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25화.
-몇 살인데?
-22살, 대학생이요.
-실랑이가 벌여졌는데 잘 못해서 친구누나가 자기엄마 뺨을 때렸고, 그러자 엄마는 쓰러져서 엉덩이를 들어줬고, 친구누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 자기 엄마 엉덩이를 때렸다고?
-네. 손바닥으로 때렸어요. 처음에는 살살, 나중에는 점점 세게......, 얼굴이 빨게 졌어요.
-그럼, 친구엄마는 타고 난 마조년이네. 훈련받아도 그 정도는 아니야. 딸이 때리는데 느껴? 허허, 그거 참. 해리엄마한테 들었다. 그 친구엄마가 네 물받이라며?
-뭐......, 대충은요.
그러면서 우진은 수화기를 슬쩍 떼며 한쪽 눈을 감았다.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엄마를 마조년이라고 욕하는데, 듣기 좋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에게 물받이라니.
-그럼, 친구누나는요?
-그건 잘 모르겠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 나이 때는 성향이고 나발이고 네 녀석처럼 그냥 사랑이면 다 되는 줄 알거든. 그래도 자기 엄마를 때릴 생각을 다하고, 끼는 다분하네.
-돔(dom) 성향일 가능성은요?
-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떨 리도 없고 얼굴이 빨개질 리도 없잖아. 내가 봤을 때는 오히려 섭(sub)성향에 가까운데?
-그건 왜요?
-예쁜데다 꾸미기 좋아하고 야한 옷에 명품 좋아한다며? 누가 봐도 섭이잖아.
-그래도......,
-나는 꾸미기 좋아하는 돔은 아직 별로 못 봤다. 꾸미기 좋아하는 섭은 수도 없이 많이 봤지만......, 내가 봤을 때 그년은 엄마 마조질에 감정 이입한 것 같다.
-그럴 수도 있나요?
-복잡하지만 상황 정황은 그러네. 뭐,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이 섞인 것 같은데? 그럼, 네가 봤을 때 해리엄마는 돔이겠냐? 아니면 섭이겠냐?
-그야 당연히 섭 아닌가요?
-땡, 틀렸다. 그년 돔이야.
-네?
우진이 살짝 놀랐다.
묶이는 거 좋아하고, 억지로 당하는 거 좋아하는 윤희누나 아니었던가?
-그년, 그냥 내가 좋아서 섭인 척 하는 거야. 그러다 보니 익숙해지고 자기가 섭인 줄 착각하는 거지. 또 그만큼 성향 못 나오게 내가 눌러주기도 하고. 남자 따 먹겠다고 남편한테 전화해서 허락 맞는 마조년 봤냐? 다 나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지. 아휴~ 어제 일만 생각하면, 진짜........, 성향이란 건 그만큼 종합적인걸 보고 판단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해 보면 네 친구누나는 돔일 가능성이 희박해.
우진은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스위치(switch)일 가능성은요?
-그딴 성향은 없다. 그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그냥 판타지야. 몸 파는 창녀나, 호스트들이 양쪽 성향을 가졌다고 사기 치는 경우도 많고......,
-그럼, 마지막으로 레즈일 가능성은요?
한석이 전화로 피식 웃었다.
-네가 보기에는 레즈냐? 아니냐?
-절대 레즈는 아니에요.
-그럼 아니야. 마조년 좋아하는 남성향 레즈는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너 고가의 명품 쳐 바르고 다니는 남성향 레즈년들 봤냐?
-아뇨.
-여자들은 동성 간에 거부감이 거의 없어서 레즈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년이 진짜 레즈년이면 넌 연적이 되는 거고, 그날로 넌 죽은 목숨이야. 넌 레즈 판타지 같은 거 꿈꾸지도 말고, 믿지도 마라. 잘 못하다가는 짬뽕국물에 탄 쥐약 먹고 가는 수가 있다.
-네.
아까 점심시간에 한석과의 통화내용은 이랬다.
아침 사건 때문에 조언을 구해보려고 전화를 해 보기는 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머릿속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기만 했다.
‘누나가 엄마 마조에 감정이입?’
왠지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 학원을 마친 그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슈퍼를 지날 무렵이었다.
파라솔 의자에 누군가 앉아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엄마였다. 엄마는 머리를 뒤로 묶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짧은 반바지에 흰색 면티 차림을 하니, 단번에 알아보지 못할 만큼 너무 젊고 예뻐 보였다.
엄마가 우진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아들 여기.”
“아.......,”
엄마가 다가오더니 그의 책가방을 빼앗듯 당겼다.
“가방 줘. 엄마가 들어줄게.”
“아......., 괜찮아. 무거워.”
“달라니까.”
못이기는 척 가방을 주자 엄마가 그걸 어깨에 메고 빙그레 웃었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
“남아서 공부 좀 하다가 오느라......,”
“착하네, 내 새끼.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아니, 뭐. 그냥,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대학이라도 들어가지.”
엄마가 흐뭇하게 웃었다.
“내 아들, 못된 망아지가 사람 됐네. 호호. 덥지?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응.”
그러자 그녀가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나오더니 껍질을 까고 그에게 건네주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실 싱글벙글 이었다.
엄마가 웃으면 그도 기분이 좋았다.
그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며, 가슴이 자꾸 설레였다. 엄마의 허연 다리에 자꾸 시선이 갔다. 진짜 기름을 바른 것처럼 매끈하고 광택이 났다.
“엄마 오늘 기분 좋은가 보네.”
“응, 아침까지는 별로였는데, 점심부터는 좋아졌어.”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엄마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글쎄, 엄마가 무슨 좋은 일이 있었을까?”
그러면서 엄마가 왼손을 내밀어 그의 팔짱을 껴 왔다.
순간, 엄마의 짙은 향기와 함께 팔로 물컹한 가슴이 느껴졌다. 반팔, 맨살로 슬쩍 슬쩍 가슴이 스칠 때 마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자지가 찌릿 찌릿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흰색 면티가 엄마의 커다란 가슴을 타이트하게 조여서 두 개의 젖꼭지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걸을 때 마다 육중한 가슴이 덜렁거렸다.
“.........,”
그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슴 절반을 드러낸 U넥 셔츠에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맨가슴, 게다가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폭발적인 크기와 탄력이라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차고 넘치는 것이다.
그는 조금 불안했다.
과연 지나치는 남자들이 음탕한 눈빛으로 흘낏 흘낏 훔쳐보는 것 같았다.
그가 조금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그의 팔에 더욱 가슴을 밀착해왔다.
“엄마, 아들인데 팔짱 끼는 게 뭐가 어떠니? 진이는 엄마하고 팔짱 끼는 거 창피해?”
“아......, 아니.”
“거짓말. 엄마 늙어서 밉지?”
그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 안 늙었어.”
“벌써 38살인데, 내일모래면 마흔이야.”
