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2부-2장)
1998년 이른 겨울 어느 날 군산항.
여기서는 좀처럼 접해보지 못한 대형유람선 한 척이 접안을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겨울 새벽 조용하던 군산항은 그것으로 인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선박은 거대한 몸뚱이를 육지에 붙이고 있었다. 갑판 위에서는 많은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행동은 아주 민첩하고 능숙했다. 그것만큼 유람선을 맞이하는 군산항의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람선의 접안 장소에서 목을 늘어뜨리고 있는 사람들은 평소 이곳 군산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이른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몰려왔던 것이다. 국내 최고의 경제인, 정부요인, 도지사, 지역 국회의원 및 여러 국회의원 등. 어디서 소식을 들은 것인지 많은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한 방송국 기자들도 그에 못지않게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어느 국가 원수가 내한한다 해도 이렇게 성대하지는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유람선 뱃머리에는 대형 글씨로 ‘EMPIRE"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유람선의 이름일 것이다. 이름만큼 거대한 배의 위용으로 봐선 이 배의 주인이 대단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드디어 선원들의 움직임은 잦아들었고 배의 옆면에서 거대한 유리관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그 관은 모든 면이 방탄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고 서너 명의 사람이 동시에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그것은 이동하는 통로가 분명했다. 분명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곳을 통해 내려오리라 여겨졌다.
서서히 뽑아져 나오던 거대한 유리관은 육지 위로 놓여졌다. 바다 위에 떠 있음에도 유람선은 흔들림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참 뒤 유리관 끝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은 이내 동그란 모양으로 활짝 열렸다. 육지의 모든 시선이 유리관의 열린 문으로 모아졌다. 언제 나올지 몰랐지만 기자들의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배 안에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모습을 나타낸 사람은 동양인 남자 1명과 여자 4명이었다. 남자는 사십대 중반 정도의 외모에 우람한 체격이었다. 남자 양 옆으로는 중년의 미부인 두 명 서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여인 바로 뒤에는 자신의 미모를 한껏 뽐내는 중년 여인 두 명이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앞의 두 여인이 뒤의 두 여인보다는 연장자로 보였다. 바꾸어 말하면 뒤에 나타난 여인이 조금 젊게 보였다.
모습을 나타낸 남자의 모습은 흡사 정복을 끝낸 정복자가 자신의 고향으로 개선한 모습이었다. 세상을 모두 가진 듯 당당함이 몸에 그대로 나타났다. 웃는 모습에 여유와 안정, 그리고 굳센 의지가 보였다.
그렇다. 모습은 드러낸 그들은 다름 아닌 송광인의 아들 송선군과 그의 여동생 수인, 정인, 그리고 정인의 어머니 말례였고 나머지 한 명의 중년 미부인은 바로 선군의 외할머니, 즉 광인의 어머니 송수림 그녀였다.
수림은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아버지 송병국을 면회 갔다가 그날 저녁 선우혁에게 겁탈을 당했다. 정절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에 절망했던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의 근친으로 임신한 아들 광인을 낳았다. 광인을 낳자마자 실신을 했던 그녀가 깨어나자마자 유모는 아기의 죽음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전했고 그것은 전해들은 수림은 절망에 빠지고야 만다. 정신적 충격에서 해어 나오지 못하고 헤매던 그때, 수림은 종교 생활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했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그녀는 이 땅이 싫어졌다. 그래서 브람스 신부의 도움으로 도미(渡美)를 감행했던 것이다.
수림은 처음에는 수녀가 되려고 마음을 먹었다. 즉, 자신을 완전히 종교에 귀의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유모의 만류로 그것조차 여의치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 끝에, 브람스 신부의 도움과 거기서 만난 여러 사람의 얘기를 종합한 결과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한 번 시작한 공부에 수림은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빠른 성취를 이루게 된다. 그녀는 서른다섯이라는 이른 나이에 하버드대학 경영학 박사학위를 따게 되고 거기서 대학 강단에 서게 된다.
탁월한 미모와 명랑함을 되찾은 수림은 학교에 인기 있는 교수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녀 주변에 남자들이 끊이지 않고 들끓었다. 하지만 수림의 선택을 받은 이는 하나도 없었다. 수림은 한사코 그들의 대시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수림에게 도움을 주고자하는 마음을 거두지 않았다. 즉, 그녀가 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상관없이 수림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다. 마침내 그들의 물심양면의 도움을 끝에 수림은 마흔이 안 된 이른 나이에 하버드대학 부교수를 꿰차게 된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수림의 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때까지 그녀는 혼자였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어떤 남자도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이는 없었다.
이때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과 대립하고 있었다. 자국 내에서도 공산주의 운동이 팽창하고 있었다. 이에 미국은 공산주의에 대해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 결과 공산주의 세력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대학민국의 지정학적인 중요도와 자본주의 경제의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원조경제에 허덕이도록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장면 내각으로부터 대한민국 경제개발계획 수립 요청이 들어온 상태였다. 그 결과 미국은 대한민국의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게 되었던 것이다.
경제개발계획을 요청한 것은 장면 정부였지만 그들은 그것을 현실화하지 못한 채 쿠데타세력에게 쫓겨나고야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쿠데타를 성공한 박정희 정권은 장면 내각이 미국의 도움으로 수립한 경제개발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정부는 그것을 1962년 1월 13일 전격적으로 발표하였고 이것이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경제성장의 초석이었던 것이다. 이 계획을 수립할 때 여러 석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것에 일조했던 장본인이 바로 송수림이었다. 그만큼 그녀는 미국에서 경제학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혀가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던 것이다.
1970년 서울대학교 교정.
이미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수림은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를 이렇게 흥분시키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신입생 한 명 때문이었다. 신입생 한 명의 신상 기록 파일을 넘기고 있는 수림의 손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침내 찾아내고야 말았다는 흥분된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파일은 다름 아닌 송광인의 아들 선군의 신상 기록 파일이었다. 신학기를 맞이해서 1학년 전공필수수업을 맡게 된 그녀는 자신의 수업 수강을 신청한 수강신청자의 명단을 넘겨받았다. 무심코 넘기던 수강생 명단에서 눈에 띄는 이름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녀는 하마터면 그것을 떨어뜨릴 번했다.
“송선군!” “허억!”
