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자들을 상대해 보았던 상욱이었다. 애리에 비교가 되는 연경의 농염한 둔부를 바라보며 그는 희소를 흘렸다. 그는 언제든지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희소를 흘렸다. 정조보다 돈을 귀중하게 여기는 현실에서 그녀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고 잇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쉽게 그녀를 이용해 형의 약점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경은 화장실로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호프집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친정어머니가 아프기에 병원에 왔다면서 그녀는 오늘 하루 나가지 못한다는 변명을 했다. 통화를 끝낸 그녀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조연배우로도 손색이 없다는 상욱의 말을 떠 올렸다. 화장을 고치고 나온 그녀에게 상욱이 술을 권했다.
“자!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편하게 피곤을 푸세요.”
“고맙습니다.”
“연경 씨가 왠지 편하네요.”
연경은 상욱과 술잔을 마주치고 망설였다.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법 주량이 늘어난 그녀였다. 그녀는 그에게 되도록 교양 있는 여자로 보이고 싶었다. 너무 단숨에 술을 마시면 천하게 보일 것 같은 그녀는 반쯤 잔을 비우고 내려놓았다. 그러자 상욱이 마시던 술잔을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요즘 여자분들 소주 한 병쯤은 드시잖아요. 편하게 들어요.”
“저는.......”
“괜찮다니까요. 민지 보모이면, 한 집안 식구나 마찬가지니. 나도 오늘은 술을 마시고 싶으니 따라 주세요. 그리고 아까 하던 말 계속 편하게 해요.”
“너무 주책없어 보여서........”
“세상사는 게 다 그렇지요.”
상욱의 권유에 연경은 마지못한 척 술잔을 비웠다. 오늘따라 그녀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술이 달콤하고 짜릿했다.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 항상 부유한 사람들을 부럽게 생각하던 그녀에게 그의 눈빛은 유혹이었다. 상욱이 다시 그녀의 잔을 채우며 이어서 말했다.
“나도 사업하다보면 외로울 때가 있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 놓고 싶어도 그러지를 못해요.”
“민지 작은 엄마가 착하고 예쁘시던데.........”
소희와 상욱의 부부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는 연경은 말끝을 흐렸다. 상욱도 한 집안에 있는 그녀가 아내와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을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는 이미 타인이 되어버린 아내와의 관계를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내와 이별 할 것이라는 것을 연경 씨는 알고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이제 그 사람이 나를 남편으로 생각지 않아 더욱 외롭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의지 할 여자도 없고.......”
“.........”
“그러나 연경 씨는 상냥해서 왠지 편하게 느껴집니다. 남편에게 무척 사랑 받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아요. 제 남편은.........”
“........!?”
상욱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빈 술잔을 내밀었다. 연경은 그 동안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웠던 감정을 위로 받고 싶었다. 한 숨을 내쉬는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상욱이 의도적으로 만든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심코 술잔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따라준 술을 마시며 푸념하듯이 말했다.
“택시 운전하던 제 남편이 교통사고로 불구자가 된지 오래 되었어요.”
“아! 그런 걸 몰랐네요. 그러니 얼마나 고생되겠어요.”
연경의 사생활을 모르고 있었던 상욱이었다. 그녀를 이용하려는 그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약점을 들어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힘든 생활을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는 상욱은 동정어린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취해서 부담 없이 감정을 들어내도록 수시로 술을 권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던 그녀는 갈증을 느끼는지 술을 곧잘 받아 마시며 격한 감정을 들어냈다.
“병든 남편이나 늙은 시부모.......! 그리고 친정 식구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어서, 내가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누구에게도 힘든 것을 말할 수 없어요.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도록.........”
“정말 힘들겠네. 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데........”
“네!? 어떻게 사장님이.........”
술기운이 돌기 시작한 연경은 상욱이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람처럼 친근감을 느꼈다. 그녀는 넋두리처럼 두서없이 사생활을 말하며 감정을 들어냈다. 그녀의 눈동자가 습기가 맺혀 반짝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짧지 않은 시간을 담담하게 듣고 있던 상욱은 드디어 그녀가 미끼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했다.
“연경 씨도 외로우니 나를 잘 이해할 것 같아. 일찍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공연히 하는 말이지요?”
연경이 취기어린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마치 오래된 연인 같은 말투를 흘린 상욱이 슬그머니 일어나서 그녀의 옆자리에 다가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토닥거렸다. 분위기에 젖어 들었던 그녀가 어깨를 움츠렸다. 그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한 달에 얼마씩 도와 드릴게.”
“어떻게....... 사장님에게........?”
“사람들 사는 게 별 거 있나. 때로는 의외로 인연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기도 하는 걸 알잖아요. 난 솔직히 아내와 이별할 생각을 하니 외롭습니다. 이따금 여자가 그립기도 하고.......연경 씨도 외로울 텐데, 외로운 사람끼리 잘 만난 거 같은데.......”
“그, 그렇지만.........”
상욱의 손길이 연경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갔다. 묘한 감정에 빠져든 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기보다는 위로를 받고 싶었다. 궁핍한 생활의 그녀를 도와준다는 그의 말, 그리고 소희와 그 사이의 원만치 않은 부부관계를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더욱 감당할 수없는 유혹이었다. 이미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낯선 남자의 품에 안긴 경험이 있는 그녀였다. 상욱이 그녀의 표정변화를 살피면서 심각하게 말했다.
“재산과 권력은 형제 사이도 나눌 수 없는 것입니다. 도와주는 대신 연경 씨가 내 편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데........”
“네........!? 내가 뭐를.”
“지금도 나는 아버지의 후계자임은 틀림없어. 하지만 형이 다시는 내 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해야 돼. 그러니 연경 씨가 형을 감시하고 나에게 연락해줘. 이를테면 누가 형을 만나러 오는지, 듣고 보는 것들을.”
“내가요........!?”
“음!”
상욱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연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룹의 후계자를 놓고 일어나고 있는 가족 간의 살벌한 갈등이 전쟁터와 같아서 그녀는 오싹함을 느꼈다. 한편 그녀는 그의 유혹을 이용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세상에는 들어나지 않는 남녀 간의 은밀한 관계가 흔하고, 사람들은 그 관계를 이용해서 부를 축적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변명하고 싶었다. 존칭어마저 사라진 그의 다정한 말투, 살며시 어깨를 껴안는 젊은 남자의 체취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일을, 어떻게 내가........?”
