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월의 도시 빌딩가 바람은 차갑다 못해 아프다.
삭풍의 칼날이 볼을 베는 것처럼 날카롭게 다가왔다 달아난다.
이 겨울에 입성도 허름해 보이는 한 사내가 길가 포장마차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그런데 옆 자리가 시끄럽다.
“야! 이 씨발아...그래 안 먹겠다는 거냐?”
“암만 그래도 자식아 엄마뻘인데...”
“빙신...”
“넌 그런 년들에게서 좃이 서기가 하냐?”
“왜 안 서 빙신아. 좋기만 하다.”
“하여간...너도 참 희한한 놈이다”
“잔말 말고....”
말을 자른 사내가 소주를 한 잔 홀짝 넘기더니 눈을 들어 주위를 돌아보곤 작은 소리로 말한다.
“무조건 먹어 치워”
“왜?”
“그런 게 있어”
“뭔지 말을 해 줘야 좃을 세우든지 할 거 아냐?”
“그년...돈 덩어리야”
“뭐?”
“귀 대 봐”
사내가 앞자리의 사내를 끌어다가 고개를 숙이게 하고 귓속말로 뭐라고 지껄인다.
고개를 숙인 사내가 앞자리 사내의 말을 듣더니 눈이 커진다.
그리고 호흡소리까지 가빠지는 것이 라면을 먹는 사내의 귀에도 들린다.
“알았지?”
“엉”
둘이 의기가 투합된 것 같다.
다시 소주를 한 잔 들이킨 사내가 전화기를 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를 덮은 사내가 어정쩡한 자세의 친구를 앞세우고 포장마차를 나간다.
그때까지 라면을 먹는둥마는둥 하던 허름한 차림의 사내가 급히 라면을 후루룩 넘긴다.
“여그 월매요?”
“예, 3,000원입니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진 사내가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석장을 내밀고는 나간다.
돈을 받은 주인은 그 돈을 정성스레 펴더니 금고에 넣고는 멍한 시선이 된다.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남자다.
차림새는 허름하지만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자세하게 보진 않았으나 이목구비가 조각을 다듬어 놓은 것 같은 미남이다.
방금 면도를 한 모양인지 구렛나룻이 말끔하다 못해 새파랗다.
‘어디서 봤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알아낼 수가 없다.
고개를 뒤흔들며 사내들이 먹고 나간 자리를 치운다.
포장마차를 나선 사내가 걷는 걸음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정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미 사내는 목적한 곳이 있다.
포장마차에서 두 놈이 나눈 대화 중 귓속말까지 다 알아들었다.
사내에겐 그만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놈들의 작당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 그놈들 동선을 따라서 움직이기로 했다.
휙 하고 차가운 바람이 다시 사내의 볼을 때린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잡아 본 지폐의 느낌은 이 밤 잠자리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수염을 깎았고 머리를 잘랐으나 사내는 용주...고용주였다.
용주는 산을 떠난 지난 석 달...걷거나 뛰거나 하면서 세상을 돌았다.
시골길은 그나마 돈이 필요 없었다. 아무데나 몸을 누이고 잠들면 그곳이 잠자리였다.
먹을 것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애초 자라기를 아무 것이나 먹고 배부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도시로 들어온 뒤는 달랐다. 자는 것 먹는 것이 모두 돈이었다.
할아범이 남긴 돈이란 것이 도시생활 한 달이 조금 지나면서 사라졌다.
용주는 이 밤을 지나면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굳혔었다.
약도....
할아범의 약도, 그것이 문제였다.
세상 구경을 마음껏 하고 서울로 온 용주는 약도를 들고 자신이 태어났다는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들어가 볼 필요가 없었다. 아니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었다.
<조화영 산부인과, 최지수 내과>
병원 건물에 붙은 간판의 글씨가 그렇게 쓰여있었다.
‘조화영’
그녀였다.
"여 보......내 이름...화영이...조화영....한번 불러줘요"
"조화영?~~"
“네...”
“화영씨?”
“아니요...그냥 화영이...아하항...화영아 라고 불러줘요”
자신의 밑에서 자신의 이름을 한번만 불러달라고 애원하던 여자...
