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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4:58 758회 0건
<이 장르엔 잼병이기만 한 저이지만 한번 쯤 제 스타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적어봅니다. 시즌 2의 초반 도입부편은 시즌 1의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이었다면 김팀장편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착한사람se 2-4


“그럼.. 둘이 친척 관계였다는 말인가요?”
“네...”

대낮..
한창 업무시간중인 한산한 거리만큼 거의 텅 빈 커피전문점 안엔 김팀장과 청색 점퍼를 입고 있는 남자가 커피 두 잔을 사이에 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권민기랑 윤아리란 이름은 성이 다른데.. 그럼 외가 쪽으로?”
“아니요. 윤아리란 여자는 원래는 권민기란 사람과 같이 권아리란 성을 쓰다가 불과 일 년 여전에 윤철민이란 사람에게 입양 됐다는 걸 어렵게 알아냈습니다.”
“윤..철민??”
“네.. 김팀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정말 위험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릴게 하나 있는데... 이런 사람을 조사하다가 제 목하나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라서...”
“알겠어요. 두 배.. 세 배 드리죠. 더 자세히 좀 알아봐주시고요. 다른 건 없나요?”
“아!.. 그리고 이게 그 여자 사진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섹기가 흐르는게.. 권민기란 남자 마음도 이해 될 정도로 미인이던데요.”
“이게 색기가 흐르는 얼굴인가?.. 오히려 순진해 보이는데...”
“이런 얼굴이 밤에는 더 요염하다는 걸 모르시네..요.”

김팀장이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꼭 아리의 얼굴을 머릿속에 각인 시키려는 듯 말이다.
집중을 할 때의 버릇인 지 엄지손톱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어 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시선속엔 불신과 경멸이란 단어가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한참동안이나 사진을 쳐다보는 김팀장의 모습에 농담을 하던 남자가 다시 표정을 바꾼다.

“참.. 막장이죠. 아무리 사촌지간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피가 섞인 사인데..”
“...”
“조사 결과론 대략 1년 전부터 동거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혼부부처럼 같이 생활하면서.”
“아이는요?”
“아무리 그래도 아직 윤아리가 학생이다 보니 아직은 아이는 없는 거 같습니다.”
“네... 그럼 그 윤철민이란 사람 아래에서 일했다고 하던 권민기씨가 어떻게든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윤철민이란 사람의 오른팔같은....”
“그게 좀...”
“네?”
“아무리 조사를 해도 철민파에서 권민기란 남자가 뭘 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보통은 산하 조직 중 한 군데 터를 두고 생활하다가 세력을 확장하는 경우이거나 진급이란 걸 해서 계급을 올리는 경우가 보통인데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이 친구는 흥신소라는 간판 하나 달랑 달아놓고 거기서만 생활했다는 걸로 조사된다는 겁니다. 윤아리란 학생이 철민이란 사람의 양자로 입적될 정도면 권민기란 사람도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던 건 확실해 보이는데... 윤철민의 최측근이었다는 놈들한테 돈까지 먹이면서 알아봐도 권민기란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더란 말입니다.”
“......”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사람한테 이렇게 신경을 쓰시는 지....”
“알 거 없어요. 그냥 평소대로 제가 의뢰하면 만족할 만 한 결과물만 내놓으시면 되요.”
“네?....”
“...”
“하하하하하하.. 그렇죠. 저야 뭐 두둑하게 의뢰비만 주신다면...”
“가보세요.”
“....네.”

무엇보다 민기와 아리란 여자가 친족 사이였다는 것에 놀라게 된 김팀장이었다.
깡패였고 하는 행동으로도 자신이 예상했던 무엇보다도 더 한 밑바닥 생활을 했을 거라는 김팀장의 생각을 훨씬 더 뛰어넘는 민기에게 놀라움을 넘어 환멸과 경멸을 동시에 느끼게 된 그녀는 깨물던 손톱을 한동안 더 씹어대며 남자가 가져온 서류를 찬찬히 들러보기 시작했다.

“더러워....”






“뭐해? 아리야!!”
“...”
“아직도 아르바이트 하나..”

거실에 켜진 전등을 보며 의아한 듯 아리의 방문을 쳐다보며 옷을 벗던 민기는 조용히 아리의 방문 고리를 비틀어 열어본다.

잠겨있다.

‘똑똑.’

“아리야?”
“....”
“아리 있니?”
“.........네.”
“뭐해? 밥 먹자.”
“..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해 편한 추리닝으로 갈아입은 민기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막 켰을 때 아리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평소처럼 반팔 흰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리였지만 바지는 즐겨 입는 짧은 면 반바지가 아닌 길고 나풀거리는 통 면바지를 입은 채 주방으로 향한다.
어디가 불편한 듯 걸음이 약간 어기적거림을 발견한 민기가 대수롭지 않게 물어본다.

“넘어졌어?”
“..네?”
“걸음걸이가 왜 그래?”
“아..아니요!..”
“아니긴.. 심하게 넘어진 거 같구만.. 좀 봐바. 얼마나..”
“그..그날이에요.”
“그 날??”

동거 이후 단 한 번도 민기에게 자신의 생리일에 대해 대놓고 말 한적 없는 아리였기에 민기는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하곤 아리의 걸음걸이를 확인하듯 더 빤히 쳐다보게 된다. 그런 민기의 시선을 의식한 듯 아리는 등 돌린 얼굴에 고통을 참는 일그러짐을 그린 채 애써 평소처럼 평범하게 걷는 모습을 보여주며 똑바로 주방으로 남은 발걸음을 옮겼고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감자 국을 가스레인지에 올려 불을 켰다.

“많이 아파?”
“네..네?? 아니요. 그냥 조금..”
“진짜 괜찮아?”
“그..럼요. 만날 겪는 일인데요 뭐.”
“.....”
“...왜..요?”
“너 이상해.”
“무..뭐가요?”
“지금까지 생리통이란 걸 모르고 살았잖아.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니...그리고 날짜가..”
“무..뭘 안다고 그래요! 오빤 스토커처럼 내 날짜주기도 외우고 있어요!?”
“...”
“오..왜요!?”
“스토커?? 버럭 하는 게... 더 이상하네..”
“차..참나.”
“왜 말을 더듬나?”
“누..누가!?...누가요?. 미희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거예요.”
“아! 미희는?”
“그 지지배 얘긴 하지도 말아요! 참나....”
“....”
“왜요? 자꾸 이상하게 쳐다보지 좀 말아요..”

민기의 시선에 괜히 지 발 저린 도둑처럼 다리를 꼬으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리다.

“너 이리 와봐.”
“왜요! 배고프다면서요. 밥 다 차렸어요.”
“이리 와 보라고...”
“...”

민기의 표정이 험상 굳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아리의 행동과 간간히 보이는 고통을 그리는 표정에 민기는 심상치 않은 무엇인가에 불안해하며 아리를 무섭게 불러 세운다. 요즘 아리에게 신경을 못 쓴 자신이기에 더 불안감이란 감정을 애써 부정하며 민기가 아리에게 손짓을 한다.

“정말 괜찮아요. 그냥 배가 아파서 그런 거지.. 뭐...”
“배가 아픈 게... 그 배가 아닌 거 같은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있긴 무슨 일이 있어요.”

아리가 애써 민기의 시선을 피하며 반찬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민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리에게 향할 때 민기의 행동을 방해하는 전화벨 소리가 거실에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저..전화 받아요. 맞다! 아까도 동민 오빠한테 전화 왔어요. 오빠 전화 꺼져있다고...”

“여보세요?”