“염려 마! 뭘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고 듣는 것만 알려주면 되니까. 내가 회장이 되면 연경 씨에게 그만한 대가가 있을 거야. 연경 씨가 생각보다 예쁘고 매력이 있네.”
“사, 사장님........”
“남자뿐만 아니라, 어느 여자든지 비밀은 간직하고 있다는 거 잘 알잖아.”
어느새 상욱의 손길이 연경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거부감보다는 야릇하게도 짜릿함을 느낀 그녀는 그룹의 회장이 된 그를 떠올렸다. 술에 취해서 그런지 그녀는 자신의 신분과 다른 남자에게 흘러나오는 열기에 강하게 이끌리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상욱의 얼굴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들이켰던 숨을 내쉴 수도 없었다. 그는 돈과 권력이 있는 남자에게 여자는 쉽게 무너진다고 판단하는 성격이었다. 여자의 육체를 정복하면 그 여자의 마음까지도 정복할 수 있다는 그의 관념이었다.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린 그가 일어서서 계산대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연경에게 상욱의 유혹은 꿈만 같은 대단한 대가였다. 그녀는 정말 그의 제안을 받아 드려야 하는지 갈팡질팡했다. 그러나 그가 음식 값을 치루고 돌아와도 그녀는 꼼짝할 수 없었다. 오히려 술에 취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불구가 된 남편 옆에서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성적인 욕구도 배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고 연경은 갈팡질팡하였다. 하지만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이성이 무너진 그녀는 온 몸이 나른하고 일어 설수 조자 없었다. 그녀는 단지 실눈을 뜨고 상욱의 모습을 훔쳐 볼 뿐이었다. 계산을 치른 상욱이 자리로 돌아와서 연경의 어깨를 보듬어 안았다.
“어쩌지!? 취한 모양이네.”
“.........!?”
“연경 씨! 우리 외로운 사람끼리 같이 있어도 괜찮지?”
“..........”
같이 밤을 보내자는 의미! 연경은 취하긴 했으나 거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녀는 자신이 고개를 끄덕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을 확인이려는 것인가. 그녀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온 그의 손길이 그녀의 젖가슴을 보듬었다. 그녀는 남자의 손길에 젖가슴이 움켜쥐는 순간 온 몸의 신경이 한 곳으로 몰리는 짜릿함에 젖었다.
“연경 씨가 좋아 졌어.”
“.........”
습기어린 상욱의 귓속말에 연경은 점점 몽롱한 늪 속으로 빠져 들었다. 상욱이 그녀를 부축하여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리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탔다. 그가 그녀를 데리고 가는 곳은 장 애리의 육체를 처음 점령했던 호텔이었다.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는 그녀는 오히려 점점 정신이 맑아지고 있었다. 룸 안에 들어온 그가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
상욱은 연경의 옷을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그녀는 거부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팬티만 남겨놓고 그녀의 옷을 벗긴 그는 자신의 옷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팬티 차림으로 네 활개를 펴고 누운 그녀를 음미하듯이 내려다보았다. 오동통한 몸매에 농염하게 부풀은 젖가슴, 탄력 있는 허벅지 사이에 봉긋하게 솟은 둔덕은 그의 성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눈을 감고 있는 연경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욱의 손길이 그녀의 젖가슴과 허리, 그리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그녀는 민감해지며 흠칫거렸다. 더 이상 술 취한 척 하기는 감당할 수 없어 그녀는 망설였다. 그가 습기어린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중얼거렸다.
“보기보다 매력 있는 몸이네.”
“아! 내가 취했나 봐요........”
연경은 앙큼하게도 정신을 차린 것처럼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상욱이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고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 닿아 키스를 했다. 그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입술 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혀를 입속으로 강하게 빨아 당겼다. 파르르 떠는 그녀가 그를 살그머니 밀어 냈다.
“나, 샤워 좀.......! 먼저 하실래요?”
“음! 기다려.”
상욱은 이제 거리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걸치고 있는 팬티마저 벗어던지며 연경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어깨를 움츠렸다. 잠시이지만 그녀의 시야에 젊은 남자의 하복부가 들어났다. 신혼 초, 남편 이후에 처음 의식하는 젊은 남자의 성기는 그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희소를 흘린 그가 천천히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상욱의 젊은 육체가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 연경은 공연히 타월로 얼굴을 가리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바디 샴푸로 거품을 일구어내며 사타구니를 문지르는 그녀는 남편이 아닌 남성을 받아 드릴 생각을 하며 저절로 흥분이 되었다. 그녀가 타월로 몸을 감싸고 나오니 침대에 누웠던 상욱이 손을 흔들었다.
“대강하고 와! 미치겠다.”
“..........!”
연경은 명령조의 상욱의 말이 도리어 부담감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흘기는 애교까지 보이며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그녀의 몸을 감싼 타월을 벗겨 던졌다. 그는 발가벗은 그녀의 알몸을 눕히고 쓰다듬었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기다리며 사르르 눈을 감았다. 젖가슴을 움켜 쥔 그의 다른 손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더듬었다. 우악스러운 그의 애무에 그녀는 화들짝 놀랬다.
“사, 사장님........”
“순진한 척 하기는! 알 거 다 아는 나이면서.........”
상욱이 연경의 둔덕위에 우거진 음모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사타구니까지 뽑혀 나가는 충격에 둔부를 들어 올리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는 그녀를 정복했다는 만족감에 희소를 흘렸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입속으로 빨아 들였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음순을 돌돌 말아 쥐며 문질러 돌기를 일으켰다. 그의 거친 행위에 그녀는 온몸의 신경이 오그라드는 흥분 속에 빠져 들었다. 그녀는 젖가슴을 파고드는 그의 머리를 껴안았다.
“아! 난 몰라........”
“무척 좋아하네. 얼마나 외로웠으면.........”
상욱의 입술이 연경의 입술과 젖꼭지를 번갈아 빨아 당겼다. 젖가슴이 그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고 그녀는 허리를 비틀며 뜨거운 불길 속에 빠져 들었다. 그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고 그녀는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아찔함에 젖었다.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그의 손가락을 느낀 그녀는 허벅지를 조이며 매달렸다.
