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를 읽으시기 전에)
이 소설은 90년대 말에 대학 신입생이었던 제가
진한 아쉬움이 많았던 당시를 추억하며, 90년대의 감성으로 그리려 합니다.
20대의 청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분명히 있겠죠.
제가 너무나 철이 없어 많이 흘려보내고 놓쳤던 소중했던 시간들,
그 희망사항들을 제 3자의 눈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본 뼈대는 어디까지나 형수와의 근친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번 후기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근친과 캠퍼스 러브 스토리"를 적절히 버무릴 생각입니다.
서비스 씬은 나오는 회도 있고, 가볍게 섹슈얼 코드만 삽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애장면을 묘사할때는..
캐릭터 간의 단순한 일상적 이야기를 그릴 때보다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반드시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역으로 세밀한 감정 표현과 가슴을 절절히 울리는 연출을 하게 될 때..
되려 많은 시간을 소요하며 머리를 뜯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兄死取嫂
3부
아침 공기가 제법 차가운 캠퍼스.
드넓은 광장을 지나 가로수 언덕길을 헐레벌떡~
헥헥 거리며 죽어라 뛰어오르는 사람이 있다.
민규의 절친 동준이다.
1교시 수업에 늦은 모양인데
울리지 않은 알람 시계를 홧김에 부숴놓고
이를 악물고 사력을 다해 뛰어오른다.
아 씨발!!
아침부터 이게 왠...
민규 개새퀴는 모닝콜 해준다더니 연락도 없고!
지각이라곤 해본 적 없는 이 내가 ㅠㅠ
헉헉, 오랜만에 뛰어 오르려니 숨이 턱밑까지 찬다.
끼이이...
철제문을 열고 강의실에 들어서 빼꼼, 눈치를 살피는 동준.
이 덜떨어진 놈은 어디 앉은겨?
긴 계단식 구조의 강의실.
창가쪽 구석탱이에 앉아있는 민규가 보인다.
출석을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복불복 타이밍으로 부르는 교수기 때문에
혹시...
하는 기대를 갖고 민규 뒷자리에 슬그머니 앉는다.
[야, 나 왔어...]
[응.. 그래]
[출석 불렀냐?]
[어~ 방금 막 불렀지]
[... 슈발.....
아침부터 일진 꼬이네... 흐...
너 아침에 전화 왜 안했어.
... 으으.. 나 아주 개고생했다구.
근데 너 얼굴은 이상하게 헐었냐?]
[조용히 좀 해. 듣겠어. 그리고 내 얼굴이 뭐?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래? 얼굴이 시무룩하니 맛이 갔는데..]
“흠흠, 거기 창가쪽 제군들, 조용히 하게나”
“헙... 네, 죄송합니다...”
“예, 죄송합니다”
“거기~
그 뒤쪽에 지금 들어온 얼굴 까무잡잡한 자네~ 말이야..
그래. 낯이 많이 익은데,
지난주에도 지각하고 혼나지 않았나?”
하얀 백발을 멋들어지게 올백으로 넘긴 젠틀한 모습.
드문드문 검은 머리가 섞여있다.
무테 안경을 낀 60대의 노교수가 시니컬한 말투로 동준을 지적한다.
그러니 동준은 그 서릿발에 눌려
죄 지은 어린양처럼 절절매듯 대답할 수 밖에.
억울한 마음에 거의 울먹이기 직전이다.
“.... 예?!
저 말씀이세요??
그럴리가요.. 억울합니다 교수님!
저.. 저, 이래뵈도 항상..
수업 시작하기 전에 맨 앞자리에 칼같이 앉아서 듣는데요..”
“음?.. 가만...
아~아! 이거 미안하네. 내 다른 사람하고 헷갈렸어..
호오- 그래!
늘 여기 코앞에 앉아서 눈 초롱 초롱거리는 기특한 학생이구만..”
“아, 예예! 알아봐주시니 영광입니다. 교수님”
“하하하. 씩씩해서 좋군.
어느 학과의 이름이 누구지?”
“옙! 관광학부 호텔경영학과 3학년 허동준입니다”
“오, 호텔경영학 공부하나?
인물도 아주 잘~~ 생겼는데 공부도 잘하는군! 허허”
“ㅎㅎㅎ 아이구 교수님도~ 그런 말씀을 다 하시고..”
동준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교수의 화술에
어쩔줄을 모르며 난처해하다가..
칭찬해주는 멘트로 끝맺음하자- 좋아서 웃으며 머릴 긁는다.
교양 수업중인 강의실이 상당히 커서
대부분 얼굴만 몇 번 봤을뿐이고 아직 어색한 주변 학생들..
동준이 명쾌하게 대답하다가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일부 여학생들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두시간 강의의 중간 쉬는 시간.
민규는 홀로 복도에 나와 동준과 멀찍이 서있다.
인상을 좋게 봐주신 교수님께 열심히 손바닥을 비비며
아양을 떠는 동준을 보며 웃는다.
참 넉살 좋은 놈이야.
너처럼 쾌활하고 긍정적이면 인생 살기 편해서 좋겠다..
피식~
나는 지금 속이 쓰라려 죽겄는데..
동준의 표현대로 찌그러진 얼굴로 음료 자판기 앞에 쪼그려 앉는다.
“또 인상쓰고 있네. 어디 안좋냐? 음료수 뭐 마셔”
“어, 아니야. 지금 별로 안땡겨..”
“왜~ 사줄 때 마셔.
커피라도~ 읏~쨔~!
말해봐봐. 어제 집에 가서 잠 못잤어?”
“아니야 그런거....
뭐 그렇게 궁금해하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에이~ 아닌데? 풀이 너무 죽었어..
내가 너 얼굴 하루 이틀 보냐 짜샤?”
“ㅎㅎㅎ...
어제 영섭이랑 그러고 좀 더 놀다 갔어?”
“아아.. 그리고 우리끼리 그냥 쫑냈어.
글구나서 배고파 갖고 홍콩반점 가서~
짬뽕 대짜로 시켜놓고 둘이서 새벽에.. 존나게 먹었지ㅋㅋ”
“하하..”
동준이 정확히 보았다.
민규가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어제 있던 형수와의 그 일 때문이다.
어제 형수를 데려다 준 뒤 집에서 했던 그 일..
차를 타고 혼자 집으로 돌아와 누울 때만 해도
이제야 살면서 무언가 의미있는 큰 일을 하나 해냈구나!
그 자신감에 마음이 굉장히 벅차고 흐뭇했었다.
그랬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어제의 일을 다시 상기해보니
참으로 묘하게도...
때에 따라서 고개를 들지 않아도 될..
양심의 메아리가 속삭이는 것이다.
자네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
앞으로 형수님 면목을 부끄럽고 죄송해서 어떻게 봐..
마주칠 때마다 혼자 의식을 많이 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질게야.
이를테면 아까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과 같은,
나이 지긋하신 연배 분이 엄하게 나무라는 톤의 환청도 들리고
동시에...
자신의 마음속에서 괴로워하는 음성도 마음을 강하게 울렸다.
괜찮아.. 괜찮아...
민규도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마음에 가장 바라는 것은 하나.
형수 정아에게서 아주 사소한 연락이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
물론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형수와는 평상시 사적으로 안부를 주고 받지 않는다.
이쪽에서는 괜시리 그녀에게 이상하게 비춰질까봐
지레 겁먹고 의식해서 아무런 연락을 못한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뜨거운 연심으로 동경하는 그녀에게
속 마음을 행여 들킬까봐 저 혼자 꽁무니를 뺀다.
마음에 한점 부끄럼이 없다면 가끔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하면 될텐데
민규는 정아를 그렇게 대할 엄두도 못냈다.
형수님은 이런 어려워하는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그녀는 민규를 은근하게 어려워하며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편이다.
정아 입장에서야 당연하게 행하는 것이지만..
생각해보니-
처음 전역하고 돌아와서 만났을 때도
짧은 시간이나마 집에 얹혀 살며 얼굴을 마주했을 때도
바라고 의도했던 대로, 어색한 사이를 좁히지 못했다.
민규도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자기 혼자서 그녀를 너무 의식하고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 같다고.
형수는 그런 내 얼굴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 안할까..
민규가 형수 정아에게 자연스럽게 못 대하는 것처럼
정아도 미묘하게 도련님을 어려워하는 느낌이다.
아마 그녀는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무대응, 딱딱함으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우리 도련님은 낯을 심하게 가리시나..
혹은 나를 많이 불편해 하고 싫어하시는 것 같아..라 판단할지 모른다.
물론 지금의 나열한 것들은 모두..
전적으로 민규 혼자만의 망상이다.
녀석은 형수와의 관계가 진전되길 바라는 강렬한 열망이 있지만
행동하는 꼬라지는 흡사...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서 그 마음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혼자만의 사색에 빠져서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야.. 라고
형수의 자신에 대한 생각을 캔버스에 그리듯 마음대로 풀어보다가
아흐 제발 이놈의 소심함을 고치자..
이제부터라도 정성스럽고 다정하게 대하면
형수님도 경계를 풀고 자상하게 다가오겠지..
그런 자기암시 같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4교시 채플 시간이 끝난 줄도 모르고
가만히 멍때리고 채플실 한켠에 앉아 있는데
동준이 다가와, 적절하고 힘있는 스매싱으로 뒷통수를 강타한다.
“아퍼! 씨불넘아. 다짜고짜 때리고 질얼이야!”
“낄낄~~ 넋이 나갔어 아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데?”
“왜 때리냐고 새끼야?? 깜짝 놀라게”
“ㅋㅋㅋ 미안혀.
하두 얼빠져 있길래~ 정신 번쩍 들라고~
봐라. 애들 다 나가고 너랑 나뿐이지~ 얼른 인나!”
“어 글네... 언제 이렇게 조용해졌대?”
동준은 걸어가며 조심스레 민규의 눈치를 살핀다.
대강당에 위치한 채플실을 나와 실내의 쾌적한 대리석 홀을 걷는 둘.
골똘히 자기만의 생각에 잠겨 말없는 민규의 안색을 엿보고 있다.
너 오늘 아침부터 고민이 깊은데 뭐냐?
그 말을 하려는 순간-
홀 한켠에 서있는 입간판이 보이고 민규의 눈이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민) “헤에~ 학교에서 결혼식도 하네..
학기중에 홀을 날 잡아서 대여도 해주나?”
(동) “그렇지..
아마 비용은 80만원 정도 든다고 나도 말만 들었어.
학교도 엄연히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업체나 마찬가지니까”
“기업 개념인가..?
우리 학교 채플실은 시설이 진짜 좋으니까
졸업생 같은 외부인들도 와서 행사 갖고~ 하긴 할만하겠다”
“.....
쓸데없이 진지 빨지 말고..
말해봐. 어제 술 잘못 쳐묵고 속 뒤집어졌어?”
“아니 자꾸 별일 없당게.. 왜 지럴이여?”
“ㅎㅎ 이 새키가~
형이 니 해골바가지 면상보면 답이 나오는데..
밥이나 묵으면서 고민해결 타임을 가져보자~”
“놔~ 놓고 얘기해, 징그런 새끼야...”
“ㅎㅎ 돌솥비빔밥 먹자구?”
“또 그거... 요즘 맛들렸어?”
“어.. 새로 나왔잖아.
구내식당에서 돈 삼천원에 그렇게 깔쌈하고 잘된 음식 먹기 쉬운게 아냐~
아니면 넌 알밥묵어. 존니 맛있더라 그것두. 가자 가자!”
다소 병약해보이는 이미지의 마른 민규와 다르게
키는 170cm로 민규보다 작지만 몸도 적당히 살이 붙어 있고,
든든한 체격의 상남자 스타일 동준이다.
교수가 학생들 앞에서 재밌게 언급한대로
얼굴과 몸의 피부톤이 대놓고 짙은 구릿빛에 다부지다.
상대적으로 하얀 살색의 민규와는 같이 다닐때 여러모로 대비를 이루는 모습.
제대할 무렵부터 아직까지, 오랜 시간 짧은 스포츠 머리를 고집하고 있다.
와글 와글 붐비는 학생회관 식당.
넓고 깨끗한 시설에 최근 리모델링하면서 복지회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의 소강당도 그렇고, 몇 년간 입학생 수가 소폭 증가하면서
다양한 학내 수익사업 유치로 재정이 튼실해진 학교다.
창밖으로 짹짹~ 소리내어 우는 참새를 바라보며
고요한 행복에 젖어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학생들은 식당 내부에 앉아~
크고 시원한 사이즈의 투명 유리창을 통해
마치 유복한 가정의 앞뜰처럼 생긴 예쁜 정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동) “하아... 좋구나..
어제까지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거 같더니
오늘은 다시 따듯한 여름 날씨같고..”