수림은 목소리 톤이 사뭇 올라갔다. 수림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신의 아들 광인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즉, 그녀의 손자 선군과 이름이 똑같은 학생 명단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1962년 1월 13일 박정희 정권은 대한민국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이때 송수림 박사는 그 계획의 입안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계획의 효과적인 실현과 성과를 내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으로 여러 교수들과 함께 파견된 것이다. 형식상 하버드대에서 서울대로 파견한 파견 교수의 지위로 말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강의와 연구를 맡아하면서 한국의 여러 경제학자에게 경제개발계획의 주요 내용과 방향을 주지시켰다. 또한 어떤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불철주야 연구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수림이 이곳 서울대로 파견된 지도 어언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개발계획도 2차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1, 2차 계획에 따라 비약적인 성과를 이루고 있었다. 원조 경제에 매달리고 있었던 그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그들은 어느덧 자립 경제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열정과 성과로 말미암아 그동안 대한민국은 연평균 8.8%라는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이룩하고 있었다.
이것과 별도로 수림 개인적으로는 다름 목적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대한민국에 파견되기를 강력히 희망했었다. 물론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자신의 조국 대한민국의 자립경제를 위해 일조하겠다는 소명의식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개인적인 목적으로 파견을 강력히 희망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수림이 파견되기 몇 년 전 자신을 딸자식처럼 보필해주던 유모가 하늘나라로 떠나갔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모는 눈을 감기 직전 그동안 감추어왔던 놀라운 사실, 아니 무덤까지 갖고 가고자 했던 사실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수림이 낳은 아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사실. 또 산통으로 수림이 실신했을 때, 아이를 빼돌려 돌쇠를 시켜 선우혁에게 보냈던 일. 그리고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 돌쇠를 선우혁에게 보내어 아이를 돌보게 했던 일을 죄다 말했다. 유모는 이 모든 일을 수림에게 고백한 후 그동안 숨겨온 것에 대한 속죄를 했고 얼마 후 숨을 멈추었다.
유모로부터 자신의 아들이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수림은 곧바로 대한민국으로 오려고 했으나 그러질 못했다. 그때 대한민국은 갈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4.19에 의해 세워진 민주 정부가 군사쿠데타로 무너졌고 정치적으로 격변기를 겪고 있었다. 따라서 그 상황에서 수림의 안전을 도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 그녀의 한국행을 막았던 것이다.
1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수림은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구실을 찾았다. 그것은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으로부터 경제개발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청 받았다. 그래서 한국정부는 그 계획을 주도한 교수진 파견을 요청했다. 은사인 길버트 교수로부터 그 사실을 인지한 수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고 마침내 자청하다시피해서 그녀는 서울대학교 파견교수로 왔던 것이다.
아들과의 상봉에 부푼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던 수림은 또 다시 절망하고야 말았다. 1년여의 수소문 끝에 아들 광인의 행적을 찾을 수 있게 된 그녀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수림이 그토록 찾았던 그의 아들 광인은 이미 이 세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들 광인은 자신의 전 재산을 국가에 강탈당하다시피 헌납 당했고 헌납을 강요당하는 와중 겪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수림이 파견되어 오기 바로 직전 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수림의 절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미 죽어간 아들은 어쩔 수 없지만 그의 가족은 만날 수 없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에게는 이룰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아들 광인이 죽고 난 직후 그의 가족은 어디론 자취를 감추어 버렸던 것이다. 광인에게는 선우영림, 김말례라는 처가 2명 있었고, 그의 슬하에는 아들 송선군, 딸 송수인, 송정인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광인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 군사정부를 피해 해외로 도피해버렸다. 더 이상 국내에서는 그들의 흔적과 생사여부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 수림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계 경제포럼이 개최되는 곳은 자청해서 갔고 거기서 그들의 흔적을 찾았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인들에게 부탁했다. 이처럼 수림은 7년 동안 계속해서 그들의 흔적을 찾았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녀의 손자 송선군과 이름이 똑같은 아이의 이름을 수강신청자 명단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 1학년 송선군’. 선군의 이름을 보자 흥분에 들뜬 수림은 그의 인적 사항을 담은 기록 파일을 학과사무실로 요청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그의 인적 사항을 담은 기록부와 여러 서류를 면밀히 살펴봤다. 부모 란에는 고아라고 되어있었다. 하지만 수림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비록 부모 란에 고아라고 되어있었지만 송선군 그의 사진은 아버지 송병국을 그대로 빼닮은 모습이었기에 그가 바로 자신의 손자 선군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수림은 흥분된 발걸음으로 강의실로 갔다. 그곳까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잰 걸음으로 그렇게 걸었건만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가슴에 품고 있던 강의노트를 떨어뜨릴 번했다. 마침내 강의실에 도착했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녀는 삐걱거리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수림은 교단 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간 쯤 자리 잡은 학생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바로 아버지 송병국을 빼다 닮은 아이가 앉아 있었다. 순간 자신의 손자의 얼굴이 확대되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울 수는 없었다. 먹먹한 감정을 숨기려고 고개를 칠판 쪽으로 돌렸다. 이내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는 떨리는 손으로 출석부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학생 이름 하나하나 불러 나가기 시작했다.
“흠!” “송선군!”
마침내 수림은 헛기침을 한 번 짧게 하고는 선군의 이름을 불렀다.
“예!”
늠름하고 밝은 목소리가 수림의 귀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한없이 자애로운 눈으로 선군을 응시했다.
수림은 어떻게 강의시간을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강의시간 내내 선군을 바라보며 수업을 했었다. 선군도 그녀와 두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물음에 대답하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강의 중간 중간에 그에게 질문을 이끌어 냈고 마침내 자연스럽게 그를 자신의 연구실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송선군 학생!”
“네. 교수님!”
“그 물음에 대답은 내 연구실에서 해줄 테니까.” “수업 마치고 잠시 내 연구실로 와줄 수 있나요?”
“네. 마침 점심시간이라 가능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봐요.”
“흑흑흑흑!” “눈을 떠요.”
“아빠!” “엉엉엉!”
“아빠. 아빠!” “흑흑흑흑!”
“아버지!”
마침내 송광인 그가 한 많은 세상을 뒤로하고 눈을 감았다. 옆에서는 그의 임종을 지켜보던 가족들이 그를 부르며 목을 놓고 울고 있었다. 아들 선군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여보. 정인이 아버지!” “이렇게 우릴 어떡하라고...!”