그녀의 이름이 그 간판에 쓰여 있었다.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몇 시간 그 앞에서 서성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을 나오는 임신부를 잡고 물었다.
“네, 50대 중반은 되었어요”
그렇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버리지 말아요....나 혼자 보내지 말아요"
“나랑 같이 살겠다고요?”
"네...나 이제 당신 없이 못 살아요."
“딸들도 있다면서요”
“걔들은 걔들 인생이 있죠”
"노력하지...그러나 약속할 수는 없어요..."
“이제 어떡할 건데요?”
“당신 딸들에게 바래다 주고...”
“그런 다음에는 요?”
“나 혼자서 세상구경을 좀 하려고 해요”
“그럼 나랑 같이 다녀요"
그리고 말했다.
평생 병원과 집 외에는 특별히 다녀본 곳도 없으니 같이 다니고 싶다고....
그렇다면 그 여자는 자신을 신생아로 받은 의사다.
그런 의사가 자신에게 ‘여보’라고 부르며 자신의 밑에서 죽어갔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그녀가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최지수 내과라고 간판이 붙어 있다.
딸의 이름이 지수와 연수라고 했다.
그렇다면 최지수는 그녀의 딸이다.
엄마는 산부인과 의사이고 딸은 내과의사라는 거다.
둘이 같은 병원에서 일을 한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므로 엄마는 딸에게도 면목이 없을 것이다.
결국 그녀들과 자신의 운명은 길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억의 저편에 억눌려 있던 과거가 떠올랐다.
여남은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혼자서 숲속 나무들과 대련을 하고 있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물려오더니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아이는 비를 피하기 위해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았다.
뜬금없이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언제 이 산속으로 왔는지가 궁금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움막으로 내달렸다.
움막에 도착한 소년은 다짜고짜 할아범에게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물었다.
“크면 알게 된데두...”
“인자 다 컷응게...”
“이눔이....”
갈퀴 같은 할아범의 손바닥이 얼굴을 강타했다.
칠순이 훨씬 넘은 할아범이었으나 아직은 소년이 할아범을 이길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소년에겐 또 다른 목적이 생겼다.
무예로도 힘으로도 할아범을 이기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성장하면서 할아범을 이기는 것은 쉽게 해결해냈다.
이 후 소년에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 밤...
무예 수련 후 처음으로 용주는 할아범 외의 상대를 제압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사랑이 없는 섹스는 돈을 위한 섹스, 목적을 위한 섹스, 단순한 정욕 해결을 위한 섹스다.
그런데 용주 자신의 탄생이 바로 이 같은 사랑이 없는 섹스의 산물이었다.
그런 사실을 할아범을 통해서 알게 된 후 그런 섹스에 대한 반감을 가졌다.
특히 지난 석 달 여 빈 몸으로 전국을 부유하면서 그 반감은 더욱 강해졌다.
욕심없는 사람들의 삶을 사랑하는 모습과 그 반대의 삶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놈들의 일이 성사되는 것이라도 막기로 결심했다.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을 제압하고 그냥 다시 산으로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2
집안에 있기가 답답해서 일하는 언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다.
언니는 싫다고 하더니 빨래를 끝내자 손을 잡고 거리로 나왔다.
오랜만에 나온 거리에는 볼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다.
둘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날이 어두워서야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험상궂은 사내들에게 붙잡혔다.
사내들은 겁에 질린 그녀들을 끌고 가서 컴컴한 지하방에 가뒀다.
“상하게 하지 마라. 돈이다.”
그녀들을 가두고 나가는 사내가 자신들을 지키는 사내들에게 말했다.
“네 형님”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언니를 탐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한 사내가 언니의 옷을 벗겼다.
우악스럽게 강제로 언니의 옷을 벗기는 사내들의 행동에 소녀는 새파랗게 질렸다.
비명을 지르는 소녀의 입을 다른 사내가 막았다.
또 다른 한 사내가 언니의 벌거벗은 몸 위로 올라가자 언니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질린 소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언니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때 언니의 비명소리와 다른 사내들의 비명소리가 함께 들렸다.
소녀가 용기를 내서 고개를 돌려보니 언니를 강간하던 사내들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소녀를 안아 든 사내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겁에 질린 소녀는 아직도 혼이 빠져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그날 이 후....