“만으로, 서른여섯이잖아. 그리고 엄마는 다른 아줌마보다 10년은 어려 보여. 꼭 아가씨 같아.”
엄마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아가씨?”
“응, 동네 아가씨.”
엄마가 까르르 웃었다.
그러자 우진도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사람이 보든 말든, 그는 곧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엄마가 야하고 예쁜 것이 죄는 아니다. 한편 그렇게 몸매도 육덕지고 얼굴도 젊고 예쁜 엄마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자지가 찌릿 찌릿 저려왔다.
엄마의 저 촉촉하고 두꺼운 입술을 입에 넣고 혀로 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가 요구하기 전까지는 그럴 수 없다.
그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
“일부러 밖에서 나 기다린 거야?”
“응, 평소보다 네가 조금 늦어서.....,”
“힘들게 뭐 하러 나왔어. 그냥 집에 있지. 그리고 나오려면 가디건이나 조금 걸치던지......,”
“가디건?”
“응.”
“아......, 오늘 좀 더워서.”
그녀는 자신의 간편한 옷차림을 생각해 냈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이는 엄마가 이렇게 입는 거 싫어?”
“아니, 좋아.”
그는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했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엄마가 조금 부산을 떨며 그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먼저 씻어. 엄마가 밥 차릴게.”
“응.”
억지로 욕실로 들어간 그는 찬물을 틀고 샤워를 했다.
자지가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아랫배가 은근히 당겨왔다. 밖에서부터 색정에 젖은 눈빛과, 발갛게 달아오른 엄마의 얼굴에 충분히 자극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따라 엄마가 조금 이상했다.
딸딸이를 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렇게 그는 샤워를 끝내고 젖은 머리를 말리며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거실의 불이 모두 꺼져 있어서 안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
그는 잠시 멈칫했다.
그때 거실 베란다 옆에서 찰칵- 하며 불꽃이 일더니 촛불 여러 개가 개가 연이어 켜졌다.
거실은 순식간에 아늑한 분위기로 변했다.
그가 어안이 벙벙하여 입을 벌리고 있는데 엄마가 손에 옷을 들고 다가와 있었다.
“이걸로 갈아입어.”
“아......,”
그 사이 엄마는 새로 화장도 고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푸른색 타이트한 실크 이브닝 드레스였는데, 가슴 절반이 드러나고, 밑으로는 겨우 팬티만 가린 그야말로 도발적인 파티 의상이었다.
게다가 거실이었는데도 엄마는 힐을 신고 있었다.
유리보석으로 반짝반짝 장식된 하이힐이 엄마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긴장시키면서 풍성한 엉덩이와 허리 가슴 곡선이 팽팽하게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힐에 찍혀서 장판이 망가지지 않을까 잠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바닥은 단단한 PVC 이미테이션 목재 타일이었다.
“........,”
꿀꺽-
목으로 침이 넘어갔다.
아, 저 살집 많고 기름진 허연 허벅지.
그가 그렇게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자, 엄마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손에 든 옷을 흔들었다.
“어서, 너도 갈아입어.”
“아......, 응.”
우진은 멍청하게 얼른 엄마가 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언제 사왔는지 고급스러운 여름 남성정장이었다. 그가 구두를 신고, 넥타이를 매는 걸 도운 엄마가 오른팔을 불쑥 내밀었다.
“자, 이제 엄마 에스코트 해줘.”
“응?”
“진이하고 엄마하고 오늘, 데이트 하는 거야. 숙녀를 무안하게 만드는 건 신사의 예의가 아니야. 엄마를 거실 식탁으로 데려다 줘.”
“아......, 응.”
우진은 어색하게 대답하면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 한쪽으로 데려갔다. 베란다 옆에 작은 식탁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식탁위에는 스테이크 접시와 와인 포크, 나이프, 수저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고급 레스토랑 테이블 같았다.
그가 의자를 뒤로 빼 주자 엄마가 웃으며 앉았다.
“매너도 좋네.”
우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아......, 그게. 다, 엄마가 준비한 거야?”
“글쎄.....,”
그러면서 엄마가 식탁 밑에서 꽃바구니와 와인을 꺼내 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우진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어제 엄마에게 주려고 사온 꽃바구니와 와인이었던 것이다. 화가 나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꽃이 부러지고, 조금 시들어 있었다.
그가 말을 못하자 엄마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는 이렇게 꽃 선물 받아본 거 처음이야. 오늘 점심때 청소하다가 발견했어. 누군가에게 뭔가를 받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건지 처음 알았어.”
“.......,”
그가 대답을 못하자 엄마가 다시 말했다.
“어제 이것 때문에 삐져서 외박한 거지? 바보같이......, 전화로 엄마 그냥 오라고 하지. 그럼 회식 때려 치고 그냥 왔을 텐데......, 엄마는 정말 너무 기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면서 엄마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진도 무척 감격이 되었다.
우물쭈물 그가 말했다.
“어......, 엄마 미안. 어제 걱정 많이 했지?”
“아니, 엄마가 미안해. 진이 돌아올 때 매일 기다리면서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안에 사진이 있는데, 엄마가 멍청해서 지울 줄 몰라. 진이가 대신 지워줄래?”
아침에 들었던 그 사진인 모양이었다.
급히 사진을 찾아서 보니, 꽤 잘생긴 남자가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누구야?”
엄마가 다소 긴장했다.
“그냥 댄스교실, 동생. 어제 우연히 고깃집 옆자리에 앉았는데 서로 누님, 동생하자고해서, 그냥 그러자고 했어. 별로 친하지 않아.”
“이름은 뭐야?”
“김태석.”
그러다 그녀는 급히 입을 막았다.
“이름이 쉬워서, 그냥 기억해 버렸네. 진짜 별 사이 아니니까, 진이 오해하지 마. 알았지?”
우진은 기분이 별로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사진까지 지워달라고 이실직고 할 정도면 정말 별 사이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사진을 지우고, 엄마 옆으로 다가갔다.
“엄마, 우리도 사진찍자.”
“그럴까?”
그러자 우진이 엄마와 볼을 맞대고,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찰칵 사진을 찍었다.
은주는 무척 기뻐했다.
“진이 예쁘게 나왔네.”
“엄마가 더 예쁘게 나왔어. 이거 얼짱 각도야 엄마. 누가 보면, 우리 연인인줄 알겠다. 그치? 예쁜 누나 같아.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 보이고.....,”
갑자기 은주 얼굴이 빨게 졌다.
“얘는......, 엄마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하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가에 예쁜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람들한테 자랑해야지. 내 새끼, 이렇게 잘 생겼다고. 아마 다들 부러워 죽을 걸.”
우진은 슬쩍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엄마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었다.
“피, 또 울잖아.”
“엄마가, 좋아서 그래. 행복해서 눈물이 나네.”
우진은 짐시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맞은 편 식탁에 앉았다. 그러자 엄마가 미리 준비한 스테이크를 접시에 올려주고, 잔에 와인을 따랐다.
