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앞에 앉은 지윤은 꼼꼼하게 얼굴을 다듬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점점 우울해져가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화장이 잘 안 먹는 것 같았기 때문 이었다.
눈부신 미모야 여전 했지만, 얼굴이 약간은 수척해진 것 같았고, 피부도 조금 푸석해진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 이겠지…`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꼬꼼하게 화장을 마무리 해 나갔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고, 지윤이 문 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태공을 맞아 들였다.
요즘은 열쇠 없이 열고 닫는 전자식 자물쇠가 없는 집이 거의 없었지만, 지윤은 아직도 열쇠를 사용하는
자물쇠를 이용하고 있었다.
태공이 몇 번 이나 전자식으로 바꾸자고 했지만, 너무 삭막해 보여서 싫다는 지윤의 고집으로 인해, 아직
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부 잘하고 왔니??"
지윤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헛!!!"
건성으로 대답을 하던, 태공의 눈 이 휘둥그레졌다.
화사하게 화장을 한 지윤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 이었다.
평소, 집에서는 거의 화장을 안 하는 지윤 이었기에, 이렇듯 정성스럽게 화장을 한 모습을 보는게 정말 오
랫만 인 것 같았다.
"우와아~!!"
"호호..뭘 그렇게 놀라??"
"엄마 오늘 너무 예쁘다!!"
"정말??"
"응..!! 오늘 어디가??"
"호호..원 녀석두…엄마 예쁜게 어디 어제 오늘일 이니??"
평상시에 잘 안하던 농담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지윤의 기분이 약간은 들떠 있는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는 한데..평소에 안 하던 화장까지 다 하고…너무 예쁘다 엄마"
태공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방금 전 진숙으로 인해 달아 올라있던 태공이었기에, 평소와 다르게 화장을 한 지윤의 모습이 더욱 아름
답게 다가왔다.
"호호..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얼른 씻고 옷 갈아입어"
"왜??"
"왜 는 무슨…오랜만에 우리 아들이랑 단 둘이 외식 좀 하려고 그러지"
"정말??..오늘 무슨 날이야??"
지윤이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태공에게 살짝 눈 을 흘겼다.
"으이구~불효막심한 놈…오늘이 엄마 생일인 것 도 몰랐지??"
태공은 아차 싶었다.
"아!! 깜빡했네…얼마전 까지 기억하고 있었는데..미안해 엄마"
"흥~!! 이래서 아들은 키워놔야 아~무 소용 없다니까.."
"정말이야…얼마전 까지 기억하고 있었다고…그나 저나 어떡하지??"
"뭘??"
"엄마 선물도 준비 못 했는데.."
"어이구~엄마 선물도 줄려고 했어??...나 죽기전에 네가 주는 생일 선물 한 번 받아 볼 수 있을라나 모르겟다"
"어휴~정말 선물 준비 하려고 했다니까.."
"됐네요..얼른 씻고 옷이나 갈아 입고 나오세요~아드님.."
[똑..똑..]
가볍게 문 을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문 이 열리고 윤희가 들어 왔지만, 심통이 난 민수는 뒤 도 돌아보지
않았다.
"민수야…아빠가 잠깐 거실로 내려 오라신다"
"아빠 벌써 오셨어??"
"응..할 말이 있으시대"
"체…"
"호호..왜 울 아드님이 이렇게나 심술이 나셨을까??"
민수의 속 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윤희는 모르는 척, 생글 거리며 말 을 건넨다.
"아빠는 오늘 따라 왜 일찍 들어 오셨대??"
"호호호..아빠가 일찍 들어 오신게 싫어??"
"당연하지..!!"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던 민수가 몸 을 일으키며 말 을 이었다.
"오늘은 엄마랑 못 하잖아.."
"어머..!!얘 좀 봐.."
윤희의 두 볼이 금새 발그레하게 물들어 버렸다.
내심, 민수와의 은밀한 시간을 기대하며, 목욕까지 했던 윤희도 서운 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쌍둥이 딸 들이 드라마에 빠져 시간을 죽 치는 통에 기회가 없었고, 이제는 남편 까지 일찍 들어온 터라
오늘은 영 글러 먹은 터였다.
침대에서 내려온 민수가, 대뜸 윤희의 허리를 바짝 끌어 당겨 안았다.
"어머!! 밑 에 아빠랑 누나들 있어!!"
"조금만..엄마.."
가슴을 밀며 저항하는 윤희의 허리를 더욱 바싹 끌어 안으며, 민수가 입술을 내 밀었다.
