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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4:33 5,112회 0건
9화.






오랫만에 나는 엄마와 외출을 했다. 겨울이기도 했고, 기말고사가 끝나기도 했고, 엄마의 일이 잘되가고 있기도 했고, 엄마는 뭔가 기쁜 여자처럼 활짝웃으며 나와 백화점으로 향했다.

원래 지윤을 만나기로 한 날이였지만, 거의 애원하며 엄마가 나에게 같이 쇼핑을 가자고 했기에 나는 지윤에게 오늘은 만나지 못할것 같다는 까톡을 보냈고, 그녀는 잔뜩 아쉬워하며 우리가 오늘 만나지 못하는 것에 잔뜩 삐진듯한 메세지를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27살이라기엔, 몇일 뒤에 28살이 되는 것을 앞두고 있는 학교 선생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튼 엄마와 둘이 백화점에 간 것은 정말 오랬만이였다. 지윤과 관계를 가진 날 이후로 나는 엄마의 사생활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외출을 하는 것에 대해 포기상태 같은 마음으로 방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외출복을 입는 것을 본 것이 굉장히 오랬만인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확실히 아름다웠다. 37살의 내 나이의 아들을 가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이에서 오는 성숙미와 함께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나올데는 나오고 들어갈데는 들어간 그녀의 풍만한 몸매는 지나가는 남성들의 이목을 끌어모은다. 예전같았으면 그들의 시선이 더럽게 느껴졌겠지만... 이제는 모르겠다. 순수한줄 알았던 나도 지윤과의 관계를 가지며 더이상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과 그 더러움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확실한건 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서오세요. 어머, 언니 너무 예쁘시다. 옆에 분은 애인이에요?"

종업원의 상투적인 대사. 물론 내가 키도 크고, 동안이라고 하기에는 누구도 나를 고등학생이라고 보지 않았기에(지윤의 표현으로는 내 얼굴에 남성미가 묻어있다고 했다. 나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런 말을 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종업원이 엄마에게 그런 칭찬을 한 이유는 엄마의 기분을 좋게 해서 엄마의 지갑을 열게 만드려는, 일종의 상술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녀의 말이 상술이라는 것을 나보다도 다 잘 알것이 분명하면서도 딱히 부정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인 내 팔을 더욱 끌어당기며 나와의 관계를 더욱 보란듯이 그녀에게 자랑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엄마는 그렇게 어려보인다는 말이 좋은걸까? 명철이와 함께할때도 그런 말을 듣는 걸까...

"언니, 이런건 어때요...?"

"아... 이건 조금 야한거같은데..."

"에이, 이정도가지고 뭘요. 요즘엔 이정도 노출하는거는 노출로도 안치는데요 뭐. 게다가 언니처럼 몸매가 좋으신 분들은 이정도는 입어줘야죠. 애인분, 안그래요?"

그녀가 뜬금없이 나에게 그 옷에 대해 물었다. 나는 옷에 대해 잘 모른다. 남자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특히나 여자 옷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내가 가끔 엄마에게 옷을 골라줄때는 최대한 어른스럽고 성숙미가 돋보이는 옷만을 고른다. 그게 엄마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종업원이 골라준 옷은... 확실히 가슴이 깊게 패이지는 않았다. 다만, 엄마의 가슴이 큰 편이라 엄마가 입었을때 어찌될지 모르겠다. 하긴... 엄마가 가지고 있는 옷중에 저정도면 상당히 양호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다른거 고를게요..."

"흐음... 이거 정말 괜찮은데... 부담스러우시면 이쪽으로 와보세요. 이쪽에 걸린 옷들은 살짝 답답하실 수 있어도 나름 노출도 적고 하니까..."

엄마는 종업원이 안내한 쪽에 가서 옷걸이에 걸린 옷을 고르고 있었다. 지루하기도 지루했고, 나는 다른 쪽에 관심도 생겨서 남성복 쪽에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었다. 사고 싶어서가 아니였다. 단지 아이쇼핑일 뿐이다. 저쪽에서 엄마는 종업원과 함께 이것저것 살펴보며 뭐라뭐라 중얼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방금 고른 옷 어때?"

"... 글쎄요... 그냥 그래요."

"... 네 또래에는 별로인것처럼 보일까...?"

"누군가는 예쁘게 봐줄수도 있겠죠. 왜 그걸 저한테 물어봐요?"