“자 우리 건배하자. 건배.”
“응, 건배.”
챙-
거실에 촛불이 은은하게 찰랑거리고, 열린 창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우진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비록 집이었지만, 엄마와 근사한 저녁이었다.
모처럼 엄마와 도란도란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이어졌고, 시간이 깊어짐에 따라 분위기에 취했는지, 도수 낮은 와인에 취했는지 엄마의 얼굴이 복숭아처럼 빨게 지고 있었다.
“아, 배불러.”
“더 먹어. 아직 많아.”
“아니, 배 터질 것 같아.”
우진이 배를 두들기자, 엄마가 피식 웃었다.
“그럼, 이제 그만 방에 들어가서 공부해. 뒷정리는 엄마가 할게.”
우진은 테이블에서 일어나서, 3인용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흔들며 소파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나 아까 공부 많이 했어. 오늘은 그냥 쉴래. 엄마도 이따가 치워. 밥 먹고 바로 움직이면 소화도 힘들어. 여기서 조금 쉬었다 해.”
“그럴까?”
그러면서 엄마가 못이기는 척 그의 옆에 앉았다.
하지만, 식사 때와는 다르게 왠지 어색해져서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은주는 소파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잠시 후 그것도 어색했는지 그녀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다 쉬었다. 이제 설거지 해야지.”
우진이 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 우리 좀 더 쉬자. 설거지 이따가 내가 도와줄게. 촛불 때문에 분위기도 좋고, 바람도 불어와서 시원하고 이렇게 있으니까 기분 좋네.”
“그러니? 사실은 엄마도 기분이 좋아.”
그러면서 은주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역시 거실은 어색한 침묵만 이어졌다. 서로 뭔가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좋은 말이 떠 오르지 않아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그러다 우진이 겨우 말을 꺼냈다.
“엄마, 우리 TV나 볼까?”
“........,”
역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엄마가 대답을 안했다.
우진이 다시 말했다.
“그럼, 음악 들을까?”
“그......, 그럴까?”
그런 좀 괜찮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우진이 급히 대형 앰프로 걸어갔다.
은주도 그렇고 우진도 그렇고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사 올 때, 구색을 맞추려고 CD 플레이어와 대형 스피커를 구입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음악은 CD로 듣는 거라고 생각할 만큼 그 방면에 무식했다.
그러니 무슨 좋은 CD가 있을 턱이 없었다.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플레이 시킨 다음 털썩 소파로 돌아와 앉으니 이상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
이슬람 사원에서 코란 읽는 소리 같았다.
무슨 이딴 음악이 있나 싶어서, CD를 바꾸려고 하는데, 은주가 아는 척을 했다.
“어? 아라빅 뮤직이네?”
“엄마 아는 노래야?”
“응, 엄마가 가져다 놓은 거야. 이거 좀 이상하게 들려도 댄스 음악이야.”
우진이 살짝 놀랐다.
“이게?”
“응, 벨리댄스. 이거 틀어놓고 연습해.”
벨리댄스하면, 무슨 동남아나 남태평양 전통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집에서도 연습해?”
“가끔.”
우진은 엄마가 벨리댄스 추는 걸 상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갑자기 목이 바짝 타고 애가 달기 시작했다. 평소에 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를 만들 수 없었는데 무척 잘 되었다 싶었다.
“음악도 나오는데, 조금만 보여줘.”
“애는......, 엄마 배운지 얼마 안되서 잘 못 춰.”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그가 자꾸 조르자 은주는 당황했다.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지금 입은 옷은 파티정장이라서 불편해. 다음에 보여줄게.”
“갈아입고 와. 옷 갈아입는데 하루 종일 걸리는 것도 아니고.”
“하아......, 애가 자꾸.”
하지만 아들이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자, 은주는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그럼 조금만 이다.”
“응. 엄마.”
그러자 안방으로 들어간 은주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런데, 우진은 그만 김이 팍 세고 말았다. 펑퍼짐한 운동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그거 입고 연습해?”
“응.”
“댄스 학원에서도?”
“다들 이렇게 입고, 배워.”
우진은 엄마가 학원에서 야한 옷을 입지 않는 다는 사실이 안도하면서도, 한편 왠지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TV같은 거 보면, 예쁜 옷 입던데......,”
“그건 공연의상이잖아.”
“엄마는 그거 없어?”
“........,”
은주가 얼굴을 붉히고 대답을 안했다.
우진은 분명히 벨리댄스 의상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엄마를 추궁했다.
“기왕이면 제대로 구색을 맞춰야지. 와인도, 와인 잔에 마셔야 맛있잖아. 엄마가 예쁜 옷 입고 춤추면 정말 예쁠 것 같아.”
“그럼, 잠깐만.”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후에 나왔다.
하지만 우진은 또 실망하고 말았다.
아까 파티복 보다 치마단에 레이스도 달리고, 반짝이도 달려서 화려해 보이기는 했지만 팔은 손목까지 가리고, 치마는 무릎 밑까지 내려왔다.
“TV에서 보던 옷하고 다른 건데?”
“이게 공연복장이야.”
“다른 옷은 없어?”
“애는......, 엄마가 무슨 네 모델이니?”
그러거나 말거나, 우진은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듯이 엄마를 졸랐다. 애들 때 해보고 안 해본, 치마잡고 칭얼거리기 테크까지 발휘했다.
결국 엄마가 픽 웃었다.
“못 됐어. 정말.”
우진이 헤벌쩍 웃었다.
“다른 옷 있지? 그치? 그치?”
“자꾸 다른 거 입어 보라고 하면, 엄마도 힘드니까 네가 골라줘. 그럼 그거 입을게.”
“정말?”
우진은 정말 세상을 모두 얻은 듯 기쁜 표정으로 만세를 불렀다. 그러면서 엄마 뒤를 졸졸 따라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옷장이 열리자 그는 또 실망하고 말았다.
공연의상이 몇 벌 더 있기는 했지만, 지금 엄마가 입은 것과 디자인과 색상이 조금 다를 뿐 크게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벨리댄스에 대한 환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그런데 옷장 밑에 박스 하나가 보였다.
빨간 옷자락 하나가 튀어 나와 있었는데 반짝이가 붙어 있는 것이 공연복장 같았다. 뚜껑을 열어 보려고 하는데, 급히 엄마가 가로막았다.
“하아......, 진이야. 그건 아니야.”
“그럼 뭔데?”
“그......, 그게.”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엄마가 대답을 못했다.
우진은 틀림없이 야한 옷일 거라고 생각하고, 잽싸게 박스를 들고 침대로 가서 박스를 개봉했다. 그러자 이상한 물건들과 옷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
순간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굴이 하얗게 굳어지고 말았다.
우진도 다 아는 물건이었다.
개목걸이, 가죽수갑, 가죽채찍, 각종 개그와 코걸이, 안대를 비롯해 킬힐에 부트슈츠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SM용품 종합 선물세트였다.
