상욱의 승용차가 주차 되어 있는 것을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천천히 거실로 들어갔다. 그의 어머니 임 정희가 그를 마지 하였다.
“요즘 왜 소식도 없었니? 어디 아프니?”
“아뇨! 이것저것 바빠서요. 아버님은요?”
“이층 서재에 계신다. 상욱이도 와 있는데, 무슨 일이 있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화장기도 없는 민낯으로 임 정희가 찬규의 손을 얼싸안고 보듬었다. 정희는 시골 부유한 농가의 맏딸로 태어나 박 태환에게 시집 온 후로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오직 남편만을 뒷바라지하다가 늙은 여인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찬규의 성격이 어머니의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을 닮았다고 했다. 박 태환도 그렇지만 정희의 아들 찬규에 대한 애정은 극진하였다. 어머니의 환대를 받은 그는 별 생각 없이 이층 서재로 들어갔다.
찬규가 들어서는 것을 쳐다본 보고 상욱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박 태환은 찬규가 들어오는 기척에도 시선을 유리창 밖을 향해 있었다. 조금은 냉랭한 분위기에도 찬규는 담담하게 소파에 가서 앉으며 박 태환에게 인사를 했다.
“건강은 좋아 보이시네요! 담배 끊으시라고 주치의가 말하지 않았나요?”
“..........”
찬규의 걱정스러운 말에 박 태환은 반응 없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박 태환은 심근경색이 있어 정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시선도 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 찬규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도자기를 손으로 돌리며 상욱에게 물었다.
“넌 언제 왔니?”
“조금 전에.......”
상욱은 짧게 대답하고 박 태환의 눈치를 살폈다. 잔뜩 화가 치밀었던 박 회장은 막상 큰 아들 찬규를 대하고 보니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며느리 소희와 큰 아들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는 상욱을 통해 들은 것 밖에 없기에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집안에서 손녀 민지를 보살피고 있는 보모의 말이라면 어느 정도 확실한 것이기에 박 회장은 더 이상 스캔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게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회장이 파이프 담배를 털어내며 찬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넌 재혼 안하냐? 너를 쫓아다니던 정 교수 딸도 참하던데.”
“아직 생각이 없어요.”
찬규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정 혜영의 아버지 정 진만이 대학교수였고 박 회장은 이따금 정 교수와 골프를 같이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찬규는 아버지가 재혼 문제로 자신을 호출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욱이나 재혼 문제로 동생 상욱까지 부를 리가 없었다.
녹차가 든 찻잔을 집어든 박 회장이 상욱을 쳐다보았다. 며느리와 찬규의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었다. 시선이 마주친 상욱이 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박 회장이 다시 찬규에게 말했다.
“정 교수 딸 이름이, 혜영이었던가? 그 아인 요즘 안 만나냐?”
“서로 바쁘니까요. 별로........”
“그럼 다른 여자 말고, 그 아이를 만나!”
“네........!?”
찬규는 자식들의 혼담을 자신의 주관대로 강제적으로 밀어 붙이는 아버지가 항상 언짢았다. 그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쓴 웃음을 짓는 찬규를 보고 박 회장이 그때서야 발끈했다.
“괜히 엉뚱한 여자 가까이 해서 그룹 이미지 먹칠 하지 말라는 말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세상에 여자가 그렇게 없어. 네 동생 아내 아냐!”
“.........!?”
갑자기 찬규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 소희와의 관계를 어떻게 아버지가 알았단 말인가! 그는 동생 상욱을 힐끔 바라봤다. 상욱이 한 숨을 내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면 상욱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단 말이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찬규는 문득 언젠가 작업실에서 소희를 포옹하는 순간 보고 있던 민지 보모 연경의 눈빛을 떠 올렸다.
찬규는 민지 보모 연경이 어머니의 같은 고향이며 식구들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는 소리 없이 신음을 흘렸다. 그가 염려하던 문제가 들어나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그는 염연한 사실을 변명한들 구차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또한 그는 동생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어차피 닥칠 일이기에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순간 박 회장은 소희를 상욱과 결혼시키지 전에 찬규를 재혼 시키려던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찬규가 또 다른 여자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며 거절하던 말을 떠 올렸다. 그렇다면 찬규가 소희를 거절한 본심이 무엇인가? 박 회장은 순간적으로 찬규의 다정다감하며 인간적인 성격을 다시 떠올렸다. 냉혈한 같은 박 회장도 찬규의 애틋함을 알 수 있었다. 갈증을 느끼는 박 회장이 천천히 마시던 녹차 찻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 아이가 그렇게 좋더냐?”
“너무 불쌍하지 않아요? 아버지의 잘못도 있습니다.”
