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돌아간 뒤에도 화영은 좀체 본론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냥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고령의 임산부에게 해 줄 수 있는 대화...
그런 시답잖은(?) 말을 한 시간쯤은 한 것 같았다.
명희도 그런 화영을 재촉하지 않았다.
실제로 화영이 해야 할 본격적이 이야기가 그게 아니란 것쯤은 알았다.
둘 사이는 이미 그 얘기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물꼬는 터야 한다.
그리고 고인 것들을 내려 보내야 한다.
둑이 아주 터져서 모든 물을 내려보내버릴 것인지...
아니면 일정량은 넘겨 둘 것인지...
이에 대한 답을 둘은 찾아야 한다.
그래야 주희나 보연을 설득하든지 할 수 있다.
그녀들에게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경은 더 문제다.
그녀에게 뭐라고 부를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대할 것인지...
지수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막혀있는 물줄기를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윽고 결심을 굳힌 회영이 물을 한 잔 마시고 입을 열었다.
친구들이 호텔을 나간지 족히 한시간은 넘었을 시점이었다.
"고 회장"
"응"
화영의 부름에 눈을 마주친 명희가 바라보았다.
"이거...한 번 읽어 봐"
눈을 바라보며 백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 명희에게 밀었다.
명희는 그런 화영의 시선을 잡은 뒤 그녀가 건네 준 편지봉투를 봤다.
그러나 선뜻 그 봉투를 집지 않았다.
화영이 눈짓으로 말한 뒤 일어섰다.
자기 방인양 룸바로 가서 술병 하나와 잔, 간단한 안주를 집어들고 왔다.
멍한 명희의 시선을 보면서 스스로 그 술병에서 한잔 따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 화영을 본 명희가 아랫 입술을 이빨로 지긋이 물었다.
결심을 한 것이다. 손을 집은 봉투를 열었다.
조화영 원장 선생님께....
고용주입니다. 익히 알겠지만 저는 根本을 모르는 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물론 의사 선생님이 따님을 통해 저의 근거지를 알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따님의 친구인 최보연 경감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그 움막은 이미 치워졌으며 저의 산 생활도 자연스럽게 끝났습니다.
이 모든 것은 최보연 경감과 그 모친 때문입니다.
숨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가진 남성性이 좀 특이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닙니다.
또 제가 산속에서만 살아서 倫理意識이 결여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떻든 저는 지금 그 두 모녀를 다 여자로 품고 삽니다.
선생님은 제가 따님과 동침한 것을 알면서도 저와 스스럼없이 동침했습니다.
그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모녀도 그랬습니다.
이 무슨 괴팍한 인생인지....
하늘은 제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인지....
제게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남성性을 주었습니다.
또 기연을 만나 여자들에게 모진 고통을 감내하도록 하는 능력을 갖도록 했습니다.
이 모진 운명 때문에 보연 모녀나 선생님 모녀를 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 이런 내용이 알려진다면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온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만 아니라 저와 얽힌 모든 여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모든 인연을 종결지으려고 합니다.
이런 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으로 믿겠습니다.
그리고 따님인 최지수 선생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했으니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그리 알고 그냥 갑니다.
추신 : 참....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 쯤 의 일인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데리고 온 나이 어린 임신부에게서 아이를 하나 받은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바로는 지독한 난산이었고 아이를 낳다가 산모는 실신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산모가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죽을 목숨이었던 태아...그가 바로....나 고용줍니다.
그리고 할아범이 바로 선생님이 산 속 움막에서 봤던 시신입니다.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가 땅속에 묻고 봉분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베고 누워있던 베개 안에 편지가 한 통 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지금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제 잘못으로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편지와 함께 남겨진 약도그 그려진 종이는 또 제 주머니에 있었지요.
그 약도를 찾았더니 선생님의 병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갔는데...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인연이란....참 묘하지요.
선생님은 저를 살아서 태어나게 했고, 저는 선생님을 계곡에서 구했습니다.
그러니 우린 서로 목숨을 주고 받은 사이인 셈이지요.
그러니 피차 이제 빚이 없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혹시 선생님의 기억에 그 산모의 다음 행선지가 남아 있다면...
더 나아가서 혹시 그 산모가 죽었으면 시신은 어찌 처리되었는지 알고 있다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제가 물을 때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이 아니라 아주 나중에 입니다.
제가 사람들이 인정하는 정도로 세상을 살아냈을 때입니다.
제 몸뚱이 하나 누일 공간이라도 마련되면서 제사라도 지낼 수 있는 처지가 되었을 때입니다.
그 때 찾아오겠습니다.
몸뚱이 누일 공간이야 지금이라도 당장 산속으로 가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이곳 도시에서 살아보려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란 것쯤은 이제 배웠습니다.
여기까지 쓰려고 했습니다만 혹여라도 노파심에 조금 더 더 적습니다.
이 편지로 인해 최보연 경감과 그 모친에게 불상사가 닥친다면 그것은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점 깊이 인식하셨으면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조만간 그 두 모녀와의 관계도 정리될 것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그리 살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당당하게 주민등록을 받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 때 그들과의 관계도 말끔하게 정리할 것입니다.
그들은 유능하고 재주도 많은 사람들입니다.
특히 최보연 경감은 앞날이 창창한 유능한 경찰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나 같은 "떨거지" 때문에 인생을 망치게 할 수는 없지요.
이런 것까지 밝히는 이유는 바로 선생님이 나를 세상에 있게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연히지만 필연적으로 모녀를 함께 여자로 품었다는 것....이 두가지 때문입니다.
그들을 그냥 두십시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운명은 우리는 또 만나게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더 연결되면 안 됩니다.
나이도 함참 어려서 아들뻘도 안 되는 제게 "여보"라고 불러주셨는데 이리가서 미안합니다.
이 또한 용서를 바랍니다. 그날 이후 다시 또 이렇게 바람처럼 떠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괴이한 운명을 타고난 남자, 고용주 드림.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술잔에 술을 따라서 마시는 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숨소리...