여전히 아리를 바라보며 민기는 텔레비전 옆에 있는 무선 수화기를 든다. 전화통화를 하는 민기의 모습에 아리는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며 두 눈을 꾹 감고는 자신의 가슴골에 손을 얹은 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다.

[아따! 전화는 왜 꺼두고 다니십니까!?]
“배터리 나갔나보다. 왜?”
[갔다 버리시던가.. 참나.. 사람 귀찮게 하셨으면 전화라도 제때 받으시던가...]
“뭐 새끼야!?”

“또!!!”

민기의 험한 말투에 밥을 푸던 아리가 콧잔등에 주름을 그리곤 흘겨보며 말을 한다.
아리의 시선에 민기가 수화기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왜 전화질이야?”
[허~~~ 됐음다! 김소이란 년에 대한 건 다 필요 없다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전화 끊겠음다!]
“아!... 뭐 좀 나왔냐?”
[됐거든요!]
“이 새끼.. 미안하다.. 됐지? 그래서 뭐 좀 나왔냐고?”
[서른세 살. 아직 미혼에, 1남 1녀 중 장녀,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고, 10년 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승승장구 하면서 진급한 엘리트던데 말입니다. 그런데 여자란 걸 감수하고라도 충분히 부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경력이고 능력인데 6년 전부터 계속 팀장 직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건 왜?”
[회사 내 소문엔 윗선에 찍혀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은 일부러 던데 말입니다.]
“일부러?? 내가 보기엔 야심이 장난 아닌 여자 같던데...”
[네! 야심뿐만 아니라 능력도 대단 한 여자였습니다. 무엇보다 인맥이 장난 아니던데 말입니다.]
“인맥은 대충 짐작이 간다. 도대체 그런 여자가 왜 기사노릇이나 하는 날 귀찮게 하느냐고. 혹시 나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데?”
[또 나왔다 왕자병..아니지. 도끼병이라던가?..하여튼.. 다 지만 잘났지..]
“뭐 이 새끼야!”
[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제가 뭘 말입니까? 요즘 무선 집전화기가 수신 상태가 별로 인게 확실한 거 같슴다.]
“......”
[하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말입니다. 김팀장 주 업무가 몸상무라고 생각하시면 빨리 이해가 가실 겁니다.]
“몸 상무?”
[네. 술 상무처럼 팀장 직에 머물면서 팜므파탈 같은 매력으로 남자들을 꼬셔서 이용하는.. 정보력 면이나 영향력이 사장 다음이라고 극소수의 간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여자인거죠.]
“몸 팔아서 영업하는 걸 윗선들은 다 안다고?”
[극소수!! 극소수란 단어까지 설명해드려야 합니까? 상대하는 사람들이 워낙 대단한 놈들이라서 기밀도 꽤 잘 유지되는 거 같고.. OO탐정사무소를 지 수족처럼 부려서 상대방 취향부터 약점까지 다 빼내서 기가 막히게 이용하는 게.. 캬~ 형님 이제 제대로 걸려든 거 같습니다. 크크크크~]
“이 새끼가.... 내가 뭘 걸려들어!?”
[뭐! 지 잘났다고 큰 소리 치는 호랑이 새끼 앞에 용순이가 따~~악 하고 등장 한 거지...]
“뭐!!!?”
[아.. 전화가 자꾸 혼선이 되부리네.. 뭐라고 하셨음까 형님?]
“너 지금 이게 장난 갔지?”
[절대 아니지 말입니다. 누가 형님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랭이라도 호랭이는 호랭인데!]
“야!!!!!!!!!!”
[아따.. 하여튼 비겁하고 비열한 여자는 아니라는 평이 자자합니다. 남하고 인맥 쌓는 용도로 뒷조사는 하는 거 같은데. 결코 그걸 빌미로 협박을 한다거나 위협을 가할 여자는 아니라는 소문으로 사람들한테 인정과 인덕을 쌓고 있다는 게 답니다. 크게 걱정할 여자는 아니란 말씀이지라.]
“......”
[뭐.. 함 대주시던가. 그람 더 이상 귀찮게 안 할지도 모.. 아닌가? 더 달라붙을라나...아고~~ 불쌍한 울 아리는 어쩐다요. 완전히...]
“너 어디야! 거기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딱 서있어라! 내가 지금 당장 달...”
[뚜~~~뚜~~~~~~]
“야!!! 야 써글...”

“왜 그렇게 화를 내요?”
“.....아니야.”
“곰팅.. 아니! 동민 오빠가 또 놀려요?”
“누가 누굴 놀려!?”
“피~ 어쩔 때 보면 둘이 사귀는 줄 알겠더만..”
“누가? 이 새끼랑 나랑?”
“네~!!!! 밥 다 차렸어요. 얼른 드세요.”
“에휴~”

아리의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도 잊은 채 동민의 놀림에 짜증이 난 민기는 우악스럽게 밥을 푸고는 입에 단번에 털어 넣는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아주 난리가 아니구나.”

막 밥숟가락을 드는 아리의 핸드폰이 울리자 민기가 짜증섞인 말투로 아리의 핸드폰을 쳐다보며 투덜거린다.

“여보세요. 나 지금 밥 먹고 있어. 응? 밥 먹는다니까.. 전화 끊어..응..나중에..”
“누군데?”
“...미희요.”
“아!. 오늘 온다고 하지 않았어?”
“마침 친구 집이 빈다고 며칠 더 거기서 지낸데요.”
“마침? 왜 안 들어온데?”
“몰..라요.”
“.......”
“국 식어요. 빨리 드세요.”
“혹시 둘이 싸웠니?”
“아뇨.”
“그런데 왜 우리 집에 들어오기 싫데?”
“싫다는 게 아니에요.”
“...진짜 이상하네. 아! 너..”
“오빠!! 이것도 먹어 봐요! 이거 옆 집 아줌니가 이번에 담근 숙주나물인데 디게 맛있어요.”
“우욱..”

민기의 입을 틀어막듯 아리가 젓가락으로 엄청난 양의 산나물을 강제로 들이밀었고 아리의 곤란함이 가득 담긴 표정에 결국 민기는 입 안 가득 담긴 밥과 반찬을 씹으며 더 이상의 질문을 접게 된다. 부자연스러운 걸음에 혹시나 다른 놈한테 무슨 일이라도 당한 건 아닌가 하는 충격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된 민기였지만 아리가 그런 걸 숨길 여자도, 이렇게 평범하게 행동할 정도로 거짓말에 익숙한 여자도 아니었기에 그냥 묻어두기로 한다.

밥을 먹으며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고, 아리에게 곤란하지만 말하기 싫은 비밀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나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을 정리한 민기는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담배를 피우기 위에 베란다로 이동했고, 아리는 밥상을 다 치우고 민기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담배를 끄고 안방으로 향하던 민기는 무심코 아리의 방으로 향한다.

‘덜컹.’

“아리야 오늘도 여기서 잘...”
“꺅!!!”

잠자리에 들 생각인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속옷차림의 아리는 크게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고 그 모습에 주춤거리게 된 민기였다.

“뭐냐?”
“네..네?? 뭐가요?”
“너 뭐 잘 못 먹었어?”
“오..옷 갈아입으니까 그렇죠.”
“....너 더위 먹었냐? 아니지.. 아직 여름도 아닌데.”
“나가요. 옷 갈아입잖아요.”
“......”
“왜..왜요?”
“아니다. 잘 자라고.”
“ㄴ..네.. 안녕히 주무세요.”

