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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21 753회 0건
한 감독은 혜영의 의아스러워하는 눈빛을 의식하고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혜영은 소희라는 이름이 생소하지 않았다. 문득 그녀는 찬규의 작업실에 갔다가 만났던 상욱의 아내 소희의 모습을 떠 올렸다. 그녀는 한 감독이 무슨 일로 소희에게 연락을 하는지 궁금했다.

“상욱 씨 부인 말이군요. 무슨 일이 있나요?”
“어차피 알게 될 일이지만 ‘그림자향기’에 주연배우로 캐스팅 하려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그림자향기 요?”

한 감독은 아직은 밝히지 않았어야 할 말이었기에 어색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입구를 향해 갔다.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한 감독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혜영은 소희의 모습을 떠올렸다. 조신하면서도 열정적인 눈빛, 남자들의 깊은 호감을 느낄 만한 몸매와 독특한 분위기의 이미지를 뿜어내는 여자였다. 혜정은 종알거리듯이 찬규에게 물었다.

“제수씨가....... 연기를 해요?”
“응! 결혼 전에 연극을 했는데, 촉망 받는 신인이었어.”

소희의 이력을 말하면서 찬규는 조금 어색했다. 그녀에 대한 감정을 혜영에게 감추고 싶은 그의 심정이었다. 소희의 진면목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벽면을 응시하던 그녀는 밝게 웃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을 찬규를 향해 들었다.

“우리 한 잔만 하고 나가요.”
“..........!?”

“답답한데 조금 걸어도 괜찮죠?”
“..........”

찬규는 대답 없이 혜정이 마주치는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클럽을 나오면서 혜정은 찬규의 팔짱을 기며 바짝 달라붙었다. 담담한 표정을 하고 걷는 찬규를 향해 그녀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눈이 내렸던 밖의 날씨는 춥지 않아서 길을 걷는 인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찐빵을 팔고 있는 길거리 포장마차 앞을 지나치던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찐빵 먹을래요?”
“.........”

혜영은 찬규의 대답도 듣지 않고 포장마차 앞으로 다가섰다. 찐빵이 담긴 봉지를 든 그녀는 그의 팔을 끌고 옆에 있는 공원으로 들어갔다. 공원 안에는 눈송이를 뭉쳐 던지며 흥겨워하는 어린이들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름드리 은행나무 밑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그녀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을 그에게 내밀었다.

“찐빵을 보면 캠퍼스 시절에 미팅하던 기억이 떠올라요. 속리산에 갔다가 서울로 왔는데 경비가 바닥나서 간신히 찐빵으로 허기를 채웠잖아요. 찬규 씨는 생각 안나요?”
“음! 그래도 즐거운 추억이지.”

그들은 기억을 되살리며 뜨거운 찐빵을 호호 불어 먹기 시작했다. 찬규는 그 당시 민지 엄마를 알게 되었고 찬규를 좋아했던 혜영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찬규가 자신의 사랑을 알고 있으면서도 멀리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미모가 다른 여자들만 못 한 것도 아니었다.

혜영의 주위를 서성이는 남자들도 적지 않았고, 그녀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여러 번 맞선을 보기도 했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그녀는 그에 대한 감정이 무뎌질 만도 한데 아직도 그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구두 끝으로 흙을 긁적거리는 그녀는 그의 표정을 힐끔 살폈다. 그리고 푸념을 하듯이 말했다.

“집에서는 시집가라고 난리예요
“늦은 나이니까 부모님이 걱정하시겠지. 이제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 되잖아.”

“피 잇! 나한테 찬규 씨뿐이 없다는 걸 알면서.”
“난, 혜영 이에게 어울리지 않아.”

찬규의 말투는 감정이 없이 무뚝뚝하였다. 그러나 그는 혜영이 결코 싫어서가 아니었다. 갸름한 얼굴에 각선미가 넘치는 그녀의 미모는 어느 여자 못지않았다. 다만 민지 엄마를 만나서 혜영을 여자로 받아 드릴 수 없었고, 이제는 그의 머릿속에는 소희가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치를 살피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민지 엄마하면 안돼요?”
“혜영 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감정에만 얽매일 나이는 아니잖아.”

