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2~3화에서는 큰누나인 지숙의 회상씬이 이어집니다. 커피숍에서의 적나라한 장면이나 하드코어적인 정사장면을 상상하신 독자분들께 실망시켜드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네요. 본격적인 장면은 조금 더 뒤에 나올 예정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치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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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숙의 이야기.
김지숙. 그녀는 어떤 여자라도 부러워하고, 어떤 남자라도 반할만한 고혹적인 미모와 탐스러운 몸매를 가지고 있는 완벽한 미인이었다. 때문에 당연스레 그녀의 주위에는 벌떼처럼 수많은 남자들이 꼬일 수 밖에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수많은 남자들의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연애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녀는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일까?
.
.
"지숙아. 내가 아는 오빠 한번 만나볼래? 너 좀 소개시켜 달라고 사흘밤낮은 졸라대는 바람에 요즘 잠도 제대로 못잔단말야...정말 괜찮은 사람이니까 한번만 만나봐라~응?"
지숙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의 소개팅 주선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새로 나온 신상 구두를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유미, 너 내가 남자 만나는거 봤니?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 하고 저쪽 매장도 들어가보자! 얼른얼른~"
그렇게 자신의 팔짱을 낀 채, 기대감에 가득찬 표정을 하고 있는 지숙의 모습을 보면서 유미는 내심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숙이 너도 참... 언제까지 연애 한 번 못해보고 혼자 지내려고 그래. 처녀귀신이라도 될 생각이니? 이제 슬슬 좋은 남자도 만나봐야지....안그래?"
지숙은 자신이 걱정되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유미를 향해 귀엽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야기했다.
"내 애인 여기 있잖아. 우리 박유미씨! 꺄르르르~"
순간, 유미는 자신을 향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지숙을 보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는지, 지숙을 와락 끌어안으며 볼에 입술을 마구마구 부비적거렸다.
"꺄악~!그래그래 우리 자기~우리 지숙이 너무 귀여워!!쪽쪽쪽"
또다시 지숙의 필살애교공격에 허물어져버린 유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지숙의 팔짱을 낀채 한참을 웃고 떠들고 있었다. 유미 역시 지숙이 왜 소개팅을 싫어하는지, 왜 남자 만나는 것을 두려워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 얘기는 접어두리고 하였다. 그러던 그녀들의 뒤로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큰누나??"
"어? 김성호! 니가 여긴 왠일이야?"
"나참, 그러는 누나야 말로 왜 여기 있는거야? 오늘 작은누나 엠티간다고 큰누나한테 저녁식사 좀 차려달라는 말 못들었어?"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아먹고 이렇게 쇼핑이나 하러다니냐는 표정을 하고 있는 성호를 보면서 지숙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새로 나온 신상구두에 정신이 팔려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휴우, 지금 저녁 장보러 나오는 길이었어. 저녁은 내가 차려 놓을테니까 너무 늦지 않게만 들어와~"
"으..응..알았어.."
성호는 우물쭈물하는 지숙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 후, 유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지숙은 가끔씩 저런 미소를 보이며 따듯하게 말하는 동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어머어머, 어쩜.. 성호는 날이 갈수록 점점 멋있어지는거 같아. 그렇지 않니? 내가 몇 년만 젊었어도 확 대쉬해보는건데!! 아까워라...힝"
지숙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멀어져가는 성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는 유미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주책 그만부리시고 커피나 마시러 가시죠. 박여사님~?"
지숙은 커피숍에 가서도 내심 저녁을 차리고 있을 성호가 마음에 걸렸는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유미에게 사과를 한 뒤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뉘었다.
-카톡왔슈,카톡왔슈-
[아까 말한 그 오빠랑 내일 2시에 약속 잡아놨으니까 이번에도 나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 꼭 한번 만나봐. 알았지? 안나가면 다신 안볼꺼야! 사랑해♥]
"이 망할 것이......"
지숙은 이내 콕콕 쑤시는 머리를 눌러대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그동안 남자를 만나지 못했던 이유...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한켠에 자리잡아 버린 한 남자 때문이었다.
자신이 꿈에도 그리던 백마탄 왕자님........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의 하나뿐인 남동생, 성호였다.
성호의 얼굴을 떠올리며 서글픈 한숨을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어느새 집에 도착한 지숙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이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또 다시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 위한 연극을 시작 할 시간이었기 때문에...
-4년 전, 신입생 환영회날-
스무살이 되던 그 해. 지숙은 그때까지만 해도 동화 속의 백마탄 왕자님처럼 근사한 모습으로 나타날 남자와의 만남을 꿈꾸던, 다른 여자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소녀일 뿐이었다.