언니는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소녀를 곤경에 빠뜨린 댓가로 쫓겨났을 것이라는 짐작만 했다.
그리고 새로운 아줌마가 소녀의 수발을 들었다.
이후 소녀의 눈에 비치는 남자는 흉측한 물건을 지닌 수컷이었다.
꽃은 보기 좋으라고 피는 것이 아니다.
꽃은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식물들의 지대한 노력이다.
꽃이 피면 그 다음에 열매가 열리는 것은 상식이다.
꽃이 피고 졌는데 열매도 씨앗도 남기지 못하면 이상하다.
그 꽃은 실상 식물로서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고명희...
그녀도 한 때는 꽃이었다. 꽃도 보통 꽃이 아니었다.
예쁜 장미에 가시가 많은 것처럼 고명희는 보기 드문 장미였다.
한 나라의 지하경제를 흔들고 있다는 고성환의 딸...
밖으로 이름을 내놓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아버지의 이름은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런 배경에 얼굴도 몸매도 미스코리아가 울고 갈 자태를 가졌다.
170cm나 되는 키에 적당한 살집의 균형 잡힌 몸매....
가슴은 자신이 봐도 만져서 터뜨리고 싶을 만큼 고혹적으로 생겼다.
이목구비는 성형외과 의사라도 손댈 곳이 없는 균형 그 자체였다.
그러나 소녀의 기억에 남은 남자들을 이성의 상대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내들에게 꽃으로 남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꽃으로 살다 사내들 씨를 받아 그 열매를 맺고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내들....
언제나 명령 한마디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존재들...
그런 존재인 사내 밑에 깔려서 암컷으로 살고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25층 빌딩 꼭대기 사무실 창문으로 내려다 본 밖은 늘 분주하다.
바깥은 삭풍이 귓가를 때리지만 사무실에서 본 날씨는 우중충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명희는 이 우중충한 날씨도 쓸쓸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매사가 즐거운 것이 없다.
사내에게 종속되어 암컷으로 살기 싫어서 솔로를 고집했는데 이제 솔로인 것이 싫을 때가 있다.
이제 몇 년 후면 인생의 종착역으로 가는 문이라는 환갑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면 더하다.
힘 좋고 돈 많아서 부럽거나 무서운 것이 없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는 그래서 여자도 많았다.
아버지 살아 있을 때 자식이라고 인정한 숫자만 10명에 가까웠다.
그런데 임종 후, 장례식장으로...장례식이 끝난 뒤로....
아버지의 자식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숫자가 또 대여섯은 넘었다.
철들 무렵부터 아버지의 이런 여성편력과 난봉기질이 싫었다.
본처 소생으론 단 하나 명희 자신이 아버지의 유일한 자식이다.
생전에 모든 교통정리를 해 두신 아버지의 일처리에 명희도 불만이 없었다.
그리고 명희 자신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유업...
그래서 지금도 명희는 자신이 ‘지하경제의 수장’이라고 불리는 것이 싫지 않다.
그 많은 이버지의 혈육들에게 아버지는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몫을 분배해줬다.
그리고 남은 재산이 명희 몫이다. 그럼에도 명희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인지 모른다.
그 많은 재산이 명희를 솔로로 살게 했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을 사랑하는 것 같은 행태들...
명희는 그런 사내들의 행태에 자신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난잡한 여성편력으로 곳곳에 자식을 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기도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돈에 몸을 맡겨 자식을 낳은 여자들에 대한 반감이었다.
돈과 아버지 때문에 제명까지 살지 못하고 요절한 엄마에 대한 사랑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솔로인 것이 싫다. 그래서 그럴 때면 허물없는 친구들을 만난다.
명희는 철든 이후 단 한 번도 어디는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신세였다.
언제나 명희 주변에는 검은 양복들이 존재했다.
특히 집에서 일하던 언니와 시커먼 덩치들에게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후 더욱 그랬다.
아버지 생존에는 아버지의 사람들이...지금은 명희 자신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명희의 몸이 곧 돈이고 삶이었기에 명희의 말이라면 죽을 수도 있다.
지하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이 언제고 존재한다.