여전히 쪼그려 앉아 있는 아리를 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접지 못한 채 민기도 마지못해 안방으로 향한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인데...
팬티..
아리의 방문을 예고 없이 열었을 때 분명 아리는 반바지와도 같은 자신의 사각 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 민기였다.

‘도대체...뭐지...“

분명 뭔가가 있다는 생각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민기의 귓가에 조용히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숨을 죽이고 조용히 문 앞에 바짝 귀를 기댄 민기는 아리의 열린 방문과 곧 이어진 문소리로 욕실로 아리가 향햐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 걸 확인시켜 주듯 욕실에서 들려온 시원한 물줄기 소리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온 민기가 욕실로 발걸음을 옮겨 문고리를 비틀어 열어보지만 역시나 잠겨 있었다.

“오..오빠?”
“나 급해.. 문 좀 열어 봐.”
“저 금방 씻어요...”
“급하다니까! 오줌보 터지겠다! 팬티에 지리면 니가 고생이지 내가 고생이냐! 뭐해 빨리 문 안 열고!!!!”
“아..알았어요.”

열린 욕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간 민기는 정말 급한 사람처럼 변기 뚜껑을 열고 조준을 시작한다. 그러나 거짓 오줌이 쉽게 나올 리가 없는 상태로 조준만 한 상태로 흘깃거리며 구석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등을 돌리고 있는 아리의 등을 훔쳐보게 된다.

“빨..리 나가요.”
“막혔다..”
“네?”
“네가 그러고 있으니까.. 막혔다고.”
“....”
“잠깐만 나갔다 와라.”
“저번에 나가라고 소리 질러도 막 들어와서 잘..만 쌌으면서..”
“그러게.... 너무 급해서 그런가보지.. 잠깐만 나가봐.”
“....추워서 싫어요.”
“안 볼 테니까. 잠깐만.”
“씨!!...”

항상 보는 아리의 알몸인데 왠지 그렇게 얘기해야 아리가 움직일 것만 같다는 생각에 민기는 ‘안 본다’는 얘기로 안심을 먼저 시켰고 민기의 예상대로 그 말에 그나마 안도를 하는 아리인지 조심스럽게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지만.. 끝까지 자신의 사타구니를 수건으로 가리는 치밀함으로 음부를 가린 채 민기에게 등을 보이며 옆 걸음으로 자리를 비켜준다.

‘휙~~~~’

“어!....이..거...”
“악!!!!!!”








“우욱.. 욱!!”
“헉헉!~~ 아~~~~”

달아오른 체온은 남자의 등에 맺힌 땀방울들이 수증기가 되어 증발 해 버릴 정도였다.
고급스러운 침대인데도 그 격렬함에 스프링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그런 격정적인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추자 김팀장도 깊은 탄성을 지르며 겨우 숨을 고르게 된다.
몇 초간의 음미하는 시간을 더 갖은 남자가 굵은 자지를 빼내자 허연 정액들이 응어리져 김팀장의 엉덩이 골을 타고 흘러내렸고 둘의 행위가 얼마나 격렬했는지는 보여주는 많은 주름과 함께 흐트러진 침대보를 적시기 시작했다.

“..후....후~~”
“...”

남자가 침대 등받이를 향해 올라가 등을 기대며 심호흡을 하며 말을 한다.

“갑자기 연락해서 놀랐습니다.”
“후~...너무 좋았어요.”
“......”
“왜요?”
“좋으셨습니까?”
“네.. 요즘 늙은이들만 상대하다보니 많이 싸였었나 봐요.”
“....”
“왜 그런 아쉬운 표정을 짓죠?”
“아쉬운 표정 아닙니다.”
“우리 사이에 뭔가 다른 오해가 있나요?”
“아닙니다.. 그것보다 갑자기 연락하신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숨 좀 돌리죠...”
“섹스만 하자고 부르실 리가 없는데..”
“이상한가요? 저도 좋아해요...하긴 다른 목적도 있긴 하지만... 잠시 담배 한 대 피우고 얘기해요.”

부끄러움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듯 김팀장은 침대에 누워있던 알몸 그대로로 일어나 맨들거리는 살갗을 호텔 창문으로 비춰지는 달빛에 드러내며 테이블 위에 앉아 담배를 하나 꺼내 길쭉한 파이프에 끼워 불을 붙인다.

격렬했던 시간을 보여주듯 아직도 숨을 고르며 침대 위를 땀으로 적시고 있는 남자와는 달리 김팀장의 몸에서 흐르는 애액은 보짓물과 함께 허벅지 안쪽에 물줄기를 그리며 흐르는 남자의 정액뿐이란 걸 남자도 알고 있었기에 숨을 고르며 다시 한 번 김팀장에게 묻는다.

“정말 좋았습니까?”
“...네. 허벅지에 흐르는 이게 사장님의 정액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 걸 묻죠? 혹시 사장님도 자격지심 같은 거 갖고 계세요?”
“자격지심이라...”
“....”
“아닙니다.”
“혹시 철민파라는 깡패를 아세요?”
“...철민파요? 왜 갑자기 그런 걸?”
“아니에요. 그냥 밤일 쪽.. 업소를 여러 개 가지고 계신 사장님이라면 알만할 이름 같아서 물어보는 거예요.”
“모를 수가 없죠. 지금은 다 분파로 쪼개졌지만 한 때 서울 중심이었는데...”
“그래요?”
“그런데 왜 갑자기... 이쪽하고는 연분 쌓는 게 싫다고 하신 게 김팀장님 아니십니까. 그냥 엔조이로 즐기자고 만 하시고선..”
“사정이 생겨서요. 건방지고 괘씸한 남자를 좀 혼내주고 싶어서 그래요. 듣기론 예전에 그 철민파란 곳에서 심부름이나 하던 사람이라고 해서요.”
“괘씸한 이라.. 적을 만들지 말자라는 주의 아니셨습니까?”
“....후~~~”
“이미 철민파는 공중분해 된거나 다름 없으니 크게 걱정할 위인은 아닐겁니다. 만약 다른 조직 사람이라면 굳이 철민파란 간판을 내세웠을 리도 없을 테니까요.”