(민) “옘병허네...ㅋㅋ
이제 날씨 다 풀려서 봄 됐거든~ 밥이나 쳐먹어”
“밥이 문제냐~ 이 좋은 날씨에 한가하게 밖에 구경하면 좋차나 ㅎㅎ
야, 어제 뉴스를 보니까 엔화약세로 환율이 100엔당 800원으로 떨어졌다는디..”
“환율? 나는 경제 기사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지..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심각하게 우리 경제에 뭐 타격을 입어?”
“꼭 그렇지는 않은데~
윗대가리들, 잘나가는 상류층만 괜히 죽는 소리하고 개거품 무는거야.
알아둬라. 원래 말야~
언론매체 같은 곳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심각한 경제위기라 설레발치면~
이게 사실 실물경제에서는 되려 서민들한테 희소식일 수 있다~ 이 얘기거든”
“너 새끼... 요즘 경제학부꺼 교양 존나 듣더니 좀 박식해진 거 같다..
그럼 예를 들어 일본 여행갈 때 환율 덕분에 경비가 절감되니 좋다는 식?”
“.....
거창하게는 묻지마라.
나도 그 이상은 좆도 모르니께 ㅋㅋ
뭐 굳이 섬나라까지 찾아가서 방사능 뒤집어쓸 필요도 없고.
내가 요새 경제학원론 들으면서 많이 배워~ 교수님이 깨인 분이더라고.”
“흐음~ 그래~ 나도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너같은 오타쿠 새끼는
쪽바리들 물건 사올 때 행복하겠다.. 정도??”
“이 쉽새키가 ㅋㅋㅋ 혼난다 너~
밥 대강 묵었으면 썰이나 풀어봐.
형아가 니 고민 해결사 아니냐”
“흣.. 니가 뭔 해결사여..
어! 잠깐만?”
“왜?”
괜시리 어제 형수한테 저지른 행동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서
내내 시무룩하니 인상을 구기다가
밥먹고 떠들며 기분이 들뜬 민규.
그 적절한 타이밍에, 놀랍게도 형수에게서 톡이 온다.
우연히 실시간으로 폰 액정을 만지다.. 깜짝 놀랐다.
우왓!?...
[도련님~ 저 정아예요...
어제 저 데려다 주느라 고생 많으셨죠?
얘기 들었어요..
바래다주고 그냥 가신 모양인데, 많이 죄송했구요..
그리고 고마워요^^]
헉?... 형수님!...
아침에 비해 안색이 좋아진 민규 얼굴.
그 순식간에 더 밝고 화사한 얼굴로 바뀐다.
형수님이..
이렇게 사적으로 거의 연락하지 않는 사람인데..
사삭~!
핸폰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들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하핫~~ 형수님.. 아니에요.
저는 할 일을 그냥 한건데..
지금 회사예요? 점심시간에 보내셨나봐요]
[네~^^ 회사랍니다~
연락이 늦어서 죄송해용~
도련님께 연락을 꼭 오늘 드리려했는데, 이제 식사하고 겨우 여유가 생겨서요..]
[에이 무슨 죄송은요.. 이렇게 연락 주신게 어딘데요..
어제 잠은.. 편하게 푹 주무셨어요?]
[네..^^
어떤 고마운 분이 이불도 잘 덮어주고~ 따듯하게 해두고 가셨더라구요.
덕분에 기분 좋고 포근하게 이쁜 꿈 꾸었어욤^^v ]
[ㅋㅋㅋ 다행이네요.
깨우기 죄송해서 저는 그냥..
이불만 춥지 않으시라고 덮어드린건데]
[ㅎㅎㅎㅎ 완전 따듯하게 잘 잤구요~
아! 도련님 미안해요. 저 윗분이 찾으시네요?]
[아... 네...]
갑자기 시름 앓던 놈이 화색을 띄며 싱글벙글하자
앞에서 지켜보던 동준은 이거 뭐 미친놈도 아니고..
좋은 일 있나보네~
하는 얼굴로 피식 웃으며 지켜본다.
그때 형수가 대화를 끝내려하자 민규는 다시 안색이 어두워지는데..
[아! 저 도련님,
괜찮으시면 오늘 오후에.. 제가 톡이나 전화 다시 드려도 될까요?]
[엇! 그럼요..?!
아무 때나.. 형수님 시간 되실 때 연락하셔도 돼요!]
[히힛♡ 알겠어용~]
형수님이 나한테 무슨 할 얘기라도 있으신가?
따로 연락할 일이라니 어쩐 일이지..
어쨌든 고무적인 소식임에 틀림없다.
기분이 상당히 들뜬 민규..
해맑게 실실 쪼개는 모습에 동준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가볍게 웃으며 뭔 사정이냐 캐묻지는 않았다.
같은 전공과 교양 수업을 각각 두 개씩이나 듣는 둘.
아까 2교시 끝나고 한시간 공강, 4교시 채플 시간에 이어
또다시 같이 듣는 3시간짜리 전공수업에 앞서 두시간이나 시간이 빈다.
시간표를 가급적이면 둘이 붙이려고 요모양으로 짠 덕분이다.
사이 좋은 둘은 밥먹고 소화좀 시키다가,
다시 간식이 땡긴다는 동준의 성화에 매점에 들어섰다.
“하아아~ 실내로 들오니까 쪼매 갑갑하다. 으쭈쭈쭈~”
늘어져라 양 팔을 위로 뻗다가 번갈아 기지개를 키는 동준.
하품이 절로 터져나오는걸 참으며 눈물이 글썽이는 민규.
그 와중에 실없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자식이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어갔나~싶어 동준도 장난끼가 발동.
“야! 미쳤냐?
왜 자꾸 아까부터 변태처럼 실실 쪼개?”
“..... 씨발...
말이 뭐 그따구야. 사람들 많은데서.. -_-”
“저도 욕하면서~ ㅋ
너 좋은 일 있었지, 아까, 아니 방금?”
“아까라니, 좀 전에 밥 먹을때..?”
“우리끼리 왜 그냐. 인상이 아주 활짝 폈구만.
너~ 좋아하는 여자 생겼지?”
“.......
여, 여자는 무슨.. 내가.. 하하.. 그냥 형한테 문자왔어”
“너네 형이 왜? 뭐 좋은 칭찬이라도 들었나~”
“어~ 그럴 일이 있었지 ㅎㅎ...”
“형 출장가셨다고 했지? 요즘 자주 가네?”
“응 요즘 좀 바쁘대.. 여기저기 돌아다녀.
광주도 찍고 부산도 댕겨오고 대전 대구~
.... 근데 잠깐,
너 아까전에 돈 준거 어디로 삥땅치고 암것도 안 사오냐?
내 김밥이랑 딸기우유!
갑자기 생각나네. 이 새끼..”
“아.. 그랬나..?
니가 해맑게 웃길래 궁금해하다가 까먹었지..”
좋아하는 여자라..
그 대상이 좀 특별한 사람이라 색다를 뿐.
민규에게 있어 형수 정아를 향한 뜨거운 연심이란
평범하게 이성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달콤한 행복에 젖는...
여느 대학생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아까 형수와 주고받은 소중한 대화창을 계속 미소 지으며 보게된다.
매점에서 느긋하게 시간 때우다가-
동아리 실이나 가보자는 동준의 제안에 몸을 일으킨다.
그런데 그때 건물을 나설 무렵,
동준 앞으로 두명의 여학생이 다가왔다.
해맑게 상냥한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 앳되다.
신입생들로 보이는데?
민규는 잘생긴 동준 옆에 서서 눈치만 살핀다.
“오빠! 어디 가요?”
“어? 올만이다 야~
아, 잠깐만 우리 후배님들 이름이.. 끙”
“ㅋㅋㅋ~ 뭐야?
이 오빠 우리 이름 기억도 안나나봐?”
“그럴만하시지. 후후.
친한 후배들이 하두 많아서 그러는거죠?”
“에이 그런거 아니다 녀석들아.
그래, 니네 둘다 올해 신입생이었고...
너는 1x 학번 채수연이고~ 너는 문지원 맞지?”
“....?!...
오빠 짱이다. 금방 기억해내시네요?”
“그럼~ 기억을 왜 못해~ 남자 후배도 아니고~
이렇게 이쁜 여자애들은 당연히 머릿속에 남지 움하하~”
가증스러운 새키..
조용히 혼잣말로 동준을 욕한다.
시원한 이목구비 못지않게 호방한 성격 덕분에
어딜가나 주위의 시선을 끌고 인기가 좋은 동준이다.
저런 넘이 나를 뭐가 좋다고 붙어다녀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하하.
뭐 동준이 자식이 또 나한테 잘하니까~
이번 학기는 지내다보면 가끔 떡고물도 떨어질 수 있겠지.
그런 생각에 푹 빠져 있는데, 이게 꽤 고민하는 얼굴처럼 보인듯..
조용한 민규의 어깨를 동준이 슬쩍~ 툭 친다.
“근데 이 선배님은 누구세요.. 우리과 오빠?”
“어.. 얌마, 니들 민규 얼굴도 몰라? 이번에 복학한 내 친구잖아.
나랑 같은 학번이고 1학년때 동기야~ 언능 인사해”
“안,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선배님은?”
“이 자식들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민규는 알아야지..
자~ 이제부터 이름하고 얼굴~ 똑똑히 머리에 새기는 거다!
박민규! 0x학번 호텔 경영학과의 잘생긴 오징어...”
“ㅍㅎㅎㅎ 오빠도 너무하셔.
친구분 칭찬하다가 또 오징어는 뭐예요?”
“그러게 ㅎㅎ 참 오빠 저 궁금한 거 있어요~”
“뭔데, 지금 꼭 얘기해야돼?”
“네네! 어서요. 지금 밖에 저희들 시간이 없어서요~ 네?”
“아이~ 오빠♥ 우리 배고픈데.. 매점 가요~ 응?”
“하하하.. 이거 참 곤란하게..”
“야, 나 신경안써도 되니까 같이 들어갔다 와.
이따 7교시때 보자”
“엇.. 너는 같이 안가 매점?”
“나도 눈치가 있지 임마.. 난 동아리방이나 가볼게”
그래도 민규 오늘 굉장히 선방한 것이다.
복학하고 한동안 이쁜 여자후배들이 어쩌다 인사라도 해오면
또 그 어색, 부끄러워하는 병이 도져서 얼굴만 벌개지고 덜덜 떨며 몸이 굳는다.
마음은 가깝게 지내고픈 심정이 굴뚝 같은데...
그나마 그런 모습을 옆에서 잔소리해주고 코치해주는 동준 덕분에
요즘은 용기가 좀 생기고 후배들 인사도 잘 받아준다.
어쨌거나...
멋진 친구놈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사라지는 모습은 역시 부럽다.
훗~
오늘 형수님이 연락준다고 하셨으니까.. 이걸로 위안삼자.
임창정의 노래들을 mp3로 반복하여 들으며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
얼마전에 히든싱어에 나온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더랬다.
임창정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날 닮은 너를 따라 부른다.
너의 손을 놓지 않을 거야.
나 역시 너 같았어.. 너처럼 어두웠어~
네가 지내온 또다른 시간도..
더 있을 고통도.. 난 감당할 거야~ 워~우워어~~
누가 보면 참 난감할 수도 있는 장면이나-
나름 굉장히 열중하며 바이브레이션을 떨어주고 있었다.
다람쥐와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벤치와 풀숲 가까이 자리한 작은 분수대에서 물이 쪼르르 흐르는 소리,
여러명의 여학생과 남학생 무리들이 호호깔깔 웃는 수다소리가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나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한 민규.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으니
상쾌한 바람이 가볍게 콧등을 간지럽힌다.
하얀 목련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날씨가... 정말 근사해..
봄이 오는 소리가 이토록 아름답구나.
-
연락을 주겠다더니 형수는 그 날 결국 짧은 톡 하나만 보냈다.
의아한 민규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다가도 고질적인 소심병이 도진다.
형수님이 나한테 따로 연락하는게 역시, 어색한가?
하고 기분이 급 쓸쓸해진다.
알고 보니, 저녁에 형이 집에 돌아왔단다.
출장이 최근 빈번해지는 형인데 오늘은 비교적 일찍~ 3일만에 왔다.
저녁 즈음에 전화가 와서 같이 밥먹자는데..
물론 민규는 적당한 핑계로 거절했다.
어여쁜 형수님을 보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어제 그래놓고... 차마 형이랑 같이 마주할 염치가 없었다.
형이랑은 같이 안볼거야. 당분간은..
다음주 화요일쯤이면 다시 민혁이 울산으로 내려간다는 소식이다.
그때 용기좀 내서 다시 형수님께 연락드려봐야지.
젠장.. 그건 그렇고..
오늘 같은 날 모처럼 해후해서 반갑게..
부부끼리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식사도 하고
저녁때면 둘만의 그 침실에서 응응♡♡
뜨거운 시간을 보낼 걸 상상하니..
마음 한구석이 몹시 쓰려오고 착잡한 기분이 괜히 들었다.