“하 읏! 사 사장님........”
“흐 음! 물이 많아서 좋아.”
연경의 보지 속으로 드나드는 상욱의 손가락이 샘물로 흥건하게 적셔 있었다. 그녀가 몽롱한 눈빛으로 둔부를 들썩거렸다. 그는 그녀가 유난히 많은 진액을 흘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그녀가 성감에 민감하다는 의미였다. 그는 이미 결혼생활로 농염해진 그녀를 더 이상 애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상욱은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미끄덩하고 빨려 들어간 페니스가 보지 깊숙한 살갗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뜨거운 남성이 저돌적으로 몸속을 파고드는 충격에 그녀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 앗! 난 몰라. 사, 사장님........”
“꽤 좋아하네. 그래야 나도 제 맛이 나지........”
많은 여자와 관계를 해본 상욱이지만 연경의 보지 속은 유난히 뜨거운 열탕 같았다. 그녀는 그의 허벅지에 다리를 감싸고 허우적거렸다. 그는 허리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보지 속에서 페니스를 빼냈다가 사정없이 깊이 박아 넣었다. 페니스를 왕복하기를 거듭할수록 그녀는 까무러치는 신음을 흘렸다.
“하 윽! 사, 사장님. 하 앗! 앗 하........”
“허 엇! 연경 씨는 대단해........”
상욱은 헐떡거리며 페니스를 빠르게, 그리고 깊이 보지 속으로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보지 속을 헤집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땀방울이 흘러 끈적거리고, 보지속의 진액이 마찰하는 소리가 습하게 들렸다. 한동안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헐떡이던 그는 잔인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더욱 애타게 만들고 싶은 그가 보지 속에서 페니스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보지 입구의 살갗을 문질렀다. 순간 그녀가 눈을 치뜨며 매달렸다.
“아, 안 돼........! 미치겠어........! 하 으.......”
“하 앗! 정말 섹스 좋아하네. 어떻게 참았을까! 그럼 네가 해.”
상욱은 연경을 일으키고 자신이 누웠다. 그리고 그녀를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잠시 부끄러운 눈빛을 하던 그녀가 그의 페니스를 움켜쥐고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둔부를 치켜 올렸다가 페니스를 깔고 앉았다. 그는 페니스가 보지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쾌감에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녀는 페니스가 자궁 속까지 잇닿은 충격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 윽~! 사, 사장님. 난 몰라. 하 으........”
여경은 상욱의 가슴을 양손으로 눌러 몸의 균형을 지탱하며 둔부를 들어 올렸다. 페니스가 녹아내리는 희열에 젖은 그가 치솟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내렸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들어 올려진 그녀의 둔부가 추락을 거듭하였다. 숨 가쁜 욕정의 흐느낌, 거친 숨소리, 그들은 발정을 일으킨 짐승처럼 몸부림쳤다.
“하 윽! 어.......떡.......해. 하 앗, 핫, 앗, 흡,.........”
“허 걱! 하 윽..........”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가 빠져 나올 때마다 엑스터시의 진액이 울컥거리고 흘러 넘쳤다. 연경은 마치 기수처럼 허우적거리며 질주를 했다. 상욱은 흔들거리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끈적거리는 숨을 토해 내던 그녀가 활처럼 상체를 젖히며 까무러치는 신음을 터트렸다.
“하 윽~!”
“허 억........!”
상욱은 페니스와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엑스터시를 느꼈다. 그녀의 보지 속에서는 어느 여자보다 뜨겁고 흥건한 샘물이 울컥거리고 뿜어져 나왔다. 상욱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녀를 끌어당겨 안으며 경직되었다. 오르가즘의 절정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자궁 속까지 뿜어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화들짝 놀랬다.
“앗! 아, 난 몰라. 거기다 싸면........”
희열의 늪에 빠진 연경은 둔부를 좌우로 흔들면서 몸서리 쳤다. 오르가즘을 느낀 후에도 그들은 하나가 되어 허우적거렸다. 가임기간을 헤아리면서도 그녀는 황홀한 회오리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머릿속에는 육체를 던진 대가를 계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백 평에 가깝게 넓은 창고 안에는 상하 좌우로 서치라이트가 눈부시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림자향기’ 홍보영상이 제작되는 장소였다. 크고 작은 촬영장비와 스텝 진들, 그리고 분장을 한 배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치라이트와 촬영 카메라는 높은 공장 천장에 있는 남녀 주연배우를 향해 앵글을 맞추고 있었다.
공장 왼편 서까래에 있는 배우는 남자 주연에 캐스팅된 강 준식. 가죽점퍼와 검은 바지를 걸친 그는 강인한 인상을 뿜어내고 있다. 로프를 붙잡고 있는 그는 허공을 날아가 상대 배역을 구출하는 장면을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상대 주연배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긴장을 하고 있다.
강 준식이 바라보는 천정 가운데 서까래 위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티셔츠와 바지, 그리고 가죽 재킷을 걸친 민 소희가 서 있었다. 도톰한 둔부와 날렵한 허리 윤곽, 몸매가 그대로 들어나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 스포티하면서도 성적 매력이 돋보였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던 한 용우 감독의 메가폰에서 큐 사인이 떨어졌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함 속에서 촬영기계의 움직임, 그리고 카메라의 이동, 스텝들의 시선은 강 준식의 연출 장면을 따라 움직였다. 강 준식이 왼편에서 로프를 잡고 허공을 나르는 순간 소희는 뛰어 내리며 서까래를 잡았다. 그리고 허공을 나른 강 준식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어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굴렀다. 벌써 다섯 번째의 반복되는 촬영 장면이었다.
바닥을 구르며 서로를 부둥켜안은 강 준식과 민 소희의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그들의 눈빛은 뜨거운 애정이 넘친다. 그리고 천천히 그들의 입술이 마주 닿았다. 사르르 눈을 감고 남자의 가슴에 안기는 여자,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농도 깊은 키스를 하는 남자. 한 용우의 메가폰에서 기분 좋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아주 좋았어. 다음 씬 준비해!”
