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을 쳤다. 바짝 다가선 상욱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걸어갔다. 그를 따라가야 하는지 결단을 하지 못하는 그녀는 어정쩡하게 이끌려갔다. “어떡하지.....!?‘ 그녀는 그에게 이끌려 건물을 나오면서도 망설였다. 그가 그녀를 데리고 간곳은 근처의 커피숍이었다. 그녀와 마주 앉은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때문에 나를 원망하지 마.”
“언니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잖아요.”
“아냐! 처제가 모르는 것이 있어.”
“뭐를 제가 모른다고요?”
톡톡 쏘아 붙이는 소영은 상욱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상욱은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막상 그와 마주하니 왠지 쓸쓸해 보이는 그의 변명이라도 듣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아내였던 소희가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그의 형뿐만 아니라, 한 감독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은 소희를 원망하고 있었다. 불쑥 그는 소영을 이용해 소희에게 고통을 주고 싶은 욕구로 불타올랐다. 탁자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은 그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언니에게 당한 피해자야! 언니는 예전부터 우리 형과 놀아났고, 요즘은 영화감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을 처제는 모르고 있었지. 나는 그래도 언니가 요구하는 대로 위자료를 주었는데 언니는 내가 제작하려던 영화도 포기하라고 했어. 나는 옛정을 잊지 못해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려는 거야. 난 요즘도 언니를 생각하며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어. 하지만 어쩌겠어. 언니를 원망하고 싶지 않아. 행복하기를 빌어야지.”
“.........!?
소영은 상욱의 말을 믿어야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녀가 판단하고 있던 상황과 너무 다르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상욱의 표정과 말에 그녀는 동요되고 있었다. 그녀는 도리어 형부였던 상욱이 애틋하고 측은하게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힐끔 상욱을 올려다보며 애잔한 눈빛을 했다. 상욱은 자신의 말에 끌려오는 소영의 표정에 쾌재를 불렀다.
“식사는 했어?”
“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니? 언니는 자주 만나?”
“아뇨! 언니 만난 지 오래 됐어요. 찾아오지도 않아요.”
소영은 오빠와 자신을 버린 언니가 더욱 원망스럽다고 느꼈다. 거액의 위자료를 받았을 텐데 도와주지도 않고 여러 남자와 육체관계를 하며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살고 있는 언니가 더럽고 추해 보였다. 그리고 형에게 언니를 빼앗기고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상욱이 남자다우면서도 마음이 무척 다정다감하고 여리게 느껴졌다.
“여기는 왜 왔어?”
“오디션 보려고요.”
“연기자가 되고 싶어?”
“네. 학교 졸업하면 어떻게 하던지 성공하고 싶어요.”
“그래! 어떻게 보면 처제가 언니보다 매력적이구나.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정말이세요?”
눈빛을 반짝거리는 소영의 목소리는 구슬을 굴리듯이 낭랑하고 사근사근해지고 있었다. 오빠와 단둘이 힘든 생활을 해오던 그녀에게 상욱의 말은 구세주 같았다. 탁자위에 손을 올려놓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깃들고 보조개까지 들어나 보였다. 찬규는 낚싯줄에 걸린 은어를 낚아채고 있었다.
“연기자가 되려면 생각보다 힘들 텐데. 그래도 하고 싶어?”
“네. 어떤 고생도 각오했어요. 지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난 언니보다 처제가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묘한 매력이 있어.”
“그런 말은 자주 들었어요. 정말 저를 도와주실래요?”
밝은 표정을 지은 소영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상욱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나 그녀는 언니가 결혼할 당시 미남인 형부를 맞이했다고 좋아했었다. 형부처럼 멋진 남자를 이상형으로 생각했던 그녀였다. 찬규는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탁자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보듬었다.
“그럼, 처제가 내말만 잘 들으면 훌륭한 배우로 키워주지.”
“형부가 보기에 제가 사랑받는 연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영은 손을 보듬는 상규의 손길에서 전해오는 온기에 짜릿함을 느꼈다. 그녀는 오빠와 부부처럼 두려움 없이 육체관계를 하고 있어서 나이는 어려도 여자로서 알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요즘에는 그녀가 오빠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빠의 가슴에 안겨 성적인 희열을 알게 되었던 그녀는 상욱의 눈빛과 전달해오는 온기에 얼굴을 붉혔다.
상욱은 소희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소영의 모습에 마음이 들떴다. 큰 눈망울과 도톰한 입술, 짧게 커트한 머리에 동그란 얼굴. 아담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적인 매력이 상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껴안으면 터질 것 같은 앙증스러운 소영의 몸매는 어느 남자의 마음도 휘어잡을 것 같았다.
“지금 어디서 살고 있어?”
“신촌의 반 지하방에서 오빠하고요.”
“내가 직원들에게 합격시키라고 말해 놓을게. 오디션은 보지 않아도 돼. 그리고 우선 집부터 구해 줄게.”
“형부! 정말에요!?”
“하하~! 그만큼 내가 처제를 사랑하는 거야. 앞으로 처제 장래는 내가 책임질게. 그리고 다른 사람 시선도 있으니 오빠라고 불러.”
“그래도 돼요?”
“그게 나도 언니를 의식하지 않고 편해. 처제는 그냥 내가 사랑하는 여동생일 뿐이야.”
“고마워요. 오, 오빠........”
소영은 상욱에 대한 호칭을 바꿔 불러놓고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그가 손바닥으로 토닥거렸다. 그녀는 그가 언니의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장래를 밝혀주는 남자였다. 상욱은 그녀의 완전한 신뢰가 필요했다. 너무 다급하게 다가서면 그녀를 놓칠 것 같은 그는 명함을 내놓았다.
“내일 연락해. 직원들에게 집도 봐 놓을 테니. 같이 가보고 식사도 하지.”
“정말 고마워요. 오빠!”
“나, 오늘은 바쁘니까, 갈게.”
상욱은 소영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척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금은 그녀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감동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아쉬운 눈빛으로 그를 따라 일어섰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다정하게 위로를 했다.
“용기를 내.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지니까. 내가 모든 것을 도와줄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이것도 인연인걸. 어쩌면 우리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인연인지도 몰라.”
“비포 선라이즈........!?”
