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이란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태어난 것이 자신의 뜻이 아니니 맘대로 살아도 되는 것일까?
무조건 부자가 되고 돈 많으면 좋은 것일까?
경쟁자보다 내가 더 잘 나가야 그게 좋은 것일까?
허영선...
그녀의 말을 들은 용주는 도저히 고명준이란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과로 보면 고명준은 자신의 형이다.
그렇다면 허영선은 자신의 누나이기도 하다.
허영선만이 아니다.
강철준이나 고명준이나 허영선이나 또 누구라도 이 땅에서 가장 부자라는 고명희도 자신의 누나다.
고명희...
이미 오래 전 자신의 여자가 된...
아무에게도 들은 일은 없는데...알려준 적도 없는데 자신의 누나였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세상이 이처럼 꼬여버려도 되는 것인가?
허영선과 고명준의 관계를 알고도 그녀를 여자로 품어서 암컷을 만들어버린 용주다.
그럼에도 조용히 혼자서 있으면 이 모든 것이 헝크러진 실 같다.
누군가는 실의 끝을 찾아 매듭을 풀어서 다시 꾸러미에 감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실을 다시 감을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고명준은 친 동생인 명우와 명주의 돈까지 몽땅 사업에 쓸어 넣었다.
그러고도 사업을 망하면 이들 둘에게 평생 원수가 된다.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러니 한 핏줄인 것을 알면서도 영선을 여자로 품고, 끄나풀로 썼다.
그런 명준의 더러운 목적을 알았음에도 영선은 이제 그와 기꺼이 한 배를 타고 있다.
고명희는 아버지를 증오한다고 하면서도 아버지와 전혀 다르지 않다.
누가 어떻게 되든 자신과 관계가 없고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 돌아보지 않는다.
반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취하고 손해라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자른다.
이게 고성환에게서 유전된 DNA라면 이 DNA는 우성이 아니다.
열성 중에서도 아주 악독한 열성이다.
그렇다면 용주 자신도 그 악독한 열성 DNA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원한다는 핑계로 모녀를 한 몸에 품는 패륜도 기꺼이 한다.
사람이 무엇인가?
용주는 이 근본적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영선과 헤어져 집에 온 뒤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않고 하루를 보냈다.
보연도 주희도 용주의 심각성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해서인지 더 가까이 하지 않았다.
모두들 다 나가고 없는 조용한 집...
용주는 아직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혼돈 속에 있었다.
그러다가 시끄럽게 우는 전화기 때문에 상념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러나 전화기는 뚜껑을 열자 울음을 그쳐버렸다.
액정에 뜬 이름은 보나마나 보연이다.
용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라도 남길 수 있는 사람은 보연이 뿐이다.
철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긴 했지만 철준이 직접 전화를 걸 정도는 아니다.
전화기를 덮고 일어나서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그런데 냉장고 문 안쪽으로 그림자가 비쳤다.
주희였다.
오늘 따라 그녀가 일찍 집에 온 것이다.
주희는 지금 시간에 용주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화영과 명희의 고압적 행동에 화가 났지만 어떤 방법도 없었다.
그때 난 열불이 아직도 식지 않아서 시원한 냉수를 마시려고 주방으로 바로 들어온 것이다.
"어머!!"
"어...음"
"계셨어요?"
"응"
용주를 본 주희의 표정이 당황을 넘어 당혹감 그 자체였다.
용주는 그런 주희를 보면 또 자신에게 뭔가 생긴 것을 알았다.
"뭔 일 있재?"
"저어..."
"그냥 말 햐"
"..."
"어허..워디서 시방 오는 거여?"
"KM호텔..."
"거그서 왜?"
"친구..."
"친구 누구?"
"지수 엄마하고..."
"긍게 호텔에서 지수 엄마하고 있다가 온다는 거여?"
"네에..."
"단 둘이? 뭐땀시? 나땀시?"
"아니...그....그게"
"뭐여 똑바로 말 안햐?"
"그 호텔 회장하고..."
"긍게, 고거시 거그서 내 야그를 했단 거여?"
"그냥..."
"시방 당신들이 만나서 할 야그가...또 있것어?"
"..."
"고거시 다 나 야그재. 맞재?"
"흐흐흑"
"당신 모녀...지수 모녀...고 회장 다 알재?"
"네에"
"그래서...교통정리가 되壺?"
"아..니예요"
"그라믄?"
"그보다..."
"뭐?"
"임신"
"임신..누가?"
"고회장"
"???"
"당신 아기라고..."
"그려서?"
"그때..."
"나이가 셈琯?"
"그니깐..."
"사실이여?"
"네에..."
"이거...참"
"그래서 조용히 그 경호팀장이라는 사람하고..."
"경호팀장?"
"네...지금껏 30년이 넘도록 곁에서 지킨 남자.."
"그려서?"
"그 사람하고 공개적으로 결혼식 올리고 아기가 그 사람과 생긴 거로..."
"꾸미려고 했다?"
"네에"
"그래서 그 결혼식은 원지 허는디?"
"안 한데요"
"으째서?"
"당신이 나타나 버려서..."