한 감독의 명령에 따라 스텝들과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창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일어난 민 소희는 강 준식에게 쑥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그녀는 연기이기는 하지만 능숙한 키스로 리드를 하는 강 준식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민망하였다. 시선을 외면한 그녀는 이내 정색을 하고 창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장작불을 피워 놓은 드럼통 옆으로 스텝 진들과 배우들이 잠시 추위를 피해 모여 들었다. 그러나 제작 일정에 맞추어 강행군을 할 수 밖에 없는 한 감독이 그들을 재촉하였다. 다시 촬영준비를 마치고 민 소희를 끌어안은 강 준식이 창고 문을 박차고 뛰어 나왔다. 동시에 테러리스로 분장한 엑스트라들이 무기를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순간 한 감독이 이맛살을 찡그리며 화를 벌컥 냈다.
“컷~! 당신들 무슨 장면인지 몰라? 시장 바닥이 아니라,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위험한 순간이란 말이야!? 조 감독! 뭘 가르친 거야?”
“죄, 죄송합니다.”
머리를 굽실거린 조 감독이 엑스트라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언성을 높이며 엑스트라들을 꾸짖으며 하나하나 위치와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 한 감독의 큐 사인이 나고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세트장에서 이틀 밤을 꼬박새면서 촬영을 마치고 군산으로 이동하였다. 눈이 오고 추운 날씨이기에 부둣가의 격투신과 산악지대를 오가는 촬영은 고된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남녀 주연이 애정을 주고받는 장면 촬영으로 보름간의 홍보영상 제작을 끝냈을 때 스텝진과 배우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며칠 후에 한 용우 감독은 스텝들과 함께 스튜디오 안에서 제작한 영상물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제주도 호텔에서 강 준식과 민 소희의 에로틱한 정사 장면이었다.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한 용우감독이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하였다.
“이 장면은 안 되겠어. 싸구려 에로물 같잖아. 좀 더 암영을 짙게 하고, 영상미를 높여야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하면 어떨 가요?”
조 감독이 한 감독의 혼잣말에 동조를 하며 의견을 물었다. 모니터가 끝나고 한 감독은 검토한 메모를 들여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여튼 호텔 장면을 다시 촬영해야겠는데........”
“그렇다고 다시 제주도로 내려 갈수는 없잖아요?”
조 감독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촬영장비와 스텝, 그리고 배우들이 다시 이동하려면 경비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나 해외 수출 계약을 서두르고 있기에 사전에 홍보물을 보내야 하는 일정의 여유도 많지 않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한 감독이 넌지시 물었다.
“어디 경기도 근처에 비슷한 장소가 없을까..........?”
“인천은 어떨까요?”
“그럴만한 장소가 있나?”
“월미도의 프린스 호텔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바다 풍경도 비슷하고.”
“조 감독이 알아봐요. 그리고 곽 실장!”
“네.”
뒤편에 앉아 있던 기획실장이 한 감독을 주시했다. 한 감독은 앞으로 본격적인 크랭크인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제작자금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대한 그룹 자금지원은 어느 정도 확보됐지?”
“아직 연락은 없습니다.”
“뭐라고 하는 말이야! 연락 올 때 기다릴게 아니라, 직접 알아 봐야지.”
“그게........”
반듯하게 정장을 하고 있는 곽 실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를 바라보는 한 감독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요즘 매스컴에서는 대한그룹 회장 이름이 들먹거리고 있었다. 불법자금을 조성한 대한 그룹의 회장이 정치자금과도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곽 실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 회장이 검찰에 구속되었답니다. 그래서 눈치만 보고 있느라고........”
“구속까지........!? 아! 정말 큰 일이구만.........”
홍보영상 촬영을 마친 한 감독의 머릿속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영화제작이 예기치 않은 벽에 부딪치고 있었다. GS와 스타 필름 촬영 스튜디오의 경합, 그리고 이제는 순탄치 않은 지금지원까지 한 감독의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민 소희도 물론 체력이 바닥 날 정도였다. 더욱이나 처음으로 하는 영화 촬영이라 긴장했던 탓에 그녀는 몸살까지 앓을 정도였다. 그러나 홍보영상 촬영을 마치고 앓아누웠던 소희의 마음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 주일 후에 본 영화 촬영일정을 생각하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거울 앞에 앉아 피부를 다듬고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그녀는 시나리오를 펼쳐 놓고 자신의 대본을 익히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장기를 느낀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보모 연경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소희는 방문을 열어보면서 혼잣말처럼 연경에게 물었다.
“민지 아침 식사도 안하고 자는 모양이네?”
“네. 어제 늦게 잠들었는지 골아 떨어졌어요.”
유리벽 넘어 찬규의 작업실에서는 피아노 음률이 이따금 멈추었다가 들렸다. 주방의 신탁위에는 파출부가 준비해 놓고 간 식탁이 그대로 식탁보에 덮여 있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연경의 뒷모습을 보며 소희는 작업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한창 작곡에 열중인 찬규의 등 뒤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의 목을 양팔로 껴안았다.
“아침식사 안했지요?”
“음! 촬영하느라 피곤했지?”
“이제 괜찮아요. 그런데 어제 뭐하느라고 전화도 안 받았어요?”
“아! 방송국에 다녀왔어. 그리고 소희가 피곤한 거 같아서.......”
찬규가 앉아 있던 의자를 뒤로 돌리면서 소희의 손목을 끌어 당겼다. 그는 무릎위에 그녀를 끌어안으며 입멎춤을 했다. 그녀는 상큼한 미소를 지며 그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이미 익숙해진 그들의 스킨십이었다. 가벼운 입맞춤으로 시작한 키스가 점점 뜨겁게 달아 올랐다. 혀와 혀가 엉키고 서로를 갈구하는 흥분으로 이어졌다. 짜릿함에 젖어 눈을 감고 있던 소희가 눈을 뜨고 소스라쳐 놀랐다. 그녀가 바라본 벽의 거울 속에 반짝이는 여자의 눈빛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화장실에서 나오던 연경은 무심코 작업실 유리벽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당황하였다. ‘어떻게 시아주버니와 제수 사이에.......!?’ 연경은 평상시 너무나 친숙한 사이로 보이기에 조금은 의아스럽게 생각했었다. 상욱을 만나 보고할 생각을 하는 연경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찬규의 가슴에 안겨 황홀했던 순간을 떠 올렸다. 그들의 불륜은 그녀의 경제적인 만족을 충만 시킬 수 있는 정보이기도 했다.------------
연경은 화장실로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호프집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친정어머니가 아프기에 병원에 왔다면서 그녀는 오늘 하루 나가지 못한다는 변명을 했다. 통화를 끝낸 그녀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조연배우로도 손색이 없다는 상욱의 말을 떠 올렸다. 화장을 고치고 나온 그녀에게 상욱이 술을 권했다.