"얘가 미쳤어..아빠 계시다고 했잖아..!!"
"그럼 뽀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아래층의 기색을 살피는 윤희의 가느다란 허리를 당겨 그녀의 상체를 와락 끌
어 안는 민수였다.
"그럼..조금만..빨리 해야 돼..??"
고집을 꺽지 않는 민수의 집념에 항복 한 듯, 윤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마주 끌어 안았다.
방 한 가운데 에서 마주 포옹을 한 두 모자의 입술이 겹쳐졌다.
"쭈웁..쭙..!!!"
입술이 겹쳐지자 마자, 민수의 혀 가 그녀의 입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민수는 뽀뽀 라고 말 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은 윤희가 아니었기에, 거스르지 않은 채, 입술을 살
짤 벌려 그 의 혀 를 받아 들였다.
다급하게 치르는 행위인 만큼, 짜릿함은 평소 보다 훨씬 더했다.
"우움..쭙..쭈웁..!!"
찰라의 시간 동안 한 차례씩 혀 를 주고 받으며 빨아 대는 사이, 자신의 허벅지에 닿은 민수의 자지가 부
풀어 오르는 것 을 느낀 윤희가, 두 팔에 힘 을 주어 끌어 안으며 그 에게 몸 을 붙였다.
민수는 자신의 발기된 자지를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에게 어필하기 위해, 발 뒤꿈치를 들어 그녀의 보지 둔덕에 가져다 대었다.
윤희보다 키 가 작은 민수였기에, 뒤꿈치를 들어서야 겨우 그녀와 위치를 맞출수 있다. 윤희 또한 엉덩이를
뒤로 빼지 않은 채, 민수의 행위를 방조해 주었다.
"엄마~뭐 해??...아빠가 빨리 내려 오래…"
"……!!!"
"……!!!"
아랫층에서 들린 유나의 목소리에, 한 덩어리로 붙었던 두 모자의 몸 이 재빠르게 떨어졌다.
어~알았어..지금 내려가"
윤희가 달아 오른 두 뺨을 양 손바닥으로 감싸고, 아래층을 향해 소리친 후, 민수를 향해 돌아섰다.
"이제 됐지??..빨리 내려와…이상하게 생각 하겠다"
민수를 향해 속삭인 윤희가, 먼저 등 을 돌리며 문 을 나선다.
그런 엄마의 등 뒤로 민수의 뜨거운 시선이 엉덩이를 훑고 지나갔다.
엄마의 엉덩이도, 담임인 윤사랑의 그 것에 못지 않은 크기와 탄력이 있음을 확인한, 민수의 입 가에 만족
스런 미소가 걸렸다.
"이 사진 한 번 봐 보거라"
거실 소파에 온 가족이 둘러 앉은 뒤, 고명한이 민수에게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이게 뭐에요 아빠??"
민수가 탁자위에 내밀어진 사진을 들며, 고명한에게 물어 보았다.
"윤회장 딸 이다"
"윤…회장님요??"
"어제 우리집에 왔던 아빠 친구잖아 바보야.."
고명한 대신, 민수의 옆 에 앉아 있던 미나가 대신 대답을 하며 면박을 준다.
민수가, 미나를 향해 눈 을 한 번 흘기고는, 사진으로 시선을 돌린다.
사진 속에는 고등학교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벤치에 다소곳한 자세로 앉
은 채, 카메라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찍은 사진 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민 낯 인데도, 한 눈에 보기에도 미인 이라는 느낌을 주는 모습이었다.
"어디 좀 봐봐…"
"나도 좀 보자..!!"
민수의 옆 에 나란히 앉아 있던, 두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민수 쪽으로 몸 을 기울이며 관심을 보였다.
"어머..꽤 반반 한데??"
"키도 좀 큰 거 같고.."
"근데 어디 고등학교야??"
"처음 보는 교복인데…뭔 교복이 이렇게 촌스럽다니??"
"그러게 진짜 촌스럽다…깬다..깨.."
쌍둥이 자매는 민수가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한 마디씩 재잘 거렸다.
여자들 특유의 질투심을 느끼게 하는 말투로, 사진속의 여학생을 품평해 대었다.
"아빠 친구분 딸 사진인데…왜 저한테…"
민수가 옆 에서 재잘거리는 쌍둥이 누나들의 수다를 무시 한 채, 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별 상관도 없는 사진을 보여 주려, 엄마와의 뜨거운 시간을 방해한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윤희는 맞은 편 자리에 앉아, 아무런 말 없이 사과를 깍는데만 열중해 있었다.
