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아니?"
정선의 입을 열었지만은 정욱은 대답이없었다. 그냥 정신없이 정선의 몸을 주무르며 입술에 진한 키스를 퍼부어댈뿐이었다. 그런 정욱의 무반응에 정선은 아무렇지 않아 하며 계속 말문을 열었다.
"진희씨가 임신 한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너의 아버지를 얼마나 미워하고 질투를 하였는지 몰라."
더욱 격해지는 정욱의 손길, 그리고 유방을 문지르는 그 손아귀의 힘이 올라갔다. 정선은 자신도 모르게 발버둥을 쳤다.
"아~~ 얼떨결에 너의 아버지와 결혼까지 이르렀지만은 그래도 나름대로 꿈이란게 있었어. 바로 아기를 낳아 보는 것....."
그 순간 정욱의 동작이 멎었다. 그러자 정선은 몸을 돌려 정욱을 바라보았다.
"괜한 얘기를 꺼냈나?"
아마도 자신이 아기 얘기를 하니까 아무래도 방금전에 정사를 벌인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약간 캥긴게 아닐까. 하지만은 정선은 애써 그런 정욱의 모습을 외면하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그 사람이랑 헤어졌을 때 난 임신중이었어."
그리고 정선의 눈앞에 그때의 일들이 펼쳐졌다. 희준과 헤어지고 난 이후 술에 찌들면서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방황하던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필름 끊기다가 깨어나면은 어느 모텔 아니면은 고급 호텔, 그리고 배게 맡에는 수표 몇장이 놓여져 있는..... 그런 식의 생활이 여러차례 계속되던중 어느날 정선은 병원에 실려갔다. 견딜수 없는 지독한 복통에 힘겨워하면서.....
병원에 가서야 정선은 자신이 임신중이었고 뱃속의 아기가 유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신을 한줄 모르고 실연에 방황을 하면서 방탕하게 술에 쩔어 있었으니 뱃속의 아기가 그렇게 온전할 리가 없었고 결국 그렇게 결과나 난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 정선은 더욱 괴로워하면서 술에 찌들어 지냈다.
"그러다가 너의 아버지를 만났지. 이때까지 내가 거친 사람들이랑 별반 다를봐 없이 필름 끊긴 나를 덮치고 즐긴 식으로 그렇게 시작을 했어."
"그런데....... 어떻게 결혼까지 이르렀죠?"
"깨어났을 때 내가 맘에 든다면서..... 계속 만나줄수 없냐고 그러시데..... 그래서 응했지. 그때 너의 아버지는 돈많고 그런데로 매너가 있는 명짧은 남자...... 내눈엔 그렇게 보였어."
"풋~~"
아버지에 대한 정선의 표현에 정욱은 하마터면은 웃음이 터져나올뻔 하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버지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자식인 정욱으로써도 너무나도 이해가 잘 안가고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교제를 하다가...... 어느날 우리아버지가 날 부르더니 추궁을 하였어. 너 요즘 누굴 사귀냐고..... 그리고어디까지 갔느냐면서 그렇게 취조에 가깝게 말이야."
준기의 그때 모습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지는 정욱이었다. 아무래도 딸이 자신의 아버지뻘인 회사 상관이랑 밤낮을 가리지 않고 뒹굴었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을때를 말이다.
결국 그 일로 인해서 소문이 났고 결국 모양새 좋게 결혼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었다.
"결혼 얘기는 누가 먼저 꺼냈죠?"
"너의 아버지쪽에서..... 회사내에서 소문이 무성하니까 아무래도 않돼겠다 싶었는지 어느날 날 불러서 결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먼저 말을 꺼냈어. 그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할수 없이 승낙했어"
"많이 힘들었겠네요."
사실상 주변의 시선을 의식을해서 마지못해 면사포를 쓰는 셈이니 오죽할까. 그때의 정선의 심정이어땠을지 대강 짐작이 갔다. 하지만은 정선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았어. 모양새가 그렇긴 하지만은..... 그래도 나로써는 새출발 한다고 생각을하고 나름대로 각오가 있었어. 고개를 넘긴 노인의 젊은 후처, 그리고 곧 애도 생길것이고 늦동이 자식들 재롱을 바라보면서 남은 생을 보낼 남편의 모습, 뭐 그런거....."
"하지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정욱의 말에 정선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남편에게 자신 외에 다른 애인이 있다는 것과 자신보다 더 어리다는 사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부인인 자신보다 더욱 더 가까이하고 총애한다는 것에 정선은 실망을 금치 못하였다.
"그래도 그런 상황일지라도 난 나름대로 행복이란 것을 만들려고 생각을 하고 노력을 했어. 하지만은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어."
1년 남짓한 결혼 생활, 그리고 병윤의 죽음, 진희의 임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전개였기에 정선으로써는 절망감에 사로잡혔고 괴로워하였다.
정선의 유방을 감싸쥔 손이 서서히 내려왔고 정선의 배쪽에 이르렀다. 그녀의 배를 어루어 만지면서 정욱은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어찌보면은 진희보단 정선이 아기를 가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휴으..... 별 쓸데없는 얘기를 했네. 이미 죽은 사람 얘기 꺼내서 뭘하려고....."
격해지는 감정에 정선은 애써 태연한척하면서 처량한 신세타령을 일단락 지으려 하였다. 그런 정선을 바라보면서 정욱은 그녀의 눈가에 뭔가가 글썽거리는 것을 볼수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눈가의 그것을 닦아주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이만 자야하지 않아?"
"원한다면은 오늘밤 제가 있어드릴께요."
아무래도 그녀의 모습을 보자니 알수 없는 허전함과 공허함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것 같은인상을 지울수없었기에 정욱이 그렇게 권하였다. 하지만은 정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럴 것까지야 없어. 니 곁에 있어줘야 할 상대는 따로 있잖아. 하음.... 이제사 졸리네."
하품을 하면서 정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에 널려있는 자신의 속옷과 잠옷들을 챙겨 입으면서 다락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정욱은 잠시후 옷을 입었다. 그리고 다락방을 나섰다.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도중 정선의 방 앞에 이르렀다. 문틈으로 불빛이 세어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미 잠자리에 들은 것 같았다.
"당신도 그렇게 나약한 여자였군요."
남다른 강인함과 총명함을 갖춘 여자라고 평소에 그렇게 생각을 해왔는데 오늘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녀 역시 어느 여자 못지 않은 나약함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정욱은 그것을 이제야 보게 된것이고......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잠든 진희의 곁에 드러 누우면서 정욱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반드시 지켜줘야할 여자를 옆에 두면서 또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그녀를 위한 다른 그 무엇을 고민을 하고 있다. 몇차례 몸을 섞어서 일까. 정욱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등에 차곡 차곡 쌓이는 책임감에 힘겨워하기 시작하였다.
한영혜로부터 오늘의 일정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난후 정욱의 머릿속은 신속하게 회전을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00유통 사장 자리에 있는 큰형 서윤으로부터 회사 아니면은 집안에서 오늘이라도 만났으면은 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정욱은 한영혜를 통해서 오늘 저녁에 집에서 보자는 뜻의 답장을 전하였다.
"한동안 정신 없이 바쁘겠군."
그리고 또 하나, 한영혜로부터 조심스레 한영성이 단둘이서 만났으면은 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정욱은 오늘은 않돼고 내일쯤에 보자고 일러뒀다.
오늘과 내일이 자신의 행보에 있어서 중대 고비에 이를 것 같다는 기분을 떨칠수가 없는 정욱이었다.
"회장님. 장건영 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잠시후 장건영이 들어왔다. 00 푸드 시스템의 사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로 오늘 일상적인 업무 보고를 하러 온것이다.
"어서오세요."
"예. 회장님."
계열사 내의 인사문제 및 재정 상태, 사업 영역 확장 등과 같은 사안들을 천천히 보고를 받은 후 정욱은 그가 내민 서류에 결제를 하였다.
"수고 하셨습니다."
"예, 회장님. 그런데... 저어....."
일상적인 보고를 끝낸후 장건영은 조심스레 자신의 진짜 목적을 실행에 옮기려 하였다. 그건 다름 아닌 김정준과 유상민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가 말을 꺼내는 것을 용납지 않고 중간에 말을 끊으며 다른 서류 파일을 꺼내서 그에게 건냈다.
"이것들을 이번주까지 처리를 해 놓으세요. 그만 나가 봐요."
"??"
장건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순간 정욱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을 직감하였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이 사람이 회사내의 최고 오너임에는 분명하지만은 연령과 경력상으로는 취약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이때까지 다른 부하직원들을 그렇게 하대하거나 막 함부로 대한적이 잣긴이 알기로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본 이 사람의 태도는 뭐란 말인가. 왠지 석연치 않았다.
"뭐합니까? 볼일 다 봤으면은 그만 나가봐요. 어서!!"
"예? 예 회장님?"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은 일단 장건영은 정욱의 집무실을 나왔다. 그가 나가고 난후 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해줘야 할텐데......."
똑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자 한영혜가 들어왔다.
"회장님 부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여보네요."
"예."
잠시후 이준기가 들어오자 정욱은 그를 자신의 맞이하였다.
"어서 오세요."
"예. 회장님. 그나저나...... 많이 수척해지셨네요."
그 말에 정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자신도 스캔들로 인해서 이만 저만한 심적인 고통을 무지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저만 그렇지만은 않을텐데요."
그 말에 이준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말이다. 자신의 큰딸이 연관되어 있고 당연히 아버지인 자신또한 그 문제로 여간 골치를 썩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어쩐 일이십니까? 업무 일로 오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다름이 아니라....."
준기는 잠시 뜸을 들이며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오늘, 강사장의 집을 방문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예. 아무래도 저쪽에서도..... 가만히 있긴 뭣하겠죠. 그래서 같이 의논을 하자고 부른거겠죠."
"저기, 회장님. 꼭 가실 필요가 있을까요?"
"뭔 소립니까?"
느닷없는 준기의 말에 정욱은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뭔가 짐작이 갔는지 나직한 어조로 말하였다.
"이 문제는..... 저희 집안의 명예가 걸려 있는 일이기도해요. 싫던 좋던간에 니 일이니 내 일이니 따질 그런 것이 아니라 그거죠. 단순한 가족회의라고 생각을 하세요."
아무래도 준기는 이번 서윤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 지난 소송 문제로 인해 소원해졌던 돌이킬수 없을것만 같았던 그들과의 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은 결코 자신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을 일이니까 당연히 이렇게 제동을 거는 거라고 정욱은 단정지었다.
"그게 아니라..... 저, 이번 스캔들 말인데......."
"그게 뭐요? 뭐 알아 내신거라도 있나요?"
"아무래도 단순한 원한 관계에 의해서 누군가가 벌인 음해 공작이 아닐까 합니다."
"원한? 그리고 누군가라고요? 그래 그게 누굴까요?"
정욱의 물음에 준기는 난처한 듯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혹시..... 정말로 그렇다 그 말입니까?"
준기의 머뭇거림에 정욱은 뭔가 떠오른 듯 가능성 하나를 되짚었다.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은 어느정도 감을 잡은 듯 하자 준기는 마지못해 대꾸를 하였다.
"그런게 아니라..... 아무래도 용의 선상에 둔다면은........"
"부회장님!!"
"예. 회장님."
"말이라고 막 함부로 하시면은 곤란합니다."
"하지만은........."
"그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제 앞에서 그렇게 표현하시는 것은 자제해주세요."
그리고는 정욱은 업무를 보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정욱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준기는 이내 인사를 하고는 그곳을 나왔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정욱의 반응을 떠올리고는 준기는 속으로 후회를 하였다. 하지만은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가만 바라만 볼수만은 없었다. 혹시라도 이번에 정욱이 그들이랑 사적인 자리를 통해서 서로간의 불화가 불식이 된다면은 결단코 자신에게 이롭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번의 그 스캔들의 출처가 원한 관계에 의해서라면은 아무래도 정욱의 집안 식구들을 용의 선상에서 빼놓을수 없었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조사를 하는데 결과를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은 아주 저쪽과 연관이 없진 않은 것 같다는 중간 보고를 얼마전에 받았다. 그렇기에 이일을 정욱에게 알려줄려고 했는데 저렇게 발끈을 할줄이야.
"그래. 내가 조급한거 같아. 아직 우려할 일이 벌어지지도 않은데 이렇게 나오다니 말이야."
자신 역시 이번 스캔들로 인해서 적지 않은 고충을 격은 터라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스스로를 질책하였다.
정욱의 집무실을 나오자 한영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낸다. 그런 그녀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준기는 홀연히 사라졌다. 하지만은 지나치는 그 순간 그녀를 바라보는 준기의 눈길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준기를 바라보는 한영혜의 눈길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서와.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
정욱을 맞이하는 서진의 표정은 왠지 어색하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다들 긴가민가 하시나 보네."
작은 형 서진에서부터 시작을 해서 곧 마주보게되는 매형들과 누나들의 모습에서도 다들 마찬가지의 표정이었다. 대 놓고 말하진 않았지만은 그들의 심정이 지금 어떤지는 대충 알만 하였다. 맞나 틀리나 이 생각뿐일게다. 간만에 만나는 식구들을 그렇게 어색하게 대하면서 자리를 함께하였다.