이를 명희는 납치되면서부터 체득했고 아버지 사후 더욱 실감했다.
그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주변이 존재하는 것은 이제 생활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가 있다. 그녀가 친구들을 만나는 때다. 바로 오늘같은 날...
사실 살아 온 배경 때문에 명희에게는 딱 세 사람의 친구만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마음을 터놓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다.
의사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서 자신도 의사, 남편도 의사였던 조화영...
화영은 딸 둘을 낳아 하나는 의사로 하나는 하버드 로스쿨을 보낼 정도로 천재로 키웠다.
그리고 주옥선...옥선은 초등학교 때 만나서 지금까지 이어진 단 한명 친구다
또 한 명이 박주희...주희는 강남에서 미름만 대면 알아주는 의상실을 하는 디자이너다.
단골로 다니다가 우연히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고 친구가 되었다.
그래서 조화영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다리를 놓은 친구이기도 하다.
옥선도 주희도 화영도 명희의 존재와 위치를 안다.
그러나 명희는 그 친구들에게까지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의 존재가치를 내보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들을 만날 때는 누구도 근처에 범접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렇더라도 근처 어딘가는 그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인지한다.
하지만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은 마음이라도 자유롭다.
그래서 마음껏 떠들고 마음껏 웃을 수 있다.
오늘...옥선의 새로운 연애 소식에 이처럼 웃으며 떠들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3
박철우는 명희가 필요하다.
쩐의 전쟁터에서 필요한 것은 쩐만이 아니다.
현실적인 힘과 정치권력을 함께 소유해야 한다.
철우는 이 전쟁터에 뛰어든 뒤 이 바닥의 왕이 고명희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없이 고명희에게 접근려 했으나 철우 정도가 명희에게 접근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우회로였다. 그리고 그 우회로가 주옥선이었다.
그동안 철우는 주도면밀하게 명희의 동선을 파악했었다.
그리고 명희에게서 검은 제복들이 따라붙지 않은 때가 단 한 번.
명희가 친구들을 만날 때라는 것을 알았다.
이후 철우는 명희의 친구들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먹잇감으로 옥선을 택했다.
그날...
조화영의 딸 결혼식이 철우의 1차 계획을 성사시키려고 잡았던 D-DAY였다.
그리고 그 계획은 멋지게 성공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주옥선은 색골이었다.
그리고 타고난 색골임에도 남편이 늙고 부실하여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단 하룻밤을 지내고 철우는 자신이 먹잇감을 제대로 찍은 것에 쾌재를 불렀다.
계획대로 먹잇감은 하룻밤에 자신의 노예가 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부르면 달려와서 가랑이를 벌린다.
이렇게 만든 철우의 2차 계획은 명희...
명희도 여잔데...
암컷으로서 수컷에게 복종하게만 만든다면 자신의 목적은 성공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려면 옥선을 자신과 비슷한 성능력을 가진 놈에게 넘겨줘야 했다.
딱 합당한 친구가 정명석이었다.
강남의 검은 세계에 발을 디딘 후 친해진 친구가 명석이다.
둘 다 좃심이 비슷하여 더 친해졌다.
나가요 걸, 도우미, 마사지녀 등 여러 차례 때씹을 했는데 죽이 딱 맞았다.
바꿔치기도 해보고 한 구멍에 같이 넣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놈도 자신과 겨뤄 전혀 밀리지 않음도 알았다.
하지만 그놈은 연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영계만 좋아한다.
그래서 그놈을 꼬이는 방법은 돈 외에는 없었다.
옥선에 대해 뻥을 쳤다. 만날 때마다 돈을 물쓰듯하는 년이라고...
명석이 넘어왔다.
오늘...철우는 2차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때맞춰 한 전화에서 옥선은 말했다.
4인방 중 주희가 빠진데다 화영이 먼저 갈 것이란다.
전화를 끝낸 뒤 급히 달려 온 호텔 로비...
화영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철우가 급히 명석에게 손짓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명석이 철우의 곁으로 왔다.
작전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는 철우가 눈을 찡긋했다.
그리고 둘은 보무도 당당히 옥선과 명희가 있는 좌석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두놈은 자기들 뒤에서 자기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12월의 도시 빌딩가 바람은 차갑다 못해 아프다.