소영은 상욱의 말을 받아서 읊조렸다. 그녀는 ‘비포 선라이즈’가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모르고 있었다. 커피숍을 나온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쁜 걸음으로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더 확실한 그의 마음을 알고 싶어 왠지 아쉬웠다. 그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을 검색했다.
소영은 상욱이 말한 영화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나온 “비포 선라이즈‘는 실연으로 상처받은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상욱이 자신에게 사랑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대그룹의 아들이고 인물도 훤칠한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녁식사 후에 공부를 하던 종구가 소영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습관처럼 그녀를 껴안으며 젖가슴을 더듬었다. 상욱을 떠올리며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던 그녀는 오빠의 손길에 이질감을 느꼈다. 그녀는 몸은 짜릿한 쾌감에 젖어 들지만 마음은 거부감을 느꼈다. 그녀는 오빠의 손길을 뿌리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 마. 돌아 다녔더니 힘들어.”
“너 요즘 변한 것 같다. 나만 사랑한다더니 나를 피하는 것 같아. 남자라도 생겼어?”
“어떡하든지 이곳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살고 싶어. 나, GS 오디션에 합격했고, 우리 이사 갈 거야.”
“이사를 간다고!? 어떻게, 무슨 돈으로?”
“집을 구해준다는 사람이 있어.”
“후원자라도 만난 모양이네.”
“그런지도 몰라. 우린 열심히 살면 돼.”
꿈에 부풀은 소영은 마치 미래가 훤하게 열린 사람처럼 말했다. 언니 소희에게서 버려졌다는 외로움,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처절함에 갇혀있는 그녀에게 구세주처럼 상욱이 나타난 것이었다. 더욱이나 그녀는 원망스러운 언니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는 그가 남자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그녀는 오빠 종구와의 육체관계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소영은 순결을 잃어버리는 두려움도 모르고 오빠의 가슴에 안겨 외로움을 달랬었다. 그러나 그녀가 성적인 희열을 알게 되고 종구는 습관적인 관계 때문인지 몰라도 전희 행위도 없이 혼자만의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녀는 오빠가 뿜어낸 욕구의 배설물을 몸속에 받아 드리며 번민을 하기 시작했다. 임신이 두려워서이기도 하지만 한창 달아오르는 엑스터시를 감당할 수 없었고 뒤늦게 혈연간의 윤리 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종구는 동생 소영의 마음이 왠지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여동생과 잦은 육체관계를 가지며 뒤늦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여동생이 임신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지, 그렇다고 평생 같이 살 것도 아닌 여동생이 결혼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지, 그는 이따금 두려웠다. 그리고 그는 같은 캠퍼스 동료인 여자를 사귀고 있었다. 소영처럼 사랑스러운 미모는 아니지만 성숙한 여자였다. 그녀의 방을 나오는 그는 이제 소영만 괜찮다면 풀어 줄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들뜬 마음으로 잠을 설친 소영은 언제 상욱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지 망설였다. 정말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인지, 그의 말처럼 도와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언니에게 배반당한 그의 외로우면서도 다정한 눈빛, 정말 그가 자신에게 사랑을 느낀 것인지, 휴대폰을 들고 집안을 배회하던 그녀는 정오가 가까워서 상욱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신호가 끊어지도록 받지 않아서 소영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두 번 세 번 통화를 시도하던 소영은 낙심을 하고 침대위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잠을 설쳐서인지 깜박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상욱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황홀감을 느꼈다. 잠이 들어 쓰러졌던 그녀는 전화벨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그녀가 통화를 하려던 상욱의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했다.
“소영!?”
“네. 저에요.”
“내가 바빠서 전화를 못 받았어.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바쁜 오빠한테 전화해서 미안해요.”
통화를 하고 있는 상욱은 피식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는 소영이 바짝 다가오도록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이제부터 그녀에게 경제적인 지원과 그녀를 GS에 귀속시키면서 여가를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이 당했던 만큼 소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안하긴! 전화 잘했어. 회사 옆의 커피숍으로 나와. 구해놓은 집도 구경하고 식사도 하게.”
“벌써 집을 구했다고요?”
“난 거짓말 못해. 하여튼 나와서 얘기해.”
“호 홋! 넹........”
소영은 코 먹은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고 통화를 끝냈다. 그녀는 몇 벌 안 되는 옷을 펼쳐 놓고 고민했다. 성숙한 여자로 보여야하는지. 아니면 발랄한 모습이 좋을지. 그가 원하는 여자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니 그가 원하는 여배우는 어떤 차림인가. 고심하던 그녀는 짧은 미니스커트에 민소매의 티셔츠 위에 빨간 점퍼를 걸쳤다.
소영이 먼저 커피숍에 가서 기다렸다. 조금은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상욱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는 그에게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주위를 살피더니 그녀의 옆에 와서 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소영이 무척 귀여운데.”
“정말요!? 고맙습니다.”
“아!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마. 더 나이 차이 들어 보이잖아.”
“그래도 아직은........”
“동생처럼 편하게 하는 게 좋지 않아?”
“네. 오빠 말씀대로 할게요.”
그들은 간단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커피숍을 나왔다. 상욱은 소영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가서 승용차에 태웠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승용차에 타 본 이후 고급스러운 승용차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왠지 재벌집의 딸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그는 먼저 그녀를 위해 계약해 놓은 마포에 있는 빌라로 갔다.
소영은 모든 가구가 붙박이로 되어있는 값비싼 빌라를 둘러보고 흥분하였다. 상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집안을 둘러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데리고 일식 전문점으로 데리고 가서 식사를 했다. 그녀로서는 오래간만에 먹는 음식들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는 승용차로 강변을 달리며 그녀에게 드라이브를 시켜주었다.
소영은 오래간만의 호강에 흡족하였다. 그러나 상욱은 침묵을 지키며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따금 그를 바라보는 그녀는 연인들이 나오는 영화를 연상했다. 슬픔이 깃들어 보이는 그의 눈빛, 무엇인가 사람의 가슴을 애타게 하는 그의 표정에 그녀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녀는 혹시 그가 키스를 하려고 하면 어찌할지 공연한 생각을 했다. 드라이브를 끝내고 그는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며 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얼마 안 되지만 생활비로 써. 그리고 모자라면 언제라도 말해.”