남자의 말을 조용히 들으며 요염하게 다리를 꼬은 김팀장이 길게 담배연기를 내 뿜는다.
보통의 깡마른 여성이라면 남자에게 인상부터 찡그리게 하는 반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여 질 테지만 작은 가슴에도 보기 좋은 모양과 갈비뼈가 전부 드러날 정도의 마른 허리에도 적당하게 붙은 엉덩이의 살집과 운동으로 다져진 허벅지는 김팀장의 몸매를 본 남자들이 군침을 삼켰으면 삼켰지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오히려 170이란 키와 마른 몸매가 모델 같은 묘한 매력을 풍겼으며 일반적인 여성들과 다른 오르가즘의 반응이 섹스가 끝난 후에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묘한 마력으로 김팀장을 안은 대다수의 남자들에게 남아 더 계속해서 김팀장을 찾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혹시 요즘도 인신매매 같은 게 있나요?”
“...네? 설마요.”
“그럼.. 신입이라고 하나? 새로 들어온 여자를 교육시킬 때.. 말 안 듣거나 그럴 경우도 있잖아요.”
“그야 뭐.. 갑자기 그 건 왜요?”
“궁금해서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돈 벌러 오는 어린애들 중에서 가끔 그런 경우도 있긴 하죠. 찾아오는 년들이 거의가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반이라서 비싼 처녀를 찾기 힘든 나이긴 하지만 지들 또래의 남자들한테 처녀성을 잃은 거랑 업무적인 돈이 오가는 섹스랑은 질적으로 다르니까요.”
“음~...그럼 마음을 돌리고 가는 여자들도 많겠네요.”
“많지는 않습니다. C등급 이하야 귀찮아서 그냥 돌려보내지만 B급 이상에 삼삼한 애들이라면 초봉이 2~300이란 얘길 먼저 깔아놓고 시작하면 망설이는 것도 잠시 뿐이죠. 모든지 처음이 어렵지 술만 따르면 된다고 하고 천천히 다른 애들과 비교시키면 결국 2차는 다 따라 나가죠. 그래서 옛날처럼 인심매매 같은 납치는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널린 게 돈 궁한 반반하고 어린 여자들이고.. 가장 흔한 케이스가 대학 등록금 때문에 찾아오는 여자들입니다. 우리나라 등록금이 장난 아니잖아요!? 나라에서 교육정책을 아주 잘 하고 있는 거죠.”
“잘 하다뇨?”
“국가에서 알아서 미리 사회의 쓴 맛부터 보여주잖습니까. 공부하고 싶으면 돈부터 벌어 와라. 돈이 최고다! 정말 공부하고 싶은데 돈이 없냐? 좋다. 그럼 국가에서 빚쟁이로 만들어주면서까지 돈 빌려 줄테니까. 나중은 필요 없고 우선 공부해라. 안 갚으면 밑바닥인생인 신용불량자부터 시작해라. 저희 입장에선 얼마나 좋습니까. 등록금이 한두 푼도 아니고 반 년에 500가까이 되는 돈을 무슨 재간으로 벌 수 있겠냐고요. 다~~ 우리 같은 놈들한테 어리고 파릇파릇한 년들 제공해주기 위해서 잘 꾸려가고 있다는 말이죠. 흐흐~.”

남자의 말에 김팀장이 잠시 침묵을 이어갔다.
그런 김팀장의 표정변화에도 남자는 하던 얘길 끊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런 애들이 넘쳐나고 하다못해 동남아나 중국에서 넘어오는 년들도 많은데 뭐 하러 까딱 잘못하면 다 엮여 들어갈 일을 벌이겠습니까.”
“그럼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네요. 누군가 부탁을 해도...”
“저희가 물장사를 하긴 하지만 깡패도 아니고....”
“....그렇죠?”

담배 연기를 다시 길게 뿜은 김팀장의 얼굴엔 아쉽다는 표정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분명 의도 된 표정으로 길게 얼굴에 그리는 시간만큼 남자도 그런 김팀장의 얼굴을 확인하게 된다.

“솔직히 얘길 해주신다면 한 명 정도는 손 봐 드릴수도 있긴 하지만...”
“그래요? 불법이라면서요?”
“사실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김팀장님한테 듣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아는 학생이에요. 대학생. 얼굴도 확인하시면 만족할 만한 미인이고요.”
“그런 게 궁금한 게 아닙니다.”
“.....그럼요?”
“제가 이 바닥에서 뼈를 묻은 게 벌써 20년이 넘습니다. 호스트 출신으로 여자도 남들 수십 배는 많이 담가봤고요.”
“...”
“혹시 불..감증 이십니까?”
“...........”
“다른 사람하고는 모르겠지만 섹스를 하면 저와 거의 같은 타이밍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정확히는 느낀다는 연극을 하는 김팀장님을 보면서 극도로 사정을 참지 못하고 싸지르긴 하지만.. 그런 행동이 오히려 저 같은 배태랑한테는 괜히 존심만 더 상하거든요.”
“그래요? 그런데 그게 중요한가요?”
“예?”
“어차피 남자는 사정할 때 오는 쾌감 앞에서는 아무것도 생각 못하는 거 같던데.. 솔직히 박고 움직이다가 싸면 끝이잖아요. 원래 남자란게 그런 동물 아닌가요?”
“....”
“연예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즐기기만 할 생각으로 부담 없이 만나는 관계라면 오히려 자신감을 잔뜩 채우는 시간이 흥분을 더 오래 곱씹는 쾌감으로 느낄 수 있는 거 같던데.. 아닌가?”
“그럼.. 김팀장님은 전혀 느끼지도 못하면서 단지 남자를 이용하기 위해 연극을 한다는 겁니까?”
“제가 느끼고 안 느끼고 가 중요한가요?”
“....”
“유치하게 저랑 연예나 할 분도 아니잖아요? 사장님도 가정이 있고, 아이들도 있는데. 차라리 깔끔한 관계로 끝내고 다시 만나길 반복하는 게,, 그리고 능력이 어떻게 되든 간에 여자가 자신으로 인해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면 가정이든 사회에서든 자신감에 더 충실하지 않겠어요?”
“....무섭군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건 제가 아닌 거 같은데요.”
“...”
“한 가지만 더요. 처음부터 아예 못 느꼈습니까? 제 애무나 펌프질에도 아무것도 못 느끼셨다는 말입니까? 혹시 저라는 놈이 뭔가 잘 못한다거나.. 다른 사람들한테도 똑같은 겁니까? 섹스란 것에 혹시 악몽이라도...??”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네요. 여자한테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하는 것만큼 매력 포인트를 줄이라는 말도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분이... 다만 사장님은 다른 사람들보다 오히려 친절하고 괜찮았어요.”
“....”
“솔직히 털어놨으니..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고 받아드려도 되죠?”
“누굽니까? 그 손 좀 봐줄 대학생이.”
“지금 말고요. 최후에.... 끝까지 도도한 척 굴면서 지 잘났다고 뻐기면.. 정말 혼내 줄 타이밍일 때.. 그때 부탁드릴게요.”
“.....”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남자는 김팀장이 혼내 준다는 여학생이 정작 김팀장을 화나게 하는 인물이 아닐 거라는 추측을 하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 김팀장을 계속 쳐다보게 된다.
말 그대로 수많은 여자와 몸을 섞어 봤기에 친해져야 하지만 결코 가까이 두거나 마음을 주면 안 될 여자란 걸 재차 확인하며 정이란 단어조차 보이지 않는 초점 없는 김팀장의 시선에 소름이 돋는 등판을 느끼며 침을 삼키는 남자였다.


일상의 업무는 민기에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업무라 해봐야 사장의 스케줄대로 운전과 경호를 맞물려 하는 일이었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고, 사장도 민기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민기의 능력 범위 안에서만 거의 모든 일을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다만 첫 미팅이나 면접과도 같은 주요 인사와의 만남 장소엔 민기를 항시 개인 업무 비서와 같이 대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사장이었고 오늘도 그럴 예정이었다.
민기의 얼굴에 뺨을 관통해 사선으로 그어진 세 개의 상처가 없었다면 말이다.

“쯧쯧.. 얼굴이 그게 뭔가?”
“..죄송합니다.”
“아니.. 한두 살 먹은 아이도 아니고.. 손톱자국 맞나?.. 쯧쯧..”
“...”
“오비서! 오늘은 자네만 따라오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민기를 홀로 남겨둔 채 나가버린 사장은 민기의 마중에도 끝까지 혀를 차며 차에 오른다.

그런 사장의 핀잔에도 민기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전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아리의 모습에 오히려 히쭉거리며 실성한 사람처럼 연신 웃고 있다. 민기란 남자가 결코 편중된 성정 취향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리의 태초의 색다른 모습에 묘한 끌림을 느낀 걸 스스로도 쉽게 부정할 순 없어서였다.

그런 모습도 그랬지만 비록 미희의 도움(?) 때문이라지만 그런 창피한 일까지 했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정말로 부끄러워하며 창피해하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개져서 숨기는 순진한 아리의 행동에 자꾸 웃음이 흘러나오는 민기였던 것이다.