"허어..."
"당신에게 애를 갖고..."
"거그까지..."
용주가 주희의 말을 막았다.
사실 용주는 주희가 자신을 보고 쭈볏거리는 모습에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문제가 생겼으면 바로 처리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
처리를 미루다 시일이 늦어져서 일이 커지면 처리하는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주희의 표정을 본 동시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다.
그런데 그 문제란 것이 지금 금방 자신이 했던 고민과 연관된 것이었다.
보연이와 한 방에서 자신에게 안겨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던 주희다.
이미 보연이도 주희도 각자 자신의 섹스를 책임지기로 했다.
엄마와 딸이기 전에 개개인이다.
딸이 엄마의 라이프스타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보연은 성인이 된 이후 엄마의 남자, 엄마의 섹스에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다.
대신 엄마도 자신의 남자, 자신의 섹스에 그러기를 바랐다.
당연히 엄마도 이미 성인이 된 딸의 라이프스타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런 묵계였음에도 보연은 남자가 없으니 섹스도 필요 없었다.
그러다가 보연이 용주의 여자가 되었다.
용주의 여자로 집안이 들썩일 섹스를 했다.
천성적으로 섹스에 강한 주희다.
소리만으로 몸이 뜨거워졌는데 용주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버렸다.
용주의 치료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지경이었다.
용주는 이미 남녀간의 섹스에 대한 한계를 넘어있었다.
특히 자신에게 취한 여자들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주희가 보연이 엄마인 것은 그 범주 안에 있었다.
지난 몇 달...
보연이와 살면서 주희의 인맥, 화영의 인맥..거기에 연결된 고명희까지...
용주는 거의 다 파악했다.
그런 상태에서 영선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끝은 자신은 이들 모두와 멀리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사실 이 상태에서 자신이 혼자서 숨어버리면 누구도 자신을 찾을 수 없다.
지리산 골짜기의 암벽 동굴 안에서 만난 기인처럼...
수백년이 지나서야 눈에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렇게 숨을 자신이 있었다.
보연은 자신을 세상에서 살게 하기 위하여 호적도 만들고 주민등록도 신고하길 원했다.
용주는 그동안 보연의 행보를 보면서 그녀에게 그만한 기쁨 정도는 주고 싶었다.
또 보연의 뜻대로 세상에 나타나서 세상을 호령하며 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따랐다.
그러나...화영...지수...철준...고명준...허영선...여기에서 걸렸다.
주희가 오기 전에 여기서 지금 깊은 난관에 빠진 자신을 보았다.
용주는 이미 고명희가 누군인지 안다.
고명준이 자신의 무리한 욕심에 의해 사업이 구렁텅이로 빠져들자 꾸미고 있는 일...
그 일이 고명희와 관련이 있고...그들 고씨가 곧 자신과 뗄 수 없는 관계란 것도 이미 안다.
그녀가 지금 임신 중이란다.
그 애의 아버지는 자신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낌새가 고명희는 그 애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
특별히 그 애 때문일 것이다.
사생아로 세상에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
포기했다.
정리가 안 된다.
고명희와 고명준은 엄마가 다른 남매다.
고명희와 허영선도 엄마가 다른 자매다.
그럼에도 둘은 아무 도 모르는 애인관계다.
고명준과 고용주도 엄마가 다른 형제다.
고명희와 고용주도 엄마가 다른 남매다.
그럼에도 둘은 남녀로 맺어졌고 명희는 용주의 애를 가졌다.
이런 혈연간의 암수교접으로 얽힌 사이들...
명희 용주, 명준 영선 말고도 얼마가 더 있는지도 모른다.
명희는 영선의 존재도 모른다.
명준은 용주의 존재도 모른다.
명준은 영선의 존재를 알면서 자신의 여자로 삼았다.
영선은 명준의 존재를 나중에 알았더라도 지금 그의 여자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명준의 동생들인 명우나 명주는 명준의 이 패륜을 알고 있기나 할까?
용주는 명희가 누군지도 모르고 암컷으로 취해버렸다.
명희도 용주가 누군지 모른 상태에서 암컷이 되었다.
그렇게 만난 한쌍의 교접에서 암컷 명희가 임신을 해버렸다
그런데 암컷 명희가 애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나중에라도 알았다.
그 애기의 주인이 자기 아버지의 씨를 받은 수컷임을 안 것이다.
그랬음에도 명희는 지금 그 애를 낳고자 한다.
그리고는 그 애기에게 떳떳하고자 또 다른 죄업을 저지르려 한다.
30여 년을 한결같이 주인으로 모신 한 남자의 인생이다.
그 남자의 인생을 자신의 욕심 때문에 또 망치려 한다.
허영선은 명준의 필요에 의해 이용을 당하면서도 명준의 여자로 산다.
고명희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애기의 주인이 친 동생인줄 알면서 그 애를 낳고 싶어한다.
명준도 명희도 각각 자신들의 필요와 욕망에 의해 혈육도 인륜도 다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러운 핏줄 더러운 DNA다.
그럼 고용주 자신은 어떤가?