찬규의 말에 혜영이 빤히 쳐다봤다. 그는 자잘하게 눈썹이 흔들리는 그녀를 외면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호소하듯이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리며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그의 턱밑에 다가와 있었다. 캠퍼스 시절 동아리 모임의 흥겨운 분위기에, 또는 술에 취해 그녀와 여러 번의 키스를 경험했던 그는 얼떨결에 그녀의 입술을 받아 드렸다. 그녀의 오랜 세월동안 견뎌온 사랑의 목마른 갈구였다.

찬규는 가슴속을 파고드는 혜영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의 입술사이로 그녀의 혀가 밀고 들어왔다. 스킨십을 하는 남녀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기 마련이다. 혀와 혀가 엉키는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서로의 타액을 교환했다. 잠시 혜영의 뜨거운 체취에 도취되었던 찬규가 그녀의 어깨를 슬며시 밀어냈다. 그녀는 냉랭해지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종알거렸다.

“언제........ 나를 받아 드릴 거죠?”
“미안해........"

벤치에서 일어나는 찬규는 소희를 떠올리고 있었다.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 아니 그녀의 눈동자에는 별빛에 없는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뒤를 따라 혜영이 쫓아왔다. 소희를 생각하는 찬규의 심정을 모르는 혜영은 그가 언제 그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 줄는지 고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 눈이 내리기 시작한 공원을 빠져 나왔다.

어두운 속에 내리는 눈은 더욱 하얗게 들어나 보였다. 이따금 불어오는 찬바람에 휘날린 눈송이가 유리창에 부딪쳐 흘러내린다. 소희가 바라보고 있는 길 건너의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다시 겨울의 강추위가 몰려오려는 모양이다. 그러나 소희에게 겨울은 따뜻하고 포근하였다. 아주버니 찬규의 보호막 안에 살고 있는 그녀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기만 했다. 현실뿐만 아니라, 미래의 꿈도 밝혀주는 그를 향한 그녀의 사랑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소희는 정신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에도 흠뻑 빠져 들고 있었다. 물론 가정부나 보모,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 은밀한 관계였다. 은밀하기에 그들은 더욱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점점 아주버니 찬규의 여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서로의 깊은 애정을 느낀 그들은 둘만의 공간에서는 거리낌 없이 교감을 나누었다. 어떤 날은 소희의 침실에서 열정적인 정사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도 했다.

외출했던 찬규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아 소희는 궁금했다. 베란다 창문을 내려다보던 소희는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민지를 돌보는 보모가 돌아 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가 민지를 보살핀다는 것은 남의 이목을 흐리게 하는 방편이기도 했다. 물론 그녀가 민지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찬규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집착이었다.

창문을 내다보던 소희는 급히 몸을 돌렸다. 눈이 내리는 어둠 속에 찬규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선 그녀는 액정화면을 올려다보았다. 엘리베이터가 일층에 멈추어 선 것을 보고 그녀는 재빨리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서고 그녀는 열린 문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섰다. 찬규는 그녀의 출현에 다소 놀라는 표정을 했다. 그의 팔을 붙잡은 그녀가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디 다녀왔어요?”
“음.......! 한 감독 만났어.”

찬규는 오늘만큼은 혜영을 만났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민지 엄마가 되고 싶다는 혜영의 말이 그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왠지 소희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아서 상큼한 미소로 바라보는 그녀의 어깨를 보듬었다. 그들이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민지를 돌보고 있던 보모 연경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쁜 일이 있다면서 코트를 걸쳐 입고 나갔다.

소희는 유난히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연경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마켓을 다녀오다가 낯선 남자와 나란히 걸어가는 그녀를 떠올렸다. 평상시보다 야한 복장을 한 그녀의 허리에 손을 대고 걸어가는 남자는 사십대의 중년이었다. 소희가 알고 있는 연경의 남편이 아니었다.