형수 정아도 그런 민규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아니면 형이 집에 있는 동안에는 온전히 그에게 집중하느라 그런가?
이틀이 더 지나 금요일 이 시간이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오늘은 3월 중순에 접어든 시기치고 이례적으로
다소 늦은 감의 개강총회가 있다는 소식이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보나마나 모르는 선배 후배들 투성이고
나같은 꾀죄죄한 복돌이, 냄새나는 복학생은 별볼일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풀밭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일찍 수업을 마치고, 또다른 절친 영섭과 이야길 나누며 동준을 기다린다.
잠시 묘사를 하면..
동준과 영섭은 많은 면에서 스타일이 다르다.
동준이 부리부리한 눈매와 시원스러운 호남형 타입이라면
영섭은 피부가 민규보다도 더 하얗고 얼굴에 약간 뾰루지가 났다.
키는 179cm로 크고 은근히 몸이 좋은 녀석이다.
짙은 검정 뿔테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
흡사 배용준을 연상시키는.. 옅은 쌍커풀의 잘생긴 모범생 이미지.
장학생 동준 못지않게 공부도 매우 잘했다.
어찌하다보니 이런 멋진 두 놈이 절친이 되어-
녀석들 덕분에 민규가..
본의 아니게 컴플렉스에 시달리며 사는지도 모른다.
학부는 같지만, 2학년 1학기때 영섭은 관광통역과로 나뉘어졌다.
지금은 교양필수 영어강의를 같이 듣고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이 자식도 여친이 없다며 앓는 소리를 하더니..
최근에 어째 핑크빛 분위기를 뽐내며 민규의 허전한 속을 긁는다.
그래도 앞에서는 거의 그런 티를 내지 않아주니 고맙다.
(영) “규야, 총회 갈거지?”
(민) “아직 시간이 좀 이른데.. 나 먼저 과사 좀 다녀오고 생각할게”
“과.. 과사를 오늘 왜 갑자기? 너 생전 안갔잖아”
“왜? ㅎㅎ 과사 가는게 이상해?
학생의 본분이잖아.
형한테 용돈 받는게 미안해서.. 이번에 근로장학생 신청좀 알아보려고”
“그래..?
그게.. 지금 좀 늦은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늦다니. 너야말로 전에 장학금 신청하면 좋다고 막 그랬었잖아?”
“아니 저 그게...
민규야, 잠깐만! 지금 가려고?”
“응~ 너 여기 앉아있든가 어디 가있어. 이따 연락할게”
학과 사무실에 들러보겠다는 민규의 말에
어째 영섭의 불안해하는 표정이 이상하다.
평소 같으면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는 녀석인데.. 무슨 안 좋은 일 있나?
의아해하며 발길을 돌리는 민규를 영섭이 다시 붙잡는다.
그리고 딱 그 타이밍에~
강의를 마치고 넓은 언덕길을 내려오는 동준의 외침이 들렸다.
하이구 이 녀석봐.
그 잠깐 걸어내려오는 사이, 길에서 알아보고 다가오는 여학생들 몇명과 어울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영섭도 민규도 잠시 조용해진다.
“민규쒸~ 어디가?
나 책사러 서점 갈건데 같이 안갈래?”
“쳇. 서점 갈일 없어. 나 과사 갈거야 지금”
“..... 과사?
학과사무실을 왜 가는데..?”
“근로장학생 신청하러..”
“그, 그래?
음~ 야~ 그러지말고 나랑 같이~
아니 우리랑.. 에헤헤..
이쁜 여동생들이랑 같이 가자 너도”
동준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영섭에게 바삐 윙크를 짓는다.
어떻게든 민규를 좀 말려보라는 몰래 제스쳐다.
영섭도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민규를 다독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이상하다.
아니 이 자식들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둘다 왜 이래?
민규는 찝찝한 기분으로 언덕을 오르려 했다.
그때였다.
동준의 곁에 서있던-
무려 다섯명이나 되는 처음 보는 여학생들 중 하나가
갑자기 민규에게 슬쩍 다가오며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저기, 박민규.. 선배님.. 맞으시죠?”
“네..? 왜 그러세요?”
“후훗, 말씀 낮추셔도 되어요.
저도 오빠라고 부를게요.. 괜찮죠?”
“....... 으잉? 갑자기..
괜찮기는 한데 왜 저한테..”
“그냥요..^^
말 걸면 안되는 거예요?”
“아뇨. 아뇨.. 그런거는 아니에요..
저야 말 걸어주시면 감사하죠..”
“아이 참~ 오빠.. 말 놓으시라니까요, 편하게?”
이게 무슨 일이야..
동준 놈이 시켰나?
가서 외로운 기러기 민규 비위 맞춰주라고??
당혹스러워서 눈을 껌뻑이며, 어색한 망부석처럼 서있는 민규.
몇걸음 멀리 서있는 동준네 무리와는 거리가 있다.
동준은 그런 여학생에게 은근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버버버...
얼굴을 볼 겨를도 없이 경직되어 있는 민규를 두고,
씨익~ 웃으며 동준과 영섭은 한마디 말을 던지고 멀어져간다.
“민규야, 걔 착한 애니까 같이 재밌게 놀아.
시간 잘 보내고~
그리고 과사는 오늘 정신없이 바쁘니까.. 절대 가보지 말고?
이따 총회할 때 알아서 꼭 내려와라”
“남이사..
아니, 니들 둘다 과사 가지 말라고 왜 말리냔 말야..
참나 이상한 놈들이네..”
“오빠~ 과사 가실 거예요?
그럼.. 저하고 같이 가요 지금~”
“응? 아니 잠깐만.. 아휴..
아! 저기 있잖아요,
나 가는데 굳이 따라가줄 필요는 없는데..”
동준과 영섭은 뭔가 불안해하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민규 곁의 여학생을 두고 애써 웃으며 내려간다.
그제야 민규는 조금 호흡을 가다듬고
앞에 서서 방긋, 부드럽게 미소짓는 후배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았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이목구비를 잘 못 봤는데
이제 보니 놀랍게도 상당히 이쁜 얼굴이었다.
민규의 애달픈 새가슴이 또 다시 두근 두근 뛰기 시작한다.
얘는 뭐지?
혹시 준이 섭이가 보낸 은밀한 자객 아니야? -.-
“저.. 아차, 나좀봐. 소개부터 드린다는게.. 에헤헤..
저 이름은.. 서혜지 예요.
선배님.. 아니, 오라버니!”
“ㅋ~ 오라버니는 뭐예요?
하하... 후배님도.
서혜지라.. 이름 참 이쁘네요..”
“정말요~? 힛, 고맙습니당~
오빠는.. 성이.. 아 죄송해요.
박.민규.. 맞으시죠?”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저를 아세요?”
“알죠~ 우리 과에서 가장 인기있고 유명한 분들의 친구분인데..
아차, 죄송해요.. 그 선배들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고요..”
“아뇨 괜찮아요.. ㅎㅎ
준이 섭이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뭐.
제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고.. 혜지 씨는..”
“혜지 씨..?”
그러자 그때까지만 해도 다소곳, 청순 모드를 수줍게 유지하던 혜지는
갑자기 푸핫!
빵 터지며 민규의 어깨를 철썩 때리는 것이다.
민규는 갑작스런 액션에 놀라서 움찔.. 뒷걸음친다.
예쁜 후배는 아무 것도 아닌 일 같은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이공~! 후후후~...
죄송해요. 오빠..
갑자기 어색한 존칭을 들으니까 참을 수가 없었어요.
호호. 씨를 왜 붙이고 그래요!”
“헤헷.. 제가 원래 그래요.
첨에는 다 예의 차린다고..
후~ 그럼 저.. 아니 내가 진짜.. 편하게 말해도 되는 거예요?”
“네! 꼭 그러셔야 해요. 히~”
“휴.......
후배들한테 거의 그래본 적이 없는데.. 끙~”
알고 보니 서혜지라는 이름의 앳된 이 여학생은
전부터 민규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단다.
딱딱하게 굳은 돌머리로는 왜, 어째서..
이 인형처럼 예쁘게 생긴 아이가 자신에게 호의를 갖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설마 진짜 행동 감시하라고 붙여논 스파이??
“오빠 그럼 여자친구는.. 없는 거예요?”
“응. 없어.. 없는지 오래됐지 뭐.
그건 일상이니까.. 헤헤”
“그래요..? 흠~
아~ 다 왔다. 여기 맞죠?”
제법이다.
여자를 대할 때 벌벌 떨며 부끄러워하는 민규의 전매 특허가
오늘은 어인 일인지 많이 누그러지고 편안해보인다.
아마도 혜지가 민규의 비위를 잘 맞춰주며 나긋나긋 웃어주니,
민규도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둘은 웃고 너스레를 떨며 어느새 건물 4층 복도에 이르렀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시간을 갖는다.
그 막간을 이용해서..
민규는 은근 슬쩍 붉어진 얼굴로
가만히 후배 혜지의 옷 입은 맵시와 몸매를 눈여겨보았다.
은은하고 차분한 연베이지와 화이트가 믹스매치된 가디건..
그리고 안에는 작고 귀여운 꽃송이가 골고루 수놓아진 하얀 티셔츠.
하의는 짝 달라붙는 실루엣의 검정색 슬림 팬츠.
160cm 정도로 크지 않은 키인데,
여리여리한 라인이 아주 잘 어울리는 귀여운 매치업에
늘씬한 각선미의 장점을 살려주는 바지가 스타일리쉬하다.
얘 이제 가만히 보니까..
약간 일본 배우 누구 닮은 것도 같아.
누구지? 이름이 생각 안나네.
아!
아오이 유우..
그래, 아오이 유우랑 많이 닮았어.
하나와 앨리스 나왔던 이쁜애.
라스트씬에서 발레 춤추면서 면접 보던..
음~
아오이 유우가 하늘 하늘 여성스럽게 흘러내리는 긴 검은 생머리라 하면
혜지는 자신의 하얀 피부톤과 잘 어울리는 갈색 머릿결을 뽐내는 모습.
무난하고 어디에서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러블리한 자태였다.
꿀꺽...
긴장한 채 조용히 눈동자만 부지런히 돌리며
그렇게 혜지의 곳곳을 살피느라 무아지경..
순진한 녀석은 자기 얼굴이 벌개져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혜지가 한참을 말이 없는 민규를 보고 말을 걸자
그제야 정신을 번뜩, 차린다.
“근데 오빠!
왜 그 오빠들~ 오빠한테 과사에 가지 말라고 말린 걸까요?
사람이 이렇게 한산한데 말예요..”
“내 말이.. 이상한 놈들이라니까? 하하.
리모델링도 새로 다시 하고 복도도 넓고 좋아졌구만..”
“킥킥. 그런가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있잖아요, 오빠.. 말투가 말이에요.
약간.. 뭐라고 할까?”
“응? 내 말투가 왜.. 말해봐”
“지금 생각난 거에요. 그냥 말해도 되나..?
오빠 혹시 기분 나빠하시면 안돼요~ 그러라고 드리는 말은 아니니까..”
“알았어. 뜸 들이지 말고 말해봐~”
“오빠 왠지 약간.. 겉보기에는 고지식해 보이는데..
아차;; 단어 선택이 쫌..
히히~ 말이 잘못 나왔어요..
좀 차가워 보이고 말수도 적은 것 같았는데,
의외로 이야기 나눠보니까~ 착실한 느낌이 좋고요.
거기에 성격도 밝고~ 긍정적인 사람 같아요!”
“에엥~! 내가?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혜지 니가 나를 한참 잘못 봤나보다. 아하하하”
“진짠데~ㅎㅎ
오빠, 쑥스러서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 디게 좋아보여요~ 지금”
“..... 하하..
기분이 당연히 좋지~..
나 좋으라고 해주는 칭찬 아니야?..”
“칭찬 맞아요! ㅋㅋ
진짜 그렇거든요.
아직까지는~~ 제 눈에 비친 오빠 모습은 그래요”
이런 좋은 표현을 들어본 것이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기분을 맞춰주려 그러는 건지,
살랑살랑~
꽃이 노니는 것처럼
듣기 좋은 소리만 해주는 혜지에게 따듯한 호감을 느끼며..
두 사람은 조용히 학과 사무실 문을 노크한다.
조금 긴장이 되었다.
학기 초에 등록금 고지서 수령 껀으로 와본 후에 처음이다.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어! 혜지가 왠일로?
들어와 들어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저..”
“조교 언니! 지난번에 뵙고 오랜만에 보는 거 같네요 호호”
“그러게~ 혜~찌는 여전히 싹싹하고 보기 좋네..ㅋㅋ
아, 복학생이시죠? 이름이..”
“예. 박민규입니다. 다른게 아니라 장학생 신청으로 알아볼 일이..”
“근로 장학생 말인가요?
지금 기간이 조금 지났는데.."
"네..?? 그러면 이미 늦은 건가요?"
"잠깐만요. 조금 알아볼게요. 학번이 어떻게 되죠?"