“아! 오빠! 이건 안줘도 되는데.”
“내 마음의 표시니까 받아 둬. 그리고 아무 때나 이사를 하고 전화 해. 다음 주 안에 회사에서 오디션 합격 통보가 갈거니 준비하고.”
“오빠......! 정말 너무 고마워요.”
소영은 지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고 황홀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엉겁결에 상욱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가 도망치듯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상욱이 환한 미소를 띠우며 손을 흔들었다.
“귀여운 요정! 안녕.”
“오빠.........!”
멀어져 가는 승용차를 바라보는 소영의 눈동자에는 이슬이 맺혔다. 너무나 별안간 닥쳐온 감동에 그녀는 꿈이 아니기를 바랄뿐이었다. 그녀는 이틀간이나 이사 준비를 했다. 간단한 살림이라고 하지만 꺼내놓고 보니 트럭 한 대분은 되었다. 대충 짐을 정리한 그녀는 이삿짐센터로 전화를 했다.
종구는 동생 소영의 말을 듣고 믿어지지 않았지만 이사를 하는 당일에서야 거짓이 아님을 알고 기뻐했다. 이사를 끝내고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기분에 들떠서 상욱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상욱이 직접 와서 그녀를 승용차에 태우고 양식집으로 갔다. 그녀는 킹크랩 등 전문 요리를 먹으며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자주 만나서 식사를 하고 드라이브를 했다. 그렇지만 상욱은 그녀에게 어떤 감정도 들어내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사랑스럽다는 말과 헤어질 때는 귀여운 요정이라고 그녀를 애칭 했다. 그녀는 일주일가량 지나서 GS로부터 오디션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하루 이틀, 만남이 잦아져도 그는 결코 그녀를 여자로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오히려 궁금할 정도였다.
한 달이 지난 후 상욱은 소영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교사를 붙여 줬다. 처음으로 그녀가 연기 레슨을 받던 날은 그가 그녀를 데리고 인천 부둣가로 드라이브를 시켜주었다. 황혼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그가 처음으로 그녀의 등을 껴안았다.
“소영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네. 오빠도요. 오빠가 있어서 저는 행복해요. 정말 고마워요.”
소영은 젖가슴에 얹힌 남자의 손에서 체온을 느끼며 아늑함에 젖었다. 그녀는 언니의 남자를 빼앗는 것이 아니고 언니가 버린 남자에게 위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승용차에 올라탄 그가 그녀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그의 눈빛이 무언가 뜨거운 감정을 들어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키스였지만 만남이 계속되면서 상욱은 소영에게 농도 깊은 키스를 했다. 혀와 혀가 엉키고 종구와 육체관계로 익숙해진 그녀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껴안아주는 것 외에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를 당황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평상시나 마찬가지로 소영은 상욱을 만나 한식집의 외진 방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그런데 말없이 술을 몇 잔 마신 상욱이 침울한 표정을 했다. 그녀는 왠지 그가 쓸쓸하고 애틋하게 보였다. 고독해 보이는 눈빛, 어깨를 늘어트린 그의 모습이 그녀는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이따금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강렬했다. 그가 언니에게 배반당했다는 생각에서인지 그녀는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오빠!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요?”
“아니, 소영이 너무 좋아서.”
“그런데 표정은 안 그래요.”
“소영아! 지금부터 하는 내말 잘 들어 봐야 돼.”
“무슨 말인데요?”
소영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하는 상욱을 빤히 바라봤다. 상욱은 사실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분노만큼 소희에게 고통을 안겨주려고 소영에게 접근했던 그는 정말로 소영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여자를 욕망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그의 본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난 소영이가 사랑스러워. 아니 사랑하고 싶고, 연기력 있는 여배우로 만들고 싶어.”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심각하게 말해요?”
“음.......그건. 소영일 사랑하기에 여자로 만들어 줘야 하니까. 남자를 상대하는 감정이 풍부해야 돼. 그래야 진정한 연기자로 태어 날수 있어. 남자를 모르는 여배우는 연기에 한계가 있어.”
“...........!?”
“무슨 말인지 알아? 난 소영일 사랑하니까, 사랑을 가르쳐 주고 싶어. 관중들은 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여배우를 좋아해. 사랑의 기교가 없는 배우는 나무토막 같은 거지.”
“...........”
소영은 상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오빠 종구와 부부 같은 성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와의 육체관계 경험이 있다거나 희열의 기쁨을 안다고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에 상욱은 긍정적으로 받아 드린다고 생각하여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일은 내가 사랑하는 감정과 기교를 가르쳐 주려는데. 괜찮지?”
“.........”
소영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상욱이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오빠 종구와의 육체관계도 멀리하고 있던 그녀는 짜릿함을 느꼈으나 표현도 못하고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었다, 그가 그녀를 당겨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끌어안았다.
마지못해 상욱의 허벅지를 타고 앉은 소영은 마주하고 있는 그의 눈빛이 이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키스를 하며 그녀의 티셔츠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의 손은 여자처럼 희고 보드라웠다.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 그녀는 짜릿한 흥분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허벅지 사이에 잇닿은 남성이 뜨겁게 발기를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몸을 요구하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집까지 태워다 준 그는 똑같은 인사말로 그녀의 마음을 달콤하게 만들었다.
“귀여운 요정! 안녕!”
소영과 헤어진 상욱은 운전을 하면서 몹시 흥분되었다. 소희를 고통스럽게 하려고 시도한 일이지만 그는 진정으로 소영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들떠 있었다. 성적인 욕망은 정신적인 감정이 가열되어 더욱 뜨거운 욕구로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그는 장 애리가 기다리고 있는 빌라로 갔다.
요즘 연기활동도 밤무대 가수 활동도 없는 애리는 여전히 하녀처럼 상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면서도 상욱이 도와주지 않는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신경을 안 써준다고 투정하며 뽀로통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정색을 하며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예인은 침체기가 있기 마련이야.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키우라고. 애리를 GS의 팀장으로 발령을 낼게.”
“정말요! 무슨 팀장인데요?”
“오디션에 합격한 배우들을 가르쳐 주는 거야.”
“내가요........!? 뭘 어떻게요?”
“넌 그동안 나와 성관계를 하면서 모든 것을 알게 됐잖아.”