화장실에서 주저앉은 아리는 훤히 드러나는 사타구니의 분홍빛 꽃입이 아닌 얼굴을 가리는 모습에 황당함과 놀라움에 침을 삼키며 심하게 놀려대다가 결국 얼굴에 스크래치까지 나게 된 민기였지만 말이다.

아리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막 꺼냈을 때 벨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여보세요. 오빠....]
“응.”
[....괜찮아요?]
“그럼? 괜찮지.”
[회사에서..... 혹시 상처 때문에 곤란하진 않았어요...?]
“말도 마라.. 참나.. 훈장이라고 놀리는 사람도 있고 사고 친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러니까 반창고라도 붙이고 가라고 했잖아요!]
“야! 이렇게 길게 내놓고는 그런 말이 나오냐!?”
[누..누가 자꾸 놀리래.. 그리고 아프다는데 왜 얼굴을.... 솔직히 일부러 할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오빠가 달려들다가 그런 거잖아요!]
“참나.. 누가 들으면 내가 강제로 그런 줄 알겠....”
[...?]
“아리야. 나중에 전화할게.”

웃으며 통화하던 민기의 얼굴에 미소를 사라지게 만드는 장본인이 회전 문으로 나온다. 피하고 싶은 상대였지만 이미 회전 문 안에서부터 민기를 확인하곤 일직선으로 걸어오며 통화를 끊는 민기에게 능청스럽게 말을 건다.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
“아닙니다. 전 바빠서..”
“방금 출발 한 차가 사장님 차 아닌가요?”
“.....”
“대놓고 절 피하시는 거 같아서 살짝 기분이 나빠질라고 하네요.”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더 이상 잔심부름 같은 건 사양하겠습니다.”
“어머~ 누가 들으면 우리 바쁘신 김비서님을 제가 심부름이나 시키는 줄 알고 오해하겠어요.”
“....”

이 여자가 왜 자신에게 관심을 쏟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민기였다.
처음 추심 건은 정말로 귀찮은 사람을 쫓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우연히 알게 된 자신의 과거를 이용하기 위한 접근이었을지 모르지만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의 호출은 단지 운전이나 시키는 정말로 쓸데없는 호출임이 확실했기에 그런 상황 자체가 불쾌하게 느끼게 된 민기이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김팀장의 인맥이라면 굳이 자신과 같이 현역을 은퇴해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보다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그쪽의 다른 사람들이 위험 리스크가 훨씬 덜 할 거라는 게 당연한 생각이었기에 이런 집착과도 같은 접근이 좋았던 민기의 기분을 금세 짜증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사람 가지고 장난치시다가 큰 코 다칠 수 있으십니다.”
“이럴 땐 정말 딴 판인데.. 회사에선 어떻게 그렇게 얌전한 척, 모범사원처럼 굴어요?”
“...용건 없으시면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리라고 했죠?”
“...?”
“윤아리.. 얼굴도 반반하고.. 이제 겨우 스물을 갓 넘은 아이치고는 섹기도 다분 할 거라고 흥미를 갖던데.. 아! 윤아리가 아니라.... 권아리라고 해야 되나요?”

‘획~~탁!!!!!!~ 쿵!!!’

김팀장의 새하얀 색 재킷이 심하게 주름지며 민기의 손에 멱살을 잡힌다.
김팀장은 정문 바로 옆 기둥에 등을 소리 내며 부딪히며 기대게 되었지만 민기의 너무도 빠른 행동에 느껴진 충격에도 1~2초 동안 놀란 표정도 숨기지 못하고 멍하니 민기를 쳐다보며 겨우 상황 파악을 하게 된다.

“장난치지 말라고.”
“...무..뭐하는 거예요!”
“놀아주는 것도 한 두 번이고 참는대도 한계란 게 있다고!”
“이..이렇게 사람 많은 곳..곳에서.. 그것도 일하는 직장 바로 앞에서 본색을 드러내면.. 곤..란 해지는 건 당신 아닌가?”
“뭐가? 전적이 화려했다는 거? 성격이 지랄 같다는 거? 내가 그딴 시선들을 일일이 신경 쓸 거 같아!? 크게 오해하고 있나 본데.. 너 같은 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없는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나...”
“사촌이라면서!”
“뭐?”
“지금 살고 있는 윤아리! 피가 섞인 사촌이 맞나보네!? 사촌하고 한 집에서 살면서 몸을 섞어? 아무리 부모들이 없는 환경이라고.. 아리란 학생 학교에 소문이라도 나면?? 더러운 년.....꺅!!!!”

‘쿵!!!’

둔탁하지만 강렬한 충격음에 김팀장이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게 된다.
민기에 의해 멱살을 잡힌 채 기둥에 까치발로 서게 된 김팀장의 얼굴 바로 옆 기둥에 민기의 오른손 주먹이 큰 충격음과 함께 피를 흘리며 꽂혀 있었다. 그 피가 김팀장의 하얀 재킷에 선명한 빨간 색 피의 물방울들의 자국을 무늬로 그리기 시작했음을 실눈을 뜬 후에야 김팀장도 발견하게 된다.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아리랑.. 날 또 귀찮게 하면.. 기둥이 아니라 네 얼굴을 뭉개버릴 줄 알아라.”

천천히 손을 걷은 민기는 잡은 멱살을 풀어주며 소름 돋는 오싹한 협박을 한다.
일반인 여자에게 주먹질과 위협이란 걸 해본 적 없는 민기였지만 김팀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아리의 이름에 정말로 주먹을 날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각오를 보여주듯 늦은 오후에 그것도 회사 정문 바로 앞에서 언제 동료들이 나올지 모를 시간에 회사 내에서 유명한 상급자인 여자에게 위협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은 것이다.

“.....”
“마지막 경고니까! 잘 새겨두시라고요. 김팀장님!!”
“...누..누가 이런 협박에 겁 먹을 줄 알아!? 또 한 번만 내 몸에 손대면 똑같이 갚아 줄 테니까 각오 해!”
“...네네~~”

김팀장의 허세에 민기는 완전한 무시란 행동으로 등을 돌리곤 꽉 쥔 주먹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회사로 들어간다.
그런 민기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자신의 떨리는 손 중 엄지손톱을 이빨로 뜯어 물으며 중얼거리는 김팀장의 모습을 민기는 미처 발견하질 못했다.

“감..히...나 한테.....”



“야! 협박 같은 걸 안하는 여자 맞아!?”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김소이란 년 말이야!”
[....김소이요?]
“그래! 김소이! 회사에 있는 김팀장!”
[아!... 네. 확실합니다. 사람들 평가도 좋고.. 표면상으로도 뒷거래는 정말 싫어하는 여자라고 소문도 자자하고, 무엇보다 그런 비합리적이고 생산성 없는 일을 경멸하고 싫어한다는 계산적인 타입이라고... 그래서 더 그런 쪽으로는 정보를 사용 안한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 쌍년이 왜 저래!”
[.....]

민기의 오랜만에 듣는 욕설에 동민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하려던 농담을 거둔다.