연경의 남편은 택시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 집안에만 누워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것도 소희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인가! 민지가 멍하니 서 있는 그녀의 스커트 자락을 잡고 흔들었다.

“작은 엄마! 나 배고파. 스파게티 해줘.”
“아! 그래. 예쁜 우리 민지!”

소희는 매달리는 민지를 들어서 안았다. 민지의 뺨에 입맞춤을 하는 그녀의 시선은 찬규를 뒤쫓고 있었다. 작업실에서 신문을 펼치고 있는 찬규를 확인한 그녀는 민지를 소파위에 앉혀놓고 주방으로 향했다. 양파와 햄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잘게 썰기 시작하는 그녀는 연경이 외간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불구가 된 남편의 아내인 연경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이유를 소희 나름대로 추측했다. 얼핏 떠오르는 것은 욕정을 견딜 수 없는 유혹 때문인 것 같았다. 아니면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한 궁여지책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친척을 만나는 것인데 소희가 오해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부쩍 귀가를 서두르는 그녀의 야한 복장에 짙어진 화장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소희는 아리송했다. 불륜! 타인이 판단하기에는 불륜일지 몰라도 당사자들은 사랑일 것이다. 그녀는 아주버니와 그녀의 사랑을 불륜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절대로 부인하고 싶었다.

소희는 버터를 두른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위에 올려놓았다. 썰어놓은 양파와 햄을 프라이팬에 넣고 볶던 그녀는 등 뒤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작업실에 있던 찬규가 어느새 그녀의 등 뒤로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등 뒤에서 허리를 껴안는 그에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낯선 남자에게 발가벗겨지는 연경의 모습을 떠올렸던 소희는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그녀는 둘만의 시간이 되려면 민지가 얼른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찬규는 슬그머니 소희를 끌어안았다가 민지를 향해 갔다. 마음이 급한 소희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어느 정도 익은 양파와 햄 위에 토마토소스를 넣고 끓였다. 삶아낸 파스타에 소스를 붓고 치즈 가루를 뿌린 그녀는 민지를 안고 있는 찬규를 바라보며 돌아섰다.

“민지야! 스파게티 먹어야지! 아빠하고 같이 얼른 와.”
“가자. 민지야! 맛있는 스파게티 먹자.”

찬규는 안고 있던 민지의 뺨에 볼을 비볐다. 그를 바라보는 소희의 눈빛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스파게티를 담은 접시를 식탁위에 올려놓는 소희는 콧노래라도 흥얼거리고 심정이었다. 그들이 식탁에 둘러앉고 소희는 민지가 먹기 편하게 거들어 주었다. 한 젓가락 집어 먹은 찬규의 시선이 그녀에게서 민지에게 향했다.

“민지야! 작은 엄마가 해주는 게 맛있니?”
“응! 아빠. 젤 맛있어.”

천진난만한 민지는 스파게티를 포크로 찍어 먹으면서 종알거렸다. 민지의 볼에 붙은 스파게티를 떼어내는 소희는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그녀는 민지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마친 소희는 찬규의 눈치를 살폈다. 작업실로 들어가지 않고 맴도는 그도 민지가 잠들기를 기다린다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소희는 찬규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며 민지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이따금 그녀의 허리를 보듬던 찬규가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둔부를 당겼다. 그의 손이 닿는 곳마다 민감해지는 그녀는 민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하품을 하면서도 재잘거리는 민지는 잠이 들지 않았다. 소희는 민지를 재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지야! 방에 들어가서 잘까?”
“작은 엄마도 나하고 같이 잘 거야?”

“그럴까.......!?”
“아이 좋아라.”

민지가 방글거리며 소희의 가슴에 매달렸다. 그녀는 민지를 안고 민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민지와 같이 눕기에 비좁은 작은 침대였다. 그녀는 민지의 가슴을 토닥이며 잠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민지의 눈동자는 또랑또랑하기만 했다. 그녀의 가슴을 파고드는 민지가 종알거렸다.

