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애 소위 vs 백미경 소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친구와 함께 간호학교를 선택하였다.
3년동안 힘든 훈련과 생도생활을 마치고, 우수한 성적으로 간호사 국가고시까지 패스하여 드디어 간호장교로서 자격을 갖추고 소위계급장을 달고 첫 부인한 이곳 국군병원.
정애는 외로운 객지에서 훈남을 만났다.
알아본 바로는 명문대를 다니다 온 재원이고, 이제 제대할 날도 얼마남지 않은 말년 병장 이병장.
말솜씨도 괜찮았고, 마음씨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계급이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척척 자신을 리드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약간의 바람기가 있어 보였으나, 오히려 여자들이 많이 따르는 만큼 우수한 남자라는 의미가 아니던가?
마지막으로 차지하는 사람이 정애 자신이 될것을 은근히 과시하고 싶은 우월감 같은것도 있었다.
하사나 중사출신보다는 소위인 자신이 계급도 높고, 처녀에다가 나이도 어리니 이병장으로서는 못먹더라고 찔러야 할 상황이고, 정애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거추장스러웠던 처녀를 떼어버리고 난 지금 정애의 마음은 착잡하기보다는 오히려 홀가분 하였다.
처녀막이니 처녀성 같은 것이 그리 중요시 되지 않는 자유연애시대인 요즈음, 아직도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이젠 어쩌면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순결을 지키고 간직한다고 하여도 어디서 괜찮은 자리에서 혼담이 들어오거나 할 처지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연애라도 해서 괜찮은 남자를 잡고 싶었다.
물론 군의관 중에도 맘에 드는 남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정애같은 간호학교 출신 여군을 애인 혹은 연인으로 생각해 줄리도 없고, 다만 엔죠이 상대정도로만 즐길테면 즐기라는 선배들의 조언도 있었다.
"정애야..."
"오..라버니...."
"고마워...그리고 미안해..."
"호호..뭐가요? 혹시 오라버니 영창갈까봐 미리 약치는거...맞죠?"
"으이그..하여간 우리 정애...넌 확실히 장군감이다..."
"오라버니 걱정 마시고 어서 점호 들어갈 시간 다 돼가요..."
"알았어..네 동기한테 확실히 얘기했지?"
"응..참..당직실에 들러서 이것좀 전해주시면 돼요..."
정애는 간식거리를 챙겨서 이병장을 배웅한다.
이병장이 홀연히 떠나고 정애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다.
자신에게 이렇게 쿨~한 면이 있었던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크다면 큰 사건이 밤사이 일어 났건만, 이른 새벽, 거의 뜬눈으로 지샌 지난 밤의 흔적이 아직도 숙소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금.
국군 간호장교 이정애 소위는 어느새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다.
아직 출근하려면 두시간 정도 여유가 있지만, 오늘은 왠지 여성스러워지고 싶다.
목덜미 여기저기에 어젯밤의 흔적이 간간히 보인다.
화장으로 흔적을 애써 감추며 이소위는 자기도 모르게 콧소리가 흘러나오는 걸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푸훗...이병장...그런대로 믿음이 가는 남자야.."
"이따 출근해서 어찌 나오나 한번 떠 봐야지."
한편 이병장은 살금살금 당직실로 들어갔다.
"너무 일찍 왔나?"
아직 점호까진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저..당직사관님...."
"으음..아...이소위 심부름 갔던 분이군요?"
"아..네..저..이소위님이 이걸 전해주라고 하셔서..."
"으음...아이고 뭐 이런걸...다...참. 정애랑 친척이시라면서요?"
"아..네..알고보니 친척이더라구요..네.."
"어제 같이 지냈어요?"
"네? 아...네...에..."
"손님 오셔서 같이 한잔 할거라 던데..."
"네..전 그만 술이 취해서...잘은 모르겠구요...자는데 점호 들어가야한다고 깨워주셔서..."
"네..호호 그랬군요...어서 들어가세요..."