삭풍의 칼날이 볼을 베는 것처럼 날카롭게 다가왔다 달아난다.
이 겨울에 입성도 허름해 보이는 한 사내가 길가 포장마차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그런데 옆 자리가 시끄럽다.
“야! 이 씨발아...그래 안 먹겠다는 거냐?”
“암만 그래도 자식아 엄마뻘인데...”
“빙신...”
“넌 그런 년들에게서 좃이 서기가 하냐?”
“왜 안 서 빙신아. 좋기만 하다.”
“하여간...너도 참 희한한 놈이다”
“잔말 말고....”
말을 자른 사내가 소주를 한 잔 홀짝 넘기더니 눈을 들어 주위를 돌아보곤 작은 소리로 말한다.
“무조건 먹어 치워”
“왜?”
“그런 게 있어”
“뭔지 말을 해 줘야 좃을 세우든지 할 거 아냐?”
“그년...돈 덩어리야”
“뭐?”
“귀 대 봐”
사내가 앞자리의 사내를 끌어다가 고개를 숙이게 하고 귓속말로 뭐라고 지껄인다.
고개를 숙인 사내가 앞자리 사내의 말을 듣더니 눈이 커진다.
그리고 호흡소리까지 가빠지는 것이 라면을 먹는 사내의 귀에도 들린다.
“알았지?”
“엉”
둘이 의기가 투합된 것 같다.
다시 소주를 한 잔 들이킨 사내가 전화기를 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를 덮은 사내가 어정쩡한 자세의 친구를 앞세우고 포장마차를 나간다.
그때까지 라면을 먹는둥마는둥 하던 허름한 차림의 사내가 급히 라면을 후루룩 넘긴다.
“여그 월매요?”
“예, 3,000원입니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진 사내가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석장을 내밀고는 나간다.
돈을 받은 주인은 그 돈을 정성스레 펴더니 금고에 넣고는 멍한 시선이 된다.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남자다.
차림새는 허름하지만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자세하게 보진 않았으나 이목구비가 조각을 다듬어 놓은 것 같은 미남이다.
방금 면도를 한 모양인지 구렛나룻이 말끔하다 못해 새파랗다.
‘어디서 봤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알아낼 수가 없다.
고개를 뒤흔들며 사내들이 먹고 나간 자리를 치운다.
포장마차를 나선 사내가 걷는 걸음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정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미 사내는 목적한 곳이 있다.
포장마차에서 두 놈이 나눈 대화 중 귓속말까지 다 알아들었다.
사내에겐 그만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놈들의 작당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 그놈들 동선을 따라서 움직이기로 했다.
휙 하고 차가운 바람이 다시 사내의 볼을 때린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잡아 본 지폐의 느낌은 이 밤 잠자리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수염을 깎았고 머리를 잘랐으나 사내는 용주...고용주였다.
용주는 산을 떠난 지난 석 달...걷거나 뛰거나 하면서 세상을 돌았다.
시골길은 그나마 돈이 필요 없었다. 아무데나 몸을 누이고 잠들면 그곳이 잠자리였다.
먹을 것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애초 자라기를 아무 것이나 먹고 배부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도시로 들어온 뒤는 달랐다. 자는 것 먹는 것이 모두 돈이었다.
할아범이 남긴 돈이란 것이 도시생활 한 달이 조금 지나면서 사라졌다.
용주는 이 밤을 지나면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굳혔었다.
약도....
할아범의 약도, 그것이 문제였다.
세상 구경을 마음껏 하고 서울로 온 용주는 약도를 들고 자신이 태어났다는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들어가 볼 필요가 없었다. 아니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었다.
<조화영 산부인과, 최지수 내과>
병원 건물에 붙은 간판의 글씨가 그렇게 쓰여있었다.
‘조화영’
그녀였다.
"여 보......내 이름...화영이...조화영....한번 불러줘요"
"조화영?~~"
“네...”
“화영씨?”
“아니요...그냥 화영이...아하항...화영아 라고 불러줘요”
자신의 밑에서 자신의 이름을 한번만 불러달라고 애원하던 여자...