그의 첩 말례는 금방이라도 자지러질 것처럼 울고 있었다. 그의 죽음에 누구보다도 슬펐던 사람이 말례였던 것이다. 본처 영림은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행방불명이었다. 설상가상 하늘처럼 모시고 살던 광인이 만신창이가 된 채 쓰러졌다. 그런 광인을 여태껏 보살펴온 그녀였다. 그에게 자신의 몸을 처음으로 내어준 이래로 말례는 그의 첩으로 소리 없이 살아왔다. 그의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첩으로서의 신분적 고뇌와 주변의 냉랭한 시선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늘같이 의지하며 섬겼던 자신의 낭군이 이렇게 속절없이 떠나가자 무너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가슴을 움켜잡고 소리치며 울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이제 열 살 남짓 아이를 셋씩이나 남겨두고 자신을 떠나가 버린 그가 야속하고 안타까웠던 것이었다.
갖은 고문 끝에 풀려난 광인은 열흘 가까이를 의식불명인 채로 보냈다. 영원히 깨어날 줄 몰랐던 그가 마침내 눈꺼풀을 떨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날 저녁에 눈을 떴다. 이때 말례는 그가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지만 광인은 끝내 그녀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다.
서울 집과 광인의 모든 재산은 국가로 귀속되고야 말았다. 광인과 그의 식솔들은 대전으로 내려오고야 말았다. 모든 재산을 빼앗아버린 그들이 마지막으로 인정을 베푼 것이 그 집이었다. 거기서 광인은 마지막 병치레를 했다. 가족들은 그가 일어나기만을 학수고대했다. 하지만 그는 영원히 먼 길을 떠나고야 말았다. 가족들이 대전으로 쫓겨 내려온 지 육 개월 만의 일이었다.
광인은 숨지기 몇 일전부터 병이 낫은 일반인처럼 행동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족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광인 자신만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자신의 사후 뒤처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자신의 재산을 모두 국가에 헌납했다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즉, 헌납한 재산은 실제 자신이 가진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했던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림과 광인은 숨겨둔 선우혁의 모든 재산을 빼돌려 스위스 비밀계좌에 모두 옮겨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광인 본인 뿐 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두 사람, 즉 영림과 광인 뿐 이었던 것이다. 광인은 그것을 어린 선군에게 목걸이 형태로 만들어 넘겨주었던 것이다. 나이는 비록 열 살 남짓 밖에 안 된 선군이지만 그 목걸이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누구보다 총명했던 그였기에 아버지의 당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 광인은 한 가지 일을 더했다. 그는 자신 사후에 가족들이 겪을 고통을 걱정했다. 아버지의 전적을 한국정부가 가만 놓아주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즉, 이것은 아직까지 그의 아내 영림을 풀어주지 않는 그들의 행동으로 봐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를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의 가족을 모두 다른 나라로 피신시킬 것을 결심했던 것이다.
광인은 우선 믿을만한 지인을 만났다. 그 사람은 예전에 광인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친구였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믿음직한 성품과 책임감이 강한 친구였다. 광인은 가족의 안전을 맡길 사람은 그 이외에는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 부탁했던 것이다. 즉, 자신의 사후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 줄 것을. 광인의 부탁을 받은 그도 평소 쿠데타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었고 평소 형제처럼 지냈던 광인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또한 그도 마침 해외도피를 계획하고 있었던 차였다.
마침내 광인의 장례식을 모두 마친 가족에게 그의 부탁을 받은 친구는 광인의 가족들을 불러놓고 그의 당부를 전달했다. 그리고 광인의 가족들은 그를 따라 멀리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일행은 홍콩을 거쳐 영국으로 갔다. 하지만 선군은 그 행렬에 동참하지 못했다. 홍콩에 도착하고 하루를 거기서 머물 그때, 그들의 도피를 안내하던 안내자의 밀고로 그들은 쫓기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선군은 일행을 놓치게 되었고 낯선 땅 홍콩을 벗어나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게 되는 신세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거리를 떠돌던 어린 선군은 배가 고파 구걸하던 중 ‘삼합회’ 보스의 집 앞에 쓰러지게 되었다. 마침 집으로 귀가하던 보스의 눈에 띄게 되었다. 그때까지 자식이 없었던 보스는 비록 초라한 몰골의 아이였지만 왠지 모를 귀티 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는 선군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던 것이다. 보스의 젊은 부인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선군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부부는 선군을 양아들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 부부의 보살핌으로 선군은 날로 성장했다. 양아버지가 선군을 얻은 나이는 육십 대 초반이었다. 늦은 나이에 아들을 둔 그는 이내 선군의 총명함 알아봤다. 슬하에 자식이 없던 그는 단박에 선군을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했다. 그리고 자신의 지위를 잇게 만드는 교육을 착실히 수행해 나갔다. 하지만 선군이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그의 양아버지는 그의 부하와 그의 젊은 부인의 배신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자신을 두텁게 보필해주던 양아버지가 죽고 나자 선군은 또 다시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이때 선군의 양아버지를 배신했던 부하와 보스의 젊은 부인은 불륜 관계였었다. 바람난 젊은 부인은 임신을 하자 딴 마음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관계를 보스가 눈치 채기 전에 보스를 배신할 것을 공모했고 마침내 그를 제거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목적을 달성한 그들은 이제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는 후계자 선군 뿐 이라는 것을 느꼈다. 또한 두 사람의 자식으로 하여금 조직을 물려받게 하려고 했다. 마침내 그들은 보스의 양아들 선군에게 넉넉하게 돈을 챙겨주며 그를 내쫓아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루아침에 설 땅을 잃어버린 선군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결심이 서자 쫓겨날 때 챙겨 받은 돈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때 받은 돈은 한국에서 혼자 몸으로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선군은 팔년 동안 홍콩 생활에서 후계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성장해 있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3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정도였다. 후계자로 낙점 받은 직후 그는 양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그의 일생의 대 스승의 문하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중국 본토로부터 피난 온 무술 대가였다. 선군의 양아버지 또한 그를 스승으로 삼고 그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는 중국 무술의 본류였던 소림 등 정통무예 뿐 아니라 좌도방문의 무예와 의술, 기문진학 등 잡학, 섭혼술, 방중술, 점성술 등을 두루 섭렵한 대가였다. 그는 선군을 보자마자 그의 총명함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래서 선군을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할 마지막 제자로 삼았다. 그는 8년 동안 선군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했고 선군 또한 솜이 물을 빨아 당기듯이 그로부터 그의 모든 것을 전수 받았다.
한국으로 귀환한 선군은 가지고 온 돈으로 우선 서울에 거처를 마련했고 남은 돈은 은행에 입금시켰다. 그리고 그는 8년 만에 찾은 한국이란 곳이 학벌과 인맥으로 세력을 형성하는 곳임을 간파했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그는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된다. 그는 한국에 온지 1년 만에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던 것이다.