여중,여고를 다녔던 탓에 남자들과의 교류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들러붙는 인간둘중에는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을 하면 꿈에 그리고 그리던 근사한 남자와의 연애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던 지숙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 신입생 환영회에서 지숙은 첫눈에 반할만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저어...이름이 지숙이라고 했었지? 안녕, 반갑다. 난 3학년 최준우라고 해."
시끌벅쩍한 환영회 자리에서 꽤나 마신 듯, 알딸딸해져 있던 지숙에게 한남자가 다가왔다. 너무나도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알코올의 기운이 강했던 탓일까?
자신에게 말을 건네온 최준우라는 선배의 모습을 보는 순간 지숙은 쉴새 없이 뛰는 가슴을 움켜잡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꿈에도 그리던 근사한 왕자님...바로 눈앞에 나타난 이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안녕하세요 선배님!! 1학년 김지숙이에요!!딸꾹!"
긴장했던 탓이었을까.
갑자기 튀어나온 딸꾹질에 놀란 지숙의 얼굴은 마치 잘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우는 키득키득 웃으며 지숙의 옆자리에 앉아 허물없이 대화를 해나갔다.
지숙은 이 최준우라는 남자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겨우겨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쓰고 있던 지숙은 자신의 손을 잡는 준우때문에 심장이 터질뻔한걸 겨우 참았다.
"서,선배!"
"여긴 너무 시끄럽지 않니?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가자."
자신의 손을 잡아 끄는 준우의 박력넘치는 모습에 지숙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도 못하고 수줍게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인채 따라나설 수 밖에 없었다.
"지숙아, 괜찮으면 드라이브나 하러 갈래?"
"그,그치만..선배 술드셨잖아요..."
"나 원래 술 잘 못마시거든. 오늘도 한잔 밖에 안마셨는걸? 정말이라니까? 오빠 눈을 봐바. 거짓말하는 사람처럼 보이니?"
두눈을 동그랗게 뜨며 장난스럽고도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는 준우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숙은 끝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호호호. 알겠어요 선배. 믿어드릴께요.쿡쿡. 선배 차는 어디 있는데요?"
그렇게 준우의 손에 이끌려 드라이브를 나선 지숙은 드디어 자신에게도 봄날이 오고 있다는 행복감에 취해 있었다. 한동안 구름위에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지숙은 익숙치 않은 손길에 기겁하고 말았다.
운전을 하면서 지숙의 손을 잡고 있던 준우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와 지숙의 새하얀 허벅지 위를 쓰다듬고 있었던 것이다.
"왜,왜 이래요 선배!!이러지 마세요!!"
준우의 손을 거칠게치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지숙은, 자신을 향해 끔찍한 표정을 짓고있는 준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눈빛은 그녀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온몸에 소름이 올라오는 그런 눈빛... 길을 걸을때나, 지하철에서나 자신의 가슴과 다리를 쳐다보며 입을 벌리고 있던 변태들의 눈빛과 같은 눈빛이었다.
마침내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운 준우는 강하게 저항하는 지숙을 몸으로 누르며 보조석 시트를 뒤로 제껴 지숙의 갸날프고도 부드러운 몸을 사정없이 덮쳐갔다.
.
.
"아, X발...피곤해 죽겠네. 도대체 사범님은 왜 맨날 나만 특별지도를 하는거냐고!!으..삭신이야.."
외딴 곳에 위치한 합기도 도장에서 걸어나오는 성호는 사범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특별지도를 받은 것에 무척이나 감격한 모양인지, 온몸을 주무르며 연실 욕을 내뱉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중학생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키도 크고, 성숙해 보이는 성호가 투덜거리는 모습은 정말이지 안어울리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집으로 향하던 성호의 눈에 저 멀리서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한대의 차가 들어왔다.
"허,허걱!!!시발...설마 저..저거... 말로만 듣던 그 카..섹스??!!!"
또래에들 보다 일찍 커버린 덩치만큼 빨리 찾아온 사춘기의 성호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금살금 흔들리고 있는 차로 다가갔다.
무척 어두웠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은 절대 안보일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간 차안을 들여다 보던 성호는 자신의 직감이 맞았다는 사실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외진 곳이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은한 달빛이 실내를 밝혀주고 있었기 때문에 성호는 차 안의 남녀가 하는 행위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남자가 여자를 덮치고 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여자의 모습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는 점이었다.
