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문을 조용히 여니 시선이 네게 화살꽂히든 파바박 쇄도한다. 당연히 선생님의 질문도 함께 날아들었다.
"이인하, 왜 늦었어?"
"몸이 좀 안좋아서..."
"아파? 어디가?"
아직도 술기운이 안빠져서 그런지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은게 금방이라도 올라올것만 같다. 그게 표정에 역력하게 묻어나는지 선생님도 믿는 눈치다.
"체한것 같아서요. 속이 좀..."
"알았다. 자리에 앉아."
네, 대답을 한 뒤에 자리에 앉으니 서희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술마셨지? 그래서 속아픈거지?"
"냄새나?"
샤워라도 하고올걸 그랬다. 학교 오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생각을 못했네.
"응. 조금. 얼마나 마셨으면 아직까지 냄새가 나?"
"미안. 앞으로 조금만 마실게."
서희가 빤히 내 두눈을 쳐다보는데 간밤에 백은별괴의 일 때문인지 눈을 마주치기가 영 껄끄러웠다. 이제와서 더이상 죄책감을 느낄게 있겠냐만은.
"여자랑 마셨어?"
서희가 이런질문을 할줄이야. 조금 놀라긴 했지만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남자 여자 섞여서 마셨지."
"흠... 아무일 없었지?"
"당연하지. 무슨 일 있을까봐?"
내 말에 서희는 한참동안이나 내 눈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슬쩍 돌렸다.
"설마 나 말고 다른여자한데 한눈팔겠어?"
"그럴리가..."
애써 웃으면서 대답했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죄책감이 점점 무거워져갔다.
나랑 같이 부어라 마셔라했던 진용의 상태도 나와 사정이 비슷한지 고개를 쳐박고 자고있다.
책상밑에서 책을꺼내 펴놓고 수업을 들이려고 했지만 글자한자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만 아픈게 잠만 쏟아진다.
이수연은 1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억지로 수업을 끝마치긴 했지만 잠을 못잔 나머지 컨디션이 최악에 가까운 상태였다.
이수연은 핸드폰을 꺼내 이인하에게 전화를 해볼까 고민했다. 어제 집에 들어오지도 않더니 학교에 아직 오지도 않았다. 혹시 무슨일이 생긴게 아닐까 덜컥 겁이났다.
"백진수 쌤. 이인하 1교시 때 왔어요. 몸이 안좋아서 지각했다고 하던데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수연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갔다.
"많이 아프답니까?"
"속이 좀 안좋다고 하던데요. 수업시간에 엎드리길래 내버려두긴 했는데... 아파보이긴 하던데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당장 4반에 쳐들어갈까 했지만 다음 수업시간이 4반인것을 감안해서 참기로 했다.
수업시간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 이수연은 수업종이 치자마자 급하게 4반으로 향했다. 4반에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소란스러운 4반분위기가 한층 사그라들었다. 이수연의 시선이 자동으로 이인하의 자리에 닿았다. 거의 기절하다 싶이한 이인하는 고개를 쳐박고 세상모르게 잠에 빠져있었다.
"실장, 인사하자."
수업이 시작되었고 이인하 쪽으로 시선이 돌아가는것을 억지로 참아내며 수업을 진행시켰다. 대충 수업이 끝나고 잠깐 여유가 남자 그제서야 발걸음을 이인하 쪽으로 돌렸다.
교사의 신분으로 그를 깨우고 안부묻는 것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이인하를 깨웠다.
"이인하, 잠깐 일어나봐."
"선생님 인하 아픈데요."
옆에서 한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꼴도보기 싫었다. 교사니까. 제자니까. 되내기고 되내였지만 남자를 빼앗긴것만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인하가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키자 술냄새가 피어올랐다. 퍼져나가는 알콜향, 당연히 바로 옆에있는 이수연에게 닿았다.
"하!"
이수연은 어이가 없다는듯 코웃음을 쳤다. 대충이나마 윤곽이 그려졌다.
밤새 집에 들어오지도 않자 걱정된 나머지 쏟아지는 잠을 참아내며 기다렸는데 그 시간에 그는 과음에 그걸로 모자라 외박. 아침에 술병이 돋아서 지각에 학교와서도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확 하고 치밀어 올랐다.
"이인하 일어나."
싸늘하게 굳은 목소리. 성격 좋고 착하기로 소문난 이수연 선생님의 예상치 못한 모습에 교실안의 시선이 그녀쪽으로 주목됐다.