"예.. xx-73033.."
"음~ 일단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정된 기한을 넘길 시에는 원천적으로 접수가 불가능합니다.
즉 지난 학기 말에 하셨어야 된다는 말이죠.
그렇지만~ 실망은 일러요? 후후..
요번에 새로 오신 학과장님의 재량에 따라,
특별히 xx학번 이전의 등록자들.. 그러니까~ 복학생에 해당하겠죠?
복학생들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학기가 시작하고 신청하더라도
장학생으로 근무 가능하게끔 학칙이 바뀌었어요"
"..... 정말인가요??
복학생에게 혜택을 주시는.. 시기에 관계 없다는 거죠?"
"와아.. 오빠 잘됐다~
그러면 어쨌든 지금 가능하다는 거죠, 언니?"
"그럼~ 후후. 넌 뭐가 그렇게 좋으니?
호호... 우리 애기 헷찌랑 많이 친한가봐요, 학생?"
"예, 그게 뭐..
아직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어머..? 오빠..
서운하다~ 치잉"
"ㅋㅋㅋ 얘 삐졌네.
그 말 한마디로~ 민규 학생, 얼른 달래줘요.
얘 삐지면 에너자이저, 아니 듀라셀보다 오래 가거든"
"끙.."
"그렇잖아요? 얘가 보통은 친한 사람 아니면~ 같이 다니지도 않아요.
그래서 민규 학생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 짐작한거쥐~
내 말이 맞죠?"
아니 누님, 오늘 만난 사인데
무슨 친한 드립을 치냐구요..
하아-
별 수 없이 내심 민규의 반응을 기다리는 혜지에게
많이 어색하지만.. 애써 따듯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여차저차 혜지를 달래주고..
오랜만에 보는 후덕한 인상의 조교 누나랑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눈다.
당최, 동준 영섭 이눔시키들은 아까.. 아무 일도 없구만~
왜 호들갑을 그렇게 떨었누?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전화통화를 거의 끝내는 소리와 함께
끼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
엉?
"아 진짜! 그래~ 그래~ 알았어....
아유, 한번 말하면 이해한다니까, 자기는?
나 이제 일해야돼~ 어서 끊어~~ 좀!"
"......"
"... 응?"
"...... 너...."
"얼른 들어와! 하연이 넌 여기 학생들 얼굴 처음 보지?"
"......."
"안녕하세요, 언니.. 새로 오신 분인가요?"
민규는 문자 그대로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짧은 0. 몇초에서 3초 가까이 지나는 동안~
딱딱하게 굳어버린 모습으로..
입이 쩍 벌어진다.
그것은 들어오던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씨팔....
이래서 애들이 그렇게 말렸구나..
역시 민규를 보고 경악하는 눈빛을 짓는 그녀는
다름아닌 민규의 예전 신입생 때의 첫사랑 그녀였다.
정하연..
내가 대학 들어와서 처음 사귀다가 차인 여자.........
왜 니가 여기에??
민규와 하연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안절부절..
어쩔줄 모르며 우두커니 계속 서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조교 수미와 혜지만 눈을 동그랗게 떠고 지켜볼뿐..
둘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잠시 후, 어색해진 침묵을 가르며 말을 꺼낸 이는 하연이었다.
"오랜.. 만이다, 민규야..?"
"......
어.. 오랜만이네.."
"에~ 뭐야, 둘이 아는 사이니?
호호호~ 그럼 따로 소개고 자시고 필요 없겠네~
어서 이리로 와. 자~ 그래도~ 소개할게!
이번에 새로~ 잠시 기간제로 와서 일하게 된 조교야.
이름은 정하연!"
"아 그래요? ㅎㅎ
반갑습니다. 새 조교 언니!"
"네.. 반가워요.. 잘 부탁드릴게요.."
이게 뭐지..
어떻게 이런 일이?!
민규는 굉장히 혼란스럽다.
틀림없이 하연은 자신이 복학하기 전에, 꽉채워 학기를 마치고 졸업했을 터였다.
그 소식은 동기들 몇에게 들었다.
여자 동기들은 이미 절반 정도 학교를 떠났다고..
그래서 학교에서 행여라도 마주칠 일은 없기 때문에 아주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이런 슈발..
좆 같은 인연으로 만나다니??
기간제 조교라니 그딴 건 뭐야..
그런 것도 있어??
씨발.. 어떡하지..
바늘 방석인 것은 민규뿐 아니라 하연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둘다 어색함을 무마하려 짧게 웃고 사무적으로 대응할 뿐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수미와 혜지는 자기들끼리 정답게 호호호 이야길 나눈다.
그 와중에-
민규의 장학생 수리 껀은 어쩔 수 없이 하연이 직접, 잔뜩 굳은 표정으로 처리해주었다.
"오빠, 그 언니랑 친했던 사이 아니에요?"
".. 썩 그렇게 친하진 않았어.. 왜 그렇게 단정짓는 거야?"
"그냥.. 느낌이예요..
둘이 서로 분명히 잘 알던 사이같은데..
아주~ 미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 분위기가.. 꼭..
어색하고 서로 매우 조심하는 그런.."
"끙.. 너 눈치 빠르구나.
맞아. 대략 그런 사이야 우리.
예전에 저녀석이 학교 다닐때..
친한 친구였는데 어떤 일로 대판 싸워서 아주 얼굴 보지 말자고 선 그었거든.
그랬는데 여기서 만나서 너무 황당하고.. 쩔쩔맨거야.."
"호호. 그랬구나. 역시~?
나도 그렇게 보여서 눈치껏.. 수미 언니랑 더 열심히 재잘거렸죠..
괜찮아요 오빠.
어색한 사이면 차차 다시 사이를 좁혀가면 되지 않겠어요? 힛~"
혜지야..
그게 그렇게 속편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후우~ 짧고도 깊은 한숨을 몰래 쉬며
아무 것도 모르는 귀여운 후배와 함께 터덜 터덜~
힘없이 어깨를 수그리며 총회가 열리는 강당으로 향한다.
저 자식은 대체 왜, 무슨 낯짝으로?!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아니 상식적으로!
여자 동기도 아니고 남자들은 군대 마치고 아직 졸업 안한 사람이 많은 걸.. 지도 짐작할텐데
무슨 똥배짱으로.. 조교에 덥썩 지원한 거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그렇게 기분 싱숭생숭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의 학교.
아무 생각 없이 지겨운 전공 수업을 듣고 있는 아침인데,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반가운 소식이 왔다.
형수 정아의 톡이 드르르.. 울린 것이다.
수업 중이라 조심 조심, 확인을 하고 눈을 크게 뜨는 민규.
또 그때처럼 활짝~ 피며 웃는 얼굴이 된다.
[도련님... 주말은 즐겁게 잘 지내셨어요?
이제야 연락을 드려서 죄송해요 히히-
오빠가요..
우리 도련님, 왜 식사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않냐고 몹시 서운하게 얘기했어요..
여러번 나오라고 불렀는데 도련님이 바쁘다 그러셨다고..
툴툴거리면서 오늘 또 출장 떠나지 뭐예요?
ㅎㅎ 귀엽다니까]
[형이 그랬나요? 저는 그렇게 형이 아쉬운 줄 모르니까..]
[정말이예요.
오빠가 보기에는 그렇게 안보여도 작은 도련님 걱정을 많이 하세요..
이번 토요일에도 같이 좋은 식사도 하고,
백화점에서 도련님에게 좋은 선물도 사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쳇~ 그럴 리가 있나..
그 구렁이처럼 속이 시꺼먼 영감탱이가..
늘 윽박지르고 무섭게 자신을 어릴 때부터 대하던 형의 캐릭터를 아는 민규이기에
형수의 말처럼 자상하게 자신을 걱정했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다.
[하하. 믿기 어렵긴 하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근데 형수님, 지금은 점심 시간이 아닌데..
월요일 아침부터 바쁘지 않으세요?]
[응~ 나 괜찮아요..
오늘은 비교적 오전에 한산하네요. 사무실에 지금 저 혼자고.
도련님은요? 도련님이야말로.. 제가 방해한 것 아닌지요.
아, 진짜로 그러고 보니 제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수업중이지 않으셔요?]
[수업 다 끝났어요! 괜찮아요 ㅎㅎㅎ]
[벌써요? 아직 9시 40분인데..
저 그러면, 도련님.. 전화 드려도 될까요?]
[네? 전화를..
그럼 형수님, 저 지금 친구들 앞이라..
잠깐만~ 5분 이따 제가 전화 드리면.. 어떠시겠어요?]
[후훗, 그러세요~ 그럼]
이게 왠일.. 형수님이 통화하자고 말한 적이 있긴 있었나 싶다..
슬쩍 교수의 눈치를 살피며
달칵, 문을 열고 화장실 가는 척 빠져나온다.
두근 두근 떨리는 심경으로... 폰을 들고
사람이 없는 복도 끝으로 가서 일부러 창문을 벌컥 연다.
하아~ 호흡을 들이켰다.
떨리네....
지난번에 전화 못해갖고 미안해서 그러시나?
여태 톡만 했는데 전화까지..
꿀꺽..
"여보세요.. 저예요, 형수님"
"호호, 안녕하세요? 도련님.. 반가워요"
"예.. 저두요, 형수님.. 헤헤..
지금 진짜로, 통화 괜찮으신 거예요?"
"괜찮아요~ 호호.
제가 이래뵈도 사무실에서 직급이 좀 높은 편이랍니다.
오늘처럼 외근나간 직원도 있고~
이사님이 아직 출근 안하셨을 때는 마음이 놓이죠~"
"그렇군요.. 헤헤.."
"도련님~!"
"네..?"
"아까 제가 드린 말씀은 거짓말이 아녜요.."
"무슨 말씀이세요?"
"오빠가..
도련님이랑 시간을 가지고 싶어했다구용..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얼굴 못본지 벌써 한달이 넘었는데~
도련님이 자기한테 너무 연락이 없다고, 약간 삐친 것 같아요. 후훗"
"하하. 에이~ 형수님이 잘 모르시는구나.
우리 형 그런 사람 아니에요..
무슨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나보죠. 헤헤.."
"음~ 과연~?^^ ..
후훗, 아침은 드시고 수업 듣는 거예요?"
"네 그럼요~
속이 든든해야 수업도 잘 들어오거든요"
"잘하셨어요.. 다음 수업은 언제예요?"
"음.. 잠깐만요.
이제 곧 들어가야해요.
오늘은 세시간 연강만 전공듣고, 점심 되기 전에 집에 갑니다"
"와, 좋겠다..
대학생은 그런 잇점이 있군요.
호호~ 나좀봐. 웃겨요..
저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아닌 척하고.. 히힛"
"하하하"
"저기.. 도련님, 그러면요.. 음.."
"네, 말씀하세요.."
"잠시만요. 지금 다이어리로 스케줄 살피고 있어요.
웅~~ 저기, 있잖아요 도련님~
우리 그러면..
오늘.. 둘이서 만날까요,
점심 시간에? 아니면 저 퇴근하고 나서.."
헉?!!
"네?!? 오늘요?
아니.. 점심때 저를 보실 수 있어요..???"
"네엡! 후훗~
대신에~ 만약 도련님께서 저를 보시려면..
죄송하지만 저희 회사 근처까지 와주셔야 해요. 그러실 수 있겠어요?"
"다 당연하죠....
누구 명령.. 하하.. 아니, 부탁하시는데요!...
저, 저, 제가.. 그럼..
점심때.. 한시 정각쯤에..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래줄 수 있어요, 정말?
와주시면 저는 진짜 감사하죠!
대신~ 점심은 제가 쏠게요 ^^
히힛.. 여기 위치는 알고 계셔요?"
"예, 압니다.. 지난번에 형이랑 같이 가봤잖아요..
역삼동 LG 아트센터 근처 맞죠? 기억하고 있어요"
"우와~ 우리 민규 도련님 머리 좋다. 맞아요.
그럼 그쪽으로 오셔서 전화하세요.
한국은행 오른쪽 건물 쪽으로 해서.."
"알아요 알아요. 하하!
저 오늘 차 갖고 왔어요....
모시러 갈게요! 걱정말고 나와 있으세요~"
"그래요~ 이따 뵈어요~"
이게 왠 일이래?....
아.. 감사합니다..
살다보니 이런 날이 있구나.
생각지도 못하게 이쁜 형수님이랑 점심 약속을!!!..
주먹을 꽈악, 있는 힘껏 말아쥐며
신이나서 폴짝~ 폴짝~
다른 학생들 수업중인데 복도를 미친 놈처럼 뛰었다.
전화 통화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
2015년 3월 25일 오전 6시에 수정한 글입니다.
원래 써져 있던 내용에서..
거의 모든 어색한 부분의 내용을 뜯어 고쳤네요.
특히 캐릭터 이름의 일부 변경이 있습니다.
