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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08 1,300회 0건
2부





이 여인네 키와 체격이 제법 크다. 신장이 얼마나 되지...
아?.... 가만, 내가 지금 뭘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지금.....
등빨 무쟈게 좋고, 어디서든 몸 하나는 남부러울게 없던~~ 그 시절의 내가 아니잖아.
그래, 난 쥐좀만한 꼬맹이 사이즈라구 지금.
글타는 말은- 지금의 축소된 몸뚱이로 봤을때는 무엇이든 다 커보이겠지...



그래, 잘 생각해보자.
나는 슬쩍, 끼이- 소리 안나게 방문을 열고, 등을 돌리고 부엌에 선 여인을 훔쳐보았다.
햐... 근사한 뒷태다... 이뽀 이뽀!
멀리서 이래 보면 그래도 객관적인 견적이 나오지. 저 정도면 키가 160대 초반은 되겄어.
허리도 늘씬하구. 몸매가 참 훈훈하구료. 흐하하... 심히 만족스럽소이다.



다시 방문을 살짝 닫았다.
그렇다.
나는 지금... 아주 어린 아기가 되어버린 당혹스러운 꼬라지였어...
이 사실을 늘 잊지말고 상기해야혀. 잊으면 아주 곤란혀야.
앞날이 캄캄하구나... 흐~
그런데, 승호 이 쉐끼야... 아저씨가 하나만 말할게.



손이고 다리고 몸통이고 살펴봐도-
아후~ 이게 인간이냐??? 해골바가지지... 어린 애기한테, 정말 원색적인 표현은 삼가고 싶은데...
야 이 쉐끼야, 너 뼈만 늑골에 간신히 달라붙어 있엄마!
잘 좀 쳐먹고 컸어야지......
이거.. 이 쉐이 아주 기냥... 떽!!
내 오늘 이 순간부터라도, 니가 못 묵은 밥 꾸역꾸역 잘 먹어줄끄마!
체력 단련도 같이 하자... 일심 동체라는 마음가짐으로. 하하
누구한테 이 말을 중얼대는 건지 모르겠다.



흐, 그나저나... 나도 염치는 있지.
나보다 열댓살이나 어려뵈는 아가씨를 두고 차마, 엄마라는 가증스러운 말은... 겁내 입이 안떨어져.
낯 근지러서 하면 할수록 닭살이드만. 이거 우짜면 좋노?
헤헤..... 이래놓고, 저 이쁜 처자가 다가와서 이름 부르면카이~
또 실실 좋다고 공손한 애기를 연기하믄서
“네 엄마...”라고 아양 떨어야할 터이니...



으아아아... 상상만 해도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소름이 돋는구나.
하하. 어쩌겠어-
세상 살이 뭐든지 자기가 재미붙이기 나름인 거샤!
일단은 오늘부터, 하루 하루를 무사히 새로 시작하잔 마음을 갖자구.



침대와 옷장을 비롯한 모든 방의 가구들은 값나가 보이는 고급 원목 일색이다.
돈지랄 어지간히도 했을 끼여... 안봐도 선해.
애기 방은 대충 대충 쳐넣고 살게하면 되지. 쯧.
흠... 그래도 보기 좋긴 하구... 좀 부럽기도 하구만...
나도 일찍 결혼했으면 이렇게 토끼만한 아새끼방 이쁘게 잘 꾸며서... 예쁜 마누라랑...
아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슬쩍... 앞을 가린다.



여인이 밥을 차려주면 먹기로 되어 있었는데,
사고의 여운이 아직... 육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온전히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스르르르- 너무 졸리고 피로해서 갈등이 몰려온다.
이거 우짜지. 문 열고 저 오늘은 이만 자요- 라고 말해야하나.
잠시 갈등 때리다가, 의식이 스르르- 희미해짐서 골아떨어졌다....