이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단순 자위용 딜도와는 다른 문제였다.
우진은 조금 화가 났다.
그때 은주가 뒤에서 급히 그의 허리를 안았다.
“지......, 진이야. 오해하지 마.”
“엄마, 그 집에서 나오면서, 이제 이런 거 그만 두기로 한 거 아니었어?”
은주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미안, 엄마가 미안. 근데......, 그냥 나도 모르게 그냥 산거야. 인터넷 하다가, 보이 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구매 버튼을 눌러서......, 미안. 진이야. 진짜......, 진짜 이제부터 이런 거 안 살게. 응?”
우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엄마 방에 있는 컴퓨터로 다가가서 버튼을 켰다.
“이거 산 싸이트가 어디야?”
은주가 멈칫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얼른 말해.”
“하아......, 그게.”
결국 그녀가 더듬더듬 주소를 불렀다.
대충 들어가 보니, 물건도 팔고 정보도 교류하는 SM 전문 싸이트였다.
“아이디하고 비번.”
이제 그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모든 걸 체념한 듯 은주가 아이디와 비번을 가르쳐 주었다.
우진은 제발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녀의 아이디 은빛구슬로 검색해 본 결과, 교류방 사진 투고란에 날자 별로 게시물이 주르륵 딸려 올라왔다.
“.........,”
은주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최초 투고 날자는 3주전 4월 13일 일요일이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엄마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섹스를 한 날이었다. 투고물을 보니 단순보지 확대 사진이었다.
제목은 개가 씹은 엄마보지.
밑에 댓글에 온갖 더러운 험담과 욕이 가득했다.
우진은 차마 댓글을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다음 투고물을 눌렀다. 시기적으로 뜸해서, 5일이 흘러서 올리 사진이었는데, 뒤로 수갑을 차고 개처럼 엎드려서 엉덩이를 찍은 사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 강도는 수위가 높아졌다.
스스로 엉덩이를 스팽킹해서, 빨간 회초리 자국을 만들어 올린 사진도 있었고, 빨간 촛농을 보지에 떨기며 자위하는 자신도 있었다.
엄마는 사진마다 항상 처참하게 바닥을 느낄 수 있는 욕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이틀 전 마지막 올린 사진은 대야를 안방에 가져다 놓고, 똥을 싸며 자위를 하는 사진이었다.
천박하게 벌어진 똥구멍에서 누런 똥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도 좋다고 딜도로 보지를 쑤시면서 허연 씹물을 토해내는 사진이었다.
“........!”
우진은 그대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나마 클로즈업 사진만 있을 뿐, 신체적 특성을 알 수 있는 사진은 없었다. 하지만 얼굴이 나왔느냐, 나오지 않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날 섹스가 전혀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엄마를 자극하여 그 기억조차 하기 싫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적어도 저 싸이트에서 엄마는 미친년 같이 똥까지 싸면서 씹물을 싸대는 공개적 똥걸레였고 존중받을 가치조차 없는 씨발년이었다.
화를 낼 기운조차 없었다.
한참 멍하니 그렇게 앉아 있던, 그는 조용히 안방에서 나와 자신의 방 침대에 털썩 누웠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방문이 삐끔 열리며 엄마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는데 침대로 올라오더니 그의 허리를 옆에서 안았다.
우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은주가 조용히 말했다.
“사진 다 지우고, 아이디도 삭제하고 왔어.”
“..........,”
그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작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이제부터 엄마, 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진이 매일 엄마하고 섹스하고 싶었지? 매일 아들한테 상처나주는 엄마, 그렇게라도 사용해 주렴. 매일 저녁마다 준비하고 있을게. 못난 엄마가 해줄게 이것 밖에 없구나.”
우진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날 엄마를 범했던 건, 인간 이하의 더러운 욕구도 한 몫 했지만 그것 보다 더 큰 욕망은 엄마에 대한 연민이었고 엄마에 대한 사랑이었고 엄마를 위한 봉사였다.
그 마음조차 몰라주자, 우진은 너무 화가 나고 기가 막힌 나머지 또 다시 눈물이 났다.
은주가 부들부들 떨면서 조용히 손을 내밀어 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진이야, 엄마가 잘못했어. 울지 마. 응? 네가 울면 엄마 죽고 싶어. 진짜 살고 싶지 않아.”
우진은 급히 머리를 돌려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나도 더 이상 엄마 포기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아. 엄마 통장에 돈도 많고, 평생 저런 짓 하면서 즐기고 살아도 전혀 문제없을 거야. 전에는 이해 못했는데 누나가 왜 그랬는지 이제 알 것 같아. 내가 엄마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마침내 은주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굵은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들의 허리를 잡은 그녀는 울부짖으면서 애원했다.
“엄마 버리지 마. 응? 진이 없으면 엄마 죽어. 너 마저 없으면 엄마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 진이야, 사랑해. 사랑해. 엄마가 사랑해.”
“.......,”
“엄마가 어떻게 할까? 엄마가 어떻게 하면 진이 엄마 안 버릴 거니? 제발 진이야. 제발 말해줘. 엄마 뭐든 할 수 있어. 뭐든지 진이가 시키면 할 수 있어.”
우진은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엄마 사랑해. 근데, 내가 엄마를 사랑해도, 엄마는 만족을 못하잖아. 엄마 나 사랑하지 않잖아.”
은주가 다급히 말했다.
“그날 만족했어. 진이가 섹스 너무 잘해줘서 엄마 진짜 좋았어. 엄마 진이 진짜 사랑해. 그래서 더 좋았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았어.”
“그런데 왜 저런 싸이트에나 사진을 올린거야? 나 진짜 이제 자신 없어.”
은주가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그녀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엄마는 진이한테 존경받는 엄마가 되고 싶어서 그랬어. 엄마노릇 하고 싶어서......, 그런데, 엄마 몸은 너무 더럽고 추해서 그런 욕구를 참을 수 없어. 그래서 몰래 그런 거야. 얼굴도 안 나오고, 남자도 만나는 거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제 정말 안 그럴게.”
“욕구 참을 수 없다며? 근데 또 안 그런다고 어떻게 장담해? 나중에 또 그럴 거잖아.”
은주는 또 대답할 수 없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그렇게 깊은 정적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그녀가 모기 기어가는 작고 떨리는 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진이가 엄마 더러운 짓 대신 봐주면.......,”
우진이 흠칫 놀라서 몸을 떨었다.
은주가 다급히 말했다.
“그냥, 보기만 하면 되. 엄마가 돼서 아들에게 그런 짓 시킬 수는 없고, 그냥 엄마가 혼자 더러운 짓 하는 거 봐주기만 하면 돼. 그럼 엄마 너무 만족해서 다른 생각 하나도 안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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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호흡이 길어서 오늘은 좀 길게 썼네요.
답답하죠?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성격도 이래놔서......, ㅡ.ㅡ
날씨가 덥네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몇 살인데?