찬규의 말은 박 회장은 물론 상욱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소희를 사랑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반항이기도 했다. 상욱의 일그러진 눈빛이 찬규의 안면에 머물러 이글거렸다. 차라리 변명을 했으면 나름대로 상욱에게는 위안이 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찬규의 말을 들은 박 회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렷다. 인과응보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박 회장이 찬규의 재혼 상대로 소희를 선택한 것이나 상욱과 결혼을 서두른 것은 민 회장의 한성 그룹을 염두에 둔 야망이었다. 오직 욕망에 가득한 그의 양심을 일깨워 주는 것은 큰 아들 찬규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큰 아들을 미워 할 수도, 배척할 수도 없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 박 회장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렸다.
“아버님!?”
“아버지........”
찻잔 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찬규가 벌떡 일어나 박 회장의 급히 다가섰다. 분노를 참지 못해 나름대로 생각에 잠겨 있던 상욱도 일어나 다가섰다. 가슴을 쥐고 심한 고통을 느끼며 심호흡을 하던 박 회장이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아무튼 난 너희들....... 형제간 우애로.......대영을 잘 지켜 주기를 바란다.”
“...........”
찬규와 상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찬규가 떨어진 찻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가정부를 불렀다. 그러나 그마저도 박 회장이 손을 저으며 말렸다.
“아무도 부르지 마. 앉아 있어. 어쩌면 이런 결과는 내 탓이기도 해. 나는 언제 가는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었어. 어쨌든 너희들은 새 시대의 젊은이야. 나 같은 전철은 밟지 마.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지 대영에 대한 내 꿈은 이뤄야 돼.”
“............”
찬규와 상욱은 마치 유언 같은 아버지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박 회장이 안정을 찾는 얼굴색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소파에 앉았다. 잠시 진정을 한 박 회장이 한숨을 쉬고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찬규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혜영일 며느리로 받아 드리고 싶구나! 그룹을 위해서도 아니고 네 행복을 위한 진심이라는 것을 너는 알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불행은 누구인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찬규의 말은 엄연하게 박 회장의 말을 거부하는 의미였다. 상욱에게 형의 말은 소희에 대한 집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상욱은 이미 타인이 될 아내이지만 그녀와 정을 나누고 있는 형을 저주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정말 형과 아내가 어느 정도 깊은 관계가 된 것인지, 상욱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미 가족으로서는 넘어서 안 될 상황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상욱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러나 아내를 버린 상황인데 아버지 앞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그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들은 각자의 회한에 쌓이는 서재 안은 침묵으로 쌓였다. 찬규의 고지식한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박 회장이지만 상욱의 아픔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렇다고 소희와 찬규를 묵과할 수는 없었다. 찬규는 아버지와 동생의 심정과 소희에 대한 사랑의 갈등으로 번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상욱은 아내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도 크지만 그룹의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야망에 불타올랐다.
며칠 후 상욱은 비서실을 통해 이혼 결정에 대한 상황을 소희에게 전달했다. 그는 그녀가 제시한 위자료를 아버지에게 승낙 받았고, 한 감독과 경합된 마인드의 영화도 제작을 포기하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그가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려고 야심차게 시나리오를 공모한 홍보가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목적으로 공모한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할 상금과 포상이었다.
상욱의 연락을 받은 소희는 다시 한 번 상처의 아픔을 느끼면서도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홀가분함에 젖었다. 그 홀가분함은 허전함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영화에 투자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계획을 듣고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할 한 용우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찬규는 소희를 통해서도 그녀가 이혼을 결심한 것을 알았지만, 아버지의 저택에서 모든 결과를 알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와 동생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지만 새장에 갇혔던 그녀가 자유롭게 행복을 향해 꿈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런데 큰 아들 찬규를 걱정하는 박 태환의 마음은 끔찍했다. 박 회장은 정진만 교수를 만나서 혜영과 찬규의 혼인을 주선하였다.
혜영은 아버지 정교수의 말을 듣고 반갑기도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했다. 물론 그녀는 찬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부모들이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고 본인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그녀는 평상시처럼 무심코 연락을 한 것처럼 찬규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식사를 사달라고 졸랐다. 찬규는 한 용우의 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혜영의 전화를 받았다.
영화의 테마 음악에 작곡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한 용우가 전화를 받더니 급한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일어서고 찬규는 이혼을 하게 된 소희를 위로하려고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한 용우는 소희의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주차장으로 같이 나온 한 용우는 공연히 찬규의 눈치를 살피며 쑥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승용차에 올라타려던 찬규는 혜영의 전화를 받고 망설였다. 소희를 떠올리는 찬규는 혜영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답을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가 망설이는 동안 휴대폰에서는 혜영이 투정을 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빠! 뭐야? 대답을 안 해? 저녁 한 끼 사달라는데........”