즐감하시고 댓글과 추천은 보너스~! ^^
이 소설은 90년대 말에 대학 신입생이었던 제가
진한 아쉬움이 많았던 당시를 추억하며, 90년대의 감성으로 그리려 합니다.
20대의 청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분명히 있겠죠.
제가 너무나 철이 없어 많이 흘려보내고 놓쳤던 소중했던 시간들,
그 희망사항들을 제 3자의 눈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본 뼈대는 어디까지나 형수와의 근친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번 후기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근친과 캠퍼스 러브 스토리"를 적절히 버무릴 생각입니다.
서비스 씬은 나오는 회도 있고, 가볍게 섹슈얼 코드만 삽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애장면을 묘사할때는..
캐릭터 간의 단순한 일상적 이야기를 그릴 때보다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반드시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역으로 세밀한 감정 표현과 가슴을 절절히 울리는 연출을 하게 될 때..
되려 많은 시간을 소요하며 머리를 뜯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兄死取嫂
3부
아침 공기가 제법 차가운 캠퍼스.
드넓은 광장을 지나 가로수 언덕길을 헐레벌떡~
헥헥 거리며 죽어라 뛰어오르는 사람이 있다.
민규의 절친 동준이다.
1교시 수업에 늦은 모양인데
울리지 않은 알람 시계를 홧김에 부숴놓고
이를 악물고 사력을 다해 뛰어오른다.
아 씨발!!
아침부터 이게 왠...
민규 개새퀴는 모닝콜 해준다더니 연락도 없고!
지각이라곤 해본 적 없는 이 내가 ㅠㅠ
헉헉, 오랜만에 뛰어 오르려니 숨이 턱밑까지 찬다.
끼이이...
철제문을 열고 강의실에 들어서 빼꼼, 눈치를 살피는 동준.
이 덜떨어진 놈은 어디 앉은겨?
긴 계단식 구조의 강의실.
창가쪽 구석탱이에 앉아있는 민규가 보인다.
출석을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복불복 타이밍으로 부르는 교수기 때문에
혹시...
하는 기대를 갖고 민규 뒷자리에 슬그머니 앉는다.
[야, 나 왔어...]
[응.. 그래]
[출석 불렀냐?]
[어~ 방금 막 불렀지]
[... 슈발.....
아침부터 일진 꼬이네... 흐...
너 아침에 전화 왜 안했어.
... 으으.. 나 아주 개고생했다구.
근데 너 얼굴은 이상하게 헐었냐?]
[조용히 좀 해. 듣겠어. 그리고 내 얼굴이 뭐?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래? 얼굴이 시무룩하니 맛이 갔는데..]
“흠흠, 거기 창가쪽 제군들, 조용히 하게나”
“헙... 네, 죄송합니다...”
“예, 죄송합니다”
“거기~
그 뒤쪽에 지금 들어온 얼굴 까무잡잡한 자네~ 말이야..
그래. 낯이 많이 익은데,
지난주에도 지각하고 혼나지 않았나?”
하얀 백발을 멋들어지게 올백으로 넘긴 젠틀한 모습.
드문드문 검은 머리가 섞여있다.
무테 안경을 낀 60대의 노교수가 시니컬한 말투로 동준을 지적한다.
그러니 동준은 그 서릿발에 눌려
죄 지은 어린양처럼 절절매듯 대답할 수 밖에.
억울한 마음에 거의 울먹이기 직전이다.
“.... 예?!
저 말씀이세요??
그럴리가요.. 억울합니다 교수님!
저.. 저, 이래뵈도 항상..
수업 시작하기 전에 맨 앞자리에 칼같이 앉아서 듣는데요..”
“음?.. 가만...
아~아! 이거 미안하네. 내 다른 사람하고 헷갈렸어..
호오- 그래!
늘 여기 코앞에 앉아서 눈 초롱 초롱거리는 기특한 학생이구만..”
“아, 예예! 알아봐주시니 영광입니다. 교수님”
“하하하. 씩씩해서 좋군.
어느 학과의 이름이 누구지?”
“옙! 관광학부 호텔경영학과 3학년 허동준입니다”
“오, 호텔경영학 공부하나?
인물도 아주 잘~~ 생겼는데 공부도 잘하는군! 허허”
“ㅎㅎㅎ 아이구 교수님도~ 그런 말씀을 다 하시고..”
동준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교수의 화술에
어쩔줄을 모르며 난처해하다가..
칭찬해주는 멘트로 끝맺음하자- 좋아서 웃으며 머릴 긁는다.
교양 수업중인 강의실이 상당히 커서
대부분 얼굴만 몇 번 봤을뿐이고 아직 어색한 주변 학생들..
동준이 명쾌하게 대답하다가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일부 여학생들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두시간 강의의 중간 쉬는 시간.
민규는 홀로 복도에 나와 동준과 멀찍이 서있다.
인상을 좋게 봐주신 교수님께 열심히 손바닥을 비비며
아양을 떠는 동준을 보며 웃는다.
참 넉살 좋은 놈이야.
너처럼 쾌활하고 긍정적이면 인생 살기 편해서 좋겠다..
피식~
나는 지금 속이 쓰라려 죽겄는데..
동준의 표현대로 찌그러진 얼굴로 음료 자판기 앞에 쪼그려 앉는다.
“또 인상쓰고 있네. 어디 안좋냐? 음료수 뭐 마셔”
“어, 아니야. 지금 별로 안땡겨..”
“왜~ 사줄 때 마셔.
커피라도~ 읏~쨔~!
말해봐봐. 어제 집에 가서 잠 못잤어?”
“아니야 그런거....
뭐 그렇게 궁금해하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에이~ 아닌데? 풀이 너무 죽었어..
내가 너 얼굴 하루 이틀 보냐 짜샤?”
“ㅎㅎㅎ...
어제 영섭이랑 그러고 좀 더 놀다 갔어?”
“아아.. 그리고 우리끼리 그냥 쫑냈어.
글구나서 배고파 갖고 홍콩반점 가서~
짬뽕 대짜로 시켜놓고 둘이서 새벽에.. 존나게 먹었지ㅋㅋ”
“하하..”
동준이 정확히 보았다.
민규가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어제 있던 형수와의 그 일 때문이다.
어제 형수를 데려다 준 뒤 집에서 했던 그 일..
차를 타고 혼자 집으로 돌아와 누울 때만 해도
이제야 살면서 무언가 의미있는 큰 일을 하나 해냈구나!
그 자신감에 마음이 굉장히 벅차고 흐뭇했었다.
그랬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어제의 일을 다시 상기해보니
참으로 묘하게도...
때에 따라서 고개를 들지 않아도 될..
양심의 메아리가 속삭이는 것이다.
자네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
앞으로 형수님 면목을 부끄럽고 죄송해서 어떻게 봐..
마주칠 때마다 혼자 의식을 많이 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질게야.
이를테면 아까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과 같은,
나이 지긋하신 연배 분이 엄하게 나무라는 톤의 환청도 들리고
동시에...
자신의 마음속에서 괴로워하는 음성도 마음을 강하게 울렸다.
괜찮아.. 괜찮아...
민규도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마음에 가장 바라는 것은 하나.
형수 정아에게서 아주 사소한 연락이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
물론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형수와는 평상시 사적으로 안부를 주고 받지 않는다.
이쪽에서는 괜시리 그녀에게 이상하게 비춰질까봐
지레 겁먹고 의식해서 아무런 연락을 못한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뜨거운 연심으로 동경하는 그녀에게
속 마음을 행여 들킬까봐 저 혼자 꽁무니를 뺀다.
마음에 한점 부끄럼이 없다면 가끔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하면 될텐데
민규는 정아를 그렇게 대할 엄두도 못냈다.
형수님은 이런 어려워하는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그녀는 민규를 은근하게 어려워하며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편이다.
정아 입장에서야 당연하게 행하는 것이지만..
생각해보니-
처음 전역하고 돌아와서 만났을 때도
짧은 시간이나마 집에 얹혀 살며 얼굴을 마주했을 때도
바라고 의도했던 대로, 어색한 사이를 좁히지 못했다.
민규도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자기 혼자서 그녀를 너무 의식하고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 같다고.
형수는 그런 내 얼굴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 안할까..
민규가 형수 정아에게 자연스럽게 못 대하는 것처럼
정아도 미묘하게 도련님을 어려워하는 느낌이다.
아마 그녀는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무대응, 딱딱함으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우리 도련님은 낯을 심하게 가리시나..
혹은 나를 많이 불편해 하고 싫어하시는 것 같아..라 판단할지 모른다.
물론 지금의 나열한 것들은 모두..
전적으로 민규 혼자만의 망상이다.
녀석은 형수와의 관계가 진전되길 바라는 강렬한 열망이 있지만
행동하는 꼬라지는 흡사...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서 그 마음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혼자만의 사색에 빠져서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야.. 라고
형수의 자신에 대한 생각을 캔버스에 그리듯 마음대로 풀어보다가
아흐 제발 이놈의 소심함을 고치자..
이제부터라도 정성스럽고 다정하게 대하면
형수님도 경계를 풀고 자상하게 다가오겠지..
그런 자기암시 같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4교시 채플 시간이 끝난 줄도 모르고
가만히 멍때리고 채플실 한켠에 앉아 있는데
동준이 다가와, 적절하고 힘있는 스매싱으로 뒷통수를 강타한다.
“아퍼! 씨불넘아. 다짜고짜 때리고 질얼이야!”
“낄낄~~ 넋이 나갔어 아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데?”
“왜 때리냐고 새끼야?? 깜짝 놀라게”
“ㅋㅋㅋ 미안혀.
하두 얼빠져 있길래~ 정신 번쩍 들라고~
봐라. 애들 다 나가고 너랑 나뿐이지~ 얼른 인나!”
“어 글네... 언제 이렇게 조용해졌대?”
동준은 걸어가며 조심스레 민규의 눈치를 살핀다.
대강당에 위치한 채플실을 나와 실내의 쾌적한 대리석 홀을 걷는 둘.
골똘히 자기만의 생각에 잠겨 말없는 민규의 안색을 엿보고 있다.
너 오늘 아침부터 고민이 깊은데 뭐냐?
그 말을 하려는 순간-
홀 한켠에 서있는 입간판이 보이고 민규의 눈이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민) “헤에~ 학교에서 결혼식도 하네..
학기중에 홀을 날 잡아서 대여도 해주나?”
(동) “그렇지..
아마 비용은 80만원 정도 든다고 나도 말만 들었어.
학교도 엄연히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업체나 마찬가지니까”
“기업 개념인가..?
우리 학교 채플실은 시설이 진짜 좋으니까
졸업생 같은 외부인들도 와서 행사 갖고~ 하긴 할만하겠다”
“.....
쓸데없이 진지 빨지 말고..
말해봐. 어제 술 잘못 쳐묵고 속 뒤집어졌어?”
“아니 자꾸 별일 없당게.. 왜 지럴이여?”
“ㅎㅎ 이 새키가~
형이 니 해골바가지 면상보면 답이 나오는데..
밥이나 묵으면서 고민해결 타임을 가져보자~”
“놔~ 놓고 얘기해, 징그런 새끼야...”
“ㅎㅎ 돌솥비빔밥 먹자구?”
“또 그거... 요즘 맛들렸어?”
“어.. 새로 나왔잖아.
구내식당에서 돈 삼천원에 그렇게 깔쌈하고 잘된 음식 먹기 쉬운게 아냐~
아니면 넌 알밥묵어. 존니 맛있더라 그것두. 가자 가자!”
다소 병약해보이는 이미지의 마른 민규와 다르게
키는 170cm로 민규보다 작지만 몸도 적당히 살이 붙어 있고,
든든한 체격의 상남자 스타일 동준이다.
교수가 학생들 앞에서 재밌게 언급한대로
얼굴과 몸의 피부톤이 대놓고 짙은 구릿빛에 다부지다.
상대적으로 하얀 살색의 민규와는 같이 다닐때 여러모로 대비를 이루는 모습.
제대할 무렵부터 아직까지, 오랜 시간 짧은 스포츠 머리를 고집하고 있다.
와글 와글 붐비는 학생회관 식당.
넓고 깨끗한 시설에 최근 리모델링하면서 복지회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의 소강당도 그렇고, 몇 년간 입학생 수가 소폭 증가하면서
다양한 학내 수익사업 유치로 재정이 튼실해진 학교다.
창밖으로 짹짹~ 소리내어 우는 참새를 바라보며
고요한 행복에 젖어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학생들은 식당 내부에 앉아~
크고 시원한 사이즈의 투명 유리창을 통해
마치 유복한 가정의 앞뜰처럼 생긴 예쁜 정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동) “하아... 좋구나..
어제까지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거 같더니
오늘은 다시 따듯한 여름 날씨같고..”
