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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4:45 1,185회 0건
남성과 여성이 서로 사랑하여 욕정으로 승화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은영은 바로 코앞에서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온 몸의 힘이 빠져 나갔다. 아니 그에 대한 애정이고 벗어날 수 없는 여자의 본능이었다. 그녀는 그의 입술을 의식했다. 그녀의 갈등을 사라지게 그의 열정이었다. 그에게서 전해오는 열기에 그녀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음.......”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지훈의 목덜미에 팔을 감았다. 반사적인 그녀의 능동적인 태도에 그는 성애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비로소 그들은 서로를 갈구하던 감정의 열기에 빠져들었다. 혀와 혀가 엉키고 그는 그녀의 블라우스 앞섶을 풀어헤쳤다. 브래지어를 밀어 올린 그는 젖가슴을 보듬었다.

“안고 싶었어. 마미.........”
“음........!”

탱탱한 젖가슴을 움켜쥔 지훈은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들였다. 젖꼭지가 혀에 휘말리고 그녀는 젖가슴을 파고드는 그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마치 사랑스런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모든 신경이 그의 혀끝에 휘말린 젖꼭지로 몰리는 것만 같았다. 그의 손길이 그녀의 스커트를 들추고 들어갔다.

“아~! 이러면........”

팬티 속을 더듬는 지훈의 손길에 모든 감각기관들이 예민해지는 은영은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그의 손끝에서 그녀의 스커트 호크를 풀어졌다. 셔츠를 벗어던진 그는 스커트를 발밑으로 밀어냈다. 어린 아이 손바닥만 한 팬티에 갇혀진 허벅지 사이가 들어났다. 동시에 그녀가 허벅지를 조이며 흠칫하였다.

“하........!”

지훈의 손길이 거침없이 그녀의 음부를 쓰다듬은 것이었다. 그가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그녀는 허둥지둥 그의 키스를 받아 들였다. 그의 손끝에 음모가 휩쓸리고 클리토리스가 휘말리는 짜릿함에 그녀는 저절로 허리를 꿈틀거렸다. 그는 왈칵 매달리는 그녀를 안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

번쩍 들려 지훈의 가슴에 안긴 은영은 눈을 뜨고 올려다봤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현기증을 느껴 다시 사르르 눈을 감았다. 그의 가슴에 안겨서 침실로 들어간 그녀는 침대위에 눕혀졌다. 그리고 다시 혀와 혀가 엉키고 그는 완전히 발가벗은 상태로 그녀의 젖가슴을 집요하게 탐닉했다.

“아~! 음.........”

젖꼭지가 타액으로 적셔지며 은영은 정신마저 아득했다. 그의 손에 그녀의 팬티마저 벗겨지고 그들은 완전히 발가벗은 알몸이 되어 부둥켜안았다. 그의 혀끝과 손끝이 그녀의 살갗 구석구석을 누비며 예민한 돌기를 일으켰다. 그의 혀끝이 허벅지 사이를 훑고 지나다니는 순간 그녀는 감당하기 힘겨운 성감에 둔부를 비틀었다.

“아~! 그, 그만........”

별안간 은영은 지훈을 밀어내고 싶은 충격에 빠졌다. 보지 입구를 핥고 있는 그의 혀끝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아서였다. 그는 맑은 샘물이 혀끝을 적시는 달콤함을 느꼈다.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엑스터시의 눈물이었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한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사이에 혀를 밀어 넣었다.

“음.........!”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빨아 당기는 은영을 내려다보는 지훈은 핏줄까지 돋아난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보지 입구에 페니스 귀두를 대로 마찰했다. 둔부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허리가 좌우로 비틀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는 보지 입구를 문지르던 페니스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동시에 눈동자를 크게 뜬 그녀가 바람 빠지는 신음을 흘렸다.

“하 읍! 나, 난 몰라..........”
“헉! 마, 마미, 사랑해.......”