그 외에 다른 소리는 한 동안 나오지 않았다.
천정이 내려 앉을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둘 사이에 흘렀다.
그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명희가 다시 일어섰다.
그리곤 손수 금고 같은 장을 열더니 허름한 가방 하나를 꺼냈다.
그 가방 안에서 곱게 접혀진 편지 한 장을 꺼내 왔다.
슬며시 탁자 위에 놓고는 화영쪽으로 밀었다.
화영은 그 편지를 집었다.
이제는 손이 떨리지도 않았다.
"잊지는 말되 찾지도 말아라"
너는 슬픈 탄생의 비화를 가진 아이였다.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이...
고성환....
이 나라 모든 지하 경제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사람이다.
지금은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의 힘은 대통령도 어쩔 수 없었다는 사람이었다.
그런 고회장이 7순의 나이에 잠시의 일탈로 스무살 정미경을 안았는데 아이가 생겨버렸다.
고회장의 궂은 일을 도맡아서 했던 내게 너와 정미경의 목숨이 맡겨졌다.
낙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가 매 안에서 커버린 정미경이 고회장에겐 고역이었던 것이다.
이미 나이 70이 된 그에게서 또 자식이 태어났다고 세상에 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어떻든 숨길 수 있었으나 자식이라면 필경 생기게 될 유산 분배도 문제였다.
“아이가 살아서 태어나면 안 돼”
내게 고회장이 내린 명령이었다.
검은 세상을 장악하고 70평생을 살아 온 고회장에게 여자 하나의 목숨은 파리목숨이었다.
그를 대신하여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을 다녀 올 사람은 지천에 널려있었다.
감옥이 20년이라도 돌아와서의 20년이 해피할 것을 알기에...
고회장의 상벌처리에 대해서 알기에 더욱 그랬다.
내게 그런 명령이 내려왔으니 나는 만삭의 미경이를 죽여야 하는 일을 맡은 것이었다.
아니라면 미경이를 살리되 아이는 약물투입을 통한 유산이든지 충격에 의한 사산 외에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두 가지 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회장의 뜻과 다른 길을 택했다.
미경이도 살리고 아이도 살리는 길...그 길은 나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었다.
둘 다 살리되 고회장이 모두가 죽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완전 격리해야 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세상에 없는 사람을 만드는 일 뿐이었다.
너는 난산이었다.
미경이가 어린 것도 그렇지만 태중에서 이미 거인의 풍모를 가졌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미경이는 결국 너를 낳다가 실신했다.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실신하면서 병원이 어수선할 때 신생아실로 옮겨진 너는 내가 빼돌렸다.
병원에서야 신생아 실종사건으로 신고했겠지만 나는 그 길로 이곳으로 들어왔다.
생목숨 죽일 수는 없었으나 살아나면 그 또한 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는 용의 아들이었다.
신생아답지 않은 등치에 무엇보다 남자의 상징이 일반 신생아들과 달랐다.
갓 태어난 아이의 오줌발이 예닐곱 아이들보다 강했다.
귀두를 덮고 있는 표피가 용의 비늘 같았다.
너를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제대로만 크면 고회장보다 더 큰 인물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분유를 사고 기저귀를 사고 아기용품을 사고 그럴 때마다 꼭 내 아들인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네게 호적을 해줄 수는 없었다.
나도 살아있는 사람이어서는 안 되었다.
이곳으로 들어 온 뒤 세상과 절연했다.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행불자로 처리되도록 그냥 버려뒀다.
나 또한 그렇게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대동아전쟁 때 고아로 태어나서 60여 년을 검은 세상에서 살았으니 여한도 없었다.
나를 통해 고회장의 근심덩어리가 없어진다면 그것으로 내가 고회장 은혜는 갚은 것이다.
그러나 자라는 너를 보면서 바보로 만들 수는 없었다. "용근"을 가진 너인데...
네게 무예 공부를 시킨 것은 네 몸 하나 간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호적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그것은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네가 스스로 세상에 나가서 무식쟁이는 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네가 철들무렵부터 나는 너에게 그토록 심하게 닦달했던 것이다.
그렇게라도 공부를 하게 한 것이 바로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일이어서였다.
이제 나는 이 한 많은 세상과 아주 절연한다.
네가 기연을 만나서 세상을 호령하며 살든지....
아니면 그냥 이곳에서 내가 살던 방식대로 살던지 그것은 너의 선택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절대로 검은 세상과는 인연을 맺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다.
그렇지만 나는 너에게 미안하지 않다.
너의 생모가 되는 정미경 그녀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의 이런 선택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너희 모자는 서럽게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너의 모친이 어디서 살아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모르겠으나 내 판단은 그렇다.
혹여 필요할지도 몰라서 네가 태어났던 병원의 약도를 남긴다.
다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가 이미 상당부분 알고 있어..."
둘은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다만 맨 처음 고명희를 만났을 때 명희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확실하다.
회영과 맨 처음 얽혀진 산 속 계곡, 그리고 움막에서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두 여자가 한 남자에게 암컷으로 종속될 때는 서로 아무 것도 몰랐다.
여자도 남자도...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육체가 지시하는 본능대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용주가 먼저 사태의 정면을 알아갔다.
하지만 용주가 모르는 것도 있다.
지수 이모 정미경이 친모이며 고명희가 고성환의 딸이라는 것...
고명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아내가 되고 싶은 것...
그리고 결국에는 이전에 몰랐던 혈육의 끈을 잇고 싶지 않다는 것...
혈육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녀관계로만 이어진 남편과 아이아빠로만 받아들이고 싶다는 것...
고양이 목에 방울은 달아야 했다.
화영이 입을 열었다.
"자기도 이미 알고 있었네?"
"응"
"그런데 왜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어?"
"그가 스스로 나타나지 않으면...."
"그러면?"
