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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4:57 1,560회 0건
=========================================9부 후기 ==============================================
망할 야설넷 놈들이 이제 대놓고 제글을 시간을 두고 2번씩 퍼가네요 ㅡㅡ;;
이거 분명 소라넷에서 데이터 베이스 보관용으로 쓰는 것 같은데..
심증만 가지 물증이 없네요...
어떻게 그렇게 매번 시간대에 맞춰서 계속적으로 퍼가는지
자동으로 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야설넷에 불펌이 되면 구글링에서 검색이 되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데 왜 이런짓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9부는 원래 단편식으로 외숙모의 시점에서 이제까지의 상황을 바라보는
편으로 쓰여질 예정이었는데 분량이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10회의 일부까지는 외숙모의 시점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되새김질이 싫으신 분들은 안보셔도 무방한 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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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안녕하세요? 세영엄마 김영애라고 해요.
갑자기 제가 등장해서 놀라셨죠?
잠시 정석이의 얘기는 뒤로 하고 제 얘기를 할까 해요.

전 20대 초반에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남자에 대한 경험이 전무 하다시피 했던 전 건장한 체격의 호남형인 남편에게 너무나 쉽게 빠지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몸을 허락하고 생각지도 못한 임신까지 하게 되었어요.
결혼이라는 건 전혀 생각도 못해 본 나이에 덜컥 들어선 아이 때문에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신랑이 이끄는 대로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비록 신랑을 사랑하긴 했지만 이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질 못했어요.
신랑 또한 결혼을 할 여건이 아니었지만 제 몸속에 자라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큰누나에게 도움을 받아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비록 갑작스런 결혼이었지만 저와 남편은 별 다른 문제없이 결혼생활을 이어나갔어요.
비록 금전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남편의 큰누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신랑이 차린 건축회사는 때마침 건축붐이 일면서 제법 탄탄한 회사로 커나갔어요.
회사의 성장과 함께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면서 저희부부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두 째를 갖게 되었고 남편은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며 자신의 맘대로 정관수술을 하고 돌아왔어요.
개인적으로 아들 한명은 있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남편은 제 생각과는 달랐어요.

“마 그냥 두 녀석만 잘 키우자마... 내사 마 10남매에 둘려 쌓여 살다보이 내 자식은 딱 둘만 낳아서 남들 못지않게 부모사랑 듬뿍 받으며 크게 하고 싶다고마!”

자신의 생각은 끝까지 밀어붙여 관철시키는 남편의 성격 때문에 저는 제 속마음은 내보이지도 못한 채 가족계획을 끝내야 했어요.

남편은 결혼과 사업에 있어서 자신의 큰누나의 도움을 무척이나 많이 받았어요.
남편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게 되면서 자신의 동생들에게 엄마의 역할을 해오신 큰형님은 동생들을 돌보느라 20대 후반이 돼서야 결혼을 하게 되셨지만 지방의 떵떵거리는 집안으로 시집을 간 덕분에 자신의 동생들에게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해주었어요.
어찌 보면 남편의 큰누나는 남편에게 있어 누나이기보다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까요. 매년 쉬는 날만 되면 남편은 가족들을 데리고 큰형님 댁에 자주 찾아가게 되었어요.
큰형님 댁은 저희 집과는 반대로 슬하에 사내아이만 둘을 두고 계셨는데 억척스런 형님 때문인지 둘 다 너무나 반듯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었어요. 큰애가 조용조용하고 소심한 반면 둘째는 동내 말썽꾸러기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천방지축이긴 했지만 붙임성도 좋고 활달한 성격에 유독 저를 따르는 바람에 갈 때마다 큰형님에게 시샘을 받곤 했답니다.

“숙모~~ 숙모가 이 세상에서 젤 예쁜 것 같아요 헤헤헤”

“으이구. 우리 정석이 여자 보는 눈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호호호”

보통 저 나이 때는 자신의 어머니가 가장 예뻐 보일 때인데 유독 정석이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만 하네요.
그 때문에 저는 큰형님에게 매번 시샘 가득한 농담을 들어야만 했어요.

“에효~~ 자식새끼 키워났더니 지 엄마보다 외숙모가 좋다고 저러네.. 이참에 동생이 저 녀석 데리고 가서 키워!!!!”

저는 제게 달려와 살갑게 구는 둘째 조카 정석이 덕분에 아직까지 어색하기만 한 큰형님 댁의 나들이가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둘째까지 학교에 입학을 하고 부턴 전보단 자주 큰 형님 댁에 내려가지는 못했지만 남편은 아이들의 방학이 다가오면 항상 큰 형님 댁으로 휴가를 가곤 했어요..
이제는 중학생이 된 정석이는 어려서처럼 제게 안겨 응석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저를 따르며 살갑게 굴어 주었어요,

“외숙모 오셨어요.. 여전히 외숙모의 미모는 변함이 없으시네요. 헤헤헤”

이제는 남편에게 예쁘다는 말 한마디 못 받는 아줌마가 되었지만, 둘째 조카만큼은 여전히 제 외모를 칭찬하며 저를 기분 좋게 해주었어요.
그래서 일까요.
저 역시 정호보다는 정석이에게 더욱 마음이 가게 되었고 저는 그런 정석이를 제 자식처럼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이구.. 우리 정석이 같은 아들 한명만 있어도 외숙모는 소원이 없겠네.. 이번에도 학업상 까지 받았다며?”

항상 큰형님 댁에 가면 저를 주눅 들게 만드는 게 있었어요.
그건 다름 아닌 거실 한쪽 벽면에 가득하게 진열된 조카들의 상장 이었어요.
특별히 학원을 보내지도 않는 데 두 형제는 하나 같이 공부를 잘했어요.
아무래도 진득하고 성품이 올곧은 첫째의 영향으로 둘째까지 덩달아 영향을 받는 것 같았어요.

