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2부-1장)
“쾅쾅!” “문 열어!”
대문 밖에는 무장한 군인들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문을 세차게 두드려댔다. 그들은 안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덜컹!” “누구시죠?”
그리고 이내 문이 열렸다.
“여기 송광인 집 맞아?”
그들은 다짜고짜 집주인의 이름을 물었다.
“네...그런데...무슨 일로...?”
“안에 있어?”
“...!”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반말이었다. 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그들의 살벌한 분위기에 뭔가 큰 사단이 날 것이란 예감을 했고 주눅이 들어 묻는 말에 우물쭈물 거리며 대답을 못했다.
“있는 구만!” “저리 비켜!”
“어이쿠!” “쿠당탕!”
광인의 거취를 확인한 정체불명의 사내들은 문을 열어준 사람을 밀어젖히며 들어섰다. 그 바람에 문을 연 사람은 버둥대다가 옆으로 나 뒹굴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사내들은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왜 이러시오?”
“가만있어!” “잔말 말고 따라 오기나 해!”
잠시 후. 집안으로 들어갔던 사내들은 광인을 체포하듯 끌고 나왔다. 광인은 영문을 몰라 팔이 잡힌 상태로 저항을 했지만 우악한 그들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광인의 뒤로 신을 신지 않은 영림과 말례가 뒤따라 뛰어나왔다.
“왜 죄 없는 사람을 끌고 가세요?”
영림은 광인을 끌고 가는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항의했고 그들을 잡으며 매달렸다.
“저리 비켜!” “에잇!”
“아악!”
하지만 영림은 이내 내동댕이침을 당하고 말았다.
“여보!”
힘없이 나가떨어진 영림의 모습을 보고 광인은 그녀를 불렀다.
“여보!”
영림도 마당에 엎어진 채 광인을 불렀다. 그녀 뒤에는 말례가 세 아이를 끌어안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놔...놔란 말이야!” “내가 왜 이렇게 끌려가야해!” “난 아무잘못도 없단 말이야!”
그 모습을 본 광인은 격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장정들에게 팔을 붙들린 채 대문 밖으로 끌려 나갔고 이내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용 지프차에 태워졌다. 그리고 그는 어디론 가로 끌려가고 말았다.
“안 돼...여보!” “흑흑흑!”
뒤 늦게 영림이 맨발로 문밖으로 뛰어나왔다. 떠나가는 차의 뒤통수에 흐느끼며 광인을 불렀다.
전쟁이 끝나고 서울에 온 광인은 옛 서울 집에서 누이 영림과 상봉하게 되었다. 서로를 그리워 오매불망(寤寐不忘) 만나기를 염원했던 두 사람은 그대로 불타올랐고 광인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영림은 광인의 사람들과 함께할 것을 결심했다. 광인의 딸들은 자신의 딸과 같다 생각했고 그의 여자는 자신의 동생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재회한 그 다음 날 새벽. 영림의 안내로 두 사람은 서울 집의 깊숙한 곳에 갔다. 광인으로서는 전혀 생소한 곳이었다. 이십년 가까이 산 집인데 집 안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이곳은 영림이 한국으로 돌아와 두 달 남짓 살고 있었을 때 우연찮게 발견한 곳이다. 이곳은 이집 주인만 알고 있는 곳으로 선대부터 비밀로 전해지던 장소였다. 선우혁은 피난 가기 직전 이곳에 집문서, 토지문서, 금은보화를 담은 궤짝 등 이동하기 불편한 자신의 재산을 여기에 숨겨두었다. 물론 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모든 재산도 이곳에 쌓여있었던 것이다. 피난 갈 때 가져간 재산은 이동이 용이했던 달러나 패물, 금은보화의 일부분이었을 뿐이었다. 일부분이라고 해도 그가 가져간 재산도 엄청난 양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숨겨둔 것에 비하면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 선우혁 그가 기를 쓰고 한국에 다시 오겠다고 한 것도 사실 이것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을 영림은 발견했던 것이고 이곳에 광인을 데려온 것이다.
“이게 다 뭐요?”
“그래요. 내가 발견한 거예요.” “아마. 내 짐작이 맞다면...!” “이건 아버지가 몰래 숨겨놓은 재산일거에요!”
그러면서 영림은 호롱불로 여기저기를 비추었다. 비추는 곳곳마다 잘 정돈된 궤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광인은 궤짝하나를 열어 보았다.
“우와...엄청나네!”
그랬다. 궤짝 안에는 금덩어리로 가득 차있었다. 광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기에 있는 모든 궤짝과 물건을 일일 다 확인해보았다.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이게 다 우리 거예요. 아니 아버지 거예요...!”
광인의 탄성에 절로 신이 난 영림도 같이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왜?” “나를 여기에 데려온 거요?”
이내 광인은 실망의 눈초리를 했고 영림에게 그것을 감추지 않은 채 자신을 여기에 데려온 목적을 물었다.
“호호호!” “왜 욕심나나요?”
광인의 실망한 모습에 영림은 놀리듯 웃었다. 그리고 그에게 농을 건넸다.
“사실 처음 봤을 때...!”
광인은 멋쩍어했다.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호호호!” “맞아요. 저도 처음 봤을 때 그랬어요!” “그래서 말인데...!”
영림은 특유의 눈빛을 빛내며 광인에게 말을 했다.
“당신 말대로 아빠가 이곳에 오면 이것을 도로 내어놓아야 하거든요.”
아직까지 둘은 선우혁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고 그가 이곳에 돌아올 수 없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그 실망감이 어떻다는 것을 이미 먼저 겪었던 영림으로서는 광인이 현재 어떤 마음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이걸 아무도 모르는 곳이나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옮겨놓으면 어떨까요?“
영림의 제안에 광인은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실망감이 깃든 목소리로.
“그러다가 아버지라도 알면...?”
“그땐 시치미 때면 되죠.” “아마! 이곳은 아버지 외엔 아무도 모르는 곳일 게 분명해요.” “왜냐하면 저도 이런 곳이 있다는 얘긴 아무에게도 듣질 못했거든요.” “제 짐작이 맞을 거예요.” “분명 이곳은 아버지 밖에 모르는 곳임에 틀림없어요.”