짹짹-
응? 밝은 창으로 스며들어오는 따듯한 햇빛이라...
뭔가 이상한데?
.................
...... 아!!! 난 죽었다 살아난 몸이었지.
여긴 우리집이 아니었구!! 오 씨발 씨바!! 깜짝 놀래라... 하아... 하아...



꿈이 아니었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이쿠야, 놀래라. 가슴 떨어질 뻔 했샤.
나 이러다가 생전 믿도 안하던 종교에 귀의할 태세여... 크크~
쭈우욱-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보고, 맘껏 발도 있는 힘껏 잡아당겨본다.
침대가 넓어서 좋구나... 이렇게 푹신한데 몸도 쑥쑥 뻗댈 수 있고... 허벌라게 좋아라.

(* 귀의의 사전적 정의는 - 불교에만 국한된 의미가 아니라,
종교적 절대자나 교적 진리를 깊이 믿고 의지함이라고 합니다)



절로 기분이 맑아지고 상쾌해서, “으챠야~!!” 하고 기쁜 탄성을 질러버렸어.
앗, 이거시 쪼만한 어린 아이답지 않았나봐...
비비적 비비적 방에서 나는 소릴 듣고, 달칵 문이 열리더니 여자가 들어와야?
허미...
호기심에 고개를 빼꼼, 들이밀고 보는데...
그 모습 아후...... 미치겠네 아주...



아침에 보니까 더 더 더 이쁘구랴 샥시...
순간 몽롱해져서, 어여쁜 처자의 청아한 얼굴을 바라볼 수 밖에 읍썼지라.
화장기 없는 순수한 맨 얼굴에... 맑고 투명한 살결...
한떨기 꽃처럼 청초한 얼굴과 늘씬한 몸매.
후우... 이쯤되면, 보는 것만으로도
좆이여 솟거라잉~~!! 하고 우뚝 솟아야 당연한 기라!



오잉? 그런데... 여자한테 들킬까봐 조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여.
시방 지금 안 스는겨???
아니, 새파란 어린 놈이 아침에 인났으면 뽈딱! 해야제...?
자지가 죽어서 반응을 안햐!?! 뭐 이런 것이...
이노무 몸땡이는 얼마나 영양성분을 제대로 섭취 안하고 살았는지-
허약하고 비실비실, 장작으로 써도 못쓸 땔깜 수준인가베. 허미....



잘잤니? 하면서 어리둥절해하는 날 보고 귀엽다고 피시시- 웃는 여인.
그 이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콩닥 콩닥 설레야.
으으... 나도 모르게 뺨은 붉어지고, 가슴이 떨려오누나~~
꿀꺽...... 군침, 아니 긴장된 침을 삼키고 대꾸하려는데,
예쁜이 처자가 먼저 킥킥 웃으면서, 이제 5분이면 밥 되니까 바로 나오랜다.



휴... 십년 감수혔어.
지꿈 막 두근 두근 설레다가 자지가 뽈록! 솟구쳤었단 말여...
기특하다, 이눔! 승호인지 뭐시긴지 자슥... 그래, 너도 남자였어 크크.
죽지 않았구나. 형편없는 몸뚱이라고 자꾸 놀려대서 미안하다.
남자가 힘 못 써도 그거 하나는 잘 서야쥐?? 잘혔어.




여자가 밥 짓는 사이에... 어제 대충 본 방 구조를 세세히 훑어보았다.
..............
허흠, 희안하구만. 어제 의식이 흐릿할 때 보았을 기니~
아, 뭣이 이리~ 쪼매난 놈 방에 갖춰놓은게 많누?
덕지 덕지 돈으로 쳐바르고, 짜잘한 것들로 돈지럴을 해놨구만...
... 이래 생각했는데, 이상허다~?
잠결에 대충 보고 내 혼자 편견을 갖고 제대로 보지도 않았나봐.



지금 봉게, 그런대로 수수하고 단정한 방이여.
좋구만... 잠결에 봤을 적에는 뭔 조잡하고 구질구질해보여서.... 골이 땡겼는디.
그려. 자고로 애새끼 방에는 그저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여야 딱이지.