“네........!?”
애리는 상욱이 말하는 의미를 어슴푸레 알 것 같으면서도 의아스러웠다. 남녀의 성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기에 그녀는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소영을 발가벗길 의도였다. 그는 자신의 의도대로 그녀가 고분고분 말을 들어 줄 것인지 조심스러웠다. 아니 그는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행위를 꼭 실현시키고 싶었다.
“애리도 처음에 나무토막 같았어. 이제는 남녀 사이의 감정을 알게 됐잖아.”
“.........!?”
“애리는 나를 믿지?”
“네. 당신 없으면 안 돼요.”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지?”
“..........네!”
“내일 오디션에 합격한 애를 데려 올 거야. 그럼 내가 지시하는 대로 해야 돼.”
“어떤.........!?”
“그러니까, 내가 그 아이를 데려오면 애리는.........”
상욱은 단호하면서도 하나하나 끊어서 애리가 해야 할 일을 지시했다. 그의 말을 듣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그녀가 수긍하는 표정이 아니면 그는 재차 위압적인 말투로 대답을 강요하기도 했다.
다음날 저녁에 상욱은 어김없이 소영의 집까지 와서 그녀를 승용차에 태웠다. 그녀는 그가 오늘 어떤 요구를 할지 알고 있기에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그녀의 가슴은 오직 사랑한다는 그의 말과 사랑하니까 연기 지도를 한다는 그의 말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등한시한 언니에 대한 분노와 언니에게 배반당한 그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연기자가 되려는 꿈 때문이기도 했다.
상욱은 소영을 승용차에 태워 시내로 나와 같이 식사를 했다. 그리고 의상점에 들려 그녀를 위한 값비싼 명품을 사주고 옷가게에 들려 잠자리 날개처럼 야한 나이트가운도 구입해 주었다. 조금은 두려웠던 그녀는 마치 공주가 된 것처럼 기분이 들떠 좋아 할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애리가 있는 빌라로 갔다.
상욱이 사준 옷들이 담긴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들어간 소영은 집안의 고급스러운 가구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렇게 떴다. 그리고 그녀는 몸매가 들어나는 나이트가운을 걸친 애리를 보고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상욱에게 지시를 받았던 애리는 막상 소영을 대면하니 같은 여자로서도 그녀의 미모에 질투를 느꼈다. 상욱은 사뭇 사무적인 표정으로 소영과 애리를 서로 인사를 시켰다,
“이쪽은 내가 키우고 있던 장 애리! 연기자 생활도 하지만 가수도 하는 연예인이지. 그리고 이쪽은 이번 오디션에 합격한 민 소영! 아직 어리지만 상당한 재능을 갖고 있어. 서로 인사해!”
“나, 장 애리야! 대표님께 말은 들었다.”
“민 소영이라고 해요. 예쁘게 봐 주세요. 그런데....... 언니를 드라마에서 본 것 같아요.”
“그러니! 다행이다. 넌 대표님 눈에 들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해라.”
“네. 잘 가르쳐 주세요.”
소영의 말에 애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돌아섰다. 남녀의 성관계를 알게 하려는데, 아니 상욱의 성적인 노리개가 된다는 것도 모르는 그녀의 철없는 말에 애리는 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진열장에 있는 위스키와 미리 준비한 안주들을 안방 침실로 들고 들어가 소파 탁자위에 울려 놓았다.
침실에 있는 상욱은 어느새 나이트가운으로 갈아입고 있었고 소영은 거실에서 두리번거리며 가구들을 살피고 있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상욱이 애리의 등을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애리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꼭 해야 돼요? 나이도 어리던데.........”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를 나중에 말해 줄게.”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아서요.”
“질투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도, 문제라도 생기면.........”
“염려 마. 저 아이도 애리처럼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애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고........ 실수 없이 해야 돼?”
“.........알았어요.”
애리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 친 상욱이 침실에 있는 오디오 스위치를 눌렀다. 여가수가 부르는 애잔한 목소리의 샹송 멜로디가 잔잔하게 흘러 나왔다. 침실 안을 둘러보던 상욱이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소파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소영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사랑스런 눈빛을 보냈다. 그가 욕실로 들어가고 그를 뒤따라 나온 애리가 소영 옆에 다가앉았다.
“소영아! 한 식구가 돼서 여기 온 걸 환영한다. 그리고 오디션에 합격한 것도 축하하고.”
“고맙습니다. 모르는 게 많아요.”
“대표님하고 내 말만 잘 들으면 성공할 수 있어. 그 옷부터 갈아입어라.”
“네. 무슨 옷을요!?”
“아까 보니 쇼핑백에 가운 있더구나. 나처럼 편하게 갈아입어.”
“여기 서요?”
“어떠니? 같은 여자끼리. 부담 같지 말고 자유스럽게 생각해야, 모든 걸 알 수 있어.”
“.........!?”
왠지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가는 것 같은 소영은 어리둥절하였다. 그녀는 엉겁결에 애리의 도움을 받아 옷을 벗고 가운을 걸쳤다.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가운 속으로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소영의 앙증맞은 몸매가 들어나 보였다. 그녀는 비록 오빠와 성경험으로 알몸을 들어내는 것에 익숙했지만 낯선 장소이기에 쑥스러워 양손으로 앞가슴을 가렸다.
욕실 문이 열리고 샤워를 마친 상욱이 가운 차림으로 나왔다. 여자같이 곱고 매끈한 얼굴의 그가 소영에게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 습기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그의 남성미에 소영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상욱이 타월로 머리의 습기를 털어내며 침실로 들어가고, 애리가 소영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소영아! 우리도 샤워하자.”
“저, 저는 집에서 했어요.”
“땀을 흘렸을 테니 가볍게 같이 씻자.”
“하, 하지만........”
“풋~! 여자끼리인데 어때.”
애리의 이끌림에 소영은 마지못해 욕실로 들어갔다. 서슴없이 발가벗은 애리가 샤워기 밑에 서서 바디샴푸로 몸을 문질렀다. 그녀 옆의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밑에 선 소영은 여자끼리라고 해도 부끄러워 등을 돌렸다. 그녀가 힐끔거리며 바라본 애리의 몸매는 무척 농익어 보였다. 거품을 품고 있는 볼륨감 넘치는 허리와 둔부, 그리고 젖가슴은 성적인 매력이 넘쳤다. 샤워를 하고 나온 애리가 소영을 침실로 이끌었다. ---------
“언니 때문에 나를 원망하지 마.”