"출생신고나 주민등록 신고가 되어있지 않으면 지문도 등록되어있지 않아"
"그렇지"
"주민등록을 낸 적이 없으니 사진 한 장 등록되어 있지 않아"
"그래.."
"그렇더라도 내 지시하나면 이 나라 전체를 뒤져서도 그를 찾을 수 있었겠지"
"그렇지"
"호들갑 떨고 싶지 않았어"
"???"
"그래서 이 팀장과 결혼을 하고..."
"...."
"당신의 도움으로 애를 낳고..."
"..."
"산후조리...건강회복...그래서 예전의 고명희가 된 뒤..."
"...."
"은밀하게 조용히 찾아서 아주 죽이든지...흔적도 없이..."
"세상에..."
고명희가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그녀도 물을 한잔 마신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대통령도, 저격을 당하지."
"???"
"그도 가장 맏는 심복에게..."
"..."
"가장 가까운 심복이었던 정보기관장이 대통령을 저격했잖아?"
"그게?"
"그에 앞서 그 대통령의 지시로 심복이었던 또 다른 정보기관장은 흔적도 없아 사라지게 했잖아?"
"누구?"
"김형욱"
"아!!"
"세계 최고의 정보와 경호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미국이야"
"..."
"그런 미국의 CIA, FBI가 지키던 김형욱이었어"
"그...그래"
"그가 양계장에서 폐기처분되는 닭처럼 잡혀서 갈려 죽은 것으로 지금 알려지고 있잖아?"
"...."
"권력은, 힘은 못할 것이 없지"
"...."
"지금 시대에 무예, 호신술 이런 게 첨단 무기를 어떻게 당해?"
"세상에나..."
"죽이려고만 한다면...."
화영은 명희의 말을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
죽이려고 한다면 그의 거처가 알려지는 순간 그는 죽을 수 있다.
그와 함께 있는 누구라도 같이 죽을 수 있다.
그리고도 사건은 묻어버릴 수 있다.
고명희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국가 정보기관, 검찰, 경찰...
그 누구라도 명희의 뜻이라면 수사를 하는 척 하다가 사건을 미궁에 빠뜨릴 수 있다.
언론에서 잠시 떠들겠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 더 거론할 사람이 이 땅에는 없다.
그런 생각까지 했다는 명희가 화영은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데..."
"???"
"뱃속에 애가 자라고...내 몸도 그를 원하고..."
"아!"
"내가 못견디겠어"
"...."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는데..."
"..."
"결론은 하나야. 내가 못견디겠다는 것..."
"무슨?"
"내 안에 여자가...여자가 살아났어"
"아!"
"당신이나 박여사나 마찬가지로 내 안의 여자가 그를 그리워 해"
"으으응"
"그를 죽이거나 또는 그가 죽었다고 했을 때, 내 남은 인생을 살아 낼 자신이 없어졌어"
몸을 일으킨 명희가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며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여자로 살 거야"
"...."
"그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의 여자로 살아야겠어"
"...."
"앞으로 20년...아니 최소 30년은 내가 살 수 있겠지"
"그야..."
"그 기간 그의 여자로 살 수 있는 시간은 한 10년?"
"...."
"지금도 60대 중반까지 왕성한 성생활를 하는 여자들 수두룩하잖아?"
"그건 그래"
"조금 관리하고 젊게 산다면 70대도 성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잖아?"
"허기야..."
"내가 혼자서 독차지할 수 없다는 것 알아"
"...."
"내가 그를 당할 수 없다는 것 알아"
"...."
"그에게 자유를 줘야겠지"
"..."
"내 안의 여자를 그가 다스려준다면..."
"그보더 더 중요한 것이 있어"
"뭔데?"
"정비서...정미경..."
"알아?"
"지수 이모야"
화영의 말이 떨어지자 명희가 들고 있던 물잔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진 잔이 깨지면서 물의 사방으로 튀었다.
"어! 조심해"
"그...그래"
화영이 명희를 부축하고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화영은 조심스럽게 깨진 물잔의 파편을 치우고 휴지로 물을 닦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던 명희가 건너편이 앉은 화영을 바라봤다.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을 눈으로 했다.
"짐작대로야"
"...."
"고 회장이 갖고 있는 이 편지대로...그녀가 실신했을 때 병원은 다급했어"
"...."
"산부인과에서 출산 중에 산모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면..."
"...."
"잘못되었을 경우 병원 문을 닫아야 해"
"그렇겠지"
"...."
"소문은 빨라. 그래서 어떻든 살려야 했어"
"...."
"당신도 알지만 당시도 지금도 병원 규모는 다르지 않잖아?"
"그...그래"
"위급한 산모에게 의료진도 간호진도 병원 직원들도 달라붙어 있었는데..."
"아!"
"산모가 살아난 뒤 아이가 없어졌어"
"...."
"다행인지 불행인지 산모는 보호자도 없고..."
"...."
"어쩔 수 없었어"
"그...그래서?"
"병원 직원들 입막음 시키고 산모에겐 사산되어서 버렸다고 했어"
"믿어?"
"어쩔 수 없었겠지"
"그...그래"
"갈곳이 없데...그리고 신분에 대해 말하지도 않아"
"...."
"지수 아빠...그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어"
"...."
"갈곳이 없으면 도와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다행이도...지금과 같아. 가사도우미 보단 애들 이모로..."
"근데 왜 내가 몰랐지?"
"지금까지 한 번도 우리 집에 온 적이 없잖아?"
"그거야..."
"이모가 고회장 부친의 비서였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잖아"
"그렇지"
그랬다.
구서방이란 사람이, 정미경이란 여자가 고성환의 사람이란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서로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이윽고 다시 침묵을 깬 쪽은 명희였다.
"상관없어"
"???"
"그와 난 남자와 여자, 수컷과 암컷으로 만났어"
"...."
"내 안에 암컷이 강한 수컷에게 종속된 거야"
"허...억"
"왜? 당신도 맞잖아?"