그래도...
방 침대하고 벽지 색깔이랑... 방바닥은 산뜻하게 신경을 제법 썼구먼. 센스 있어.
이뿐 아가씨 솜씬가? 으흐흐-
아, 생각이 난 김에 이 녀석 사전 조사 작업이라도 해볼까...
우리 뼈다구 승호 앨범같은 것 있나 보자~
앗... 그카는데, 갑자기 여자가 들어온다.



“... 뭐하니, 아들? ... 호호... 식사 차려놨어. 어서 나와”
“아, 지금 나가요... 뭣 좀 보느라구요”
“......? 그래...”



수상한 눈초리다.
뭐가 이상해, 이쁜 아가씨? 헤헤.
하나뿐인 자식놈이 기억이 안나서 방 뒤져본다는데... 미심쩍게 보고 그랴.
서둘러 쪼로록 나가서, 색시랑 붙어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그래, 색시 좋다. 색시라는 호칭! 하하~



사실은... 호기롭게 말만 했다 뿐이지.
어느 목구녕으로 밥이 넘어갔는지 몰랐다.
쌀을 넘기고 반찬을 먹고 물을 마시는 건지, 물이 반찬에 쌀을 말아묵는지...
몇 번이나 쳐묵다가 사래 들릴뻔했는데-
그건 말할 것도 없이, 뚫어지게 나만 쳐다보고 있는 이쁜 아가씨의 시선 탓이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란 말여...
겁나게 이쁜 여자가 지켜보는데 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간?




아침이 되니 긴장이 되나베. 이 집이 우리 집이구나, 하는 의식을 항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괜스리 나 혼자서 떳떳치가 못하다보니,
행여나 나를 수상하게 여기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도 같어...



푸하하- 신경이 지나쳐. 그럴 리가 없는 거 알잖여.
부모여. 인자 이 사람들은 내 부모라구.
여튼 그렇게, 처음으로 묘령의 여인과 단 둘이 마주 앉아 힘겹게 식사를 마쳤다.
후우~~~ 죽다 살았어!
다른 때 같았으면 겁니 유쾌할 시간인데, 이렇게 숨막히고 갑갑할 수가 없었구만.



여자는 내가 다 먹은걸 확인하자, 그제야 안심하는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며 설거지한다.
나더러 편안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라도 보면서 쉬고 있으란다.
과일이랑 디저트 가져다 주겠다고...
흐미, 뭔 놈의 후식을 그리 챙겨준댜. 아침부터 뭘 봄서 호강하라고 또.
으흐~ 좋아 죽겄네.



집 구조를 빠르게, 여자가 등돌린 사이에 신삥 레이다를 이용해 감지한다!
음... 거실이고 부엌이고 간에, 역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게 잘 해놨구만.
좋다. 애기 방도 무난하니 좋던데, 다른 곳도 역시 정갈해...
집주인의 취향과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지라.



그래. 살림 잘 하는구만... 아가씨. 얼굴만 이쁜 것이 아니고! 흐흐-
하마터면, 실실 쪼개다가 그런 말이, 여과없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시발... -.- 잠시라도 방심하면 큰 일 나겠네 이거???
항시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지...
나는 쥐똥만한 애~새끼다... [나는 애.새.끼.다] 라고 말이여! ....



말 좀 곱게 하자해놓고 나도 참...
내 비록 지금은 삽질하면서 입에 근근이 풀칠하며 살아왔지만,
그래두 가방끈이 그리 짧은 놈은 아니여.
대학 다닐 어릴 적에 공부도 제법 했는기라!
씨부랄... 잦같은 아이엠에프때 되도 않는 어설픈 사업 벌리다가 호되게 말아묵느라...
요로코롬 해묵고 일당 백수신세여.



