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아침, 수혁은 핸드폰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잠이 깼다.
"여보세요?"
"오빠"
"응? 수연...이니?"
"지금 몇 신데 아직도 안 들어오고 있어?"
"응? 지금? 헉!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시간은 아침 7시가 넘어 있었다.
"대체 뭐하느라 안 들어온거야? 지금 여자랑 같이 있지?"
"아...아니 그게 말이야! 오빠가 나중에 얘기해 줄께... 끊는다."
"오..오빠!"
수혁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수연이의 얼굴을 집에가서 어떻게 볼 지가 막막했다.
"하아... 수연이 많이 화났을 라나? 어떡하지? 근데... 왜 내가 여동생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거야?
마누라도 아닌데... 에휴~"
수혁은 마누라도 아닌 여동생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자신의 모습이 불쌍하게만 느껴졌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수연이 같은 예쁜 여자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게 오빠로서 또 남자로써 좋았기에 불평만은 할 수 없었다.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진화를 깨우고 같이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고서는 호텔을 나왔다.
진화를 집으로 바래다 준 다음에 오늘은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듣는 날이어서 옷을 갈아 입기 위해
먼저 집에 들렀다. 엄마와 수희는 회사 출근을, 수연과 수지는 학교 등교를 했는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가정 도우미들 만이 수혁을 맞이했다. 옷을 갈아입고선 회사로 출근한 수혁은 수연에게 전화를 할까
카톡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 목소리를 듣고는 왠지 자신이 위축될 것 같아 카톡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꺼낸다. 폰을 꺼내자 마자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고, 수혁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했다.
행여나 수연이에게 또 전화가 온 건 아닌가 싶었다.
착신 번호를 보니 다름아닌 민정이었다. 수혁은 막상 민정의 이름이 뜨자 약간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진화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민정이 자신에게 약간의 실수는 했지만 그래도 배우자 조건으로는
가장 괜찮은 여자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진화와 연인 사이가 되었기에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게
약간은 껄끄러워졌다.
그렇다고 갑자기 아예 연락을 안 받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또 예전 실수도 이제는 쿨하게 용서하고
그냥 편한 사이로 지내면서 나중에 자신이 천하그룹의 후계자가 되었을 때 불패 그룹과도 우호관계가
되게끔 민정과도 비지니스적으로 좋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혁은 고민 끝에 민정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수..수혁씨?"
"무슨 일이죠?"
수혁은 마음과는 다르게 약간은 냉소적이면서 사무적인 말투로 민정을 대했고, 민정은 그런 수혁의 차가운
반응에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통화를 이어갔다.
"수, 수혁씨... 뭐하고 계셨어요?"
"일하고 있습니다. 무슨 용건이신지요."
"아니... 그때 이후로 수혁씨하고 너무 연락이 안 되길래... 많이 바쁘세요?"
"좀 바쁘네요. 혹시 다른 남자들이 안 만나줘서 저한테 연락한 겁니까?"
"무...무슨 소리예요...! 그..그런거 절대... 아니예요!"
"그럼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걸었냐 물었습니다!"
"저...저기 그게..."
"용건이 없는 모양이군요. 그럼 이만 전화를 끊죠! 전 바빠서..."
"자, 잠시만요! 끊지 말아요. 제발 끊지 말아요 수혁씨."
수혁은 처음 먹었던 마음과는 달리 민정의 목소리를 들으니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분명 방금전까지는 그냥 좋은 관계로 지내기로 하자고 하고서는 통화를 하고 끊자라고 생각했는데
왜 민정의 목소리를 듣는데 이렇게 자신이 무뚝뚝하고 차갑게 통화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자신도 그냥 이게 편했다. 뭔가 모르게 민정에게는 막대하고 싶었고, 민정에게는 뭔가
친절하게나 젠틀하게, 누나나 연상녀라는 대접을 해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건 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자신보다 훨씬 나이도 어린 수혁에게 이상하리 만치 비굴했다.
민정은 수혁에게 애원했고, 매달렸다. 천하일색이라 불리울 정도의 미녀이자 대 불패 그룹 회장의 막내딸로
30년 가까이 안하무인으로 사랑만 받고 자라온 천하의 임민정이 남자에게 자존심까지 다 버려가며
이렇게 매달리게 되다니... 전에 사랑했던 유부남한테도 이렇게까지는 비굴하게 안 매달렸는데...
정말 자존심이 상했지만 민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수혁을 놓치고 나서 아버지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호령을 맞았다. 천하그룹 황태자와 결혼을 못하면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며 노발대발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으로 본 것이다. 결국 충격을 받은 민정은 그 날로 울면서 짐을 싸서는 집을 나왔고,
결국 간 곳이 불패 그룹 계열사인 불패 호텔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민정이 수혁을 그리워하고 매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민정이 수혁에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
(Sexual Identity)이 깨어나고 나서는 수혁이 없는 지난 이틀 간이 정말 힘들고 외로웠다.
수혁에게 괴롭힘과 가학을 당하면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되면서 계속 수혁이 생각났고,
그러면 안된다고 자신은 변태 마조키스트가 아니라고 몇 백번을 되뇌이면서 일요일 밤에는 집을 나와서
다른 남자들도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마시고 분위기 있게 섹스도 해보고, 그래도 흥분이 안되자
자신이 여왕처럼 남자를 괴롭히면서 새디스트로서 흥분 해보려 했지만 전처럼 흥분이 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남자에게 학대받고, 무시당하며 강한 수컷으로써 자신을 정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의 입으로는 그런 부탁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기에 은근히 남자들에게
빙빙돌려서 자신의 성적유희를 말해주었지만 그 남자는 그저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얼굴과 가슴, 보지를 정복하고 싶었던 남자였다.
섹스에 `ㅅ`도 모르는 본능에만 충실한 어린 놈이었다.
그러니 민정의 마음 속에서는 간절하게 단 한 사람이 생각 났는데... 그게 바로 수혁이었다.
"수혁씨... 지금 수혁씨 학교 앞이에요... 학교 앞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제발 저 좀 만나주세요"
"내가 왜 그 쪽을 만나야 하죠? 이미 우리는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제발 수혁씨. 그렇게 너무 냉정하게 나를 내치지 말아요. 그 때는 정말 내가 잘못했어요.
그건 정말 내 진심이 아니라 잠결에 그만 실수한 거였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민정은 카페에 혼자 앉아 큰소리로 수혁에게 흐느끼는 목소리로 용서를 빌고 있었고,
민정의 주변에 있던 민정의 미모에 반한 남자들은 민정처럼 화려한 미녀가 누구한테 저렇게 애처롭게
흐느끼면서 용서를 비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녀가 뭐가 아쉬워서 저렇게 남자에게 매달리고 있는지 궁금하면서
자신이 가서 확 안아주고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마음들이었다.