그녀의 이름이 그 간판에 쓰여 있었다.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몇 시간 그 앞에서 서성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을 나오는 임신부를 잡고 물었다.
“네, 50대 중반은 되었어요”
그렇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버리지 말아요....나 혼자 보내지 말아요"
“나랑 같이 살겠다고요?”
"네...나 이제 당신 없이 못 살아요."
“딸들도 있다면서요”
“걔들은 걔들 인생이 있죠”
"노력하지...그러나 약속할 수는 없어요..."
“이제 어떡할 건데요?”
“당신 딸들에게 바래다 주고...”
“그런 다음에는 요?”
“나 혼자서 세상구경을 좀 하려고 해요”
“그럼 나랑 같이 다녀요"
그리고 말했다.
평생 병원과 집 외에는 특별히 다녀본 곳도 없으니 같이 다니고 싶다고....
그렇다면 그 여자는 자신을 신생아로 받은 의사다.
그런 의사가 자신에게 ‘여보’라고 부르며 자신의 밑에서 죽어갔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그녀가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최지수 내과라고 간판이 붙어 있다.
딸의 이름이 지수와 연수라고 했다.
그렇다면 최지수는 그녀의 딸이다.
엄마는 산부인과 의사이고 딸은 내과의사라는 거다.
둘이 같은 병원에서 일을 한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므로 엄마는 딸에게도 면목이 없을 것이다.
결국 그녀들과 자신의 운명은 길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억의 저편에 억눌려 있던 과거가 떠올랐다.
여남은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혼자서 숲속 나무들과 대련을 하고 있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물려오더니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아이는 비를 피하기 위해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았다.
뜬금없이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언제 이 산속으로 왔는지가 궁금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움막으로 내달렸다.
움막에 도착한 소년은 다짜고짜 할아범에게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물었다.
“크면 알게 된데두...”
“인자 다 컷응게...”
“이눔이....”
갈퀴 같은 할아범의 손바닥이 얼굴을 강타했다.
칠순이 훨씬 넘은 할아범이었으나 아직은 소년이 할아범을 이길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소년에겐 또 다른 목적이 생겼다.
무예로도 힘으로도 할아범을 이기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성장하면서 할아범을 이기는 것은 쉽게 해결해냈다.
이 후 소년에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 밤...
무예 수련 후 처음으로 용주는 할아범 외의 상대를 제압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사랑이 없는 섹스는 돈을 위한 섹스, 목적을 위한 섹스, 단순한 정욕 해결을 위한 섹스다.
그런데 용주 자신의 탄생이 바로 이 같은 사랑이 없는 섹스의 산물이었다.
그런 사실을 할아범을 통해서 알게 된 후 그런 섹스에 대한 반감을 가졌다.
특히 지난 석 달 여 빈 몸으로 전국을 부유하면서 그 반감은 더욱 강해졌다.
욕심없는 사람들의 삶을 사랑하는 모습과 그 반대의 삶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놈들의 일이 성사되는 것이라도 막기로 결심했다.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을 제압하고 그냥 다시 산으로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2
집안에 있기가 답답해서 일하는 언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다.
언니는 싫다고 하더니 빨래를 끝내자 손을 잡고 거리로 나왔다.
오랜만에 나온 거리에는 볼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다.
둘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날이 어두워서야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험상궂은 사내들에게 붙잡혔다.
사내들은 겁에 질린 그녀들을 끌고 가서 컴컴한 지하방에 가뒀다.
“상하게 하지 마라. 돈이다.”
그녀들을 가두고 나가는 사내가 자신들을 지키는 사내들에게 말했다.
“네 형님”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언니를 탐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한 사내가 언니의 옷을 벗겼다.
우악스럽게 강제로 언니의 옷을 벗기는 사내들의 행동에 소녀는 새파랗게 질렸다.
비명을 지르는 소녀의 입을 다른 사내가 막았다.
또 다른 한 사내가 언니의 벌거벗은 몸 위로 올라가자 언니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질린 소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언니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때 언니의 비명소리와 다른 사내들의 비명소리가 함께 들렸다.
소녀가 용기를 내서 고개를 돌려보니 언니를 강간하던 사내들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소녀를 안아 든 사내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겁에 질린 소녀는 아직도 혼이 빠져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그날 이 후....