반면에 저희 아이들은 그저 학교에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인 수준이었어요.
학원을 보내 봐도 딱히 성적은 오르지 않고 오로지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았어요.
남편은 항상 형님 댁에 오기만 하면 그저 부러운 시선으로 벽면을 가득 수놓은 상장을 넋을 놓고 바라보기만 했어요.

“형님은 좋겠어요.. 이 상장들만 보고 계셔도 식사를 안 해도 배가 부르시겠네요..”

제 말에 형님은 아이들 방에 놓여 진 작은 연필꽂이 하나를 들고 와서는 내보이셨어요.

‘공부할 때의 고통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이다’

“이게 남편하고 여행가서 아이들 선물로 사온 건데.. 아이들에게 내 얘기를 해줬지. 엄마는 엄마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고등학교도 졸업을 못하고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구. 그러면서 내가 늦은 나이로나마 검정고시 준비를 하자 아이들도 깨달은 게 있는지 그 뒤론 별말을 안 해도 첫째가 동생공부도 봐주면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공부를 하더라고. 아무래도 뒤늦게라도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내 열망을 아이들도 알게 된 것 같아 호호호.”

이런 말을 듣고 있자니 저희 아이들은 너무나 온실 안에 화초처럼만 오냐오냐 하면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정석이는 초등학생 때는 그냥 시늉만 하는 것 같더니, 지 형한테 본을 받아서인지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공부에 재미를 붙은 건지 오히려 정호도 못해 본 전교 1등까지 했다니까 호호호.”

형님은 은근슬쩍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도 정석이가 전교1등을 한 걸 제게 자랑하고 계셨어요.
정말이지 형님이 농담 삼아 정석이를 데려가서 키우라고 하실 때 데려갈 껄 그랬나 봐요..

올해도 마찬가지로 형님 댁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름철을 보내기 위해 내려왔어요.
물론 휴양을 목적으로 온 것이지만 제겐 다른 목적이 있었어요.
제발 우리 아이들이 정석이나 정호에게 여름방학 동안 공부하는 방법이나 습관을 배우길 바랬어요.

“세영이, 혜영이 엄마 말 잘 들어! 이번에 내려가면 오빠들한테 공부하는 걸 배우라고. 내려가서 놀 생각만 하지 말고 알았지? ”

아이들은 그저 놀러가는 줄만 알고 있다가 제가 챙겨놓은 교제들을 보더니 금세 시무룩해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저도 형님처럼 아이들 자랑을 한번 해보고 싶었기에 이렇게라도 해서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관심을 가지길 바랬어요.

다행히 둘째 세영이는 쾌활한 성격의 정석이를 유독 따르는 터라 저는 더욱 더 기대를 하고 내려오게 되었어요.

오늘은 아침부터 유독 덥더니 정오가 가까워 오자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너무나도 무더운 탓에 형님내외도 일찍 집으로 돌아오시게 되었고 저희 가족과 형님네 가족은 같이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게 되었어요.

“어머.. 형님 여기 무척 좋네요..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었네요.

비록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내려왔지만 이렇게 계곡으로 나오게 되니 저도 어느새 기분이 들뜨게 되었고 아이들과 같이 물놀이를 하게 되었어요.
정호는 고등학생이라 비록 오지 못했지만 정석이가 따라와 아이들 물놀이를 봐주게 되었고 저는 모처럼만에 물놀이를 만끽할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너무 들떠서였을까요.
저는 그만 깊은 물속에 들어가게 되었고 수영실력이 형편없던 저는 그저 허우적거리며 점점 물속으로 빠져들기만 했어요.

“사...살려주...어으윽...살려주. 어억..”

점차 코와 입에서 물이 들어차며 저는 발버둥을 치게 되었고 제 몸은 점점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죽는 것인가란 생각이 들 때 즘 갑작스레 제 등 뒤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나더니 제 목 쪽에 무언가가 감기기 시작 했어요.
그리곤 물위로 제 몸이 끄집어 당겨졌어요.

“발버둥치지 마시고 그냥 있으세요.. 그러면 더 위험해요 외숙모..”

제 귀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둘째 조카 정석이의 목소리였어요.
정석이에 의해 힘겹게 맨땅으로 끌려나온 저는 그대로 정신을 잃게 되었어요.
점차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데 정석이의 놀란 얼굴이 제 얼굴을 가린 채 제 볼을 두드리고 있었어요.
잠시 뒤 저는 어둠속에서 완전히 정신을 잃어 버렸어요.

얼마나 지난 것인지 이곳은 어딘지 저는 낯선 곳에서 환자복을 입은 채 눈을 뜨게 되었어요.
남편의 얼굴이 보이고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어요.
저를 근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나왔어요.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 그런 댈 들어가면 어떻게.... 정석이가 듣지 못했으면 어떡할 뻔 했어.. 애들이나 볼 것이지 그런덴 왜 들어가서 험한 꼴을 당해..”

남편은 저를 다독이고 위로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죽다 살아온 사람에게 화만 내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남편 때문에 더욱 속상해 그저 돌아누운 채 울고만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새벽이 되 있었어요.
잠시 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에 일어서려하니 정석이가 옆에서 저를 부축해 왔어요.

“집에 가서 쉬지 여긴 왜 나와 있어...”

남편과 아이들은 돌아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형님은 제가 걱정이 되어서 정석이를 병실에 남겨둔 것 같았어요.

“좀 더 쉬시지 왜 일어나셨어요... 아침에 외삼촌은 외숙모 모시고 서울 큰 병원으로 가보신다고 미리 들어가셨어요..”

정석이의 부축을 받아 저는 잠시 병원 밖으로 나와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시골이라서 그런지 별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만 안으로 들어가시죠 외숙모.. 모기도 있고 여름이라지만 새벽 공기가 차요..”

정석이는 잠시 제 옆으로 와서 앉더니 저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어요.