선군은 강의시간 내내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송수림 교수가 싫지 않았다. 나이를 벗어난 것 같은 그녀의 미모에 가슴 설렘을 느꼈다. 그 감정은 생전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스승님이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자신은 그에게서 온전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되면서도 그녀를 욕심내고 있었다. 그래서 수림에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던졌고 그녀의 대답을 듣겠다는 구실로 이렇게 그녀의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똑똑!”
수림의 연구실에 도착한 선군은 노크를 했다.
“누구세요?”
이내 청아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송선군입니다.”
선군은 문고리를 잡으며 그녀에게 자신을 밝혔다.
“들어와요.”
“딸칵!”
그녀의 허락과 동시에 선군은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와요.” “송선군군!”
수림은 밝은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
“우선 앉아요.” “무슨 차를 좋아해요?”
수림의 책상 위에는 커피가 놓여있었다.
“커피 냄새가 좋네요.” “저도 교수님과 같은 걸로 부탁드립니다.”
“호호호!” “알았어요.” “내 특별히 아주 좋은 커피로 타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수림은 작년 청와대 만찬 때 영부인으로부터 선물로 찻잔에 커피를 탔고 이내 선군 앞에 앉으며 커피 잔을 내어놓았다. 선군은 진향 커피향보다 더 그윽한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더 좋다고 생각되었다.
“찾기는 힘들지 않았죠?”
“네.”
선군은 대답과 동시에 수림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자신이 익힌 섭혼술을 그녀에게 펼쳤다.
“흐음!”
선군의 섭혼술을 받은 수림은 속절없이 무너지며 단발마의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하복부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내가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손자 앞에서 이런 추태가...!’
수림은 혼미해지는 감각을 추스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섭혼술에 한 번 걸려던 이상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복부로부터 끓어오르던 감각에 급기야 씹물을 울컥 토해내고 말았다.
“교수님!” “어디 아프세요?”
선군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그녀의 상태를 체크했다.
“하악!”
수림의 입에서 애끓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성으로는 도저히 통제가 불가능한 자극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딸칵!”
선군은 연구실 문을 잠갔다. 그리고 수림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그녀는 선군에게 와락 안겨왔다.
“쭈웁!”
“흐음!”
선군은 수림을 부축하듯이 안으며 그녀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수림 또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입맞춤에 호응해왔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선군의 혀가 밀려들어갔고 그의 혀는 상대방의 혀와 휘감기며 서로의 타액과 뜨거운 숨결을 교환했다. 두 사람의 뜨거운 입맞춤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길고 긴 입맞춤이었다.
“하아!”
긴 입맞춤 끝에 두 사람의 입술은 서서히 떨어졌다. 수림의 아쉬운 신음소리가 이어졌다. 선군은 그녀의 귓불로 입술을 옮겼다. 입술로 귓불을 빨았고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혀로 귓속을 핥았다.
“아학...하아악!”
수림은 자지러질듯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깨를 움츠리며 그의 애무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녀의 귀를 집중적으로 애무하던 선군은 수림의 스웨터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은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수림의 커다란 가슴은 그의 손에 의해 짜부라졌다가 솟아올랐다가 모양을 이리저리 변형시켰다.
급기야 선군의 손은 수림의 젖가슴을 감싸고 있던 브라자를 가슴 위로 들어올렸다. 그녀의 맨살이 선군의 손에 느껴졌다. 젖가슴의 감촉은 선군의 손에 부드러움을 선사했다. 선군은 등 뒤에 있는 브라자의 호크를 끌렀다. 그러자 젖가슴이 일제히 출렁거렸다. 그는 수림의 스웨터와 브라자를 통시에 들어올렸다. 그녀의 상체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선군의 눈앞에는 순백색의 살결을 뽐내며 펼쳐졌다.
“할짝!” “쭈웁 쭈우웁!”
“아응!”
선군은 분홍 젖꽃판 위에 오롯이 솟아오른 젖꼭지를 발견했다. 그것을 혀로 핥았다. 그리고 그것을 빨기 시작했다. 수림의 입에서는 고양이 울음과 같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양쪽 가슴을 번갈아가며 주물럭거렸고 젖꽃판과 젖꼭지를 쉴 새 없이 핥고 빨며 가만두지 않고 있었다. 양쪽 젖가슴은 원래의 자기 형체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양쪽 젖가슴을 맘껏 유린한 선군의 입술은 아래로 향했다. 내려오면서 여러 곳에 자신의 입술 자국을 남겼다. 움푹 파인 배꼽은 혀를 동그랗게 말아 파헤쳤다. 그곳은 그의 침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배꼽 아래 하복부는 혀로 핥았다. 비질하듯 혀를 길게 빼고는 위아래로 오가며 핥아 나갔다.
“툭!” “찌이익!”
더 이상 나갈 곳이 없게 된 그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며 치마 호크를 끌렀다. 동시에 지퍼를 내려버렸다.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 치마와 팬티스타킹, 그리고 팬티를 한꺼번에 내렸다. 수림은 엉덩이를 들며 그를 도왔다. 마침내 수림은 완벽한 알몸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아!”
선군은 수림의 씹두덩 위에 곱슬곱슬 덮고 있는 거웃을 손으로 한 움큼 쥐어보았다. 너무나 부드럽다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씹구멍에 대어 보았다. 여인의 씹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질퍽거리고 있었다. 선군은 두 손으로 거웃을 양옆으로 갈랐다. 그리고 살 속에 숨어 있는 공알을 찾아냈다. 그곳에 혀를 대어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입술로 빨기 시작했다.
“아하악!”
씹구멍에서 씹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후릅 후르릅!”
선군은 씹물을 게걸스럽게 빨아먹었다. 마르지 않는 계곡물이 그의 입속으로 계속해서 흘러들어왔다.
“아아아!” “크윽!” “흐으음!”
선군은 씹을 집중적으로 먹어치우면서 자신의 바지를 벗었다. 팬티가 아래로 내려가자 이미 발기한 좆이 위용을 드러냈다. 좆은 쿠퍼액을 흘리며 껄떡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껄떡거리고 있는 좆을 여인의 씹으로 가져갔고 곧바로 좆을 씹구멍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푸욱!”
“아아아!” “아파!” “아흑!” “너무 커!”
20센티미터는 족히 넘는 좆이 씹구멍으로 파고들자 여인은 자지러지는 신음소리와 고통을 호소했다. 여인의 고통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좆은 질펀한 씹구멍을 자신의 모양으로 넓히며 파고들었다. 여인의 씹구멍은 찢어질 듯 늘어났다.