그렇다는 말여. 한때는 잘 나가셨스요~ 같잖은 말하려던 건 아닝게 오해접드라고.
아무튼 막일한다고 해서 다 몽매한 무지렁이가 결코 아니라 이 말씀~!
나같은 고학력 노동자도 있응게 너무 무시하면 안돼야.
하아... 이제 와서 이래 부심을 갖고 늘어놔봤자...
후줄그레한 아자씨...
아! 지금은 다시 뼈만 앙상한 핏덩어리가 되부렀네.
흐... 이눔의 사투리도 언능 안써야혀. 태생도 서울인 것이 뭐더러 고집하냔 말여.




시덥잖은 예전 생각을 쓸쓸이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짓고 있는데,
여인이 방긋 웃으며 과일과 과자를 보기 좋게 잘 정돈하여 가져온다.
햐.... 진짜 참하고 이뿐 색시여.
죽을 뻔했던 자기 아들래미가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하고
최대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밝게 대해주려는 모습이...
아히구, 마음 씀씀이 배려가 느무 이쁘구만.



꿀꺽.... 근디, 아가씨 미안해.
진짜, 맘같아서는 지금이라도 꽈드득- 힘차게 안고 키스하고 싶구려...



... 이 씨부랄 잡놈아! 내 자신에게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쾌적한 거실 소파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디,
부지불식간에 불쑥~ 손이 나가서, 자꾸-
이쁜 아가씨를 탐하고 기냥 막 강제로 어떻게 하고 싶어 죽겠다...
미치겠네. 이렇게 이뿐 지지바랑 단 둘이 붙어 앉아 있어본게 월매나 오랜만이여??
생고문도 이런 고문이 따로 없어...



햐 그나저나 참 순하고 이쁘게 생겼네... 이름은 뭘까?
아...... 그려!
난 시방 뭐든지 깡그리 머리가 백지화된 입장잉게, 거침없이 물을 수 있구나!
이 생각을 왜 못했지. 크크...
바로 여인에게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다.
물론 그런 사소한 말도 불쑥 안 뱉쥐 후후- 몰라서 죄송하다고 굽신했지라.
긍께, 여자도 잠시 당혹스러워하더니- 슬며시 웃대.



“호호... 우리 승호, 엄마 이름도 잊어버린 거야...?
하긴 그럴 수 있겠구나. 전부를 다 잊어버렸으니까.
엄마는 임수희야... 이제 새롭게 잘 부탁해^^?”
“임 수 희... 이름도 이쁘네요...”
“응? 이름 ‘도’ 라구? 후훗, 뭐야...”
“아! 아하하하- 아무 것도 아녜요. 하하-”



이런 씨댕!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침 질질 흘릴뻔 했잖여! =.=
주책바가지여 아주 그냥. 마흔이나 묵어갖고 20대 싱싱한 아가씨보고...
수희 씨도 눈치 깠을 것이다.
수줍은 얼굴로 살짝 웃는데, 아들이 엉큼한 얼굴로 볼 빨개져서 쳐다본 것을.
또 이러네. 말투... 말투... 눈치를 깐 것이 아니고 까셨...
아니! 눈치 채셨을 겁니다...



무튼 질문을 던졌을 때 궁금한 것을 계속 묻기로 했다.
크~~ 이거 재밌네... 참한 처자 앞에 데따 놓구 선 보는 기분이야. 좋다....
나이는 몇이냐, 남편 되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며 뭐 이거 저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적당한 범위내에서, 해도 괜찮을 질문만 던진다.
그래, 역시 내가 험하게 굴어서 글제, 잔머리는 좋은 놈이랑께...