창밖에서 성호가 지켜보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지, 남자는 시트에 누워 있던 여자의 양쪽 팔을 붙잡은 채 반쯤 드러난 탐스러운 가슴을 사정없이 빨아대고 있었다.
"와..씨발...죽인다!!! 조금 더 가까이가서 봐도 안들킬꺼 같은데...괘..괜찮겠지?..꿀꺽..."
성호는 호기심과 함꼐 찾아온 어마어마한 흥분에 자신이 지금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창문에 얼굴을 갖다댄채 쳐다보기 시작했다.
결국, 거칠게 반항하던 여자에게 밀려 고개를 든 남자의 눈과 성호의 눈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젠장, 들켰다!!"
"너,너,너 이 새끼 뭐,뭐하는거야!!!! 이,이 씨발 저리 안꺼져!!!??"
성호는 지은 죄가 있어서 순순히 고개를 푹 숙이고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열린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돌어서던 발걸음이 얼어붙어 버렸다.
"사, 살..살려주세요!!!!!!!!!"
그 공포심에 물들어 있는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성호에게 있어서 상당히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차로 발길을 돌린 성호에 눈에 들어온 것은 남자에게 머리를 붙잡힌 채 하염없이 울고 있는...
큰누나 지숙의 모습이었다...............
"어....어...어버..."
그 충격적인 장면에 넋이 나간 성호는 당황한 나머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성호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꺄아아아아악!!!!!"
"야...이... 개 새 끼 야!!!!!!으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어억!!-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른 지숙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기던 준우를 향해 성호의 거센 발길질이 날아 들었고, 도망가는줄 알고 있던 성호에게 관심조차 없었던 준우는 생각지도 못한 일격을 맞아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린 것이었다.
"누...누...누나!!!정신차려봐 누나!!"
"서.....서....성호야........"
-털썩-
지숙, 그녀 역시 동생 성호의 얼굴을 확인 하는 순간,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참아왔던 고통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끝내 혼절해버리고 말았다.
"누..누나!!누나아아아아아!!!!!!!!!!!"
그 날 이후로 지숙은 더 이상 그 어떤 남자도 믿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세상에서 그녀가 믿을 수 있는 남자는 오직 단 한명뿐.....
자신을 그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지옥 속에서 구해내준 백마탄 왕자님...바로 자신의 하나뿐인 남동생. 성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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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
2~3화에서는 큰누나인 지숙의 회상씬이 이어집니다. 커피숍에서의 적나라한 장면이나 하드코어적인 정사장면을 상상하신 독자분들께 실망시켜드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네요. 본격적인 장면은 조금 더 뒤에 나올 예정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치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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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숙의 이야기.
김지숙. 그녀는 어떤 여자라도 부러워하고, 어떤 남자라도 반할만한 고혹적인 미모와 탐스러운 몸매를 가지고 있는 완벽한 미인이었다. 때문에 당연스레 그녀의 주위에는 벌떼처럼 수많은 남자들이 꼬일 수 밖에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수많은 남자들의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연애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녀는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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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숙아. 내가 아는 오빠 한번 만나볼래? 너 좀 소개시켜 달라고 사흘밤낮은 졸라대는 바람에 요즘 잠도 제대로 못잔단말야...정말 괜찮은 사람이니까 한번만 만나봐라~응?"
지숙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의 소개팅 주선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새로 나온 신상 구두를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유미, 너 내가 남자 만나는거 봤니?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 하고 저쪽 매장도 들어가보자! 얼른얼른~"
그렇게 자신의 팔짱을 낀 채, 기대감에 가득찬 표정을 하고 있는 지숙의 모습을 보면서 유미는 내심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숙이 너도 참... 언제까지 연애 한 번 못해보고 혼자 지내려고 그래. 처녀귀신이라도 될 생각이니? 이제 슬슬 좋은 남자도 만나봐야지....안그래?"
지숙은 자신이 걱정되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유미를 향해 귀엽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야기했다.
"내 애인 여기 있잖아. 우리 박유미씨! 꺄르르르~"
순간, 유미는 자신을 향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지숙을 보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는지, 지숙을 와락 끌어안으며 볼에 입술을 마구마구 부비적거렸다.
"꺄악~!그래그래 우리 자기~우리 지숙이 너무 귀여워!!쪽쪽쪽"
또다시 지숙의 필살애교공격에 허물어져버린 유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지숙의 팔짱을 낀채 한참을 웃고 떠들고 있었다. 유미 역시 지숙이 왜 소개팅을 싫어하는지, 왜 남자 만나는 것을 두려워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 얘기는 접어두리고 하였다. 그러던 그녀들의 뒤로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큰누나??"