“작은 엄마! 내일도 나하고 같이 잘 거지?”
“아니, 작은 엄마가 사는 집이 있잖아.”

“그럼 작은 엄마도 같이 살면 되잖아?”
“작은 엄마가 매일 올라오면 되. 내일 또 스파게티 해줄게. 우리 민지 더 예뻐지려면 일찍 자야지.”

“내일 또 꼭 해줘.”
“그럼.”

소희는 정말 민지가 자신의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지의 엄마가 되어줄 수 없냐는 아주버니의 말이 떠올랐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버니의 완전한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그녀는 무너트릴 수 없는 한계의 벽을 느꼈다. 삼십 여분이 지나고 나서야 민지는 쌔근거리며 잠이 들었다.

민지의 방에서 나오던 소희는 욕실에서 세면을 하고 나오는 찬규와 시선이 마주쳤다. 막상 민지를 재우고 나오니 그녀는 쑥스러웠다. 잠옷 차림으로 주방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망설이다가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세면을 하고 나오니 찬규는 소파에 앉아서 귤을 먹고 있었다. 그가 귤을 집어 들며 말했다.

“농익었어.”
“네........!?”

소희는 찬규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앞가슴이 들어난 것을 의식하고 얼른 블라우스 앞섶을 여미었다. 엷은 미소를 띤 그가 얼굴을 붉히는 그녀에게 귤을 내밀었다.

“시큼하지만 달착지근해.”
“전, 저는 시큼한 거 싫어요.”

소희는 공연히 찬규에게 눈을 흘겼다. 발과 손의 물기를 닦아낸 그녀는 그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가 귤을 입에 물고 그녀를 힐끔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대뜸 양손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었다. 그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쳐다보는 그녀의 입속으로 귤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이렇게 줘야, 시큼하지 않을 거야.”
“........!?”

소희는 대답대신 찬규의 어깨를 툭 치며 다시 눈을 흘겼다. 입속에 들어온 귤을 씹어 삼키는 그녀는 소년처럼 장난스러운 그의 모습에 더욱 다정스러움을 느꼈다.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그가 리모컨의 전원을 껐다. 그리고 손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는 그녀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가까이 다가오는 찬규의 입술을 바라본 소희는 사르르 눈을 감았다. 그의 가슴에 안기는 그녀의 입술에 뜨거운 입술이 포개졌다. 그리고 이미 서로에게 익숙해진 그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시는 그들은 육체적인 사랑을 갈구한다. 아니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의 포로가 되어간다. 마지막 정사를 치루는 연인처럼 높아지는 그들의 숨소리가 거실 안을 채워갔다.

소희의 혀와 입술을 탐닉하는 찬규의 손이 그녀의 블라우스를 헤치고 들어갔다. 아담하고 탄력 넘치는 그녀의 젖가슴이 그의 손안에서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의 다른 손이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가며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매끈한 살갗을 쓰다듬던 그의 손길이 그녀의 팬티 속을 더듬었다.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보드라운 음모가 돋아난 둔덕을 보듬고 쓸어 내렸다.

“아, 아주버니.........”

음모를 휩쓸고 내려간 찬규의 손끝에 음순이 거치적거리는 순간 소희는 파르르 떨며 매달렷다. 그녀는 그의 손끝이 머무는 곳마다 신경이 곤두서는 짜릿함을 느꼈다. 손끝에 돌기를 일으키며 돋아는 음순을 의식한 그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음부를 애무하는 그의 손가락 끝이 보지 구멍을 넘나들었다.

“아 으, 아주버니........”
“내 사랑.........아주버니라는 말 안했으면 좋겠어.”

진절머리를 치는 소희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맑은 샘물이 찬규의 손끝을 적셨다. 이미 그의 손길에 익숙해지건만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이 그의 손끝이 닿은 한 곳으로 몰리는 쾌감을 참을 수 없었다. 손끝이 드나들고 있는 허벅지를 조이는 그녀는 그의 등을 움켜쥐었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과 음부를 음미하듯이 서둘지 않고 애무하였다.