내가 생각해도 내 반응은 너무 쌀쌀맞았다. 실망하는 엄마의 눈빛을 보며 미안한 마음도 들긴 했지만 내 그런 반응은 어쩔수가 없는 것이였다. 딱봐도 명철이에게 잘보이기 위해 명철이의 또래인 나와 함께 백화점에 온 것이 뻔한데, 내가 어떻게 엄마에게 웃으며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엄마는 내가 엄마에게 직설적으로 대답하지 않는걸 고마워해야할 수도 있다.

"그냥 명철이 그자식이랑 오면 되잖아요."

따위의... 내 진심 말이다. 응석이라면 응석이고 질투였다. 사실 그랬다. 내가 왜 엄마에게, 아니... 명철이에게 질투를 느끼는지 모르겠다. 만약... 만약 진짜로 엄마가 명철이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들 사이의... 그들이 말할 것이 뻔한... 그리고 조만간 나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게 될 그들이 함께 살겠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면, 엄마에게 나는 아들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관계를 부정할 자격은 없었다. 누구를 사랑하든 그것은 엄마의 자유였고, 누구를 사랑하든 그것은 명철이의 자유였다.

내가 지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사랑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은 그런 것 뿐이였다. 학교 선생님이지만 제자인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지윤... 금단의 관계 같은 것이지만 나와 지윤은 선생과 제자의 관계 이전에 남자와 여자의 관계이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데에 그 관계는 장애물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와 몸을 섞으면서 그녀위 진심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경우에 장애물이 나이라면... 글쎄. 어쩌면 그들보다 우리의 관계가 더욱 부적절할 것이다. 나에게 그들을 책망할 자격은 이미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마음을 먹어야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관계를 부정하기보다는, 그들의 관계가 오래가도록...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야설같은 곳에나 등장할법한 친구 엄마, 아들의 친구에 대한 성적 판타지가 아닌, 진실된 사랑이 되도록... 아들로써 엄마의 행복을 위해 그런 기도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나는 웃기게도 그들의 관계를 질투한다. 이 질투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아들... 배고프지? 밥이나 먹을까?"

"집에가서 먹어요 그냥."

"괜찮아. 오늘은... 아들이랑 밖에서 먹고 싶네... 이렇게 둘이 나온거 오랬만이잖아..."

"전 상관은 없는데... 비싸잖아요 밖에서 먹으면..."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 안그래?"

웬일로 엄마가 외식을 하자고 했다. 비싸기도 비싸거니와 어릴때부터 엄마가 해준 음식에 길들여진 내 혀는 밖에서 먹는 음식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다. 엄마 또한 밖에서 먹는 것을 그리 즐겨하지 않았다. 오늘따라 엄마가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뭐 이런 날도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백화점에 있는 식당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머~~ 지우야~"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엄마도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그녀는 우리의 옆집에 사는 여자이자, 동시에 나의 연인이기도 한... 지윤이였다.

"어머, 어머님! 안녕하세요."

"아... 네... 선생님께서 어쩐 일로..."

"호호... 옷좀 사려구요. 그나저나 이런 우연이 다있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뭐... 지금 하려고..."

"어머, 잘됐다. 저도 배고팠는데... 호호. 이왕 이렇게된다 제가 모실게요. 저번에 집 정리해주신거 보답도 해드릴겸."

그녀의 등장에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나와 달리 지윤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초리에는 경계심 비슷한 것이 묻어있었다.

나는 불안했다. 설마 그녀가 사람이 많은 백화점에서, 그것도 엄마의 앞에서 나와 단 둘이 있을때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말이다. 그녀는 내 불안감의 원인을 무색하지 않게 만드려는듯, 내 옆에 바짝 붙어 내 팔짱을 꼈다. 순간 엄마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분명히 저런 엄마의 표정을 언젠가 본거같은데...

"저... 선생님. 아무리 선생님이여도 그건..."

"아... 이거요? 호호... 사랑스러운 제자한테 팔짱정도는 괜찮잖아요. 안그래 지우야?"

"......"

밥을 먹는 내내 어색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와 엄마는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안내받기가 무섭게 지윤은 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옆에 앉혔다. 내 자리가 엄마의 옆자리가 되야 더 자연스러울것 같았다. 차선책은 엄마의 옆에 지윤이 앉는 것이였다. 같은 여자끼리니까. 이렇게 내가 엄마를 두고 지윤의 옆자리에 앉는 것은 대놓고 지윤과 내가 만나는 관계라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았다.

"지우야, 이것도 먹어봐. 그리고 이것도..."