"아직, 시간이 너무 일러서 괜히 다른 사람 깨울까봐..."
"그렇긴 하네요. 그럼 커피 한잔 하실래요?"
"커..피..도 좋지만, 속이 좀 쓰린데, 뭐 다른건 없을까요?"
"아, 술 드셨다 그랬죠?...잠시만요..."
백미경 소위.
이제서야 그녀의 이름표를 자세히 보았다.
이정애 소위와 간호사관학교 동기동창이면서 인연이 있었는지 같은 병원에 배속을 받았다.
잠시후 백소위가 컵라면을 갖고 온다.
어째 간호장교들이 하나같이 라면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어제 정애의 숙소에서도 라면을 끓여 먹지 않았던가?
"아이고, 군발이 한테 라면이 최고죠.. 역시 병원이라 그런지, 아니면 간호사시라 그런지 환자의 속마음을 이리도 잘 아실까. 잘 먹겠습니다. 아참, 출출하실텐데, 같이 좀 드시죠?"
얼른 한젖가락 들어서 백소위에게 건넨다.
엉거주춤한 상황.
그렇다고 입으로 낼름 받아먹을 처지가 아닌 백소위가 남감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쫙 벌려 어이없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당직 서느라 잠이 부족한 듯한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채..
순간 이병장은 주위에 먹다버린 커피잔 종이컵을 줏어들고 라면을 그곳에 덜고 국물을 부은다음 나머지 컵라면을 백소위에게 건넨다.
"저는 요거만 먹으면 되니까 백소위님이 이거 드세요. 출출하실텐데..."
"아..네. 고마워요...사실 배가 좀 출출했는데 혼자 먹으려니 서글퍼서 망설이던 차였어요. 아참 아까 정애가 준거는 뭔지 한번 볼까요?"
쇼핑백을 꺼내 보니 안에 작은 도시락 통이 있고, 그곳에는 포도 반송이와 복숭아 몇조각이 들어있다.
그리고, 툭 떨어지는 곱게 접은 쪽지 하나.
백소위가 얼른 줏어들어 쪽지를 펴서 읽다가 은근히 미소 짖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린다.
"호호..."
"아니 뭐가 그리 우습습니까?"
"아...아니에요..정애가 아주 단단히 콩깍지가 끼었나보네요..."
"무..슨..말씀인지.."
"호호..오라버니 자기가 찜했다고 눈독 들이지 말라고 쓰여 있네요....호호"
"아따, 뭔 농담도 그리 하십니까? 제가 무슨 닭이라도 됩니까? 찜을 하게...참 내..."
"어머, 그렇네요. 이병장님이 닭도 아닌데 왜 정애가 찜을 한다고 하였을까요?"
백소위도 포스가 장난은 아닌듯하다.
간호사관 출신은 다 이런가? 싶을 정도로 뻔뻔스럽고 천연덕 스럽고, 거기다 마치 장난감이라도 갖고 놀듯이 고참병사를 입방아에 올리고 있다.
속으로 약간 괘씸한 생각도 들고, 백소위도 기를 좀 꺽어 둘 필요가 있을것 같았다.
"백소위님이 이거 다 드세요, 전 이걸 먹겠습니다."
"어머...아니..정애 오라버니...이러시면....흡..흡..."
이병장은 컵을 내려 놓고는 백소위의 입속에 반쪽 들어있는 복숭아 조각을 낼름 입에 물고는 쭉 빨았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백소위의 맨입이 이병장의 입술에 닿았고,
그리고, 복숭아를 빠는 흡입력으로 백소위의 입술을 그만 빨았다.
눈이 휘둥그래진 백소위가 주위를 살피며 두 손으로 이병장의 가슴을 방망이질 치며 입을 떼어내려고 한다.
이병장은 그대로 계속 입을 밀어 부치며 백소위의 입이 열릴때까지 계속 빨고있다.