“고맙다 우리 정석이.. 정석이 없었으면 외숙모는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네..”

정석이는 제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여전히 절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외숙모 수영이라도 가르쳐 드려야겠어요. 그나저나 아까 인공호흡 하느라 제가 외숙모 흉부를 좀 강하게 눌러서 아프실 거예요.. 내일 큰 병원에서 가셔서 검사한 번 받아보세요. 몸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정석이의 말에 창피한 마음이 들었어요.
인공호흡을 했다면 제 입술에 정석이의 입술이 닿았을 테고 제 가슴위에 손이 닿았을 테니까요.
남편 외에는 한 번도 타인의 침입을 받지 않았던 제 몸이 누군가에게 만져진 것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그 상황이 떠오르며 부끄러워져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옆에 앉은 채로 링겔을 쳐들고 있는 정석이를 보고 있자니 그저 기특한 생각이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남편과는 달리 정석이는 참으로 여자를 대할 줄 아이 같았어요.
나이답지 않게 저를 위로까지 하고 있는 정석이가 대견하게만 느껴졌어요.
저는 고마운 마음에 잠시 정석이를 제 품에 안은 채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어 주었어요.

“우리 정석이가 오늘 외숙모를 구해줬으니 외숙모도 나중에 정석이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꼭 도와주도록 할게... 언제든 힘든 일이 있으면 외숙모한테 연락해줘야 해. 알았지?”

전에는 제 품에서 안기면 제 품속에 쏙 들어오던 아이였는데 중학생이 되고 부터는 제 품에 안기려 하지 않더니 이제는 키가 제법 커서 제 키는 훌쩍 넘겨버린 정석이를 안고 있으려니 제가 다 힘이 드는 것 같았어요.

“언제 이렇게 큰 거니 우리 정석이.. 정호는 여전히 외소한데 너는 이제 체구는 어른이라고 그래도 믿겠다. 얘...”

잠시 동안 제 품에 안겨있던 정석이는 영 어색했는지 금세 제 품에서 벗어나더니 쑥스러워 하고만 있었어요.

“어머니 말로는 외탁해서 그렇데요.. 외삼촌들 이모들 다들 키가 크시니.. 형은 친탁이라 중학교 때까지만 키가 자라더니 그 뒤로는 점점 앞 번호로 내려가고 있어요. 헤헤.”

그저 정석이가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겉모습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고 사춘기가 시작되어서 인지 제 품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나 봐요.
그런 생각에 제 마음은 금세 섭섭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요녀석 이제는 다 컸다고 외숙모 품에도 안 들어오려고 그러네.. 외숙모 섭섭해서 어쩌니 이제..”

다음날 저희 식구는 병원에 가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고 시간은 흘러 정호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정호는 저희 집으로 들어와 잠시 동안 같이 생활하게 되었어요.
아주버님이 보증을 잘못 서시는 바람에 형님 댁은 순식간에 가세가 기울어 버렸고 커다란 과수원 하나만 남긴 채 모든 재산을 탕진하게 되었어요.
마침 대학에 입학하게 된 정호는 방을 구할 형편이 되지 못해 저희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던 것이죠.

“올케 미안하게 되써. 정호 기거할 방을 얻을 때까지만 부탁 좀 할게..”

“아니에요 형님. 정호가 애들 공부도 봐주고 해서 제가 도움을 받고 있는 걸요.. 제 자식이다 생각하고 데리고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정호는 정확히 1년 동안 저희 집에서 생활을 하다 대학교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고 사고 이후로 저는 형님 댁에 내려가는 게 주저하게 되어 한동안 정석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시간은 또다시 무료하게만 흘러가게 되었고 어느덧 혜영이와 정석이는 대학생이 되었어요.
대학은 꿈도 못 꿀 줄 알았는데 그나마 정호가 틈틈이 와서 공부를 봐준 덕분에 혜영이는 지방에 있는 사립대라도 가게 되었어요.

“너 이기집애.. 떨어져 지낸다고 방탕하게 살기만 해봐 아주.. 기숙사 들어가서 얌전히 공부만 하고 매주 집에 올라와야해 알았어?”

혜영이는 자취하길 원했지만 원체 세상이 험악하다보니 남편은 이이의 자취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고 대학교 기숙사에 혜영이를 넣어버렸어요.

오늘 정석이와 정호가 같이 집으로 인사를 왔어요. 정석이 마저 서울로 학교를 오게 되면서 형님은 거금을 들여 자취방을 구해준 것 같았어요.

“안녕하셨어요. 외숙모.. 절 받으세요..”

정석이와 정호는 대뜸 집에 들어오자마자 저와 남편을 앉히고는 절을 하고 있었어요.

“절은 무슨 절.. 됐어 그런건.. 그나저나 세상에 이제 길가다가 마주쳐도 몰라보겠다. 정석이는. 어쩜 이렇게 컸니..”

몇 차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석이와 정호는 끝내 저와 남편하게 절을 하고는 그 앞에 앉았어요.
왠지 두 아이가 이렇게 커서 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물놀이 사고 이후로는 시골을 내려가지 않아 근 5년 만에 보게 되었는데 아직 어릴 적 모습이 조금은 남아있었지만 어느새 훌쩍 자라 건장한 청년이 되어 정석이는 제 앞에서 마주하고 있었어요.
정석이의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흐른 것만 같았어요.
이제는 제법 남자 티도 나는 정석이를 보고 있자니 참 건실하고 훈훈하게 자란 것 같았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흔히들 말하는 훈남으로 변해있는 정석이를 보고 있자니 젊었을 때 남편을 설득해서 아들이라도 한명 낳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형님은 너희 둘만 봐도 배가 부르겠다.. 어쩜 이렇게 둘 다 잘 컸는지 모르겠어. 정석이는 장학금까지 받고 입학했다면서? 세상에 한국대를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입학을 하다니.. ”

고액과외까지 시키며 돈을 들인 혜영이는 지방사립대를 갔는데 과외라고는 일절 받아보지 못한 정석이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대학에 그것도 장학금까지 받고 들어간 걸 보니 저도 모르게 창피한 생각이 들었어요.