언니는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소녀를 곤경에 빠뜨린 댓가로 쫓겨났을 것이라는 짐작만 했다.
그리고 새로운 아줌마가 소녀의 수발을 들었다.
이후 소녀의 눈에 비치는 남자는 흉측한 물건을 지닌 수컷이었다.
꽃은 보기 좋으라고 피는 것이 아니다.
꽃은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식물들의 지대한 노력이다.
꽃이 피면 그 다음에 열매가 열리는 것은 상식이다.
꽃이 피고 졌는데 열매도 씨앗도 남기지 못하면 이상하다.
그 꽃은 실상 식물로서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고명희...
그녀도 한 때는 꽃이었다. 꽃도 보통 꽃이 아니었다.
예쁜 장미에 가시가 많은 것처럼 고명희는 보기 드문 장미였다.
한 나라의 지하경제를 흔들고 있다는 고성환의 딸...
밖으로 이름을 내놓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아버지의 이름은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런 배경에 얼굴도 몸매도 미스코리아가 울고 갈 자태를 가졌다.
170cm나 되는 키에 적당한 살집의 균형 잡힌 몸매....
가슴은 자신이 봐도 만져서 터뜨리고 싶을 만큼 고혹적으로 생겼다.
이목구비는 성형외과 의사라도 손댈 곳이 없는 균형 그 자체였다.
그러나 소녀의 기억에 남은 남자들을 이성의 상대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내들에게 꽃으로 남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꽃으로 살다 사내들 씨를 받아 그 열매를 맺고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내들....
언제나 명령 한마디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존재들...
그런 존재인 사내 밑에 깔려서 암컷으로 살고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25층 빌딩 꼭대기 사무실 창문으로 내려다 본 밖은 늘 분주하다.
바깥은 삭풍이 귓가를 때리지만 사무실에서 본 날씨는 우중충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명희는 이 우중충한 날씨도 쓸쓸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매사가 즐거운 것이 없다.
사내에게 종속되어 암컷으로 살기 싫어서 솔로를 고집했는데 이제 솔로인 것이 싫을 때가 있다.
이제 몇 년 후면 인생의 종착역으로 가는 문이라는 환갑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면 더하다.
힘 좋고 돈 많아서 부럽거나 무서운 것이 없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는 그래서 여자도 많았다.
아버지 살아 있을 때 자식이라고 인정한 숫자만 10명에 가까웠다.
그런데 임종 후, 장례식장으로...장례식이 끝난 뒤로....
아버지의 자식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숫자가 또 대여섯은 넘었다.
철들 무렵부터 아버지의 이런 여성편력과 난봉기질이 싫었다.
본처 소생으론 단 하나 명희 자신이 아버지의 유일한 자식이다.
생전에 모든 교통정리를 해 두신 아버지의 일처리에 명희도 불만이 없었다.
그리고 명희 자신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유업...
그래서 지금도 명희는 자신이 ‘지하경제의 수장’이라고 불리는 것이 싫지 않다.
그 많은 이버지의 혈육들에게 아버지는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몫을 분배해줬다.
그리고 남은 재산이 명희 몫이다. 그럼에도 명희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인지 모른다.
그 많은 재산이 명희를 솔로로 살게 했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을 사랑하는 것 같은 행태들...
명희는 그런 사내들의 행태에 자신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난잡한 여성편력으로 곳곳에 자식을 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기도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돈에 몸을 맡겨 자식을 낳은 여자들에 대한 반감이었다.
돈과 아버지 때문에 제명까지 살지 못하고 요절한 엄마에 대한 사랑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솔로인 것이 싫다. 그래서 그럴 때면 허물없는 친구들을 만난다.
명희는 철든 이후 단 한 번도 어디는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신세였다.
언제나 명희 주변에는 검은 양복들이 존재했다.
특히 집에서 일하던 언니와 시커먼 덩치들에게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후 더욱 그랬다.
아버지 생존에는 아버지의 사람들이...지금은 명희 자신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명희의 몸이 곧 돈이고 삶이었기에 명희의 말이라면 죽을 수도 있다.
지하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이 언제고 존재한다.