영림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굴리며 얘기를 이어갔다.
“설사 아버지가 이곳에 와서 확인을 해도 우리만 입 닫으면 도둑이 와서 훔쳐갔다고 여길 거예요.”
광인은 영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누님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광인 또한 회가 동하는 눈빛이었다. 그는 영림의 말을 동조하고 나섰다.
“사실!”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 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 많은 것을 저 혼자서 감당할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신이 나타난 거예요.” “그래서 당신을 이곳으로 모셔왔고 가족들이 오기 전에 이것을 우리가 옮겨놓자고 말씀 드리는 거예요.”
“그렇구려!”
광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버지는 이것이 없어도 괜찮을 거예요.” “또, 아버지 같은 사람이 이 많은 재산을 다시 소유한다면 그것은 안 될 일이예요.” “그러면 또 다시 세상에 해가 되고 말거예요.”
영림은 자신의 아버지 선우혁이 어떤 사람인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떻게 선우혁과 김정란과 같이 사악한 부부에게 이런 딸이 태어나게 되었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심성은 곧고 고왔던 것이다. 그런 영림을 광인은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뜻을 합친 두 사람은 두 달이란 기간 동안 조금씩 그것을 자신들만 아는 곳으로 옮겼다. 그것을 모두 옮긴 후. 서울 집을 그대로 놓아둔 채 수영의 친정인 대전 모처로 이주를 했다. 거기에 이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그때 그는 ‘선우’라는 성을 버리고 외가 성인 ‘송’을 따랐다. 그리고 선우영림과 합법적인 가정을 꾸렸다. 송광인이 된 그는 숨겨둔 엄청난 재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막대한 재산을 기반으로 한 그의 사업은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사업의 성공으로 대전 생활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던 광인의 식솔들은 다시 서울로 이주했다. 그들은 선우혁의 서울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여전히 선우혁의 서울 집은 텅 빈 상태로 잡초가 우겨져 있었다. 왜냐하면 선우혁과 식솔들은 그곳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업적으로 승승장구하던 광인은 민주당과 선이 닿아 야당을 지지하게 되었고 4.19의거로 장면 정권이 출범하자 삼십대의 어린 나이에 장면총리의 경제 보좌역이 되었다. 이때 광인과 영림은 한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했고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이 은닉했던 많은 재산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분한 막대한 재산을 스위스의 비밀금고에 위탁해 버렸다.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가 발발했다. 하루아침에 민주정권이 물러나고 군사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그들은 대대적으로 야당인사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민주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송광인 또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군사정권은 광인의 전력을 문제 삼아 그의 기업과 재산을 강탈하려고 했다. 그 결과 오늘 이렇게 그를 체포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 광인이 가진 재산을 혁명정부에게 헌납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했던 것이다.
“안 돼...허억...!” “싫어...하지마!”
“가만있어. 너그 남편이 살려면 가만있어!”
방안에는 남정네의 옷과 여인의 옷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벌거벗은 사내와 그 밑에 깔린 채 저항하는 여인 두 명이 있었다. 여인은 이미 반라의 상태였다. 우악스런 사내의 커다란 손은 여인의 젖무덤을 사정없이 유린하고 있었다. 여인의 쉼 없이 저항을 하고 있었다. 두 손으로 사내의 가슴팍을 밀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여인은 입술을 질근 깨물고는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완력과 이글거리는 욕정은 연약한 여자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흑흑흑!” “이러면 안 돼.”
안타까운 울음소리와 함께 여인은 사내에게 하소연 했다.
“씨발년...가만 있어!”
여인의 저항이 예상외로 거세어지자 사내의 두 눈은 핏발이 곤두섰다. 그리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충혈이 된 눈으로 여인을 위협하고 있었다.
“안 돼. 돌쇠!”
여인의 입에서 ‘돌쇠’라는 이름이 터져 나왔다.
“짝!”
사내는 잊고자했던 과거의 이름을 여인이 불러대자 분기탱천했고 이에 바동거리며 애원하는 여인의 따귀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악!” “흑흑흑!”
여인은 비명과 함께 또 다시 울먹였다.
그렇다. 배 밑에서 바동거리는 여인은 광인의 처 선우영림이었고 그녀의 배 위에서 욕정을 뿜어대는 남자는 다름 아닌 하인이었던 ‘돌쇠’였다. 그런 돌쇠가 영림을 겁탈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돌쇠는 광인과 함께 열차에 태워진 후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 끌려가게 되었다. 자신이 왜 끌려가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그가 보호하고자 했던 광인이 자기 혼자만 그렇게 내 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는 그런 광인에게 못내 서운함을 느꼈다.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서운함은 커져갔고 결국 그것은 광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전쟁이 끝나고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가 성공한 후였다.
전쟁터에 끌려가게 된 돌쇠는 다부진 그의 근성과 물불 가리지 않는 열정으로 살아남았고 포항 전투에서 운 좋게도 박정희의 먼 친척이며 육사 동기인 박대희 중령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 결과 박중령의 눈에 띄게 된 그는 박중령을 지근에서 보필하게 되면서 그의 군인 인생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박중령에 의해 돌쇠의 계급은 단숨에 뛰어올랐다. 전쟁이 끝난 후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일등상사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박중령의 모든 임무를 보좌하는 참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박대희는 박정희와 먼 친척뻘이었다. 둘 다 계급은 똑같이 중령이었으나 나이는 박중령 세 살이 어렸다. 진급 속도 또한 박정희보다 그가 조금 빨랐다. 장군 계급 또한 그가 박정희보다 먼저 달았다. 그 후에도 박정희가 육군소장이었을 때 박대희는 이미 준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급에 상관없이 먼 친척 형인 박정희를 무척 따랐다. 박정희가 몇 번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를 도왔고 같이 싸워나갔다. 그리고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를 일으킬 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박대희가 없었으면 쿠데타는 성공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대희의 후광에 돌쇠 또한 승승장구했다. 불과 일 년 만에 일등상사로 진급한 그는 진급과 함께 한자이름 ‘김석철’으로 개명을 했다. 쿠데타 성공 후 박정희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은 김석철은 곧바로 육군 방첩부대(후에 육군 보안사령부, 즉 현재 국군 기무사령부로 바뀜.)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의 역할은 민간 사찰 담당이었다.