“확실히 조사한 거 맞아!?”
[당연하지 말입니다. 입사 하고나서.. 김소이 측근 모르게 여러 사람들한테 돈까지 먹이면서 알아낸 고급 정보로 확실합니다.]
“그 전에는?”
[네??]
“그 전 말이야! 입사하기 전에는!?”
[그야 뭐.. 일반 여고를 나와서.. 여대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자립해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다 입사하고... 아!.. 학생때.. 남자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 여고에 여대를 다녔으니까...]
“다시 알아 봐!”
[뭘.. 말입니까?]
“왜 남자친구가 하나도 없었는지! 혹시 학교 다니면서 특별히 강간을 당했거나 업소에서 일을 했거나!”
[.... 설마 미희 학상 같은 케이스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깡패란 걸 알고 난 후부터 저년이 왜 더 지랄이냐고!”
[그거야..]
“농담하면 진짜 모가지 따버린다!”
[제가 병신도 아니고 농담을 지금 하겠습니까...]
“오늘 퇴근 시간까지 다 알아내서 회사 앞으로 튀어 와라!”
[퇴근 시간..까지 말입니까?]
“왜!? 문제 있냐!?”
[아..아닙니다!....알겠습니다 형님.]

분을 삭이지 못하고 민기가 전화를 집어 던지려다 다시 주먹으로 엘리베이터 안의 철판을 소리 나게 내려쳤다.
방금 동민에게 한 말처럼 자신의 추리대로라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 민기였다. 업소와 어쩔 수 없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비열한 깡패들의 무리들 중 하나로 자신을 봤다면..

지금 김팀장이 하는 행위는 업소 마담의 그것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남들보다 뛰어난 얼굴과 몸을 팔며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그랬고, 적을 최대한 만들지 않기 위한 터줏대감격인 마담들의 숙련 된 노하우와 매우 흡사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민기였다. 만약 김팀장이 그런 전적이나 과거가 있었다면..
거기다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어떤 상황이든 간에 조직과 연류 되어 피를 봤고 크나큰 실패와 좌절을 맛 봤다면 김팀장에겐 과거를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한 민기란 존재 자체가 증오의 대상이나 경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민기였고 그래서 화를 누르려 애를 써보지만,, 역시나 아리를 볼모로 잡듯 얘기하는 김팀장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부류일 뿐이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형님.”
“왔냐.”
“네. 1시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ㄴ..네??”
“이런 뒷조사나 시키고.. 화까지 내고.. 떠난 지 벌서 일 년이나 지났는데도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형님.. 그런 말씀하시면 섭섭합니다. 우리 가족들이 누구 덕분에 전부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큰 형님이 띠어주신 돈도 모자라서 개인 통장까지 탈탈 털고,, 달랑 그 빌라 하나 남겨두고 전부 저희에게 물려주신 걸 누가 모릅니까.. 솔직히 형님이 일자리 좀 알아봐 달라고 하셨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뭐가 찢어져 새끼야!. 오버는.....그리고 누가 너한테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했냐!?”
“그게 그거지 말입니다. 큰 형님이 주선해주신 자리지만.. 그래도 이런 계집애들이나 다니는 회사에 형님이 들어 가신다는데... 어떻게 제 가슴이 온전하겠습니까.”
“미친놈... 낯간지러우니까 그 얘긴 그만하고.. 알아 는 봤냐?”
“네. 가시면서 얘기하시죠.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뭐 하냐~ 가자.”

민기와 동민을 태운 차가 아리가 있는 집으로 출발하는 동시에 동민이 김팀장의 과거에 대해서 얘길 하기 시작한다.



“만날 늦어요.”
“그래요? 아리씨가 많이 힘들겠어요. 학교 다니면서 민기씨 뒷바라지까지.. 내조를 잘하나 봐. 민기씨가 똑 부러지 게 일 잘하는 거 보면..”
“내조는요.. 그런데 오빠가 일 잘해요?”
“그럼요. 사장님이 민기씨 없으면 일이 안된다고 아주 난리세요.”
“헤헤헤..”

자신을 칭찬하는 말같이 아리가 헤헤거리며 웃는다.
세련된 복장과 미모의 제 일 비서라는 여자의 칭찬에 아직 학생인 아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끓일 수 있는 질 고심하듯 정성스럽게 인스턴트커피의 물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 맞추려 애를 쓴다.

“커플 잔인가 봐요?”
“네?..예. 헤헤..”
“아리씨는 많이 밝은 사람이네요.”
“그래요? 밝게 보이려고 많이 노력은 해요.”
“그런데.... 다리를 다쳤나.. 좀 불편해 보이네..”
“아! 너..넘어 졌어요. 그냥 좀..”
“하하.. 음~ 향도 좋고 맛있네요.”
“다행이다. 인스턴트커피밖에 없어서 걱정했는데.. 입맛에 안 맞죠?”
“안 맞긴요. 꼭 전문점에서 끓인 커피 같은데.”
“헤헤...”
“민기씨랑은 결혼 한 사이?”
“아뇨. 아직이요... 졸업하면 하려고요.”
“음~.. 불안하지 않아요? 민기씨 정도면 여자들이 줄을 설텐데.”
“아뇨. 오빠가 그럴 사람도 아니고...”
“하긴.. 아리씨도 엄청나게 예쁘니까.”
“예쁘긴요..”(부정하면서도 미모의 차도녀 같은 여자의 칭찬에 웃음을 숨기질 못하는 아리였다.)

‘띠리리리링~~~띠리리리리리링~~’

“앗!. 오빤가 봐요. 이제 퇴근하...어라.”
“난 상관하지 말고 받아요.”
“그럼 실례할게요.”

“너 어디야!? 무슨.. 됐으니까 빨리 들어나 오세요! 얘!! 왁싱이 문제니!!.... 앗!.. 죄.송해요....너 들어오면 혼날 줄 알아.. 그래 손님 왔다. 뭐?! 언제 들어 올 건데!!!! 얘!!! 미희야!!”

끊어진 핸드폰을 들고 아리가 근심어린 표정을 잠깐 짓는다.

“누구? 설마 그 나이에 아이가 있을 리는 없을 테고...”
“예?? 아니에요! 친구요. 요즘 저희 집에서 신세지는 친구가 있는데.. 이 지지배가 속을 하두 썩여서...”
“그런데 왁싱이라면?”
“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같은 여자끼리 뭘 숨기고 그래요. 저도 이제 할 때가 됐는데 좋은데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말하려고 그랬어요.”
“강비서님도 이런 걸 하세요?”
“그럼요. 당연한 걸.. 속옷 밖으로 삐져나오면 정말 꼴불견이잖아요. 남자들이 그런 걸 얼마나 신경 쓰는데..”
“......”
“아~.. 아직 학생이라서 이런 말은 좀 그런가? 호호호호호. 그럼 이번이 처음 한 거구나.. 그래서 그렇게 걸었고..”
“..이걸 매년 해요? 안...아파요?”
“난 숱이 많거든요. 매년은.. 여름엔 이주에 한 번씩은 하는데.”
“헉!.. 진짜요?”
“나중엔 맞닿는 살들이 따가 와서 정기적으로 하게 되요. 레이저로 영구제모도 해봤는데.. 아래는 또 나더라고.”
“.........”
“그런데 민기씨가 늦네요.”
“요즘 매일 늦더라고요.”
“하긴.. 업무도 업무지만...”
“...네?”
“아니에요.”
“왜요?”
“보니까 김팀장이란 분하고 여러 가지 일로 많이 바쁘신 거 같더라고요.”
“여러 가지 일이면...”
“에고.. 내가 또 쓸데없이.. 제가 좀 오지랖이 넓어요.”
“오지랖이면 저도 어디 가서 안 빠지거든요!.. 그것보다... 혹시... 두 분 사이가 많이 가까워요? 오빤 비서실에서 근무한다고 들었는데... 오비서님하고 같은 부서시니까.....”
“많이 알죠. 민기씨 일도 그렇고, 영업부 김팀장 일도 그렇고.. 그런데 김팀장이란 사람에 대해서 민기씨 한테 뭔가를 듣긴 했나 봐요?”
“듣긴요. 그냥 별건 아니고..”
“집에 들어와서도 김팀장 얘기를 했나 보네..”
“사이가 좋아요?”
“네. 사실 사내 커플 아니냐고 수근 거릴 정도에요. 뭐 이런 아리씨를 못 봤으니 하는 말들이겠지만.”
“.......”