"아..읍..아아...그만, 이제 그만요...숨막혀요.."
이윽고 입을 떼어낸 백소위가 눈을 흘기며 이병장을 쳐다보면서 뇌까린다.
"백소위님 한번만 더 절 놀리시면 가만 안 둡니다."
"음,,음..미안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럴수가 있어요?..감..."
"감히, 병장이 소위한테 덤볐다 이건가요?"
"그..그런게 아니라...감...미롭지 않게,,,,,그런게 어딧어요?"
"후후, 키스는 감미롭게 해야한다고 배우셨나보군요...알겠습니다. 그럼 감미롭게 다시.."
"아..아..아니..그게 아니.....웁....으읍.."
이병장은 조용한 당직실에서 당직간호사관 백미경 소위에게 감미로운 키스의 시범을 보이느라 여념이 없다.
백소위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시선을 지긋이 감으면서 조용히 이병장의 키스를 감상하고 있다.
5분정도 지났을까.
백소위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아..이건 뭐지?"
친구의 오라버니 혹은 숨겨둔 연인일지도 모르는 이 남자가 다짜고짜 내게 키스를 해오고 있다.
어제 저녁 점호시간만 해도, 정애가 이병장을 잠시 빌려달라고 할때만 해도, 정말 친척이고 손님까지 와서 같이 저녁을 먹는줄만 알았고, 늦어도 12시 전에는 보내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열두시가 지나고, 새벽이 되어 주위가 모두 잠들어도 이병장은 귀대하지 않았고, 백소위는 은근히 궁금하기도 하고 질투도 나기 시작했다.
두사람 사이에 약간의 의구심도 생겼다.
하지만 이른 아침 점호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살그머니 들어오더니 결국은 자기입술을 훔치고 있는 이 남자.
모르긴 몰라도 이 남자의 몸에서 정애의 체취가 풍겨나오는 것 같은 느낌에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럼 두사람이 혹시 어제 BOQ에서???"
순간 사관생도때부터 아니 고교때부터 줄곳 단짝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했던 정애에 대한 질투심이 막 솟아 올랐다.
"그래, 뭔가 있어. 그렇다고 내가 질 수는 없지...좋아. 한번 부디쳐 보는거야."
결심을 한 듯, 미경은 이병장에게 일방적으로 내 맡기던 태도를 바꾸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나갔다.
이병장의 어깨를 제대로 끌어 안고 혀를 내밀어 이병장의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흠칫 이병장이 놀라 한동안 쳐다본다.
백소위는 이병장의 놀란 눈빛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할트면서 몸을 부디쳐간다.
말이 필요없는 젊은 남녀의 몸짓과 눈빛.
이병장은 밤새 정애의 몸을 섭렵하고 온 터라 기진맥진하였지만, 또다시 백미경 소위의 대시에 아랫도리가 반응을 하고 가슴이 울려옴을 느끼면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시간과 공간,,,이 문제였다.
이병장이 한 만큼, 딱 이병장이 한 만큼의 시간을 백소위도 그렇게 공격을 하더니 몸을 떼어내었다.
"이정도면 쌤쌤이죠?"
"아..네..백소위님..놀랍습니다."
"뭐가요?"
"백소위님, 아니 미경씨 입술이....너무 감미로웠어요...딱딱한 군복속에서....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후후..만족하셨다니 고맙네요..."
"정애가 알면 어쩌시려고...."
"정애에게 말씀하실건가요? 저랑 키스 했다고..."
"....말 못하죠...."
"그럼 됐자나요. 저도 말 안할꺼에요."
"그럼 전..어쩌라고..."
"어쩌긴요...그렇담 제 애인이라도 되어 주실래요? 정애한테는 오라버니니깐 제겐 그래도 될......읍.."
이병장은 사랑스러운 백미경 소위의 간드러지는 콧소리에 그만 참지 못하고 다시 미경의 입술을 덮었다.
이번엔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대로 미경의 몸을 밀어 부쳤다.