“언니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잖아요.”
“아냐! 처제가 모르는 것이 있어.”
“뭐를 제가 모른다고요?”
톡톡 쏘아 붙이는 소영은 상욱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상욱은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막상 그와 마주하니 왠지 쓸쓸해 보이는 그의 변명이라도 듣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아내였던 소희가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그의 형뿐만 아니라, 한 감독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은 소희를 원망하고 있었다. 불쑥 그는 소영을 이용해 소희에게 고통을 주고 싶은 욕구로 불타올랐다. 탁자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은 그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언니에게 당한 피해자야! 언니는 예전부터 우리 형과 놀아났고, 요즘은 영화감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을 처제는 모르고 있었지. 나는 그래도 언니가 요구하는 대로 위자료를 주었는데 언니는 내가 제작하려던 영화도 포기하라고 했어. 나는 옛정을 잊지 못해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려는 거야. 난 요즘도 언니를 생각하며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어. 하지만 어쩌겠어. 언니를 원망하고 싶지 않아. 행복하기를 빌어야지.”
“.........!?
소영은 상욱의 말을 믿어야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녀가 판단하고 있던 상황과 너무 다르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상욱의 표정과 말에 그녀는 동요되고 있었다. 그녀는 도리어 형부였던 상욱이 애틋하고 측은하게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힐끔 상욱을 올려다보며 애잔한 눈빛을 했다. 상욱은 자신의 말에 끌려오는 소영의 표정에 쾌재를 불렀다.
“식사는 했어?”
“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니? 언니는 자주 만나?”
“아뇨! 언니 만난 지 오래 됐어요. 찾아오지도 않아요.”
소영은 오빠와 자신을 버린 언니가 더욱 원망스럽다고 느꼈다. 거액의 위자료를 받았을 텐데 도와주지도 않고 여러 남자와 육체관계를 하며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살고 있는 언니가 더럽고 추해 보였다. 그리고 형에게 언니를 빼앗기고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상욱이 남자다우면서도 마음이 무척 다정다감하고 여리게 느껴졌다.
“여기는 왜 왔어?”
“오디션 보려고요.”
“연기자가 되고 싶어?”
“네. 학교 졸업하면 어떻게 하던지 성공하고 싶어요.”
“그래! 어떻게 보면 처제가 언니보다 매력적이구나.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정말이세요?”
눈빛을 반짝거리는 소영의 목소리는 구슬을 굴리듯이 낭랑하고 사근사근해지고 있었다. 오빠와 단둘이 힘든 생활을 해오던 그녀에게 상욱의 말은 구세주 같았다. 탁자위에 손을 올려놓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깃들고 보조개까지 들어나 보였다. 찬규는 낚싯줄에 걸린 은어를 낚아채고 있었다.
“연기자가 되려면 생각보다 힘들 텐데. 그래도 하고 싶어?”
“네. 어떤 고생도 각오했어요. 지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난 언니보다 처제가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묘한 매력이 있어.”
“그런 말은 자주 들었어요. 정말 저를 도와주실래요?”
밝은 표정을 지은 소영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상욱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나 그녀는 언니가 결혼할 당시 미남인 형부를 맞이했다고 좋아했었다. 형부처럼 멋진 남자를 이상형으로 생각했던 그녀였다. 찬규는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탁자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보듬었다.
“그럼, 처제가 내말만 잘 들으면 훌륭한 배우로 키워주지.”
“형부가 보기에 제가 사랑받는 연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영은 손을 보듬는 상규의 손길에서 전해오는 온기에 짜릿함을 느꼈다. 그녀는 오빠와 부부처럼 두려움 없이 육체관계를 하고 있어서 나이는 어려도 여자로서 알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요즘에는 그녀가 오빠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빠의 가슴에 안겨 성적인 희열을 알게 되었던 그녀는 상욱의 눈빛과 전달해오는 온기에 얼굴을 붉혔다.
상욱은 소희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소영의 모습에 마음이 들떴다. 큰 눈망울과 도톰한 입술, 짧게 커트한 머리에 동그란 얼굴. 아담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적인 매력이 상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껴안으면 터질 것 같은 앙증스러운 소영의 몸매는 어느 남자의 마음도 휘어잡을 것 같았다.
“지금 어디서 살고 있어?”
“신촌의 반 지하방에서 오빠하고요.”
“내가 직원들에게 합격시키라고 말해 놓을게. 오디션은 보지 않아도 돼. 그리고 우선 집부터 구해 줄게.”
“형부! 정말에요!?”
“하하~! 그만큼 내가 처제를 사랑하는 거야. 앞으로 처제 장래는 내가 책임질게. 그리고 다른 사람 시선도 있으니 오빠라고 불러.”
“그래도 돼요?”
“그게 나도 언니를 의식하지 않고 편해. 처제는 그냥 내가 사랑하는 여동생일 뿐이야.”
“고마워요. 오, 오빠........”
소영은 상욱에 대한 호칭을 바꿔 불러놓고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그가 손바닥으로 토닥거렸다. 그녀는 그가 언니의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장래를 밝혀주는 남자였다. 상욱은 그녀의 완전한 신뢰가 필요했다. 너무 다급하게 다가서면 그녀를 놓칠 것 같은 그는 명함을 내놓았다.
“내일 연락해. 직원들에게 집도 봐 놓을 테니. 같이 가보고 식사도 하지.”
“정말 고마워요. 오빠!”
“나, 오늘은 바쁘니까, 갈게.”
상욱은 소영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척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금은 그녀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감동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아쉬운 눈빛으로 그를 따라 일어섰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다정하게 위로를 했다.
“용기를 내.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지니까. 내가 모든 것을 도와줄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이것도 인연인걸. 어쩌면 우리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인연인지도 몰라.”
“비포 선라이즈........!?”
소영은 상욱의 말을 받아서 읊조렸다. 그녀는 ‘비포 선라이즈’가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모르고 있었다. 커피숍을 나온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쁜 걸음으로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더 확실한 그의 마음을 알고 싶어 왠지 아쉬웠다. 그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을 검색했다.