그리고 형식적인 식사후 본론에 들어갔다. 하지만은 대책회의라고 하기에는 뭣한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에.... 그러니까... 일단은 윤비서랑 한 집에서 지내는 것은 좀....."
"아니, 먼저..... 준기 딸년을 내보내는 것이 급선무야. 아니면은 니가 그 집에서 나오던가..."
"뭔 소리야? 정욱이 보고 나오라니? 정작 나가야 하는게 누군데......"
"내 말은...... 정 않돼면은......"
"그래 그러는게 좋겠네. 한 재산 좀 떼어주는 셈 치고 그 집도 거기에 포함을 해서....."
듣고 있자니 정말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예상은 했고 별다른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은 이렇게까지 따로 국밥일줄 누가 알았을까.
적어도 자신이 받아들이건 않들이건 간에 누나와 형들간에 어느정도 의견 일치가 있지 않은지 있을거라 여겼고 어떤 내용일까 하고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왔는데 이건 어린애 놀음 수준의 대책회의였다.
"그래 정욱이 넌 어떻게 생각을 한니?"
직접적으로 마주보지 않은채 서윤이 그렇게 정욱을 향해서 말을 걸었다. 그런 형을 보면서 정욱의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은 애써 그런 불편한 심기를 억누르며 대답하였다.
"일단 이쪽에서 처신할건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것이 최선이랬어."
"누가?"
"부회장님이......."
그러자 다들 얼굴 표정이 한결같이 일그러진다. 특히 서윤의 표정은 더욱 험악하였다.
"그 놈이..... 뭐라고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겠니!!"
"이 기사 내보낸 쪽이 대 놓고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으니까 이쪽에서 먼저 발끈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그러니까 일단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논의해보자, 뭐 이런 내용이야."
"그것도..... 대책이라고 내놓은 거니!!"
"대책이라고 말할수도 없는 이런 탁상 공론보단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정욱의 지적에 다들 얼굴이 빨개진다. 사실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은 별로 틀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들으나 마나한 내용이었지만은 그래도 다들 뭔 소리 하는지 어느정도 알아듣겠어."
단도직입적으로 들으나 마나한 소리였다는 말에 다들 발끈하였다. 특히 서진의 반응이 격하였다.
"너, 우리가 지금 말장난 하는걸로 보여!!"
"아니, 떡줄 사람 생각은 않고 김치국부터 마시는 걸로 보여."
?.......... 살가죽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다들 뜻밖의 사태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단 한사람 정유민이 남편을 뜯어 말렸다.
"여보..... 그러지 마세요. 이럴려고 여기 모인거 아니잖아요. 예..."
서진과 정욱 사이를 그렇게 가로 막고는 정유민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정욱을 일으켜 세운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정말....."
"??"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으면서 일어서는 정욱은 그런 작은 형수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왜 자신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걸까? 이해가 않갔다.
하지만은 그런것에 깊히 생각을 할수 없었다. 다른 이들과 시선이 맞닿뜨려지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진희씨, 몸풀때까지 내가 맡아서 돌볼거야. 그렇게 다들 알아둬. 그리고..... 허락도 없이 내 집에 얼쩡거리는 것은 다들 자제하시고.... 산모는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윤비서에 대한 도련님 배려 정말로 눈물 겹네요. 그리고 부회장 따님에 대한 배려도 정말로 모든 이들의 귀감에 돼겠고요."
김미혜가 빈정대는 투로 한마디 하였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녀의 말에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할말만 해댔다.
"정, 그렇게 신경쓰이면은 아예 나보고 호적을 파가라고 하는 것이 어때. 그러면은 되겠네."
"너!!"
"이미 전 재산 내 차지겠다. 회사까지 내것이니까 이딴 성이 뭔 대수라고......!!"
"??"
정욱의 그 말에 다들 발끈하며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은 서진만은 예외였다. 얼마전 자신이 정욱에게 받았뒀던 계열사 주식들이랑 상당한 재산들을 떠올리면서..... 저 놈이 말하는 것은 도데체 뭘까 하며 의아해 하였다.
소위 말하는 대책 회의란 것을 이쯤에서 끝내고 정욱은 이쯤에서 끝을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비서랑 부회장 큰딸, 호적상의 관계 떠나서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당신!!"
"형님!!"
돌아서는 정욱에게 다시 김미혜가 빈정대는 투로 한마디 하였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당황하며 눈치를 주었다. 돌아서는 정욱, 그리고는 말하였다.
"호적상이라....... 적어도 아줌마를 제외하면은 그런데로 밥맛떨어지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뭐, 뭐라고요!!"
"치마 입은 여자로써 거기까지 연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럭저럭 참고 지낼뿐이죠. 전 그렇게 미식가는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정욱은 돌아섰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도통 뭐가 뭔지 몰랐다. 마지막 정욱의 알송 달송한 말이 영 난해하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수근거릴뿐이었다.
서진이 제일 먼저 형수를 바라보았다. 크나큰 수모를 당한 듯 얼굴이 빨개져 흥분직전의 그녀의 모습을.....
"어떻게 된거야?"
형수의 저 표정은 뭘까? 거기다가 앞에서 정욱을 향해서 노골적으로 비웃고 빈정대기까지 하던 모습에서 왠지 심상치 않은 그 뭔가를 느낄수 있었다.
얼마후 다들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아무런 성과도 진전도 보지못한 그날의 대책회의는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당신 얼마전에 정욱이 집에 가봤다고 했지?"
"예."
"그래 어땠어. 그쪽 상황은......"
"그게.....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신경쓰이던지....."
"그거 말고..... 윤비서 말이야."
"제가 갔을때까지는 윤비서는 바깥 일들을 잘 모르는 거 같았어요."
"그렇단 말이지."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남편의 모습에 정유민이 혹시나 하면서 되물었다.
"당신.... 그 소문을 믿는 거 아니죠?"
"그런 뜻으로 하는 말 아니야. 그리고... 형수님 친정 식구중에 누군가가 신문사 운영한다는 소리 언젠가 들은거 같은데....."
그러자 정유민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생각이 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예, 그랬던거 같아요. 조그만한 지방 신문사를 운영한다고..... 하지만은 영업이 신통치 않아서 하루 하루 위태롭다고....."
"그래, 그랬었어."
"근데..... 그건 왜요?"
"아, 아니야."
조금전의 정욱과 형수의 모습을 떠올리고서 서진은 설마하는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그리고 그 설마가 어디까지나 기우에 불과하기를 바라면서.....
"회장님께서 도데체 뭔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전번에 내가 말했었지. 아마도.... 그 방법으로 밀어 붙이시려는 것 같다고....."
"그건 알고는 있지만은..... 이건 왠지......."
이들은 김정준과 유상민의 눈치를 한번씩 봐가면서 각자 한마디씩 하였다. 오늘 조영민이 급한 일이라며 긴급 회의를 소집함으로 해서 다들 참석을 하였고 곧 그들은 경악을 하였다.
조영민이 오늘 결제 받으러 갔다가 이번주 안으로 일을 처리 하랍시고 건내받은 서류라면서 그것을 제풀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건 곧 주주총회 소집을 할것과 현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 및 경질을 안건으로 제출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진철수, 조영민, 장건영 이들이 맡고 있는 계열사를 위주로 행동을 개시할것과 아울러 곧 전체 계열사쪽으로 그 움직임을 확대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거..... 정욱이를 한번 만나봐야 겠어."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며 생각에 잠겨있던 김정준이 끝내 입을 열었다. 스스로가 봐도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수 없었으니까.
현 경영진에 대한 문책과 경질을 시작하라는 이 문건은 정상적인 사고 방식으로 봤을때는 너무 무모함에 가까웠기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이 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추진하라며 일주일이라는 기한까지 그렇게 명시하였다는 것이 더더욱 이해가 않갔다.
"그렇게 해서는 않됩니다."
"않돼다니..... 뭐가 않쨈?말인가."
"잘하면은 저쪽에서 우리들 움직임을 눈치챌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은...."
"생각을 해보십시오. 회장님이 이날이때까지 저희들에게 구두로 어떠한 언급이 있었는지를... 아시다 시피 아무런 언급도 전혀 없었습니다. 두분이 맡고 있는 계열사 떼어내서 내보낸것에서부터 이번 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의 눈과 귀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그 말은 저쪽의 감시의 눈길이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영민의 말에 다들 공감하였다. 확실히 여태까지의 정욱의 움직임과 행보는 극도로 신중의 신중을 기하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쩌란 말인가. 여기에 적혀진대로 그대로 행동하라는 그 말인가."
"일단은 그대로 행동을 옮기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 그렇게 하고 나서 그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던 간에 회장님이나 지금 그룹 경영진간에 반응이 나타날겁니다. 그 추이를 지켜봐가면서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러자 이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유상민이 나섰다.
"그러는 것이 좋겠어. 답답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지만은 일단은 정욱이를 한번 믿어보자고... 그렇게 생각없이 준기 그놈에게 휘둘려질 애가 아니라는데 희망을 걸자고....."
"그건 그렇지만은....... 그래 어떻게 어떤 명분으로 주주들을 설득을 한단 말인가?"
"경질 사유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정도면은......"
"말도 않돼는 소리...."
장건영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김정준이 호통을 쳤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 뜻인지 순간 파악을 할수 있었기에......
"그래 이딴 추잡한 쓰레기 잡지들을 가지고 딴지를 걸고 시비를 걸자고? 자네 제 정신인가?"
"하지만은 이것만큼 좋은 구실을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부회장까지 연관시킬수 있는 것이니까 그 이상가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절대 않돼. 절대로......."
더는 듣고 있기 민망한지 김정준이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그런 그를 보면서 유상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방법을 연구를 해보게. 꼭 그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나간다는 것이 그렇지 않나. 않그래."
그리고는 김정준을 나간 방향으로 향하였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았다. 이때에 저렇게 서로간에 이견을 보여서 행동에 제약을 받게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
"어떻게 하지."
"일단은 자네의 말대로 추진해."
"그러고 나서는......?"
"그리고 일을 크게 벌리는 거야. 그러면은 진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은 저분들도 어쩔수 없을걸."
"그러는 것이 좋겠어.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지만은....... 이번 회장님 목적은 우리들로 하여금 현경영진 경질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봐."
그 말에 다들 의아해하며 진철수를 처다보았다.
"그럼 뭐란 말이야?"
"나도 잘 몰라. 하지만은 어느정도 짐작이 가는게.... 일단은 이번 안데로 추진을 해봐야 그속내를 알수 있을거야. 서로 머리를 맡대고 의논하는 것이 아니니까 어쩔수 없잖아. 않그래."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들 진철수의 말에 공감을 하며 각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자들 주주들을 차례로 만나가면서 공작을 벌이도록..... 일단은 중, 소액 주주들을 설득을 하고 동의를 얻고 나면은 그 다음은 아주 수월할테니까 말이야."
"그건 그래."
현재 자신들이 맡고 있는 3개 계열사의 최대 주주가 김정준과 유상민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군소 주주들에 대한 포섭이 끝나고 나면은 그 다음은 저들을 손보면은 된다. 주주들의 여론을 조성을 하고 더는 피할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저들에게 각인만 시킨다면은 어쩔수 없이 저들도 나설것이라는 계산하에서.....
"이놈 도저히 않돼겠어."
오늘 흥신소 직원으로부터 건내받은 녹음 테입을 청취하고서 준기는 더는 이대로 있을수가 없었다.
한영성과 정욱이 만나서 밀담을 나눈 얘기였는데...... 그 내용이란 것이 한영성 그 녀석이 이번 스캔들이 자신이 정욱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해 퍼트린 일련의 공작이라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구설수면은 일선에서 제대로 일을 볼수 없을테니까 자연스레 자신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 주게 한후 정욱은 준기를 보조해주는 세상 물정 모르는 대주주로써 뒷전에 물러나게 한다 그 말이었다. 아울러 가까운 시일내에 정욱으로부터 그룹의 주식들을 전부 압수할려는 것 같다는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곁들인 충고도 함께 말이다.
너무나도 기가 막힌 음해 공작에 준기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무래도 회장께서는 많이 흔들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도청작업에 옆에서 감시를 병행하는 흥신소 직원이 직접 본것이니 만큼 아무래도 그냥 넘길수 없는 사안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긴 하지만은 저 정도의 농간과 공작이라면은 흔들리지 않을 인간이 없을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달력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한영성으로부터 빼돌린 해외 계좌의 돈들을 다시 복구하라고 한지 꽤 지났다. 한달이라는 기한을 주었고 아직 어느정도 기일이 남아 있지만은 이태까지의 그의 반응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순순히 돌려줄거 같지가 않았다.
"너, 이놈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더는 그 놈을 그냥 놔둘수만은 없었다. 저 어린 놈에게 갖은 바람을 집어 넣으며 흔들어 놓는데다가 조만간 어느정도의 결실을 볼 것 같다니 말이다.