의자가 점점 뒤로 밀리며 벽에 부딛쳤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백미경 소위는 잠시 당황한 듯 이 병장을 밀쳐 보지만, 연약한 여군 장교의 힘은 건장한 대한민국 육군 이병장의 강한 몸을 감당할 수가 없다.
"아..더 이상은..안돼...여기서 이러면....."
"그럼, 어디서? "
"아..이제 곧 당직사병 올시간인데..."
"그럼 이따 만나요 우리.. "
"아..알았어요..."
"인수인계하고 퇴근하실때 들러요...알았죠?"
"아..알았어요..이제 그만 들어가 보세요..."
아, 그냥 찔러본 감..아니 그냥 빨아본 복숭아 조각이었는데,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다.
그만큼 간호장교들도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거나 삭막한 군생활이 지루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와 같았으면 그러할 겨를도 없었겠지만, 밤새 홀로 온갖 생각에 빠지다 보면 남자도 그런데 여자인 미경의 입장에서 더욱 센치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정애와 이병장의 아무래도 찜찜한 외박. 그리고, 이병장의 대시...미경으로서는 무료한 생활에 갑자기 활력포인트가 생겨났다.
"그래 한번 해 보는거야. 정애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람. 만약 정애의 남자라면 뭐 이병장 친구라도 소개시켜달래지 뭐, 아니면 말고..."
역시 군인정신으로 아니 여군정신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일이 없는 모양이다. 안되면 되게하라. 멋진 표어 아닌가?
미경은 그렇게 지루했던 하룻밤이 순식간에 잊혀지고 오늘 하루가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기대가 되는 아침이었다.
창문을 여니 상쾌한 바람이 불어 온다.
상의 단추를 두개 플고 한 껏 기지개를 펴본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봉슷 솟아오는 자신의 가슴을 쳐다 보더니 두 손으로 쓸어 내린다.
맞은편 병동에서 아까부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한 쌍의 눈이 있다는 걸 알아채지도 못한 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친구와 함께 간호학교를 선택하였다.
3년동안 힘든 훈련과 생도생활을 마치고, 우수한 성적으로 간호사 국가고시까지 패스하여 드디어 간호장교로서 자격을 갖추고 소위계급장을 달고 첫 부인한 이곳 국군병원.
정애는 외로운 객지에서 훈남을 만났다.
알아본 바로는 명문대를 다니다 온 재원이고, 이제 제대할 날도 얼마남지 않은 말년 병장 이병장.
말솜씨도 괜찮았고, 마음씨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계급이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척척 자신을 리드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약간의 바람기가 있어 보였으나, 오히려 여자들이 많이 따르는 만큼 우수한 남자라는 의미가 아니던가?
마지막으로 차지하는 사람이 정애 자신이 될것을 은근히 과시하고 싶은 우월감 같은것도 있었다.
하사나 중사출신보다는 소위인 자신이 계급도 높고, 처녀에다가 나이도 어리니 이병장으로서는 못먹더라고 찔러야 할 상황이고, 정애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거추장스러웠던 처녀를 떼어버리고 난 지금 정애의 마음은 착잡하기보다는 오히려 홀가분 하였다.
처녀막이니 처녀성 같은 것이 그리 중요시 되지 않는 자유연애시대인 요즈음, 아직도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이젠 어쩌면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순결을 지키고 간직한다고 하여도 어디서 괜찮은 자리에서 혼담이 들어오거나 할 처지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연애라도 해서 괜찮은 남자를 잡고 싶었다.
물론 군의관 중에도 맘에 드는 남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정애같은 간호학교 출신 여군을 애인 혹은 연인으로 생각해 줄리도 없고, 다만 엔죠이 상대정도로만 즐길테면 즐기라는 선배들의 조언도 있었다.
"정애야..."
"오..라버니...."
"고마워...그리고 미안해..."
"호호..뭐가요? 혹시 오라버니 영창갈까봐 미리 약치는거...맞죠?"