이인하의 시선이 이수연과 마주쳤다. 잔뜩 뿔이난 모습이였지만 이인하는 그걸 비웃기라도 한듯 다시 고개를 책상쪽으로 쳐박았다.
"일어나."
"...."
"일어나."
"...."
"일어나라고 했지."
"...."
그제서야 이인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수연과 시선을 마주했다.
"왜요."
"왜요?"
지극히 불량한 태도에 이수연은 어처구니가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당장 미안하다 사과를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태도로 나올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술냄새. 뭐야?"
이인하는 짜증난다는 듯 머리를 엉망으로 헝크린 뒤 대답했다.
"문제있습니까?"
"뭐라고?"
"문제있냐고요. 네. 저 술먹었습니다. 밤새 진탕 쳐먹었어요. 문제됩니까?"
"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어떻게 학생이...."
이인하가 이수연의 말허리를 잘라냈다.
"아니. 아니죠. 이수연씨."
"인하야."
옆자리에 있던 한서희가 놀란듯 이인하를 다그쳤지만 이인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인하 그도 그 나름대로 잔뜩 수틀려져 있었다.
분위기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평소에 상냥하고 화낼줄 모르는 이수연 선생도 그렇고 예의만큼은 꼬박꼬박 지키는 이인하도 뭔가 꼬인듯한 느낌이였다.
이인하는 발걸음을 움직여 이수연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키가 10cm 이상 차이가 나다보니 이인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학생한데 술먹지마라. 선생으로써 할 수 있는 말이죠. 네. 맞아요. 근데... 그쪽이 저한데 그런말 할 자격은 있을까요?"
"....."
이수연은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둘 사이의 관계를 모르는 이들이였기에 무슨뜻인지 알 방법은 없었으나 남들앞에서 그런말을 꺼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수치심에 금방이라도 엉엉 울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이인하 나좀 따라와."
억지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듯 말한 이수연은 인사조차 받지않고 책들을 챙겨 교실을 나갔고 이인하는 후우,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를 뒤따라갔다.
둘이 향한곳은 수학과 교실이였다. 보충수업 때 쓰이는 이 교실은 수학과 교사만이 열쇄를 가지고 있었다. 정규수업 시간때는 쓰이지 않고 건물 맨 구석에 위치하다보니 익저도 드물어 남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기에 가장 적합한 교실이였다.
드르륵. 수학과 교실문을 닫은 뒤 밖에서 이곳을 볼 수 없게 블라인드를 내렸다.
"너, 제정신이야?"
"뭐가?"
"그게... 나한데 할 소리니?"
"왜? 창피해?"
주르륵,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틀린말 했나? 아니잖아. 누나는 나한데 그런말 할 자격이 있어? 아닌거 누나도 알잖아."
이수연은 입술을 질긋 깨물었다. 주르륵 눈물이 계속해서 세어나왔지만 울음만큼은 삼키고 싶었다.
"누나가 나한데 도덕성을 지적한다고? 하하. 나참,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근친상간
인간이 씻을 수 없는 죄. 이미 그들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기엔, 너무나도 타락해 있었다.
"누나나 나나, 누구한데 이래라 저래라 하기에 너무 더럽혀지지 않았어?"
말을 이어갈수록 이인하의 두 눈에는 광기가 차올랐다. 그녀에게 꺼내는 말은 곧 자신에게 건내는 말과도 같았다.
"누나는 선생질 하면서 뭐 느끼는거 없어? 도덕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게 선생이란 직업이잖아. 그러면서 뭐 느끼는거 없냐고. 나는 말야 뉴스기사에 강간범, 살인범. 이런새끼들을 아무렇게 욕하고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나나 그새끼들이나 다를게 뭔가 싶거든. 나도 그새끼들 만큼이나 쓰레기잖아. 틀려?"
"틀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이인하는 발걸음을 옮겨 그녀의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입을 그녀의 귓가에 가져다댔다.
"그게 우리가 저지른 최악의 죄야."
심한 충격을 받은듯 그녀의 몸이 허물어져 내렸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쳐다보던 이인하는 몸을 돌려 수학실 문고리를 잡았다. 그 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
"후회되?"
"...."
이인하의 몸이 흠칫 하고 떨렸다. 뭔가 말을 꺼내려는듯 이인하의 입이 움직였지만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듯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억겁의 시간과도 같은 찰나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가 대답할 수 있었다.