화영의 집에서 만난 한 여인...
이미 그녀가 자신의 육신을 낳아 준 여자인 것을 알았다.
다른 여자들과 달랐던 느낌...
그러함에도 더 애절한 것 같았던 느낌...
용주는 보연에게 그녀의 존재를 은근히 물었었다.
"친 이모는 아닐 거예요"
"지수가 중학생일 때부터..."
그 한마디 때문에 지난 며칠간 했던 고민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는 자신이 이들 세상과 함께 살면 안 된다는 결론이었다.
거기에 더 취해진 허영선이 그 고민의 끝을 정리했다.
오늘....
주희의 흔들리는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이제 이쯤하여 모든 교통정리를 해야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늦을 거야"
"네?"
"보연이 오면 그리 말해 줘"
"???"
"기다리지 말고 자"
안고 있던 주희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해 주고 일어섰다.
주희는 늘 그랬던 것처럼 용주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수긍했다.
용주는 그러나 막상 보연의 집에서 나왔는데 갈 곳이 없었다.
2
"엠벵...몸띵이 하나 누일 곳도 읍는 넘이..."
"이대로 그냥 지리산으로 가?"
몸뚱아리 밑에서 온갖 여자들이 죽는다고 넘어간다.
넘어갈 때마다 여보 주인님 어쩌고 고백한다.
그런데 지금 자신에겐 지리산 외엔 갈곳이 없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면서 명희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동생인데...동생의 애를 낳는다고?"
"허영선이란 여잔 그래도 애는 없잖아?"
허영선을 생각하자 그녀의 가게가 생각났다.
그곳이라면 돈 없이도 술을 한잔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혹여 그동안 고명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런 용주의 발걸음이 영선의 가게 쪽으로 옮겼다.
“오늘은 그... 집에...가셔야잖아요. ”
“그냥..”
방 안에서 도란도란 말 소리가 들렸다.
가게 문을 열어 둔 상태에서 사람이 들어왔음에도 나는 소리였다.
용주는 귀를 세우고 그 소리가 잘 들리는 곳에 앉았다.
"쭈음...쯔읍"
부시럭부시럭...
"아이...다음에..."
짧고 격렬한 키스와 더불어 남녀가 부딪는 소리였다.
그 소리들을 듣자 갑자기 여자를 무지 안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크으흠"
용주가 내는 콧기침 소리에 방 안에서 나는 소리가 멎었다.
문여는 소리와 함께 영선이 나오다가 용주와 눈이 마주쳤다.
“여..여긴..그때..그...”
“쉿!”
“어떻게..여..여길...”
“.....”
용주의 손짓에 영선은 입은 다물었으나 눈을 크게 뜬 뒤 내실을 바라봤다.
"뭐야?"
안에서 영선의 뒤를 따라 나오던 명준이 용주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데 그 강렬한 시선을 받은 명준이 갑자기 휘청하면서 의자를 잡았다.
"누...누구요?"
흔들리던 명준의 시선을 눈빛 힘으로 누르면서 용주가 나직히 말했다.
"앙거!"
명준은 거만한 반말로 자신에게 명령을 하는 이 건방진 젊은이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이런...건.."
"건방지다고?"
"그...그"
"그래도 앙거!"
그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힘이 눌려서 할 수 없이 의자에 앉았다.
이런 광경을 먼저 나와서 본 영선은 상황을 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영선에게 일별한 용주가 명준을 향해 다시 물었다.
"밖에 기사가 있소?"
"???"
"있다면 보내시오."
"???"
영문을 모르겠다는 명준에게서 다시 시선을 거둔 용주가 이번엔 영선에게 말했다.
"나가서 여그 이사람 기사 보내고 문 닫으시오"
"???"
"오늘 장사는 여그꺼정 하려던 것 아녔소?"
"..."
"긍게 그대로 문 닫고....술상 하나 봐 주시요"
용주의 지시에 영선은 아무 거역도 하지 못하고 바삐 움직였다.
잠시 후 주변이 정리 된 내실 탁자를 앞에 두고 용주와 명준 그리고 영선이 마주앉았다.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두 남녀에게 술잔을 하나씩 돌린 용주가 자신의 잔을 들어 입에 부었다.
"크...으..이놈은 묵을 때 마당 써"
앞에 놓인 안주 그릇에서 육포를 하나 집어 우적우적 씹은 용주가 다시 말했다.
"아따...한잔씩들 허재"
그러나 두 사람은 멀뚱거리기만 할뿐 술잔을 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을 본 용주가 이번에는 술병을 들어 입에 붓듯이 마시고는 내놓으며 입맛을 다셨다.
두 남녀는 그런 용주의 모습에 넋이 빠져버렸다.
특히 고명준은 처음 만난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의 시선에서 강력한 탄환을 맞은 것 같았다.
아직은 누구에게도 말로도 힘으로도 돈으로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
고명희만 빼면 이 땅에서 자신을 깔볼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젊고 행색을 알 수 없는 사내 앞에서 든 주눅을 풀 길이 없었다.
명준의 상태가 어떠하거나 상관없이 용주는 자기가 하고 싶은 그대로 했다.