눈을 지그시 감은 은영이 고개를 젖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는 지훈은 뼈가 녹아내리는 쾌감에 헐떡거렸다. 보지 속을 가득 채운 그의 페니스가 진퇴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그녀의 발가벗은 육체가 침대 머리 쪽으로 밀려 올라갔다.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그들은 이따금 시선을 마주하며 키스를 했다.

“읍, 읍, 읍 음........”
“허, 헛, 음, 헛........”

그들의 뜨거운 숨소리가 습한 열기와 함께 침실 안에 흘러 넘쳤다. 지훈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녀의 양쪽 볼을 감싸고 키스를 했다. 그는 보지 속을 헤집는 페니스를 급히 빼냈다가 회전을 시키며 천천히 밀어 넣기도 했다. 반사적으로 알몸이 흔들리는 그녀는 추락과 상승을 거듭하는 아찔함에 그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이따금 몽롱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짙은 쌍꺼풀이 드리워졌다.

그 시간, 부산에 도착한 민기는 울타리에서 해방된 자유인처럼 기쁜 마음으로 지나를 만나고 있었다. 그들은 빌라들이 운집해 있는 해운대 중동 주택가를 돌고 있었다. 지나가 집을 나오기 위해 미리 눈여겨봤다는 동네였다. 그가 보기에 탐탁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가는 중이었다.

앞서서 가는 부동산 중매인이 이따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 지나는 민기를 서울에서 교수로 있는 큰 오빠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었다. 중매인을 따라 들어간 빌라는 건축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끗했다. 반 지하에 있는 방을 둘러본 그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되도록 그녀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집을 구해주고 싶었다.

“다른 방은 없습니까?”
“학생 혼자 쓰기는 충분할 거 같은데........”

“아니 좀 넓고, 환한 방 없습니까?”
“물론, 있지요. 먼저 혼자 살던 여자가 외국 나가는 바람에 비어있습니다. 저희한테 계약관계를 위임했습니다만 좀 비싸서.........!”

“괜찮습니다.”

중매인이 잠시 멈칫하더니 위층으로 올라갔다. 중매인이 안내한 집은 삼층에 있는 구조가 꽤 넓은 곳이었다. 방은 두 개이지만 거실과 욕실이 크고 베란다로 바다가 보였다. 집안을 돌아본 지나가 활짝 웃으며 춤을 추듯이 양팔을 벌리고 맴돌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분에 넘치기에 그의 눈치를 살폈다. 중매인도 설마 학생 혼자 쓰는데, 이런 집을 사겠느냐는 표정이었다.

“이 집이 좋겠군요. 얼마나 되는지 계약합시다.”
“이 집을요.......!?”

“오빠.......!?”

중매인과 지나가 예상외라는 표정으로 민기를 쳐다봤다. 민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빌라를 나왔다. 부동산 사무실로 간 그는 계약금뿐만 아니라 잔금까지 중매인의 통장에 이체시켜 주었다. 그는 지나의 명의로 빌라를 구입해 주었다. 그리고 부동산 이전 관계 일체를 중매인에게 위임하였다.

부동산을 나온 민기와 지나는 서면 번화가의 뷔페 음식점 안에 있었다. 아직도 뷔페 홀 안에는 아직도 구정 분위기에 젖어 있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지나는 마냥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기모팬츠에 야상 점퍼를 걸친 그녀의 모습은 깜찍하면서도 한결 여성스러웠다. 그는 이따금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뷔페 안은 단체모임을 하는 사람들, 여가를 즐기는 식구들, 연인들과 함께하는 남녀들이 더욱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었다. 음식을 먹던 지나가 배시시 눈웃음 지으며 민기의 허리를 잡고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포크에 찍어 먹고 있던 스테이크를 그의 입에 가져다 댔다. 그의 턱밑에서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 혀를 내미는 그의 표정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크크큭.......! 꼭 애들 같아!”
“하하하.........”