"어? 김성호! 니가 여긴 왠일이야?"
"나참, 그러는 누나야 말로 왜 여기 있는거야? 오늘 작은누나 엠티간다고 큰누나한테 저녁식사 좀 차려달라는 말 못들었어?"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아먹고 이렇게 쇼핑이나 하러다니냐는 표정을 하고 있는 성호를 보면서 지숙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새로 나온 신상구두에 정신이 팔려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휴우, 지금 저녁 장보러 나오는 길이었어. 저녁은 내가 차려 놓을테니까 너무 늦지 않게만 들어와~"
"으..응..알았어.."
성호는 우물쭈물하는 지숙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 후, 유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지숙은 가끔씩 저런 미소를 보이며 따듯하게 말하는 동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어머어머, 어쩜.. 성호는 날이 갈수록 점점 멋있어지는거 같아. 그렇지 않니? 내가 몇 년만 젊었어도 확 대쉬해보는건데!! 아까워라...힝"
지숙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멀어져가는 성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는 유미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주책 그만부리시고 커피나 마시러 가시죠. 박여사님~?"
지숙은 커피숍에 가서도 내심 저녁을 차리고 있을 성호가 마음에 걸렸는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유미에게 사과를 한 뒤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뉘었다.
-카톡왔슈,카톡왔슈-
[아까 말한 그 오빠랑 내일 2시에 약속 잡아놨으니까 이번에도 나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 꼭 한번 만나봐. 알았지? 안나가면 다신 안볼꺼야! 사랑해♥]
"이 망할 것이......"
지숙은 이내 콕콕 쑤시는 머리를 눌러대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그동안 남자를 만나지 못했던 이유...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한켠에 자리잡아 버린 한 남자 때문이었다.
자신이 꿈에도 그리던 백마탄 왕자님........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의 하나뿐인 남동생, 성호였다.
성호의 얼굴을 떠올리며 서글픈 한숨을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어느새 집에 도착한 지숙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이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또 다시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 위한 연극을 시작 할 시간이었기 때문에...
-4년 전, 신입생 환영회날-
스무살이 되던 그 해. 지숙은 그때까지만 해도 동화 속의 백마탄 왕자님처럼 근사한 모습으로 나타날 남자와의 만남을 꿈꾸던, 다른 여자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소녀일 뿐이었다.
여중,여고를 다녔던 탓에 남자들과의 교류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들러붙는 인간둘중에는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을 하면 꿈에 그리고 그리던 근사한 남자와의 연애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던 지숙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 신입생 환영회에서 지숙은 첫눈에 반할만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저어...이름이 지숙이라고 했었지? 안녕, 반갑다. 난 3학년 최준우라고 해."
시끌벅쩍한 환영회 자리에서 꽤나 마신 듯, 알딸딸해져 있던 지숙에게 한남자가 다가왔다. 너무나도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알코올의 기운이 강했던 탓일까?
자신에게 말을 건네온 최준우라는 선배의 모습을 보는 순간 지숙은 쉴새 없이 뛰는 가슴을 움켜잡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꿈에도 그리던 근사한 왕자님...바로 눈앞에 나타난 이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안녕하세요 선배님!! 1학년 김지숙이에요!!딸꾹!"
긴장했던 탓이었을까.
갑자기 튀어나온 딸꾹질에 놀란 지숙의 얼굴은 마치 잘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우는 키득키득 웃으며 지숙의 옆자리에 앉아 허물없이 대화를 해나갔다.
지숙은 이 최준우라는 남자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겨우겨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쓰고 있던 지숙은 자신의 손을 잡는 준우때문에 심장이 터질뻔한걸 겨우 참았다.
"서,선배!"
"여긴 너무 시끄럽지 않니?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가자."
자신의 손을 잡아 끄는 준우의 박력넘치는 모습에 지숙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도 못하고 수줍게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인채 따라나설 수 밖에 없었다.
"지숙아, 괜찮으면 드라이브나 하러 갈래?"
"그,그치만..선배 술드셨잖아요..."
"나 원래 술 잘 못마시거든. 오늘도 한잔 밖에 안마셨는걸? 정말이라니까? 오빠 눈을 봐바. 거짓말하는 사람처럼 보이니?"
두눈을 동그랗게 뜨며 장난스럽고도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는 준우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숙은 끝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호호호. 알겠어요 선배. 믿어드릴께요.쿡쿡. 선배 차는 어디 있는데요?"