"그...그거야"
"그 정비서가 그 남자의 엄마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
"???"
"애초 처음부터....그렇게 본다면 그는 내 동생이지"
"그...그래"
"그런 것이 걸림돌이 된다면 애초의 내 생각대로 그를 죽여야 돼"
"아!"
"그런데 난 그거 초월하기로 했어. 그래서 그의 여자로 살겠다는 거야"
"...."
"그러면 정비서도 그에겐 그냥 여자야"
"???"
"당신도 지수도 나도 박여사도 보연이도 주 여사도 그와 접하는 순간 그의 여자가 되었어"
"그,,,,그래"
"그렇다면 아마 정비서도 이미 그의 여자가 되었다고 난 봐"
"그럴까?"
"당신 집에서 잤다며?"
"응"
"지수도 그랬다며?"
"응"
"당신들...조용히 숨도 안 쉬고...소리도 안 냈어?"
"...."
"아니잖아? 이왕 말 나온 김에...우리 그에게 죽어갈 때 주변 신경 전혀 못 쓰잖어?"
"그...그래"
"귀 있는데...정비서가 어땠겠어?
"???"
"그가 그런 여자를 그냥 뒀겠어?"
"...."
"창피하지만 난 주여사와 한 방에서 했어"
"세상에..."
"그땐 창피한지도 몰랐어"
"..."
"나중에 주여사 보내고 하루 밤낮을 그와 있었는데 그가 들어 오면 꼭 죽을 것 같았어"
"그...그래"
"그런데 죽을 것 같으면서 오는 희열과 쾌감...입을 닫을 수 없지"
"그...그래"
"정비서? 그녀도 여자야. 그는 그녀의 신분도 관계도 위치도 몰랐어"
"..."
"그냥 발정난 여자하나 더 품은 것 그거야"
명희의 말을 들으며 화영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용주라는 남자는 명희도 미경도 자신도 서로 어떻게 이어진 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암컷으로 품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미경이나 용주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미경의 존재가 문제될 것은 없었다.
즉 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자신과 명희만 입을 다문다면 그들의 관계가 드러날 일은 없었다.
명희가 조용히 일어나더니 서람을 뒤져 라이터를 찾아왔다.
그리곤 탁자 위에서 자신의 편지를 태웠다.
이어서 화영에게 남겨진 편지도 같이 태워버렸다.
이제 세상에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식이었다.
둘만이 간직한 비밀은 끝까지 함구하기로 하자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회영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 약속에 동조했다.
"보연인 어쩌지?"
"내게 맡겨 줘"
"어떻하려고?"
"아무도...누구도 불만이 없도록..."
"???"
"특히 그이...아니 이제 편하게 부를 께. 그분"
"응"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해 드려야지"
"어떻게?"
"연수...연수가 몇 살이야?"
"응? 왜?"
"제일 가깝잖아"
"뭐가?"
"나이가...."
"아!!!"
"연수까지?"
명희의 생각을 읽은 화영은 소름이 돋았다.
명희는 지금 그분과 연수의 결혼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엄마와 딸 둘이 모두 한 남자의 여자가 되라는 것이다.
"누구도 한 여자로는 그 분 감당할 수 없어"
"그...그거야"
"나, 당신, 박여사, 보연이, 지수이모...주인없는 여자들이야"
"???"
"지수는 강변이 있고, 주여산 남편이 있어. 유부녀들이야"
"그렇지"
"그 외 지금 그분과 관계를 맺은 우리 다섯은 법적으론 누구라도 그분의 아내가 될 수 있어"
"세상에..."
"하지만 우리 중 가장 어린 보연이가 그분보다 최소한 열다섯살은 더 많아"
"그...그래"
"또 보연인 이미 메스컴에서 유명인이야"
"그렇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여자로서 몇 안 되는 경찰 간부...이런 보연의 결혼 소식은 메스컴에겐 호재야"
"..."
"그런데 상대가 열다섯살 적은 스무살짜리 무연고 남자라고?"
"...."
"온 나라가 시끄럽겠지...이후 그 남자는 보연이와 식을 올리면 절대로 우리 차지가 될 수 없어"
"..."
"메스컴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해도 무방해"
"맞아"
"박여사와 보연인 내가 설득할 께"
"???"
잠시 말을 끊고 숨을 돌린 명희가 다시 그윽한 시선으로 화영을 봤다.
"연수 귀국하여 살면 당신 상태 금방 알아..."
"어떻게?"
"...."
"말해 봐"
"지수가 왜 그 분의 여자가 되었겠어?"
"???"
"어디선가...보연이와 친구이니까...그렇게 만났겠지?"
"그...그래"
"바로 넘어 간 거야. 연수라고 별 수 있겠어?
"아!"
"아무리 조심해도 연수가 그 분을 자주 마주치면 어쩔 수 없을 거야"
"...."
"연수에게 어떻게 설명해?"
"...."
"수컷에게 미친 암컷이라고?"
"말도 안 돼"
"거 봐...우린...당신도..딸한테라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 그게 우리야"
"...."
"그래서...아예..."
"둘이 결혼을 시키자고?"
"그거야"
"보연인?"
"내게 맞겨"
단호하게 말을 자른 명희에게 화영은 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연수까지 그의 여자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아예 결혼을 시키자는 제안...
화영은 새로운 고민을 하나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희는 문을 열고 나가는 화영을 배웅하지 않고 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작가의 말
오늘도 용주는 휴가중이로군요.
그러나 용주의 휴가가 좀 길어져도 그가 엮어 놓은 살타래는 풀어야 해서...
아마도 다음 회에서 풀리지 않겠어요?
이 살타래가 풀리면 용주가 제왕이 되는 과정이 신나가 그려질 것입니다.
참 그리고 특별한 능력자 한수효는 카페에 있습니다.
이미 소설방에서 연재된 부분을 다시 올리는 것은 실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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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고령의 임산부에게 해 줄 수 있는 대화...