"마음에 드냐??"
고명한이 윤희가 깍아 놓은 사과 한 점을 포크에 찍어 들며 말했다.
"아빠 친구 딸인데..제가 마음에 들고 자시고 할게 뭐 있어요??"
"네 안사람 될 아이다!!"
"에..예에??!!!"
민수는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멍한 기분이 되어 말 을 더듬었다.
"어머..어머!!!"
"세상에~대박!!!"
멍한 민수와 반대로, 옆 에 앉은 쌍둥이 자매가 호들갑을 떨어대며 재잘 거렸다.
윤희는 아무런 동요 없이 그저 과일을 깍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 으로 보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했다.
"에이~아빠..농담두…"
"농담 아니다!!"
"저 이제 중 3 이에요..그런데 벌써 무슨…"
"그렇지..우리 민수가 어느새 열 다섯이나 되었구나…옛 날 같으면 벌써 장가가서 애 도 볼 나이지..허허"
"아니..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이제 중학생인 저 한테 무슨 결혼할 여자가…"
"험..험..그러니까..일단 약혼식부터 하고..만나면서 정도 붙이고 한 다음에…"
"어휴~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중학생이 무슨 약혼이에요??..그리고 이건 고등학교 교복이잖아요…
저 보다 나이도 많은거 같은데." "음..뭐..너 보다 몇 살 더 있기는 하지…"
고명한이 계면 쩍은 듯, 시선을 돌리며 말 끝을 흐린다.
민수는 그제서야 어제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자신을 의미 심장한 눈 빛으로 바라 보던, 윤회장이라는 아
빠의 친구분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어젯밤 엄마와 아빠의 부부 싸움도, 이 문제 때문인 것 이 분명해
보였다.
`아이…이런건 네 색시랑 해야지…`
그리고 어젯밤 뜨거운 행위 중에 엄마가 했던 말 도 생각이 났다.
당시에는 엄마가 부끄러움에 그렇게 회피하려 한 말 이라 생각 했었는데, 이제 보니 아빠에게 벌써 언질을
받았던 것 이 분명했다.
아무말 없이 사과를 깍고 있는, 윤희의 손 끝이 미미하게 떨리는 것으로 보아, 민수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가질수 있었다.
"깔깔깔~!!아빠..진짜 대~박!!"
"푸하하하!! 민수야..축하해..!!"
쌍둥이 자매는 뭐가 그리 신난지, 저희들 끼리 키득 거리는가 하면, 민수를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호호..근데 진짜 헤어스타일도 촌스럽기도 하다.."
"그치??그치??..얘는 요즘 애들 하고 다른가봐.."
"어디보자~요즘 앞트임은 기본인데 얘는 그 것도 안 했나봐??"
"그러게..이런 애들이 남편 잘 모시고 살림은 잘 할 거야..큭큭"
"허어~이 것들이..올케 될 사람 보고 얘 가 뭐야?? 얘 가.."
옆 에서 보다 못 한, 고명한이 쌍둥이들을 향해 한 마디 퉁 을 놓았다.
"깔깔깔..올케..큭큭큭.."
"어머..그럼 우리가 시누이가 되는거네??푸훗…!!"
"아이~그건 좀 그렇다…시누이 라고 하니까..괜히 나이 먹은거 같잖아.."
고명한의 말 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격이 되어, 쌍둥이 자매를 더욱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조용히 좀 해!! 이 년 들아..!!"
보다 못한 윤희가, 쌍둥이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괜히 신경질이야.."
그런 윤희에게, 쌍둥이들이 동시에 입 을 삐죽 거렸다.
민수가 윤희를 바라 보자, 그녀는 다시 깍고 있던 사과로 눈 을 돌리며, 그 의 시선을 피했다.
방금 전에도 자신의 방 에서 끌어 안고 키스를 나누었던 엄마였다.
그런 그녀의 앞 에서 자신의 신부감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인지라, 기분이 묘했다.
민수는,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엄마가, 질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묘한 설레임이 일었다.
"험..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시 잡으려는 듯, 목 을 가다듬은 고명한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 을 이었다.
"아무튼…"
고명한이 입 을 열자, 식구들의 시선이 모두 그 에게 쏠렸다.
모두들 이 꼰대가 또 무슨 엉뚱한 폭탄 발언을 할까, 호기심과 불안이 함께 섞인 눈초리다.