-22살, 대학생이요.
-실랑이가 벌여졌는데 잘 못해서 친구누나가 자기엄마 뺨을 때렸고, 그러자 엄마는 쓰러져서 엉덩이를 들어줬고, 친구누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 자기 엄마 엉덩이를 때렸다고?
-네. 손바닥으로 때렸어요. 처음에는 살살, 나중에는 점점 세게......, 얼굴이 빨게 졌어요.
-그럼, 친구엄마는 타고 난 마조년이네. 훈련받아도 그 정도는 아니야. 딸이 때리는데 느껴? 허허, 그거 참. 해리엄마한테 들었다. 그 친구엄마가 네 물받이라며?
-뭐......, 대충은요.
그러면서 우진은 수화기를 슬쩍 떼며 한쪽 눈을 감았다.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엄마를 마조년이라고 욕하는데, 듣기 좋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에게 물받이라니.
-그럼, 친구누나는요?
-그건 잘 모르겠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 나이 때는 성향이고 나발이고 네 녀석처럼 그냥 사랑이면 다 되는 줄 알거든. 그래도 자기 엄마를 때릴 생각을 다하고, 끼는 다분하네.
-돔(dom) 성향일 가능성은요?
-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떨 리도 없고 얼굴이 빨개질 리도 없잖아. 내가 봤을 때는 오히려 섭(sub)성향에 가까운데?
-그건 왜요?
-예쁜데다 꾸미기 좋아하고 야한 옷에 명품 좋아한다며? 누가 봐도 섭이잖아.
-그래도......,
-나는 꾸미기 좋아하는 돔은 아직 별로 못 봤다. 꾸미기 좋아하는 섭은 수도 없이 많이 봤지만......, 내가 봤을 때 그년은 엄마 마조질에 감정 이입한 것 같다.
-그럴 수도 있나요?
-복잡하지만 상황 정황은 그러네. 뭐,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이 섞인 것 같은데? 그럼, 네가 봤을 때 해리엄마는 돔이겠냐? 아니면 섭이겠냐?
-그야 당연히 섭 아닌가요?
-땡, 틀렸다. 그년 돔이야.
-네?
우진이 살짝 놀랐다.
묶이는 거 좋아하고, 억지로 당하는 거 좋아하는 윤희누나 아니었던가?
-그년, 그냥 내가 좋아서 섭인 척 하는 거야. 그러다 보니 익숙해지고 자기가 섭인 줄 착각하는 거지. 또 그만큼 성향 못 나오게 내가 눌러주기도 하고. 남자 따 먹겠다고 남편한테 전화해서 허락 맞는 마조년 봤냐? 다 나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지. 아휴~ 어제 일만 생각하면, 진짜........, 성향이란 건 그만큼 종합적인걸 보고 판단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해 보면 네 친구누나는 돔일 가능성이 희박해.
우진은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스위치(switch)일 가능성은요?
-그딴 성향은 없다. 그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그냥 판타지야. 몸 파는 창녀나, 호스트들이 양쪽 성향을 가졌다고 사기 치는 경우도 많고......,
-그럼, 마지막으로 레즈일 가능성은요?
한석이 전화로 피식 웃었다.
-네가 보기에는 레즈냐? 아니냐?
-절대 레즈는 아니에요.
-그럼 아니야. 마조년 좋아하는 남성향 레즈는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너 고가의 명품 쳐 바르고 다니는 남성향 레즈년들 봤냐?
-아뇨.
-여자들은 동성 간에 거부감이 거의 없어서 레즈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년이 진짜 레즈년이면 넌 연적이 되는 거고, 그날로 넌 죽은 목숨이야. 넌 레즈 판타지 같은 거 꿈꾸지도 말고, 믿지도 마라. 잘 못하다가는 짬뽕국물에 탄 쥐약 먹고 가는 수가 있다.
-네.
아까 점심시간에 한석과의 통화내용은 이랬다.
아침 사건 때문에 조언을 구해보려고 전화를 해 보기는 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머릿속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기만 했다.
‘누나가 엄마 마조에 감정이입?’
왠지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 학원을 마친 그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슈퍼를 지날 무렵이었다.
파라솔 의자에 누군가 앉아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엄마였다. 엄마는 머리를 뒤로 묶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짧은 반바지에 흰색 면티 차림을 하니, 단번에 알아보지 못할 만큼 너무 젊고 예뻐 보였다.
엄마가 우진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아들 여기.”
“아.......,”
엄마가 다가오더니 그의 책가방을 빼앗듯 당겼다.
“가방 줘. 엄마가 들어줄게.”
“아......., 괜찮아. 무거워.”
“달라니까.”
못이기는 척 가방을 주자 엄마가 그걸 어깨에 메고 빙그레 웃었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
“남아서 공부 좀 하다가 오느라......,”
“착하네, 내 새끼.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아니, 뭐. 그냥,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대학이라도 들어가지.”
엄마가 흐뭇하게 웃었다.
“내 아들, 못된 망아지가 사람 됐네. 호호. 덥지?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응.”
그러자 그녀가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나오더니 껍질을 까고 그에게 건네주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실 싱글벙글 이었다.
엄마가 웃으면 그도 기분이 좋았다.
그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며, 가슴이 자꾸 설레였다. 엄마의 허연 다리에 자꾸 시선이 갔다. 진짜 기름을 바른 것처럼 매끈하고 광택이 났다.
“엄마 오늘 기분 좋은가 보네.”
“응, 아침까지는 별로였는데, 점심부터는 좋아졌어.”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엄마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글쎄, 엄마가 무슨 좋은 일이 있었을까?”
그러면서 엄마가 왼손을 내밀어 그의 팔짱을 껴 왔다.
순간, 엄마의 짙은 향기와 함께 팔로 물컹한 가슴이 느껴졌다. 반팔, 맨살로 슬쩍 슬쩍 가슴이 스칠 때 마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자지가 찌릿 찌릿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흰색 면티가 엄마의 커다란 가슴을 타이트하게 조여서 두 개의 젖꼭지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걸을 때 마다 육중한 가슴이 덜렁거렸다.
“.........,”
그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슴 절반을 드러낸 U넥 셔츠에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맨가슴, 게다가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폭발적인 크기와 탄력이라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차고 넘치는 것이다.
그는 조금 불안했다.
과연 지나치는 남자들이 음탕한 눈빛으로 흘낏 흘낏 훔쳐보는 것 같았다.
그가 조금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그의 팔에 더욱 가슴을 밀착해왔다.
“엄마, 아들인데 팔짱 끼는 게 뭐가 어떠니? 진이는 엄마하고 팔짱 끼는 거 창피해?”
“아......, 아니.”
“거짓말. 엄마 늙어서 밉지?”
그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 안 늙었어.”
“벌써 38살인데, 내일모래면 마흔이야.”