영선은 그런 둘을 바라보며 이미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다시 술을 병째로 다시 입에 부은 용주가 명준을 보고 말했다.
"고명준...우주레져 회장...맞지요?"
"???"
"요새 자금난에 고생이 많지요?"
"그...근데...누구?"
"나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고..."
"이...이...건..방.."
"쉿! 글고 시방...고명희를 으째壺껑?..고 생각만 하지요?"
손을 한번 내저은 용주의 몸놀림에 명준이 풀석 쓰러졌다.
그런 명준을 두고 용주는 아예 물고 있던 술병의 끝을 보았다.
영선은 그런 용주의 모습에서 다시 보지의 물만 흘러내렸다.
"고명준이..."
명준은 말소린 들리는데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허영선이도 잘 들어"
영선이 얼굴을 붉히며 명준의 곁에서 용주를 바라보았다.
"옛날에 말야...돈 많은 영감탱이가 살었어"
"???"
"나가 말여. 지리산에서 20년을 살어농게 서울말을 할라믄 심들어"
"...."
"그랴도 이런 말은 최대한 서울말을 쓰것어"
"..."
"그 영감탱이가 좃심이 무지 좋았어. 니미 나이가 70살이나 묵은 영감탱이가 말여"
"???"
"좃이 꼴린다고 말은 비서라고 함시로 몸종처럼 부리는 스무살짜리 가시나 보지에 꽂으면 되겄어?"
용주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명준은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영선도 용주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들어야 했다.
"그란디...니미 그 스무살짜리 가시나가 애를 배부렀어"
"아!"
"나마 좃도 재수읍는 기집이여. "
"!!!"
"더 재수가 읍는 것은 그 늙은이가 자기 아를 밴 처녀를 죽일라고 헌거여"
"어머나..."
"시상 참 족같어"
남들이 보기에는 취한 것처럼 보였음에도 용주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일부러 취한 모양새를 내기 위해 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영선은 이미 용주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알았다.
명준도 모를 리가 없었다.
반항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둘을 만들어 놓은 뒤 용주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그렇게 셋은 밤을 꼬박 세웠다.
용주가 손을 한 번 다시 휘둘렀다.
명준이 잠결에서 깨어난 것 마냥 눈을 부비며 영선과 용주를 바라보았다.
"고명준 회장님"
용주가 나직하게 명준을 불렀다.
"예"
명준은 이미 힘의 균형에서 자신이 용주를 어쩔 수 없음을 알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불쌍하고도 불쌍한 자신의 동생이었다.
그러나 그를 동생으로 대우할 수 없이 주군으로 대우해야 했다.
이미 육체도 영혼도 밤을 새면서 그에게 종속된 것이다.
"아직도 고명희 회장에게 이기고 싶소?"
"...."
"돈 벌어서 다 어디에 쓸 거요?"
"...."
"계획이나 목적은 있소?"
"...."
"그냥 아버지 거를 본처 소생이라고 다 갖고 첩 소생이라고 적게 가진 것이 분하오?"
"...."
"당신의 그 욕망이 실행에 옮겨지면 그것은 범죄요"
"..."
"그리 살다가 죽으믄...고거시 영광스런 삶이요?"
"..."
"당신 애비가 뿌려논 이 더러운 씨앗들의 엉킴...이대로 살다가 죽고잡소?"
용주의 다그침에 명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선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그에게 여자로 암컷으로 죽었던 영선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말대로 자신은 오빠와 동생에게 모두 몸을 준 여자가 되어 있었다.
"하늘이 말이요..."
"..."
"나를 그래서 세상에 보낸 것 같소"
"???"
"그 욕심많고 죄많은 늙은이 고성환이가 뿌린 죄업을..."
"...."
"나 혼자...한 몸에...다 안고 정리하라고 보낸 거시요"
"..."
영선을 만나서 안은 뒤 가졌던 무거움...
주희와 나누던 대화의 끝...
화영의 집에서 나눴던 한 여자와의 교접...
그리고 마지먹 오늘 명희가 자신의 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무작정 발걸음이 영선의 집으로 갔는데 여기서 명준을 조우 한 것 까지...
대답을 하건 말건 용주는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
........
작가의 말.
용주가 드디어 대미를 향해 달립니다.
아마도 29부와 30부를 마지막으로 하면 에필로그만 남겠지요.
해피엔딩일지 새드앤딩일지는 아직 누구도 모릅니다.
다만 독수리 발톱을 움직이는 뇌세포만 압니다.
용주 외에 또 다른 운명의 남자 한수효는 카페에 있습니다.
사실 한수효를 중단하면서 용주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한수효가 생환을 해버렸어요.
다시 살린 수효가 할 말이 새로 태어난 용주보다 많겠죠.
용주하고 수효하고 케릭터가 비슷하여 혼동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두놈이 다 장수하면 읽는 분들이 헛갈리고 비숫한 놈들끼리 싸우고...
서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
암튼 수효 그놈은 지금 카페에 있습니다.
카페 주소는 http://cafe.soraapple.info/joyo52021/)입니다.