수희 씨도 흔쾌히, 아무 것도 모를 ‘새 아들’을 위해서
싱긋, 웃으며 친절하게 궁금한 점을 대답해주었다.
이쁘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무엇 하나 귀찮아하지 않고 밝게 대해주는디
나는 그저 그 모습을 헤벌레... 좋아서 감상하믄서
다른 한켠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안타까운 호로새끼 승호야. 이런 근사한 엄니를 두고 죽을 생각을 했냐...
넌 천하의 나쁜 놈이다잉.
그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 가슴에 대못 박으면 천벌 받어.
수희 씨는 엉큼한 아들 녀석이 별 잡생각을 하는 줄은 모르고-
계속하여 사근 사근 밝은 얼굴로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천천히 일러주었다.



호오, 그렇구만... 남편이 대학 교수여?
나이는 인자 마흔 일곱 밖에 안되었댜... 그거보단 쪼매 들어보이든디. 흐헤헤
근디 47이라는 젊은 나이에 전임교수가 될 수도 있는겨?? 너무 어리지 않어~
모르것당. 당최 교육쪽으로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네.
어쨌든! 당신은 능력자시여.



이렇게 이뿌고 젊은 마누라를 얻었는데다, 돈도 잘 벌고.
아직 젊은 나이지만, 인생의 승리자라고 할 수 있겄시오... 부럽소이다.
내 기꺼이 아버... 아니 형님으로 모시겠수 크하하~
음~ 그라믄 이제 우리 수희 씨는 한 서른 대 여섯 됐겠지?
그녀의 나이와 이... 빌어먹을 꼬마의 나이를 물어보았다.



“아, 내 나이는 말도 안했네 호호. 너는 몇 살인지 기억 나니?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중 1인데 열셋이야. 친구들보다 어리단다.
꼭 처음 보는 아기한테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 같아서 재밌네..^^
엄마는 몇 살같아? 히히- 승호가 맞춰줘볼래?”
“하하... 글쎄요 저 잘 모르겠는데요... 엄마가 그냥 알려주세요...”



열셋? 그렇군. 중학교 갓 입학하면 우리 나이로 열 넷이 원래 맞지?
이런 핏덩어리 어린 애기가 무신 벌써 열서넛이야 하하하.
그럼 나, 아니 이 녀석은 1~2월 생이라는 얘기고...
내가 선뜻 대답을 못하는 이유는- 아무리 지금 아들을 가장하고 있어도
여자 나이 함부로 잘못 말했다가는 뒷탈이 (...) 걱정되서 그런다. 흐~
보이는 것이야 스물 예닐곱 같아. 수희 씨... 못 맞추겄어.



“호호. 엄마 결혼 일찍 해서 너 낳았어. 아니당 약간 식은 나중에 올렸었나?
기억이... 히힛. 잘 안나네. 나는 서른 둘이야 얘”
“...... 서른 둘이요? 열 아홉에 저를...”
“아니지, 결혼은 열 아홉에 했고, 스무 살에 니가 태어난 거쥐”



그래. 그렇지. 스무살에... 근데, 그렇다쳐도 결혼을 19세에 혔어?!!
식은 나중에 올렸다고 살짝 말꼬리를 흘리는 걸 보니...
오호라, 요것은 속도위반이여? (...)
수희 씨~ 아직은 어떤 캐릭터인지 좀 더 파악해야겠지만...
은근히 맹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네. 그런 것도 술술 털어놓고.
하하하하- 귀엽다!



거까지 일러주고, 이런 저런 궁금함을 용기내서 떨려두 물어보는데...
힐끗- 시계를 보더니 이쁜 처자,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온다는 거다.
아, 나를 두고 어디를......
엄마 입장에서 볼 일을 보러 잠시 외출한다는 이야긴데
마치 내 느낌은, 이쁜 여자친구가 장시간 자리를 비우겠다는 말로 들렸다.



좋아, 잠시 집안 구경이나 해보자.
수희 씨가 나간 사이, 나는 집안 곳곳을 신기한 눈으로 둘러보았다.
발코니도 널찍하게 잘 트여져 있어서...
지금 같은 한 여름에는 피서 삼아, 한가롭게 앉아서 다과와 음료를 나누며
즐기기에 딱 좋아보인다. 센스 있게 이쁘게 잘 해놨네...



