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나는 원했다.
이 행복이 영원하길. 간절히.
입에 머금었던 물을 뱉어내며 입안의 치약들을 정리했다. 세수까지 하고나니 샤워를 하고온것 마냥 시원하다.
점심도 배부르게 먹었고. 양치도 했고. 이제 느긋하게 쇼파에 누워서 티비나 봐야겠다.
쇼파에 모로 누워 기다리던 드라마 재방송을 틀었다. 마지막회를 달려가는지라 이야기는 절정에 달해있었다. 몰입감이 장난아닌데?
그렇게 티비를 보고있는데 설거지를 끝낸 누나가 쫄래쫄래 다가오더니 쇼파위에 올라왔다.
"하암.. 잠온다."
입을 가리며 하품하며 중얼거리는 누나. 이제 서서히 날씨도 좋아지다보니 충곤증이 오는 모양이다. 눈에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에잇!"
갑자기 모로 누워있는 나에게 달려들더니 그대로 품속을 파고들었다. 쇼파가 좀 큰지라 나 하나는 널널한데 누나가 끼니까 비좁다.
"뭐해? 잘꺼면 방에 들어가서 편하게 자."
"싫어. 여기가 더 편해. 네 냄새 나잖아. 잠 더 잘올것 같아. 포근해."
편할대로 하세요. 나는 쇼파에서 떨어지지 않게 팔로 등을 감싸안았다. 누나는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두 눈을 감았다.
얼마안가 고른 숨소리가 들려온다. 진짜 잠든 모양이다. 음, 샴푸냄새가 꽤 향기로운데?
약간 갈색빛을 띄우는 긴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관리한번 끝내주게 하는지 머릿결이 장난아니다.
깊게 잠든탓인지 머리카락을 만져도 볼살을 만져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렇다고 뭐... 가슴을 만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신없이 드라마에 집중. 어느새 드라마가 끝이났다. 시간 참 빠르게 지나가네.
손을 뻗어서 리모콘을 집으려 하는데 거리가 안된다. 익익 거리면서 있는힘껏 팔을 뻗으니 그제서야 리모콘에 손이 닿았다.
애초에 누나가 여기서 잠만 안들면 그냥 가지고 오면 되는데 왜 하필 쇼파. 그것도 티비를 보고있는 내 품속에서 잠이들은건지 원...
"으음..."
눈가를 찌푸리며 눈을 뜬 누나가 내 젖꼭지를 움켜잡는다.
"뭐하십니까."
"히히힛."
뭐가 그리좋은지 그저 웃는다. 그러다가 내 티셔츠 안으로 손이 불쑥 들어왔다. 그리고 내 젖꼭지를 살랑살랑 건드린다.
"하지마라."
"싫은데에~"
장난스레 대답하며 이번엔 내 츄리닝 바지안으로 손을 집으넣으려는것을 쳐냈다.
"여자가 좀 조신하게 굴어라. 응?"
"너한데만 이러는거잖아?"
음... 확실히.
"근데 정말 푹 잠들은것 같아. 널 안고자서 그런가? 되게 편해."
"날 죽부인 대용으로 사용할 생각이라면 정중하게 거절할게."
"쳇."
쳇은 뭐야.
"자. 이제 인하 네가 누워. 내가 내 가슴은 못빌려줘도 무릎은 빌려줄 수 있어."
"가슴은 왜 못빌려줘. 푹신푹신할것 같은데."
내 저질스러운 농담에 누나가 눈을 흘겼다.
"변태."
"지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누나는 쇼파에 앉아 허벅지를 두들겼다. 읏차, 누나 허벅지좀 빌려볼까?
누나의 허벅지에 머리를 댔다. 썩 편한것도 아니다. 살이 워낙 적다보니 어쩔 수 없나. 메리트라고는 누나의 살냄새 뿐이다.
무릎을 베고 티비를 보는데 누나가 자꾸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손길이 기분이 좋다.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러니까 꼭 아기같다."
"그래?"
건성으로 대답하는데 갑자기 누나가 티셔츠와 브라를 함께 까며 가슴을 들어냈다.
"아기 맘마하자~"
아니 이 여자가...
"미쳤구나."
쯧쯧, 제정신아 이닌게야.
"왜에? 너 빠는거 좋아하잖아?"
"조,좋아하진 않아."
차마 싫어한단 소리는 못하겠고.