"으이그..하여간 우리 정애...넌 확실히 장군감이다..."
"오라버니 걱정 마시고 어서 점호 들어갈 시간 다 돼가요..."
"알았어..네 동기한테 확실히 얘기했지?"
"응..참..당직실에 들러서 이것좀 전해주시면 돼요..."
정애는 간식거리를 챙겨서 이병장을 배웅한다.
이병장이 홀연히 떠나고 정애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다.
자신에게 이렇게 쿨~한 면이 있었던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크다면 큰 사건이 밤사이 일어 났건만, 이른 새벽, 거의 뜬눈으로 지샌 지난 밤의 흔적이 아직도 숙소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금.
국군 간호장교 이정애 소위는 어느새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다.
아직 출근하려면 두시간 정도 여유가 있지만, 오늘은 왠지 여성스러워지고 싶다.
목덜미 여기저기에 어젯밤의 흔적이 간간히 보인다.
화장으로 흔적을 애써 감추며 이소위는 자기도 모르게 콧소리가 흘러나오는 걸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푸훗...이병장...그런대로 믿음이 가는 남자야.."
"이따 출근해서 어찌 나오나 한번 떠 봐야지."
한편 이병장은 살금살금 당직실로 들어갔다.
"너무 일찍 왔나?"
아직 점호까진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저..당직사관님...."
"으음..아...이소위 심부름 갔던 분이군요?"
"아..네..저..이소위님이 이걸 전해주라고 하셔서..."
"으음...아이고 뭐 이런걸...다...참. 정애랑 친척이시라면서요?"
"아..네..알고보니 친척이더라구요..네.."
"어제 같이 지냈어요?"
"네? 아...네...에..."
"손님 오셔서 같이 한잔 할거라 던데..."
"네..전 그만 술이 취해서...잘은 모르겠구요...자는데 점호 들어가야한다고 깨워주셔서..."
"네..호호 그랬군요...어서 들어가세요..."
"아직, 시간이 너무 일러서 괜히 다른 사람 깨울까봐..."
"그렇긴 하네요. 그럼 커피 한잔 하실래요?"
"커..피..도 좋지만, 속이 좀 쓰린데, 뭐 다른건 없을까요?"
"아, 술 드셨다 그랬죠?...잠시만요..."
백미경 소위.
이제서야 그녀의 이름표를 자세히 보았다.
이정애 소위와 간호사관학교 동기동창이면서 인연이 있었는지 같은 병원에 배속을 받았다.
잠시후 백소위가 컵라면을 갖고 온다.
어째 간호장교들이 하나같이 라면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어제 정애의 숙소에서도 라면을 끓여 먹지 않았던가?
"아이고, 군발이 한테 라면이 최고죠.. 역시 병원이라 그런지, 아니면 간호사시라 그런지 환자의 속마음을 이리도 잘 아실까. 잘 먹겠습니다. 아참, 출출하실텐데, 같이 좀 드시죠?"
얼른 한젖가락 들어서 백소위에게 건넨다.
엉거주춤한 상황.
그렇다고 입으로 낼름 받아먹을 처지가 아닌 백소위가 남감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쫙 벌려 어이없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당직 서느라 잠이 부족한 듯한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채..
순간 이병장은 주위에 먹다버린 커피잔 종이컵을 줏어들고 라면을 그곳에 덜고 국물을 부은다음 나머지 컵라면을 백소위에게 건넨다.
"저는 요거만 먹으면 되니까 백소위님이 이거 드세요. 출출하실텐데..."
"아..네. 고마워요...사실 배가 좀 출출했는데 혼자 먹으려니 서글퍼서 망설이던 차였어요. 아참 아까 정애가 준거는 뭔지 한번 볼까요?"
쇼핑백을 꺼내 보니 안에 작은 도시락 통이 있고, 그곳에는 포도 반송이와 복숭아 몇조각이 들어있다.