“자!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편하게 피곤을 푸세요.”
“고맙습니다.”
“연경 씨가 왠지 편하네요.”
연경은 상욱과 술잔을 마주치고 망설였다.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법 주량이 늘어난 그녀였다. 그녀는 그에게 되도록 교양 있는 여자로 보이고 싶었다. 너무 단숨에 술을 마시면 천하게 보일 것 같은 그녀는 반쯤 잔을 비우고 내려놓았다. 그러자 상욱이 마시던 술잔을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요즘 여자분들 소주 한 병쯤은 드시잖아요. 편하게 들어요.”
“저는.......”
“괜찮다니까요. 민지 보모이면, 한 집안 식구나 마찬가지니. 나도 오늘은 술을 마시고 싶으니 따라 주세요. 그리고 아까 하던 말 계속 편하게 해요.”
“너무 주책없어 보여서........”
“세상사는 게 다 그렇지요.”
상욱의 권유에 연경은 마지못한 척 술잔을 비웠다. 오늘따라 그녀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술이 달콤하고 짜릿했다.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 항상 부유한 사람들을 부럽게 생각하던 그녀에게 그의 눈빛은 유혹이었다. 상욱이 다시 그녀의 잔을 채우며 이어서 말했다.
“나도 사업하다보면 외로울 때가 있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 놓고 싶어도 그러지를 못해요.”
“민지 작은 엄마가 착하고 예쁘시던데.........”
소희와 상욱의 부부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는 연경은 말끝을 흐렸다. 상욱도 한 집안에 있는 그녀가 아내와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을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는 이미 타인이 되어버린 아내와의 관계를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내와 이별 할 것이라는 것을 연경 씨는 알고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이제 그 사람이 나를 남편으로 생각지 않아 더욱 외롭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의지 할 여자도 없고.......”
“.........”
“그러나 연경 씨는 상냥해서 왠지 편하게 느껴집니다. 남편에게 무척 사랑 받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아요. 제 남편은.........”
“........!?”
상욱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빈 술잔을 내밀었다. 연경은 그 동안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웠던 감정을 위로 받고 싶었다. 한 숨을 내쉬는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상욱이 의도적으로 만든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심코 술잔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따라준 술을 마시며 푸념하듯이 말했다.
“택시 운전하던 제 남편이 교통사고로 불구자가 된지 오래 되었어요.”
“아! 그런 걸 몰랐네요. 그러니 얼마나 고생되겠어요.”
연경의 사생활을 모르고 있었던 상욱이었다. 그녀를 이용하려는 그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약점을 들어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힘든 생활을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는 상욱은 동정어린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취해서 부담 없이 감정을 들어내도록 수시로 술을 권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던 그녀는 갈증을 느끼는지 술을 곧잘 받아 마시며 격한 감정을 들어냈다.
“병든 남편이나 늙은 시부모.......! 그리고 친정 식구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어서, 내가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누구에게도 힘든 것을 말할 수 없어요.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도록.........”
“정말 힘들겠네. 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데........”
“네!? 어떻게 사장님이.........”
술기운이 돌기 시작한 연경은 상욱이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람처럼 친근감을 느꼈다. 그녀는 넋두리처럼 두서없이 사생활을 말하며 감정을 들어냈다. 그녀의 눈동자가 습기가 맺혀 반짝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짧지 않은 시간을 담담하게 듣고 있던 상욱은 드디어 그녀가 미끼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했다.
“연경 씨도 외로우니 나를 잘 이해할 것 같아. 일찍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공연히 하는 말이지요?”
연경이 취기어린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마치 오래된 연인 같은 말투를 흘린 상욱이 슬그머니 일어나서 그녀의 옆자리에 다가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토닥거렸다. 분위기에 젖어 들었던 그녀가 어깨를 움츠렸다. 그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한 달에 얼마씩 도와 드릴게.”
“어떻게....... 사장님에게........?”
“사람들 사는 게 별 거 있나. 때로는 의외로 인연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기도 하는 걸 알잖아요. 난 솔직히 아내와 이별할 생각을 하니 외롭습니다. 이따금 여자가 그립기도 하고.......연경 씨도 외로울 텐데, 외로운 사람끼리 잘 만난 거 같은데.......”
“그, 그렇지만.........”
상욱의 손길이 연경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갔다. 묘한 감정에 빠져든 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기보다는 위로를 받고 싶었다. 궁핍한 생활의 그녀를 도와준다는 그의 말, 그리고 소희와 그 사이의 원만치 않은 부부관계를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더욱 감당할 수없는 유혹이었다. 이미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낯선 남자의 품에 안긴 경험이 있는 그녀였다. 상욱이 그녀의 표정변화를 살피면서 심각하게 말했다.
“재산과 권력은 형제 사이도 나눌 수 없는 것입니다. 도와주는 대신 연경 씨가 내 편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데........”
“네........!? 내가 뭐를.”
“지금도 나는 아버지의 후계자임은 틀림없어. 하지만 형이 다시는 내 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해야 돼. 그러니 연경 씨가 형을 감시하고 나에게 연락해줘. 이를테면 누가 형을 만나러 오는지, 듣고 보는 것들을.”
“내가요........!?”
“음!”
상욱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연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룹의 후계자를 놓고 일어나고 있는 가족 간의 살벌한 갈등이 전쟁터와 같아서 그녀는 오싹함을 느꼈다. 한편 그녀는 그의 유혹을 이용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세상에는 들어나지 않는 남녀 간의 은밀한 관계가 흔하고, 사람들은 그 관계를 이용해서 부를 축적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변명하고 싶었다. 존칭어마저 사라진 그의 다정한 말투, 살며시 어깨를 껴안는 젊은 남자의 체취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일을, 어떻게 내가........?”