그가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자잘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짙은 속눈썹으로 덮여 있었다. 희열을 갈구하는 그녀의 표정은 활짝 피어나는 장미처럼 아름답고 관능적으로 보였다. 그의 등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하복부의 페니스가 뻐근하도록 발기하는 것을 느낀 그는 그녀를 번쩍 들어 안았다. 그리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위에 그녀를 눕혔다.

찬규는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옷을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도 아주버니 앞에 나신을 들어내 보이는 것이 부끄러웠다. 옆으로 돌아누운 그녀는 모포를 잡아당겨 발가벗겨진 몸을 감추었다. 그녀의 가슴은 바라보고 있는 침대등불처럼 붉게 타올랐다. 찬규가 옷을 벗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그녀는 소리 없이 마른 침을 삼켰다.

소희의 시야에 발가벗은 남자의 육체가 들어났다. 아래층의 체육관에서 틈틈이 합기도를 단련하고 있는 찬규의 몸은 보기 좋을 정도로 균형 잡힌 근육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허벅지 사이에는 우람한 남성이 발기되어 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그녀는 어떻게 거대한 남성을 몸속으로 받아들였었는지 두려워 외면을 했다. 찬규가 모포를 들추고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 남녀의 살갗이 잇닿으면 자연스럽게 본능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소희의 등 뒤에 누운 찬규가 그녀를 껴안았다.

“다음 주에 민지 데리고 여행을 다녀올까?”
“홍보영상 촬영 시작하잖아요.”

“아! 참. 그 생각을 못했네. 그럼 촬영 끝나고 시간을 내지?”
“네........”

대답을 하고 있지만 소희의 신경은 젖꼭지에 몰려 있었다. 그녀의 젖가슴을 끌어안았던 찬규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돌돌 굴리며 마찰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당겨 바로 눕혔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위에 입술을 포개며 젖가슴을 애무했다. 그들의 혀가 다시 엉키며 끈끈한 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농도 깊은 키스를 하는 찬규의 손은 소희의 몸을 샅샅이 어루만지고 다녔다. 남자의 체중 이 실린 가슴속에 갇힌 그녀의 발가벗겨진 몸이 꿈틀 거렸다. 그녀를 삼킬 듯이 혀를 빨아 당기던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와 어깨 그리고 허리 밑으로 내려가며 타액으로 적셨다. 그의 혀끝이 닿는 곳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던 그녀는 허벅지 사이를 더듬는 손길에 파르르 떨었다. 그의 손끝에서 음순이 돌기를 일으키며 그녀는 경련을 일으켰다.

“아 으! 아, 아주버니........”
“사랑스러워 미치겠어.”

뜨거운 숨을 토해내는 찬규는 소희의 허벅지를 벌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는 이슬을 머금은 장미 꽃송이처럼 진홍빛의 보지 살갗이 샘물에 젖어 있었다. 살아 움직이듯이 꼼틀거리는 보지 구멍을 바라보는 찬규의 관자놀이 핏줄이 굵게 돋아났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보지 구멍으로 혀끝을 밀어 넣었다. 그 순간 그녀가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리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아! 난 몰라. 어떻게 거길........”

소희는 남편과 부부관계를 하면서도 오럴섹스의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뭍은 찬규의 혀끝이 보지의 속살을 핥고 있는 것이었다. 참을 수없는 쾌감에 그녀는 진저리를 치면서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은밀한 치부를 그에게 보인다는 것만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둔부를 들어 올리며 안간힘을 썼다.

“하 윽! 아, 안 돼........ 아 으! 자기야! 아주버니 모........못 견디겠어.......”
“소희, 소희를 행복하게........”