“혜영이는 없나 봐요? 있으면 서울 지리나 좀 알려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헤헤헤”

정석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어릴 적 꼬마 정석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아이구~ 코흘리개 어린 꼬마가 이제는 대학생이 다 돼서 인사도 오고.. 정말 기특하다. 이리 와봐. 우리 정석이 예전처럼 외숙모가 한번 안아나 보자”

제 말에 정석이는 그저 얼굴을 붉힌 채 내외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 녀석이 어릴 때는 외숙모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면서 그렇게 안기더니 이제는 머리가 제법 컸다고 외숙모는 보이지도 않아보네 에효~~~~”

서운함이 짙게 배인 제 말에 정석이는 그제야 어설프게 제 옆으로 다가와서는 저를 안는 시늉을 하고 있었어요.
정석이의 넓은 품에 안겨있자니 20대 초반의 나이에 남편의 품에 안겼을 때의 느낌이 다시금 떠올랐어요..
잠시 동안이지만 정석이의 품에 안긴 채 제 젊은 날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속이 설레어 오는 것만 같았어요.
나이를 먹고 조카를 안은 채 설레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 저도 참 주책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정석이가 성장을 해서 이제는 제법 사내 티가 나서 이제는 편하게 안아 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많이 컸구나. 이제는 외숙모가 완전 올려다봐야겠는데.. 어깨도 이렇게나 넓어 지구. 학교에 가면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겠는데 우리 정석이. 호호호.”

정석이는 여자 얘기가 나와서 인지 금세 제 품에서 떨어지고는 얼굴을 붉힌 채 서 있었어요.

“치... 이거 외숙모 정말 속상한데.. 여자 얘기가 나오니 바로 외숙모는 찬밥이 되 버리고.”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지만 품안에 자식이라고 마치 정석이가 이제는 제 품을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서운함이 밀려왔어요.

다시금 세월은 빠르게 흘려 정석이가 군대를 간다며 다시 집으로 인사를 왔어요.
짧게 깍은 머리와 함께 제 앞에서 또다시 절을 하고 있는 정석이를 보고 있자니 제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것 마냥 허전해 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 마.. 남자라카면 군대를 댕겨와야짐마! 정호는 면제 받았으니 네 형 몫까지 열심히 군복무 하고 온 나 알았제? 첫째도 건장, 둘째도 건강이담마”

남편도 정석이를 보면서 마치 자기 자식 군대를 보내는 것 마냥 서운해 하면서도 대견해하며 그날따라 정석이와 만취가 될 때 까지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외숙모 제가 눕힐게요.. 외삼촌이 예전엔 그렇게 커보였는데 이렇게 술에 완전히 취하셨는데도 이젠 가볍게만 느껴지네요.. ”

정석이는 남편을 자신의 등에 업은 채 안방으로 가면서 연신 가벼워진 남편의 몸을 걱정하는 것 같았어요.
얼마 전부터 찾아온 당뇨 때문에 식사를 조절하게 되니 남편의 체구는 전과 비교해 확실히 체중이 줄고 있었어요.
정석이 덕분에 남편을 쉽게 침대에 눕히곤 저는 정석이의 잠자리를 봐주었어요.

“불편해도 오늘 하루니 여기서 자라 정석아.”

정호가 1년 동안 쓰고 난 뒤 계속 비어 있던 방을 급하게 치우긴 했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던 방이라 그런지 눅눅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니에요 외숙모.. 신경 쓰지 마시고 들어가서 주무세요..”

저는 서운한 마음에 다시금 정석이를 안아주었어요..

“으이구... 아직 외숙모한테는 여전히 애 같이만 보이는데 군대를 가다니..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야 돼. 알았지?”

제 말에 정석이는 그저 쑥스러운지 짧게 잘린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어요.

“어디 죽으러 가나요. 외숙모... 휴가 나오면 종종 들릴게요. 헤헤헤”

여전히 어릴 적 해맑은 미소를 간직한 정석이를 보니 더욱 더욱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정석이가 이부자리에 눕는 걸 보고나서야 밖으로 나온 저는 잠시 세영이 방으로 가보게 되었어요.
지지배가 정석이가 군대를 간다고 하니 마치 저희부부가 죽기라고 한 것 마냥 애통해하며 우는 통에 저녁도 제대로 먹지를 않아서 걱정이 되었어요.
울다 지쳐 잠이 든 건지 세영이는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누워 있었고 저는 잠시 이불을 내려서 세영이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세영이는 친 오빠와도 같은 정석이가 군대를 가게 돼서 무척이나 서운했었나 봐요.
잠시 동안 딸아이를 지켜보고 있다 안방으로 건너온 저는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고 있었어요.
한참을 뒤척여도 남편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잠시 거실로 나와 쇼파에 누워 있었어요.

그러기를 수 십분. 잠시 뒤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며 세영이의 방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어요.
잠시 쇼파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세영이가 방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어요.

‘저녁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픈가..’

저는 세영이게 간식이라도 챙겨 줄 요량으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또 한 번의 방문을 여는 소리에 몸을 낮추고 문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어요..
정석이가 자고 있는 방문을 연 채로 잠시 입구에서 서있는 세영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녀석 너도 엄마만큼 서운한가 보구나...’

잠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있을 찰나 세영이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정석이 쪽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어요.
잠시 정석이를 보러 들어갔나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세영이가 나오지 않고 있었어요.

‘뭐하는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고 있는 거지.’