회장늠 그야 말로 별볼일 없는 놈이긴 하지만은 저런 지능적인 놈이 옆에서 바람을 집어 넣고 보조만 해준다면은 결코 무시할수 없는 위협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체할수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
아침 막 출근을 하는 순간 정욱은 자신에게 인사를 건내는 비서를 보고 의아해하였다. 한영혜가 아닌 처음 보는 여직원이었던 것이다.
"한비서는......?"
"아!! 한영혜씨 대신에 제가 오늘부로 비서실로 발령받았습니다.회장님."
"그래요?"
자신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욱은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똑똑......
"예.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새로운 여비서가 들어오고는 정중히 인사를 하며 보고를 하였다.
"저기, 회장님."
"말해봐요."
"한영혜씨가 잠시 회장님을 뵈었으면은 하는데........"
"그래요? 알았어요. 들여보네요."
곧 한영혜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은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불어 있었다.
"회장님. 흑흑....."
정욱을 보자마자 그대로 주저 앉아 흐느끼는 한영혜, 그러자 새로 온 비서가 황당해하며 어이없다는 듯 바라만 보았다.
"어떻게 된거예요? 한비서."
"저, 저도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 와보니까 제가 다른 부서로 발령을.... 흑흑..... 아무래도....."
"아무래도... 뭐란 말이에요?"
"알아보니까 윗선에서 그렇게 지시가 내려와서 그렇게 된거라고.... 허어엉"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지 한영혜가 청승맞게 울어댔다. 그런 그녀를 보며 정욱은 난감해하더니 아직 나가지 않고 있는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한비서 내보내도록 해요. 어서....."
"예. 회장님."
그러자 한영혜가 당황해한다. 이게 아닌데.... 이럴리 없는데 하면서.......
"회장님. 저, 저는......."
"일단은..... 어떻게 된건지 알아보도록 하죠. 잘못된 점이 있다면은 시정하도록 할것이고요. 그러니까 진정하고.... 그만 나가봐요."
그리고는 새로운 비서에게 어서 내보내라고 눈짓을 하였다. 그런 정욱의 반응에 한영혜는 어찌할지 갈팡질팡하며 끌려 나갔다.
"서서히 시작이군. 재미있게 됐어."
한영혜가 숙청?되는 것에서부터 본격적인 준기의 강경책의 서막이 올라가는 것 같다.
몇시간 후 정욱은 부회장 이준기를 불러서 한영혜를 타부서로 발령 받은 것에 대해서 거론하였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점 송구하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한창 이런 잡다한 구설수에 회장님께서 마음 고생이 심한 와중에 저런 행실이 올바르지 못한 여직원이 곁에 있다면은 사태는 겉잡을수 없이 커집니다. 그래서 보다 못해 제가 손을 쓴것이지요."
아주 올바른 공자님 소리 수준의 형용사를 곁들인 준기의 설명에 정욱은 납득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얹잖은 양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질책을 하였다.
"그래도 그렇지. 사전에 한마디 말도 없이 임의로 비서실 인사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은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그정도 일을 부회장님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시다니요? 아랫 사람들 놔뒀다 뭐 하실려고요. 부회장 자리가 그런 일에 매달리라고 있는 거 아닙니다."
"??!!"
준기의 표정이 벌레씹은 듯이 일그러졌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은 이렇게까지 당차게 나오며 자신을 질책을 할줄이야.
"한 차장 그 놈, 이 자식을 어떻게 요리를 했기에 이렇게 나와?"
한영성이 단단히 바람을 집어 넣은 것이 분명하다고 준기는 단정지었다. 속으로 울컥 뭔가 치미는 듯 하였지만은 일단은 참기로 하였다. 이 어린놈에게 뭐라고 할게 아니라 그 바람집어 넣는 놈을 잡아 족치는 것이 최우선이라 여기면서....
"어쨌던 이런 일로 잡음이 없도록 하세요."
"예.... 회장님."
"그리고..... 한가지, 한영성 차장 말인데.... 오늘부로 제가 인사 담당 전무로 발령했습니다."
"예?"
준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런 굵직한 인사 발령을 자신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독단으로 추진을 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기에.......
"아, 아니.... 회장님, 그런 굵직한 인사발령을 저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렇게 결정을 하시다니요!!."
"전번에 김이사님, 유 이사님 두분의 공백을 매우기위해서 여러 인물을 후보로 올려놓았지요. 한차장 역시 그들중에 올려 놓았고요."
"그렇죠? 하지만은 지나친 코드 인사라고 비난 받을 우려가 있기에 제가 만류를......"
"확실히..... 부회장님 말씀대로 이사직에 올려놓기에는 초고속 승진에 코드 인사라고 비난받을 우려가 있었기에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은 여러모로 살펴봤을 때 이정도 직책이라면은 괜찮을거 같아서..... 이번에 인사 업무에 맡긴 겁니다. 그러니 그렇게 아십시오."
"하, 하지만은 한차장이 전무직이라니.... 말이 않됩니다. 그리고.... 겨우 일개 차장의 인사 문제에 회장님께서 그렇게 신경을 쓰시다니요!!"
준기로써는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예에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 정욱의 결정을 철회하기를 간청했다. 하지만은 말이 길어지면은 길어질수록 준기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말과 표정에서 말이다. 그것을 보면서 정욱의 표정도 곱지 않게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하였다.
"일개 차장의 인사 문제에 제가 신경쓰는 것이 그렇게 보기 않좋습니까? 그렇다면은 일개 비서를 원칙과 절차를 생략하고 갈아치우는 것은 얼마나 보기 좋은 짓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더는 참기 어려운 듯 참을만큼 참았다는 듯 정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집무실이 쩌렁 쩌렁 울릴 정도로 정욱이 호통을 치자 이준기의 안색이 파래진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속으로 외치면서 말이다. 한동안 서로간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준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공손히 정욱에게 인사를 건내며 그곳을 나왔다.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을 하였지만은 그의 두 손은 부들 부들 떨렸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준기가 나간 곳을 한동안 주시하며 정욱이 속으로 외쳤다.
"축하하네. 정말로......"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그러나."
"아니, 전무로 승진한거면은 이거 보통일이 아니지 않그런가."
오늘 내려진 인사 명령에 한영성은 희희낙락하였다. 그리고 동료들로부터까지 극찬을 받으며 공치사를 듣자니 기고만장하기까지 하였다.
자신은 오늘부로 전무로 발령을 받았다. 그것도 인사 업무를 총괄을 하면서..... 그 말은 모든 인사 명령에 대해서 어느정도 자신이 상당부분 제어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말이다.
"이거.... 이럴게 아니라 어디 가서 한잔이라도 하지 그러나."
"아니, 이 시간에........?"
놀라 의아해하는 한영성을 바라보며 구석희가 주변을 둘러본후 귓속말로 속삭였다.
"한잔하자는 것은 핑계이고..... 자네와 만나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리고 잠시동안 귓속말로 소곤댔다. 그러자 한영성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정도로벌어졌다.
"알았어. 그리고 가세나."
"준비하고 기다리도록 하지."
동료들이 돌아서는 것을 바라 보면서 한영성은 의기양양해졌다. 방금전 준기쪽의 인물 몇이 한영성 패에 돌아선 것을 언급을 받았다. 그들 역시 자신들 조직내의 변화를 주시하고있었고 이쪽에 패를 던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입지가 강해지는 것을 의미를 한다. 그러니 한영성으로써는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었다.
"오늘은 정말로 운수 대통한 날이로군."
승진과 자신의 입지 강화 및 확장, 그 모든 것이 병행되었고 결실을 보다니 말이다.
한쪽에서는 울분에 휩싸이고 한쪽에서는 기쁨에 들뜨며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퇴근길에 정욱은 아직도 집 근처에 서성이고 있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겹다 지겨워."
아직까지 이렇다할 신경거슬리는 짓은 벌이진 않지만은 그래도 날마다 저들을 대하자니 짜증이 나지 않을수가 없었다. 자신이야 그렇다 쳐도 그 외의 사람들, 진희와 정선, 정미에게는 여간 골머리를 썩이는 존재들이 아닐수 없었다. 저들로 인해서 진희는 이때까지 줄곧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제한된 공간에만 감금되다시피하는 산모나 아기에게도 좋은 현상이랄수 없다. 그런데 집안으로 들어가보니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정욱은 의아해하였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와 오빠."
자신을 맞이하는 정미를 보면서 정욱은 나직한 어조로 질문하였다.
"작은 형..... 와 있니?"
"아니, 전번의 오빠 형수되는 분 와계셔."
"그래!!"
또 형수가 와 있다는 소리를 듣자 정욱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정욱이 손가락으로 진희의 방을 가리켰다. 저쪽에 있느냐는 무언의 질문이었다. 정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숨을 고르게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힌후 진희의 방에 들어갔다. 역시 형수 정유민이 와 있었다. 그런데.... 형수만 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영이까지 와 있었다. 갑작스런 조카의 출현에 정욱은 당황해하였다.
"오셨어요."
"삼촌 오랜만이에요."
"어, 어서와 잘 지냈어?"
형수만 와 있는줄 알았는데 하영이까지 와 있다니. 그런데 정욱이 더욱 황당해한 것이 진희와 형수 그리고 하영이 이렇게 셋이서 차와 과일을 같이 들면서 화기애애해 하며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결코 진희의 존재가 집안 식구 누구에게도 반가울 리가 없다는 것을 잘알거늘 지금의 이 분위기는 도데체 뭐란 말인가.
"회장님. 앉으세요. 차 더 내올께요."
가만 서서 멍하니 바라만 보는 정욱을 보다 못한 진희가 말을 걸었다. 그제서야 정욱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곧 손님 나가실텐데.... 않그래요!!"
가시 돋힌 어조로 형수를 바라보며 그렇게 외치는 정욱, 그러자 정유민과 진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저, 회장님, 사모님은 그게..... 아니라....."
"도련님, 오해마세요. 저는 단지......"
"어서 가보세요. 하영이까지 데려오다니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바깥에 진치고 있던 기자들 않보이던가요. 그러다가 제가 하영이랑 형수님하고까지 놀아났다고 기사 날려면은 어쩌실려고요. 작은형이 꽤나 좋아하겠어요."
?........ 방안 가득 울려퍼지는 가죽 두들기는 소리 그리고 정욱의 뺨이 화끈해졌다. 순간 자신의 뺨을 후려친 그 충격에 정욱의 고개가 90도 이상 옆으로 휙 돌아갔다.
너무나도 의외의 사태에 정욱은 할말이 없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다시 원상태대로 돌렸다. 그러자 정욱의 눈앞에는 자신의 뺨을 후려친 것으로 추정되는 그 손을 허공에 세우고 부들 부들 떨고있는 형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 잘못했어요. 도...련님. 제가.... 제가.... 흐어엉."
그리고는 더는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방을 뛰쳐나갔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하영이도 당황해하며 뒤따라 나갔고 진희도 정욱과 정유민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끝내는 그녀의 뒤를 ?아 나갔다. 정욱의 머릿속은 그야 말로 백치 상태였다. 방금 일어난 뜻밖의 사태에 뭐가 뭔지 몰랐다. 얼마후 진희가 무거운 걸음으로 힘겹게 들어왔다. 그리고 주저 앉아 있는 정욱을 바라보며 한마디 하였다.
"사모님 가셨어요. 얼마나 우시던지...."
하지만은 정욱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자 진희가 다시 한마디 하였다.
"회장님께서 너무 심하셨어요. 오늘 저 몸조리하라고 한약재랑 반찬거리 좀 가져오셨는데...."
"그래요."
"다른분들은 어쩔진 몰라도..... 저분은.... 저랑 회장님을 이해해주시는 거 같았어요."
하지만은 정욱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런 정욱을 보면서 진희는 안타까움을 감출수 없었다. 아마도 조금전의 그의 행동은 본심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근래에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서 많이 신경이 예민해진것이고 그것이 과거의 않좋은 감정들이랑 연계되어서 저렇게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이해해주던 않해주던 간에 분명한 것은.... 저들이랑 우리들은 격이 다르고 근본도 다르다 이것만 알아둬요."
일어서면서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정욱은 진희의 방을 나섰다. 힘없이 돌아서는 그를 보면서 진희는 착잡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그나저나 삼촌이랑 아빠는 언제쯤에 화해를 하게 될려나."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를 하던 하영은 어제의 일들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삼촌이 그렇게 무섭게 보였던 적은 정말로 처음이었다. 언제나 다정하기만 하고 인자하던 오빠와 같던 삼촌인데.....
"할아버지 나빠. 삼촌에게만 다 물려줘가지고......"
자세힌 잘 몰라도 삼촌에게 덮어 놓고 전부다 물려줬기에 고모랑 아빠, 큰아빠들과 저렇게 으르렁 거린다고 여기는 하영이었다. 그리곤 한편으론 돈이란게 정말로 무섭긴 무섭다고 여기면서.....
버스에서 내리고는 집으로 통하는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하영의 눈에 이상한게 띄었다.
"누구지?"