(민) “옘병허네...ㅋㅋ
이제 날씨 다 풀려서 봄 됐거든~ 밥이나 쳐먹어”
“밥이 문제냐~ 이 좋은 날씨에 한가하게 밖에 구경하면 좋차나 ㅎㅎ
야, 어제 뉴스를 보니까 엔화약세로 환율이 100엔당 800원으로 떨어졌다는디..”
“환율? 나는 경제 기사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지..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심각하게 우리 경제에 뭐 타격을 입어?”
“꼭 그렇지는 않은데~
윗대가리들, 잘나가는 상류층만 괜히 죽는 소리하고 개거품 무는거야.
알아둬라. 원래 말야~
언론매체 같은 곳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심각한 경제위기라 설레발치면~
이게 사실 실물경제에서는 되려 서민들한테 희소식일 수 있다~ 이 얘기거든”
“너 새끼... 요즘 경제학부꺼 교양 존나 듣더니 좀 박식해진 거 같다..
그럼 예를 들어 일본 여행갈 때 환율 덕분에 경비가 절감되니 좋다는 식?”
“.....
거창하게는 묻지마라.
나도 그 이상은 좆도 모르니께 ㅋㅋ
뭐 굳이 섬나라까지 찾아가서 방사능 뒤집어쓸 필요도 없고.
내가 요새 경제학원론 들으면서 많이 배워~ 교수님이 깨인 분이더라고.”
“흐음~ 그래~ 나도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너같은 오타쿠 새끼는
쪽바리들 물건 사올 때 행복하겠다.. 정도??”
“이 쉽새키가 ㅋㅋㅋ 혼난다 너~
밥 대강 묵었으면 썰이나 풀어봐.
형아가 니 고민 해결사 아니냐”
“흣.. 니가 뭔 해결사여..
어! 잠깐만?”
“왜?”
괜시리 어제 형수한테 저지른 행동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서
내내 시무룩하니 인상을 구기다가
밥먹고 떠들며 기분이 들뜬 민규.
그 적절한 타이밍에, 놀랍게도 형수에게서 톡이 온다.
우연히 실시간으로 폰 액정을 만지다.. 깜짝 놀랐다.
우왓!?...
[도련님~ 저 정아예요...
어제 저 데려다 주느라 고생 많으셨죠?
얘기 들었어요..
바래다주고 그냥 가신 모양인데, 많이 죄송했구요..
그리고 고마워요^^]
헉?... 형수님!...
아침에 비해 안색이 좋아진 민규 얼굴.
그 순식간에 더 밝고 화사한 얼굴로 바뀐다.
형수님이..
이렇게 사적으로 거의 연락하지 않는 사람인데..
사삭~!
핸폰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들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하핫~~ 형수님.. 아니에요.
저는 할 일을 그냥 한건데..
지금 회사예요? 점심시간에 보내셨나봐요]
[네~^^ 회사랍니다~
연락이 늦어서 죄송해용~
도련님께 연락을 꼭 오늘 드리려했는데, 이제 식사하고 겨우 여유가 생겨서요..]
[에이 무슨 죄송은요.. 이렇게 연락 주신게 어딘데요..
어제 잠은.. 편하게 푹 주무셨어요?]
[네..^^
어떤 고마운 분이 이불도 잘 덮어주고~ 따듯하게 해두고 가셨더라구요.
덕분에 기분 좋고 포근하게 이쁜 꿈 꾸었어욤^^v ]
[ㅋㅋㅋ 다행이네요.
깨우기 죄송해서 저는 그냥..
이불만 춥지 않으시라고 덮어드린건데]
[ㅎㅎㅎㅎ 완전 따듯하게 잘 잤구요~
아! 도련님 미안해요. 저 윗분이 찾으시네요?]
[아... 네...]
갑자기 시름 앓던 놈이 화색을 띄며 싱글벙글하자
앞에서 지켜보던 동준은 이거 뭐 미친놈도 아니고..
좋은 일 있나보네~
하는 얼굴로 피식 웃으며 지켜본다.
그때 형수가 대화를 끝내려하자 민규는 다시 안색이 어두워지는데..
[아! 저 도련님,
괜찮으시면 오늘 오후에.. 제가 톡이나 전화 다시 드려도 될까요?]
[엇! 그럼요..?!
아무 때나.. 형수님 시간 되실 때 연락하셔도 돼요!]
[히힛♡ 알겠어용~]
형수님이 나한테 무슨 할 얘기라도 있으신가?
따로 연락할 일이라니 어쩐 일이지..
어쨌든 고무적인 소식임에 틀림없다.
기분이 상당히 들뜬 민규..
해맑게 실실 쪼개는 모습에 동준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가볍게 웃으며 뭔 사정이냐 캐묻지는 않았다.
같은 전공과 교양 수업을 각각 두 개씩이나 듣는 둘.
아까 2교시 끝나고 한시간 공강, 4교시 채플 시간에 이어
또다시 같이 듣는 3시간짜리 전공수업에 앞서 두시간이나 시간이 빈다.
시간표를 가급적이면 둘이 붙이려고 요모양으로 짠 덕분이다.
사이 좋은 둘은 밥먹고 소화좀 시키다가,
다시 간식이 땡긴다는 동준의 성화에 매점에 들어섰다.
“하아아~ 실내로 들오니까 쪼매 갑갑하다. 으쭈쭈쭈~”
늘어져라 양 팔을 위로 뻗다가 번갈아 기지개를 키는 동준.
하품이 절로 터져나오는걸 참으며 눈물이 글썽이는 민규.
그 와중에 실없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자식이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어갔나~싶어 동준도 장난끼가 발동.
“야! 미쳤냐?
왜 자꾸 아까부터 변태처럼 실실 쪼개?”
“..... 씨발...
말이 뭐 그따구야. 사람들 많은데서.. -_-”
“저도 욕하면서~ ㅋ
너 좋은 일 있었지, 아까, 아니 방금?”
“아까라니, 좀 전에 밥 먹을때..?”
“우리끼리 왜 그냐. 인상이 아주 활짝 폈구만.
너~ 좋아하는 여자 생겼지?”
“.......
여, 여자는 무슨.. 내가.. 하하.. 그냥 형한테 문자왔어”
“너네 형이 왜? 뭐 좋은 칭찬이라도 들었나~”
“어~ 그럴 일이 있었지 ㅎㅎ...”
“형 출장가셨다고 했지? 요즘 자주 가네?”
“응 요즘 좀 바쁘대.. 여기저기 돌아다녀.
광주도 찍고 부산도 댕겨오고 대전 대구~
.... 근데 잠깐,
너 아까전에 돈 준거 어디로 삥땅치고 암것도 안 사오냐?
내 김밥이랑 딸기우유!
갑자기 생각나네. 이 새끼..”
“아.. 그랬나..?
니가 해맑게 웃길래 궁금해하다가 까먹었지..”
좋아하는 여자라..
그 대상이 좀 특별한 사람이라 색다를 뿐.
민규에게 있어 형수 정아를 향한 뜨거운 연심이란
평범하게 이성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달콤한 행복에 젖는...
여느 대학생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아까 형수와 주고받은 소중한 대화창을 계속 미소 지으며 보게된다.
매점에서 느긋하게 시간 때우다가-
동아리 실이나 가보자는 동준의 제안에 몸을 일으킨다.
그런데 그때 건물을 나설 무렵,
동준 앞으로 두명의 여학생이 다가왔다.
해맑게 상냥한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 앳되다.
신입생들로 보이는데?
민규는 잘생긴 동준 옆에 서서 눈치만 살핀다.
“오빠! 어디 가요?”
“어? 올만이다 야~
아, 잠깐만 우리 후배님들 이름이.. 끙”
“ㅋㅋㅋ~ 뭐야?
이 오빠 우리 이름 기억도 안나나봐?”
“그럴만하시지. 후후.
친한 후배들이 하두 많아서 그러는거죠?”
“에이 그런거 아니다 녀석들아.
그래, 니네 둘다 올해 신입생이었고...
너는 1x 학번 채수연이고~ 너는 문지원 맞지?”
“....?!...
오빠 짱이다. 금방 기억해내시네요?”
“그럼~ 기억을 왜 못해~ 남자 후배도 아니고~
이렇게 이쁜 여자애들은 당연히 머릿속에 남지 움하하~”
가증스러운 새키..
조용히 혼잣말로 동준을 욕한다.
시원한 이목구비 못지않게 호방한 성격 덕분에
어딜가나 주위의 시선을 끌고 인기가 좋은 동준이다.
저런 넘이 나를 뭐가 좋다고 붙어다녀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하하.
뭐 동준이 자식이 또 나한테 잘하니까~
이번 학기는 지내다보면 가끔 떡고물도 떨어질 수 있겠지.
그런 생각에 푹 빠져 있는데, 이게 꽤 고민하는 얼굴처럼 보인듯..
조용한 민규의 어깨를 동준이 슬쩍~ 툭 친다.
“근데 이 선배님은 누구세요.. 우리과 오빠?”
“어.. 얌마, 니들 민규 얼굴도 몰라? 이번에 복학한 내 친구잖아.
나랑 같은 학번이고 1학년때 동기야~ 언능 인사해”
“안,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선배님은?”
“이 자식들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민규는 알아야지..
자~ 이제부터 이름하고 얼굴~ 똑똑히 머리에 새기는 거다!
박민규! 0x학번 호텔 경영학과의 잘생긴 오징어...”
“ㅍㅎㅎㅎ 오빠도 너무하셔.
친구분 칭찬하다가 또 오징어는 뭐예요?”
“그러게 ㅎㅎ 참 오빠 저 궁금한 거 있어요~”
“뭔데, 지금 꼭 얘기해야돼?”
“네네! 어서요. 지금 밖에 저희들 시간이 없어서요~ 네?”
“아이~ 오빠♥ 우리 배고픈데.. 매점 가요~ 응?”
“하하하.. 이거 참 곤란하게..”
“야, 나 신경안써도 되니까 같이 들어갔다 와.
이따 7교시때 보자”
“엇.. 너는 같이 안가 매점?”
“나도 눈치가 있지 임마.. 난 동아리방이나 가볼게”
그래도 민규 오늘 굉장히 선방한 것이다.
복학하고 한동안 이쁜 여자후배들이 어쩌다 인사라도 해오면
또 그 어색, 부끄러워하는 병이 도져서 얼굴만 벌개지고 덜덜 떨며 몸이 굳는다.
마음은 가깝게 지내고픈 심정이 굴뚝 같은데...
그나마 그런 모습을 옆에서 잔소리해주고 코치해주는 동준 덕분에
요즘은 용기가 좀 생기고 후배들 인사도 잘 받아준다.
어쨌거나...
멋진 친구놈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사라지는 모습은 역시 부럽다.
훗~
오늘 형수님이 연락준다고 하셨으니까.. 이걸로 위안삼자.
임창정의 노래들을 mp3로 반복하여 들으며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
얼마전에 히든싱어에 나온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더랬다.
임창정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날 닮은 너를 따라 부른다.
너의 손을 놓지 않을 거야.
나 역시 너 같았어.. 너처럼 어두웠어~
네가 지내온 또다른 시간도..
더 있을 고통도.. 난 감당할 거야~ 워~우워어~~
누가 보면 참 난감할 수도 있는 장면이나-
나름 굉장히 열중하며 바이브레이션을 떨어주고 있었다.
다람쥐와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벤치와 풀숲 가까이 자리한 작은 분수대에서 물이 쪼르르 흐르는 소리,
여러명의 여학생과 남학생 무리들이 호호깔깔 웃는 수다소리가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나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한 민규.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으니
상쾌한 바람이 가볍게 콧등을 간지럽힌다.
하얀 목련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날씨가... 정말 근사해..
봄이 오는 소리가 이토록 아름답구나.
-
연락을 주겠다더니 형수는 그 날 결국 짧은 톡 하나만 보냈다.
의아한 민규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다가도 고질적인 소심병이 도진다.
형수님이 나한테 따로 연락하는게 역시, 어색한가?
하고 기분이 급 쓸쓸해진다.
알고 보니, 저녁에 형이 집에 돌아왔단다.
출장이 최근 빈번해지는 형인데 오늘은 비교적 일찍~ 3일만에 왔다.
저녁 즈음에 전화가 와서 같이 밥먹자는데..
물론 민규는 적당한 핑계로 거절했다.
어여쁜 형수님을 보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어제 그래놓고... 차마 형이랑 같이 마주할 염치가 없었다.
형이랑은 같이 안볼거야. 당분간은..
다음주 화요일쯤이면 다시 민혁이 울산으로 내려간다는 소식이다.
그때 용기좀 내서 다시 형수님께 연락드려봐야지.
젠장.. 그건 그렇고..
오늘 같은 날 모처럼 해후해서 반갑게..
부부끼리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식사도 하고
저녁때면 둘만의 그 침실에서 응응♡♡
뜨거운 시간을 보낼 걸 상상하니..
마음 한구석이 몹시 쓰려오고 착잡한 기분이 괜히 들었다.
