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저는 제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습니다. 너무나 혐오스러운 느낌.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다음이었고, 저는 이미 정숙한 주부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이 후회스러웠고, 서글펐습니다. 그 한 순간을 참지 못하고...
하지만 며칠 시간이 흐르자 그냥 추억으로 받아 들이고 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먼 훗날 그냥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거라고 제 자신을 위로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낯선 번호가 찍힌 핸드폰을 받는 순간, 저는 아무 대꾸도 없는 상대방이 창수라는 걸 직감하였습니다. 순간 괴롭던 기억이 모두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창수는 선혜를 졸라 제 연락처를 알아낸 모양이었습니다. 그는 한참 만에 ‘나야, 창수’ 하고 입을 열었고 저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날부터 집요한 스토킹이 시작되었습니다.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제 집 전화번호도 알아내 집으로도 전화를 해왔고,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선혜를 나무랐지만, 그녀는 창수가 그렇게 나쁜 애가 아니라며 애인으로 해도 괜찮을 거라고 오히려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가정이 있고, 좋은 직장이 있는 창수가 저에게 뭔가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저를 잊지 못해 그런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와 통화를 몇 번 해서, 설득도 해보고, 이러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도 해 보았지만 창수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좋으니 얼굴 한 번만 보고 헤어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집요한 스토킹은 거의 두 달 동안이나 계속되었지만 제가 계속해서 회피하자 갈수록 뜸해 졌습니다.
그러던 6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평소에 다니던 휘트니스 센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온 나는,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놀라고 말았습니다. 창수가 출근도 하지 않고, 우리 집 앞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통신 회사에 다니면 그쯤은 일도 아니라더니 간절한 표정으로 들어가서 잠깐 얘기만 하자고 우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웃의 시선이 의식되어 차만 한 잔 하고 가겠다는 다짐을 받고 그를 집에 들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끔찍한 실수였습니다. 제가 커피를 타는 동안 그는 소파에 앉아 집을 두리번거리며 ‘좋은 데서 사네’ 하며 말을 건넸습니다. 제가 귀찮다는 듯 커피를 그의 앞에 놓고 얼른 마시고 가라고 하니, 그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짝사랑을 하고 있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시집을 가버리고, 그는 참 많이 방황했다고 말했습니다. 16년 동안을 그녀를 못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자신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고, 그래서 자신도 평생 한 번도 피우지 않은 바람을 그날 피워봤다고...
그의 말이 거질말일 수도 있었지만,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습니다. 이미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며, 어떻게 하면 나를 잊겠냐고 물었더니 딱 한 번만 더 안아보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안 된다고 했더니, 그는 닭똥 같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그러면 지금 나가서 콱 죽어버리겠다고, 저보고 너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갈등 속에 빠졌습니다. 그냥 한번 안게 하고 그를 내보낼 것인가, 아니면 거절하고 나서 정말로 자살하는 지 볼 것인가. 제 얼굴에서 고민하는 기색을 읽었는지 그는 정말 한번이면 된다고, 오죽하면 출근도 안하고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제 성격이 모질지를 못하니 그 날이라고 해도 별 수 없었습니다.
“딱 한번이야, 창수씨. 오늘이 마지막이야.”
그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침실에 딸린 욕실에서 대충 몸을 씻고 나이트 가운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비록 연민 때문에 안기긴 하지만 저도 조금은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창수 씨를 핑계로 제 자신을 합리화하며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차마 남편과 같이 쓰는 침실에서는 일을 치룰 수가 없어, 거실에서 하자고 했고, 그가 저를 잡아당겨 소파에 앉히자 마지 못한다는 듯 그의 옆에 앉았습니다. 키스를 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실의 양탄자 위로 쓰러졌습니다. 그도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인지,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저를 최대한 부드럽게 애무하면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저를 발가벗기고 허벅지 사이로 머리를 집어넣을 때 쯤엔 상당히 흥분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신음을 해댔습니다. 음핵을 터치하는 그의 혀는 헌신적이었습니다. 저를 뾰족한 비명을 지를 정도로 달구어 놓더니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고, 저도 그가 알몸이 되기를 갈증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느리고도 끈질기게 좇질을 시작했습니다. 항상 바쁜 듯 성급하게 사정을 해 버리는 남편하고는 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정말 정신을 못차리고 그에게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저에게 테이블에 엎드리라고 하더니, 제 미련스럽게 큰 엉덩이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신의 단단한 자지를 밀어 넣더니 다시 좇질을 시작했고 저는 그 음란한 자세에 더욱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점잖은 남편은 항상 저를 밑에 두었고, 그렇게 짐승처럼 엎드린 자세는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내지 않아도, 신음소리는 이미 우리 집 거실에 가득 차도록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도 괴성을 지르며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절정의 문턱을 넘기 직전 저는 거의 기절할 만큼 놀라고 말았습니다. 현관문을 붙잡고 서서 놀란 듯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제 아들 태선이었습니다.