소영은 상욱이 말한 영화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나온 “비포 선라이즈‘는 실연으로 상처받은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상욱이 자신에게 사랑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대그룹의 아들이고 인물도 훤칠한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녁식사 후에 공부를 하던 종구가 소영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습관처럼 그녀를 껴안으며 젖가슴을 더듬었다. 상욱을 떠올리며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던 그녀는 오빠의 손길에 이질감을 느꼈다. 그녀는 몸은 짜릿한 쾌감에 젖어 들지만 마음은 거부감을 느꼈다. 그녀는 오빠의 손길을 뿌리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 마. 돌아 다녔더니 힘들어.”
“너 요즘 변한 것 같다. 나만 사랑한다더니 나를 피하는 것 같아. 남자라도 생겼어?”
“어떡하든지 이곳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살고 싶어. 나, GS 오디션에 합격했고, 우리 이사 갈 거야.”
“이사를 간다고!? 어떻게, 무슨 돈으로?”
“집을 구해준다는 사람이 있어.”
“후원자라도 만난 모양이네.”
“그런지도 몰라. 우린 열심히 살면 돼.”
꿈에 부풀은 소영은 마치 미래가 훤하게 열린 사람처럼 말했다. 언니 소희에게서 버려졌다는 외로움,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처절함에 갇혀있는 그녀에게 구세주처럼 상욱이 나타난 것이었다. 더욱이나 그녀는 원망스러운 언니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는 그가 남자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그녀는 오빠 종구와의 육체관계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소영은 순결을 잃어버리는 두려움도 모르고 오빠의 가슴에 안겨 외로움을 달랬었다. 그러나 그녀가 성적인 희열을 알게 되고 종구는 습관적인 관계 때문인지 몰라도 전희 행위도 없이 혼자만의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녀는 오빠가 뿜어낸 욕구의 배설물을 몸속에 받아 드리며 번민을 하기 시작했다. 임신이 두려워서이기도 하지만 한창 달아오르는 엑스터시를 감당할 수 없었고 뒤늦게 혈연간의 윤리 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종구는 동생 소영의 마음이 왠지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여동생과 잦은 육체관계를 가지며 뒤늦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여동생이 임신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지, 그렇다고 평생 같이 살 것도 아닌 여동생이 결혼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지, 그는 이따금 두려웠다. 그리고 그는 같은 캠퍼스 동료인 여자를 사귀고 있었다. 소영처럼 사랑스러운 미모는 아니지만 성숙한 여자였다. 그녀의 방을 나오는 그는 이제 소영만 괜찮다면 풀어 줄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들뜬 마음으로 잠을 설친 소영은 언제 상욱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지 망설였다. 정말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인지, 그의 말처럼 도와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언니에게 배반당한 그의 외로우면서도 다정한 눈빛, 정말 그가 자신에게 사랑을 느낀 것인지, 휴대폰을 들고 집안을 배회하던 그녀는 정오가 가까워서 상욱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신호가 끊어지도록 받지 않아서 소영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두 번 세 번 통화를 시도하던 소영은 낙심을 하고 침대위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잠을 설쳐서인지 깜박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상욱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황홀감을 느꼈다. 잠이 들어 쓰러졌던 그녀는 전화벨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그녀가 통화를 하려던 상욱의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했다.
“소영!?”
“네. 저에요.”
“내가 바빠서 전화를 못 받았어.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바쁜 오빠한테 전화해서 미안해요.”
통화를 하고 있는 상욱은 피식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는 소영이 바짝 다가오도록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이제부터 그녀에게 경제적인 지원과 그녀를 GS에 귀속시키면서 여가를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이 당했던 만큼 소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안하긴! 전화 잘했어. 회사 옆의 커피숍으로 나와. 구해놓은 집도 구경하고 식사도 하게.”
“벌써 집을 구했다고요?”
“난 거짓말 못해. 하여튼 나와서 얘기해.”
“호 홋! 넹........”
소영은 코 먹은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고 통화를 끝냈다. 그녀는 몇 벌 안 되는 옷을 펼쳐 놓고 고민했다. 성숙한 여자로 보여야하는지. 아니면 발랄한 모습이 좋을지. 그가 원하는 여자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니 그가 원하는 여배우는 어떤 차림인가. 고심하던 그녀는 짧은 미니스커트에 민소매의 티셔츠 위에 빨간 점퍼를 걸쳤다.
소영이 먼저 커피숍에 가서 기다렸다. 조금은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상욱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는 그에게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주위를 살피더니 그녀의 옆에 와서 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소영이 무척 귀여운데.”
“정말요!? 고맙습니다.”
“아!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마. 더 나이 차이 들어 보이잖아.”
“그래도 아직은........”
“동생처럼 편하게 하는 게 좋지 않아?”
“네. 오빠 말씀대로 할게요.”
그들은 간단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커피숍을 나왔다. 상욱은 소영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가서 승용차에 태웠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승용차에 타 본 이후 고급스러운 승용차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왠지 재벌집의 딸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그는 먼저 그녀를 위해 계약해 놓은 마포에 있는 빌라로 갔다.
소영은 모든 가구가 붙박이로 되어있는 값비싼 빌라를 둘러보고 흥분하였다. 상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집안을 둘러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데리고 일식 전문점으로 데리고 가서 식사를 했다. 그녀로서는 오래간만에 먹는 음식들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는 승용차로 강변을 달리며 그녀에게 드라이브를 시켜주었다.
소영은 오래간만의 호강에 흡족하였다. 그러나 상욱은 침묵을 지키며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따금 그를 바라보는 그녀는 연인들이 나오는 영화를 연상했다. 슬픔이 깃들어 보이는 그의 눈빛, 무엇인가 사람의 가슴을 애타게 하는 그의 표정에 그녀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녀는 혹시 그가 키스를 하려고 하면 어찌할지 공연한 생각을 했다. 드라이브를 끝내고 그는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며 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얼마 안 되지만 생활비로 써. 그리고 모자라면 언제라도 말해.”
“아! 오빠! 이건 안줘도 되는데.”
“내 마음의 표시니까 받아 둬. 그리고 아무 때나 이사를 하고 전화 해. 다음 주 안에 회사에서 오디션 합격 통보가 갈거니 준비하고.”