석철이 부여받은 첫 번째 임무가 축출된 민주정부 인사 동향이었다. 그 결과 송광인의 현재를 알게 되었다. 자신을 버리고 잘살고 있는 광인의 현재를 알자 그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급기야 석철은 광인을 몰락시키는 장본인으로 등장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을 움켜쥔 석철은 광인이 소유하던 막대한 재산을 탐냈다. 그는 혁명 자금이란 명목 하에 광인의 막대한 재산을 빼앗으려고 했다. 우선 광인의 전력을 핑계 삼아 그를 방첩부대로 끌고 갔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자신은 모습을 감춘 채.
석칠은 부하들을 시켜 광인을 고문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문에 의해 광인은 굴복했고 그가 소유하던 기업과 집 등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서명을 하고나서야 풀려나게 되었다.
광인이 잡혀간 직후 석철은 모든 것을 감추고 영림을 찾아갔다. 영림에게 광인이 잡혀간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전력 때문이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한없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가며 영림의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그는 광인을 거기서 벗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울먹이는 영림에게 그 방법을 얘기해주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바로 광인이 가진 재산을 모두 혁명정부에게 헌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항은 자신이 알아서 힘써 보겠으니까 절대 비밀로 할 것을 당부했다. 제 정신이 아닌 영림은 석철의 호의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그녀의 동조를 이끌어 내자 영림을 더욱 다그쳤다. 즉 광인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함을 주지시켰던 것이다.
몇 일후. 즉, 광인이 풀려나기 몇 일전 석철은 영림을 호텔로 불러냈다. 영림은 남편의 일로 비밀스런 대화가 필요하다는 석철의 긴급하고 은밀한 다그침에 찝찝한 심정을 억누르고 그의 요구대로 호텔방에 들어섰다. 호텔방에 들어선 그녀는 마침내 늑대의 마수에 걸려버린 처량한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영림은 석철의 위협 속에 강제로 옷이 벗겨지며 욕보임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석철은 예전 주인집 아가씨를 이글거리는 욕망의 눈동자로 넘어뜨렸던 것이다. 처지가 이렇게 되다 보니 영림은 후회했다. 예전 머슴이었던 돌쇠라고 생각하고 경계심을 늦추었던 게 첫 번째 실책이었고, 그가 아직도 광인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말에 속았던 게 두 번째 실책이었으며, 비밀 사항이라며 아무도 동반하지 말고 혼자서 이곳으로 오라는 돌쇠의 말을 들었던 게 세 번째 실책이었던 것이다.
석철은 영림과의 첫 대면 이후 이미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이라 결심했었다. 광인과 영림 그들이 원래 남매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 자신이었고 그것을 숨기고 성을 바꿔 부부관계로 자식까지 낳고 산다는 자체가 그들에게 치명적이 약점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광인의 엄청난 재산은 영림의 아버지 선우혁의 재산이라는 사실은 그 집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엄청난 재산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영림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입신양명에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광인을 잡아들였던 것이고 그걸 빌미로 영림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또한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일본에 있는 선우혁의 가족에게 그 막대한 재산을 고스란히 내 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그를 재촉하게 만들었다. 5.16 혁명이 성공하자 자신의 미래는 탄탄대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석철은 거기서 더 나아가고 싶어 했다. 그런 그를 뒷받침해 줄 결정적 요인은 돈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의 세상은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리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그가 어찌 영림을 저대로 방치할 수 있겠는가.
“쫘아악!”
영림의 따귀를 때린 석칠은 그녀의 치마를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속치마마저도 벗겨버린 후 거친 손으로 팬티를 찢어버렸다.
“안 돼. 돌쇠!”
팬티가 찢겨져 나가자 영림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가 되었다. 두 손으로 젖가슴과 씹두덩을 가렸다. 그리고 소리쳤다.
“씨발년!” “가만 않있어!”
“철썩!”
여인의 터질듯 한 알몸은 사내의 도발을 더욱 촉진시켰다. 이에 사내는 또다시 욕지거리와 함께 따귀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젖가슴과 씹두덩을 가리고 있던 여인의 손을 거칠게 치워버렸다. 여인의 손은 힘없이 몸에서 벗어났다.
사내는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거친 손길은 여인의 가슴을 찌그러뜨렸다. 검붉은 젖꽃판과 젖꼭지가 솟아올랐다. 사내는 또 씹두덩을 움켜쥐고는 씹거웃을 거칠게 비볐다.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씹구멍에 쑤셔 넣었다.
“허억!”
사내의 침입에 여인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이에 사내는 엄지손가락으로 여인의 음핵을 비벼댔다.
“아아아!”
또 다시 여인의 입에서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사내는 음핵을 비비는 동시에 가운데 손가락으로 씹구멍에서 후벼 팠다.
“으윽...아아악...흐윽...!”
사내의 거친 손길에 여인의 씹에서는 씹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내는 손목을 적실 정도로 물이 흘러내리자 거친 손길을 걷어냈다. 그리고 벌써부터 껄떡거리고 있던 좆을 씹구멍에 맞추고는 그대로 찔러버렸다.
“허억!”
“크윽!”
여인의 입에서 숨이 막힐 듯 신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석철의 입에서도 단발마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우뚝 솟은 그의 좆이 여인의 씹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갔다. 그녀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이미 씹에서 좆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좆의 용두질을 위한 윤활제로 좆기둥에 묻혀지고 있었다.
“찔꺽!”
“아악!”
여인의 씹이 제공하는 옥죄어 옮을 느끼던 사내는 허리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좆을 물고 있는 씹에서는 풀무질의 질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 여인은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흘려냈다.