집 근처에서 누군가가 서성이고 있었다 서서히 어두워 질무렵이기에 이 거리에선 잘 않보이지만은 왠지 낯이 익은 듯 하다.
발걸음을 죽이며 천천히 다가가보니 어느정도 상대의 안면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리고 외쳤다.
"삼촌?"
"헉!!"
갑작스런 하영의 외침에 정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그쪽을 돌아다 보았다.
"아, 하영이구나?."
"이 시간에 여긴 어쩐일이세요?"
"그, 그게........"
왠지 말이 떨어지지 않으며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하며 쩔쩔매는 모습, 그것을 보고 하영은 알수가 있었다.
"엄마 만나러 왔구나. 그치."
"........."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 그렇다는 것을 반증하였다. 그것을 보고 하영은 확신을 할수 있었다. 아마도 어제의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할까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찾아온것이라는 것을..... 하지만은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이렇게 집앞에서 맴돌며 기웃거리고 있는 거라고....
"들어가. 오빠. 어서...."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하영은 평상시처럼 아니 간만에 오빠라는 호칭을 덧붙였다. 하지만은 정욱의 반응은........
"아니, 난, 이만 돌아갈래."
"이렇게 그냥 갈거야?"
그런 정욱이 섭섭한 듯 하영이 붙잡고 놓으며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다.
"어제..... 일은 정말로.. 미안해.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 있는데서 그렇게까지 막 말을 하다니....."
"나는 괜찮다니까.... 정 사과를 하고 싶으면은 들어가서 엄마에게 해."
"아니, 됐어. 미안해."
애써 하영을 뿌리치며 정욱은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돌아섰다. 그런 삼촌을 바라보면서 하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생각 바뀌었어 오빠?"
"아니, 그게 아니고......."
"??"
정욱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린후 하영의 귀에 다 대고 속삭이듯 말하였다. 정욱이 귓가에 속삭이는 얘기들을 듣던 하영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뭔 말이야?"
"그건.... 너의 아버지가 잘알거니까..... 내가 말한데로..... 그냥 그때가서 얘기만 하면은 돼. 꼭이야."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는 정욱은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행여라도 누군가의 눈에 띌까봐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멀어져가는 정욱을 한동안 지켜보던 하영도 얼마후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난후 몇일후......
"자네들은 이때까지 도데체 뭘 했나!!"
"이분들에게 뭘 질책을 하시는 겁니까? 업무랑 연관이 없는 일을 가지고 그렇게 왈가 왈부를 하시다니요?"
정욱의 말에 조영민, 장건영, 진철수 3명의 사장들은 수긍을 하며 자신들을 몰아세우는 준기를 노려보았다. 이들 3사람과 정욱이 그렇게 자신을 면박을 주자 준기는 너무나도 기가 막혔다.
"너 자꾸 이럴래."
아무리 한영성이 옆에서 부추기고 농간을 부린다지만은 이 어린 녀석이 이젠 대 놓고 자신과 등을 질려고 하는 것에 기가 질리지 않을수 없었다.
"아무래도 뭔가 수를 쓰든가 해야겠어. 이래가지곤 않돼겠어"
돌이킬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기 전에 자신이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준기였다. 하지만은 그건 나중의 일.... 지금은 급히 해결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이번 구설수로 인해서 그렇게까지 주주들이 반발을 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니라고 부인을 해도 노코멘트로 일관을 해도 그들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지 반응을 보일수 있습니다. 이때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이 무신경했습니다."
정욱이 한탄하는 어조로 그렇게 중역들을 바라보며 힘없이 발언을 하였다. 그러자 다들 안색이 어두워진다.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일이 걷잡을수 없이 커질거라고 누가 생각이라도했을까.
문제의 발단은 그 망할놈의 스캔들때문이었다. 알려질만큼 알려졌고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쫙 퍼진 상태이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주주들이 우려를 나타냈고 현 경영진에 대해서 문책 및 경질을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그들의 움직임은 큰 변화는 없지만은 현재 진철수, 조영민, 장건영 이들 3명이 맡고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들의 행동이 포착되었으며 다른 계열사에까지 그영향력이 뻗치고 있다고 한다.
그룹의 주도권을 일선에서 활동을 하고 업무를 관장하는 자신들이 쥐고 있다고 하여도 주주들의 입김과 영향력들은 절대 무시할수 없었다. 그들이 단체적으로 행동을 하고 지분의 절반 이상 지지 세력만 확보를 하면은 결코 회장이라도 무사할수 없었다.
그렇기에 현 경영진들은 그 문제로 지금 중대 회의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저기..... 현재 활발하게 움직임이 포착된 3개사의 경우 대주주는 회장님이 아니신가요?"
그들 3개사뿐만이 아닌 그룹 전 계열사의 대주주가 바로 회장이 아닌가. 각 계열사당 최소 35%에서 최대 52%까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부회장인 준기가 의문점을 제시하였다. 그러자 정욱은 잠시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침울한 어조로 답하였다.
"에.... 얼마전에..... 돈이 필요해서 그들 3개사 주식들을 매각을 하였습니다. 제 수중엔 그들 계열사 주식이 단 한주도 없습니다."
"그, 그럴수가......!!"
정욱의 발언에 준기를 포함한 일부 중역들의 표정은 경악에 가까웠다. 최대 주주가 회장이라 여기며 회장만 꽉 잡고 있으면은 그들의 소요를 무마할수 있을거라고 여겼는데 그런데 이렇게 되다니.
"그럼,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은 각 대주주들을 만나서 오해가 없게끔 해명을 하고 설득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겨집니다."
"해명이라고요? 오해가 없게끔..... 저기, 그 스캔들에서는 아직까지 실명이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말씀대로 한다면은 그 스캔들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스스로 떠벌이게 되는 격이 됩니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셈이고요. 그 일에 대해서 생각은 해보셨습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마냥 방관할수 없잖아요. 그룹 전체 계열사 주주들이 그렇게 연합을 해서 들고 나올수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않좋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다면은 뭔가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그런건가요?"
정욱의 질책에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마땅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한 반대하고 반론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는법.
"아무튼 그렇게 아시고..... 회의는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죠. 그리고 주주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것은 제가 하도록 하죠."
"회장님 꼭 그렇게까지야......."
"그럼 부회장님께서 하시겠습니까. 이번일을 처리하실 자신이 있으신가요?"
"............"
그 말에 준기의 입이 다물어졌다. 주주들을 만나고 설득을 한다? 한 두놈들이 아닌데다가 문제는 그들이 걸고 넘어지는 것이 이번 스캔들이 아닌가. 그 낯뜨거운 내용들을 거론을 하면서 주주들이 문책을 하며 딴지를 걸 것을 생각을 한다면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딸이 의붓 아들이랑 놀아난다는 내용과 그럼으로 인해서 자신이 능력에 비해서 과분한 이 자리를 보장받는다고 수군거리면서 이 사람 저사람 질시할 것을 생각을 한다면은 나서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준기는 한발짝 물러났다.
아무래도 세상 물정 모르는 저 새파란 녀석이 그런 모진 수모랑 질책을 눈딱 감고 감당해 낼려나 본데..... 일단은 지켜보기로 하였다. 회의는 그렇게 일단락 되었다.
다들 하나, 둘씩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정욱은 3개사 사장들과 남아서 앞날에 대해서 논의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정욱의 모습을 보면서 준기는 이 난국이 어떻게 수습이 될지 악화가 될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삐리리릭~~ 회의장을 나오던 중 주머니에서 울려퍼지는 벨 소리에 준기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준기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하였다.
"아, 알았어. 그리로 가지. 기다리고 있도록......."
전화를 끊고는 준기는 서둘러 달려나갔다. 그 망할놈의 기사의 출처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하였고 그 윤곽이 대충 잡혔다는 연락이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준기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서류들을 뒤적거리면서 깊은 시름에 잠겨진 서윤을 바라보며 서진이 한마디 하였다.
"지금 정욱이가 뭔 생각을 하는 걸까?"
"일단은..... 그냥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거 준건 아닌건 분명해."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어."
"한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긴 한데......."
"그게 뭐야?"
그 말에 서진의 귀가 솔깃해졌다. 도통 속을 드러내지 않는 동생으로 인해 답답함을 감출수 없고 그였기에 뭔가 해법을 형으로부터 얻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음말에 귀를 귀울였다.
"아!! 그건 아직 말할수 없어. 단정짓기 힘들거든. 어디까지나 추측일뿐이라서..."
"그래도 좀 말해봐. 답답해죽겠어."
"그게......."
대답을 미루는 서윤, 자신 역시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오늘 서진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달려와서 듣는 얘기는 너무나도 뜻밖이었다. 8개사의 주식과 지분들, 그리고 각종 예금 증서와 부동산, 채권들이 자신들 명의로 되어 있는 것들을 건내받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정욱한테서 건내진것이라며 한동안 비밀에 붙여라고 예전에 언급을 한 일들까지 전부다 예기를 듣게 되었다.
"그건 그렇다지만은..... 그 녀석 우리들한테 이 많은 것을 선 듯 줄 생각을 하다니...."
"나도 처음엔 상당히 놀랬어."
"아무리 저쪽에서 신신당부했다지만은 그래도 미리 말을 해뒀어야지."
서윤의 질책에 난감해하는 서진, 하지만은 그로써도 어쩔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욱이 무슨 의도로 이것을 자신들에게 내준것인지 알지 못하는 마당이니 함부로 처신할수 없었다.
오늘 아침, 출근하기 직전에 서진은 딸 하영으로부터 정욱이 그렇게 전해 달라며 비밀 헤제해도 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처음엔 뭔 소리인지 몰랐지만은 곧 떠오르는 것이 있었고 결국 이렇게 형과 의논을 하게 된 것이다.
"일단은 일간 우리 같이 정욱이를 한번 만나러 가보자."
"어디로? 집으로.... 아님...."
"회사에선 아무래도 그러니까 집에 가보는 것으로 하자."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있으니 만큼 함부로 만나고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정욱과 자신들과의 사이를 생각해서라도 부회장인 준기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니 만큼 회사이외의 지역이 좋을거라고 판단하에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일단 한가지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이 되자 서진은 조심스레 마음속에 담아뒀던 얘기들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저기.... 형"
"왜그래?"
"이번 스캔들..... 어떻게 생각을 해?"
"물어볼려고 하는 것이 뭐야?"
뜬금없이 밑도 끝도 없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서윤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그게.... 이번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생각이라니? 도데체 뭘 말하려는 건데?"
서윤의 재촉에 서진은 마지 못해서 겨우 입을 열었다.
"이 스캔들 내용들이랑 그 출처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어. 뭐 그렇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니지만은......."
"출처? 너, 뭔가 짐작이 가는 거라도 있는거야?"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지만은...... 아무래도 이들 기사나기 이전에 이 내용들을 우리들에게 처음 얘길 해준 사람이 있었잖아. 아, 아냐. 아무것도.... 그냥 해본 소리야."
"너, 뭔 소리를 하는 거니?"
형의 물음에 서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지나지 않았고 증거같은 것이 전혀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 알았어. 알았다니까. 한비서.... 아니 미스한 그 문제는 일간 회장님이랑 상의하도록 하지. 아, 너무 그러지 말어. 물론 조치를 해줘야 하겠지만은 아무래도 주변을 의식하자니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그래, 그래.... 기다리고 있어."
전화를 끊은 후 한영성은 한숨만 내쉬었다.
"정말이지. 짜증나게 만드네. 정말로......."
오늘도 한영혜로부터 독촉성 전화가 빠지지 않고 걸려왔다. 다시 비서실로 돌아가게 해달라거나 그렇지 않으면은 다른 좋은 부서로 인사 이동해달라는 투정 아닌 투정을 말이다.
준기에 의해서 타 부서로 발령을 받은 한영혜, 그녀의 업무는 본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계열사의 현장 관리 업무 즉 그러니까 창고의 재고 관리 업무 및 경리직을 겸하는 것이었다. 불과 얼마까지만 해도 비서실에서 편안하게 여유있게 업무를 보던 그녀가 그렇게 중노동에 가까운 혹사?를 하니 안달이 나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한영성에게 매달리며 애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은 나도 바빠서 말이야. 그런데 신경쓸 여유가 있어야지"
자신 역시 자기쪽으로 넘어오는 준기의 떨거지들의 세를 규합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만큼 더 이상 중요도가 떨어지는 이 여자쪽에 신경을 쓸 여과가 없었다.
확실히 저 젊은 회장은 준기에게서 서서히 의지하려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되었다. 얼마전 있은 중역회의에서 거의 대립에 가까운 마찰을 일으킨 것만 봐도 알수가 있었다. 이번 스캔들이 한영성에게 정말로 이로운 변수들을 불러일으켰다.
첫째는 정욱과 준기의 결별로 이어졌고 두 번째는 저 젊은 회장의 사내의 영향력의 증가로 이어질것이라는 것
일부 주주들이 이 스캔들을 빌미로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 경질로 가기 위해서 집단 행동을 보일 조짐이 포착되었고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서 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로 인해서 부회장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를 주축으
정선의 입을 열었지만은 정욱은 대답이없었다. 그냥 정신없이 정선의 몸을 주무르며 입술에 진한 키스를 퍼부어댈뿐이었다. 그런 정욱의 무반응에 정선은 아무렇지 않아 하며 계속 말문을 열었다.