“오빠......! 정말 너무 고마워요.”
소영은 지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고 황홀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엉겁결에 상욱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가 도망치듯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상욱이 환한 미소를 띠우며 손을 흔들었다.
“귀여운 요정! 안녕.”
“오빠.........!”
멀어져 가는 승용차를 바라보는 소영의 눈동자에는 이슬이 맺혔다. 너무나 별안간 닥쳐온 감동에 그녀는 꿈이 아니기를 바랄뿐이었다. 그녀는 이틀간이나 이사 준비를 했다. 간단한 살림이라고 하지만 꺼내놓고 보니 트럭 한 대분은 되었다. 대충 짐을 정리한 그녀는 이삿짐센터로 전화를 했다.
종구는 동생 소영의 말을 듣고 믿어지지 않았지만 이사를 하는 당일에서야 거짓이 아님을 알고 기뻐했다. 이사를 끝내고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기분에 들떠서 상욱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상욱이 직접 와서 그녀를 승용차에 태우고 양식집으로 갔다. 그녀는 킹크랩 등 전문 요리를 먹으며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자주 만나서 식사를 하고 드라이브를 했다. 그렇지만 상욱은 그녀에게 어떤 감정도 들어내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사랑스럽다는 말과 헤어질 때는 귀여운 요정이라고 그녀를 애칭 했다. 그녀는 일주일가량 지나서 GS로부터 오디션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하루 이틀, 만남이 잦아져도 그는 결코 그녀를 여자로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오히려 궁금할 정도였다.
한 달이 지난 후 상욱은 소영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교사를 붙여 줬다. 처음으로 그녀가 연기 레슨을 받던 날은 그가 그녀를 데리고 인천 부둣가로 드라이브를 시켜주었다. 황혼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그가 처음으로 그녀의 등을 껴안았다.
“소영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네. 오빠도요. 오빠가 있어서 저는 행복해요. 정말 고마워요.”
소영은 젖가슴에 얹힌 남자의 손에서 체온을 느끼며 아늑함에 젖었다. 그녀는 언니의 남자를 빼앗는 것이 아니고 언니가 버린 남자에게 위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승용차에 올라탄 그가 그녀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그의 눈빛이 무언가 뜨거운 감정을 들어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키스였지만 만남이 계속되면서 상욱은 소영에게 농도 깊은 키스를 했다. 혀와 혀가 엉키고 종구와 육체관계로 익숙해진 그녀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껴안아주는 것 외에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를 당황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평상시나 마찬가지로 소영은 상욱을 만나 한식집의 외진 방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그런데 말없이 술을 몇 잔 마신 상욱이 침울한 표정을 했다. 그녀는 왠지 그가 쓸쓸하고 애틋하게 보였다. 고독해 보이는 눈빛, 어깨를 늘어트린 그의 모습이 그녀는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이따금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강렬했다. 그가 언니에게 배반당했다는 생각에서인지 그녀는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오빠!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요?”
“아니, 소영이 너무 좋아서.”
“그런데 표정은 안 그래요.”
“소영아! 지금부터 하는 내말 잘 들어 봐야 돼.”
“무슨 말인데요?”
소영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하는 상욱을 빤히 바라봤다. 상욱은 사실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분노만큼 소희에게 고통을 안겨주려고 소영에게 접근했던 그는 정말로 소영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여자를 욕망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그의 본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난 소영이가 사랑스러워. 아니 사랑하고 싶고, 연기력 있는 여배우로 만들고 싶어.”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심각하게 말해요?”
“음.......그건. 소영일 사랑하기에 여자로 만들어 줘야 하니까. 남자를 상대하는 감정이 풍부해야 돼. 그래야 진정한 연기자로 태어 날수 있어. 남자를 모르는 여배우는 연기에 한계가 있어.”
“...........!?”
“무슨 말인지 알아? 난 소영일 사랑하니까, 사랑을 가르쳐 주고 싶어. 관중들은 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여배우를 좋아해. 사랑의 기교가 없는 배우는 나무토막 같은 거지.”
“...........”
소영은 상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오빠 종구와 부부 같은 성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와의 육체관계 경험이 있다거나 희열의 기쁨을 안다고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에 상욱은 긍정적으로 받아 드린다고 생각하여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일은 내가 사랑하는 감정과 기교를 가르쳐 주려는데. 괜찮지?”
“.........”
소영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상욱이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오빠 종구와의 육체관계도 멀리하고 있던 그녀는 짜릿함을 느꼈으나 표현도 못하고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었다, 그가 그녀를 당겨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끌어안았다.
마지못해 상욱의 허벅지를 타고 앉은 소영은 마주하고 있는 그의 눈빛이 이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키스를 하며 그녀의 티셔츠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의 손은 여자처럼 희고 보드라웠다.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 그녀는 짜릿한 흥분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허벅지 사이에 잇닿은 남성이 뜨겁게 발기를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몸을 요구하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집까지 태워다 준 그는 똑같은 인사말로 그녀의 마음을 달콤하게 만들었다.
“귀여운 요정! 안녕!”
소영과 헤어진 상욱은 운전을 하면서 몹시 흥분되었다. 소희를 고통스럽게 하려고 시도한 일이지만 그는 진정으로 소영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들떠 있었다. 성적인 욕망은 정신적인 감정이 가열되어 더욱 뜨거운 욕구로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그는 장 애리가 기다리고 있는 빌라로 갔다.
요즘 연기활동도 밤무대 가수 활동도 없는 애리는 여전히 하녀처럼 상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면서도 상욱이 도와주지 않는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신경을 안 써준다고 투정하며 뽀로통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정색을 하며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예인은 침체기가 있기 마련이야.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키우라고. 애리를 GS의 팀장으로 발령을 낼게.”
“정말요! 무슨 팀장인데요?”
“오디션에 합격한 배우들을 가르쳐 주는 거야.”
“내가요........!? 뭘 어떻게요?”
“넌 그동안 나와 성관계를 하면서 모든 것을 알게 됐잖아.”
“네........!?”