2부-2장(끝)
1998년 이른 겨울 어느 날 군산항.
여기서는 좀처럼 접해보지 못한 대형유람선 한 척이 접안을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겨울 새벽 조용하던 군산항은 그것으로 인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선박은 거대한 몸뚱이를 육지에 붙이고 있었다. 갑판 위에서는 많은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행동은 아주 민첩하고 능숙했다. 그것만큼 유람선을 맞이하는 군산항의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람선의 접안 장소에서 목을 늘어뜨리고 있는 사람들은 평소 이곳 군산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이른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몰려왔던 것이다. 국내 최고의 경제인, 정부요인, 도지사, 지역 국회의원 및 여러 국회의원 등. 어디서 소식을 들은 것인지 많은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한 방송국 기자들도 그에 못지않게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어느 국가 원수가 내한한다 해도 이렇게 성대하지는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유람선 뱃머리에는 대형 글씨로 ‘EMPIRE"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유람선의 이름일 것이다. 이름만큼 거대한 배의 위용으로 봐선 이 배의 주인이 대단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드디어 선원들의 움직임은 잦아들었고 배의 옆면에서 거대한 유리관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그 관은 모든 면이 방탄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고 서너 명의 사람이 동시에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그것은 이동하는 통로가 분명했다. 분명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곳을 통해 내려오리라 여겨졌다.
서서히 뽑아져 나오던 거대한 유리관은 육지 위로 놓여졌다. 바다 위에 떠 있음에도 유람선은 흔들림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참 뒤 유리관 끝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은 이내 동그란 모양으로 활짝 열렸다. 육지의 모든 시선이 유리관의 열린 문으로 모아졌다. 언제 나올지 몰랐지만 기자들의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배 안에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모습을 나타낸 사람은 동양인 남자 1명과 여자 4명이었다. 남자는 사십대 중반 정도의 외모에 우람한 체격이었다. 남자 양 옆으로는 중년의 미부인 두 명 서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여인 바로 뒤에는 자신의 미모를 한껏 뽐내는 중년 여인 두 명이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앞의 두 여인이 뒤의 두 여인보다는 연장자로 보였다. 바꾸어 말하면 뒤에 나타난 여인이 조금 젊게 보였다.
모습을 나타낸 남자의 모습은 흡사 정복을 끝낸 정복자가 자신의 고향으로 개선한 모습이었다. 세상을 모두 가진 듯 당당함이 몸에 그대로 나타났다. 웃는 모습에 여유와 안정, 그리고 굳센 의지가 보였다.
그렇다. 모습은 드러낸 그들은 다름 아닌 송광인의 아들 송선군과 그의 여동생 수인, 정인, 그리고 정인의 어머니 말례였고 나머지 한 명의 중년 미부인은 바로 선군의 외할머니, 즉 광인의 어머니 송수림 그녀였다.
수림은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아버지 송병국을 면회 갔다가 그날 저녁 선우혁에게 겁탈을 당했다. 정절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에 절망했던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의 근친으로 임신한 아들 광인을 낳았다. 광인을 낳자마자 실신을 했던 그녀가 깨어나자마자 유모는 아기의 죽음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전했고 그것은 전해들은 수림은 절망에 빠지고야 만다. 정신적 충격에서 해어 나오지 못하고 헤매던 그때, 수림은 종교 생활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했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그녀는 이 땅이 싫어졌다. 그래서 브람스 신부의 도움으로 도미(渡美)를 감행했던 것이다.
수림은 처음에는 수녀가 되려고 마음을 먹었다. 즉, 자신을 완전히 종교에 귀의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유모의 만류로 그것조차 여의치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 끝에, 브람스 신부의 도움과 거기서 만난 여러 사람의 얘기를 종합한 결과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한 번 시작한 공부에 수림은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빠른 성취를 이루게 된다. 그녀는 서른다섯이라는 이른 나이에 하버드대학 경영학 박사학위를 따게 되고 거기서 대학 강단에 서게 된다.
탁월한 미모와 명랑함을 되찾은 수림은 학교에 인기 있는 교수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녀 주변에 남자들이 끊이지 않고 들끓었다. 하지만 수림의 선택을 받은 이는 하나도 없었다. 수림은 한사코 그들의 대시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수림에게 도움을 주고자하는 마음을 거두지 않았다. 즉, 그녀가 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상관없이 수림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다. 마침내 그들의 물심양면의 도움을 끝에 수림은 마흔이 안 된 이른 나이에 하버드대학 부교수를 꿰차게 된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수림의 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때까지 그녀는 혼자였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어떤 남자도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이는 없었다.
이때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과 대립하고 있었다. 자국 내에서도 공산주의 운동이 팽창하고 있었다. 이에 미국은 공산주의에 대해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 결과 공산주의 세력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대학민국의 지정학적인 중요도와 자본주의 경제의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원조경제에 허덕이도록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장면 내각으로부터 대한민국 경제개발계획 수립 요청이 들어온 상태였다. 그 결과 미국은 대한민국의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게 되었던 것이다.
경제개발계획을 요청한 것은 장면 정부였지만 그들은 그것을 현실화하지 못한 채 쿠데타세력에게 쫓겨나고야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쿠데타를 성공한 박정희 정권은 장면 내각이 미국의 도움으로 수립한 경제개발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정부는 그것을 1962년 1월 13일 전격적으로 발표하였고 이것이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경제성장의 초석이었던 것이다. 이 계획을 수립할 때 여러 석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것에 일조했던 장본인이 바로 송수림이었다. 그만큼 그녀는 미국에서 경제학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혀가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던 것이다.
1970년 서울대학교 교정.
이미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수림은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를 이렇게 흥분시키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신입생 한 명 때문이었다. 신입생 한 명의 신상 기록 파일을 넘기고 있는 수림의 손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침내 찾아내고야 말았다는 흥분된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파일은 다름 아닌 송광인의 아들 선군의 신상 기록 파일이었다. 신학기를 맞이해서 1학년 전공필수수업을 맡게 된 그녀는 자신의 수업 수강을 신청한 수강신청자의 명단을 넘겨받았다. 무심코 넘기던 수강생 명단에서 눈에 띄는 이름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녀는 하마터면 그것을 떨어뜨릴 번했다.
“송선군!” “허억!”