그 중에 꽤 훤칠하니 키도 키고 외모도 제법 준수한 남자 2명이 그런 민정을 유심히 보더니 서로 쑥덕이며
민정을 꼬셔 보기로 내기를 했다. 민정을 꼬실 수 있는지 없는지 내기를 해서 꼬시는 사람에게
10만원을 주기로 한 것이다.
"저기... 통화중에 죄송한데..."
"수혁씨 여기 카페니까 제발 와주세요... 한 번만 더 저에게 기회를 줘요. 네?"
민정은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남자는 본 체도 안하고 계속 통화만 했고, 남자는 자신이 무시를 당하자
무안했지만 다시 한 번 민정에게 대시를 했다.
"저기요! 아가씨?"
그러자 민정은 그제야 통화를 하다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남자를 쳐다 보았고, 마치 무슨 일이냐는 듯
짜증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수혁씨 잠시만요... 뭐죠?"
"아... 아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쪽이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괜찮으시면 저랑 차라도 한 잔 하면서..."
"됐어요! 바쁘니까 딴 분 찾아보세요. 그러니까 수혁씨..."
민정은 단호하게 남자의 대시를 거절했고, 남자는 굴욕을 맛보며 그대로 돌아가려 했지만 점점 자존심이 상했다.
남자는 상한 자존심을 만회하고자 다시 민정에게 대시를 하려 뒤돌아서 다시 가려 했지만 그는 마저
민정에게로 가지 못했다. 그의 앞에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 뭡니까?"
"저희 아가씨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가씨요? 무슨 말하는 겁니까?"
"분명히 저희 아가씨께서 말씀하셨을텐데요... 딴데 가서 알아보시라고..."
"지금 무슨 말을...!! 혹시 지금 저 여자 말하는 겁니까?"
그 남자는 혹시 이 검은 정장의 남자가 말하는 아가씨가 자신이 대시하려는 여자인가 싶어 물었고,
그 남자의 대답은 무언의 끄덕임으로 모든 것은 확실해졌다.
"그..그렇담 당신들은 경호원??"
역시나 두 사람은 전혀 말도 없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남자는 경호원까지 달고 다니는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저 정도의 미모라면
경호원을 둘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대시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때까지 민정은 그런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계속 수혁과 통화중이었다.
"제발요! 딱 한 번만 만나줘요. 이번에도 제가 실수를 하면.. 그때는 안 만나줘도 아무 말 안 할께요"
"...좋습니다... 저는 지금 학교에 없으니 끝나는 시간에 이쪽으로 넘어오시던지..."
"알겠어요. 제가 수혁씨 시간되는 시간에 수혁씨가 있는 곳으로 갈께요."
겨우 수혁을 꼬드겨 내는데 성공한 민정은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따..
아까 그 남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민정을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 졸라 아깝다! 저렇게 이쁜 여자는 진짜 태어나 처음보는 것 같은데..."
"으...씨발! 도저히 자존심 상해서 못 참겠네!"
"아서라ㅋㅋ 네 외모로는 성에 안차는 것 같은데... 거기다 경호원까지 2명이나 붙이고 다니는 것 보니깐
꽤나 있는 집 여자같은데 괜히 건드렸다 피보지 말고 그냥 전에 꼬시던 여자애들이나 불러서 술이나 빨자"
"닥쳐 새꺄! 천하의 이동준이가 여자한테 뻰치먹고 그냥 넘어가는 거 봤냐? 씨발... 특히 그 경호원들
졸라 짜증나는게 아주 이대로 그냥 가면 오늘 열받아서 잠에 잠을 못 자겠다..."
"그럼 어쩔건데 니가?"
"크크크!! 그 씨발 경호원 그 년놈들 실직자로 만들어 버릴꺼야!"
"뭐? 어떻게?"
"어떻게는 뭐가 어떻게야 새꺄! 경호원들이 짤리는 이유가 뭐겠어? 직무유기를 하게 만들면 되잖아...ㅋㅋㅋ"
"직무유기? 그러면 경호를 못하게 만드는 건데... 설마?"
"그래 시팔! 그 경호원들은 꿔다논 보리자루처럼 만들어 버리고 그 도도한 예쁜 썅년을 내가 제대로
따먹는 거지ㅋㅋ 그럼 그 이쁜 썅년도 따먹고, 그 재수없는 경호원 썅년놈들도 짤리게 되고...
이게 바로 일석이조, 일타쌍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쓸다 돈도 줍는 거 아니냐!"
"이런 미친 새끼ㅋㅋ 생각은 좋다만 그럴만한 작전이나 있냐? 그럴거면 졸라 어려울텐데..."
"일단 일어나! 시발! 저 년이 어디로 가는지 아까 들었으니깐 지금 따라가면서 내가 알려줄테니깐
넌 내가 말하는 대로만 해!"
그렇게 민정에게 잘못된 연정과 뒤틀린 복수심을 품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
두 경호원들은 민정의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 민정의 주변을 살피며
민정의 안전을 챙기고 있었다.
민정은 자신의 근처에 경호원들이 같이 다니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도 아버지의 엄명에 경호원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뿌리칠 수는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집 안에서 쫓겨난 상태에서는 더욱 경호원들이 악착같이 달라 붙어있었다.
민정이 생각하기에는 경호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프락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은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자신이 아버지가 원하는 장수혁과 만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아버지에게 들어간다면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이라는 거다.
역시나 대기업 재벌가의 막내 딸을 함부로 혼자 다니게 할 수는 없었기에 민정에게 경호원을 붙여놓은 것이다.
민정의 미모가 인간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에 경호원 없이는 밖을 함부로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너무나 위험했고, 그리고 대기업 회장의 자식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나 타 회사의 타겟으로 잡혀가 협박성의
위험이 있었기에 항시 어렸을 적부터 경호원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생활화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수혁의 집안 역시 모두 경호원들이 붙어 다닌다. 물론 수혁에게도 경호원이 따라 다닌다.
집안에서 대를 이을 유일한 후계자인 수혁이었기에 조부님님들은 금지옥엽으로 수혁의 안전에 항상
노심초사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한 경호원들을 붙였다.
그렇지만 수혁은 평소에 상당히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부모님들의 명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경호원들을 약간 자신과 거리를 두면서 다니게 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경호원이 있는지 몰랐고, 거기다 의상 역시 자연스럽게 다니는 행인이나 시민으로
편하게 입고 다니게 했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후계자 경영 수업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저녁 7시가 되었고, 민정과 8시쯤에 만나기로 한 수혁은
천하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당연히 그곳에 와있을 줄 알았던 수혁은 아무리 둘러봐도 민정이 보이지 않자
뭔가 기분이 상했다.