스테이크를 받아먹는 민기는 눈웃음 짓는 지나의 어깨를 안았다. 동시에 그녀가 그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그는 마치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아니 그녀의 영원한 남자가 된 것처럼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곁에 있는 그녀의 표정과 눈빛, 손짓, 발짓, 동작 하나하나마다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오빠, 나가자.”
“어딜 가지?”

“음......! 인디밴드 콘서트하는 문화회관 가고 싶어. 친구들도 거기 갔어.”
“인디밴드.......!?”

“응! 카라와 티아라, 그리고 샤이니와 틴탑도 나온데.”
“그러지 뭐.......”

민기는 사실 젊은이들의 문화에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봤던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뷔페를 나와 주차장으로 갔다. 부산에서의 이동수단을 생각해서 그는 승용차로 부산으로 왔다. 그녀는 승용차에 올라 앉아 무척 들뜬 표정을 지었다. 안전띠를 매어 주려고 가까이 다가가는 그의 뺨에 키스한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나도 진아가 보고 싶었어.”

“그런데, 한 번도 먼저 전화 안하고.”
“요즘 바빠서 그랬어.”

“피 잇~!”

보조개를 깊게 드리운 지나가 하얗게 눈을 흘겼다. 혼잡하지 않은 밤거리여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문화회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공연장 근처는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공연 입장표가 매진되어 민기는 암표를 비싸게 구입했다. 두리번거리는 그녀에게 사복차림의 여학생 셋이 다가왔다. 지나의 친구들이었다.

“지나야! 너도 왔구나.”
“응, 나, 큰 오빠하고 왔다!”

지나의 말에 친구들의 시선이 민기에게 향했다.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새삼스럽게 그녀 친구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 그녀의 친구들은 불량스러워 보였다. 껌을 질겅질겅 씹는 친구가 다리를 흔들며 그를 바라보다가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지나 친구 민경이예요.”
“저는 혜진이라고 해요. 지나가 항상 자랑하던 오빠시군요. 멋지시다.”

“저는 연경이예요. 잘 부탁 드려요.”
“아! 그렇구나. 우리, 지나 잘 부탁해.”

“그럼요. 요즘 지나가 짱이거든요.”
“지나야! 이따 보자.”
“같이 놀자.”

한창 종알거리던 그녀들이 어딘가로 달음질쳐 가면서 힐끔힐끔 뒤돌아봤다. 지나는 그 친구들 외에도 여러 친구를 만나서 민기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애드바룬이 떠올라 있는 어두운 밤하늘에는 폭죽이 터져 화려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나는 회관 입구로 향하는 높은 대리석 층계를 단숨에 뛰어 올라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갑자기 굳어진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야! 지나, 너 잘 만났다.”
“..........”

건장한 체구의 청년 세명이 지나 앞을 막아섰다. 층계를 올라온 민기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쳐다봤다. 청바지와 점퍼 차림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그들은 불량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무척 당황하여 그를 힐끔 돌아봤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준철과 형권, 그리고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준철은 대뜸 그녀의 팔을 낚아채면서 목을 껴안았다. 하얗게 질린 그녀가 그를 뿌리치려고 했다.

“왜, 이래!? 이거 놔. 나쁜 새끼야.”
“쪼그만 게, 내 손에서 벗어날 것 같아! 저번에는 재수 없이 짭새들에게 불려갔지만, 오늘은 어림없어! 내 얼굴 흉터 어떻게 할 거야?”

준철이 얼굴의 흉터를 지나에게 내밀어 보였다. 준철의 팔에 목이 조인 그녀가 울상이 되어 민기를 돌아다봤다. 민기는 그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나다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이맛살을 찌푸린 민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조인 준철의 팔을 붙잡았다.