그런 시답잖은(?) 말을 한 시간쯤은 한 것 같았다.
명희도 그런 화영을 재촉하지 않았다.
실제로 화영이 해야 할 본격적이 이야기가 그게 아니란 것쯤은 알았다.
둘 사이는 이미 그 얘기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물꼬는 터야 한다.
그리고 고인 것들을 내려 보내야 한다.
둑이 아주 터져서 모든 물을 내려보내버릴 것인지...
아니면 일정량은 넘겨 둘 것인지...
이에 대한 답을 둘은 찾아야 한다.
그래야 주희나 보연을 설득하든지 할 수 있다.
그녀들에게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경은 더 문제다.
그녀에게 뭐라고 부를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대할 것인지...
지수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막혀있는 물줄기를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윽고 결심을 굳힌 회영이 물을 한 잔 마시고 입을 열었다.
친구들이 호텔을 나간지 족히 한시간은 넘었을 시점이었다.
"고 회장"
"응"
화영의 부름에 눈을 마주친 명희가 바라보았다.
"이거...한 번 읽어 봐"
눈을 바라보며 백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 명희에게 밀었다.
명희는 그런 화영의 시선을 잡은 뒤 그녀가 건네 준 편지봉투를 봤다.
그러나 선뜻 그 봉투를 집지 않았다.
화영이 눈짓으로 말한 뒤 일어섰다.
자기 방인양 룸바로 가서 술병 하나와 잔, 간단한 안주를 집어들고 왔다.
멍한 명희의 시선을 보면서 스스로 그 술병에서 한잔 따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 화영을 본 명희가 아랫 입술을 이빨로 지긋이 물었다.
결심을 한 것이다. 손을 집은 봉투를 열었다.
조화영 원장 선생님께....
고용주입니다. 익히 알겠지만 저는 根本을 모르는 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물론 의사 선생님이 따님을 통해 저의 근거지를 알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따님의 친구인 최보연 경감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그 움막은 이미 치워졌으며 저의 산 생활도 자연스럽게 끝났습니다.
이 모든 것은 최보연 경감과 그 모친 때문입니다.
숨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가진 남성性이 좀 특이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닙니다.
또 제가 산속에서만 살아서 倫理意識이 결여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떻든 저는 지금 그 두 모녀를 다 여자로 품고 삽니다.
선생님은 제가 따님과 동침한 것을 알면서도 저와 스스럼없이 동침했습니다.
그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모녀도 그랬습니다.
이 무슨 괴팍한 인생인지....
하늘은 제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인지....
제게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남성性을 주었습니다.
또 기연을 만나 여자들에게 모진 고통을 감내하도록 하는 능력을 갖도록 했습니다.
이 모진 운명 때문에 보연 모녀나 선생님 모녀를 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 이런 내용이 알려진다면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온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만 아니라 저와 얽힌 모든 여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모든 인연을 종결지으려고 합니다.
이런 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으로 믿겠습니다.
그리고 따님인 최지수 선생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했으니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그리 알고 그냥 갑니다.
추신 : 참....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 쯤 의 일인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데리고 온 나이 어린 임신부에게서 아이를 하나 받은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바로는 지독한 난산이었고 아이를 낳다가 산모는 실신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산모가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죽을 목숨이었던 태아...그가 바로....나 고용줍니다.
그리고 할아범이 바로 선생님이 산 속 움막에서 봤던 시신입니다.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가 땅속에 묻고 봉분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베고 누워있던 베개 안에 편지가 한 통 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지금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제 잘못으로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편지와 함께 남겨진 약도그 그려진 종이는 또 제 주머니에 있었지요.
그 약도를 찾았더니 선생님의 병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갔는데...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인연이란....참 묘하지요.
선생님은 저를 살아서 태어나게 했고, 저는 선생님을 계곡에서 구했습니다.
그러니 우린 서로 목숨을 주고 받은 사이인 셈이지요.
그러니 피차 이제 빚이 없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혹시 선생님의 기억에 그 산모의 다음 행선지가 남아 있다면...
더 나아가서 혹시 그 산모가 죽었으면 시신은 어찌 처리되었는지 알고 있다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제가 물을 때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이 아니라 아주 나중에 입니다.
제가 사람들이 인정하는 정도로 세상을 살아냈을 때입니다.
제 몸뚱이 하나 누일 공간이라도 마련되면서 제사라도 지낼 수 있는 처지가 되었을 때입니다.
그 때 찾아오겠습니다.
몸뚱이 누일 공간이야 지금이라도 당장 산속으로 가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이곳 도시에서 살아보려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란 것쯤은 이제 배웠습니다.
여기까지 쓰려고 했습니다만 혹여라도 노파심에 조금 더 더 적습니다.
이 편지로 인해 최보연 경감과 그 모친에게 불상사가 닥친다면 그것은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점 깊이 인식하셨으면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조만간 그 두 모녀와의 관계도 정리될 것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그리 살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당당하게 주민등록을 받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 때 그들과의 관계도 말끔하게 정리할 것입니다.
그들은 유능하고 재주도 많은 사람들입니다.
특히 최보연 경감은 앞날이 창창한 유능한 경찰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나 같은 "떨거지" 때문에 인생을 망치게 할 수는 없지요.
이런 것까지 밝히는 이유는 바로 선생님이 나를 세상에 있게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연히지만 필연적으로 모녀를 함께 여자로 품었다는 것....이 두가지 때문입니다.
그들을 그냥 두십시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운명은 우리는 또 만나게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더 연결되면 안 됩니다.
나이도 함참 어려서 아들뻘도 안 되는 제게 "여보"라고 불러주셨는데 이리가서 미안합니다.
이 또한 용서를 바랍니다. 그날 이후 다시 또 이렇게 바람처럼 떠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괴이한 운명을 타고난 남자, 고용주 드림.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술잔에 술을 따라서 마시는 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숨소리...