“만으로, 서른여섯이잖아. 그리고 엄마는 다른 아줌마보다 10년은 어려 보여. 꼭 아가씨 같아.”
엄마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아가씨?”
“응, 동네 아가씨.”
엄마가 까르르 웃었다.
그러자 우진도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사람이 보든 말든, 그는 곧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엄마가 야하고 예쁜 것이 죄는 아니다. 한편 그렇게 몸매도 육덕지고 얼굴도 젊고 예쁜 엄마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자지가 찌릿 찌릿 저려왔다.
엄마의 저 촉촉하고 두꺼운 입술을 입에 넣고 혀로 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가 요구하기 전까지는 그럴 수 없다.
그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
“일부러 밖에서 나 기다린 거야?”
“응, 평소보다 네가 조금 늦어서.....,”
“힘들게 뭐 하러 나왔어. 그냥 집에 있지. 그리고 나오려면 가디건이나 조금 걸치던지......,”
“가디건?”
“응.”
“아......, 오늘 좀 더워서.”
그녀는 자신의 간편한 옷차림을 생각해 냈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이는 엄마가 이렇게 입는 거 싫어?”
“아니, 좋아.”
그는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했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엄마가 조금 부산을 떨며 그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먼저 씻어. 엄마가 밥 차릴게.”
“응.”
억지로 욕실로 들어간 그는 찬물을 틀고 샤워를 했다.
자지가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아랫배가 은근히 당겨왔다. 밖에서부터 색정에 젖은 눈빛과, 발갛게 달아오른 엄마의 얼굴에 충분히 자극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따라 엄마가 조금 이상했다.
딸딸이를 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렇게 그는 샤워를 끝내고 젖은 머리를 말리며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거실의 불이 모두 꺼져 있어서 안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
그는 잠시 멈칫했다.
그때 거실 베란다 옆에서 찰칵- 하며 불꽃이 일더니 촛불 여러 개가 개가 연이어 켜졌다.
거실은 순식간에 아늑한 분위기로 변했다.
그가 어안이 벙벙하여 입을 벌리고 있는데 엄마가 손에 옷을 들고 다가와 있었다.
“이걸로 갈아입어.”
“아......,”
그 사이 엄마는 새로 화장도 고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푸른색 타이트한 실크 이브닝 드레스였는데, 가슴 절반이 드러나고, 밑으로는 겨우 팬티만 가린 그야말로 도발적인 파티 의상이었다.
게다가 거실이었는데도 엄마는 힐을 신고 있었다.
유리보석으로 반짝반짝 장식된 하이힐이 엄마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긴장시키면서 풍성한 엉덩이와 허리 가슴 곡선이 팽팽하게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힐에 찍혀서 장판이 망가지지 않을까 잠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바닥은 단단한 PVC 이미테이션 목재 타일이었다.
“........,”
꿀꺽-
목으로 침이 넘어갔다.
아, 저 살집 많고 기름진 허연 허벅지.
그가 그렇게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자, 엄마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손에 든 옷을 흔들었다.
“어서, 너도 갈아입어.”
“아......, 응.”
우진은 멍청하게 얼른 엄마가 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언제 사왔는지 고급스러운 여름 남성정장이었다. 그가 구두를 신고, 넥타이를 매는 걸 도운 엄마가 오른팔을 불쑥 내밀었다.
“자, 이제 엄마 에스코트 해줘.”
“응?”
“진이하고 엄마하고 오늘, 데이트 하는 거야. 숙녀를 무안하게 만드는 건 신사의 예의가 아니야. 엄마를 거실 식탁으로 데려다 줘.”
“아......, 응.”
우진은 어색하게 대답하면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 한쪽으로 데려갔다. 베란다 옆에 작은 식탁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식탁위에는 스테이크 접시와 와인 포크, 나이프, 수저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고급 레스토랑 테이블 같았다.
그가 의자를 뒤로 빼 주자 엄마가 웃으며 앉았다.
“매너도 좋네.”
우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아......, 그게. 다, 엄마가 준비한 거야?”
“글쎄.....,”
그러면서 엄마가 식탁 밑에서 꽃바구니와 와인을 꺼내 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우진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어제 엄마에게 주려고 사온 꽃바구니와 와인이었던 것이다. 화가 나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꽃이 부러지고, 조금 시들어 있었다.
그가 말을 못하자 엄마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는 이렇게 꽃 선물 받아본 거 처음이야. 오늘 점심때 청소하다가 발견했어. 누군가에게 뭔가를 받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건지 처음 알았어.”
“.......,”
그가 대답을 못하자 엄마가 다시 말했다.
“어제 이것 때문에 삐져서 외박한 거지? 바보같이......, 전화로 엄마 그냥 오라고 하지. 그럼 회식 때려 치고 그냥 왔을 텐데......, 엄마는 정말 너무 기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면서 엄마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진도 무척 감격이 되었다.
우물쭈물 그가 말했다.
“어......, 엄마 미안. 어제 걱정 많이 했지?”
“아니, 엄마가 미안해. 진이 돌아올 때 매일 기다리면서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안에 사진이 있는데, 엄마가 멍청해서 지울 줄 몰라. 진이가 대신 지워줄래?”
아침에 들었던 그 사진인 모양이었다.
급히 사진을 찾아서 보니, 꽤 잘생긴 남자가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누구야?”
엄마가 다소 긴장했다.
“그냥 댄스교실, 동생. 어제 우연히 고깃집 옆자리에 앉았는데 서로 누님, 동생하자고해서, 그냥 그러자고 했어. 별로 친하지 않아.”
“이름은 뭐야?”
“김태석.”
그러다 그녀는 급히 입을 막았다.
“이름이 쉬워서, 그냥 기억해 버렸네. 진짜 별 사이 아니니까, 진이 오해하지 마. 알았지?”
우진은 기분이 별로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사진까지 지워달라고 이실직고 할 정도면 정말 별 사이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사진을 지우고, 엄마 옆으로 다가갔다.
“엄마, 우리도 사진찍자.”
“그럴까?”
그러자 우진이 엄마와 볼을 맞대고,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찰칵 사진을 찍었다.
은주는 무척 기뻐했다.
“진이 예쁘게 나왔네.”
“엄마가 더 예쁘게 나왔어. 이거 얼짱 각도야 엄마. 누가 보면, 우리 연인인줄 알겠다. 그치? 예쁜 누나 같아.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 보이고.....,”
갑자기 은주 얼굴이 빨게 졌다.
“얘는......, 엄마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하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가에 예쁜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람들한테 자랑해야지. 내 새끼, 이렇게 잘 생겼다고. 아마 다들 부러워 죽을 걸.”
우진은 슬쩍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엄마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었다.
“피, 또 울잖아.”
“엄마가, 좋아서 그래. 행복해서 눈물이 나네.”
우진은 짐시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맞은 편 식탁에 앉았다. 그러자 엄마가 미리 준비한 스테이크를 접시에 올려주고, 잔에 와인을 따랐다.