남편 이외의 그 누구도 허락되지 않던 소중한 구멍에 외간남자의 우람한 좆이 침범해 들어왔고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질퍽거림을 제공하는 육체의 안타까운 반응에 여인의 두 눈에서는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퍽퍽퍽퍽...퍽퍽퍽!”
“아아아아...아아아!”
거침없이 시작된 사내의 좆질은 영림의 씹구멍을 달궈놓기 충분했다. 축하고 늘어졌던 두 팔은 어느새 그의 허리를 휘감고 있었고 후벼 파는 좆질의 강도에 맞춰 허벅지로 남자의 허리를 옥죄고 있었다. 씹구멍에는 씹물이 넘쳐흘러 그녀의 회음부와 똥꼬로 주루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통의 신음소리는 어느새 열락의 신음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거침없이 좆질을 해대는 사내의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었고 영림의 붉게 달구어진 몸도 거기에 뒤지지 않았다. 씹구멍은 쉴 새 없는 마찰로 인해 용광로처럼 달구어졌다. 회음에 부딪히는 불알은 위쪽으로 솟구쳐 올랐다.
“아아아...하악!” “흐음...흐으음!”
“크억...이년...보지...너무...좋네!” “자지가...허억...끊어질...것...같아...!” “이년...너도...좋지...?” “이렇게...이렇게...자지로...보지를...찔러...크윽...주니까...좋지...!”
“하악...하아악!” “아아아아...아아아!”
“씨발년...개년아!” “보지는...이렇게...좋다고...대답하는 데...!” “너도...좋으면...좋다고...말해봐!”
“으음...흐음...아아아...하악!”
사내는 욕설로 쾌락의 열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여인은 매달린 채로 그것을 받아내고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는 쉴 새 없이 좆질을 쳐올리던 좆을 구멍에서 빼냈다. 그리고 영림의 몸을 돌려버렸다. 곧바로 엎어진 여인의 엉덩이를 자신의 몸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씹물 범벅의 좆을 또 다시 꽂아 넣었다.
“아아아...너무...해...아아아!” “아아...싫어...이런 거!”
여인은 이런 자세가 너무 싫었다. 흡사 개들처럼 흘레붙는 것 같아 너무 싫었다. 하지만 사내의 완력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사내의 그런 행동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왜...좋잖아...!” “깊게...찔러주니까...보지가...더...좋지!” “이 맞 한 번...보면...잊지...못할...걸!”
“아아아...그래도...크음...싫어...흐윽...그만...아아...이제...아아아...그만해!”
“씨발년...웃기고...있네...!” “그만...하라면서...보지물은...왜...이렇게...많이...흘려...!” “니...보지...너무...좋아...이런...개보지...처음이야!” “이제부터...넌...니...보지는...내...꺼다!” “다른...놈에게...못...가...!”
“아니...아아아...싫어...돌쇠...제발...하악...그만...이제...그만...!” “아니야...아아아...그렇지...않아...아아아아...난...이런...거...싫어...!”
“씨발...헛소리하고...있네...!” “바른...대로...말해...!” “좋지...좋아죽겠지?” “흐흐흐...크윽...!”
“아학...아냐...아아아...아냐...!”
비릿한 쾌락의 웃음과 동반한 사내의 좆질은 여인을 질퍽한 나락으로 빠뜨리기에는 충분했다. 도리질 치며 거부의 말을 쏟아냈지만 그것은 의미 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와중에서도 몸은 그게 아니었다. 말을 반증이라도 하는 것처럼 좆을 물어대는 강도는 더욱 세졌고 씹구멍의 열기는 고조되고 있었다. 사내의 허벅지의 부딪힘에 엉덩이를 뒤로 빼는 동작으로 반응해갔던 것이다. 이윽고 두 사람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너무...좋아...!” “씨발년...개보지가...자지를...질근질근...물고...있어!” “크윽...나...더 이상...몸...참아!” “씨발...씨발...년아!” “싼다...하윽...개보지에...크윽...싸...안...다!”
“안 돼...빼...아아악...빼...그것...만은...아아아...안 돼...!” “어떻게...아아아...!”
참을 수 없게 된 사내는 사출을 시작했다. 사출의 기운이 뇌를 강타하자 사내는 온 몸을 비틀며 떨어댔다. 일순간 부풀어 오른 좆에서 좆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쉴 새 없이 구멍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여인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한 방울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살들의 떨림은 쉼 없이 계속이어 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의 입에서는 안타깝고 속절없는 탄식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꽝꽝!”
“여보...나왔소!”
문은 닫혀있었다. 기진맥진한 사내는 문을 두드리며 기운 짜내 집사람을 불렀다.
“덜컹!”
이내 집안에서 사람이 뛰쳐나왔고 그 사람은 대문을 열었다.
“아악!” “정인 아버지!”
대문 밖에는 녹초가 된 남자가 대문 기둥을 잡고 힘겹게 서있었다.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모습이었다. 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말례였다. 그녀는 대문을 두드리던 사람이 광인임을 이내 알아봤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그를 불렀다.
말례는 휘청거리는 광인을 가까스로 부축해서 집안으로 데려갔다. 방안에 그를 눕히고 불을 켰다. 불이 방안을 밝히자 그의 몰골이 이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은 여기 찢겨져 그가 받은 고통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알게 해주었고 여기저기 멍이든 얼굴과 터진 입술에서 그 고통이 참기 힘든 가혹한 것인지를 대변해 주었다.
“으으으!”
의식을 잃은 건지 그의 눈은 감겨있었고 고통의 신음 소리만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인 아버지!” “정신 차려요!” “흑흑흑!”
말례는 광인의 참혹한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다. 광인을 불러대며 그의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다만 신음 소리를 흘리는 것으로 그가 죽지는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 광인은 끝내 굴복하고야 말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한 고문에 처참하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혁명정부에 헌납한다는 서명을 받기 전에는 멈출 것 같지 않는 고문에 굴복하고야 만 것이다. 그는 끝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서명한 그때서야 풀려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이렇게 생사의 오가고 있는 것이다.