내 방 있고, 화장실 있고, 또... 요쪽에 따로 다용도실이 있군.
안방을 어서 가봐야제. 으히히히... 좋구만.
응? 그런데...



어느쪽이 안방인지 찾다보니, 이제야 알겠구만.
방이 4개나 된다 이집. 아하~ 적어도 50평은 넘겠군.
아흐~ 문들도 어쩜 하나같이 무늬도 이쁘게 수놓아져 있고 근사하네.
그런데... 수희 씨 말로는 아버지 역할하는 (...) 형님이 쓰는 서재가 따로 있고,
하나는 못들은 방인데... 뭐지??



덜컥, 문고리를 돌려보니 잠겨있다.
서재와 안방은 개방된 상태인데, 이 신비로운 방의 용도는 무엇인고?
궁금해서 몸살날 지경이네... 흐미- 얼른 돌아와요 샥시.
다른 식구가 있기라도 한가?
뭐 이게 중요하냐. 지금 안방 점령이 눈 앞인데. 흐흐



달칵... 끼이- 설레는 마음으로 안방 문을 드디어, 땄다.
조심성 없구만... 다 큰 처자가 문을 잘 잠그고 다니지 않고...
마치 여대생 기숙사나 하숙집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좋아라. 흐후후
오... 이 방도 정갈하게 잘 가꿔 놓았어.
크게 눈에 띄는 사치품이라던가, 알 수 없는 용도의 자질구레한 것은 없다.
다 있을만한 필요의, 알뜰 살뜰한 실용품 위주로 정리를 참 잘해 놓았다.



방의 정리 상태를 보면, 그 방 주인의 성격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더니.
어찌 됐든, 솔직히 뭔가 화려하고 멋들어진 구경거리를 내심 기대했던 나로서는-
차분하고 수수해보이는 가구의 배치와 세간들을 접하니 살짝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검소하구랴. 벌어서 쓸데없이 사치 안부리고 내실있게 잘 아껴쓰는가베.
보기 좋아... 그래야 내 여자답... 허험! 아니, 미안해유 수희 씨. 헤헷-



상쾌한 방의 향기를 기분 좋게 코로 맡으며-
방에 따로 있는 욕실의 구조도 흥미로운 눈으로 살폈다.
가볍게 훑어본 방의 느낌이 단촐하다고 해도, 실망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남의 안방을 몰래 살펴보는 짜릿한 맛은, 그 카타르시스가 강렬한 만족을 느끼게 해주니까.
나 역시도- 단정한 여인의 은밀한 공간을 살피며...
몰래 그녀의 사생활을 공유한다는 짜릿한 정신적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어서 돌아와요. 여~ 침대에 드러누워서 같이 즐거운 짓 좀 합시다...
오해는 마시오... 낭자~! 헛헛.
티, 티비를 보든지 과일 깎아먹든지 같이 누워서 하자는 말요... 이상한 생각은 금물이오!
에헴... 괜히 얼굴이 빨개지네 그랴.
흐휴... 오만 잡 생각이 끊임없이 머리를 스치는구만... 꼴깍...



몸은 솔직해서 거시기는 우뚝- 곤두서는디... 부끄럽다는 생각에 나 혼자 얼굴이 벌개지네.
허허허- 아이구 좋아라.
앞으로의 일을 상상만 하면, 설레는구만. 흐흐흐.
사춘기 소년같이 내 마음 두근 뛰는구나. 이 일을 어이할고~~
상상은 얼마든지 할수록 유쾌한 법 아니겠는가. 무슨 죄가 된다고 하하.
그리고... 비단 상상에서만 그칠 이유도 꼭... 있지는 않고. 에헤헤



그카고 나서 다시 거실로 기나와- 풀썩, 푹신한 쿠션에 몸을 묻었다.
음청 편안허네. 몸이 푹 잠기는게 녹는 기분이야. 좋다.
이런 쿠션이나 소파에 몸을 의지해본 것도 얼마나 오랜만이야 글쎄...
다시 사는 보람이 있구나. 휴...
한가롭게 리모컨을 든 나는, 아줌마들 모셔다 놓고 히히덕 거리는 아침프로를 보고 있었다.