사람이란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태어난 것이 자신의 뜻이 아니니 맘대로 살아도 되는 것일까?
무조건 부자가 되고 돈 많으면 좋은 것일까?
경쟁자보다 내가 더 잘 나가야 그게 좋은 것일까?
허영선...
그녀의 말을 들은 용주는 도저히 고명준이란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과로 보면 고명준은 자신의 형이다.
그렇다면 허영선은 자신의 누나이기도 하다.
허영선만이 아니다.
강철준이나 고명준이나 허영선이나 또 누구라도 이 땅에서 가장 부자라는 고명희도 자신의 누나다.
고명희...
이미 오래 전 자신의 여자가 된...
아무에게도 들은 일은 없는데...알려준 적도 없는데 자신의 누나였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세상이 이처럼 꼬여버려도 되는 것인가?
허영선과 고명준의 관계를 알고도 그녀를 여자로 품어서 암컷을 만들어버린 용주다.
그럼에도 조용히 혼자서 있으면 이 모든 것이 헝크러진 실 같다.
누군가는 실의 끝을 찾아 매듭을 풀어서 다시 꾸러미에 감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실을 다시 감을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고명준은 친 동생인 명우와 명주의 돈까지 몽땅 사업에 쓸어 넣었다.
그러고도 사업을 망하면 이들 둘에게 평생 원수가 된다.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러니 한 핏줄인 것을 알면서도 영선을 여자로 품고, 끄나풀로 썼다.
그런 명준의 더러운 목적을 알았음에도 영선은 이제 그와 기꺼이 한 배를 타고 있다.
고명희는 아버지를 증오한다고 하면서도 아버지와 전혀 다르지 않다.
누가 어떻게 되든 자신과 관계가 없고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 돌아보지 않는다.
반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취하고 손해라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자른다.
이게 고성환에게서 유전된 DNA라면 이 DNA는 우성이 아니다.
열성 중에서도 아주 악독한 열성이다.
그렇다면 용주 자신도 그 악독한 열성 DNA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원한다는 핑계로 모녀를 한 몸에 품는 패륜도 기꺼이 한다.
사람이 무엇인가?
용주는 이 근본적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영선과 헤어져 집에 온 뒤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않고 하루를 보냈다.
보연도 주희도 용주의 심각성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해서인지 더 가까이 하지 않았다.
모두들 다 나가고 없는 조용한 집...
용주는 아직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혼돈 속에 있었다.
그러다가 시끄럽게 우는 전화기 때문에 상념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러나 전화기는 뚜껑을 열자 울음을 그쳐버렸다.
액정에 뜬 이름은 보나마나 보연이다.
용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라도 남길 수 있는 사람은 보연이 뿐이다.
철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긴 했지만 철준이 직접 전화를 걸 정도는 아니다.
전화기를 덮고 일어나서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그런데 냉장고 문 안쪽으로 그림자가 비쳤다.
주희였다.
오늘 따라 그녀가 일찍 집에 온 것이다.
주희는 지금 시간에 용주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화영과 명희의 고압적 행동에 화가 났지만 어떤 방법도 없었다.
그때 난 열불이 아직도 식지 않아서 시원한 냉수를 마시려고 주방으로 바로 들어온 것이다.
"어머!!"
"어...음"
"계셨어요?"
"응"
용주를 본 주희의 표정이 당황을 넘어 당혹감 그 자체였다.
용주는 그런 주희를 보면 또 자신에게 뭔가 생긴 것을 알았다.
"뭔 일 있재?"
"저어..."
"그냥 말 햐"
"..."
"어허..워디서 시방 오는 거여?"
"KM호텔..."
"거그서 왜?"
"친구..."
"친구 누구?"
"지수 엄마하고..."
"긍게 호텔에서 지수 엄마하고 있다가 온다는 거여?"
"네에..."
"단 둘이? 뭐땀시? 나땀시?"
"아니...그....그게"
"뭐여 똑바로 말 안햐?"
"그 호텔 회장하고..."
"긍게, 고거시 거그서 내 야그를 했단 거여?"
"그냥..."
"시방 당신들이 만나서 할 야그가...또 있것어?"
"..."
"고거시 다 나 야그재. 맞재?"
"흐흐흑"
"당신 모녀...지수 모녀...고 회장 다 알재?"
"네에"
"그래서...교통정리가 되壺?"
"아..니예요"
"그라믄?"
"그보다..."
"뭐?"
"임신"
"임신..누가?"
"고회장"
"???"
"당신 아기라고..."
"그려서?"
"그때..."
"나이가 셈琯?"
"그니깐..."
"사실이여?"
"네에..."
"이거...참"
"그래서 조용히 그 경호팀장이라는 사람하고..."
"경호팀장?"
"네...지금껏 30년이 넘도록 곁에서 지킨 남자.."
"그려서?"
"그 사람하고 공개적으로 결혼식 올리고 아기가 그 사람과 생긴 거로..."
"꾸미려고 했다?"
"네에"
"그래서 그 결혼식은 원지 허는디?"
"안 한데요"
"으째서?"
"당신이 나타나 버려서..."
