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부지...인자 잘 가씨요. 나 걱정은 안 해되 되니껜...”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집이라고 하기엔 움막이라고 해야 어울리는 곳이었다.
방 한 가운데 장작같이 마른 시신을 두고 그 앞에 앉은 사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이 방울져 흐르는데도 사내는 그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있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든 사내의 눈망울은 형형했다.
머리는 질끈 동여맸으나 그 끝이 등 중간에 올 정도로 길었고 수염은 온 얼굴을 덮고 있었다.
“할아부지에게 마지막으로 노리새끼라도 한 마리 잡어서 제사를 올려야 것제?”
장작같이 마른 시신을 두고 방 밖으로 나온 사내가 어두워지는 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사내는 해질 무렵에 노루가 어디에 많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쉽게 한 마리쯤은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그런데 길을 나선 얼마 후 사내의 눈에 골짜기에 쓰러진 한 인영이 보였다.
“저거시 머시여?”
바삐 걸음을 옮긴 사내가 날다시피 쓰러진 인영 곁으로 내려갔다.
여자였다.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사내라서 그 여자가 몇 살인지 알 수 없었다.
자세히 살피자 무릎이 깨지고 옷가지들이 찢어진 상태로 웅크리고 있었다.
“죽었나”
그 골짜기는 보통 사람은 다니기 힘든 골짜기였다.
등산로가 아닌 곳에서 실족, 골짜기까지 굴렀다면 필경 죽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여자의 몸에 귀를 가까지 대자 여자는 가늘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내는 잽싸게 여자를 안았다.
그리고 다시 날다시피 걸음을 옮겨 자신이 사는 움막으로 데려와 방 안에 뉘었다.
여자의 곁에는 장작같이 마른 시신이 그대로 있었다.
호롱불을 켜고 여자의 상세를 살피던 사내의 눈자위가 꿈틀거렸다.
상세가 위중하진 않지만 방치하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정도의 이곳저곳 뼈마디가 어긋나 있었다.
그리고 외상도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사내는 우선 어긋난 팔과 다리의 뼈를 제자리에 맞췄다.
사내의 손이 여기저기 움직이며 만지자 우두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아악”
“시방은 아퍼도. 참으씨요. 금방 좋아질 겅게”
여자의 비명에도 한 마디를 던진 사내가 몇 군데 더 만지더니 일어섰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더니 몇 가지 약초를 챙겨다 으깨고는 그 약초들은 상처에 발랐다.
그렇게 묵묵히 자기 일을 마친 사내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 길을 나선 사내는 노루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움막의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내가 나간 뒤 어렴풋이 정신이 든 여자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 보았다.
산비탈을 구르다가 골짜기로 떨어지면서 ‘이렇게 죽는 구나’했다.
온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 때문에 고통을 받다가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살아있었다.
사내가 자신의 몸을 만지자 통증도 가시고 팔다리도 움직일 수 있었다.
자신을 구하고 치료한 사내. 여자는 그가 궁금했다.
통증이 가시면서 눈을 뜨고 자신이 누워있는 방 안을 살폈다.
방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움막이지만 바닥은 온돌이 되었는지 따뜻했다.
그리고 자신과 좀 떨어진 구석에 누군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자신을 치료해 준 사람과 같이 사는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다 통증이 가시면서 스르르 눈이 감기더니 잠이 쏟아졌다.
“누구세요?”
잠에서 깬 여자의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자신이 머리를 정갈하게 묶은 사내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내는 자신의 입에 말간 국물을 흘려 넣어 주고 있었다.
“아칙에 산을 내려갈라믄 이거 마져 묵어야 쓰요”
사내가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
영문을 알 수 없는 여자가 다시 사내가 들고 있는 사발의 국물을 다 마셨다.
그 후 여자는 자신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과 함께 다시 정신줄을 놓았다.
사내는 의당 그럴 것으로 알고 여자를 다시 눕혔다.
그리곤 다시 시신이 된 할아범의 곁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사내의 머리 끝에서 수증기 같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사내는 여자를 치료하며 손상된 자신의 기를 다시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할아부지...마지막 감시롱 좋은 일을 했구만이랑”
운기조식을 끝낸 사내가 누더기 같은 옷을 벗고 몸을 눕혔다.