“자 우리 건배하자. 건배.”
“응, 건배.”
챙-
거실에 촛불이 은은하게 찰랑거리고, 열린 창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우진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비록 집이었지만, 엄마와 근사한 저녁이었다.
모처럼 엄마와 도란도란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이어졌고, 시간이 깊어짐에 따라 분위기에 취했는지, 도수 낮은 와인에 취했는지 엄마의 얼굴이 복숭아처럼 빨게 지고 있었다.
“아, 배불러.”
“더 먹어. 아직 많아.”
“아니, 배 터질 것 같아.”
우진이 배를 두들기자, 엄마가 피식 웃었다.
“그럼, 이제 그만 방에 들어가서 공부해. 뒷정리는 엄마가 할게.”
우진은 테이블에서 일어나서, 3인용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흔들며 소파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나 아까 공부 많이 했어. 오늘은 그냥 쉴래. 엄마도 이따가 치워. 밥 먹고 바로 움직이면 소화도 힘들어. 여기서 조금 쉬었다 해.”
“그럴까?”
그러면서 엄마가 못이기는 척 그의 옆에 앉았다.
하지만, 식사 때와는 다르게 왠지 어색해져서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은주는 소파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잠시 후 그것도 어색했는지 그녀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다 쉬었다. 이제 설거지 해야지.”
우진이 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 우리 좀 더 쉬자. 설거지 이따가 내가 도와줄게. 촛불 때문에 분위기도 좋고, 바람도 불어와서 시원하고 이렇게 있으니까 기분 좋네.”
“그러니? 사실은 엄마도 기분이 좋아.”
그러면서 은주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역시 거실은 어색한 침묵만 이어졌다. 서로 뭔가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좋은 말이 떠 오르지 않아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그러다 우진이 겨우 말을 꺼냈다.
“엄마, 우리 TV나 볼까?”
“........,”
역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엄마가 대답을 안했다.
우진이 다시 말했다.
“그럼, 음악 들을까?”
“그......, 그럴까?”
그런 좀 괜찮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우진이 급히 대형 앰프로 걸어갔다.
은주도 그렇고 우진도 그렇고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사 올 때, 구색을 맞추려고 CD 플레이어와 대형 스피커를 구입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음악은 CD로 듣는 거라고 생각할 만큼 그 방면에 무식했다.
그러니 무슨 좋은 CD가 있을 턱이 없었다.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플레이 시킨 다음 털썩 소파로 돌아와 앉으니 이상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
이슬람 사원에서 코란 읽는 소리 같았다.
무슨 이딴 음악이 있나 싶어서, CD를 바꾸려고 하는데, 은주가 아는 척을 했다.
“어? 아라빅 뮤직이네?”
“엄마 아는 노래야?”
“응, 엄마가 가져다 놓은 거야. 이거 좀 이상하게 들려도 댄스 음악이야.”
우진이 살짝 놀랐다.
“이게?”
“응, 벨리댄스. 이거 틀어놓고 연습해.”
벨리댄스하면, 무슨 동남아나 남태평양 전통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집에서도 연습해?”
“가끔.”
우진은 엄마가 벨리댄스 추는 걸 상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갑자기 목이 바짝 타고 애가 달기 시작했다. 평소에 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를 만들 수 없었는데 무척 잘 되었다 싶었다.
“음악도 나오는데, 조금만 보여줘.”
“애는......, 엄마 배운지 얼마 안되서 잘 못 춰.”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그가 자꾸 조르자 은주는 당황했다.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지금 입은 옷은 파티정장이라서 불편해. 다음에 보여줄게.”
“갈아입고 와. 옷 갈아입는데 하루 종일 걸리는 것도 아니고.”
“하아......, 애가 자꾸.”
하지만 아들이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자, 은주는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그럼 조금만 이다.”
“응. 엄마.”
그러자 안방으로 들어간 은주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런데, 우진은 그만 김이 팍 세고 말았다. 펑퍼짐한 운동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그거 입고 연습해?”
“응.”
“댄스 학원에서도?”
“다들 이렇게 입고, 배워.”
우진은 엄마가 학원에서 야한 옷을 입지 않는 다는 사실이 안도하면서도, 한편 왠지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TV같은 거 보면, 예쁜 옷 입던데......,”
“그건 공연의상이잖아.”
“엄마는 그거 없어?”
“........,”
은주가 얼굴을 붉히고 대답을 안했다.
우진은 분명히 벨리댄스 의상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엄마를 추궁했다.
“기왕이면 제대로 구색을 맞춰야지. 와인도, 와인 잔에 마셔야 맛있잖아. 엄마가 예쁜 옷 입고 춤추면 정말 예쁠 것 같아.”
“그럼, 잠깐만.”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후에 나왔다.
하지만 우진은 또 실망하고 말았다.
아까 파티복 보다 치마단에 레이스도 달리고, 반짝이도 달려서 화려해 보이기는 했지만 팔은 손목까지 가리고, 치마는 무릎 밑까지 내려왔다.
“TV에서 보던 옷하고 다른 건데?”
“이게 공연복장이야.”
“다른 옷은 없어?”
“애는......, 엄마가 무슨 네 모델이니?”
그러거나 말거나, 우진은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듯이 엄마를 졸랐다. 애들 때 해보고 안 해본, 치마잡고 칭얼거리기 테크까지 발휘했다.
결국 엄마가 픽 웃었다.
“못 됐어. 정말.”
우진이 헤벌쩍 웃었다.
“다른 옷 있지? 그치? 그치?”
“자꾸 다른 거 입어 보라고 하면, 엄마도 힘드니까 네가 골라줘. 그럼 그거 입을게.”
“정말?”
우진은 정말 세상을 모두 얻은 듯 기쁜 표정으로 만세를 불렀다. 그러면서 엄마 뒤를 졸졸 따라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옷장이 열리자 그는 또 실망하고 말았다.
공연의상이 몇 벌 더 있기는 했지만, 지금 엄마가 입은 것과 디자인과 색상이 조금 다를 뿐 크게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벨리댄스에 대한 환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그런데 옷장 밑에 박스 하나가 보였다.
빨간 옷자락 하나가 튀어 나와 있었는데 반짝이가 붙어 있는 것이 공연복장 같았다. 뚜껑을 열어 보려고 하는데, 급히 엄마가 가로막았다.
“하아......, 진이야. 그건 아니야.”
“그럼 뭔데?”
“그......, 그게.”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엄마가 대답을 못했다.
우진은 틀림없이 야한 옷일 거라고 생각하고, 잽싸게 박스를 들고 침대로 가서 박스를 개봉했다. 그러자 이상한 물건들과 옷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
순간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굴이 하얗게 굳어지고 말았다.
우진도 다 아는 물건이었다.
개목걸이, 가죽수갑, 가죽채찍, 각종 개그와 코걸이, 안대를 비롯해 킬힐에 부트슈츠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SM용품 종합 선물세트였다.