“염려 마! 뭘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고 듣는 것만 알려주면 되니까. 내가 회장이 되면 연경 씨에게 그만한 대가가 있을 거야. 연경 씨가 생각보다 예쁘고 매력이 있네.”
“사, 사장님........”
“남자뿐만 아니라, 어느 여자든지 비밀은 간직하고 있다는 거 잘 알잖아.”
어느새 상욱의 손길이 연경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거부감보다는 야릇하게도 짜릿함을 느낀 그녀는 그룹의 회장이 된 그를 떠올렸다. 술에 취해서 그런지 그녀는 자신의 신분과 다른 남자에게 흘러나오는 열기에 강하게 이끌리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상욱의 얼굴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들이켰던 숨을 내쉴 수도 없었다. 그는 돈과 권력이 있는 남자에게 여자는 쉽게 무너진다고 판단하는 성격이었다. 여자의 육체를 정복하면 그 여자의 마음까지도 정복할 수 있다는 그의 관념이었다.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린 그가 일어서서 계산대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연경에게 상욱의 유혹은 꿈만 같은 대단한 대가였다. 그녀는 정말 그의 제안을 받아 드려야 하는지 갈팡질팡했다. 그러나 그가 음식 값을 치루고 돌아와도 그녀는 꼼짝할 수 없었다. 오히려 술에 취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불구가 된 남편 옆에서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성적인 욕구도 배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고 연경은 갈팡질팡하였다. 하지만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이성이 무너진 그녀는 온 몸이 나른하고 일어 설수 조자 없었다. 그녀는 단지 실눈을 뜨고 상욱의 모습을 훔쳐 볼 뿐이었다. 계산을 치른 상욱이 자리로 돌아와서 연경의 어깨를 보듬어 안았다.
“어쩌지!? 취한 모양이네.”
“.........!?”
“연경 씨! 우리 외로운 사람끼리 같이 있어도 괜찮지?”
“..........”
같이 밤을 보내자는 의미! 연경은 취하긴 했으나 거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녀는 자신이 고개를 끄덕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을 확인이려는 것인가. 그녀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온 그의 손길이 그녀의 젖가슴을 보듬었다. 그녀는 남자의 손길에 젖가슴이 움켜쥐는 순간 온 몸의 신경이 한 곳으로 몰리는 짜릿함에 젖었다.
“연경 씨가 좋아 졌어.”
“.........”
습기어린 상욱의 귓속말에 연경은 점점 몽롱한 늪 속으로 빠져 들었다. 상욱이 그녀를 부축하여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리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탔다. 그가 그녀를 데리고 가는 곳은 장 애리의 육체를 처음 점령했던 호텔이었다.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는 그녀는 오히려 점점 정신이 맑아지고 있었다. 룸 안에 들어온 그가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
상욱은 연경의 옷을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그녀는 거부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팬티만 남겨놓고 그녀의 옷을 벗긴 그는 자신의 옷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팬티 차림으로 네 활개를 펴고 누운 그녀를 음미하듯이 내려다보았다. 오동통한 몸매에 농염하게 부풀은 젖가슴, 탄력 있는 허벅지 사이에 봉긋하게 솟은 둔덕은 그의 성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눈을 감고 있는 연경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욱의 손길이 그녀의 젖가슴과 허리, 그리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그녀는 민감해지며 흠칫거렸다. 더 이상 술 취한 척 하기는 감당할 수 없어 그녀는 망설였다. 그가 습기어린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중얼거렸다.
“보기보다 매력 있는 몸이네.”
“아! 내가 취했나 봐요........”
연경은 앙큼하게도 정신을 차린 것처럼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상욱이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고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 닿아 키스를 했다. 그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입술 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혀를 입속으로 강하게 빨아 당겼다. 파르르 떠는 그녀가 그를 살그머니 밀어 냈다.
“나, 샤워 좀.......! 먼저 하실래요?”
“음! 기다려.”
상욱은 이제 거리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걸치고 있는 팬티마저 벗어던지며 연경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어깨를 움츠렸다. 잠시이지만 그녀의 시야에 젊은 남자의 하복부가 들어났다. 신혼 초, 남편 이후에 처음 의식하는 젊은 남자의 성기는 그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희소를 흘린 그가 천천히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상욱의 젊은 육체가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 연경은 공연히 타월로 얼굴을 가리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바디 샴푸로 거품을 일구어내며 사타구니를 문지르는 그녀는 남편이 아닌 남성을 받아 드릴 생각을 하며 저절로 흥분이 되었다. 그녀가 타월로 몸을 감싸고 나오니 침대에 누웠던 상욱이 손을 흔들었다.
“대강하고 와! 미치겠다.”
“..........!”
연경은 명령조의 상욱의 말이 도리어 부담감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흘기는 애교까지 보이며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그녀의 몸을 감싼 타월을 벗겨 던졌다. 그는 발가벗은 그녀의 알몸을 눕히고 쓰다듬었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기다리며 사르르 눈을 감았다. 젖가슴을 움켜 쥔 그의 다른 손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더듬었다. 우악스러운 그의 애무에 그녀는 화들짝 놀랬다.
“사, 사장님........”
“순진한 척 하기는! 알 거 다 아는 나이면서.........”
상욱이 연경의 둔덕위에 우거진 음모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사타구니까지 뽑혀 나가는 충격에 둔부를 들어 올리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는 그녀를 정복했다는 만족감에 희소를 흘렸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입속으로 빨아 들였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음순을 돌돌 말아 쥐며 문질러 돌기를 일으켰다. 그의 거친 행위에 그녀는 온몸의 신경이 오그라드는 흥분 속에 빠져 들었다. 그녀는 젖가슴을 파고드는 그의 머리를 껴안았다.
“아! 난 몰라........”
“무척 좋아하네. 얼마나 외로웠으면.........”
상욱의 입술이 연경의 입술과 젖꼭지를 번갈아 빨아 당겼다. 젖가슴이 그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고 그녀는 허리를 비틀며 뜨거운 불길 속에 빠져 들었다. 그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고 그녀는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아찔함에 젖었다.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그의 손가락을 느낀 그녀는 허벅지를 조이며 매달렸다.
“하 읏! 사 사장님........”
