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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 제왕이 되다. - 2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4:52 1,140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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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분명히 처가의 지수 방이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도 지수다.
하지만 자신은 무릎을 꿇고 있고 앞에는 수염이 더부룩한 사내가 침대에 앉아있다.
철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눈도 크게 깜빡여봤다.
그런데도 정신이 몽롱하다. 어디 아픈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그때 그 수염이 더부룩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름이?"
"???"

눈만 껌벅거린 철준이 말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보았다.
깊었다. 그 깊은 눈 안으로 자신의 정신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당신 이름이 뭐시냐고?"
"예? 아! 강철준입니다"

자신이 심문을 받는 것처럼 이름을 말했다.
다시 귀청을 뚫고 뇌를 부술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용주다"
"네? 아~ 네에"
"내 이름이 뭐시라고?"
"네? 고..용주님?"
"그려. 고용주"

다시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다.
검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무술을 배운다.
태권도라든지 유도라든지 아니면 합기도라든지 호신술이다.
범인 체포 당시 반항하는 범인에게 최소한의 자기방어는 해야 해서다.
사격술도 연습한다.
45구경 권총은 수시로 사격 연습을 할 수 있다.
이 또한 필요할 때 자기방어를 해야 해서다.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해야 할 임무는 경찰이 맞는다.
그래서 경찰은 무술경찰 저격경찰 등 임무를 수행하는 직급을 뽑는다.
이들은 청와대 경호실에도 근무하고, 총리 등 요인 경호, 대선 때 각 정당 대통령 후보 경호도 한다.
또 각 경찰특공대로 특수임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기동타격대의 타격요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검사라고 경찰이 체포해 온 범인을 취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현장에 출동하여 경찰을 지휘하기도 하고, 검찰 수사요원만으로 법인을 체포하기도 한다.
그래서 검사, 특히 형사부나 특수부 검사는 만능이어야 한다.

철준도 마찬가지다.
애초 어렸을 때부터 운동도 좋아한데다 무술 연습이 체질에 맞았다.
그래서 다른 검사들보다 사실 싸움에서도 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 한다.
형사부 근무 당시 조폭들 잡아들이면서 맞닥뜨리면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때문에 경찰들도, 검찰파견 형사들도 검찰 수사관들도 철준은 한 수 접어준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 앞에서 힘을 쓸 수가 없다.
몸을 일으켜서 당신은 누구야 라고 하며 한 판 붙어야 하는데 그가 거대한 산처럼 보인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처지가 이해되지 않겄제"
"...."
"그럴 거시여"
"...."
"일어서"

뜬금없이 용주가 손을 들어 올리면서 말하자 철준의 무릎이 펴지면서 몸이 곧추섰다.

"앙거"

"손을 다시 내리자 철준이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이해 안 되제?"
"???"
"한 가지만 야그헌다"
"예에"
“당신은 내 앞에서는 언제든지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읍서”
“???”
“그것만 알어”
“예? 아~예에”
"검사라고 했재?"
"예"
"응 들어서 알어"
"...."
"제대로 묵어 들어갔는지 모르겄는디..."
"...."
"당신 기억 속에 있는 어제 오늘 야그를 다 해 봐"
"???"
"뭔 말인지 몰러? 그라믄 쉽게 어저께하고 오널 머슬 혔는지 말햐봐"
"아~ 예에"

철준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기억 속에 남은 이야기들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절제해서 말하려고 해도 기억된 모든 것들이 술술 나왔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앞으로 해야 할 일, 생각하는 일...
그 얘기 속에는 고명준과 고명희의 의심스런 관계도 나왔다.
그리고 고명준이 무슨 일인가를 꾸미고 있음도 말했다.
고명준의 소스로 박철우와 정명석을 잡아다 심문한 것들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 잠깐"
"???"

자신도 절제하지 못하고 술술 불어대는 철준의 말을 용주가 막았다.
용주의 제지에 말을 하다가 끊은 철준이 용주를 바라보았다.

"노숙자가 된 놈 덜 이름이 박철우 정명석이라고?"
"예"
"박철우란 놈이 먼 여자를 위찌해불라다가 그래 되慧鳴?"
"예"
"그놈들이 주인님 우짜고 하며 헷소리를 했다고?"
"예"
"그려서...그놈들은 시방 워디 있는감?"
"모텔이라도 잡아서 숙소로 주고 감시하라고 했습니다"
"알었어. 그담은?"