“.........음! 알았어. 어딘데?”
“오빠는 어딘데? 나, 지금 명동 입구에 있어.”
“아! 그럼 근처에 있네. XX호텔 레스토랑으로 올수 있어?”
“알았어. 금방 갈게.”
통화를 끝낸 찬규는 이혼에 대한 결과를 통보받고 우울해졌던 소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몰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혼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과거의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찬규는 생각했다. 그는 마지못해 혜영과 약속한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혜영은 오늘따라 봄소식을 알리는 복장을 하고 나왔다. 찬규와 마주 앉은 그녀는 앞가슴이 깊게 파인 블라우스에 허벅지가 들어나 보이는 짧은 스커트를 걸치고 있었다. 조금은 선정적이면서도 몸매를 들어내 보이는 모습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그녀는 찬규 가까이 반찬들을 끌어다 놓아주며 깊은 애정을 표시했다. 그리고 뽀로통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오빤 내가 여자로 안보여?”
“왜? 혜영이가 여자가 아니고 남잔가!”
“내가 안 예뻐?”
“예쁘지.”
“피 잇~! 무슨 말이 그렇게 시큰둥해. 오빠 마음속에는 내가 들어갈 틈이 안보여.”
혜영은 지나간 과거의 얘기들을 꺼내 찬규의 환심을 끌려고 했다. 찬규가 조금이나마 그녀에게 애정을 갖고 있던 시절의 얘기였다. 간단하게 칵테일을 마시고 혜영의 집요한 공세에 무표정하던 찬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잠시 소희에 대한 생각을 잊은 찬규는 혜영의 손을 잡고 토닥거리며 장난을 하기도 했다.
그 시간에 한 용우는 근처의 일식집에서 소희와 만나고 있었다. 이미 깊은 육체관계를 맺은 그들은 서슴없이 애정의 눈빛을 교환했다. 용우는 식사를 하면서도 소희를 향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그녀에 대해 사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희는 왠지 집을 나와 찬규에 대한 사랑을 잊고 한 감독의 애정이 가득한 눈빛에 묘한 행복을 느꼈다.
소희는 영화 제작비로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아끼고 있었다. 그 말로 한 감독이 얼마나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 감독의 더욱 사랑하는 눈빛을 받을 생각으로 그녀는 가슴이 설다. 한 동안 촬영 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그녀가 결국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이혼하기로 합의 봤어요.”
“이혼.......!”
소희의 말을 듣고 한 용우는 멈칫하였다. 그녀가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환영할 말이었다. 하지만 그가 축하를 할 수도 없고 위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다만 그녀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소희는 눈빛만으로도 그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용우가 갑자기 앞에 놓인 와인 잔을 들어 남김없이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내가 받은 위자료로 영화제작비로 내놓을게요.”
“소희를 희생해서 받은 보상인데, 난 원하고 싶지 않아.”
“이건 나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고, 나에게 미래를 안겨주는 용우 씨에게 거는 투자예요.”
“소희.......!?”
감동을 한 용우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소희를 일방적으로 사랑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마음까지 느끼게 하는 사랑의 표현이었다. 다시 와인 잔을 채워 마신 그가 소희 옆으로 건너와 앉았다. 그는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둘러보고는 소희의 허리를 껴안았다.
“난 소희 씨로 인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야. 정말 사랑해. 소희 씨는 내 삶의 초석이야!”
“정말 나를 사랑하세요? 아니면 그냥 여자를 대하는 용우 씨의 매너인가요?”
“난 정말 소희에게 모든 것을 받칠 거야. 내 마음을 믿어 줘.”
“난 남자 말을 못 믿겠어요.”
“지금 이 순간부터 소희가 하라는 대로 할게. 매일 발을 씻겨달라고 해도 좋고, 업고 다니라고 해도 할 수 있어.”
“호 홋~! 정말이세요?”
“아~! 미치겠네. 속을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오늘은 나하고 있을 수 있지?”
소희는 대답대신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용우는 당장이라도 껴안을 표정이었다.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던 그의 손길이 둔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안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눈빛으로 이글거렸다. 소희는 한 남자의 사랑을 정복했다는 만족감에 젖어 들었다. 그것은 그녀가 남편에게 배반당한 아픔을 달래주는 희열이기도 했다. 문득 그녀는 스스로 사랑해달라고 안겼던 찬규의 눈빛을 떠올렸다.