"하아... 자기가 보자고 해놓고는 아직도 오지 않았단 말이지... 정말 볼 수록 맘에 안 드는 여자로군..."
그래도 이왕 만나기로 한 거 수혁은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한 시간이 다 되어가도 민정은 나타나질 않았다.
결국 수혁은 참다 참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버렸다.
"이게 지금 나를 물먹였다 이건가? 오호라~ 지금 나한테 본인을 그동안 물먹였다고 오늘은 날 물먹일려고
아주 작정을 하셨구만... 임민정...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다 있지!!"
수혁은 굳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이미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지나 있었고, 수혁의 기분은 잡칠대로 잡쳐 있었다.
"어? 오빠?"
집으로 돌아가려던 수혁은 그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설마 민정이 왔나 싶었지만 민정이 자신을 오빠라고 부를리는 만무했다.
그리고 약속 시간 보다 1시간 반이나 늦게 와놓고는 그렇게 평온한 목소리로 자신을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여자라면... 그대로 그 여자의 얼굴의 눈, 코, 입 서로의 위치를 바꿔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혁은 지금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쪽을 바라보니 그 곳에는 웬 바비인형을 닮은 듯한 미녀가
자신을 보며 웃으며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키가 멀대같이 크고 꽤 잘생긴 듯한 남자가
서로 테이블에 앉아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는 뭔가 자신을 보고는 똥 씹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얼굴이라는 것을 확! 느꼈다.
"어...? 수미구나! 니가 여긴 어쩔 일이야?"
수미... 그렇다. 그녀는 수혁의 숙부의 딸이자 자신의 막내 사촌동생인 장수미...
그녀의 오지랖으로 자신의 친동생이자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 수연이가 웬 그지 깽깽이 같은 놈에게
강간을 당하게 만들었던 장본인... 물론 수혁이 그걸 수미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수미는 좋은 뜻으로 수연이를 위해 소개팅을 시켜준 것이었지, 그 새끼가 자신의 언니를 강간할 줄은
전혀 몰랐을 테니... 오히려 수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수혁이었다.
"오빠 맞구나ㅎㅎ. 어쩐 일이긴... 남자 친구랑 저녁 먹으러 왔찌요~ㅎ"
"그래? 그럼 이 쪽이 네 이번에 생긴 남자친구?"
"웅~헤헤! 인사해! 여기는 내 남자 친구 김중현. 그리고 여기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니지~ 이제는 제일이 아니지ㅎ 제일 사랑했던 남자~ 혁이 오빠"
수미는 어쩐 일인지 자신의 남자 친구인 중현에게 사촌 오빠인 수혁의 이름을 다 말하진를 않았다.
하지만 수혁은 이미 그런것에 익숙했는지 그녀의 소개에 남자 친구인 중현을 바로 스캔했다.
중현 역시 수미가 자신을 소개하자 수혁에게 인사를 하며 서로 간단하게 소개를 했다.
서로의 소개가 끝난 후, 수혁은 수미의 데이트를 더 이상 방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어나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인사를 한 것 뿐이었는 수미의 남자친구라는 녀석의 표정이 뭔지 모르게 딱딱하게
굳어진 것이 딱 눈에 보인 것이었다. 이건 같은 남자로써 딱 봐도 싸이즈가 나오는 것이다.
"이 녀석... 지금 질투하는 구만!ㅋㅋ"
그렇다. 지금 중현은 상당히 수혁에 의해서 뭔가 모르게 질투와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꽤 요새 잘 나가는 모델이라고 꽤나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녔고, 이런 바비 인형 같이 예쁜 퀸카
수미와 사귀게 되면서 더욱 남자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수미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 녀석이 나타나면서 완전히 자신을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거기다 더 가관인 것은 저 기생오래비(그럼 수미가 기생이라는 건가?) 같은 놈이 나타나면서
수미는 자신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그 놈과 계속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자신은 완전 꿀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으니 기분이 상하고 표정이 안 좋을 수 밖에...
"이제 난 그만 가봐야겠다. 네 남친 표정이 아까부터 완전 썩어서 말이야ㅎㅎ 더 있다가는 나 한 대 맞겠다"
"어? 아~ㅎㅎ 우리 자기 삐쳤어?ㅋㅋ 지금 질투하는 거야?"
거기다 질투하냐고 둘이 쌍으로 엿을 맥인다. 진짜... 한 대 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현이었다.
그런 중현의 모습을 보며 수혁과 수미는 뭔가 재밌다는 듯이 보며 즐기고 있었다. 악마같은 남매다...
"나 갈께...ㅋ 여기 더 있다가는 정말 네 남친 열받아서 돌아가시겠다."
"응~ 오빠! 오빠 좀 바래다 주고 올께"
수미는 굳이 수혁을 바래다 준다고 수혁과 단 둘이 나가면서 중현을 두고 나왔다.
그런 두 사람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현이다.
"니 남친 꽤 귀엽네. 아주 질투에 눈이 멀어 날 죽이려 보는게 아주 살 떨려서 못 있겠더라ㅋ"
"ㅋㅋ 그래? 근데 그런 게 나한테도 느껴져서 나도 혼났어.ㅎㅎ 아~ 생긴 거랑 다르게 귀엽다니깐~"
"그 버릇은 여전하구나~ 네 남친들한테 오빠를 전 남친처럼 애매하게 소개해서 질투심 유발하게 만드는 거"
"그럼! 그게 얼마나 재밌는데~ 질투를 안 하는 남자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오빠는 내가 그런 놈을
만났으면 좋겠어?"
"으이구... 너는 너무 남성편력이 심해서 탈이야 이 기집애야"
"피이~ 이게 다 오빠 때문이다 뭐~"
"뭐?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수혁은 수미의 말에 의아심이 생겼다. 하지만 밀당의 여왕 수미는 사촌 오빠에게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웃으면서 넘어간다.
"칫~ 그런게 있네요! 나 그만 갈께 오빠! 더 이상 오래 기다리면 진짜 쟤 삐치겠다.
"그래ㅎ 남친 괜찮더라! 담엔 제대로 소개 시켜줘! 괜히 오빠 때문에 오해해서 좋은 애 놓치지 말고!"
"헤헤~ 알았어 오빠!"
"아! 전에는 고마웠다. 수미 네가 전화를 받아줘서 그 때... 수연이 ㄹㄴ잘 데리고 왔다"
"아...그래? 다행이네... 안 그래도 그 때 언니 꽤 취했던데... 오빠한테 연락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수연의 강간당하던 날... 수혁이 올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수미 덕분이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수연은 전화를 받질 않았고, 수혁은 결국 함께 있다는 수미에게 전화를 걸어
수연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사단이 났던 것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사랑하는 수연이의 보지와 자궁에 그 강간범 새끼의 더러운 좆과 정액이 들어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발생할 뻔했던 것이다.