철준은 술술술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박철우와 정명석을 심문하여 얻은 정보를 그대로 내 놓았다.
그들이 노렸던 여자들의 정체, 노렸던 이유까지 용주는 알게 되었다.
용주는 자신이 그놈들에게 구해 준 여자들이 누군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호텔에서의 여자, 그 여자가 대단한 여자란 것도 용주는 알게 되었다.

잠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에게 하룻밤 하고 반나절을 꺼뻑 죽어갔던 여자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놈들이 그 대단한 여자를 몸으로 장악하여 어찌 해보려고 했다는 말에 기분도 상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곳에 자신의 가장 소중한 소지품을 두고왔던 것도 생각이 났다.
만약 그 편지만 소지하고 있었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성본창설 재판이 쉬웠을 것이다.
보연은 그 일을 변호사에게 맡겨놓고 증인과 증언을 찾느라 상당한 공을 들였었다.

그 여자들도 나이가 화영이나 주희와 비숫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혼자서 웃었다.
그리고는 입가에 빙긋한 웃음기를 띄운 뒤 철준을 향해 말했다.

“자지 내 봐”
“예에?”
“좃 내보라고...”

뜬금없이 용주가 철준에게 좃을 꺼내라고 지시했다.
철준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서서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내렸다.
그런데 가랑이에 달린 것이 모양은 그런대로 쓸만해 보였다.

“워뗘?”
“???”
“마누라하고 할 때 말여”
“그냥...”
“똑바로 말혀”
“힘듭니다”
“마누라에게 못 이겨?”
“....”
“좃은 쓸만헌디?”

철준은 고개를 숙이는데도 얼굴이 벌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용주가 일어서서 철준의 곁으로 왔다.
그리고는 덜렁거리고 있는 좃을 쥐었다.
잠시 후 철준은 단전에서 뜨거운 것이 밀고 올라옴을 느낄 수 있었다.

“돼壺障?br /> “???”
“인자...당신이 마누라를 이길 수 있을 거여”

철준이 고개를 숙여 아래에 있는 자신의 물건을 봤다.
그가 살짝 쥐기만 했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상태로 빳빳하게 세워졌다.

“좃대가리 힘 생겼다고 다른 여자는 넘보지 마”
“....”
“마누라헌티만 써”
“아~예에”
“글고...”
“예”
“앞으로 당신 주변에서 생기는 일...”
“???”
“특히 그 머시냐. 고명준인가 하는 이가 하는 일...”
“....”
“그러니까 당신이 지금 조사하고 있는 일은 내가 다 알어야 쓰것어”
“아! 예에”

용주는 생각했다.
그 호텔 여자에 대한 것이었다.
그 여자가 대단한 여자라고 해도 양아치들이 넘볼 수 있는 것은 어딘지 허술하다는 뜻이다.
그 허술함을 노리고 배다른 동생이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종내는 죽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여자에게 단단한 보호막은 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호막이 단단해도 목적을 가지고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 위험은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여자는 얼떨결에 자신과 하루하고 반나절을 지냈을 뿐이다.
그것을 인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영이나 지수를 보더라도 지금 그 여자는 자신을 보게 되면 다시 죽을 것이다.
이렇게 우연히 화영을 만날 수 있는데 그녀라고 만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특히 그녀가 그리 대단한 여자라면 지금 자신을 백방으로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틈을 그놈들이 노린다면 그녀의 방비는 더 허술할 것이다.
자신과의 인연 때문에 그 여자가 다치는 것은 싫다.
그렇다면 그놈들을 이대로 둘 수 없다. 자신이 미리 알아서 방비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마친 용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디...만날 나한테 전화를 하는 것도 그라제?”
“....”
“퇴근혀서 당신 마누라에게만 말 혀”
“???”
“특별한 거, 급한 거 나오믄 지수허고 통화하믄서 알려줘”
“???”
“아!...당신 마누라?”
“....”

용주가 그때까지 영문 모르고 잠들어 있는 지수의 귀 뒤 쪽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깊이 잠이 든 것 같았던 지수가 눈을 뜨더니 일어났다.
그러나 지수는 지금 자신의 앞에 벌어진 일을 얼른 깨닫지 못했다.
멀뚱한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황당해하는데 용주가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군지 알지요?”
“네? 네에”


남편과 용주를 번갈아 바라보며 지수는 우물쭈물 대답했다.