형수 정아도 그런 민규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아니면 형이 집에 있는 동안에는 온전히 그에게 집중하느라 그런가?
이틀이 더 지나 금요일 이 시간이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오늘은 3월 중순에 접어든 시기치고 이례적으로
다소 늦은 감의 개강총회가 있다는 소식이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보나마나 모르는 선배 후배들 투성이고
나같은 꾀죄죄한 복돌이, 냄새나는 복학생은 별볼일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풀밭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일찍 수업을 마치고, 또다른 절친 영섭과 이야길 나누며 동준을 기다린다.
잠시 묘사를 하면..
동준과 영섭은 많은 면에서 스타일이 다르다.
동준이 부리부리한 눈매와 시원스러운 호남형 타입이라면
영섭은 피부가 민규보다도 더 하얗고 얼굴에 약간 뾰루지가 났다.
키는 179cm로 크고 은근히 몸이 좋은 녀석이다.
짙은 검정 뿔테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
흡사 배용준을 연상시키는.. 옅은 쌍커풀의 잘생긴 모범생 이미지.
장학생 동준 못지않게 공부도 매우 잘했다.
어찌하다보니 이런 멋진 두 놈이 절친이 되어-
녀석들 덕분에 민규가..
본의 아니게 컴플렉스에 시달리며 사는지도 모른다.
학부는 같지만, 2학년 1학기때 영섭은 관광통역과로 나뉘어졌다.
지금은 교양필수 영어강의를 같이 듣고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이 자식도 여친이 없다며 앓는 소리를 하더니..
최근에 어째 핑크빛 분위기를 뽐내며 민규의 허전한 속을 긁는다.
그래도 앞에서는 거의 그런 티를 내지 않아주니 고맙다.
(영) “규야, 총회 갈거지?”
(민) “아직 시간이 좀 이른데.. 나 먼저 과사 좀 다녀오고 생각할게”
“과.. 과사를 오늘 왜 갑자기? 너 생전 안갔잖아”
“왜? ㅎㅎ 과사 가는게 이상해?
학생의 본분이잖아.
형한테 용돈 받는게 미안해서.. 이번에 근로장학생 신청좀 알아보려고”
“그래..?
그게.. 지금 좀 늦은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늦다니. 너야말로 전에 장학금 신청하면 좋다고 막 그랬었잖아?”
“아니 저 그게...
민규야, 잠깐만! 지금 가려고?”
“응~ 너 여기 앉아있든가 어디 가있어. 이따 연락할게”
학과 사무실에 들러보겠다는 민규의 말에
어째 영섭의 불안해하는 표정이 이상하다.
평소 같으면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는 녀석인데.. 무슨 안 좋은 일 있나?
의아해하며 발길을 돌리는 민규를 영섭이 다시 붙잡는다.
그리고 딱 그 타이밍에~
강의를 마치고 넓은 언덕길을 내려오는 동준의 외침이 들렸다.
하이구 이 녀석봐.
그 잠깐 걸어내려오는 사이, 길에서 알아보고 다가오는 여학생들 몇명과 어울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영섭도 민규도 잠시 조용해진다.
“민규쒸~ 어디가?
나 책사러 서점 갈건데 같이 안갈래?”
“쳇. 서점 갈일 없어. 나 과사 갈거야 지금”
“..... 과사?
학과사무실을 왜 가는데..?”
“근로장학생 신청하러..”
“그, 그래?
음~ 야~ 그러지말고 나랑 같이~
아니 우리랑.. 에헤헤..
이쁜 여동생들이랑 같이 가자 너도”
동준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영섭에게 바삐 윙크를 짓는다.
어떻게든 민규를 좀 말려보라는 몰래 제스쳐다.
영섭도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민규를 다독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이상하다.
아니 이 자식들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둘다 왜 이래?
민규는 찝찝한 기분으로 언덕을 오르려 했다.
그때였다.
동준의 곁에 서있던-
무려 다섯명이나 되는 처음 보는 여학생들 중 하나가
갑자기 민규에게 슬쩍 다가오며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저기, 박민규.. 선배님.. 맞으시죠?”
“네..? 왜 그러세요?”
“후훗, 말씀 낮추셔도 되어요.
저도 오빠라고 부를게요.. 괜찮죠?”
“....... 으잉? 갑자기..
괜찮기는 한데 왜 저한테..”
“그냥요..^^
말 걸면 안되는 거예요?”
“아뇨. 아뇨.. 그런거는 아니에요..
저야 말 걸어주시면 감사하죠..”
“아이 참~ 오빠.. 말 놓으시라니까요, 편하게?”
이게 무슨 일이야..
동준 놈이 시켰나?
가서 외로운 기러기 민규 비위 맞춰주라고??
당혹스러워서 눈을 껌뻑이며, 어색한 망부석처럼 서있는 민규.
몇걸음 멀리 서있는 동준네 무리와는 거리가 있다.
동준은 그런 여학생에게 은근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버버버...
얼굴을 볼 겨를도 없이 경직되어 있는 민규를 두고,
씨익~ 웃으며 동준과 영섭은 한마디 말을 던지고 멀어져간다.
“민규야, 걔 착한 애니까 같이 재밌게 놀아.
시간 잘 보내고~
그리고 과사는 오늘 정신없이 바쁘니까.. 절대 가보지 말고?
이따 총회할 때 알아서 꼭 내려와라”
“남이사..
아니, 니들 둘다 과사 가지 말라고 왜 말리냔 말야..
참나 이상한 놈들이네..”
“오빠~ 과사 가실 거예요?
그럼.. 저하고 같이 가요 지금~”
“응? 아니 잠깐만.. 아휴..
아! 저기 있잖아요,
나 가는데 굳이 따라가줄 필요는 없는데..”
동준과 영섭은 뭔가 불안해하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민규 곁의 여학생을 두고 애써 웃으며 내려간다.
그제야 민규는 조금 호흡을 가다듬고
앞에 서서 방긋, 부드럽게 미소짓는 후배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았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이목구비를 잘 못 봤는데
이제 보니 놀랍게도 상당히 이쁜 얼굴이었다.
민규의 애달픈 새가슴이 또 다시 두근 두근 뛰기 시작한다.
얘는 뭐지?
혹시 준이 섭이가 보낸 은밀한 자객 아니야? -.-
“저.. 아차, 나좀봐. 소개부터 드린다는게.. 에헤헤..
저 이름은.. 서혜지 예요.
선배님.. 아니, 오라버니!”
“ㅋ~ 오라버니는 뭐예요?
하하... 후배님도.
서혜지라.. 이름 참 이쁘네요..”
“정말요~? 힛, 고맙습니당~
오빠는.. 성이.. 아 죄송해요.
박.민규.. 맞으시죠?”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저를 아세요?”
“알죠~ 우리 과에서 가장 인기있고 유명한 분들의 친구분인데..
아차, 죄송해요.. 그 선배들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고요..”
“아뇨 괜찮아요.. ㅎㅎ
준이 섭이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뭐.
제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고.. 혜지 씨는..”
“혜지 씨..?”
그러자 그때까지만 해도 다소곳, 청순 모드를 수줍게 유지하던 혜지는
갑자기 푸핫!
빵 터지며 민규의 어깨를 철썩 때리는 것이다.
민규는 갑작스런 액션에 놀라서 움찔.. 뒷걸음친다.
예쁜 후배는 아무 것도 아닌 일 같은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이공~! 후후후~...
죄송해요. 오빠..
갑자기 어색한 존칭을 들으니까 참을 수가 없었어요.
호호. 씨를 왜 붙이고 그래요!”
“헤헷.. 제가 원래 그래요.
첨에는 다 예의 차린다고..
후~ 그럼 저.. 아니 내가 진짜.. 편하게 말해도 되는 거예요?”
“네! 꼭 그러셔야 해요. 히~”
“휴.......
후배들한테 거의 그래본 적이 없는데.. 끙~”
알고 보니 서혜지라는 이름의 앳된 이 여학생은
전부터 민규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단다.
딱딱하게 굳은 돌머리로는 왜, 어째서..
이 인형처럼 예쁘게 생긴 아이가 자신에게 호의를 갖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설마 진짜 행동 감시하라고 붙여논 스파이??
“오빠 그럼 여자친구는.. 없는 거예요?”
“응. 없어.. 없는지 오래됐지 뭐.
그건 일상이니까.. 헤헤”
“그래요..? 흠~
아~ 다 왔다. 여기 맞죠?”
제법이다.
여자를 대할 때 벌벌 떨며 부끄러워하는 민규의 전매 특허가
오늘은 어인 일인지 많이 누그러지고 편안해보인다.
아마도 혜지가 민규의 비위를 잘 맞춰주며 나긋나긋 웃어주니,
민규도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둘은 웃고 너스레를 떨며 어느새 건물 4층 복도에 이르렀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시간을 갖는다.
그 막간을 이용해서..
민규는 은근 슬쩍 붉어진 얼굴로
가만히 후배 혜지의 옷 입은 맵시와 몸매를 눈여겨보았다.
은은하고 차분한 연베이지와 화이트가 믹스매치된 가디건..
그리고 안에는 작고 귀여운 꽃송이가 골고루 수놓아진 하얀 티셔츠.
하의는 짝 달라붙는 실루엣의 검정색 슬림 팬츠.
160cm 정도로 크지 않은 키인데,
여리여리한 라인이 아주 잘 어울리는 귀여운 매치업에
늘씬한 각선미의 장점을 살려주는 바지가 스타일리쉬하다.
얘 이제 가만히 보니까..
약간 일본 배우 누구 닮은 것도 같아.
누구지? 이름이 생각 안나네.
아!
아오이 유우..
그래, 아오이 유우랑 많이 닮았어.
하나와 앨리스 나왔던 이쁜애.
라스트씬에서 발레 춤추면서 면접 보던..
음~
아오이 유우가 하늘 하늘 여성스럽게 흘러내리는 긴 검은 생머리라 하면
혜지는 자신의 하얀 피부톤과 잘 어울리는 갈색 머릿결을 뽐내는 모습.
무난하고 어디에서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러블리한 자태였다.
꿀꺽...
긴장한 채 조용히 눈동자만 부지런히 돌리며
그렇게 혜지의 곳곳을 살피느라 무아지경..
순진한 녀석은 자기 얼굴이 벌개져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혜지가 한참을 말이 없는 민규를 보고 말을 걸자
그제야 정신을 번뜩, 차린다.
“근데 오빠!
왜 그 오빠들~ 오빠한테 과사에 가지 말라고 말린 걸까요?
사람이 이렇게 한산한데 말예요..”
“내 말이.. 이상한 놈들이라니까? 하하.
리모델링도 새로 다시 하고 복도도 넓고 좋아졌구만..”
“킥킥. 그런가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있잖아요, 오빠.. 말투가 말이에요.
약간.. 뭐라고 할까?”
“응? 내 말투가 왜.. 말해봐”
“지금 생각난 거에요. 그냥 말해도 되나..?
오빠 혹시 기분 나빠하시면 안돼요~ 그러라고 드리는 말은 아니니까..”
“알았어. 뜸 들이지 말고 말해봐~”
“오빠 왠지 약간.. 겉보기에는 고지식해 보이는데..
아차;; 단어 선택이 쫌..
히히~ 말이 잘못 나왔어요..
좀 차가워 보이고 말수도 적은 것 같았는데,
의외로 이야기 나눠보니까~ 착실한 느낌이 좋고요.
거기에 성격도 밝고~ 긍정적인 사람 같아요!”
“에엥~! 내가?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혜지 니가 나를 한참 잘못 봤나보다. 아하하하”
“진짠데~ㅎㅎ
오빠, 쑥스러서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 디게 좋아보여요~ 지금”
“..... 하하..
기분이 당연히 좋지~..
나 좋으라고 해주는 칭찬 아니야?..”
“칭찬 맞아요! ㅋㅋ
진짜 그렇거든요.
아직까지는~~ 제 눈에 비친 오빠 모습은 그래요”
이런 좋은 표현을 들어본 것이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기분을 맞춰주려 그러는 건지,
살랑살랑~
꽃이 노니는 것처럼
듣기 좋은 소리만 해주는 혜지에게 따듯한 호감을 느끼며..
두 사람은 조용히 학과 사무실 문을 노크한다.
조금 긴장이 되었다.
학기 초에 등록금 고지서 수령 껀으로 와본 후에 처음이다.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어! 혜지가 왠일로?
들어와 들어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저..”
“조교 언니! 지난번에 뵙고 오랜만에 보는 거 같네요 호호”
“그러게~ 혜~찌는 여전히 싹싹하고 보기 좋네..ㅋㅋ
아, 복학생이시죠? 이름이..”
“예. 박민규입니다. 다른게 아니라 장학생 신청으로 알아볼 일이..”
“근로 장학생 말인가요?
지금 기간이 조금 지났는데.."
"네..?? 그러면 이미 늦은 건가요?"
"잠깐만요. 조금 알아볼게요. 학번이 어떻게 되죠?"