"뭐…갑작스러워서 놀라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 그렇게 알고…일단 모두들 내일 저녁 시간은 비워 두도록 해"
"어머..왜 요??"
모두의 시선이 고명한에게로 향한 가운데, 유나가 아직도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묻는다.
"어쨌든 사돈이 되는건데 식구들끼리 상견례는 해야 되지 않겠냐"
"사..상견례요??"
"험..험..민수도 제 색시 될 처자 얼굴은 봐야 될 거 아니오"
고명한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윤희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던지듯 한마디 툭 내뱉었다.
"에~이 아빠…농담이 너무 심하신거 아녜요??...하나도 재미 없어요"
"농담 아니다!!"
"저 이제 중3이에요…아직 열 다섯살 밖에 안됐다고요"
"옛날 같으면 벌써 장가 가서 애 도 낳을 나이다…이 애비가 평생 가장 후회 하는게 뭔지 아니??"
"뭔데요??"
"젊었을적 사업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결혼을 늦게 한거다…제 나이에 했으면 너희들도 지금쯤 다 컷
을꺼 아니냐"
`아빠가 20대면 엄마는 겨우 유치원이나 다닐 나이였다고요!!`
세 남매의 머릿속에 똑같이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고명한이 가장 싫어 하는것 중의 하나가, 아내인 윤희와 자신의
나이를 거론하는 것 이었다. `사랑엔 국경도 없다` 는 신조를 가지고, 입 버릇 처럼 말하고 다니는 고명한에게
있어,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나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공고히 다져져 있었다.
"그건 그거고 전 아직 공부해야 할 학생이라고요…그리고 법적 으로도 전 결혼 할 수 없어요"
"허허허..누가 당장 결혼 하라고 하더냐??..일단 약혼식부터 치르고…차차 만나면서 정도 들이고 한 다음에
결혼식을 올려줄 생각이다"
"약..혼식..요??"
"음..내일 상견례겸 해서 약혼식도 치를 생각이다"
"…!!!"
"….!!!"
고명한을 제외한 식구들은, 놀라움으로 인해 떡 벌어진 입 을 다물지 못했다.
"야..약혼식요??!!"
"험..험..뭘 그리 놀라나.."
휘둥그레 눈 을 뜨고 묻는 윤희를 보며, 고명한이 목 을 가다듬으며 딴청을 피운다.
"아유 아빠..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녜요??..어떻게 생전 얼굴도 보지 못한 사람이랑 약혼을 해요??"
엄마의 맘은 딸 이 안다고, 보다 못한 미나가 끼어 들며, 윤희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한 번 결정하면 뒤 돌아 보지 않는, 고명한의 고집을 알면서도,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일방적인 사
안이라 생각 되었다.
"윤회장이랑 합의 하고 결정한 일이다…가장이 결정한 일 에 무슨 말들이 이리 많어??"
"여보!!"
"아빠~!!"
"쓰으~!!!..쯧..!!!"
식구들의 항명에, 고명한이 인상을 구기며 혀 를 차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잦아 들어 버렸다.
가부장적인 성격의 극 을 보여주고 있는 고명한의 성격을 잘 알기에, 화 를 자초 하면서까지 항명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험..험..아무튼 그렇게들 알고..내일 저녁엔 다들 시간 비워 놓도록 해"
다시 한 번, 자신의 결정에 못 을 밖은 뒤, 고명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엄마..나 어떡해.."
"후우~나도 모르겠다…"
울상이 된 민수의 시선을 피하며, 윤희가 이마에 손 을 얹고 한 숨을 내 쉬었다.
쌍둥이 자매만이, 민수와 윤희의 눈치를 보며 키득 거리고 있다.
"조용히 해!!..이 년들아..뭐가 좋다고.."
쌍둥이 자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 윤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엄마 어디가??"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 있겠다…요 앞에 나가서 산책이나 하고 와야지.."
"엄마 나도 같이가~!!"
현관문으로 향하는 윤희의 뒷태를 바라 보던 민수가, 재빨리 일어나며 그녀의 뒤 를 따랐다.
"푸하하하!!!"
"야..웃음이 너무 크잖아..큭큭큭.."
두 모자가 나가고 현관문이 닫히자 마자, 미나와 유나, 두 쌍둥이 자매가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
었다.