2부-1장(끝)
“쾅쾅!” “문 열어!”
대문 밖에는 무장한 군인들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문을 세차게 두드려댔다. 그들은 안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덜컹!” “누구시죠?”
그리고 이내 문이 열렸다.
“여기 송광인 집 맞아?”
그들은 다짜고짜 집주인의 이름을 물었다.
“네...그런데...무슨 일로...?”
“안에 있어?”
“...!”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반말이었다. 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그들의 살벌한 분위기에 뭔가 큰 사단이 날 것이란 예감을 했고 주눅이 들어 묻는 말에 우물쭈물 거리며 대답을 못했다.
“있는 구만!” “저리 비켜!”
“어이쿠!” “쿠당탕!”
광인의 거취를 확인한 정체불명의 사내들은 문을 열어준 사람을 밀어젖히며 들어섰다. 그 바람에 문을 연 사람은 버둥대다가 옆으로 나 뒹굴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사내들은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왜 이러시오?”
“가만있어!” “잔말 말고 따라 오기나 해!”
잠시 후. 집안으로 들어갔던 사내들은 광인을 체포하듯 끌고 나왔다. 광인은 영문을 몰라 팔이 잡힌 상태로 저항을 했지만 우악한 그들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광인의 뒤로 신을 신지 않은 영림과 말례가 뒤따라 뛰어나왔다.
“왜 죄 없는 사람을 끌고 가세요?”
영림은 광인을 끌고 가는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항의했고 그들을 잡으며 매달렸다.
“저리 비켜!” “에잇!”
“아악!”
하지만 영림은 이내 내동댕이침을 당하고 말았다.
“여보!”
힘없이 나가떨어진 영림의 모습을 보고 광인은 그녀를 불렀다.
“여보!”
영림도 마당에 엎어진 채 광인을 불렀다. 그녀 뒤에는 말례가 세 아이를 끌어안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놔...놔란 말이야!” “내가 왜 이렇게 끌려가야해!” “난 아무잘못도 없단 말이야!”
그 모습을 본 광인은 격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장정들에게 팔을 붙들린 채 대문 밖으로 끌려 나갔고 이내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용 지프차에 태워졌다. 그리고 그는 어디론 가로 끌려가고 말았다.
“안 돼...여보!” “흑흑흑!”
뒤 늦게 영림이 맨발로 문밖으로 뛰어나왔다. 떠나가는 차의 뒤통수에 흐느끼며 광인을 불렀다.
전쟁이 끝나고 서울에 온 광인은 옛 서울 집에서 누이 영림과 상봉하게 되었다. 서로를 그리워 오매불망(寤寐不忘) 만나기를 염원했던 두 사람은 그대로 불타올랐고 광인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영림은 광인의 사람들과 함께할 것을 결심했다. 광인의 딸들은 자신의 딸과 같다 생각했고 그의 여자는 자신의 동생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재회한 그 다음 날 새벽. 영림의 안내로 두 사람은 서울 집의 깊숙한 곳에 갔다. 광인으로서는 전혀 생소한 곳이었다. 이십년 가까이 산 집인데 집 안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이곳은 영림이 한국으로 돌아와 두 달 남짓 살고 있었을 때 우연찮게 발견한 곳이다. 이곳은 이집 주인만 알고 있는 곳으로 선대부터 비밀로 전해지던 장소였다. 선우혁은 피난 가기 직전 이곳에 집문서, 토지문서, 금은보화를 담은 궤짝 등 이동하기 불편한 자신의 재산을 여기에 숨겨두었다. 물론 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모든 재산도 이곳에 쌓여있었던 것이다. 피난 갈 때 가져간 재산은 이동이 용이했던 달러나 패물, 금은보화의 일부분이었을 뿐이었다. 일부분이라고 해도 그가 가져간 재산도 엄청난 양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숨겨둔 것에 비하면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 선우혁 그가 기를 쓰고 한국에 다시 오겠다고 한 것도 사실 이것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을 영림은 발견했던 것이고 이곳에 광인을 데려온 것이다.
“이게 다 뭐요?”
“그래요. 내가 발견한 거예요.” “아마. 내 짐작이 맞다면...!” “이건 아버지가 몰래 숨겨놓은 재산일거에요!”
그러면서 영림은 호롱불로 여기저기를 비추었다. 비추는 곳곳마다 잘 정돈된 궤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광인은 궤짝하나를 열어 보았다.
“우와...엄청나네!”
그랬다. 궤짝 안에는 금덩어리로 가득 차있었다. 광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기에 있는 모든 궤짝과 물건을 일일 다 확인해보았다.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이게 다 우리 거예요. 아니 아버지 거예요...!”
광인의 탄성에 절로 신이 난 영림도 같이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왜?” “나를 여기에 데려온 거요?”
이내 광인은 실망의 눈초리를 했고 영림에게 그것을 감추지 않은 채 자신을 여기에 데려온 목적을 물었다.
“호호호!” “왜 욕심나나요?”
광인의 실망한 모습에 영림은 놀리듯 웃었다. 그리고 그에게 농을 건넸다.
“사실 처음 봤을 때...!”
광인은 멋쩍어했다.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호호호!” “맞아요. 저도 처음 봤을 때 그랬어요!” “그래서 말인데...!”
영림은 특유의 눈빛을 빛내며 광인에게 말을 했다.
“당신 말대로 아빠가 이곳에 오면 이것을 도로 내어놓아야 하거든요.”
아직까지 둘은 선우혁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고 그가 이곳에 돌아올 수 없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그 실망감이 어떻다는 것을 이미 먼저 겪었던 영림으로서는 광인이 현재 어떤 마음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이걸 아무도 모르는 곳이나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옮겨놓으면 어떨까요?“
영림의 제안에 광인은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실망감이 깃든 목소리로.
“그러다가 아버지라도 알면...?”
“그땐 시치미 때면 되죠.” “아마! 이곳은 아버지 외엔 아무도 모르는 곳일 게 분명해요.” “왜냐하면 저도 이런 곳이 있다는 얘긴 아무에게도 듣질 못했거든요.” “제 짐작이 맞을 거예요.” “분명 이곳은 아버지 밖에 모르는 곳임에 틀림없어요.”