“여그 강 검사는 인자 내 부하요”
“무슨?”
“그냥 거그까지만...”
“예? 예에”
“앞으로 부부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고...”
“....”

지수는 그 말을 하는 용주를 바라보다가 다시 남편을 보며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남편은 용주가 무슨 말을 해도 가만히 있었다.

‘부하라니?’

지수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자신의 몸에 속옷이라도 입혀진 것이 그나마 덜 부끄러웠다.

‘누가 입혔지? 내가 입었나?’

지수는 아무리 생각을 돌려보아도 지나간 일에 대하여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정복하고 섹스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이다.
자신은 그의 몸 아래에서 여자로 태어난 기쁨을 맞봤다.
남자, 수컷, 여자 암컷...그 오묘한 진리에 대하여 몸으로 생생하게 체험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저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자 다시 사타구니 가운데가 뜨거워졌다.

용주가 지수의 변화를 감지하고 다시 지수를 단전 부근에 손을 댔다.
움찔 놀란 지수가 고개를 숙이며 그의 손끝과 철준을 번갈아 봤다.
하지만 남자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도 철준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지수는 철준의 그런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놀랄 것 읍서.”

용주가 그 말을 한 뒤 손을 뗐다.
그런데 거짓말 같이 몸 한 가운데서 올라오던 열기가 식었다.
표정도 바로 돌아오고 정신도 맑아졌다.
정말 대단한 남자라는 생각에 다시 용주의 얼굴을 봤다.
그런 지수의 변화를 감지하며 용주가 말했다.

“인자...보연이 친구로...글고...여그 남편의 아내로...”
“???”
“시웁게 말허믄 인자는 그렇게 편허게 살 수 있을 거시요”
“아~”

지수가 짧게 감탄사를 뱉으며 수긍하자 용주가 철준을 보면서 말했다.

“강 검사...”
“네”
“마누라 많이 사랑혀 주고...”
“예에”
“워쩌다 나하고 엮이면 고거슨 치료잉게 그리 알고”
“예”
“지금까지 불편혔든 거슨 나가 다 치료혔어”
“???”
“글치만 앞으로도 종종 치료가 필요할 거시여”

용주는 그 말과 함께 강철준을 일으켜 세운 뒤, 눈으로 침대로 올라가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철준이 침대로 올라가서 지수 곁에 앉았다.
그러자 용주가 둘에게 다가간 뒤 다시 가볍게 머리와 가슴을 한두 번 쳤다.
용주의 그런 행동이 끝나자 둘은 정신이 맑아왔다.

그러나 앞에 있는 용주는 거대한 산처럼 자신들을 압도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명령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들에게 정신적 주인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용주는 최초로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제대로 된 부하를 거둬들였다.
그런 다음 용주는 둘을 앞에 두고 화영과 자신이 얽힌 기인 얘기를 시작했다.
둘은 놀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경청했다.

“결론적으로다가 말허믄...”
“....”
“....”
“당신 엄마는 나를 떠나서 살 수가 읍서”
“....”
“긍게 당신은 영원히 강 검사의 아내로 애도 낳고...대신 엄마는 놔 줘”
“네에”

그가 한 군데를 만져 준 뒤 몸의 변화를 느낀 지수가 다소곳이 대답했다.

“글고...강 검사”
“예”
“그 잡어뒀다는 아그덜 말여”
“박철우 말입니까?”
“그려. 그 아그덜”
“네”
“나가 좀 만나야 쓰겄는디...”
“???”

용주의 말이 철준이 무슨 말이냐는 듯 눈으로 물었다.

“그 아그덜 나가 그리 맹글었어”
“아!!”

그래, 그놈들이 그랬다.
허름한 옷차림과 수염만 생각난다고...
순간적으로 생긴 일이라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고...
주인님...주인님...그 소리만 반복했었다.
주인님을 만나야 한다고 계속 말했다.
이제야 비로소 철준은 놈들이 말한 주인님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나가...시방...주민증이 없어. 그려서 신분증 내는 관공서는 못 가”
“???”
“긍게 강 검사에게 보연이가 전화를 할 거시여”
“보연이라면?”
“당신 마누라 친구 최보연이...”
“네에. 최보연 경감요?”
“그려. 그 최보연이... ”
“예에”
“둘이 약속하믄 내게 알려질 거여”
“....”
“글믄 나가 그리로 가믄 되제”
“예”

철준의 대답이 끝나자 용주가 일어섰다.
둘이 진심으로 복종한다는 듯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용주가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의 머리를 만졌다.
두 사람은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면서 서로를 갈구하게 되었다.
용주는 그런 둘을 두고 뒤를 돌아 방문 쪽으로 갔다.
문 밖에서 이들의 말을 듣던 미경이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가서 이불을 쓰고 자는 척을 해야 했다
용주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온 뒤 화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용주가 나가자 철준과 지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갈구했다.
서로 부둥켜안은 두 사람은 허겁지겁 상대의 입술을 빨았다.