"허어..."
"당신에게 애를 갖고..."
"거그까지..."
용주가 주희의 말을 막았다.
사실 용주는 주희가 자신을 보고 쭈볏거리는 모습에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문제가 생겼으면 바로 처리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
처리를 미루다 시일이 늦어져서 일이 커지면 처리하는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주희의 표정을 본 동시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다.
그런데 그 문제란 것이 지금 금방 자신이 했던 고민과 연관된 것이었다.
보연이와 한 방에서 자신에게 안겨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던 주희다.
이미 보연이도 주희도 각자 자신의 섹스를 책임지기로 했다.
엄마와 딸이기 전에 개개인이다.
딸이 엄마의 라이프스타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보연은 성인이 된 이후 엄마의 남자, 엄마의 섹스에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다.
대신 엄마도 자신의 남자, 자신의 섹스에 그러기를 바랐다.
당연히 엄마도 이미 성인이 된 딸의 라이프스타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런 묵계였음에도 보연은 남자가 없으니 섹스도 필요 없었다.
그러다가 보연이 용주의 여자가 되었다.
용주의 여자로 집안이 들썩일 섹스를 했다.
천성적으로 섹스에 강한 주희다.
소리만으로 몸이 뜨거워졌는데 용주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버렸다.
용주의 치료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지경이었다.
용주는 이미 남녀간의 섹스에 대한 한계를 넘어있었다.
특히 자신에게 취한 여자들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주희가 보연이 엄마인 것은 그 범주 안에 있었다.
지난 몇 달...
보연이와 살면서 주희의 인맥, 화영의 인맥..거기에 연결된 고명희까지...
용주는 거의 다 파악했다.
그런 상태에서 영선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끝은 자신은 이들 모두와 멀리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사실 이 상태에서 자신이 혼자서 숨어버리면 누구도 자신을 찾을 수 없다.
지리산 골짜기의 암벽 동굴 안에서 만난 기인처럼...
수백년이 지나서야 눈에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렇게 숨을 자신이 있었다.
보연은 자신을 세상에서 살게 하기 위하여 호적도 만들고 주민등록도 신고하길 원했다.
용주는 그동안 보연의 행보를 보면서 그녀에게 그만한 기쁨 정도는 주고 싶었다.
또 보연의 뜻대로 세상에 나타나서 세상을 호령하며 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따랐다.
그러나...화영...지수...철준...고명준...허영선...여기에서 걸렸다.
주희가 오기 전에 여기서 지금 깊은 난관에 빠진 자신을 보았다.
용주는 이미 고명희가 누군인지 안다.
고명준이 자신의 무리한 욕심에 의해 사업이 구렁텅이로 빠져들자 꾸미고 있는 일...
그 일이 고명희와 관련이 있고...그들 고씨가 곧 자신과 뗄 수 없는 관계란 것도 이미 안다.
그녀가 지금 임신 중이란다.
그 애의 아버지는 자신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낌새가 고명희는 그 애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
특별히 그 애 때문일 것이다.
사생아로 세상에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
포기했다.
정리가 안 된다.
고명희와 고명준은 엄마가 다른 남매다.
고명희와 허영선도 엄마가 다른 자매다.
그럼에도 둘은 아무 도 모르는 애인관계다.
고명준과 고용주도 엄마가 다른 형제다.
고명희와 고용주도 엄마가 다른 남매다.
그럼에도 둘은 남녀로 맺어졌고 명희는 용주의 애를 가졌다.
이런 혈연간의 암수교접으로 얽힌 사이들...
명희 용주, 명준 영선 말고도 얼마가 더 있는지도 모른다.
명희는 영선의 존재도 모른다.
명준은 용주의 존재도 모른다.
명준은 영선의 존재를 알면서 자신의 여자로 삼았다.
영선은 명준의 존재를 나중에 알았더라도 지금 그의 여자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명준의 동생들인 명우나 명주는 명준의 이 패륜을 알고 있기나 할까?
용주는 명희가 누군지도 모르고 암컷으로 취해버렸다.
명희도 용주가 누군지 모른 상태에서 암컷이 되었다.
그렇게 만난 한쌍의 교접에서 암컷 명희가 임신을 해버렸다
그런데 암컷 명희가 애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나중에라도 알았다.
그 애기의 주인이 자기 아버지의 씨를 받은 수컷임을 안 것이다.
그랬음에도 명희는 지금 그 애를 낳고자 한다.
그리고는 그 애기에게 떳떳하고자 또 다른 죄업을 저지르려 한다.
30여 년을 한결같이 주인으로 모신 한 남자의 인생이다.
그 남자의 인생을 자신의 욕심 때문에 또 망치려 한다.
허영선은 명준의 필요에 의해 이용을 당하면서도 명준의 여자로 산다.
고명희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애기의 주인이 친 동생인줄 알면서 그 애를 낳고 싶어한다.
명준도 명희도 각각 자신들의 필요와 욕망에 의해 혈육도 인륜도 다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러운 핏줄 더러운 DNA다.
그럼 고용주 자신은 어떤가?