태선이가 이 시간에 웬일로... 그를 발견한 듯 창수의 움직임도 멈췄고 집안엔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제정신을 차리고 창수에게서 떨어져 재빨리 가운을 걸쳤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절망 뿐이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서 있었던 걸까요? 그렇게 음란하게 신음을 흘리고, 그것도 마치 포르노에서나 나오는 음란한 체위로...
태선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정말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태선이 입을 열었습니다.
“나가!!”
창수를 노려보는 태선의 눈은 말 그대로 적개심이었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침착했습니다. 창수는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쭈뼛거리며 나갔고 저는 노기 어린 아들과 단 둘이 집에 남아야 했습니다. 어질어질하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태선아. 엄마 말 들어 봐!”
태선은 저를 지나쳐 자신의 방이 있는 이 층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저는 달려가서 그를 붙잡았습니다.
“놔요!”
이럴 수가.. 제 착한 아들이 저를 뿌리친 것입니다.
“제발 내 말 좀 들어 봐! 응?”
“알아요, 알아. 기분 엿 같아요. 그러니 다음에 얘기해요.”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제가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문고리를 돌려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거실로 내려와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러내렸습니다. 제 경솔한 행동 하나하나가 쓰라린 후회로 다가왔습니다. 동창회에 나가지 않았다면, 창수와 노래방에서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창수가 집에 들어오고자 했을 때 매정하게 거절했다면... 아니, 집에 들어와서도 그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지지만 않았더라면...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사태를 그렇게 만든 제 자신이 미웠습니다.
아아, 어쩌자고... 태선이 받았을 충격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제껏 현모양처인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낯선 사내하고 몸을 섞으며, 희열에 못 이겨 교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봐 버렸으니... 태선은 그 날 밤이 새도록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저는 뜬 눈으로 소파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태선은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눈이 퉁퉁 부어오른 제 옆을 지나 학교로 가 버렸습니다.
그 날부터 제 눈물 겨운 노력은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든 태선이하고 얘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제 아들이 그렇게 냉정하고 차가운 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식탁에서 아침을 먹다가도, 제가 얘기만 꺼내려고 하면 숟가락을 던지고 가방을 챙겨 나가버리곤 했기 때문에 저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써서 방문 아래에 넣어둔 편지는 쓰레기통으로 가 있기 일쑤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태선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고, 그의 냉랭함에 질려 있었습니다.
태선이 험악하게 인상을 일그러뜨리기라도 하면 저는 정말 간이 콩알만 해졌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제 탈선에 대한 벌이라 생각하며, 받아 들였지만 너무 힘든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말 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집에 온 태선의 얼굴에 미소가 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보자 참으로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하며 웃어주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안심했고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저를 돌아보더니 ‘우리 엄마, 참 아름다워. 섹시해.’ 하며 전에 안하던 칭찬까지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아들의 변화가 저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다시 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날 저녁을 먹을 때 저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태선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제 얘기를 들어주었고, 저는 처음 창수를 만난 날부터 태선의 눈에 띌 때까지 얘기를 모조리 해 주었습니다. 태선은 ‘저런, 저런’ 하거나, ‘이해해 엄마’ 하면서 제 얘기를 들어주었고, 저는 너무 신이나 하지 않아도 될 얘기까지 해 버린 것 같습니다.
제 얘기를 다 듣고 태선이 제게 한 질문은 어찌 보면 참 이상한 질문이지만 저는 어리석게도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근데 그 아저씨랑 하면 좋아? 아빠랑 하는 것보다?”
“아마... 그랬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 절대로 안할 거야. 태선이만 보고 살 거야.”
“그 말 꼭 지켜, 엄마. 아빠가 저러니 내가 엄마 위로해 줄게.”
“아~ 우리 태선이가 있어 엄마는 너무 행복해.”