벗은 사내의 몸은 조각과도 같았지만 여기저기 상처의 흔적인 흉터들은 있었다.
그러나 산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져진 근육들이 사내를 조각처럼 보이게 했다.
조용한 사위, 온 몸을 관통하던 열기가 가시면서 화영은 눈을 떴다.
화영의 숨소리가 커지자 죽은 듯이 누워있던 사내가 화영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사내의 시선이 마주치자 화영은 다시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사타구니 사이에서 샘이 터진 것 같은 물줄기가 솟는 것을 느꼈다.
몸을 비비 꼰 화영이 시선을 내리며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웅얼거렸다.
사내는 여자의 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났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마시다 남은 나머지 국물을 입에 넣어 주면서 말했다.
“상처가 안 킁게 오널 밤만 여그서 자고 내려가도 되꺼시요."
"???"
"여기저기 어긋나부렀는디. 나가 맞춰 놓았응게 걸음새는 밸별 무리가 없을 거시요”
사내의 말을 들으며 화영은 지나간 일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인 등산을 온 딸 지수와 연수가 떠올랐다.
지수의 결혼을 앞두고 딸 둘과 자신만 오붓한 산행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두 딸은 앞서 갔으나 자신만 뒤로 쳐졌다.
산에 오거나 그냥 산책을 해도 매번 그런 일은 있었다.
자신은 등산보다 약초나 야생화 등을 관찰하는 일에 더 열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상 일행과는 뒤처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딸들과 거리가 멀어졌어도 딸들은 어련히 곧 따라오겠지 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앞서 간 딸들의 뒤를 따라잡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상당시간 바삐 걸었어도 보이지 않았다.
늘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자신이 더 오랜 시간을 지체한 것 같았다.
마음이 급해져서 등산로가 아니지만 지름길로 생각되는 곳을 찾아 뛰다시피 걸었다.
“아악”
그 때 뭔가가 발끝에 걸렸고 비명을 지르며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의식을 잃었다.
돌아온 기억을 다잡은 화영은 눈에 익어가는 방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 되었다.
자신이 잠들었다가 깨어난 지 상당시간인데 구석에 누워있는 인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자세하게 바라보았는데 그 인영의 얼굴에 하얀 천이 씌워져 있었다.
잠든 것이 아니라 시신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사신이라는 생각이 들자 비명이 터졌다.
“우욱”
“놀랠 것 없슈. 오늘 아칙에 가셨어라우”
입을 막으며 놀라는 화영을 향해 사내가 상황을 설명했다.
“내 기억에는 한 20년 된 것 같은디...모르재 그보담 오래되慧쩝?모르겠소."
"네?"
"내가 깐난이 때버텀 같이 살었다고 했는데...”
“....”
“그란디... 어쩌자고 여그 깊은 곳에 혼자 그라고 지샛소? 여근 사람들 댕기는 곳 아닌디 큰일 날 뻔 했소이”
화영은 사내의 말을 들으며 조금씩 무서움이 가시기 시작했다.
사내가 자신을 해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살며시 일어나 앉은 화영이 다시 사내의 얼굴을 봤다.
수염이 온 얼굴을 덮은 사내, 머리를 질끈 동여맸으나 그 수염 속에서 안광은 형형했다.
그런데 다시 그 형형한 안광을 쏘인 화영이 몸을 움추렸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또 더워지면서 사타구니에서 또 물이 찔끔 솟았기 때문이다.
이런 화영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가 말했다.
“날 새는 할아부지 묻어 주고 나도 여그를 뜰 참이었소."
"...."
"혼자서는 힘들것재만 나가 부축하믄면 내려가는디 심들지는 않을 거시요."
"...."
"차 댕기는 곳꺼정 같이 갈팅게 꺽정 말고 한잠 푹 자 두씨오."
"...."
"그 약은 한잠 자고 나면 멍울진 근육이 다 풀어지는 약이요."
"..."