그리고, 툭 떨어지는 곱게 접은 쪽지 하나.
백소위가 얼른 줏어들어 쪽지를 펴서 읽다가 은근히 미소 짖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린다.
"호호..."
"아니 뭐가 그리 우습습니까?"
"아...아니에요..정애가 아주 단단히 콩깍지가 끼었나보네요..."
"무..슨..말씀인지.."
"호호..오라버니 자기가 찜했다고 눈독 들이지 말라고 쓰여 있네요....호호"
"아따, 뭔 농담도 그리 하십니까? 제가 무슨 닭이라도 됩니까? 찜을 하게...참 내..."
"어머, 그렇네요. 이병장님이 닭도 아닌데 왜 정애가 찜을 한다고 하였을까요?"
백소위도 포스가 장난은 아닌듯하다.
간호사관 출신은 다 이런가? 싶을 정도로 뻔뻔스럽고 천연덕 스럽고, 거기다 마치 장난감이라도 갖고 놀듯이 고참병사를 입방아에 올리고 있다.
속으로 약간 괘씸한 생각도 들고, 백소위도 기를 좀 꺽어 둘 필요가 있을것 같았다.
"백소위님이 이거 다 드세요, 전 이걸 먹겠습니다."
"어머...아니..정애 오라버니...이러시면....흡..흡..."
이병장은 컵을 내려 놓고는 백소위의 입속에 반쪽 들어있는 복숭아 조각을 낼름 입에 물고는 쭉 빨았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백소위의 맨입이 이병장의 입술에 닿았고,
그리고, 복숭아를 빠는 흡입력으로 백소위의 입술을 그만 빨았다.
눈이 휘둥그래진 백소위가 주위를 살피며 두 손으로 이병장의 가슴을 방망이질 치며 입을 떼어내려고 한다.
이병장은 그대로 계속 입을 밀어 부치며 백소위의 입이 열릴때까지 계속 빨고있다.
"아..읍..아아...그만, 이제 그만요...숨막혀요.."
이윽고 입을 떼어낸 백소위가 눈을 흘기며 이병장을 쳐다보면서 뇌까린다.
"백소위님 한번만 더 절 놀리시면 가만 안 둡니다."
"음,,음..미안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럴수가 있어요?..감..."
"감히, 병장이 소위한테 덤볐다 이건가요?"
"그..그런게 아니라...감...미롭지 않게,,,,,그런게 어딧어요?"
"후후, 키스는 감미롭게 해야한다고 배우셨나보군요...알겠습니다. 그럼 감미롭게 다시.."
"아..아..아니..그게 아니.....웁....으읍.."
이병장은 조용한 당직실에서 당직간호사관 백미경 소위에게 감미로운 키스의 시범을 보이느라 여념이 없다.
백소위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시선을 지긋이 감으면서 조용히 이병장의 키스를 감상하고 있다.
5분정도 지났을까.
백소위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아..이건 뭐지?"
친구의 오라버니 혹은 숨겨둔 연인일지도 모르는 이 남자가 다짜고짜 내게 키스를 해오고 있다.
어제 저녁 점호시간만 해도, 정애가 이병장을 잠시 빌려달라고 할때만 해도, 정말 친척이고 손님까지 와서 같이 저녁을 먹는줄만 알았고, 늦어도 12시 전에는 보내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열두시가 지나고, 새벽이 되어 주위가 모두 잠들어도 이병장은 귀대하지 않았고, 백소위는 은근히 궁금하기도 하고 질투도 나기 시작했다.
두사람 사이에 약간의 의구심도 생겼다.
하지만 이른 아침 점호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살그머니 들어오더니 결국은 자기입술을 훔치고 있는 이 남자.
모르긴 몰라도 이 남자의 몸에서 정애의 체취가 풍겨나오는 것 같은 느낌에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럼 두사람이 혹시 어제 BOQ에서???"