저도 모르게 어느새 제 발은 거실을 가로질러 정석이가 자고 있는 방 앞쪽까지 와있었어요.
혹시나 세영이가 제 인기척에 놀랄까 싶어 저는 조심스레 정석이가 자고 있는 방문을 살며시 열어봤어요.
그리곤 제 눈에 보이는 광경에 저는 잠시 할 말을 잃고 서있게 되었어요.

세영이가 자고 있는 정석이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있었어요.
그저 사촌오빠로 정석이를 따랐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세영이는 정석이를 이성으로써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저도 학생시절 사촌오빠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기에 세영이의 지금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어요.

‘이제 세영이도 여자가 되어 가나 보네.. 지금이야 정석이가 군대를 가게 되서 마음이 아프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다른 이성 친구를 좋아하게 되겠지..’

시간이 약이란 걸 알았기에 저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는 거실 쇼파에 누운 채 다시 잠을 청하게 되었어요.


오늘은 형님의 첫째 아들 정호가 장가를 가는 날이에요.
허약한 체질 때문에 군대를 면제 받아 남들보다 빠르게 사회생활을 하게 된 정호를 걱정하신 형님께서는 정호가 짝을 데리고 나타나자 급하게 장가부터 보내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장남에 타지에서 혼자생활을 하는 아들이 걱정이 되셔서 일찍 장가를 보내는 것 같았어요.
그 때문에 군에 있던 정석이도 휴가를 써서 자신의 형의 결혼식을 보러오게 되었어요.
예식장에 도착하자 멀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정석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정석이는 군대를 가기 전 보다 훨씬 몸이 좋아진 모습으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어요.

“어머 정석아.. 몸이 왜 이렇게 좋아졌니. 세상에~~”

오랜만에 보게 돼서 인지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저는 정석이를 안은 채 잠시 등을 토닥여 주었습니다.
군대를 가기 전 보다 더욱 더 남자다워진 모습에 제 마음속이 다 뿌듯해져 왔어요.
그러나 정석이는 오랜만에 저를 봐서인지 얼굴을 붉힌 채 어정쩡하게 서있기만 했어요.

“요놈이~~ 외숙모를 보고도 반가운 척도 안하고.. 외숙모 서운하게...”

제가 서운함을 토로하자 그제야 정석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저를 가볍게 안아주고 있었어요.

“마 정석이 이놈.. 완전 상남자가 다 되 뿐네요. 누님.. 그나저나 정호는 뭘 이렇게 빨리 치워버립니까...”

남편도 오랜만에 보는 정석이가 반가운지 옆으로 와서 정석이와 악수를 나누고 있었어요.

“마 다음 달이 제대라고 했나?”

남편의 말에 정석이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 외삼촌... 이제부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죠. 헤헤헤.”

저는 잠시 정석이의 늠름해진 팔을 만져보며 놀라워 하고 있었어요.

“어머.. 운동 진짜 열심히 했나보구나. 눈으로 봐서 대충 몸이 좋아졌겠거니 했는데 완전 탄탄하다 얘~~”

연신 제 손으로 정석이의 몸을 눌러보고 있자 형님에게는 신경이 쓰이셨는지 정석이를 불러 심부름을 보내고 계셨어요.

“다 큰 조카녀석 몸을 뭘 그렇게 신기하다고 눌러대니 올케는...”

아무래도 형님께선 어릴 적부터 저를 유독 따르던 정석이가 또 다시 제 옆에 있자 아들이라도 뺏긴 것처럼 시샘을 하고 계셨어요.

“어머... 형님도 참... 정석이가 어디 남이에요.. 저한텐 아들 같은 녀석인데..”

“그러니까 내가 더 신경이 쓰이는 거지. 녀석이 다 커서도 올케를 나보다 더 따르는 것 같으니. 넌 뭐했니. 지금이라도 아들 하나 낳던가.”

두 여자 사이에 껴 있던 남편은 형님의 타박에 그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어색한 웃음만 짓고 있었어요.

“어머 형님도... 지금 낳아서 언제 키워서 언제 군대 보내고 장가를 보내요. 호호호.”

난데없는 형님의 말에 남사스러워진 저는 황급히 말을 돌려야 했어요.

“그나저나 정석이는 제대하면 복학 준비 해야겠네요?”

제 말에 형님은 잠시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어요.

“에휴~~ 그러게.. 제대를 한다니 좋긴 한데.. 정호 집구해주는데 여윳돈을 써버려서 정석이는 방을 못 얻어 줄 것 같아. 정호네 집에서 다니라고 해도 신혼집에서 눈칫밥 먹기 싫다며
지가 제대하고 알바로 학비랑 기숙사비 마련한다는데 미안해서 말이지.. “

형님의 걱정스런 말에 남편도 덩달아 한숨을 내쉬고 있었어요.
그리곤 남편이 잠시 저를 불러내더니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고 있었어요.

“저기 전에 정호가 쓰던 방 있지. 지금 창고로 쓰는 방 말이야..”

“네.. 근데 갑자기 그건 왜요?”

“형님 사정을 들어보니 딱하잖아. 우리 힘들 땐 항상 도움만 받았는데..제대하고 복학하려면 아직 한참 시간이 있으니 그 방 리모델링 좀 해서 정석이가 쓰게 하자고 ”

남편이 출장이라도 가는 날엔 세영이와 저만 있게 되어 항상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듬직한 정석이가 집에 들어온다니 왠지 든든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정석이가 짐을 챙겨 저희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다행히 입주 전에 리모델링이 끝나긴 했지만 창고를 쓰던 방을 내주려니 왠지 기분이 탐탁치가 않았어요.
정석이가 짐을 옮기고 방 정리를 하는 동안 저는 잠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음료수를 따라서 정석이 방으로 들어갔어요.
생각보다 짐이 무척이나 적었고 짐은 금세 정리가 될 것 같았어요.