“학생! 이 팔 놓고 말해. 이러면 안 돼.”
“씨팔~!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준철이 민기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려고 하면서 눈을 부라렸다. 뿌리치려는 준철의 팔을 민기가 양손으로 잡아서 지나로부터 떼어 놓았다. 준철의 친구들이 그를 둘러싸고 다가섰다.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그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젊은 불량 학생들이 무척 난폭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 지나 오빤데, 학생들이 뭐하는 짓이야?”
“아하~! 지나에게 오빠가 어딨어? 좆같은 놈씨구나.”

“학생! 말조심해. 부모님과 선생이 그렇게 가르쳤어?”
“당신 주제를 알아! 어린 여학생이나 쫓아다니는 주제에.......!”

“정말 못된 놈들이군. 경찰서에 가자!”

화가 치민 민기는 정말 경찰서로 가려고 붙잡고 있는 준철의 팔을 잡아 당겼다. 뿌리치려는 준철과 민기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보고 있던 형권이 발을 들어 올려 민기의 복부를 걷어찼다. 불의의 습격을 받고 준철의 팔을 놓친 그는 뒤뚱거리며 뒷걸음쳤다.

“헉~!”
“나이 처먹은 놈이! 지랄이야.”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구먼........!”
“어 맛~! 오빠........!”

보고 있는 지나가 발을 동동 굴렀다. 준철의 또한 친구가 민기의 턱을 주먹으로 올려친 것이었다. 타격을 받은 민기는 휘청거리며 단숨에 층계까지 비틀거리며 뒷걸음쳤다. 주위를 빙 둘러싸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어서 진철이 주먹을 휘두르며 그에게 다가섰다. 순간, 그는 더 이상 그들을 점잖게 타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턱밑에 날아오는 준철의 팔을 낚아채어 잡고 던졌다.

“음.......!”

한때 유도를 했던 민기에 의해 준철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노려보고 있던 준철의 친구들이 의외의 상황에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저돌적으로 민기에게 달려들었다. 민기로서는 한꺼번에 달려드는 그들을 감당하기 역부족이라고 생각하여 반사적으로 뒷걸음치며 피했다.

“헉~!”

순간적으로 잘못 판단한 민기의 행동이었다. 마지막 대리석 층계인지도 모르고 뒷걸음 쳤던 것이었다. 층계 끝부분에서 허공에 발을 헛디딘 그는 숨을 멈추었다. 그리고 뒤로 넘어가는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허우적거렸다. 찰나의 순간에 그는 층계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아, 안 돼. 하 악~! 오, 오빠~~~!”

새파랗게 질린 지나가 양손을 모은 채 외마디를 질렀다. 콘서트 입장을 하려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가 굴러 내려가는 층계마다 선혈이 낭자했다.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눈앞이 안개처럼 뿌옇게 변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준철과 친구들은 예기치 않은 사태에 넋을 놓고 있었다.

“띠리링~! 띠리링........!”
“띠딩! 띠딩~! 띠딩.........!”

몇 번인가 전화와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지훈의 가슴속에 갇힌 은영은 이어지는 오르가즘의 황홀함에 휘말린 꿈속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몸속에 뜨거운 용액을 뿜어냈던 그가 다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녀도 그에게서 전혀 벗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속되는 엑스터시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벨소리는 시간차를 두고 울렸다.

지훈의 손길에 허리가 들어 올려지는 순간 그녀는 자궁 속의 살갗까지 뜨거운 불기둥에 짓이겨지는 것만 같았다. 까무러칠 것만 같은 그녀는 그의 허리를 붙들고 아등바등 매달렸다. 그리고 몽롱해진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봤다. 숨조차 쉴 수가 없는 그녀는 상체를 들어 올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 읍~! 주, 죽겠어........!”
“허 걱~!”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은영은 들이마신 숨을 간신히 내뱉었다. 그녀를 부둥켜안은 그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뜨거움으로 가득한 몸속의 살갗이 터질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견디기 힘든 충격의 엑스터시에 그녀는 갈증을 느꼈다. 입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그의 혀를 받아들여 그녀는 타액을 들이마셨다.