태공이 옷 을 갈아 입고 나왔을 때, 지윤은 이미 옷 을 차려 입은 채, 그 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하얀색의 원피스 차림 이었다.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카락을 틀어 올려 묶어서, 하얗고 긴 목을 완전히 드러낸 모습이었다. 태공이
에게는 낯설게 보이는 헤어스타일 이었지만, 계란형의 조막만한 얼굴을 가진 지윤에게 잘 어울려 보이며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지윤이, 소파에서 몸 을 일으키며 입 을 열었다.
"준비 다 했어??"
"응"
"돈 은??"
"돈?? 무슨 돈??"
"어머??엄마 생일인데 선물 살 돈 도 준비 안 했어??...밥 값도??"
"에~이 그런게 어딨어??...엄마가 가자고 해 놓고선"
"뭐야…넌 엄마 생일때 쓸라고 몰래 모아둔 비상금 같은것도 없어??"
"어휴~그럼 평소에 용돈 좀 넉넉히 주던가.."
"흥…이래서 아들은 키워놔야 아~무 소용 없다니까.."
지윤은 짐짓 토라진 척, 입술을 내밀고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연기자 출신 답게, 완벽한 표정 연기를 펼쳐 보이는 지윤의 얼굴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태공은 지윤이 자
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망각 한 채, 가슴이 설레었다.
"대신..오늘은 내가 엄마를 여왕님 처럼 모실께"
"호호호…!!!"
태공의 넉살과 애교에, 지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평소, 태공을 대할때는 엄한 엄마의 모습으로, 그리고 밖에서는 지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던 지윤이었기에,
그녀의 약간은 들떠 보이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흠..오늘은 엄마를 여왕처럼 모신다고??"
"네에~분부만 하십쇼~"
"호호...좋아..!! 그럼 먼저 이리와서 등 뒤에 지퍼 좀 올려줘"
지윤이 가벼운 웃음과 함께, 태공을 향해 등 을 돌렸다.
올려지지 않은 지퍼로 인해, 갈라진 원피스 사이로 지윤의 하얀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흔들리는 태공의 시선 속으로, 등 쪽의 맨 살을 가로지른 브래지어의 끈 이 보이고 있었다.
"뭐하니??"
"어??..어..알았어"
지윤의 재촉에, 멍 한 상태에서 깨어난 태공이 대답과 함께 재빨리 엄마의 등 뒤로 다가섰다.
살짝 드러나 있는 지윤의 속살은, 장인이 정성스럽게 빚은 도자기처럼 매끈하게 윤기가 흘렀다.
지퍼를 올리는 태공의 콧 속으로, 지윤의 속 살에서 풍기는 향긋한 내음이 흘러 들어온다.
목욕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 몸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에 태공의 가슴이 왠지 모르게 설레인다.
지퍼를 올리자, 약간은 헐렁해져 있던 원피스가 몸 에 달라 붙으며, 지윤의 굴곡진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
났다.
"어때?? 괜찮니??"
마치 품평을 받듯, 지윤이 태공을 향해 돌아서며 자신의 옷맵시에 대해 물어왔다.
"짱!!!"
태공은 저도 모르게 엄지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호호호..정말??"
기분이 좋은 듯, 지윤이 함박 웃음을 머금으며 되묻는다.
"응..진짜 예뻐!! 엄마"
"흠..울 아들한테 칭찬 듣는 것도 괜찮은데??"
얼굴가득 웃음을 머금은 지윤의 모습이 상큼하게 느껴졌다.
괜시리 가슴이 두근 거리는 태공은, 눈 앞에 있는 지윤에게서 여신의 자태를 느끼고 있었다.
170 이 넘는 큰 키에, 커다란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팽팽한 엉덩이의 굴곡진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
내게 만드는 타이트한 원피스가 지윤에게 너무도 잘 어울려 보였다.
평소, 헐렁한 티셔츠와 긴 주름치마를 입은 소탈한 복장만을 고집하던 지윤이었다.
엄마를 보며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자책 하면서도, 자꾸만 지윤에게로 눈길이 가는 태공이었다.
"어때…이 정도면 길거리에서 남자들 눈길좀 받겠지??"
"정말..이렇게 예쁜 엄마 누가 업어 가기라도 하면 어떡해…아빠는 해외에 계시고.."
"흠..뭔 걱정이야..이렇게 든든한 아들이 있는데.."
말 과 함께, 지윤이 태공의 팔짱을 끼었다.
자신을 아빠 대신의 보호자로 대해주는 지윤의 말 에, 태공의 기분이 한 껏 들뜨며 고무되었다.