"미안해 오빠... 괜히 나 때문에... 수연 언니가 그런 험한 꼴을 당하고... 흑...ㅠ"
"괜찮아... 왜 네가 울고 그래?"
"그 오빠가... 아니 그 개새끼가 그런 놈인지 몰랐어...ㅠ.ㅠ 내가 그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ㅜ.ㅜ"
수혁이나 수혁이는 수미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갑자기 경찰서로 끌려간 송기찬 때문에
정확한 사정정취를 위해 술집에 같이 있었던 수미와 중현이까지 경찰들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그래서 이 둘도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는 수혁이의 손에서 조용히 해결했다. 천하그룹 회장의 손녀딸이 강간을 당했으니
경찰서에 있는 기자들에게 기사가 뿌려질만한 상황이었지만 이미 회사의 전담 변호사와 중책을 맡고 있는
비서 실장을 통해 담당 경찰들을 잘 구워 삶아 놓았기에 기자들에게도 기사가 퍼지지 않게 잘 무마한 것이다.
수혁은 그냥 송기찬이란 놈을 사람들을 시켜 쥐도새도 모르게 묻어버리려고 했지만 수연이 울며 불며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사정을 했기에 수혁도 결국 그 녀석을 놓아준 것이다.
물론 그냥 보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팔과 다리 하나씩을 가뿐하게 부러뜨려 당분간(12주 정도?)
병원신세를 지게끔 만들어 주었고, 얼굴은 이 사람의 얼굴이 누군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버릴 정도로
아주 작살을 내놓았다. 그리고 갈비도 아주 살~~짝! 정말 살~~짝~~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로만 금이가게만
만들어 주었다.
"울지마... 수연이도 오빠가 잘 달래주고 해서 지금은 안정을 되찾았으니깐 너무 자책하지 마.
수미 네 잘못 아니야... 알겠지?"
수혁은 자신을 자책하며 울고있는 수미를 포근히 안아준다. 수미는 그런 수혁의 품에 안겨 더 서럽게 운다.
그런 수미의 등을 토닥이는 수혁... 겨우 울음을 멈추는 수미...
"고마워 옵빠! 에이... 오빠한테 너무 못난 모습 보였다..헤헤~ 나 추하지?"
"그걸 이제 알았냐? 이이이~ 이 눈물~ 으으~~ 이 콧물~~ 이 침!! 으으~~ 디러~"
"뭐야! 에잇!! 나의 눈물, 콧물 다 오빠 옷에다 닦아 버릴꺼다!!"
"으악!! 너 저리 안 가? 이거 한정판 정장이란 말이야! 얼룩지면 지워지지도 않는단 말이닷!!"
"몰라!! 그러니깐 누가 먼저 놀리래!! 다 죽었어!!"
수미는 더욱 신난듯이 수혁을 쫓아갔고, 수혁도 그런 수미의 장난을 귀엽다는 듯이 받아주며 놀아주고 있었다.
오늘 민정 때문에 쌓였던 화와 스트레스가 수미 덕분에 싹~ 풀리는 것 같았다.
"악!! 뭐...뭐하는 거야... 오빠 옷 더러워지잖아..."
수혁은 뒤에서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쫓아오는 수미를 멈춰서는 그대로 뒤로 돌아 확! 안아 버렸다.
갑자기 도망가다가 멈춰서 자신을 안아버리는 수혁 때문에 오히려 당황한 건 수미였다.
"괜찮아~ 이깟 옷이야 더러워지면 빨면 되고 또 사면 되지... 이깟 옷보다 오빠는 우리 수미가 더 중요해.
안 그래도 오빠 오늘 바람 맞아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수미 덕분에 기분이 풀렸다. 역시 이래서 남보다
가족이 좋다고 하는가 봐."
"오...오빠..."
수미는 갑작스런 오빠의 포옹에 가슴이 떨렸다. 오빠의 말을 듣다 보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주위에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을 안고 자신의 얼굴을 만져주며 자신의 눈물을 환한 미소와 함께
닦아주는 수혁 오빠만이 보일 뿐이었다.
"남자 친구 기다리겠다. 그만 갈께. 들어가~"
"어... 응... 오빠..."
그렇게 웃으면서 뒤돌아가는 수혁. 그런 수혁의 가는 뒷모습을 그저 떨리는 가슴으로 멍하니 바라보던
수미는 갑자기 수혁을 부른다.
"저...저기 오빠!"
"응?"
수혁은 갑자기 수미가 부르자 가던 길을 멈추고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뒤를 돌아서 수미를 보려고 하는데 이미 자신에게로 달려오던 수미를 보게 되고 그 눈 깜짝할 사이...
자신의 볼에 수미의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쪼~옥!"
그렇게 3초 정도 뽀보를 하고 수혁의 볼에서 입술을 떼는 수미. 그런 수미를 놀란 눈으로 보는 수혁.
"뭐..뭐야 갑자기?"
"뭐긴... 오랜만에 오빠한테 동생이 뽀뽀해주고 싶어서 해준건데... 왜? 이제는 내가 성인이라
오빠 가슴이 떨려? 날 여자로 보는거야? 그런거야?ㅋㅋ"
"뭐? 요게!! 일루와! 아주 오빠의 찐~한 뽀뽀를 받아봐라!!"
"꺄악~!! 저리가!! 아저씨 냄새난단 말이야!! 으악~~"
그렇게 두 사람은 또 장난을 치며 겨우 헤어졌다.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는 수미...
"하아...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네... 휴우~ 오빠한테 내 심장소리 들키면 어쩌나 하고 어찌나 떨리던지...
갑자기 수혁 오빠가 왜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 거야? 그리고 이 미친 입술은 갑자기 뽀뽀를 하고 난리야 난리가!
아휴... 오빠한테 들키는 줄 알고 혼났네 그냥... 오빠가 오해하지는 않겠지?"
수미는 수혁에게 갑작스레 뽀뽀를 한 것이 자신도 놀라웠다. 행여나 수혁이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을 했지만 여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수연이, 수미, 수지 뽀뽀를 자주했었기에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기 전에도 사촌 오빠인 수혁이와 자주 못만났다 뿐이지
만나면 반가움에 표시로 서로 뽀뽀도 해주고 그런 사이였다. 그러니 그 정도 뽀뽀는 전혀 아무렇지 않아했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바로, 수미의 남자친구이자 수혁을 오해하고 질투하고 있던... 바로 김중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수혁은 핸드폰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잠이 깼다.