"....후회해."
드르륵. 문을 연 이인하는, 교실로 돌아갔다. 혼자 남겨진 이수연은, 그제서야 엉엉 소리내어 울 수 있었다.
교실로 돌아오니 관심이 온통 이인하 쪽으로 쏠렸다.
"인하야 너 왜그랬어?"
한서희가 물었지만 이인하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응? 말좀해봐."
"서희야."
"응?"
"정말 미안한데, 나 내버려둬. 부탁이야."
"...."
이인하는 가방을 어깨에 걸친 뒤에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 때 유진용이 급하게 뛰어나와 이인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야. 너 미쳤어? 막나가냐? 어려도 선생이야. 니가 뭔짓을 하든간에 내가 너한데 뭐라 할 자격없는거 알아. 근데 오늘만큼은 니가 잘못한거야."
"알아. 나도 잘못한거."
"근데? 아니, 가서 사과는 했냐?"
"아니. 더 막나갔지. 울더라."
"미친새끼."
"그래. 나 미친것같다."
"잘 아네. 가방싸들고 어디가는거 보면 끝까지 가자는거냐? 이길로 자퇴? 말죽거리 잔혹사 찍냐?"
피식 웃은 이인하는 유진용을 스쳐지나가며 대답했다.
"그것도 괜찮지."
지각때문에 불려가 잔소리를 진탕들은 백은별은 쉬는시간이 되서야 자신의 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럴거면 아예오지 말걸. 자리에 앉자 옆에 어제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그녀는 머릿속에는 오직 한사람을 떠올렸다.
턱을괴고 창가자리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던 백은별의 시선이 어느 한 남학생에게 닿았다. 익숙한 실루엣. 그 남자 생각을 하니 그남자가 보이는구나. 그렇게 잠깐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진짜같아 보였다. 가방을 매고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조퇴를 받거나 한 모양이였다.
"나 간다."
교실이 1층에 있다보니 창문을 교실문 다니듯 자유롭게 드나들던 그녀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에서 그녀의 친구드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은별아! 너 지각해서 금방 닦이고 왔는데 학교까지 째면 너 진짜 죽어."
"몰라. 죽이라지 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그녀의 시선은 한 남자를 쫓고 있었다.
-
이 글과 동시에 전에 올렸던 공지를 위한글을 삭제했습니다.
하고싶었던 말은 공지에서 장문의 글을 올렸기 때문에 별로 없네요.
제가 신작 프롤로그를 썼습니다. 타이틀은 "내 안에 악마가 산다" 입니다. 조금씩 써뒀던 글을 연재해볼까 했지만 안하기로 했습니다.
애독자로 보이는 한분이 제 신작에 댓글로 "선악과 냅두고 뭐하냐. 작가면 글을 마무리 짓는것도 의무다. 그거 쓰지말고 선악과나 마저써라." 뭐 대충 이런 내용이였던것 같습니다. 사실 그 때 당시에는 댓글을 읽고 감정이 좀 상했습니다. 억울하더군요. 왜 저한데만 그런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저 말고도 여러글을 동시에 연재하는 작가분들도 계십니다. 그게 네작품 되고 다섯작품이 되면 문제가 될수도 있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두개의 글을 동시에 연재를 한다고 욕을 먹을줄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연재라고 할것도 없지요. 내 안에 악마가 산다 이거 기껏해봐야 40kb. 5편밖에 안나오는 분량입니다. 선악과 쓰기도 바쁜입장에 그것까지 동시에 연재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틈틈히 써뒀던걸 공개한다. 이런마음으로 올렸던 글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댓글이 사라졌습니다. 그분께서 스스로 삭제를 하셨나 싶어서 내심 기뻣습니다. 근데 쪽지 하나가 도착하더군요. 그분께서 자신의 댓글을 삭제했다고 오해하신 나머지 거칠게 나오시더군요. 하지만 맹세코 저는 삭제를 한적이 없습니다. 저, 제 글에 달린 댓글 단 한번도 지운적이 없습니다. 악플도 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시고 소중한 의견이니 지울 엄두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댓글을 사라진것을 봐서 다른 누군가가 신고를 하신것 같더군요.
그분께 일단 해명의 쪽지를 보냈습니다만 답장이 없네요. 혹시 읽지않았나 싶어서 이렇게 글 뒤에 덧씁니다.