재미 없당게... 뭐 볼만한 아침 드라마 없나?
막 불륜 치정극, 암투와 배신이 난무하는.
.... 이런 것 말고, 건전한 드라마는 아침에는 절대 안하는겨?? (...)
오, 케비에수에서 하는 TV 소설! 난 이게 그렇게 좋더라...
그래 그래 내 이 나이 먹고도, 아니지 나이를 먹어갈수록 잔잔하고
옛날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오래전 배경이 참으로 좋당게...



먹고 싶으면 아무거나 가져다가 잘 주워먹고 있으라는 말에,
슬쩍 출출해져서 식탁위에 있던 빵 몇조각과 우유를 가져와 짭짭 거렸다.
맛있네... 돈이 좋은 것이여. 달콤하고 입에 짝짝 붙는구마잉.
그렇게 팔자 좋은 신선 놀음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 아!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던 것 아이가?



나, 아니 승호... 엄연히 중학교 학생 신분이람서-
학교는 안 다녀? -.- 아직 방학 안했을 것 아녀.
중고딩 쉐끼들 방학 8월쯤에 하지 않어? 나도 잘 모르지만.
갑자기 찾아온 생각은, 그때까지 내 머릿속 한 켠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작은 무의식의 발현이었다.



그 비실 비실거리는 연약한 몸도 그렇고- 그 날 승강장에서 보여줬던 알 수 없는 수상한 짓...
내 눈앞에 생생히 잔상이 남아 있던... 희뿌연 액체를 입에서 그르르...
뿜어내며 절규하듯 울먹이면서 숨을 거두어가던 마지막 그 모습......
그래 맞아!......
그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어. 이 녀석은 자살하려던 것이 역시, 틀림없었다구...



애써 그간 머릿속 한켠에 묻어왔을지 모르겠다.
난 이자식의 행동 양식을 미루어 볼때...
성격은 어떤지 잘 모르다만~ 덩치도 왜소하고 나약해서,
평소에 늘 학교에서 상습 갈굼과 폭력을 당하다 못해 자살하지 않았을까- 하고 의구심을 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달랑 어제와 오늘만으로는 것보다도 당장 나한테 닥친, 급변한 이 상황이 너무나 시급해서
이 누구야, 성을 모르네 아직까지! 암튼 승호 놈의 신상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다.
할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지... 아무튼 지금이라도 생각났으니 좀 챙겨주꾸마!
그래. 이것도 빨리 생각해낸거여. 글지 않어? 흐흐.
워디~~ 학교는 왜 쳐 안가고 있는지 조사해보자.
으미. 이렇게 할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수희 씨가 집에 늦게 돌아왔으면 싶네!



빠르게 녀석의 방 책상과 옷장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뭔가 의심을 살만한 부분이라거나, 집요한 학교폭력등을 당했을만한 흔적.
있을 거야. 틀림없어. 꼭꼭 숨겨놨겠지만...
음, 이건 뭐지? 어렵사리 잘 열리지 않는 묵직한 책상 서랍을 당겨본다.
시발 뭔데 이래 빡빡해... 서랍은 무게가 나가는데, 어랍쇼? 뭐 든건 없어...
수상허다? 종이 프린트 달랑 몇장뿐인데. 가만, 뭔가 부자연스러워야?



오호, 요 놈이 부모한테 들킬까봐 꼼수를 부려놨구만...
예전에 언젠가 본 영화 내용이 기억이 났다.
뉴스보니까, 이제는 공공연한 범죄수단으로 아름답게 계승되어서... 큭큭
은밀한 장물을 빼돌릴 때 이런 식으로 은닉한다고 잘 그러더만. 설마 요놈이?
나는 혹시... 주도면밀하게 의문의 서랍 바닥을 샅샅이 살핀다.
오! 역시~~ 캬캬. 그럼 그렇지 네깟놈이 별 수 있냐.