2
방으로 돌아 온 미경은 혼돈 상태에 빠졌다.
고명희...고명희라니...

자신을 여자로 만들고 아이를 임신시킨 남자가 고명희의 아버지다.
하지만 그의 아이를 임신했어도 고 회장의 실체를 미경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본처에게서 난 고명희라는 딸이 있다는 것은 안다.
자신은 고명희와 함께 살았었다.
고회장의 수발을 드는 비서로 그 집에서 살았다.
식사와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들과 다르게 자신은 고 회장의 몸종 비숫한 처지였다.

어쩌다 마주친 고명희의 눈길...
그것은 애처러움과 멸시가 함유된 눈빛이었다.
하지만 미경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고아로 자라서 고아원에서 마친 고등학교...
더 배우고 싶었으나 국가의 제도는 거기까지만 고아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살이 되면 누구라도 고아원을 나와서 독립을 해야 했다.
미경이라고 더 특별히 고아원이 봐줄 수가 없었다.

취업을 했다.
그런데 취업한 곳이 하필이면 사채업을 하는 사무실이었다.
처음에는 사채업을 하는 사무실인지 알지 못했다.
신사동에 사무실을 두고 간판은 ‘대성실업’이라고 붙인 회사...
그곳에서 여 경리는 뽑는다는 벼룩시장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
면접이라고 할 수도 없는 사장과의 만남...
사장은 미경의 외모만 보고 다음 날부터 바로 출근하라고 했다.

고아원 원장도 일하는 직원들도....그리고 동생들도 좋아했다.
그들의 도움으로 작은 연립주택 지하에 월세방을 얻었다.
이사랄 것도 없었다. 대강의 도배도 되어 있는 방이라서 그냥 들어가 살면 되었다.
보증금은 고아원에서 주는 소액의 정착자금으로 대치했다.
고아원에서 주는 돈이지만 그것은 국가의 지원금이다.
국가는 거기까지만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벌어서 생활비와 월세를 감당해야 했다.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허허벌판에 혼자 내던져진 것 같았다.
그러나 미경은 현실에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
며칠이 가지 않아서 사무실의 꽃이 되었다.
예뿐 얼굴과 상냥한 웃음, 그리고 조곤조곤한 말씨...사장도 직원들도 좋아했다.
직원이라곤 사장 하나와 미경, 그리고 전무라고 불리는 사람, 운전기사가 전부였다.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미경은 알 수 없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사무실 청소하고 사장 진신부름이나 하면서 전화를 받는 것이 일과였다.
그 전화라는 것이 대부분 사장을 찾는 전화였으므로 미경은 받아서 바꿔주면 되었다.
사장이 부재중일 때는 통화기록만 잘 메모해두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사장이 사채업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종종 전화로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찾아 온 사람들은 사장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젊잖은 노인 한 사람은 달랐다.
한 달에 한두 번, 그 노인은 비서를 달고 찾아와서 사장에게 보고를 받았다.
사장은 그가 오는 날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안절부절이었다.
그리고 그가 다녀가면 다시 사무실은 평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서너 달이 흐른 뒤였다.
아무 할 일도 없는 사무실에 다시 여자 경리가 채용되었다.
이번에 채용된 여자는 나이도 많고 미경 자신이 보아도 박색이었다.
그러나 미경은 사장에게 왜 직원을 또 체용했느냐고 물을 처지가 아니었다.
다만 쫓겨나면 어쩌지? 방세도 내야 하는데 다시 빨리 직장이 구해지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여직원을 채용한 다음 날 사장이 미경을 불렀다.