“흐 음! 물이 많아서 좋아.”
연경의 보지 속으로 드나드는 상욱의 손가락이 샘물로 흥건하게 적셔 있었다. 그녀가 몽롱한 눈빛으로 둔부를 들썩거렸다. 그는 그녀가 유난히 많은 진액을 흘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그녀가 성감에 민감하다는 의미였다. 그는 이미 결혼생활로 농염해진 그녀를 더 이상 애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상욱은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미끄덩하고 빨려 들어간 페니스가 보지 깊숙한 살갗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뜨거운 남성이 저돌적으로 몸속을 파고드는 충격에 그녀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 앗! 난 몰라. 사, 사장님........”
“꽤 좋아하네. 그래야 나도 제 맛이 나지........”
많은 여자와 관계를 해본 상욱이지만 연경의 보지 속은 유난히 뜨거운 열탕 같았다. 그녀는 그의 허벅지에 다리를 감싸고 허우적거렸다. 그는 허리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보지 속에서 페니스를 빼냈다가 사정없이 깊이 박아 넣었다. 페니스를 왕복하기를 거듭할수록 그녀는 까무러치는 신음을 흘렸다.
“하 윽! 사, 사장님. 하 앗! 앗 하........”
“허 엇! 연경 씨는 대단해........”
상욱은 헐떡거리며 페니스를 빠르게, 그리고 깊이 보지 속으로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보지 속을 헤집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땀방울이 흘러 끈적거리고, 보지속의 진액이 마찰하는 소리가 습하게 들렸다. 한동안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헐떡이던 그는 잔인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더욱 애타게 만들고 싶은 그가 보지 속에서 페니스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보지 입구의 살갗을 문질렀다. 순간 그녀가 눈을 치뜨며 매달렸다.
“아, 안 돼........! 미치겠어........! 하 으.......”
“하 앗! 정말 섹스 좋아하네. 어떻게 참았을까! 그럼 네가 해.”
상욱은 연경을 일으키고 자신이 누웠다. 그리고 그녀를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잠시 부끄러운 눈빛을 하던 그녀가 그의 페니스를 움켜쥐고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둔부를 치켜 올렸다가 페니스를 깔고 앉았다. 그는 페니스가 보지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쾌감에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녀는 페니스가 자궁 속까지 잇닿은 충격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 윽~! 사, 사장님. 난 몰라. 하 으........”
여경은 상욱의 가슴을 양손으로 눌러 몸의 균형을 지탱하며 둔부를 들어 올렸다. 페니스가 녹아내리는 희열에 젖은 그가 치솟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내렸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들어 올려진 그녀의 둔부가 추락을 거듭하였다. 숨 가쁜 욕정의 흐느낌, 거친 숨소리, 그들은 발정을 일으킨 짐승처럼 몸부림쳤다.
“하 윽! 어.......떡.......해. 하 앗, 핫, 앗, 흡,.........”
“허 걱! 하 윽..........”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가 빠져 나올 때마다 엑스터시의 진액이 울컥거리고 흘러 넘쳤다. 연경은 마치 기수처럼 허우적거리며 질주를 했다. 상욱은 흔들거리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끈적거리는 숨을 토해 내던 그녀가 활처럼 상체를 젖히며 까무러치는 신음을 터트렸다.
“하 윽~!”
“허 억........!”
상욱은 페니스와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엑스터시를 느꼈다. 그녀의 보지 속에서는 어느 여자보다 뜨겁고 흥건한 샘물이 울컥거리고 뿜어져 나왔다. 상욱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녀를 끌어당겨 안으며 경직되었다. 오르가즘의 절정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자궁 속까지 뿜어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화들짝 놀랬다.
“앗! 아, 난 몰라. 거기다 싸면........”
희열의 늪에 빠진 연경은 둔부를 좌우로 흔들면서 몸서리 쳤다. 오르가즘을 느낀 후에도 그들은 하나가 되어 허우적거렸다. 가임기간을 헤아리면서도 그녀는 황홀한 회오리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머릿속에는 육체를 던진 대가를 계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백 평에 가깝게 넓은 창고 안에는 상하 좌우로 서치라이트가 눈부시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림자향기’ 홍보영상이 제작되는 장소였다. 크고 작은 촬영장비와 스텝 진들, 그리고 분장을 한 배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치라이트와 촬영 카메라는 높은 공장 천장에 있는 남녀 주연배우를 향해 앵글을 맞추고 있었다.
공장 왼편 서까래에 있는 배우는 남자 주연에 캐스팅된 강 준식. 가죽점퍼와 검은 바지를 걸친 그는 강인한 인상을 뿜어내고 있다. 로프를 붙잡고 있는 그는 허공을 날아가 상대 배역을 구출하는 장면을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상대 주연배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긴장을 하고 있다.
강 준식이 바라보는 천정 가운데 서까래 위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티셔츠와 바지, 그리고 가죽 재킷을 걸친 민 소희가 서 있었다. 도톰한 둔부와 날렵한 허리 윤곽, 몸매가 그대로 들어나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 스포티하면서도 성적 매력이 돋보였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던 한 용우 감독의 메가폰에서 큐 사인이 떨어졌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함 속에서 촬영기계의 움직임, 그리고 카메라의 이동, 스텝들의 시선은 강 준식의 연출 장면을 따라 움직였다. 강 준식이 왼편에서 로프를 잡고 허공을 나르는 순간 소희는 뛰어 내리며 서까래를 잡았다. 그리고 허공을 나른 강 준식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어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굴렀다. 벌써 다섯 번째의 반복되는 촬영 장면이었다.
바닥을 구르며 서로를 부둥켜안은 강 준식과 민 소희의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그들의 눈빛은 뜨거운 애정이 넘친다. 그리고 천천히 그들의 입술이 마주 닿았다. 사르르 눈을 감고 남자의 가슴에 안기는 여자,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농도 깊은 키스를 하는 남자. 한 용우의 메가폰에서 기분 좋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아주 좋았어. 다음 씬 준비해!”