소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횡설수설하였다. 발가벗겨진 그녀의 나신은 은어처럼 팔딱거렸다. 흥분한 찬규도 역시 더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보지 구멍 속으로 그의 혀가 드나들기를 반복하고 그녀는 꺼질듯이 숨을 들이키며 바들바들 떨었다. 쾌감을 견디기 힘들어 허우적거리던 그녀는 침대 쿠션을 끌어안고 엎드렸다. 그녀의 등을 껴안은 그가 거친 숨을 뱉어냈다.

“소희, 모든 것을 갖고 싶어.”
“너무 벅찬 햅복이에요. 나를 죽이려고 그래요?”

“너무 감격적인 사랑을 하던 남자가 죽기도 한다지만........”
“거짓말.......!? 그게 무슨 말에요.”

“복상사라는 말 못 들어봤어?”
“아.......!? 하 윽!”

복상사의 뜻을 상기시키던 소희는 베개를 끌어안으며 허우적거렸다. 그녀는 몸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남성을 느끼고 벌어진 입술을 다물지 못 했다. 등위에서 젖가슴을 주무르던 찬규가 그녀의 둔부사이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던 것이다. 페니스가 보드랍고 뜨거운 보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찬규는 정말 죽을 것 같은 쾌감에 젖었다.

찬규는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더욱 깊숙이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몸속으로 들어온 남성이 뼈끝까지 잇닿는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둔부가 들어 올려진 그녀는 베개에 머리를 묻고 버둥거렸다.

“아 으, 하 으. 어, 어떡해. 난 몰라. 하 앙.......”
“미, 미치겠어........”

찬규는 탐스러운 둔부를 들썩거리는 소희의 신음소리가 무척 선정적으로 느꼈다. 보지 속의 숨겨진 살갗들이 페니스를 옥죄이며 뼈마디를 녹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천천히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었다가 빼내면서 거친 호흡을 뱉어냈다. 그리고 점점 빠른 속도로 페니스를 진퇴 시켰다. 페니스를 빼낼 때마다 그녀의 보지 속에서는 묽은 진액이 흘러 넘쳤다. 둔부를 비트는 그녀의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신음이 흘러 나왔다.

“헛, 윽, 음, 핫, 윽, 음..........”
“허 억. 하 윽, 헛........”

그들의 신음소리는 조화를 이루며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소희는 정말로 기절 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온 몸의 피가 엎드리고 있는 머리로 몰리는 것 같았다. 구름위로 치솟았다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엑스터시에 젖은 그녀의 입에서는 흐느끼듯이 신음이 흘러나왔다. 보지 속으로 페니스가 밀려들어올 때마다 그녀의 몸은 조금씩 앞으로 밀려나갔다.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가 깊고 빠르게 왕복하다가 때로는 좌우로 회전을 거듭했다. 삐걱거리는 침대, 흐느끼듯이 숨 가쁜 신음소리가 이어졌다.

“하 앗! 아, 안 돼. 나, 하 앙! 나, 못 견디겠어. 아 윽!”

현기증을 느낀 소희는 베개를 끌어안고 침대에 머리를 묻었다. 처참할 정도로 격렬한 오르가즘에 그녀는 바들바들 떨었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녀는 새삼스럽게 사랑의 의미를 뜨겁게 되새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끈적이는 땀방울, 뜨겁게 달아오른 그들은 하나가 되어 파도처럼 흔들렸다. 뜨거운 갈증에 그들은 허겁지겁 서로의 입술을 찾아 타액을 들이마셨다.

몽롱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관능적인 교태. 오르가즘의 절정에서 몸부림치는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녀의 몸 속 깊은 곳에서 흘러넘친 희열의 샘물이 페니스를 휘감았다. 그녀를 부둥켜안고 있던 찬규는 참을 수 없는 엑스터시에 도달했다. 보지 속의 뜨거운 피부가 페니스를 감싸며 옥죄이는 감각에 그는 치를 떨었다.

“헉! 사, 사랑 해.........”
“아주버니.........”