마치 자신이 아빠 대신 엄마의 남자가 된 듯 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기분으로는, 아빠까 해외에 계신것이 훨씬 좋은것 같았다.
엄마를 독점 할 수 있으니까…
"어서 밥 먹으러 가자…배고프다.."
태공의 상념을 깨우듯, 지윤이 팔짱을 낀 그 의 팔을 잡아 끌었다.
"엄마!! 같이가!!"
"넌 왜 따라나와??"
힐끗, 민수를 돌아 본 윤희에게서 퉁명스런 말투가 튀어 나왔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산책로로 들어선 윤희를 따라 잡은 민수가, 엄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히히..엄마랑 데이트 하려고.."
"피이~"
입술을 삐죽 거리는 윤희 였지만, 얼굴에 웃음이 피어 있었다.
어느새 조금씩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집 앞의 공원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온 사람만 몇몇 있을뿐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민수가 엄마의 표정을 힐끗 살피며 입을 열었다.
"엄마는 알고 있었지??"
"뭘??"
"좀 전에 아빠가 한 얘기.."
"어제 저녁에 얘기 하시더라"
"치이..그럼 알고 있었으면서 말리지도 않았단 말야??"
"내가 안 말렸겠니??"
"그런데??"
"너도 아빠 고집 잘 알잖아"
"그래서 어제 아빠랑 싸우고 내 방 에서 잔거야??"
"…"
윤희는 대답대신 두 볼을 살짝 붉혔다.
지난 밤 아들과의 뜨거웠던 한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민수 또한, 어젯밤 엄마와의 달콤했던 시간이 생각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때, 저녁 운동을 나온듯한, 20대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민수와 윤희 모자를 가로지르며 지나갔다.
"음..역시 우리 엄마가 젤 예쁘네…"
"뭐..??"
"히히..봐..방금 지나간 누나들 보다도 엄마가 훨 예쁘잖아"
"호호호…"
"정말이야…아무리 둘러 봐도 엄마 만큼 예쁜 여자는 못 봤는걸.."
"으유~엄마 예쁜거 첨 알았어??...새삼스럽게 웬 아부람??"
윤희가 민수의 머리를 주먹으로 살짝 쥐어 박는 시늉을 해 보인다.
엄마의 기분이 좋아진걸 느낀 민수가, 한 발짝 더 윤희의 곁에 붙었다.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 불 빛 만큼이나, 공원엔 인적이 드물었다.
"엄마.."
"응??"
"사람들이 우릴 무슨사이로 볼까??"
"당연히 엄마랑 아들이라고 생각하겠지"
"에~이…내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을걸"
"왜??...네 나이에서 작은키도 아닌데.."
"엄마보다 작잖아…엄마는 어려보이기 때문에 키가 비슷하면 우릴 연인으로 볼 수도 있었을텐데..히히"
"으유~!!"
윤희가 곱게 눈 을 흘기며, 민수의 팔뚝을 살짝 꼬집었다.
특별히 반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민수의 말이 싫지는 않은 듯한 모습이다.
`굽 이 낮은걸 신고 올 걸 그랬나…`
순간적으로 속으로 되뇌인 윤희의 생각이었다.
170 언저리의 큰 키 인데다, 높은 굽 의 슬리퍼를 신고 있는 윤희인지라, 나란히 걷고 있는 민수 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였다.
"훗..엄마랑 연인으로 보였으면 좋겠어??"
"응!!"
민수는, 실제로도 연인이었으면 좋겠다는 말 은 속으로 삼킨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차리셔 총각!!...내일이면 약혼자까지 생기실 분이…"
"칫..약혼은 무슨…그런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지"
"진짜 좋아하는 여자는 있고??"
"응"
"누군데..??"
민수의 입 에서 나올 대답을 뻔히 알면서도, 윤희의 가슴이 기대감으로 살짝 설레어온다.
순간적으로 어젯 밤 윤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 민수의 눈 이 반짝였다.
"당.신!!"
"뭐..뭐??"
"못 들었어?? 윤희..당신 이라고…둘 이 있을땐 이렇게 부르기로 했잖아"
윤희의 머리속에도 어젯밤 뜨거운 행위 도중 민수와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비록, 정식으로 약속 한 것이 아닌, 서로가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했던 말 을, 민수가 이런곳에서 갑자기
써먹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순간적으로 윤희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오르며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어머..얘가..미쳤어..미쳤어..!!..누가 들으며 어쩔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윤희가 민수의 등짝을 때리는 시늉을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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