영림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굴리며 얘기를 이어갔다.
“설사 아버지가 이곳에 와서 확인을 해도 우리만 입 닫으면 도둑이 와서 훔쳐갔다고 여길 거예요.”
광인은 영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누님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광인 또한 회가 동하는 눈빛이었다. 그는 영림의 말을 동조하고 나섰다.
“사실!”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 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 많은 것을 저 혼자서 감당할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신이 나타난 거예요.” “그래서 당신을 이곳으로 모셔왔고 가족들이 오기 전에 이것을 우리가 옮겨놓자고 말씀 드리는 거예요.”
“그렇구려!”
광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버지는 이것이 없어도 괜찮을 거예요.” “또, 아버지 같은 사람이 이 많은 재산을 다시 소유한다면 그것은 안 될 일이예요.” “그러면 또 다시 세상에 해가 되고 말거예요.”
영림은 자신의 아버지 선우혁이 어떤 사람인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떻게 선우혁과 김정란과 같이 사악한 부부에게 이런 딸이 태어나게 되었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심성은 곧고 고왔던 것이다. 그런 영림을 광인은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뜻을 합친 두 사람은 두 달이란 기간 동안 조금씩 그것을 자신들만 아는 곳으로 옮겼다. 그것을 모두 옮긴 후. 서울 집을 그대로 놓아둔 채 수영의 친정인 대전 모처로 이주를 했다. 거기에 이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그때 그는 ‘선우’라는 성을 버리고 외가 성인 ‘송’을 따랐다. 그리고 선우영림과 합법적인 가정을 꾸렸다. 송광인이 된 그는 숨겨둔 엄청난 재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막대한 재산을 기반으로 한 그의 사업은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사업의 성공으로 대전 생활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던 광인의 식솔들은 다시 서울로 이주했다. 그들은 선우혁의 서울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여전히 선우혁의 서울 집은 텅 빈 상태로 잡초가 우겨져 있었다. 왜냐하면 선우혁과 식솔들은 그곳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업적으로 승승장구하던 광인은 민주당과 선이 닿아 야당을 지지하게 되었고 4.19의거로 장면 정권이 출범하자 삼십대의 어린 나이에 장면총리의 경제 보좌역이 되었다. 이때 광인과 영림은 한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했고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이 은닉했던 많은 재산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분한 막대한 재산을 스위스의 비밀금고에 위탁해 버렸다.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가 발발했다. 하루아침에 민주정권이 물러나고 군사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그들은 대대적으로 야당인사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민주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송광인 또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군사정권은 광인의 전력을 문제 삼아 그의 기업과 재산을 강탈하려고 했다. 그 결과 오늘 이렇게 그를 체포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 광인이 가진 재산을 혁명정부에게 헌납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했던 것이다.
“안 돼...허억...!” “싫어...하지마!”
“가만있어. 너그 남편이 살려면 가만있어!”
방안에는 남정네의 옷과 여인의 옷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벌거벗은 사내와 그 밑에 깔린 채 저항하는 여인 두 명이 있었다. 여인은 이미 반라의 상태였다. 우악스런 사내의 커다란 손은 여인의 젖무덤을 사정없이 유린하고 있었다. 여인의 쉼 없이 저항을 하고 있었다. 두 손으로 사내의 가슴팍을 밀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여인은 입술을 질근 깨물고는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완력과 이글거리는 욕정은 연약한 여자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흑흑흑!” “이러면 안 돼.”
안타까운 울음소리와 함께 여인은 사내에게 하소연 했다.
“씨발년...가만 있어!”
여인의 저항이 예상외로 거세어지자 사내의 두 눈은 핏발이 곤두섰다. 그리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충혈이 된 눈으로 여인을 위협하고 있었다.
“안 돼. 돌쇠!”
여인의 입에서 ‘돌쇠’라는 이름이 터져 나왔다.
“짝!”
사내는 잊고자했던 과거의 이름을 여인이 불러대자 분기탱천했고 이에 바동거리며 애원하는 여인의 따귀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악!” “흑흑흑!”
여인은 비명과 함께 또 다시 울먹였다.
그렇다. 배 밑에서 바동거리는 여인은 광인의 처 선우영림이었고 그녀의 배 위에서 욕정을 뿜어대는 남자는 다름 아닌 하인이었던 ‘돌쇠’였다. 그런 돌쇠가 영림을 겁탈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돌쇠는 광인과 함께 열차에 태워진 후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 끌려가게 되었다. 자신이 왜 끌려가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그가 보호하고자 했던 광인이 자기 혼자만 그렇게 내 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는 그런 광인에게 못내 서운함을 느꼈다.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서운함은 커져갔고 결국 그것은 광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전쟁이 끝나고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가 성공한 후였다.
전쟁터에 끌려가게 된 돌쇠는 다부진 그의 근성과 물불 가리지 않는 열정으로 살아남았고 포항 전투에서 운 좋게도 박정희의 먼 친척이며 육사 동기인 박대희 중령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 결과 박중령의 눈에 띄게 된 그는 박중령을 지근에서 보필하게 되면서 그의 군인 인생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박중령에 의해 돌쇠의 계급은 단숨에 뛰어올랐다. 전쟁이 끝난 후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일등상사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박중령의 모든 임무를 보좌하는 참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박대희는 박정희와 먼 친척뻘이었다. 둘 다 계급은 똑같이 중령이었으나 나이는 박중령 세 살이 어렸다. 진급 속도 또한 박정희보다 그가 조금 빨랐다. 장군 계급 또한 그가 박정희보다 먼저 달았다. 그 후에도 박정희가 육군소장이었을 때 박대희는 이미 준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급에 상관없이 먼 친척 형인 박정희를 무척 따랐다. 박정희가 몇 번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를 도왔고 같이 싸워나갔다. 그리고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를 일으킬 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박대희가 없었으면 쿠데타는 성공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대희의 후광에 돌쇠 또한 승승장구했다. 불과 일 년 만에 일등상사로 진급한 그는 진급과 함께 한자이름 ‘김석철’으로 개명을 했다. 쿠데타 성공 후 박정희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은 김석철은 곧바로 육군 방첩부대(후에 육군 보안사령부, 즉 현재 국군 기무사령부로 바뀜.)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의 역할은 민간 사찰 담당이었다.