지윤은 능숙한 칼질로 스테이크를 썰어서 내 앞접시에 덜어주고, 에피타이저로 나와있었던 새우볶음요리 같은 것도 하나 덜어줬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진짜 지윤이 엄마가 보는 앞에서 포크로 그것들을 집어서 내 입에 넣어주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나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적당히 하라고 눈치를 줬다. 그제서야 그녀는 눈치를 챈듯 헛기침을 하고 다시 엄마에게 조잘조잘대고 있었다.

"어머님두 이거 드셔보세요."

"전... 괜찮아요..."

"에이, 어머님... 제가 사는건데 많이 드셔야죠."

"... 저... 선생님... 오늘은 그냥 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어떻게 선생이 학부모한테 밥을 얻어먹겠어요. 굉장히 안좋아보인다구요. 그건. 호호... 그러니까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시구요. 제가 원해서 사드리는거에요."

"하지만..."

"그리고 원래부터 어머님 뵙고 이렇게 따로 인사드리고 싶었거든요."

"......."

"어머, 어머님. 어디 불편하세요? 표정이 안좋으신데..."

"아... 아니에요... 그냥... 저 잠시만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엄마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엄마의 표정을 보며 지윤은 뚱딴지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자기야... 나 뭐 실수한거 있어...?"

참나. 오늘 그녀를 만난 후로 나와 엄마의 앞에서 한 그녀의 대부분의 행동들은 실수였다. 절대로 나와 그녀의 관계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투성이였다. 그런 측면에서보면 나는 오히려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실수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엄마가 저런 기분나쁜 표정을 짓는건 또 뭐란 말인가... 여자는 정말로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아이 참... 오늘 어머님한테 점수 좀 따려고 했는데..."

"... 정말 점수 따고싶다는 여자가 그래요?"

"왜? ... 어머님은 내가 마음에 안드는걸까...? 나이가 많아서...?"

"참나... 저 아직 18살이거든요? 무슨... 엄마한테 점수를 딴다고..."

"이제 내일모레면 19이잖아! 그리고 난 자기 결혼하자마자 자기랑 같이 살거란말이야."

".... 네네... 그러시든가..."

"자기! 무슨 말을 그렇게해? 자기가 성인이 되면 당연히 나를 책임져야되는거 아니야?"

"... 제발 부탁인데 정말로 우리 엄마한테 점수따고싶은거면 일단은 그런 비슷한 얘기도 안꺼내는게 좋을거같은데..."

"치.. 몰라. 나 짜증날거같아."

그녀는 내가 짜증난다고 했지만, 진짜 짜증이 나는 것은 나였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우리는 고3을 앞두고 마지막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고3이 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때문에 마낭 그 휴식을 즐길 순 없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도리어 방학이 다가오는데도 더 많음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많았고, 공부를 포기한채 소위 직업반쪽을 알아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다르고, 명철이도 다르고, 옆자리의 친구녀석도 다르다. 우리는 모두가 다 다른 존재이듯이 각각의 삶의 이유와 목표를 위해서 고2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야. 지우야. 오늘 할 얘기가 있거든. 진짜 중요한 얘기야."

"...... 뭔데...?"

드디어 때가 온 것 같았다. 명철이 나름대로는 폭탄선언이라고 생각할만한 그 것... 그 일을 드디어 나에게 말을 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결심을 한 만큼 나도 결심을 해야한다. 마음의 준비를...

"그래서 말인데... 나 너한테 부탁할게 있다."

"... 그게 뭔데...?"

"하나, 약속부터 해주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달라고."

"... 미친놈.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인지를 알아야 내가 니 편이 되든가 말든가 하지."

"아... 일단 지금은 안되. 오늘 우리 집에 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테니까. 응?"

나는 명철이의 말에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명철이의 편이 되든, 엄마의 편이 되든, 아니면 그들의 편이 아닌 그들의 적이 되든 그것은 내 선택이고, 내 의지며, 내 자유이다. 그런데 그는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편이 되달라고 한다. 만약 그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나를 배려했다면 나에게 그런 식으로 자신의 편이 되달라는 말을 할 순 없을것이다.

화가 났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서인지 화조차도 나지 않았다.

"아... 제발... 응?"

"몰라. 봐서. 그나저나 내가 왜 니 편이 되야되는데?"

"아니... 그러니까... 우리 엄마를 설득해야되는데 그냥 설득하면 힘들거같아서그래. 전교 1등을 하긴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할거같아. 예전부터 우리 엄마는 지우, 니가 말하면 다 믿어주고 했잖아. 응?"

".... 니 엄마가 니 엄마지, 내 엄마냐?"