화영의 집에서 만난 한 여인...
이미 그녀가 자신의 육신을 낳아 준 여자인 것을 알았다.
다른 여자들과 달랐던 느낌...
그러함에도 더 애절한 것 같았던 느낌...
용주는 보연에게 그녀의 존재를 은근히 물었었다.
"친 이모는 아닐 거예요"
"지수가 중학생일 때부터..."
그 한마디 때문에 지난 며칠간 했던 고민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는 자신이 이들 세상과 함께 살면 안 된다는 결론이었다.
거기에 더 취해진 허영선이 그 고민의 끝을 정리했다.
오늘....
주희의 흔들리는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이제 이쯤하여 모든 교통정리를 해야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늦을 거야"
"네?"
"보연이 오면 그리 말해 줘"
"???"
"기다리지 말고 자"
안고 있던 주희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해 주고 일어섰다.
주희는 늘 그랬던 것처럼 용주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수긍했다.
용주는 그러나 막상 보연의 집에서 나왔는데 갈 곳이 없었다.
2
"엠벵...몸띵이 하나 누일 곳도 읍는 넘이..."
"이대로 그냥 지리산으로 가?"
몸뚱아리 밑에서 온갖 여자들이 죽는다고 넘어간다.
넘어갈 때마다 여보 주인님 어쩌고 고백한다.
그런데 지금 자신에겐 지리산 외엔 갈곳이 없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면서 명희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동생인데...동생의 애를 낳는다고?"
"허영선이란 여잔 그래도 애는 없잖아?"
허영선을 생각하자 그녀의 가게가 생각났다.
그곳이라면 돈 없이도 술을 한잔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혹여 그동안 고명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런 용주의 발걸음이 영선의 가게 쪽으로 옮겼다.
“오늘은 그... 집에...가셔야잖아요. ”
“그냥..”
방 안에서 도란도란 말 소리가 들렸다.
가게 문을 열어 둔 상태에서 사람이 들어왔음에도 나는 소리였다.
용주는 귀를 세우고 그 소리가 잘 들리는 곳에 앉았다.
"쭈음...쯔읍"
부시럭부시럭...
"아이...다음에..."
짧고 격렬한 키스와 더불어 남녀가 부딪는 소리였다.
그 소리들을 듣자 갑자기 여자를 무지 안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크으흠"
용주가 내는 콧기침 소리에 방 안에서 나는 소리가 멎었다.
문여는 소리와 함께 영선이 나오다가 용주와 눈이 마주쳤다.
“여..여긴..그때..그...”
“쉿!”
“어떻게..여..여길...”
“.....”
용주의 손짓에 영선은 입은 다물었으나 눈을 크게 뜬 뒤 내실을 바라봤다.
"뭐야?"
안에서 영선의 뒤를 따라 나오던 명준이 용주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데 그 강렬한 시선을 받은 명준이 갑자기 휘청하면서 의자를 잡았다.
"누...누구요?"
흔들리던 명준의 시선을 눈빛 힘으로 누르면서 용주가 나직히 말했다.
"앙거!"
명준은 거만한 반말로 자신에게 명령을 하는 이 건방진 젊은이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이런...건.."
"건방지다고?"
"그...그"
"그래도 앙거!"
그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힘이 눌려서 할 수 없이 의자에 앉았다.
이런 광경을 먼저 나와서 본 영선은 상황을 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영선에게 일별한 용주가 명준을 향해 다시 물었다.
"밖에 기사가 있소?"
"???"
"있다면 보내시오."
"???"
영문을 모르겠다는 명준에게서 다시 시선을 거둔 용주가 이번엔 영선에게 말했다.
"나가서 여그 이사람 기사 보내고 문 닫으시오"
"???"
"오늘 장사는 여그꺼정 하려던 것 아녔소?"
"..."
"긍게 그대로 문 닫고....술상 하나 봐 주시요"
용주의 지시에 영선은 아무 거역도 하지 못하고 바삐 움직였다.
잠시 후 주변이 정리 된 내실 탁자를 앞에 두고 용주와 명준 그리고 영선이 마주앉았다.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두 남녀에게 술잔을 하나씩 돌린 용주가 자신의 잔을 들어 입에 부었다.
"크...으..이놈은 묵을 때 마당 써"
앞에 놓인 안주 그릇에서 육포를 하나 집어 우적우적 씹은 용주가 다시 말했다.
"아따...한잔씩들 허재"
그러나 두 사람은 멀뚱거리기만 할뿐 술잔을 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을 본 용주가 이번에는 술병을 들어 입에 붓듯이 마시고는 내놓으며 입맛을 다셨다.
두 남녀는 그런 용주의 모습에 넋이 빠져버렸다.
특히 고명준은 처음 만난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의 시선에서 강력한 탄환을 맞은 것 같았다.
아직은 누구에게도 말로도 힘으로도 돈으로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
고명희만 빼면 이 땅에서 자신을 깔볼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젊고 행색을 알 수 없는 사내 앞에서 든 주눅을 풀 길이 없었다.
명준의 상태가 어떠하거나 상관없이 용주는 자기가 하고 싶은 그대로 했다.