석철이 부여받은 첫 번째 임무가 축출된 민주정부 인사 동향이었다. 그 결과 송광인의 현재를 알게 되었다. 자신을 버리고 잘살고 있는 광인의 현재를 알자 그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급기야 석철은 광인을 몰락시키는 장본인으로 등장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을 움켜쥔 석철은 광인이 소유하던 막대한 재산을 탐냈다. 그는 혁명 자금이란 명목 하에 광인의 막대한 재산을 빼앗으려고 했다. 우선 광인의 전력을 핑계 삼아 그를 방첩부대로 끌고 갔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자신은 모습을 감춘 채.
석칠은 부하들을 시켜 광인을 고문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문에 의해 광인은 굴복했고 그가 소유하던 기업과 집 등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서명을 하고나서야 풀려나게 되었다.
광인이 잡혀간 직후 석철은 모든 것을 감추고 영림을 찾아갔다. 영림에게 광인이 잡혀간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전력 때문이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한없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가며 영림의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그는 광인을 거기서 벗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울먹이는 영림에게 그 방법을 얘기해주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바로 광인이 가진 재산을 모두 혁명정부에게 헌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항은 자신이 알아서 힘써 보겠으니까 절대 비밀로 할 것을 당부했다. 제 정신이 아닌 영림은 석철의 호의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그녀의 동조를 이끌어 내자 영림을 더욱 다그쳤다. 즉 광인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함을 주지시켰던 것이다.
몇 일후. 즉, 광인이 풀려나기 몇 일전 석철은 영림을 호텔로 불러냈다. 영림은 남편의 일로 비밀스런 대화가 필요하다는 석철의 긴급하고 은밀한 다그침에 찝찝한 심정을 억누르고 그의 요구대로 호텔방에 들어섰다. 호텔방에 들어선 그녀는 마침내 늑대의 마수에 걸려버린 처량한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영림은 석철의 위협 속에 강제로 옷이 벗겨지며 욕보임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석철은 예전 주인집 아가씨를 이글거리는 욕망의 눈동자로 넘어뜨렸던 것이다. 처지가 이렇게 되다 보니 영림은 후회했다. 예전 머슴이었던 돌쇠라고 생각하고 경계심을 늦추었던 게 첫 번째 실책이었고, 그가 아직도 광인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말에 속았던 게 두 번째 실책이었으며, 비밀 사항이라며 아무도 동반하지 말고 혼자서 이곳으로 오라는 돌쇠의 말을 들었던 게 세 번째 실책이었던 것이다.
석철은 영림과의 첫 대면 이후 이미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이라 결심했었다. 광인과 영림 그들이 원래 남매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 자신이었고 그것을 숨기고 성을 바꿔 부부관계로 자식까지 낳고 산다는 자체가 그들에게 치명적이 약점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광인의 엄청난 재산은 영림의 아버지 선우혁의 재산이라는 사실은 그 집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엄청난 재산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영림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입신양명에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광인을 잡아들였던 것이고 그걸 빌미로 영림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또한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일본에 있는 선우혁의 가족에게 그 막대한 재산을 고스란히 내 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그를 재촉하게 만들었다. 5.16 혁명이 성공하자 자신의 미래는 탄탄대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석철은 거기서 더 나아가고 싶어 했다. 그런 그를 뒷받침해 줄 결정적 요인은 돈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의 세상은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리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그가 어찌 영림을 저대로 방치할 수 있겠는가.
“쫘아악!”
영림의 따귀를 때린 석칠은 그녀의 치마를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속치마마저도 벗겨버린 후 거친 손으로 팬티를 찢어버렸다.
“안 돼. 돌쇠!”
팬티가 찢겨져 나가자 영림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가 되었다. 두 손으로 젖가슴과 씹두덩을 가렸다. 그리고 소리쳤다.
“씨발년!” “가만 않있어!”
“철썩!”
여인의 터질듯 한 알몸은 사내의 도발을 더욱 촉진시켰다. 이에 사내는 또다시 욕지거리와 함께 따귀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젖가슴과 씹두덩을 가리고 있던 여인의 손을 거칠게 치워버렸다. 여인의 손은 힘없이 몸에서 벗어났다.
사내는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거친 손길은 여인의 가슴을 찌그러뜨렸다. 검붉은 젖꽃판과 젖꼭지가 솟아올랐다. 사내는 또 씹두덩을 움켜쥐고는 씹거웃을 거칠게 비볐다.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씹구멍에 쑤셔 넣었다.
“허억!”
사내의 침입에 여인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이에 사내는 엄지손가락으로 여인의 음핵을 비벼댔다.
“아아아!”
또 다시 여인의 입에서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사내는 음핵을 비비는 동시에 가운데 손가락으로 씹구멍에서 후벼 팠다.
“으윽...아아악...흐윽...!”
사내의 거친 손길에 여인의 씹에서는 씹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내는 손목을 적실 정도로 물이 흘러내리자 거친 손길을 걷어냈다. 그리고 벌써부터 껄떡거리고 있던 좆을 씹구멍에 맞추고는 그대로 찔러버렸다.
“허억!”
“크윽!”
여인의 입에서 숨이 막힐 듯 신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석철의 입에서도 단발마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우뚝 솟은 그의 좆이 여인의 씹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갔다. 그녀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이미 씹에서 좆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좆의 용두질을 위한 윤활제로 좆기둥에 묻혀지고 있었다.
“찔꺽!”
“아악!”
여인의 씹이 제공하는 옥죄어 옮을 느끼던 사내는 허리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좆을 물고 있는 씹에서는 풀무질의 질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 여인은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흘려냈다.