수림은 목소리 톤이 사뭇 올라갔다. 수림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신의 아들 광인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즉, 그녀의 손자 선군과 이름이 똑같은 학생 명단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1962년 1월 13일 박정희 정권은 대한민국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이때 송수림 박사는 그 계획의 입안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계획의 효과적인 실현과 성과를 내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으로 여러 교수들과 함께 파견된 것이다. 형식상 하버드대에서 서울대로 파견한 파견 교수의 지위로 말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강의와 연구를 맡아하면서 한국의 여러 경제학자에게 경제개발계획의 주요 내용과 방향을 주지시켰다. 또한 어떤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불철주야 연구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수림이 이곳 서울대로 파견된 지도 어언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개발계획도 2차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1, 2차 계획에 따라 비약적인 성과를 이루고 있었다. 원조 경제에 매달리고 있었던 그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그들은 어느덧 자립 경제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열정과 성과로 말미암아 그동안 대한민국은 연평균 8.8%라는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이룩하고 있었다.
이것과 별도로 수림 개인적으로는 다름 목적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대한민국에 파견되기를 강력히 희망했었다. 물론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자신의 조국 대한민국의 자립경제를 위해 일조하겠다는 소명의식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개인적인 목적으로 파견을 강력히 희망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수림이 파견되기 몇 년 전 자신을 딸자식처럼 보필해주던 유모가 하늘나라로 떠나갔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모는 눈을 감기 직전 그동안 감추어왔던 놀라운 사실, 아니 무덤까지 갖고 가고자 했던 사실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수림이 낳은 아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사실. 또 산통으로 수림이 실신했을 때, 아이를 빼돌려 돌쇠를 시켜 선우혁에게 보냈던 일. 그리고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 돌쇠를 선우혁에게 보내어 아이를 돌보게 했던 일을 죄다 말했다. 유모는 이 모든 일을 수림에게 고백한 후 그동안 숨겨온 것에 대한 속죄를 했고 얼마 후 숨을 멈추었다.
유모로부터 자신의 아들이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수림은 곧바로 대한민국으로 오려고 했으나 그러질 못했다. 그때 대한민국은 갈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4.19에 의해 세워진 민주 정부가 군사쿠데타로 무너졌고 정치적으로 격변기를 겪고 있었다. 따라서 그 상황에서 수림의 안전을 도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 그녀의 한국행을 막았던 것이다.
1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수림은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구실을 찾았다. 그것은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으로부터 경제개발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청 받았다. 그래서 한국정부는 그 계획을 주도한 교수진 파견을 요청했다. 은사인 길버트 교수로부터 그 사실을 인지한 수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고 마침내 자청하다시피해서 그녀는 서울대학교 파견교수로 왔던 것이다.
아들과의 상봉에 부푼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던 수림은 또 다시 절망하고야 말았다. 1년여의 수소문 끝에 아들 광인의 행적을 찾을 수 있게 된 그녀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수림이 그토록 찾았던 그의 아들 광인은 이미 이 세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들 광인은 자신의 전 재산을 국가에 강탈당하다시피 헌납 당했고 헌납을 강요당하는 와중 겪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수림이 파견되어 오기 바로 직전 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수림의 절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미 죽어간 아들은 어쩔 수 없지만 그의 가족은 만날 수 없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에게는 이룰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아들 광인이 죽고 난 직후 그의 가족은 어디론 자취를 감추어 버렸던 것이다. 광인에게는 선우영림, 김말례라는 처가 2명 있었고, 그의 슬하에는 아들 송선군, 딸 송수인, 송정인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광인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 군사정부를 피해 해외로 도피해버렸다. 더 이상 국내에서는 그들의 흔적과 생사여부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 수림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계 경제포럼이 개최되는 곳은 자청해서 갔고 거기서 그들의 흔적을 찾았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인들에게 부탁했다. 이처럼 수림은 7년 동안 계속해서 그들의 흔적을 찾았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녀의 손자 송선군과 이름이 똑같은 아이의 이름을 수강신청자 명단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 1학년 송선군’. 선군의 이름을 보자 흥분에 들뜬 수림은 그의 인적 사항을 담은 기록 파일을 학과사무실로 요청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그의 인적 사항을 담은 기록부와 여러 서류를 면밀히 살펴봤다. 부모 란에는 고아라고 되어있었다. 하지만 수림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비록 부모 란에 고아라고 되어있었지만 송선군 그의 사진은 아버지 송병국을 그대로 빼닮은 모습이었기에 그가 바로 자신의 손자 선군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수림은 흥분된 발걸음으로 강의실로 갔다. 그곳까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잰 걸음으로 그렇게 걸었건만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가슴에 품고 있던 강의노트를 떨어뜨릴 번했다. 마침내 강의실에 도착했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녀는 삐걱거리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수림은 교단 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간 쯤 자리 잡은 학생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바로 아버지 송병국을 빼다 닮은 아이가 앉아 있었다. 순간 자신의 손자의 얼굴이 확대되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울 수는 없었다. 먹먹한 감정을 숨기려고 고개를 칠판 쪽으로 돌렸다. 이내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는 떨리는 손으로 출석부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학생 이름 하나하나 불러 나가기 시작했다.
“흠!” “송선군!”
마침내 수림은 헛기침을 한 번 짧게 하고는 선군의 이름을 불렀다.
“예!”
늠름하고 밝은 목소리가 수림의 귀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한없이 자애로운 눈으로 선군을 응시했다.
수림은 어떻게 강의시간을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강의시간 내내 선군을 바라보며 수업을 했었다. 선군도 그녀와 두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물음에 대답하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강의 중간 중간에 그에게 질문을 이끌어 냈고 마침내 자연스럽게 그를 자신의 연구실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송선군 학생!”
“네. 교수님!”
“그 물음에 대답은 내 연구실에서 해줄 테니까.” “수업 마치고 잠시 내 연구실로 와줄 수 있나요?”
“네. 마침 점심시간이라 가능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봐요.”
“흑흑흑흑!” “눈을 떠요.”
“아빠!” “엉엉엉!”
“아빠. 아빠!” “흑흑흑흑!”
“아버지!”
마침내 송광인 그가 한 많은 세상을 뒤로하고 눈을 감았다. 옆에서는 그의 임종을 지켜보던 가족들이 그를 부르며 목을 놓고 울고 있었다. 아들 선군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여보. 정인이 아버지!” “이렇게 우릴 어떡하라고...!”