“미경아!”
“네, 사장님”
“너 다른 곳에 가서 근무하지 않을래?”
“네? 왜요?”
“여기 있는 것보다 월급도 두 배는 많은데...그냥 개인비서야”
“저...일을 못해서 짤리는 거예요?”
“그런 거 아냐. 나도 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그런데요?”
“널 원하시는 분이 내가 거역할 수 없는 분이거든?”
“네? 저를 원해요? 누구신데요?”
“너도 알지? 한 달에 한두 번 오시는 회장님”
“아! 네”
“그 회장님이 널 원하셔”
“???”
“널 자기 개인비서로 달라는 군”“개인 비서면?”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그분은 우리나라에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분이야”
“???”
“이 사무실도 사실 그분이 오너야. 난 그분이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
“네에”
“그분 개인 비서인데 근무지는 그분 집이야”
“집요?”
“응. 그러니 이제 네 방 보증금도 빼고 짐도 그분 집으로 옮기고 거기서 숙식을 하면 돼”

미경은 일단 그 조건에 무엇을 말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방이 생긴다.
밥을 해먹지 않아도 된다.
월급은 두 배가 많다.
이 조건인데 미경이 거절할 수 없었다. 미경에겐 그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다.

사장과 대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젊은 남자가 왔다.
미경은 그 남자가 모는 차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가서 짐을 챙겼다.
집주인은 아무 말도 없이 계약기간이 아직 한참이 남았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줬다.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신변정리를 마친 미경은 그 남자의 차를 타고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으로 갔다.
도착한 집은 미경이 난생 처음 보는 대궐도 부럽지 않은 집이었다.

본채와 사랑채로 분리된 집, 대문에서 집까지도 자동차로 들어와야 하는 집...
그런 집에 실려 온 미경은 집안에 있는 아주머니가 지정해준 방을 보고 입을 벌렸다.

화장님과의 첫 대면은 그날 저녁식사 때였다.
사무실에서 본 그대로 온화한 웃음을 지은 회장님은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미경은 부인이 없는 고회장의 집안 몸종이었다.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좀 도우려고 해도 아주머니들이 질겁하며 말렸다.
아무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회장님의 심부름 한두 개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마다 동행해준 사람은 ‘구서방’으로 불리는 아저씨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미경은 그 구서방 아저씨가 자신의 감시인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 집에서의 생활은 미경에게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줬다.
그런데 회장님은 퇴근하면 미경부터 찾았다.
물 한 컵이라도, 차 한 잔이라도, 심지어 갈아입을 속옷 하나라도 미경에게 챙기라고 했다.
스무살을 먹도록 고아원에서 살았던 삶...
누구에게라도 떳떳하지 못했고, 사람다운 대접도 받아보지 못한 삶...
그런데 몇 달 받아 본 월급은 미경이 살면서 이런 기쁨도 있구나를 느끼게 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과분한 월급이지만 미경은 그것이 하늘의 도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활을 하는 미경을 보는 단 하나의 눈초리...
그 눈초리를 가진 사람은 회장님의 무남독녀 외딸이었다.
이름이 명희라고 했다.
일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회장님보다 명희씨를 더 어려워했다.
그 집에서 맘대로 말하고 맘대로 활동하는 사람은 명희 한 사람이었다.
회장님도 딸에게는 꼼짝을 못하는 것 같았다.
시집을 갔는지 안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보다 열 살은 훨씬 더 많이 보였다.

어느날....
고 회장이 목욕 중에 미경을 불렀다.
미경은 그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집 안에는 그들 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저녁이면 언제나 사랑채로 퇴근했다.
딸 명희씨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목욕 중이던 회장님이 부르는데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옷을 입은 채 문 앞에서 부름에 응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너라”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나이는 지났다.
미경은 갈등했다.
이제 스무 살이다. 그런데 여기서 거절하면 쫓겨날 것이고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
지난 몇 달간 모은 돈은 조금 있었다.
하지만 약한 여자 혼자서 직장도 없이 무작정 나갈 수는 없었다.

‘이를 위해 그동안 회장님이 내게 모든 친절을 배푼 것이구나’

입술을 앙다물며 결심을 한 미경은 겉옷을 벗은 속옷차림으로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증기에 싸인 욕실...
거품이 기득찬 욕조 안에 회장이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욕실 문이 열리면서 미경이 들어서자 회장은 눈을 뜨고 말했다.

“똑똑하구나. 내가 그래서 너를 점찍었어”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있는 미경에게 다시 회장이 말했다.