그 외에 다른 소리는 한 동안 나오지 않았다.
천정이 내려 앉을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둘 사이에 흘렀다.
그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명희가 다시 일어섰다.
그리곤 손수 금고 같은 장을 열더니 허름한 가방 하나를 꺼냈다.
그 가방 안에서 곱게 접혀진 편지 한 장을 꺼내 왔다.
슬며시 탁자 위에 놓고는 화영쪽으로 밀었다.
화영은 그 편지를 집었다.
이제는 손이 떨리지도 않았다.
"잊지는 말되 찾지도 말아라"
너는 슬픈 탄생의 비화를 가진 아이였다.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이...
고성환....
이 나라 모든 지하 경제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사람이다.
지금은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의 힘은 대통령도 어쩔 수 없었다는 사람이었다.
그런 고회장이 7순의 나이에 잠시의 일탈로 스무살 정미경을 안았는데 아이가 생겨버렸다.
고회장의 궂은 일을 도맡아서 했던 내게 너와 정미경의 목숨이 맡겨졌다.
낙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가 매 안에서 커버린 정미경이 고회장에겐 고역이었던 것이다.
이미 나이 70이 된 그에게서 또 자식이 태어났다고 세상에 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어떻든 숨길 수 있었으나 자식이라면 필경 생기게 될 유산 분배도 문제였다.
“아이가 살아서 태어나면 안 돼”
내게 고회장이 내린 명령이었다.
검은 세상을 장악하고 70평생을 살아 온 고회장에게 여자 하나의 목숨은 파리목숨이었다.
그를 대신하여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을 다녀 올 사람은 지천에 널려있었다.
감옥이 20년이라도 돌아와서의 20년이 해피할 것을 알기에...
고회장의 상벌처리에 대해서 알기에 더욱 그랬다.
내게 그런 명령이 내려왔으니 나는 만삭의 미경이를 죽여야 하는 일을 맡은 것이었다.
아니라면 미경이를 살리되 아이는 약물투입을 통한 유산이든지 충격에 의한 사산 외에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두 가지 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회장의 뜻과 다른 길을 택했다.
미경이도 살리고 아이도 살리는 길...그 길은 나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었다.
둘 다 살리되 고회장이 모두가 죽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완전 격리해야 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세상에 없는 사람을 만드는 일 뿐이었다.
너는 난산이었다.
미경이가 어린 것도 그렇지만 태중에서 이미 거인의 풍모를 가졌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미경이는 결국 너를 낳다가 실신했다.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실신하면서 병원이 어수선할 때 신생아실로 옮겨진 너는 내가 빼돌렸다.
병원에서야 신생아 실종사건으로 신고했겠지만 나는 그 길로 이곳으로 들어왔다.
생목숨 죽일 수는 없었으나 살아나면 그 또한 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는 용의 아들이었다.
신생아답지 않은 등치에 무엇보다 남자의 상징이 일반 신생아들과 달랐다.
갓 태어난 아이의 오줌발이 예닐곱 아이들보다 강했다.
귀두를 덮고 있는 표피가 용의 비늘 같았다.
너를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제대로만 크면 고회장보다 더 큰 인물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분유를 사고 기저귀를 사고 아기용품을 사고 그럴 때마다 꼭 내 아들인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네게 호적을 해줄 수는 없었다.
나도 살아있는 사람이어서는 안 되었다.
이곳으로 들어 온 뒤 세상과 절연했다.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행불자로 처리되도록 그냥 버려뒀다.
나 또한 그렇게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대동아전쟁 때 고아로 태어나서 60여 년을 검은 세상에서 살았으니 여한도 없었다.
나를 통해 고회장의 근심덩어리가 없어진다면 그것으로 내가 고회장 은혜는 갚은 것이다.
그러나 자라는 너를 보면서 바보로 만들 수는 없었다. "용근"을 가진 너인데...
네게 무예 공부를 시킨 것은 네 몸 하나 간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호적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그것은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네가 스스로 세상에 나가서 무식쟁이는 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네가 철들무렵부터 나는 너에게 그토록 심하게 닦달했던 것이다.
그렇게라도 공부를 하게 한 것이 바로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일이어서였다.
이제 나는 이 한 많은 세상과 아주 절연한다.
네가 기연을 만나서 세상을 호령하며 살든지....
아니면 그냥 이곳에서 내가 살던 방식대로 살던지 그것은 너의 선택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절대로 검은 세상과는 인연을 맺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다.
그렇지만 나는 너에게 미안하지 않다.
너의 생모가 되는 정미경 그녀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의 이런 선택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너희 모자는 서럽게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너의 모친이 어디서 살아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모르겠으나 내 판단은 그렇다.
혹여 필요할지도 몰라서 네가 태어났던 병원의 약도를 남긴다.
다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가 이미 상당부분 알고 있어..."
둘은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다만 맨 처음 고명희를 만났을 때 명희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확실하다.
회영과 맨 처음 얽혀진 산 속 계곡, 그리고 움막에서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두 여자가 한 남자에게 암컷으로 종속될 때는 서로 아무 것도 몰랐다.
여자도 남자도...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육체가 지시하는 본능대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용주가 먼저 사태의 정면을 알아갔다.
하지만 용주가 모르는 것도 있다.
지수 이모 정미경이 친모이며 고명희가 고성환의 딸이라는 것...
고명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아내가 되고 싶은 것...
그리고 결국에는 이전에 몰랐던 혈육의 끈을 잇고 싶지 않다는 것...
혈육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녀관계로만 이어진 남편과 아이아빠로만 받아들이고 싶다는 것...
고양이 목에 방울은 달아야 했다.
화영이 입을 열었다.
"자기도 이미 알고 있었네?"
"응"
"그런데 왜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어?"
"그가 스스로 나타나지 않으면...."
"그러면?"