그의 첩 말례는 금방이라도 자지러질 것처럼 울고 있었다. 그의 죽음에 누구보다도 슬펐던 사람이 말례였던 것이다. 본처 영림은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행방불명이었다. 설상가상 하늘처럼 모시고 살던 광인이 만신창이가 된 채 쓰러졌다. 그런 광인을 여태껏 보살펴온 그녀였다. 그에게 자신의 몸을 처음으로 내어준 이래로 말례는 그의 첩으로 소리 없이 살아왔다. 그의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첩으로서의 신분적 고뇌와 주변의 냉랭한 시선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늘같이 의지하며 섬겼던 자신의 낭군이 이렇게 속절없이 떠나가자 무너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가슴을 움켜잡고 소리치며 울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이제 열 살 남짓 아이를 셋씩이나 남겨두고 자신을 떠나가 버린 그가 야속하고 안타까웠던 것이었다.
갖은 고문 끝에 풀려난 광인은 열흘 가까이를 의식불명인 채로 보냈다. 영원히 깨어날 줄 몰랐던 그가 마침내 눈꺼풀을 떨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날 저녁에 눈을 떴다. 이때 말례는 그가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지만 광인은 끝내 그녀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다.
서울 집과 광인의 모든 재산은 국가로 귀속되고야 말았다. 광인과 그의 식솔들은 대전으로 내려오고야 말았다. 모든 재산을 빼앗아버린 그들이 마지막으로 인정을 베푼 것이 그 집이었다. 거기서 광인은 마지막 병치레를 했다. 가족들은 그가 일어나기만을 학수고대했다. 하지만 그는 영원히 먼 길을 떠나고야 말았다. 가족들이 대전으로 쫓겨 내려온 지 육 개월 만의 일이었다.
광인은 숨지기 몇 일전부터 병이 낫은 일반인처럼 행동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족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광인 자신만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자신의 사후 뒤처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자신의 재산을 모두 국가에 헌납했다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즉, 헌납한 재산은 실제 자신이 가진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했던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림과 광인은 숨겨둔 선우혁의 모든 재산을 빼돌려 스위스 비밀계좌에 모두 옮겨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광인 본인 뿐 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두 사람, 즉 영림과 광인 뿐 이었던 것이다. 광인은 그것을 어린 선군에게 목걸이 형태로 만들어 넘겨주었던 것이다. 나이는 비록 열 살 남짓 밖에 안 된 선군이지만 그 목걸이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누구보다 총명했던 그였기에 아버지의 당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 광인은 한 가지 일을 더했다. 그는 자신 사후에 가족들이 겪을 고통을 걱정했다. 아버지의 전적을 한국정부가 가만 놓아주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즉, 이것은 아직까지 그의 아내 영림을 풀어주지 않는 그들의 행동으로 봐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를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의 가족을 모두 다른 나라로 피신시킬 것을 결심했던 것이다.
광인은 우선 믿을만한 지인을 만났다. 그 사람은 예전에 광인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친구였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믿음직한 성품과 책임감이 강한 친구였다. 광인은 가족의 안전을 맡길 사람은 그 이외에는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 부탁했던 것이다. 즉, 자신의 사후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 줄 것을. 광인의 부탁을 받은 그도 평소 쿠데타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었고 평소 형제처럼 지냈던 광인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또한 그도 마침 해외도피를 계획하고 있었던 차였다.
마침내 광인의 장례식을 모두 마친 가족에게 그의 부탁을 받은 친구는 광인의 가족들을 불러놓고 그의 당부를 전달했다. 그리고 광인의 가족들은 그를 따라 멀리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일행은 홍콩을 거쳐 영국으로 갔다. 하지만 선군은 그 행렬에 동참하지 못했다. 홍콩에 도착하고 하루를 거기서 머물 그때, 그들의 도피를 안내하던 안내자의 밀고로 그들은 쫓기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선군은 일행을 놓치게 되었고 낯선 땅 홍콩을 벗어나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게 되는 신세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거리를 떠돌던 어린 선군은 배가 고파 구걸하던 중 ‘삼합회’ 보스의 집 앞에 쓰러지게 되었다. 마침 집으로 귀가하던 보스의 눈에 띄게 되었다. 그때까지 자식이 없었던 보스는 비록 초라한 몰골의 아이였지만 왠지 모를 귀티 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는 선군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던 것이다. 보스의 젊은 부인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선군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부부는 선군을 양아들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 부부의 보살핌으로 선군은 날로 성장했다. 양아버지가 선군을 얻은 나이는 육십 대 초반이었다. 늦은 나이에 아들을 둔 그는 이내 선군의 총명함 알아봤다. 슬하에 자식이 없던 그는 단박에 선군을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했다. 그리고 자신의 지위를 잇게 만드는 교육을 착실히 수행해 나갔다. 하지만 선군이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그의 양아버지는 그의 부하와 그의 젊은 부인의 배신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자신을 두텁게 보필해주던 양아버지가 죽고 나자 선군은 또 다시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이때 선군의 양아버지를 배신했던 부하와 보스의 젊은 부인은 불륜 관계였었다. 바람난 젊은 부인은 임신을 하자 딴 마음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관계를 보스가 눈치 채기 전에 보스를 배신할 것을 공모했고 마침내 그를 제거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목적을 달성한 그들은 이제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는 후계자 선군 뿐 이라는 것을 느꼈다. 또한 두 사람의 자식으로 하여금 조직을 물려받게 하려고 했다. 마침내 그들은 보스의 양아들 선군에게 넉넉하게 돈을 챙겨주며 그를 내쫓아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루아침에 설 땅을 잃어버린 선군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결심이 서자 쫓겨날 때 챙겨 받은 돈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때 받은 돈은 한국에서 혼자 몸으로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선군은 팔년 동안 홍콩 생활에서 후계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성장해 있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3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정도였다. 후계자로 낙점 받은 직후 그는 양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그의 일생의 대 스승의 문하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중국 본토로부터 피난 온 무술 대가였다. 선군의 양아버지 또한 그를 스승으로 삼고 그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는 중국 무술의 본류였던 소림 등 정통무예 뿐 아니라 좌도방문의 무예와 의술, 기문진학 등 잡학, 섭혼술, 방중술, 점성술 등을 두루 섭렵한 대가였다. 그는 선군을 보자마자 그의 총명함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래서 선군을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할 마지막 제자로 삼았다. 그는 8년 동안 선군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했고 선군 또한 솜이 물을 빨아 당기듯이 그로부터 그의 모든 것을 전수 받았다.
한국으로 귀환한 선군은 가지고 온 돈으로 우선 서울에 거처를 마련했고 남은 돈은 은행에 입금시켰다. 그리고 그는 8년 만에 찾은 한국이란 곳이 학벌과 인맥으로 세력을 형성하는 곳임을 간파했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그는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된다. 그는 한국에 온지 1년 만에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던 것이다.