한 감독의 명령에 따라 스텝들과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창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일어난 민 소희는 강 준식에게 쑥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그녀는 연기이기는 하지만 능숙한 키스로 리드를 하는 강 준식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민망하였다. 시선을 외면한 그녀는 이내 정색을 하고 창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장작불을 피워 놓은 드럼통 옆으로 스텝 진들과 배우들이 잠시 추위를 피해 모여 들었다. 그러나 제작 일정에 맞추어 강행군을 할 수 밖에 없는 한 감독이 그들을 재촉하였다. 다시 촬영준비를 마치고 민 소희를 끌어안은 강 준식이 창고 문을 박차고 뛰어 나왔다. 동시에 테러리스로 분장한 엑스트라들이 무기를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순간 한 감독이 이맛살을 찡그리며 화를 벌컥 냈다.
“컷~! 당신들 무슨 장면인지 몰라? 시장 바닥이 아니라,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위험한 순간이란 말이야!? 조 감독! 뭘 가르친 거야?”
“죄, 죄송합니다.”
머리를 굽실거린 조 감독이 엑스트라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언성을 높이며 엑스트라들을 꾸짖으며 하나하나 위치와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 한 감독의 큐 사인이 나고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세트장에서 이틀 밤을 꼬박새면서 촬영을 마치고 군산으로 이동하였다. 눈이 오고 추운 날씨이기에 부둣가의 격투신과 산악지대를 오가는 촬영은 고된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남녀 주연이 애정을 주고받는 장면 촬영으로 보름간의 홍보영상 제작을 끝냈을 때 스텝진과 배우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며칠 후에 한 용우 감독은 스텝들과 함께 스튜디오 안에서 제작한 영상물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제주도 호텔에서 강 준식과 민 소희의 에로틱한 정사 장면이었다.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한 용우감독이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하였다.
“이 장면은 안 되겠어. 싸구려 에로물 같잖아. 좀 더 암영을 짙게 하고, 영상미를 높여야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하면 어떨 가요?”
조 감독이 한 감독의 혼잣말에 동조를 하며 의견을 물었다. 모니터가 끝나고 한 감독은 검토한 메모를 들여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여튼 호텔 장면을 다시 촬영해야겠는데........”
“그렇다고 다시 제주도로 내려 갈수는 없잖아요?”
조 감독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촬영장비와 스텝, 그리고 배우들이 다시 이동하려면 경비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나 해외 수출 계약을 서두르고 있기에 사전에 홍보물을 보내야 하는 일정의 여유도 많지 않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한 감독이 넌지시 물었다.
“어디 경기도 근처에 비슷한 장소가 없을까..........?”
“인천은 어떨까요?”
“그럴만한 장소가 있나?”
“월미도의 프린스 호텔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바다 풍경도 비슷하고.”
“조 감독이 알아봐요. 그리고 곽 실장!”
“네.”
뒤편에 앉아 있던 기획실장이 한 감독을 주시했다. 한 감독은 앞으로 본격적인 크랭크인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제작자금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대한 그룹 자금지원은 어느 정도 확보됐지?”
“아직 연락은 없습니다.”
“뭐라고 하는 말이야! 연락 올 때 기다릴게 아니라, 직접 알아 봐야지.”
“그게........”
반듯하게 정장을 하고 있는 곽 실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를 바라보는 한 감독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요즘 매스컴에서는 대한그룹 회장 이름이 들먹거리고 있었다. 불법자금을 조성한 대한 그룹의 회장이 정치자금과도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곽 실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 회장이 검찰에 구속되었답니다. 그래서 눈치만 보고 있느라고........”
“구속까지........!? 아! 정말 큰 일이구만.........”
홍보영상 촬영을 마친 한 감독의 머릿속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영화제작이 예기치 않은 벽에 부딪치고 있었다. GS와 스타 필름 촬영 스튜디오의 경합, 그리고 이제는 순탄치 않은 지금지원까지 한 감독의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민 소희도 물론 체력이 바닥 날 정도였다. 더욱이나 처음으로 하는 영화 촬영이라 긴장했던 탓에 그녀는 몸살까지 앓을 정도였다. 그러나 홍보영상 촬영을 마치고 앓아누웠던 소희의 마음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 주일 후에 본 영화 촬영일정을 생각하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거울 앞에 앉아 피부를 다듬고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그녀는 시나리오를 펼쳐 놓고 자신의 대본을 익히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장기를 느낀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보모 연경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소희는 방문을 열어보면서 혼잣말처럼 연경에게 물었다.
“민지 아침 식사도 안하고 자는 모양이네?”
“네. 어제 늦게 잠들었는지 골아 떨어졌어요.”
유리벽 넘어 찬규의 작업실에서는 피아노 음률이 이따금 멈추었다가 들렸다. 주방의 신탁위에는 파출부가 준비해 놓고 간 식탁이 그대로 식탁보에 덮여 있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연경의 뒷모습을 보며 소희는 작업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한창 작곡에 열중인 찬규의 등 뒤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의 목을 양팔로 껴안았다.
“아침식사 안했지요?”
“음! 촬영하느라 피곤했지?”
“이제 괜찮아요. 그런데 어제 뭐하느라고 전화도 안 받았어요?”
“아! 방송국에 다녀왔어. 그리고 소희가 피곤한 거 같아서.......”
찬규가 앉아 있던 의자를 뒤로 돌리면서 소희의 손목을 끌어 당겼다. 그는 무릎위에 그녀를 끌어안으며 입멎춤을 했다. 그녀는 상큼한 미소를 지며 그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이미 익숙해진 그들의 스킨십이었다. 가벼운 입맞춤으로 시작한 키스가 점점 뜨겁게 달아 올랐다. 혀와 혀가 엉키고 서로를 갈구하는 흥분으로 이어졌다. 짜릿함에 젖어 눈을 감고 있던 소희가 눈을 뜨고 소스라쳐 놀랐다. 그녀가 바라본 벽의 거울 속에 반짝이는 여자의 눈빛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화장실에서 나오던 연경은 무심코 작업실 유리벽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당황하였다. ‘어떻게 시아주버니와 제수 사이에.......!?’ 연경은 평상시 너무나 친숙한 사이로 보이기에 조금은 의아스럽게 생각했었다. 상욱을 만나 보고할 생각을 하는 연경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찬규의 가슴에 안겨 황홀했던 순간을 떠 올렸다. 그들의 불륜은 그녀의 경제적인 만족을 충만 시킬 수 있는 정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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