결혼이라는 울안에 벗어나 해방감에 들뜬 소희의 마음을 모르는 찬규는 혜영과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혜영의 끊임없는 애정표현에 닫았던 찬규의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달려가지만 여자의 웃음에 약한 것이 남자였다. 혜영은 앞가슴이 들어나 보이는 것도 무시하고 찬규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아니 그녀는 고의적으로 찬규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었다. 벌어진 블라우스 속으로 들어난 그녀의 앞가슴을 바라본 찬규는 심호흡을 하고 일어섰다.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네. 이제 가자.”
“피 잇! 나하고 있는 것이 즐겁지 않지?”
“그런 게 아니고, 정말 피곤해.”
“오빠! 우리 집에 가서 자!”
“안 돼! 민지가 기다려.”
찬규는 혜영의 유혹하는 눈빛을 외면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토라진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라 레스토랑을 나왔다. 레스토랑을 나와 호텔 정문을 나서려던 찬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섰다. 뒤따라오던 혜영도 걸음을 멈추어 섰다. 찬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기다리고 서있는 두 남녀의 모습에 찬규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리 봐도 한 용우와 소희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소희가........!?”
“상욱 씨, 부인 아닌가?”
중얼거리는 찬규의 말에 혜영이 한마디 했다. 찬규는 온 몸의 피가 밑으로 쏟아지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와 한감독이 자신을 배반하고 은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한 풍격이었다. 사랑해달라면서 뜨거웠던 그녀의 마음을 찬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혜영은 언젠가 한 감독과 소희가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한 것을 떠올렸다.
“상욱 씨! 이혼했다면서?”
“그걸 어떻게 알았어?”
“벌써 소문이 퍼졌어요. 그러니까 들어 내놓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모앙이네. 언젠가도 한감독과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봤는데.”
“언제........!?”
“그러니까! 한 달가량 됐나!? 내가 한 감독의 영화를 취재하려고.........”
찬규는 혜영이 말하는 날짜를 더듬어보니 소희가 보충 촬영을 하려고 인천에 다녀오던 날이었다.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에 배신감! 찬규는 주먹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엘리베이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층수를 알리는 형광판을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그들이 식사를 하러 라운지로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그의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분명히 7층에서 멈추었다가 다시 내려왔다. 소희를 믿고 싶던 그의 마지막 희망이 와르르 무너졌다.
혜영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찬규는 위스키를 꺼내 들이켰다. 그리고 도리어 그녀의 배반에 힘들어 하는 자신을 자책했다. 어떤 희생을 하더라도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만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가. 어둠속을 바라보는 찬규는 더 이상 그녀에 대한 집념을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결과적으로 자신도 소희도 동생 상욱까지도 피해자 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소희를 단념한 상욱도 내심으로는 괴로웠다. 단념한 것이 아니고 아내가 스스로 물러나기를 기다렸지만 질투인지 몰라도 형 찬규와 깊은 정을 가졌을 그녀를 저주하고 싶었다. 여자의 마음은 뜬 구름 같다. 어떻게 한 형제 사이를 오가는 여자가 될 수 있는지 상욱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더욱이나 소희가 한 용우감독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루머가 언론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상욱이 들어내지 못하던 소희에 대한 불만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 벌어졌다. 한 용우 감독이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은 상욱은 새로운 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기존에 GS기획으로 들어온 배우들로는 부족하여 새로운 오디션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상욱은 간부들이 하는 오디션 현장을 살피러 갔다.
GS 기획 사무실은 오디션을 하기에 장소가 협소해서 한성그룹 본사 강당에서 치러지고 있었다. 본사 건물 주위는 오디션 지망생으로 혼잡했다. 강당으로 올라가려던 상욱은 걸음을 멈추고 한 곳에 시선을 집중했다. 소희를 닮았지만 앙증맞은 미모를 가진 지망생과 시선이 마주쳤다. 짧은 스커트와 레이스 달린 티셔츠를 걸쳤지만 앳되어 보이는 모습은 여고생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몇 번인가 보았던 소희의 여동생 소영을 떠올렸다. 그는 천천히 소영에게 걸어갔다. 그는 고개를 숙여 외면하는 소영의 팔을 잡았다.
“처제! 여기는 웬일이야?”
“내가 왜 처제에요?”
“하하~! 그래도 한 번 처제는 영원한 처제지. 하여튼 반가운데 잠간 차 한 잔 하지.”
“.........”
여고 졸업반이 된 소영은 언니처럼 연기자가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보려고 지망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오디션을 실시하는 회사 GS가 대영그룹 자회사이고 대표가 예전의 형부였던 박 상욱이라는 것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언니를 생각할 수록 원망스러운 상욱을 따라 나설 수가 없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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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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