"여보세요?"
"오빠"
"응? 수연...이니?"
"지금 몇 신데 아직도 안 들어오고 있어?"
"응? 지금? 헉!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시간은 아침 7시가 넘어 있었다.
"대체 뭐하느라 안 들어온거야? 지금 여자랑 같이 있지?"
"아...아니 그게 말이야! 오빠가 나중에 얘기해 줄께... 끊는다."
"오..오빠!"
수혁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수연이의 얼굴을 집에가서 어떻게 볼 지가 막막했다.
"하아... 수연이 많이 화났을 라나? 어떡하지? 근데... 왜 내가 여동생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거야?
마누라도 아닌데... 에휴~"
수혁은 마누라도 아닌 여동생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자신의 모습이 불쌍하게만 느껴졌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수연이 같은 예쁜 여자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게 오빠로서 또 남자로써 좋았기에 불평만은 할 수 없었다.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진화를 깨우고 같이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고서는 호텔을 나왔다.
진화를 집으로 바래다 준 다음에 오늘은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듣는 날이어서 옷을 갈아 입기 위해
먼저 집에 들렀다. 엄마와 수희는 회사 출근을, 수연과 수지는 학교 등교를 했는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가정 도우미들 만이 수혁을 맞이했다. 옷을 갈아입고선 회사로 출근한 수혁은 수연에게 전화를 할까
카톡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 목소리를 듣고는 왠지 자신이 위축될 것 같아 카톡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꺼낸다. 폰을 꺼내자 마자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고, 수혁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했다.
행여나 수연이에게 또 전화가 온 건 아닌가 싶었다.
착신 번호를 보니 다름아닌 민정이었다. 수혁은 막상 민정의 이름이 뜨자 약간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진화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민정이 자신에게 약간의 실수는 했지만 그래도 배우자 조건으로는
가장 괜찮은 여자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진화와 연인 사이가 되었기에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게
약간은 껄끄러워졌다.
그렇다고 갑자기 아예 연락을 안 받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또 예전 실수도 이제는 쿨하게 용서하고
그냥 편한 사이로 지내면서 나중에 자신이 천하그룹의 후계자가 되었을 때 불패 그룹과도 우호관계가
되게끔 민정과도 비지니스적으로 좋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혁은 고민 끝에 민정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수..수혁씨?"
"무슨 일이죠?"
수혁은 마음과는 다르게 약간은 냉소적이면서 사무적인 말투로 민정을 대했고, 민정은 그런 수혁의 차가운
반응에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통화를 이어갔다.
"수, 수혁씨... 뭐하고 계셨어요?"
"일하고 있습니다. 무슨 용건이신지요."
"아니... 그때 이후로 수혁씨하고 너무 연락이 안 되길래... 많이 바쁘세요?"
"좀 바쁘네요. 혹시 다른 남자들이 안 만나줘서 저한테 연락한 겁니까?"
"무...무슨 소리예요...! 그..그런거 절대... 아니예요!"
"그럼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걸었냐 물었습니다!"
"저...저기 그게..."
"용건이 없는 모양이군요. 그럼 이만 전화를 끊죠! 전 바빠서..."
"자, 잠시만요! 끊지 말아요. 제발 끊지 말아요 수혁씨."
수혁은 처음 먹었던 마음과는 달리 민정의 목소리를 들으니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분명 방금전까지는 그냥 좋은 관계로 지내기로 하자고 하고서는 통화를 하고 끊자라고 생각했는데
왜 민정의 목소리를 듣는데 이렇게 자신이 무뚝뚝하고 차갑게 통화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자신도 그냥 이게 편했다. 뭔가 모르게 민정에게는 막대하고 싶었고, 민정에게는 뭔가
친절하게나 젠틀하게, 누나나 연상녀라는 대접을 해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건 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자신보다 훨씬 나이도 어린 수혁에게 이상하리 만치 비굴했다.
민정은 수혁에게 애원했고, 매달렸다. 천하일색이라 불리울 정도의 미녀이자 대 불패 그룹 회장의 막내딸로
30년 가까이 안하무인으로 사랑만 받고 자라온 천하의 임민정이 남자에게 자존심까지 다 버려가며
이렇게 매달리게 되다니... 전에 사랑했던 유부남한테도 이렇게까지는 비굴하게 안 매달렸는데...
정말 자존심이 상했지만 민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수혁을 놓치고 나서 아버지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호령을 맞았다. 천하그룹 황태자와 결혼을 못하면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며 노발대발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으로 본 것이다. 결국 충격을 받은 민정은 그 날로 울면서 짐을 싸서는 집을 나왔고,
결국 간 곳이 불패 그룹 계열사인 불패 호텔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민정이 수혁을 그리워하고 매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민정이 수혁에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
(Sexual Identity)이 깨어나고 나서는 수혁이 없는 지난 이틀 간이 정말 힘들고 외로웠다.
수혁에게 괴롭힘과 가학을 당하면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되면서 계속 수혁이 생각났고,
그러면 안된다고 자신은 변태 마조키스트가 아니라고 몇 백번을 되뇌이면서 일요일 밤에는 집을 나와서
다른 남자들도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마시고 분위기 있게 섹스도 해보고, 그래도 흥분이 안되자
자신이 여왕처럼 남자를 괴롭히면서 새디스트로서 흥분 해보려 했지만 전처럼 흥분이 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남자에게 학대받고, 무시당하며 강한 수컷으로써 자신을 정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의 입으로는 그런 부탁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기에 은근히 남자들에게
빙빙돌려서 자신의 성적유희를 말해주었지만 그 남자는 그저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얼굴과 가슴, 보지를 정복하고 싶었던 남자였다.
섹스에 `ㅅ`도 모르는 본능에만 충실한 어린 놈이었다.
그러니 민정의 마음 속에서는 간절하게 단 한 사람이 생각 났는데... 그게 바로 수혁이었다.
"수혁씨... 지금 수혁씨 학교 앞이에요... 학교 앞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제발 저 좀 만나주세요"
"내가 왜 그 쪽을 만나야 하죠? 이미 우리는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제발 수혁씨. 그렇게 너무 냉정하게 나를 내치지 말아요. 그 때는 정말 내가 잘못했어요.
그건 정말 내 진심이 아니라 잠결에 그만 실수한 거였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민정은 카페에 혼자 앉아 큰소리로 수혁에게 흐느끼는 목소리로 용서를 빌고 있었고,
민정의 주변에 있던 민정의 미모에 반한 남자들은 민정처럼 화려한 미녀가 누구한테 저렇게 애처롭게
흐느끼면서 용서를 비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녀가 뭐가 아쉬워서 저렇게 남자에게 매달리고 있는지 궁금하면서
자신이 가서 확 안아주고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마음들이었다.