"아니, 그러니까 하는 말이라니까 그러네. 나랑 엄마는 어쨋든 엄마랑 아들 관계니까 남이면서도 엄마가 믿을 수 있는 니가 필요하단 말이야."

".... 몰라... 봐서..."

"제발 부탁이다. 응? 아무튼 오늘 한... 저녁 6시쯤에 우리 집에 좀 와줘. 알았지?"

"휴... 알았어... 니 편이 될지 말지는... 고민해볼게. 너무 기대하지 마라."

"알았어. 고맙다. 믿는다 친구야!!"

명철이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날 믿겠다는말을 연신 내뱉고는 어디론가 향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일까... 한숨이 나왔다.

말은 안했지만 명철이가 내 엄마와 결혼을 하겠다는 것을 그의 엄마인 은주... 에게 말을 하려는것 같았다. 그만의, 아니... 그와 우리 엄마만의 D-day가 바로 오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와 우리 엄마의 그 날에... 나는 철저히 주변인이였다. 나는 분명 우리 엄마의 아들이 분명한데... 소외당하는 기분이였다.

학교도 일찍 끝났고, 명철이의 집까지 가기로 한 시간까지 시간이 남기도 해서 나는 일단 집으로 갔다. 명철이의
집에서 엄마를 마주한다고 하더라도, 명철이는 무조건적으로 내게 자신의 편이 되달라고 말을 할지라도, 그 전에 마지막으로 엄마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명철이의 편을 들어주든, 엄마의 편이 들어주든간에 엄마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싶었다.

나는 어찌됐든간에 저찌됐든간에 엄마의 아들이였다. 그리고 그녀, 수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그 여자가 나의 엄마였다. 그녀가 명철이를 사랑하든 말든 그것이 설령 엄마의 마음이라고 할지라도, 엄마의 자유라고 할지라도 나는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엄마에게 있어서 내가 먼저인지, 명철이가 먼저인지를... 만약 명철이의 여자가 된다고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엄마에게 아들로써 남아있을 수 있는지를... 그녀의 입에서 똑똑히 듣고 싶었다.

엄마는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발적으로 보일 수 있는 복장 대신 그녀는 수수하고 단아한 옷을 입고 있었다. 화장도 짙은 화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화장을 할 필요가 없었다.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화장을 한다면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화장이 엄마에게는 가장 잘 어울린다.

엄마는 화장을 하다말고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가 얼마나 수줍어보이는지 엄마는 나라는 아들을 둔 37세의 아줌마가 아닌, 마치 내 또래의 여자아이같아보였다.

그 미소에 나는 그동안 엄마에게 가졌던 의문이나 분노같은 감정들을 잊을 수 있었다. 그 미소만 있다면... 엄마가 그런 미소만 지을 수 있다면... 설령 엄마가 명철이와 결혼을 해서 살림을 차린다고 할지라도 나는 엄마의 힘이 되주고, 엄마의 편이 되줄 것이다. 아들로써,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로써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없이 엄마의 허리를 감아 뒤에서 가볍게 안아주었다. 엄마의 샴푸냄새, 엄마의 화장품 냄새... 그리고 엄마만의 체취가 나의 코를 간지럽힌다.

"아들... 갑자기 엄마 부끄럽게 왜그래..."

"그냥... 그냥 이러고 있고 싶어서..."

"후훗... 아들, 엄마 품이 그리웠어?"

"네... 엄마... 오늘 중요한 사람 만나러 가는거죠...?"

"... 응... 왜...? 엄마... 가지 말까...?"

"아니요... 가셔야죠... 중요한 사람 만나는건데... 가야죠..."

엄마는 그녀의 배꼽위에 올려진 내 양 손을 그녀의 부드러운 손으로 어루만지며 얼굴을 붉혔다. 나에게, 엄마의 아들에게 오늘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이 부끄러울게 뻔했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말을 하지 않아도, 엄마가 그 사실을 나에게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미안... 엄마가 되서 아들이랑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고..."

"괜찮아요. 저도 이제는... 이제는 다 컸는걸요 뭐..."

"훗... 그렇네... 이제는...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그런 멋진 남자가 된것같아..."

엄마의 말에 왠지모를 섭섭함이 묻어있었다. 나도 섭섭한 것이 사실이였다.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엄마를 보내기 싫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생각일뿐... 게다가, 이렇게 엄마의 미소를 볼 수만 있다면... 나는 엄마의 행복을 위해, 엄마의 미소를 위해 내 본심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마... 행복해요...?"

"응... 정말... 지금은 정말로 행복해..."