잘 알겠습니다. 내 안에 악마가 산다는 선악과가 다 끝난후에 연재를 하던가 하겠습니다. 심기 불편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더 좋은글로 사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인하, 왜 늦었어?"
"몸이 좀 안좋아서..."
"아파? 어디가?"
아직도 술기운이 안빠져서 그런지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은게 금방이라도 올라올것만 같다. 그게 표정에 역력하게 묻어나는지 선생님도 믿는 눈치다.
"체한것 같아서요. 속이 좀..."
"알았다. 자리에 앉아."
네, 대답을 한 뒤에 자리에 앉으니 서희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술마셨지? 그래서 속아픈거지?"
"냄새나?"
샤워라도 하고올걸 그랬다. 학교 오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생각을 못했네.
"응. 조금. 얼마나 마셨으면 아직까지 냄새가 나?"
"미안. 앞으로 조금만 마실게."
서희가 빤히 내 두눈을 쳐다보는데 간밤에 백은별괴의 일 때문인지 눈을 마주치기가 영 껄끄러웠다. 이제와서 더이상 죄책감을 느낄게 있겠냐만은.
"여자랑 마셨어?"
서희가 이런질문을 할줄이야. 조금 놀라긴 했지만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남자 여자 섞여서 마셨지."
"흠... 아무일 없었지?"
"당연하지. 무슨 일 있을까봐?"
내 말에 서희는 한참동안이나 내 눈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슬쩍 돌렸다.
"설마 나 말고 다른여자한데 한눈팔겠어?"
"그럴리가..."
애써 웃으면서 대답했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죄책감이 점점 무거워져갔다.
나랑 같이 부어라 마셔라했던 진용의 상태도 나와 사정이 비슷한지 고개를 쳐박고 자고있다.
책상밑에서 책을꺼내 펴놓고 수업을 들이려고 했지만 글자한자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만 아픈게 잠만 쏟아진다.
이수연은 1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억지로 수업을 끝마치긴 했지만 잠을 못잔 나머지 컨디션이 최악에 가까운 상태였다.
이수연은 핸드폰을 꺼내 이인하에게 전화를 해볼까 고민했다. 어제 집에 들어오지도 않더니 학교에 아직 오지도 않았다. 혹시 무슨일이 생긴게 아닐까 덜컥 겁이났다.
"백진수 쌤. 이인하 1교시 때 왔어요. 몸이 안좋아서 지각했다고 하던데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수연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갔다.
"많이 아프답니까?"
"속이 좀 안좋다고 하던데요. 수업시간에 엎드리길래 내버려두긴 했는데... 아파보이긴 하던데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당장 4반에 쳐들어갈까 했지만 다음 수업시간이 4반인것을 감안해서 참기로 했다.
수업시간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 이수연은 수업종이 치자마자 급하게 4반으로 향했다. 4반에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소란스러운 4반분위기가 한층 사그라들었다. 이수연의 시선이 자동으로 이인하의 자리에 닿았다. 거의 기절하다 싶이한 이인하는 고개를 쳐박고 세상모르게 잠에 빠져있었다.
"실장, 인사하자."
수업이 시작되었고 이인하 쪽으로 시선이 돌아가는것을 억지로 참아내며 수업을 진행시켰다. 대충 수업이 끝나고 잠깐 여유가 남자 그제서야 발걸음을 이인하 쪽으로 돌렸다.
교사의 신분으로 그를 깨우고 안부묻는 것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이인하를 깨웠다.
"이인하, 잠깐 일어나봐."
"선생님 인하 아픈데요."
옆에서 한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꼴도보기 싫었다. 교사니까. 제자니까. 되내기고 되내였지만 남자를 빼앗긴것만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인하가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키자 술냄새가 피어올랐다. 퍼져나가는 알콜향, 당연히 바로 옆에있는 이수연에게 닿았다.
"하!"
이수연은 어이가 없다는듯 코웃음을 쳤다. 대충이나마 윤곽이 그려졌다.
밤새 집에 들어오지도 않자 걱정된 나머지 쏟아지는 잠을 참아내며 기다렸는데 그 시간에 그는 과음에 그걸로 모자라 외박. 아침에 술병이 돋아서 지각에 학교와서도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확 하고 치밀어 올랐다.
"이인하 일어나."
싸늘하게 굳은 목소리. 성격 좋고 착하기로 소문난 이수연 선생님의 예상치 못한 모습에 교실안의 시선이 그녀쪽으로 주목됐다.