남편 이외의 그 누구도 허락되지 않던 소중한 구멍에 외간남자의 우람한 좆이 침범해 들어왔고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질퍽거림을 제공하는 육체의 안타까운 반응에 여인의 두 눈에서는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퍽퍽퍽퍽...퍽퍽퍽!”
“아아아아...아아아!”
거침없이 시작된 사내의 좆질은 영림의 씹구멍을 달궈놓기 충분했다. 축하고 늘어졌던 두 팔은 어느새 그의 허리를 휘감고 있었고 후벼 파는 좆질의 강도에 맞춰 허벅지로 남자의 허리를 옥죄고 있었다. 씹구멍에는 씹물이 넘쳐흘러 그녀의 회음부와 똥꼬로 주루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통의 신음소리는 어느새 열락의 신음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거침없이 좆질을 해대는 사내의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었고 영림의 붉게 달구어진 몸도 거기에 뒤지지 않았다. 씹구멍은 쉴 새 없는 마찰로 인해 용광로처럼 달구어졌다. 회음에 부딪히는 불알은 위쪽으로 솟구쳐 올랐다.
“아아아...하악!” “흐음...흐으음!”
“크억...이년...보지...너무...좋네!” “자지가...허억...끊어질...것...같아...!” “이년...너도...좋지...?” “이렇게...이렇게...자지로...보지를...찔러...크윽...주니까...좋지...!”
“하악...하아악!” “아아아아...아아아!”
“씨발년...개년아!” “보지는...이렇게...좋다고...대답하는 데...!” “너도...좋으면...좋다고...말해봐!”
“으음...흐음...아아아...하악!”
사내는 욕설로 쾌락의 열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여인은 매달린 채로 그것을 받아내고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는 쉴 새 없이 좆질을 쳐올리던 좆을 구멍에서 빼냈다. 그리고 영림의 몸을 돌려버렸다. 곧바로 엎어진 여인의 엉덩이를 자신의 몸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씹물 범벅의 좆을 또 다시 꽂아 넣었다.
“아아아...너무...해...아아아!” “아아...싫어...이런 거!”
여인은 이런 자세가 너무 싫었다. 흡사 개들처럼 흘레붙는 것 같아 너무 싫었다. 하지만 사내의 완력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사내의 그런 행동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왜...좋잖아...!” “깊게...찔러주니까...보지가...더...좋지!” “이 맞 한 번...보면...잊지...못할...걸!”
“아아아...그래도...크음...싫어...흐윽...그만...아아...이제...아아아...그만해!”
“씨발년...웃기고...있네...!” “그만...하라면서...보지물은...왜...이렇게...많이...흘려...!” “니...보지...너무...좋아...이런...개보지...처음이야!” “이제부터...넌...니...보지는...내...꺼다!” “다른...놈에게...못...가...!”
“아니...아아아...싫어...돌쇠...제발...하악...그만...이제...그만...!” “아니야...아아아...그렇지...않아...아아아아...난...이런...거...싫어...!”
“씨발...헛소리하고...있네...!” “바른...대로...말해...!” “좋지...좋아죽겠지?” “흐흐흐...크윽...!”
“아학...아냐...아아아...아냐...!”
비릿한 쾌락의 웃음과 동반한 사내의 좆질은 여인을 질퍽한 나락으로 빠뜨리기에는 충분했다. 도리질 치며 거부의 말을 쏟아냈지만 그것은 의미 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와중에서도 몸은 그게 아니었다. 말을 반증이라도 하는 것처럼 좆을 물어대는 강도는 더욱 세졌고 씹구멍의 열기는 고조되고 있었다. 사내의 허벅지의 부딪힘에 엉덩이를 뒤로 빼는 동작으로 반응해갔던 것이다. 이윽고 두 사람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너무...좋아...!” “씨발년...개보지가...자지를...질근질근...물고...있어!” “크윽...나...더 이상...몸...참아!” “씨발...씨발...년아!” “싼다...하윽...개보지에...크윽...싸...안...다!”
“안 돼...빼...아아악...빼...그것...만은...아아아...안 돼...!” “어떻게...아아아...!”
참을 수 없게 된 사내는 사출을 시작했다. 사출의 기운이 뇌를 강타하자 사내는 온 몸을 비틀며 떨어댔다. 일순간 부풀어 오른 좆에서 좆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쉴 새 없이 구멍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여인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한 방울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살들의 떨림은 쉼 없이 계속이어 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의 입에서는 안타깝고 속절없는 탄식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꽝꽝!”
“여보...나왔소!”
문은 닫혀있었다. 기진맥진한 사내는 문을 두드리며 기운 짜내 집사람을 불렀다.
“덜컹!”
이내 집안에서 사람이 뛰쳐나왔고 그 사람은 대문을 열었다.
“아악!” “정인 아버지!”
대문 밖에는 녹초가 된 남자가 대문 기둥을 잡고 힘겹게 서있었다.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모습이었다. 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말례였다. 그녀는 대문을 두드리던 사람이 광인임을 이내 알아봤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그를 불렀다.
말례는 휘청거리는 광인을 가까스로 부축해서 집안으로 데려갔다. 방안에 그를 눕히고 불을 켰다. 불이 방안을 밝히자 그의 몰골이 이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은 여기 찢겨져 그가 받은 고통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알게 해주었고 여기저기 멍이든 얼굴과 터진 입술에서 그 고통이 참기 힘든 가혹한 것인지를 대변해 주었다.
“으으으!”
의식을 잃은 건지 그의 눈은 감겨있었고 고통의 신음 소리만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인 아버지!” “정신 차려요!” “흑흑흑!”
말례는 광인의 참혹한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다. 광인을 불러대며 그의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다만 신음 소리를 흘리는 것으로 그가 죽지는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 광인은 끝내 굴복하고야 말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한 고문에 처참하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혁명정부에 헌납한다는 서명을 받기 전에는 멈출 것 같지 않는 고문에 굴복하고야 만 것이다. 그는 끝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서명한 그때서야 풀려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이렇게 생사의 오가고 있는 것이다.
2부-1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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