헐떡이던 찬규는 그녀를 바로 눕히고 다시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미끄덩하고 빨려 들어간 페니스가 진액으로 흥건한 보지 속을 가득 채웠다. 그는 다시 진액으로 흥건한 보지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둔부를 들어 올린 그는 급히 숨을 들이키며 경직되었다.

“허 억!”
“사, 사랑해요. 아주버니.”

소희는 자궁 속까지 뿜어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찬규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들은 잠시 정지된 상태로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그가 그녀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다시 열탕으로 변한 보지 속에 갇힌 페니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른한 눈빛으로 그의 가슴에 안겨 있던 그녀의 다리가 그의 허벅지를 감았다. 그리고 그의 엉덩이가 앞으로 나갈 때마다 그녀는 콧소리를 흘렸다.

“하아, 하으, 하아, 아으,........”
“소희가.......좋아.......”

끈적이는 땀과 진액으로 하나가 된 그들은 서로의 눈빛으로 또 다시 성감의 극치를 음미한다. 점점 찬규의 완전한 여자가 되어 가고 있는 소희에게 미래는 현실이었다. 그와 하나가 되는 이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는 그녀의 욕망이 저주스러운 남편과 시댁에게 복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희망은 남편과 동등한, 아니 아버지의 죽음으로 잃어버린 사회적 지위를 되찾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소외될수록 소희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소희에 대하여 관심조차 없어진 남편 상욱은 오직 그룹 내에서 후계자 자리를 굳히는데 전념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사업기반을 넓히는데 혈안이 된 그에게 어쩌면 아내라는 존재가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상욱이 사업기반을 확고하게 하고 아버지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설립한 GS기획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런데 야심찬 프로젝트로 시작한 영화 제작이 순탄치만 하지는 않았다. 대대적인 오디션을 치르고도 만족한 배우들을 선정하지 못했고 작가 시나리오도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여 받기로 미리 예약한 영화제작소도 다른 회사와 일정이 겹쳐 문제가 되고 있었다.

GS가 예약한 영화 제작소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세트장과 스튜디오 시설을 갖춘 스타 필름의 소유였다. 공교롭게도 GS와 일정이 겹친 회사는 한 용우 감독의 한 프로덕션이었다. 스타 필름에서는 몇 번인가 제작일정을 양보할 수 없느냐는 권유를 받았으나 상욱은 우선권을 주장하며 단호하게 거부했었다. 대화를 통해 일정을 조정하자는 연락을 받고 그는 마지못해 스타 필름의 송 영덕 부장을 만나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한 용우도 참석해 있었다. 소파 중앙에 앉은 송 부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알기에는 GS의 제작 일정이 늦어 질 것 같은데 박 대표가 조금 양보하시지요?”
“아니 우리는 일정에 맞추어 진행할 것입니다.”

상욱은 굳은 표정으로 완곡하게 거부했다. 더욱이나 경합되는 상대가 한 용우라는 것에 그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 한 감독의 시선조차도 외면했다. 답답한 한 용우는 탁자위의 컵에 든 보리차를 들어서 들이켰다. 그리고 사정하듯이 상욱에게 말했다.

“박 대표가 크랭크인 할 경우에는 우리가 일정을 조종할 테니 서로 조율 하지?”
“아니 그런 일로 피곤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욱은 냉정하게 거절하고 탁자를 손으로 툭툭 쳤다.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그의 행동에 송 부장과 한 감독은 시선을 마주할 뿐이다. 상욱은 이런 일로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그는 내심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제작소를 건립하고 싶은 야욕에 불타올랐다. 침묵이 흐르고 상욱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약속이 있어서........”

더 이상 대화가 필요치 않은 상욱은 뚜벅거리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는 송 부장과 한 감독은 쓴 웃음을 지었다. 한 감독도 자체 영화제작소를 갖고 싶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대영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GS에 비해 재정이 빈약한 그에게는 벅찬 희망이었다. 한 감독은 당장 홍보 영상을 촬영할 제작소도 마땅치 않아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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