"예.. xx-73033.."
"음~ 일단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정된 기한을 넘길 시에는 원천적으로 접수가 불가능합니다.
즉 지난 학기 말에 하셨어야 된다는 말이죠.
그렇지만~ 실망은 일러요? 후후..
요번에 새로 오신 학과장님의 재량에 따라,
특별히 xx학번 이전의 등록자들.. 그러니까~ 복학생에 해당하겠죠?
복학생들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학기가 시작하고 신청하더라도
장학생으로 근무 가능하게끔 학칙이 바뀌었어요"
"..... 정말인가요??
복학생에게 혜택을 주시는.. 시기에 관계 없다는 거죠?"
"와아.. 오빠 잘됐다~
그러면 어쨌든 지금 가능하다는 거죠, 언니?"
"그럼~ 후후. 넌 뭐가 그렇게 좋으니?
호호... 우리 애기 헷찌랑 많이 친한가봐요, 학생?"
"예, 그게 뭐..
아직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어머..? 오빠..
서운하다~ 치잉"
"ㅋㅋㅋ 얘 삐졌네.
그 말 한마디로~ 민규 학생, 얼른 달래줘요.
얘 삐지면 에너자이저, 아니 듀라셀보다 오래 가거든"
"끙.."
"그렇잖아요? 얘가 보통은 친한 사람 아니면~ 같이 다니지도 않아요.
그래서 민규 학생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 짐작한거쥐~
내 말이 맞죠?"
아니 누님, 오늘 만난 사인데
무슨 친한 드립을 치냐구요..
하아-
별 수 없이 내심 민규의 반응을 기다리는 혜지에게
많이 어색하지만.. 애써 따듯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여차저차 혜지를 달래주고..
오랜만에 보는 후덕한 인상의 조교 누나랑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눈다.
당최, 동준 영섭 이눔시키들은 아까.. 아무 일도 없구만~
왜 호들갑을 그렇게 떨었누?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전화통화를 거의 끝내는 소리와 함께
끼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
엉?
"아 진짜! 그래~ 그래~ 알았어....
아유, 한번 말하면 이해한다니까, 자기는?
나 이제 일해야돼~ 어서 끊어~~ 좀!"
"......"
"... 응?"
"...... 너...."
"얼른 들어와! 하연이 넌 여기 학생들 얼굴 처음 보지?"
"......."
"안녕하세요, 언니.. 새로 오신 분인가요?"
민규는 문자 그대로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짧은 0. 몇초에서 3초 가까이 지나는 동안~
딱딱하게 굳어버린 모습으로..
입이 쩍 벌어진다.
그것은 들어오던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씨팔....
이래서 애들이 그렇게 말렸구나..
역시 민규를 보고 경악하는 눈빛을 짓는 그녀는
다름아닌 민규의 예전 신입생 때의 첫사랑 그녀였다.
정하연..
내가 대학 들어와서 처음 사귀다가 차인 여자.........
왜 니가 여기에??
민규와 하연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안절부절..
어쩔줄 모르며 우두커니 계속 서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조교 수미와 혜지만 눈을 동그랗게 떠고 지켜볼뿐..
둘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잠시 후, 어색해진 침묵을 가르며 말을 꺼낸 이는 하연이었다.
"오랜.. 만이다, 민규야..?"
"......
어.. 오랜만이네.."
"에~ 뭐야, 둘이 아는 사이니?
호호호~ 그럼 따로 소개고 자시고 필요 없겠네~
어서 이리로 와. 자~ 그래도~ 소개할게!
이번에 새로~ 잠시 기간제로 와서 일하게 된 조교야.
이름은 정하연!"
"아 그래요? ㅎㅎ
반갑습니다. 새 조교 언니!"
"네.. 반가워요.. 잘 부탁드릴게요.."
이게 뭐지..
어떻게 이런 일이?!
민규는 굉장히 혼란스럽다.
틀림없이 하연은 자신이 복학하기 전에, 꽉채워 학기를 마치고 졸업했을 터였다.
그 소식은 동기들 몇에게 들었다.
여자 동기들은 이미 절반 정도 학교를 떠났다고..
그래서 학교에서 행여라도 마주칠 일은 없기 때문에 아주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이런 슈발..
좆 같은 인연으로 만나다니??
기간제 조교라니 그딴 건 뭐야..
그런 것도 있어??
씨발.. 어떡하지..
바늘 방석인 것은 민규뿐 아니라 하연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둘다 어색함을 무마하려 짧게 웃고 사무적으로 대응할 뿐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수미와 혜지는 자기들끼리 정답게 호호호 이야길 나눈다.
그 와중에-
민규의 장학생 수리 껀은 어쩔 수 없이 하연이 직접, 잔뜩 굳은 표정으로 처리해주었다.
"오빠, 그 언니랑 친했던 사이 아니에요?"
".. 썩 그렇게 친하진 않았어.. 왜 그렇게 단정짓는 거야?"
"그냥.. 느낌이예요..
둘이 서로 분명히 잘 알던 사이같은데..
아주~ 미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 분위기가.. 꼭..
어색하고 서로 매우 조심하는 그런.."
"끙.. 너 눈치 빠르구나.
맞아. 대략 그런 사이야 우리.
예전에 저녀석이 학교 다닐때..
친한 친구였는데 어떤 일로 대판 싸워서 아주 얼굴 보지 말자고 선 그었거든.
그랬는데 여기서 만나서 너무 황당하고.. 쩔쩔맨거야.."
"호호. 그랬구나. 역시~?
나도 그렇게 보여서 눈치껏.. 수미 언니랑 더 열심히 재잘거렸죠..
괜찮아요 오빠.
어색한 사이면 차차 다시 사이를 좁혀가면 되지 않겠어요? 힛~"
혜지야..
그게 그렇게 속편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후우~ 짧고도 깊은 한숨을 몰래 쉬며
아무 것도 모르는 귀여운 후배와 함께 터덜 터덜~
힘없이 어깨를 수그리며 총회가 열리는 강당으로 향한다.
저 자식은 대체 왜, 무슨 낯짝으로?!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아니 상식적으로!
여자 동기도 아니고 남자들은 군대 마치고 아직 졸업 안한 사람이 많은 걸.. 지도 짐작할텐데
무슨 똥배짱으로.. 조교에 덥썩 지원한 거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그렇게 기분 싱숭생숭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의 학교.
아무 생각 없이 지겨운 전공 수업을 듣고 있는 아침인데,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반가운 소식이 왔다.
형수 정아의 톡이 드르르.. 울린 것이다.
수업 중이라 조심 조심, 확인을 하고 눈을 크게 뜨는 민규.
또 그때처럼 활짝~ 피며 웃는 얼굴이 된다.
[도련님... 주말은 즐겁게 잘 지내셨어요?
이제야 연락을 드려서 죄송해요 히히-
오빠가요..
우리 도련님, 왜 식사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않냐고 몹시 서운하게 얘기했어요..
여러번 나오라고 불렀는데 도련님이 바쁘다 그러셨다고..
툴툴거리면서 오늘 또 출장 떠나지 뭐예요?
ㅎㅎ 귀엽다니까]
[형이 그랬나요? 저는 그렇게 형이 아쉬운 줄 모르니까..]
[정말이예요.
오빠가 보기에는 그렇게 안보여도 작은 도련님 걱정을 많이 하세요..
이번 토요일에도 같이 좋은 식사도 하고,
백화점에서 도련님에게 좋은 선물도 사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쳇~ 그럴 리가 있나..
그 구렁이처럼 속이 시꺼먼 영감탱이가..
늘 윽박지르고 무섭게 자신을 어릴 때부터 대하던 형의 캐릭터를 아는 민규이기에
형수의 말처럼 자상하게 자신을 걱정했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다.
[하하. 믿기 어렵긴 하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근데 형수님, 지금은 점심 시간이 아닌데..
월요일 아침부터 바쁘지 않으세요?]
[응~ 나 괜찮아요..
오늘은 비교적 오전에 한산하네요. 사무실에 지금 저 혼자고.
도련님은요? 도련님이야말로.. 제가 방해한 것 아닌지요.
아, 진짜로 그러고 보니 제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수업중이지 않으셔요?]
[수업 다 끝났어요! 괜찮아요 ㅎㅎㅎ]
[벌써요? 아직 9시 40분인데..
저 그러면, 도련님.. 전화 드려도 될까요?]
[네? 전화를..
그럼 형수님, 저 지금 친구들 앞이라..
잠깐만~ 5분 이따 제가 전화 드리면.. 어떠시겠어요?]
[후훗, 그러세요~ 그럼]
이게 왠일.. 형수님이 통화하자고 말한 적이 있긴 있었나 싶다..
슬쩍 교수의 눈치를 살피며
달칵, 문을 열고 화장실 가는 척 빠져나온다.
두근 두근 떨리는 심경으로... 폰을 들고
사람이 없는 복도 끝으로 가서 일부러 창문을 벌컥 연다.
하아~ 호흡을 들이켰다.
떨리네....
지난번에 전화 못해갖고 미안해서 그러시나?
여태 톡만 했는데 전화까지..
꿀꺽..
"여보세요.. 저예요, 형수님"
"호호, 안녕하세요? 도련님.. 반가워요"
"예.. 저두요, 형수님.. 헤헤..
지금 진짜로, 통화 괜찮으신 거예요?"
"괜찮아요~ 호호.
제가 이래뵈도 사무실에서 직급이 좀 높은 편이랍니다.
오늘처럼 외근나간 직원도 있고~
이사님이 아직 출근 안하셨을 때는 마음이 놓이죠~"
"그렇군요.. 헤헤.."
"도련님~!"
"네..?"
"아까 제가 드린 말씀은 거짓말이 아녜요.."
"무슨 말씀이세요?"
"오빠가..
도련님이랑 시간을 가지고 싶어했다구용..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얼굴 못본지 벌써 한달이 넘었는데~
도련님이 자기한테 너무 연락이 없다고, 약간 삐친 것 같아요. 후훗"
"하하. 에이~ 형수님이 잘 모르시는구나.
우리 형 그런 사람 아니에요..
무슨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나보죠. 헤헤.."
"음~ 과연~?^^ ..
후훗, 아침은 드시고 수업 듣는 거예요?"
"네 그럼요~
속이 든든해야 수업도 잘 들어오거든요"
"잘하셨어요.. 다음 수업은 언제예요?"
"음.. 잠깐만요.
이제 곧 들어가야해요.
오늘은 세시간 연강만 전공듣고, 점심 되기 전에 집에 갑니다"
"와, 좋겠다..
대학생은 그런 잇점이 있군요.
호호~ 나좀봐. 웃겨요..
저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아닌 척하고.. 히힛"
"하하하"
"저기.. 도련님, 그러면요.. 음.."
"네, 말씀하세요.."
"잠시만요. 지금 다이어리로 스케줄 살피고 있어요.
웅~~ 저기, 있잖아요 도련님~
우리 그러면..
오늘.. 둘이서 만날까요,
점심 시간에? 아니면 저 퇴근하고 나서.."
헉?!!
"네?!? 오늘요?
아니.. 점심때 저를 보실 수 있어요..???"
"네엡! 후훗~
대신에~ 만약 도련님께서 저를 보시려면..
죄송하지만 저희 회사 근처까지 와주셔야 해요. 그러실 수 있겠어요?"
"다 당연하죠....
누구 명령.. 하하.. 아니, 부탁하시는데요!...
저, 저, 제가.. 그럼..
점심때.. 한시 정각쯤에..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래줄 수 있어요, 정말?
와주시면 저는 진짜 감사하죠!
대신~ 점심은 제가 쏠게요 ^^
히힛.. 여기 위치는 알고 계셔요?"
"예, 압니다.. 지난번에 형이랑 같이 가봤잖아요..
역삼동 LG 아트센터 근처 맞죠? 기억하고 있어요"
"우와~ 우리 민규 도련님 머리 좋다. 맞아요.
그럼 그쪽으로 오셔서 전화하세요.
한국은행 오른쪽 건물 쪽으로 해서.."
"알아요 알아요. 하하!
저 오늘 차 갖고 왔어요....
모시러 갈게요! 걱정말고 나와 있으세요~"
"그래요~ 이따 뵈어요~"
이게 왠 일이래?....
아.. 감사합니다..
살다보니 이런 날이 있구나.
생각지도 못하게 이쁜 형수님이랑 점심 약속을!!!..
주먹을 꽈악, 있는 힘껏 말아쥐며
신이나서 폴짝~ 폴짝~
다른 학생들 수업중인데 복도를 미친 놈처럼 뛰었다.
전화 통화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
2015년 3월 25일 오전 6시에 수정한 글입니다.
원래 써져 있던 내용에서..
거의 모든 어색한 부분의 내용을 뜯어 고쳤네요.
특히 캐릭터 이름의 일부 변경이 있습니다.
즐감하시고 댓글과 추천은 보너스~!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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