그렇게 준우의 손에 이끌려 드라이브를 나선 지숙은 드디어 자신에게도 봄날이 오고 있다는 행복감에 취해 있었다. 한동안 구름위에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지숙은 익숙치 않은 손길에 기겁하고 말았다.
운전을 하면서 지숙의 손을 잡고 있던 준우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와 지숙의 새하얀 허벅지 위를 쓰다듬고 있었던 것이다.
"왜,왜 이래요 선배!!이러지 마세요!!"
준우의 손을 거칠게치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지숙은, 자신을 향해 끔찍한 표정을 짓고있는 준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눈빛은 그녀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온몸에 소름이 올라오는 그런 눈빛... 길을 걸을때나, 지하철에서나 자신의 가슴과 다리를 쳐다보며 입을 벌리고 있던 변태들의 눈빛과 같은 눈빛이었다.
마침내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운 준우는 강하게 저항하는 지숙을 몸으로 누르며 보조석 시트를 뒤로 제껴 지숙의 갸날프고도 부드러운 몸을 사정없이 덮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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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X발...피곤해 죽겠네. 도대체 사범님은 왜 맨날 나만 특별지도를 하는거냐고!!으..삭신이야.."
외딴 곳에 위치한 합기도 도장에서 걸어나오는 성호는 사범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특별지도를 받은 것에 무척이나 감격한 모양인지, 온몸을 주무르며 연실 욕을 내뱉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중학생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키도 크고, 성숙해 보이는 성호가 투덜거리는 모습은 정말이지 안어울리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집으로 향하던 성호의 눈에 저 멀리서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한대의 차가 들어왔다.
"허,허걱!!!시발...설마 저..저거... 말로만 듣던 그 카..섹스??!!!"
또래에들 보다 일찍 커버린 덩치만큼 빨리 찾아온 사춘기의 성호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금살금 흔들리고 있는 차로 다가갔다.
무척 어두웠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은 절대 안보일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간 차안을 들여다 보던 성호는 자신의 직감이 맞았다는 사실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외진 곳이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은한 달빛이 실내를 밝혀주고 있었기 때문에 성호는 차 안의 남녀가 하는 행위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남자가 여자를 덮치고 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여자의 모습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는 점이었다.
창밖에서 성호가 지켜보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지, 남자는 시트에 누워 있던 여자의 양쪽 팔을 붙잡은 채 반쯤 드러난 탐스러운 가슴을 사정없이 빨아대고 있었다.
"와..씨발...죽인다!!! 조금 더 가까이가서 봐도 안들킬꺼 같은데...괘..괜찮겠지?..꿀꺽..."
성호는 호기심과 함꼐 찾아온 어마어마한 흥분에 자신이 지금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창문에 얼굴을 갖다댄채 쳐다보기 시작했다.
결국, 거칠게 반항하던 여자에게 밀려 고개를 든 남자의 눈과 성호의 눈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젠장, 들켰다!!"
"너,너,너 이 새끼 뭐,뭐하는거야!!!! 이,이 씨발 저리 안꺼져!!!??"
성호는 지은 죄가 있어서 순순히 고개를 푹 숙이고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열린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돌어서던 발걸음이 얼어붙어 버렸다.
"사, 살..살려주세요!!!!!!!!!"
그 공포심에 물들어 있는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성호에게 있어서 상당히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차로 발길을 돌린 성호에 눈에 들어온 것은 남자에게 머리를 붙잡힌 채 하염없이 울고 있는...
큰누나 지숙의 모습이었다...............
"어....어...어버..."
그 충격적인 장면에 넋이 나간 성호는 당황한 나머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성호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꺄아아아아악!!!!!"
"야...이... 개 새 끼 야!!!!!!으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어억!!-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른 지숙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기던 준우를 향해 성호의 거센 발길질이 날아 들었고, 도망가는줄 알고 있던 성호에게 관심조차 없었던 준우는 생각지도 못한 일격을 맞아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린 것이었다.
"누...누...누나!!!정신차려봐 누나!!"
"서.....서....성호야........"
-털썩-
지숙, 그녀 역시 동생 성호의 얼굴을 확인 하는 순간,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참아왔던 고통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끝내 혼절해버리고 말았다.
"누..누나!!누나아아아아아!!!!!!!!!!!"
그 날 이후로 지숙은 더 이상 그 어떤 남자도 믿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세상에서 그녀가 믿을 수 있는 남자는 오직 단 한명뿐.....
자신을 그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지옥 속에서 구해내준 백마탄 왕자님...바로 자신의 하나뿐인 남동생. 성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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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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