"꺽정 붙들어 매고... 아마도 여그 올 때보덤 몸이 더 가벼울 거시요”
머리가 길고 수염이 덮었으나 목소리론 나이가 그리 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내의 말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옛날사람 말투였다.
화영은 사내의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어...”
“뭐시 더 굼금헌 것이 있소?”
“네에..”
“물어보슈”
“여기...핸드폰은 안 터지나요?”
“핸드폰?”
“예”
“그거시 뭐당가요?”
“아~~~아”
“....”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요”
“???”
“저어기...”
“???”
“저~~ 제 배낭 좀 주시겠어요?”
사내가 화영이 손짓하는 곳에 있는 배낭을 가져다 줬다.
화영은 배낭 옆구리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열었다.
그러나 전파가 잡히지 않았다.
4G를 켰다. 전파가 잡혔다.
카톡에 접속하자 지수와 연수가 보낸 무수한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엄마 괜찮아”
화영이 카톡을 쏘자 바로 답장이 왔다.
“엄마 어디야?”
“몰라”
“모르다니...”
“모르겠어. 너희들 따라잡으려고 바삐 뛰다가 넘어져서 굴렀는데 어디 골짜기였나봐”
“그래서?”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데...”
“그래서?”
“어떤 분이 구해줘서 지금 그분에게 치료를 받고 쉬고 있어”
“남자야?”
“응”
“괜찮아?”
“응...좋은 분 같애. 내일 아침에 버스 타는 곳까지 바래다 주신데”
“믿어도 돼?”
“그럼”
“경찰하고 구조대 도움 받아서 핸드폰 위치추적하면 어딘지 알 수 있어. 우리가 갈게”
“괜찮아, 오지 마. 내일 아침에 우리 버스 내렸던 곳에서 만나”
화영은 여기까지 쓰고 접속을 끊었다.
사내는 화영이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곤 시신 곁에 몸을 누였다. 그러더니 금새 코를 골기 시작했다.
사내가 잠들자 화영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배낭을 열고 팬티 한 장을 꺼낸 뒤 움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움막 뒤로 돌아 바지를 벗었다.
팬티가 흠뻑 젖어 있었다. 지수의 아버지가 죽은 뒤에 없었던 일이었다.
나이 쉰여섯, 월경이 끊긴지도 4년이 지났다.
병원일이 바쁜데다 애초 처녀시절부터 섹스가 좋은 줄을 모르고 살았다.
단지 남녀 간의 성교는 자식을 낳기 위한 행위 정도라는 인식이 전부였다.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은 그런 그녀를 석녀라고 놀렸다.
각종 인쇄매체 영상매체에서 말하는 오르가즘이 무엇인지 관심도 없었다.
스스로 석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생에서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 팬티를 적실 정도의 음수가 흘렀다.
저 사내의 눈길을 받으며 사타구니가 뜨거웠다. 온몸이 뜨거웠다.
화영은 자신도 모르게 음부에서 물이 솟구친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바지를 벗고 팬티를 갈아입었다.
돌아서서 하늘을 쳐다보니 별들이 온통 쏟아질 듯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움막을 가운데에 두고 걸음을 옮겨 보았다.
무릎이 약간 시큰 거리는 것 같았으나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
사내의 말대로 몸이 더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사내가 자고 있는 방에 있는 시신이 생각난 때문이다.
그러나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미 초겨울에 들어 선 산중의 밤은 추웠다.
밖으로 나온 지 30여 분 지난 것 같았음에도 으슬으슬 떨렸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시신과는 조금 더 먼 거리의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무섭소?”
깊은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사내가 웅크리고 앉은 화영에게 말을 던졌다.
“....”
“거그 있으믄 추워서 몸이 얼꺼시요. 불끼가 있는 곳은 모르지만 여그는 산중이라...”
“....”
화영의 대답이 없자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다시 그 형형한 안광으로 화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받은 화영은 급히 시선을 깔았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이 비비꼬이면서 사타구니 안쪽에서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 뜨거움이 올라와 온 몸을 희열 속으로 몰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내가 성큼 다가와 화영을 안아들었다.
화영은 자신도 모르게 사내의 목에 팔을 감으며 안겨들었다.