"진희씨가 임신 한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너의 아버지를 얼마나 미워하고 질투를 하였는지 몰라."
더욱 격해지는 정욱의 손길, 그리고 유방을 문지르는 그 손아귀의 힘이 올라갔다. 정선은 자신도 모르게 발버둥을 쳤다.
"아~~ 얼떨결에 너의 아버지와 결혼까지 이르렀지만은 그래도 나름대로 꿈이란게 있었어. 바로 아기를 낳아 보는 것....."
그 순간 정욱의 동작이 멎었다. 그러자 정선은 몸을 돌려 정욱을 바라보았다.
"괜한 얘기를 꺼냈나?"
아마도 자신이 아기 얘기를 하니까 아무래도 방금전에 정사를 벌인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약간 캥긴게 아닐까. 하지만은 정선은 애써 그런 정욱의 모습을 외면하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그 사람이랑 헤어졌을 때 난 임신중이었어."
그리고 정선의 눈앞에 그때의 일들이 펼쳐졌다. 희준과 헤어지고 난 이후 술에 찌들면서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방황하던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필름 끊기다가 깨어나면은 어느 모텔 아니면은 고급 호텔, 그리고 배게 맡에는 수표 몇장이 놓여져 있는..... 그런 식의 생활이 여러차례 계속되던중 어느날 정선은 병원에 실려갔다. 견딜수 없는 지독한 복통에 힘겨워하면서.....
병원에 가서야 정선은 자신이 임신중이었고 뱃속의 아기가 유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신을 한줄 모르고 실연에 방황을 하면서 방탕하게 술에 쩔어 있었으니 뱃속의 아기가 그렇게 온전할 리가 없었고 결국 그렇게 결과나 난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 정선은 더욱 괴로워하면서 술에 찌들어 지냈다.
"그러다가 너의 아버지를 만났지. 이때까지 내가 거친 사람들이랑 별반 다를봐 없이 필름 끊긴 나를 덮치고 즐긴 식으로 그렇게 시작을 했어."
"그런데....... 어떻게 결혼까지 이르렀죠?"
"깨어났을 때 내가 맘에 든다면서..... 계속 만나줄수 없냐고 그러시데..... 그래서 응했지. 그때 너의 아버지는 돈많고 그런데로 매너가 있는 명짧은 남자...... 내눈엔 그렇게 보였어."
"풋~~"
아버지에 대한 정선의 표현에 정욱은 하마터면은 웃음이 터져나올뻔 하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버지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자식인 정욱으로써도 너무나도 이해가 잘 안가고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교제를 하다가...... 어느날 우리아버지가 날 부르더니 추궁을 하였어. 너 요즘 누굴 사귀냐고..... 그리고어디까지 갔느냐면서 그렇게 취조에 가깝게 말이야."
준기의 그때 모습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지는 정욱이었다. 아무래도 딸이 자신의 아버지뻘인 회사 상관이랑 밤낮을 가리지 않고 뒹굴었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을때를 말이다.
결국 그 일로 인해서 소문이 났고 결국 모양새 좋게 결혼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었다.
"결혼 얘기는 누가 먼저 꺼냈죠?"
"너의 아버지쪽에서..... 회사내에서 소문이 무성하니까 아무래도 않돼겠다 싶었는지 어느날 날 불러서 결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먼저 말을 꺼냈어. 그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할수 없이 승낙했어"
"많이 힘들었겠네요."
사실상 주변의 시선을 의식을해서 마지못해 면사포를 쓰는 셈이니 오죽할까. 그때의 정선의 심정이어땠을지 대강 짐작이 갔다. 하지만은 정선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았어. 모양새가 그렇긴 하지만은..... 그래도 나로써는 새출발 한다고 생각을하고 나름대로 각오가 있었어. 고개를 넘긴 노인의 젊은 후처, 그리고 곧 애도 생길것이고 늦동이 자식들 재롱을 바라보면서 남은 생을 보낼 남편의 모습, 뭐 그런거....."
"하지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정욱의 말에 정선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남편에게 자신 외에 다른 애인이 있다는 것과 자신보다 더 어리다는 사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부인인 자신보다 더욱 더 가까이하고 총애한다는 것에 정선은 실망을 금치 못하였다.
"그래도 그런 상황일지라도 난 나름대로 행복이란 것을 만들려고 생각을 하고 노력을 했어. 하지만은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어."
1년 남짓한 결혼 생활, 그리고 병윤의 죽음, 진희의 임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전개였기에 정선으로써는 절망감에 사로잡혔고 괴로워하였다.
정선의 유방을 감싸쥔 손이 서서히 내려왔고 정선의 배쪽에 이르렀다. 그녀의 배를 어루어 만지면서 정욱은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어찌보면은 진희보단 정선이 아기를 가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휴으..... 별 쓸데없는 얘기를 했네. 이미 죽은 사람 얘기 꺼내서 뭘하려고....."
격해지는 감정에 정선은 애써 태연한척하면서 처량한 신세타령을 일단락 지으려 하였다. 그런 정선을 바라보면서 정욱은 그녀의 눈가에 뭔가가 글썽거리는 것을 볼수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눈가의 그것을 닦아주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이만 자야하지 않아?"
"원한다면은 오늘밤 제가 있어드릴께요."
아무래도 그녀의 모습을 보자니 알수 없는 허전함과 공허함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것 같은인상을 지울수없었기에 정욱이 그렇게 권하였다. 하지만은 정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럴 것까지야 없어. 니 곁에 있어줘야 할 상대는 따로 있잖아. 하음.... 이제사 졸리네."
하품을 하면서 정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에 널려있는 자신의 속옷과 잠옷들을 챙겨 입으면서 다락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정욱은 잠시후 옷을 입었다. 그리고 다락방을 나섰다.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도중 정선의 방 앞에 이르렀다. 문틈으로 불빛이 세어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미 잠자리에 들은 것 같았다.
"당신도 그렇게 나약한 여자였군요."
남다른 강인함과 총명함을 갖춘 여자라고 평소에 그렇게 생각을 해왔는데 오늘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녀 역시 어느 여자 못지 않은 나약함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정욱은 그것을 이제야 보게 된것이고......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잠든 진희의 곁에 드러 누우면서 정욱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반드시 지켜줘야할 여자를 옆에 두면서 또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그녀를 위한 다른 그 무엇을 고민을 하고 있다. 몇차례 몸을 섞어서 일까. 정욱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등에 차곡 차곡 쌓이는 책임감에 힘겨워하기 시작하였다.
한영혜로부터 오늘의 일정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난후 정욱의 머릿속은 신속하게 회전을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00유통 사장 자리에 있는 큰형 서윤으로부터 회사 아니면은 집안에서 오늘이라도 만났으면은 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정욱은 한영혜를 통해서 오늘 저녁에 집에서 보자는 뜻의 답장을 전하였다.
"한동안 정신 없이 바쁘겠군."
그리고 또 하나, 한영혜로부터 조심스레 한영성이 단둘이서 만났으면은 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정욱은 오늘은 않돼고 내일쯤에 보자고 일러뒀다.
오늘과 내일이 자신의 행보에 있어서 중대 고비에 이를 것 같다는 기분을 떨칠수가 없는 정욱이었다.
"회장님. 장건영 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잠시후 장건영이 들어왔다. 00 푸드 시스템의 사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로 오늘 일상적인 업무 보고를 하러 온것이다.
"어서오세요."
"예. 회장님."
계열사 내의 인사문제 및 재정 상태, 사업 영역 확장 등과 같은 사안들을 천천히 보고를 받은 후 정욱은 그가 내민 서류에 결제를 하였다.
"수고 하셨습니다."
"예, 회장님. 그런데... 저어....."
일상적인 보고를 끝낸후 장건영은 조심스레 자신의 진짜 목적을 실행에 옮기려 하였다. 그건 다름 아닌 김정준과 유상민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가 말을 꺼내는 것을 용납지 않고 중간에 말을 끊으며 다른 서류 파일을 꺼내서 그에게 건냈다.
"이것들을 이번주까지 처리를 해 놓으세요. 그만 나가 봐요."
"??"
장건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순간 정욱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을 직감하였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이 사람이 회사내의 최고 오너임에는 분명하지만은 연령과 경력상으로는 취약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이때까지 다른 부하직원들을 그렇게 하대하거나 막 함부로 대한적이 잣긴이 알기로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본 이 사람의 태도는 뭐란 말인가. 왠지 석연치 않았다.
"뭐합니까? 볼일 다 봤으면은 그만 나가봐요. 어서!!"
"예? 예 회장님?"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은 일단 장건영은 정욱의 집무실을 나왔다. 그가 나가고 난후 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해줘야 할텐데......."
똑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자 한영혜가 들어왔다.
"회장님 부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여보네요."
"예."
잠시후 이준기가 들어오자 정욱은 그를 자신의 맞이하였다.
"어서 오세요."
"예. 회장님. 그나저나...... 많이 수척해지셨네요."
그 말에 정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자신도 스캔들로 인해서 이만 저만한 심적인 고통을 무지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저만 그렇지만은 않을텐데요."
그 말에 이준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말이다. 자신의 큰딸이 연관되어 있고 당연히 아버지인 자신또한 그 문제로 여간 골치를 썩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어쩐 일이십니까? 업무 일로 오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다름이 아니라....."
준기는 잠시 뜸을 들이며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오늘, 강사장의 집을 방문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예. 아무래도 저쪽에서도..... 가만히 있긴 뭣하겠죠. 그래서 같이 의논을 하자고 부른거겠죠."
"저기, 회장님. 꼭 가실 필요가 있을까요?"
"뭔 소립니까?"
느닷없는 준기의 말에 정욱은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뭔가 짐작이 갔는지 나직한 어조로 말하였다.
"이 문제는..... 저희 집안의 명예가 걸려 있는 일이기도해요. 싫던 좋던간에 니 일이니 내 일이니 따질 그런 것이 아니라 그거죠. 단순한 가족회의라고 생각을 하세요."
아무래도 준기는 이번 서윤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 지난 소송 문제로 인해 소원해졌던 돌이킬수 없을것만 같았던 그들과의 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은 결코 자신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을 일이니까 당연히 이렇게 제동을 거는 거라고 정욱은 단정지었다.
"그게 아니라..... 저, 이번 스캔들 말인데......."
"그게 뭐요? 뭐 알아 내신거라도 있나요?"
"아무래도 단순한 원한 관계에 의해서 누군가가 벌인 음해 공작이 아닐까 합니다."
"원한? 그리고 누군가라고요? 그래 그게 누굴까요?"
정욱의 물음에 준기는 난처한 듯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혹시..... 정말로 그렇다 그 말입니까?"
준기의 머뭇거림에 정욱은 뭔가 떠오른 듯 가능성 하나를 되짚었다.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은 어느정도 감을 잡은 듯 하자 준기는 마지못해 대꾸를 하였다.
"그런게 아니라..... 아무래도 용의 선상에 둔다면은........"
"부회장님!!"
"예. 회장님."
"말이라고 막 함부로 하시면은 곤란합니다."
"하지만은........."
"그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제 앞에서 그렇게 표현하시는 것은 자제해주세요."
그리고는 정욱은 업무를 보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정욱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준기는 이내 인사를 하고는 그곳을 나왔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정욱의 반응을 떠올리고는 준기는 속으로 후회를 하였다. 하지만은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가만 바라만 볼수만은 없었다. 혹시라도 이번에 정욱이 그들이랑 사적인 자리를 통해서 서로간의 불화가 불식이 된다면은 결단코 자신에게 이롭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번의 그 스캔들의 출처가 원한 관계에 의해서라면은 아무래도 정욱의 집안 식구들을 용의 선상에서 빼놓을수 없었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조사를 하는데 결과를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은 아주 저쪽과 연관이 없진 않은 것 같다는 중간 보고를 얼마전에 받았다. 그렇기에 이일을 정욱에게 알려줄려고 했는데 저렇게 발끈을 할줄이야.
"그래. 내가 조급한거 같아. 아직 우려할 일이 벌어지지도 않은데 이렇게 나오다니 말이야."
자신 역시 이번 스캔들로 인해서 적지 않은 고충을 격은 터라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스스로를 질책하였다.
정욱의 집무실을 나오자 한영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낸다. 그런 그녀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준기는 홀연히 사라졌다. 하지만은 지나치는 그 순간 그녀를 바라보는 준기의 눈길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준기를 바라보는 한영혜의 눈길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서와.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
정욱을 맞이하는 서진의 표정은 왠지 어색하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다들 긴가민가 하시나 보네."
작은 형 서진에서부터 시작을 해서 곧 마주보게되는 매형들과 누나들의 모습에서도 다들 마찬가지의 표정이었다. 대 놓고 말하진 않았지만은 그들의 심정이 지금 어떤지는 대충 알만 하였다. 맞나 틀리나 이 생각뿐일게다. 간만에 만나는 식구들을 그렇게 어색하게 대하면서 자리를 함께하였다.