잠시 정석이의 짐을 훑어보며 음료수를 건네는데 정석이의 상체가 땀에 흠뻑 젖어서 그대로 그의 몸이 드러나 보였어요.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해 할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제 눈은 제 마음과 달리 오랜만에 보는 건장한 사내의 몸에 그저 꽂혀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쳐다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것만 같았어요.
저는 얼굴이 빨개질 대로 빨개진 채 결국 고개를 돌려야 했어요.
저는 이런 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정석이에게 샤워라도 하면서 잠시 씻고 오라며 그의 얼굴에 묻어있는 먼지를 손으로 찍어 보였어요.

“호호호. 먼지 좀 봐라 얘.. 나머진 이 숙모가 정리 할 테니 샤워실로 가서 좀 씻고 나와.”

제 말에 정석이는 잠시 우물쭈물하는가 싶더니 수건을 챙겨들고 방을 나서면서 제게 말을 하였어요.

“외숙모 저기 안쪽 짐은 제가 정리할 테니 요 앞에 것만 그럼 부탁드릴게요..”

보아하니 짐이라고 해봤자 얼마 없었고 대부분이 옷가지들만 남아서 저는 붙박이장에 옷을 종류별로 걸어두고는 정석이가 말한 박스만 남겨놓고 정석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도대체 뭐길래 저건 정리하지 말라고 한 거지’

순간 호기심에 저는 정석이가 말한 상자를 까보게 되었고 그 안에는 낡은 속옷이 잔뜩 들어 있었어요.

‘아니 형님은.. 제대 하고 속옷도 안 사주신건가..’

저는 당장에 그 상자를 들고 밖으로 들고나가 수거함 앞에 놓고는 마을 상가에 있는 속옷가게로 가서 당장에 급히 입을만한 속옷을 사들고 왔어요.
잠깐 동안 짐정리를 하고 속옷을 사러 다녀온 것도 일이라고 어느새 제 몸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해서 저는 안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려고 하고는 옷을 갈아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슬그머니 안방문이 열리면서 정석이가 저를 부르고 있었어요.
다행이 옷을 내리고 있던 터라 정석이는 보지 못한 것 같았어요.
역시나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같이 사는데 벌써부터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허나 정석이는 그런 것도 모른 채 금세 말끔해진 모습으로 얼굴을 붉히며 제게 물어왔어요.

“외숙모... 혹시 제 속옷이 담긴 상자 못 보셨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옷장에 없길래요...”

저는 정석이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그에게 새로 사온 속옷을 건넸어요.
아무래도 형님이 아닌 제가 팬티를 사온 게 무척이나 창피했는지 정석이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정석이를 자신의 방으로 들이밀고는 입어보게 했어요.

“정석아 안 맞으면 저녁식사하고 몇 개 더 사면서 바꾸러 가자~~“

저는 잠시 몸을 움직였더니 피곤해져서 제 방으로 들어가 누워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남편은 정석이가 왔다고 고기까지 사들고 들어왔고 세영이는 정석이를 보자 얼굴도 제대로 못 든 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기 바빴어요.

‘저놈 지지배 아직도 정석이가 좋은 건가..’

잠시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봐서 그런 거라 생각이 돼서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게 되었어요.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게 되자 남편은 간만에 술을 먹게 돼서인지 금세 취하게 되었고 정석이는 그런 남편을 너무나 쉽게 등에 업고는 안방으로 가서 남편을 눕히고 나왔습니다.

다시금 자리로 돌아와 식사를 하는 동안 정석이가 세영이의 공부에 대해 물어오게 되었고 저도 모르게 세영이의 성적을 얘기하면서 핀잔을 주게 되었어요.

“엄만... 왜 그런 말을 오빠 앞에서 하고 그래!!!”

세영이는 정석이 앞에서 자신의 약점이라도 들킨 것처럼 창피해하면서도 저를 흘겨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원 지지배도 참... 별거 아닌 거로 화는 내고 그러는지.. ”

세영이까지 방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결국 저는 정석이와 남아서 마저 저녁식사를 해야 했어요.
식사를 하면서 이번에는 혜영이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자 저도 모르게 답답한 마음에 연거푸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어요.
평소 술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저는 술 몇 잔에 금세 취하는 기분이 들었고 머리가 살며시 아파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제가 술을 취해서 그런지 정석이가 저를 바라보고 있는데 무척이나 강렬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마치 처녀시절 남편이 저를 바라볼 때처럼 강렬한 눈빛으로 저와 눈을 맞추고 있었어요.

‘아.. 내가 취했나 보네... 다 큰 조카 앞에서 술이나 취해서...’

저는 그만 마시고 식탁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려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이 취했는지 몸이 가누어지지가 않았어요.
결국 앞에 있던 정석이가 제 옆으로 와서는 저를 부축하기 시작했어요.
정석이에게 몸을 의지한 채 이렇게 걷고 있으려니 마음속이 든든해져 왔고 그와는 별개로 술에 취해서 그런지 예전에 정석이를 안았을 때처럼 주책맞게도 마음속이 또다시 설레어 오기 시작했어요.

‘내가 미쳤지.. 아무리 술이 취했다고 조카한테 안겨서 20대처럼 설레고나 있으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석이를 바라보니 예전에 제가 물에 빠져서 죽을 뻔 했던 날 밤에 마루에 앉아 저를 걱정하고 있던 모습처럼 지금도 정석이는 그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우리 정석이... 어린 줄만 알았는데 이제는 군대도 다녀오고 완전 남자가 다 되었네..
어릴 땐 외숙모가 좋다고 이렇게 자주 안기고 그랬는데 이제는 외숙모 같은 사람은 몇 명이라도 거뜬히 기댈 수 있겠는데...”

“헤헤 제가 정말 그랬어요? 외숙모..”

녀석은 예전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눈치였어요.

‘하긴 그 일이 언제 적인데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 근데 왜 이렇게 서운하지 마음이’

저는 섭섭한 마음에 정석이의 머리에 꿀밤을 주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어요.