“...............”
“...............”

습한 열기로 가득했던 침실 안에 침묵이 흘렀다. 다만 그들의 살아 움직이는 심장소리만 들렷다. 거친 숨을 진정시키며 은영의 몸속에 페니스를 채우고 있던 지훈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황홀한 열기 속에 빠진 그녀는 그의 여자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문득 그의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가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던 젖꼭지를 입속으로 강하게 빨아 당겼다. 짜릿함에 젖었던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벌렸다.

“아, 아파. 하지 마.”
“하하하....! 너무 좋아서.”

은영의 젖꼭지를 살짝 깨물었던 지훈이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웃었다. 눈을 하얗게 흘긴 그녀가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다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녀의 육체는 그의 페니스가 꿈틀거리는 촉감에 빠져 있었다. 또 다시 들여오는 휴대폰 벨소리! 아무래도 전화를 받아야 할 것 같은 그녀는 간신히 그를 밀어내고 일어났다.

“........!?”

누워있는 지훈은 발가벗은 체 침대 밖으로 나가는 은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벗겨졌던 스커트로 앞가슴만 겨우 가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발가벗은 뒷모습이 조각 같으면서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몸매가 무척 선정적으로 느꼈다. 충동을 받은 그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힐끔 그를 돌아보는 그녀가 그의 손을 빼냈다. 속삭이듯이 흘리는 그녀의 목소리.

“전화 좀 받고.......!”

발가벗은 알몸을 사리며 탁자로 다가간 은영은 쪼그려 앉으며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전화벨 소리가 끊어졌다.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가 다시 침대로 돌아오려는데, 이번에는 그녀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이맛살을 찌푸린 그녀는 화장대로 가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따금 스팸 전화가 계속 걸려오는 경우도 있기에 그녀는 짜증스러웠다.

“네. 누구세요?”
“저, 부산 경찰서 수사과 박경감입니다. 장민기씨 댁입니까?”

“네. 그런데요. 경찰에서, 왜?”
“아~! 장 교수님, 사모님이시죠?”

“네. 그런데요. 무슨 일로......?”
“밤이 늦었지만, 긴급한 상황이라서, 꼭 연락을 해드려야 할 상황이라서 전화를 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라고요?”

은영은 갑자기 불안감이 들었다. 부산이라면 남편이 출장간 곳이었다. 왠지 긴장이 되는 그녀는 지훈이 누어있는 침대를 힐끔 쳐다보면서 자세를 바로잡아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수화기를 귀에 바짝 가져다댔다. 그녀는 상대방의 어눌한 목소리에 청각을 곤두세웠다.

“저는 장 교수님 제자 되는 사람입니다. 경황 중에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교수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네......! 교수님이 불의 사고로 응급실에서 지금 중환자실로 옮겼는데, 생명이 위급하십니다.”
“뭐라고요.......!?”

은영은 갑자기 온 몸의 피가 쏟아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여자를 만나고 있을 남편의 생명이 위급하다니,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잠시 박 경감의 말이 중단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는 각가지 공상을 떠올렸다. 승용차로 내려갔는데, 교통사고라도 난 것인가. 아니면 누구와 싸웠을까. 그러나 남편이 남에게 원한을 살만한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박경감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있는 그녀의 얼굴빛이 점점 백지장처럼 변했다.

박 경감은 민기가 어떻게 생명이 위급하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은영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자를 만난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녀는 갑자기 모든 세상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새삼스럽게 그녀는 남편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들은 조사 중이고, 다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사모님께서 내려오셨으면 합니다만......!?”
“네!? 네! 바로 내려갈게요.”

은영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지훈은 그녀의 표정과 간간이 묻고 대답하는 통화내용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은영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침대에서 나온 그는 부리나케 웃을 걸쳐 입고, 그녀의 가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가운을 걸쳐주며 물었다.