160cm가 채 안 되는 화영의 몸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60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아줌마 몸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운동과 체중관리는 철저하게 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화영은 30대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화영이 180cm가 훌쩍 넘어 보이는 사내에게 안겼다.
하지만 사내의 품은 이전에 몰랐던 포근함과 따뜻함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영의 입술이 사내의 입술을 찾았다.
화영은 지금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몸이 그렇게 움직였다.
화영의 입술을 받은 사내도 예전에 늘 했던 것처럼 화영의 입술을 세차게 빨았다.
이제 화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능동적이 되어 사내의 가슴에 손을 넣어 젖꼭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의 젖꼭지를 만지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내려 사타구니 사이를 더듬었다.
“흐읍”
화영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소리가 나왔다.
거기 있는 물체는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이 50이 넘은 화영이 일찍이 봤거나 상상했던 것을 초월한 거대한 것이었다.
손아귀에 전해진 물체의 뜨거움이 온 몸을 관통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능동적인 섹스를 치러본 적이 없던 화영이다.
그런데 뭔가에 홀린 듯 대단히 능동적인 여자로 변해버렸다.
그런 자신의 행동을 화영은 깨닫지 못했다.
“아..으 ...응”
콧소린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도 나왔다.
사내의 팔을 벗어나 무릎을 꿇은 화영이 사내의 바지 속에서 물체를 끌어냈다.
거대한 용이었다. 사내의 남근이 아닌 그림으로만 보던 용이었다.
한 손으로 쥘 수 없어서 두 손을 합해야만 쥘 수 있는 용...
손아귀 끝으로 나온 귀두는 흡사 거대한 송이버섯을 연상시켰다.
뿌리까지 이어진 줄기는 나무 등걸을 칭칭 감은 칡넝쿨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줄들에서 내뿜는 열기가 손바닥을 차고 온 몸으로 퍼졌다.
이 열기는 발가락까지 오글거리게 했다.
이 와중에 사타구니에선 전쟁이 난 것 같았다.
이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뜨거움을 동반한 물줄기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화영은 바빴다.
그 용을 몸에 넣어보지 않으면 꼭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사내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고 그냥 있었다.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집이라고 하기엔 움막이라고 해야 어울리는 곳이었다.
방 한 가운데 장작같이 마른 시신을 두고 그 앞에 앉은 사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이 방울져 흐르는데도 사내는 그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있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든 사내의 눈망울은 형형했다.
머리는 질끈 동여맸으나 그 끝이 등 중간에 올 정도로 길었고 수염은 온 얼굴을 덮고 있었다.
“할아부지에게 마지막으로 노리새끼라도 한 마리 잡어서 제사를 올려야 것제?”
장작같이 마른 시신을 두고 방 밖으로 나온 사내가 어두워지는 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사내는 해질 무렵에 노루가 어디에 많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쉽게 한 마리쯤은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그런데 길을 나선 얼마 후 사내의 눈에 골짜기에 쓰러진 한 인영이 보였다.
“저거시 머시여?”
바삐 걸음을 옮긴 사내가 날다시피 쓰러진 인영 곁으로 내려갔다.
여자였다.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사내라서 그 여자가 몇 살인지 알 수 없었다.
자세히 살피자 무릎이 깨지고 옷가지들이 찢어진 상태로 웅크리고 있었다.
“죽었나”
그 골짜기는 보통 사람은 다니기 힘든 골짜기였다.
등산로가 아닌 곳에서 실족, 골짜기까지 굴렀다면 필경 죽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여자의 몸에 귀를 가까지 대자 여자는 가늘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내는 잽싸게 여자를 안았다.
그리고 다시 날다시피 걸음을 옮겨 자신이 사는 움막으로 데려와 방 안에 뉘었다.
여자의 곁에는 장작같이 마른 시신이 그대로 있었다.
호롱불을 켜고 여자의 상세를 살피던 사내의 눈자위가 꿈틀거렸다.
상세가 위중하진 않지만 방치하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정도의 이곳저곳 뼈마디가 어긋나 있었다.
그리고 외상도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사내는 우선 어긋난 팔과 다리의 뼈를 제자리에 맞췄다.