선군은 강의시간 내내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송수림 교수가 싫지 않았다. 나이를 벗어난 것 같은 그녀의 미모에 가슴 설렘을 느꼈다. 그 감정은 생전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스승님이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자신은 그에게서 온전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되면서도 그녀를 욕심내고 있었다. 그래서 수림에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던졌고 그녀의 대답을 듣겠다는 구실로 이렇게 그녀의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똑똑!”
수림의 연구실에 도착한 선군은 노크를 했다.
“누구세요?”
이내 청아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송선군입니다.”
선군은 문고리를 잡으며 그녀에게 자신을 밝혔다.
“들어와요.”
“딸칵!”
그녀의 허락과 동시에 선군은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와요.” “송선군군!”
수림은 밝은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
“우선 앉아요.” “무슨 차를 좋아해요?”
수림의 책상 위에는 커피가 놓여있었다.
“커피 냄새가 좋네요.” “저도 교수님과 같은 걸로 부탁드립니다.”
“호호호!” “알았어요.” “내 특별히 아주 좋은 커피로 타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수림은 작년 청와대 만찬 때 영부인으로부터 선물로 찻잔에 커피를 탔고 이내 선군 앞에 앉으며 커피 잔을 내어놓았다. 선군은 진향 커피향보다 더 그윽한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더 좋다고 생각되었다.
“찾기는 힘들지 않았죠?”
“네.”
선군은 대답과 동시에 수림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자신이 익힌 섭혼술을 그녀에게 펼쳤다.
“흐음!”
선군의 섭혼술을 받은 수림은 속절없이 무너지며 단발마의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하복부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내가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손자 앞에서 이런 추태가...!’
수림은 혼미해지는 감각을 추스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섭혼술에 한 번 걸려던 이상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복부로부터 끓어오르던 감각에 급기야 씹물을 울컥 토해내고 말았다.
“교수님!” “어디 아프세요?”
선군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그녀의 상태를 체크했다.
“하악!”
수림의 입에서 애끓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성으로는 도저히 통제가 불가능한 자극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딸칵!”
선군은 연구실 문을 잠갔다. 그리고 수림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그녀는 선군에게 와락 안겨왔다.
“쭈웁!”
“흐음!”
선군은 수림을 부축하듯이 안으며 그녀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수림 또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입맞춤에 호응해왔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선군의 혀가 밀려들어갔고 그의 혀는 상대방의 혀와 휘감기며 서로의 타액과 뜨거운 숨결을 교환했다. 두 사람의 뜨거운 입맞춤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길고 긴 입맞춤이었다.
“하아!”
긴 입맞춤 끝에 두 사람의 입술은 서서히 떨어졌다. 수림의 아쉬운 신음소리가 이어졌다. 선군은 그녀의 귓불로 입술을 옮겼다. 입술로 귓불을 빨았고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혀로 귓속을 핥았다.
“아학...하아악!”
수림은 자지러질듯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깨를 움츠리며 그의 애무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녀의 귀를 집중적으로 애무하던 선군은 수림의 스웨터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은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수림의 커다란 가슴은 그의 손에 의해 짜부라졌다가 솟아올랐다가 모양을 이리저리 변형시켰다.
급기야 선군의 손은 수림의 젖가슴을 감싸고 있던 브라자를 가슴 위로 들어올렸다. 그녀의 맨살이 선군의 손에 느껴졌다. 젖가슴의 감촉은 선군의 손에 부드러움을 선사했다. 선군은 등 뒤에 있는 브라자의 호크를 끌렀다. 그러자 젖가슴이 일제히 출렁거렸다. 그는 수림의 스웨터와 브라자를 통시에 들어올렸다. 그녀의 상체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선군의 눈앞에는 순백색의 살결을 뽐내며 펼쳐졌다.
“할짝!” “쭈웁 쭈우웁!”
“아응!”
선군은 분홍 젖꽃판 위에 오롯이 솟아오른 젖꼭지를 발견했다. 그것을 혀로 핥았다. 그리고 그것을 빨기 시작했다. 수림의 입에서는 고양이 울음과 같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양쪽 가슴을 번갈아가며 주물럭거렸고 젖꽃판과 젖꼭지를 쉴 새 없이 핥고 빨며 가만두지 않고 있었다. 양쪽 젖가슴은 원래의 자기 형체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양쪽 젖가슴을 맘껏 유린한 선군의 입술은 아래로 향했다. 내려오면서 여러 곳에 자신의 입술 자국을 남겼다. 움푹 파인 배꼽은 혀를 동그랗게 말아 파헤쳤다. 그곳은 그의 침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배꼽 아래 하복부는 혀로 핥았다. 비질하듯 혀를 길게 빼고는 위아래로 오가며 핥아 나갔다.
“툭!” “찌이익!”
더 이상 나갈 곳이 없게 된 그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며 치마 호크를 끌렀다. 동시에 지퍼를 내려버렸다.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 치마와 팬티스타킹, 그리고 팬티를 한꺼번에 내렸다. 수림은 엉덩이를 들며 그를 도왔다. 마침내 수림은 완벽한 알몸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아!”
선군은 수림의 씹두덩 위에 곱슬곱슬 덮고 있는 거웃을 손으로 한 움큼 쥐어보았다. 너무나 부드럽다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씹구멍에 대어 보았다. 여인의 씹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질퍽거리고 있었다. 선군은 두 손으로 거웃을 양옆으로 갈랐다. 그리고 살 속에 숨어 있는 공알을 찾아냈다. 그곳에 혀를 대어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입술로 빨기 시작했다.
“아하악!”
씹구멍에서 씹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후릅 후르릅!”
선군은 씹물을 게걸스럽게 빨아먹었다. 마르지 않는 계곡물이 그의 입속으로 계속해서 흘러들어왔다.
“아아아!” “크윽!” “흐으음!”
선군은 씹을 집중적으로 먹어치우면서 자신의 바지를 벗었다. 팬티가 아래로 내려가자 이미 발기한 좆이 위용을 드러냈다. 좆은 쿠퍼액을 흘리며 껄떡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껄떡거리고 있는 좆을 여인의 씹으로 가져갔고 곧바로 좆을 씹구멍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푸욱!”
“아아아!” “아파!” “아흑!” “너무 커!”
20센티미터는 족히 넘는 좆이 씹구멍으로 파고들자 여인은 자지러지는 신음소리와 고통을 호소했다. 여인의 고통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좆은 질펀한 씹구멍을 자신의 모양으로 넓히며 파고들었다. 여인의 씹구멍은 찢어질 듯 늘어났다.
2부-2장(끝)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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