"출생신고나 주민등록 신고가 되어있지 않으면 지문도 등록되어있지 않아"
"그렇지"
"주민등록을 낸 적이 없으니 사진 한 장 등록되어 있지 않아"
"그래.."
"그렇더라도 내 지시하나면 이 나라 전체를 뒤져서도 그를 찾을 수 있었겠지"
"그렇지"
"호들갑 떨고 싶지 않았어"
"???"
"그래서 이 팀장과 결혼을 하고..."
"...."
"당신의 도움으로 애를 낳고..."
"..."
"산후조리...건강회복...그래서 예전의 고명희가 된 뒤..."
"...."
"은밀하게 조용히 찾아서 아주 죽이든지...흔적도 없이..."
"세상에..."
고명희가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그녀도 물을 한잔 마신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대통령도, 저격을 당하지."
"???"
"그도 가장 맏는 심복에게..."
"..."
"가장 가까운 심복이었던 정보기관장이 대통령을 저격했잖아?"
"그게?"
"그에 앞서 그 대통령의 지시로 심복이었던 또 다른 정보기관장은 흔적도 없아 사라지게 했잖아?"
"누구?"
"김형욱"
"아!!"
"세계 최고의 정보와 경호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미국이야"
"..."
"그런 미국의 CIA, FBI가 지키던 김형욱이었어"
"그...그래"
"그가 양계장에서 폐기처분되는 닭처럼 잡혀서 갈려 죽은 것으로 지금 알려지고 있잖아?"
"...."
"권력은, 힘은 못할 것이 없지"
"...."
"지금 시대에 무예, 호신술 이런 게 첨단 무기를 어떻게 당해?"
"세상에나..."
"죽이려고만 한다면...."
화영은 명희의 말을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
죽이려고 한다면 그의 거처가 알려지는 순간 그는 죽을 수 있다.
그와 함께 있는 누구라도 같이 죽을 수 있다.
그리고도 사건은 묻어버릴 수 있다.
고명희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국가 정보기관, 검찰, 경찰...
그 누구라도 명희의 뜻이라면 수사를 하는 척 하다가 사건을 미궁에 빠뜨릴 수 있다.
언론에서 잠시 떠들겠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 더 거론할 사람이 이 땅에는 없다.
그런 생각까지 했다는 명희가 화영은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데..."
"???"
"뱃속에 애가 자라고...내 몸도 그를 원하고..."
"아!"
"내가 못견디겠어"
"...."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는데..."
"..."
"결론은 하나야. 내가 못견디겠다는 것..."
"무슨?"
"내 안에 여자가...여자가 살아났어"
"아!"
"당신이나 박여사나 마찬가지로 내 안의 여자가 그를 그리워 해"
"으으응"
"그를 죽이거나 또는 그가 죽었다고 했을 때, 내 남은 인생을 살아 낼 자신이 없어졌어"
몸을 일으킨 명희가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며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여자로 살 거야"
"...."
"그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의 여자로 살아야겠어"
"...."
"앞으로 20년...아니 최소 30년은 내가 살 수 있겠지"
"그야..."
"그 기간 그의 여자로 살 수 있는 시간은 한 10년?"
"...."
"지금도 60대 중반까지 왕성한 성생활를 하는 여자들 수두룩하잖아?"
"그건 그래"
"조금 관리하고 젊게 산다면 70대도 성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잖아?"
"허기야..."
"내가 혼자서 독차지할 수 없다는 것 알아"
"...."
"내가 그를 당할 수 없다는 것 알아"
"...."
"그에게 자유를 줘야겠지"
"..."
"내 안의 여자를 그가 다스려준다면..."
"그보더 더 중요한 것이 있어"
"뭔데?"
"정비서...정미경..."
"알아?"
"지수 이모야"
화영의 말이 떨어지자 명희가 들고 있던 물잔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진 잔이 깨지면서 물의 사방으로 튀었다.
"어! 조심해"
"그...그래"
화영이 명희를 부축하고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화영은 조심스럽게 깨진 물잔의 파편을 치우고 휴지로 물을 닦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던 명희가 건너편이 앉은 화영을 바라봤다.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을 눈으로 했다.
"짐작대로야"
"...."
"고 회장이 갖고 있는 이 편지대로...그녀가 실신했을 때 병원은 다급했어"
"...."
"산부인과에서 출산 중에 산모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면..."
"...."
"잘못되었을 경우 병원 문을 닫아야 해"
"그렇겠지"
"...."
"소문은 빨라. 그래서 어떻든 살려야 했어"
"...."
"당신도 알지만 당시도 지금도 병원 규모는 다르지 않잖아?"
"그...그래"
"위급한 산모에게 의료진도 간호진도 병원 직원들도 달라붙어 있었는데..."
"아!"
"산모가 살아난 뒤 아이가 없어졌어"
"...."
"다행인지 불행인지 산모는 보호자도 없고..."
"...."
"어쩔 수 없었어"
"그...그래서?"
"병원 직원들 입막음 시키고 산모에겐 사산되어서 버렸다고 했어"
"믿어?"
"어쩔 수 없었겠지"
"그...그래"
"갈곳이 없데...그리고 신분에 대해 말하지도 않아"
"...."
"지수 아빠...그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어"
"...."
"갈곳이 없으면 도와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다행이도...지금과 같아. 가사도우미 보단 애들 이모로..."
"근데 왜 내가 몰랐지?"
"지금까지 한 번도 우리 집에 온 적이 없잖아?"
"그거야..."
"이모가 고회장 부친의 비서였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잖아"
"그렇지"
그랬다.
구서방이란 사람이, 정미경이란 여자가 고성환의 사람이란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서로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이윽고 다시 침묵을 깬 쪽은 명희였다.
"상관없어"
"???"
"그와 난 남자와 여자, 수컷과 암컷으로 만났어"
"...."
"내 안에 암컷이 강한 수컷에게 종속된 거야"
"허...억"
"왜? 당신도 맞잖아?"