영선은 그런 둘을 바라보며 이미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다시 술을 병째로 다시 입에 부은 용주가 명준을 보고 말했다.
"고명준...우주레져 회장...맞지요?"
"???"
"요새 자금난에 고생이 많지요?"
"그...근데...누구?"
"나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고..."
"이...이...건..방.."
"쉿! 글고 시방...고명희를 으째壺껑?..고 생각만 하지요?"
손을 한번 내저은 용주의 몸놀림에 명준이 풀석 쓰러졌다.
그런 명준을 두고 용주는 아예 물고 있던 술병의 끝을 보았다.
영선은 그런 용주의 모습에서 다시 보지의 물만 흘러내렸다.
"고명준이..."
명준은 말소린 들리는데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허영선이도 잘 들어"
영선이 얼굴을 붉히며 명준의 곁에서 용주를 바라보았다.
"옛날에 말야...돈 많은 영감탱이가 살었어"
"???"
"나가 말여. 지리산에서 20년을 살어농게 서울말을 할라믄 심들어"
"...."
"그랴도 이런 말은 최대한 서울말을 쓰것어"
"..."
"그 영감탱이가 좃심이 무지 좋았어. 니미 나이가 70살이나 묵은 영감탱이가 말여"
"???"
"좃이 꼴린다고 말은 비서라고 함시로 몸종처럼 부리는 스무살짜리 가시나 보지에 꽂으면 되겄어?"
용주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명준은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영선도 용주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들어야 했다.
"그란디...니미 그 스무살짜리 가시나가 애를 배부렀어"
"아!"
"나마 좃도 재수읍는 기집이여. "
"!!!"
"더 재수가 읍는 것은 그 늙은이가 자기 아를 밴 처녀를 죽일라고 헌거여"
"어머나..."
"시상 참 족같어"
남들이 보기에는 취한 것처럼 보였음에도 용주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일부러 취한 모양새를 내기 위해 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영선은 이미 용주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알았다.
명준도 모를 리가 없었다.
반항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둘을 만들어 놓은 뒤 용주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그렇게 셋은 밤을 꼬박 세웠다.
용주가 손을 한 번 다시 휘둘렀다.
명준이 잠결에서 깨어난 것 마냥 눈을 부비며 영선과 용주를 바라보았다.
"고명준 회장님"
용주가 나직하게 명준을 불렀다.
"예"
명준은 이미 힘의 균형에서 자신이 용주를 어쩔 수 없음을 알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불쌍하고도 불쌍한 자신의 동생이었다.
그러나 그를 동생으로 대우할 수 없이 주군으로 대우해야 했다.
이미 육체도 영혼도 밤을 새면서 그에게 종속된 것이다.
"아직도 고명희 회장에게 이기고 싶소?"
"...."
"돈 벌어서 다 어디에 쓸 거요?"
"...."
"계획이나 목적은 있소?"
"...."
"그냥 아버지 거를 본처 소생이라고 다 갖고 첩 소생이라고 적게 가진 것이 분하오?"
"...."
"당신의 그 욕망이 실행에 옮겨지면 그것은 범죄요"
"..."
"그리 살다가 죽으믄...고거시 영광스런 삶이요?"
"..."
"당신 애비가 뿌려논 이 더러운 씨앗들의 엉킴...이대로 살다가 죽고잡소?"
용주의 다그침에 명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선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그에게 여자로 암컷으로 죽었던 영선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말대로 자신은 오빠와 동생에게 모두 몸을 준 여자가 되어 있었다.
"하늘이 말이요..."
"..."
"나를 그래서 세상에 보낸 것 같소"
"???"
"그 욕심많고 죄많은 늙은이 고성환이가 뿌린 죄업을..."
"...."
"나 혼자...한 몸에...다 안고 정리하라고 보낸 거시요"
"..."
영선을 만나서 안은 뒤 가졌던 무거움...
주희와 나누던 대화의 끝...
화영의 집에서 나눴던 한 여자와의 교접...
그리고 마지먹 오늘 명희가 자신의 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무작정 발걸음이 영선의 집으로 갔는데 여기서 명준을 조우 한 것 까지...
대답을 하건 말건 용주는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
........
작가의 말.
용주가 드디어 대미를 향해 달립니다.
아마도 29부와 30부를 마지막으로 하면 에필로그만 남겠지요.
해피엔딩일지 새드앤딩일지는 아직 누구도 모릅니다.
다만 독수리 발톱을 움직이는 뇌세포만 압니다.
용주 외에 또 다른 운명의 남자 한수효는 카페에 있습니다.
사실 한수효를 중단하면서 용주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한수효가 생환을 해버렸어요.
다시 살린 수효가 할 말이 새로 태어난 용주보다 많겠죠.
용주하고 수효하고 케릭터가 비슷하여 혼동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두놈이 다 장수하면 읽는 분들이 헛갈리고 비숫한 놈들끼리 싸우고...
서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
암튼 수효 그놈은 지금 카페에 있습니다.
카페 주소는 http://cafe.soraapple.info/joyo52021/)입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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