아리의 표정이 숨길 수 없게 굳어졌다.
그런 자신의 표정에 마주하고 있는 여자가 묘한 웃음을 숨겨 짓는 것도 모른 채 금세 얼굴을 고치며 아리가 자신 있다는 듯 말을 이어간다.

“울 오빠가 사교성이 옛날보다 많이 늘었어요. 옛날에는 독불장군처럼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도 못했는데.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 정말 오빠 성격 고치는데 제가 크게 일조했거든요! 만날 남이 뭐라고 해도 흥~ 그러다가 싸움이라도 나면 발끈해가지...”
“...”
“....그냥.. 많이 변했다고요.”
“괜찮아요. 말씀드렸듯 같은 과에서 근무하다보니 대충은 알고 있어요. 예전에 못된 일도 좀 했다는 정도는요.”
“아~..휴~.. 저 또 말실수 한 줄 알고 조마조마 했어요.”
“말실수라뇨?”
“제가 원래 안 그러는데.. 요즘 친구 하나 때문에 정신이 왔다 갔다 하걸랑요. 뭐.. 저도 옛날하고 다르게 많이 변하긴 했지만..”
“민기씨가.... 옛날엔 어땠는데요? 사장님한테 듣기론 살벌할 정도로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힘겹게 살아왔다고 하던데..”
“....그냥요. 그냥 잠시 나쁜 길에 빠졌었지만.. 지금은 착한 사람이에요.”
“착한.. 사람?”
“그럼요!. 울 오빠가 불의를 보면 또 못 참는 성격이잖아요. 얼마나 착한데.”
“....자기 주관적인 얘기 아닌가?”(중얼거리듯 작게 얘기한다.)
“네?”
“..아니에요. 커피가 정말 맛있다고요.”
“그런데 제 일 비서라고 하시면 오빠보다 더 높...”

말을 하던 아리가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으며 잠시 비틀거린다.

“어머.. 괜찮아요?”
“..네. 갑자기 좀 어지..럽내요.”
“빈혈이라도 있나? 왜 갑자기 그러지?”
“그런 건 없는데.... 배고파서 그런가...”
“배가 고파서? 설마..”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거든요. 오빠랑 저녁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

아리가 몸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로 천천히 바닥으로 주저앉기 시작한다.
어렵게 몸을 지탱하며 짚고 있는 팔의 기운도 다했는지 말을 하던 아리는 곧 얼굴을 바닥에 살짝 찢듯 대고는 완전히 엎드린 자세로 눕게 된다.

“아리씨! 괜찮아요?”
“ㄴ..네... 그냥 갑자기.. 졸립기.......”

아리는 이내 민기 옆에서 잠을 자듯 새근거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못 이기곤 완전히 뻗어 버렸다.
짧은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던 아리에게 서류만 전해주고 갈 거라던 여자는 아리를 한 번 더 흔들어 깨워 보지만 아리는 미동조차 없이 곤히 잠이 들어버렸다.

잠시 동안 그런 아리를 내려다보던 여자가 눈빛을 달리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약 기운이 늦게 퍼지네. 아니면 아직 어려서 그런가..”


아리를 내려다보며 묘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 여자의 눈빛엔 분명 경멸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럼 김소이라는 여자가 자기 동생하고 사랑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네.”
“친 동생이랑?? 정말로 피가 섞인 동생이란 말이야?”
“겨우 알아낸 조사 결과로는 그렇습니다.”
“그게 말이 되냐?”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같은 사람이 또 있어서 저도 놀랐습니다.”
“이 새끼가! 나랑 아리는 피 한 방울 안 섞였다는 거 몰라!?”
“누가 모른다고 했습니까? 그냥 호적상.. 그리고 솔직히 어린 아리 학상 한테 할 짓 못 할 짓은 다 하잖슴까! 아닙니까!? ”
“.....넌 진짜 좀 맞자! 도저히 안 되겠다.”
“아리야!! 아리 학상!!”

‘다다다다~’

빌라의 계단을 올라가던 민기가 동민을 노려보자 후다닥 먼저 뛰어 올라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동민이다.
자신이 한 말에 ‘아차’ 싶었는지 재빠르게 먼저 올라간 동민은 급한 마음에 벨이 아닌 문을 두드렸고 두드리며 돌린 문고리가 너무도 쉽게 열리자 어리둥절하면서도 우선 민기를 피하기 위해 후다닥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이 새끼가! 야! 문 안 열어!”
“또 때릴 거면서!”
“이 새끼가! 그래 아주 막 먹자!! 맞먹어!!”
“누가 맞먹자고 했......”
“야!! 빨리 문 안 열어!”

‘철컹...’

“이 씹새...넌 오늘 죽......”

의외로 쉽게 열린 문을 의심조차 못한 채 손바닥을 펴 동민의 뒤통수를 치려던 민기는 타겟인 동민의 얼굴과 놀란 표정에 행동을 멈추게 된다.
얼이 빠진 남자처럼 민기를 한 번 보곤 다시 거실을 향한 동민의 시선을 쫓아 민기도 거실을 향해 시선을 옮기는데..

아리가 거실 벽에 기댄 채 누워있었다.

정확히는.. 다리를 크게 벌린 채 아리는 알몸으로 거실 벽에 어깨를 기대고 고개를 숙인 채 누워있었던 것이다.

“아리야!!”
“아리 학상!”

두 남자가 동시에 아리를 외치며 구두도 벗지 않고 거실로 뛰어 들어간다.
이성을 잃고는 먼저 아리에게 달려간 아리의 어깨를 부축하며 안으려 하는 민기와는 달리 동민은 먼저 아리의 목의 경동맥을 찾아 호흡의 유무를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부터 쉬게 된다.

“잠든 거 같은데요.”
“뭐!?”
“맥도 정상이고.. 호흡도 정상인데 말입니다.”
“....눈 안 깔아!”
“예??”
“눈 깔라고 자식아!”
“...”

민기의 말에 동민의 시선이 탐스럽고 봉긋한 아리의 유방에서 아래로 이동했고 곧 아리의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인 보지 둔턱을 향하게 된다.

“헉... 백..보.... 욱!!!!”

“이 새끼가!!”

‘퍽퍽!!퍽퍽!!!!!! 퍽!!!!퍽!!!’

“악!! 그..그것보다 글..글씨!!..우욱!! 악!!! 글씨 형님!!”
“뭔 소리야!”
“아리 백보지 위...악악!!!!”
“이 새끼가!”
“제가 뭘요!.. 악!! 말로.. 말로 하자고요. 눈 깔라면서요!!.. 악!!!!!”

엉뚱한데 화풀이를 하는 민기의 짓밟음은 처참하고 무식했다.
민기는 너무 화가 나있었고, 동민은 아리의 눈부신 나신에 정신이 팔렸기에 아리의 아랫배에 연붉은 립스틱으로 써 있는 글씨를 뒤 늦게 발견하게 된다.

-짐승보다도 못한 년. 더러운 보지.-



“으음... 오빠?”
“...”
“헉!... 뭐야! 이 변태!!!!!”

침대에서 일어난 아리는 자신이 나체란 것을 알아채곤 침대 옆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민기를 흘겨보며 소리를 지른다.