이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단순 자위용 딜도와는 다른 문제였다.
우진은 조금 화가 났다.
그때 은주가 뒤에서 급히 그의 허리를 안았다.
“지......, 진이야. 오해하지 마.”
“엄마, 그 집에서 나오면서, 이제 이런 거 그만 두기로 한 거 아니었어?”
은주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미안, 엄마가 미안. 근데......, 그냥 나도 모르게 그냥 산거야. 인터넷 하다가, 보이 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구매 버튼을 눌러서......, 미안. 진이야. 진짜......, 진짜 이제부터 이런 거 안 살게. 응?”
우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엄마 방에 있는 컴퓨터로 다가가서 버튼을 켰다.
“이거 산 싸이트가 어디야?”
은주가 멈칫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얼른 말해.”
“하아......, 그게.”
결국 그녀가 더듬더듬 주소를 불렀다.
대충 들어가 보니, 물건도 팔고 정보도 교류하는 SM 전문 싸이트였다.
“아이디하고 비번.”
이제 그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모든 걸 체념한 듯 은주가 아이디와 비번을 가르쳐 주었다.
우진은 제발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녀의 아이디 은빛구슬로 검색해 본 결과, 교류방 사진 투고란에 날자 별로 게시물이 주르륵 딸려 올라왔다.
“.........,”
은주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최초 투고 날자는 3주전 4월 13일 일요일이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엄마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섹스를 한 날이었다. 투고물을 보니 단순보지 확대 사진이었다.
제목은 개가 씹은 엄마보지.
밑에 댓글에 온갖 더러운 험담과 욕이 가득했다.
우진은 차마 댓글을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다음 투고물을 눌렀다. 시기적으로 뜸해서, 5일이 흘러서 올리 사진이었는데, 뒤로 수갑을 차고 개처럼 엎드려서 엉덩이를 찍은 사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 강도는 수위가 높아졌다.
스스로 엉덩이를 스팽킹해서, 빨간 회초리 자국을 만들어 올린 사진도 있었고, 빨간 촛농을 보지에 떨기며 자위하는 자신도 있었다.
엄마는 사진마다 항상 처참하게 바닥을 느낄 수 있는 욕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이틀 전 마지막 올린 사진은 대야를 안방에 가져다 놓고, 똥을 싸며 자위를 하는 사진이었다.
천박하게 벌어진 똥구멍에서 누런 똥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도 좋다고 딜도로 보지를 쑤시면서 허연 씹물을 토해내는 사진이었다.
“........!”
우진은 그대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나마 클로즈업 사진만 있을 뿐, 신체적 특성을 알 수 있는 사진은 없었다. 하지만 얼굴이 나왔느냐, 나오지 않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날 섹스가 전혀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엄마를 자극하여 그 기억조차 하기 싫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적어도 저 싸이트에서 엄마는 미친년 같이 똥까지 싸면서 씹물을 싸대는 공개적 똥걸레였고 존중받을 가치조차 없는 씨발년이었다.
화를 낼 기운조차 없었다.
한참 멍하니 그렇게 앉아 있던, 그는 조용히 안방에서 나와 자신의 방 침대에 털썩 누웠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방문이 삐끔 열리며 엄마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는데 침대로 올라오더니 그의 허리를 옆에서 안았다.
우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은주가 조용히 말했다.
“사진 다 지우고, 아이디도 삭제하고 왔어.”
“..........,”
그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작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이제부터 엄마, 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진이 매일 엄마하고 섹스하고 싶었지? 매일 아들한테 상처나주는 엄마, 그렇게라도 사용해 주렴. 매일 저녁마다 준비하고 있을게. 못난 엄마가 해줄게 이것 밖에 없구나.”
우진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날 엄마를 범했던 건, 인간 이하의 더러운 욕구도 한 몫 했지만 그것 보다 더 큰 욕망은 엄마에 대한 연민이었고 엄마에 대한 사랑이었고 엄마를 위한 봉사였다.
그 마음조차 몰라주자, 우진은 너무 화가 나고 기가 막힌 나머지 또 다시 눈물이 났다.
은주가 부들부들 떨면서 조용히 손을 내밀어 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진이야, 엄마가 잘못했어. 울지 마. 응? 네가 울면 엄마 죽고 싶어. 진짜 살고 싶지 않아.”
우진은 급히 머리를 돌려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나도 더 이상 엄마 포기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아. 엄마 통장에 돈도 많고, 평생 저런 짓 하면서 즐기고 살아도 전혀 문제없을 거야. 전에는 이해 못했는데 누나가 왜 그랬는지 이제 알 것 같아. 내가 엄마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마침내 은주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굵은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들의 허리를 잡은 그녀는 울부짖으면서 애원했다.
“엄마 버리지 마. 응? 진이 없으면 엄마 죽어. 너 마저 없으면 엄마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 진이야, 사랑해. 사랑해. 엄마가 사랑해.”
“.......,”
“엄마가 어떻게 할까? 엄마가 어떻게 하면 진이 엄마 안 버릴 거니? 제발 진이야. 제발 말해줘. 엄마 뭐든 할 수 있어. 뭐든지 진이가 시키면 할 수 있어.”
우진은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엄마 사랑해. 근데, 내가 엄마를 사랑해도, 엄마는 만족을 못하잖아. 엄마 나 사랑하지 않잖아.”
은주가 다급히 말했다.
“그날 만족했어. 진이가 섹스 너무 잘해줘서 엄마 진짜 좋았어. 엄마 진이 진짜 사랑해. 그래서 더 좋았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았어.”
“그런데 왜 저런 싸이트에나 사진을 올린거야? 나 진짜 이제 자신 없어.”
은주가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그녀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엄마는 진이한테 존경받는 엄마가 되고 싶어서 그랬어. 엄마노릇 하고 싶어서......, 그런데, 엄마 몸은 너무 더럽고 추해서 그런 욕구를 참을 수 없어. 그래서 몰래 그런 거야. 얼굴도 안 나오고, 남자도 만나는 거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제 정말 안 그럴게.”
“욕구 참을 수 없다며? 근데 또 안 그런다고 어떻게 장담해? 나중에 또 그럴 거잖아.”
은주는 또 대답할 수 없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그렇게 깊은 정적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그녀가 모기 기어가는 작고 떨리는 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진이가 엄마 더러운 짓 대신 봐주면.......,”
우진이 흠칫 놀라서 몸을 떨었다.
은주가 다급히 말했다.
“그냥, 보기만 하면 되. 엄마가 돼서 아들에게 그런 짓 시킬 수는 없고, 그냥 엄마가 혼자 더러운 짓 하는 거 봐주기만 하면 돼. 그럼 엄마 너무 만족해서 다른 생각 하나도 안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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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호흡이 길어서 오늘은 좀 길게 썼네요.
답답하죠?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성격도 이래놔서......, ㅡ.ㅡ
날씨가 덥네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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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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