"그...그거야"
"그 정비서가 그 남자의 엄마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
"???"
"애초 처음부터....그렇게 본다면 그는 내 동생이지"
"그...그래"
"그런 것이 걸림돌이 된다면 애초의 내 생각대로 그를 죽여야 돼"
"아!"
"그런데 난 그거 초월하기로 했어. 그래서 그의 여자로 살겠다는 거야"
"...."
"그러면 정비서도 그에겐 그냥 여자야"
"???"
"당신도 지수도 나도 박여사도 보연이도 주 여사도 그와 접하는 순간 그의 여자가 되었어"
"그,,,,그래"
"그렇다면 아마 정비서도 이미 그의 여자가 되었다고 난 봐"
"그럴까?"
"당신 집에서 잤다며?"
"응"
"지수도 그랬다며?"
"응"
"당신들...조용히 숨도 안 쉬고...소리도 안 냈어?"
"...."
"아니잖아? 이왕 말 나온 김에...우리 그에게 죽어갈 때 주변 신경 전혀 못 쓰잖어?"
"그...그래"
"귀 있는데...정비서가 어땠겠어?
"???"
"그가 그런 여자를 그냥 뒀겠어?"
"...."
"창피하지만 난 주여사와 한 방에서 했어"
"세상에..."
"그땐 창피한지도 몰랐어"
"..."
"나중에 주여사 보내고 하루 밤낮을 그와 있었는데 그가 들어 오면 꼭 죽을 것 같았어"
"그...그래"
"그런데 죽을 것 같으면서 오는 희열과 쾌감...입을 닫을 수 없지"
"그...그래"
"정비서? 그녀도 여자야. 그는 그녀의 신분도 관계도 위치도 몰랐어"
"..."
"그냥 발정난 여자하나 더 품은 것 그거야"
명희의 말을 들으며 화영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용주라는 남자는 명희도 미경도 자신도 서로 어떻게 이어진 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암컷으로 품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미경이나 용주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미경의 존재가 문제될 것은 없었다.
즉 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자신과 명희만 입을 다문다면 그들의 관계가 드러날 일은 없었다.
명희가 조용히 일어나더니 서람을 뒤져 라이터를 찾아왔다.
그리곤 탁자 위에서 자신의 편지를 태웠다.
이어서 화영에게 남겨진 편지도 같이 태워버렸다.
이제 세상에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식이었다.
둘만이 간직한 비밀은 끝까지 함구하기로 하자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회영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 약속에 동조했다.
"보연인 어쩌지?"
"내게 맡겨 줘"
"어떻하려고?"
"아무도...누구도 불만이 없도록..."
"???"
"특히 그이...아니 이제 편하게 부를 께. 그분"
"응"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해 드려야지"
"어떻게?"
"연수...연수가 몇 살이야?"
"응? 왜?"
"제일 가깝잖아"
"뭐가?"
"나이가...."
"아!!!"
"연수까지?"
명희의 생각을 읽은 화영은 소름이 돋았다.
명희는 지금 그분과 연수의 결혼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엄마와 딸 둘이 모두 한 남자의 여자가 되라는 것이다.
"누구도 한 여자로는 그 분 감당할 수 없어"
"그...그거야"
"나, 당신, 박여사, 보연이, 지수이모...주인없는 여자들이야"
"???"
"지수는 강변이 있고, 주여산 남편이 있어. 유부녀들이야"
"그렇지"
"그 외 지금 그분과 관계를 맺은 우리 다섯은 법적으론 누구라도 그분의 아내가 될 수 있어"
"세상에..."
"하지만 우리 중 가장 어린 보연이가 그분보다 최소한 열다섯살은 더 많아"
"그...그래"
"또 보연인 이미 메스컴에서 유명인이야"
"그렇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여자로서 몇 안 되는 경찰 간부...이런 보연의 결혼 소식은 메스컴에겐 호재야"
"..."
"그런데 상대가 열다섯살 적은 스무살짜리 무연고 남자라고?"
"...."
"온 나라가 시끄럽겠지...이후 그 남자는 보연이와 식을 올리면 절대로 우리 차지가 될 수 없어"
"..."
"메스컴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해도 무방해"
"맞아"
"박여사와 보연인 내가 설득할 께"
"???"
잠시 말을 끊고 숨을 돌린 명희가 다시 그윽한 시선으로 화영을 봤다.
"연수 귀국하여 살면 당신 상태 금방 알아..."
"어떻게?"
"...."
"말해 봐"
"지수가 왜 그 분의 여자가 되었겠어?"
"???"
"어디선가...보연이와 친구이니까...그렇게 만났겠지?"
"그...그래"
"바로 넘어 간 거야. 연수라고 별 수 있겠어?
"아!"
"아무리 조심해도 연수가 그 분을 자주 마주치면 어쩔 수 없을 거야"
"...."
"연수에게 어떻게 설명해?"
"...."
"수컷에게 미친 암컷이라고?"
"말도 안 돼"
"거 봐...우린...당신도..딸한테라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 그게 우리야"
"...."
"그래서...아예..."
"둘이 결혼을 시키자고?"
"그거야"
"보연인?"
"내게 맞겨"
단호하게 말을 자른 명희에게 화영은 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연수까지 그의 여자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아예 결혼을 시키자는 제안...
화영은 새로운 고민을 하나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희는 문을 열고 나가는 화영을 배웅하지 않고 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작가의 말
오늘도 용주는 휴가중이로군요.
그러나 용주의 휴가가 좀 길어져도 그가 엮어 놓은 살타래는 풀어야 해서...
아마도 다음 회에서 풀리지 않겠어요?
이 살타래가 풀리면 용주가 제왕이 되는 과정이 신나가 그려질 것입니다.
참 그리고 특별한 능력자 한수효는 카페에 있습니다.
이미 소설방에서 연재된 부분을 다시 올리는 것은 실례라서...
꼭 보시고 싶은 분들만 카페로 와서 보시도록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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