겉으로 보기에 우리 관계는 회복된 듯 보였지만, 어쩐지 전하고는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제가 태선을 보고 ‘씻고 내려와서 저녁 먹어.’라고 했지만, 이제는 태선이 저를 보고 ‘씻고 올테니까 밥 차려 줘.’ 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태선이 저를 보고 웃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되었고 그의 머리속에서 그 날의 사건이 지워지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태선이 제 몸을 훑어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냥 무시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며칠 시간이 흐르자 그냥 추억으로 받아 들이고 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먼 훗날 그냥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거라고 제 자신을 위로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낯선 번호가 찍힌 핸드폰을 받는 순간, 저는 아무 대꾸도 없는 상대방이 창수라는 걸 직감하였습니다. 순간 괴롭던 기억이 모두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창수는 선혜를 졸라 제 연락처를 알아낸 모양이었습니다. 그는 한참 만에 ‘나야, 창수’ 하고 입을 열었고 저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날부터 집요한 스토킹이 시작되었습니다.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제 집 전화번호도 알아내 집으로도 전화를 해왔고,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선혜를 나무랐지만, 그녀는 창수가 그렇게 나쁜 애가 아니라며 애인으로 해도 괜찮을 거라고 오히려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가정이 있고, 좋은 직장이 있는 창수가 저에게 뭔가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저를 잊지 못해 그런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와 통화를 몇 번 해서, 설득도 해보고, 이러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도 해 보았지만 창수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좋으니 얼굴 한 번만 보고 헤어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집요한 스토킹은 거의 두 달 동안이나 계속되었지만 제가 계속해서 회피하자 갈수록 뜸해 졌습니다.
그러던 6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평소에 다니던 휘트니스 센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온 나는,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놀라고 말았습니다. 창수가 출근도 하지 않고, 우리 집 앞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통신 회사에 다니면 그쯤은 일도 아니라더니 간절한 표정으로 들어가서 잠깐 얘기만 하자고 우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웃의 시선이 의식되어 차만 한 잔 하고 가겠다는 다짐을 받고 그를 집에 들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끔찍한 실수였습니다. 제가 커피를 타는 동안 그는 소파에 앉아 집을 두리번거리며 ‘좋은 데서 사네’ 하며 말을 건넸습니다. 제가 귀찮다는 듯 커피를 그의 앞에 놓고 얼른 마시고 가라고 하니, 그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짝사랑을 하고 있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시집을 가버리고, 그는 참 많이 방황했다고 말했습니다. 16년 동안을 그녀를 못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자신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고, 그래서 자신도 평생 한 번도 피우지 않은 바람을 그날 피워봤다고...
그의 말이 거질말일 수도 있었지만,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습니다. 이미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며, 어떻게 하면 나를 잊겠냐고 물었더니 딱 한 번만 더 안아보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안 된다고 했더니, 그는 닭똥 같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그러면 지금 나가서 콱 죽어버리겠다고, 저보고 너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갈등 속에 빠졌습니다. 그냥 한번 안게 하고 그를 내보낼 것인가, 아니면 거절하고 나서 정말로 자살하는 지 볼 것인가. 제 얼굴에서 고민하는 기색을 읽었는지 그는 정말 한번이면 된다고, 오죽하면 출근도 안하고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제 성격이 모질지를 못하니 그 날이라고 해도 별 수 없었습니다.
“딱 한번이야, 창수씨. 오늘이 마지막이야.”
그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침실에 딸린 욕실에서 대충 몸을 씻고 나이트 가운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비록 연민 때문에 안기긴 하지만 저도 조금은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창수 씨를 핑계로 제 자신을 합리화하며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차마 남편과 같이 쓰는 침실에서는 일을 치룰 수가 없어, 거실에서 하자고 했고, 그가 저를 잡아당겨 소파에 앉히자 마지 못한다는 듯 그의 옆에 앉았습니다. 키스를 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실의 양탄자 위로 쓰러졌습니다. 그도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인지,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저를 최대한 부드럽게 애무하면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저를 발가벗기고 허벅지 사이로 머리를 집어넣을 때 쯤엔 상당히 흥분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신음을 해댔습니다. 음핵을 터치하는 그의 혀는 헌신적이었습니다. 저를 뾰족한 비명을 지를 정도로 달구어 놓더니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고, 저도 그가 알몸이 되기를 갈증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느리고도 끈질기게 좇질을 시작했습니다. 항상 바쁜 듯 성급하게 사정을 해 버리는 남편하고는 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정말 정신을 못차리고 그에게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저에게 테이블에 엎드리라고 하더니, 제 미련스럽게 큰 엉덩이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신의 단단한 자지를 밀어 넣더니 다시 좇질을 시작했고 저는 그 음란한 자세에 더욱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점잖은 남편은 항상 저를 밑에 두었고, 그렇게 짐승처럼 엎드린 자세는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내지 않아도, 신음소리는 이미 우리 집 거실에 가득 차도록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도 괴성을 지르며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절정의 문턱을 넘기 직전 저는 거의 기절할 만큼 놀라고 말았습니다. 현관문을 붙잡고 서서 놀란 듯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제 아들 태선이었습니다.