사내의 손이 여기저기 움직이며 만지자 우두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아악”
“시방은 아퍼도. 참으씨요. 금방 좋아질 겅게”
여자의 비명에도 한 마디를 던진 사내가 몇 군데 더 만지더니 일어섰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더니 몇 가지 약초를 챙겨다 으깨고는 그 약초들은 상처에 발랐다.
그렇게 묵묵히 자기 일을 마친 사내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 길을 나선 사내는 노루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움막의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내가 나간 뒤 어렴풋이 정신이 든 여자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 보았다.
산비탈을 구르다가 골짜기로 떨어지면서 ‘이렇게 죽는 구나’했다.
온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 때문에 고통을 받다가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살아있었다.
사내가 자신의 몸을 만지자 통증도 가시고 팔다리도 움직일 수 있었다.
자신을 구하고 치료한 사내. 여자는 그가 궁금했다.
통증이 가시면서 눈을 뜨고 자신이 누워있는 방 안을 살폈다.
방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움막이지만 바닥은 온돌이 되었는지 따뜻했다.
그리고 자신과 좀 떨어진 구석에 누군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자신을 치료해 준 사람과 같이 사는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다 통증이 가시면서 스르르 눈이 감기더니 잠이 쏟아졌다.
“누구세요?”
잠에서 깬 여자의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자신이 머리를 정갈하게 묶은 사내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내는 자신의 입에 말간 국물을 흘려 넣어 주고 있었다.
“아칙에 산을 내려갈라믄 이거 마져 묵어야 쓰요”
사내가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
영문을 알 수 없는 여자가 다시 사내가 들고 있는 사발의 국물을 다 마셨다.
그 후 여자는 자신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과 함께 다시 정신줄을 놓았다.
사내는 의당 그럴 것으로 알고 여자를 다시 눕혔다.
그리곤 다시 시신이 된 할아범의 곁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사내의 머리 끝에서 수증기 같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사내는 여자를 치료하며 손상된 자신의 기를 다시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할아부지...마지막 감시롱 좋은 일을 했구만이랑”
운기조식을 끝낸 사내가 누더기 같은 옷을 벗고 몸을 눕혔다.
벗은 사내의 몸은 조각과도 같았지만 여기저기 상처의 흔적인 흉터들은 있었다.
그러나 산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져진 근육들이 사내를 조각처럼 보이게 했다.
조용한 사위, 온 몸을 관통하던 열기가 가시면서 화영은 눈을 떴다.
화영의 숨소리가 커지자 죽은 듯이 누워있던 사내가 화영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사내의 시선이 마주치자 화영은 다시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사타구니 사이에서 샘이 터진 것 같은 물줄기가 솟는 것을 느꼈다.
몸을 비비 꼰 화영이 시선을 내리며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웅얼거렸다.
사내는 여자의 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났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마시다 남은 나머지 국물을 입에 넣어 주면서 말했다.
“상처가 안 킁게 오널 밤만 여그서 자고 내려가도 되꺼시요."
"???"
"여기저기 어긋나부렀는디. 나가 맞춰 놓았응게 걸음새는 밸별 무리가 없을 거시요”
사내의 말을 들으며 화영은 지나간 일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인 등산을 온 딸 지수와 연수가 떠올랐다.
지수의 결혼을 앞두고 딸 둘과 자신만 오붓한 산행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두 딸은 앞서 갔으나 자신만 뒤로 쳐졌다.
산에 오거나 그냥 산책을 해도 매번 그런 일은 있었다.
자신은 등산보다 약초나 야생화 등을 관찰하는 일에 더 열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상 일행과는 뒤처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딸들과 거리가 멀어졌어도 딸들은 어련히 곧 따라오겠지 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앞서 간 딸들의 뒤를 따라잡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상당시간 바삐 걸었어도 보이지 않았다.
늘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자신이 더 오랜 시간을 지체한 것 같았다.
마음이 급해져서 등산로가 아니지만 지름길로 생각되는 곳을 찾아 뛰다시피 걸었다.
“아악”
그 때 뭔가가 발끝에 걸렸고 비명을 지르며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의식을 잃었다.