“마미! 무슨 일이야?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아버지가, 아버지가.......! 흑 흑흑......!”

눈물이 글썽거리는 은영이 고개를 떨어트리며 갑자기 흐느꼈다. 지훈은 평상시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싸늘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슬피 울기 시작했다. 그가 그녀의 들썩거리는 어깨를 보듬자, 흐느끼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양쪽 뺨에는 흘러내린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데.........”
“아버지가........!?”

“응, 생명이 위급하다는데, 어쩌면 좋으니. 으 흐흑........!”
“어떻게 된 일인데?”

“으흐 흑........!”

은영은 대답을 못하고 흐느껴 울기만 했다.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는 지훈의 시선이 그녀가 떨어트린 휴대폰을 향했다. 휴대폰을 집어든 그는 그녀가 통화했던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그리고 통화를 시도했다. 초조하게 기다리지만 상대방이 밥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들렸다. 다시 전화번호를 누르고 통화음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장민기 교수님의 아들인데요, 죄송하지만 누구시죠?”
“아! 그러시군요. 저는 강 교수님의 제자이고 수사과 박 경감입니다.”

“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저도 경황 중에 보고받았기에.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릴지 모르겠군요. 강 교수님께서는 불량 학생들과 다투다가.........”

“..........!?”

아버지에 대한 사고 경위를 듣고 있는 지훈도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북받치는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은영의 모습과 박 경감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통화를 끝내고도 그는 멍하니 휴대폰을 들고 서있었다. 갑자기 집안이 텅 비어버린 공간으로 느껴졌다.

지훈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모든 희망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그의 삶은 은연중에 아버지라는 기둥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갑자기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허탈감에 빠졌다. 그는 은영 앞에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보듬어 안았다.

“마미! 어떡하지.......!?”
“............!?”

은영은 아무런 대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이대로 세상을 잊어버리고 땅 속 깊이 묻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적 속에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만 흘렀다. 몇 시인지 정시를 알리는 벽시계의 멜로디가 흘렀다. 무심코 벽시계를 올려다 본 그녀는 어떤 행동이던 해야 하는 현실을 의식했다. 지훈은 소리도 없이 눈물만 글썽이고 주저앉아 있었다.

“가자.........!”
“..........!”

은영은 자신의 마음을 대둑이듯이 혼잣말을 흘렸다. 허둥지둥 일어난 그녀는 침실을 나와 욕실로 들어갔다. 대충 샤워를 하고 나오는 그녀는 욕실로 들어오는 지훈과 마주쳤다. 머뭇거리던 그가 그녀를 포옹했다. 허전한 슬픔에 젖어있는 그녀는 문득 곁에 그가 존재한다는 것에 위로가 되었다.

그들은 정신없이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밖에는 커다란 눈송이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어둠이 깊어진 밤중에 일반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지훈이 먼저 나가서 승용차에 시동을 걸고 히터를 틀어 놓았다. 은영이 풍성한 모피코트 깃을 목까지 올리고 승용차에 올라탔다.

주택가를 벗어나면서 지훈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히터 온도를 높였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그들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 내내 침묵을 지켰다. 함박눈이 내리더니 대전을 지나면서 이따금 눈송이가 떨어졌다. 대구를 지나 그는 휴게소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마미! 따뜻한 국물이라도 마시지?”
“.........!”

정면을 주시한 은영은 대답 없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드문 휴게소에는 훤히 불빛만 흐르고 마치 모두 휴가를 떠난 도시 같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위에 올려놓은 손에 힘을 주어 당겼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습기가 촉촉했다.

“나, 커피 타올게. 한 잔 가져다줄까?”
“.........!”

은영은 여전히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녀는 생명이 위급하다는 남편이 살아 있기를 간절히 바랄뿐이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있는 생활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심적으로는 남편이 든든한 기둥이고 의지가 되었던 것이다. 남편이라는 존재가 없는 현실을 상상하는 그녀는 막막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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