태선이가 이 시간에 웬일로... 그를 발견한 듯 창수의 움직임도 멈췄고 집안엔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제정신을 차리고 창수에게서 떨어져 재빨리 가운을 걸쳤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절망 뿐이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서 있었던 걸까요? 그렇게 음란하게 신음을 흘리고, 그것도 마치 포르노에서나 나오는 음란한 체위로...
태선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정말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태선이 입을 열었습니다.
“나가!!”
창수를 노려보는 태선의 눈은 말 그대로 적개심이었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침착했습니다. 창수는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쭈뼛거리며 나갔고 저는 노기 어린 아들과 단 둘이 집에 남아야 했습니다. 어질어질하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태선아. 엄마 말 들어 봐!”
태선은 저를 지나쳐 자신의 방이 있는 이 층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저는 달려가서 그를 붙잡았습니다.
“놔요!”
이럴 수가.. 제 착한 아들이 저를 뿌리친 것입니다.
“제발 내 말 좀 들어 봐! 응?”
“알아요, 알아. 기분 엿 같아요. 그러니 다음에 얘기해요.”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제가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문고리를 돌려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거실로 내려와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러내렸습니다. 제 경솔한 행동 하나하나가 쓰라린 후회로 다가왔습니다. 동창회에 나가지 않았다면, 창수와 노래방에서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창수가 집에 들어오고자 했을 때 매정하게 거절했다면... 아니, 집에 들어와서도 그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지지만 않았더라면...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사태를 그렇게 만든 제 자신이 미웠습니다.
아아, 어쩌자고... 태선이 받았을 충격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제껏 현모양처인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낯선 사내하고 몸을 섞으며, 희열에 못 이겨 교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봐 버렸으니... 태선은 그 날 밤이 새도록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저는 뜬 눈으로 소파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태선은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눈이 퉁퉁 부어오른 제 옆을 지나 학교로 가 버렸습니다.
그 날부터 제 눈물 겨운 노력은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든 태선이하고 얘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제 아들이 그렇게 냉정하고 차가운 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식탁에서 아침을 먹다가도, 제가 얘기만 꺼내려고 하면 숟가락을 던지고 가방을 챙겨 나가버리곤 했기 때문에 저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써서 방문 아래에 넣어둔 편지는 쓰레기통으로 가 있기 일쑤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태선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고, 그의 냉랭함에 질려 있었습니다.
태선이 험악하게 인상을 일그러뜨리기라도 하면 저는 정말 간이 콩알만 해졌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제 탈선에 대한 벌이라 생각하며, 받아 들였지만 너무 힘든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말 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집에 온 태선의 얼굴에 미소가 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보자 참으로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하며 웃어주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안심했고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저를 돌아보더니 ‘우리 엄마, 참 아름다워. 섹시해.’ 하며 전에 안하던 칭찬까지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아들의 변화가 저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다시 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날 저녁을 먹을 때 저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태선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제 얘기를 들어주었고, 저는 처음 창수를 만난 날부터 태선의 눈에 띌 때까지 얘기를 모조리 해 주었습니다. 태선은 ‘저런, 저런’ 하거나, ‘이해해 엄마’ 하면서 제 얘기를 들어주었고, 저는 너무 신이나 하지 않아도 될 얘기까지 해 버린 것 같습니다.
제 얘기를 다 듣고 태선이 제게 한 질문은 어찌 보면 참 이상한 질문이지만 저는 어리석게도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근데 그 아저씨랑 하면 좋아? 아빠랑 하는 것보다?”
“아마... 그랬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 절대로 안할 거야. 태선이만 보고 살 거야.”
“그 말 꼭 지켜, 엄마. 아빠가 저러니 내가 엄마 위로해 줄게.”
“아~ 우리 태선이가 있어 엄마는 너무 행복해.”
겉으로 보기에 우리 관계는 회복된 듯 보였지만, 어쩐지 전하고는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제가 태선을 보고 ‘씻고 내려와서 저녁 먹어.’라고 했지만, 이제는 태선이 저를 보고 ‘씻고 올테니까 밥 차려 줘.’ 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태선이 저를 보고 웃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되었고 그의 머리속에서 그 날의 사건이 지워지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태선이 제 몸을 훑어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냥 무시해 버렸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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