돌아온 기억을 다잡은 화영은 눈에 익어가는 방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 되었다.
자신이 잠들었다가 깨어난 지 상당시간인데 구석에 누워있는 인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자세하게 바라보았는데 그 인영의 얼굴에 하얀 천이 씌워져 있었다.
잠든 것이 아니라 시신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사신이라는 생각이 들자 비명이 터졌다.
“우욱”
“놀랠 것 없슈. 오늘 아칙에 가셨어라우”
입을 막으며 놀라는 화영을 향해 사내가 상황을 설명했다.
“내 기억에는 한 20년 된 것 같은디...모르재 그보담 오래되慧쩝?모르겠소."
"네?"
"내가 깐난이 때버텀 같이 살었다고 했는데...”
“....”
“그란디... 어쩌자고 여그 깊은 곳에 혼자 그라고 지샛소? 여근 사람들 댕기는 곳 아닌디 큰일 날 뻔 했소이”
화영은 사내의 말을 들으며 조금씩 무서움이 가시기 시작했다.
사내가 자신을 해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살며시 일어나 앉은 화영이 다시 사내의 얼굴을 봤다.
수염이 온 얼굴을 덮은 사내, 머리를 질끈 동여맸으나 그 수염 속에서 안광은 형형했다.
그런데 다시 그 형형한 안광을 쏘인 화영이 몸을 움추렸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또 더워지면서 사타구니에서 또 물이 찔끔 솟았기 때문이다.
이런 화영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가 말했다.
“날 새는 할아부지 묻어 주고 나도 여그를 뜰 참이었소."
"...."
"혼자서는 힘들것재만 나가 부축하믄면 내려가는디 심들지는 않을 거시요."
"...."
"차 댕기는 곳꺼정 같이 갈팅게 꺽정 말고 한잠 푹 자 두씨오."
"...."
"그 약은 한잠 자고 나면 멍울진 근육이 다 풀어지는 약이요."
"..."
"꺽정 붙들어 매고... 아마도 여그 올 때보덤 몸이 더 가벼울 거시요”
머리가 길고 수염이 덮었으나 목소리론 나이가 그리 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내의 말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옛날사람 말투였다.
화영은 사내의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어...”
“뭐시 더 굼금헌 것이 있소?”
“네에..”
“물어보슈”
“여기...핸드폰은 안 터지나요?”
“핸드폰?”
“예”
“그거시 뭐당가요?”
“아~~~아”
“....”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요”
“???”
“저어기...”
“???”
“저~~ 제 배낭 좀 주시겠어요?”
사내가 화영이 손짓하는 곳에 있는 배낭을 가져다 줬다.
화영은 배낭 옆구리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열었다.
그러나 전파가 잡히지 않았다.
4G를 켰다. 전파가 잡혔다.
카톡에 접속하자 지수와 연수가 보낸 무수한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엄마 괜찮아”
화영이 카톡을 쏘자 바로 답장이 왔다.
“엄마 어디야?”
“몰라”
“모르다니...”
“모르겠어. 너희들 따라잡으려고 바삐 뛰다가 넘어져서 굴렀는데 어디 골짜기였나봐”
“그래서?”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데...”
“그래서?”
“어떤 분이 구해줘서 지금 그분에게 치료를 받고 쉬고 있어”
“남자야?”
“응”
“괜찮아?”
“응...좋은 분 같애. 내일 아침에 버스 타는 곳까지 바래다 주신데”
“믿어도 돼?”
“그럼”
“경찰하고 구조대 도움 받아서 핸드폰 위치추적하면 어딘지 알 수 있어. 우리가 갈게”
“괜찮아, 오지 마. 내일 아침에 우리 버스 내렸던 곳에서 만나”
화영은 여기까지 쓰고 접속을 끊었다.
사내는 화영이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곤 시신 곁에 몸을 누였다. 그러더니 금새 코를 골기 시작했다.
사내가 잠들자 화영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배낭을 열고 팬티 한 장을 꺼낸 뒤 움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움막 뒤로 돌아 바지를 벗었다.
팬티가 흠뻑 젖어 있었다. 지수의 아버지가 죽은 뒤에 없었던 일이었다.