"... 응... 꼭... 앞으로도 행복해야해요... 엄마..."

나는 엄마를 끌어안은 손을 놓고 말없이 엄마의 방에서 나왔다. 엄마에게 보이기 싫었다.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내가 내 방에 들어온 순간... 나는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내 울음소리를 들을까봐, 내 눈물에 엄마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나로 인해 엄마의 행복이 깨질까봐... 나는 침대 위의 배게에 얼굴을 묻고 이불을 깨물었다. 배게가 내 눈물에 의해 젖어갔다. 그리고 내 마음도...









나는 명철이의 집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드디어 시간... 그의 집에 가기로 한 시간이 된 것이였다.

아마도 명철이가 오늘같은 자리에 날 부른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로, 나는 명철이와 엄마의 관계에 있어서 완전히 관계가 없는 사람이 아니였다. 나는 엄마의 아들이고, 나도 그들의 관계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그들의 관계에 대해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단순히 그들이 육체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그런 관계라면, 아니면 그들이 단순히 서로에게 연애감정만을 가지고 있는 관계라면 그들의 관계을 나에게 밝힐 이유는 없다. 시작은 소위 섹스파트너, 일수도 있다. 그러다가 연애감정으로 발전할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지금의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결론을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그런 관계가 되버린 것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명철이의 엄마인 은주에게 그 사실을 말하는 동시에 엄마의 아들인 나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둘째로, 명철이는 나에게 자신의 편이 되달라고 했다. 그 말은 단순히 내가 그의 편이 되라는 의미는 아니였다. 그가 나에게 요구하는것은 내가 그의 편이 됨과 동시에 내가 엄마의 편이 되어달라, 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말이 뜻하는것은 , 이미 명철이와 엄마는 일심동체라는 것을 말했고, 내가 명철이의 편이 된다는 것은 즉 내가 엄마의 편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 비록 당당하게 내 앞에서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밝히진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나에게 말하는 것이 명철이다운 고해성사일수도 있다.

한가지 걱정인 것은 은주였다. 은주가... 자신의 아들이 이제 고3이 되는 나이에 결혼하겠다고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것을 순순히 납득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 여자가 하필이면 나이가 37의 나의 엄마였다. 친구의 엄마라는 사실을 떠나서 나이차이가 자그마치 19살이였다. 예전과 달리 연상연하 커플이 많아졌다고 하더라도 19살차이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나이차이일 것이 분명했다.

은주를 설득하기 위해 명철이는 명철이 나름대로 그녀에게 그들의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 것일수도 있다. 바닥에서 놀던 그가 전교 1등을 하는 기적을 이뤄낸 것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렇기에 명철이는 나를 자신들의 편으로 포섭해서 함께 은주를 설득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 가보자..."

나는 명철이네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곧 문이 열리고 처음보는 아줌마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오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 네... 명철이 안에 있죠?"

나는 은주가 새롭게 가정부를 고용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신발을 벗고 안에 들어갔다. 그녀, 가정부라고 생각되는 아줌마는 말없이 거실쪽으로 향했고,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명철이의 행방을 찾았다. 그의 방문은 활짝 열려있었지만 명철이는 그 안에 없었다. 나는 아직 엄마가 오지 않은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은주의... 화가 잔뜩난 호통소리가 들렸다.

"안돼!!! 절대로 안돼!!!!"

그래. 당연히 받아줄 리가 없지. 은주는 내 예상보다, 아니... 예상대로 많이 화가 나있는것 같았다. 나는 어쨋든 차분한 분위기에서 그들의 대화가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하며 그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갔다.

그 장면을 본 나는 뒷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였다. 명철이의 옆에 앉아있는 여자가...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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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네요. 바쁘다보니 매일매일 쓰는건 힘들어요... ㅠㅠ

-제가 우수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가 우수작가가 되다니!! 이런 일이... ㅠㅠ

-여러분의 지적대로 지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주인공은 아닙니다. 엄마를 생각한다면서 한편으론 엄마를 욕하고, 엄마를 이해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엄마를 비난하죠. 여기서 포인트가 있다면 과연 지우의 본심이 뭔가? 라는 것이겠네요. 그리고 "이해"라는 키워드도 있구요. 뭐 이건 차차...

-이번 편에서 드러난 진실로 지우의 감정은 또다른 대격변을 겪게 됩니다. 마지막에 명철이가 데려온 여자가 수진이 아닌것은 너무 억지 아닌가요?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다음편에 지우가 놓쳤던 부분들이 나오게 됩니다. 바보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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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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