이를 명희는 납치되면서부터 체득했고 아버지 사후 더욱 실감했다.
그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주변이 존재하는 것은 이제 생활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가 있다. 그녀가 친구들을 만나는 때다. 바로 오늘같은 날...
사실 살아 온 배경 때문에 명희에게는 딱 세 사람의 친구만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마음을 터놓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다.
의사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서 자신도 의사, 남편도 의사였던 조화영...
화영은 딸 둘을 낳아 하나는 의사로 하나는 하버드 로스쿨을 보낼 정도로 천재로 키웠다.
그리고 주옥선...옥선은 초등학교 때 만나서 지금까지 이어진 단 한명 친구다
또 한 명이 박주희...주희는 강남에서 미름만 대면 알아주는 의상실을 하는 디자이너다.
단골로 다니다가 우연히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고 친구가 되었다.
그래서 조화영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다리를 놓은 친구이기도 하다.
옥선도 주희도 화영도 명희의 존재와 위치를 안다.
그러나 명희는 그 친구들에게까지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의 존재가치를 내보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들을 만날 때는 누구도 근처에 범접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렇더라도 근처 어딘가는 그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인지한다.
하지만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은 마음이라도 자유롭다.
그래서 마음껏 떠들고 마음껏 웃을 수 있다.
오늘...옥선의 새로운 연애 소식에 이처럼 웃으며 떠들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3
박철우는 명희가 필요하다.
쩐의 전쟁터에서 필요한 것은 쩐만이 아니다.
현실적인 힘과 정치권력을 함께 소유해야 한다.
철우는 이 전쟁터에 뛰어든 뒤 이 바닥의 왕이 고명희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없이 고명희에게 접근려 했으나 철우 정도가 명희에게 접근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우회로였다. 그리고 그 우회로가 주옥선이었다.
그동안 철우는 주도면밀하게 명희의 동선을 파악했었다.
그리고 명희에게서 검은 제복들이 따라붙지 않은 때가 단 한 번.
명희가 친구들을 만날 때라는 것을 알았다.
이후 철우는 명희의 친구들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먹잇감으로 옥선을 택했다.
그날...
조화영의 딸 결혼식이 철우의 1차 계획을 성사시키려고 잡았던 D-DAY였다.
그리고 그 계획은 멋지게 성공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주옥선은 색골이었다.
그리고 타고난 색골임에도 남편이 늙고 부실하여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단 하룻밤을 지내고 철우는 자신이 먹잇감을 제대로 찍은 것에 쾌재를 불렀다.
계획대로 먹잇감은 하룻밤에 자신의 노예가 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부르면 달려와서 가랑이를 벌린다.
이렇게 만든 철우의 2차 계획은 명희...
명희도 여잔데...
암컷으로서 수컷에게 복종하게만 만든다면 자신의 목적은 성공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려면 옥선을 자신과 비슷한 성능력을 가진 놈에게 넘겨줘야 했다.
딱 합당한 친구가 정명석이었다.
강남의 검은 세계에 발을 디딘 후 친해진 친구가 명석이다.
둘 다 좃심이 비슷하여 더 친해졌다.
나가요 걸, 도우미, 마사지녀 등 여러 차례 때씹을 했는데 죽이 딱 맞았다.
바꿔치기도 해보고 한 구멍에 같이 넣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놈도 자신과 겨뤄 전혀 밀리지 않음도 알았다.
하지만 그놈은 연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영계만 좋아한다.
그래서 그놈을 꼬이는 방법은 돈 외에는 없었다.
옥선에 대해 뻥을 쳤다. 만날 때마다 돈을 물쓰듯하는 년이라고...
명석이 넘어왔다.
오늘...철우는 2차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때맞춰 한 전화에서 옥선은 말했다.
4인방 중 주희가 빠진데다 화영이 먼저 갈 것이란다.
전화를 끝낸 뒤 급히 달려 온 호텔 로비...
화영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철우가 급히 명석에게 손짓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명석이 철우의 곁으로 왔다.
작전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는 철우가 눈을 찡긋했다.
그리고 둘은 보무도 당당히 옥선과 명희가 있는 좌석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두놈은 자기들 뒤에서 자기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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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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