그 중에 꽤 훤칠하니 키도 키고 외모도 제법 준수한 남자 2명이 그런 민정을 유심히 보더니 서로 쑥덕이며
민정을 꼬셔 보기로 내기를 했다. 민정을 꼬실 수 있는지 없는지 내기를 해서 꼬시는 사람에게
10만원을 주기로 한 것이다.
"저기... 통화중에 죄송한데..."
"수혁씨 여기 카페니까 제발 와주세요... 한 번만 더 저에게 기회를 줘요. 네?"
민정은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남자는 본 체도 안하고 계속 통화만 했고, 남자는 자신이 무시를 당하자
무안했지만 다시 한 번 민정에게 대시를 했다.
"저기요! 아가씨?"
그러자 민정은 그제야 통화를 하다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남자를 쳐다 보았고, 마치 무슨 일이냐는 듯
짜증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수혁씨 잠시만요... 뭐죠?"
"아... 아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쪽이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괜찮으시면 저랑 차라도 한 잔 하면서..."
"됐어요! 바쁘니까 딴 분 찾아보세요. 그러니까 수혁씨..."
민정은 단호하게 남자의 대시를 거절했고, 남자는 굴욕을 맛보며 그대로 돌아가려 했지만 점점 자존심이 상했다.
남자는 상한 자존심을 만회하고자 다시 민정에게 대시를 하려 뒤돌아서 다시 가려 했지만 그는 마저
민정에게로 가지 못했다. 그의 앞에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 뭡니까?"
"저희 아가씨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가씨요? 무슨 말하는 겁니까?"
"분명히 저희 아가씨께서 말씀하셨을텐데요... 딴데 가서 알아보시라고..."
"지금 무슨 말을...!! 혹시 지금 저 여자 말하는 겁니까?"
그 남자는 혹시 이 검은 정장의 남자가 말하는 아가씨가 자신이 대시하려는 여자인가 싶어 물었고,
그 남자의 대답은 무언의 끄덕임으로 모든 것은 확실해졌다.
"그..그렇담 당신들은 경호원??"
역시나 두 사람은 전혀 말도 없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남자는 경호원까지 달고 다니는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저 정도의 미모라면
경호원을 둘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대시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때까지 민정은 그런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계속 수혁과 통화중이었다.
"제발요! 딱 한 번만 만나줘요. 이번에도 제가 실수를 하면.. 그때는 안 만나줘도 아무 말 안 할께요"
"...좋습니다... 저는 지금 학교에 없으니 끝나는 시간에 이쪽으로 넘어오시던지..."
"알겠어요. 제가 수혁씨 시간되는 시간에 수혁씨가 있는 곳으로 갈께요."
겨우 수혁을 꼬드겨 내는데 성공한 민정은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따..
아까 그 남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민정을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 졸라 아깝다! 저렇게 이쁜 여자는 진짜 태어나 처음보는 것 같은데..."
"으...씨발! 도저히 자존심 상해서 못 참겠네!"
"아서라ㅋㅋ 네 외모로는 성에 안차는 것 같은데... 거기다 경호원까지 2명이나 붙이고 다니는 것 보니깐
꽤나 있는 집 여자같은데 괜히 건드렸다 피보지 말고 그냥 전에 꼬시던 여자애들이나 불러서 술이나 빨자"
"닥쳐 새꺄! 천하의 이동준이가 여자한테 뻰치먹고 그냥 넘어가는 거 봤냐? 씨발... 특히 그 경호원들
졸라 짜증나는게 아주 이대로 그냥 가면 오늘 열받아서 잠에 잠을 못 자겠다..."
"그럼 어쩔건데 니가?"
"크크크!! 그 씨발 경호원 그 년놈들 실직자로 만들어 버릴꺼야!"
"뭐? 어떻게?"
"어떻게는 뭐가 어떻게야 새꺄! 경호원들이 짤리는 이유가 뭐겠어? 직무유기를 하게 만들면 되잖아...ㅋㅋㅋ"
"직무유기? 그러면 경호를 못하게 만드는 건데... 설마?"
"그래 시팔! 그 경호원들은 꿔다논 보리자루처럼 만들어 버리고 그 도도한 예쁜 썅년을 내가 제대로
따먹는 거지ㅋㅋ 그럼 그 이쁜 썅년도 따먹고, 그 재수없는 경호원 썅년놈들도 짤리게 되고...
이게 바로 일석이조, 일타쌍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쓸다 돈도 줍는 거 아니냐!"
"이런 미친 새끼ㅋㅋ 생각은 좋다만 그럴만한 작전이나 있냐? 그럴거면 졸라 어려울텐데..."
"일단 일어나! 시발! 저 년이 어디로 가는지 아까 들었으니깐 지금 따라가면서 내가 알려줄테니깐
넌 내가 말하는 대로만 해!"
그렇게 민정에게 잘못된 연정과 뒤틀린 복수심을 품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
두 경호원들은 민정의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 민정의 주변을 살피며
민정의 안전을 챙기고 있었다.
민정은 자신의 근처에 경호원들이 같이 다니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도 아버지의 엄명에 경호원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뿌리칠 수는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집 안에서 쫓겨난 상태에서는 더욱 경호원들이 악착같이 달라 붙어있었다.
민정이 생각하기에는 경호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프락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은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자신이 아버지가 원하는 장수혁과 만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아버지에게 들어간다면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이라는 거다.
역시나 대기업 재벌가의 막내 딸을 함부로 혼자 다니게 할 수는 없었기에 민정에게 경호원을 붙여놓은 것이다.
민정의 미모가 인간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에 경호원 없이는 밖을 함부로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너무나 위험했고, 그리고 대기업 회장의 자식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나 타 회사의 타겟으로 잡혀가 협박성의
위험이 있었기에 항시 어렸을 적부터 경호원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생활화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수혁의 집안 역시 모두 경호원들이 붙어 다닌다. 물론 수혁에게도 경호원이 따라 다닌다.
집안에서 대를 이을 유일한 후계자인 수혁이었기에 조부님님들은 금지옥엽으로 수혁의 안전에 항상
노심초사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한 경호원들을 붙였다.
그렇지만 수혁은 평소에 상당히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부모님들의 명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경호원들을 약간 자신과 거리를 두면서 다니게 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경호원이 있는지 몰랐고, 거기다 의상 역시 자연스럽게 다니는 행인이나 시민으로
편하게 입고 다니게 했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후계자 경영 수업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저녁 7시가 되었고, 민정과 8시쯤에 만나기로 한 수혁은
천하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당연히 그곳에 와있을 줄 알았던 수혁은 아무리 둘러봐도 민정이 보이지 않자
뭔가 기분이 상했다.