“으이구!! 이제는 다 컸다고 외숙모는 기억에도 없지? 요놈아!! 그땐 외숙모도 나름 예뻤었는데 이제는 그저 나이만 먹은 아줌마가 되어 있네.. 후후후..”

왠지 제가 말하고도 씁쓸한 생각이 들어 쓴웃음만 짓게 되었어요.
허나 정석이는 이런 제 모습을 눈치라도 챈 건지 제게 아부를 해왔어요.

“에이 외숙모.... 외숙모 여전히 아름다우세요.. 외숙모 나이에 비하면 엄청 동안인 것 같은데요 머 후후”

녀석의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네요. 비록 제 기분을 맞추기 위해 한 말이겠지만요.

“음~~~ 우리 정석이가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호호호. 으이구~~ 이제 정말 다 컸나보네 빈말도 할 줄 알고.. 형님은 참 좋겠다.. 나도 이런 아들 하나쯤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저를 위해서 빈말도 할 줄 아는 정석이가 마냥 기특하게 생각이 들어 녀석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어요.
그런데 그와 동시에 제 손에 탄력 있는 정석이의 엉덩이가 느껴져 왔어요.
술에 취한 걸로 치부하기엔 지금 제게 일어나는 행동들이 너무나 이상하게만 느껴졌어요.

‘하... 내가 한 동안 섹스를 못해서 민감해져서 그런가..’

저는 한심스런 저를 속으로 욕하며 안방으로 들어와 남편 옆에 간신히 몸을 누였어요.
남편이 당뇨 판정을 받은 이후로는 제대로 된 부부관계를 맺은 게 도대체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성에 굶주려 있던 저는 오늘 하루만 정석이의 땀에 젖은 우람한 상체에 흥분하게 되었고 좀 전에 그의 품에 안겨오면서 또 다시 작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어요.

저는 이대로는 그대로 잠을 청하기가 어려워 잠시 남편의 몸에 손을 대고는 그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죽어있는 남편의 물건을 손으로 비비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남편은 술에 곯아떨어진 채 자신의 물건을 만지고 있는 제 손의 움직임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한참을 손으로 움직여 보았지만 제 팔만 아파오고 남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어요.

‘휴...... 도대체 요즘은 무슨 낙으로 내가 사는지 모르겠네..’

결국 저는 남편의 팬티에서 손을 거두고 부끄럽지만 제 손으로 달아올라 있는 제 소중한 곳에 손을 넣어 달래줄 수밖에 없었어요.

“하윽.....아으으응.....아으응 여보... 아흐으윽!!”

제 손으로 뜨거운 곳을 달래주었지만 이제는 반복되는 자위에 제 그곳은 싫증을 느끼는 것만 같았어요.
하고나도 뭔가 개운치 않은 이 느낌이 저는 무척이나 싫었어요.
그저 어쩔 수 없이 제 성욕을 누그러뜨리는 용도밖에는 안 되는 것이었어요.

허무한 마음에 한참을 천장만 쳐다보며 있자 서서히 취기가 사라지는 것 같았고 그와 동시에 몸에서는 심한 갈증이 나기 시작했어요.
저는 거실로 나와 컵에 냉수를 가득 따른 후 한잔을 그대로 비웠어요.

‘하~~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냉수를 한잔 더 들이키고 나니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 같았어요.

‘아 맞다 정석이 속옷 더 사주기로 하고선 깜빡했네..’

저는 혹시나 정석이가 자는가 싶어 조심스럽게 정석이의 방으로 다가가 노크를 했어요.
똑똑

잠시 후 방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방문이 열리고 정석이가 의아한 얼굴로 제게 물어왔어요,

“어어... 아직 안 주무셨어요?”

정석이가 말을 하는 동안 잠시 그를 쳐다보니 상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짧은 반바지 하나를 입고 있었어요.
잠시 동안 이었지만 탄탄하게 갈라진 복근과 가슴근육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보니 얼굴이 화끈거려서 그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았어요.
제 행동에 정석이도 그제야 자신이 상의를 벗고 있었던 걸 알고는 급히 안쪽으로 들어가서 티를 입고 다시 나왔어요.

“아... 죄송해요.. 날씨도 덥고 웃통 벗고 있는 게 버릇이 돼서요.....”

저는 여전히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정석이에게 괜찮다고 말을 해주었어요.

“무...무슨 죄송까지야... 원체 남자라곤 네 외삼촌만 있다 보니 그...그런 모습이 이...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 거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저는 이렇게 있다간 계속 어색해질 것만 같아서 곧바로 정석이를 속옷가게로 데리고 갔어요.
잠시 속옷을 구경하며 정석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점원이 와서 제게 말을 걸었어요.

“어머 아드님이 훤칠하시네요. 젊은 사람이 나이든 사람처럼 펑퍼짐한 것 보다는 스판 소재 쪽이 훨씬 패셔너블하고 좋을 텐데요...”

그 점원의 말에 제가 정석이에겐 어머니로 보이는 게 당연시 되나하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말이 나와 버렸어요.
비록 점원이 생각하는 나이 때와 비슷한 나이의 저였지만 아직까지 제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지는 않고 있었는데 제 옆에서 한 없이 젊음을 발산하고 있는 정석이를 보게 되자 제가 한 없이 늙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충 점원이 골라주는 것으로 사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점원에게 자격지심에 화를 낸 것 같아 제 자신이 한심스러워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린 제 현실과 마주하게 되니 그저 서글퍼지기만 했어요.

“호호호호호...아이구 내가 왜 그랬지. 아하하하하...”

이런 저를 보며 정석이는 잠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저를 보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어요.

“저기 외숙모... 진짜 외숙모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아요.. 여전히 미인이시고.. 몸매도 동년배의 분들보다 훨씬 아가씨 같으세요... 아마 점원이 우리 둘의 모습을 표현할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그렇게 말한 것 같아요...”