애리는 상욱이 말하는 의미를 어슴푸레 알 것 같으면서도 의아스러웠다. 남녀의 성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기에 그녀는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소영을 발가벗길 의도였다. 그는 자신의 의도대로 그녀가 고분고분 말을 들어 줄 것인지 조심스러웠다. 아니 그는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행위를 꼭 실현시키고 싶었다.
“애리도 처음에 나무토막 같았어. 이제는 남녀 사이의 감정을 알게 됐잖아.”
“.........!?”
“애리는 나를 믿지?”
“네. 당신 없으면 안 돼요.”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지?”
“..........네!”
“내일 오디션에 합격한 애를 데려 올 거야. 그럼 내가 지시하는 대로 해야 돼.”
“어떤.........!?”
“그러니까, 내가 그 아이를 데려오면 애리는.........”
상욱은 단호하면서도 하나하나 끊어서 애리가 해야 할 일을 지시했다. 그의 말을 듣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그녀가 수긍하는 표정이 아니면 그는 재차 위압적인 말투로 대답을 강요하기도 했다.
다음날 저녁에 상욱은 어김없이 소영의 집까지 와서 그녀를 승용차에 태웠다. 그녀는 그가 오늘 어떤 요구를 할지 알고 있기에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그녀의 가슴은 오직 사랑한다는 그의 말과 사랑하니까 연기 지도를 한다는 그의 말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등한시한 언니에 대한 분노와 언니에게 배반당한 그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연기자가 되려는 꿈 때문이기도 했다.
상욱은 소영을 승용차에 태워 시내로 나와 같이 식사를 했다. 그리고 의상점에 들려 그녀를 위한 값비싼 명품을 사주고 옷가게에 들려 잠자리 날개처럼 야한 나이트가운도 구입해 주었다. 조금은 두려웠던 그녀는 마치 공주가 된 것처럼 기분이 들떠 좋아 할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애리가 있는 빌라로 갔다.
상욱이 사준 옷들이 담긴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들어간 소영은 집안의 고급스러운 가구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렇게 떴다. 그리고 그녀는 몸매가 들어나는 나이트가운을 걸친 애리를 보고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상욱에게 지시를 받았던 애리는 막상 소영을 대면하니 같은 여자로서도 그녀의 미모에 질투를 느꼈다. 상욱은 사뭇 사무적인 표정으로 소영과 애리를 서로 인사를 시켰다,
“이쪽은 내가 키우고 있던 장 애리! 연기자 생활도 하지만 가수도 하는 연예인이지. 그리고 이쪽은 이번 오디션에 합격한 민 소영! 아직 어리지만 상당한 재능을 갖고 있어. 서로 인사해!”
“나, 장 애리야! 대표님께 말은 들었다.”
“민 소영이라고 해요. 예쁘게 봐 주세요. 그런데....... 언니를 드라마에서 본 것 같아요.”
“그러니! 다행이다. 넌 대표님 눈에 들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해라.”
“네. 잘 가르쳐 주세요.”
소영의 말에 애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돌아섰다. 남녀의 성관계를 알게 하려는데, 아니 상욱의 성적인 노리개가 된다는 것도 모르는 그녀의 철없는 말에 애리는 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진열장에 있는 위스키와 미리 준비한 안주들을 안방 침실로 들고 들어가 소파 탁자위에 울려 놓았다.
침실에 있는 상욱은 어느새 나이트가운으로 갈아입고 있었고 소영은 거실에서 두리번거리며 가구들을 살피고 있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상욱이 애리의 등을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애리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꼭 해야 돼요? 나이도 어리던데.........”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를 나중에 말해 줄게.”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아서요.”
“질투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도, 문제라도 생기면.........”
“염려 마. 저 아이도 애리처럼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애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고........ 실수 없이 해야 돼?”
“.........알았어요.”
애리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 친 상욱이 침실에 있는 오디오 스위치를 눌렀다. 여가수가 부르는 애잔한 목소리의 샹송 멜로디가 잔잔하게 흘러 나왔다. 침실 안을 둘러보던 상욱이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소파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소영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사랑스런 눈빛을 보냈다. 그가 욕실로 들어가고 그를 뒤따라 나온 애리가 소영 옆에 다가앉았다.
“소영아! 한 식구가 돼서 여기 온 걸 환영한다. 그리고 오디션에 합격한 것도 축하하고.”
“고맙습니다. 모르는 게 많아요.”
“대표님하고 내 말만 잘 들으면 성공할 수 있어. 그 옷부터 갈아입어라.”
“네. 무슨 옷을요!?”
“아까 보니 쇼핑백에 가운 있더구나. 나처럼 편하게 갈아입어.”
“여기 서요?”
“어떠니? 같은 여자끼리. 부담 같지 말고 자유스럽게 생각해야, 모든 걸 알 수 있어.”
“.........!?”
왠지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가는 것 같은 소영은 어리둥절하였다. 그녀는 엉겁결에 애리의 도움을 받아 옷을 벗고 가운을 걸쳤다.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가운 속으로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소영의 앙증맞은 몸매가 들어나 보였다. 그녀는 비록 오빠와 성경험으로 알몸을 들어내는 것에 익숙했지만 낯선 장소이기에 쑥스러워 양손으로 앞가슴을 가렸다.
욕실 문이 열리고 샤워를 마친 상욱이 가운 차림으로 나왔다. 여자같이 곱고 매끈한 얼굴의 그가 소영에게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 습기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그의 남성미에 소영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상욱이 타월로 머리의 습기를 털어내며 침실로 들어가고, 애리가 소영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소영아! 우리도 샤워하자.”
“저, 저는 집에서 했어요.”
“땀을 흘렸을 테니 가볍게 같이 씻자.”
“하, 하지만........”
“풋~! 여자끼리인데 어때.”
애리의 이끌림에 소영은 마지못해 욕실로 들어갔다. 서슴없이 발가벗은 애리가 샤워기 밑에 서서 바디샴푸로 몸을 문질렀다. 그녀 옆의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밑에 선 소영은 여자끼리라고 해도 부끄러워 등을 돌렸다. 그녀가 힐끔거리며 바라본 애리의 몸매는 무척 농익어 보였다. 거품을 품고 있는 볼륨감 넘치는 허리와 둔부, 그리고 젖가슴은 성적인 매력이 넘쳤다. 샤워를 하고 나온 애리가 소영을 침실로 이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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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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