영악한 놈. 본건 있어서... 작은 볼펜 심 굵기만 간신히 넣을 수 있는 구멍을!
서랍 제일 안쪽 한가운데 조그맣게 뚫어놓았다. 허~ 머리는 좋아.
드르륵- 서랍을 다 꺼내놓고,
두리번 두리번- 볼펜을 하나 따서 심을 그 서랍 아래쪽으로, 아까 그 구멍을 잘 찾아 맞게 낑차- 밀어 넣는다.
역시, 쉽게 서랍 깊숙한 곳의 아랫장이 살짝 들리면서 공간이 나타난다.
예상이 맞으니 이렇게 짜릿할 수가...



벌어진 틈 사이에 있는 것은 작은 문고집 크기의 책자였다.
보나마나 일기장이지 뭐. 후후- 나는 별 망설임없이 집어 들고 쭈루루~ 넘긴다.
짜식 덩치는 비리비리해서... 글씨는 제법 깔끔하게 잘 쓰네.
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어떤 자극적인 내용들이 있나 살폈더니
그러면 그렇지.
이 자식 학교에서 주구장창 얻어터지는 일상의 반복이었어.
빵셔틀 도시락셔틀 물셔틀 갖은 뭔놈의 셔틀은 이리 많은지... 눈물이 앞을 가리네...



그 기죽은 모습이나 연약한 몰골로 봤을 때, 이런 견적이리라 생각못한 건 아니야.
그런디 직접 그동안 겪었을 참상을 목격하게 되니... 마음이 쨘하구나.
이런 이런~~ 아직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수준도 안되는
아주 장작개비에 불도 안붙인 핏덩어리 쇄끼네들이... 요런 잔인한 짓거리를 한다 이말이제.
참 요즘 아해들 무섭구나... 눈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을 찔러 죽일 애들이여.



후우~ 깊이 심호흡을 뱉고, 일기장을 덮었다.
볼만큼 봤응게- 다시 은밀한 비밀의 공간에 덮어두마.
이 내용은 어차피 너랑 나만의 비밀이니... 머리와 가슴속에 잘 담고 있을게.
걱정마라. 차후 대책은 내, 너에게 앞으로 본의 아니게... 신세를 지게 된 몸이니...
알아서 싸게 싸게... 어흠, 이 저렴한 말투 -.-
알아서 좋은 방향으로 이 삼촌이 잘 해결해줄꾸마.



아무 걱정말고... 편안한 곳에서 눈 잘 감도록 해라.
아울러 엄마에 관한 일 같은 것도 나한테 마음 놓고 (...)
잘 맡겨도 아무런 탈이 없을 꺼이다. 음하하하-
아 수희 씨, 언제와. 빨랑좀 와요. 보고 싶어 좀이 쑤셔!







=======

헤헤. 1부의 댓글에 적은 대로, 하루도 안되어 2부를 올렸습니다.
근래 들어서 이렇게 빠른 업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첫회의 서문에 추가로 적었던 글입니다만
"이 소재라면 분명히 주목과 인기를 어느 정도는 끌 것이다"라고 조금 짐작은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의 열렬한 호응을 얻게되어, 어제 얼떨떨한 느낌도 받았네요.
감사합니다. 오늘의 내용은 다소 어제의 자극적인 전개에 비해서는 맥이 빠질 수도 있으실 겁니다.

이 글의 제목을 두고 아직도 고민이 많습니다.
[색다른 엄마] 어째 너무 싱겁지요? 밋밋하고... 뭘 지을까 한참 싸매다가 겨우 일단 적어놓은,
임시 타이틀입니다. 이제 대강 방향도 파악하셨고 했으니, 좋은 제목 하나씩 추천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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