나이 쉰여섯, 월경이 끊긴지도 4년이 지났다.
병원일이 바쁜데다 애초 처녀시절부터 섹스가 좋은 줄을 모르고 살았다.
단지 남녀 간의 성교는 자식을 낳기 위한 행위 정도라는 인식이 전부였다.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은 그런 그녀를 석녀라고 놀렸다.
각종 인쇄매체 영상매체에서 말하는 오르가즘이 무엇인지 관심도 없었다.
스스로 석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생에서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 팬티를 적실 정도의 음수가 흘렀다.
저 사내의 눈길을 받으며 사타구니가 뜨거웠다. 온몸이 뜨거웠다.
화영은 자신도 모르게 음부에서 물이 솟구친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바지를 벗고 팬티를 갈아입었다.
돌아서서 하늘을 쳐다보니 별들이 온통 쏟아질 듯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움막을 가운데에 두고 걸음을 옮겨 보았다.
무릎이 약간 시큰 거리는 것 같았으나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
사내의 말대로 몸이 더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사내가 자고 있는 방에 있는 시신이 생각난 때문이다.
그러나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미 초겨울에 들어 선 산중의 밤은 추웠다.
밖으로 나온 지 30여 분 지난 것 같았음에도 으슬으슬 떨렸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시신과는 조금 더 먼 거리의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무섭소?”
깊은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사내가 웅크리고 앉은 화영에게 말을 던졌다.
“....”
“거그 있으믄 추워서 몸이 얼꺼시요. 불끼가 있는 곳은 모르지만 여그는 산중이라...”
“....”
화영의 대답이 없자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다시 그 형형한 안광으로 화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받은 화영은 급히 시선을 깔았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이 비비꼬이면서 사타구니 안쪽에서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 뜨거움이 올라와 온 몸을 희열 속으로 몰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내가 성큼 다가와 화영을 안아들었다.
화영은 자신도 모르게 사내의 목에 팔을 감으며 안겨들었다.
160cm가 채 안 되는 화영의 몸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60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아줌마 몸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운동과 체중관리는 철저하게 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화영은 30대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화영이 180cm가 훌쩍 넘어 보이는 사내에게 안겼다.
하지만 사내의 품은 이전에 몰랐던 포근함과 따뜻함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영의 입술이 사내의 입술을 찾았다.
화영은 지금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몸이 그렇게 움직였다.
화영의 입술을 받은 사내도 예전에 늘 했던 것처럼 화영의 입술을 세차게 빨았다.
이제 화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능동적이 되어 사내의 가슴에 손을 넣어 젖꼭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의 젖꼭지를 만지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내려 사타구니 사이를 더듬었다.
“흐읍”
화영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소리가 나왔다.
거기 있는 물체는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이 50이 넘은 화영이 일찍이 봤거나 상상했던 것을 초월한 거대한 것이었다.
손아귀에 전해진 물체의 뜨거움이 온 몸을 관통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능동적인 섹스를 치러본 적이 없던 화영이다.
그런데 뭔가에 홀린 듯 대단히 능동적인 여자로 변해버렸다.
그런 자신의 행동을 화영은 깨닫지 못했다.
“아..으 ...응”
콧소린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도 나왔다.
사내의 팔을 벗어나 무릎을 꿇은 화영이 사내의 바지 속에서 물체를 끌어냈다.
거대한 용이었다. 사내의 남근이 아닌 그림으로만 보던 용이었다.
한 손으로 쥘 수 없어서 두 손을 합해야만 쥘 수 있는 용...
손아귀 끝으로 나온 귀두는 흡사 거대한 송이버섯을 연상시켰다.
뿌리까지 이어진 줄기는 나무 등걸을 칭칭 감은 칡넝쿨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줄들에서 내뿜는 열기가 손바닥을 차고 온 몸으로 퍼졌다.
이 열기는 발가락까지 오글거리게 했다.
이 와중에 사타구니에선 전쟁이 난 것 같았다.
이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뜨거움을 동반한 물줄기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화영은 바빴다.
그 용을 몸에 넣어보지 않으면 꼭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사내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고 그냥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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