그리고 형식적인 식사후 본론에 들어갔다. 하지만은 대책회의라고 하기에는 뭣한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에.... 그러니까... 일단은 윤비서랑 한 집에서 지내는 것은 좀....."
"아니, 먼저..... 준기 딸년을 내보내는 것이 급선무야. 아니면은 니가 그 집에서 나오던가..."
"뭔 소리야? 정욱이 보고 나오라니? 정작 나가야 하는게 누군데......"
"내 말은...... 정 않돼면은......"
"그래 그러는게 좋겠네. 한 재산 좀 떼어주는 셈 치고 그 집도 거기에 포함을 해서....."
듣고 있자니 정말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예상은 했고 별다른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은 이렇게까지 따로 국밥일줄 누가 알았을까.
적어도 자신이 받아들이건 않들이건 간에 누나와 형들간에 어느정도 의견 일치가 있지 않은지 있을거라 여겼고 어떤 내용일까 하고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왔는데 이건 어린애 놀음 수준의 대책회의였다.
"그래 정욱이 넌 어떻게 생각을 한니?"
직접적으로 마주보지 않은채 서윤이 그렇게 정욱을 향해서 말을 걸었다. 그런 형을 보면서 정욱의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은 애써 그런 불편한 심기를 억누르며 대답하였다.
"일단 이쪽에서 처신할건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것이 최선이랬어."
"누가?"
"부회장님이......."
그러자 다들 얼굴 표정이 한결같이 일그러진다. 특히 서윤의 표정은 더욱 험악하였다.
"그 놈이..... 뭐라고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겠니!!"
"이 기사 내보낸 쪽이 대 놓고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으니까 이쪽에서 먼저 발끈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그러니까 일단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논의해보자, 뭐 이런 내용이야."
"그것도..... 대책이라고 내놓은 거니!!"
"대책이라고 말할수도 없는 이런 탁상 공론보단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정욱의 지적에 다들 얼굴이 빨개진다. 사실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은 별로 틀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들으나 마나한 내용이었지만은 그래도 다들 뭔 소리 하는지 어느정도 알아듣겠어."
단도직입적으로 들으나 마나한 소리였다는 말에 다들 발끈하였다. 특히 서진의 반응이 격하였다.
"너, 우리가 지금 말장난 하는걸로 보여!!"
"아니, 떡줄 사람 생각은 않고 김치국부터 마시는 걸로 보여."
?.......... 살가죽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다들 뜻밖의 사태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단 한사람 정유민이 남편을 뜯어 말렸다.
"여보..... 그러지 마세요. 이럴려고 여기 모인거 아니잖아요. 예..."
서진과 정욱 사이를 그렇게 가로 막고는 정유민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정욱을 일으켜 세운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정말....."
"??"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으면서 일어서는 정욱은 그런 작은 형수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왜 자신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걸까? 이해가 않갔다.
하지만은 그런것에 깊히 생각을 할수 없었다. 다른 이들과 시선이 맞닿뜨려지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진희씨, 몸풀때까지 내가 맡아서 돌볼거야. 그렇게 다들 알아둬. 그리고..... 허락도 없이 내 집에 얼쩡거리는 것은 다들 자제하시고.... 산모는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윤비서에 대한 도련님 배려 정말로 눈물 겹네요. 그리고 부회장 따님에 대한 배려도 정말로 모든 이들의 귀감에 돼겠고요."
김미혜가 빈정대는 투로 한마디 하였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녀의 말에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할말만 해댔다.
"정, 그렇게 신경쓰이면은 아예 나보고 호적을 파가라고 하는 것이 어때. 그러면은 되겠네."
"너!!"
"이미 전 재산 내 차지겠다. 회사까지 내것이니까 이딴 성이 뭔 대수라고......!!"
"??"
정욱의 그 말에 다들 발끈하며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은 서진만은 예외였다. 얼마전 자신이 정욱에게 받았뒀던 계열사 주식들이랑 상당한 재산들을 떠올리면서..... 저 놈이 말하는 것은 도데체 뭘까 하며 의아해 하였다.
소위 말하는 대책 회의란 것을 이쯤에서 끝내고 정욱은 이쯤에서 끝을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비서랑 부회장 큰딸, 호적상의 관계 떠나서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당신!!"
"형님!!"
돌아서는 정욱에게 다시 김미혜가 빈정대는 투로 한마디 하였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당황하며 눈치를 주었다. 돌아서는 정욱, 그리고는 말하였다.
"호적상이라....... 적어도 아줌마를 제외하면은 그런데로 밥맛떨어지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뭐, 뭐라고요!!"
"치마 입은 여자로써 거기까지 연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럭저럭 참고 지낼뿐이죠. 전 그렇게 미식가는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정욱은 돌아섰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도통 뭐가 뭔지 몰랐다. 마지막 정욱의 알송 달송한 말이 영 난해하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수근거릴뿐이었다.
서진이 제일 먼저 형수를 바라보았다. 크나큰 수모를 당한 듯 얼굴이 빨개져 흥분직전의 그녀의 모습을.....
"어떻게 된거야?"
형수의 저 표정은 뭘까? 거기다가 앞에서 정욱을 향해서 노골적으로 비웃고 빈정대기까지 하던 모습에서 왠지 심상치 않은 그 뭔가를 느낄수 있었다.
얼마후 다들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아무런 성과도 진전도 보지못한 그날의 대책회의는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당신 얼마전에 정욱이 집에 가봤다고 했지?"
"예."
"그래 어땠어. 그쪽 상황은......"
"그게.....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신경쓰이던지....."
"그거 말고..... 윤비서 말이야."
"제가 갔을때까지는 윤비서는 바깥 일들을 잘 모르는 거 같았어요."
"그렇단 말이지."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남편의 모습에 정유민이 혹시나 하면서 되물었다.
"당신.... 그 소문을 믿는 거 아니죠?"
"그런 뜻으로 하는 말 아니야. 그리고... 형수님 친정 식구중에 누군가가 신문사 운영한다는 소리 언젠가 들은거 같은데....."
그러자 정유민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생각이 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예, 그랬던거 같아요. 조그만한 지방 신문사를 운영한다고..... 하지만은 영업이 신통치 않아서 하루 하루 위태롭다고....."
"그래, 그랬었어."
"근데..... 그건 왜요?"
"아, 아니야."
조금전의 정욱과 형수의 모습을 떠올리고서 서진은 설마하는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그리고 그 설마가 어디까지나 기우에 불과하기를 바라면서.....
"회장님께서 도데체 뭔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전번에 내가 말했었지. 아마도.... 그 방법으로 밀어 붙이시려는 것 같다고....."
"그건 알고는 있지만은..... 이건 왠지......."
이들은 김정준과 유상민의 눈치를 한번씩 봐가면서 각자 한마디씩 하였다. 오늘 조영민이 급한 일이라며 긴급 회의를 소집함으로 해서 다들 참석을 하였고 곧 그들은 경악을 하였다.
조영민이 오늘 결제 받으러 갔다가 이번주 안으로 일을 처리 하랍시고 건내받은 서류라면서 그것을 제풀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건 곧 주주총회 소집을 할것과 현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 및 경질을 안건으로 제출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진철수, 조영민, 장건영 이들이 맡고 있는 계열사를 위주로 행동을 개시할것과 아울러 곧 전체 계열사쪽으로 그 움직임을 확대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거..... 정욱이를 한번 만나봐야 겠어."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며 생각에 잠겨있던 김정준이 끝내 입을 열었다. 스스로가 봐도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수 없었으니까.
현 경영진에 대한 문책과 경질을 시작하라는 이 문건은 정상적인 사고 방식으로 봤을때는 너무 무모함에 가까웠기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이 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추진하라며 일주일이라는 기한까지 그렇게 명시하였다는 것이 더더욱 이해가 않갔다.
"그렇게 해서는 않됩니다."
"않돼다니..... 뭐가 않쨈?말인가."
"잘하면은 저쪽에서 우리들 움직임을 눈치챌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은...."
"생각을 해보십시오. 회장님이 이날이때까지 저희들에게 구두로 어떠한 언급이 있었는지를... 아시다 시피 아무런 언급도 전혀 없었습니다. 두분이 맡고 있는 계열사 떼어내서 내보낸것에서부터 이번 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의 눈과 귀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그 말은 저쪽의 감시의 눈길이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영민의 말에 다들 공감하였다. 확실히 여태까지의 정욱의 움직임과 행보는 극도로 신중의 신중을 기하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쩌란 말인가. 여기에 적혀진대로 그대로 행동하라는 그 말인가."
"일단은 그대로 행동을 옮기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 그렇게 하고 나서 그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던 간에 회장님이나 지금 그룹 경영진간에 반응이 나타날겁니다. 그 추이를 지켜봐가면서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러자 이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유상민이 나섰다.
"그러는 것이 좋겠어. 답답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지만은 일단은 정욱이를 한번 믿어보자고... 그렇게 생각없이 준기 그놈에게 휘둘려질 애가 아니라는데 희망을 걸자고....."
"그건 그렇지만은....... 그래 어떻게 어떤 명분으로 주주들을 설득을 한단 말인가?"
"경질 사유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정도면은......"
"말도 않돼는 소리...."
장건영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김정준이 호통을 쳤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 뜻인지 순간 파악을 할수 있었기에......
"그래 이딴 추잡한 쓰레기 잡지들을 가지고 딴지를 걸고 시비를 걸자고? 자네 제 정신인가?"
"하지만은 이것만큼 좋은 구실을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부회장까지 연관시킬수 있는 것이니까 그 이상가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절대 않돼. 절대로......."
더는 듣고 있기 민망한지 김정준이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그런 그를 보면서 유상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방법을 연구를 해보게. 꼭 그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나간다는 것이 그렇지 않나. 않그래."
그리고는 김정준을 나간 방향으로 향하였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았다. 이때에 저렇게 서로간에 이견을 보여서 행동에 제약을 받게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
"어떻게 하지."
"일단은 자네의 말대로 추진해."
"그러고 나서는......?"
"그리고 일을 크게 벌리는 거야. 그러면은 진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은 저분들도 어쩔수 없을걸."
"그러는 것이 좋겠어.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지만은....... 이번 회장님 목적은 우리들로 하여금 현경영진 경질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봐."
그 말에 다들 의아해하며 진철수를 처다보았다.
"그럼 뭐란 말이야?"
"나도 잘 몰라. 하지만은 어느정도 짐작이 가는게.... 일단은 이번 안데로 추진을 해봐야 그속내를 알수 있을거야. 서로 머리를 맡대고 의논하는 것이 아니니까 어쩔수 없잖아. 않그래."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들 진철수의 말에 공감을 하며 각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자들 주주들을 차례로 만나가면서 공작을 벌이도록..... 일단은 중, 소액 주주들을 설득을 하고 동의를 얻고 나면은 그 다음은 아주 수월할테니까 말이야."
"그건 그래."
현재 자신들이 맡고 있는 3개 계열사의 최대 주주가 김정준과 유상민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군소 주주들에 대한 포섭이 끝나고 나면은 그 다음은 저들을 손보면은 된다. 주주들의 여론을 조성을 하고 더는 피할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저들에게 각인만 시킨다면은 어쩔수 없이 저들도 나설것이라는 계산하에서.....
"이놈 도저히 않돼겠어."
오늘 흥신소 직원으로부터 건내받은 녹음 테입을 청취하고서 준기는 더는 이대로 있을수가 없었다.
한영성과 정욱이 만나서 밀담을 나눈 얘기였는데...... 그 내용이란 것이 한영성 그 녀석이 이번 스캔들이 자신이 정욱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해 퍼트린 일련의 공작이라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구설수면은 일선에서 제대로 일을 볼수 없을테니까 자연스레 자신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 주게 한후 정욱은 준기를 보조해주는 세상 물정 모르는 대주주로써 뒷전에 물러나게 한다 그 말이었다. 아울러 가까운 시일내에 정욱으로부터 그룹의 주식들을 전부 압수할려는 것 같다는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곁들인 충고도 함께 말이다.
너무나도 기가 막힌 음해 공작에 준기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무래도 회장께서는 많이 흔들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도청작업에 옆에서 감시를 병행하는 흥신소 직원이 직접 본것이니 만큼 아무래도 그냥 넘길수 없는 사안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긴 하지만은 저 정도의 농간과 공작이라면은 흔들리지 않을 인간이 없을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달력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한영성으로부터 빼돌린 해외 계좌의 돈들을 다시 복구하라고 한지 꽤 지났다. 한달이라는 기한을 주었고 아직 어느정도 기일이 남아 있지만은 이태까지의 그의 반응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순순히 돌려줄거 같지가 않았다.
"너, 이놈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더는 그 놈을 그냥 놔둘수만은 없었다. 저 어린 놈에게 갖은 바람을 집어 넣으며 흔들어 놓는데다가 조만간 어느정도의 결실을 볼 것 같다니 말이다.