20년을 같이 산 남편도 제 기분을 잘 모르는데 정석이는 어떻게 그리도 제 기분을 잘도 알아채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건지 저는 기특한 마음에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우리 정석이가 그렇게 말하면 그게 맞는 거겠지? 근데 정말 그렇게 보여? 내 기분 맞추려고 하는 소리 같은데 왠지~~~”

제 말에 정석이는 제가 술을 취해있을 때 저를 바라봤던 눈빛으로 다시금 저를 대하고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그 눈빛을 마주하고 있자니 또다시 마음속이 설레어 오기 시작했어요.

‘미쳤어..미쳤어.. 내가 정말 어떻게 된 거 아냐..’

저는 애써 정석이의 눈을 피한채 집으로 걸어갔어요.
집 앞에 도착해 열쇠를 찾고 있는데 다시금 정석이가 제게 말을 걸어왔어요.

“외숙모.. 제가 한말... 위로가 아닌 진심으로 드린 말이에요. 여전히 제 눈에는 무척이나 예뻐보이세요..”

정석이의 입에서 진심이란 말이 나오자 제 가슴속은 마구 콩닥거리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제 심장은 고장 난 것이 틀림없었어요.
오늘 하루 제 심장은 고장 난 시계의 알람처럼 아무 때나 울려대고만 있었거든요.

‘어린 조카를 상대로 내가 뭘 하려는 걸까....’

저는 고장 난 심장에 알콜이라도 부어 제 마음을 무디게 하고만 싶었어요..

“들어가자. 외숙모 마음도 그런데 술이라도 한잔 더 할래?”

집으로 들어와 와인을 챙겨서 거실로 나가니 정석이가 와인과 쟁반을 받아주었어요.
무게도 얼마 나가지 않는데 참으로 배려가 몸에 밴 모습이었어요.
제 앞에서 정석이는 너무나도 능숙하게 와인을 따고 있었어요.
남편이었으면 사방에 코르크 조각들이 난무하였을 텐데 너무나 깔끔하게 와인병에서 코르크마개를 분리하고 있었어요.

정석이는 잠시 와인병을 들어 와인을 확인하는 것 같더니 주방으로 가서 이내 샴페인 잔 같이 목이 길고 폭이 좁은 잔을 들고 왔어요.
잠시 제게 와인과 함께 잔에 대해 설명을 하더니 제 눈앞에서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며 이해를 시켜주고 있었어요.
전에도 남편과 같이 와인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냥 아무 잔에나 따라 마셨는데 이렇게 설명을 들으며 눈으로 보니 왠지 정석이의 말이 그럴싸해 보였어요.

“보세요.. 이렇게 하니 거품이 올라오는 게 눈에 보이죠. 이래서 스파클링 와인은 길쭉하고 폭이 좁은 전용잔에 따라 마시는 게 좋아요...”.

모르고 마실 땐 그저 흔한 와인으로만 느껴졌는데 이렇게 알고 마시게 되니 와인의 맛이 새롭고 독특하게 느껴져 왔어요.
확실히 술 하나를 마시더라도 이해도와 상대방에 따라 그 맛도 틀려 지나 봐요.
잘 마시지도, 와인의 맛도 잘 몰랐던 저였지만 오늘은 스파클링와인의 톡 쏘는 맛과 함께 청포도 향이 강하게 제 몸을 휘감아 오는 것 같았어요.

잠시 입안에 와인을 담아 맛을 음미하고 있는 동안 눈을 감은 채 향을 느끼고 있는 정석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어요,
너무나 몽환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정석이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묘한 그만의 매력이 느껴지고 있었어요.
저는 분위기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고 그리고 묘한 그의 매력에 취해 금세 정신이 아련해지는 것만 같았어요.

얼마나 취해 있었던 것인지 저는 제 한쪽 가슴에 전해오는 자극에 정신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잠시 뒤 저는 뜨려던 눈을 다시금 감고 있게 되었어요.
분명 누군가가 제 가슴을 계속해서 만지고 있었어요.
너무나 조심스럽게 살짝 제 가슴을 눌렀다 떼는 느낌이 들더니 잠시 뒤엔 제 가슴을 살짝 쥐었다 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묘한 자극에 신음소리가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은 채 숨을 죽이고는 다음의 터치를 기다리고만 있었어요.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았으면,, 얼마만의 느낌인건지...’

이제는 노골적으로 제 가슴을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주무르다 손이 떼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몇 차례나 반복적으로 제 가슴이 다른 사람의 손에 만져지고 있었고 저는 그 느낌에 빠져들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느끼고만 있었어요.
얼마 만에 제 가슴에 다른 누군가의 손이 닿는 것인지 마치 제 가슴을 신기하듯 주물러 대는 느낌에 숨이 턱턱 막혀올 지경이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제 몸에 강한 자극이 전달이 됐었고 결국 제 몸은 그 자극을 견뎌내지 못하고 몸이 움찔거리고 말았어요.
제 젖꼭지가 그 손에 눌리면서 제 몸이 움찔하고 만 것이었어요.
너무나 야릇한 느낌이었는데 제 몸이 자극에 주체를 못하고 말았어요.
순식간에 앞에 있던 누군가가 제 옆으로 와서 앉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막 잠에서 깬 것처럼 해서 제가 좀 전까지는 깨어있지 않았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일부러 크게 고개를 흔들어 보이며 이제 막 잠에서 깬 것처럼 하며 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어요.

‘정...정석아..’

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정석이란 사실에 저는 당혹감과 함께 묘한 떨림이 일고 있었어요.
다시금 고장나 버린 제 심장이 가슴속에서 울려대고만 있었어요.

‘침착해야 돼... 내가 여기서 티를 내 버리면 정석이는 당황해 할지도 몰라.. 난 단지 자고 있다 이제 막 깬 것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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