"하아... 자기가 보자고 해놓고는 아직도 오지 않았단 말이지... 정말 볼 수록 맘에 안 드는 여자로군..."
그래도 이왕 만나기로 한 거 수혁은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한 시간이 다 되어가도 민정은 나타나질 않았다.
결국 수혁은 참다 참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버렸다.
"이게 지금 나를 물먹였다 이건가? 오호라~ 지금 나한테 본인을 그동안 물먹였다고 오늘은 날 물먹일려고
아주 작정을 하셨구만... 임민정...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다 있지!!"
수혁은 굳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이미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지나 있었고, 수혁의 기분은 잡칠대로 잡쳐 있었다.
"어? 오빠?"
집으로 돌아가려던 수혁은 그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설마 민정이 왔나 싶었지만 민정이 자신을 오빠라고 부를리는 만무했다.
그리고 약속 시간 보다 1시간 반이나 늦게 와놓고는 그렇게 평온한 목소리로 자신을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여자라면... 그대로 그 여자의 얼굴의 눈, 코, 입 서로의 위치를 바꿔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혁은 지금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쪽을 바라보니 그 곳에는 웬 바비인형을 닮은 듯한 미녀가
자신을 보며 웃으며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키가 멀대같이 크고 꽤 잘생긴 듯한 남자가
서로 테이블에 앉아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는 뭔가 자신을 보고는 똥 씹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얼굴이라는 것을 확! 느꼈다.
"어...? 수미구나! 니가 여긴 어쩔 일이야?"
수미... 그렇다. 그녀는 수혁의 숙부의 딸이자 자신의 막내 사촌동생인 장수미...
그녀의 오지랖으로 자신의 친동생이자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 수연이가 웬 그지 깽깽이 같은 놈에게
강간을 당하게 만들었던 장본인... 물론 수혁이 그걸 수미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수미는 좋은 뜻으로 수연이를 위해 소개팅을 시켜준 것이었지, 그 새끼가 자신의 언니를 강간할 줄은
전혀 몰랐을 테니... 오히려 수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수혁이었다.
"오빠 맞구나ㅎㅎ. 어쩐 일이긴... 남자 친구랑 저녁 먹으러 왔찌요~ㅎ"
"그래? 그럼 이 쪽이 네 이번에 생긴 남자친구?"
"웅~헤헤! 인사해! 여기는 내 남자 친구 김중현. 그리고 여기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니지~ 이제는 제일이 아니지ㅎ 제일 사랑했던 남자~ 혁이 오빠"
수미는 어쩐 일인지 자신의 남자 친구인 중현에게 사촌 오빠인 수혁의 이름을 다 말하진를 않았다.
하지만 수혁은 이미 그런것에 익숙했는지 그녀의 소개에 남자 친구인 중현을 바로 스캔했다.
중현 역시 수미가 자신을 소개하자 수혁에게 인사를 하며 서로 간단하게 소개를 했다.
서로의 소개가 끝난 후, 수혁은 수미의 데이트를 더 이상 방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어나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인사를 한 것 뿐이었는 수미의 남자친구라는 녀석의 표정이 뭔지 모르게 딱딱하게
굳어진 것이 딱 눈에 보인 것이었다. 이건 같은 남자로써 딱 봐도 싸이즈가 나오는 것이다.
"이 녀석... 지금 질투하는 구만!ㅋㅋ"
그렇다. 지금 중현은 상당히 수혁에 의해서 뭔가 모르게 질투와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꽤 요새 잘 나가는 모델이라고 꽤나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녔고, 이런 바비 인형 같이 예쁜 퀸카
수미와 사귀게 되면서 더욱 남자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수미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 녀석이 나타나면서 완전히 자신을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거기다 더 가관인 것은 저 기생오래비(그럼 수미가 기생이라는 건가?) 같은 놈이 나타나면서
수미는 자신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그 놈과 계속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자신은 완전 꿀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으니 기분이 상하고 표정이 안 좋을 수 밖에...
"이제 난 그만 가봐야겠다. 네 남친 표정이 아까부터 완전 썩어서 말이야ㅎㅎ 더 있다가는 나 한 대 맞겠다"
"어? 아~ㅎㅎ 우리 자기 삐쳤어?ㅋㅋ 지금 질투하는 거야?"
거기다 질투하냐고 둘이 쌍으로 엿을 맥인다. 진짜... 한 대 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현이었다.
그런 중현의 모습을 보며 수혁과 수미는 뭔가 재밌다는 듯이 보며 즐기고 있었다. 악마같은 남매다...
"나 갈께...ㅋ 여기 더 있다가는 정말 네 남친 열받아서 돌아가시겠다."
"응~ 오빠! 오빠 좀 바래다 주고 올께"
수미는 굳이 수혁을 바래다 준다고 수혁과 단 둘이 나가면서 중현을 두고 나왔다.
그런 두 사람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현이다.
"니 남친 꽤 귀엽네. 아주 질투에 눈이 멀어 날 죽이려 보는게 아주 살 떨려서 못 있겠더라ㅋ"
"ㅋㅋ 그래? 근데 그런 게 나한테도 느껴져서 나도 혼났어.ㅎㅎ 아~ 생긴 거랑 다르게 귀엽다니깐~"
"그 버릇은 여전하구나~ 네 남친들한테 오빠를 전 남친처럼 애매하게 소개해서 질투심 유발하게 만드는 거"
"그럼! 그게 얼마나 재밌는데~ 질투를 안 하는 남자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오빠는 내가 그런 놈을
만났으면 좋겠어?"
"으이구... 너는 너무 남성편력이 심해서 탈이야 이 기집애야"
"피이~ 이게 다 오빠 때문이다 뭐~"
"뭐?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수혁은 수미의 말에 의아심이 생겼다. 하지만 밀당의 여왕 수미는 사촌 오빠에게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웃으면서 넘어간다.
"칫~ 그런게 있네요! 나 그만 갈께 오빠! 더 이상 오래 기다리면 진짜 쟤 삐치겠다.
"그래ㅎ 남친 괜찮더라! 담엔 제대로 소개 시켜줘! 괜히 오빠 때문에 오해해서 좋은 애 놓치지 말고!"
"헤헤~ 알았어 오빠!"
"아! 전에는 고마웠다. 수미 네가 전화를 받아줘서 그 때... 수연이 ㄹㄴ잘 데리고 왔다"
"아...그래? 다행이네... 안 그래도 그 때 언니 꽤 취했던데... 오빠한테 연락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수연의 강간당하던 날... 수혁이 올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수미 덕분이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수연은 전화를 받질 않았고, 수혁은 결국 함께 있다는 수미에게 전화를 걸어
수연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사단이 났던 것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사랑하는 수연이의 보지와 자궁에 그 강간범 새끼의 더러운 좆과 정액이 들어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발생할 뻔했던 것이다.