이인하의 시선이 이수연과 마주쳤다. 잔뜩 뿔이난 모습이였지만 이인하는 그걸 비웃기라도 한듯 다시 고개를 책상쪽으로 쳐박았다.
"일어나."
"...."
"일어나."
"...."
"일어나라고 했지."
"...."
그제서야 이인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수연과 시선을 마주했다.
"왜요."
"왜요?"
지극히 불량한 태도에 이수연은 어처구니가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당장 미안하다 사과를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태도로 나올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술냄새. 뭐야?"
이인하는 짜증난다는 듯 머리를 엉망으로 헝크린 뒤 대답했다.
"문제있습니까?"
"뭐라고?"
"문제있냐고요. 네. 저 술먹었습니다. 밤새 진탕 쳐먹었어요. 문제됩니까?"
"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어떻게 학생이...."
이인하가 이수연의 말허리를 잘라냈다.
"아니. 아니죠. 이수연씨."
"인하야."
옆자리에 있던 한서희가 놀란듯 이인하를 다그쳤지만 이인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인하 그도 그 나름대로 잔뜩 수틀려져 있었다.
분위기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평소에 상냥하고 화낼줄 모르는 이수연 선생도 그렇고 예의만큼은 꼬박꼬박 지키는 이인하도 뭔가 꼬인듯한 느낌이였다.
이인하는 발걸음을 움직여 이수연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키가 10cm 이상 차이가 나다보니 이인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학생한데 술먹지마라. 선생으로써 할 수 있는 말이죠. 네. 맞아요. 근데... 그쪽이 저한데 그런말 할 자격은 있을까요?"
"....."
이수연은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둘 사이의 관계를 모르는 이들이였기에 무슨뜻인지 알 방법은 없었으나 남들앞에서 그런말을 꺼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수치심에 금방이라도 엉엉 울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이인하 나좀 따라와."
억지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듯 말한 이수연은 인사조차 받지않고 책들을 챙겨 교실을 나갔고 이인하는 후우,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를 뒤따라갔다.
둘이 향한곳은 수학과 교실이였다. 보충수업 때 쓰이는 이 교실은 수학과 교사만이 열쇄를 가지고 있었다. 정규수업 시간때는 쓰이지 않고 건물 맨 구석에 위치하다보니 익저도 드물어 남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기에 가장 적합한 교실이였다.
드르륵. 수학과 교실문을 닫은 뒤 밖에서 이곳을 볼 수 없게 블라인드를 내렸다.
"너, 제정신이야?"
"뭐가?"
"그게... 나한데 할 소리니?"
"왜? 창피해?"
주르륵,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틀린말 했나? 아니잖아. 누나는 나한데 그런말 할 자격이 있어? 아닌거 누나도 알잖아."
이수연은 입술을 질긋 깨물었다. 주르륵 눈물이 계속해서 세어나왔지만 울음만큼은 삼키고 싶었다.
"누나가 나한데 도덕성을 지적한다고? 하하. 나참,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근친상간
인간이 씻을 수 없는 죄. 이미 그들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기엔, 너무나도 타락해 있었다.
"누나나 나나, 누구한데 이래라 저래라 하기에 너무 더럽혀지지 않았어?"
말을 이어갈수록 이인하의 두 눈에는 광기가 차올랐다. 그녀에게 꺼내는 말은 곧 자신에게 건내는 말과도 같았다.
"누나는 선생질 하면서 뭐 느끼는거 없어? 도덕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게 선생이란 직업이잖아. 그러면서 뭐 느끼는거 없냐고. 나는 말야 뉴스기사에 강간범, 살인범. 이런새끼들을 아무렇게 욕하고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나나 그새끼들이나 다를게 뭔가 싶거든. 나도 그새끼들 만큼이나 쓰레기잖아. 틀려?"
"틀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이인하는 발걸음을 옮겨 그녀의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입을 그녀의 귓가에 가져다댔다.
"그게 우리가 저지른 최악의 죄야."
심한 충격을 받은듯 그녀의 몸이 허물어져 내렸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쳐다보던 이인하는 몸을 돌려 수학실 문고리를 잡았다. 그 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
"후회되?"
"...."
이인하의 몸이 흠칫 하고 떨렸다. 뭔가 말을 꺼내려는듯 이인하의 입이 움직였지만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듯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억겁의 시간과도 같은 찰나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가 대답할 수 있었다.
"....후회해."