순간 사관생도때부터 아니 고교때부터 줄곳 단짝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했던 정애에 대한 질투심이 막 솟아 올랐다.
"그래, 뭔가 있어. 그렇다고 내가 질 수는 없지...좋아. 한번 부디쳐 보는거야."
결심을 한 듯, 미경은 이병장에게 일방적으로 내 맡기던 태도를 바꾸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나갔다.
이병장의 어깨를 제대로 끌어 안고 혀를 내밀어 이병장의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흠칫 이병장이 놀라 한동안 쳐다본다.
백소위는 이병장의 놀란 눈빛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할트면서 몸을 부디쳐간다.
말이 필요없는 젊은 남녀의 몸짓과 눈빛.
이병장은 밤새 정애의 몸을 섭렵하고 온 터라 기진맥진하였지만, 또다시 백미경 소위의 대시에 아랫도리가 반응을 하고 가슴이 울려옴을 느끼면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시간과 공간,,,이 문제였다.
이병장이 한 만큼, 딱 이병장이 한 만큼의 시간을 백소위도 그렇게 공격을 하더니 몸을 떼어내었다.
"이정도면 쌤쌤이죠?"
"아..네..백소위님..놀랍습니다."
"뭐가요?"
"백소위님, 아니 미경씨 입술이....너무 감미로웠어요...딱딱한 군복속에서....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후후..만족하셨다니 고맙네요..."
"정애가 알면 어쩌시려고...."
"정애에게 말씀하실건가요? 저랑 키스 했다고..."
"....말 못하죠...."
"그럼 됐자나요. 저도 말 안할꺼에요."
"그럼 전..어쩌라고..."
"어쩌긴요...그렇담 제 애인이라도 되어 주실래요? 정애한테는 오라버니니깐 제겐 그래도 될......읍.."
이병장은 사랑스러운 백미경 소위의 간드러지는 콧소리에 그만 참지 못하고 다시 미경의 입술을 덮었다.
이번엔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대로 미경의 몸을 밀어 부쳤다.
의자가 점점 뒤로 밀리며 벽에 부딛쳤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백미경 소위는 잠시 당황한 듯 이 병장을 밀쳐 보지만, 연약한 여군 장교의 힘은 건장한 대한민국 육군 이병장의 강한 몸을 감당할 수가 없다.
"아..더 이상은..안돼...여기서 이러면....."
"그럼, 어디서? "
"아..이제 곧 당직사병 올시간인데..."
"그럼 이따 만나요 우리.. "
"아..알았어요..."
"인수인계하고 퇴근하실때 들러요...알았죠?"
"아..알았어요..이제 그만 들어가 보세요..."
아, 그냥 찔러본 감..아니 그냥 빨아본 복숭아 조각이었는데,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다.
그만큼 간호장교들도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거나 삭막한 군생활이 지루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와 같았으면 그러할 겨를도 없었겠지만, 밤새 홀로 온갖 생각에 빠지다 보면 남자도 그런데 여자인 미경의 입장에서 더욱 센치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정애와 이병장의 아무래도 찜찜한 외박. 그리고, 이병장의 대시...미경으로서는 무료한 생활에 갑자기 활력포인트가 생겨났다.
"그래 한번 해 보는거야. 정애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람. 만약 정애의 남자라면 뭐 이병장 친구라도 소개시켜달래지 뭐, 아니면 말고..."
역시 군인정신으로 아니 여군정신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일이 없는 모양이다. 안되면 되게하라. 멋진 표어 아닌가?
미경은 그렇게 지루했던 하룻밤이 순식간에 잊혀지고 오늘 하루가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기대가 되는 아침이었다.
창문을 여니 상쾌한 바람이 불어 온다.
상의 단추를 두개 플고 한 껏 기지개를 펴본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봉슷 솟아오는 자신의 가슴을 쳐다 보더니 두 손으로 쓸어 내린다.
맞은편 병동에서 아까부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한 쌍의 눈이 있다는 걸 알아채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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