"미안해 오빠... 괜히 나 때문에... 수연 언니가 그런 험한 꼴을 당하고... 흑...ㅠ"
"괜찮아... 왜 네가 울고 그래?"
"그 오빠가... 아니 그 개새끼가 그런 놈인지 몰랐어...ㅠ.ㅠ 내가 그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ㅜ.ㅜ"
수혁이나 수혁이는 수미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갑자기 경찰서로 끌려간 송기찬 때문에
정확한 사정정취를 위해 술집에 같이 있었던 수미와 중현이까지 경찰들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그래서 이 둘도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는 수혁이의 손에서 조용히 해결했다. 천하그룹 회장의 손녀딸이 강간을 당했으니
경찰서에 있는 기자들에게 기사가 뿌려질만한 상황이었지만 이미 회사의 전담 변호사와 중책을 맡고 있는
비서 실장을 통해 담당 경찰들을 잘 구워 삶아 놓았기에 기자들에게도 기사가 퍼지지 않게 잘 무마한 것이다.
수혁은 그냥 송기찬이란 놈을 사람들을 시켜 쥐도새도 모르게 묻어버리려고 했지만 수연이 울며 불며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사정을 했기에 수혁도 결국 그 녀석을 놓아준 것이다.
물론 그냥 보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팔과 다리 하나씩을 가뿐하게 부러뜨려 당분간(12주 정도?)
병원신세를 지게끔 만들어 주었고, 얼굴은 이 사람의 얼굴이 누군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버릴 정도로
아주 작살을 내놓았다. 그리고 갈비도 아주 살~~짝! 정말 살~~짝~~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로만 금이가게만
만들어 주었다.
"울지마... 수연이도 오빠가 잘 달래주고 해서 지금은 안정을 되찾았으니깐 너무 자책하지 마.
수미 네 잘못 아니야... 알겠지?"
수혁은 자신을 자책하며 울고있는 수미를 포근히 안아준다. 수미는 그런 수혁의 품에 안겨 더 서럽게 운다.
그런 수미의 등을 토닥이는 수혁... 겨우 울음을 멈추는 수미...
"고마워 옵빠! 에이... 오빠한테 너무 못난 모습 보였다..헤헤~ 나 추하지?"
"그걸 이제 알았냐? 이이이~ 이 눈물~ 으으~~ 이 콧물~~ 이 침!! 으으~~ 디러~"
"뭐야! 에잇!! 나의 눈물, 콧물 다 오빠 옷에다 닦아 버릴꺼다!!"
"으악!! 너 저리 안 가? 이거 한정판 정장이란 말이야! 얼룩지면 지워지지도 않는단 말이닷!!"
"몰라!! 그러니깐 누가 먼저 놀리래!! 다 죽었어!!"
수미는 더욱 신난듯이 수혁을 쫓아갔고, 수혁도 그런 수미의 장난을 귀엽다는 듯이 받아주며 놀아주고 있었다.
오늘 민정 때문에 쌓였던 화와 스트레스가 수미 덕분에 싹~ 풀리는 것 같았다.
"악!! 뭐...뭐하는 거야... 오빠 옷 더러워지잖아..."
수혁은 뒤에서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쫓아오는 수미를 멈춰서는 그대로 뒤로 돌아 확! 안아 버렸다.
갑자기 도망가다가 멈춰서 자신을 안아버리는 수혁 때문에 오히려 당황한 건 수미였다.
"괜찮아~ 이깟 옷이야 더러워지면 빨면 되고 또 사면 되지... 이깟 옷보다 오빠는 우리 수미가 더 중요해.
안 그래도 오빠 오늘 바람 맞아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수미 덕분에 기분이 풀렸다. 역시 이래서 남보다
가족이 좋다고 하는가 봐."
"오...오빠..."
수미는 갑작스런 오빠의 포옹에 가슴이 떨렸다. 오빠의 말을 듣다 보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주위에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을 안고 자신의 얼굴을 만져주며 자신의 눈물을 환한 미소와 함께
닦아주는 수혁 오빠만이 보일 뿐이었다.
"남자 친구 기다리겠다. 그만 갈께. 들어가~"
"어... 응... 오빠..."
그렇게 웃으면서 뒤돌아가는 수혁. 그런 수혁의 가는 뒷모습을 그저 떨리는 가슴으로 멍하니 바라보던
수미는 갑자기 수혁을 부른다.
"저...저기 오빠!"
"응?"
수혁은 갑자기 수미가 부르자 가던 길을 멈추고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뒤를 돌아서 수미를 보려고 하는데 이미 자신에게로 달려오던 수미를 보게 되고 그 눈 깜짝할 사이...
자신의 볼에 수미의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쪼~옥!"
그렇게 3초 정도 뽀보를 하고 수혁의 볼에서 입술을 떼는 수미. 그런 수미를 놀란 눈으로 보는 수혁.
"뭐..뭐야 갑자기?"
"뭐긴... 오랜만에 오빠한테 동생이 뽀뽀해주고 싶어서 해준건데... 왜? 이제는 내가 성인이라
오빠 가슴이 떨려? 날 여자로 보는거야? 그런거야?ㅋㅋ"
"뭐? 요게!! 일루와! 아주 오빠의 찐~한 뽀뽀를 받아봐라!!"
"꺄악~!! 저리가!! 아저씨 냄새난단 말이야!! 으악~~"
그렇게 두 사람은 또 장난을 치며 겨우 헤어졌다.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는 수미...
"하아...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네... 휴우~ 오빠한테 내 심장소리 들키면 어쩌나 하고 어찌나 떨리던지...
갑자기 수혁 오빠가 왜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 거야? 그리고 이 미친 입술은 갑자기 뽀뽀를 하고 난리야 난리가!
아휴... 오빠한테 들키는 줄 알고 혼났네 그냥... 오빠가 오해하지는 않겠지?"
수미는 수혁에게 갑작스레 뽀뽀를 한 것이 자신도 놀라웠다. 행여나 수혁이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을 했지만 여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수연이, 수미, 수지 뽀뽀를 자주했었기에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기 전에도 사촌 오빠인 수혁이와 자주 못만났다 뿐이지
만나면 반가움에 표시로 서로 뽀뽀도 해주고 그런 사이였다. 그러니 그 정도 뽀뽀는 전혀 아무렇지 않아했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바로, 수미의 남자친구이자 수혁을 오해하고 질투하고 있던... 바로 김중현이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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