"근데 누나 애기 별로 안좋아하잖아? 시끄럽다면서."
누나는 옛날부터 애기를 안좋아했다. 특히 4~7세의 애기들은 악랄하다나 뭐래나... 내 눈엔 그저 귀엽기만한데.
"우리 애기라면 눈에넣어도 안아플것 같은데."
"....."
그러고보니 우리 관계가 어디까지 갈란가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이대로, 동거하는 남녀의 관계로 이어질것인가. 아니면 한순간의 장난으로 치부되어져 버리며 누나는 누나길을 나는 내 길을갈것인가.
"왜? 내가 너무 나갔나? 부담스러워?"
누나가 미안한듯 옅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런건 아냐."
갑자기 분위기가 왜이래? 금방이라도 할것같은 분위기더니. 그 때 누나가 뭔가 생각난듯 말했다.
"아 참. 우리 장보러 갈래?"
그러고보니 집에 뭐 반찬거리가 없다. 슬슬 마트에 갈때가 된것같다. 집에 라면도 떨어진것 같던데.
"가자. 준비해."
"짜잔~"
모습을 나타낸 누나. 가장 먼저 들어오는것은 강렬한 붉은색의 치마. 그 아래로 쭉 뻗어내려오는 검은색 스타킹. 검은색 블라우스에 하얀자켓을 걸쳤다.
"어때?"
빙그르르 한바퀴 휙 하고 돌아보는 누나. 그 모습이 마냥 어린애 같아 귀엽기만하다.
"예뻐."
"왠지 말에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은것같아."
"진짠데."
누나는 마냥 좋은지 내 옆에 착 하고 달라붙었다. 누나에 비해서 꽤 볼품없는 옷. 마트 나가는데 굳이 옷에 힘줄 필요가 있나싶다.
집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자꾸만 달라붙어서 떼놓는데 애좀 먹었다.
집에서는 키스를 하던 섹스를 하던 볼 사람이 없지만 아파트 내에서는 누가볼까 두렵기만하다.
"아파트 내에서는 붙지좀 마. 누가보면 오해할라."
"왜? 오해하라고 해. 지들이 뭔 상관이야. 평생 볼 사람들도 아닌데."
거 참 쿨하셔서 부럽소.
주차장 한켠에 주차된 아반떼.
산지 얼마안된 차라 그런지 광이 번쩍번쩍 거린다. 전에 외제차를 사려는것을 내가 억지로 말렸었다. 그 때 내가 억지로 말린 이유가 바로 남수림 선생님처럼 이상한 소문이 돌지않을까 싶어서다.
남수림 선생님의 차 메이커가 BMW다. 확실히 여자교사가 타기엔 무리가 있는 차량이다. 이것 때문에 말이 많았었는데 결국 연결된게 스폰서설이였다. 누나가 그런꼴 당하지 말란법이 없어서 정말 뜯어말렸다.
게다가 미모도 어마어마하니 가십거리에 딱이지.
출발한 아반떼. 누나 운전실력이 미숙한지라 굉장히 불안하다. 본인입으로는 믿으라지만 그게 어디 쉽게 믿어지나?
아반떼를 타고 근처에 있는 마트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카트를 끌고 마트안으로 들어갔다.
"이러니까 꼭 신혼부부같네."
"그러게."
꼭 부부가 아니라도 커플로는 보이겠지.
"나,나 저기 맥주!"
"집에있는거 다 마셨나?"
"응!"
"알았어 가져와."
마트에서 장보는건 전적으로 내 권한이다. 이게 우습게 된게 경제권을 내가쥐고있다. 누나 월급까지도.
내가 돈관리는 누나가 해라. 이런식으로 말했었는데 자기는 용돈받아 쓰는게 더 편하다면서 나에게 월급을 휙 하고 떠넘기더라.
누나 개인적으로 지출하는게 월급보다 많은것 같으니 오히려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한지도 모르지.
누나는 맥주를 가지러 저기 냉장고로 갔고, 나는 음료수를 카트위에 담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에 적힌 목록을 확인했다.
채소... 고기... 소금...면도기...라면....어우 많기도 해라. 이거 두명에서 될려나?
우선 바로옆에 있는 채소코너에 가보자. 채소코너에 가서 감자를 사는데 세상에 가격좀 봐.