“그새를 못 참고!!”
“일어났냐?”
“그럼! 일어났으니까 말을 하죠!”
“누구랑 있었어?”
“....네?”
“커피 잔이 두 개 인건 다른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었다는 거잖아.. 미희였냐? 미희가 장난질 친 거야?”
“장난..질이라뇨?”
“어제 동민이랑 같이 들어왔는데.. 너 홀딱 벗고 거실에 누워 있더라.”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말 그대로라고! 홀딱!.. 알몸으로 백보지까지 드러내고 거실에서 누워있었다고!”
“빼..백 보.. 뭐라고요?”
“.....동민이가 그러더라.. 백보라고..”
“도..동민 오빠가.. 절 봤다고요?”
“그래..”
“..................”

아리의 몸이 얼음처럼 굳어지더니 이내 눈물까지 흘린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도가 넘었어. 내가 미희랑 놀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 했잖아!”
“미희 아니었는데.....”
“그럼!??”
“오빠네 회사.. 같이 비서과에 근무하는 언니랑 얘길...아! 중요한 서류를 전해 줄게 있다고.. 식탁위에 챙겨놨었어요.”
“비서과? 서류?”
“네.. 디게 세련 된....언니요.”
“누군데? 이름이 뭐래?”
“명함도 받았어요. 강이소라고..”
“강..이소?........”

‘강...이소... 이....소....이 이런 시발년이...’

“왜.. 그렇게 무섭게 봐요..”
“아니야.. 어디.. 아픈데는 없니?”
“네??”
“몸을 좀 확인해보라고. 혹시.. 거기....에 무슨 짓이라도...”
“어디?.....헉!.”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곤 아리가 황급히 이불을 젖혀 자신의 사타구니를 확인한다.
눈물도 잠시 자신의 몸이 온전하다는 걸 깨닫고는 언제 울었냐는 듯 배시시 웃으며 안도를 하는 아리였다. 아리의 아랫배에 써져있던 글씨는 이미 민기가 다 지워버렸기에 매끈한 둔턱만이 남아 있었기에 아리는 안도를 하게 된다.

“휴~.. 아무 일도 없었나 봐요.”
“이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할 일이냐! 넌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사람을 집에 막 들여!!?”
“오빠랑 같은 회사 사람이라면서 명함까지 주니까..”
“넌 순진한 거냐? 아님 멍청한 거냐?”
“...”
“혹시 납치라도 하려고 했으면 어떻게 할려고!? 아니면 강제로 강간이라도 하려고 했으면!”
“설마!. 같은 여자끼리 무슨....”
“너 잠들어 있는 동안에 니 보지..거기에 뭐라도 막 쑤셨다고 생각해봐! 아니면 사진이라도 막 찍어서 요즘 그 뭐냐.. 그래! 인터넷에 막 유포하고 그래 보라고! 네 알몸이 여기저기 막 돌아다닌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어?”
“자꾸 무섭게 왜 그래요....”
“네가 답답해서 그러지 왜 그러긴! 만약에 그 여자가 너 잠들게 해놓고 다른 새끼라도 들여서 너 따먹으면!? 이게 웬 떡이냐고 좋다고 잠들어 있는 네 위에서 흔들면서 막 쑤시고 찌르고..”
“씨.... 왜.. 자꾸 나쁘게 말해요.. 진짜 무섭게.....”

아리가 멈췄던 눈물을 다시 흘리며 다시 한 번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제의 부끄러움도 잊은 듯 이불을 다 젖히곤 동민이 말했던 백보지를 민기 앞에서 다 드러낸 채 손으로 훑어보기도 하고 허리를 최대한 숙여 어렵게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 미친년을 그냥...”
“오빠. 그 사람 비서...... 맞아요?”
“그년이 무슨 비서야!”
“.....”

민기는 울고 있는 아리를 내버려두고 거실에 나와 핸드폰을 꺼내든다.
지금 순간 가장 겁먹었을 아리란 걸 잘 너무도 알고 있었지만 아리가 깨기 전에 아리의 몸을 이미 확인을 한 민기였기에 낙서 외에는 별다른 해코지를 안했다는 걸 확인한 후였기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기보다는 화를 내며 아리에게 겁만 주고 거실로 나오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만든 범인이 김팀장이란 걸 알게 되곤 도저히 용서가 되질 않는 민기의 살벌한 표정을 아리에게 숨기기 위해서였다. 거실에서 아리의 방으로 이동한 민기는 전화를 건다.

“야! 너 어디야!?”
[바로 앞에 있습니다. 형님.]
“가서 그년 잡아 와!”
[네? 그년이라면 누굴?]
“그년이면 그년이지 누구긴 누구야! 그년 몰라!!”
[그러니까.. 누굴 말씀하시는...지.....]
“김소이 그년 말이야!”
[네?!.. 그럼 그 년이.......네!]

전화를 끊고도 화를 억누르지 못하던 민기는 결국 핸드폰을 박살내며 벽에 던져버리게 된다.
강한 충격음에 눈물을 흘리던 아리가 몸에 이불을 두르고 나와 자신의 방 문지방에 서서 겁먹은 표정으로 민기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
“오빠..”
“놀랬니.. 미안.”
“..........”
“아무 걱정하지 마. 그 미친년은...잠이나 자자.”

2시간이나 지난 후에도 동민으로부터의 전화가 없자 조심스럽게 겨우 잠든 아리를 놔두고 방에서 나온 민기는 아리의 핸드폰으로 동민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울리는 연결음이 곧 끊기며 메시지 연결음으로 이어지며 전화를 받지 않는 동민이다.
자신의 명령에도 이렇게 연락도 없이 그냥 잠이나 잘 동민이가 절대 아니었기에 아리가 잠든 안방을 한 번 더 살피곤 민기가 집을 나서게 된다. 아리의 핸드폰으로 세영과 한기에게 전화를 걸었고 강철이와 같이 나갔다는 동민의 행방을 찾아 OO동으로 가게 된다.

위치추적이 등록된 핸드폰을 소지한 강철이의 행방을 쫓아 동민을 찾은 곳은 엉뚱하게도 김팀장이란 여자의 오피스텔이 아닌 시내 외각의 스파 펜션이었다.

폭력의 냄새가 아닌 조용한 침묵의 기운을 먼저 느낀 민기는 세영과 한기를 문 앞에 남겨두고 조용히 펜션 안으로 들어간다. 꼭 민기를 기다렸다는 듯 펜션의 문은 잠겨 있지도 않았다.

“늦으셨네요.”
“....”

열린 펜션 안의 흐릿한 불빛 아래에서 무수히 많은 양주 술병과 재떨이가 놓인 테이블과 여러 의자들이 먼저 민기의 시선에 들어왔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트가운만을 입고 앞을 개방한 채 꼬은 다리로 가슴을 반쯤 드러낸 채 앉아 있는 김팀장을 발견하게 된다.

민기가 고개를 김팀장에게 고정한 채 시선만을 작게 좌우로 움직이며 동민의 행방을 찾는다.

“동민씨가 맞나? 그 분하고 다른 한 분에 대한 신변은 걱정 마세요. 지금은 둘다 뻗으셔서 코까지 골고 계시니까요.”
“뻗어?”
“아!,. 아리씨처럼 수면제를 사용 한 건 아니고, 술을 많이 드셔서요.”
“술?”

김팀장이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본 방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민기는 황당한 그림에 지그시 눈을 감으며 한숨을 길게 쉬게 된다.

주지육림..
두 개의 침대 위에 동민과 강철이가 각각 알몸으로 김팀장의 말대로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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