회장늠 그야 말로 별볼일 없는 놈이긴 하지만은 저런 지능적인 놈이 옆에서 바람을 집어 넣고 보조만 해준다면은 결코 무시할수 없는 위협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체할수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
아침 막 출근을 하는 순간 정욱은 자신에게 인사를 건내는 비서를 보고 의아해하였다. 한영혜가 아닌 처음 보는 여직원이었던 것이다.
"한비서는......?"
"아!! 한영혜씨 대신에 제가 오늘부로 비서실로 발령받았습니다.회장님."
"그래요?"
자신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욱은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똑똑......
"예.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새로운 여비서가 들어오고는 정중히 인사를 하며 보고를 하였다.
"저기, 회장님."
"말해봐요."
"한영혜씨가 잠시 회장님을 뵈었으면은 하는데........"
"그래요? 알았어요. 들여보네요."
곧 한영혜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은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불어 있었다.
"회장님. 흑흑....."
정욱을 보자마자 그대로 주저 앉아 흐느끼는 한영혜, 그러자 새로 온 비서가 황당해하며 어이없다는 듯 바라만 보았다.
"어떻게 된거예요? 한비서."
"저, 저도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 와보니까 제가 다른 부서로 발령을.... 흑흑..... 아무래도....."
"아무래도... 뭐란 말이에요?"
"알아보니까 윗선에서 그렇게 지시가 내려와서 그렇게 된거라고.... 허어엉"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지 한영혜가 청승맞게 울어댔다. 그런 그녀를 보며 정욱은 난감해하더니 아직 나가지 않고 있는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한비서 내보내도록 해요. 어서....."
"예. 회장님."
그러자 한영혜가 당황해한다. 이게 아닌데.... 이럴리 없는데 하면서.......
"회장님. 저, 저는......."
"일단은..... 어떻게 된건지 알아보도록 하죠. 잘못된 점이 있다면은 시정하도록 할것이고요. 그러니까 진정하고.... 그만 나가봐요."
그리고는 새로운 비서에게 어서 내보내라고 눈짓을 하였다. 그런 정욱의 반응에 한영혜는 어찌할지 갈팡질팡하며 끌려 나갔다.
"서서히 시작이군. 재미있게 됐어."
한영혜가 숙청?되는 것에서부터 본격적인 준기의 강경책의 서막이 올라가는 것 같다.
몇시간 후 정욱은 부회장 이준기를 불러서 한영혜를 타부서로 발령 받은 것에 대해서 거론하였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점 송구하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한창 이런 잡다한 구설수에 회장님께서 마음 고생이 심한 와중에 저런 행실이 올바르지 못한 여직원이 곁에 있다면은 사태는 겉잡을수 없이 커집니다. 그래서 보다 못해 제가 손을 쓴것이지요."
아주 올바른 공자님 소리 수준의 형용사를 곁들인 준기의 설명에 정욱은 납득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얹잖은 양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질책을 하였다.
"그래도 그렇지. 사전에 한마디 말도 없이 임의로 비서실 인사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은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그정도 일을 부회장님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시다니요? 아랫 사람들 놔뒀다 뭐 하실려고요. 부회장 자리가 그런 일에 매달리라고 있는 거 아닙니다."
"??!!"
준기의 표정이 벌레씹은 듯이 일그러졌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은 이렇게까지 당차게 나오며 자신을 질책을 할줄이야.
"한 차장 그 놈, 이 자식을 어떻게 요리를 했기에 이렇게 나와?"
한영성이 단단히 바람을 집어 넣은 것이 분명하다고 준기는 단정지었다. 속으로 울컥 뭔가 치미는 듯 하였지만은 일단은 참기로 하였다. 이 어린놈에게 뭐라고 할게 아니라 그 바람집어 넣는 놈을 잡아 족치는 것이 최우선이라 여기면서....
"어쨌던 이런 일로 잡음이 없도록 하세요."
"예.... 회장님."
"그리고..... 한가지, 한영성 차장 말인데.... 오늘부로 제가 인사 담당 전무로 발령했습니다."
"예?"
준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런 굵직한 인사 발령을 자신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독단으로 추진을 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기에.......
"아, 아니.... 회장님, 그런 굵직한 인사발령을 저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렇게 결정을 하시다니요!!."
"전번에 김이사님, 유 이사님 두분의 공백을 매우기위해서 여러 인물을 후보로 올려놓았지요. 한차장 역시 그들중에 올려 놓았고요."
"그렇죠? 하지만은 지나친 코드 인사라고 비난 받을 우려가 있기에 제가 만류를......"
"확실히..... 부회장님 말씀대로 이사직에 올려놓기에는 초고속 승진에 코드 인사라고 비난받을 우려가 있었기에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은 여러모로 살펴봤을 때 이정도 직책이라면은 괜찮을거 같아서..... 이번에 인사 업무에 맡긴 겁니다. 그러니 그렇게 아십시오."
"하, 하지만은 한차장이 전무직이라니.... 말이 않됩니다. 그리고.... 겨우 일개 차장의 인사 문제에 회장님께서 그렇게 신경을 쓰시다니요!!"
준기로써는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예에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 정욱의 결정을 철회하기를 간청했다. 하지만은 말이 길어지면은 길어질수록 준기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말과 표정에서 말이다. 그것을 보면서 정욱의 표정도 곱지 않게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하였다.
"일개 차장의 인사 문제에 제가 신경쓰는 것이 그렇게 보기 않좋습니까? 그렇다면은 일개 비서를 원칙과 절차를 생략하고 갈아치우는 것은 얼마나 보기 좋은 짓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더는 참기 어려운 듯 참을만큼 참았다는 듯 정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집무실이 쩌렁 쩌렁 울릴 정도로 정욱이 호통을 치자 이준기의 안색이 파래진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속으로 외치면서 말이다. 한동안 서로간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준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공손히 정욱에게 인사를 건내며 그곳을 나왔다.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을 하였지만은 그의 두 손은 부들 부들 떨렸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준기가 나간 곳을 한동안 주시하며 정욱이 속으로 외쳤다.
"축하하네. 정말로......"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그러나."
"아니, 전무로 승진한거면은 이거 보통일이 아니지 않그런가."
오늘 내려진 인사 명령에 한영성은 희희낙락하였다. 그리고 동료들로부터까지 극찬을 받으며 공치사를 듣자니 기고만장하기까지 하였다.
자신은 오늘부로 전무로 발령을 받았다. 그것도 인사 업무를 총괄을 하면서..... 그 말은 모든 인사 명령에 대해서 어느정도 자신이 상당부분 제어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말이다.
"이거.... 이럴게 아니라 어디 가서 한잔이라도 하지 그러나."
"아니, 이 시간에........?"
놀라 의아해하는 한영성을 바라보며 구석희가 주변을 둘러본후 귓속말로 속삭였다.
"한잔하자는 것은 핑계이고..... 자네와 만나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리고 잠시동안 귓속말로 소곤댔다. 그러자 한영성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정도로벌어졌다.
"알았어. 그리고 가세나."
"준비하고 기다리도록 하지."
동료들이 돌아서는 것을 바라 보면서 한영성은 의기양양해졌다. 방금전 준기쪽의 인물 몇이 한영성 패에 돌아선 것을 언급을 받았다. 그들 역시 자신들 조직내의 변화를 주시하고있었고 이쪽에 패를 던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입지가 강해지는 것을 의미를 한다. 그러니 한영성으로써는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었다.
"오늘은 정말로 운수 대통한 날이로군."
승진과 자신의 입지 강화 및 확장, 그 모든 것이 병행되었고 결실을 보다니 말이다.
한쪽에서는 울분에 휩싸이고 한쪽에서는 기쁨에 들뜨며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퇴근길에 정욱은 아직도 집 근처에 서성이고 있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겹다 지겨워."
아직까지 이렇다할 신경거슬리는 짓은 벌이진 않지만은 그래도 날마다 저들을 대하자니 짜증이 나지 않을수가 없었다. 자신이야 그렇다 쳐도 그 외의 사람들, 진희와 정선, 정미에게는 여간 골머리를 썩이는 존재들이 아닐수 없었다. 저들로 인해서 진희는 이때까지 줄곧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제한된 공간에만 감금되다시피하는 산모나 아기에게도 좋은 현상이랄수 없다. 그런데 집안으로 들어가보니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정욱은 의아해하였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와 오빠."
자신을 맞이하는 정미를 보면서 정욱은 나직한 어조로 질문하였다.
"작은 형..... 와 있니?"
"아니, 전번의 오빠 형수되는 분 와계셔."
"그래!!"
또 형수가 와 있다는 소리를 듣자 정욱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정욱이 손가락으로 진희의 방을 가리켰다. 저쪽에 있느냐는 무언의 질문이었다. 정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숨을 고르게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힌후 진희의 방에 들어갔다. 역시 형수 정유민이 와 있었다. 그런데.... 형수만 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영이까지 와 있었다. 갑작스런 조카의 출현에 정욱은 당황해하였다.
"오셨어요."
"삼촌 오랜만이에요."
"어, 어서와 잘 지냈어?"
형수만 와 있는줄 알았는데 하영이까지 와 있다니. 그런데 정욱이 더욱 황당해한 것이 진희와 형수 그리고 하영이 이렇게 셋이서 차와 과일을 같이 들면서 화기애애해 하며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결코 진희의 존재가 집안 식구 누구에게도 반가울 리가 없다는 것을 잘알거늘 지금의 이 분위기는 도데체 뭐란 말인가.
"회장님. 앉으세요. 차 더 내올께요."
가만 서서 멍하니 바라만 보는 정욱을 보다 못한 진희가 말을 걸었다. 그제서야 정욱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곧 손님 나가실텐데.... 않그래요!!"
가시 돋힌 어조로 형수를 바라보며 그렇게 외치는 정욱, 그러자 정유민과 진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저, 회장님, 사모님은 그게..... 아니라....."
"도련님, 오해마세요. 저는 단지......"
"어서 가보세요. 하영이까지 데려오다니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바깥에 진치고 있던 기자들 않보이던가요. 그러다가 제가 하영이랑 형수님하고까지 놀아났다고 기사 날려면은 어쩌실려고요. 작은형이 꽤나 좋아하겠어요."
?........ 방안 가득 울려퍼지는 가죽 두들기는 소리 그리고 정욱의 뺨이 화끈해졌다. 순간 자신의 뺨을 후려친 그 충격에 정욱의 고개가 90도 이상 옆으로 휙 돌아갔다.
너무나도 의외의 사태에 정욱은 할말이 없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다시 원상태대로 돌렸다. 그러자 정욱의 눈앞에는 자신의 뺨을 후려친 것으로 추정되는 그 손을 허공에 세우고 부들 부들 떨고있는 형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 잘못했어요. 도...련님. 제가.... 제가.... 흐어엉."
그리고는 더는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방을 뛰쳐나갔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하영이도 당황해하며 뒤따라 나갔고 진희도 정욱과 정유민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끝내는 그녀의 뒤를 ?아 나갔다. 정욱의 머릿속은 그야 말로 백치 상태였다. 방금 일어난 뜻밖의 사태에 뭐가 뭔지 몰랐다. 얼마후 진희가 무거운 걸음으로 힘겹게 들어왔다. 그리고 주저 앉아 있는 정욱을 바라보며 한마디 하였다.
"사모님 가셨어요. 얼마나 우시던지...."
하지만은 정욱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자 진희가 다시 한마디 하였다.
"회장님께서 너무 심하셨어요. 오늘 저 몸조리하라고 한약재랑 반찬거리 좀 가져오셨는데...."
"그래요."
"다른분들은 어쩔진 몰라도..... 저분은.... 저랑 회장님을 이해해주시는 거 같았어요."
하지만은 정욱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런 정욱을 보면서 진희는 안타까움을 감출수 없었다. 아마도 조금전의 그의 행동은 본심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근래에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서 많이 신경이 예민해진것이고 그것이 과거의 않좋은 감정들이랑 연계되어서 저렇게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이해해주던 않해주던 간에 분명한 것은.... 저들이랑 우리들은 격이 다르고 근본도 다르다 이것만 알아둬요."
일어서면서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정욱은 진희의 방을 나섰다. 힘없이 돌아서는 그를 보면서 진희는 착잡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그나저나 삼촌이랑 아빠는 언제쯤에 화해를 하게 될려나."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를 하던 하영은 어제의 일들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삼촌이 그렇게 무섭게 보였던 적은 정말로 처음이었다. 언제나 다정하기만 하고 인자하던 오빠와 같던 삼촌인데.....
"할아버지 나빠. 삼촌에게만 다 물려줘가지고......"
자세힌 잘 몰라도 삼촌에게 덮어 놓고 전부다 물려줬기에 고모랑 아빠, 큰아빠들과 저렇게 으르렁 거린다고 여기는 하영이었다. 그리곤 한편으론 돈이란게 정말로 무섭긴 무섭다고 여기면서.....
버스에서 내리고는 집으로 통하는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하영의 눈에 이상한게 띄었다.
"누구지?"