감자를 카트위에 올려놓고 상추를 사려는데 누나가 다가와 맥주를 카트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딸기우유를 얹어놓는다.
"나 딸기우유 먹고싶어서."
나도 모르게 말이 헛나왔다.
"더 커지려고?"
"응?"
"아,아냐."
다행히 못들은것 같다?
그 때 누나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거 좋아하나?"
"....."
들었구나?
거 참 민망하구만. 큼, 상추는 이정도면 됐고 삼겹살이나 사러가자.
민망한 나머지 나도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굴이 뜨겁다.
때 마침 시식코너에서 삼겹살을 팔고 있었다. 누나가 한입 먹어보라며 삼겹살을 내밀었다.
"어때?"
"맛있네."
"내가줘서 더 맛있지?"
"응."
대답을 한 뒤 삼겹살을 꽤 묵직하게 샀다. 이정도면 한달은 먹겠지.
"아.. 맞다 인하야. 나 그거사야되 그거."
"뭐?"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내 귀에다가 작게 속삭인다.
"생리대."
"....그런건 눈치좀 가져와라. 응?"
다분히 날 놀릴려는 의도가 보인다. 전에는 잘도 알아서 가져왔으면서.
"난 라면사러 간다?"
누나를 보내고 나는 라면코너쪽을 돌아봤다. 역시 한국인은 머니머니해도 신라면이지.
신라면 한묶음에 맵기로 소문난 볶음면 한묶음을 샀다. 그 때 누군가가 내 등뒤를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 나서 고개를 돌렸다.
누나인가? 빨리오네?
"벌써왔...어?"
"맞네?"
"서희야."
참, 예상지 못한곳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나버렸네.
"여긴 왠일이야?"
서희의 말에 나는 카트를 가리켰다.
"보시다시피."
"아.. 맞다. 부모님 해외에 계시다고 했지?"
서희는 우리집 사정을 약간 알고있었다. 누나와 단둘이 산다는것도.
"응. 내가 장봐야지 뭐."
"보통 그런건 누나가 하지않나?"
"...그러게."
주부가 되어가는 느낌이야.
"혼자왔어?"
"아니."
"그럼...."
"저기오네."
때 마침 누나가 눈에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서희는 누나가 가까이 다가오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서희네?"
학교에 부임한지 몇일 되다보니 눈에띄는 인물 이름정도는 외운 모양이다.
인사를 받은 누나는 생리대를 카트위에 올려뒀다. 좀 구석에다 나둬라 이 여자야.
나는 생리대를 구석에다가 슬쩍 밀어넣었다.
그 모습이 마냥 신기한듯 서희의 시선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서희눈에는 교사와 학생으로 보이겠지.
"아, 미안. 나 지금 가봐야겠다. 부모님이랑 같이와서. 선생님 먼저 가볼께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라면을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서희. 나도 모르게 서희의 뒷모습에 시선이 간다.
아직 답변을 못해줬는데.... 서희에게 고백을 받은 그 날 이후 어색해질줄만 알았던 우리사이는 변함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고백을 받았는지 헷갈릴정도로.
선생님은 오히려 부추기기 까지하며 허락을 했지만 누나가 신경쓰인다.
전에 남수림 선생님의 냄새를 묻히고 돌아왔을 때 반응을 보면 싫어할것 같기도 한데... 전에 내가 은근히 떠보니 상관없는 투로 말하고.. 나도 잘 모르겠다.
딱!
"악!"
왜 뒷통수를 후려갈기고 그래?
"왜?"
내가 억울함이 담긴 눈으로 누나를 쳐다보자 누나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구멍나겠다 아주."
"그,그래?"
나도 모르게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봤나?
"뭐 더 사야해?"
"아, 과자좀 살까하는데?"
"가자 그럼."
누나가 팔짱을 껴오며 카트를 밀었다. 그래. 지금은 누나와 함께 있으니까 서희생각은 하지말자.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니까.
-
이번주는 정말 바빠도 너무많이 바빴네요.
빨간날인데도 열시가 다되서 집에들어왔습니다. 가볍게 야식을 먹고 컴퓨터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두들겼습니다.
눈치 채셨는지 몰라도 제가 굉장히 어립니다. 여기 계신분들한덴 그저 애기죠 애기.
글 쓸 시간도 여유도 없지만 제 글 기다려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렇게 바쁜시간에도 짬내서 글을 씁니다.
기다려 주신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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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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