“그 속옷도 벗고 이 안으로 들어오너라”

이미 결심을 한 미경은 망설이지 않았다.
브레지어를 벗었다.
탱글탱글한 풋풋한 가슴이 거기서 튀어나왔다.
팬티를 벗었다.
공중목욕탕에서 같은 여자들에게 보여준 외에 남자 앞에서 최초로 아랫도리를 드러냈다.
눈을 게슴츠레 뜬 회장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쁘구나”

그렇게 시작된 역사...
그 역사는 아픔의 시작이었다.
지독한 고통이 아랫도리에서 밀려왔다. 그 고통은 전신을 때렸다.
남자의 몸에 그렇게 무서운 무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냥 짐작으로만, 풍문으로만, 상식으로만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로 들어온다는 것...
그 섹스를 통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애를 낳고, 부부가 된다는 것...
고아원에서 원장도 보모들도 언니들도 늘 말했다.

“남자 조심해라”
“남자에게 잘못 걸리면 평생 제대로 살 수 없다”

미경이 아는 성적 지식은 실상 그런 정도였다.
함부로 몸을 굴리다가 고아출신은 갈 곳이 유흥가뿐이라는 말들...
앞서 고아원을 떠난 상당수 언니들이 그런 길로 가고 말았다는 말들...
미경은 그런 말들을 통해 세상의 두려움을 막연하게 느꼈으나 지금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진 않았다.
회장님은 자신을 그냥 버리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그 기대감이 전신에 퍼지는 아픔을 이길 수있도록 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관계는 거의 날마다 목욕실에서 시작하여 침실에서 끝났다.
어느 날 부터인지 딸 명희씨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애초부터 고운 시선은 아니었으나, 더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미경은 그런 시선에 대해 그리 거부감이 없었다.
만약 자신과 회장님의 관계를 알고 있다면 자신이 딸이라도 이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의 불편한 시선을 받으면 고개를 숙여 피했다.

그리고 몇 달 후...
미경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몸의 변화를 회장에게 말할 수 없었다.
속절없이 시간은 가고 자신이 봐도 이제 배가 부른 것이 표시가 날 정도였다.

“애를 가졌느냐?”

화난 음성으로 묻는 회장의 표정은 지금까지 봐왔던 그런 회장이 아니었다.

“멍청한 것 같으니라고...”

그 말을 한 회장은 그냥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자신에게 돌아 온 것은 구서방의 말이었다.

“짐 싸라”

더 무슨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그 말을 하는 구서방 아저씨의 표정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자주 보는 아저씨도 아니고 어쩌다 마당에서 마주친 아저씨다.
그가 형언할 수 없는 표장으로 하는 말...
자신은 회장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서방이 운전한 차를 타고 간 병원의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난감해진 구서방이 다시 지신을 차에 태워 어디론가 갔다.
도착한 곳은 별장인 것 같았으나 오래 비워둔 것이 확연했다.

“네가 여기 살아있다는 것을 회장님이 알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
“나 외에는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말고...내가 너 살 수 있는 준비 해뒀으니...”

그리고 구서방은 떠났다. 혼자의 외로움이 시작되었다.
어디가 어딘지...어디로 가야 차를 타는지...얼마나 나가야 사람 사는 곳인지...
외딴 섬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심정이었다.
그러나 미경은 뱃속 아이를 생각했다. 아이를 지켜야 했다.
구서방은 일주일에 한두 번 들락거렸다.
사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그렇게 몇 달...마침내 산기가 왔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죽을 만큼 아팠다.
꼭 죽을 것 같았다. 여기서 이렇게 죽는구나고 생각했다.

그처럼 지독한 고통을 겪다가 실신했다.
그리고 깨어 보니 병원이었다.
아이는 없었다. 구서방도 없었다.
울부짖으며 아이를 찾자 원장이 아이를 사산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여길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돌아 온 대답은 그냥 병원 앞에 버려진 산모였다고 말했다.

딱 20년 전 일이다.
병원에서 퇴원을 해도 갈 곳이 없는 처지를 안 원장이 제안했다.
같이 살면서 아이들을 돌봐주면 좋겠다고....
입주하여 아이들 이모가 되었다. 그렇게 20년이다.
그런데...그런데...오늘....
저들의 입에서 고명희를 듣는다. 고성환의 딸...고명희...
미경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자신의 몸에서 죽었다는 아이가 생각났다.
그리고 철없던 시절의 단순한 판단이 후회되었다.
미경의 눈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한 자락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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