집 근처에서 누군가가 서성이고 있었다 서서히 어두워 질무렵이기에 이 거리에선 잘 않보이지만은 왠지 낯이 익은 듯 하다.
발걸음을 죽이며 천천히 다가가보니 어느정도 상대의 안면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리고 외쳤다.
"삼촌?"
"헉!!"
갑작스런 하영의 외침에 정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그쪽을 돌아다 보았다.
"아, 하영이구나?."
"이 시간에 여긴 어쩐일이세요?"
"그, 그게........"
왠지 말이 떨어지지 않으며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하며 쩔쩔매는 모습, 그것을 보고 하영은 알수가 있었다.
"엄마 만나러 왔구나. 그치."
"........."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 그렇다는 것을 반증하였다. 그것을 보고 하영은 확신을 할수 있었다. 아마도 어제의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할까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찾아온것이라는 것을..... 하지만은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이렇게 집앞에서 맴돌며 기웃거리고 있는 거라고....
"들어가. 오빠. 어서...."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하영은 평상시처럼 아니 간만에 오빠라는 호칭을 덧붙였다. 하지만은 정욱의 반응은........
"아니, 난, 이만 돌아갈래."
"이렇게 그냥 갈거야?"
그런 정욱이 섭섭한 듯 하영이 붙잡고 놓으며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다.
"어제..... 일은 정말로.. 미안해.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 있는데서 그렇게까지 막 말을 하다니....."
"나는 괜찮다니까.... 정 사과를 하고 싶으면은 들어가서 엄마에게 해."
"아니, 됐어. 미안해."
애써 하영을 뿌리치며 정욱은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돌아섰다. 그런 삼촌을 바라보면서 하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생각 바뀌었어 오빠?"
"아니, 그게 아니고......."
"??"
정욱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린후 하영의 귀에 다 대고 속삭이듯 말하였다. 정욱이 귓가에 속삭이는 얘기들을 듣던 하영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뭔 말이야?"
"그건.... 너의 아버지가 잘알거니까..... 내가 말한데로..... 그냥 그때가서 얘기만 하면은 돼. 꼭이야."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는 정욱은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행여라도 누군가의 눈에 띌까봐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멀어져가는 정욱을 한동안 지켜보던 하영도 얼마후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난후 몇일후......
"자네들은 이때까지 도데체 뭘 했나!!"
"이분들에게 뭘 질책을 하시는 겁니까? 업무랑 연관이 없는 일을 가지고 그렇게 왈가 왈부를 하시다니요?"
정욱의 말에 조영민, 장건영, 진철수 3명의 사장들은 수긍을 하며 자신들을 몰아세우는 준기를 노려보았다. 이들 3사람과 정욱이 그렇게 자신을 면박을 주자 준기는 너무나도 기가 막혔다.
"너 자꾸 이럴래."
아무리 한영성이 옆에서 부추기고 농간을 부린다지만은 이 어린 녀석이 이젠 대 놓고 자신과 등을 질려고 하는 것에 기가 질리지 않을수 없었다.
"아무래도 뭔가 수를 쓰든가 해야겠어. 이래가지곤 않돼겠어"
돌이킬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기 전에 자신이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준기였다. 하지만은 그건 나중의 일.... 지금은 급히 해결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이번 구설수로 인해서 그렇게까지 주주들이 반발을 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니라고 부인을 해도 노코멘트로 일관을 해도 그들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지 반응을 보일수 있습니다. 이때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이 무신경했습니다."
정욱이 한탄하는 어조로 그렇게 중역들을 바라보며 힘없이 발언을 하였다. 그러자 다들 안색이 어두워진다.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일이 걷잡을수 없이 커질거라고 누가 생각이라도했을까.
문제의 발단은 그 망할놈의 스캔들때문이었다. 알려질만큼 알려졌고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쫙 퍼진 상태이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주주들이 우려를 나타냈고 현 경영진에 대해서 문책 및 경질을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그들의 움직임은 큰 변화는 없지만은 현재 진철수, 조영민, 장건영 이들 3명이 맡고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들의 행동이 포착되었으며 다른 계열사에까지 그영향력이 뻗치고 있다고 한다.
그룹의 주도권을 일선에서 활동을 하고 업무를 관장하는 자신들이 쥐고 있다고 하여도 주주들의 입김과 영향력들은 절대 무시할수 없었다. 그들이 단체적으로 행동을 하고 지분의 절반 이상 지지 세력만 확보를 하면은 결코 회장이라도 무사할수 없었다.
그렇기에 현 경영진들은 그 문제로 지금 중대 회의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저기..... 현재 활발하게 움직임이 포착된 3개사의 경우 대주주는 회장님이 아니신가요?"
그들 3개사뿐만이 아닌 그룹 전 계열사의 대주주가 바로 회장이 아닌가. 각 계열사당 최소 35%에서 최대 52%까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부회장인 준기가 의문점을 제시하였다. 그러자 정욱은 잠시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침울한 어조로 답하였다.
"에.... 얼마전에..... 돈이 필요해서 그들 3개사 주식들을 매각을 하였습니다. 제 수중엔 그들 계열사 주식이 단 한주도 없습니다."
"그, 그럴수가......!!"
정욱의 발언에 준기를 포함한 일부 중역들의 표정은 경악에 가까웠다. 최대 주주가 회장이라 여기며 회장만 꽉 잡고 있으면은 그들의 소요를 무마할수 있을거라고 여겼는데 그런데 이렇게 되다니.
"그럼,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은 각 대주주들을 만나서 오해가 없게끔 해명을 하고 설득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겨집니다."
"해명이라고요? 오해가 없게끔..... 저기, 그 스캔들에서는 아직까지 실명이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말씀대로 한다면은 그 스캔들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스스로 떠벌이게 되는 격이 됩니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셈이고요. 그 일에 대해서 생각은 해보셨습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마냥 방관할수 없잖아요. 그룹 전체 계열사 주주들이 그렇게 연합을 해서 들고 나올수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않좋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다면은 뭔가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그런건가요?"
정욱의 질책에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마땅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한 반대하고 반론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는법.
"아무튼 그렇게 아시고..... 회의는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죠. 그리고 주주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것은 제가 하도록 하죠."
"회장님 꼭 그렇게까지야......."
"그럼 부회장님께서 하시겠습니까. 이번일을 처리하실 자신이 있으신가요?"
"............"
그 말에 준기의 입이 다물어졌다. 주주들을 만나고 설득을 한다? 한 두놈들이 아닌데다가 문제는 그들이 걸고 넘어지는 것이 이번 스캔들이 아닌가. 그 낯뜨거운 내용들을 거론을 하면서 주주들이 문책을 하며 딴지를 걸 것을 생각을 한다면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딸이 의붓 아들이랑 놀아난다는 내용과 그럼으로 인해서 자신이 능력에 비해서 과분한 이 자리를 보장받는다고 수군거리면서 이 사람 저사람 질시할 것을 생각을 한다면은 나서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준기는 한발짝 물러났다.
아무래도 세상 물정 모르는 저 새파란 녀석이 그런 모진 수모랑 질책을 눈딱 감고 감당해 낼려나 본데..... 일단은 지켜보기로 하였다. 회의는 그렇게 일단락 되었다.
다들 하나, 둘씩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정욱은 3개사 사장들과 남아서 앞날에 대해서 논의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정욱의 모습을 보면서 준기는 이 난국이 어떻게 수습이 될지 악화가 될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삐리리릭~~ 회의장을 나오던 중 주머니에서 울려퍼지는 벨 소리에 준기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준기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하였다.
"아, 알았어. 그리로 가지. 기다리고 있도록......."
전화를 끊고는 준기는 서둘러 달려나갔다. 그 망할놈의 기사의 출처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하였고 그 윤곽이 대충 잡혔다는 연락이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준기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서류들을 뒤적거리면서 깊은 시름에 잠겨진 서윤을 바라보며 서진이 한마디 하였다.
"지금 정욱이가 뭔 생각을 하는 걸까?"
"일단은..... 그냥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거 준건 아닌건 분명해."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어."
"한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긴 한데......."
"그게 뭐야?"
그 말에 서진의 귀가 솔깃해졌다. 도통 속을 드러내지 않는 동생으로 인해 답답함을 감출수 없고 그였기에 뭔가 해법을 형으로부터 얻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음말에 귀를 귀울였다.
"아!! 그건 아직 말할수 없어. 단정짓기 힘들거든. 어디까지나 추측일뿐이라서..."
"그래도 좀 말해봐. 답답해죽겠어."
"그게......."
대답을 미루는 서윤, 자신 역시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오늘 서진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달려와서 듣는 얘기는 너무나도 뜻밖이었다. 8개사의 주식과 지분들, 그리고 각종 예금 증서와 부동산, 채권들이 자신들 명의로 되어 있는 것들을 건내받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정욱한테서 건내진것이라며 한동안 비밀에 붙여라고 예전에 언급을 한 일들까지 전부다 예기를 듣게 되었다.
"그건 그렇다지만은..... 그 녀석 우리들한테 이 많은 것을 선 듯 줄 생각을 하다니...."
"나도 처음엔 상당히 놀랬어."
"아무리 저쪽에서 신신당부했다지만은 그래도 미리 말을 해뒀어야지."
서윤의 질책에 난감해하는 서진, 하지만은 그로써도 어쩔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욱이 무슨 의도로 이것을 자신들에게 내준것인지 알지 못하는 마당이니 함부로 처신할수 없었다.
오늘 아침, 출근하기 직전에 서진은 딸 하영으로부터 정욱이 그렇게 전해 달라며 비밀 헤제해도 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처음엔 뭔 소리인지 몰랐지만은 곧 떠오르는 것이 있었고 결국 이렇게 형과 의논을 하게 된 것이다.
"일단은 일간 우리 같이 정욱이를 한번 만나러 가보자."
"어디로? 집으로.... 아님...."
"회사에선 아무래도 그러니까 집에 가보는 것으로 하자."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있으니 만큼 함부로 만나고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정욱과 자신들과의 사이를 생각해서라도 부회장인 준기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니 만큼 회사이외의 지역이 좋을거라고 판단하에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일단 한가지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이 되자 서진은 조심스레 마음속에 담아뒀던 얘기들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저기.... 형"
"왜그래?"
"이번 스캔들..... 어떻게 생각을 해?"
"물어볼려고 하는 것이 뭐야?"
뜬금없이 밑도 끝도 없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서윤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그게.... 이번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생각이라니? 도데체 뭘 말하려는 건데?"
서윤의 재촉에 서진은 마지 못해서 겨우 입을 열었다.
"이 스캔들 내용들이랑 그 출처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어. 뭐 그렇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니지만은......."
"출처? 너, 뭔가 짐작이 가는 거라도 있는거야?"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지만은...... 아무래도 이들 기사나기 이전에 이 내용들을 우리들에게 처음 얘길 해준 사람이 있었잖아. 아, 아냐. 아무것도.... 그냥 해본 소리야."
"너, 뭔 소리를 하는 거니?"
형의 물음에 서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지나지 않았고 증거같은 것이 전혀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 알았어. 알았다니까. 한비서.... 아니 미스한 그 문제는 일간 회장님이랑 상의하도록 하지. 아, 너무 그러지 말어. 물론 조치를 해줘야 하겠지만은 아무래도 주변을 의식하자니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그래, 그래.... 기다리고 있어."
전화를 끊은 후 한영성은 한숨만 내쉬었다.
"정말이지. 짜증나게 만드네. 정말로......."
오늘도 한영혜로부터 독촉성 전화가 빠지지 않고 걸려왔다. 다시 비서실로 돌아가게 해달라거나 그렇지 않으면은 다른 좋은 부서로 인사 이동해달라는 투정 아닌 투정을 말이다.
준기에 의해서 타 부서로 발령을 받은 한영혜, 그녀의 업무는 본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계열사의 현장 관리 업무 즉 그러니까 창고의 재고 관리 업무 및 경리직을 겸하는 것이었다. 불과 얼마까지만 해도 비서실에서 편안하게 여유있게 업무를 보던 그녀가 그렇게 중노동에 가까운 혹사?를 하니 안달이 나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한영성에게 매달리며 애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은 나도 바빠서 말이야. 그런데 신경쓸 여유가 있어야지"
자신 역시 자기쪽으로 넘어오는 준기의 떨거지들의 세를 규합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만큼 더 이상 중요도가 떨어지는 이 여자쪽에 신경을 쓸 여과가 없었다.
확실히 저 젊은 회장은 준기에게서 서서히 의지하려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되었다. 얼마전 있은 중역회의에서 거의 대립에 가까운 마찰을 일으킨 것만 봐도 알수가 있었다. 이번 스캔들이 한영성에게 정말로 이로운 변수들을 불러일으켰다.
첫째는 정욱과 준기의 결별로 이어졌고 두 번째는 저 젊은 회장의 사내의 영향력의 증가로 이어질것이라는 것
일부 주주들이 이 스캔들을 빌미로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 경질로 가기 위해서 집단 행동을 보일 조짐이 포착되었고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서 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로 인해서 부회장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를 주축으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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