드르륵. 문을 연 이인하는, 교실로 돌아갔다. 혼자 남겨진 이수연은, 그제서야 엉엉 소리내어 울 수 있었다.
교실로 돌아오니 관심이 온통 이인하 쪽으로 쏠렸다.
"인하야 너 왜그랬어?"
한서희가 물었지만 이인하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응? 말좀해봐."
"서희야."
"응?"
"정말 미안한데, 나 내버려둬. 부탁이야."
"...."
이인하는 가방을 어깨에 걸친 뒤에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 때 유진용이 급하게 뛰어나와 이인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야. 너 미쳤어? 막나가냐? 어려도 선생이야. 니가 뭔짓을 하든간에 내가 너한데 뭐라 할 자격없는거 알아. 근데 오늘만큼은 니가 잘못한거야."
"알아. 나도 잘못한거."
"근데? 아니, 가서 사과는 했냐?"
"아니. 더 막나갔지. 울더라."
"미친새끼."
"그래. 나 미친것같다."
"잘 아네. 가방싸들고 어디가는거 보면 끝까지 가자는거냐? 이길로 자퇴? 말죽거리 잔혹사 찍냐?"
피식 웃은 이인하는 유진용을 스쳐지나가며 대답했다.
"그것도 괜찮지."
지각때문에 불려가 잔소리를 진탕들은 백은별은 쉬는시간이 되서야 자신의 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럴거면 아예오지 말걸. 자리에 앉자 옆에 어제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그녀는 머릿속에는 오직 한사람을 떠올렸다.
턱을괴고 창가자리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던 백은별의 시선이 어느 한 남학생에게 닿았다. 익숙한 실루엣. 그 남자 생각을 하니 그남자가 보이는구나. 그렇게 잠깐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진짜같아 보였다. 가방을 매고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조퇴를 받거나 한 모양이였다.
"나 간다."
교실이 1층에 있다보니 창문을 교실문 다니듯 자유롭게 드나들던 그녀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에서 그녀의 친구드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은별아! 너 지각해서 금방 닦이고 왔는데 학교까지 째면 너 진짜 죽어."
"몰라. 죽이라지 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그녀의 시선은 한 남자를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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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동시에 전에 올렸던 공지를 위한글을 삭제했습니다.
하고싶었던 말은 공지에서 장문의 글을 올렸기 때문에 별로 없네요.
제가 신작 프롤로그를 썼습니다. 타이틀은 "내 안에 악마가 산다" 입니다. 조금씩 써뒀던 글을 연재해볼까 했지만 안하기로 했습니다.
애독자로 보이는 한분이 제 신작에 댓글로 "선악과 냅두고 뭐하냐. 작가면 글을 마무리 짓는것도 의무다. 그거 쓰지말고 선악과나 마저써라." 뭐 대충 이런 내용이였던것 같습니다. 사실 그 때 당시에는 댓글을 읽고 감정이 좀 상했습니다. 억울하더군요. 왜 저한데만 그런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저 말고도 여러글을 동시에 연재하는 작가분들도 계십니다. 그게 네작품 되고 다섯작품이 되면 문제가 될수도 있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두개의 글을 동시에 연재를 한다고 욕을 먹을줄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연재라고 할것도 없지요. 내 안에 악마가 산다 이거 기껏해봐야 40kb. 5편밖에 안나오는 분량입니다. 선악과 쓰기도 바쁜입장에 그것까지 동시에 연재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틈틈히 써뒀던걸 공개한다. 이런마음으로 올렸던 글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댓글이 사라졌습니다. 그분께서 스스로 삭제를 하셨나 싶어서 내심 기뻣습니다. 근데 쪽지 하나가 도착하더군요. 그분께서 자신의 댓글을 삭제했다고 오해하신 나머지 거칠게 나오시더군요. 하지만 맹세코 저는 삭제를 한적이 없습니다. 저, 제 글에 달린 댓글 단 한번도 지운적이 없습니다. 악플도 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시고 소중한 의견이니 지울 엄두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댓글을 사라진것을 봐서 다른 누군가가 신고를 하신것 같더군요.
그분께 일단 해명의 쪽지를 보냈습니다만 답장이 없네요. 혹시 읽지않았나 싶어서 이렇게 글 뒤에 덧씁니다.
잘 알겠습니다. 내 안에 악마가 산다는 선악과가 다 끝난후에 연재를 하던가 하겠습니다. 심기 불편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더 좋은글로 사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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